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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먹구구식 전력수요 예측

    전력 당국의 ‘수요 예측 시스템’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7일과 10~13일 전력예보가 전부 틀렸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대란 해결책의 기본인 전력수요 예측 시스템의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3일 전력산업계에 따르면 전력 당국의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으로 수십억원의 국민 혈세와 공장 가동 중단 등 유무형의 큰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전력 당국은 최대전력 수요를 7450만㎾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는 7330만㎾를 넘지 않았다. 무려 120만㎾ 차이가 났다. 또 올해 총 4번의 관심 단계가 발동됐지만 전력 당국이 예상한 시간대와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12일 역시 전력 당국은 오전 10시~낮 12시 사이 최대 전력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훨씬 이른 오전 8시 51분쯤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관심’ 단계가 발동됐다. 10일과 11일에도 비슷한 오차를 보였다. 지난 7일에는 아예 전력경보가 발령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가 번복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예비력이 321만㎾까지 떨어지면서 급히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 이렇게 부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은 국민 불안뿐 아니라 세금 낭비와 국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전력 당국은 7일과 10~13일 5일 동안 수요 관리를 위해 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전력발전기금이라고 변명하지만 크게 보면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정밀하게 수요 예측만 했다면 모두 아낄 수 있는 돈이다. 또 오전과 오후 2시간씩 공장 라인 가동 중단으로 산업계 역시 유무형의 피해를 보았다. A공장 관계자는 “한전 등에서 전력이 모자란다고 해서 공장 가동을 하루에 4시간 이상씩 줄였지만, 전력 상황은 예측과 달랐다.”면서 “야근과 잔업 등이 늘면서 공장 직원의 불만이 아주 커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빗나간 전력수요 예측은 ‘보신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당국은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하게 가려고 과도한 수요관리 등에 나서는 것”이라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요 관리가 도입된다면 많은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는 변화된 날씨와 전력 다소비 구조로 변경된 산업구조, 국민의 생활패턴 변화 등에 맞게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수요예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위기의 검찰’에도 변명기회 줬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위기의 검찰’에도 변명기회 줬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국가권력이 공공의 안녕과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공권력이다. 공권력은 본래 ‘공적인 물리력’ 행사로 ‘사적인 물리력’인 폭력과 구분된다. 검찰은 정부기관 가운데 경찰과 더불어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받은 사법기관이다. 그러나 경찰과 차이가 있다면, 현장에서 범죄와 부딪치기보다는, 검거된 범죄 혐의자를 법과 규범을 통해 정죄하는 존재이다. 정의를 실천하고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성직자나 교직자와 같이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 소명의식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검찰이 병들어 있다. 브로커 검사(12월 6일자), 성추행 검사(12월 7일자), 뇌물 검사(12월 8일자), 개혁을 가장한 정치검사에 이르기까지 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어지러울 정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조사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법무부와 더불어 꼴찌를 했고, 경찰과는 10년째 불명예를 안고 있다(11월 27일자). 여기에 ‘검사동일체’를 조직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검찰이 스스로 총장을 내쫓는 항명사태(12월 1일자)까지 발생했다. 검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남루한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병들지 않은 곳이 없어 검찰조직 모두 도려내려야 할 환부처럼 보일 지경이다. 12월 1일부터 5회에 걸쳐 연재한 ‘위기의 검찰’ 시리즈는 이러한 현실을 잘 분석했다. 검찰은 권력이 낳은 정권 사수의 ‘첨병’(12월 1일자)이자 청장을 ‘총장’이라 부르는 유일한 정부조직으로 경찰청장과 동급인 차관급 검사가 55명이나 있다. ‘특권검사’(12월 4일자)로 검사의 지위는 초임 검사도 3급국장 대우다.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가능하도록 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권한을 오·남용(12월 3일자)하거나 잘못된 수사관행(12월 5일자)을 고치지 않는 조직이 검찰이다. 수원 노숙자 살인사건 수사나 용산사태 수사에서 보듯 검찰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강압수사와 일명 ‘먼지떨이 수사’로 짜 맞추기를 하는 매서운 눈을 가진 ‘야생독수리’이지만,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이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이 최고권력자 비리에 대한 수사에는 한없이 약한 ‘애완병아리’였다. 결과적으로 2011년 1심 무죄선고자가 5772명으로 2009년에 비해 70.2%나 증가했다. 성추문검사를 기소하면서 ‘뇌물’죄를 두 번씩이나 적용한 것은 검찰의 상상력과 오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부패하고 자정능력을 잃은 조직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재의 핵심내용이었다. 옳은 지적이다. 대통령 후보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비교(12월 3일자)에서는 유력후보 모두 중수부를 폐지하고 정치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주장을 담았다. ‘위기의 검찰’ 연재의 마무리(12월 10일자)에서 대담에 나온 전문가 3명은 모두 검찰의 견제와 감시, 비정치적인 검찰을 만들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검찰 출신의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경찰로의 수사권 위임과 중수부 폐지에 대해 신중했다. 검찰권 행사 제한을 위해서는 사법체계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검사 출신이라서 조직에 대해 변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도 권력기관의 권한은 분산하고 있고, 사법체계는 대륙법이든 영미법이든 동일한 법체계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권력의 의지에 따라 짜맞춰진 기형조직이다. 오늘은 ‘검찰’이 뭇매를 맞지만, 내일은 경찰이나 법원이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개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검찰’ 연재에서는 개혁에 대해 결론을 맺지 못하고 전문가의 서로 다른 의견만 나열하고 끝났다. 또 여야 후보의 검찰 개혁 공약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또 다른 정치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미봉책인지에 대해서도 언론은 검증했어야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뭇매를 때리더라도 검찰에 변명할 기회는 주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중수부 폐지는 답이 아니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중수부 폐지는 답이 아니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선진국이 후진국에 제공하는 개발차관의 50%는 바로 이튿날 선진국 은행으로 되돌아 온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중간에서 떼먹는 바람에 국민들은 쓰지도 않은 돈을 갚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손만대 빈곤에서 허덕이는 게 많은 후진국들의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7선, 8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들 다수가 궁핍하게 살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비위가 크든 작든 해마다 숱한 정치인들이 수사를 받고 처벌되는 현실은 그나마 이 사회에 ‘변종’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부패 척결의 핵심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있다. 정치 권력과 고위 공직자, 재벌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를 수사하는 조직이다. 당연히 정치권과는 갈등이 불가피하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은 도덕적으로 일단 검찰에 대해 우위에 있다. 인사권과 예산권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검찰을 직접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런 권력의 비교열위 속에서도 중수부는 정치인과 재벌의 비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왔다. 최고권력인 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형제를 구속해 재판대에 세우기까지 했다. 정치 권력이 개입을 자제하고, 시민사회가 성역 없는 수사에 열렬한 성원을 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최근 중견 검사가 뇌물을 받고, 초임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맡은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여기에다 해묵은 내부 갈등까지 폭발하면서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앞다퉈 검찰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이제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검찰 개혁은 흉내라도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데 두 후보가 제시한 검찰 개혁안을 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먼저 중수부 폐지 방침이다. 두 후보는 개혁의 첫 방안으로 중수부 폐지를 꼽았다. 뇌물검사나 성추문 검사와 관계가 없는 중수부를 대체 왜 개혁의 대상에 올렸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의 지지가 검찰에서 이탈한 상황에 편승해 정치 권력이 반격에 나선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따로 설치한다든가 상설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사실상 중수부를 이름만 바꿔 존치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의 부패를 방지할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다. 그런 식이면 이들 제3기관을 감시할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검찰의 비리가 경찰 수사와 변호인의 제보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은 지금도 검찰에 대해 견제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별도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검찰은 공소 유지만 맡도록 한다는 방침도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저해하는, 거꾸로 가는 개혁이다. 수사기관의 부패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 아니던가. 물론 검찰이 조직과 권한을 늘리고, 퇴직검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며, 그들만의 복지를 추구함으로써 관료적 제국을 형성하는 악폐는 막아야 하며, 그것이 정치인들의 책무다. 정치권 스스로 퇴직검사를 영입하지 말고, 고소·고발을 남발해 검찰에 괜한 힘을 실어주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 스스로 검찰의 칼을 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하고, 검찰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위법을 저지르기 쉬운 정치문화를 입법을 통해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검찰 개혁의 목표라면, 중수부 폐지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중수부의 간판을 바꿔 단다고 해서 민주성이 창조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소배심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구속영장을 오직 검사만 청구할 수 있도록 헌법이 제12조 제3항을 통해 규정하고 있는 이상 검찰 권력을 견제할 실질적 장치는 바로 기소배심제다. 검사가 기소할 때 반드시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 [미주통신] 한인 지하철 사망 사진작가 “구조 불가능했다”

