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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희수 전역 취소 청구소송 첫 변론 ... “군, 증거 제출 안 해”

    변희수 전역 취소 청구소송 첫 변론 ... “군, 증거 제출 안 해”

    성전환수술(성확정수술) 이후 강제 전역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전역 취소 청구 소송 첫 변론이 진행됐다. 15일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는 원고 변호인단과 소송수계 신청을 통해 원고 자격을 이어받은 변 전 하사 부모가 함께 참석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피고 측 변호인으로는 군 법무관이 자리했다. 원고 측은 현역 부적합 처분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점과 구속력 없는 규칙에 의해 전역 처분을 시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피고 측은 심신장애에 따른 전역 처분은 관련 위원회 설치가 필요 없는 데다 원고가 군내 구성원이어서 절차적 흠결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피고 처분의 입증 책임, 즉 적법성을 확인할 만한 증거가 아직 하나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은 “현역 복무 적합 관련 의료진 진술 등 자료를 정리해 곧 내겠다”고 답변했다.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인근 법정에 영상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등 일반 방청인을 22명으로 제한했다. 이날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변론 직후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군에서는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도 전역 처분이 정책적 사안이지 법원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면서 이 사건 관련 증거를 아직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고 변호인 중 한 명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변 전 하사 전역 취소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자료가 증거로 채택된 만큼 재판은 유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남은 변론도 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본부에 제기한 인사소청까지 기각되자 변 전 하사는 시민단체 등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이 사건 소장을 냈다. 다음 변론은 오는 5월 13일 오전 10시 5분에 이어진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민주주의와 소수자 존중

    [이종수의 헌법 너머] 민주주의와 소수자 존중

    민주주의는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억압과 횡포에 맞서서 다수가 자유를 쟁취해 온 그간의 힘겨운 역사를 웅변한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은 누구나가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하고서 성장해 온 평등사상도 한몫을 거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평등한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다수의 전횡과 독재도 민주주의는 아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소수자 보호와 존중’이 또한 중요하다. ‘개발독재’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우리를 포함해 많은 민주국가들이 그동안 독재로부터 성장해 왔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지적하듯이 경제 성장과 안정이 민주주의를 위한 우호적인 조건임은 분명한데, 때로 본말(本末)이 뒤바뀌기도 한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경우가 그렇다. 궁핍한 가운데 그저 ‘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더 많이 가지려는 이기심과 탐욕이 민주주의가 지닌 가치를 뒷전으로 내친다.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라 잘 길들여진 소비자로 만족하거나, 만연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 수준이 늘 불안한 가운데 불만과 욕망이 변덕스럽게 표출되는 기업국가의 현실이 그러하다. 정치와 언론 역시 이 같은 이기심과 욕망을 달래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오히려 이를 더욱 부추긴다. 이런 경우라면 모든 정부는 예외 없이 실패로 낙인찍히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경제와 안락을 위해서 권위주의 정부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체제 사상가인 후지타 쇼조는 이를 두고서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로 묘사한다. 전체주의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리고 국가주의는 전체주의의 전조(前兆)에 해당한다. 1920~193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 독일 시민들의 대다수가 히틀러의 나치정권을 박수와 갈채로 반기면서 지지했다. 이어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환호와 박수갈채의 희생양이 됐다. 아직도 직접민주주의가 행해지는 스위스의 어느 칸톤에서는 반(反)외국인 정서가 한창 기승하던 무렵에 주민투표를 통해 해당 지역 내 외국인의 이주 금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수의 의사라 하더라도 외국인과 소수자의 인권 등을 보장하는 법치주의를 위반해서는 아니 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간의 길항관계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여기서 ‘법’조차도 더이상 다수의 의사를 어쩌지 못하면, 이로써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했던 중우정(衆愚政) 그리고 심지어는 전체주의로 귀결되고 만다. 보다 많은 자유를 쟁취하려는 민주화의 과정에는 소수에 맞서는 다수가 기꺼이 뜻과 행동을 함께 한다. 그러나 차별의 해소 그리고 평등의 확대와 실현에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다. 서로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면서 각자의 셈법이 제각각 다른 까닭이다. 예컨대 학벌기득권은 자신이 그간 노력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여서 공정(公正)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고용정책에 따른 우연한 행운이어서 공정하지 않다고들 여긴다. 오래전부터 로널드 드워킨이 그리고 마이클 샌델도 최근의 저작에서 이 같은 “공정함의 착각”을 지적해 오고 있다. 최근의 미얀마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로힝야족과 여러 소수민족에 대한 배제와 탄압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그간 권력과 그 정당성을 키워 왔고, 이 같은 배제와 차별의 내면화가 내내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래서 평등의 실현은 자유의 쟁취보다도 더욱 어렵고 힘겹다. 특히 소수가 자신의 존엄성과 평등한 자유를 요구할 때에 그러하다. 얼마 전 성소수자로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가 속한 시스템이 그를 바깥으로 추방한 셈인데, 그 역시 혐오와 차별이 여전한 이 세상을 저버렸다. 다양한 가치와 여러 지향성이 함께 공존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다. 정치적인 다수관계의 가변성과 함께 선거를 통한 집권세력의 교체만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가치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며칠 전 우리에게 영화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초상이 삽입된 50파운드짜리 새 지폐가 발행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에 체포돼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나 아렌트가 남긴 경구(警句)로 글을 맺는다. “유대인은 언제나 희생양이라는 이론은 그 밖의 누구라도 유대인처럼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변희수 전역 취소재판 유족이 이어 계속한다

    변희수 전역 취소재판 유족이 이어 계속한다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전역 취소 청구 소송이 계속 진행된다. 변 전 하사가 숨졌지만 유족이 원고자격을 이어받게 돼서다. 이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9일 원고 상속인들(변 전 하사 부모)이 신청한 소송수계를 허가했다. 소송수계는 소송절차 중단을 막기 위한 절차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다투고 있는 원고의 군인으로서 지위가 상속 대상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전역처분 취소 여부가 고인의 전역 예정일까지 미지급 보수 등을 청구할 법률상 권리에도 영향을 미쳐 상속인들이 전역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승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원고 소송대리인측은 “법률상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소송을 승계할 수 있다”며 “유족이 구하려는 경제적 이익이 있는 만큼 재판부에 원고적격 여부를 판단 받으려는 것”이라고 소송수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육군참모총장(피고)을 상대로 소송을 낸 당사자(원고)가 사망해 소송수계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대로 재판이 종료될 상황이었다. 변 전 하사는 지난달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첫 변론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45분 대전지법 별관 332호 법정에서 열린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쟁점은] ‘성소수자 보호’ vs ‘동성애 조장’ 서울 학생인권종합계획 논란

