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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 21차 공판 지상중계김앤장 전관 출신 중심으로 청와대·사법부 소통전범기업과 논의 공개는 “변호사 윤리 위반”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대법관 사무실과 대법원장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서울 강남의 고급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나 식사도 했다. 자신이 소송 대리를 맡은 대법원 사건에 대해 서슴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궁금점과 의견을 말했다. 오랜 친분이 있었고 만나서 “사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로펌과 법원의 창구 같은 역할을 했다. 그가 속한 로펌에서는 판사 출신은 물론 고위 관료를 지낸 ‘전관’들로 구성된 대응팀을 만들었다. 서울대, 전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모이니 정부와 사법부가 움직였다.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1회 공판에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변호사는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독대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지목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네 기수 후배이고 같은 판사 출신에 1994년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어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날 오전 10시 8분쯤,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법정에 들어선 한 변호사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려 재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의 방청석에서는 도무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강제징용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한 변호사의 출석으로 휴정기에도 절반 가까이 찬 방청석에 있던 모든 이들이 법정 앞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법정 경위가 한 변호사의 앞에 놓인 마이크를 그의 입에 더 가까이 대기도 하고, 증인석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느라 왔다갔다 분주했다. ●김앤장 변호사, 전범기업과의 논의 내용 묻자 “변호사윤리장전 어긋나” “변호사가···의사교환에 대해 ···”, “제시된···윤리장전···의사교환 내용들을···없습니다” 검찰이 김앤장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한 변호사 작성의 메모나 문건들에 대해 진정성립 절차를 갖고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자 한 변호사는 연신 이렇게 답했다. 그가 증언을 거부한 메모나 문건들은 신일철주금과 논의한 내용들이었다. 의뢰인과 주고받은 내용을 밝히는 것은 변호사의 비밀준수 의무를 어기는 것이라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2015년 9월 8일자 한 변호사의 메모를 검찰이 제시하며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 지 묻자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이 “그럼 이 메모에 있는 필적이 증인의 필적이 맞는가”라고도 바꿔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의 변호인 의견서를 보면 한상호 증인을 비롯한 김앤장 관계자 증언에 대해 이들의 증언이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형사처벌받거나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른 윤리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증인으로서의 진술은 공익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정상이고 증언거부권을 증인의 권리여서 기밀누설죄가 성립이 안 돼 업무상 기밀누설이라는 이유로 증인이 작성한 메모에 대한 진정성립을 따지고 있는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인의 증언을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매우 중요한 공익상의 법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소송 지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변호사를 가운데 두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공방이 몇 차례 오가다 재판부가 3분 휴정을 한 뒤 “증인의 필적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선 증인의 증언거부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한 변호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실 발견을 위해 감사드리고···저도 계속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말씀드렸다시피···(변호사)윤리장전에 해당돼···많은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필적은 제 필적이 맞습니다.” 그러면서 거듭 강조했다. “저는 재판에 협조하러 나온 사람입니다.” 그나마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신일철주금과의 논의 과정을 제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작은 목소리로나마 답변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이나 양 전 대법원장의 의견 등 이른바 ‘재판 거래’와 관련된 혐의와 직결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의 희미한 기억과 목소리로도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움직임, 그리고 전범기업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대응과정이 다시 확인됐다. 한 변호사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과 그의 답변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양승태 “강제징용 왜 소부에서 선고했는지” 불만 드러내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가 1·2심 모두 패소로 결론났던 강제징용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선고 이틀 뒤인 26일 오전 김앤장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영무 대표와 한 변호사, 김용갑·권오창·조귀장 변호사 등이 모였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올해 5월 14일 윤 전 장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특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한 변호사는 “잘 생각이 안 난다”며 참석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 회의를 통해 한 변호사는 재상고심까지 신일철주금 측 소송 대리를 맡기로 했다. 그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에도 한 변호사는 대법관 사무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났고,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사무실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파기환송이 선고된 날로부터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인 시절에 15번 정도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가 모두 기억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2013년 3월,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김능환 전 대법관의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이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 퇴직한 뒤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김 전 대법관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이 (파기환송으로) 선고될 때 알고 계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 전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줬다”면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선고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2012년) 강제징용 판결은 선례에도 어긋나고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일청구권 협정을 뒤집는 것”이라는 의견도 슬쩍 내밀었다. 다만 검찰이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적정성에 대한 대화도 있었느냐”고 묻자 한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적정 여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눈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5월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재상고심과 관련해 연락이 왔다. “새로 제출된 증거를 근거로 소부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남은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하니 김앤장에서 법무부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한 변호사는 “정확히 기억 못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이 제시한 한 변호사가 듣고 전달해 김앤장에서 작성된 문건에는 ‘5/14 법원 동향. 기조실장과 (외교부) 법률국장이 직접 만났음. 기조실장은 외교부 의견서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 vs 대국제법률국장은 대법원의 정식 요청이 있어야 제출가능하다는 입장. 대법원은 새 증거 근거로 파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칙대로 전합이 회부키로 함’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임종헌, 김앤장 변호사에 “의견서 내달라” 요청 후 절차 상의 같은 문건에는 ‘5/18 법원 동향. 기조실장 왈 협의 완료됐다. 민사소송규칙은 언급 안 할 예정’이라고도 적혔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전 차장에게 “재상고 사건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임종헌 기조실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논의 끝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양승태 피고인의 결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말씀을 한 건 (대법원장의 결심이) 어느정도 감안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대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기도 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이러한 의견서를 받았다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말했는지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사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에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거듭 질문하자 “(김능환) 전 대법관 말씀이 나왔을 때 이 사건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그런 차원에서 임 실장님께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알려드린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 뒤에도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재차 “그래서 만난 것은 아니다. 꼭 그렇지 않다. 오가며 사적인 자리에서 말씀은 드리려고, 관심이 있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후 의견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임 전 차장과는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에서는 기존 송무팀과 별도의 대응팀이 꾸려졌다. 한 변호사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최건호·조귀장 변호사가 포함됐다. 대응팀은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기로 했다. 정부, 특히 2012년 파기환송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반한다고 판단해 반감이 큰 외교부의 입장을 근거로 대법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 법원과 원활한 소통이 되는 한 변호사에게도 역할이 요구됐다. 대응팀은 정부와 청와대, 사법부 등 전방위적으로 정보를 취합했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 학자, 전·현직 관료들이 모인 ‘한일 현인회의’를 주도하며 일본의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번갈아 만나며 강제징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관 출신 ‘김앤장 대응팀’ 전방위 로비… ‘외교부 움직여 대법원 설득’ 시도 2014년 11월쯤 현 전 대사가 유 전 장관과 한 변호사를 불러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가 보고를 했고,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법원에 직접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는 설명이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같은 의견임을 확인한 김앤장은 이들과 더욱 활발히 소통했다. 현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긴 메모 ‘10월 11일 유명환 식사, 대통령 주재 회동. 연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확인. 신영철 전 대법관 유 장관 법과 대학 동기. 12년 판결 문제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고바야시 검사’에는 특히 ‘※법무부로부터 들었는데 연말에 전합으로 하기로. 적어도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일(2015년 6월 22일) 전에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이 이 같은 정보를 2014년 11월 13일 접하고 일본 관계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냐고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오전에 말씀드렸듯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김앤장 조귀장 변호사가 미쓰비시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이 있다며 질문을 계속했다. ‘※클라이언트 반응. 대법원 심사숙고. 매스컴, 식자층 등 반성 여론으로 재상고심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음. 다만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기가 부여돼야 가능성 높아짐. 청구권 협정의 일방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긍정적 입장 표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지금까지는 준비서면 등으로 법률적 주장을 했으나 외교부 등 외부에서도 대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르익었음’이라는 문건 속 문장들이 읽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증인이 증언거부 하고 있는 내용을 왜 밝히느냐”며 항의했다. ●양승태 직접적인 입장이나 재판거래 혐의는 “기억 안 나” 함구 이날 검찰로부터 제시된 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들에는 이런 내용들도 있었다. ‘(2015년 11월) 지난 토요일 조 차관(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과 미팅. 대법원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없나. 혼네(本音·본심에서 우러나온 말)로 문제 없다. 지난번 장관 미팅 때 10월 30일 전후로 추진. 한일 정상회담 OK, 개각 전에 해야 하지 않겠나? 외교부가 먼저하는 게 좋겠다. 대법원이 조심스러워진 건가? 윤 장관이 VIP(대통령)와 논의해야’(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 ‘(2015년) 11월 17일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전화. 외교부, 위안부 문제 진전 전까지 곤란하다. 대법원이 이니셔티브(주도권)을 쥐고 먼저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유명환, 대법원 시작하면 외교부는 따라올 것으로 예상. 대법원 외교부 설득해 진행되도록’(한 변호사가 곽 전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적은 메모) ‘곽 프로(곽 전 비서관) 오찬. 곽 부장도 조심스런 반응. 위안부 문제도 있는데 이 시점에 꺼내든다는 게 헌법재판소 사건에 제출된 의견서 언급하며 외교부 초안, 헌재 의견서 보완 방안 언급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 늦어질 가능성 대비 필요’(한 변호사 작성 메모) ‘외교부 장관→BH(청와대) 실장→외교안보·민정수석→법원행정처→대법원’ (한 변호사 작성 메모 ※본인의 상상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 “증인은 양승태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 등 소송 대응에) 소극적이라 걱정이라 말했더니 양승태 피고인이 ‘외교부 요청으로 시작된 일인데 외교부가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느냐”고도 검찰은 물었다. 한 변호사는 “거기에 대한 공감을 표시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자신은 없지만 그런 취지로 답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지만 사적 대화를 하다가 재판에 대해 가볍게 말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사적인 대화, 가벼운 언급으로 강제징용 사건은 피고 측 대리인과 대법원장 사이에 지속적으로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김앤장과 소통했고, 김앤장은 정부와 청와대,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어 대응했다. 재상고심이 결과가 나오는 데만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과정에는 이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9월 대법원은 민형사 소송규칙 개정안을 시행해 판사가 변호사 등 소송 관계인과 법정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 변론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전관예우 근절을 강조하며 법관들에게 경계를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다음달 18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된다. 증인신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가 한 기일 더 부르기로 하고 재판을 서둘러 마친 이유에서다. 한 변호사는 건강 문제로 9월 초에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추석 연휴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인들이 말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주면 향후 재판 진행이 제대로 될지 의문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의혹’ 곽상도 의원과 설전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의혹’ 곽상도 의원과 설전

