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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회담 어떻게 이뤄지나/ 회담 결정되면 실전방불 맹연습

    지난 63년 홍콩에서 남북 체육회담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뒤 지금까지 비공식 접촉을 포함,모두 379차례의 남북회담이 열렸다.남북회담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그 안팎을 살펴본다.본격적인 남북회담의 효시는 71년 8월 20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열린 ‘적십자 파견원 접촉’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63년 체육회담은 협상을 위한 회담이라기 보다는 체제선전의 동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진행은 어떻게=각종 남북회담 때는 회담장은 물론 현장상황실,서울과 평양의 본부상황실 등 회담 진행에 필수적인 세 개 공간이 가동된다.회담장에서는 남북의 공식 대표들이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한다. 현장상황실은 통상 회담장 바로 옆에 설치된다.회담 전후와 중간 양쪽 대표들이 휴식을 취하고,즉석 회의를 여는 ‘대기실’이 현장상황실이 된다.대기실에는 회담 장면을 모니터하는 화면과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설치된다.서울과 평양의 본부상황실과 직접 연결된 전화기와 팩시밀리도 있다.이 통신 수단들에는비화기가 연결돼 있다. 비화기는 통신내용을 암호화해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는 기계이다. 회담 대표들은 이곳의 전화와 팩스를 통해 본부상황실로 전통문을 보내 상황을 보고하고 훈령을 받는다.서울 상황실은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있는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에 마련된다.핵심 사안은 이곳을 거쳐 최고 결정권자에게 보고된다. ▲준비는 어떻게=진행만큼 중요한 것이 준비다.회담 일시와장소가 결정되면 남측은 통일부와 국가정보원,관련 부처 요원들이 여러가지 회담 시나리오를 짠다.북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제안과 질문을 검토,답변을 준비한다.이를바탕으로 남북 모두 사전에 ‘모의 남북회담’을 갖고,실전을 방불케 하는 맹연습을 한다. 남측은 보통 3∼5차례의 모의 대화준비를 하지만,북측은 20∼30차례나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양측 모두 회담 경험이 많은 고참 요원들이 상대방 공식대표 역할을 한다.남측은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의 상근위원들이 북측 대표 역할을 맡는게 관례다.여기서는 말투나 어휘,손짓·몸짓까지 세심히 점검한다. ▲피 말리는 막후 접촉=남북회담은 3박4일간 이뤄지는 게 가장 많다.첫날과 마지막날은 이동하는 날로 도착성명과 합의문 발표 정도가 전부다.그러나 첫날 만찬부터 피 말리는 막후 접촉이 시작된다. 특히 어려운 회담 진행이 예상될 경우 양측은 서로에게 많은 술을 권하며 진의를 탐색한다.회담 상황은 양쪽 상황실에서 실시간(real time)으로 모니터하므로 진솔한 얘기를 하기 힘들지만 만찬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물론 북측은‘보장성원’(정보요원)들이 대표들의 언행을 점검하지만,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사례도 많다. 공식 만찬 뒤 실무요원들은 따로 술자리를 갖기도 한다.특히 80년대까지는 밤을 지새며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일이 많았다.서로의 회담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다.70년대 초부터남북회담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3박4일동안 하루에 1시간 정도 잠을 잤다.”면서 “아무리 마셔도 긴장감에 술도취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표들이 관광 등 공식 일정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실무자들은 합의문 문장과 표현 하나하나를 검토한다.때로는 밤을 지새우며 회의를 하며,새벽 3∼4시에 대표들을 깨워 전략회의를 갖기도 한다. ▲기자들도 진땀=기자들도 회담 대표와 진행요원만큼이나 가슴을 졸인다.남북회담의 특성상 중요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이다.북측 기자들은 사후 보도가 관행이기 때문에비교적 여유를 부리지만 매일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보내야 하는 남측 기자들은 진땀을 흘리기 일쑤다.실제로 지난해 말 제6차 장관급회담 때는 상황이 수시로 바뀌어 기사가 ‘회담 결렬’과 ‘합의 도출’ 사이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때로는 북측이 남측의 회담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남측기자들에게 거짓 정보 등을 흘리며 반응을 떠보기도 한다. 전영우기자 anselmus@ ■회담 40년…웃지못할 뒷얘기. 40년에 걸친 남북회담 역사에서는 ‘웃지 못할’ 뒷얘기들이 많다. 우선 남북 모두가 가장 신경을 써온 문제는 도청 여부.이 때문에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양쪽 통신전문가들은 대표 및 실무요원들의 방과 숙소에 딸린 전략회의실,또 회담장 옆 현장상황실을 ‘이 잡듯이’ 살펴본다.침대 밑은 물론 방에 딸린 화장실 변기까지 속속들이 살핀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한 회담 때 북쪽의 한 방송요원이남쪽 여기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밤에 열린 ‘총화’(마무리회의)때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남쪽 취재진은 물론 우리측 진행요원들이 북측에이를 알리고 항의한 적이 없었다.남측 기자들끼리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을 뿐인데 북측 방송요원이 무심결에“반말을 썼다가 비판받았다.”고 털어놓은 것.때문에 남측 기자들은 자신들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85년 9월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때 고려호텔에 투숙했던 남측 이산가족들은 도청을 염려,호텔 방 구석구석을 뒤지며 벽지까지 뜯어 북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언어와 관례가 달라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80년대말 베이징 아시안게임 공동선수단 구성을 위한 남북회담때는 남측 수석대표가 북측 대표의 발언에 예의상 고개를끄덕이며 “알았다,알겠다.”고 했다.그냥 “검토해 보겠다.”는 뜻이었다.그런데 나중에 북측 제의를 수용할 수없다고 하자 북측 대표는 얼굴을 붉히며 “왜 알겠다고 해 놓고서는 딴말이냐.”고 강력히 항의했다.그 때부터 회담장에서 “알겠다.”는 말은 ‘금기사항’이 돼 버렸다.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인 2000년 9월 북측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서울에 와 ‘특사회담’을 할때 회담진행본부측은 시간에 쫓기자 북한용 ‘공동보도문’(합의문)을 남측 기자들에게 배포했다가 부랴부랴 다시 수거하는 소동을 빚었다. 보도문 1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앞으로 가까운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시며…’라고 쓰인 존칭이 문제가 된것이다. 전영우기자
  • [CLEAN 3D] 클린사업장 ‘디토프러스’ 르포

