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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날 애기까지 영화에 동원

    태어날 애기까지 영화에 동원

    『남(男)과 여(女)』『파리의 정사』등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프랑스」의 「클로드·를루쉬」감독이 새 영화 『깡패』의 「로케」에 한창이다. 이 영화엔 「를루쉬」감독의 아내인 「크리스틴」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 각본(脚本)서부터 분장까지 자신이 직접 도맡아서 「클로드·를루쉬」하면 귀재(鬼才)가 많은 「프랑스」영화계에서도 제1급의 귀재로 손꼽힌다. 새 영화를 만들었다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데가 없다. 줄거리를 정하고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가하면 「로케이션·헌팅」은 물론 감독과 촬영, 심지어는 분장까지 자신이 도맡는다. 『물론 내가 천재이거나 욕심장이는 아니지요. 그러나 영화가 완성되어 일단 상영되면 그 영화에 대한 잘, 잘못은 모두 내게 향해져요. 그러니까 내 이름을 지키기 위해선 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지요』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만사를 제쳐놓고 몰두 「를루쉬」감독의 숨김없는 고백이다. 지방흥행사나 거물배우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우리나라의 감독들과는 생각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대전제속에 「를루쉬」감독은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만사를 제쳐놓는다. 아내와의 저녁약속, 친구들과의 「포커」약속쯤은 아예 지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연 아내인 「크리스틴」은 불만이 많기 마련.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새 영화『깡패』에선 아내 「크리스틴」을 주연여배우로 씀으로써 이제 이 두 부부는 24시간동안 함께 지내게 되었다. 「프랑스」감독으로 자기 아내를 곧잘 영화에 출연시켜 온 사람은 「로제·바딤」. 그의 아내였던 「브리지드·바르도」「아네트·스트로이버그」「제인·폰다」「캐더린·드뇌브」등은 모두 「바딤」이 주연여우로 쓰던 얼굴들. 『사실 그 역을 아내에게 주자고 마음먹고 쓴 것은 아니었죠. 그러나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난 뒤 그 역을 맡길 여배우를 찾아보니 아내밖엔 없더군요』 그러니까 자신은 아내의 연기력을 전혀 몰랐던 것. 전직 「패션·모델」이며 잡지의 표지아가씨였던 「크리스틴」은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인 아가씨. 「를루쉬」감독의 「카메라·테스트」에 손쉽게 「패스」했다. 영화에 출연한 아내를 가정서도 연기자 취급 『일단 영화에 출연하니까 그이는 절 아예 아내가 아니라 영화속의 여인으로 만들려고 들더군요. 영화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예요. 때로는 이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죠. 하지만 영화에만 몰두하는 그이의 성격을 아니까 제가 참지요』-「크리스틴」이 아내로서 하는 말이다. 올해 33살의 한창 나이인 「를루쉬」는 처녀작『남과 여』(「아누크·에메」「장·루이·트랭티냥」주연) 한 편으로 명성을 얻은 귀재. 이 영화가 개봉된후 세계각국에선「모노크롬」(단색(單色)화면)의 촬용이 활발해졌다. 그후『파리의 정사』(「이브·몽땅」「아니·지라도」「캔디스·버겐」주연),『나를 좋아하는 남성』(「장·폴·벨몽도」「아니·지라도」주연』등을 발표하여 영상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새 영화『깡패』는 지금까지의 「로맨스」영화와는 달리 「갱」영화. 「를루쉬」감독으로선 처음 변신을 꾀하는 셈이다. 스토리는 개봉전 까지 절대로 밝힐수 없다고 「스토리」는 실제 있을 뻔했던 사건을 그대로 빌어온 것. 「스위스의 시몬」이란 별명을 가진 한 전과자가 1백만「달러」를 갖기 위해 6년간 옥중에서 계획한 치밀한 완전범죄다. 『바로 그 「시몬」이 저와는 군대시절 친구였어요. 그래서 그 친구를 설득했죠. 다시 범행을 하다가 감옥엘 가느니 차라리 내게 상세한 계획을 알려주면 영화수입의 얼마를 떼어주겠다고요』 이런 「를루쉬」의 설득에 「시몬」은 범행을 포기하고 자신의 기발한 범죄계획을 털어 놓았다. 각본은 물론 「를루쉬」자신이 쓰고. 「스토리」가 이런 것이고 보니 궁금증도 대단한데 「를루쉬」감독은 개봉전 까지는 절대 밝힐 수 없다고. 「시몬」역을 맡은 배우는 「를루쉬」의 절친한 친구이자 「프랑스」의 1급 연기파배우인 「장·루이·트랭티냥」 (남과 여). 그의 어렸을 때부터의 꿈은 「오토·레이서」(자동차경주선수)와 변호사였는데 『남과 여』에선 「오토·레이서」역을, 이번『깡패』에선 전직 변호사역을 맡게 되어 어렸을적의 꿈을 「스크린」에서나마 이룬 셈이다. 「로케」장소는 「파리」에 있는 「를루쉬」의 「스튜디오」와 「파리」의 변두리 거리들. 그러나 야외 「로케」일 경우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는 주연 배우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를루쉬」의 취미다. 그저 배우들은 「를루쉬」가 일러주는대로 행인들 틈사이를 빠져 나갈뿐. 이 부부합작을 기념하기 위해 곧 태어날 아기의 이름까지 「시몬」으로 미리 정했다니까 말하자면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도 영화에 동원했으면 하는 눈치. [선데이서울 70년 9월 27일호 제3권 39호 통권 제 104호]
  • [20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거북모양으로 생긴 형태, 과연 이 형태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근대유물 한 점, 이 의뢰품이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라고 한다. 과연 이 라디오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긴 몸통, 짧은 입구, 이 도자기의 명칭은 무엇일까. 한쪽 면에 평평하게 만들어, 세워둘 수 있게 만든 점이 특이하다. 이 도자기의 용도를 알아본다. ●최강! 울엄마(KBS2 오전 8시55분) 보라에게 등을 떠밀려 하이틴 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하게 된 은기. 생각지도 못한 1차 합격을 하고 주변의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2차 심사준비에 몰두한다. 은기엄마는 계속되는 남자들의 등장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강의 엄마와 채린의 엄마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은기의 엄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37년, 세계일주를 계획한 미국의 여성비행사. 마이애미를 출발해 비행 44일째 되는 날 하우랜드 섬의 아이타카스호 무전연락을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미 당국은 해상에서 무전통신과 비행경험의 부족으로 실종됐다고만 했을 뿐,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유해는 물론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도전! 1000곡(SBS 오전 8시30분) 지칠 줄 모르는 댄싱머신 김창렬, 이주연 VS천상의 목소리 린. 왕중왕을 거머쥐기 위한 두팀의 빅매치가 시작된다. 세대 불문, 장르 불문, 성별 불문, 만능 아이돌, 슈퍼 주니어-T. 마이크를 잡고 싶은 슈퍼주니어의 래퍼, 은혁. 최신곡도 문제없다. 대선배 임수정의 무한 변신까지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사랑과 평화’는 1977년 당시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이남이(베이스), 이철호(보컬), 최이철(기타) 등 6명의 최고 뮤지션이 의기투합해 만든 그룹이다. 홍대 클럽에 진출해 젊은 세대들과 음악적 교감을 하고 있다. 다시금 대중들 앞에 다가가기 시작한 ‘사랑과 평화’.30년의 관록이 묻어나는 그들만의 펑크 음악을 기대해 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8시30분) 에너지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이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자 유해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게 바로 태양열이다. 친환경적인데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신선한 감동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신선한 감동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은 폭발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한 단면과 같다. 뮤지컬이 한국 공연계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배우, 극장뿐 아니라 좋은 작품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수준 높은 창작뮤지컬이 몇달 준비만으로 뚝딱 나오긴 어려우니 뉴욕 브로드웨이의 B급 뮤지컬까지 수입되고 있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충무아트홀이 새로 만든 소극장 ‘블루’의 개관을 기념해 올린 작품이다. 새 극장은 대학로 소극장보단 낫지만, 극장용이 아닌 사무실이나 학생용으로 쓰는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성인남성의 엉덩이로는 좌석 간격이 비좁다. 게다가 무대 왼쪽에 배우 통로와 오케스트라 박스를 벽으로 막아 돌출시켜 놓았다. 이 때문에 무대에 가까운 왼쪽 가장자리 좌석에 앉는 관객들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한참 비틀어야만 해 목디스크가 걸릴 지경이다. 앞줄 좌석은 또 무대보다 위치가 낮아 올려봐야만 한다. 급하게 개조한 극장의 단면이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형이 아니다. 노래도 포크송이라 신나기보다는 기타, 아코디언, 바이올린, 첼로가 어우러져 애절한 느낌이 강하다. 해외 에이전트들이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뮤지컬’ 1위로 추천했다지만, 인기 있는 대작은 더 이상 수입할 작품이 남아있지 않다. 뮤지컬의 내용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의 시골에서 세 여성이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을 경영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중간중간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충격적인 과거사가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에 물린 관객들에게는 ‘스핏파이어 그릴’이 신선한 감동이다. 배우들은 춤도 추지 않고, 과장된 화장이나 의상없이 때론 꺾는 창법으로 울림있는 포크송을 부른다. 민요적 느낌을 주는 노래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가창력은 몇몇 주요배역에 한해 의문점이 남는다. 고음에서 시원하게 폭발하는 느낌이 없어 답답하거나,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기에는 창법이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이 있었다. 이제 무조건 즐겁고 신나기만 한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이 느끼하게 느껴진다면 ‘스핏파이어 그릴’에 들러 보자. 오는 8월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3만 5000∼4만 5000원.(02)3485-870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게임플러스] ‘쿵야대난투’ 공개 시범서비스

