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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손수건/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지하철에서 마주친 노신사의 손수건이 관심을 끌었다. 양복 한쪽 윗주머니에 꽂힌 형형색색의 손수건 자락이 어설픈 듯 화려하다. 가슴팍에 꽂았던 코흘리개들이 떠오르는가 하면, 온갖 변화무쌍한 쇼를 펼쳤던 마술사의 손수건도 떠올랐다. 땀 많은 체질이라 사시사철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할 필수품인 손수건이 흐려진 옛 기억들을 불러 모았다. 문학 작품이나 노래 가사 등에서 손수건은 연인 간 이별의 상징물이 되곤 한다. 손수건을 한자로 번역하면 절연의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섭의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는 딸 옥희를 통해 사랑방 손님에게 하얀 손수건을 건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전한다. 그리스의 세계적인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원곡을 번안한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도 연인 간의 애절한 이별을 노래한 것으로 지금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유치환의 대표작 ‘깃발’에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란 표현은 또 어떤 의미일까. 시인의 그리운 마음이 느껴진다. 잔칫집에서 떡이며 한과 등을 꽁꽁 싸매었던 어머니의 손수건이 불현듯 떠오른다. 기쁨과 따스함이 가득했던 그 광목 손수건을 다시 한번 펼쳐 보고 싶어진다.
  • “소먹이 사료용으로 싹뚝”… 김포 시암리습지 국내 최대 모새달 군락 사라져간다

    “소먹이 사료용으로 싹뚝”… 김포 시암리습지 국내 최대 모새달 군락 사라져간다

    경기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습지는 2.5㎢(75만평) 중 전체의 90%가 모새달 군락지로 국내 최대 규모다. 경관생태 측면에서도 습지 상태가 신성리갈대밭이나 순천만·시화호·고천암호 등 국내 4대 갈대밭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와 흰꼬리수리·황새·매가 찾아온다. 또 멸종위기종2급인 재두루미와 개리·큰기러기·노랑부리저어새·알락개구리매·잿빛개구리매도 서식하고 있다. ●75만평 시암리습지는 국내최대 규모의 ‘모새달’ 군락지 한강하구는 남한에서 유일한 하구둑이 없는 자연하구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강물이 바다로 나가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고, 사리냐 조금이냐에 따라 수위가 달라지며 이러한 변화무쌍이 다양한 환경을 만든다. 밀려들어 오는 바닷물과 내려가려는 강물 힘의 평형이 이뤄지는 곳에 유사가 쌓여 습지가 형성된다. 시암리습지는 고양의 장항습지, 고양과 파주 경계에 있는 산남습지와 더불어 ‘한강하구의 3대습지’다. 2006년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김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4년 시암리습지는 90% 이상이 모새달군락으로 덮여 있었다. 모새달은 강 하구에서 자라는 하구역을 대표하는 습생식물이다.산림청에 희귀식물 194호로 지정돼 있고, 갈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키가 갈대보다 작으며 초여름에 이삭이 갈대보다 먼저 피는 특징이 있다. 대나무처럼 속이 빈 줄기를 가지고 있는 갈대와 달리 줄기 속이 차 있어 물질생산성이 갈대보다 높아 기후위기 시대 탄소 흡수원으로 가치도 높다. ●군부대 관할 유휴지내 모새달 대형콤바인으로 매년 소먹이 사료용으로 베어내 이 지역은 습지보호구역이지만 2013년 10월 경기도와 김포시 해병2사단·한우협회김포시지부가 ‘군부대 관할 유휴지 풀사료 이용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했다. 이듬해인 2014년부터 해마다 초여름에 대형콤바인들이 습지에 들어가 소먹이풀로 사용하기 위해 모새달을 베어오고 있다. 대형콤바인이 들어가 풀베기 작업을 하면서 땅이 다져지고, 콤바인이 이동하기 위해 물골을 메우게 되면 습지 물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습지의 육화가 가속화되고 모새달 등 기수성 식물 군락이 쇠퇴해 식물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90% 면적을 차지하던 모새달은 그새 30%가량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습지보호지역인데도 주무 한강유역환경청에 사전 의견 한마디 없이 진행 베어진 자리에는 외래종인 붉은서나물과 육화된 식물들이 들어섰다. 습지보호지역인데도 당시 주무청인 한강유역환경청에 의견 한마디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년 전 한강유역환경청은 김포시와 해병2사단에 공문을 보내 습지보호구역내 소먹이용 풀베기 작업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송재진 환경분과위원장은 “김포시 환경과는 습지의 육화와 물골훼손에 대해 파악하고 훼손된 물골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지난해 물골복원을 하려고 습지에 들어가려 했지만 군부대에서 지뢰위험을 이유로 출입을 불허해 물골훼손 상태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암리 습지 중앙은 25㏊ 규모로 폭 100m, 길이 2.5㎞에서 풀사료용 하예작업이 대형콤바인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암리습지의 육화와 육상생태계로 천이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또 “모새달이 베어진 라인을 따라 주로 들판에서 자라는 붉은서나물이 빠른속도로 분포면적을 넓히고 있어 시암리습지의 생태환경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붉은서나물 군락은 습지 전 지역 중 풀베기 작업이 진행 중인 곳에서만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회사 지로폭발 우려해 올해 모새달 베기사업 중단 통지 이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해마다 5월부터 6월까지 모새달을 한달간 베어왔는데 조사료용 유통판매 목적으로 설립된 농업회사법인에서 얼마 전 장항습지 지뢰폭발로 안전사고 때문에 올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지난 23일 보내왔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해병2사단에 농업법인의 사업포기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포시의 협조공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군부대에서도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새달 베기사업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1억원가량 김포시 지원사업으로 매년 1~2차례 진행돼 왔다. 이와 관련해 해병2사단 관계자는 “농업회사에서 올해 모새달 베기사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방금 취재기자로부터 처음 들었다”면서 “김포시 공문을 받아본 뒤 풀베기 사업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문화마당] 탈진실 시대에 되새긴 건축의 방식/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탈진실 시대에 되새긴 건축의 방식/최나욱 건축가·작가

