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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북부 휴양지서 20분 폭풍우에 7명 사망·1명 위독…“기후변화 탓”

    그리스 북부 휴양지서 20분 폭풍우에 7명 사망·1명 위독…“기후변화 탓”

    그리스 북부의 유명 해변 휴양지인 할키디키 지역에 10일(현지시간) 강력한 폭풍우가 닥치며 20분 만에 관광객 6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숨지고 60여명 이상이 다쳤다. 11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난당국은 전날 밤 그리스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 인근에 있는 할키디키에 강풍과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닥쳐 이같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폭풍우가 지속된 시간은 20분 남짓으로 길지 않았으나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번 폭풍우로 체코 관광객들이 투숙하고 있던 해변의 캠핑 차량이 뒤집히며 2명이 사망했고, 쓰러진 나무에 깔려 러시아 남성과 그의 아들도 목숨을 잃었다. 수십 명이 식사를 하고 있던 현지 식당의 차양이 폭우에 쓰러지면서 야외에서 식사하고 있떤 루마니아 여성과 그의 8살난 아들도 세상을 떠났다. 폭풍우가 오기 전 어선을 몰고 조업에 나섰다 실종된 62세 어부의 시신도 이날 수습됐다. 부상자 60여명 가운데 22명은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이 중 70대 여성 1명은 중태라고 당국은 밝혔다.지진·공공재난 기관을 이끌고 있는 에프티미스 레카스 아테네대학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러한 자연재해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이 높다”면서 “특히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지역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계획을 확실히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다룰 수 있는 최신 과학 지식과 노하우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는 그리스 정부가 연안의 천연 가스 채굴 확대 계획을 포기하고 재생 가능한 대안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현지 방송은 뒤집힌 차와 쓰러진 나무, 파손된 주택 지붕, 폭풍우에 부서진 해변용 의자 등 플라스틱 잔해들로 뒤덮인 해변 등을 화면으로 방영해 이번 폭풍우의 위력을 짐작하게 했다. 강풍에 나무와 전신주가 힘없이 쓰러지면서 전기가 끊기고 이 지역 곳곳의 도로가 차단되자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재해 현장에는 140여 명의 구조 요원들이 투입돼 구조와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번 폭풍우 전 며칠 동안 이 지역의 수은주는 섭씨 37도까지 치솟는 등 무더위가 지속됐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미세 플라스틱만 ‘쏙쏙’…세계 최초 ‘해변용 진공 청소기’ 개발한 대학생들

    미세 플라스틱만 ‘쏙쏙’…세계 최초 ‘해변용 진공 청소기’ 개발한 대학생들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 보기에는 한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해변도 미세 플라스틱의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커다란 쓰레기는 수거하면 되지만,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제거하기도 어려우므로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의 한 대학생 연구팀이 해변에서 미세 플라스틱만을 골라서 수거할 수 있는 진공 청소기를 개발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하와이 공영라디오 방송(HPR)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하와이 국토개발부가 캐나다 대학생들이 개발한 한 진공 청소기의 도움으로 주(州) 해변들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훌라 원’으로 불리는 이 청소기는 캐나다 퀘벡주(州) 샤브룩대학 기계공학과에 다니는 12명의 학생이 개발했는데 해변의 모래에서 미세 플라스틱만을 분리하는 기능을 지녔다. 이들 학생은 처음에 학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청소기를 고안했고 나중에는 함께 ‘훌라 원 테크놀로지’라는 스타트업 회사까지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창립자 중 한 명인 샘 듀발은 H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장치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한 번 발명해보자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연구팀에 따르면, 훌라 원은 호스를 통해 모래와 미세 플라스틱을 함께 거대 물탱크로 빨아들인다. 모래와 돌멩이는 플라스틱 입자보다 무거워서 물탱크 바닥에 쌓여 다시 해변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청소기 시제품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해변으로 손꼽히는 하와이 카밀로 해변을 시험 장소로 삼았다. 빅아일랜드 최남단에 있는 이 해변은 조류의 영향으로 바다에서 많은 쓰레기가 밀려오는 데 그중 90%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에서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지난 4월 마지막 2주 동안 기능 시험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청소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고 난 뒤 진행한 시험에서는 결과에 만족할 수 있었다고 듀발은 설명했다. 이제 연구팀은 훌라 원을 하와이주(州)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현지에 남겨두고 이 청소기가 여러 해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 후속 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기금을 조성해 청소기를 제품화하기 위한 후원처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훌라 원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과·팀장급△규제혁신제도과장 이성도△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 파견 김기출 ■고용노동부 ◇국장급 승진△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심판국장 이상복◇과장급 전보△청년고용기획과장 양정열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본부장 정태윤△경영관리본부장 정완오△정책기획부장 김인식△경영지원부장 변용완△기동화력부장 박영수△지휘정찰센터장 장봉기 ■하나금융투자 ◇부서장 선임△글로벌주식영업실장 박상현 ■웅진그룹 ◇㈜웅진 기획조정실 기획조정실장 선임 및 승진△이정훈 전무◇㈜웅진플레이도시 대표이사 내정 및 승진 △남기성 상무 ■뉴스인사이드 △편집국장 겸 부사장 홍준성△영상사진부 팀장(차장대우) 이현미△연예부 팀장 정찬혁
  • [인사] 국방기술품질원

    △ 기술기획본부장 정태윤 △ 경영관리본부장 정완오 △ 정책기획부장 김인식 △ 경영지원부장 변용완 △ 기동화력부장 박영수 △ 지휘정찰센터장 장봉기
  • 부산시교육청, 식품 알레르기 대체식단 시범운영