    [미주통신] 한인 지하철 사망 사진작가 “구조 불가능했다”

    정신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흑인에 의해 지하철 선로 가로 떼밀려 사망한 한기석(58) 씨의 사망 직전 사진이 뉴욕포스트에 공개되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진은 마침 현장에 있던 프리랜서 사진작가 우마 아바시에 의해 선로에 떨어진 한 씨에게 전철이 달려오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이 장면이 뉴욕포스트 4일(현지시각) 자 1면을 장식하면서 보도되자 이를 둘러싸고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사람을 구하지는 않고 사진을 찍다니….” 등 비난의 물결을 이루고 있으며, 뉴욕타임스, CNN 등이 이 사진의 파장을 보도하는 등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한 씨의 부인과 딸 등 유가족들도 이 사진 보도에 분노를 나타냈다고 한 씨의 담당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점점 파문이 확대되자 해당 사진작가 아바시는 뉴욕포스트에 직접 해명 기사를 올리며 언론의 불공정한 비난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변명했다. 그는 “당시 너무 떨어진 위치에서 있어 그를 구할 수도 없었으며 오히려 카메라 플래시를 49차례나 터트리며 전동차 기관사에 위험을 경고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건 직후 달아났다가 체포된 범인 나엠 데이비스(30)는 경찰의 심문과정에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아 그를 밀었으며 달려오는 열차에 받히는 것을 보았다.”고 태연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최시중 항소심도 징역 2년6개월