    곽 의원, 국회 운영위 중 ‘김지태씨 변론 의혹’ 제기노 비서실장 “정론관 가서 발언하라”…한국당 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부적절한 변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격한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상도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과거 고 김지태씨 소송에서 위증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부분에 가담했는지 묻고 싶다”고 노영민 실장에게 질문했다. 이는 곽상도 의원이 최근 꾸준하게 제기하고 있는 의혹으로, 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변론을 맡았던 김지태씨의 상속세·법인세 소송에서 허위 증거를 제출해 소송에서 이겼다는 내용이다. 곽상도 의원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물어볼 것이냐”고 묻자 노영민 실장은 “지금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던 중 곽상도 의원은 “위증을 하고 허위 서류 낸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관여)한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노영민 실장은 “지금 말씀하신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곽상도 의원이 그렇다고 호언장담했다. 노영민 실장은 “여기서 말씀하지 말고 저기 정론관 가서 말씀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정론관은 국회 내 기자회견장이다. 이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운영위 회의가 아닌 정론관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발언의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곽상도 의원은 “정론관에서도 했다. 삿대질하지 마시고”라면서 웃었고, 다른 한국당 의원들은 노영민 실장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디서 협박을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국민들이 그런 것도 묻지 못하느냐”는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에 노영민 실장은 “(문 대통령은) 그런 적 없다. 사법적 판단에 의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의 경제 보복 상황에서 다들 국난이고 어렵다면서 국민들이 힘을 모아서 (어려움 극복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고소·고발하고 대통령을 모독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노영민 실장의 답변 태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이에 두 차례 정회 뒤 노영민 실장은 “곽상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론관에 가서 하라’고 한 발언을 취소한다. 제 발언으로 인해 원만한 회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이미 근거 없는 발언으로 (곽상도 의원이) 고소까지 당한 상황에서 또 다시 근거 없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지난 5일 김지태씨 후손들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블랙리스트 가해자 사과·처벌 없어…집단 소송 나서는 피해 예술인

    블랙리스트 가해자 사과·처벌 없어…집단 소송 나서는 피해 예술인

    문체부,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 3명 발령 인사자 명단엔 없어 의도적 감추기 의혹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할 예정” 해명 박종관 문화예술위원장 공개 사과에도 예술인 “대리 사과 아닌 가해자 처벌을”“직원들은 징계 대상이었고, 조직은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당시 안타까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차관으로 문체부를 떠난 뒤 11년 만에 장관으로 돌아왔지만,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박 장관은 “제일 처음 할 일은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직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일할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패배의식이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부탁을 (직원들에게) 하고 소통을 했다. 그 결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자찬’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검열하고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해 12월 31일 문체부가 책임 규명 권고안 이행방안 최종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도종환 전 장관과 산하기관 원장 6명이 함께 고개를 숙였고, 이행방안을 착실히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블랙리스트 문제는 여전히 잡음을 내는 모양새다. 박 장관이 자찬한 지 1주일 뒤인 지난 15일, 블랙리스트 피해자 연대단체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성명서를 내고 문체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지난 1일 문체부 대규모 인사에서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 3명을 산하기관으로 발령했다는 이유였다. 용모 전 런던 한국문화원장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으로, 김모 전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장은 국립한글박물관장으로, 김모 전 러시아 한국문화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으로 발령 났다. 용 부장은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으로 재직하면서 2015년 박근형 연출가를 문제 삼아 공연 취소를 지시했다. 김 관장은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했던 이다. 김 기획관은 특정 도서에 대한 지원 배제 지시를 이행하고자 부당한 개입을 하기도 했다. 발령을 내고도 인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문체부가 의도적으로 이들의 이름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천연대 측은 “이들에 대한 인사 발령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배 문체부 문화정책예술실장은 “본인들이 명단 발표를 원하지 않아 명단에서 이름을 뺐을 뿐”이라며 “이번에 문체부가 발령한 이들이 수사 대상이긴 하지만,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관한 판결이 나지 않아 이들에 관한 수사도 늦어지고 있다. 6개월 넘도록 월급만 받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어 일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관한 수사 결과가 나오면 여기에 맞는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하기관장이 과거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일로 사과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개 사과 행사를 열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다시는 자행돼선 안 될 국가 폭력이었다. 예술 현장의 동반자로서 든든한 지원자가 돼야 할 예술위원회가 본분을 다하지 않고 사명마저 저버린 이러한 잘못에 대해 늦게나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시 사건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2015년 9월 참여 예술가 섭외 과정에서 전진모 연출가를 배제한 일, 10월 ‘팝업씨어터’ 참가작인 김정 연출의 ‘이 아이’ 공연 취소, 예술위원회가 내부 조사를 하고 ‘공연 방해는 없었다’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일, 그리고 부당 행위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인 김진이씨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일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 예술인들은 이날 “가해를 했던 당사자들의 사과는 전혀 없다”면서 “언제까지 대리인의 사과만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집단소송도 준비 중이어서 논란이 또다시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예술인소셜유니온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법률 대응 모임’은 지난 6월까지 소송단을 모집하고, 올해 하반기 소송전에 돌입한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거나 기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 및 단체 500여명이 집단소송을 낸다. 문체부가 지난 5월 작성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제도개선 권고 이행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진상조사위가 지난해 5월 확정한 85건의 권고과제 가운데 문체부가 과제를 완료했다고 밝힌 것은 46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블랙리스트 청산이 제대로 진행되는가 싶지만, 문화예술인들은 ‘가해자 처벌’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두찬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운영팀장은 “문체부가 가장 중요한 가해자 처벌을 미루고 있다. 일부는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이들에 관한 처벌 없이 블랙리스트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가해자들의 인사 발령을 숨기고, 기관장이 이들 대신 나서서 사과하는 정도로 블랙리스트 문제를 넘어가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동영상] 법정에서 놀림 당한 케이티 페리 “기독교 래퍼 노래 베꼈다”

