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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미르’ 펴낸 龍박사 이혜화씨

    [저자와 차 한 잔] ‘미르’ 펴낸 龍박사 이혜화씨

    “인류가 찾아낸 초월자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이 바로 용입니다. 동서고금, 언제 어디에서나 용은 도처에 있습니다. 더러는 표나게 드러나고 더러는 감쪽같이 숨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용은 모든 이의 꿈으로 존재하지요. 다만 동서양의 시각차로 인한 굴절이 있을 뿐입니다.” 신간 ‘미르’(북바이북 펴냄)의 저자 이혜화씨는 용을 우리의 꿈으로 관통시킨다. 그러므로 용이 실재하는 존재인가, 혹은 상상 속에서만 사는 판타지인가로만 묻지 말아 달라고 한다. 그는 이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꿈이 될 수 없듯이 실재하지 않으면 그것은 용이 아니다. 또 이루어지면 이미 꿈이 아니듯이 실재하면 그것은 이미 용이 아니다.”라는 흥미로운 문답을 던진다. 따라서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고,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한다.”면서 결국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표상으로서 용은 인간의 개인 의식과 집단 무의식의 집합이며 긍극적으로 용학(龍學)은 인간학이기에 끊임없이 접하고 어떤 문화에서도 용을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비록 상상 속의 동물이긴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 자료에 용에 관한 얘기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용의 정체, 아니 그 윤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용 모습의 기본은 뱀과 같이 길쭉하고 4개의 짧은 다리가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서 ‘용의 뼈’에 관한 내용도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앞선 세대만 하더라도 용을 실체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용의 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내용이 전해오는 것도 그렇고요. 한국의 용 사상 특색은 우리 농경문화와 직결돼 있습니다. 수신(水神)에서 우신(雨神), 그리고 농신(農神)으로 발전하면서 풍년을 보장해주는 용으로 숭배했지요. 하지만 요즘 들어 농업이 후퇴하면서 용신이 위력이 약해졌다고나 할까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러자 “요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때문에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주기 위해서 쓰게 됐다.”는 답이 돌아온다. “어떤 물건에도 어떤 짐승들에게도 용이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누구나 용의 소질을 다 가지고 있지요. 용이 되기 위해서는 이무기가 천년 내공을 쌓듯 조급해하지 말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내공을 쌓으면서 기다리면 용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한테 용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으며 자란 저자는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 1998년 고려대에서 ‘용사상의 한국문화적 수용양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에 낸 책 ‘미르’는 그동안 용 연구의 완결편이기도 하다. “용은 최근 게임과 영화 등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용사상이 어떻게 결합될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용’이 아니라 우리 토속어인 ‘미르’라는 말이 보편화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자전거 탄 소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자전거 탄 소년’

    다르덴 형제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칸영화제가 가장 사랑한 감독이다. ‘로제타’ 이후 그들이 칸영화제에 출품한 모든 작품은 주요 상을 받았다. 디지털이 대세로 자리한 시기에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거나 혁명적인 스타일을 뽐내는 영화들과 거리가 먼 그들의 작품이 주목받았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가족, 인간관계, 도덕, 사회를 주제로 집요한 카메라와 섬세한 미장센의 드라마를 추구해 온 그들은 신작 ‘자전거 탄 소년’에서 조금 변신을 시도한다. ‘자전거 탄 소년’은 모리스 피알라와 장 외스타슈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중반에 만든 십대 영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이다. 열한 살 소년 시릴은 아버지가 자신을 보육원에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른들은 이제 아버지를 잊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눈으로 확인하고 아버지의 확언을 듣기 전까지 소년은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소년은 때때로 보육원을 탈출해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헤매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시릴은 붙잡으러 온 보육원 직원을 피하다 주변에 앉아 있던 서맨사의 품에 매달린다. 혼자 사는 여자와 홀로 된 걸 부정하는 소년은 그렇게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며칠 뒤, 미용실을 운영하는 서맨사는 시릴의 주말 위탁모를 자청한다. ‘자전거 탄 소년’의 각본은, 몇 년 전 다르덴 형제가 일본에서 들은 실화와 당시 준비 중이던 여의사 이야기가 결합해 탄생했다. 이야기의 전개를 두고 긴 대화를 나눈 형제는 이번 작품이 ‘톰 썸의 비밀모험’(1993) 같은 동화로 완성되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들의 바람대로 이 작품의 인물들은 복잡한 내면 때문에 갈등하는 법이 없다. 착한 사람은 당연하다는 투로 선하게 행동하고, 비열한 인물에게도 선과 악의 다툼 같은 건 끼어들지 않는다. 혹시 서맨사를 비롯한 인물들이 너무 순진하다고 따진다면 다르덴 형제는 “이건 동화야.”라고 답할 것이다. 예전과 달리 다르덴 형제는 시릴을 냉혹한 세상으로 내몰지 않는다. 소년의 곁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다가서고, 밝은 기운이 소년 주변을 감싼다. 혹자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대책 없이 바뀌었다는 듯이 (또는 반대로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도 아닌 게, 그들이 만들어 온 영화에서 줄곧 찬바람만 불지는 않았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누군가 힘겹게 손을 내밀거나 말을 건네는 마지막 순간,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비로소 큰 빛을 발하지 않았던가. ‘자전거 탄 소년’은 그 빛으로 영화 전체를 밝힌 작품이다. 영화가 마냥 감상적인 톤을 구사할까 봐 걱정하진 말자. 실제로 그들은 감상에 빠지지 않은 채 관계 형성을 보여 줄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숨을 헐떡이는 인물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신 ‘자전거 탄 소년’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릴의 주변을 다소곳이 뒤따른다. 인물을 도덕적 시험대에 올리는 대신 어린 소년이 바른 빛을 찾는 과정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리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2악장 아다지오의 여섯 소절로 인물에게 숭고한 사랑과 구원, 위로를 전한다. 단순함 속에 진심을 전할 수 있을 때 감독은 마침내 거장이 된다. ‘자전거 탄 소년’의 다르덴 형제가 그런 경우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설선물 특집] 동국제약-나이 든 부모님 잇몸관리 안성맞춤

    [설선물 특집] 동국제약-나이 든 부모님 잇몸관리 안성맞춤

    동국제약 인사돌은 30년 넘게 잇몸 건강관리를 도와준 장수 약품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에게 알맞은 선물로, 그 효능은 영국 헌팅던 연구소는 물론 국내 3개 치과대학병원(서울대, 연세대, 경희대)의 임상시험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허물어진 치조골을 재건시켜 잇몸 속 기초를 단단하게 해주며, 파괴된 치주인대의 재생을 도와줘 치아 흔들림을 막아 준다. 또한 잇몸 속 염증 반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고, 틀니 착용 시 틀니가 자리를 잡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임플란트 시술 전 인사돌을 복용하면 치조골을 단단하게 만들어 임플란트 성공 확률을 높여 주며 시술 후에도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한 잇몸을 유지할 수 있다. 인사돌의 장점은 생약성분 제제라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잇몸병은 만성적 질환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은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부작용이 적은 잇몸약을 선호한다. 이 부분에서 인사돌은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리서치앤리서치에서 실시한 ‘인사돌 복용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잇몸 질환자 10명 중 9명이 인사돌 복용 4주 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각각의 자각 증상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부종 93%, 출혈 91.7%, 이 시림 89.4%, 통증 88.2%, 이 흔들림 85.4% 순으로 조사됐다. 인사돌은 지난해 발매 33주년을 맞아 정제 크기를 20% 줄인 신제형을 선보였다. 포장 또한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점자 표기, 홀로그램, QR코드 등을 넣는 신선한 변신을 시도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세종시 최첨단 교육시스템 도입… 3월부터 ‘스마트 스쿨’ 대변신