    법의 잣대 앞에 ‘방통대군’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내려졌다. 판사로부터 개전의 정이 없다는 질타까지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최규홍)는 29일 최 전 위원장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고향 후배이자 브로커인 이동율(59)씨와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6억원과 2억원 등 모두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이 알선 대가로 6억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수수해 사안이 중대하므로 1심의 양형은 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얼굴로 판결 내용을 듣던 최 전 위원장은 선고 직후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최 전 위원장 측은 6억원의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지난 공판에서는 “고령인 점, 지병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이 받은 6억원의 대가성을 인정, 징역 2년 6개월 및 추징금 6억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검·경, 청렴도 단골 꼴찌 원인 아직 모르나

    검찰과 경찰이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도 조사에서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10억원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검사의 수사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또다시 ‘밥그릇’ 쟁탈전을 벌인 것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짜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존립의 근거인 인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뒷전이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결과가 바로 청렴도 꼴찌로 이어진 것이다. 검·경이 내세운 ‘인권의 최후보루’나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사도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계속 움켜쥐기 위한 겉포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특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검찰은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견제’와 ‘균형’이란 관점에서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검찰도 살고 나라도 바로 선다. 헌법이 검사에게 법관에 버금가는 준사법적 독립성을 부여한 것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가 형벌권을 무기로 뇌물을 챙기고 여성피의자에게 성적 피해를 가하는 것은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검찰권 남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검찰개혁 요구가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스처였다는 변명과, 재벌 총수에게 최소 구형량을 주문했다는 검찰총장의 ‘지휘’ 의혹은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박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평검사회의에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는다. ‘내부결속용’ 미사여구로 끝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검찰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국민의 인권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검찰을 쇄신해야 한다. 특히 수사권과 소추권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경찰도 이런 청렴도로는 목소리를 높일 계제가 못 된다. 수사 주체로서 일익을 요구하려면 한층 높은 도덕성과 자질부터 갖춰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 시청률에 발목 잡힌 변신의 제왕 김명민