    유기용제인 스티렌의 실내농도가 153ppm에서 1ppm이하로뚝 떨어졌다.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샤워캡을 쓰고도 30분이상 작업을 계속하기 힘들었던 연마실에서는 더이상 역한 냄새를 풍기는 플라스틱 분진이 나오지 않는다.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변기 뚜껑,거울 테두리 등 가정용품에 생화(生花)를 넣은 과감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경기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디토프러스.열악한 작업장 환경이 몰라 보게 좋아진 덕에 직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다. 방독면 수준인 방진마스크를 쓰고도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직원들이 시설 개선뒤에는 일반 마스크조차도 착용하지않으려고 해 오히려 ‘골치’를 앓고 있다. ‘클린3D’ 사업의 혜택을 받기전 이 업체의 작업 환경은거의 ‘가스실’ 수준이었다. 에폭시 수지와 경화제를 섞어 몰드(주조틀)에 붓는 에폭시적층작업에서는 노출기준(50ppm)을 초과해 100ppm을 훨씬넘는 스티렌이 분출됐다.에폭시 수지 원료를 대형 통에 붓고 경화제인 멕포(MEKPO)를 용기에 넣을때 작업자는 무방비 상태로 이들 독성물질을 흡입해야 했다. 에폭시 수지가 주입된 몰드는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건조과정에서 나오는 고약한 냄새때문에 작업자들은 ‘코가 녹아 내리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4∼12월 무려 15차례에 걸친 실태조사와기술지원 결과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 답지 않게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마시게 됐다. 작업장과 격리된 건조실까지 몰드를 자동으로 이동해 주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설치했고 손으로 하던 원료 혼합도 유리벽으로 격리된 자동혼합장치안에서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일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연마·가공실에는 강력한 국소배기장치를 달아 분진을 최소화했다. 건조작업이 끝난 변기 뚜껑을 연마기에 갖다 대자 하얀 분진이 자욱히 일어났지만 곧바로 배기장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과거 열악했던 작업환경에서 ‘생화 주입 공정’을 개발했던 이승한(36) 이사는 “샤워캡과 마스크를 동원해 중무장을 해도 1시간만 작업하고 나면 ‘눈사람’이 되곤 했었다.”면서 “그 상태로 몇년만 더 일했다면 건강을잃었을것”이라며 다행스러워했다. 작업환경 개선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도 성공한 이 업체는 지난해 불과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올해 25억원으로높여 책정했다. 월 400개에 불과하던 생산성이 자동설비 도입으로 2500개로 크게 증가한 반면 불량률은 11%에서 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천 류길상기자 ukelvin@ ■조택상대표 인터뷰.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다 보니 ‘3D’ 업체로 불렸지만앞으로는 ‘디자인 회사’로 거듭날 겁니다.” ㈜디토프러스 조택상(40) 대표는 작업장 시설 개선전 인체에 매우 유해한(보건 4등급) 경화제 MEKPO를 직접다루고,원료투입·혼합·몰드 주입·건조 등 전과정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는 스티렌을 직원들과 함께 마셔야 했다. 대기업 영업직을 포기하고 99년 새사업을 시작했지만 번듯한 작업장을 갖출 돈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물이나 중량물을 다루지 않아 직접적인 산업재해와는상관이 없다는 점도 환경 개선 작업을 미루게 했다.하지만 유기용제에 노출된 상태에서 장시간 작업을 하다보면 직원들이 어떤 ‘직업병’에 걸릴지 모르는 일. 조 대표는 “처음에는 비용을 절감해 단기간에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는 게 목표였다.”면서 “하지만 ‘작업환경’이 나쁜 상태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용품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클린 3D’ 사업에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조 대표는 특수건강검진대상 사업장의 의무 검진외에도 회사 비용으로 분기마다 직원들이 특수건강검진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제조기법상 ‘노하우’가 특허 출원중이고 벤처기업 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산업시대의 직업병이 재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CLEAN 3D 사업장 함께 일할 가족 찾습니다. ◆디유티 코리아(주)= 발포기 핵심부품인 믹싱헤드(MixingHead)를 전문 생산하는 사업장으로서 최근 전기기계·기구의 접지,중량물 취급설비의 개선 등으로 클린 사업장으로지정됐다.종업원은 16명이고 연매출 8억원이며 올 목표는14억원이다.수출·내수비율은 각각 50%이다. 기계조립원 1명,CNC 선박조작원 1명을 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 자격증 소지자를 찾는다.월급은 면접 후 결정할 예정이다.작업장 주소는 부산시 사하구 장림2동이며 연락처는 (051)264-5586. ◆넥스젠= 99년 설립한 생명공학(BT) 벤처회사다.자본금은18억 8000만원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5억원이다.올 매출 목표는 400% 늘어난 20억원이다.주요 생산품은 농산물 유전자변형(GMO)검사 장비를 생산하거나 국책사업 또는 민간기업으로부터 GMO 검사를 대행하고 있다.직원은 28명이다.연구원 3명을 구하고 있으며 생명공학 분야의 석사 이상 소지자를 구한다.연봉은 면담 후 결정할 예정이며 현지에 기숙사가 있어 숙식 제공이 가능하다.주소지는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이며 연락처는 (042)864-1671. 오일만기자 oilman@
  • 올 전자제품 판매 기상도

    올해 전자제품은 어떤 것이 잘 팔릴까? 월드컵 특수로 가전제품이 전반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가운데 복합전자유통센터 테크노마트(www.tm21.com)가 올해 전자제품들의 예상 판매실적을 담은 ‘기상도’를 내놓았다. ◆TV·홈시어터 ‘맑음’= 디지털TV·홈시어터·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테크노마트에서는 이달들어 홈시어터·DVD플레이어의 매출이 지난달보다 20∼30% 늘었다.디지털TV도 170만원대 제품의 주문이 지난달보다 10% 이상 증가했다.1800만원대 벽걸이TV(PDP)도 이달 중 20여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는 “비디오·DVD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콤보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삼성·LG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캠코더·차량용 TV도 지난달보다 15%나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휴대폰은 ‘흐린 후 맑음’=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단말기보다는 충전기·액세서리·핸즈프리 등 주변기기가 더 잘 팔리고 있다.관계자는 “졸업·입학시기인 2월 중순부터 서서히 휴대폰 판매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PC시장은 ‘한파’=메모리값 상승으로 전체 시장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조립PC업계는 초비상이다.메이커PC와 가격차가 60만∼100만원 이상이었지만 올들어 20만∼30만원대로 줄었기 때문이다.제품 값도 전반적인 상승 추세여서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노트북·스캐너·화상카메라·프린터·모니터 등 주변기기는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고,게임기·게임소프트웨어는 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전통의 名門家 뭐가 다른가

    ◎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조용헌 지음, 푸른역사). IMF 환난 이후 부(富)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류사회’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나온다.그들만을 위한 상품,그들만을 위한 장소,그들만을위한 모임….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어느 사회에나상류사회는 있었다. 단지 그 상류사회가 얼마나 존경받는상류문화를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사회의 안정과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이 달라졌을 뿐이다.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소문난 명문가 15곳을 찾아다니며 진정한 상류사회의 조건,‘명문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추적해 낸다. 저자 조용헌(41)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5년동안 한·중·일 사찰과 암자만 600여곳을 답사하며 재야기인 달사들과 교류해 왔다는 이력에 걸맞게 해박한 풍수비기 지식까지 펼쳐 보이며 각 명문가의 역사와 자녀교육법,치부법 등을 벗겨 나간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명문가의 선별기준은 그 집의 선조,또는 집안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이다.돈이 많다고,벼슬이 높다고 명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한마디로 진선미(眞善美)에 부합하는 삶을 대대로 이어온 집안이 명문가라는 것이며 저자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준 자료로 고택(古宅)을 정했다. 고택을 유지하고 있는 명문가 15곳을 답사한 저자는 그 결과로서 명문가의 조건을 이렇게 정리한다.첫째는 역사성. 최고 400∼500년 동안 한 집안이 고택을 보존하고 있는 집안은 경제력이나 역사의식이 남다르다고 보아야 한다며 광주의 고봉 기대승(1527∼1572)집안,전남 해남의 고산 윤선도(1587∼1671) 집안을 사례로 들고 있다. 둘째는 도덕성.민중의 존경을 받지 않았더라면 동학과 6·25 같은 격변기에 대저택들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조론’을 남긴 경북 영양 청록파 시인 조지훈 집안은400년 동안 삼불차(三不借,남에게 돈,글,사람을 빌리지 않음)의 가훈을 지켰고 12대,300년 동안 만석꾼을 지낸 경주 최부자집은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는 철학을 지켰다.저자는 이런 철학을 ‘선비정신’,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특권계층의 솔선수범)로 파악한다. 세째는 인물.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명문가는 한국인명사전에 무려 50명 가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서울 안국동 윤보선 가문,소치 허련(1808∼1893) 이래5대째 화가를 내고 있는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 집안,원불교 성직자를 40명이나 배출한 전북 남원 죽산 박씨 가문등이다. 저자는 여기에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기한 풍수조건을 추가하고 고택들의 입지를 꼼꼼히 살핀다. 그렇다면 현대의 상류사회 조건은?저자는 “우리도 이제품위있는 새 상류층을 가질 때가 되었다”면서 이 책이 논의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1만5000원. 신연숙기자yshin@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⑶최라영