    [동영상] 법정에서 놀림 당한 케이티 페리 “기독교 래퍼 노래 베꼈다”

    ‘이 시대의 마돈나’ 케이티 페리의 2013년 노래 ‘다크 호스’가 기독교 래퍼 ‘플레임’(마커스 타이론 그레이가 본명)의 2009년 노래 ‘조이풀 노이즈’를 완벽하게 베낀 것이라고 미국 법원이 29일(이하 현지시간) 평결했다. 스피커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이유로 배심원들 앞에서 이 노래를 못 들려주겠다고 변호인들이 변론하자 판사는 페리 보고 그냥 연주 한 번 없이 불러보라고 놀려댔다. 배심원단은 유죄가 맞다고 평결했다. 30일은 플레임이 표절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산정하게 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페리는 일주일 내내 이어진 심리 과정에 조이풀 노이즈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들은 두 노래의 비트가 닮은 구석이 많긴 하지만 플레임 스스로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크리스틴 레페라는 지난주 최후 진술을 통해 “음악이란 기본 블록을 각자 자신의 것으로 쌓으려 한다. 음악의 알파벳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플레임의 변호인들은 2014년부터 시작된 법정 싸움을 마무리하며 페리 등이 이 노래의 “중요한 대목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마이클 A 칸은 “그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가스펠 음악의 골목에 슬쩍 플레임을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이어 페리가 기독교 아티스트로 커리어 첫발을 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 도중에는 닥터 루크, 맥스 마틴, 서쿠트 등이 맡은 이 노래의 프로듀싱에 주목했지만 재판부는 페리 자신을 비롯해 래퍼 주시 J 등 여섯 명의 싱어송라이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려졌다. 다크 호스는 2013년 발매된 페리의 네 번째 앨범 ‘프리즘’에 수록된 최고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에서 1300만장 이상 팔렸고 유튜브와 비보(VEVO)에서 10억회 이상 동영상을 본 최초의 여성 뮤지션 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 출시된 동영상은 지금까지 26억회 이상 조회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0회] ‘우병우 바이패스→궤도 수정‘ 靑설득전략 보고서… “양승태에 보고됐다고 들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0회] ‘우병우 바이패스→궤도 수정‘ 靑설득전략 보고서… “양승태에 보고됐다고 들어”

    ‘입법추진 BH(청와대) 현황. 전반적으로 견제 분위기이고 전임 비서실장의 영향에 따른 부정적 분위기 고착된 상황, BH 핵심보좌진의 친(親)검찰 구성 변화 없음. 공식 창구는 민정수석실, 6월 임시국회까지 적극 협조 획득 사실상 불가능. - 원인 1. 민정수석 경찰 경험 2. 문고리 권력 행사하며 사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전달+사법부 부정적 영향 확대 시도. 이에 따라 발상의 전환, ‘바이패스(bypass·우회로)’ 전략 필요’ 2014년 상고법원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못하자 대법원은 본격적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전략’을 세운다. 2015년 3월 26일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된 ‘상고법원 BH 대응전략’에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협조가 어렵다며 우 전 수석이 아닌 다른 우회로를 접근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한 청와대와의 공식 창구는 민정수석실이지만, 우 전 수석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생각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26일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9회 공판에서는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시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기획제2심의관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기획제1심의관으로 일하며 직속 상사인 임종헌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받아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날 재판은 고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과는 관련이 없어 고 전 대법관은 변론이 분리돼 증인신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상고법원 BH 대응전략’에 우 전 수석을 피해 접촉할 우회로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목됐다. 이 전 비서실장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의 법원의 협조 노력 또는 공감 의사 피력. 최대 관심사-한일 우호관계의 변화 등. 주일대사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시 삼계탕 1500봉지를 들고 후쿠시마 피해자들을 방문해 한일 양국에서 큰 호응’이란 부분이 별도로 기재됐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 사건의 파기환송을 예상한다는 내용이 이 전 실장에게 공감의 뜻을 피력하는 방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보고서의 최종 작성자인 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靑설득전략 ‘우병우 피해 이병기 접촉’…이병기 관심사안인 ‘강제징용’ 언급 다만 시 부장판사는 이러한 ‘바이패스’ 전략이 실행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의 영향력이 청와대 내에서 너무 강해서 바이패스 전략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해 7월 20일~28일 사이 몇 차례 수정됐다가 7월 28일자로 완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보고서에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서술내용이 빠졌다. 7월 20일자 보고서에는 ‘바이패스 전략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대해 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2015년 7월쯤 이병기 실장이 힘이 없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건재하다고 판단해 바이패스 전략에 대해 궤도수정을 하자고 했다”, “2015년 7월까지도 우병우의 장악력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아 ‘이병기 우회 전략’이 큰 쓸모가 없다고 판단돼 폐기됐다”고 검찰 조사에서 각각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장판사는 그렇게 진술한 게 맞다고 이날 법정에서 확인했다. 그해 7월 20~24일 사이 임 전 차장은 시 부장판사에게 “(박병대) 처장님 지시”라며 메모를 하나 전달했다고 한다. 메모에는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으로 ‘정부 협력 사례, 과거 왜곡의 광정, 과거사 사건’이 적혀 있었다. 정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판결,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 제시 등 키워드가 적힌 한 장짜리 메모였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보고서를 보고받고 수정을 지시한 내용을 메모로 넘겨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월 20일자와 28일자 보고서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사건 재판과 관련 ‘현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원세훈 사건은 파기환송심에서 실체 판단의 문제가 남아있다’는 내용도 구체적인 설득방안으로 담겼다. 또 7월 말까지 민정수석실과 회동하고 우 전 수석과의 면담 일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시 부장판사는 7월 28일자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보고서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완성된 다음날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처장님과 대법원장님께 잘 보고되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고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상고법원은 당시 대법원의 역점사업이었기 때문에“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해 8월 초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에 작성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국정 운영 협력 사례를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 만든 것이지 재판 개입이 있었다는 사례로 해석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2014년 11월 10일자로 작성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검토’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문건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경우까지 상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문건을 만들면서 재판개입 우려를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진술했다. 시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들은 주로 상고법원과 관련됐다. 상고법원 입법의 협조를 얻기 위해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을 작성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는 방안을 세웠다. 특히 여기에는 판사 출신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국회의원이 된 서기호 전 의원에 대해 ‘법안심사1소위 심사에서 고립시켜 서 의원의 반대의견을 부기하고 법안 자체는 통과시키는 최후의 방법도 염두’라는 내용도 적혔다. 또 서 전 의원의 재임용 탈락소송을 신속히 종결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 역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적은 부분이라고 시 부장판사는 말했다. “상고법원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대의 뜻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소송을 계기로 투사 이미지를 하고 있으니 신속히 종결시키자”는 게 임 전 차장의 말이었다고도 전했다. ●”재판 거래·재판 개입 생각지도 못해…보고서 대부분 실현 안 됐을 것“ 그러나 시 부장판사는 “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일선 법원에서 재판 중인 재판을 신속히 종결시키겠다고 한 계획은 재판의 개입이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당시 임 전 차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가 이해한 것은 임 전 차장이 사건이 오래됐기 때문에 종결단계가 왔다, 끝날 것 같으니 그러면 달라지겠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그리고 임 전 차장의 당시 지위가 기획조정실장인데 일선 재판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상조차도 못하고 인식도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이 서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 전 의원의 행정소송을 빨리 종결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을 했다면 부적절한 일이 맞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심의관들이 작성한 다수의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맞춰 작성된 것일 뿐 대부분 실현이 안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지난 24일 법정에 나온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도 자신이 쓰는 보고서가 모두 헌법적·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적절하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14일자 ‘‘이판사판 야단법석’ 다음 카페 현황 보고’ 문건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뒤에 보고도 하지 않고 “뭉갰다”고 밝혔다. 상고법원 추진을 반대하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임 전 차장은 법관들이 모인 익명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됐고 현황과 대응방안을 작성해 보라는 지시를 시 부장판사에게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활동하는 익명 카페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심의관의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대응방안’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페를 자진 폐쇄하거나 탈퇴하도록 하는 방안 등 여러 대응방안을 써내긴 했지만 “결과물을 내야하니 임 전 차장이 좋아할 만한 표현을 머리를 짜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어본 것”이라면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고드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가운데 다른 판사가 같은 주제로 보고서를 보고한 것을 알게 됐고 속으로 잘됐다 생각하고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고서를 썼다는 말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가장 마지막에 시 부장판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박 전 대법관이) 아까 증인에게 제시한 5개의 문건을 검토하여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성이다. 증인이 그 문건을 작성해 보고할 때 의무없는 일을 한다는 인식이나 느낌이 있었느냐?” 그러자 시 부장판사는 “명확하게 그런 인식을 하고 작성한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밤 10시 가까이에 증인신문을 마치고 시 부장판사의 검찰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조서에서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내용들은 대부분 추측이고 결과적으로 오늘 법정 증언상 대부분은 보고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한 부분(2015년 7월 28일자 보고서)도 만약에 임 전 차장의 진술이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면 오늘 증인의 그 부분 진술은 재전문진술이 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봉주 “성추행범 낙인 고통…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정봉주 “성추행범 낙인 고통…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가 허위라고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렇게 최후 변론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 노력한 내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당일 행적을 추적한 결과 도저히 호텔에 갈 수 없었다는 판단이 내려져 결백을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성추행이나 하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살지 않았다”며 “정치적 숙명, 신의 뜻이라고 생각해도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큰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그는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혀 발 묶인 세월이 고통스러웠으나 솔직한 마음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며 “재판부가 억울함을 꼭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의원의 혐의 가운데 무고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강제 키스 시도를 사실이라고 볼 때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주장의 허위성을 인식했는지가 쟁점”이라며 “이는 외부에서 입증하기 어려우니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주장하는 허위 입증 근거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고의 여부는 피고인이 얼마나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에 비춰봐도 피고인에게는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며 “피고인이 애정이 있던 여대생을 수감 전에 만났는데 그것이 기억나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초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23일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강제 키스하려 하는 등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를 호텔에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 해당 기사는 나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다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 내역이 나오자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결론 내렸다. 또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해서도 고소가 허위였다고 보고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성추행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정 전 의원 측은 “피해자의 진술 외 성추행에 대한 증명이 없고 일부 불리한 정황이 있더라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의원에 대한 선고 기일은 9월 6일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포토] 노소영 관장,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 2차공판 출석