    건축이 사회와 연관을 맺는다는 주장이 언젠가부터 공허히 들렸다. 건물은 수명이 길어 남다른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말은 수많은 재개발과 패션처럼 치러지는 인테리어 시장 속에서 낭설처럼 여겨졌고, 사치의 기준이 변화무쌍해지면서 건물 또한 물건의 일종처럼 보였다. 스타 건축가의 세대를 지나 공간마저 이미지로 소비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 건축가로서 나는 그동안 건축과 함께해 온 여러 신념들에 회의감이 가득찼다. 그런 생각을 바꿔 준 것은 건축대학원에서 담당 교수로 만난 ‘포렌식 아키텍처’라는 건축 집단이었다. 그들은 컴퓨터 법의학을 뜻하는 ‘포렌식’이라는 최신 방법론으로 건축에 접근하면서 ‘건축이 사회에 갖는 책임감’이란 오랜 믿음이 얼마나 실질적인지 일러 주었다. 도심 곳곳에 서 있는 건물은 가치가 배제된 자재 덩어리로서 주변을 기록하는 지표라는 사실을 그들은 활동의 주요 조건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건물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햇빛과 바람 세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끊임없이 달라진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이러한 변화상을 토대로 주변 환경을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렌식 아키텍처가 건축가이자 터너상 후보로까지 지명된 작가로서 주지하는 바는 사회에 무척 유의미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사실들은 결국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며 이들을 모델링하듯 종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콘크리트 덩이가 아닌 우리가 판단하는 것들은 언제나 가치 편향적이라는 반성 말이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작업의 실질성 이상으로 동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많은 시사점을 내보였다. 이 태도는 오늘날 많은 문제를 요약하는 ‘탈진실’에 대응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 탈진실은 완전한 거짓말이기보다 그것을 교묘하게 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어떤 사실을 단면으로만 바라봤을 때에는 손쉽게 그 주장에 동의하게 되고, 설령 사실이 아닌 것조차도 어떤 배치에서는 그럴싸하게 수긍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이는 사실 하나하나를 넘어 그것이 배치된 구조 자체를 톺아봤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포렌식 아키텍처의 수장 에얄 와이즈만을 말을 빌리자면 ‘늘어난 소스 수는 특정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듯하지만, 오히려 그 구도에 사로잡혀 전체 사실을 보지 못한 채 새로운 거짓말을 만드는 게’ 작금의 상황이며, ‘한 방향으로만 이용되지 않는 건축을 다루듯’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한 연예기자가 내 사진을 도용한 일을 겪으며 포렌식 아키텍처의 논점을 새삼 되뇌었다. 그는 한 연예인이 클럽에 갔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전혀 맥락이 다른 한 패션쇼에서 찍은 사진을 들이밀었다.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자료들은 형식일 뿐 실상은 의도가 전부였다. 설령 특정 자료를 문제 삼는다 한들 금세 다른 대안적 사실로 갈아 끼우면 그뿐이었을 테다. 진실이라는 건축을 지을 때 자재를 아무렇게나 다룬다면 과연 옳을 리 있겠는가. 잘못된 자재를 쌓아 지은 집도, 그리고 개별 자재에 대한 이해 없이 설계하는 집도 모두 문제다. 어느 사실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것은 사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에 무관심할 때 발생한다. 특정 이야기와 이미지가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피기보다 그것 자체를 일방향으로만 즐기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때 소모되는 개별 자료는 당사자 외의 누구도 관심 갖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심지어 일련의 자료를 사용하는 명분이 되는 전체 서사 또한 소모품일 수 있다. 진실의 명분이 아니라 가십의 핑계일 뿐이다. 연일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지만 막상 짓는 게 없이 그저 이에 소모되는 폐허만 남는다.
  • 올 여름은 국지성 기습호우 걱정 안해도 될까

    올 여름은 국지성 기습호우 걱정 안해도 될까

    올 여름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변덕스러운 날씨가 더 심해지고 있다. 올 여름철 날씨 전망에 따르면 평년보다 무덥고 국지성 호우도 잦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은 올 여름 위험기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육·해·공 다각도의 기상집중관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21일부터 오는 9월 28일까지 약 100일 동안 서해상, 남해상, 경기만, 수도권 일대에서 항공기와 선박, 기상관측차량을 활용한 대규모 입체적 집중관측을 통해 여름철 위험기상에 대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지형적 특성과 함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여름철 날씨는 변화무쌍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지성 집중호우는 비구름대가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동안 강하게 발달해 예측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번번히 예보가 빗나가 ‘오보청’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기상청은 올 여름은 덕적도, 동두천, 추풍령에서 고층기상관측을 시작으로 기상항공기 나라호, 기상선박 기상1호, 기상관측차량 등 이동형 기상관측장비와 연구용 기상장비 등 관측장비를 총동원해 집중관측을 할 계획이다. 한반도에서는 편서풍을 따라 유입되는 공기가 서해상을 지나면서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이 변화되기 때문에 기상현상 예측에 중요하다. 이 때문에 나라호와 기상1호를 활용해 해상 관측공백지역을 없애는 한편 서해상에서 갑자기 발달하는 위험기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집중관측 기간에 고공기상관측 횟수를 하루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이동형 기상관측장비를 이용해 서해상 풍상측과 서울 및 경기동부의 풍하측 공기변화를 지상에서부터 상공까지 입체적으로 관측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위성과 레이더 등 간접관측에만 의존했던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 급격히 발달하는 기상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성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상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비가 취약한 심야, 새벽시간대에 가용 가능한 모든 관측장비를 동원해 위험기상감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집중관측은 기상상황 분석과 예보는 물론 수치모델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98억년 악동 유령 텐션…60세까진 할 수 있겠죠?

    98억년 악동 유령 텐션…60세까진 할 수 있겠죠?

    “지금은 그래도 좀 홀가분해요. 3~4주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하고 말도 안 했어요.” 장르를 불문하고 유쾌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배우 유준상이 “지난 20여년의 시간이 지금을 위한 훈련이었나 보다 생각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핼쑥해진 베테랑 배우의 얼굴이 험난한 준비 과정을 어렴풋이 가늠하게 했고, ‘힘들었다’는 토로도 겉치레가 아닌 듯 보였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난 유준상은 “어느 대사 하나도 허투루 칠 수 없다”며 작품이 주는 무게감을 전달하면서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유준상은 정성화와 함께 유령 비틀쥬스 역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팀 버턴 감독의 동명 영화(1988)를 바탕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화제작으로,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재미도, 의미도 있는 작품이라 열심히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지만 “연습 들어가자마자 후회했다”고 할 만큼 쉽지 않았다. 유머가 가득한 재치 있는 대사와 다채로운 비트가 엮인 빠른 템포의 노래, 손짓 하나와도 촘촘히 엮인 화려한 무대효과를 온전히 그의 몸으로 소화해야 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해야 몸에서 뭔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그는 “잠들었다 새벽에도 깨서 중얼중얼거리며 한 장면씩 만들어 갔다”고 했다. 수백번 반복해서 입에 붙인 대사와 가사가 지금까지도 매일 몇 차례씩 바뀌기도 한다. 미국식 코미디를 좀더 우리 정서에 맞게 하기 위해 작은 뉘앙스라도 손질을 거듭하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 세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유머와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관객들에게 와닿도록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그리스’ 공연할 때 새벽까지 땀 흘렸던 순간들이 떠오른다”면서 “물론 매 작품마다 많은 연습을 했지만 특히 이 작품은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시간을 감내한 지금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고 무대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분장한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가발 6개를 바꿔 쓰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줄 그가 이토록 강렬하게 객석에 전하고픈 이야기는 결국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집에 들어온 낯선 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소환한 악동 유령 비틀쥬스, 98억년을 홀로 지낸 외로운 유령이 객석에 살고 죽는 것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대사와 노래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하나하나 마음에 꽂히실 거예요. ‘유령이나 나나 똑같네’라고 공감할 만큼 그 안에 인생의 정말 많은 과정과 정서들이 담겨 있거든요.”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많은 작품들의 처음을 함께한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게 저의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비틀쥬스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오래 전달하고 싶다면서 “60세에 이런 ‘저 세상 텐션’ 갖기 쉽진 않겠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코로나 일상 탈출 ‘해루질’ 사고 빈발…어민과 충돌도 속출