    6. 산홋빛 애벌레의 날아오르기.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은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구속을 딛고서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의 인간적 모럴에 대한 옹호로 나타난다. ■대심문관 언젠가 당신은당신 어머니를 저만치 손가락질하며이 여자여!하고 부르지 않았소?그러나마리아,그녀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위하여아직도 처녀로 있소.장소를 가리지 않고누구 앞에서나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이승에는이승의 저울이 있소.”(‘대심문관’ 부분). ‘대심문관’의 원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중에 나타나는 이반의 소설 ‘대심문관’이다.그것은 16세기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그리스도의 재림을 다루고 있다.대심문관은 감옥에 있는 예수를 찾아온다.그는 예수의 사업을 정정하려는 자신의 시도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하지만 예수는 침묵을 지킨다.그는 그리스도가 인간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비난한다.인간에게 부여한 선악 선택의 자유는 인간으로서는 무거운 것이어서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한다.선택된몇몇의 인간만이 지상의 빵이 아닌 그리스도가 약속한 하늘나라의 영혼을 위해 그리스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심문관은 힘이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에 항의한다.그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으며 그의 목적은 천상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신의 왕국을 이루는 것이다. 위 구절은 대심문관이 예수를 찾아온 날 밤,예수가 전부인어머니,‘마리아’를 ‘이 여자여’라고 부르지 말라고 이승의 규범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다.이때 이승의 규범이란 인간적인 기준 내지는 모럴이다.김춘수 시인은 ‘대심문관’에 관한 언급에서 ‘예수’와 대립적인 입장이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내가 보기에는 그(대심문관)는 극적 인물이다.예수와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그는 예수와 아이러니컬한 입장에 선다.말하자면 예수와 그는 겉으로는 대립적인 입장이다.그럴수록 어느 쪽도 어느 쪽을 무시 못한다.’(8) 김춘수의 ‘대심문관’은 원전의 흐름상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시킨다.작중 ‘대심문관’은 지상적 존재로서 매우 인간적인 시각으로 예수를 해석하고 있다.예수가 인간처럼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는 장면이라든지 이 장면에서그것이 단적으로 나타난다.김춘수 시인의 ‘예수’를 중심으로 한 시편에서도 ‘민중이 겪는 모든 아픔을 물리칠 수 없는 人間的인 예수의 모습이고 庶民과 함께 살아간 예수의 모습’(9)을 드러내고 있다.대심문관이 인간의 현실적 고통 문제에 있어서 대변격이라면 예수는 정신적인 구원과 관련을맺는다.그리하여 시인은 대심문관에게 예수와 거의 동등한이해의 폭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 지상의 빵이 필요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선악 선택의순간을 부여하고 천상의 영혼을 위하여만 살라고 하는 것은그들에게 너무나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리하여 인간 세상에서 통용될 수밖에 없는 현세적 가치로서의 ‘이승의 저울’을 강조하는 것이다. ■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그건당신이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당신의마지막 소리였소. 내 울대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끝내 왜 한마디도 말이 없으시오?대심문관은 감방으로 다가가더니 감방 문을 한 번 주먹으로내리친다. 대심문관 그럴 수 있다면맘대로 하시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시오. 대심문관은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무대 밖으로 걸어나 간다. 그날 밤 사동은 꿈에서 본다.어인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사동의 이 부분은 슬라이드로 보여주면 되리라.” (‘대심문관’ 끝부분)‘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는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뜻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임종하기 직전에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씀이다.그런데 대심문관은 자기에게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대심문관이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 후 사동이 꿈에서‘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산홋빛’이란 이 시집의 ‘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에서 스타브로긴이 쓴 편지글 형식의 시편에서도 나타나는 표현이다.거기에서는 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에게 행한 자신의 파렴치함을 뜻할 때 쓰인 것으로 ‘산홋빛 발톱’이란 표현으로 되어 있다.김춘수의 ‘눈’의 의미가 천사의 신성적 영역의 의미로 주로 쓰이는 것처럼 ‘산홋빛’이란 스타브로긴적인 즉 신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지니고 있는 존재와 관련지어사용되고 있다.따라서 ‘산홋빛 나는 애벌레’란 이 시의 맥락에서 볼 때 예수와 대비된 ‘대심문관’의 상징적 표현물일 듯하다. 그렇다면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이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편에서 보여지는 시인의 내적 지향과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의 시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즉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악령’ 등의 작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을 보인다.이반,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 등은 가치가 전도된 혼란스런 세상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보여 주는 인간상이다.이들의 관점에서 신이란 대다수 민중의 현실적 고통과 너무도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대상으로만 보인다.이들은 대체로 神性과 욕망어린 존재와의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지만 도덕적 고결성을 끝내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이다.거기에는 인간적인 선악 갈등과 신성을 갈망하는 인간,그러면서도 지상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들의모습이 표현되어 있다.그 과정을 통해서 선의 의지를 구현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그 과정 자체에 김춘수 시인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나름의 논리를 따라가고자 하였다고 할 수있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인물들 간 심리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다양하게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죄와 벌’의 시적 변용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하여 부패한 인간의 세상을 청산하겠다는 순수한 한 젊은 청년 라스코리니코프의 내면을 보여준다.또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지니고 있다가 본의 아닌 의도로 인한 결과에 고뇌하는 ‘죄와 벌’의 이반 내면을 보여주기도한다.이 연장선 상에서고뇌 끝에 미쳐버린 이반이나 마침내 자수하고 참회한 라스코리니코프와는 달리,끝까지 人神 사상을 고수할 뿐 아니라위악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결국 비장한 최후를 맞게된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모습을 드러낸다.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이러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어린 세상의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려는 바탕 위에서 예수에게 거의 독백이다시피한 말을 건넨다.대심문관은 인간적인 이들의 고뇌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대심문관의 형상이 ‘산홋빛 애벌레가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처럼인간적인 善을 구현하고자 한 것으로서 결국 神이 지니는 사랑의 영역과 합치되는 것이다.‘대심문관’에서 이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사랑이오직 사랑이 있었을 뿐인데,(‘대심문관' 부분). 7. 잡히지 않는 '의자'. ‘꽃’,‘처용’,‘도스토예프스키’ 등에서 나타난 끝없는실험의 여정 가운데 존재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추구의 방식은 김춘수 시인에게 언제나 새롭게 도전적으로 나타난다.언어를 색처럼 써서 하나의 시로 쓴 그림을 그리려 했던 그의시도나 의미를 배제하려 했던 노력,그리고 처용이나 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처럼 비극성을 띤 뛰어난 인물들의심리를 내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실험의 궁극적 지향은 절대적인 것의추구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언어로서만 시의 느낌을 자아내려 했던 그의 의도,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진실 혹은 예술을 향한 무한한 욕망 등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절대,혹은 무한의 추구에서 비롯한 것이다.그의 시는 흔히 의미를 추구한 시편과 이후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누어진다.그러나 대상을 천착하는 이러한 태도 혹은 의식의 깊이에서는 내밀한 연속성을 포착할 수 있다.무의미 시론이란 인간적 고통을 넘어서는 절대,무한 혹은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그의 의식의 일종의심화 과정인 것이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실험의 과정은 그래서 최근 시집인 ‘의자와 계단’,‘거울 속의 천사’에서는 약간은 편안한 자세를 가누고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다.시집 ‘들림,도스토예프스키’를 낸 이후 좀 편안한 자세를 가누기로 했다(‘그 동안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그때그때 쓰고 싶은 대로 쓰기로 했다’).그러나 무한과 절대의 메타포는 최근의 그의 시집들에서도 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렇다면 그(의자)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무엇을 표상하는 기호가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안식 그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그러니까 그 자리(의자)는 늘 비어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비어 있다. 다양한 언어의 시적 실험 과정을 거친 노시인의 지친 표정을 비치고 있다.시인의 의자는 시집 전편을 통하여 다층적인의미를 내포시킨다.시인의 안주하고 싶은 안식처,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나 세계,시의 이상 혹은 현실과 죽음을 넘어선 무한 등이 그것이다.이들은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그 무엇에 관한 것이다.‘의자를 위한 바리에떼’의 긴 시편에서예수의 최후와 관련한 부분이 많이 차지하는 것은 죽음을 넘어선 세계 혹은 기독교적 피안,혹은 안식의 추구등의 의미항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앉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의자’의 메타포는 과거 그가 ‘꽃’의 시기에서 보여 주었던 대상과 존재에 대한 접근 방식과 유사함을 드러낸다.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존재의 본질적 세계에 대한 추구이다.그러한 추구의 과정,이름 부르기의 안타까운 몸짓은 이제 보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한 아이가 가고 있다. 길이 삐딱하다. 모과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모과는 물론 모과빛이다. 가을이라 그럴까,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득하다.13층에서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다. (‘계단을 위한 바리에떼’의 끝부분 전문). 이 시는 최근 시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길이 삐딱하다’는 것은 이 시 제목과 관련지어 볼 때 ‘계단’이 표상하는 것의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시인은‘모과 떨어지는 것’을 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잡히지 않는 실재처럼 나타난다.‘의자’의내포 의미를 어느 정도 ‘모과’가 지닌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의자로 표상된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길이 사라지고 마는 김춘수 시인 자신으로서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계단’이란 ‘엽총을 꼬느며 누가 나를 쫓는다’는 의식처럼 숙명적인 시인으로서의 강박 관념의 변형으로도 드러난다.‘의자’로 표상된 세계,그가 ‘꽃’에서 추구했던 본질 추구는 시의 혹은 인생의 유토피아적 세계를 추구하는 의식과 그 과정으로서의 여정의 메타포로서 ‘의자와 계단’으로 나타나는것이다.그는 ‘의자’가 이 세상에는 없는 ‘안식’이란 것을 알고 있다(‘나는 지금 의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그것을 추구하는 ‘계단’도 제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다시또 내려와야 한다.계단을 통해 찾아가고자 하는 ‘의자’는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無限과도 같다.그 무한은 시인에게서는 진정한 시의 세계이다.그러한 그의 노력의 계단은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그것은 무의식과 의식을 아울렀다는그의 무의미 시편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난다.그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시화하게 된 동기도 ‘계단’으로 표상된 시인으로서의 숙명적 강박관념과 실험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그리고‘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의자’로 표상된 ‘절대,무한’의 추구를 보여 주고 있다.그 절대의추구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서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한 고통스런 삶의 비극적 여정에 닮아 있는 인물들이 그가 과거 천착했던 ‘처용’,‘이중섭’ 등이다.이들의 표정은 김춘수 시인의 내적 정서와 취향과 매우 맞닿아있다. 각주)1)이달의 인터뷰 시인 김춘수,문학사상 6월호.p.66. 2)김춘수,‘들림,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1997,pp.91-93 참조. 3)김춘수 시인에 의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인물이 아닌허구적 인물을 몇명 등장시켰다고 한다.누루무치와 우루무치는 몽골지방의 인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4)‘들림,도스토예프스키’,p.92. 5)‘꽃과 여우’,p.190. 6)‘꽃과 여우’,p.189-190. 7)‘들림,도스토예프스키’,‘책 뒤에’.p.91. 8)‘들림,도스토예프스키’,p.93. 9)양왕용,‘예수를 소재로 한 詩에서의 意味와 無意味’,권기호 외,‘김춘수 연구’,흐름사,1989.
  • 10代, 화장실서 아기 낳아 숨지게