    [포토] 노소영 관장,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 2차공판 출석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이 2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됐다. 변론을 마친 노 관장이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불출석했다. 2019.7.26 뉴스1
  • ‘이재명 항소심’ 증인신문 마무리…내달 5일 결심공판

    ‘이재명 항소심’ 증인신문 마무리…내달 5일 결심공판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등 사건 항소심 재판의 증인 신문이 대부분 마무리돼 내달 5일 결심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26일 이 사건 항소심 4차 공판을 열고 결심 공판 일정을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6명 중 지난 공판에 불출석한 고 이재선 씨의 회계사무소 직원 등 2명에 대해 거론하며 다음 기일에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이에 관계없이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기일을 내달 5일로 잡고, 결심하기로 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결심 공판에서 1시간씩 구형 및 변론 등 최종적인 의견 진술을 할 방침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최후 진술에 약간의 시간만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날 4차 공판의 증인으로는 이 지사 형제와 이종사촌 관계인 A 씨가 출석했다. A 씨는 고 이재선 씨와 대화한 일화를 소개하며 “네가 형인데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동생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동생에 대한 험담을 해서 ‘나한테는 하지 말아라. 네 얘기를 다 듣고 있을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가 말이 많아지는 경우는 있었으나 허무맹랑하거나 문맥에 맞지 않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A 씨는 또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낸 것인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잘 모른다고 답했다. A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끝으로 항소심 증인 신문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내달 5일 열릴 결심 공판에 앞서 불출석한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심은 추가 증인 신문 없이 이대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고놈 참 귀엽네” 잠지 만진 중국 어르신 79만원 물어주기로

    “고놈 참 귀엽네” 잠지 만진 중국 어르신 79만원 물어주기로

    79세 중국 어르신이 뉴질랜드 수영장 탈의실에서 사내 아이의 잠지를 만졌다가 법정에까지 서고 부모들에게 합의금을 주기로 했다. 뉴질랜드 매체들에 따르면 렌창푸는 지난해 8월 크라이스트처치의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찾았을 때 탈의실에 사내 아이 혼자 있는 줄 알고 손가락으로 잠지를 툭 건드리고 웃음을 터뜨린 뒤 다시 만졌다. 곁에 있던 아빠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경찰까지 불렀다. 2009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렌창푸는 그런 행동이 공격적인 행동으로 여겨지는지 몰랐다고 경찰에게 얘기했다. 또 정말로 보고 싶은 중국 손주가 떠올라 그랬다고 둘러댔다. 그의 딸 역시 중국에서는 아이들 잠지를 만지는 일이 친근감의 표시란 취지로 변론을 준비했다. 알리스테어 갈런드 크라이스트처치 지방법원 판사는 렌의 행동에 특별한 성적 동기는 없어 보인다며 그의 행동을 (그가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1000 뉴질랜드달러(약 79만원)를 부모들에게 지불하고 재판을 끝내자고 판결했다. 부모들은 렌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갈런드 판사의 결정에 동의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지난 몇주 동안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뉴스 포털 소후에 게재된 이 소식에 달린 댓글 1200개 가운데 300개는 잠지를 만지는 행위가 문화의 한 부분이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0개 가까운 댓글들은 수십년 동안 시골 노인네들도 이런 짓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추악하고 지금은 사라진 관습을 뉴질랜드까지 건너가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영국 BBC에 따르면 이런 비슷한 일은 중국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한 남자가 공중목욕탕에서 낯선 아이의 잠지를 만지겠다고 농을 했다가 부모에게 합의금 15만 위안(약 2585만원)을 물어준 일이 있었다. 2015년에도 세 살 손자와 산책을 나갔던 어르신이 처음 만난 아이가 귀엽다며 다리 아래를 만졌다가 그 아이의 할머니에게 혼이 났다. 베이징보통대학의 리우웬리 교수는 어린이 생식기를 만지는 행위는 “썩어빠진 구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어린이 스스로 방어할 줄 알아야 하며 부모들은 이런 구습을 참아내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생각나눔] 노동계 ‘NO일본’ 조직적 동참… “日 노동자와 연대” 목소리도