    부산시 교육청이 ‘급식식품 알레르기 대체식단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식품 알레르기 유병 학생에게 대체식품을 제공하는 ‘학교 급식 식품 알레르기 대체식단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대상은 보림초,양성초,신진초,정원초,모전초 등 5개 초등학교다. 이들 학교는 식품 알레르기 유발 1∼3순위 식품과 비슷한 영양소 식품으로 대체식단을 만들어 해당 학생에게 주 1차례 이상 제공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시범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도록 ‘식품알레르기 대체식단 지원단’을 구성해 대체식단과 교수학습 과정안, 영양상담 매뉴얼 등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부산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의 식품알레르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식품알레르기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알레르기 표시제’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표시한 식단표를 학교 홈페이지와 식당, 교실 등에 게재해 알레르기 유병학생이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이 2차례에 걸쳐 지역 모든 초·중·고·특수학생을 대상으로 식품 알레르기 유병 실태를 분석한 결과 식품 알레르기 유병 학생은 4.14%(1만2917명)로 나타났다.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주요 식품은 복숭아 10.54%,조개류와 땅콩 8.26%,새우 7.89%,게 6.68%,우유 6.55%,호두 6.16%,토마토 4.41% 등이었다. 주요 증상은 피부·점막 증상(가려움,붉어짐,두드러기 등) 63.72%,소화기계 증상 15.30%,호흡기 증상 14.47% 등이었다.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 증상이 있는 학생(1.93%)도 있었다. 변용권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장은 “그동안 식품 알레르기 유병 학생에게 해당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지도해 왔으나 앞으로는 대체식단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野 “조국, 전참시 정권의 척수”… 與 “한국당이 비위 호위무사”

    조 수석 “삼인성호” 나경원 “양두구육” 조 수석에 질의 집중돼 청문회 방불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온 것은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야당 의원의 질의 대상도 조 수석에게 집중됐다. 운영위가 열리자마자 자유한국당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여야가 약 1시간 동안 입씨름을 벌인 뒤 조 수석은 준비해 온 현안보고서를 4분 동안 막힘없이 읽었다. 그는 “한국당에 의해 고발된 당사자이면서 검찰·경찰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관련 사건에 대해 국회 운영위에서 답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며 “그러나 고 김용균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와 운영위 개최를 연계한 것을 놓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수시로 고함을 지르면서 회의는 밤늦게까지 아슬아슬하게 진행됐다. 차분하게 답하던 조 수석은 전희경 한국당 의원이 TV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을 빗대 “전대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시대착오적인 좌파 정권의 척수”라고 하자 발끈했다. 조 수석은 “전 의원의 정치적 주장과 저에 대한 비난, 비방, 풍자, 야유 다 정치적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건 공적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어쩐지 색깔론이 안 나오나 했다”며 야유를 보냈다. 야당의 공세가 거듭될수록 조 수석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회의 시작 전까지만 해도 조 수석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조 수석은 운영위 개회 30분 전 국회에 도착해 미소를 지은 채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서 삼인성호(三人成虎)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옛말이 있다”며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다”며 작정한 듯 심정을 밝혔다. 회의장에 도착한 조 수석은 갈색 백팩에서 답변용으로 준비한 스프링 노트 한 뭉텅이를 꺼냈다. 노트에는 주황·노랑·핑크색 형광펜 줄이 그어져 있는 등 꼼꼼하게 답변을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조 수석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이날 대면이 주목받았지만 두 사람은 악수만 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국당 첫 질의자로 나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웠는데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羊頭狗肉) 정권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세력이 세상 바뀌었는지 모르고 하던 대로 하다가 쫓겨난 것인데 국정농단 바이러스 원조인 한국당이 비호하고 호위무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영남이공대 해외연수단 발대식