    CJ인터넷은 다음달 3일까지 게임포털 넷마블(www.netmarble.net)을 통해 코믹 액션게임 `쿵야대난투´를 공개 시범서비스한다. 게임은 변신 캡슐을 이용, 특정 캐릭터로 변신해 상대방과 싸우는 액션게임이다. 변신 캡슐은 게임 진행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다양한 능력치를 보유할 수 있다. 또 강화 및 조합을 통해서 상위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
  • 수백억 재산 포기하고 승려된 中 국민여배우 사망

    수백억 재산 포기하고 승려된 中 국민여배우 사망

    중국의 유명 여배우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수백억의 재산을 모은 뒤 지난 2월 갑자기 출가해 승려가 화제가 됐던 천샤오위(陳曉旭, 사진)가 지난 13일 지병인 암으로 숨져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2월 출가한 천샤오쉬가 13일 선전의 한 병원에서 유방암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천샤오쉬는 16일 불교의식에 따라 화장돼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천샤오쉬는 1987년 소설 홍루몽을 TV 드라마로 만든 ‘홍루몽’에 여주인공인 임대옥(林黛玉) 역으로 출연해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천은 홍루몽 출연 이후 또 한편의 인기드라마 ‘家春秋’라는 드라마에 여주인공을 맡은 뒤 91년 높은 인기를 뿌리치고 연예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녀는 남편 하오통과 함께 ‘스방(世邦)광고’라는 회사를 차려 연매출 2억위안(약 240억 원)이상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천은 그러나 지난 2월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갑자기 출가해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포기한 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바이궈싱롱스(百國興隆寺)에서 수계식을 받고 정식으로 승려가 됐다. 남편도 법적으로 이혼한 뒤 천의 뒤를 따라 출가했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산은 3등분해 가족과 사찰 그리고 자선단체에 각각 증여했다. 그녀는 사업에 성공한 뒤 출가하기 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물질과 부가 커졌지만 그것이 나와 가족, 친지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은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의 출가 소식은 팬들은 물론 일반 중국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기도 했으며 일부 극성 팬들은 그녀를 따라 출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출가한지 석달이 지나지 않아 천은 16일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그녀는 출가 직전 이미 유방암 말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컷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시인의 길,소설가의 길