    [생각나눔] 노동계 ‘NO일본’ 조직적 동참… “日 노동자와 연대” 목소리도

    택배·마트노조 “배송도 안내도 안 하겠다” 무조건 일제 불매운동 향한 우려 시선도 “아베에 맞서는 양심적 세력과 손잡아야”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동계 내부에서는 무작정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보다는 아베 신조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본 내 노동자·시민단체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24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노동자 일본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마트노조는 3대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우리는 지금부터 일본 상품에 대한 안내를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원주점에서 주류를 담당하는 김영주 롯데지부장은 “하루 400개 나가던 아사히 맥주가 요즘은 50개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택배연대노조 등도 이날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택배 노동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에서 유니클로 로고가 찍힌 물품을 확인하면 배송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회사에 통보할 방침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유니클로를 배달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도 차에 붙이기로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에 노조가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혹여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기업에 속한 일본 노동자들이 아베 정권과 맞서고 있다면, 그런 기업의 물건까지 불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를 변론하고 기업들의 노무관리를 해주는 한국의 대형 로펌 김앤장이 대기업과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게 더 낫지 않으냐”고 제안했다.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유니클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탄압한 나쁜 기업이기도 하다”면서 “노동자들의 보이콧 운동은 국경과 민족을 넘어 탄압받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뤄져 왔다. 그래야 설득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시민단체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유니클로 하청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의 일본 원정 투쟁을 도왔다. 유니클로처럼 국제적으로 연대해 싸워야 하는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만, 모든 일본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한다면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 및 노동자들과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일본의 레미콘, 덤프트럭 운송노동자들이 소속된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와 20년 가까이 연대를 해 온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불매운동 대신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경찰본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투쟁기금 20만엔(약 220만원)을 전달했다. 운수연대노조 간부들이 아베 정권 아래에서 연이어 구속되는 등 전후 최대의 노조 탄압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일본 내 평화세력과 연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싸움에 관심을 갖고 이들과 연대할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8회]양승태 보석 후 첫 재판··· 46분 만에 종료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8회]양승태 보석 후 첫 재판··· 46분 만에 종료