    영남이공대는 10일 대학본관 1층 광장에서 동계방학 해외 연수단 발대식을 가졌다. 이번 해외 연수단에는 일본(44명), 필리핀(20명), 호주(16명), 베트남(15명), 잠비아(12명), 캐나다(10명), 중국(8명) 총7개국에 125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파견 학생은 현지의 자매결연 대학에서 4~5주간의 어학연수와 전공 관련 학습 및 현지 문화 탐방 등의 연수를 진행하게 된다. 영남이공대학교 국제협력팀 변용주 팀장은 “동계 방학기간 진행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국가별로 평균 4:1~5: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며 “자매결연 대학의 수업 및 현지 기업의 체험학습 등을 통해 글로벌 역량강화와 함께 현지 적응과 해외취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고전은 어렵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을 뜻하는 ‘역(譯)’ 외에 보충 설명을 의미하는 ‘주(注)’, 해석을 가리키는 ‘해(解)’ 등이 필요한 이유다. 고전은 흔히 몸에는 좋지만 먹기 어려운 쓴 약에 비유되곤 한다. 이럴 때 적절한 해설은 달콤한 설탕막을 씌운 ‘당의정’과도 같다. 최근 어려운 고전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들이 눈에 띈다. 더위가 한 꺼풀 물러간 지금, 가을을 조용히 기다리며 고전의 향연을 음미해봄은 어떨는지. ◆난해한 주역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유교 3개 경전 가운데 하나인 ‘역경’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중국 시대마다 다른 역경이 전해졌는데,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 역(易)이란 뜻이다. 역사상 유일하게 유가와 도가 학파에서 동시에 추앙받는 경전이자,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도 불린다. 다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수많은 논쟁을 부른다. 중국 국학 연구 1인자로 통하는 장치청 북경교중의약대학 교수가 쓴 ‘주역 완전해석’(판미동)이 반가운 이유다. 역경 64괘 경문은 물론, ‘역전’의 단전, 상전, 문언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등 모두 7종 10편에 달하는 주역 원전 전체를 수록했다. 저자는 주역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게 원전을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일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원리, 길함을 따르고 화를 피해 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입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780여개 도판과 그래픽을 수록했다. ◆소통 관점에서 본 장자 쉽게 풀어내=중국 도가 사상가을 집대성한 장자(莊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된다. 내편은 7편, 외편은 15편, 잡편은 11편이다. 내편은 장자의 정수다. 외편과 잡편은 내편의 사상을 해석한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교 교수가 최근 낸 ‘장자 내편’(성균관대학교 출판부)는 장자의 사상을 ‘소통’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관해 “장자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 첫편 ‘소요유’ 주제가 소통이고, 뒤이은 ‘제물론’이 ‘호랑나비의 꿈’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랑나비의 꿈’은 사람들이 꿈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 데에서 출발해 결국 삶과 죽음의 차이도 없다는 걸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 소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편의 소요유·제물론·인간세를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으로, 양생주·덕충부·대종사·응제왕은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을 다룬다고 설명한다. 장자가 인간끼리의 소통을 넘어서서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까지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인다. 질문을 던지고 이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 저자의 글이 장자 속에 숨겨진 은유 등을 잘 알려준다.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어렵고 지루한 서양고전 핵심만 쏙=1971년 초판 출간 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가운데 하나.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신학에서 출발해 윤리학과 법학을 거쳐 경제학으로 완성된 장대하고 수미일관된 체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관한 설명이다. 이 책들은 유명하긴 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난해하고 지루한 책으로도 악명높다. 출판사 샘앤 파커스는 최근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를 출간했다. 리더스 클래식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고전을 쉽게 해석한 시리즈다. 첫 두 권으로 존 롤스 ‘정의론’과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골랐다.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저작인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록’ 등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애덤 스미스 사상의 정수로 다가간다.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해석을 맡은 ‘정의론’은 상식에 호소하는 직관적 이해 방식, 논증적 접근 방식이라는 방식으로 정의론에 접근토록 돕는다. 정의론의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우선 배려’, 그리고 ‘평등한 자유’와 ‘차등’의 두 원칙으로 구성되는 정의관도 알려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친교 다질 ‘도보다리’가 온통 파란색인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친교 다질 ‘도보다리’가 온통 파란색인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장인 판문점에서 신뢰를 다질 친교산책을 할 때 갈 ‘도보 다리’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시설이다. 이에 따라 도보다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 식수를 마치고 나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 다리까지 친교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책하는 동안 수행원들이 따라붙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두 정상이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보 다리는 판문점 우리쪽에서 봐서는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지어진 T1∼T3 건물과 그 동쪽에 떨어져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캠프(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m쯤 되는 작은 다리다. 보통 중감위 요원들이 판문점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도보 다리를 지나간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다리가 만들어질 때는 실개천이 흘렀지만, 지금은 다리 아래로 물은 흐르지는 않고 습지가 형성돼 있다.JSA 남쪽 구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서 ‘풋 브리지’(Foot Bridge)로 부르던 것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기면서 ‘도보 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도보 다리는 파란색 페인트칠을 했다.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시설은 모두 파란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다. 유엔사 관계자들이 도보 다리를 ‘블루 브리지’(Blue Bridge)라고도 부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반면 중립국감독위는 파란 색이 유엔색이기도 하지만 한반도기색이라고도 한다. 도보 다리가 놓인 곳은 1998년 2월 판문점 경비를 담당하던 북한군 부대 소속 장교인 변용관 상위(당시 계급·우리 군 중위~대위)가 귀순한 루트이기도 하다. 과거 북한군 탈북통로가 이제 남북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소로 변모하게 됐다. 임 실장은 브리핑에서 “이제부터 도보 다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 다리는 폭이 좁아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도 어려웠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장공사를 해 성인 세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충분할 정도가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해인 1953년생 소나무 공동 식수를 하는 장소는 1998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 루트인 ‘소 떼 길’로, 이 또한 T1∼T3 건물 동쪽에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소 떼 길에서 공동 식수를 하고 도보 다리까지 자연스럽게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도보 다리 인근에는 다리에서 맨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에 MDL 표식물이 있다. 높이 1m 크기의 나무 말뚝인 이 표식물은 겉면에 노란색이 칠해졌다. 남쪽에서는 ‘군사분계선’이란 한글과 ‘MDL’이란 영어 글씨가 보인다. 북한 쪽에서는 한자와 한글로 쓴 군사분계선이란 글씨가 보인다. 155마일 MDL에는 이런 말뚝 1292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 다리까지 친교산책을 한 다음, 평화의 집으로 돌아가 오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와는 달리 JSA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72시간 다리’는 제법 많이 알려졌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포로 교환을 했던 곳으로, 분단의 상징으로 통한다. JSA 북쪽 구역에 있는 72시간 다리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되자 북한이 72시간 만에 건설한 다리를 말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김정은, 비핵화 의지 천명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검증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김정은, 비핵화 의지 천명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검증해야”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정의용·서훈 대북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면담에서 거둔 결과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은 환영하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행동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향후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시작되겠지만 미국이 바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프로그램의 포기(CVID)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순간 한반도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김정은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우리 쪽 지역 개최, 비핵화 의지 천명 등 파격적 결심을 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고립무원의 상태를 타개해 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북한이 타깃이 될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제재를 벗어나려고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등 전향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거짓된 평화 공세’와 ‘시간벌기용 대화’가 아닌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할 단계에 왔다. →공은 문재인 대통령에서 김정은으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대화를 시사하는 트럼프 발언도 있었다. 향후 북·미 대화, 한반도 비핵 프로세스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의 진정성이 관건이다. 핵보유 포기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 체제 보장이라는 조건부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도 ‘대화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조건부다. 미국도 탐색적 대화를 시작하겠지만 단계적일지라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가능한 것인지가 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북한과의 신뢰할 수 있는 평화가 확립될 때까지 주한미군, 한·미 동맹을 협상의 테이블에 올리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사 방북 결과를 환영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뜨악한 표정이다. 대화 국면에서 자신만 빠지는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것 같다. 비핵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반도 비핵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면 일본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여 긍정적 역할의 여지가 크다. 다만 일본은 그 이전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의 수위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위장 평화공세나 거짓 협상에 나서지 않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다. →지난해 내내 ‘한반도 위기론’이 지배했다. 올해는 평화 무드가 올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대화 공세에는 핵무기 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우세적 대화’를 하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엔 결의에 기초해 강화하고 있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수세적 대화’도 필수적이다. 북한의 대화 공세는 이런 점에서 양면적이다. 북한의 대화 공세, 도발 중단, 북·미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상반기에 평화 무드가 조성되겠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긴장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만약 북한의 대화 공세가 시간벌기용 위장 평화공세였다고 판단된다면 남북, 북·미 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관계로 화제를 돌려 보겠다. 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서 독도 언급은 의외였는데.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민족주의적 정서나 국내 정치용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본이 현재 독도 문제로 네거티브 캠페인이나 선전 공세를 강화한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경계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도 언급은 좋은 전략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 경축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봤는가. -위안부 문제는 절대로 끝낼 수 없는 문제라고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 한·일 양자의 이슈이자 과거사 현안을 합의를 통해 끝낸 것을 재협상, 파기도 아닌 형태로 프레임을 바꾸어 국제인권의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끝날 수가 없고 일본이 사죄하고 반성을 계속 해야 한다며 싸움을 장기화시켰다. 일본은 “약속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도 2013년부터 유엔에서 전시여성 폭력 문제 해결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공헌하겠다고 얘기를 해 왔다. 위안부 문제는 전시여성 폭력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아베 내각이 너무 반발하면 자기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반인륜적인 국제 인권침해 문제라고 한 것은 양날의 칼이다. 일본을 공격하는 측면도 있지만 합의로 끝낸다고 해 놓고 게임을 연장시킨 격이다. →한·일의 신뢰회복은 가능한가. -상호 신뢰가 약해진 한·일 관계는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정쩡한 타협의 연속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은 하면서도 북한의 위협 및 중국에 대한 대응, 동맹국인 미국과의 조율 때문에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올봄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 그전이라도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있다. -대통령이 일본을 단독 방문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선 한·중·일 3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대해 메시지를 보낸 뒤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이라는 의미에서 다시 일본을 방문해도 늦지 않다. →지금 일본에서는 어느 때보다 한국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그 원인과 처방은. -일본에서는 한국이 약속을 지키는 국제 국가인지 의심을 한다. 그리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정권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아주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 간 소통 채널의 복원과 강화가 필요하다. 민간 전문가 등을 동원한 맞춤형 대외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갈등의 근저에는 상호 이해의 부족과 오해의 축적이 있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아주 의욕적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의 개헌 시계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일본은 2020년 이전에 개헌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자민당 내부의 의견 조율, 연립여당인 공명당과의 타협점 마련, 그리고 여타 야당들과의 합의 도출이라는 과제가 있지만, 아베 정권의 인기를 감안할 때 2019년 후반이나 2020년 초반에는 개헌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고 본다. 다만 개헌의 내용은 한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절제적이고 타협적일 가능성이 크다. marry04@seoul.co.kr ■ 박철희 교수는 현대日학회장 지낸 ‘일본통’아베 총리와도 각별한 사이 1963년생.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겸 교수로 서울대 정치학과, 같은 대학원 정치학석사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현대 일본 정치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대학,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지내고 있다. 2012년부터 4년간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지난해 현대일본학회 회장을 지낸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일본통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정계에 발이 넓어 정치인 150여명을 인터뷰했으며, 이 가운데 나카소네 야스히로(99) 전 총리, 아베 신조 총리와 각별한 사이다. ‘일본 국회의원이 만들어지는 법’, ‘자민당 정권과 전후체제의 변용’ 등의 저서가 있다.
  • 국비지원 ‘2018 OSMU 웹툰PD 양성과정’ 모집