    코로나 일상 탈출 ‘해루질’ 사고 빈발…어민과 충돌도 속출

    “살려주세요” 지난달 10일 밤 10시 20분쯤 충남 홍성 어사항을 걷던 한 주민은 갯벌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보니 60대 A씨가 뻘에 빠졌고, 40대 아내는 해변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2시간 동안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부부는 차에 휴대전화를 두고와 구조요청을 목소리에 의존했다. 밀물이 차올라 A씨는 얼굴만 겨우 내밀고 숨을 쉬고 있었다. 답답한 코로나19 일상을 벗어나고자 ‘해루질(해안에서 어패류 등 채취)’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갯벌 고립 등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양식장 침범을 놓고 어민과의 충돌도 끊이지 않는다.해양경찰청은 23일 갯벌 사고를 당한 사람이 2018년 71명(43건), 2019년 93명(56건)에서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는 57건에 115명(사망 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해루질 명소인 충남 태안은 2018년 17명, 2019년 22명에서 지난해 31명으로 급증했다. 보령해경 관계자는 “보령해경 관할에서도 2018년 7건, 2019년 11건, 지난해 17건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벌써 10건(23명)의 해루질 사고가 나 증가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뻘에 빠져 못 나오고, 밀물에 둘러싸이고, 갑자기 깊어지는 갯골(갯고랑)로 처박히는 등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특성을 몰라서”라며 “차를 주차했다 침수 당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갯벌(해루질) 사고> 전국 보령해경 관할 2018년 43건(71명) 7건 2019년 56건(93명) 11건 2020년 57건(115명) 17건 2021년 1월~5월 20일 미집계 10건 자료: 해양경찰청 및 보령해경 50대 남자 B씨는 지난달 27일 밤 보령시 무창포항 인근 갯벌에서 휴대전화도 없이 혼자 야간 해루질을 하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뻘에 다리가 빠져 점점 가슴까지 묻히자 B씨는 육지쪽에 랜턴을 비추며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다행히 항구를 지나던 주민이 119에 신고해 구조됐다. 보령해경 관계자는 “썰물 때 사고를 당해 다행이지 밀물이었다면 익사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해경은 해루질 사고를 막으려면 구명조끼와 장화를 착용하고 랜턴, 호루라기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휴대전화는 절대 필수품이라고 밝혔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그래도 해변에 안개가 끼면 방향감각을 잃기 때문에 해루질을 포기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보령해경은 해루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피커 드론을 띄우고, 구조용 갯벌 썰매까지 동원해 운영하는 실정이다.하지만 부분별한 해루질은 어민들과의 충돌로도 이어지고 있다. 태안군 의항리 어촌계장 이충경(50)씨는 “해루질을 중계하는 유튜버들까지 찾아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밤부터 새벽까지 난리도 아니다”면서 “변화무쌍한 바닷가 날씨에 사고가 날까봐 걱정도 하지만 낙지 등 산란기인 어종까지 마구 잡아들여 어장을 파괴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도 많아 화가 난다”고 귀띔했다. 태안 안면도 바람아래해수욕장 장돌어촌계장 강희식(66)씨는 “양식장 아닌 데도 있은데 잠수장비를 갖추고 2~3m 물 속 해삼·전복 양식장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아 파출소를 뻔질나게 찾는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갯벌이 많이 드러나는 사리 때는 주말에 수백명씩 찾아온다. 해루질을 규제하는 법이 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은 해루질 익사 사고가 빈발해 주민들이 ‘물살이 세고 표면이 고르지 않으니 접금을 금해 달라’고 현수막을 내걸고 2인 1조로 순찰도 돌지만 속수무책이다. 제주지역 온라인 해루질 동호회는 지난 18일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야간 해루질 금지 조치에 대해 “바다가 무슨 사유재산이냐”면서 “밤 낚시는 허용하고 해루질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도는 “일부 해루질은 단순 레저활동을 넘어 어업에 준하는 포획을 하고 있다”며 ‘사전 예약제’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다. 태안 이천열·인천 한상봉 기자 sky@seoul.co.kr
  • [핵심은] 연인들 내밀한 대화 유출한 ‘이루다’, 1억 과징금으로 끝?

    [핵심은] 연인들 내밀한 대화 유출한 ‘이루다’, 1억 과징금으로 끝?

    제1조,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제2조,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1조에 어긋나는 경우는 제외한다.제3조, 위 두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과학소설(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 3원칙이다. 수많은 작가가 이를 패러디했고, 김영하의 단편소설 ‘로봇’과 영화 ‘아이, 로봇’의 뼈대로도 쓰였다. 원칙의 바탕에는 로봇이 언제든 인간을 해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로봇 원칙’은 필요하다.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AI가 투자와 법률을 자문해주고, 함께 바둑을 두거나 작곡을 하며 그림도 그린다. 이처럼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지만, 인간과 AI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지 그 원칙은 부재하다. 핵심 ① 100억개 메시지 유출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 AI 챗봇 이루다는 지난해 12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20여일 만에 사라졌다. 기술 발전을 제도와 인식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여대생의 모습을 한 이루다에게 이용자들은 혐오표현을 학습시켰고, 학습 자료로 쓰인 연인들 간 대화는 당사자 몰래 차용됐다. 지난달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모두 1억 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실상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개발에 활용하고, 수많은 이용자의 사생활을 노출된 데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나온다. 스캐터랩은 자사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94억건을 수집했다. 그리고는 이를 다시 이루다 딥러닝(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에 사용했다. 실제 해당 메시지를 작성한 60만명에게는 사용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는 메시지에 포함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또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메시지 약 1억건을 응답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이루다가 이 가운데 골라 여과 없이 말하게 했다. 스캐터랩이 이용자 동의 없이 이러한 일들을 벌인 것은 아니다. 서비스 가입 시 자사 신규서비스 개발에 활용된다는 점을 미리 고지하고 수집했다. 다만 지나치게 장황한 설명과 조건을 내걸어 오히려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다수 이용자는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처리될지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형식적인 동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스캐터랩이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IT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카카오톡 대화 문장 1431건과 AI 모델을 게시한 것도 법 위반으로 판단됐다. 공유된 대화 중에는 실명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만 20건 있었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위는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 성생활 등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면서 별도로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 회원을 탈퇴했거나 1년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은 이들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해서도 모두 위반으로 봤다.핵심 ② 국가 차원의 AI 산업 원칙·가이드라인 만들어야 밝고 앳된 새내기 대학생 이루다.상냥하고 순종적이며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 이루다의 특징이다. 무례한 말로 공격해도 얼버무리거나 대답을 회피해버리는 이루다에게 이용자들은 성희롱, 혐오표현, 편향적 언어들을 쏟아냈다. 이를 다시 학습한 이루다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이용자들에게 드러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개발자의 책임으로 돌렸다. 개발자들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방어하지 못한 점, 업계에서 개발자를 위한 맞춤 윤리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물론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아무리 높은 윤리의식을 갖춘다고 해도 인간행동의 복잡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가 차원에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AI 산업 특성상 큰 틀 안에서 끊임없이 자성과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채견구원(KISDI)이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안’을 내놓은 바 있다. 크게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기준안은 인간 존엄성을 지킨다는 원칙을 통해 “AI는 인간의 생명은 물론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과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침해 금지’라는 요건을 내세워 인간에게 직간접적인 해를 입히는 목적으로 AI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모호한 선언에 그칠 뿐,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구속력 있는 법이나 지침이 아닌 도덕적 규범이자 자율 규범으로, 기업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루다 사태도 기업의 자율성에 온전히 맡긴 탓에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법과 제도적 장치를 견고히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19년 4월 ‘알고리즘 책임 법안’을 발의해 고위험 자동화 시스템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알고리즘을 적용할 때 발생하는 편향성과 차별성, 사생활 침해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이루다를 통해 발견된 문제점 상당수를 사전 점검할 수 있게 대비하는 셈이다. 개인정보보호에 특히 까다로운 유럽(EU)은 더욱 강력히 규제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3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를 위한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고위험 분야의 인공지능에 대해 안전성 요건을 수립하고 사전 적합성을 평가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에는 ‘AI에 대한 조화로운 규칙 수립 및 개정 입법 제안’을 공개하며 AI에 대한 법적 규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폭력성이 존재하는 한 이루다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루다에게 잘못된 경로로 얻은 정보를 습득시키고, 혐오발언을 주입한 것 역시 인간이다.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앞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부터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오매불망 기다린 ‘5번 타자’ 오자마자 오~ 재일