    양승태 전 대법원장 17차 공판 지상중계증인도 안 나오고···증거조사도 반대하고‘법잘알’들의 끝 없는 재판 지연 릴레이재판부는 팔이 안으로 굽는 공판 진행 지난 1월 24일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하루 만인 23일 오전 자택에서 다시 법원으로 향했다. 전날 재판부의 직권 보석 결정에 따라 석방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변호인과 함께 법원 청사 입구를 걸어서 들어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후 첫 재판 소감이 어떤가”, “고의로 재판을 지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법정에서 직접 변론할 생각 있는가” 등의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입을 굳게 닫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17회 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 들어선 양 전 대법원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동안은 교도관들과 법정 옆 구치감에서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가 재판이 시작된 뒤 피고인을 입정시키라는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법정에 들어서야 했다. 석방된 바로 다음날, 가장 먼저 피고인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다른 변호인들과 두 전직 대법관이 도착할 때마다 연신 웃는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했다. ●구치감 아닌 집에서…가장 먼저 도착해 다른 피고인들 활짝 반긴 양승태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되면서 앞으로 재판 진행이 더욱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불구속 상태에서 처음 재판에 출석한 이날 재판은 시작한 지 46분 만에 별다른 진척 없이 끝났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열리던 재판이 이날 열린 것은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28일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한 박 부장판사는 이날도 본인이 진행해야 할 재판 일정과 겹친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날로 증인신문 일정이 다시 잡힌 것을 지난 15일에서야 재판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재판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통상 증인의 경우 1회 불출석하면서 증인출석 가능 날짜를 재판부에 고지했다면 재판부가 신문기일을 다시 정할 때까진 그 날짜에 재판을 잡지 않고 증인 출석을 준비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면서 “그런데 재판부의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로 미리 고지한 날짜에 본인 재판을 또 잡았다는 것은 과연 정당한 불출석 사유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인 출석요구서가 송달되는 시점에 재판부가 증인에게 연락을 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주시면 소환장을 발송할 때 증인과 연락해 주신다면 원활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는 건의사항을 덧붙였다. 지난 19일 증인신문을 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각종 보고서, 이메일 등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도 무산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에서 김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12조 4항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음이 원 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등에 의해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해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는 규정이 있다. 김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자신이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이 사실이라는 점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법정에 나와 검찰의 주신문과 고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을 통해 피의자 진술조서 속 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그러나 재판이 밤 11시를 넘기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갑자기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며 퇴정 명령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김 부장판사를 다음달 5일 법정에 한 번 더 부르기로 하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박상언 증인 또 불출석… ‘김민수 피신조서’ 서류증거 조사도 불발 그러자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아직 자신들이 신문하지 못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조사를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지난 신문 과정에서 본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게 맞다고 진술했지만, 저희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원 진술자인 김 부장판사의 증언이 전체든 일부든 본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가 안 돼있다, 또는 일부가 그렇다는 취지로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저희가 포괄적으로 반대신문을 할 기회이기 때문에 개인적 소견으로는 증거능력 인정 요건이 되는 진술자의 진술도 아직 완전히 진술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과 고 전 대법관 측의 신문 과정에서 했던 말을 김 부장판사가 번복할 수도 있고 또는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 측의 신문 내용에 따라 검찰 조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에 서증조사를 해달라는 요구다. 만약에 김 부장판사가 검찰 조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하거나 부인할 경우 그 부분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못한다. 검찰은 “312조 4항 가운데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원 진술자의 신문기회가 보장됐냐는 점이 증거 채택 여부의 요건이고 그렇다면 지난 기일에 원 진술자에 대한 신문이 이뤄지는 기회를 (피고인 측이) 제공받았는지가 쟁점”이라면서 “재판장님은 분명히 반대신문을 진행하겠다고 소송 지휘를 했으니 피고인들에게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는데 양승태 피고인이 재판에 계속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들에게 충분히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피고인 측에서 원하지 않아 진행이 되지 못한 것이니 법에서 정한 ‘신문할 수 있었던 때’가 이미 충족됐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조서 양이 상당히 많아 서증조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늘 그런 이유로 심리 기일이 또 바뀌어서 서증조사를 마치지 못하면 그만큼 일정이 또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에 예정대로 서증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내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보고서를 작성한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피의자 신문만 14차례 받았고 각 조서가 모두 증거로 신청됐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얘기했듯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라고 해서 신문 기회가 부여되면 되는 것이지 실제로 반대신문까지 되어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번 기일에 원 진술자가 출석을 했으면 이미 원 진술자에 대한 신문 기회는 부여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실제로 피고인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했고,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가 검사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됐는지부터 다툴 여지가 있다,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변호인이 주장한다면 진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어 오늘 증거로 채택해 서증조사하면 나중에 절차가 논란이 되고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부장판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다음달 5일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에 증거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례적으로 한 시간도 안 되 끝난 재판, 양 전 대법원장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법정을 나가 집으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한 어부가 있습니다. 이 어부는 박정희 정권 당시 간첩 누명을 뒤집어 쓴 채 50년을 살아오다 최근 재심심판을 통해 겨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지난한 재판을 다시 이어가야 합니다. 어부는 “검찰이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은 지켜달라”면서 새로이 검찰조직을 이끌어갈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실질적으로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존중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고, 재심 무죄 선고시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유죄 인정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27일 대검찰청 ‘과거사 사건 관련 후속조치’ 中 위 문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해선 새로운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상소하지 않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은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과거사 재심사건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검찰이 일부 과거사 사건에서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한 데 따른 변화입니다. 검사는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과거사 사건은 고문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진술이 많기 때문에 검찰도 적극적으로 ‘무죄 가능성’도 찾아내겠다는 취지죠. 군사 독재정권 시절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던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과거사를 반성하겠다고 외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벌써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첩 누명은 쓴 6명 가운데 이미 5명이 세상을 떠난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재심 이야기입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는 “말뿐인 원칙과 약속이었느냐”고 절망했습니다. ■납북된 18살 막내 선원…불법감금·고문으로 ‘간첩’ 누명 1968년 5월, ‘제5공진호’ 막내 선원 남정길씨는 조업 도중 동료 5명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군사 독재정권의 ‘간첩몰이’였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은 남씨 일행을 한달 동안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해 ‘납북 피해자’에서 ‘간첩’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당시 남씨의 나이는 고작 18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969년 징역 1~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엔 “피고인들이 1968년 5월 24일 12시경 제5호 공진호에 승선해 경기도 연평도 근해 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선장인 김창록이 북괴 지배 하에 있는 지역인 안골에 들어가야만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안골에 들어가서 어로작업을 할 것을 제의하자, 피고인들은 모두 이에 찬동했다”면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명시됐습니다. (남씨 일행은 군사기밀 누설 관련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당시 법원은 ‘북괴 구성원들에게 강요된 행위’라며 이 부분에 국한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자백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영해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했고, 법정에서도 유사하게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받아낸 진술은 고문에 의한 자백이었고, 고문 경찰은 법정까지 나타나 어부들을 지켜보며 심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 속에서 경찰, 검찰, 법원, 누구도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남씨 일행은 평생을 반공법을 위반한 간첩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50년 만에 무죄 판결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진술은 증거능력 없다” 그렇게 50년을 억울함 속에서 살아온 남씨는 원곡 법률사무소를 만나 이미 세상을 떠난 납북 어부 5명의 유가족과 함께 지난해 7월에야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고,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장기간 불법구금과 광범위하게 이뤄진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추단되거나, 적어도 그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임의성이 없는 진술’이란 허위진술을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1968년 경찰 조사나 법정에서 나왔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죠.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납북됐다가 1968년 10월 인청항으로 귀환한 뒤 11월 군산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 ▲군산경찰서 소속 수사관 등이 무허가 여관에서 자백을 강요하면서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요의 진술서 등을 작성한 사실 ▲검찰 조사와 공판기일(법정)에서도 고문 경찰관이 배석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 등을 기록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0년 만에 이뤄낸 명예회복이었지만, 남씨의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가장 모진 고문을 당했던 기관장 박남주씨는 징역을 마치고 2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남씨 본인도 고문 후유증으로 뇌출혈이 생겨 말이 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무죄 결과를 받아든 남씨는 “50년의 세월 동안 누구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는데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지만, 대검이 불과 한 달 전에 ‘과거사 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에 남씨 측은 사실상 재판이 끝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행보를 남씨 측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검찰의 항소 “재판부가 법리 오인…법정에서 진술은 유효” 1968년 남씨 일행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내고, 51년이 흘러선 이번 재심 공소유지를 맡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 17일 ‘납북어부 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6일 만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임의성’, 즉 강요에 의한 진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오인을 했다는 취지입니다. 군산지청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대검에서 규정한 ‘과거사 원칙’의 방향과 취지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해도 법정에서 고문받은 건 아니잖아요?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부는 인정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술했다고 판단되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판부가 그 부분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 입장에선 유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경찰 단계에선 고문을 받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까지 고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재심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검찰 변론재개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등이 그 공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에서 받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거나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긴 어렵다’며 혐의를 자백한 당시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1969년 당시 공판 조서를 제시했습니다. 조서를 살펴보면 남씨 일행은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사실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대부분 ‘맞다’는 취지로 대답한 내용이 나옵니다.재판장 : 연평도에서 고기잡이가 여의치 않아 선장인 김창록의 제의로 군사분계선 넘어 황해도 구월골에 고기잡이를 간 사실이 있는가요남정길 : 예 그런 사실이 있었습니다재판장 :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북괴에 납치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요남정길 : 그런 위험성은 인식하였읍니다만 고기를 못 잡으면 보수를 못 받게 되니까 설마 붙잡히지는 않을 터이지 하는 요행수를 믿고 고기 잡을 목적으로 선장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넘어가서 조업을 한 것입니다검찰은 남씨 일행이 법정에서 경찰의 고문을 폭로하기도 했다며, 이는 강요받아 진술하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재판장 : 군산에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는데 어떤가요피고인1 : 그런 말은 전혀 한 일이 없는데 군산경찰서 정보과에서 너무 심한 고문을 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거짓 진술했습니다재판장 : 군산비행장의 비행기 대수가 500대쯤 금년에 들어왔다는 말을 했든가요피고인2 : 이북에서는 그런 말을 묻지 아니하여 말한 사실이 없는데,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배 안에서 그런 말이 있었는데 왜 말한 일이 없다고 하느냐면서 고문을 하기에 할 수 없이 그런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변호인의 반격 “고문 29일 만에 열린 재판,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요?” 남씨의 변호를 맡은 원곡 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입장이 충격적”이라고 탄식부터 내뱉었습니다. 고문을 당하고서 겨우 29일이 지나 공판이 열렸는데, 그들이 고문당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고문으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는데,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는데, 법정에서 제대로 된 진술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진 않았겠죠. 또 누군가는 혐의를 인정하고, 누군가는 용기를 내 고문 사실을 밝혔겠죠. 그렇다고 이미 짓밟힌 상태에서 한 법정 진술을 꼬투리 잡으며 ‘너네 그때 자백했으니까 지금도 유죄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에 억압된 환경이 아니다’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남씨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검사가 일부 부인 취지, 고문 폭로라고 언급한 진술들은 현재 재심심판절차에서의 유무죄 판단대상으로 삼는 공소사실과 관한 군사기밀누설과 관련된 진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고문 관련 진술을 하면서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서류의 진정성립과 진술의 임의성은 다투지도 않는 등 강한 의심이 듭니다.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할 수 없다는 사정은 명백합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어부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만으론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상급법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어부라서 무시하는 건가요” 항소와 상고, 즉 상소제도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기본입니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건만큼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미 수십 년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변호사는 “일반 사건이라면 이해한다. 검사도 법률가인데, 당연히 자기 주장이 있고 고집이 있으니 법률 판단을 더 받아보고 싶겠다”면서도 “그런데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검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국가도 할 말은 있겠지만, 국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한 ‘우리가 물어뜯진 말자’는 취지 아니었냐”고 덧붙였습니다.남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죄 판결을 받아들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검찰 항소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에 다시 뛰어들어야 합니다. 항소 소식을 듣고 “유학생 사건은 자체적으로 조사까지 해주면서, 우리 사건은 고작 어부라서 무시하는 거냐”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동료들을 떠내보내고서 외로움도, 허망함도 큰 탓이었을 겁니다.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윤 신임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전쟁범죄 등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를 비롯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마약 혐의’ 정석원 선처 호소 “1회성+우발성 범행”

    ‘마약 혐의’ 정석원 선처 호소 “1회성+우발성 범행”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정석원(34)이 항소심 법정에서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석원은 19일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앞으로 가정에 충실하고 반성하며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살겠다”고 말했다. 정석원은 지난해 2월 초 호주에서 필로폰과 코카인을 투약한 혐의로 같은 달 8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호주 멜버른의 한 클럽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한국계 호주인 등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정석원이 마약을 투약한 행위는 해외여행 중에 호기심으로 한 1회성 행위로 보인다”며 그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일부 무죄 판단에 항소했다. 검찰은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정석원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수사 과정에서 자백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석원이 한 가정의 가장이자 연예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석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30일 오전에 이뤄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200억 미납’ 전두환 측 “연희동 자택은 이순자 것, 공매 부당”

    ‘2200억 미납’ 전두환 측 “연희동 자택은 이순자 것, 공매 부당”