    “당신들처럼 시를 쓰면, 나는 발가락에다가 볼펜을 찔러가지고 하룻밤에 백 편도 더 쓸 수 있어요.” 소설가 한승원(68)이 30대 초반, 문인들의 망년회에서 술에 취해 시인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몰매라도 맞을 일이지만 그 자리에 있던 시인들은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한승원은 훗날 치기어린 당시의 일을 첫 시집 ‘열애일기’(1991년) 서문에 사죄하듯 이렇게 적었다.“아아, 그 얼마나 오만방자한 소리였던가.…그때 맞지 않은 몰매를 세상의 모든 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맞을 생각이다.” 한승원은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어릴 적부터 시를 써온 수준급 시인이다. 시와 소설 혹은 소설과 시. 그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이는 우열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다.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가 ‘시 쓰는 작가, 소설 쓰는 시인’이라는 특집을 꾸몄다. 시와 소설, 그 장르 이동의 양상을 소상하게 다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국대 김선학 교수가 지적하듯, 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소설가로 변신한 ‘시인 소설가’들은 많지만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전향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그 이유의 일단을 소설의 환전성(換錢性)에서 찾았다. 시와 달리 소설은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긴 하다. 원래 시로 등단했지만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공지영이 끝내 시의 길을 걸었다면 오늘날 ‘고소득’ 문인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들이 콤플렉스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 푸념 아닌 푸념을 할 뿐이다. 신문사 신춘문예 철이 되면 시인들은 문학기자에게 항의섞인 말을 던지곤 한다. 왜 시와 소설의 상금이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다. 단지 글의 분량 때문에, 아니면 소설이 시보다 더 어려운 장르라서? 기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림에도 호당가격제라는 게 있지 않으냐는 되지도 않는 말만 해줄밖에. 신춘문예에서만이라도 시는 소설과 같은 값을 받아야 한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돈의 유혹에 이끌려 시를 버리고 소설 쪽으로 자기 문학의 본령을 옮기지는 않는다.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쓰지 않을 수 없을 때 시인은 소설을 쓰기도 한다. 정호승의 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같은 것이 그 두드러진 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시의 영토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시를 쓰게 되는가.‘통섭(統攝)의 지식인’ 이어령은 언젠가 “반세기에 걸친 내 글쓰기의 대단원은 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말대로 그는 최근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시업(詩業)에 들었다. 시는 어쩌면 문학의 알파요 오메가인지 모른다. 시든 소설이든 하나의 장르만을 고집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장르를 가로지르는 글쓰기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상업성에 휘둘려 이웃 장르를 기웃거리고 시류를 좇는 문학상업주의, 독자영합주의다. 현실이 아무리 고단해도 고고한 문학정신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jmkim@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경매사에 이어 화랑가에도 ‘대박’이 터졌다. 지난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매출 추정액이 175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75% 늘어난 규모다. 전시장은 구매 열기로 달아올랐고 화랑주들은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맞은 열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숙(58·국제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회장은 “매스컴에선 떠들썩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미술품 구입이 투기로 번진다면 시장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경매가 붐을 주도한 건 사실이지만, 화랑과 분명한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매사의 독주를 경계했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의 주장(4월13일자 본 란)에 여러 이의를 제기하는 이 회장을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대표실에서 만났다. ●대형화랑이 직접 경매사 운영도 문제 ▶올해 KIAF가 대성공을 거뒀는데 배경을 어떻게 봅니까. “여느 해와 달리 언론이 대서특필을 해줬고, 양대 경매사의 경쟁적인 미술품 붐 조성, 중국미술시장 열기 등이 영향을 끼쳤죠. 그러나 200개 화랑이 1800만달러 매출을 올린 건 크게 떠들 일은 못 돼요. 어제 소더비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 작품 1점이 7600만달러에 낙찰됐어요.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우리는 과열이라기보다는 아직 시장다운 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죠.” 이 회장은 국내에서 미술품 수출입을 가장 많이 하는 국제통이다. 그만큼 매출액 180억원이 금세 1800만달러로 환산되어 나왔다. ▶경매사의 기여를 인정하기는 하는군요. “그럼요. 공개 경매로 은밀하던 미술품 거래가 표면화됐고,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게 알려졌죠. 부동산 투자 길은 막혔는데 말이죠. 미술품 경매 붐은 중국, 미국은 더해요.” ▶그럼 뭐가 문제죠?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만 비쳐질까봐 걱정이죠. 미국, 유럽은 고객이 진지한 컬렉터이자 투자가예요. 또 가격 상승에도 단계가 있어요. 미니멀, 추상표현, 미디어 아트 식으로 미술사적 평가가 나오면서 가격이 오르죠. 그런데 우리는 공부하지 않고 특정한 작가에 쏠리고 있어요. 경매가 도덕성 갖고 정당한 거래를 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안 생깁니다.“ ▶경매사가 특정한 작가만 띄우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건 경매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실토한 사실인데, 대형 화랑이 직접 경매사를 운영해 소속작가 작품을 내다파는 건 문제예요. 다른 화랑 소속 작가는 정당한 평가를 못 받잖아요. 심지어 다른 화랑에서 전시회 중인 작가 작품을 반 값에 경매에 올려 화랑측이 속상해하는 걸 봤어요. 자기 소속 작가라면 그렇게 했을까요. 고가 경매 거래는 작가 자신에게도 즐거운 일만은 아니에요. 작가가 그값에 작품을 내놓았던 건 아니잖아요. 이런 식의 붐조성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긴 유럽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작품가격이 오를 때마다 일정비율을 작가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있다.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 자제해야 ▶그렇지만 일본도 화랑이 출자해 경매사를 운영하고,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최근 화랑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출자를 했지만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미술품을 직접 대는 일은 없고, 단지 배당금만 챙기죠. 소더비, 크리스티도 화랑에 진출했지만, 그에 대한 사회의 지탄이 말도 못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화랑은 경매는 물론, 최근 논의되는 아트펀드에도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에서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런데 제3의 경매사 설립에 또 다른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말릴 근거도 없죠. 다만 협회 규정에 화랑이 경매사의 대주주가 돼선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어요. 해당 화랑도 작품 정보만 제공하지 직접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화랑과 경매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화랑은 인내심을 갖고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서 시장에 내놓는 1차 시장이고, 경매는 그 작품을 재유통시키는 2차 시장으로서 역할이 있어요. 현재처럼 경매사가 젊은 작가까지 ‘싹쓸이’하여 경매에 올리고,‘내가 키운 작가 내가 경매에 올린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면 건전한 작가육성, 미술시장 형성은 어렵다고 봐야죠.”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돼 고민없는 ‘상품’을 양산한다면 후기의 걸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다. 이 회장은 턱없이 부족한 미술 물량을 키워가는 측면에서도 경매사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재 양대 경매사가 각각 연 6회씩 갖는 메이저 경매를 외국처럼 연 2회씩으로 줄여 그 사이 화랑의 활동영역을 확보해 주고, 경매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 회장은 이를 토론할 세미나를 다시한번 조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보자도 안목키워 컬렉션 참가를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적으로 강세인데 한국 미술은 전망이 어떻습니까. “교육 수준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국제아트페어 등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있어야 해요. 현재도 인정받는 작가가 많은데 잘못하면 외국 화랑에 뺏길 우려가 있어요. 중국미술 붐은 투기요소가 커 벌써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옥석은 있지만, 우리가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초보자를 위해 컬렉션 요령을 말씀해줄 수 있을까요. “싸고 좋은 것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제 경우 좋은 갤러리에서 이름 있는 작가가 전시회를 할 때 산 작품은 실수가 없었어요. 큰 돈이 아니면 그냥 사지만, 무리가 되는 액수의 그림이라면 반드시 전문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공부죠. 전문 잡지와 책을 통해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안목을 키우면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회장은 화랑경영은 상업이긴 하지만, 고도의 정신적 행위인 미술 창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미술시장의 황폐화는 곧 정신문화의 황폐화가 아니겠느냐.”며 과도기적인 이 상황이 빨리 정리돼 건전한 질서를 잡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글 yshin@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그는 누구 1949년 서울 출생, 중앙대 가정교육과 졸업.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미술 컬렉터에서 화랑 경영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처음에는 고미술품을 수집하다 현대미술품으로 눈을 돌렸다. 컬렉션이 늘자, 팔거나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1981년 서울 인사동에 10평짜리 화랑을 차리게 됐다. 자녀들을 조기유학보낸 뒤 미국을 왕래하면서 세계 미술시장 조류에 눈떴다. 외국 작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 88서울올림픽 즈음. 이후 국제화랑은 국내에 외국 미술을 소개하는 대표적 창구가 됐다. 알렉산더 칼더, 에바 헤세, 안토니 카로, 에드 루샤, 요셉 보이스, 빌 비올라, 데미안 허스트, 애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등 세계적 거장 작품이 이를 통해 국내에 선보였다. 전광영, 구본창, 조덕현 등 국내 작품의 해외 소개에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2005년 뉴욕 타임스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갤러리’로 소개되기도 했다.2006년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당선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 [열린세상] 한우시장 지킬 수 있다/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한우시장 지킬 수 있다/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독자 중에는 무미일(無米日)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정부는 식당에서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는 날을 지정하였다.‘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고 끝나던 혼·분식의 노래가 널리 보급되던 그 시절에는 쌀이 귀했고 그 자리를 보리가 채웠다. 국민 1인당 연평균 50㎏ 이상이던 보리쌀 소비량이 지금은 1㎏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보리 재배면적은 줄고 재고는 늘었다. 최근 농가들이 보리를 이용해 한우를 키우는 데 성공하여 희망을 주고 있다. 알곡이 여물기 전에 줄기까지 통째로 벤 ‘총체보리’로 만든 ‘총체보리 사료’는 한우가 소화를 잘 시켜 면역력과 체중증가율도 높다. 아울러 육질이 좋고 높은 값에 팔려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겨울철에 논을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유휴 자원을 활용하여 조사료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한우의 부산물을 이용하여 유기농 쌀을 재배하면 환경 부하를 줄이는 자연순환에도 기여한다. 요즘 봄이 되면 자녀들과 함께 보리밭 구경에 나서는 분들이 많은 것까지 감안하면 농촌관광 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전통적으로 한우는 농가의 식구와 같았다. 농민들이 가축시장에서 한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얼굴을 본다는 말도 한식구를 맞는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논밭을 갈다가 대학 등록금이 급할 때 가장 든든한 금고로 변신한 한우는 ‘우골탑’(牛骨塔)이 되기도 하였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주요 용도가 일소에서 식용으로 바뀌었고 논밭갈이는 경운기가 대신했다. 시장개방과 함께 한우고기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었지만 의연히 버티고 있다. 한우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쇠고기 패널에서 패소하여 의무 수입을 시작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2001년 수입물량 제한이 없어져 관세만으로 지켜왔다.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매겨진 40%의 관세가 15년에 걸쳐 철폐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19만가구의 한우 농가는 다양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한우고기 시장을 지켜 왔다. 한우 아닌 국내산 쇠고기 또는 수입 쇠고기와의 차별성만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한우고기 경쟁력의 원천은 소비자 선택이다.200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40%대의 관세만으로 국내외 가격차를 극복하고 사육마릿수를 증가시켜 왔다. 이는 소비자가 한우고기의 품질경쟁력이 국내외 가격차 이상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등급 이상의 한우 고급육은 시장 차별화를 통한 품질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우시장의 살 길은 고급 쇠고기 생산비율을 높이고 다른 쇠고기와 차별화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고급육 생산은 정부의 가축 품종개량과 농가의 사육 관리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총체보리 사료’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외식 소비 비중이 날로 커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음식점에서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하고 단속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지불의향이 유통 과정 및 한우 사육농가에 정당하게 배분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쇠고기 이력제’가 실시되고 ‘전자 이력서’가 쇠고기마다 부착되면 이러한 문제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쇠고기 ‘브랜드’ 사업도 자리를 잡아서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하는 브랜드가 많이 생겼다. 광역 브랜드를 정착시켜 농가 참여를 확대하면 공동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도 더욱 안심하고 쇠고기를 구입함으로써 시장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고소득 소비자를 상대로 한 한우고기 수출도 꿈나라 얘기는 아니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16일 TV 하이라이트]