    세종시 최첨단 교육시스템 도입… 3월부터 ‘스마트 스쿨’ 대변신

    “띵동”~ ‘따님이 학교 교문을 통과했습니다.’ 세종시 첫마을 주민 이모(40)씨의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막 도착했다. 이씨의 딸 박꽃님(10)양은 첫마을 참샘초등학교 4학년이다. 이씨는 올 3월 이 학교가 개교한 뒤 매일 아침 딸의 등교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 딸이 학교에서 지급한 학생신분 카드를 가지고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이다. 교문에 설치된 단말기가 카드를 읽고 학생 신원을 파악, 통신사의 ‘안심 서비스’를 통해 자동으로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하교 시에도 문자 메시지를 받아 이씨는 학교를 오가는 딸의 안전에 마음이 적잖이 놓인다. 세종시 학교들이 오는 3월부터 ‘스마트 스쿨’로 문을 연다. 등하교에서 수업까지 학교 생활의 전 과정이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국내 처음 도입되는 최첨단 교육 시스템이다. ●등하교부터 수업까지 전자시스템 도입 12일 충남 세종시 첫마을. 이날 오후 찾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퍼스트프라임아파트 인근 참샘초등학교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덤프트럭이 흙을 열심히 퍼날랐고, 인부들은 손을 불면서 망치질을 했다. 어느 세월에 완공할까 싶을 정도로 교내 공사 현장은 어수선했다. 현장 관계자는 “3월 개교에 문제가 없다.”며 “외형은 다른 학교와 비슷하지만 교실에 최첨단 교육 시설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된다.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스마트패드로 배운다. 선생님이 전자칠판에 터치펜으로 글씨를 쓰면 학생들의 스마트패드에 바로 전달된다. 분필 가루가 날리지 않는 교실이다.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문제를 풀도록 시켜도 다른 학교처럼 칠판 앞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자기 책상에 앉아 스마트패드에 터치펜으로 문제를 풀면 전자칠판에 실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과서·필기구 필요없는 ‘스마트패드’ 교과서도 전자책처럼 디지털 스마트패드에 담겼다. 다른 학교처럼 종이 책이나 노트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교사도 종이 교재를 만들 필요가 없다. 교육자료를 아래아한글이나 파워포인트 등으로 만들어 수업 중 바로 학생들의 스마트패드로 보내면 된다. 학급당 학생 수는 20~25명으로 선진국형이다. 몸이 아파 학교에 못 가도 자기 반의 교실 수업을 전자 시스템을 통해 집에서 실시간으로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 학교 도서관에는 직원이 거의 없다. 학생이 신분 카드 하나로 스스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샘초뿐만 아니라 3월 개교하는 참샘유치원, 한솔중·고와 9월에 문을 여는 한솔유치원, 한솔초등학교 등 첫마을 6개 유치원·초중고 모두 스마트 스쿨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은 학교마다 전문가를 한 명씩 배치해 전자 교육기재가 고장 나면 바로 고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첫마을 모든 학교의 전기, 소방, 엘리베이터, 냉난방시설 등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학교통합관리센터’도 만들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전기·소방시설 등 통합관리센터 구축 세종시 학교는 인구 50만명이 되면 모두 유치원 66개, 초등학교 41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20개, 특수학교 2개로 늘어난다.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도 2013~15년에 차례로 개교한다. 손윤선 행정도시건설청 교육시설기획과장은 “일단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하며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부터 적용하고 점차 전 학년으로 디지털화를 확대하겠다.”면서 “세종시 전 학교를 최첨단 교육시설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스마트 학교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남미·남아프리카 공략”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남미·남아프리카 공략”

    대우건설이 올해 남미와 남부 아프리카 건설시장에 도전한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2년도 경영목표를 수주 15조원, 매출 7조 5000억원, 영업이익률 5%로 잡았다.”고 밝혔다. ●“영업 이익률 5% 달성” 서 사장은 특히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인 남미와 남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해외에서 지난해(50억 6000만 달러)보다 25%가량 늘어난 63억 달러를 수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등 국가 리스크가 큰 시장에서 공사를 많이 따냈으나 앞으로는 그 무대를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대상국으로는 페루와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등이 꼽힌다. 서 사장은 “이젠 단순 토목으로는 해외에서 공사를 딸 수 없다.”면서 “건설과 금융, 첨단기술을 융합한 사업구조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력해 사업기획에서부터 파이낸싱, 건설을 아우르는 선진국형 건설업체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민자 발전소 등을 들었다. 대우건설은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35%에서 올해 40%, 내년 50%로 높이고, 토목과 플랜트의 비율은 올해 당장 20대80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주력시장인 리비아와 관련해 서 사장은 “올 총선이 끝나고 내년 상반기쯤이나 리비아에서 공사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대한통운과 베트남 하노이호텔, 중국 구이린호텔, 대우엔텍 등 1조원대의 비핵심자산 매각을 완료해 재무구조 개선 및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 인수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리비아 수주 내년 상반기 돼야” 서 사장은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첫해인 지난해를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아 앞으로 3년 동안 해외 수주는 연평균 19.2%, 해외 매출은 연평균 22.8%씩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택부문에서는 지난해(오피스텔 포함 2만 2643가구)에 이어 올해 2만 1150가구를 분양해 2년 연속 주택공급 1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철도운영 민간 개방 참여에 관해서는 “아직 컨소시엄 구성도 끝나지 않았다. 참여 회사들끼리 ‘민영화한다면 서비스·요금에서 충분히 경쟁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이야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두 단체장의 실험] “부산비전 생각보다 대담하다”

    “오늘 보고를 들으니 부산시의 비전, 발전전략이 생각보다 정말 대담한 것 같다.” 부산시장으로 변신한 김두관 경남지사가 11일 부산시청에서 간부들로부터 부산시 발전방향을 보고받은 뒤 “경남도는 시와 군이 사업주체이다 보니 부산시에 비해 사업이 적다.”면서 한 말이다. 김 지사는 이날 간부회에서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해서 부산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몰랐던 것 같다.”면서 부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뒤, “결국은 우리 두 시·도가 함께 가는 것이 해답”이라며 상생과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광역도로망 및 철도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제 선거 공약으로서 적극 협조하겠다.”며 “부산과 경남 간 조율이 안 되고 있는 부산~거제, 부산~창원 간 광역 시내버스 운영에 대해서 거제시장, 창원시장과의 협의에 나서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부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지사는 지난해 입지를 놓고 양측 간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산시민의 정서와 입장을 확인했다.”며 “경남도는 공항 입지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정리하지 않기로 했으며 입지 선정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남 진주 남강댐 물을 부산 식수로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에 대해서도 “현재 경남도민의 절반도 부산처럼 낙동강 물을 마시고 있고 남강댐 물을 경남도민이 마시고 남으면 공급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물 공급문제는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잘 점검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부산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꾸밈 없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 도청 간부 한 분이 오늘 부산에 가면 초정~화명 간 연결도로 재정부담 문제가 분명히 거론될 거라고, 절대로 우리 도에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말해 부산시 간부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서로 현안을 풀려면 두 시·도 간의 인적 교류 등 정기적 만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광역협의회를 만드는 것도 한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돈봉투 파문 확산] 국민참여 비율 딜레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4월 총선에 나설 후보를 정하는 경선 방식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핵심은 일반 국민들의 참여 비율을 얼마로 하느냐이다. 비대위 산하 정치·공천개혁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은 10일 당내 경선 방식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채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 “오보다. 역선택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아 완전국민경선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이상을 좇기보다 현실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완전국민경선은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다른 정당 지지자가 경선에 참여해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찍는 역선택 가능성을 비롯해 선거를 이중으로 치르는 부담감, 경선 결과 불복과 같은 후유증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비대위원은 “책임당원 같은 분의 의견에 비중을 좀 더 두는 형식에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서 해당 의원과 정치 신인이 1대1 대결을 펼치는 구도에 대해서는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경선에서 당원을 배제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뜻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최근 회의에서 “당을 지켜오고 헌신해 온 책임당원께 나름의 권리를 주는 것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선에서 당원의 참여폭이 확대되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국민경선과 이에 대한 차선책으로 제시됐던 제한국민경선 사이에서 ‘제3의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제한국민경선은 ‘2대3대3대2’(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를 원칙으로 한다. 당원 참여 비율은 낮추고 국민 참여 비율은 높이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편 재창당 문제를 놓고 비대위와 쇄신파 사이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게 파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쇄신파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재창당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비대위 활동에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모임에는 정 의원 외에 남경필·임해규·구상찬·김세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이 비대위원은 “비대위 출범은 사실상 재창당으로, 법적으로 재창당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이러면 이미지가 완전히 나빠지고 사실상 총선을 못 치르기 쉽다.”고 일축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당이 완전히 변신하려면 브랜드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명 개정 가능성은 열어 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미리 본 할리우드 시리즈물 세가지 빛깔

