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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4)흥선대원군 ‘척화’ vs 명성황후 ‘친러’ (상)

    [선택! 역사를 갈랐다] (24)흥선대원군 ‘척화’ vs 명성황후 ‘친러’ (상)

    19세기 후반 세계는 해양과 철도로 연결되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외압이 조선을 변화시켰다. 정치적·군사적 외압을 바탕으로 열강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상호 연대와 대립을 반복하면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조선 측의 대응도 있었다. 외압에 대응해 조선 역시 열강과 외교라는 수단을 통해 국권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당시 러시아는 극동지역에서 일본과 대립하는 하나의 축이자 조선과 국경을 맞댄 나라였다. 조선은 러시아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영국, 일본, 청국은 자국의 조선 침략을 합리화하려는 전략으로 공러(恐)의식을 조작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원군과 명성황후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대원군, 러 견제위해 佛신부와 접촉도 1863년 12월 철종(哲宗)이 후사 없이 승하하자 흥선군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했다. 흥선군 이하응은 대원군에 봉작되었다. 흥선대원군은 섭정 초기 국왕과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자 다양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최고의 권력기구로서 외척이 권력을 독점하는 기반이 되었던 비변사(備邊司)를 폐지하고 의정부를 복설하였다. 그리고 의정부와 동일한 위상을 갖는 최고의 군사기관으로 삼군부를 설치하였다. 을미사변의 주역인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는 “흥선대원군이 국제 정세만 정확히 파악하면 동양의 뛰어난 외교가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1860~1870년대 서구열강과의 접촉에서 외세의 영향력을 직접 경험했고, 러시아 또는 미국 등 서구열강 일국에 편중하지 않는 외교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했다. 그 배경에는 흥선대원군이 외교관계의 미묘한 변화와 흐름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세기 후반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격변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1860년 북경조약(北京條約)으로 연해주(沿海州)를 획득함으로써 조선과 국경을 접하게 되었다. 조선과 새로 국경을 접한 러시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흥선대원군은 조선에 잠입해 있던 프랑스 신부들과 접촉하기도 하였다. 프랑스 신부들과의 접촉은 프랑스 및 영국과의 제휴도 염두에 둔 파격적인 시도였다. 프랑스와 미국의 군사적 도발은 흥선대원군의 강렬한 척화정책을 북돋았다. 거기에 1868년 독일 상인 오페르트(E. J. Oppert, 吳拜)가 대원군 아버지 남연군(南延君)묘를 도굴한 사건은 흥선대원군의 서양에 대한 적개심을 강화시켰다.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를 계기로 흥선대원군은 외세를 물리쳤다는 강한 자부심을 얻었으나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접근성은 정권 초기보다도 경직되었다. 두 차례의 양요(洋擾)를 겪으면서 흥선대원군정권은 강력한 군사력 편성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전국에 3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포군을 설치하였다. 그 후 흥선대원군은 임오군란에서는 청나라와, 갑오개혁 때는 일본과 각각 대립했다. 흥선대원군은 1882년 6월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 고종으로부터 사태수습을 위한 전권을 위임받고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청나라 군대에 의해 톈진(天津)으로 납치되었고 1885년 겨우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894년 7월 23일 일본군대의 ‘경복궁침입사건’ 당시 흥선대원군은 주한 일본공사 오토리(大鳥圭介)와 함께 참여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의 개혁정책을 반대하다가 주한 일본공사 이노우에에 의해 정계 은퇴를 강요당했다. ●1895년 개국기원절 日인사 초청 놓고 반일친러 분위기 형성 명성황후는 외교 분야의 현안에 간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행록(行錄)을 살펴보면 “짐이 근심하고 경계하는 것이 있으면 대책을 세워 풀어 주었다.”, “심지어 교섭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는 나를 권해서 먼 곳을 안정시키도록 했다.” 등이 기록되었다. 1895년 9월 4일 왕실은 조선왕조 504년 건국 기념일인 ‘개국기원절’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행사의 준비위원회에서는 외국인 중 궁내부 고문관(宮內府 顧問官) 러젠드르 장군, 러시아공사 베베르의 부인의 자매이자 궁내부에 소속된 손탁 여사, 그리고 러시아 건축기사 사바친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러젠드르 장군은 사무장(事務長)이라는 명예위원으로 외국인들을 접대하였고, 손탁 여사는 음식과 식탁 준비를 담당했으며, 사바친은 식장의 장식 부분을 총괄했다. 당시 러시아공사 베베르는 조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손탁을 궁내부에 고용하도록 추천했다. 독일 엘자스(Elsass) 출신인 손탁은 궁궐에서 유럽식 향연을 준비하면서 명성황후를 자주 만나 2~3시간씩 연속으로 황후와 대화했다. 이날 회의에서 행사와 관련된 한 명은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식탁 시중을 위해서 일본 급사를 초청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인들의 이름이 나오자, 손탁 여사는 얼굴을 찡그렸고, 일본인들 전체를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침까지 내뱉었다. 그러자 러젠드르 장군은 마치 귀부인에게 시중드는 유명한 기사처럼 웃으면서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손탁 여사는 왕실로부터 자신의 개인 집을 짓기 위해 약 1만 달러를 받았고, 그녀의 지도 아래 조선 여인들이 다양한 수공예를 배울 수 있는 학교 설립을 약속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 사바친은 일본공사관의 외교관 및 일본과 연대하고 있는 조선 관료들의 명성황후를 향한 적개심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때 사바친은 “이것이 언뜻 보기에는 별일 아닌 작은 사건 같지만, 이와 비슷한 작은 사건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어떤 음모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기록했다. 손탁과의 관계 속에서 명성황후는 러시아의 지원을 예상하고 평소의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반일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명성황후는 랴오둥반도(遼東半島)를 둘러싸고 일본이 외교적으로 패배하자 조선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당시 명성황후 주변의 미국인도 자국의 이권과 특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본의 영향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만일 황후가 유럽인들로부터 보호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는 유럽인들의 약속을 받았고, 유럽인들이 궁궐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신뢰했다. 신은 조심하는 자를 보살필 뿐이었다. ●명성황후, 왕실 日세력 제거… 日 ‘친러’ 비판하며 을미사변 개국기원절 행사 이후 왕실은 1895년 9월 재정, 법률, 내각, 군대 등에 대한 조직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주한 일본공사관과 연대하는 정치 세력을 점차 제거했다. 주한 일본 공사관의 서기관 스기무라도 공사 이노우에 공사가 9월 17일 귀국길에 오르자 왕실이 갑오개혁 이후 설치된 “신제도와 신군대의 파괴에 착수했다.”고 분노했다. 왕실은 1895년 9월 20일 기존 법률과 칙령 번호를 무시하고 새롭게 칙령 1호를 발표했다. 왕실은 궁내부의 핵심인물인 이범진을 농상공부 대신으로 임명하면서, 반대세력인 농상공부 대신 김가진을 파면하고 내무협판 유길준을 의주관찰사로 전출시켰다. 무엇보다도 왕실은 일본 장교에 의해 교육받은 훈련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왕실의 신임을 받고 있는 홍계훈을 훈련대의 연대장으로 임명했다. 명성황후는 훈련대를 해산, 김홍집 내각을 약화시켜 갑오개혁 이전 왕실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우라 공사는 히로시마재판소에서 1895년 9월 1일 주한 일본공사로 부임한 이후 “궁중에 온전한 권세가 날로 심하여, 망령되게 나라 정사를 간섭했다.”며 왕실의 권력 장악을 비난했다. 그는 “훈련대를 흩어지게 하며 그 사관을 내치고자 하는 무리가 일본을 박대했다.”며 궁중의 일본 ‘박대론’을 주장했다. 그는 “독립의 실상을 실행하는 내각 관원들을 내치고, 혹 살육하여 정권을 궁중에 거두고자 하는 계교가 있었다.”며 궁중이 김홍집 내각을 제거하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해를 받음이 적지 아니하니, 일본의 위엄과 믿음을 보존할 것을 생각했다.”며 일본의 ‘국익’을 위한 정변 실행을 결심했다. 그는 ‘박대’와 ‘계교’라는 용어를 쓰면서 궁중을 비난하고 일본의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강변했다. 미우라 공사는 황후의 ‘친러정책’에서 일본의 ‘국익 보존’으로 을미사변 원인에 관한 초점을 옮겼다. 일본은 명성황후의 ‘친러정책’을 언급하면서 명성황후 암살을 변명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일본의 국익 보존이었다.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는 국제세력에 맞서 왕실 보호를 위해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상층부 두 인물의 핵심 세력은 각각 전주 이씨와 여흥 민씨로 갈렸다. 하지만 들판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는 법이다. 김영수(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축구協 “對日굴욕 이메일 물의 사과”