    ●마왕(KBS2 오후 9시55분) 승하는 호텔고문변호사가 돼 달라는 강동현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희수는 출장에서 돌아와 순기의 사망소식을 듣고 당황해하는 석진을 위로한다. 참고인 조사차 경찰서에 출두한 석진은 알리바이를 대지 못해 순기 살해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오수는 그런 석진을 보며 배후조종자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간다.   ●클로즈 업〈남북관계 뚫리나?〉(YTN 낮 12시35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는 1951년 1·4후퇴 이후 휴전선 통과가 중단됐다. 무려 56년 동안 한반도의 혈맥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남북열차 운행이 시작되면 한반도의 심장은 다시 요동치게 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남북철도 연결의 의미 등에 관해 들어본다.   ●최고의 요리 비결(EBS 오전 11시) 탤런트 김호진이 아내와 아이를 위해 요리솜씨를 펼친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탈리아 쿠킹 마스터 과정까지 이수한 그가 직접 만드는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들.MC김지호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선뵈는 그만의 유쾌하고 맛있는 요리 세계로 빠져보자.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희애. 파격 변신으로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김희애의 파격 변신이 있기까지의 뒷이야기와 솔직한 생각을 들어본다. 또 5·18실화를 다룬 ‘화려한 휴가’가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됐는지도 알아본다.   ●잡지왕(MBC 오후 6시50분) 2007년에도 계속되는 동안열풍.30,40대 남녀 세 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시술이란 시술은 다 받았다. 이들을 통해 타이탄, 보톡스, 지방이식술 등 주름제거 시술 효과를 살펴본다. 동안으로 소문난 46세 강보금씨에게 페이스 요가, 된장 식단법 등 동안 비법을 배워보는 시간도 마련한다.   ●환경 스페셜〈야생동물과의 거리〉(KBS1 오후 10시) 야생동물과 인간. 그들의 거리가 좁혀져 함께 사는 것. 그 같은 공존이 과연 자연 속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가정집에서 애완동물처럼 키워진 여섯 마리의 야생 너구리.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 너구리들의 야생성을 살펴봤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 [이색거리 탐방] (15)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이색거리 탐방] (15)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처음에는 그냥 신사동과 압구정동을 잇는 보통 길이었다. 길가에 은행나무를 심고, 이 나무가 자라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이후 가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남구 신사동∼압구정동까지 680여m의 가로수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랜드마크 건물을 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은행나무를 심어 놓았을 뿐인데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피어났다. 어느새 여기에 270곳의 기업 및 점포가 들어섰다. 음식점이 89곳, 의류가게가 76곳, 의류디자인 37곳, 건축사사무소 22곳, 학원 9곳, 병원 4곳, 영화사와 화랑이 각 2곳, 기타 29곳이다. 이면도로에 자리잡고 있는 주택과 건물들도 개조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점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함보단 문화가 있는 거리 길가에 군데군데 들어선 2층짜리 주택들, 사무용 건물도 모두 5층 안팎이다. 건물이 가로수를 위압하지도, 가로수가 건물을 가리지도 않는 조화다. 주말인 13일 가로수길에는 사람과 차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로데오거리나 명동과 같은 화려함은 없었다.2차선의 좁은 도로, 고풍스럽고 아담한 건물들…. 화랑과 공연장, 옷가게, 음식점 등 영락없는 ‘강북의 삼청동길’이다. 다르다면 삼청동은 한옥풍인데 가로수길은 유럽풍이라는 점. 또 가로수길은 오가는 사람들이 젊은 연인들과 여성들이 특히 많다. 곳곳에서 패션모델들의 작품 촬영광경도 볼 수 있다. ●가로수길은 지금 변신중 가로수길은 유난히 이름이 많다.1990년대 말 일부 영화 제작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제2의 충무로’라고 불리다가 ‘패션거리’‘인테리어거리’로도 불렸다.270여개 점포 가운데 매년 수십개가 간판을 새로 단다. 지금도 인테리어 작업 중인 곳이 10여개나 됐다. 가로수길은 1982년 인사동에 있던 ‘예화랑’이 옮겨온 후 몇몇 화랑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름이 났다. 화랑이 시들해진 이후 외국으로 패션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디자이너 거리’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요즘은 고풍스러운 앤티크가구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곳곳에 먹을 거리, 즐길 거리 신사동쪽 초입에는 ‘스쿨 푸드’라는 김밥집이 있다. 본래 이름은 ‘장아찌 김밥 앤 냉면’이지만 간판은 ‘스쿨 푸드’로 했다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가격은 치즈롤이 1만원, 스페셜김밥이 6000원.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다. 중국음식을 찾는다면 전면에 사다리를 걸쳐 놓은 ‘쿠아이’가 있다. 초롱길 옆에 있다. 가격은 삼선짬뽕이 5000원, 신선짬뽕이 6000원. ‘쿠아이’ 길 건너에는 정통 클래식 공연장 ‘빼아뜨루 삐우’가 있다.‘리골레토’ 등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공연 중이다. 가격은 VIP석이 5만원(식사+공연은 7만원),S석은 3만원(식사+공연은 5만원)이다. ‘빼아뜨루 삐우’ 바로 옆에는 와인바 ‘와인다인’이 있다. 낮에는 무료로 맛볼 수 있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와인다인’에서 미래희망산부인과까지는 옷가게들이 많다. 옷가게가 끝나는 곳엔 이름난 레스토랑 ‘에이 스토리(A STORY)’가 있다. 조금 더 가면 살사바 ‘가치’가 있다. 이 곳에 들러 살사리듬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가로수길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거리에서 만난 유학생 성현정(29·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씨는 “마치 강남속의 강북처럼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옥에 티]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가로수길에는 주차장이 없다. 유료 주차장이 2∼3곳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거리주차가 많았고, 교통체증도 삼청동 못지않았다. 주차장을 확충하든지 아니면 아예 차없는 거리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쓰레기가 많다는 점도 아쉬웠다. 또 하나는 아직은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컨셉트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연 등 문화가 있다는 점에서는 강남의 명소지만 영화면 영화, 디자인이면 디자인…하는 거리의 컨셉트가 분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국내 첫 주얼리 갤러리 ‘오뜨 클라세’

    국내 첫 주얼리 갤러리 ‘오뜨 클라세’

    ‘말이 없는 보석이 여심을 흔들어 놓는다.’ 셰익스피어는 여자의 심리를 어쩜 그리 잘 꿰뚫었는지. 서울 청담동 패션거리에 문을 연 국내 첫 주얼리 갤러리 ‘오뜨 클라세(Haute classe·최상급)’에 들어서자 눈길이 바빠지고 마음이 왠지 설렌다. 건물 5층에 위치한 20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은 모던하지만 아늑한 기운이 포근하게 감싸는 곳이다. 값비싼 보석들이 진열돼 있는 곳이라 ‘문턱’이 높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다. 한쪽 벽면을 거울로 채워 내부가 훨씬 넓어 보인다. 갓 뽑아낸 원두커피의 진한 향이 퍼진다. 거울 앞 테이블에 앉아 찻잔을 들고 고개를 돌리니 왼편 통유리로 분주한 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안주인이자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주얼리디자인과 교수인 이향숙 대표는 “우리 여인네들의 규방문화를 꽃피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되도록 부담없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저녁 때는 노래방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며 웃는다. 이 대표는 금속공예과를 나와 보석감정사·보석디자이너라는 개념이 흔치 않던 1980년대 외국에서 보석디자인을 공부했다.1990년대 초반 자신의 브랜드 ‘오뜨 클라세’를 만들어 현재 해외 명품 브랜드들과 견줘서 밀리지 않을 만큼 키워냈다. 30년간을 휘황찬란한 보석과 함께해 온 사람답지 않게 아무런 장신구도 걸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어서 적잖이 놀랐다. 보석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만든 보석이 다른 이의 몸에서 예쁘게 반짝일 때가 더 기쁜 법이란다. ●한국적 명품 보석 육성 개관 초대전으로 무형문화재 옥석장 김영희 선생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호박, 비취, 산호 등 전통보석을 세심하게 다듬어 만들어낸 노리개, 비녀에서 장인의 정성이 느껴진다.6월 개봉하는 영화 ‘황진이’를 위해 선생이 만든 노리개, 비녀, 떨잠 등도 예사롭지 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 대표는 “‘황진이’의 장신구들은 이미 프리뷰를 통해 다 팔렸다.”고 귀띔했다. 들어간 정성과 고급스러운 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눈썰미가 있는 VIP 고객들은 놓치지 않았다. 물론 송혜교가 착용했던 장신구라는 프리미엄도 한몫했다. 보석 장인과 고객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 외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또 있다. 바로 후진을 양성하는 것. 명품 브랜드들의 위세와 중국산 박리다매 제품 사이에서 신음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터주고 싶다고 했다. 그 일념 하나로 사재를 털었고 3년 동안 준비해 갤러리를 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해 우리나라 보석시장 규모가 약 4조원. 이중 절반을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가져가고 있다.“5∼6년 전부터 세트로 맞추던 결혼식 예물도 사라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네 슈퍼마켓만큼 있던 금은방들도 하나둘씩 종적을 감추고 있죠.” 시장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배출 인력은 점점 늘고 있다. 이 분야의 한해 졸업생만 2500명. 그 전에 졸업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엄청난 숫자가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실정. 또 작품을 만들어도 보여줄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 이래저래 설 땅이 줄어들고 있다. 디자이너가 전시회를 한번 여는 데 필요한 돈은 보석 제작비를 제외하고 약 2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 대표는 누구나 와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무료로 개방했다. 한마디로 말해 보석 분야의 작가주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적 명품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 바람이다. 물론 어렵다. 한달 운영비만 3000만원.“망할지도 몰라요.”(웃음) 다행히 세계적인 트렌드의 변화가 희망을 싹 틔우고 있다.“일본만 해도 티파니, 카르티에 등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의 제품을 찾는 추세가 늘고 있어요. 대량 제작·생산되는 보석보다 나만의 고유한 보석을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지요.” ●새달‘프런티어 100인전’기획 새달부터는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의 전시회를 연달아 여는 ‘프런티어 100인전’을 기획한 것. 공인 기관이 없는 터라 작가 선정 작업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고무적이다.“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그는 작가들의 설명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곁들인 재미있는 행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청담동 규방’에서 피어날 찬란한 보석 문화의 앞날이 기대된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오월, 뮤지컬 속으로