    [쟁점은] ‘성소수자 보호’ vs ‘동성애 조장’ 서울 학생인권종합계획 논란

    “15세 양성애자 시스젠더입니다. 교과서에는 전혀 성소수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13세 범성애자입니다. 선생님이 레즈비언, 게이 같은 동성애자들이나 트렌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들은 전부 정신병자라며 우리 반엔 없길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세 범성애자 논바이너리입니다.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아 친구 관계는 물론 학교생활이 무너졌습니다. 소문을 알고 있는 사람을 누구일지 몰라 늘 불안했고, 아우팅과 조롱을 학교폭력으로 넘기는 과정 속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이 지난 4일 공개한 성소수자 학생 106명의 목소리 중 일부다. 앞으로는 서울 초·중·고에 다니는 성소수자 학생들이 교실에서 차별과 혐오 등에 직면할 땐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쟁점은: 학생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기조에 보수·기독교 단체들은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한다면서 맞섰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일 발표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가 명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학교 일상에서 인권이 실현되는 서울교육’을 목표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3년 주기로 발표한다. 그간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반대에 번번이 부딪혀 성소수자는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2018~2020)에도 ‘소수자 학생 차별 예방 및 지원’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장애학생과 학생선수 정도만 소수자로 규정됐다. 구체적으로 성소수자 학생이 차별과 혐오 등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상담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활용되는 교육 자료에서 성 평등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또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과 연계한 성평등 교육자료도 개발한다. 특히 일부 단체들이 “동성애 의무 교육을 시행한다”며 삭제를 요구했던 ‘성소수자’와 ‘성평등’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최근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강제전역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가 심각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 성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혐오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는 상황에서 이 학생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관련 내용을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보수·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가치 편향적 교육’이라며 반발했다. 30개 단체가 연합한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성 소수자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소아성애자, 동물성애자까지 포함할 것인지 개념 정립조차 어려운데 무작정 성 소수자 학생 인권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교육 폭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도 “일각에서는 남녀 두 성별에만 국한하지 않고 성소수자들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성평등’의 개념을 사용하도록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가치 편향적 단어는 학교 교육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기를 기회’라며 환영했다. 전교조는 “차별 세력의 저항과 일부 시민들의 오해가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종합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길 바란다”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 주체로서 당당히 참여하고 민주시민의 역량을 기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도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 만에 성소수자 학생이 당당히 언급됐다”며 “향후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조처들이 이뤄져 성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인권만 중시하고 교사의 인권 보호는 빠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교총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문제행동 학생의 학습권·교권 침해에 대해 적절한 제어 방안이 없어 수업 및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학생의 권리 보장 및 강화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침해할 경우 그에 따른 제재 수단 및 재발 방지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취중생]미군 트랜스젠더가 한국의 ‘변희수’들에게

    [취중생]미군 트랜스젠더가 한국의 ‘변희수’들에게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이안은 20살이던 2010년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습니다. 군인인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일하고 나라를 지키며 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도 참여하는 등 본토와 해외를 오가며 미군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해외파병을 나갔던 2015년 무렵, 그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뒤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 입대를 허용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내 모습으로 복무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신났다”고 했습니다. 그는 일리노위주 방위군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여성임을 주변에 공개하는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지휘관과 부대원들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그들은 “응원할게.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리앤으로 불러줘”라고 답했습니다. 리앤 위스로 하사는 변함 없이 그들의 친구이자 동료였습니다. 위스로 하사는 “제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신 주변의 누군가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이게 가장 바람직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불과 1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고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고 트윗을 날렸습니다. 위스로는 “많은 부대 동료들에게 여성이라고 커밍아웃을 했기에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경력이 여기서 끝났다고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다행히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됐고, 위스로는 군 의료진과 지휘부의 도움을 받으며 성확정(성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 맡아온 군 공보 업무도 계속해나갔습니다. 그는미국인들에게 군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현장을 촬영하며, 언론 대응도 담당합니다. 합동훈련인 경우 다른 국가들과 협업도 그의 몫입니다. 2019년에는 요르단에서 열린 이거 라이언, 2020년에는 알래스카에서 아크틱 이글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육군 표창 메달, 육군 업적 메달도 받았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트랜스젠더 군 입대·복무 중 성전환 허용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인 지난달 31일 미국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관련 2016년 정책을 복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처럼 트랜스젠더가 군 입대하고 성확정(성전환) 관련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 사회는 어떻게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였을까. 위스로 하사는 말합니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한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현실과도 동떨어진 정책입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훌륭하게 복무하고 있습니다. 성 정체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대가 지켜야 하는 포용, 평등과 같은 가치도 훼손하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몇몇 트랜스젠더 퇴역군인들도 차별 철폐에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부터 트랜스젠더 미군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도 차별 철폐를 요구했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트랜스젠더를 포용하고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트랜스젠더 군인은 ‘파일럿 같은 업무에 적합하지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동성애 군인들도 비슷한 차별을 겪었지만, 점차 나아졌습니다. 트랜스젠더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도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스로 하사에게 “만약 2016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허용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은지”를 물었습니다.“저는 2016년 전에 제 정체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을 제 자신을 숨기면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몹시 슬펐습니다. 아마 제 자신을 숨기며 군에 남았겠죠. 그리고 저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위스로는 “한국군 내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한국군 트랜스젠더들에게 “어렵겠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전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세상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더 포용적인 사회는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살게 될 것입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금요칼럼]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즉시 해야 할 일/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금요칼럼]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즉시 해야 할 일/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국가가 “우리나라 군대”에서 복무하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군에서 복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성주체성 장애로 번역되는 젠더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즉 트랜스젠더는 더이상 정신건강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주체성 장애를 정신질병목록에서 삭제하며 정신건강상태와 무관함을 적시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 역시 2020년 7월 29일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기초한 폭력과 차별에 대항하는 보호에 관한 독립전문가, 모든 이의 달성 가능한 최상의 신체 정신건강 수준을 누릴 건강에 관한 특별보고관,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여성과 소녀 차별에 관한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의 공동명의로 한국 정부에 “트랜스젠더 군인의 강제전역 처분”과 관련해 “성적 다양성을 병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국제질병분류에 위배되며,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취임하자마자 2021년 1월 25일, 트랜스젠더 군인이 복무하더라도 작전 효과성, 부대결속력, 의학적 측면에서 영향이 없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트랜스젠더 군인을 군복무에서 제외한다거나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미 대통령은 ①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이나 계속 복무거부 등을 즉시 금지시키고 ② 이에 대한 확인 및 조사의 즉시 착수를 지시하였으며 ③ 60일 이내에 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최초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여러 다수의 나라에서 트랜스젠더 군복무를 허용하고 군 복무 중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영국은 복무 중인 군인이 성전환 수술을 할 경우 호르몬 치료 비용을 지원해 주고 역사적 맥락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우리보다 전쟁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도 군대 내에서의 성 결정 수술뿐만 아니라 여성화 얼굴성형을 포함한 모든 전환 비용을 의료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진정결정에서 우리나라 국가시스템이 성소수자 차별적이며 사회적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군시스템 내 보호조치들이 없음을 지적하며 관련 규정들의 개선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 군대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따른 부담을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겁하며 야만적이다. 트렌스젠더의 장교 또는 부사관 임관, 병 임관도 허용되지 않는다. ‘성주체성 장애’를 질병의 일종으로 보고 행정명령으로 트랜스젠더의 배제를 정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반인권적 차별행위이다. 병역판정 신체검사규칙 중 성주체성 장애, 육군 건강관리규정 중 성주체성 장애 등이 그러한 행정명령이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폐지해 개선할 수 있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방부 장관에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성주체성 장애’에 근거하거나 성별에 근거한 차별적인 처분을 즉시 금지하고, 국제인권법기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이어서 헌법에 반하는 기준들을 폐기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조치 마련에 관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국회 역시 차별금지법을 포함해 성별 또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그에 필요한 보호조치들을 입법하고, 행정부가 제대로 된 조치를 하고 있는지 견제, 감독해야 한다. 혁혁한 성과로 참모총장상까지 받았던 고(故) 변희수 전 하사 같은 젊은이들이 근거 없는 편견과 성차별에 노출돼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즉시 하라. 더 늦어서는 안 된다.
  • 나는 성당마저 거부한 게이입니다… 나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섰습니다