    강원도 춘천경찰서는 4일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아 숨지게한 뒤 버린 윤모양(16·무직)을 영아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양은 지난달 18일 낮 12시쯤 자신의 집수세식 변기에서 남자 아기를 낳고 방치해 숨지게 한 뒤비닐봉지로 싸 뒤뜰에 버린 혐의다.윤양이 버린 아기는 같은 달 29일 윤양의 어머니(40)에 의해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윤양은 “지난해 3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20대 남자와 한 번 성관계를 가진뒤 임신했다”고 진술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내마음의 삼류극장-최원종(2)

    실버:(치마를 올리며)저 … 선생님,머리가.머리 아아파요.(치마를 내리려다가,깜짝 놀라며 다시 걷어올리며)생리통이심하단 말이에요.(담임 선생님의 그림자가,실버의 종아리를때린다.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맞을 때마다 숫자를 세는 실버의 목소리도 커진다.조금씩 몸이 빳빳해지고 들썩이더니 이내,발작을 일으킨다.무대 서서히 밝아진다) 재롱:그래서,그래서 그 담임새끼를 가만 뒀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틀린 거야? 실버:침 흘렸거든. 형,재롱:침!? 실버:OMR카드에 침 흘렸어.졸았거든.그래서 잉크가 번졌어. … 그 애 앞에서 치마를 걷어올리고 점점 빨갛게 부어오르는 내 다리를 상상하는 게 무섭고 창피했어.죽고싶었어.소리 지르고 싶었어.일주일 뒤에,학교에 갔더니,그 애가 다른 데 앉아있는 거야.그래서 그 애를 의자로 찍어버리고 학교를그만뒀어. 재롱:의자로 …. 형:(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이 커피 맛 괜찮은데.각설탕 두 개 넣는 것도.맛이 좋아. 재롱:실버가,형 이름 쓰면서 저어줬으니까,그런 거겠지. 실버:내 정신 좀 봐.면접 보러 가야되는데.오빠,생일 언제야? 형:지났어.3월 달에. 재롱: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거잖아.다음 달이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거구.하여튼 하루하루가 갈수록 다가오고 있는 거라구. 실버:야! 너,각설탕 두 개,지금 까서 넣고 내 이름 쓰면서저어. 재롱:몇 번이나? 실버:내가 면접보고 올 때까지,알았어!(실버가 형이 마시던 아이스커피를 빼앗아 단숨에 들이킨다) 실버:캬아아아.어쨌든 오빠 생일 축하!. 형:(나가려는 실버에게) 올해 12월 31일에 뭘 할 꺼야? 계획 같은 거 있니?그때도 일 나가니? 실버:12월 31일? ….뭐 ,춤이나 추고 있겠지.단숨에 남아있는 내 인생도 원샷 하면서 … 카아아아.크윽윽(트림 흉내내는 소리) 재롱:정말,원샷,하는 거야.캬아아,크으윽. 실버:(뜬금없이)이번엔 국립묘지나 가볼까. 형:국립묘지? 실버:거기 가면 뭔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뭐 서울대를 산책하던가. 형:남자하곤 같이 있고 싶지 않니? 실버:빌게이츠나 스필버그면 모를까.근데 오빠 오늘 이상하네.얼굴도 빨그레 족족 한 게,낮 술 먹은 것도 아니고.여자그리운 거 아냐.(모두 조용해진다) 재롱:(분위기를 바꾸려고)그럼,크리스마스 땐 뭘 할 건데?설마 아 캬아아아.크윽윽윽 크으으윽,아니겠지? 실버:아마 … 아마도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이고 있겠지.뭐. 재롱:변기에? 실버:정말로 내가 혼자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거기서뭉크처럼 그림 그릴 꺼야. 재롱:이번 크리스마스 땐 형도 좀 끼워 줘라.그림도 같이그리고.그래야 형도 그 맛 알 꺼 아냐. 실버:오빠 저 이만 가봐도 되죠?커피 먹으라고 자주 소리쳐요!!(실버,나간다) 재롱: … 형,왜 그런 걸 물어봐?남자와 같이 있고 싶지 않느냐,하는 거 말이야.(형은 대답을 하지 않고 섹스용품 가판대를 정리한다.그때 아줌마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쩔뚝이며 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재롱:어? 아줌마! 얼굴이,얼굴이 왜 이래요?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쩔뚝거려요? 아줌마:으응, … 급하게 … 뛰어오다가,너넘어졌어. 재롱:아까 그 변태새끼가 그랬죠? 그 대머리 새끼 말이에요.맞죠? 어디봐요?어,코피도 나네.그 대머리 변태새끼 어딨어요?지금 어딨냐구요!(형,잠시 아줌마를 쳐다보고는,다시 가판대 정리를 계속한다) 아줌마:아니야.그 사람 잘못한 거 없어.내가 그 사람 화나게 한 거야.맞을 짓을 한 거지.그 사람 불쌍해.(그때,한 손에 혁대를 들고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채 아까 그 대머리 남자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대머리 남자:야,야.사발면이나 파는 주제에.쌍년,너 이리못와.2500원 줬잖아.2500원.그럼,마저 하던 거나 하고 가야될 꺼 아냐.재수가 없으려니까,누굴 별 참새똥 처럼 알아!야,표 값 어떡할 꺼야.나 절대 환불 안 한다.(아줌마에게 점점 접근해오는 대머리 남자를 보고,간판대를 묵묵히 정리하던형이,갑자기 튀어나와서 날라 이단 옆차기로 사내의 가슴을가격한다.그리고 정권 주먹으로 대머리의 콧잔등을 날린다. 대머리 남자,이리저리 끌려 다니며,당구의 스리쿠션처럼 맞다가 도망간다.잠시 후,경찰 두 명과 함께 대머리 남자 등장.경찰이 형을 연행해 간다) 아줌마:이를 어째.화정 총각 잘못이 없어.내가 바보짓 했어.내 잘못이야. 재롱:아줌만 잘못 없어요.아줌마! 형이 날라서 이단 옆차기하는 거 봤죠?통쾌했어요.형은 정의로운 일을 한 거라구요. 형은 처음으로 일류 같은 행동을 보여준 거라구요.이 극장에서요. 아줌마:정말 바보짓 했어.화정 총각,아파.허리가 많이 아파.매일 진통제 먹어가며 일했어.정말 바보짓 한 거야. 재롱:도대체 누가 바보짓 했다는 거예요!! 지금,형이 바보짓 했다는 거예요?형이 처음으로 일류 같은 행동을 보여준거라구요.방금 여기에서요. 아줌마:여관에 있었어.나,그 남자를 때렸어.눈물이 날만큼마구 때렸어.처음엔 그 남자 머리만 쓰다듬어 줬어.애처로워 보였어.정말이지,찔끌찔끔 눈이 시렸어.근데 그 남자가 허리에서 혁대를 풀었어.내 손에 쥐어주면서 자기 엉덩이를 때려 달랬어.난 그저 그 남자가 하라는 대로 하고 싶었어.좋은 시간이 됐으면 했어.때렸어.그 남자! 좋아했어.정말이지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나,더 세게.더 세게,힘껏 때렸어.그사람이 즐겁게 신음소릴 냈어.나,기뻐서 눈물이 날만큼,온몸에 땀이 흘러내릴 만큼 마구때렸어.신이 났어.목 안에 걸려있던 눈깔사탕이 쑤욱,하고 배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갑자기 나,그 남자 엉덩일 껴안고,살려달라고,죽지 않게 해달라고,제발 죽지 말라고 애걸복걸했어.광견병에 걸려죽어 가는,아버지 신음소리가 여관방에 진동하고 있었어. (암전)(미야자키 히야오의 영화가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한 쪽구석에 실버가 쪼그리고 앉아 스크린 쪽을 바라보고 있다.조명이 잠시 어두워졌다 켜지면 병실 안.형이 누워있다) 재롱:(베트남 모자를 씌워주며) 실버가,형한테 어울릴 거라면서.정글 속에서 베트남 전사들이 썼던 모자래. 형: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재롱:아줌마가 형이 구치소 안가고 여기 있어서 다행이래. 척추분리증 병력도 꽤 쓸모가 있네.헤헤. 형:뭐 하러 왔냐?아줌마나 도와드리지 않고.쓸데없이. 재롱:형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꼭 말이야. 형:나한테? 재롱:형! 형이 극장에서 했던 행동은 정말이지 일류다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해.형은 쌈마이가 아니었어.형이 날라서 이단 옆차기 할 때,나 눈물이 쏟아질뻔했어.그 극장에서 …내가 봤던 영화들 중에 형의 액션이 가장 스펙터클했어.짜릿했어.헤헤.형이 처음으로 일류처럼 보였어.멋졌어.형. 형:시끄러. 재롱:나,형 주려고 뭐 갖고 왔는지 알아? 형:또 뭔데? 재롱:광어회 사갔고 왔어,참이슬 하고. 형:이런 짓 좀 하지마. 재롱:왜에? 형:비위 상해.그리고,나 회 못 먹는 거 알잖아. 재롱:이거 내가 형 면회 간다니까,실버가 사 준 거야. 형: …. 재롱:그 애 원래 쫌생인 거 알지.이번엔 미대 간다고,등록금까지 모았었나봐.등록금 빼서 산 거야,이거. 형:… 미대에 간대? 재롱:걔 화장실에서 울면서 그림 그리잖아. 형:농담인줄 알았는데 … 뭉크라는 사람 그림이지? 재롱:기억하고 있었네 … 어젠 술 먹고 토하길래,방에다 눕혀놨거든.옥탑방에 다시 올라가 봤더니,화장실에 쪼그리고앉아서 샤워기 틀어놓고 잠들어 있는 거야. 형:감기 안 걸렸어? 재롱:감기?내가 샤워기 꺼줬지.근데 그림이 엉망이 됐어.