    오월, 뮤지컬 속으로

    5월의 뮤지컬 팬들은 행복하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리며 장기상연된 명작 뮤지컬이 3편이나 막이 오른다. 오는 18∼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킹 앤 아이’는 19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5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작품이다. 대머리 배우 율 브리너가 주인공인 태국 시암의 왕 역할을 맡아 퉁명스럽게 “기타 등등, 기타 등등(et cetera)”을 외치는 모습은 아직도 고전영화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러시아 출신의 이 배우는 1985년 폐암으로 사망했지만, 그가 1000번이 넘게 공연한 왕 역할은 작품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선 지난 2003년 탤런트 김석훈이 시암의 왕 역할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브로드웨이 제작팀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 왕 역할은 드라마 ‘ER’와 뮤지컬 ‘미스 사이공’ 등에 출연한 폴 나카우치가 맡았다. 시암의 왕자, 공주 역할로 출연하는 아역배우 14명은 한국 어린이들로 캐스팅됐다. 서울에 이어 6월2∼9일 일산 아람누리 극장과 6월15∼2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공연된다.4만∼12만원.(02)541-2614. 올해로 공연 50주년을 맞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국 배우들이 새롭게 26일∼7월1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1958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89년부터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며 류정한, 김소현과 같은 뮤지컬 스타를 배출했다. 이번에는 ‘명성황후’의 윤영석과 ‘마리아 마리아’의 소냐가 주인공을 맡아 연인으로 출연한다. 반세기가 넘도록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미국 이민자 사회의 갈등으로 재해석해 사랑의 힘을 노래했기 때문이라고 제작사측은 설명했다. 이 뮤지컬은 세계적인 작곡가 레오너드 번스타인의 음악과 현대무용의 거장 제롬 로빈스의 감각적인 안무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답게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미국에서의 초연 당시 734회의 장기공연을 하고 영화로 만든 작품도 성공을 거두며 브로드웨이의 황금기를 이끌었다.5만∼8만 5000원.(02)3141-1345. 198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캐츠’는 4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찾는다. 이번에는 제1회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해외초청 작품으로 대구에서 먼저 공연된다.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부산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도시로 거듭났듯이, 대구를 아시아의 대표적 뮤지컬 도시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대구에는 1000석 규모의 공연장 7곳과 11개 오페라단의 2500명이 활동하며, 경북지역까지 포함하면 27개 대학에 46개나 개설된 관련학과 등 제작 인프라가 풍부하다. 서울을 제외하면 극장 시설이나 관객의 예매율과 호응도 면에서 대구는 지방 제1의 뮤지컬 도시라는 평이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캐츠’가 4년전 대구에서 30회 공연에 34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방 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31일∼7월1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공연 이후 7월6일∼9월2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광주, 대전까지 4개 도시에서 다섯달 동안 내한 공연을 펼친다.4만∼14만원.(02)501-7888.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명작 뮤지컬 관람 포인트 ●캐츠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다는 뮤지컬. 전세계 6500만명, 한국에서도 38만명이 관람했다. 이번은 런던 공연 종연 이후 전세계 유일한 투어팀의 마지막 공연. 과거 내한공연과 겹치는 배우도 있지만, 대체로 캐스팅 연령이 낮아져 화려한 안무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극중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유명 가수들이 180여차례나 녹음한 ‘캐츠’의 대표곡.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뉴욕시 웨스트 사이드를 무대로 미국계 불량청소년 집단인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 샤크단의 세력 다툼과 함께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소냐가 부르는 대표곡 ‘투나이트’를 주목할 것. ●킹 앤 아이 젊은 영국 미망인이 시암(현재 태국)의 왕 초청으로 궁중 가정교사로 일하며 문화 갈등을 극복하고 왕과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 아시아 문화를 신기한 볼거리로만 여기는 데다 일국의 왕이 미망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서구중심적 시각이란 비판이 있다. 왕이 여주인공과 춤출 때 나오는 노래 ‘셸 위 댄스’는 일본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 [현장 행정] 도봉구, 2~3일에 한번씩 도로 물청소

    [현장 행정] 도봉구, 2~3일에 한번씩 도로 물청소

    도봉구가 대대적인 도로 물청소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말 지하차도 신축공사를 하다 대형 지하수를 발견하면서 ‘크린 도봉’이라는 구정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2∼3일에 한번 꼴로 새벽을 포함해 하루 3차례씩 차량 13대, 작업인력 38명이 동원된 대규모 물청소가 펼쳐진다. 도로 물청소만큼은 시내 어떤 자치구도 흉내내기 어렵다. “부르릉”.10일 오후 2시 도봉로 방학사거리 끝 차로에서 청소차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우이1교 방향 2.2㎞ 도로에 물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어서 교통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물청소차 13대 동원 먼저 순찰차가 노란색 경광등을 켜고 출발했다. 이어 쓰레기와 적치물을 치우는 작업차량이 뒤따랐다. 꽁무니를 물고 진공청소차가 차량 뒤에 달린 브러시를 돌렸다. 직경 1m짜리 브러시 2개가 고속회전을 하며 작은 흙덩이, 구정물 등을 빨아들였다. 시속 10㎞로 천천히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50m쯤 떨어진 곳에서 육중한 물청소차 2대가 줄지어 따라갔다. 무게 16t 차량이 앞서 가고,7t짜리 중형차가 뒤를 이었다. 물은 차량 전면에 달린 10여개 노즐에서 분사됐다.‘오리발’이라고 불리는 양끝 노즐에서는 반원 형태로 물이 뿜어졌고 앞쪽은 직선으로 분사됐다. 타이어 마모로 생긴 고무 찌꺼기, 먼지 섞인 물이 도로 끝 빗물받이로 흘러들었다. 앞서 새벽 3시에는 다른 작업조가 버스중앙차로를 포함한 전 차로에 대해 2시간 동안 물청소를 했다. 또 오전에는 의정부 방향 3.7㎞를 물로 씻어냈다. ●지하수 발견 덕분에 ‘싱싱’ 도봉구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2004년부터 창동5동 아이파크 아파트 근처에서 지하차도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굴착 작업 중에 하루평균 100t 이상의 지하수를 뿜어낼 수 있는 수맥 2곳을 발견했다. 수질검사 결과, 식용도 가능했다. 수돗물로 분수 등을 가동하던 도봉구로서는 뜻밖에 횡재를 한 셈이다.‘분수광장’‘발바닥분수’ 등의 물을 모두 지하수로 바꾸었다. 마른 하천인 방학천에도 곧 지하수를 흘려보내 생태하천으로 변신시킬 예정이다. 지하수가 발견된 곳은 지질이 사토(모래흙)라 빗물이 고스란히 땅 속으로 스며들어 모래층을 통해 정화된 물을 만들었다. 하루 물청소의 작업범위는 도봉로, 방학로, 마들길 등 간선도로만 총 147.5㎞에 이른다. 소형 물청소차(3.5t) 2대는 늘 지저분한 버스정류장 근처와 인도, 골목길 등을 맡는다. 청소차가 2∼3차례 왕복하며 사용하는 지하수는 하루평균 142t. 물청소는 공휴일에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비가 오는 날이나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에만 쉴 뿐이다. ●매월 넷째주 수요일은 크린도봉 데이 서울시는 매월 한번이라도 주민이 참여해 골목을 쓸고, 작업인력을 동원해 도로 물청소를 하는 ‘서울 크린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넷째주 수요일에는 최선길 구청장이 나서 청소를 한다. 주민 2058명으로 구성된 ‘깔끔이 봉사단’과 46개교 500여명 학생들도 ‘봉사단으로 참여했다. 청소행정과 임현빈(48) 주임은 “물청소 덕분에 항상 비가 온 뒤처럼 도로가 깨끗하고 공기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50대그룹 홍보담당 임원 면면