    국비지원 ‘2018 OSMU 웹툰PD 양성과정’ 모집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2018년 OSMU 콘텐츠 기획자(웹툰PD)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교육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본 과정은 고용노동부와 마포구의 지원으로 중부여성발전센터가 수행하는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으로, OSMU 콘텐츠를 생산·기획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함을 목표로 한다. OSMU란 One Source Multi Use의 줄임말로, 하나의 콘텐츠가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되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말한다. 그 중 특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장르의 원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어, OSMU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OSMU의 개요 및 이해 △웹툰 기획 △저작권 교육 △웹툰 마케팅 △OSMU : 웹툰&영화, 웹툰&드라마, 웹툰&애니메이션, 웹툰&게임 △기획서 제작 △제작 실습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월~금 주5일 1일 4시간 수업으로 총 180시간, 45일 수업이 진행된다.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을 통해 교육인원 20명이 최종 선발된다. 미취업자나 영세사업자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마포구민이라면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직업상담사의 취업지원이 병행되어 관련 취창업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육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중부여성발전센터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수강신청 및 지원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마감은 2월 23일이다. 중부여성발전센터 관계자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양질의 원천콘텐츠를 생산하고 기획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수한 강사진과 합리적인 교육운영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취창업 도전의 기회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중부여성발전센터는 본 교육과정 개강에 앞서 교육설명회를 개최한다. 2월 21일 마포구청 시청각실에서 열리며, 자세한 내용은 중부여성발전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저절로’의 흥과 힘