    나는 성당마저 거부한 게이입니다… 나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섰습니다

    동성애 고백에 다니던 성당서도 쫓겨나김보미 서울대 총학회장 보며 용기 얻어후보자 정책토론회서 동성애자라 밝혀 유명 정치인도 성소수자 인권 뒤로 미뤄아픈 시간 견디는 사람에게 용기 주고 파“지난 1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소수자들에게 정말 가혹한 시기였어요.” 올해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훈(24)씨가 31일 ‘커밍아웃’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랬다. 이씨는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 전역과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물 훼손에 이어 최근 성소수자들의 잇따른 사망을 목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날 성공회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게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들의 삶에 희소식이 있었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저의 커밍아웃이 아픈 시간을 견디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기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일련의 비극 속에서 6년 전 일을 떠올렸다. 그는 “커밍아웃을 한 서울대생 김보미씨가 국내 대학 처음으로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며 “자신감이 없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김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다.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가려져 있기만 한 더 많은 성소수자들의 삶이 우리 사회에 가시화(可視化)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이씨는 2017년 평소 다니던 성당에서 커밍아웃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임 신부가 이씨에게 “아이들 곁에 너 같은 사람을 둘 수 없으니 성당에서 나가라”고 했다. 성당에서 쫓겨난 이씨는 “그때가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몇 달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는 이씨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준 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며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교내 인권위원회 활동을 했던 제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말한다는 것이 위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하고 육군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했던 2017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유명 정치인들도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면서 “언제까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울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제 커밍아웃이 성소수자들에게 희소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 커밍아웃이 성소수자들에게 희소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소수자들에게 정말 가혹한 시기였어요.” 올해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훈(24)씨가 31일 ‘커밍아웃’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랬다. 이씨는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 전역과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물 훼손에 이어 최근 성소수자들의 잇따른 사망을 목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기로 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게이라고 밝힌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들의 삶에 있어 희소식이 있었던 때가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정말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저의 커밍아웃이 아픈 시간들을 견디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희소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일련의 비극 속에서 6년 전 일을 떠올렸다. 그는 “커밍아웃을 한 서울대생 김보미씨가 국내 대학 처음으로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에 당선된 일이 있었다. 당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김보미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다”며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이씨는 2017년 평소 다니던 성당에서 커밍아웃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임 신부가 이씨에게 “아이들 곁에 너 같은 사람을 둘 수 없으니 성당에서 나가라”고 했다. 성당에서 쫓겨난 이씨는 “그때가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몇 달에 걸쳐서 고민했다는 이씨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제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며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교내 인권위원회 활동을 했던 제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제가 다른 곳에 가서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말한다는 것이 위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선거운동본부 이름은 ‘오늘’이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보장이 나중으로 미뤄진 사람들의 손을 오늘 잡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이들의 일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씨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아이를 키우는 학생을 위해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한 화장실이다. 동시에 성별의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다. 이씨는 “이 공약은 2017년 커밍아웃을 한 백승목씨가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학우, 성소수자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겠다며 추진했던 공약이다. 그런데 성소수자 이슈만 부각돼 학내 혐오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면서 “당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는데 이 팀에 참여한 학생들이 ‘신상 털기’ 공격을 당했다. 결국 학교본부가 이 사업을 좌절시켰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학교의 조치는 성소수자들에게 ‘너희를 위한 화장실은 필요 없다’, 그리고 혐오세력에게는 ‘너희가 옳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면서 “성공회대가 혐오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하고 육군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했던 2017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유명 정치인들도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면서 “언제까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울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獨 첫 트랜스젠더 지휘관, 美 아프간 전쟁 영웅도… “차별 철폐”

    1974년 네덜란드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한 이후 호주, 프랑스, 이스라엘, 영국, 태국 등 20여개국이 성전환자를 군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라마다 변희수가 있었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있었다. 독일에는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한 영관급 지휘관이 있다. 2015년 불혹의 나이에 커밍아웃한 아나스타지아 비에팡 중령이다. 그는 2017년 750명이 일하는 정보기술대대를 이끌게 되면서 독일 연방군의 첫 트랜스젠더 지휘관에 올랐다. 비에팡 중령은 독일군 내 성소수자를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퀴어연방군협회(QueerBw)의 이사로 활동하며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알리고 있다. 미국의 로켓 과학자인 브리프람 공군 중령은 2016년 미군 내 트랜스젠더 금지가 철회되자 커밍아웃을 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 군인의 군 복무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의 부회장으로서 군인이나 대중들에게 성전환자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퇴역 후 커밍아웃을 하고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차별과 싸우는 이들도 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20년간 근무했던 크리스틴 벡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여러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다. 그는 2011년 전역한 뒤 2013년 미 해군 가운데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자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차별 철폐에 앞장섰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美, 5년 연구 거쳐 군복무 허용… 韓, 변하사 사망 후에야 “검토”