    50대그룹 홍보담당 임원 면면

    ‘홍보도 경쟁력이다.’서울신문이 국내 50대 그룹(공기업, 금융회사 등 제외)의 홍보 담당 임원 77명을 분석한 결과,10∼20년 홍보로만 잔뼈가 굵은 홍보통이 대부분이었다.전략이나 재무 못지 않게 홍보도 전문가 시대라는 방증이다.물론 언론인에서 옷을 바꿔 입었다거나 그룹안에서 어느날 갑자기 홍보로 투입되는 등 예외도 있다. 관료 출신의 색다른 경력도 눈에 띈다. 전공은 전통적으로 강세인 경영학과(16명)와 신문방송학과(16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학과(7명), 무역학과(1명)까지 합하면 상대(商大) 출신이 강세다. 많지는 않지만 이공계 출신(8명)들도 포진해 있다. 한때 질적으로 막강 홍보 라인을 자랑했던 ‘서울사대부고 인맥’은 세(勢)가 다소 약화(?)됐다. 또 홍보 임원 2명 중 1명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었다. 과거 ‘업무 지원’ 성격이 짙었던 홍보맨은 이제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는 핵심인맥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정보·인맥·시야는 이들의 공통적인 3대 강점이다. 그룹내 위상도 그만큼 강해졌다. ●삼성 이순동 사장 27년째 홍보 ‘외길’ 4대 그룹의 홍보 담당 최고 임원은 현대·기아차그룹을 제외하고는 홍보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삼성 이순동 사장은 27년,LG 정상국 부사장은 18년,SK 권오용 전무는 11년째 홍보에 몸담고 있다. 이 사장은 신문기자 출신이지만 홍보에 몸담은 세월이 워낙 길어 정통 홍보맨으로 분류된다. 상무에 머물던 홍보담당 임원의 직급을 재계 통틀어 처음 부사장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기서 물꼬가 트여 사장도 배출했다. 윤순봉 부사장은 올 1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옮겨오면서 홍보를 관장하고 있다. 해박한 경제지식(경영학 박사)이 강점이다. 윤 부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언론사에 기획과 관련한 많은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논리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홍보’의 대명사인 LG 정 부사장은 그룹이나 LG전자를 처음 맡은 기자들에게 일일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거리감이 없어진다.”는 게 문자를 받은 기자들의 얘기다. SK 권 전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홍보인생을 시작했다. 순발력이 빠르기로 정평나 있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 기사를 썼다고 판단되는 기자에게는 가끔 이메일을 보낸다. 오동수 현대상선 상무도 전경련 출신이다. 홍보에 관한 한 ‘신참’인 현대·기아차 김덕모 부사장은 재무통이다. 선이 굵다는 평가다.‘홍보통’인 전임 이용훈 부사장은 그룹 계열사인 로템 사장으로 승진해 옮겨갔다. 두산그룹 김진 사장,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사장, 현대그룹 노치용 부사장 등도 홍보 베테랑들이다. 김 사장은 ‘홍보 담당 사장 1호’이기도 하다. 홍보만 22년을 했다. 현직 홍보맨 중 삼성 이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장성지 금호아시아나 전무, 김종도 GM대우차 전무, 최형 롯데건설 상무, 정원조 삼성물산 상무, 이종진·노승만 삼성그룹 상무, 신동휘 CJ 상무, 유원 ㈜LG 상무, 이항수 SK그룹 상무 등도 홍보이력이 쟁쟁하다. ●장일형 한화 부사장 특이한 관료 경력 가장 눈에 띄는 이는 한화그룹 장일형 부사장이다. 관료(행정고시 14회) 출신이다. 통상산업부 통상교섭과장을 끝으로 1998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변신했다.2년 전 한화로 옮겼다. 장 부사장처럼 ‘호적(기업)’은 바뀌어도 ‘전공(홍보)’은 변치 않는 이도 적지 않다. 엄성룡 효성 전무는 기아차, 장성지 금호아시아나 전무는 삼성, 최영택 코오롱 상무와 장영호 LS전선 이사는 LG, 이창원 롯데그룹 이사는 대우 출신이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이순동 사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 장병수 롯데그룹 전무, 이동국 태광산업 상무, 김영태 하이트맥주 상무가 있다.20년 넘게 대관(對官) 업무를 한 김명환 GS칼텍스 전무의 경력도 이채롭다. 김 전무는 정유업계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 ●김덕모 부사장 등 이공계 출신도 ‘두각’ 문과(文科)가 대부분이어서 이공계 출신은 금방 눈에 띈다. 김덕모 현대·기아차 부사장(산업공학), 노승만 삼성그룹 상무(전자공학), 조중래 SK텔레콤 상무(화학공학), 이항수 SK그룹 상무(무기재료공학), 안문기 KCC 이사(전자공학) 등이 그들이다. 전공이 독특한 이도 있다. 최형 롯데건설 상무는 사진을 전공했다. 한국외대 동문인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홍기표 대우건설 상무는 각각 포르투갈어와 아랍어를 전공했다. 한때 빅3(삼성·SK·LG)를 ‘점령’, 전성기를 구가했던 서울사대부고 인맥은 김영수 당시 LG전자 홍보담당 부사장(현 LG스포츠 사장)과 김광태 삼성전자 전무 등이 홍보에서 떠나면서 세가 다소 위축됐다. 그래도 정상국 LG 부사장, 권오용 SK 전무, 이상우 대우조선해양 이사 등 진용은 여전히 화려하다. 정 부사장이 권 전무의 고교 3년 선배다. 김덕모 현대·기아차 부사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는 중앙고 동문이다. 경기고 출신 홍보임원은 노치용 현대 부사장과 오세욱 두산그룹 상무 등 2명. 오 상무는 홍보임원 중 유일한 ‘KS’(경기고-서울대)다. 대학은 고려대(15명)와 연세대(12명)가 양대 산맥을 형성한 가운데 서울대(10명)도 적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대 출신이 가장 많았으나 최근 연대 출신이 홍보에서 잇따라 이탈하면서 고대가 역전했다. 고대는 특유의 결속력, 연대는 원만함이 홍보에 적임이라는 분석이다. 그 뒤는 서강대(7), 한국외대·한양대(각각 6명), 성균관대(5명)가 이었다. 평균 나이는 49.9세다. ●홍보맨 중용과 애환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주말농장에서 캐낸 고구마를 지인들에게 돌려 훈훈한 화제를 낳았다. 사비를 털어 택배 비용으로만 몇백만원을 썼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장수’ 홍보맨들은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것이 공통점이다. 일 처리도 빈틈없다. 기업의 전반적인 현안과 미래 전략을 꿰뚫고 있어야 해 정보량과 시야가 넓다.‘오너’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오너의 의중도 잘 헤아린다. 홍보맨들이 중용되는 이유다.CEO로 영전하는 예도 최근 부쩍 늘었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 퇴근시간, 더러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장외(場外) 홍보전 등 말못할 고충도 적지 않다고 홍보임원들은 입을 모은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투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투