토했지,물에 젖었지 … 하긴 그림은 원래 엉망이다.… 감기?헤헤. 형:왜 웃어? 재롱:형,실버 좋아해?형:면접은 어떻게 됐대?나이트 일 그만 뒀다면서. 재롱:그래봤자,삐낀 걸 뭐.여의치 않으면 또 하겠지.근데정말 좋아해?형 퇴원하면 내가 삐끼 노릇 한 번 확실히 한다.부킹,내가 확실히 책임져.실버 옥탑방까지! 형:면접 어떻게 됐대?재롱:회집에 면접 보러 갔다가,사장을 의자로 찍었대. 형:뭐,의자!재롱:사장이,자기애를 유치원에서 데려 오라고 시켰나봐.(광어회를 펼치며) 이거 늦게 먹으면,맛 없어져.먹자.(둘은 광어회를 먹기 시작한다) 재롱:허리는 어떻게 다친 거야? 원래 그런 거야?형 태권도가 3단이나 된다면서.척추분리증 환자가 태권도 3단이라 …. 형한테 잘못 개겼다간,그 대머리처럼 될 뻔했네. 형:허리는 나중에 다쳤어.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이셨지. 재롱:형네 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이었어?학원비는 안 들었겠다. 형:아버진,나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셨어.늘상 내게 말하곤 했지.남들 보다 더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뭐,그런 신물나는 얘기.어렸을 때부터 맞으면서 배웠어.아버지가 정해준 목표량을 해내지 못하면,야구방망이로 맞았지.그래서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 재롱:야구중계 보는 거 좋아했잖아. 형:혼자 술 마시는 이유 치고 괜찮으니까. 재롱:여름,야구 시즌이 돌아오면,형 항상 취해있겠군. 형:난 여름 야군 안 봐.겨울 야구를 봐.동네에서 꼬마 놈들이 하는,동네야구 말이야.맥주를 마시면서 관람하지. 재롱:형도 실버하구 비슷한 구석이 있어.혼자 화장실에서그림 그리는 거나,맥주 마시면서 동네 야구 보는 거나. 형:실버,그 애 보면,자물쇠 채워진 방에 두고 온 엄마 생각이 나. 재롱:...엄마? 형:아버진,나를 시범경기에 출전시켰어.심사위원이 아버지였지.겨루기를 할 때쯤,아버지가 내 상대를,정하는 것을 봤어.몸집이 내 두 배만한 녀석이었어.아버지가 선택한 상대. 난 그 녀석을 꺾고 싶었어.그건 아버지를 꺾는 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거든.선제 공격이 내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지. 그 녀석 목 부위를 가격해 숨통을 조여놓으려고 했는데.날라서 이단 옆차기로 경기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그 녀석이내 발목을 낚아채서 집어던져 버렸어.한참동안 누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다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일어날 수가 없었어.가만히 누워서 생각했지 ….날라서 이단 옆차기,아버지의 재능.왜 하필 그 많고 많은 태권도동작 중에 날라서 이단 옆차기만을 사용하셨던 것일까,엄마한테.(웃는다) 몸통 때리고 명치 …. 재롱:몸통 때리고 명치 찌르고 목날치고,턱 날리고.이런 여자한테 써먹을 수 있는 것들도 많은데 말이야. 형:너 어떻게 그런 걸 알고있지? 재롱:아줌마가 형 얘기를 해줬어. 형: … 아마 고 2때였지.더 이상 방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어.집을 나왔어.허리가 아파서 걷다가 울다가 걸었지.그러다 잠시 쉬러 들어간 게 여기야.마지막회 영화를 봤는데,영화가 끝나고 직원이 다가와서 ,청소해야 되니까 나가달라고 하잖아.그때 막 눈물이 나더라.처음엔 허리 때문인 줄 알았는데,갈 데가 없더라구. 재롱:그 직원이 아줌마지? 형한테 사발면도 끓어주고. 형:그래.하나를 먹고,두 개,세 개 … 몇 개인지도 모르게먹고 나니까 아줌마가,너무 늦었다고 돌아가라고 하더라.…가슴속에서 뭔가가 솟구쳐 올라오는 게느껴졌어.아줌마 발아래다 토했지,뭐.내 꼬락서니가 너무 우스워서 웃음을 참으면서 내내 토했지. 재롱:근데,왜 실버가 형 엄마를 떠올리게 해? 형:자물쇠가 채워진 방에,혼자서 잠들어 있는 엄마 옆모습이 떠올라.아버지한테 맞고 쓰러져 잠든 엄마의 침흘리는 모습,경련을 일으키고 발작해서 상처투성인 몸이 …(광어회를먹는 둘의 모습.암전)(극장 로비.매표소에 앉아있는 아줌마와 섹스 용품 가판대에서 재고파악을 하는 분주한 재롱.상영관에서 빠져나가는 백수처럼 보이는 사람 몇.동성연애자처럼 보이는 남자.중년의대머리 남자들.섹스용품 가판대에서 용품을 사고 나간다.재롱의 환호성이 들린다.) 재롱:아줌마,아줌마,믿어지지가 않아요.오늘 얼마 번지 아세요?물건값 제하고 이십만원이에요. 아줌마:제법 장사가 잘 됐나봐? 재롱: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죠? 용돈 받으러 엄마가 하는노점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고요,자취방도 구할 수 있어요.실버한테 줄 비디오 10편도 거뜬하구요. 아줌마:화정총각은 좀 어때? 재롱:형은 문제없어요.이제 봤더니,형 순 알부자네.형이 병원에서 퇴원하면,동업하자고 해야겠어요.헤헤헤.(술 취한 실버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버:너 여기서 뭐해?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롱:(웃는다) 버:뭐 좋은 일 있어?오빠 퇴원한 거야? 롱:나 말이야.돈 벌었어.이십만원. 버:돈? 무슨 돈?재 :이걸로 너,미야자키 비디오 원판 구해줄 께.10편 정도는 거뜬해. 버:니가 무슨 돈 벌어? 롱:돈이 좀 모이면,빌 게이츠하구 티븐 스필버그가 있는시애틀이나,위싱턴,뉴욕에 가는 거야.거기서 야자수 열매를먹는 거야.도시의 야자수.나한텐 거기가 와이키키 해변이야. 버:뭐 당첨됐어? 롱:굉장했어.내가 오늘 물건 얼마치 판지 알아? 버:언제부터,언제부터 이런 거 팔았어?언제부터,언제부터야.너 공부 안 해? 학원 안 가? 재수생 아니야!(가판대를 부수기 시작한다) 재롱:술 먹었어? 실버:니가 전에 들고 다니던,책들은 그럼 뭐냐구? 요즘 학원에선 이런 거나 가르치나보지.너 잘 나가겠구나.돈도 벌면서. 재롱:무슨 소리야? 실버:나하고 약속한 거 잊었지? 재롱:약속? 무슨 …. 실버:하긴 잊어버렸겠지.잊어버리지 않고선 이 따위 멍청한 짓거린 하지 않았겠지. 재롱:내가 너하고 뭐 약속한 거 있어?미안해,잘 기억이 않나. 실버:개자식!! 재롱:너 또 면접에 떨어진 거야? 실버:너 대학 들어가면,나하고 배낭 여행 간다고 했어,안했어?전국에 있는 대학 캠퍼스 찾아다니면서 밥도 사먹고,도서관에도 가고.너,파부르 알아? 몰라?곤충 관찰해서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나,그 사람처럼 돌아다니면서 관찰 했다구. 내가 어디에 살고 싶은지,어떻게 살고 싶은지,내가 누군지,니가 누구인지 ….알아듣겠어!넌 내 옆에 앉기 싫어서 다른데 앉은 새끼하고 똑같애.(재롱이를 의자로 찍으려 하다가,그냥 나간다.재롱이가 서서히 스크린 옆에 선다.무대 조금어두워진다) 실버(소리):안녕하세요.저는 실법니다.생리통 때문에 당분간은 연락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음성을 남겨주세요.연락을곧 드리겠습니다.(재롱의 그림자,수화기를 들고 있다) 재롱:만나고 싶어.너하구 같이 있고 싶어.연락해 줘.(사이,무대 밝아지면) 아줌마:아직도 연락 안 되는 거야.일주일째 안 들어왔다면서.옥탑방도 잠겨있고. 재롱: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아줌마에게로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다가온다.재롱은 극장 영화 포스터들을 새 포스터로 교체한다.섹스용품 가판대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 아줌마:어서오세요.이천오백원입니다.좋은 시간 되세요.(표를 받은,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려다,아줌마에게로 가서 다시 말을 건다.아줌마는 대머리 남자와 숙덕숙덕 이야기를 나누더니 함께 극장을 나간다) (청소를 마친 재롱은 작업복에서 양복으로 갈아입는다.머리에 무스를 바르고,실버에게 줄 선물을 확인한다.KFC 닭다리봉지와 피자 한 상자,1.5리터 콜라 그리고 미야지키 하야오의 원판 비디오들을 확인한다.그것들을 양손에 들고 무대를나간다.조명이 어두워지면,스크린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서정적인 풍경들이 보인다.실버는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그러나 불안하고 긴장되어 보인다.몸을 떨기도 한다.재롱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이름을 부른다.) 재롱:실버,실버.(실버는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으로 앉아있다)실버,나 왔어. 실버:(혼잣말처럼)국립묘지로 껴져버려.(그녀,몸을 심하게떨며 바닥에 쓰러진다.발작증세를 보인다.재롱은 그녀에게다가가 이불로 그녀를 감싼다.그리고 꼭 안는다)(암전)
  • [건강칼럼] 겨울에 찾아오는 배뇨곤란