    [박미경의 사진 산문] ‘저절로’의 흥과 힘

    “땅이 물컹 꺼지면서 발이 빠졌다. 곰팡이가 핀 땅에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는 일이 망설여졌다. 그러다 깨달았다. 곰팡이는 우리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느라 애쓰는데, 곰팡이가 뭐 어때서?” 지난해 전시했던 사진가 문선희의 작업 노트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은 형태와 질감, 색감이 선명했지만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었다. 11800, 84879. 사진 옆에 쓰인 숫자들도 모호했다. 모호함은 어떤 섬뜩함을 예감케 했다.사진전의 제목은 ‘묻다’였다. 제목처럼 사진들은 묻고 있었다. 무엇이냐고. 그것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3년 후를 찍은 사진들이었고, 각 사진 옆의 숫자는 매몰된 동물들의 수였다. 내용을 알고 나면 눈앞의 사진이 달리 보인다. 비닐 속에 은폐된 동물 사체들의 피와 잔해, 끈적이는 액체를 토해 내는 풀과 지면에 뒤덮인 곰팡이. 무언가가 ‘묻혀’ 있는 것이다.매몰지들은 법적으로 3년간 발굴이 제한됐다가 이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 소, 염소, 닭과 오리 등 숱한 생명들이 ‘살처분’돼 묻힌 땅이 3년만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그것이 과연 가능한지 궁금했다. 매몰지 한 곳을 찾아갔다. 멀쩡해 보이는 땅에 갑자기 발이 푹 빠졌다. 발이 닿는 곳 모두가 물컹했다. 그곳은 통째로 썩고 있었다. 이 매몰을 질문의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였다. 전국에 산재한 매몰지들을 100곳 넘게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 막상 만난 그녀는 카메라와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혼자 음습한 매몰지들을 찾아다녔을 법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그런 강단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여린 몸피의 젊은 여성이었다. “아마도 누가 그 일을 시켰다면 못 했을 거예요.” 독백처럼 한 그녀의 말에서 작업 과정의 지난함이 읽혔다. 아마도 스스로 택한 일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전시가 그런 ‘힘’의 결과였다. 그런가 하면 ‘흥’도 있다. 역시 작년에 열었던 사진전이다. 김심훈은 10년 넘게 정자만 찍어 온 사진가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정자와 누각에 올라앉아 있는 시간이 좋았다고 한다. 여름에 들렀던 정자의 가을 풍광도 겨울 풍광도 보고 싶었고, 그렇게 한 계절 두 계절, 한 해 두 해 찍다 보니 기록자로서의 의무감이 생겨났다. 2008년부터 파주의 화석정부터 강원과 경상, 호남 지역의 정자에 이르기까지 110여곳을 다녔다. 그렇다고 전국의 경치 좋은 정자들을 선비놀음하듯 다닌 것은 아니다. 그는 ‘트럭운전’이 생업이다. 그 생업의 틈틈이 대형 필드카메라를 들고 정자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400여개의 정자가 있다는데, 곳곳에 산재한 이 정자들을 미학적 접근을 통해 촘촘히 기록한 사진은 드물다. 또 접근이 가능한 정자는 채 반도 되지 않는다. 옛 문헌에 설경이 아름답다고 기록된 정자를 눈을 뚫고 찾아갔으나 때를 놓친 경우도 있고, 진입로가 아예 막혀 버린 정자를 찾아가느라 낫으로 2㎞ 남짓 숲길을 헤쳐 가며 도달한 정자도 있다. 촬영 과정의 어려움, 사진에 담기 맞춤한 시기성까지 생각하면 기록한 정자의 수는 명확해도 오고 간 걸음의 차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그가 암실에서 수동으로 직접 현상 인화해 선보인 ‘한국의 정자’, 그 고요한 흑백사진 뒤에는 숱한 발걸음과 낫질, 집념과 열정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좋아서 절로 하는 일, 올해도 그 ‘저절로’의 흥과 힘이 어떤 사진들로 변용돼 우리에게 올지 기다려진다.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만화가, 독자 사로잡는 그들만의 비법

    만화가, 독자 사로잡는 그들만의 비법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위근우 인터뷰와 글/남해의봄날/220쪽/1만 5000원연말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과 함께-죄와 벌’뿐 아니라 과거 흥행작인 ‘내부자들’이나 명품 드라마 ‘미생’까지, 공통점은 모두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이다. 동시대 가장 ‘핫’(hot)하고 ‘힙’(hip)한 직업이 웹툰 작가인 시대이기도 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을 돌파했고, 2020년 1조원 시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신간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의 인터뷰어 위근우는 “게임의 룰이 달라졌다”는 말로 만화의 위상 변화를 증언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매력적인 ‘만화의 시대’로 안내하는 동시대 만화가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난다(어쿠스틱 라이프), 이종범(닥터 프로스트), 한지원(생각보다 맑은), 김정연(혼자를 기르는 법), 이동건(유미의 세포들), 윤태호(미생) 등이 풀어 놓는 치열한 창작의 고민을 담고 있다. 독자를 사로잡는 만화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서사’, 각자의 개성 있는 세계관이 녹아 있는 독특한 이야기들 아닐까. 일상툰 작가인 난다는 서사를 사건의 힘에 의지하지만 반전은 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다. 소소한 일상 경험들을 캡처하듯 만화 속에 붙잡아 서사적으로 변용한다. 난다의 미덕은 균형 감각이다. 특별한 감성을 드러내면서도 ‘자기 경험’에 매몰되지 않는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안기는 이율배반적인 충족감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심리학을 만화 소재로 삼는 이종범 작가는 각 스토리를 구간별로 해체하는 편집증적인 방식의 이야기 설계를 선호한다. 그의 대표작 ‘닥터 프로스트’는 ‘심리학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한 줄의 메모에서 출발했고 캐릭터와 서사는 주제 의식에 충실하게 부합했다. 이런 작업 방식에 대해 이종범 작가는 ‘배가 산으로 가는 식’의 실패 확률은 낮은 작법이라고 자신한다. 출판 디자이너에서 만화가로 전업한 김정연 작가는 서사적 명료성을 중시한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상황과 연출, 대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바대로 전달하는 것’, 이건 말로 표현하면 쉽지만 작법으로 실행하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작품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작품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 느껴지는 동시대 또래 여성들의 목소리에 공명할 줄 아는 작가만의 섬세한 공감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지난해 한국만화가협회로부터 ‘오늘의 우리만화’를 수상한 이동건 작가는 문제의식과 작가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는 여성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한 ‘유미의 세포들’이 성장 서사의 구조를 갖는 건 작가 스스로 ‘요령’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변화에 대한 관심사가 개입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화가가 되는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전통적인 입봉 경로인 공모전뿐 아니라 포털의 웹툰 2부리그(조석 작가)나 인터넷 커뮤니티(이말년 작가), 블로그(박수봉 작가)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재로 ‘2017 오늘의 우리만화’를 수상한 수신지 작가 사례까지 다양한 경로를 참고하라고 말한다. 허영만 화실의 문하생으로 만화 인생을 시작해 대가의 반열에 들어선 윤태호 작가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한다. 그는 “노력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 내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고 강조한다. 윤 작가는 ‘핑퐁’의 마츠모토 타이요나 ‘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처럼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창조형 작가보다는 노력을 통해 탄탄해지는 완성형 작가를 많이 키워낼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만화가에 대해 “새로운 플랫폼과 시장에서 자신들이 직접 룰을 만들고 또 그 룰을 폐기하거나 확장하는 능동적 이야기꾼”이라고 정의하며, “만화가가 큰 인기와 관심의 대상이 된 건, 그들이 동시대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연한 창작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Kazakhstan’이 ‘Qazaqstan’으로 바뀐다. 러시아로부터 벗어나려고