    시청률에 발목 잡힌 변신의 제왕 김명민

    전율 돋는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해 온 김명민(40)이 돌아왔다. 김명민은 지난 5일 처음 방영된 SBS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으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3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으나, 낮은 시청률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하얀거탑’(2007년)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의 강마에와 다른 연기 변신을 내심 기대했으나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은 지난 5일 첫 방송에서 전국기준 6.5%의 시청률로, MBC ‘마의’(14.7%), KBS ‘울랄라부부’(11.5%)에 크게 뒤졌다. 이어 시청률 7%대 안팎을 유지하다 지난 19일 8.1%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7%대로 회귀했다. 동시간대의 ‘마의’는 18% 안팎을, ‘울랄라부부’는 8%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의 제왕’은 방영 전부터 실제 국내 드라마 제작 현장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 주는 구성은 물론 ‘흥행 보증수표’인 김명민의 출연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단적이며 이기적인 외주 제작사 대표 김명민(앤서니 김 역)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앤서니 김은 장준혁(하얀거탑)처럼 자기 욕망의 추악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변명하거나 가리지 않고 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물이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품은 캐릭터는 김명민이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란 극찬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앤서니 김과 장준혁이 너무 닮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보다 센 ‘갑’ 앞에서 뒷거래를 위해 여지없이 무릎을 꿇는 두 드라마 속 장면이 그렇다. 이 같은 방송가의 분위기를 의식한 탓일까. 김명민은 지난 22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쪽대본도 괜찮다. 지금 드라마 제작도 쪽대본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열악한 제작환경과 시청률을 교묘히 짝을 지은 것으로, 이면에는 시청률에 대한 압박감도 감춰져 있었다. 이어 전작 속 캐릭터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지적에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곳곳에 함정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의 뉘앙스, 톤 등이 전에 했던 작품과 엇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피해 가기가 어려웠다.”면서 “내 입맛대로 고치면 예전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을 줘 작가가 써 주는 대본에 토씨 하나 안 틀리도록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고작 6회밖에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언급하는 게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명민의 소름 끼치는 연기 변신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그의 연기 행보는 앞으로 방송가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중국의 역사 속 악인 30명 난세를 살아가는 자기변명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 선(善)과 악(惡)은 시대의 고금과 양(洋)의 동서를 떠나 가장 극단의 대칭 개념으로 꼽힌다. 악행의 예방과 근절을 통해 사회의 공동선을 지향하자는 종교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등 어느 분야에서건 이 선악의 분별은 피할 수 없는 영원한 명제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이 선과 악의 분별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고정의 가치 기준을 갖는 것일까. ‘난세기담 30’(쉬후이 지음, 이기흥 옮김, 미다스북스 펴냄)은 그런 측면에서 ‘악’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흔히 ‘영웅담’이나 ‘위인전’처럼 모범과 전범의 인물을 추앙하는 구성이 아니라 악명 높은 인물군을 소개해 거꾸로 선을 대비시킨 착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비록 재야 사학자이지만 중국 5000년 역사 속 악인 30명을 건져내 요즘 사회에 비춰 보이는 구성이 독특하다. 책에 등장하는 악인 30명은 모두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선보다는 악을 택했던 인물들이다. 물론 역사서나 기록에 등장해, 후세로부터 악인으로 낙인된 공통점을 갖는다. 황제에게 잘 보이려 친아들을 쪄서 요리로 바친 끝에 권력을 얻은 제나라 환공의 궁중요리사 역아, 그저 태아의 성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임신부의 배를 가른 제나라 황제 소보권, 당나라 측천무후 시대 고문으로 수천명을 죽인 최초의 고문관련 서적 ‘나직경’의 저자 삭원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악인이 대부분이지만, 어지러운 난세에 악인으로 둔갑한 반전의 인물도 적지않다. 공주와의 간통죄로 사형당했다는 기록과 달리 그저 권력 다툼의 희생양에 불과했던 ‘대당서역기’의 필사자 변기, 고려인 공녀 출신이면서 고국 고려를 침략해 욕을 먹었던 원나라 마지막 황후 기황후의 가슴 아픈 사례들은 당대 손가락질 받던 ‘악인’의 평가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캐묻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 착하거나 악하게 나뉘어 태어난다는 성선설·성악설, 그리고 난세가 악인을 만든다는 주장에도 결국 선인과 악인의 구분은 ‘개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주장을 책 곳곳에 비친다. ‘역사가조차 때로는 실수하고 만다’는 주장은 그래서 눈 시퍼렇게 뜨고 잘못된 역사를 가려내야 한다는 역설로 모아진다. 권력자에 아부하며 고문으로 무고한 목숨을 파리 죽이듯 빼앗은 삭원례는 우리의 ‘고문 경관’에 얹혀지고, 나라가 망할 때까지 축재로 일관했다 ‘내 재산은 고작 화장대 하나뿐’이라고 둘러댔다는 당나라 황후 유씨는 한 전직 대통령의 변명과 닮아있다. 2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테네의 보이지 않는 검은손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독당근즙)를 들어 죽음을 맞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BC 399). 240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영역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은 인용되고 회자된다. 그러나 후대의 숱한 연구와 토론에도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해석은 똑 부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향해 ‘도넛 같은 주제’라 일컫기도 한다. 도처에 자료와 흔적이 퍼져 있지만 정작 그의 참모습을 꿰뚫어 규명할 핵심의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일생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분분한 영역은 죽음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죽었고, 고대에 가장 번창했던 민주주의의 도시 아테네는 왜 그를 죽였는가.’라는 의문이 핵심이다. ‘아테네의 변명’(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옥당 펴냄) 역시 그 ‘소크라테스의 죽음’ 논란에서 출발하는 역작이다.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성공한 저자가 10년간 발품을 팔아 관련 문헌이며 흔적을 뒤져 풀어 낸 사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이란 부제 그대로 저자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대 도시 아테네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에 현미경 같은 시선을 쏟는다. 두 차례에 걸친 스파르타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당시 아테네. 위정자들은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선 거리의 철학자를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섰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제자며 일반인들은 그에게 극형이 선고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당당하게 주장했던 요구만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엿보게 한다. ‘나에게 영웅 칭호와 평생 무료 식사를 제공하라.’ 극형을 자처한 듯한 이 요구는 결국 사형 선고로 이어졌다. 늘 그렇듯이 그의 죽음은 어수선한 상황의 돌파구로서의 ‘희생양’ 성격이 짙다는 것을 책은 촘촘히 파고든다. ‘패전의 화풀이 대상 낙점’, ‘젊은이들을 신에게서 등 돌리게 해 타락시킨 불경’…. 소크라테스를 죽게 한 ‘아테네의 변명’은 고대도시 아테네 곳곳에 스며 있음을 책은 보여 준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이 열리는 아고라를 향해 아테네 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장면부터 소크라테스가 교유하고 철학했던 저잣거리며 공방, 법정 배심원을 뽑는 제비뽑기의 현장들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소개된다. 특히 당시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형량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것 말고도 최근 고고학적 발굴에서 밝혀진 사실을 활용해 실감나게 그려내는 플라톤의 대화 속 일리소스 강변과 김나시온, 향연의 풍경처럼 그리스 고전을 당대의 구체적인 사회상에서 이해하도록 이끄는 구성이 독특하다. 저자가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들을 통해 드러낸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결국 이렇게 모이는 것 같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꽉 막힌 현실을 극복해 이상으로 나아 가려 했던 의지.’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여성들 목욕장면 몰래 찍은 남성, 법원서 한다는 변명이…