    오매불망 기다린 ‘5번 타자’ 오자마자 오~ 재일

    삼성 라이온즈가 거액을 들여 영입한 오재일이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제 역할을 확실히 하면서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이 풀지 못했던 몇 가지 고민이 오재일 덕분에 해결된 덕에 상승세에 불이 붙은 분위기다. 오재일은 지난 27일 삼성 데뷔전에서 3타수 3안타로 맹활약하며 팀의 9-0 대승에 힘을 보탰다. 허삼영 감독이 오재일을 5번 타자로 넣으면서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설명했던 그대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지난해 144경기에서 137개의 라인업을 선보였을 정도로 타순 고민이 컸던 팀이다. 시즌 초부터 혹독한 리빌딩을 단행한 한화 이글스(141개)에 이어 2위였다. 변화무쌍한 라인업에 허 감독이 시즌 중 “일주일만이라도 라인업을 고정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최대 50억원에 사인한 오재일을 데려온 올해는 그 고민을 덜게 된 분위기다. 게다가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라인업 변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중심타선의 짜임새가 두터워졌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오재일이 갖춘 장타력이다. 오재일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데다 홈 경기장인 삼성 라이온즈 파크(라팍) 통산 타율이 0.320(103타수 33안타) 12홈런 33타점으로 강했던 선수다. 라팍은 각진 외야 펜스로 좌중간, 우중간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생산되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라팍으로 옮긴 2016년부터 지난 5년간 삼성의 장타율은 6위(0.439)-8위(0.428)-8위(0.432)-4위(0.389)-8위(0.394)로 대체로 하위권이었다.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면서도 5할을 넘나드는 장타율을 선보였던 오재일의 합류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8일 “오재일이 삼성 타순에 들어가면서 2번부터 6번까지 쉬어갈 타선이 없게 됐다”면서 “삼성이 타격이 항상 약했는데 오재일이 다른 타자와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 올해 삼성이 오재일 효과를 많이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젠 시간마다 날씨 알려줘요

    이젠 시간마다 날씨 알려줘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침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을 때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주말 바깥나들이 여부를 망설일 때도 적지 않다. 다음주부터는 이런 고민의 시간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7일부터 3시간→ 1시간 단위 예보 기상청은 22일 “오는 27일부터 3일 후까지 날씨를 알려주는 단기예보를 현재 3시간 단위에서 1시간 단위로 단축해 좀더 상세한 기상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를 8등분해 3시간 단위의 날씨정보를 제공해 온 단기예보체계가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셈이다. 기존 단기예보는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 등 3시간 단위였지만 27일부터는 ‘오전 9시, 10시, 11시’ 등 매시간 기상정보가 상세히 제공된다. 기존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비가 온다’ 또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40~70㎜의 비가 내린다’라고 예보됐다면 앞으로는 ‘낮 12시~오후 1시, 오후 1~2시에 비가 내린다, 예상강수량은 각각 14㎜, 29㎜이다’라는 식으로 자세해진다. 국내에서 1시간 예보가 가능해진 건 그만큼 기상예보기술이 발달했다는 방증이다. 해상관측과 이동형 첨단기상관측장비, 소형 기상레이더 등을 활용해 국지적인 기상현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고, 천리안2A호 위성을 24시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한국형수치예보모델로 한반도에 최적화된 기상예측과 슈퍼컴퓨터 5호기를 이용한 초고속 분석도 한몫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예상강수량까지 더 자세한 정보 제공 정관영 기상청 예보국장은 “좁은 지점, 더 짧은 시간에 대한 예보는 빗나갈 위험이 커지지만 기상정보 이용자들에게는 좀더 자세한 정보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이유로 여러 국가가 1시간 단위의 단기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중국은 기상청에서 1시간 단위의 단기예보를 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 기상청은 3시간 단위의 날씨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민간기상업체들이 1시간 단위의 예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정치 행보” vs “균형 발전”…공공기관 이전 놓고 치열한 설전

    “정치 행보” vs “균형 발전”…공공기관 이전 놓고 치열한 설전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3차 이전과 관련해 22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난상토론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난상토론회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해 해당 기관 노조와 수원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함에 따라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패널들 발언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찬성측에서는 김용춘 경기도공공기관유치양주시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장, 임진홍 도시플랫폼정책공감 대표, 김미리 도의원이, 반대측에서는 이강혁 경기도공공기관이전반대범도민연합위원장, 김종우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 이오수 전 광교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양철민 도의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는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찬반의견과 함께 각종 현안에 대해 해결점을 찾아보는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소셜방송 Live경기(Live.gg.go.kr)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지사는 ‘대선용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 이득을 따진다면 저한테는 손실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전하게 되는 지역을 다 합쳐도 수원시민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내년에 이 지사가 대선에 출마해 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후임 지사가 오면 공공기관 이전이 번복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내년에 새 지사가 취임할지, 내가 계속할지 알 수 없다. 정치라는 게 워낙 변화무쌍하다”고 받아넘겼다. 공공기관 이전에 반대해 삭발까지 한 이오수 전 광교비상대책위원장은 “김문수 전 지사도 정치 속셈으로 도청사의 광교 이전을 중단했었다”며 “이 지사도 대선을 앞두고 북부지역 주민표를 의식한 정치행보가 아니냐”고 따졌다. 이강혁 경기도공공기관 이전반대 범도민연합 위원장은 “온다, 안 온다하며 20년을 기다렸는데 행정의 신뢰성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김종우 경기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절차와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며,소속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결정인데도 두 달이 넘도록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는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대해 적당히 모른 척하고 넘어 갈 수도 있지만,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과제라고 생각해 저항을 감수하고 추진하게 됐다”며 “결단의 문제이고, 1300만 전체 도민을 보는 게 제 의무”라고 말했다. ‘사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두고는 “미리 다 승인받고 이사회 의결하고 정관 바꾸고 한 다음에 발표해서는 언제 할 수 있겠냐”며 “지금 첫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장 때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해 놓고 지금 와서 균형발전을 얘기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전한 부지의 주상복합 용도 변경을 반대한 것이지, 이전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17일 GH,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연구원,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7곳에 대한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과 경기도공공기관이전반대범도민연합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했다며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일방적인 기관 이주 결정은 소속 직원과 가족,인근 주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이 지사를 상대로 이전 계획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은 다음 달 3일이다. 범도민연합은 지난 16∼20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전 반대 서명에 온라인 6300여명, 오프라인 7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기는 호주] 작년에는 ‘대형 산불’ 올해는 ‘대홍수’로 재산잃은 가족의 사연