    제4보(39∼44) 지난 2002년 불과 13세의 나이로 입단한 강동윤 5단은 최근 몇 년간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예기사로 지목되어 왔다. 최근에는 강 5단보다 더 어린 후배기사들이 속속 등장해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강 5단이 한국 바둑계의 미래를 짊어질 재목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보에서 백△로 끊고 다시 40으로 늘어 전투를 유도한 것은 강동윤 5단의 기풍을 여실히 보여주는 호전적인 발상. 보통은 흑39자리에 단수치는 수를 떠올리게 된다. 실전은 일견 백이 무리한 행마처럼 보여 흑이 당장 응징을 하고 싶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백도 의외로 탄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전 흑41로 가에 씌우는 것은 어떨까? 이때 백도 덩달아 욕심을 부려 <참고도1>의 수순과 같이 진행된다면 수상전에서 흑이 한수 빨라 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백이 중간에 백12를 13의 곳에 이어 변신을 꾀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백으로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진행이다. 그러나 백에게는 <참고도1>이 아닌 <참고도2> 백2,4로 늘어둔 다음 8로 붙여가는 맥점이 준비되어 있다. 이 수로 인해 흑은 우변의 백을 잡을 수 없다. 따라서 백이 살고난 뒤 우상귀 쪽에 갇힌 흑은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백이 42로 벌리고 흑도 중앙을 보강해 일단 우변의 전투는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강동윤 5단은 다시 44로 손을 돌려 숙제로 남겨 두었던 상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사설] 마포구의 신선한 동사무소 통폐합

    서울 마포구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행정구역 단위인 ‘타운’(가칭)의 시도가 신선하다. 타운은 구와 동사무소의 중간 형태인 소구청격이다. 구는 24개 동사무소를 올초 20개로 줄인 데 이어 20개 동사무소를 5개씩 묶어 4곳의 타운 사무소인 ‘현장행정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런 개편으로 주민의 편리함이 커진 것은 물론이다. 구청에서만 가능했던 인·허가, 신고, 민원의 일부를 지원센터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예산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미 없어진 4개 동사무소의 건물은 문화센터, 어린이도서실, 컴퓨터교실, 치매센터로 변신했다. 건물을 새로 짓는 데 드는 비용, 동사무소를 없앤 데 따른 경상비 절감 등을 합치면 최대 240억원의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동을 통·폐합하고 행정구역을 조정함으로써 어떤 동에는 인구가 적은데도 최소 13∼17명이 일해야 했던 행정력 낭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신영섭 구청장은 “주민 편의와 행정 효율을 높이면서 예산은 절약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바라고 있다.”고 의욕에 차 있다. 구청의 목표는 20개 동사무소를 지원센터가 위치한 4곳으로 줄이는 것이다. 동사무소 축소에 따라 남게 되는 직원 200여명은 주민 복지를 위해 일한다고 한다. 또한 마포구는 일방통행식이던 민원에 쌍방향 개념을 도입하는 실험도 추진한다. 질 높고 신속한 행정 서비스가 기대된다. 울산시에서 시작된 공무원퇴출제가 여러 자치단체들이 다투어 도입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민편에 선 마포구의 행정개혁도 전국 시·군·구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 [셈그룹챔피언십] 변신의 귀재 ‘슈퍼땅콩’ 또 일냈다

    [셈그룹챔피언십] 변신의 귀재 ‘슈퍼땅콩’ 또 일냈다

    결국 마수걸이승은 ‘슈퍼 땅콩’의 손에서 만들어졌다.155㎝가 채 안 되는 단신. 꽉 찬 서른 생일도 4개월이나 지났다. 미국 무대를 밟은 지 8년째. 이제 8승째를 거두었으니 1년에 한 차례 꼴로 정상을 밟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우승은 언제나 순도가 높았다.12개월 전 부활샷으로 ‘투어 1세대’의 엄연한 존재를 각인시켰고, 이번엔 한국 선수 첫 승의 물꼬를 텄다.“우승 상금 절반(11만달러·약 1억원)을 최근 캔자스의 토네이도 피해자에게 떼어주는 건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맏언니다운 넉넉함으로 성금을 쾌척했다. ●슈퍼 땅콩의 서른 잔치 김미현(30·KTF)이 7일 오클라호마주 브로큰애로의 시더리지골프장(파71·6602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셈그룹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백전 노장’ 줄리 잉스터(미국)를 제치고 우승컵을 품었다. 이븐파에 그쳤지만 합계 3언더파 210타로 잉스터를 공동 선두로 따라붙은 뒤 연장 첫번째 홀에서 잉스터를 따돌렸다. 지난 7개 대회 동안 한 차례도 우승을 낚지 못해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눈총을 받아온 ‘코리안 파워’의 목마름을 풀어낸 시원한 첫 승. 이날 김미현은 난이도 높은 코스와 쌀쌀한 날씨를 감안한 ‘지키는 골프’의 덕을 톡톡히 봤다. 새 달 47세가 되는 잉스터와의 18번홀 연장전. 둘의 두번째 샷은 나란히 그린을 놓쳤지만 김미현은 홀에서 10m가량 떨어진 프린지에서 퍼터를 사용, 홀 1.2m 거리에 붙인 뒤 파를 지킨 반면 잉스터는 4m짜리 파퍼트에 실패, 빈손으로 그린에서 내려왔다. ●화두는 자기개혁 10개월 만에 정상을 다시 밟은 김미현의 뒤에는 끊임없는 ‘자기개혁’의 몸부림이 있었다. 사실 김미현은 이제껏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자주 바꾼다.”는 지적이 더 많았을 정도. 퍼팅이 신통치 않으면 대회 매 라운드마다 요일별로 퍼터를 바꾼 적도 있었다. 스윙도 마찬가지. 동계훈련 동안 고친 스윙이 효과가 없으면 시즌 도중에 스윙을 바꾸는 일도 다반사였다. ‘변화 강박증’이라고 꼬집기도 하지만 왜소한 체격과 짧은 비거리라는 약점투성이인 그로서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해 2승을 거두며 부활의 틀을 잡았지만 김미현은 지난 겨울 또 ‘개혁’에 착수했다. 주안점은 비거리 늘리기. 전담 코치 브라이언 모그는 “작은 체격 때문에 스윙 아크가 작은 김미현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존 댈리처럼 과도한 백스윙을 선택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면서 “대신 정확한 타격 포인트를 찾고 빠른 다운스윙으로 비거리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하루 두 시간씩 집중 레슨을 받은 김미현은 “5월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신통하게도 자신의 예언을 지켜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롯데백화점의 ‘반성문’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롯데백화점의 ‘반성문’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은 입점한 업체와 협력업체 등 400개 업체의 관계자들을 불러 ‘깜짝 쇼’를 했다.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와 ‘윈-윈’하겠다면서 몇가지 약속을 했다. 백화점의 ‘횡포’에 대한 ‘반성문’ 격인데, 입점업체들에 악명이 높았던 롯데로서는 놀라운 변신인 셈이다. 롯데는 최근 협력업체 만족도 조사에서 신세계, 현대에 이어 3위였다. 매출 규모로 1위이지만 입점업체와의 관계는 꼴찌다. 롯데의 반성문 내용은 백화점 업계의 고질적인 횡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롯데는 매출 연동 마진조정제를 도입키로 했다. 매출 수준을 협력회사와 합의해 결정한 뒤 초과될 경우 수수료율을 인하해 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매출을 업체에 떠안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5대 5로 하는 광고비용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했다. 또한 1년 이내에 매장을 이동해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했을 때 일정수준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셋째, 고객 초대 패션쇼나 백화점의 마진율을 대폭 높인 파격가 상품판매 등을 대폭 줄여 주겠다고 했다. 넷째, 백화점 영업사원과 입점업체 ‘영업상무’가 잘못하면 앞으로는 영업사원만 ‘벌’을 받는다. 한 의류업체 영업상무가 백화점 영업사원을 접대하면 과거에는 같이 ‘처벌’받지만, 새로운 규정에서는 백화점 직원만 인사 조치된다. 다섯째, 판매대금을 어음 등으로 지불하던 관행도 개선된다. 여섯째, 매출액을 기준으로 가차없이 적용하던 입퇴점을 지양하고 성장에 주목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롯데 영업직원들은 “사장이 직접 나서서 입점·협력업체들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서도 “최근 백화점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겼지만, 올해는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백화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입점후 매출이 늘지 않는 ‘비효율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입주업체에서 점포를 빼겠다고 통보하기 때문에 영업직원이 같이 활성화해 보자고 매달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점업체들로부터는 롯데의 ‘반성문’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연히 개선돼야 할 ‘횡포’를 두고 생색을 낸다는 분위기다.40%에 육박하는 수수료율을 크게 줄여 주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백화점이 그동안 누려 왔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나마 그렇게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개선해 주겠다는 것은 고맙다는 정도다. 입점업체들은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의 반성문이 현대나 신세계 등에 영향을 미쳐, 수수료 문제 등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백화점에 직매입 형태의 전문매장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중국집 아니고 동사무소라니까요”