    캠코·검찰 “범죄수익은 제3자 재산도 압류에 유효한 재산” 최근 51억원 낙찰…공매 효력 중단 소송으로 집행정지 중22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공매로 넘기는 데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연희동 자택은 제삼자인 이순자 여사의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 등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및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공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1996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부과된 2205억원의 추징금 환수를 ‘제3자’인 이 여사 명의의 재산에 대해 집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대법원은 과세 관청이 납세자의 체납에 대한 처분으로 제3자의 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시했다”면서 “피고가 집행하려는 처분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인데 이를 제3자인 원고의 재산을 매각해서 받으려니 무효”라고 강조했다. 캠코와 검찰 측은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제9조 2에 따라 제3자의 재산도 유효한 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압류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전 전 대통령 측은 “연희동 자택 등은 범죄수익이 발생한 1980년 이전에 이순자 씨가 취득한 것이므로 환수 대상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또 몰수특례법 제9조2에 대해 필요 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중복 신청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 법원의 추징금 집행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도 서울고법에 제기한 상태다. 공매의 선행 처분인 압류 판결부터 잘못됐다는 취지의 소송으로 것으로, 전 전 대통령 측은 해당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이미 제9조 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이 조항은 2015년 다른 사건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 헌법재판소에서 4년째 심리 중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원고 재산이 몰수추징법 상 불법 재산인지는 재판을 통해 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고 그 재산이 불법 재산이라며 검찰이 바로 집행에 들어가는 것은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는 압류 처분에 대한 재판과 이번 공매 처분 재판이 긴밀하게 연결됐으므로 서울고법 재판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이번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검찰이 그에 대한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공매 절차에 넘기면서 최근 51억 3700만원에 낙찰됐다. 대상은 토지 4개 필지와 건물 2건으로, 소유자는 이씨 등 2명이다. 하지만 법원이 전 전 대통령 등이 캠코를 상대로 공매 처분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낸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본안 소송 ‘선고 후 15일’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다이어트 식품 과장광고 혐의…유튜버 밴쯔 6개월 구형

    다이어트 식품 과장광고 혐의…유튜버 밴쯔 6개월 구형

    자신이 판매한 식품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를 받는 ‘먹방’ 유튜버 밴쯔(본명 정만수·29)에게 검찰이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밴쯔는 소비자를 속일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18일 대전지법 형사5단독 서경민 판사 심리로 열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밥 사건에서 구형량을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이 판매하는 식품을 먹으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를 기망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밴쯔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해당 식품을 사용한 일반인들의 체험기를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며 “광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아서 후기를 올린 것”이라고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건강기능식품업체 ‘잇포유’에서 판매하는 식품이 다이어트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밴쯔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밴쯔는 유튜브 구독자 320만명을 보유한 국내 대표 먹방 유튜버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영상에서 근육질의 몸매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정준영 측 “카카오톡 대화 위법 수집, 증거능력 없다”

    정준영 측 “카카오톡 대화 위법 수집, 증거능력 없다”

    최종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성관계 없었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하고,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30) 측이 수사 계기가 된 카카오톡 대화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됐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준영 측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 심리로 열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등 사건 1회 공판기일에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이 처음 수사기관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소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준영 측은 앞서 재판부에 “수사가 카톡 대화 내용에 따라 진행된 것이니 피고인들의 조서나 피해자들의 조서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2차 파생 증거로, 증거 능력이 배제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빅뱅의 승리(이승현·29) 등을 수사하던 중 승리와 정준영, 가수 최종훈(30)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정준영이 유포한 불법 성관계 영상들과 집단 성폭행 관련 사진·음성파일 등을 확보했다며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준영 측은 지난달 열린 공판 준비기일 때 동영상 촬영·유포 혐의는 모두 인정했지만, 함께 재판을 받는 최종훈과 함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도 “준강간(성폭행)을 계획한 사실이 전혀 없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준영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고, 공소사실 중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만 다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종훈은 피해자와의 성관계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절대 강압적으로 강간하거나 간음하지 않았다. 계획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종훈의 변호인은 “다른 피고인 중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최종훈의 관계나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최종훈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최종훈 측은 피해자와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베란다에서 만난 기억은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부인했다. 최씨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가수 유리의 친오빠 권모씨 역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권씨 측 변호인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나 당시 피해자가 정신이 있었다”면서 정준영과 비슷하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공소 사실 역시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 5명, 피고인 5명 모두와 참고인 2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8월 19일과 26일에 정준영이 가담하지 않은 2016년 1월 최종훈 등 3명의 성폭행 범행에 대해 피해자들을 불러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9월 2일에는 정준영과 최종훈 등 4명의 2016년 3월 성폭행 범행에 대한 피해자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버닝썬 승리 의혹’에 아오리라멘 매출 반토막”…前점주들 소송

    “‘버닝썬 승리 의혹’에 아오리라멘 매출 반토막”…前점주들 소송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유명세에 힘 입어 이른바 ‘승리 라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아오리라멘’의 전 점주들이 마약과 폭력 논란 등으로 얼룩진 ‘버닝썬 사태’의 여파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아오리라멘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모씨 등 아오리라멘 점주 2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아오리라멘 본사인 ‘아오리에프앤비’를 상대로 각각 1억 6942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가맹계약의 특수성에 따라 가맹사업자 외에 가맹본부에도 명성유지 의무가 인정되는데 피고와 승리는 버닝썬 사태를 초래함으로써 이런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그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62㎡(49평) 규모의 아오리라멘 가맹점을 열었다가 버닝썬 사태 이후로 매출이 급락해 올 4월 말 결국 매장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아오리라멘 설립 무렵부터 승리는 다수의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오리라멘 가맹 사업이 자신의 운영하는 사업인 점과 자신의 사업적 성공을 밝히며 적극 홍보했다”면서 “아오리라멘은 승리의 홍보로 약 1년 6개월 만에 전국 4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가맹본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업 후 넉 달가량은 월평균 6700만원 상당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버닝썬 사태 이후인 올 2월부터는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나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전 점주들은 “올 1월 버닝썬 사건으로 승리의 마약·성 접대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됐다”면서 “아오리라멘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2월부터는 매출이 급락해 매달 심각한 적자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해당 가맹점 매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 평균 월 매출액은 6767만원이었으나 버닝썬 사태 이후 월 매출액이 급격히 하락해 4월에는 2339만원에 그쳤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버닝썬 사태로 피해를 봤다는 매출액에 애초 계약대로 매장을 유지했을 경우 벌어들였을 영업이익을 합한 금액으로 전해졌다. 과거 승리의 아오리라멘 본사 지분은 5%, 승리 등이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 유리홀딩스의 지분은 39%에 달했다. 버닝썬 사태로 물의를 빚은 승리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소송의 첫 변론은 다음달 30일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장자연 성추행 혐의’ 전 조선일보 기자에 징역 1년 구형

    ‘장자연 성추행 혐의’ 전 조선일보 기자에 징역 1년 구형

    고 장자연 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A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결심 공판에서 “(A씨가 장씨를 추행하는 장면을 봤다고 증언한) 윤지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2008년 8월 5일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2009년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는 파티에 동석한 윤지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5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수사가 미진했다고 보고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추가 수사를 거쳐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윤지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미 10년 전에 조사를 마쳤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윤씨가 진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로움이 없음에도 경찰과의 문답 속에서 피해 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다. 추행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윤지오의 진술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A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8월 22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손승원, 항소심도 징역 4년 “구속은 값진 경험”

    손승원, 항소심도 징역 4년 “구속은 값진 경험”