    [여기는 호주] 작년에는 ‘대형 산불’ 올해는 ‘대홍수’로 재산잃은 가족의 사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지역에 60년 만에 최악의 대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산불 피해를 겨우 극복한 농장 가족이 이번에는 홍수로 가옥을 잃은 사연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야후 뉴스는 이번 폭우의 최대 피해지인 NSW주 북동부 워초브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한 가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로브 코스티건(40)은 지난 2018년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장인을 모시고 NSW주 북동부 워초브 지역의 파핀바라 강 유역에 40헥타의 농장을 구입하여 정착했다. 당시 최악의 가뭄을 겪는 시기이기에 강유역의 농장을 구입해 10마리의 소와 5마리의 개, 그리고 ‘스스로 개라고 믿는’ 미니 돼지 한마리를 데리고 농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장에 정착한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호주 최악의 산불이라는 최대의 자연재해를 겪게 되었다. 당시 NSW주 북동부에서 시작한 산불은 호주 동부 해안의 산림지역을 타고 번져 한반도 크기를 넘는 지역을 태우며 많은 재산 피해를 냈고, 사람 뿐만 아니라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 목숨을 앗아갔다.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폭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당시 산불의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와 겹치고 있다.지난 18일 아침 잠에서 일어난 로브 코스티건 가족은 최고 200㎜가 내리는 비를 피해 동생 집으로 대피했다. 그리고 19일까지 최고 400㎜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파핀바라 강이 범람했고 코스티건 가족의 집은 물에 잠겨버렸다. 집은 폭탄 맞은 듯 무너져 내렸고, 장인이 머물던 독채는 물에 완전히 휩쓸려서 50m를 떠내려 가다가 전봇대에 걸리면서 멈처섰다. 코스티건은 “지난해 산불 피해를 극복하느라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일을 했는데 다시 홍수로 모든 것을 잃으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시 집에 가족이 남아 있었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모두 무사한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스티건 가족은 비가 그치면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당분간은 창고에서 임시로 캠핑 생활을 할 예정이다. 코스티건은 “산불을 이겨 내었듯이 이번 홍수피해도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주부터 시작된 폭우는 NSW주 지역에 최고 900㎜의 비를 쏟아내어 지난 1961년 대홍수 이래 60년만에 최악의 비 피해를 내고 있다. 강이 범람하고 가옥이 침수되면서 최고 1만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NSW 주를 강타한 폭우는 현재 북상하여 퀸즈랜드주의 브리즈번과 골드 코스트에 다시 비를 뿌리고 있는 상태다. 기상청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최악의 비피해 지역인 광역 시드니 및 NSW주의 폭우는 23일을 기점으로 멈출 예정이며 24일 부터는 갑자기 기온이 30도로 상승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아 호주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질 듯하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자신만의 템포로 변하는 달… 그 흐름에 춤·인생을 담았죠

    자신만의 템포로 변하는 달… 그 흐름에 춤·인생을 담았죠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나’의 존재 의미를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달에 빗댄 이야기. 음악극 ‘디어 루나’(Dear Luna)가 오는 26일 시작되는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작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음악과 춤, 영상, 빛, 내레이션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객석과 삶을 이야기한다. 여러 장르와 발레를 결합해 새로운 무대를 꾸며 온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을 맡은 세 번째 작품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김주원은 지난해 11월 이 무대가 결정됐을 때부터 이 순간까지의 시간을 ‘행복’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춤과 음악, 그의 삶을 가득 채운 아름다움을 음악의 성지로 꼽히는 통영에서 펼쳐 낼 수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달을 참 좋아했다”는 그에게 ‘달’은 곧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턴 달의 변화와 흐름이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의 호흡과 템포로 변해 가는 모습이 닮고 싶기도 했고요.” 작품은 달이 꽉 찬 보름을 시작으로 하현, 그믐, 삭, 금환일식, 초승, 상현, 다시 보름으로, 달이 변하는 시간을 따른 인생의 걸음걸이를 풀어낸다. 앞선 ‘탱고 발레’와 ‘사군자: 생의 계절’에서도 ‘김주원 예술감독’은 흐르는 시간을 통해 삶을 비췄다. 발레리나로, 무대를 꾸미는 예술가로 시간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면서도 그에 속도를 맞춰 도전해 온 그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평소 클래식과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즐겨 보며 쌓은 안목으로 늘 ‘어벤저스’라 불릴 만한 창작진을 꾸렸던 김주원은 이번에도 마음 맞는 이들을 잘도 찾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김택수가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꾸민 다채로운 선율을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풀어낸다. 현대무용가 최수진 안무로 김주원과 발레 무용수들이 달의 움직임을 때로는 모던하게, 때로는 클래식하게 표현한다. 정윤민 디자이너는 은하수가 쏟아지는 우주 같은 특별한 의상과 무대를 선보인다. 여기에 배우 한예리의 내레이션, 가수 정미조의 노래가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김주원은 두 사람의 팬이라면서 “참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분들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너무나 순수하고 변화무쌍한 모습, 깊은 감성을 보여 준다”고 극찬했다. 김주원은 “무대와 춤, 발레는 곧 저 자신”이라면서 “사실 어릴 땐 멋진 척 폼 잡으며 한 말이었지만, 언제까지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는 지금은 정말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 있는 순간조차 다음 무대를 위한 리허설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금 제 춤에는 온몸과 마음으로 무대와 관객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싶은 김주원이 담겼어요. 그럼에도 아직 완성되지 못해 여전히 많은 것에 설레고 심장이 뜨거워지죠. 호기심을 갖고 계속 달리려고요. 또 다른 무대와 세상, 춤을 향해서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탱고와 클래식,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열정의 바이올린