    ‘Kazakhstan’이 ‘Qazaqstan’으로 바뀐다. 러시아로부터 벗어나려고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표기가 ‘Kazakhstan’에서 2025년에는 ‘Qazaqstan’으로 바뀌게 된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무겁고 딱딱한 키릴 문자 대신 더 멋진 라틴 알파벳으로 국호를 표기했으면 좋겠다고 공표했다. 당장은 라틴 문자로 바꾸되 2025년까지 새 라틴 문자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까지는 모든 공문서를 라틴 문자로 바꾼다. 내년에는 교사 훈련을 시작하고 새로운 교과서를 개발한다. 2025년이 되면 모든 공문서 작업과 발행을 새 라틴 문자로 한다. 물론 키릴 문자가 여전히 쓰이는 과도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라틴 문자로는 ‘Kazakhstan’이지만 새 라틴 문자 표기법이 자리 잡히면 ‘Qazaqstan’이 된다. 라틴 알파벳은 키릴 문자보다 훨씬 글자 수가 적어 카자흐어가 내는 소리들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을 효율적으로 덧붙여야 한다. 한반도의 12배 영토에 인구라고 해봐야 2000만명이 안되는 이 나라는 국민들의 말을 완벽하게 표현해주는 문자가 없어 애를 먹어왔다. 카자흐어는 기본적으로 투르크 언어로 처음에는 아라비아 문자를 썼다. 그러다 1929년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면서 아라비아와 라틴 문자를 병용했다. 11년 뒤에는 옛 소련의 다른 공화국들과 보조를 맞춘다며 키릴 문자로 바꿨다. 다만 키릴 문자는 카자흐스탄에서 변용돼 러시아 글자 33개에 카자흐 것 9개를 더했다. 이에 견줘 라틴 알파벳은 26개 밖에 안된다.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나라를 근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를 청산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로의 진출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하나 지구촌과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는 데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이유도 곁들여졌다.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중앙아시아의 다른 네 나라 가운데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여전히 키릴 문자를,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라틴 알파벳을 쓰고 있다.키릴 문자를 버려야 한다는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 혼란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당근을 가리키는 카자흐어는 ‘с?б?з’인데 라틴 문자로는 ‘sabeez’로 표기해왔다. 그런데 새 라틴 문자로는 ‘sa’biz’로 표기해야 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해시태그를 붙여 ‘#saebiz’로 쓰고 있다. 그런데 이 ‘saebiz’는 러시아 말로 ‘заебись’인데 ‘혼란스럽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야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몰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옛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건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으나 수백년 동안 사용해온 문자에 익숙한 세대와 미래 세대를 분리시키려는 정치적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국 재즈, 그 시작과 현재가 만나다