    장노년층의 남성들은 과거에 비해 전립선 비대증에 대하여 비교적 많은 정보와 관심을 갖고 있다. 필자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을 보기 힘든 배뇨곤란을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항상 “전립선 비대증은 질병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노화현상으로 반드시 전립선암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암을 동반하고 있는지는 꼭 감별을 해야하며, 이를 치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배뇨곤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뇨에 관한 일상 생활이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소변이 마려우면 어찌나 급한지 바지를 적실 지경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변기 앞에서 힘을 주고 서 있어도 소변은 나올 듯 나올 듯 안 나오고 방귀만 나온다고 한다.혹자들은 소변이 마려운 걱정에 고속버스 여행은 생각도 못하는 처지이고 또 야간에 하도 화장실을 자주 다니는 바람에 잠은 잠대로 설치고 마나님까지 잠을 못 자게 하는 바람에 아침 밥상의 분위기가 썰렁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요즘같이갑자기 날씨가추워지는 겨울을 조심해야 한다.갑자기 추위에 노출된다든지,춥다고 약주를 한잔한다든지,겨울철 콧물 감기에 좋다고 감기약을 마음대로 사서 복용한다든지 하면 오줌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급성 요폐가 발생돼 응급실로 실려올 수 있다.급성요폐를 유발하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소변이 마려운데 억지로 참는 일이다. 필자는 나이든 분들이 길거리 모퉁이에서 실례하는 것을경범죄로 다루지 말고 눈감아주는 훈훈한 사회적 분위기도 약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쌀쌀한 토요일 오후 손자며느리를 보는 친구 잔칫집에서오랜만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거나하게 한잔하고 버스를 탔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금시라도 바지에실례를 할 것 같은데,길은 막혀 버스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이 분은 급성요폐가 생겨 집으로 가기보다는 곧장 응급실로 달려가 비뇨기과 의사를 찾아야 건강에 좋을 확률이 매우 높다. 조금 희화적인 표현이 되었는지 몰라도 어쨌든 중요한 것은 원칙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고생할 필요도,걱정할 필요도 없는 병이다. 그러나 ‘배뇨장애=전립선 비대증’은 아니다.전립선비대증 이외에도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은 매우 많다. 장성구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로댕갤러리 ‘20세기 외국조각 특별전’

    모딜리아니,미로,마이욜 등 현대 조각의 거장들 작품 22점이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2월24일까지.‘20세기 외국 조각 특별전-현대조각과 인체’라는 제목으로열리는 이 전시는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인 인체가 예술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해석되었는지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전시는 로댕갤러리에 항상 세워져 있는 ‘깔레의 시민’‘지옥의 문’으로부터 시작해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과일의 여신’ 등으로 이어진다. 모딜리아니의 인물두상과 미로의 ‘여인’,아르프의 ‘날개가 있는 존재’ 등은 산업과 문명의 격변기를 지배한 시대정신 속에서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인 작품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준다.세자르는 산업사회의 폐기물인 고철을 사용해 만든 기괴한 인체형상을 보여주고 시걸은 실제 모델로 본을 뜬 ‘실물뜨기’로 획기적인 인물조각을 제시했다.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인체는 더 이상 조각 속에서 미의 표준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인체는 해체되고 파편화해 인간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전달하게 된다.부르주아의 ‘밀실 ⅩⅠ’은 바로 그런인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매일 오후1시,3시 전시설명회가 있다.입장료 어른 4,000원 초·중·고 학생 2,000원.(02)2259-7781. 유상덕기자 youni@
  • 급한 용변 ‘응가방’으로 오세요