    탱고와 클래식,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열정의 바이올린

    아스토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11일 서울·13일 광주·14일 여수 공연 클래식 정수 공부 중 몰래 듣던 음악“25분 신나게 놀다보면 무대 끝나”오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잔치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이 ‘사계’를 연주한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조합이고, 윤소영이 지나온 길에 ‘사계’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윤소영과 지난 4일 전화로 만나 그에 대한 애정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사계’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00년 당시 서울예고 1학년이던 윤소영의 이어폰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거장이자 반도네온 명인 피아졸라의 ‘사계’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창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등 클래식 정수를 배우던 때 이 곡은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숨통을 틔워 주는 돌파구 같았다. “공부해야 하는데 이상한 거 듣는다고 할까 봐 얘기도 못 했다”는 건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이다. 20대에 잠시 흐려졌던 ‘사계’의 기억은 2010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에게 협연 제안을 받고서 다시 또렷해졌다. 한 번도 직접 연주는 안 해 봤지만 악보를 따로 외울 필요도 없이 몸과 마음에 녹아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만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과연 욕심만큼 연주도 잘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사계’는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 선율과 엇박자가 반복되고, 비발디 ‘사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의 강한 색채가 서로 엉키듯 튀어나온다. 클래식과 탱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다행히 이미 그를 몇 번이고 관통했던 터라 첫 연주부터 퍽 마음에 들었고 이후 협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계’를 연주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뉴욕 등에서 호흡을 맞춘 무대가 특히 손꼽히는 명연주로 회자된다. 13일 광주와 14일 전남 여수에서 내셔널 솔리스텐 앙상블과도 이 곡을 연주한다. 스위스 바젤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내고 유럽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그는 피아졸라 전문 연주자로 사랑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클래식 연주자로 좀더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곡은 무대가 열리자마자 25분 신나게 한바탕 놀다 들어오면 끝난다”는 것도 그간 에너지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을 쌓은 결과다. 윤소영은 본격적으로 피아졸라에 대한 애정을 다져간다. 유럽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 반도네온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꾸려 피아졸라 작품 11곡을 직접 편곡해 ‘세상에 없던 피아졸라’를 앨범에 담기로 했다. “가을에 한국 투어로 탄생 100주년을 더 특별하게 꾸미고 싶다”는 목소리에 간절함이 담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피아졸라 생일날 ‘사계’ 연주…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함께 자란 음악, 정말 특별하죠”

    피아졸라 생일날 ‘사계’ 연주…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함께 자란 음악, 정말 특별하죠”

    오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잔치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이 ‘사계’를 연주한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조합이고, 윤소영이 지나온 길에 ‘사계’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윤소영과 지난 4일 전화로 만나 그에 대한 애정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사계’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00년 당시 서울예고 1학년이던 윤소영의 이어폰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거장이자 반도네온 명인 피아졸라의 ‘사계’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창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등 클래식 정수를 배우던 때 이 곡은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숨통을 틔워 주는 돌파구 같았다. “학교 끝나고 레슨 가는 길에 듣고, 잘 때도 듣고 쉴 새 없이 들었지만 그 땐 공부해야 하는데 이상한 거 듣는다고 할까 봐 얘기도 못 했다”는 건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이다. 20대에 잠시 흐려졌던 ‘사계’의 기억은 2010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에게 협연 제안을 받고서 다시 또렷해졌다. 한 번도 직접 연주는 안 해 봤지만 악보를 따로 외울 필요도 없이 몸과 마음에 녹아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만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과연 욕심만큼 연주도 잘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연주자들은 좋아하는 곡일수록 연주하기 더 어려울 때가 있어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죠. 이토록 리듬감 넘치는 곡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사계’는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 선율과 엇박자가 반복되고, 비발디 ‘사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의 강한 색채가 서로 엉키듯 튀어나온다. 클래식과 탱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다행히 이미 그를 몇 번이고 관통했던 터라 첫 연주부터 퍽 마음에 들었고 이후 협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계’를 연주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뉴욕 등에서 호흡을 맞춘 무대가 특히 손꼽히는 명연주로 회자된다. 13일 광주와 14일 전남 여수에서 내셔널 솔리스텐 앙상블과도 이 곡을 연주한다. 이렇게 그와 오랜시간 함께 한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 무대를 장식하게 됐으니 “정말 특별하다”며 들뜰 수밖에 없다. “처음 연주 일정을 들었을 땐 피아졸라 생일인 줄 몰랐는데, 뒤늦게 보니 마침 딱 100번째 생일이더라고요. 영광이에요.”스위스 바젤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내고 유럽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그는 피아졸라 전문 연주자로 사랑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멘델스존, 시벨리우스도 많이 연주했지만 특히 국내 관객들은 피아졸라를 좋아해주셨다”면서 “클래식 연주자로 좀더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곡들은 무대에 나갈 때 약간의 긴장이 있지만 이 곡은 무대가 열리자마자 25분 신나게 한바탕 놀다 들어오면 끝난다”는 것도 그간 에너지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을 쌓은 결과다. 윤소영은 본격적으로 피아졸라에 대한 애정을 다져간다. 유럽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 반도네온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꾸려 피아졸라 작품 11곡을 직접 편곡해 ‘세상에 없던 피아졸라’를 앨범에 담기로 했다. “앨범이 나오면 올 가을에 한국 투어를 갖고 탄생 100주년을 더 특별하게 꾸미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담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만만치 않은 조합’ 삼성생명의 무기가 된 김한별·배혜윤 활용법

    ‘만만치 않은 조합’ 삼성생명의 무기가 된 김한별·배혜윤 활용법

    1차전 김한별·배혜윤 따로 쓴 삼성생명2차전은 함께 골밑 공략으로 열세 극복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이 변화무쌍한 라인업으로 아산 우리은행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팀의 주축인 김한별(35)과 배혜윤(32)의 컨디션에 따라 활용을 달리할 뿐인데 같이 뛰든 따로 뛰든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은 지난 1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2020~21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6-72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도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던 삼성생명은 2차전에서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우리은행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 2001년 이후 20년 만에 4위 팀이 1위 팀을 꺾게 된다.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이 5승1패로 압도했던 만큼 삼성생명의 선전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여기에는 김한별과 배혜윤 활용법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는 1차전에서 출전 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았다. 대신 삼성생명은 스몰라인업으로 외곽을 적극 공략해 모두 9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이 27.52%로 꼴찌였던 팀의 반전이었다. 위성우(왼쪽) 우리은행 감독도 1차전 후 “김한별과 배혜윤을 대비해 인사이드에 치중했는데 끝까지 스몰라인업을 할 줄은 몰랐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상대에게 패를 보여준 다음의 승부는 어땠을까. 임근배(오른쪽) 삼성생명 감독이 1차전 후 “두 선수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따로 썼다”고 정보를 흘렸지만 2차전에서 김한별(22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과 배혜윤(7점 7리바운드 3리바운드)은 대부분 코트에 같이 뛰며 골밑을 책임졌다. 스몰라인업에 대비한 상대의 허를 또다시 찌르는 전략이었다. 두 선수의 든든한 보호 속에 윤예빈이 26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김보미가 16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등으로 활약했다. 코트 위의 주축 선수가 바뀌면 경기력이 떨어질 법도 한데 삼성생명은 예외였다. 플레이오프를 확정한 시즌 후반부엔 선수 기용 폭을 넓힌 덕이다. 임 감독은 2일 “두 선수 몸 상태가 썩 좋진 않아 상황 따라 다르게 기용했다”면서 “뛸 수 있는데 굳이 억지로 뺄 필요는 없어서 2차전엔 같이 기용했다”고 했다. 임 감독은 “서로 전략 싸움하는 것 아니겠느냐. 3차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영업비밀을 밝히지 않았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희문·상자루…요즘 힙한 국악인들과 안방서 음악+고민 나눈다