    미리 본 할리우드 시리즈물 세가지 빛깔

    캐시카우(cash cow). 확실한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뜻하는 경제용어다. 알려진 상품명 덕에 마케팅 비용을 덜 쓰고도 거듭 구매를 끌어낼 수 있다. 영화 산업에서는 시리즈물이 이에 해당한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는 웬만해선 시리즈를 끝내지 않는다. ‘프리퀄’(1편 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스타워즈 에피소드 1~3’)이나 ‘스핀오프’(특정 캐릭터를 뽑아 만든 새 작품·‘슈렉’에서 파생된 ‘장화 신은 고양이’)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둔 시리즈물이 줄지어 개봉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동안 즐거웠어… 아름답게 떠나줄게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단연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배트맨’(1989)과 ‘배트맨 리턴스’(1992)를 연출했던 팀 버튼 감독이 손을 떼고 조엘 슈마허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은 뒤로 뇌사상태에 빠진 배트맨을 되살린 건 오롯이 놀란의 공이다. 지지부진한 시리즈의 심폐소생 해법으로 놀란은 프리퀄을 택했다.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왜 배트맨이 됐는지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를 들인 ‘배트맨 비긴즈’(2005)는 흥행 수익 3억 7271만 달러를, 1억 8500만 달러를 투입한 ‘다크나이트’(2009)는 10억 달러를 돌파(10억 19만 달러)했다. 워너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셈. 놀런이 워너와 계약한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 편이 7월 개봉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다. 전편에서 조커 역을 맡아 영화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악역을 소화한 고(故) 히스 레저의 빈자리가 관건이다. 악당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의 어깨가 무겁다. 2008년 이후 한 편씩 꼬박꼬박 나왔다. 그때마다 전 세계 소녀팬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1~4편을 통틀어 24억 달러 이상을 빨아들인 ‘트와일라잇’ 시리즈 얘기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막을 연 위대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 ‘브레이킹 던 파트2’가 12월에 개봉한다. 열혈 팬은 이미 원작소설을 읽어 다 아는 결말이다. 그래도 티켓을 사도록 만드는 게 시리즈의 마력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시리즈의 4편 ‘브레이킹 던 파트1’은 최종편을 향한 징검다리 역할에 그친 탓에 흥행이 부진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이 뽑은 최악의 영화 10위에 뽑히기도 했다. 원작소설 마지막 권을 2편의 영화로 나눠 개봉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로 자존심을 회복했던 전례를 ‘브레이킹 던 파트2’도 이을지 궁금하다. ◆쫄지마… 이번에도 뜰 거야 전 세계 흥행수익 25억 달러를 넘어선 ‘스파이더맨’ 1~3편을 이끌어온 샘 레이미 감독도,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도 떠났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시험대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다. ‘500일의 썸머’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마크 웹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저커버크의 친구로 나온 유망주 앤드루 가필드가 쫄쫄이 옷을 입은 영웅으로 변신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3차원(3D)으로 제작된다. 거미줄을 타고 마천루 사이를 활강하고, 악당을 제압하는 스파이더맨만큼 3D에 적합한 소재도 없을 터. 코믹북(만화책) 회사 마블코믹스의 간판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자존심 배트맨(‘다크나이트 라이즈’)과 7월에 정면 격돌한다. 액션영화의 문법을 바꿔놓은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는 1~3편으로 9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그런데 2~3편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물론, 제이슨 본의 현신이나 다름없던 데이먼은 시리즈를 떠났다. 또 다른 문제는 로버트 러들럼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 역시 1~3편이 전부라는 것. 2001년 러들럼이 심장마비로 숨지고서 반 러스트베이더가 ‘본 레거시’ ‘본 비트레이얼’을 집필했지만, 러들럼의 원작만큼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다. ‘본 레거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본 시리즈 1~3편 각본을 맡은 토니 길로이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위험 요인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로 액션 본능을 드러낸 제러미 러너가 주인공을 맡았다. 8월 개봉. ◆갈 때까지 가볼 거야 1962년 첫 영화 ‘살인번호’가 만들어진 이후 어느새 50년. 영국 첩보기관 MI 6의 요원 제임스 본드는 첩보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007 시리즈의 23번째 영화 ‘007 스카이폴’이 11월에 개봉한다. 숀 코너리(1~5, 7편)와 조지 라젠비(6편), 로저 무어(8~14편), 티머시 달턴(15~16편), 피어스 브로스넌(17~20편)에 이어 6대 제임스 본드로 기용된 대니얼 크레이그가 이번에도 주인공을 맡았다. 2006년 ‘카지노 로얄’에 이어 3번째다. 영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1999)로 2000년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던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아 더 기대된다. 베니스·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스페인의 명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블록버스터 영화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시리즈 최고의 캐스팅이다. 검은색 슈트와 선글라스를 끼고 묘하게 생긴 외계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두 사내를 앞세운 ‘맨 인 블랙 3’도 5월에 개봉한다. 10년 만에 시리즈가 재개됐다. 1편이 나온 지 어느덧 16년째. 이합집산이 심한 다른 시리즈와 달리 배리 소넨필드 감독과 두 주연배우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까지 그대로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 장진 감독의 ‘서툰사람들’ 5년만에 대학로 컴백

    장진 감독의 ‘서툰사람들’ 5년만에 대학로 컴백

    연극과 영화는 물론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한 대한민국 대표 이야기꾼 장진 작/연출의 연극 ‘서툰 사람들’이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2007년 ‘연극열전2’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을 보인 ‘서툰 사람들’은 총 137회 공연 동안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학로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힌 작품이다. 오는 2월 11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될 ‘서툰 사람들’은 장진 연출 특유의 유머코드가 어우러진 상황극의 진수를 다시 선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공연에는 드라마 ‘근초고왕’과 ‘오작교 형제들’ 등 사극과 현대극, 시대극을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웅인과, 지난 해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를 통해 10년 만에 무대 연기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배우 예지원이 한 팀을 이뤄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드라마 ‘로열 패밀리’, ‘전우’ 등의 작품을 통해 지적이고 강단 있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배우 이채영이 말 많고 오지랖도 넓지만 발랄한 매력이 있는 건어물녀 ‘유화이’ 역을 맡아 첫 연극 무대 데뷔와 함께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 ‘웰컴 투 동막골’ 등에 출연하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배우 류덕환이 이채영과 함께 팀을 이뤄 무대에 선다. 도둑질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훔칠 물건 보다는 집주인을 먼저 생각하는 어설픈 도둑 장덕배와 자기 집에 훔쳐갈 귀중품이 없는 것이 안쓰러워 비상금 위치까지 먼저 털어놓는 순진한 집주인 유화이가 보내는 하룻밤 소동을 그린 코믹소란극 ‘서툰 사람들’은 오는 2월 11일부터 5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며, 1월 22일까지 조기예매 30% 할인을 진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2) 문화관광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2) 문화관광분야