    한국 재즈, 그 시작과 현재가 만나다

    “말로는 가장 재지(jazzy)한 가수지요. 그래서 기대를 해요. 우리나라 재즈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박성연) “선생님이 스타일이 워낙 분명하고, 전 컬래버를 많이 안해본 편이라 걱정되긴 해요. 선생님이 무대에 서면 광채가 나는 데 옆에서 살짝 그 덕을 봐야죠.”(말로)한국 재즈의 산증인 박성연과 우리 재즈의 지평을 열어가는 말로가 자라섬에서 만난다. 22일 오후 4시30분 자라섬 국제재프페스티벌의 메인스테이지인 재즈 아일랜드에서다. 올해 14회를 맞은 페스티벌(20~22일)에는 추초 발데스와 곤잘로 루발카바,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 조슈아 레드맨 트리오 등을 포함해 19개국 43개팀 257명이 초청되어 역대 최고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박성연과 말로의 만남이 단연 돋보인다. 이름 하여 디바스(Divas)다. 미8군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국 재즈 1세대인 박성연은 재즈 대모로 통한다. 허스키한 음색으로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렸으며 1978년에는 국내 첫 본격 재즈 클럽인 야누스를 열었다.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보금자리 삼아 성장한 곳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말로는 우리 전통 멜로를 변용한 우리 말 재즈 음반 등을 내며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세월을 건너 뛰어 두 사람이 가까워진 것은 음악적으로 공감을 느꼈기 때문. 말로는 20여년 전 유학을 다녀온 뒤 재즈 클럽을 돌다가 대선배를 만났다. “재즈 보컬은 실력을 키우기 위해 클럽 공연을 해야 하는데 대개 클럽 운영자들의 마인드가 음악이 최우선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야누스는 전심전력으로 음악을 배려하는 최고 클럽이었죠.”(말로) “내가 노래하고 싶어 클럽을 열었지만 후배들에게도 자유로운 무대를 주고 싶었어요. 말로는 임프로바이제이션(즉흥 연주)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마 말로가 저를 좋아하는 것보다 제가 말로를 더 좋아할 걸요. 저는 평생 음악 밖에 없었던 사람인데 말로가 그랬죠.”(박성연) 신촌, 대학로, 청담동 등을 거쳐 현재 서초동에 자리하고 있는 야누스는 2년 전 박성연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말로 등이 ‘디바 야누스’라는 이름으로 이어 받았다. “너무나 아끼는 건데 재즈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엉망이 되겠다 싶었어요. 말로와 말이 통했죠. 그런데 미안해요. 맨날 적자만 보던 것을 넘겨줘서요.”(박성연) “선생님이 재즈 정신을 물려주신 거라 저야말로 감지덕지죠. 역사가 있는 장소를 맡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 선생님이 얼마나 공연에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셨던지, 지금도 뮤지션들이 야누스가 제일 편하고 사운드도 좋고, 피아노 등 악기 상태도 훌륭하다고 이야기해요.” 디바들의 대화는 어느 새 요즘 재즈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 후배들이 다들 훌륭해서 시간을 갖고 노래하기만 하면 된다고 봐요. 자꾸 팝쪽으로 가지 말고 재즈로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 듣기 편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재즈를 알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해야죠.”(박성연) “사람들이 음악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폭이 조금 더 넓어지면 괜찮은 데 그게 아쉬워요. 제시되는 것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많이 듣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말로) “요즘 야누스에선 일요일엔 보컬 잼을 해요. 아마추어 분들도 누구나 프로들의 연주에 맞춰 재즈 스탠더드를 노래할 수 있는 무대죠. 말하자면 재즈 노래방이에요. 노래를 들려주기 보다 직접 하게 만들어 재즈의 가치를 실감하게 하면 저변이 확대될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진짜 아무나 막오는 데 정말 재미있죠.”(말로) “정말 굿아이디어네. 옛날에 미국 재즈 클럽에 갔을 때 어떤 흑인 여자가 이런 곳에서 처음 노래 불러본다고, 떨린다고 하더니 애드립이 아주 기가 막히더라고.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야누스에도 나타날지도 모르지.”(박성연) 박성연의 허스키 보이스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2015년 여름 즈음 요양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는 아무래도 무대가 잦아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큰 활동은 지난해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도. 그러고 보니 내년 11월이면 야누스 40주년이다. 기념 공연 계획은 없을까 했더니 “어떡하지, 큰일났다. 하하하. 우리 엄마 환갑 잔치 걱정하는 것처럼 벌써부터 걱정되는 데요. 열심히 준비해야죠”라며 말로가 활짝 웃었다. “‘선생님은 그냥 서있기만 해도 괜찮다. 나오는데로 하라’는 임인건 씨 말에 용기를 내서 자라섬 무대에 서는 거에요. 건강이 조금만 더 나아지면 공연해야지 했는데 더 나아질 것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 자라섬이 목표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물론 지금도 꿈은 다시 야누스에 서는 것이죠.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서요. 아이 호프(I hope)!”(박성연)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말폭탄’으로 들리지 않는 트럼프의 북 궤멸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궤멸이라는 전례 없는 ‘말폭탄’을 터뜨렸다. 우리 시간으로 그제 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그는 “미국은 강력한 힘과 함께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만약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에 했던 ‘화염과 분노’나 ‘심판의 날’ 같은 표현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메가톤급 발언이다. ‘화염과 분노’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 정권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이번 ‘완전 파괴’는 말 그대로 북한 주민 전체가 김정은과 함께 절멸하는 상황을 상정한 극한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고 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다량의 핵무기를 동시에 북에 퍼부을 수도 있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유엔 역사상 미국 대통령 연설로는 가장 거칠고 직접적이며 반평화적인 그의 발언은 당장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김정은의 핵 질주를 억제하기 위한 엄포로 보는 게 좀 더 현실적일 것이다. 자신이 볼 때 고강도 대북 압박에 줄곧 어깃장을 놓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응축된 불만이 이런 거친 표현으로 분출된 것일 수도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깡패 두목의 연설 같다”고 비난하고 영국 가디언지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미사일 말고 다른 장난감을 갖고 놀기를 기대한다”고 조롱했으나 이런 비판의 기저 역시 ‘왜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할 겁박으로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느냐’는 질책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연설은 곳곳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라 할 ‘미국 우선주의’와 ‘힘의 우위’가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연설에서도 트럼프는 각국의 주권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천명했다. 이데올로기나 철학, 명분 대신에 실질적 이익과 결과를 중시하는 그의 가치 체계도 거듭 표출됐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이를 위협하는 그 어떤 도전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동맹이라는 것도 공동의 이익이 아니라 일방의 이익으로 작동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폐기 또는 변용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하나의 우려는 트럼프가 ‘미치광이 전략’을 더욱 중시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비상식적 행동에는 그 이상의 비정상적 대응으로 맞서야 성공을 거둔다는 발상으로, 자칫 군사적 대응에 대한 강한 유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가 비정상적 판단의 실험무대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북·미 간 대치가 고조될수록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커가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요구된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상황은 우리의 관리하에 통제돼야 한다. 외교안보 라인은 이제부터라도 미국과의 채널을 풀 가동, 시시각각 상황 변화에 따른 긴밀한 대화 체제를 구축하기 바란다.
  • 사진실 교수의 보물창고,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 발간