    이희문·상자루…요즘 힙한 국악인들과 안방서 음악+고민 나눈다

    요즘 힙한 국악인들이 다음달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저녁 안방을 찾는다. 국립국악원은 국악방송과 함께 다음달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사랑방 국립국악원은 요즘 힙한 국악인들이 안방을 찾아가는 온라인 생중계 공연 ‘사랑방 중계’ 다음달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저녁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장예원 아나운서가 ‘사랑방지기’를 맡아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관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출연자들과 유쾌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국악계 괴짜로 꼽히는 힙합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의 ‘이희문 프로젝트 날(?)’이 첫 무대를 연다. 장구 연주자 박범태와 드러머 한웅원, 사운드 퍼포머 임용주와 함께 2019년 첫 결성한 프로젝트 날은 ‘위태롭다’는 한자(?) 본뜻 외에도 ‘날 것’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품고 있다.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소리를 통해 소리꾼 이희문이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고 전통과 창작의 경계선에서 특유의 위태로운 모험을 거침없이 펼칠 예정이다. 다음달 11일엔 ‘코리안 집시’를 꿈꾸는 그룹 상자루가 재치있는 무대를 꾸민다. 규격화된 상자와 유연한 자루를 합친 팀 이름은 변함없는 전통과 변화무쌍한 창작의 영역을 집시처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여 최근 크게 주목받는 팀이다. 2014년 조성윤(기타, 작곡), 권효창(타악기), 남성훈(아쟁, 양금, 태평소)이 결성한 팀으로, 에딘버러 페스티벌과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수상하는 등 국내외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대표곡인 ‘상자루 타령’과 ‘경북스윙’ 등 새로움 가득한 전통을 선사할 예정이다.18일 세 번째 무대는 대금과 소금, 단소와 생황을 연주하는 백다솜이 꾸민다. 백다솜은 한국 전통악기를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 음악을 추구하며 폭 넓은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매한 첫 음반 ‘무(無): Nothingness’의 수록곡들과 아르헨티나 출신 첼리스트 바이올레타와 함께 곧 발매할 새로운 앨범에 들어가는 음악 등 다양한 소리 연구를 통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선보인다. 25일 마지막 무대는 서도민요 소리꾼 추다혜와 이시문(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으로 결성된 ‘추다혜차지스’가 마무리짓는다. 무속음악에 펑크와 힙합을 엮어 재해석한 모던하고도 세련된 선율로 대중들로부터 각광 받는 팀이다. 팀명 ‘추다혜차지스’는 추다혜를 중심으로 전하는 이들의 음악은 오롯이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차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매한 정규앨범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에 수록된 주요 곡들을 멤버들의 이야기와 함께 선보인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는 공연은 출연자들과 함께 나눌 고민이나 사연을 사전에 이메일로 접수해 소개하고 공연 중에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출연자와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청년디지털서포터즈 역량 활용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지원할 것”

    “청년디지털서포터즈 역량 활용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지원할 것”

    과감한 혁신·도전으로 코로나 위기 대응온라인 스토어·SNS 등 디지털 환경 구축청년·소상공인·주민 간 상생 큰 의미 있어“올해는 장기화하는 코로나19에 더욱 적극 ‘대응’하고 코로나19로 촉발된 환경에 ‘변화’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17일 구청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손가락 끝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게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세상”이라며 “디지털 기술로 인한 변화는 영역을 초월해 변화무쌍하게 나타나므로 과감한 혁신과 도전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해답으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양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다. 양천구도 디지털 뉴딜의 하나로 청년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청년디지털서포터즈’를 추진한다. 코로나19 이후 포장판매와 배달 등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며 디지털 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 소상공인은 디지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아 이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디지털서포터즈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스토어나 배달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등의 디지털 환경 구축을 지원한다. 지역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매우 유용한 정책이라는 호평 일색이다. 청년에게는 익숙한 디지털 ‘능력’이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단순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청년디지털서포터즈 사업은 양천구가 전국 최초로 기획했다. 김 구청장은 “코로나로 인한 산업의 변화시대에 디지털 공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릴 수 있는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청년과 상인 간 상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26일에는 청년디지털서포터즈의 도움으로 온라인 스토어를 연 만두가게 주인이 구청을 방문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들어오는 택배 주문으로 매출이 10배 넘게 늘었다고 자랑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온 김 구청장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7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청년디지털서포터즈 구성과 운영을 타 지자체에 제안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양천구의 ‘착한소비’가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로 확산되는 도화선이 됐듯이 청년디지털서포터즈가 청년, 소상공인, 주민 간 상생을 실현하는 선한 영향력의 대표 사업으로 널리 확산되고 공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금요칼럼] 좋은 부모 나쁜 부모/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좋은 부모 나쁜 부모/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두어 주 전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좋은 부모님과 환경을 만나서 혜택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적 없다.” 20대 청년 두 아들에게 각각 10억원이 훌쩍 넘는 자산을 증여한 게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자 공식적으로 내놓은 해명이다. 유복한 부모를 만나 재산이 많은 편이지만 이를 잊지 않고 사회에 헌신하겠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 말을 TV 뉴스로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부모라는 표현 때문이다. 부모가 아무리 부자라도 그것만으로는 좋은 부모요 환경이라 단언할 수 없는데, 하물며 유복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부모라고 말하는 광경이 너무 어이없었다. ‘좋은’의 반대말은 ‘나쁜’인데, 그렇다면 돈이 없으면 나쁜 부모요, 나쁜 환경이란 말인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나쁜 부모일 수 있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돈깨나 있다고 이리저리 바람피우는 아빠라면, 과연 좋은 아빠일까? 권력깨나 있다고 별장에서 성접대 받고 룸살롱에서 향응 받는 아빠라면, 과연 좋은 아빠일까? 재산이 수백억원이라도 그 대부분이 권력을 등에 업고 사기극을 벌여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 위에 쌓은 재부라면, 과연 좋은 부모요 좋은 가정환경일까? 가족은 그 구성원 사이의 애틋한 관계 속에서 커가는 나무이지, 외형상의 화려함과는 솔직히 상관이 없다. 나무가 너무 탐스러우면 되레 벌목공의 전기톱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돈이 많아 화려하기로는 재벌가가 으뜸일 텐데, 이상하게도 거기에는 시끄러운 집안이 흔하디흔타. 상속을 둘러싼 형제의 난, 식구들 사이의 변화무쌍한 합종연횡, 숨 돌릴 겨를조차 없는 소송전의 난무, 지금이 조선 시대인지 여전한 적서차별, 정략적 결혼과 이혼을 싣고 끝없이 달리는 설국열차. 역으로, 돈이 아무리 없어도 좋은 부모일 수 있고 가정환경은 얼마든지 좋을 수 있다. 역시나 가족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돈은 대개 가족을 깨뜨리는 쪽으로 전문가지, 가족을 화합하는 쪽으로는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다. KBS에서 방영하는 ‘동행’이나 ‘인간극장’을 보면서 좋은 부모,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배울 때가 적지 않다. 아빠는 병석에, 엄마는 식당에, 아들딸은 편의점에 있다가도 토요일 저녁이면 오순도순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아빠의 건강을 챙기고 위로하는, 그래서 복받치는 정겨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빠의 표정. 위에 적은 재벌가의 세태와 이 가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 부모요 좋은 환경일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아무 데나 붙이는 언어 습관은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용적 표현이다. 공부 열심히 하더니 좋은 대학 갔구나. 이 말도 그런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은 ‘명문’으로 바꿔 쓰는 게 그나마 낫다. 명문대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prestigious university’라고 나온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에서 저런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영 직역에 가까운 수준이다. 굳이 명문대라는 단어를 그대로 영어로 바꿔 말하고자 한다면 ‘leading school’이 제격이다. 말 그대로 앞서 나가며 선도하는 대학이라는 뜻이다. 이는 꽤 객관적인 표현으로, 선악의 가치 판단은 별로 들어 있지 않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양극화 한국 사회에 아무리 널리 퍼진 관용적 표현일지라도, 서울시장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공개석상에서 좋은 부모니 좋은 가족 환경이니 하는 말을 무심코 입에 올려서는 곤란하다. 그런 말을 하는 자기 자신이 곧 모든 가치 판단을 돈을 기준으로 삼아 돈의 다과로 선악을 판별하는 사람임을 만천하에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업종은 그런 세태를 수정하려는 의지를 실천하는 분야이지, 세태를 그냥 추종하는 직종은 아니다.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선진국을 의미하는 지표 중에 심혈관 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있다.암은 정상 세포가 환경과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서서히 변해 가며 생긴 결과다. 젊은 세포는 외부 자극에 의한 손상을 쉽게 회복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지속되는 자극에 의한 세포의 손상 회복 정도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면 결국 세포는 고장이 나고 일부는 암세포로 바뀔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암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생물의 중요한 특징인 번식과 관련해 걱정을 안겨 준다. 많은 손상을 입은 세포가 그대로 복제돼 자손을 만든다면 그 자손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은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해 냈다. 세균은 자손을 빠르게 많이 만들고, 사람과 같은 생물들은 생식세포를 이용해 이 같은 문제에 대응했다. 생식세포는 감수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감수분열은 염색체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자손을 유전적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유성생식 생물도 그렇지만 사람은 가장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1~23번의 번호를 부여한 23개의 염색체 한 벌씩을 부모에게서 각각 물려받아 46개의 염색체를 가진다. 부모는 생식세포에서 감수분열을 통해 46개 염색체 중 23개만 아이에게 전달하게 된다. 물론 나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만든 생식세포에서 감수분열을 통해 46개 염색체 중 23개만 아이에게 전달한다. 부모에게서 전달받은 염색체들을 조합하면 약 800만개의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염색체의 조합은 모두 다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염색체 사이에서 일부분 교환이 일어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사람의 경우 정자와 난자들은 거의 수십조개의 다른 염색체 조성을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부모 사이에서 생긴 자손의 유전적 조성은 수십조 곱하기 수십조분의1, 즉 천문학적 확률로 고유한 특징을 갖게 된다. 그래서 동일한 부모 사이에서도 형제끼리 유전적으로 동일할 확률은 0에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부모의 유전자를 섞어 다양한 자손을 만들면 어떤 점에서 유리할까. 우선 유전자를 섞는 과정에서 해로운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쁜 유전자를 2개 가진 자손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태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사라지게 된다. 거꾸로 유전자를 섞는 과정에서 이로운 유전자들을 모아 자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자손들이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에 다양한 유전자로 맞설 수 있는 준비가 가능하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40여명의 젊은 사람 각각의 땀을 준비해 이성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냄새에 호감을 표한 사람과 해당 이성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면역에 관련된 세포의 주조직 적합성 유전자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만약 둘 사이에 자손이 생긴다면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세포가 생겨 병원균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일부 곤충과 양서류는 기생충이 창궐하면 유성생식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성생식을 하는 것과 같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수많은 요소가 섞여 있는 인간 사회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문화, 제도, 인종, 사고, 직업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많이 갖출수록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더 든든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성은 자연이 수억년 동안 검증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지방정부 우수 정책 공유의 장으로 우뚝…제2회 자치분권 포럼 열려