    천문대와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관광 마케팅의 대가, 문화 불모지에 문화의 향기를 전파하는 공연기획자, 아름다운 섬 속 자연자원 발굴 및 보전의 파수꾼. 제2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꼽힌 22명 중 문화관광 분야 달인들의 면면이다. 열정과 헌신으로 똘똘 뭉친 이런 공직자들이 있기에 지역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농업분야 4명의 달인들을 소개한다. ■이형수 강원 영월군 도시디자인과장 국내 첫 ‘시민 천문대’ 건립… 관광 영월 자리매김 수훈 갑 강원 영월군 도시디자인과 이형수(56·지방행정5급) 과장은 폐광지 영월을 ‘박물관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킨 신지식 공무원이다. 이 과장은 정부 산하 연구용 천문대와 달리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민 천문대인 별마로천문대를 비롯해 지역 특성을 살린 박물관과 과학관 등 10개의 문화시설을 직접 기획하고 건립했다. 영월이 민간 박물관까지 포함해 모두 19개 박물관을 갖추고 문화관광도시로 변신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내년까지 10여개의 박물관이 추가로 건립되거나 구상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2001년 별마로천문대가 건립되고 10년동안 해마다 1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영월 박물관을 찾는 유료 관람객만 연간 15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군민이 4만여명이니 박물관 관람객만 주민의 38배나 되는 셈이다. 박물관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영월 이미지도 좋아져 래프팅과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를 즐기려는 관광객들까지 몰려 한 해 영월을 찾는 관광객만 500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영월을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관광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이 과장이다. 그가 남다른 안목으로 ‘하늘의 별을 상품해 팔자’며 팔을 걷어붙인 것은 1996년 일본 배낭여행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광지 영월과 비슷한 여건인 일본의 이와키시를 찾아 도시가 다시 회생된 계기가 석탄박물관과 동굴, 천문대였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천문대는 유지비가 많이 들지 않고 사계절 체류 관광객을 맞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는 1000여곳의 민간 천문대가 있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만 100여개가 있는 등 사설 천문대가 외국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천문대가 없었다. 이후 7년간의 기획으로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별마로천문대 건립에 들어갔다. 천문대가 들어설 자리를 찾기 위해 3년 동안 500번 이상 산을 올랐다. 고(故) 조경철 박사에게 얻은 중고 망원경을 메고 맑은 날, 흐리고 안개 끼고 눈비가 오는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산 정상을 찾아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며 최적의 입지를 찾았다. 워낙 인적이 드문 산을 주로 밤에 찾다 보니 멧돼지와 고라니떼를 만나 봉변도 당하고 주변 동료들로부터 ‘천문대에 미친 사람’이라는 오해도 샀다. 설립 초기 일부 주민들로부터 ‘영월의 맥을 끊어 놓으려 한다’는 질타도 받고 천체 관측 장비의 국제 입찰 과정에서 비방과 투서가 난무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비를 들여와 영월의 랜드마크 천문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극복했다. 이 과장은 “45억원이 들어가는 천문대가 건립 후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산을 찾았고 일본 천문대 도면을 복사해 오고 일본 천문대 주변 주민들의 삶과 경제 효과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외롭게 천문대 건립을 추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별마로천문대와 연계해 천체 체험과 교육, 휴양을 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을 만들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또 국내 유일의 공립 사진박물관인 동강사진박물관, 카르스트 지형의 영월 생태자원을 담은 동굴생태 전시관, 방랑시인 김삿갓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감삿갓문학관, 탄광 지역의 애환을 담아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탄광문화촌, 영월 특산품 숯을 웰빙시대에 맞게 관광상품화한 상동숯마을과 참숯역사관까지 이 과장의 기획과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02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로부터 신지식 공무원으로 선정되고 같은 해 관광공사로부터 아름다운 관광 한국을 만드는 1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과장은 “늘 공부하는 공무원이 지역을 이끌 수 있다.”면서 “지난 15년 동안 국내외 지역사회 개발 사례 책자와 논문 4000여권을 찾아 소장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영월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송필석 부산 사하구 을숙도 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 사라 장 등 유명인 공연 유치… 국내 최고 수준 극장 탈바꿈 한때 국내 최고 철새 도래지였던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자리 잡은 ´을숙도 문화회관´에서는 요즘 문화예술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편한 교통과 낙후된 시설 등으로 지역민과 예술인들로부터 외면받던 극장이 부산 서부산권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장소로 떠올랐다. 문화회관의 대변신에는 송필석(51·행정6급) 공연기획팀장의 열정과 노력이 한 몫했다. 송 팀장은 부산 지역 공직사회와 예술계에서 이미 ‘공연 기획의 달인’으로 이름나 있다. 그는 을숙도 문화회관 운영에 혁신적인 공연기획 시스템을 도입, 지난해 전국 284개 공연장의 1년 평균 기획 공연의 6배를 갖는 등 을숙도 문화회관을 수준 높은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문예회관 운영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 284개 공연장의 1년 평균 기획 공연이 23.4회지만, 을숙도 문화회관은 6배 수준인 130여회(2011년 기준)에 달했다. 올해도 100여 차례 공연을 준비 중이다. 2010년에는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주관 ‘전국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1987년 행정직 9급으로 공직에 뛰어든 그는 부산시 문화예술과, 부산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부서에서 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원에 진학,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2007년에는 음악 박사 학위까지 받아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공연기획 전문가로 거듭났다. 시 공연기획 담당으로 입지를 굳힌 그가 을숙도 문화회관 근무를 자원한 것은 2008년 2월이다. 해운대 등 부산 남부권에 비해 문화 혜택을 누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서부산권 시민들에게도 문화예술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2002년 개관한 을숙도 문화회관의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공연이라고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나 인형극이 고작이었다. 월평균 4~5차례 공연이 전부였다. 게다가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과 예산, 동네 피아노 학원 발표회 장소라는 낮은 이미지, 불편한 교통여건, 성능이 낮은 조명과 조악한 음향 시설 등 모든 게 엉망이었다. 직원들도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이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야만 했다. 결론은 우수 연주자 초청 등 공연장의 브랜드를 향상시킬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나 적은 기획예산과 전문인력도 없는 형편에서 우수 연주자를 초청해 공연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듯 2008년 개관 6주년 특별기념 공연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을 초청, 대박을 터뜨렸다. 문화회관 개관이래 최초로 700여 좌석 표가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초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라 장이 협연할 만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등을 협연 파트터로 초청하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달라.”는 호소 끝에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하면 된다’는 직원들의 자신감이었다. 이후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민가수 인순이, 마법의 사운드 필라델피아 챔버 오케스트라, 자연주의 피아니스트인 조지 윈스턴, 명창 박성희 초청 완창 판소리 흥부가, 바이올리스트 강동석 등의 공연을 잇따라 유치했다. 현재 을숙도 문화회관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등 국내외 문화예술 기관 단체와의 공연·교류협약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개념의 상설 프로젝트형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송 팀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을숙도 문화회관이 전국 최고 극장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직원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노력 때문”이라며 “을숙도 문화회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고경남 전남 신안군 철새갯벌팀장 섬의 문화·생태적 가치 발굴… 장도습지 람사르 등록 주도 전남 신안군 해양수산과에 근무하는 고경남(47·지방사서6급) 철새갯벌팀장은 1004개의 섬으로 유명한 신안군의 자연자원을 발굴·보전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고 팀장은 인문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환경과 지역의 자연보호에 앞장서 ‘문화관광 분야’의 행정 달인에 선정됐다. 고 팀장은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발굴하고 지키는 일이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발전시키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고 팀장은 섬이 가진 고유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들을 발굴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명감으로 1997년부터 틈나는 대로 낯선 섬들을 답사했다. 2003년 흑산도에 딸린 장도에서 산지습지를 발견한 것은 그 첫 사례다. 20여 가구가 사는 장도섬은 산 정상부에 습지가 있어 가뭄에도 늘 부족함 없이 식수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가파르게 험준한 산을 오른 후 갑자기 넓게 펼쳐진 습지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소를 방목하고 식수를 얻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뒷산이었으나, 섬에서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독특한 산지 습지의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습지로 지정받게 됐다. 이곳은 습지 관리 및 홍보를 위해 매년 수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적 명물이 됐다. 고 팀장은 이러한 경험을 살려 주변에서 늘 보아 왔던 자연이 중요한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을 자세히 살피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 2009년 흑산도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새우란 2종을 발견해 신안새우란과 다도해새우란으로 명명하였고, 압해도에서는 103년 만에 사라진 갯정향풀과 병아리다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가거도에서는 희귀종인 섬천남성의 서식지를, 흑산도 진리에서는 어린 초령목 43주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고 팀장은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많아 매주 공휴일에는 문화유산, 민속, 야생화, 조류 등을 관찰한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실력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만난 흑산 사리와 비금 내월리 돌담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또 신안군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전남 22개 시·군 내고장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6개월간 120명 이상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고 팀장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철새갯벌팀을 만들어 습지에 도래하는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도요물떼새의 종 보전을 위해 40여 민관학 단체가 참여하고 국제 네트워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도요물떼새 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전국 도요물떼새 동시센서스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야생식물 및 철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난해부터 전국적인 탐조 단체인 한국야생조류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키워 왔다. 현재 신안의 많은 무인도서(칠발도·구굴도 등)가 바닷새 번식지로 중요한 곳이나 외래종의 도입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어 문화재청, 국립공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야생조류 서식지 및 철새도래지 모니터링, 센서스 등 연구활동을 통해 신안군에 서식하는 철새 분포현황 보고서 2권과 각종 정책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 왔다. 고 팀장은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이 가지고 있는 무궁한 자연자원과 작은 섬 문화가 가장 경쟁력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신안군 갯벌 자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지속적인 보전과 이용을 위한 관리 모델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신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영상통화… 음성쪽지… 진화하는 모바일 메신저

    영상통화… 음성쪽지… 진화하는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는 진화 중….’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급팽창하면서 업체 간 차별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기존의 단순 대화 서비스에서 벗어나 영상통화와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플러스 친구 오픈 가입자 수 3200만명으로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은 올해를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근 ‘이모티콘’과 ‘플러스 친구’ 등의 서비스를 오픈했다.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외 가입자 수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톡은 영어, 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11개 외국어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151만명)과 일본(135만명) 등 216개국 60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마이피플, 소셜 플랫폼으로 대변신 마이피플은 올해 ‘재미’에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스티커’, ‘음성쪽지’ 등을 통해 재미를 더하고 포털사이트 ‘다음’과의 연동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마이피플은 소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올 1분기에 영상통화 기능을 갖춘 PC 버전 서비스를 내놓으며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다자간 통화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 횟수 1000만건을 넘어선 라인은 일본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세계 108개국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국내 이용자보다는 해외 이용자가 월등히 많은 게 특징이다. 10대를 겨냥한 학교 기반 모바일 메신저도 등장했다. 휴대용 미디어 전문 업체인 코원은 최근 학교 네트워크를 겨냥한 중·고교생 맞춤형 커뮤니티 ‘스쿨톡’을 선보였다. 스쿨톡은 실시간 채팅과 블로그, 메신저 기능 등을 모두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강원방송 탁경명씨 ‘세상읽기’ 출간