    여성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무려 4년간 몰래 촬영한 남성이 법원에서 황당한 변명을 늘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언론 ‘더 내셔널’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재판에서 여성들의 벗은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물 사용량을 점검했다고 주장했다. 기소 검사 측은 “지난 7월 14일 32세의 필리핀 여성이 욕실 천장에서 원형의 디스크를 발견, 룸메이트인 33세 여성에게 이를 알리고 함께 확인하면서 소형 카메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여성은 피고인이 개별 욕실이 있음에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곳에 드나드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피해 여성들은 카메라 안에 들어있던 메모리스틱의 내용물을 확인, 자신들의 목욕장면이 확실히 촬영돼 있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녹화 첫 부분에는 카메라를 설치하는 피고인의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피고는 무려 4년간 같은 집에서 산 40세의 필리핀 출신 남성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그 남성에게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자 그는 카메라 설치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심지어는 “제발 다른 사람들 특히 경찰에게만은 통보하지 말아 달라”고 우는 소리로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두 룸메이트는 그와 그의 아내에게 이틀 안에 짐을 싸 나가달라고 한 뒤 이들이 나가자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그 남성은 무려 지난 2008년부터 이들 여성의 목욕장면을 찍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 혐의로 고발된 그는 재판에서 여성들이 물을 얼마나 쓰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다음 심리는 오는 14일로 예정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국제적 신뢰 관계로 터키출장 불가피… 용서를” 여수시장 또 맹탕 사과

    “국제적 신뢰 관계로 터키출장 불가피… 용서를” 여수시장 또 맹탕 사과

    김충석 여수시장의 ‘말뿐인 사과’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김 시장은 시 직원의 76억원 공금 횡령사건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은 뒷전으로 하고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데 대해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달 22일에 이어 7일 대시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용서를 구했다. 김 시장은 이날 “터키 출장에 앞서 시민 여러분께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면서 “회원 도시들과 오래 전부터 약속된 불가피한 출장인 만큼 믿어달라.”고 밝혔다. 또 “공금 횡령사건에 대해 현재 검찰과 감사원에서 조사 중”이라며 “재발방지 대책과 횡령 공금 환수대책, 관련자 문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수시민협 김태성(45) 사무처장은 “김 시장의 사과 기자회견은 터키로 출국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개탄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8일부터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터키에 다녀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김 시장이 출국 전날인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시청 앞에서 ‘해외 출국 반대’를 주장하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김 시장이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지방세 납세 거부운동을 펼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여수시는 여수국가산단 연관단지 조성공사 업체로부터 각각 1000만원과 4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강모(50·6급)씨와 김모(45·7급)씨를 직위해제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위조 부품’ 영광 원전 5·6호기 스톱] ‘짝퉁 부품’ 98% 영광 5·6호기에… 한수원, 당했나 눈감았나