    ‘도심에서 급한 용변,‘응가방’에서 보세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첨단시설을 갖춘 무인자동화장실 ‘응가방’이 설치된다. 서울 중구와 종로구는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 등 국제행사에 대비해 다음달 말까지 관광객 발길이 잦은 태평로2가삼성생명 빌딩 앞 보도와 제일은행 본점 앞 광장에 ‘무인자동공중화장실’을 설치키로 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2.2m 및 1.6m,높이 3m,바닥면적이 1. 2평 크기인 응가방은 태화정공㈜(사장 손석기)이 제작했으며,첨단 자동세척 및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설치비용이 7,596만원에 달한다.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된다.출입문에 설치된 투입구로 100원짜리 동전 1개를 넣으면 문이 열리면서 음악과 함께 우리말 및 영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고 방향제가 분사된다.3개의 변기가 회전하는 시스템으로,볼일을 본 다음엔 변기와바닥이 뒤로 돌아가고 세척된 상태로 대기 중인 것이 앞으로 나온다.1회 사용시간은 10분이지만 연장 가능하다. 실내 온도는 겨울 섭씨 22도,여름 20도로 자동조절되며,고장시 제작회사측에 리얼타임으로 통보돼 바로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손 사장은 “새 화장실의 강점은 호텔 화장실 못지 않게청결하다는 것”이라며 “유럽에선 이러한 화장실이 이미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최종길교수 타살’ 증언 파장

    '의문사 1호'. 서울대 최종길 교수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타살됐다는 진술이 중정 핵심 관계자에게서 나옴에 따라 이 사건의 진상이 곧 밝혀질 전망이다. 최 교수가 타살된 것으로 최종 결론날 경우 당시 지휘계통에 대한 전면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 밝혀진 사실] 당시 최 교수를 수사한 중앙정보부 5국 핵심 관계자 A씨는 “최 교수가 숨진 직후 직계 부하 B씨로부터 ‘조사관들이 최 교수를 건물 밖으로 나 있는 7층 비상계단으로 끌고가 밀어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B씨가 “”사건 발생 직후 동료인 수사관이 (나를) 비상계단 쪽으로 데려가더니 양손으로 미는 시늉을 하면서 '(내가) 여기서 밀어버렸어'라는 말을 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최 교수가 가혹한 고문으로 가사상태에 빠졌거나, 이미 죽음에 이르러 수사관들이 자살로 은폐하기 위해 최 교수를 건물 밖으로 밀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의식이 있었던 최 교수를 건물 밖으로 던져 숨지게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중정은 “”조사를 받던 최교수가 화장실에 갔다가 동행했던 김모 수사관의 만류를 뿌리치고 소변기를 발로 딛고 창 밖으로 투신했다””고 자체 감찰 결과를 발표했었다. 규명위는 “중정은 조사 이틀째인 1973년 10월18일 최 교수에게 간첩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최 교수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명백히 중정의 공작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고문에 직접 참여했던 수사관 2명을 조사한 결과, 잠 안 재우기,모욕,무릎 사이에 각목을 끼우고 꿇리기,몽둥이 구타 등의 고문을 한 사실도 밝혀냈다. 규명위는 또 중정이 최교수에 대한 긴급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물론, 사망현장 검증조서 등을 검찰을 통하지 않고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사 전망 및 과제] 규명위는 중정 수사관들에 의한 의도적 살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건 공작 전모와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교수가 타살됐다면 이 사실이 당시 지휘계통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후락 부장 등 당시 중정 최고 간부들이 자살로 은폐하도록 지시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타살로 결론이 나도 공소시효가 지나 당시 중정 간부들을 국내법으로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김형태 상임위원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처벌 가능한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적용 배제 국제조약’을 적용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 ■최 교수 아들 광준씨 “의문사 진상 이번엔 밝혀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국가가 스스로 아버지의 타살 사실을 고백해야만 그동안 쌓인 우리 가족의 한도 풀릴 수있습니다.” 최종길 교수가 지난 73년 중앙정보부 수사관에 의해 떠밀려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10일 최 교수의 아들 광준(光濬·37·경희대 교수)씨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이같이 절규했다. 최씨는 “정부가 지난 28년 동안 이 사건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의문사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만이비뚤어진 우리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은 아버지를 고문했던 중정 수사관들에 대한 미운 감정마저 사라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만 죄인을 용서하고 싶어도 누구를 용서해야 할지 모르는 현실이 갑갑하다는 말로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토로했다. 최 교수의 사망사건 당시 9살이었던 광준씨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이틀 전 건장한 체격의 중정 수사관 두명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곧 집에 오실거야’라고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면서 “진실은 100%밝혀야 진실이지 일부만 밝히는 것은 진실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산업연구원 업종별 전망/ 2002년 산업기상도 ‘맑음’

    내년 우리 경제는 통신기기·자동차·일반기계 등에서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산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내년도 업종별 경기전망을 소개한다. ◆자동차=수출 및 내수 증가에 힘입어 자동차 생산이 올해보다 6.0% 증가한 316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내수는올해보다 4.2% 증가한 149만대,수출은 5.7% 늘어난 167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통신기기=정보통신서비스시장은 무선데이터 및 IMT-2000 서비스가 본격 시작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통신기기 및장비·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13.2%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계=수출 및 내수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 4.5%,하반기 6.5% 등 연간 5.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전년 대비 10.4% 늘어난 1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특히 대미 건설중장비·방위산업·공작기계 등의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가전=월드컵 특수,디지털 방송 본격화,디지털가전 가격하락 등에 힘입어 생산증가율이 5.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수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하겠지만 수입도 6.7%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미 테러사태 이후 세계 해운산업의 침체와 국내 업체들의 수주전략 변화로 선박 생산은 올해보다 3.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가동차·가전의 생산 회복으로 합성수지는 호조가 예상되나 합섬원료와 합성고무의 침체가 이어져 성장률은 2%에 그칠 전망이다. ◆섬유·컴퓨터·일반전자=섬유는 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은 내수 호조와 수출 회복으로 3% 증가한다.컴퓨터는 노트북PC 등 포터블 컴퓨터와 DVD-ROM드라이브 등 고부가 주변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성장률이 올해보다 1.4% 늘어날것으로 보인다.일반전자부품도 생산 및 수출이 올해보다각각 4.3%,4.4%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광삼기자 hisam@
  • 한마디/ ‘의협 정치선언’은 얄팍한 계산

    ■전문가 집단의 정치운동은 그 목적이 국민복리에 도움이돼야 하고 개혁적이어야 한다.단지 집단의 이익에 급급하여서는 도덕성도,성과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다.의협의 정치선언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전문가 집단의 사회인식에 절망감을 느낀다.정치적 격변기인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통해 확정되지도 않은 ‘표’를 이용해 스스로의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엿보이기 때문이다.(의협의 정치세력화 선언에 대해 한 시민이 보건복지부 게시판에 올린 글). ■강원도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구실로 동강상류에 대규모스키·골프리조트를 건설한다고 합니다.국내 최대규모로 짓는다고 하니 그 많은 오폐수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각종 레포츠로 인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실정인데 리조트까지 짓는다면 동강은 ‘똥강’이 될 것입니다.(‘동강살리기’라는 아이디로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 ■부산항만연수원에서 항만장비 교육을 받고 수료한 사람입니다.갠트리크레인,지게차,기중기,양하장치 등 6개월간 많은 교육을 받았고 항만에 투입되면 언제든지 최고의 기량으로일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가는 곳마다 돈과 ‘연줄’을 요구하니 저처럼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도대체 항만에 들어갈수가 없습니다.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돈받고 넣어주고 이래서 되겠습니까.(해양수산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최기사’의 글)
  • [만나고 싶었습니다] 조완규 前 서울대 총장