    신문기자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한 탁경명(70)씨가 3년간의 방송을 끝내며 ‘탁경명의 세상읽기’를 펴냈다. 중앙일보 기자를 지낸 탁씨는 2009년 1월 강원방송에서 ‘탁경명의 세상보기’ 진행자로 방송에 데뷔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강원도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을 이끌었다. 정치를 비롯해 교육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탁경명의 세상읽기’는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방송한 54회분을 묶은 것이다. 1부 ‘이 풍진 세상 달래는 작은 감동의 희망가’에서는 구제역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의 현실을 다루었다. 단체장 호화 관사와 고급 관용차를 들어 세금 낭비를 지적하는 등 비판의 대상에 성역을 두지 않았다. 학생 인권 탓에 땅에 떨어진 교권을 2011년 가장 슬픈 사회 자화상으로 꼽았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방안과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영화리뷰] ‘덴 쉬 파운드 미’ -배우 헬렌 헌트, 이보다 더 감독스러울 순 없다

    [영화리뷰] ‘덴 쉬 파운드 미’ -배우 헬렌 헌트, 이보다 더 감독스러울 순 없다

    입양아였던 에이프릴은 핏줄을 낳고, 교감하고, 사랑하기를 원하는 서른아홉의 여교사다. 그녀는 하루, 하루 줄어드는 생물학적 시계를 걱정한다. 동료 교사 벤과 결혼하지만, 철없는 남편은 자유를 찾아 홀연히 떠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길러준 양어머니의 죽음까지 겹쳐 에이프릴은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떠난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메우는 법인지, 학부형으로 만난 홀아비 프랭크의 매력에 에이프릴의 마음은 흔들린다. 4주 전 자유분방한 아내와 이혼한 프랭크 역시 동병상련의 심정.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는데, ‘사고’가 터진다. 남편이 떠나기 직전, 충동적으로 맺은 관계로 임신하게 된 것. 심지어 갓난아기 때 에이프릴을 버린 친어머니 버니즈까지 등장한다. 5일 개봉한 ‘덴 쉬 파운드 미’는 오롯이 헬렌 헌트의 프로젝트다. 헌트는 주인공 에이프릴로 열연한 것은 물론, 영화의 제작과 각본, 연출을 도맡았다. 그는 국내 팬에게도 낯익은 배우다. 8세 때부터 영화에 출연했고, TV 시트콤 ‘못 말리는 신혼부부’(1992~99)로 에미상을 네 차례나 받은 브라운관의 스타였다. 지난 1998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편집증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잭 니콜슨)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난한 웨이트리스 미혼모로 열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왓 위민 원트’(2000)와 ‘캐스트 어웨이’(2000) 등 흥행작에 출연하면서 A급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헌트의 마음 속에는 연출에 대한 열망이 컸다. 때문에 엘리노어 리프먼의 소설 ‘덴 쉬 파운드 미’에 꽂힌 헌트는 7년 동안이나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살면서 겪게 되는 배신과 의외성, 재미, 속죄에 관한 영화”라는 게 헌트가 끌린 대목이다. 입봉작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헌트의 연출력은 탄탄하다. 각본에만 7년이나 품을 쏟은 덕에 에이프릴은 물론, 프랭크와 버니즈 등 주요 캐릭터들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이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은 평균 이상이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버니즈 역을 맡은 베트 미들러는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디바인 동시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로즈’ ‘용서들을 위하여’) 받은 명배우다. 비중은 조연에 가깝지만, 프랭크 역의 콜린 퍼스 역시 ‘킹스 스피치’로 지난해 미·영 두 나라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쓴 연기파다. 북미 등에서는 이미 2008년 봄에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4년만에 지각 개봉한 셈. 그럼에도 여전히 끌리는 까닭은 오롯이 배우들 때문이다. 대목을 노린 블록버스터 영화가 격돌하는 시즌이라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단관 개봉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3D 애니 ‘장화 신은 고양이’

    [영화프리뷰] 3D 애니 ‘장화 신은 고양이’

    영화 ‘슈렉2’에 첫 등장해 주인공 슈렉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장화 신은 고양이. 3D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는 깜찍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고양이 푸스의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영화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슈렉’ 제작진이 일찌감치 차기 주인공으로 점찍어 놓은 캐릭터인 만큼 한층 강해진 개성과 풍성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이 작품은 슈렉을 만나기 이전 장화 신은 고양이의 새로운 면모와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고양이 푸스와 그 친구들의 모험담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강직한 성품과 양심적인 행동으로 마을 사람의 추앙을 받던 푸스. 잇따른 선행으로 마을 주민으로부터 명예의 상징인 장화까지 선물 받지만 절친한 친구 험티 덤티의 모략에 빠져 명성을 잃은 채 지명수배자 신세로 전락한다. 명예 회복의 순간을 꿈꾸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푸스는 어느 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다가갈 수 있는 비밀이 담긴 ‘마법의 콩’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 콩을 소유한 부부 악당 잭과 질을 찾아간다. 푸스는 이 콩이 악당의 손에 넘어가면 세상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도 계획을 세우지만, 도둑고양이 말랑손 키티의 방해 공작으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쿵푸팬더’, ‘슈렉’ 등을 제작했던 애니메이션의 명가 드림웍스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접목해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히어로로 변신한 장화 신은 고양이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고양이 본래의 귀여움부터 위엄을 갖춘 당당한 모습까지 다채롭게 변화해 캐릭터가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섹시하고 매혹적인 고양이 말랑손 키티와 코믹한 날달걀 험티 덤티 등 주변 캐릭터도 개성 있게 표현됐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고양이들의 댄스 배틀 장면. 푸스와 말랑손 키티는 다른 고양이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플라멩코, 라틴 볼룸댄스, 현대 무용 등 현란한 댄스 대결을 펼친다. 영화의 유쾌함과 흥겨움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마차 추격 장면과 칼싸움 등 화려한 볼거리는 3D 효과를 배가시킨다. 잭과 콩나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 익숙한 동화를 차용한 에피소드로 어린이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준다. 그러나 비교적 평면적인 이야기와 단순한 전개 탓에 성인 관객들의 기대치까지 만족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슈렉 3’를 연출한 크리스 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안토니오 반데라스, 샐마 헤이엑 등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오는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임진년 충무로 기대작 7편… 3대 키워드