    美, 5년 연구 거쳐 군복무 허용… 韓, 변하사 사망 후에야 “검토”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미국이 최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면서 우리 군도 트랜스젠더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 전역 취소 소송에서 사법부가 전역 처분을 바로잡고, 국방부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지만, 다시 군으로 돌아가기 위한 복직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공동변호인단은 다음달 15일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 유가족이 소송을 이어받겠다는 의사를 담은 수계 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유족들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트랜스젠더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한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변호인단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이 이미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적합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군사문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복무가 군 준비태세와 의료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변호인단 김보라미 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대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군대를 포용적이고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언급됐다”면서 “이스라엘도 성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등 의료비용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변 전 하사의 커밍아웃 이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관련 연구가 전혀 없었다. 지난해 1월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성소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군에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말에 그쳤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여전히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규정하며 강제 전역 사유로 본다. 변 전 하사 사망 후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군은 뒤늦게 반응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연구가 있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아직은 없는데 이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하반기부터 트랜스젠더 복무를 위한 비용 추계와 작전성 검토 등 전반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트랜스젠더 복무 논란이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의 연구 결과가 트랜스젠더의 복무를 거부할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의 다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미국판 변희수’는 강제전역 없었다

    ‘미국판 변희수’는 강제전역 없었다

    오늘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트랜스젠더는 왜 군인이 될 수 없나’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그녀가 미군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서울신문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을 맞아 트랜스젠더로 미군에 복무 중인 부사관 리앤 위스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가시화의 날은 2009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을 알리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성전환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 담당 부사관이자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위스로는 2010년 ‘이언’(Ian)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도 참여하는 등 본토와 해외를 오가며 미군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남성의 외형을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여성이라 느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자 그는 감췄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위스로는 “수년간 정체성을 고민해 오다 해외 파병을 나갔던 2015년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진정한 내 모습으로 복무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신났다”고 회상했다. 기쁨도 잠시였다. 1년 만에 그는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위스로는 “많은 부대 동료들에게 여성이라고 커밍아웃을 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력이 여기서 끝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은 그를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조차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다. 오히려 위스로는 군 의료진과 지휘부의 도움으로 2019년 성확정(성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언을 여자 이름인 리앤(LeAnne)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성의 체력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위스로는 “감사하게도 지난 5년 동안 많은 동료들이 나의 성전환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방위군은 지난해 11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이야기를 ‘이달의 군 가족’ 사연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커밍아웃 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삶은 변함없었다. 위스로는 2019년 합동군사훈련 이거 라이언, 2020년 알래스카에서 아크틱 이글 훈련에 참여했다. 육군 표창 메달, 육군 업적 메달도 받았다. 트랜스젠더 미군과 퇴역군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에서도 활동 중인 위스로는 “나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훌륭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는 건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대가 지켜야 하는 포용, 평등과 같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다시 허용했다.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과 싸워 온 위스로와 동료들의 생각이 옳다고 인정했다. 위스로는 동료가 될 또 다른 ‘변희수’, ‘리앤’의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고 변희수 하사가 미군이었다면…미국은 트랜스젠더가 ‘조직의 얼굴’

    고 변희수 하사가 미군이었다면…미국은 트랜스젠더가 ‘조직의 얼굴’

    ‘트랜스젠더는 왜 군인이 될 수 없나’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그녀가 미군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서울신문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로 미군에 복무 중인 부사관 리앤 위스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성전환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 당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 담당 부사관이자 군 내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위스로는 2010년 ‘이안(Ian)’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도 참여하는 등 조국 안팎에서 굵직한 업무를 수행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자 그는 감췄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위스로는 “수년간 정체성을 고민해오다 해외 파병을 나갔던 2015년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진정한 내 모습으로 복무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신났다”고 회상했다. 기쁨도 잠시였다. 1년 만에 그는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위스로는 “많은 부대 동료들에게 여성이라고 커밍아웃을 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력이 여기서 끝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은 그를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조차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다. 오히려 위스로는 군 의료진과 지휘부의 도움을 받은 덕에 2019년 성확정(성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안을 리앤(LeAnne)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성의 체력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위스로는 “감사하게도 지난 5년 동안 많은 동료들이 나의 성전환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방위군은 지난해 11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이야기를 ‘이달의 군 가족’ 사연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커밍아웃 후에도 군인으로서 삶은 변함 없었다. 위스로는 2019년 합동군사훈련 이거 라이온(Eager Lion), 2020년 알래스카에서 아크틱 이글(Arctic Eagle) 훈련에 참여했다. 육군 표창 메달, 육군 업적 메달도 받았다. 트랜스젠더 미군과 퇴역군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에서도 활동 중인 위스로는 “나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훌륭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는 조치는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대가 지켜야 하는 포용, 평등과 같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다시 허용했다. 위스로와 동료들이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과 싸워 이긴 성과를 인정한 조치다. 위스로는 동료가 될 또 다른 ’변희수’, ‘리앤’의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트랜스젠더 입대 재허용…고 변희수 하사는 복직 소송 미국이 최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면서 한국군도 트랜스젠더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전역 취소 소송에서 사법부가 전역 처분을 바로 잡고, 국방부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전 하사가 숨졌지만 복직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공동변호인단은 다음달 15일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유가족이 소송을 이어받겠다는 수계 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유족들의 수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트랜스젠더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한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변호인단은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적합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군사문제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복무가 군 준비태세와 의료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변호인단 김보라미 변호사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대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군대를 포용적이고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언급됐다”면서 “이스라엘도 성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등 의료비용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변 전 하사의 커밍아웃 이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관련 연구가 전무했다. 지난해 1월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성소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군에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말로만 그쳤다. 여전히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규정해 강제 전역시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때문에 성 정체성에 따른 선택을 심신장애로 적용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변 전 하사가 사망하고 반향이 커지자 군은 뒤늦게 반응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연구가 있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아직은 없는데 이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향후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도로 트랜스젠더 복무를 위한 비용 추계와 작전성 검토 등 전반적인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다. 군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연구인 만큼 KIDA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분위기로 전해졌다. 현재 관련 연구 조직 및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연구에 착수할 전망이다.다만 트랜스젠더 복무 논란이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군의 연구 결과가 트랜스젠더의 복무를 거부할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의 연구 언급이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공동행동 “변희수 기억하며…트랜스젠더 안전한 세상 쟁취”