    축구協 “對日굴욕 이메일 물의 사과”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일본축구협회(JFA)에 보낸 독도 세리머니 관련 이메일 전문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중연 KFA 회장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종우가 동메달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나와 상황보고를 했다. 그는 JFA에 이메일을 보낸 경위에 대해 “박용성 회장과 런던을 떠나기 전부터 협의했는데 축구협회가 JFA와 국제축구연맹(FIFA)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13일 JFA에 이번 일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경위 설명을 하면서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지난 14일 귀국 기자회견 도중 “처음 듣는 일”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이메일 전문에는 축구협회의 주장과 달리 굴욕적인 표현이 곳곳에 등장해 분노를 사고 있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고 하는가 하면 ‘(박종우가) 경기가 끝난 뒤 승리에 도취돼 있었고, 실제로도 우리가 올림픽 역사상 축구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불필요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을 베풀어 달라.’고 주문한 대목은 너무했다는 지적이다. 일본 입장에선 사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이메일은 축구협회 국제국 직원이 직접 작성한 문건을 그대로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준 회장 시절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건을 보낼 때 외교관 출신과 사전 조율을 했으나 이번에는 이를 생략하고 보내 문제를 키웠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학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요즘처럼 참담할 때가 없다. 국민의 대표로 높으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개 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문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분’. 그런 ‘분’을 두둔하는 또 다른 높으신 ‘분’들. 나아가 이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 지도자라 자처하는 ‘분’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마다 제자들에게, 여름에 피서 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나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서 2학기 개강할 때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면 피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과제를 낼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큰 소리로 ‘예’하고 답한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렇게 1학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제 그런 엄포도 놓지 말아야 할 듯하다. 앞서 언급한 그런 높으신 ‘분’들이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간다 한들 욕먹는 여성밖에 더 되겠는가. 박완서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에는,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할머니를 무던히도 괴롭히는 추악한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온 할머니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버팀목으로 늘 비상약을 품고 있다. 남성의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여성이 비상약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 소설에서나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번 일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그런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성에게 욕을 하고, 또 그런 행위를 두둔하는 이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남성중심주의에 침윤된 무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번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일,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게 하는 일 등과 같이 여성을 폄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도 다 남성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선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의 도구로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여성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금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성 차별은 더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고귀한 인간 존재로 존중받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인식 덕분에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일까. 혹시나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정희의 소설 ‘옛우물’을 보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탄생의 신비로움과 부활의 풍요로움을 지닌 위대한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닌가. 폭염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이번 여름, 졸업을 앞둔 제자 두 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 명은 교사가 되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2월의 신춘문예를 위해 집에서 밤 새워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두 학생 모두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루고자 청춘의 끓는 피를 공부와 습작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뿌린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여성을 폄하하는 말이 횡행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듯해 심히 개탄스럽다.
  • 아이패드2 사고 싶어 신장 판 소년 결국…