    사진실 교수의 보물창고,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 발간

    ‘전통은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보물창고’라는 말로 한국고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고(故) 사진실 교수의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총 9권)가 발간됐다.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진실 교수는 인문학의 바탕 아래 전통연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던 학자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사료 제공자로 유명한 인문학자로, 이번에 발간된 전통연희 시리즈는 학자 사진실이 생을 바쳐 완성한 저작집이다. 학계가 사진실 교수의 전통연희 시리즈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작 50세의 나이에 그녀의 학문적 성과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사 교수는 공연문화의 지속과 변화를 밝힌 저서들과 전통연희에 대한 치밀한 연구 논문, 또 그것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현하고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각종 평론과 아이디어로 이미 50세 이전에 확고하게 자신의 학문적 천명을 제시했고, 이를 실천했다.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후학들을 통해 인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다. 사 교수가 그토록 복원하길 염원하던 산대(山臺)는 2017년 국립국악원의 ‘산대희(山臺戱), 만화방창(萬化方暢)’ 공연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안타깝게도 살아 생전에 산대 공연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녀의 연구업적과 성과는 인문학을 넘어, 문화, 공연, 예술계로 스며들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전통연희 시리즈 중 제1권 ‘한국연극사 연구’와 제2권 ‘공연문화의 전통 樂·戱·劇’은 생전에 간행되었던 책이다. 제1권은 조선시대의 화극(話劇)을 다룬 석사논문과 조선시대 서울지역의 연극을 다룬 박사논문이 핵심 내용이다. 제2권은 악(樂)·희(戱)·극(劇)의 갈래 구분을 통해 한국의 연극사를 혁신적 방법론으로 분석·체계화한 것으로, 사진실 교수의 대표 저서이다. 제3권 ‘조선시대 공연공간과 공간미학’은 전통연희가 연행되는 공간과 그러한 공간을 통해 표출되는 미학의 성격을 중점적으로 해명하려고 한 책이며 제4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성장’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전통연희가 어떻게 전승되어 왔고 성장해 갔는가를 통시적으로 조망했다. 제5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근대극’은 조선후기와 근대에 초점을 두고 전통연희가 지속되고 변용되는 측면을 고찰한 책이다. 제6권 ‘봉래산 솟았으니 해와 달이 한가롭네-왕실의 연희축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왕실문화총서’ 중의 하나로 소개될 예정이었으나 발간되지 못했다. 제7권 ‘융합형 공연제작실습 교육을 위한 전통연희 매뉴얼’은 예술현장에서 전통연희와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책이고, 제8권 ‘융합형 교육을 위한 공연문화유산답사 매뉴얼’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전통연희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마지막 제9권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다’는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전통연희 시리즈를 기획한 최원오 광주교육대 교수는 사진실 교수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사진실 교수는 묵직한 학문적 업적과 창조적 결과물들을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만들어 냈지만, 자신의 천부적 재능과 꿈꾸던 원대한 일들을 채 절반도 다하거나 이루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며 “전통 연희 연구자를 비롯한 인문학자, 공연예술가들, 그리고 창작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저작집을 자신 있게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미술●서정배 개인전(작품) 삶을 지속하면서 순간적으로 문득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월요일 오후 3시’라는 제목으로 근작을 선보인다. 우울함과 멜랑콜리를 추상화한 평면작업과 오브제 설치작업으로 ‘키키’라는 이름을 가진 상징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7월 2일까지,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도올. (02)739-1407. ●조각의 미학적 변용 현대조각의 변용된 조형성을 미학적으로 모색하는 전시. 고유한 조형성 표상을 통해 예술적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여 온 김정명, 신옥주, 이재효, 홍순모 등 4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28일까지,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미술관.(031)594-8001. 대중음악 ●변진섭 데뷔 30주년 콘서트 타임리스 ‘홀로 된다는 것’, ‘너에게로 또다시’, ‘숙녀에게’, ‘새들처럼’, ‘희망사항’, ‘로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등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시켰던 원조 발라드 황제 변진섭이 오는 7월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발매를 앞두고 펼치는 공연이다. 변진섭은 내년 5월까지 전국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7월 1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 7만 7000~11만원. (02)558-4588. ●토크 앤 발라드 콘서트 ‘사랑하기에’의 이정석, ‘기차와 소나무’의 이규석, ‘떠나지마’의 전원석 등 1980년대 인기 가수들이 뭉쳐 추억을 소환하는 기부 콘서트. 30일에는 이정봉과 윤석환, 7월 1일에는 이범학, 고한우가 게스트로 함께한다. 30일 오후 7시 30분, 7월 1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 5만 5000~6만 6000원. (02)2204-6405. 뮤지컬·연극●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죽은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49일간 7개의 저승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 저승사자 강림이 억울하게 죽은 원귀를 찾아 나서는 사연 두 가지 이야기를 엮어 펼친다. 30일~7월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원. 1544-1555.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새로운 주제를 두고 펼치는 토론을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한다. 27일~8월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5만 5000원. 1577-3363. 클래식·국악●우리시대 작곡가 진은숙 음악계 노벨상인 그라베마이어상과 생존 작곡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아르놀트 쇤베르크상 수상 등 세계적 반열에 오른 진은숙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무대다. 지휘자 일란 볼코프, 피아니스트 김선욱, 소프라노 레이첼 길모어, 메조소프라노 제니 뱅크, 바리톤 디트리히 헨셀, 서울시향이 진은숙 사운드를 구현한다. 7월 1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3만~7만원. 1544-7744. ●제2회 바닥소리극 페스티벌 ‘방탄철가방, 배달의 신이 된 사나이’ 창작 판소리를 선보이는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철가방을 들고 광주를 종횡무진하던 ‘짜장면 배달의 신’ 최배달이 생생한 광주 항쟁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30일~7월 2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만원. (02)2029-1725.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기억의 주름으로 켜켜이 접힌 우리 이야기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기억의 주름으로 켜켜이 접힌 우리 이야기들

    세종대왕과 이순신, 광화문을 만나러 세종문화회관 계단으로 향했다. 한국의 옛 건축양식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용한 건축물 아래 40걸음의 폭과 32칸의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6월의 아침 햇살로 단장하고 환하게 맞아 주었다. 계단 옆에는 30도 가까운 날씨에도 정지용 시인 동상이 시 ‘별’을 읽으며 무심히 앉아 있었다.해설사 이기훈씨는 “오늘 11개의 서울미래유산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세종문화회관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문화1번지를 자임할 만큼 문화예술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는 해설자의 목소리를 따라 투어 신청자들은 ‘우리’가 돼 경험을 공유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이름만 들어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우러나는 이순신 동상을 마주했는데, 문제점(칼의 위치와 종류, 갑옷 모양, 표준 영정과 다른 얼굴, 누워 있는 전고)을 들으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걷다 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만들어 준 세종대왕 동상이 높다랗게 앉아 있었다. 황토현, 풍수지리, 육조거리, 광화문 빌딩 이야기들, 특히 조선 초 경복궁의 남문이며, 궁성의 정문으로 세워진 광화문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지만 고종 때 재건되고 일제강점기에 옮겨지는 등 수난을 겪은 후에야 2010년 제 모습을 찾았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 황토마루라 불리는 옥상공원에 올랐다. 그늘에 앉아 더위도 식히고 멀리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백악산 아래 청와대와 경복궁을 감상하고, 인왕산을 바라보며 요즘 드라마로 방영되는 중종과 단경왕후의 사랑 이야기도 들었다. 종로구청과 피맛골을 지나 염상섭을 만나고 생명의 말씀사 건물 벽에서 서울미래유산 표식을 확인했다. 학창 시절 먼 나라에서 건너온 예쁜 색깔의 크리스마스카드를 사러 들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은 현재 체험하고 있는 전부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인상적이었던 것만을 기억한다. 오늘 우리 것인 광화문 이야기는 켜켜이 쌓여 기억의 주름으로 곱게 접혀졌다. 우리였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가 기억의 주름을 펼쳐 서울미래유산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에게 들려주리라. 현재의 여기에서 미래의 그곳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공통된 기억을 만들며 미래의 그들과도 ‘우리’가 될 것이다. 이소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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