    임진년 충무로 기대작 7편… 3대 키워드

    지난해 충무로는 신인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15편 중 심형래 감독(‘라스트 갓파더’)을 뺀 14명은 장편 경력이 3편 이내였다. 하지만, 임진년(壬辰年)에는 중견 감독의 복귀작이 줄을 잇는다.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과 유하(‘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 김대승(‘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가을로’) 감독 등이 대표 주자다. 올해 충무로의 기대작 7편을 3대 키워드로 살펴봤다. ●‘미쓰GO’ 박신양·이문식 합류… 후반작업 돌입 충무로에서 티켓파워가 검증된 배우는 다섯손가락 안팎.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집단주연 체제가 충무로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캐스팅이다. 김윤석과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원톱’(단독주연)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4명 나온다. 마카오 박(김윤석)이란 수수께끼의 인물이 한국과 중국의 실력파 도둑 9명을 규합해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범죄 액션물. 할리우드의 ‘오션스 시리즈’와 비슷한 설정이다. 한 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았던 최 감독의 복귀작이란 사실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100억원가량이 투입된 ‘도둑들’은 7월 할리우드 대작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메이저 배급사 쇼박스 또한 ‘도둑들’로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순제작비 100억원 남짓 투입된 김동원 감독의 ‘비상: 태양 가까이’도 집단주연을 택했다. 정지훈(가수 비)과 신세경, 유준상, 이하나, 김성수 등이 나선다. 할리우드에서도 선뜻 도전하지 않는 항공액션 장르인 탓에 기획 단계에서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공군의 전폭적 지원으로 제작비 부담을 던 것은 물론, 사실성도 끌어올렸다. 또 정지훈과 유준상 등 주연배우들이 중력테스트를 비롯한 조종사들의 고된 훈련을 견뎌낸 덕에 실감 나는 영상을 얻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데, 컴퓨터그래픽(CG)의 속성상 제작비가 꽤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그동안의 한국 블록버스터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다. 말도 많던, 탈도 있었던 ‘미쓰GO’는 최근 후반작업에 돌입했다. 고현정이 동국대 90학번 동기인 ‘기담’의 정범식 감독과 제작사 도로시의 장소정 대표와 의기투합해 시작한 이 영화는 진작 촬영이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에 폭우가 쏟아지고 정 감독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8월 촬영이 중단됐다. 결국, 박철관 감독이 대신 메가폰을 잡았다. 최민식과 김태우 대신 박신양과 이문식이 합류하면서 ‘심폐소생술’은 마무리됐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과 형사들, 마약거래에 우연히 휘말린 공황장애 환자(고현정)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린 액션코미디다. 유해진, 성동일, 고창석 등 주조연의 경계를 허문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빅3’(CJ·롯데·쇼박스)를 바짝 쫓고 있는 배급사 NEW의 기대작이다. ●김지훈 감독 ‘7광구’ 실패 악몽 씻어낼지 흥행 실패와 거리가 먼 유하 감독은 ‘하울링’으로 복귀한다. 승진에 목마른 형사 상길(송강호)과 신참 은영(이나영)이 도심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늑대개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둘렀지만, 가족과 고독,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드라마의 성격이 짙다. 늑대의 부류에도, 개의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는 늑대개나, ‘수컷들의 집단’ 강력계에 투입된 여형사, 가족과 겉도는 40대 가장 등 모두가 고독한 존재다. 물론,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서 보여준 유 감독만의 폭력미학과 속도감 있는 연출도 기대된다. 80억원이 투입된 ‘하울링’은 2월 초 개봉한다. 김지훈 감독의 ‘타워’는 130억원가량 들어간 재난 블록버스터다. ‘비상’과 더불어 올해 CJ 배급작품 중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의 초고층 빌딩을 덮친 최악의 화재가 영화적 장치로 등장한다. 재난 속에서 운명의 손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끈끈한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에 있다. 설경구와 김상경, 손예진 등 관객동원 능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시너지가 궁금하다. CJ는 물론, 김 감독 자신도 잊고 싶을 지난해 여름 ‘7광구’의 흥행실패를 씻어낼지도 기대된다. ●조여정 ‘방자전’ 이어 에로틱 대박 2연타? 5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되는 김대승 감독의 에로틱 궁중 사극 ‘후궁: 제왕의 첩’은 롯데의 기대작이다. ‘방자전’에서의 파격 변신으로 홈런을 날린 조여정이 무관의 딸로 태어나 후궁이 된 신화연 역을 맡았다. 그에게는 어릴 때부터 사랑해온 남자 권유(김민준)가 있다. 궁으로 들어온 화연은 즉위를 앞둔 서원대군(김동욱)과의 관계, 권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 삼각관계를 다룬 치정 드라마로 생각하면 오산. 아무런 의지 없이 궁궐에 들어간 화연이 생존투쟁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금지된 사랑과 탐욕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오는 6월 개봉. 추창민 감독의 첫 사극 ‘조선의 왕’(가제)도 흥미롭다. 조선 광해군 시절, 왕과 닮은 얼굴을 가진 천민 하선이 보름 동안 왕이 되어 조선을 다스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화 ‘왕자와 거지’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작품에서 이병헌이 1인 2역을 소화한다. 류승룡은 하선을 왕의 자리에 앉히는 허균 역을, 한효주는 왕의 비밀을 알고 괴로워하는 중전으로 나온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조나단은 악플러!/윤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조나단은 악플러!/윤숙희

    - 노래 연습이나 더 하고 와라. 하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노래 실력이 늘 리 없지. ㅋㅋㅋ. 조나단이 되면 나는 용감해진다. 두려운 게 없다.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처럼 인터넷이란 바다를 날아다니며 거침없이 행동한다.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인터넷에선 최고 멋진 아이로 변신한다. 긁적긁적 긁적긁적. 몸을 긁으며 가수 미라클 기사에 댓글을 달던 나는 효진이가 떠올랐다. 자기 미니 홈피에 미라클 자료가 많다며 보러 오라고 자랑하던 효진이. 나는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접속했다. 홈피를 예쁘게 꾸며놓아서 그런지 방문자 수가 많다. 미라클과 관련된 사진과 음악파일도 잔뜩 올라와 있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최효진’이라고 쓴 글귀를 보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웩!’이라는 댓글과 함께 토하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가슴속에 꾹꾹 누르고 있던 것이 튀어나온 느낌이다. 그러나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내 댓글이 지워졌다. - 헐, 너네 집에는 거울도 없음? 효진이가 지금 미니 홈피에 들어와 있나 보다. 내가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또 지워졌다. 지우면 지울수록 더 하고 싶어졌다. - 완전 밥맛!! 그러자 효진이가 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다. - 조나단, 나한테 감정 있니? - ㄴㄴ. - 혹시 너 미동초 다니니? - ㄴㄴ. 시치미를 떼고 계속 댓글을 달고 있을 때였다. “종일 컴퓨터만 할 거니? 밖에 나가서 산책 좀 하고 와.”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토피에 맑은 공기를 쐬야 낫는다는 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둥, 인스턴트식품 먹지 말라는 둥. 엄마의 잔소리는 애국가 4절보다 길다. 나는 마지못해 일어났다. 컴퓨터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다. 날씨가 좋아도 딱히 갈 데가 없다.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아파트 단지를 세 바퀴째 빙빙 돌고 있을 때였다. 106동에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나왔다. 앗, 효진이다. 효진이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나는 재빨리 커다란 나무 뒤로 숨었다. 효진이는 나를 보지 못한 듯 그냥 지나치더니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탔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나 보다. 지금이 기회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컴퓨터를 틀자마자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접속했다. 대놓고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후다닥 썼다. - 왕재수!!!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영어숙제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들어갔다. 아직 효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내가 쓴 글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쓴 글 밑에 댓글이 두 개나 달려 있다. - 왕재수 때문에 짜증나 -_- - ㅇㅇ 왕재수가 우리 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누굴까? 누가 이런 댓글을 달았을까? 내가 알기로 효진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우리 반에 없다. 다들 쉬는 시간이면 효진이와 친하고 싶어 효진이에게 몰려들었고, 효진이의 눈에 들려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나도 그랬다. 그 애의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에 끌려 가까이 다가갔었다. “어머, 네 얼굴 왜 그래? 옮는 피부병 아니니?” 귓가에 효진이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 애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효진이를 더 골려주고 싶었다. 효진이의 사진 밑에다가 분홍돼지 사진을 스캔해서 올렸다. ‘효진이의 진짜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내가 사진을 올리기가 무섭게 접속한 아이들이 주렁주렁 댓글을 달았다. - ㅋㅋㅋ. 공주병 환자가 사실은 돼지였네. 핑크돼지! - 핑크돼지가 돼지 콜레라를 퍼뜨리고 있다!! - 더러운 바이러스 덩어리는 지구를 떠나라~ ‘어라? 얘네들 봐라. 얘네들도 나처럼 효진이한테 당했었나?’ 더듬이를 세운 곤충처럼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효진이에게 달려들자, 컴퓨터를 떠날 수가 없다. 수시로 효진이의 미니 홈피를 들락거리며 댓글을 확인했다. 댓글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거칠어졌다. 욕을 하기도 했다. 이상하다. 그런 댓글을 보고 있으려니 처음엔 시원했지만, 긁으면 긁을수록 따가워지는 내 피부처럼 마음이 따가웠다. 다음날, 황사가 찾아왔다. 올해 들어 최악의 황사란다.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앨리스가 누구니, 카멜레온이 누구니 하는 소리도 들렸다. ‘조나단은 누굴까?’ 하는 말에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네 닉네임이 뭐야?” 효진이의 짝 선화였다. 당황한 내가 더듬거렸다. “왜··· 왜?” “네가 혹시 카멜레온 아니니?” “아, 아니.” ‘더러운 바이러스 덩어리는 지구를 떠나라’라고 했던 앨리스를 떠올리며 나도 선화에게 물었다. “네가 앨리스 아냐?” “말도 안 돼. 내가 왜 앨리스야?” 선화가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아이들은 모두들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이 아이들도 나처럼 컴퓨터만 틀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건가?’ 그때 경쾌하고 맑은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얘들아, 안녕?”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순간, 모여 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장난기 많은 남자 아이들은 꿀꿀꿀 하며 돼지 흉내를 내기도 했다. “무슨 재미있는 일 있어?” 레이스 달린 분홍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효진이가 다가왔다. 두근두근. 효진이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무것도 아냐. 너 노을 들어봤니?” 선화가 재빨리 효진이를 데리고 자리에 앉더니 미라클 이야기를 꺼냈다. 이내 둘은 엠피쓰리로 미라클의 노래를 들으며 까르륵거렸다. 그런데 첫째시간이 끝나고 난 뒤였다. 뿌연 창밖을 내다보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목덜미를 벅벅 긁고 있을 때였다. 화장실 갔던 효진이가 눈이 퉁퉁 부은 채 교실로 들어섰다. 울었는지 눈동자가 뻘겠다. ‘드디어 미니 홈피에 쓰여 있는 댓글들을 보았구나!’ 뜨끔했다. 가려운 목덜미보다 가슴이 더 뜨끔했다. 거기 쓴 댓글들을 모두 내가 쓴 것마냥 가슴이 두 방망이질 쳤다. 효진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미라클 팬클럽 회장한테 문자 왔는데, 미라클 언니가 잠적했대. 자살했을지도 모른대.” 효진이는 옆에 있는 선화를 껴안고 교실이 떠나가도록 울음을 터뜨렸다.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던 효진이는 조퇴를 하고 집으로 일찍 가버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어떻게 하루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미라클, ‘모두들 안녕’이라는 유서 남기고 잠적!’ ‘미라클을 벼랑 끝으로 내몬 건 바로 악플!’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듯 미라클에 대한 기사가 잔뜩 올라와 있다. 미라클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 원인이 평소에 시달리던 악플이라는 글을 보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데 기사 밑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무서운 댓글이 달려 있다. - 차라리 잘됐다. 죽어라 죽어! 소름이 쫙 하고 끼쳤다. 뾰족한 칼에 찔린 것처럼 온몸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심한 글을 쓸 수 있지?’ 불현듯 효진이가 생각났다. 나는 급히 효진이의 미니 홈피로 이동했다. 지워졌다. 악플들이 싹 지워졌다. 악플뿐만이 아니라 미니 홈피에 있던 글이며 사진이 모두 지워졌다. 대신 ‘모두들 안녕!’이라고 쓴 글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귓가에 효진이가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노을’이 점점 크게 들렸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미라클이 죽으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울먹이던 효진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어쩌면······. 불길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올랐다. 나는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황사바람을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효진이가 위험해. 효진이를 찾아야 해!’ 단숨에 106동 앞까지 달려왔다. 막상 효진이의 집 앞까지 왔지만, 호수를 몰라 주위를 빙빙 돌았다. 한참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뿌연 황사 사이로 레이스 달린 분홍 원피스가 보였다. 효진이다. 효진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한 손에는 ‘언니 돌아와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아프다고 조퇴하고 가더니 미라클을 응원하고 오나 보다. ‘휴, 다행이다. 효진이가 무사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효진이가 다가왔다. “내가 악플을 당해보니까 미라클 언니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이해가 돼. 아이들이 왜 나한테 악플을 다는 걸까?” 갑작스러운 효진이의 질문에 더듬거렸다. “그, 그건······ 잘 생각해봐. 아이들이 왜 그런지.” 발그레해진 얼굴로 효진이의 눈을 피한 채 돌아섰다. 황급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효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조나단!” 흠칫 놀라 발을 멈추었다. 내가 조나단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 예감이 맞았어. 네가 조나단 맞지?” 효진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확신에 찬 말투로 몰아붙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내 홈피에 들어와 악플을 달다니, 너무한 거 아냐?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얼마나 마음 아픈 줄 알아? 넌 정말 비겁한 애야.” 효진이의 말에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네가 먼저 상처줬잖아.” “내가 언제?” “전학 온 첫날부터 날 전염병환자 보듯 했잖아. 네 눈길이, 네 행동이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 줄 알아? 악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구!” “야, 그건······.” 당혹스러워하는 효진이를 남겨두고 달렸다. 효진이가 따라오며 ‘조해윤’ 하고 불렀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달리다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조나단 뒤에 숨어서 했던 일들을.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효진이의 말처럼 비겁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트니 팬들의 응원에 감동한 미라클이 다시 복귀했다는 기사가 떴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댓글을 달았다. - 언니가 돌아와서 기뻐요. 언니 힘내세요! 이상하다. 내가 쓴 댓글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힘이 나는 것 같다.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 그때 누군가가 내가 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다. - 조나단, 너도 미라클 팬이었구나? 반가워  핑크공주라는 닉네임을 본 순간, 단박에 효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무시하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려는데 댓글이 또 달렸다. - 내일도 황사온대. 학교 올 때 마스크 쓰고 와  어라? 얘 좀 보게. 웬일로 내 걱정을 다하네.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지금 효진이가 사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 조나단, 전학 왔을 때보다 요즘 피부가 많이 좋아졌더라! 새로 달린 효진이의 글을 보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머뭇거리던 나는 드디어 댓글을 달았다. - 핑크공주, 오늘 입은 분홍 원피스 예쁘더라. 넌 분홍색이 잘 어울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웃고 있을 효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웃고 있듯 그 애도 지금 웃고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조나단이라는 갈매기는 인터넷이란 바다를 그 어느 때보다 멋지고 용감하게 날아다녔다.
  • [총선 및 대선 국운 가른다] 박근혜 vs 안철수 장점·약점