    아이패드2 사고 싶어 신장 판 소년 결국…

    아이패드를 사고 싶어서 자신의 신장을 판 소년과 암거래 업자와의 재판이 지난 9일 열려 또다시 주요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중국 안후이성에 사는 당시 17세 소년 A군은 인터넷에 신장을 판다는 광고를 낸 뒤, 실제 수술을 통해 팔아 중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소년은 당시 암거래 업자에게 신장 판매 대가로 2만 2000위안(약 390만원)을 받았으며 이 돈으로 소원인 아이패드2와 휴대전화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년은 수술한 지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으며 부모가 소년의 몸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이를 캐물으면서 전말이 밝혀졌다.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은 암거래 업자와 수술을 집도한 비뇨기과 의사 등을 차례로 구속했다. 이날 후난성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 따르면 암거래 업자는 신장을 팔아 번 돈 15만 위안(약 2660만원) 중 불과 2만 2000위안만 소년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암거래 업자는 “소년이 23살이라고 말해 성년으로 생각했다.”고 항변했으며 의사 역시 “수술 중 처음으로 장기 매매라는 것을 알았으며 합법적인 장기 이식이라고 들었다.”고 변명했다.   한편 수술 후 소년은 건강상태가 점점 악화돼 현재는 중증 장애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의 부모는 암거래 업자 및 의사를 상대로 227만 위안(약 4억원)의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이며 아직 판결은 나지 않았다.      인터넷뉴스팀
  • 이준석 “미숙했다는 변명, 손수조 정신 차려야…”

    이준석 “미숙했다는 변명, 손수조 정신 차려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10일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에게 “정신차려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했다. 손 위원장은 4·11 총선 선거운동기간에 ‘공천 헌금’ 파문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간식비 등 약 135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날 CBS·불교방송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 “ ‘미숙했다’는 변명은 ‘저를 어리게 봐주세요’ 이런 건데 그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 위원장이 지역에서 발로 뛰는 정치를 하다가 중앙당에 들어와 언론도 많이 상대하다 보니까 조금 미숙함이 있었던 것”이라면서도 “손 위원장도 잘 생각해야 되는 것은 저희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은 것이다. 룰도 메이저리그에 맞게 최고 레벨 심판들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한 게 있으면 자기가 메이저리그에서 대접받고 있는 만큼 명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천헌금 사태에 대해서도 “비대위원들도 소위 요즘 말로 ‘멘붕’이다.”면서 “비례대표 공천은 마지막에 급히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아 공천명단 자체에 굉장히 부정적인 얘기들이 한번 있었지만 이런 돈 공천 관련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결국에는 사과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지만 템포가 느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예전에 김형태 당선자의 (제수씨 성추행 의혹) 파문 때도 거의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의 대처와 관련해서는 “경찰이나 검찰, 언론 등에 비해 빠르지 않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약간 기대치에 못 미친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게 같은 당의 위치에 있는 회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제가 집중되지 못하고 약간 봉숭아학당 같은 것도 있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당시 공천을 주도했던 공천위원회 분들이 우선 그런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면서 “박 후보는 좋든 싫든 최고 공천위원들을 임명한 인사권자로서 충분히 유감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의 ’박근혜 그년‘ 트윗과 관련해서는 “상대편의 실수에 편승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전략인가.”라고 반문하며 “아무리 새누리당의 국면이 공천헌금 때문에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돌파구가 상대편의 실수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종걸 “박근혜…그년 사과도 않고” 파문