    공동행동 “변희수 기억하며…트랜스젠더 안전한 세상 쟁취”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1일)을 앞두고 변 하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트랜스젠더는 당신 곁에 있다-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시청역에서 시작된 공동행동에는 지지하는 시민 100여명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리본과 배지 등을 달고 열차에 올라 트랜스젠더나 성 소수자 관련 책을 읽었다. 일부는 무지개 천막을 열차 칸막이에 걸어두기도 했다. 현장에서 특별한 충돌은 없었지만, 한때 지하철 보안관이 “보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천막 철거를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호선 열차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시청역에 도착한 뒤 참가자들은 무지개색 우산을 펼쳐 들고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다.공대위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을 위해 오후 3시 31분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트랜스젠더에게 어딘가 숨어 눈에 띄지 않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유 있는 소수정당의 첫 유세…알바, 성소수자, 여성

    이유 있는 소수정당의 첫 유세…알바, 성소수자, 여성

    기본소득당, 편의점 알바노동자 만나 ‘재난지원금’ 강조미래당, 변희수 전 하사 참배하며 ‘무지개 서울시장’팀서울,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전 시장 비판4·7 서울 보궐선거에 출마한 소수정당 및 원외정당 후보들이 25일 ‘알바’, ‘성소수자’, ‘여성’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이유 있는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25일 0시 은평구 연신내역 주변 ‘편의점’에서 야간 노동을 하고 있는 알바노동자들을 만나며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 후보는 “알바노동자를 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정작 알바노동자들의 피눈물나는 현실은 외면한 채 알바를 ‘체험’하는 행태에 참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간 박 후보는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 편의점에서 ‘알바 체험’을 하고 있었다.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정당답게 서울형 기본소득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심해진 불평등 극복을 위해 모든 서울시민에게 월 25만원의 기본소득으로 정의롭고 존엄한 삶을 보장하겠다”며 ‘안될 것 없잖아 서울기본소득’이라는 이번 선거 캠페인 슬로건의 의미를 설명했다.‘무지개 서울시장’을 내세운 미래당 오태양 후보는 이날 새벽 청주 목련공원을 찾아 변희수 전 하사를 참배했다. 오 후보는 ‘퀴어퍼레이드’의 상징적인 공간인 서울시청,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국방부 앞,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종교기관에서 유세 일정 등을 잡아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 후보는 참배 후 페이스북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오태양이 기갑의 돌파력 용맹군인 변희수 하사의 뜻을 받들 것”이라면서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해 혐오와 차별을 먹고사는 세력들에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기는 소수자들이 만들어 갈 서울은 무지개”라며 “혐오차별의 장막을 활짝 걷고 다양성과 어울림의 도시 서울을 일구겠다”고 덧붙였다.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는 오전 시청 앞에서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 미투선거에서 위드유 서울로’ 유세 시작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으로 570억을 쓰며 재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당연히 부끄러워야 할 이들은 뻔뻔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민주당은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후보를 냈다”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다릅니까. 10년 전 무상급식 하지 못하겠다고 하며 서울시장 내려놨고, 용산참사의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신 후보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8만 2000여 표를 얻어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 명의 시장 후보와 각자의 전문성을 띈 여섯 명의 부시장 후보와 함께 ‘팀서울’을 이뤄 선거를 완주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여영국 신임 정의당 대표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여영국 신임 정의당 대표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여영국 “국민의힘은 구기득권, 민주당은 신기득권” 강민진 “586식 민주주의 종결시키겠다”여영국 정의당 신임대표가 고 노회찬 전 대표의 묘소를 찾으면서 자신의 임기를 시작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고 변희수 하사를 참배했다. 여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대표단 이·취임식에서 “아침에 노회찬 의원님, 전태일 열사, 백기완 선생님 또 고 김용균 청년 또 영원한 진보정당의 조직실장 오재영 동지 묘소를 찾아뵀다”며 “마석모란공원에 갈 때마다 노회찬의 노자만 봐도 눈물을 안지은 적 없는데, 오늘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여 대표는 정부 여당을 질타했다. 여 대표는 “LH 땅 투기 사태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기강문란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실패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며 “그런데 어제 국토위 소위원장을 맡은 집권여당의 의원은 LH투기에 대한 소급처벌은 안 된다며 추징과 몰수조항을 법안에서 빼버렸다”고 비판했다. 여당이 강하게 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여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며 “역대 정권들에서 수 차례 그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산 3개를 바다에 집어넣고, 예비타당성을 면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이유는 당면한 선거가 아니고서는 납득 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국책사업을 눈앞의 선거승리와 맞바꾼 정치공항, 매표공항은 두고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 대표는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머뭇거리고, 제주도민들을 배신하며 제2공항에 열 올리는 국민의힘은 구기득권”이라면서 “촛불 민심에서 멀어져 개혁을 등지고 기득권 유지에 전전긍긍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신기득권이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제 기득권이 판치는 시대를 끝내겠다”라며 “땀 흘려 일하는 다수의 보통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드는 세상의 모든 기득권 카르텔과 격렬한 전쟁 치르겠다”고 말했다.청년정의당의 초대 대표가 된 강민진 대표도 이날 “청년정의당을 토대로 성장할 진보정치 3세대가 이제 곧 우리당을 함께 이끌고 또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취임사를 밝혔다. 그는 “저는 오늘 아침 고 변희수 하사님을 찾아뵀다”며 “취임 전에는 원래라면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죽음을 먼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은 조국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고인을 지켜주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이 되어 약자의 정치를 잠식한 586식 민주주의를 종결시키는 데 앞장서겠다”며 “우리 현실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또 소리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정의당 새 당대표’ 여영국, 붉어진 눈시울로 “기득권 해체시킬 것”

    ‘정의당 새 당대표’ 여영국, 붉어진 눈시울로 “기득권 해체시킬 것”