    [‘위조 부품’ 영광 원전 5·6호기 스톱] ‘짝퉁 부품’ 98% 영광 5·6호기에… 한수원, 당했나 눈감았나

    원전 부품 검증서 위조 사건으로 영광 5·6호기 등 원전 2기 가동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력당국은 짝퉁 부품으로 인한 원전 고장은 없고 원자로 등 원전 안전과 무관한 부품이라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저항기와 다이오드 등은 원자로를 제어하는 중요 부품인데 전력당국이 심각한 문제를 고의로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호기 등 모두 5개 원전에 사용된 미검증 부품 중 격납 건물 내 원전 안전성과 직결되는 운전설비에 설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등 원전 안전과 직결된 곳에는 쓰이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부품 점검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위조된 부품은 과전류 발생 시 설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전기차단기 등에 사용되는 퓨즈류가 47개 품목으로 가장 많고 ▲계전기류 29개 ▲전자부품류 20개 ▲계측기류 12개 ▲전기부품류 12개 ▲온도스위치 등 스위치류 9개 ▲전자모듈류 7개 품목 등이다. 일부 원전 전문가들은 지경부와 한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제어신호 흐름을 조절하는 저항기,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다이오드, 과전류 시 설비를 보호하는 퓨즈 등은 원자로를 움직이는 제어부품 중 핵심이라는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지경부와 한수원이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핵분열은 격납용기에서 일어나지만 전원공급, 냉각기기 가동 등의 운전과 기기 제어는 모두 격납용기 밖에 있는 건물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또 양이 국장은 “전력당국의 주장대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이면 겨울 전력대란을 앞두고 원전 2기 가동을 멈추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02~2012년 발전정지 95건 중 부품 관련 고장정지는 78%인 75건이다. 이것은 한수원의 부품관리 체계가 엉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 200만개 부품을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겠느냐.’며 10년간 부품 검증서를 한 차례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수원의 사전점검 강화와 부품 이력관리 등 부품 신뢰도 향상을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은 고장 부품의 이력 등만 잘 관리해도 불량 부품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부품을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훨씬 고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은 주로 미국 업체가 건설했다. 따라서 부품도 미국산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40여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핵심부품을 제외한 여타 부품의 공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안전성 품목(Q등급 제품)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일반 산업용 제품을 쓰도록 인정하는 ‘일반규격품 품질검증 제도’를 도입했다. 단 별도의 평가·시험을 거쳐 품질 검증서를 받아야 했다. 품질검증을 받는 데 건당 3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싼값에 미국 검증서를 위조해 품질 검증비 300만원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모두 60건의 검증서를 위조했다. 총 1억 8000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셈이다. 문제는 10년간 한수원 직원들이 이런 관행을 알았는지 여부다. 이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길을 걷는데 아기가 쑥 나왔다고?…유기 논란

    길을 걷는데 아기가 쑥 나왔다고?…유기 논란

    길을 걷다가 아기를 낳았지만(?)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여자가 있어 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아기를 버린 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둘러대고 있다는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사건은 최근 터키 이스탄불의 외곽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걷던 여자가 아기를 출산해 길에 떨궜다(?). 하지만 여자는 아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 바닥에 떨어진 아기를 뒤로하고 부모와 함께 걷던 길을 계속 간다. 이 모습은 주변에 있던 감시카메라에 잡혔다. 아기를 버렸다는 의혹이 일자 여자는 출산사실을 몰랐다고 잡아떼며 해명에 나섰다. 여자는 “길을 걷는데 무언가 몸속에서 빠져나갔다. 핏덩어리인 줄만 알았지 아기였는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함께 길을 걷던 부모도 여자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부모는 “딸이 임신한 사실조차 몰랐다.”며 “아기의 아빠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게 사건 보도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버려진 아기의 탯줄이 곱게 매여진 채 발견된 때문이다. 여자가 부모와 함께 집에 돌아간 뒤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찾아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됐다. 사건은 지난 6월에 발생했지만 최근에야 보도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미주통신] 미성년 함정수사, 교사 등 수십명 체포 파문

    미국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 교사인 크리스(43)는 13살 소녀가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개설한 채팅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 소녀를 은밀히 유혹하기 시작한다. 이후 이들의 대화는 선을 넘고 흑심을 품은 크리스는 소녀의 집을 유유히 방문하고 소녀는 반갑게 문을 열어 준다. 하지만 크리스의 흑심은 여기가 끝이었다. 이내 잠복하고 있던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게 즉각 체포되고 만 것이다. FBI는 플로리다 주의 한 지방 경찰과 연대해 지난 한 주 동안 이러한 함정 수사를 펼쳤는데, 놀랍게도 이 지역에서만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교사를 포함한 18세에서 50세에 이르는 40여 명의 다양한 남자들이 체포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이번 함정 수사에는 여러 명의 대학생은 물론 이라크전에 파병되었던 베테랑 전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체포된 아레미오 솔리스(29)는 “이라크전 파병의 후유증이 나를 이상한 것에 집착하게 했다.”고 자신을 변명하기도 했다. FBI가 위장으로 설치한 소녀의 집에 도착한 이들 중 다수가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마약 소지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 현지 경찰은 밝혔다. 이번 함정 수사를 현장 지휘한 경찰관은 “어린이들을 노리는 불법적인 행동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들과 자주 대화하고 어떤 네트워크 활동을 하는지도 자세히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임의 취업 공무원’ 과태료 폭탄 예고