    이종걸 “박근혜…그년 사과도 않고” 파문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를 ‘그년’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연일 계속된 네거티브 공세에 불만이었던 박 후보 캠프에서는 욕설 파문이 일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밤 트위터에 새누리당 공천 헌금 파문을 거론하며 “공천 헌금이 아니라 공천 장사”라면서 “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표현을 순화할 것을 요청하자 이 최고위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다른 네티즌에게도 “사소한 표현에 너무 매이지 말라.”면서 “‘그년’과 ‘그녀는’은 같은 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7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이 최고위원이 시정잡배나 쓰는 욕을 박 후보에게 했다.”면서 “실수로 오타를 낸 게 아니라 상스러운 욕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것임을 자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박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는 데 혈안이 돼 온 민주당에서 이제 쌍욕까지 내뱉는 사람이 나왔다.”면서 “정말 막가도 너무 막가지 않는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남 앞에서 당신의 아내에 대해 얘기할 때 ‘그녀는’ 대신 ‘그년’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일반 여성에 대해 언급할 때에도 ‘그년’이라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대변인은 또 이 최고위원을 향해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인격이 천박하다는 걸 드러냈다. 그런 인격으로 정치를 해 왔으니 네거티브를 빼면 한 게 없지 않은가.”라고 비판한 뒤 “인격의 끝없는 추락을 막으려면 박 후보와 여성,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최고위원은 다시 트위터에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다. 쪼그만 아이폰을 사용할 때, 한번 ‘보내기’를 클릭하면 정정이 안 되는 트위터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 “본래 내가 하려고 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종걸, 朴지칭 “그년” 트위터 욕설 파문

    이종걸, 朴지칭 “그년” 트위터 욕설 파문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를 ‘그년’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연일 계속된 네거티브 공세에 불만이었던 박 후보 캠프에서는 욕설 파문이 일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밤 트위터에 새누리당 공천 헌금 파문을 거론하며 “공천 헌금이 아니라 공천 장사”라면서 “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표현을 순화할 것을 요청하자 이 최고위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다른 네티즌에게도 “사소한 표현에 너무 매이지 말라.”면서 “‘그년’과 ‘그녀는’은 같은 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7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이 최고위원이 시정잡배나 쓰는 욕을 박 후보에게 했다.”면서 “실수로 오타를 낸 게 아니라 상스러운 욕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것임을 자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박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는 데 혈안이 돼 온 민주당에서 이제 쌍욕까지 내뱉는 사람이 나왔다.”면서 “정말 막가도 너무 막가지 않는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남 앞에서 당신의 아내에 대해 얘기할 때 ‘그녀는’ 대신 ‘그년’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일반 여성에 대해 언급할 때에도 ‘그년’이라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대변인은 또 이 최고위원을 향해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인격이 천박하다는 걸 드러냈다. 그런 인격으로 정치를 해 왔으니 네거티브를 빼면 한 게 없지 않은가.”라고 비판한 뒤 “인격의 끝없는 추락을 막으려면 박 후보와 여성,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최고위원은 다시 트위터에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다. 쪼그만 아이폰을 사용할 때, 한번 ‘보내기’를 클릭하면 정정이 안 되는 트위터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 “본래 내가 하려고 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X레이가 X표한 그… 그런 염려 X표한 그

    X레이가 X표한 그… 그런 염려 X표한 그

    정훈 남자유도팀 감독은 “저 몸 상태면 ‘폐품’이다. X레이를 찍으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2010년부터 출전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승해 온 ‘에이스’는 지난해 12월 코리아오픈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다. 꼬박 100일을 재활에 매달렸지만 좀처럼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훈련하다 팔꿈치, 손가락, 무릎까지 상했다. 경기 전날까지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했다. ‘결전일’엔 진통제를 맞고 테이프로 온몸을 칭칭 감은 채 매트에 섰다. 그래도 “몸 상태나 부상은 변명으로 들릴까 봐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폐품’이라던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한 손으로 세계를 메쳤다. 김재범은 1일 런던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끝난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81㎏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공교롭게도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아픔을 안겼던 올레 비쇼프(독일)를 상대로 챙긴 금메달이라 더욱 의미있다. 이미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김재범은 이번 금메달로 ‘유도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한국 남자유도 역사에 이원희 현 여자대표팀 코치 단 한 명만 갖고 있던 대기록. 김재범은 “그랜드슬램은 가문의 영광이다. 온몸이 아프긴 한데 이기니까 또 아무렇지 않다.”고 밝게 웃었다. 1등이 되고 싶어 매일 밤 11시 11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기도하던 김재범의 소망이 이뤄진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나님께 오늘 하루만 달라고 기도했다. 부러지고 다쳐도 좋으니까 딱 오늘만 달라고 했다. 4년 전엔 ‘죽기살기’로 해서 은메달이었으니까 이번엔 ‘죽기’로 했다.”며 힘들었던 훈련과정을 소개했다. 덕분인지 압도적인 메달이었다. 이날 모두 5경기를 치르면서 연장 한 번 치르지 않았다. 강한 체력을 앞세워 버티는 유도로 일관해 ‘미스터 파이브미닛(5분)’으로 평가절하되던 김재범은 기술과 스피드를 갖춰 5분 안에 경기를 매조지하는, 다른 의미의 ‘미스터 파이브미닛’으로 진화했다. 상대는 집요하게 부상 부위인 왼쪽을 공략했지만 김재범은 정확한 기술과 적극적인 공격으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에 올랐다. 정훈 감독은 “인간승리다. 그동안의 지옥훈련을 참아줘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토마토저축銀 회장 징역 1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설범식)는 31일 부실담보로 거액의 불법 대출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신현규(60)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존립의 원동력인 서민의 돈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음에도 ‘은행을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하는 등의 태도를 볼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KT 개인정보 유출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KT의 전산망이 해킹돼 KT휴대전화 가입자의 절반 가까운 87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개인정보 유출 피해로는 최대 규모다. 이러다가 전 국민의 ‘신상’이 털려 나가는 것 아닌가, 소비자들은 가히 공황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해커들은 KT 고객정보 조회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일선 영업대리점이 고객정보를 열람하는 것처럼 속여 지속적으로 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해킹하던 기존 수법에 비하면 한층 지능화된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킹기술이 첨단을 달린다 해도 정보통신 선두기업이라는 KT의 전산망이 이처럼 무참히 뚫린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정 대리점에서 하루 8만명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가는 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5개월이 지나서야 해킹 사실을 파악했다니 보안의식이 있기는 한 건가. 개인정보가 텔레마케팅 업자들의 유력한 영업수단으로 인식되는 한 언제든 해킹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4년간 개인정보 침해는 1억 600만건에 이른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해킹범죄에 국민은 그야말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할 뿐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뒷전이다. KT 측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전량 회수했다고 하지만 명의도용이나 보이스 피싱 등 2차범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단소송 제기 움직임마저 있다. 단순히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후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국은 KT 측이 정보통신망법상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규의 미비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기업의 보안의식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개인정보 보안강화 시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 [사설] 또 터진 KTX 사고 전면적 재점검 필요하다