    [총선 및 대선 국운 가른다] 박근혜 vs 안철수 장점·약점

    한국 정치의 가변성을 감안할 때 연말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년 동안 온갖 변수들이 명멸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전에서는 특정 후보의 강점이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각 후보의 특성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자주 활용되는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협요소·Threat) 분석을 통해 대선후보군 중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살펴봤다. ■ 원칙과 소신의 근혜씨…‘거리감’ 약점 박근혜 위원장의 최대 장점은 ‘원칙과 소신’이 꼽힌다. 박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이 보수층과 서민층, 영남·충청권, 50대 이상 고연령층 등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도 경제 성장과 근대화라는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4년여 동안 유력 대선후보로서 집중 조명을 받아온 만큼 검증 면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도 박 위원장이 지닌 정치적 자산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지지층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박 위원장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지지도는 쉽게 떨어지지도 않지만, 반대로 쉽게 오르지도 않는 특성을 보여 왔다.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말수가 적은 데다, 외부에 드러나는 정치 활동도 많지 않았던 탓이다. 역으로 보면 대중들과의 관계가 밀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신비주의로 통칭되는 이러한 단점들은 박 위원장이 현장정치, 민생정치로 뛰어들어 소통을 강화할 때 언제든 극복 가능하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기회 요인이다.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려는 노력들도 ‘확장성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위원장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박 위원장은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돼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차별화가 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이끄는 이상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한다. 박 위원장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안 원장이다. 안 원장의 등장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이 안 원장에 밀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박근혜 흔들기’로 연결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안 원장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만큼 안 원장이 보여준 통큰 희생과 헌신의 모습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의 분열 가능성과 남성 우월주의 시각에서 여성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도 박 위원장이 안고 있는 숙제다. ■ 바람과 희망의 철수씨…‘거품론’ 장벽 안철수 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철수 현상 또는 바람으로 표현되는 이미지다. 학창 시절 모범생이 의사를 거쳐 벤처기업가로 성공한 뒤 교수로도 변신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군말 없이 양보했다. 이어 기성 정치 세력들로부터 정치 참여 요구가 빗발치자, 2000억원 대의 안철수 연구소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청춘콘서트에서 미안함을 얘기한다. 비정치적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침묵이 역설적으로 새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다. 단점도 있다.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던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은 “안 원장의 최대 단점은 권력 의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국가 지도자로서는 치명적인 한계가 될 수 있다. 안 원장은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고, 주로 직접 경험한 부분만 얘기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신이 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 다뤄야 한다.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적합한 인간형인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안 원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도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안 원장에 대한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가 추세인 정치적 중립층(무당파)과 경제적 중산층, 이념적 중도층(부동층), 세대적 중년층(40대) 등 이른바 ‘4대 중간층’은 안 원장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중간층의 증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대표성의 위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 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중간층은 견고함이 떨어진다. 지지가 모래성처럼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비판도 잠재워야 한다. 안 원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그 이유에는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일 수 있다.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실망감이 번질 경우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 거품론’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CEO 칼럼] 2012년 벽두에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CEO 칼럼] 2012년 벽두에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이른바 흑룡(黑龍)의 해라는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임진년의 주요 사건은 1592년의 임진왜란을 들 수 있다. 임진왜란은 중국의 명·청 왕조 교체와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출범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로 불릴 만큼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타이완 등 많은 나라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다. 임진년은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올해 새롭게 전개될 국제정세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또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주변 강대국과 긴밀한 협조 아래 통일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 부문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 우리는 한 세대 남짓한 기간에 ‘원조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변신하는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뤄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인 노동권에 대한 요구를 슬기롭게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냈다.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를 법과 제도, 경영기법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의 덫’이라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1인당 GDP 2만 달러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GDP 3만~4만 달러로 대표되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또 하나의 변곡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1인당 2만 달러 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2만 달러를 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대량생산 모델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시장은 소량·다품종 시대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육성이 절실해졌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균형 있게 공존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단순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사회 불균형 심화 및 부의 합리적 분배를 저해하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대규모 복지비용을 유발하고,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성장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어 갈등을 해소하고 성장의 과실이 사회의 구석진 곳까지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의성과 혁신 의욕을 가진 개인과 기업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합리적 거래관행 정착과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생태계 조성이 특히 필요하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차원에서도 이들 기업의 지원은 당연하다. 아울러 경쟁과 혁신의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제 주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현재 정부는 금융 분야에서 담보 위주의 여신거래 관행과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 실패 후 재기를 적극 지원하고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계획을 더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환경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올 한해 가치의 총량을 늘리는 것만큼 산출된 가치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복리로 연결되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성숙한 논의가 2만 달러의 저항선을 뚫고 선진국으로 비상할 수 있는 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복권의 저주?…돈 때문에 ‘인생’ 망친 사람들