    23일 6기 정의당 지도부 당대표로 선출된 여영국 신임 대표는 당선인사에서 “당대표로서 정의당의 모든 당력을 쏟아부어서 불평등과 차별에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6기 정의당 지도부 보궐선거 및 청년정의당 대표 선출 보고대회’를 열고 1만 766명 투표에 찬성 9635표, 반대 748표, 무효 383표(찬성률 89.5%)로 여 전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사태로 물어나면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다. 여 대표는 “정의당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매일매일 놓아버릴까 말까를 갈등하면서 제발 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달라던”이라고 하던 중 말을 끊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다시 마이크를 잡은 여 대표는 “어느 당원의 말씀이 생각난다”고 말을 이었다. 여 대표는 이어 “진보정당의 가시밭길을 헤치며 뜻하지 않게 먼저 가신 노회찬 전 의원님, 영원한 조직실장 오재영 동지, 우리 앞길을 늘 비쳐줬던 이재영 동지가 상상하고 꿈꿨던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며 “그 뜻을 길잡이 삼아서 정의당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다가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또 “하루에도 매일 몇 명씩 제2, 제3의 김용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 변희수 하사, 고 김기홍 활동가를 절망적인 죽음으로 몰아간 잔인한 차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목소리도 냈다. 여 의원은 “거대양당은 다양한 가치를 부정하고 양당 기득권 정치동맹을 더욱더 공고히 해가고 있다”며 “기득권 동맹의 바깥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모든 국민들 곁으로 다가서서 그들과 손잡고 반기득권 정치동맹을 만들어서 반드시 기득권을 해체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만 35세 이하 당원을 대상으로 한 청년정의당 대표로는 단독 출마한 강민진 후보가 찬성률 81.3%로 선출됐다. 부대표 선거는 박창진 후보 4659표(득표율 45.89%), 설혜영 후보 4226표(득표율 41,63%), 이상범 후보가 1267표(득표율 12.48%)를 득표한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어 박창진·설혜영 후보가 24~29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심리상담사들이 본 성소수자 심리적 위기, “김기홍·변희수·이은용 사망은 사회적 타살”