    KTX 열차가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멈춰 1시간 30분 가까이 옴짝달싹 못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냉방 가동이 중단되고 복도의 불마저 꺼지면서 승객들은 가마솥 더위에 시달리고 어둠 속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승객들의 입에서 다시는 KTX를 안 타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크고 작은 KTX 열차 사고가 잇따랐지만 1시간 이상 터널 안에 갇힌 것은 처음이다. 추가 사고로 이어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찔하기까지 하다. 시속 300㎞ 이상 달리는 고속열차는 뭐니뭐니 해도 안전이 생명이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지니 어디 불안해서 탈 수 있겠는가. 더구나 KTX 열차가 금정터널에 멈춰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2010년 이후 다섯 번째라고 한다.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고다. 성의 있는 해명 대신 변명에 급급한 코레일의 모습이 이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사고가 잦다 보니 웬만한 사고에는 눈도 꿈쩍 않는 배짱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이런 무책임한 코레일에 승객의 생명을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코레일에 대한 대대적인 직무감사, 경영진단 등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코레일 사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한두 번도 아니고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면 책임 있는 해명과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KTX 열차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비 인력과 정비 시스템의 문제인지, 차량 자체의 결함인지,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하게 따져 봐야 한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고 있다면 코레일에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맡길 수 없다. 경쟁체제 도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그림 형제 동화라고 부르지만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때 동화의 원제는 ‘메르헨’이다. 메르헨의 원뜻을 따지자면 일종의 민속보고서쯤 된다. 공자가 ‘시경’이란 이름으로 주나라 민속보고서를 남겼다면, 그래서 후대의 근엄한 성리학자들이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놔야 했을 정도로 남녀상열지사를 내다버리지 않고 굳이 채록해 뒀다면, 그림 형제의 동화도 매한가지다. 성욕과 잔혹함 같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나름대로 숨기고 내쳤으나 다 지울 수는 없었다. 공자의 시경이 후대 들어 중국 언어를 통일시켰다는 평을 받듯, 그림 형제가 원래는 독일어의 문법 통일과 사전 제작에 관여한 언어학자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가족기담’(유광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이런 맥락 위에 서 있다. 민속보고서 작성이 그냥 단순히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얘기들을 모아 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경이나 그림 형제 동화에 대한 이런 분석들은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우리 전통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양반 사대부들에 대한 얘기는 고독한 사상가나 철인정치의 이상향만 넘쳐나고, 민중들에 대한 얘기에서는 오늘날 노곤해진 도시인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푸근하고 정감 넘치고 소박한 농촌 공동체의 이상향을 그려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무래도 ‘우리’ 얘기이다 보니 예쁘고 곱게 채색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최대 매력은 ‘교훈적 얘기들 아니었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본다는 데 있다. 저자는 국문학자로서 우리 전통 소설이나 민담을 다룬다. 그런데 ‘가족기담’, 그러니까 가족을 둘러싼 오싹하고 희한한 얘기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기괴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인가 보다 짐작했다면 틀렸다.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구운몽, 흥부전, 심청전, 옹고집전 등 매우 잘 알려졌거나 한번쯤이라도 이름은 들어본 얘기들을 다뤘다. 이런 얘기들이 왜 ‘가족기담’일까. 가령 ‘장화홍련전’을 보자. 생모는 죽고 계모가 들어왔다. 장화 홍련 자매는 구박을 받는다. 그런데 구박하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다. 생모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계모는 아들까지 낳았다. 전처 소생 딸년 둘이니, 가장 간단한 처리 방법은 시집보내기다. 어쨌든 출가외인이니까. 그런데 아버지 배 좌수는 끝내 딸들을 놓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던 배 좌수는 장화가 음란한 여자라는 계모의 속임수에 장화를 죽인다. 홍련은 언니 뒤를 따라 자살한다. 배 좌수는 왜 장화에게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을까. 계모는 왜 그다음 차례인 홍련을 죽일 음모를 꾸미지 않았을까. 귀신이 되어 억울함을 호소할 때도 가장 큰 피해자인 장화는 묵묵히 뒤에만 서 있을 뿐 홍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혹시? 머릿속에는 ‘근친상간’이라는 단어가 떠돌아다닌다. 배 좌수가 놓아 주지 않고,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계모가 그토록 질투했던 이유가 혹시 그것이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라고 딱 부러지게 확답하지 않는다. 임수정·문근영 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장화, 홍련’에서 선보인 김지운 감독의 해석과 비교해 봐도 좋다. 생모의 죽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려는 맏딸의 심리에 집중한 영화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이고 역시 가족기담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생산력이 낮던 가혹한 생존조건 아래 가부장제가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를 한 꺼풀씩 벗겨나간다. 어머니가 먹을 게 없으니 멀쩡한 아들을 생매장하려 들었던 얘기를 아들의 효도로 상찬한 삼국유사의 ‘손순매아’ 얘기를 ‘헨젤과 그레텔’에 비교하고, 손가락쯤은 예사로 끊고 허벅다리쯤은 너끈히 베어다 바쳐야 하고, 툭하면 목매달고 은장도로 찔러 자살하고야 말았다는 얘기들을 잔뜩 묶어 효자니 열녀니 하는 식으로 숭상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해나간다. 홍길동전도 마찬가지다. 홍길동이라면 의협심과 용맹함을 흔히 떠올린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엔 이상하다. 알려졌다시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홍길동은 율도국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런데 홍길동도 율도국을 세우고서는 첩을 거느린다. 자기 같은 서자를 만들어 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버지는 차별하니까 안 되고 홍길동은 차별 안 할 테니까 된다? 아버지는 강간해서 여자를 취했으니 안 되고, 홍길동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써놨다. “남자들은 자신들만의 향락과 쾌락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동이 이놈도 역시 남자였던 것이다.” 김만중이 쓴 사씨남정기와 판소리 소설 춘향전의 비교도 흥미롭다. 사씨남정기는 첩인 교씨가 간악한 술수를 부리다 결국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춘향전은 기생 주제에 임금에게서 정렬부인으로 표창까지 받는다. 저자는 교씨와 춘향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무시한다.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몰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가 극과 극인 것은 “교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반의 시선이고, 춘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민중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반은 첩을 품기는 하되 존중하지 않는다.” 반면 “민중에게 첩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다.” 저자는 결국 뒤틀리지 않은 정상적인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는다. 그래서 만약 심리학자와 함께 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혹은 심리학자가 이런 접근을 해 봤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아, 이 책을 다 읽고 난다면 “쥐뿔도 모르면서~”라고 내뱉긴 어려울 것 같다.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김동인의 ‘배따라기’에 이르기까지 쥐와 성적인 이야기의 상관관계를 쭉 설명해 놨는데 잔혹하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 의미심장하다. ‘19금’ 내용이니 직접 읽어 보는 수밖에 없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깔깔깔]