    ‘임의 취업 공무원’ 과태료 폭탄 예고

    공무원을 퇴직한 다음 민간기업에 임의취업한 이들에게 다음 달부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 폭탄이 무더기로 떨어지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29일 “퇴직한 뒤 2년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민간기업에 임의 취업한 공무원들에게 공직자윤리법상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40~50명에 이르는 올해 하반기 임의취업자 현황에 대한 적정성 심사가 다음 달 하순 공직자윤리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들에게부터 본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임의취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동안 홍보와 계도 활동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수십명에 이르는 퇴직공무원이 임의취업했지만 실제로 과태료 부과 처분이 내려진 것은 올해 D산업에 취업한 국세청 고위공무원 단 1명으로 처벌 실적은 미미했다. 이 때문에 임의취업 금지 규정이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진선미(민주통합당) 의원 등을 통해 제기됐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1년을 맞아 임의취업에 대한 처벌의 방망이를 곧추 잡았다. 지난달 말부터 퇴직 공무원들이 재산 변동 신고를 하기 위해 공직윤리종합정보시스템(www.peti.go.kr)에 접속하면 의무적으로 ‘취업제한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게 만드는 ‘취업제한제도 알리미’를 시행하는 등 계도 및 홍보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임의취업 심사 대상자 중에서도 지난해 10월 이전에 취업한 경우도 있는 만큼 다음 달 열리는 공직자윤리위에서 임의취업으로 결정나더라도 소급해서 적용하지는 않기로 했다. 김석진 행안부 윤리복무관은 “임의취업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게 되면 과태료 부과를 받는 퇴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등 향후 공무원 사회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홍보도 충분히 이뤄진 만큼 더 이상 몰라서 그랬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퇴직 공무원의 임의취업 자체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내년 성장률 4%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9월 25일 경기 화성 보육시설 방문 중) “전망치가 4%이지만 하방위험이 상당히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4.0%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애널리스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박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경기) 하방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면서 내년 성장률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정부 전망치인 4%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먹구구식으로 4%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전망치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정부가 ‘부실 전망’을 내놓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올해 3.3% 성장률 전망치가 장밋빛’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정부가 전망할 때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의 전망치도 언저리에 있었다.”며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경제 예측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난 뒤인 9월에도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당시 변명은 “정부는 성장률 전망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올해 장밋빛 성장 수치를 고집하더니 이제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면서 “정부 논리대로라면 내년 성장률 전망도 수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박 장관이 전망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애초 전망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전망 때와 지금 국내외 상황이 이렇다 할 만큼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나라살림(세수 예측)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재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기는커녕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성장률을 둘러싼 변명 대신 하향 조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처럼 부과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종부세는 과도한 징벌적 제도라서 지속 가능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가혹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면서 “옛날(참여정부)처럼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여성 40% “생리 핑계”들며 거짓말…뭐 때문에?

    거의 40%에 달하는 여성이 생리를 핑계로 사소한 거짓말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호주 제약회사 파나돌이 전문 기관에 의뢰, 온라인을 통해 여성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38%의 여성이 거짓말의 핑계로 ‘생리’를 꼽았다. 이들 여성이 생리를 핑계로 해서 피하고 싶었던 원인은 운동이 가장 많았으며, 7명 중 1명은 파트너와의 깊은 관계가 귀찮을 때 거절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20%에 달하는 여성은 단순히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을 부릴 때 변명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기타 이유로는 좋지 않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을 때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이 같은 자신들의 거짓말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거의 절반에 달하는 여성이 실제 대면이 아닌 전화나 문자, SNS,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여성 중 90%가 생리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76%의 여성은 통증이 하루 이상 지속된 반면, 약 25%의 여성은 생리통이 3일 이상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서는 최대 10%의 여성이 매월 생리를 이유로 병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따뜻한 은행? 차가운 은행!

    따뜻한 은행? 차가운 은행!