    검찰이 무면허 음주 뺑소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배우 손승원(29)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한정훈) 심리로 12일 열린 손승원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날 손승원의 변호인은 “1심 실형 선고 이후 구속 상태에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징역 1년6개월이면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는 형량이지만 손씨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려 항소했다”며 공황장애를 앓는 점 등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손승원은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구속된 6개월은 평생 값진 경험으로 가장 의미가 있었다”며 “처벌받지 않았으면 법을 쉽게 생각하는 한심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서받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죗값을 치르며 사회에 봉사하겠다”며 “만약 연기를 다시 할 수 있다면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손승원은 지난해 12월26일 오전 4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취 상태로 부친의 차량을 운전, 추돌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손승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6% 면허 취소 수준으로, 지난해 8월3일 다른 음주사고로 11월18일 면허가 이미 취소된 상태였다. 또 손승원은 사고 직후 동승자인 배우 정휘가 운전했다고 거짓으로 진술, 음주 측정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손승원은 도로교통법상 만취운전 및 무면허운전, 특가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죄,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손승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손승원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손승원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한편 손승원의 선고기일은 오는 8월9일 오전 진행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사건 재상고심을 청와대·정부와 ‘거래‘를 한 정황으로 지목된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이 보고서에 포함시킨 문구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르면서도 일부 상황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고서에 소극적이고 우회적으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10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3회 공판기일에서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지 44일 만에 첫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증인으로 꼽힌 정다주·박상언·김민수·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직 부장판사)들이 모두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이 재판의 첫 증인은 행정처 사법정책지원실 심의관이었던 박찬익 전 부장판사(현 변호사)가 됐다. 박 전 심의관은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일하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 관련 보고서들을 작성했다. 대부분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4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심의관이 스스로 판단해 몇몇 보고서에 있던 문구를 빼거나 새로운 문구를 추가한 정황들이 확인됐다. ●“외교부 오해할까봐”… ‘재판 독립’ 우회적 강조 2013년 9월 30일자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이 문건을 작성하기 전 임 전 차장은 그보다 일주일 전인 9월 23일 ‘일제 강제징용사건 판결 요약 검토’ 보고서를 쓴 박 전 심의관에게 추가적인 사항에 대해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대법원 결론이 외교적 문제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면 우리가 질 거라고 한다”, “심리불속행으로 바로 끝내기는 어려운 사건 아니겠느냐. 한 번 정리를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특히 “외교부에 대한 절차적 배려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박 전 심의관은 “국제법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의견을 듣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셨기 때문에 보고서에 외교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검토한 내용을 담았다”면서 “같은 결론을 내리더라도 외교부 의견을 경청했다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에 맞춰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보고서 가운데 ‘3. 외교부를 배려하여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의 가장 앞부분에 ‘가.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음에 대한 이해 구함’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검찰은 보고서를 완성하기 전날인 9월 29일 오후 9시쯤 문서에는 ‘가’항의 이 문구가 없었다면서 “보고서를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서 포함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심의관은 “시간상 그렇다면 그게 맞을 듯하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첫번째 방안으로 이 내용을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가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나. 외교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서면으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제출하는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임을 설득’, ‘마. 간접적 방법을 통한 사실상 의견제출에 협조 가능. 상고이유서나 외교부의 입장을 담은 각종 서류를 간접 제출하는 방안’, ‘바. 현재 사건처리 절차사항 등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정보 제공, 관련 사건 정보 제공’등이 적혔다. 박 전 심의관은 이 부분들은 임 전 차장이 전해준 방안들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마’항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피고 소송 대리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박 전 심의관은 “주선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실 이 무렵 외교부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실현되기 어려운 안이긴 하지만, 다른 건 제도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가능하지만 외교부에서 실제로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기재했다”면서 “처음에 이것 저것 썼다가 다 안 되니까 사실상 가능한 걸 써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의견 반영되도록…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 마련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를 얻고, 법관들의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한 외교부의 협조를 얻으려고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을 정부의 입장에 맞게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지연시킨 이른바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에서 배상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심각한 외교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외교부의 입장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고,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도 서면으로 의견서를 재판부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대법원 규칙개정안으로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가 만들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전 보고서를 통해 “전원합의체나 소부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임 전 차장이 외교부를 절차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란 지시를 다시 내리자 9월 30일자 보고서 ‘나’항에 참고인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외교부에 설득하는 방안이 있다고 적었다. 2013년 11월 8일자 ‘강제동원자 검토(대외비)’ 보고서에도 박 전 심의관만의 소심한 표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4개 단체가 강제징용 관련 입장표명한 기사를 언급하고 외교부 문건을 주며 이를 반영해서 이전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에서 작성한 2013년 9월 23일자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설명자료’를 전달받은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 문건에 있던 우리 외교부의 입장과 일본 측 움직임,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의 강제동원 피해조사 결과 20여만건의 피해자들이 잠정적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의 내용을 11월 8일자 보고서에 담았다. 특히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 가운데 ‘외교부 입장’ 부분에 ‘대법원 상대로 외교적 문제 설명, 신중한 판결의 필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며 외교부에서 선고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다. 이어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뒤 판단’ 등의 표현을 담았다. 그는 법정에서 “심리불속행은 접수한 지 4개월 내에만 할 수 있는데 당시 국외송달로 송달이 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20일이고 제출 후 대법관이 검토하고 판단하는 데 적어도 10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당시 한 달밖에 안 남은 상태였는데 한달 이내에 송달이 이뤄져 상고이유서 제출, 검토 및 판단까지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객관적 상황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최종 확정돼선 안 되고 판단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임종헌, ‘심리불속행 기간 지나고 판단’ 보고서 재판연구관 전달 지시 박 전 심의관은 다만 임 전 차장이 이 보고서를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자 “보내드려도 될까요”라고 되물은 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관련 문구들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그런(전달)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떤 의견을 표했느냐”는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곤 “대부분의 보고는 행정처 내에서만 이뤄졌던 거라 연구관실에 보낸 경험이 없어 제가 보내드려도 될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은 임 전 차장에게 ‘민사총괄재판연구관이 부담 느낄 수도 있는데 이거 보내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었느냐”고 재차 확인했고 박 전 심의관은 “제가 임 전 차장에게 직접 했는지 그 당시 그 말이 제 마음 속에 있었던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보내드려도 되냐고 여쭸던 건 기억나고 앞부분에 민사총괄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전 차장은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이 (민사총괄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니 그를 통해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동기 판사들끼리 참고자료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주라는 것이다. 박 전 심의관은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보고서를 직접 전달하길 꺼린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검찰의 물음에 “ICJ나 조약에서의 중재 내용에 대해서는 별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심리불속행에 대해서 검토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건 연구관실에 보내드리는 게 예의에도 어긋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주저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도 “심리불속행 검토 부분을 보내면 그런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주저돼 그 부분은 삭제했다”고 답했다. “결론이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과 연관된 것”이라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 제도와 관련된 내용 외에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박 전 심의관도 자신이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행정처로부터 보고서를 전달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해 재판연구관에 보내진 보고서에는 ‘대법원에 신중한 판결의 중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는 외교부 입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박 전 심의관은 “그 당시 심리불속행에 대해 검토한 부분을 삭제해야겠다는 게 최우선이었던 것 같고 이 부분은 깊게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양승태 측 “보고서 전달한 게 범죄는 아니지 않느냐” 이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실에 전달할 때 일부를 삭제하고 나머지를 전달한 것을 보면 보고서를 전달해도 이것이 꼭 위법한 범죄가 된다는 생각을 안 가졌을 것 같은데 맞느냐”, “‘심리불속행’을 뺀 것도 그 부분이 들어간 상태에서 전달되면 위법하지만 빼면 괜찮다는 게 아니라 재판연구관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겠다는 정도가 아니었는지” 등의 질문을 하며 단순히 사건과 관련된 검토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박 전 심의관은 “예의도 아니었고 적절한 건지 의문이 있었다”고 부적절한 상황이었음을 거듭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이밖에도 ‘독일의 기억책임 미래재단 검토’, ‘장래 시나리오 축약’ 등 강제징용 사건의 예상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들을 다수 작성했고 대법관들에게 대면보고도 했다. 2013년 11월쯤 권순일·차한성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대면보고한 상황에 대해 박 전 심의관은 “권순일 대법관은 기억나지 않고 차한성 대법관은 보고드리러 갔을 때 강제징용사건이라고 하니 ‘이 사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소멸시효를 얘기하니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시효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너무 많다며 “언론에서도 이게 문제라 머리가 아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대법관은 그해 12월 1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열린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재판 지연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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