    “여기가 동사무소 맞아요.”. 오랫만에 부산 동구 초량1동 사무소를 찾은 주민 김모(48)씨는 3층짜리 중국풍 건물을 바라보면서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초 왔을 때만 해도 밋밋했던 동사무소 건물이 화려한 중국풍 건물로 변신해 있어 몰라봤던 것이다. 초량동 상해거리에 있는 초량1동 사무소가 최근 중국냄새가 훨씬 풍기는 중국풍 건물로 리모델링된 뒤 이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7일 지난 1월 공사비 1억 4000여만원을 들여 초량 1동 사무소를 지상 3층 건물 전체 외벽과 지붕을 중국풍으로 리모델링해 1일 준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상해거리내 중국풍 건축물 조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동사무소 건물은 출입구와 처마는 경사형 기와로 설치했고, 벽면에 중국을 상징하는 용모양을 그려 넣었다. 또 출입구에는 둥근 기둥을 설치했다. 이처럼 동사무소를 중국식 건물로 바꾼 것은 이곳 상해거리를 특색있는 중국식으로 꾸며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관광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또 상해거리가 100여년 전에 형성된 ‘청관 거리’라는 역사적 배경도 깔려 있다. 초량동에는 200여가구 500여명의 중국인(화교)들이 거주해 오고 있다. 동구청은 1993년 부산시와 상하이시가 자매결연을 맺자 초량1동을 상해거리로 지정했으며,1999년에는 상해문과 동화문을 건립하는 등 거리 곳곳에 중국풍의 다양한 부대시설를 설치해 오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동사무소가 중국풍으로 바뀌자 중국식당인 줄 착각하고 들어오는 사람, 동사무소가 다른 데로 옮겨갔는지 묻는 민원인, 소식을 듣고 구경 삼아 찾아오는 사람 등 연일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구청은 이번 공사에 이어 상해거리내 조형물 등에 중국풍의 조명을 설치하고, 한·중 문화 교류원 설립, 중국어 연수관 운영, 중국특산품 쇼핑센터 등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이와 함께 올 하반기쯤 동구가 차이나타운 특구로 지정되면 2004년부터 매년 10월에 열고 있는 차이나타운 문화축제와 함께 중국음식 축제도 개최할 계획이다.정현옥 부산 동구청장은 “상해거리를 특색있는 중국 거리로 발전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부산 도심속의 차이나 타운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모험과 도전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6·끝) ‘점유율 70%대’ 쿠쿠홈시스

    [모험과 도전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6·끝) ‘점유율 70%대’ 쿠쿠홈시스

    1998년 이후 국내에서 팔린 전기밥솥은 어림잡아 1800만대. 이 중 73%인 1340만대가 ‘쿠쿠’였다. 외형 규모도 그렇지만 도산 직전에까지 몰렸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대의 밥솥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다른 기업들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쿠홈시스의 모태는 78년 창립된 성광전자였다. 사실 회사이름이 안 알려져 있었을 뿐 성광전자는 LG전자·필립스·동양매직 등 대기업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온 전기밥솥의 강자였다. 전환점은 97년 말 외환위기였다. 대기업들도 휘청대는 판이었으니 OEM 전문회사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기업의 생산주문이 하나둘 끊기면서 매출이 3분의1로 줄었다. 선택이 필요했다. 과연 자체 브랜드로의 전환은 해답이 될 것인가. ●성광전자가 모태… 대기업 OEM 생산 사정은 만만치 않았다. 삼성과 LG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얼마 후면 일본 조지루시(象印)의 ‘코끼리밥솥’이 시장개방으로 들어올 판이었다. 대기업의 인지도, 자금력, 판매망과 일제에 대한 주부들의 선호도를 감안하면 톱3에 들어가는 게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구자신(현 회장) 사장은 98년 4월1일 OEM의 낡은 집을 버린다고 선언했다.“그동안 갈고 닦아온 업계 최고수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체 브랜드 전환은 전에도 몇차례 시도는 했었습니다. 시련기를 맞아서 과감히 도전키로 한 것이었죠. 이미 우리에게는 94년에 상표등록을 한 ‘쿠쿠’ 브랜드가 있었습니다.”(조학래 이사)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신제품을 개발했고 업계 최초로 ‘에이징 라인’을 도입했다. 모든 제품에 대해 실제 밥을 짓는 것과 똑같은 과정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상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으로 불량률 ‘제로’를 위해 개발된 과정이었다. 그해 8월1일. 대리점 등 판매업소에 제품이 공급되던 첫날. 구 사장은 전 직원들에게 외상거래 절대 금지 지침을 내렸다.“우리 제품을 외상으로 주면 상인들은 물건으로 보지만 선금을 내고 사가면 우리 제품을 금(金)으로 본다. 세계 최고인 우리 제품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게 구 사장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일단 매장에 진열을 해보고 팔리면 돈을 주는 관행이 일반화돼 있던 시절. 판매점이 곱게 들을 리 없었다. 게다가 쿠쿠라는 처음 듣는 브랜드가. 영업사원들이 아침에 회사에서 밥솥을 들고 나갔다가 저녁에 고스란히 들고 들어오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냥 OEM이나 하는 게 옳았던 게 아닌가, 외상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우리나라 상거래 관행에 비추어 너무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한숨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비로소 주문다운 주문이 들어온 것은 한달 이상이 지난 뒤였다. 옛 성광전자 OEM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진 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대리점들이 성광전자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엔진시동은 늦게 걸렸지만 그 이후의 속도는 대단한 것이었다. 회사 자체 집계로는 99년 9월에 LG, 삼성 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시중에 등장하고 나서 딱 1년 걸렸던 셈이다.2000∼2003년 4년간은 국내 가전사에 남을 만한 ‘밥솥 혈전’이 벌어진다. 가격과 신제품 출시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20만원선 밥솥이 일부 매장에서 6만원대에 팔리기도 했다. ●업계 첫 시뮬레이션 ‘에이징 라인´ 도입 가격보다는 기술에 능력을 집중했다. 다행히 그동안의 명성으로 소비자들은 가격공세에 흔들리지 않을 로열티를 갖고 있었다. 결국 몇몇 중소기업은 자금 사정으로 몰락했고 대기업은 불량률 증가와 폭발사건 등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밥솥 생산을 중단하고 만다. 오랜 밥솥전쟁의 최후의 승자는 쿠쿠가 된 셈이다. 이것이 쿠쿠를 지금과 같은 시장점유율 70%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철저한 고객관리도 성공의 원천이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건의하면 회장 이하 팀장 이상까지 모든 사람에게 메일이 전달된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바로바로 고쳐졌고 소비자들이 전하는 아이디어 중 유용한 것은 사장이 직접 담당을 지정해서 연구를 지시했다. 쿠쿠 성공요인의 또다른 한 가지. 인력 대신 임금의 구조조정을 했던 것도 주효했다. 노사협의를 통해서 임금을 1차로 13.8% 자진삭감했다. 회사를 떠나면 어디 갈 데도 없던 암울한 시절. 적게 받고 직장을 유지하자는 공감대가 노사간에 퍼지면서 핵심 인력들이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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