    지방정부 우수 정책 공유의 장으로 우뚝…제2회 자치분권 포럼 열려

    “자치분권을 위해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더하기, 불필요한 규제 빼기, 책임과 역량 곱하기, 재정과 권한 나누기가 필요합니다.”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개최한 제2회 자치분권 포럼이 지난 20~21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자치분권! 국민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읽다’란 주제로 열렸다. 이 행사는 스웨덴의 정치 토론 축제인 ‘알메달렌 주간’에서 본떠 만들었다. 알메달렌은 스웨덴 고틀란드라는 섬의 작은 마을로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시민단체 등이 모여 시민들과 다양한 정책을 이야기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알메달렌 주간은 스웨덴 사람들이 정치를 얼마나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축제다. 애초 이 행사 역시 매년 9월 제주에서 개최되며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전국 지방정부의 우수 정책 사례 공유, 토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하지만 지난 9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한 차례 연기됐으며, 박람회 형식의 행사를 포럼으로 축소했다. 참가 인원을 200여 명으로 제한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일정도 간소화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40여개 기초 및 광역 지방정부가 참여했던 반면 올해는 20여개 지방정부가 참여했다. 첫날인 20일에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기조 강연, 협의회 정기총회, 지방자치분권 연극, 5개 소주제별 자치분권 콘퍼런스 등이 펼쳐졌다. 협의회장인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지방정부는 드라이브 스루를 최초로 제안하고 중·소 패션·섬유업체와 손잡고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등 성공적인 ‘K-방역’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위기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지방정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30년 역사의 지방자치를 보다 완전하게 만들고, 자치분권국가 대한민국을 실현하자”고 말했다. 이광재 국회의원은 ‘K-뉴딜, 우리 지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지역의 발전은 인구수가 아닌 혁신 여부에 달려있다며 ‘교육판 넷플릭스’를 도입해야한다”며 “전세계 살아있는 지식인들의 온라인 강의를 지역에 공급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모아갈 때 지역이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정기총회에서는 이동진 도봉구청장이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둘째 날에는 ‘지방자치 30년, 자치분권의 역할’을 주제로 김동현 서울신문 차장의 진행으로 문 구청장과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의 대담이 열렸다. 코로나19가 지방분권에 미친 영향을 묻는 말에 문 구청장은 “변화무쌍한 대변혁의 시대에서 전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올 때 지방이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세대별, 지역별 다양한 사례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자치분권의 실체에 대한 주민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무엇이 진정한 자치분권이며, 왜 자치분권이 필요한지 생활 속에서 와 닿았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왜 지방분권을 이야기할 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세입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2018년 기준 22.3%로 연방형 국가의 평균치인 32.3%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단일형 국가 평균치 15.1%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인다”며 “다만 세출의 측면에서 세입과 격차가 큰 상황으로 현 상황에서 보면 6대 4라는장기 목표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번 행사는 ‘자치분권,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한 지자체장들의 소회 발표로 마무리됐다. 지자체장들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시대에서 주민의 시대로, 중앙집권 구조에서 자치분권 구조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지방정부가 연대하고 앞장서겠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문 구청장은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자치와 분권은 시대적 요구”라며 “이 행사가 매년 지속됨으로써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중앙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장으로 성장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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