    최근 3년 동안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킨 시중은행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이 말로는 ‘따뜻한 금융’을 외치면서 정작 사회적 약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방증이다. 법으로 정해놓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해 은행들이 해마다 내는 돈만 80억원에 이른다. 17일 서울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확인한 ‘7대 시중은행 장애인 고용 실태’에 따르면 시중은행 7곳의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지난해 0.81%에 그쳤다. 법정 준수선인 2.3%에 턱없이 못 미친다. 현행법(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민간기업은 전체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의무 고용률은 지난해까지 2.3%였으나 올해 2.5%로 강화됐다. 가장 낮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0.55%에 불과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상시근로자 수는 1만 4439명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2만 773명)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도 장애인 고용률은 해마다 꼴찌다. 2009년 0.50%, 2010년 0.55%로 최근 3년 새 0.5%대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잣대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차가운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억울해하는 신한금융 그룹의 ‘따뜻한 금융’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하나(0.65%), 우리(0.71%), 외환·씨티(각 0.72%) 은행도 0%대였다. 가장 높은 국민은행도 1.27%에 그쳤다. 스탠다드 차타드(SC)는 1.05%였다. 2009년부터 따져도 3년 동안 장애인 고용률이 1%를 넘는 곳은 국민과 SC은행 두 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두 은행은 장애인 채용 비율이 3년 동안 조금씩이나마 계속 올랐지만 다른 5개 은행은 오히려 떨어졌다. 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미고용 1명당 월 59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관보(官報)에도 명단이 공개된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18억 9500만원의 부담금을 냈다. 고용률이 꼴찌다 보니 벌금도 가장 많이 냈다. 우리(16억 6200만원), 국민(13억 9300만원), 하나(11억 1700만원), 외환(8억 9400만원), SC(5억 1800만원), 씨티(5억 1000만원) 은행 부담금을 모두 합하면 79억 8900만원이다.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돈으로 ‘떼우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고용공단 측은 “사기업 가운데 장애인 고용에 가장 소극적인 곳이 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은행에 채용된 장애인은 대부분 경증이다. 근무 분야로 보면 사무직이 대부분이고, 관리직은 하나 1명, 외환 1명, 씨티 3명 등 5명뿐이다. 은행들은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애인을 찾기가 쉽지 않고 아무래도 업무처리 속도가 늦어 (은행업의 특성인) 협업이 어려워진다.”고 해명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일선 창구에 배치하면 고객들이 싫어할 수 있다.”는 옹색한 변명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면서 “탐욕스러운 금융이란 비판에서 은행들이 벗어나려면 좀 더 진정으로 사회 공헌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인터넷 청정 사회는 불가능한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인터넷 청정 사회는 불가능한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오랜만에 꼭 필요한 기획기사 시리즈가 눈길을 끌었다.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6회에 걸쳐 실렸던 ‘Delete 음란물 없는 e 세상으로’라는 서울신문 기획기사는 주제의 중요성과 시기의 적절성, 기사의 심층성 모두에서 모범이 되는 사례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기사들이 다른 신문들에서도 간혹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다룬 기사는 없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일단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라는 고교 삼총사의 호소로 문제 제기를 시작한 점부터 참신했다.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의 풍토를 바꾸는 시도였을 뿐 아니라 대다수 청소년은 일탈행동의 주범이 아니라 피해자임을 일깨워 주었던 까닭에서다. 쉬쉬하며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음란물 세계의 실상을 독자들 모두가 알 수 있게 상세히 파헤쳐 드러낸 점도 좋았고, “최대 유포지는 언론사”라는 자성적 항목을 포함시킨 점도 칭찬할 만한 대목이다. 더욱이 6회 중 후반부 3회를 음란물 근절 대책에 초점을 맞춰, ‘우물에서 물 퍼내는’ 일처럼 실효성을 확신하기 힘든 대책이나마 정부와 이웃 그리고 전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점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낮엔 직장인 밤엔 누리캅스, 우리 아이 ‘누리’가 지킨다”는 10월 4일 자 기사는 인터넷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깊이 다뤘다. 인터넷의 자정기능과 시민의식에 대한 신뢰를 갖게 했기에 반가웠다. 기획기사의 마지막 편에서 언급했듯이, 정부의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언론사 등 매체 영역의 자율규제, 나아가 시민사회의 의식 변화라는 3박자가 맞아야 비로소 인터넷 청정 사회가 현실화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음란물이나 폭력물 콘텐츠의 소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개개인에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스스로 선별하고 본인의 선택을 통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단속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포하는 개인이나 업체들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그들 자신의 자녀가 그런 음란물에 중독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파괴하면서 얻는 수입이 그들의 행복에 진정 도움이 될까. 물론 일시적으로는 이용자에게 쾌락을 준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약 아이가 사탕을 좋아한다고 계속 사탕만 주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해로운 것에 중독되게 만드는 행위, 또 그런 행위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이용하는 것은 간접적 인격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다. 음란물을 유포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함께 빠질 수 있는 또 하나의 함정은 ‘나만 유포하는 게 아니다.’ 혹은 ‘나만 보는 게 아니다.’라는 보편성을 빙자한 합리화다. 좋지 않은 행동이 ‘다른 사람도 다 한다.’는 명분의 방패막이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 책임감의 분산을 이용한 책임회피일 뿐이다. 말초적 자극만을 탐닉할수록 진실한 본성에서 멀어진다. 좋은 기사였지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벗어나기 힘든 음란물 중독에서 실제로 벗어나는 데 성공한 사례를 더 다루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사례도 비교해 함께 제시했다면 기획시리즈가 더욱 빛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음란물 유통을 줄일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음란물 유통과는 별도로 어떤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그와 관련된 성범죄나 성폭력이 줄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의 단초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이 치유돼 개개인이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인터넷 청정 사회를 먼저 이뤄야 하고, 음란물 근절이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기사 시리즈는 가치 있는 시도였다.
  • 해경 신형 방검조끼, 송곳도 못 막는다

    해양경찰청이 새로 도입하는 특공대 신형 방검조끼가 송곳조차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15일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불법조업 단속에 대한 중국 어선의 저항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데 해경 특공대의 방검조끼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방검조끼 주의사항을 보면 ‘송곳, 특수강을 사용한 사시미칼은 방호할 수 없습니다’, ‘방탄성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총기를 든 적과 대치하지 마십시오’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의원은 “신형 방검조끼는 방수·방염 성능이 떨어지고 방검·부력기능도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러나 해경은 이미 4억원 상당의 매입 계약을 발주해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방검조끼 샘플에 플라스틱 가림막을 덧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의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개선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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