    심리상담사들이 본 성소수자 심리적 위기, “김기홍·변희수·이은용 사망은 사회적 타살”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작가 등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트랜스젠더들이 최근 연이어 사망한 가운데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지난 19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와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와 공동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모두 심리상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정체성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배제에 대한 공포로 전문가들은 성소수자들이 ‘아웃팅’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웃팅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웃팅을 당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다. 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구조와 맞닿아 있다. 성소수자들은 성장과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수용되기 어려운 환경에 있어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내면화될 위험성이 크다. 오 대표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회에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사회구조적 어려움이 성소수자 개인 내면의 모든 이슈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우려하다보니 늘 조심스럽게 주의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발달 이행기’에 높아진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 이행기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변 교수는 “예컨대 대학 공간 안에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자신의 정체성 그대로 존중받고 살다가 취업 활동에 접어드는 등 변화가 생기면 다시 사회적 배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 성소수자의 마음 상태를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 교수는 “지금처럼 성소수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서울시장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경우 심리적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접적으로 혐오 표현을 듣거나,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에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지난 2018년 반대 세력의 폭행과 고성에 무산됐던 인천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상당한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성소수자 스트레스 관리, 개인에게 돌려선 안돼”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에게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성소수자의 심리적 위기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이 이들을 배제하는 사회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란 쉽지 않다”면서 “마음 건강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가 개인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도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된다’, ‘생각을 달리하면 된다’는 메시지들이 모든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치환하며 오히려 개인을 더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면, 빠르게 사회 안전망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소수자들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기관 등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에서 언제든지 온라인 상담(https://chingusai.net/xe/online)을 받을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 사이 전화 상담(02-745-7942) 예약도 가능하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마음이음(1577-0199)에 연락하거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사설 상담센터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대상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과 연락하거나, 좋아하는 장소에 가거나 반려동물을 떠올려보는 것도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오 대표는 “자신의 존재를 수용해주는 사람, 성소수자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질만 한 공간 등이 사회적으로 갖춰져 있을 때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상담사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중심으로 모였고, 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10일 트랜스젠더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하겠다는 내용의 연서명을 발표했다. 연서명은 박도담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선임상담원의 주도로 시작해 이틀만에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등 소속 상담사 600여 명이 참여했다. 지지 모임의 활동은 연서명으로 끝이 아니다. 오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맞춰 트랜스젠더 용어에 대한 미국 자료를 번역해 배포할 예정이다. 모두에게 안전한 상담실 환경을 만드는 캠페인도 기획 중이다. 성소수자들의 힘이 되고 싶은 상담사가 있다면 지지 모임의 공식 계정(allly.counselors2021@gmail.com)으로 연락해 모임에 함께할 수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이슬기 기자의 대담한 언니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대담한’ 언니들의 대담입니다.함께 세상을 바꾼, 혹은 바꿀 지혜를 나누고 힘을 얻어 가는 장입니다. ‘언니’는 사전에도 나와 있듯 성별 관계없이 동성의 손위 형제에게도 쓰는 말이므로 여성만 소환하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멋있으면 다 언니’입니다.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최근 두 달 새 전해진 그들의 부고는 사람들에게 잠시 망각했던 ‘차별금지법’을 다시 소환했다.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족쇄였던 그들의 세상살이가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덜 팍팍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국민 88.5%가 지지한다는 차별금지법은 14년째 답보 상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을 권고하고 이듬해 법무부 안으로 발의된 이후 7번 발의됐지만 철회·폐기를 반복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은 발의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6월 어렵게 공동발의 요건인 10명을 채워 8번째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됐더라면 적어도 변희수 전 하사를 강제 전역 처분한 국방부에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왜 차별금지법은 늘 제자리걸음일까. 21대 국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 의원과 공동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을 만나 물었다.-지난 3일 저녁, 변 전 하사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장혜영 그날 저녁 늦게 뉴스를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애도의 시간을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첫말을 썼던 기억이 나요. 권인숙 저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했는데, 그냥 멍해서… 장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좌관한테 얘기를 하려는데 확 올라오더라고요. 사람이 마음으로 우는 게 뭔지 알겠더라구요. -변 전 하사가 떠나고, 차별금지법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장 의원님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법안에 권 의원님이 공동 발의했어요. 당시 장 의원님은 국회의원 모두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편지를 띄웠고, 권 의원님은 이동주 의원과 함께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었어요. 당시 심정과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장혜영 차별금지법은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의 대표 공약이었어요. 그동안 발의됐던 법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내용보다 ‘어떻게 발의해서 캠페인할까’가 중요했어요. 21대 국회에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인 분들이 많았던 적이 없어서 하루라도 빨리 발의해 21대 국회의 차별성을 보여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공동발의할 의원님을 찾으려 연락하면 가치에는 공감해도 현실적 이유들로 마다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권인숙 보좌진이 엄청 반대했을 거예요. 워낙 격렬하게 몇 주 동안 (문자·전화 공세를) 감당해야 하니까…. 장혜영 맞아요. 공동발의에 대한 책임 범위가 의원 개인을 넘어선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이것(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알고 같이 감당하겠다’는 권 의원님의 말씀에 정말 감사했어요. 권인숙 일단 저희 보좌진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고요(웃음).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까지 됐다가 발의자가 철회했던 법안이기도 해 경험치가 안 좋았을 거예요. 지역구 등에서 공격을 심하게 받아 본 경험들도 있고… 다들 힘들었을 거예요. -기독교계 일부에서 “우리는 이미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는 논리를 폅니다. 장혜영 존재의 역설인데요. 그 법들로 충분했다면 이 논의가 나오지 않겠죠. 그런 발화 자체가 차별과 편견을 더 확장하는 측면이 많고요. 권인숙 저희에게는 사실 장애인차별금지법밖에 없어요. 양성평등기본법은 차별금지법이 아니고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거예요. ‘이 정도는 하지 말자’는 선을 알려 주는 것이고, 개별적으로는 꼼꼼하게 따져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죠. 장혜영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 발전의 성과를 남기는 일일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완전히 평평한 게 아니라 울퉁불퉁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사회 발전을 위한 규칙들을 만드는 건데, 그 기준이 필요 없다는 건 기존의 울퉁불퉁함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고요.-현재 차별금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장혜영 비교섭단체의 절절한 설움이 있었어요. 당 대표, 원내대표, 여야 할 것 없이 법사위 위원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국회 내 정치 역학이 있잖아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 논의를 진척시키는 게 어려웠어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하는 ‘평등법’에 의원 2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권인숙 저도 평등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종교계와의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 의원이)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지역구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변 전 하사 사건을 계기로 다들 급박함을 느끼고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지역 내 기독교 일부 조직의 저항과 반대가 워낙 거세 위축돼 있었지만 더이상 이럴 순 없다는 거죠. 더이상의 핑계는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에요. 다수 의원들이 조직적 저항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장혜영 그래서 초반에 ‘당론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렸었어요. 개별 의원이 짊어지고 가는 게 아니라 당이라는 우산 안에 있으면 행동하기 훨씬 더 편안하니까요. 이 의원께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과 공동발의하려는 건 그런 맥락이라고 봐요. 이 의원님 안이 발의되면 차별금지법을 더욱 폭넓게 논의하는 물꼬가 될 거예요.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죠.-국민 10명 중 9명이 원한다는데, 왜 지금껏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자리일까요. 권인숙 ‘성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난리가 나는 사태를 경험했던 분들이 국회에는 있죠. 20대 국회 선거 때도 ‘동성애 옹호 후보 낙선 운동’ 하는 식으로 표적이 됐던 경험들이 있고요. 장혜영 (반대 진영에서) 약한 고리를 전략적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차별금지법이 포괄하는 영역이 광범위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로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니까… 상대적으로 더 큰 연대를 이루지 못하고, 성소수자 진영의 운동처럼 여겨지는 거죠. 권인숙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측이 상대적으로 국회에서 강력한 로비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세요. 기독교계 일부는 지역구마다 결집돼 있고, 교회들이 중심이 돼 직접 힘을 행사하는 데 비해서요. 기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의견이 40% 이상으로 반대하는 분들보다 많고, 20대 국회 때도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오적’으로 꼽혔던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당선됐어요. 그게 사람들 투표 기준이 되지는 않는데, 조직화된 소수의 결집된 힘을 훨씬 민감하게 체감하는 거예요. 장혜영 정말 놀랐던 게 “차별금지법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고 하시는 의원들이 있었어요. 제 주변에는 사적·공적으로 함께하는 성소수자들이 있어 그들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는지 아니까 당면한 우선순위 의제거든요. 21대 국회의원 모든 분들에게 단 한 명의 동성애자 친구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잊혀진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권인숙 악순환의 고리죠. 우리 사회는 억압과 혐오가 심하니까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까 자기 가까이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해요. -주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지난 9개월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장혜영 정치하는 남성들은 이런 질문 안 받죠. ‘여성 국회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지만. 그것이 유리천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했어요. ‘청년 대표’, ‘여성 대표’라고는 하는데 ‘인간 대표’로는 절대 안 쳐 주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여성 의원이 일반적인 의제를 다루는 걸 이례적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여성 의제를 다루면 ‘쟤는 여성 의제만 해’라는 식의 시선도 있고요. 권인숙 큰 정당에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로서 여성 의제를 잘 대변해야 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중요 책무였어요. 먼저 낙태죄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했어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통과와 교육위원회에서 성평등 교육의 의미를 강조한 것은 9개월간의 활동으로서는 괜찮았다 싶어요. -장 의원님은 지난 1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습니다. 당시 권 의원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장 의원)을 믿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지지”라고 했고요. 김 전 대표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미흡한 정치권 성평등 실현을 위해 무엇이 급선무인가요. 장혜영 문제를 문제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제가 던졌던 메시지 중 명확한 것은 ‘리더도 예외는 없다’는 거였어요. 가해자도 피해자도 도망칠 곳은 없었던 거죠. 전면 쇄신하려면 먼저 문제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걸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아요. 직시하지 않으면 풀 길이 없는데 말이죠. 권인숙 국회는 성평등과 관련해 가장 노력하지 않는 곳 같아요. 광역단체장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저 같은 전문가한테 자문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요. 권인숙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통과시키느라고 엄청 고생했어요. ‘위장 수사’에 대한 인권적인 해석, 검경 간 수사 방식에 관한 의견 차 등을 좁히기 어려웠는데 저와 보좌진의 ‘광기’로 진행시켰어요. 관계자들을 만나 독촉하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정이었죠. 평등법,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발의했던 사람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양심에 호소하든, 언론을 움직이든, 의원 총회에서 울고 불고 하든 모든 걸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해요. 의지이고, 전투의 문제거든요. 장혜영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전면전밖에는 답이 없어요. 너무나 오래됐고 진영화돼 있는 싸움이어서… 저는 차별금지법을 의견의 대립인 것처럼 다루는 데 동의하지 않아요. ‘성소수자의 자유만큼 반대할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 양비론을 내세우는데, 그건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해요. 이건 의견의 대립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문제예요. 사람이 더 죽으면 안 되잖아요.
  • 동성애자로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은…강제람 씨의 호소