    복권의 저주?…돈 때문에 ‘인생’ 망친 사람들

    ▶원문 및 추가사진 보러가기 임진년 새해를 맞아 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을 기원할 것이며, 차를 바꾸길 희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하던 일을 관두고 여행을 다니며 살길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꿈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실제로 고액의 복권에 당첨된 이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하룻밤 사이에 막대한 부를 얻은 사람들은 장밋빛 인생을 손에 넣었을까. 여기 미국의 오디닷컴(ODDEE.com)이란 사이트에서는 많은 고액 복권 당첨자 중 안타까운 인생을 살고 있거난 산 10인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캘리 로저스 지난 2003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190만파운드(약 39억원)를 획득한 캐리 로저스는 어린 나이에 큰돈을 갖게 돼 돈을 물 쓰듯이 썼다. 지인들에게 집과 차를 선물했으며 매일 밤 파티를 즐겼다. 또한 가슴 수술을 받고 명품을 사는데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 복이 없었다. 전 남편은 자신의 돈을 노리고 결혼했으며 바람도 피웠다. 이 때문에 그녀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이후 만난 남성 역시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로저스의 집에서 코카인 거래를 하다가 체포됐다. 그녀 역시 사건에 연루됐지만 막대한 돈을 주고 변호사를 고용해 겨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녀는 결국 복권 당첨 6년 만인 2009년 파산을 신청했다. 청소부로 전락한 그녀는 두 아이의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유명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반라사진을 게재하며 상담사로 변신, 다시 한 번 제대로 인생을 살겠다고 전한 바 있다. ◇‘사교계 신데렐라’ 재닛리 재미교포인 재닛리(한국 이름 이옥자)는 지난 1993년, 52세의 나이에 일리노이주 사상 최대 당첨금인 1,800만달러(약 265억원)에 당첨돼 화제가 됐다. 국내에도 보도를 통해 알려진 그녀는 기부금을 달라는 수많은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당첨금을 20년간 분할 지급받는 연금식을 택했지만 이를 담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 등 과시적인 소비를 했다. 그녀는 대학 시설과 교회, 그리고 국내의 한 정당에도 막대한 기부금을 쾌척하면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녀는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부통령 앨 고어, 그리고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찬에도 등장했었다. 하지만 과소비와 도박 거기다 투자에도 실패한 그녀는 지난 2001년 파산 신청을 한뒤,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잭 휘태커(앤드류 잭슨 ‘잭’ 휘태커 주니어) 잭 휘태커는 2002년 12월, 버지니아주에서 잭팟 최고 당첨금인 3억1490만달러(약 3330억원)에 당첨됐다. 원래 송유관 건설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기에 당첨금을 가족과 친구, 사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수많은 재단이나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원금을 달라는 문의를 받았고, 회계사를 고용하고 관련 재단까지 설립했다. 그는 음주 운전이나 협박을 한 혐의로 체포, 막대한 보상금을 물고 풀려났으며 소송이나 도난 등으로 몸살을 알았다. 결국 재단은 2년 만에 사라졌고 아내와도 이혼하고 말았다. 또 그는 아끼던 외손녀 마저 마약중독으로 사망해 한때 술과 담배로 살아갔다. 하지만 현재 휘태커는 비록 많은 돈을 날렸지만 보도와 달리 파산하지는 않았으며 재기를 위해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등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켄 프록스마이어 1977년 기계공인 켄은 100만달러, 즉 현재 시가 1000억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됐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과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지만 4년만에 파산하고 말았다. 수익을 도외시했는지, 그의 아들 릭은 “아버지는 행운을 얻은 단순한 가난한 소년이다. 그는 모든 사람의 불편을 살피길 원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시 기계공으로 일하고 있다. ◇이블린 애덤스 이블린은 1985년과 이듬해인 1986년 연달아 복권에 당첨됐다. 그는 총 540만 달러(약 52억원)를 손에 넣었지만 도박에 빠져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댐피어 이 사례는 본인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 더욱 안타깝다. 1986년 2,000만 달러(약 210억원)에 당첨된 제프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집이나 차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줬지만 이런 그의 넉넉한 인심은 그의 명을 재촉하는 꼴이 됐다. 지난 2005년 제프리는 형수와 애인에게 납치돼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됐다. 현재 두 사람은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수잔 물린스 1993년 420만달러(약 52억원)가 당첨됐던 수잔은 일시금이 아닌 20년 분할 지급받는 연금식을 택했지만, 이를 담보로 고금리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와 가족은 돈을 펑펑 써댔다. 이에 그녀는 당첨금 분할을 해제하고 모든 돈을 받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녀의 사위가 큰 병에 걸렸고 치료에 100만달러가 들게 됐다. 이후 그녀에게 돈을 대출해 준 금융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당시 이 업체는 승소했지만 그녀는 지불 능력이 없어 부채는 상환되지 않았다. ◇빌리 밥 하렐 주니어 1997년 3,100만달러(약 298억원)를 손에 넣은 빌리.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그는 주위에서 말하는 대로 저택과 신차를 사는 등 돈을 펑펑 쓴 결과, 아내와 이혼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이클 캐롤 2002년 970만 파운드(약 160억원)를 획득한 마이클. 그는 복권 당첨으로 20대 벼락부자가 됐지만 약물과 도박, 여자에 빠져 돈을 흥청망청 낭비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최근 주급 200파운드(약 30만원)의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있다. ◇비비안 니콜슨 1961년 15만 2,300 파운드, 현재 300만 파운드(약 53억원)에 상당하는 돈을 손에 넣은 비비안은 “쓰고 쓰고 또 써라(spend , spend, spend)”라고 말해 유명해졌다. 그녀는 과소비는 물론, 5번의 결혼을 했으며 알콜 중독에도 빠졌다. 또한 자살을 시도해 정신 요양소에 들어갔다. 추후 그는 자신의 쓴 체험수기를 에미상수상작가 잭로젠탈이 각색해 영화화 되기도 했다. ‘스펜드, 스펜드, 스펜드’로 알려진 이 영화는 국내에 ‘무지개’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그녀는 주급 87파운드 (약 16만원)의 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전직 증권맨이 쓴 금융자본의 탐욕

    ‘더 월 1, 2권’(문학의문학 펴냄)은 20년 넘게 증권회사에서 근무한 작가가 쓴 ‘전문가 소설’이다. 영어권에서는 변호사나 의사가 쓴 장르 소설이 주목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 지점장까지 지낸 우영창(55)씨는 우리 문학계에서 희소가치를 지닌 작가다. 우씨는 1985년 시로 먼저 등단했으나 2008년 5000만원이란 거액의 상금을 내건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 공모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변신한다. ‘더 월’은 ‘세계금융정의연대’란 금융자본에 도전하는 세계적 기구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얼핏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미국 월가 점령 시위가 연상되지만 우씨는 “99%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쓴 기획소설은 아니다. 10년 전 국내에 처음 파생상품이 소개됐을 때 소설을 구상해 3년 전부터 썼다. 월가 시위가 벌어진 뒤에 한 줄도 소설을 고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계금융정의연대’의 한국 여대원인 하소야. 하소야는 지난 5년간 세계 각국에서 파생상품 불법 운영자와 탐욕스러운 금융업자들을 비밀리에 ‘처리’해 왔다. 남자 주인공 김시주는 전직 대형 증권회사 자산운용과장으로 5년 전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이혼까지 한 남자는 여동생의 닭집 일을 도와주고 있다. 하소야가 자살하려는 김시주를 구해내면서 두 사람은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작가는 “세계적으로 경제, 금융 관련이 테러의 70%를 차지한다.”며 소설 속의 ‘세계금융정의연대’는 가상의 단체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소설을 쓰면서 증권맨으로 일했던 시절로 돌아가 단기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솟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증권회사에서 일한 체험을 생짜로 노출하기보다는 녹여냈다.”고 소개한 우씨의 신작은 순문학과 장르 소설의 칸막이를 허물고 전문가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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