    ●비밀번호 전도사가 교회 캐비닛을 열다가 갑자기 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전도사: 목사님! 캐비닛 다이얼 번호가 몇 번인지 혹시 아세요? 그러자 목사님은 한동안 위를 쳐다보며 뭔가 중얼거리다 캐비닛을 열어주시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전도사가 크게 놀라 말했다. 전도사: 목사님, 하나님께서 캐비닛 번호도 가르쳐 주시던가요? 목사는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목사: 저기 천장에 번호가 적혀 있잖아요! ●어느 도둑의 변명 판사가 도둑에게 물었다. “피고는 돈뿐만 아니라 시계, 반지, 옷, 진주 등도 함께 훔쳤죠?” 그러자 피고가 대답했다. “네, 그랬습니다. 저는 사람은 돈만 가지고는 행복할 수 없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 野, 박근혜 5·16발언 집중포화… 朴 “나처럼 생각하면 잘못이냐”

    18일 정치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5·16 쿠데타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사관을 맹공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4·19혁명과 대한민국 헌법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들어선 민주정부를 총칼로 전복한 게 쿠데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유신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비판했다. 문병호 의원은 “군사반란을 옹호하고 최소한의 민주의식도 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쿠데타는 성공해도 범죄 아니냐.”는 김동철 의원의 질문에 “정치적으로 익스큐즈(변명)가 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고교 교과서에도 5·16은 군사정변으로 민주주의가 유린됐다고 말한다.”는 김 의원과 잠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전방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저같이 생각하는 국민도 많이 계시고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될 일 아니냐. 그럼 그렇게(저처럼) 생각하는 모든 국민들이 아주 잘못된 사람들이냐, 정치인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안동환·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형 종합병원 9곳 최대 月 5000만원 리베이트 챙겼다