    동성애자로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은…강제람 씨의 호소

    지난해 11월 영국 BBC는 시각예술활동가 강제람(36) 씨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설치작품전 ‘유 컴 인, 아이 컴 아웃, 정신병동에서 온 편지들(You come in, I come out - Letters from Asylum)’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16일 다시 4분여 동영상을 홈페이지 전면에 올려 눈길을 끈다. 아마도 변희수 씨가 유명을 달리한 것이 계기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시회를 구상하게 된 것은 2017년 육군 중앙수사단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92조6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처벌하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때 23명이 입건됐고,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 역시 성소수자로 2008년 군에 입대해 충격적인 일들을 경험했다. 영국 유학 중이었는데 기획전을 구상하면서 이듬해 처음으로 다른 시기에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3명의 병사 증언을 듣게 됐다. “누군가 작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을 때, 거기서 변화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강씨는 배치된 자대에서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그는 몇몇 선임들과 부대원들이 그의 몸을 만지고, 귓불에 바람을 불고 속옷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한 부사관이 그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고 그는 성소수자란 사실을 털어놓았다. 문제의 부사관은 다음날 곧바로 ‘아우팅(성 정체성을 타인이 강제로 공개하는 것)’ 해버렸다. 동료 병사들은 오히려 그가 밤새 누군가 다른 병사를 유혹했다고 손가락질을 해댔다. ‘관심병사’를 가리키는 노란색 스마일 라벨을 군복에 붙이는 수모를 견뎌야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군 정신병원에 강제로 보내져 116일을 지냈다. 항우울제를 강제로 먹였다. 군 전역 심사를 앞두고는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라는 지시까지 받았지만 그는 거부했다. 결국 그는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했다. 사유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및 자아이질적 동성애로 인한 병역부적합”이었다. 한국 군은 동성애자의 현역복무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 제7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다른 장병과 마찬가지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사의 신상비밀 보장, ’아우팅‘ 제한, 동성애자에 대한 구타, 가혹행위 등 괴롭힘과 차별 금지, 성적 소수자 인권보호 교육 등 구체적인 금지사항과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군형법 92조6항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행위의 장소나 시간, 방식, 강제성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돼 이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군형법 92조 6항은 1962년 제정 후 세 차례 위헌 심판대에 올랐지만, 세 번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2017년 2월 인천지법에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으로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네 번째 심리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년 “동성애 편견과 차별을 내포하는 군형법 추행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90%가 넘는 대한민국 남성이 군대에 다녀와요. 그래서 군형법 92조6항은 단순히 동성애자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 생각합니다. 법으로 누군가의 존재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할 수 있을까요?” 한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5일(현지시간) 가톨릭교회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가톨릭 사제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있는지 묻는 여러 교구의 질의에 “안된다”고 회답한 것이다. 동성 결합처럼 결혼이라는 테두리 밖의 성행위가 수반되는 관계가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축복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앙교리성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런 유권해석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이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닌, 혼인성사 예식 및 그 축복과 관련한 진리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어도 주님의 뜻에 따라 신의를 갖고 살 의지를 드러내 보이는 사람을 축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황청의 설명에 진보적인 독일 교단 일부는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군에서의 성소수자 처우로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군인권센터와 친구사이, 전화 129를 이용하면 된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나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학생이 시스남성, 시스여성,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해야 할 대명사가 무엇인지 ‘그’(he), ‘그녀’(she), ‘그들’(they) 등으로 밝히곤 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의실 장면이다.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젠더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다른 사람”이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같은 사람이다. 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에게만 ‘트랜스’라는 특별한 표지를 붙이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주변부로 위치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성 교사는 ‘교사’로 하고 여성 교사만 ‘여교사’라고 호칭하게 될 때 남성은 중심부에, 여성은 주변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변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종교, 언어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 확장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 S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았던 트랜스여성 A씨가 여러 반대에 부딪혀 급기야 입학을 포기했다. 교사, 정치인 그리고 활동가였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 24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어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지만, 성소수자 혐오로 뭉쳐진 종교, 정치, 군, 언론 등 한국 사회는 그에게 반인권적 폭력을 가했다. 2020년 한국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그 사건들의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김씨는 젠더 규정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여성’이다. 김씨는 영어 대명사로 지칭하자면 ‘그들’(they), 그리고 트랜스여성 A씨와 변 전 하사는 ‘그녀’(she)로 해야 한다. BBC가 “남한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주검으로 발견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변 전 하사를 ‘그녀’(she, her)라는 대명사로 지칭한 이유다. 2020년 1월 군은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적 지향과 연결하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첫째, ‘비합법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김씨나 변 전 하사가 죽음을 택한 것은 제도적으로 그들을 ‘불법적 존재’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트랜스젠더는 ‘비인간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많은 이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 심신장애자 또는 이등 인간으로 취급한다. 셋째,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이 도처에서 왜곡되고 무시되는 경험을 한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의 우선적인 정체성은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러한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이 트랜스젠더가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걸 어렵게 한다. 김씨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이유다. 넷째, 일상 세계에서 다층적 폭력과 비극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트랜스젠더 일반이 경험하고 있다. 폭력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열등한 인간, 비정상 인간이라는 혐오의 시선도 폭력이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배제하고 제명하는 것도 지독한 폭력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고 절망적인 절규를 한다. S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저지했던 사람들은 A씨가 ‘진짜 여성’이 아닌 ‘가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여성인 남성’이기에 여대에서 ‘잠재적 성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A씨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교육권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면 군인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것은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유럽의회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성소수자는 편협과 차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결의안이 표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채택됐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성소수자 자유지역’으로 선포했다. 2021년 미국과 EU에서 일어난 일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중증의 환자 취급하며 강제 전역시켜서 마침내 죽음을 택하게 한 한국 사회와 결정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일한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한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도 하고 ‘불법적 인간’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기도 한다. 2017년 278명의 한국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40%가 넘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지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결국 이들 성소수자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혐오와 제도적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회·정치적 타살’의 희생자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순교라도 하겠다며 청와대 앞에 모여들었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순교까지 하겠다고 시위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에서 이 문제로 시위하는 기독교인은 없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놓고서 선서를 하는 나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바이든은 1893년부터 바이든 가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성서를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가 속한 가톨릭교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여성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원칙을 가진 교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이고 가장 성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이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회의 많은 교회나 신학대학들이 흑인,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던 과거의 신학, 전통, 교리들을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한 인간으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는가. 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정하고 그 ‘평등의 원’을 확장하는 것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는가. 그들은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21세기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는 이해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이 절절한 외침은 바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진리인 ‘트랜스젠더도 시스젠더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시킨다. 그 누구도 ‘불법’인 인간은 없다. 누구나 모두 ‘인간’인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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