    의료계의 ‘검은 거래’가 또 드러났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이어 의료기기 리베이트가 적발됐다. 의료계는 ‘관행’이라고 변명하지만 ‘검은 거래’로 부풀려진 비용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료기기 구매 대행업체 2곳과 대형 종합병원 9곳을 적발, 업체 대표와 병원장 등 15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2010년 불법적인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의료기기와 관련된 구조적인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병원 측은 의료기기 구매 대행업체를 통해 납품받은 의료기기의 거래가를 보험상한가로 맞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과다청구한 뒤 차액을 업체와 나눠 가졌다. 업체가 차액의 40%를 갖고, 나머지 60%는 병원 측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려줬다. 업체와 병원 간의 거래 장부에는 ‘정보 이용료’ ‘창고 임대료’ 등으로 기재해 당국의 눈을 피했다. 이런 수법으로 삼성물산 계열의 업계 1위 구매 대행사인 케어캠프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강북삼성병원 등 6개 종합병원에 매월 1000만~5000만원씩 1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업계 2위인 이지메디컴 역시 지난해 2월까지 3개 종합병원에 2억 4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적발된 병원은 ▲경희의료원(5억 6000만원) ▲한림대성심병원(3억 7000만원) ▲삼성창원병원(3억 5000만원) ▲강북삼성병원(2억 2000만원) ▲영남의료원(1억원) ▲건국대병원(1억원) ▲경희대강동병원(1억원) ▲제일병원(8400만원) ▲동국대병원(4700만원) 등으로 수도권의 대형 병원들이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경희의료원 의사들이 리베이트 배분 문제로 벌인 폭행사건을 조사하면서 의료기기 리베이트와 관련된 불법 행위를 적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재헌·홍인기기자 goseoul@seoul.co.kr
  • ‘행정용어 순화어’ 告示 사흘만에 취소 논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관보에 고시한 행정용어 순화어를 사흘 만인 6일 어물쩍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용어 순화어 목록에 오류가 있다.’고 문화부가 밝힌 취소 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직 내부에서는 “관보가 일기장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혜선 문화부 국어정책과장은 “이 고시에서는 ‘국가브랜드’를 ‘국가상표’로 바꿔 놓는 등 당장 우리 과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려고 고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고시 내용을 너무 쉽게 취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어심의위원회는 국어기본법 13조에 따라 국어학·언어학 분야 전문가 6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어문규범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다. ●“관보에 실린 고시 취소는 부적절” 행정안전부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도 “물론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취소할 수도 있지만 사흘 만에 관보에 실린 고시를 취소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면서 “적어도 관보에 게재하려면 보다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보는 각 정부기관은 물론 전자관보 형태로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중하지 못한 관보 게재·취소 행위를 따로 제재할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또 취소 과정에서 부처 내외의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용어 순화어를 기획하고 선정한 행안부 관계자는 “취소할 때 문화부에서 (우리 쪽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관계자도 고시 취소와 관련해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도 “전임 과장이 덜컥 고시를 했는데 최근 부임해 보니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부 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 계획도 차질 이번 행정용어 순화어 고시는 각 부처가 국어책임관을 두고 공문서를 어문규정에 따라 한글로 작성하도록 2005년에 국어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됐다. ‘가이드라인’을 ‘지침’으로,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내용을 연말까지 중앙부처 결재 시스템인 ‘온나라’에 탑재해 입력한 단어가 자동 변환되도록 하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할 계획이었다. 이번 고시 취소 결정으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행정용어 순화어’ 告示 사흘만에 취소 논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고시한 행정용어 순화어를 사흘 만인 6일 어물쩍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용어 순화어 목록에 오류가 있다.’고 문화부가 관보에 밝힌 취소 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직 내부에서는 “관보가 일기장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혜선 문화부 국어정책과장은 “이 고시에서는 ‘국가브랜드’를 ‘국가상표’로 바꿔 놓는 등 당장 우리 과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려고 고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고시 내용을 너무 쉽게 취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어심의위원회는 국어기본법 13조에 따라 국어학·언어학 분야 전문가 6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어문규범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다. ●“관보에 실린 고시 취소는 부적절” 행정안전부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도 “물론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취소할 수도 있지만 사흘 만에 관보에 실린 고시를 취소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면서 “적어도 관보에 게재하려면 보다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준국어대사전 등재 계획도 차질 관보는 각 정부기관은 물론 전자관보 형태로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중하지 못한 관보 게재·취소 행위를 따로 제재할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또 취소 과정에서 부처 내외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용어 순화어를 기획하고 선정한 행안부 관계자는 “취소할 때 문화부에서 (우리 쪽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관계자도 고시 취소와 관련해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도 “전임 과장이 심의했던 것이 고시됐는데 최근 보니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부 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번 행정용어 순화어 고시는 각 부처가 국어책임관을 두고 공문서를 어문규정에 따라 한글로 작성하도록 2005년에 국어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됐다. ‘가이드라인’을 ‘지침’으로,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내용을 연말까지 중앙부처 결재 시스템인 ‘온나라’에 탑재해 입력한 단어가 자동 변환되게 하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할 계획이었다. 이번 고시 취소 결정으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박주선 네번째 구속되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3번 구속 3번 무죄’라는 사법 사상 초유의 기록을 갖고 있는 굴곡의 정치인 박 의원은 4번째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박 의원이 최종적으로 또다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구속이 두렵거나 무서워서, 면제를 얻기 위해서 구차한 변명 드리러 온 건 아니다. 국회법 26조를 위배하는 동의안은 상정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부결을 호소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체포영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송부한 당해 법관이 발부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박 의원이 항소한 만큼 2심 재판부가 형사관련 실무 지침서 등을 참고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4·11총선 선거인단 불법 모집과정에서 발생한 전직 공무원의 투신 자살로 민주통합당이 광주 동구에 무공천하자 “함정의 늪에 빠진 ‘앙급지어’(殃及池魚·재앙이 죄없는 연못의 고기에게 미친다)의 시련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겠다.”고 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되는 뚝심을 보였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서 파생된 종북 논쟁 탓일까. 요즘 이석기 의원이 단연 뉴스메이커다. 그는 며칠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 집회에서 뜻밖의 수모를 당했다. 시위 농민들로부터 “애국가도 싫다면서 왜 여기 왔느냐.”는 힐난을 들으며 멱살을 잡혔다.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 말마따나 “진보정당 의원이 민중에게 멱살 잡힌 상징적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지만, 서울광장의 농민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까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셈이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초들이 말이다. 이들이 소위 먹물들보다 19대 국회의 몇몇 의원들에게 드리워진 이념 과잉의 불길한 그림자를 먼저 읽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자격심사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퇴출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두 의원이 진짜 걱정해야 할 건 국회에서 쫓겨나는 일보다 자신들의 행태가 보통 시민의 상식으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이 아닐까. 반미·자주파(NL), 즉 주사파는 분단이 빚은 희생양일지도 모르겠다. 엄혹한 권위주의 정권에서 배양됐다는 점에서다. 1980년대 광주의 비극과 전두환 군사정권의 등장에 절망한 청년 학생들 중 일부가 ‘적(敵)의 적은 동지’라는 착각에 사로잡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은 한참 변했는데 당시의 굴절된 인식이 아직도 박제돼 있다면 딱한 노릇이다. 물론 이석기 의원이 여전히 민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를 당시의 반미·자주 이념에 갇혀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그의 발언에서 과거와 절연하지 못했음이 감지될 뿐이다. 특히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며 논점을 흐리는 그의 언사를 보라. 북한 인권이나 세습체제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 말끝을 흐리는 NL계 인사들의 화법 그대로다. 우리 학계에서 지난 십수년간 ‘내재적 접근법’이 시류를 탔다. 즉, “북한 내부의 눈으로 북한체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재독 학자 송두율이 원조다. 순수 학문적 맥락에서 북한체제의 과거를 해부하고 앞으로의 행로를 진단하는 데는 얼마간 유용성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라야 했다. 북한체제의 폭압성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삼지 말아야 했다. 오로지 김씨 왕조의 관점으로만 보면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북핵조차 용인하는 종북적 행태로 귀결될 게 불문가지다. 사실 이념의 다양성 보장은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의 징표일 수 있다. 2차 대전 전까지 의회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에서도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1000만명의 소련인들을 희생시킨 스탈린체제를 옹호했던 웨브 부부나 버나드 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레닌은 공산혁명에 활용할 만한 서방의 이런 좌파 지식인들을 ‘쓸모있는 바보들’이라고 조롱했다. 반면 작가 조지 오웰은 타고난 좌파였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성실성과 함께 스탈린체제를 ‘동물농장’으로 고발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비유는 적실하다. 시장경제나 자유주의가 만능일 순 없다. 얼마 전 1인당 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뜻하는 20-50클럽에 가입한 대한민국도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여당 내에서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논쟁도 보수적 시장메커니즘이 진보적 가치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수령론이라는 봉건왕조적 뼈대에 스탈린주의의 외피를 입힌, 북의 세습체제를 추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북한주민을 보면서도 종북주의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19대 국회에 그런 ‘쓸모있는 바보들’이 있는게 사실이라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주체사상을 내려놓든가, 아니면 국회를 스스로 떠나야 한다. 그것만이 진보의 순정을 살리는 길이다. kby7@seoul.co.kr
  • [오늘의 눈] 한·일협정 파문, 장관이 책임져야/김미경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한·일협정 파문, 장관이 책임져야/김미경 정치부 기자

    최근 일주일 넘게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밀실 처리하려던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지난 2개월간 비공개 처리를 강행하면서 손발을 맞췄던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지난 4월 23일 일본과 이미 협정 문안에 몰래 가서명했던 국방부의 김관진 장관은 5월 말 본인이 직접 일본에 가서 협정 체결에 서명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외교부로 추진을 떠넘긴 뒤 잠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가서명했던 육군 준장 이름만 밝혔을 뿐, 김 장관을 비롯해 어떤 관계자도 책임을 지겠다는 언급이 없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언론을 통해 협정의 국무회의 밀실 처리가 드러나자 조병제 대변인과 조세영 동북아국장에 해명 책임을 지운 뒤 29일 결국 협정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지난 1일 조 대변인이 “청와대 의중이 있었다.”고 언급, 파장이 커지자 2일에서야 기자들과 만나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한테 책임지라고 묻는 거냐.”며 “솔직히 (협정 체결을 추진해온 것을) 그전에 몰랐나. 추진하는 거 다 알지 않았느냐.”며 큰소리를 쳤다. 국방·외교장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변명하는 동안 조 대변인은 4일 ‘책임 떠넘기기’ 발언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마지못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실무진 문책을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까지 국무총리와 장관은 흔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밤까지도 이번 사태를 주도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도 건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김 기획관은 결국 5일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김 기획관만 물러난다고 사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몸통’인 장관들이 용퇴 결정을 내리지 않고 ‘깃털’만 남아 책임을 지게 된다면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이다.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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