    “서울대는 ‘실사구시(實事求是)’보다는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격변기인 87년부터 91년까지 드물게 4년 임기를 채운 조완규(趙完圭·73) 전 서울대 총장.조 전총장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젊은 사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현재 가지고 있는 직함만 해도 대학총장협회 이사장,한국생물산업협회장,국제백신연구소장,‘과학사랑 나라사랑’ 이사장 등 4개나된다.직함을 다 못적어 명함을 두장을 쓴다.나이 많은 사람이 욕심부린다고 할까봐 여기저기서 함께 일하자는 요청을사양했는데도 그렇다고 했다. 최근 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해 생물산업협회가 주최한 ‘바이오 코리아’라는 국제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건물안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침마다 관악산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조 전총장을 뒤따라 다니기에도 힘이 들었다. 조 전 총장은 현재 서울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사견을 명쾌하게 밝혔다. 장기 발전계획으로 추친하고 있는 로스쿨,MBA,의학전문대학원은 ‘미국식직업교육’이라며 서울대가 할 일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우선 사람이 돼야 의사나 법관이 될 수 있습니다.법전만외울 것이 아니라 먼저 교양을 배워야지요.” 지금은 법학,경영학 등이 각광받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기초분야의 인력을 키우는 것이 서울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현실에 영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계열별 모집을 할 때 몇년동안 대기과학과에는지원자가 없었습니다.돈과 전혀 상관없고 인기도 없지만 나라에 꼭 필요한 구석진 분야의 인재를 서울대가 키워내야지요.사립대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조 전총장은 “자율 체제는 대학의 사활 문제”라고 말했다.92년부터 1년여동안 교육부장관을 역임했던 조 전총장은 장관 시절 대학 담당 실·국장들에게 대학 업무에 절대 간섭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 총장들이 편히 대학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학의 운영 주체는 총장이 아니라 교수”라면서 “교수들의 통일된 의견이 따르지 않는 한 총장이 대학을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찢어지게 가난해도내 자식만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이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대학을 나와야만 취업기회라도 주어지는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29선언 직후 학내외의 위기를 잘 넘겨 ‘소방수 총장’이라 불리기도 한 조 전총장은 동물학 교수로서 35년 동안서울대에서 봉직했으며 자연과학대학장,부총장,총장,교육부장관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92년 서울대 명예교수로 교단에서 은퇴한 뒤에도 대학평가인정위원회 위원장,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광주과학기술원이사장,한국대학총학장협회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으로 일하며 현직 교수로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
  • 만성변비·지나친 음주…치질 부른다

    평소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연구하느라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대학원생 K씨(31). 그는 일주일 전부터 항문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고 며칠 전부터는 그런 느낌이 더 커졌다. 뭔가 이상해서 항문 옆을 만져보니 콩알만한 혹이 생겼다. 항문도 전체적으로 조금 볼록하게 나온 것 같았다. 혹이 생긴 첫날은 통증이 없었으나 다음날부터 따가움과 함께 약한 통증이 느껴졌다.좌욕을 하니 아픔이 사라지고 혹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K씨는 항문에 뭐가 났다는 게 찜찜해 빨리 없애고 싶기만하다.그러나 변비나 설사가 없이 변을 정상적으로 보는 만큼 그대로 놔두는 게 더 나은지 수술을 하는 게 좋은지 걱정이 돼 인터넷으로 의사에게 문의했다. 항상 업무에 바쁜 40대 중반의 회사 임원 S씨는 배변 때 가끔 출혈이 있었으나 별 통증이 없어 인근 약국에서 연고를구입해 발랐다. 약을 바르면 며칠 동안은 상태가 좋아지지만 다시 출혈이생겼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통증도 약간씩 느껴졌다.수술이 두려워 주변 사람 소개로 주사를 맞아봤지만 그것도 효과가 잠시였다.결국 전문의의 진찰을 받은 뒤 항문 안쪽에 생긴 혹 덩어리를 잘라냈다. 한원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등 이런저런 원인으로 항문 주위에 분포된정맥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울혈(鬱血)이 생기고 이것이덩어리로 굳어지는 병이 치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덩어리가 항문 안쪽에 생긴 것을 암치질,바깥쪽에생긴 것을 수치질,항문 안팎에 모두 생긴 것을 혼합치질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성옥 고대 안암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치질을 일으키는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만성 변비와 설사,임신과출산,항문 주변 위생 불량,폭음(暴飮),자극성 음식 과다 섭취 때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출혈 증상이 있을 경우 혹시 직장암 등 다른 병일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조언했다. 아울러 “통증이 심하거나 튀어나온 덩어리가 커 생활에 불편을 느낄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치질 기미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지면 아침에 대변을 보는 습관을 기르고 너무 오랜 시간동안 앉은 자세를취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충고했다.그는 “적절한운동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고 변비 및 설사는 그 즉시 치료해야 한다”면서 “목욕과 좌욕은 치질의 특효약이므로 배변후 좌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치질 예방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변기에 오래 앉아 있을수록 항문충혈이 심해지면서 항문 피부가 조금씩 늘어나 항문주변이 지저분해진다”면서 “5분이내의 짧은 시간에 배변을 하고 남은 느낌이 있어도 끝내고 나온 뒤 가능하면 다음날 아침에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항문 밖의 혹 덩어리(치핵)가 저절로 항문안으로 들어가는 단계에서는 온수좌욕만 해도 항문의 청결과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서 “연고나 좌약을 삽입하는 보조적 치료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으로 치핵을 밀어 넣어야만 항문내로 들어가거나 항상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는 외과적 수술을 한다.한교수는 “최근 레이저 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나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이 일반 절개술보다 효과가 크게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상덕기자 youni@. ■치질상식- 치루 10년이상 방치땐 암 우려. [수술 후 통증이 심해 겁난다] 과거 마취기술이 다소 떨어져 통증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후 3일간 항문부를 무통 상태로 만드는 마취술이 개발되어 통증을거의 느끼지 못한다. [치질이 장기간 지속되면 직장암이 된다?] 치질과 직장암은완전히 다른 질환이다.따라서 치질이 직장암으로 발전하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출혈,잦은 변의(便意) 및 배변 이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변의 굵기가 갑자기 가늘어지는 등 치질이 심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 직장암과 유사하기 때문에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전문의라면 5분이내의 간단한 검사로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다만 항문 주위에 고름이 생긴 뒤 터져 흘러나오고 고름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인 치루를 10년 이상 방치하는 등 만성화할 경우 치루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재발이 잘된다고 하던데] 보통 수술치료 후 재발률은 5% 정도이다.재발하는 경우는 수술 전 환자가 가졌던 치질의 발생요인이 소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끄러워 어떻게 병원가요.그냥 참지 뭐] 특히 여성의 경우 치질은 병이 생긴 곳을 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그러나 항문병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게서도 많이 걸리는 병으로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이다.한편 대항병원이 항문질환 증상을 느끼고 수술을 받기 위해 이 병원을 찾은 남여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결과,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가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는 응답 비율이 42.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34%)보다는 여자(55.8%)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10년이상 항문질환을 조금씩 느끼면서 취한 행동은 ‘그냥 참았다’ 55.8%,‘민간 요법을 썼다’ 11.9%인데 비해 ‘병원을찾았다’는 18.8%에 불과해 발병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이상 참았다가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출혈 86%,통증 86.8%,탈항 82.6% 등의 증세를 보였다. 유상덕기자
  • 이재수 ‘컴배콤’ 판매·방송 금지

    ‘값싼 흉내는 패러디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공현 부장판사)는 2일가수 서태지가 “내 노래 ‘컴백홈’을 왜곡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서 ‘컴배콤’을 부른 음치가수 이재수 등을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이에 따라 ‘컴배콤’의 음반과 뮤직비디오는 판매 및 방송이 금지된다.서태지 승소 판결문의 골자는 “패러디로 보호되는저작물은 원 저작물에 대한 비평과 풍자인 경우로 이재수의 ‘컴배콤’은 원곡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해패러디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서태지는 이재수의 ‘컴배콤’과 관련,노래 제목이 글씨만 틀릴 뿐이며 이재수가 입에 반창고를 붙이고‘컴백홈’을 그대로 따라한 노래가사 역시 발음이 ‘조잡하게’ 달라졌을 뿐 같은 노래라며 저작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특히 자신과 똑같이 분장한 이재수가 휴지를 들고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 내용은 인격권침해라고 분개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서초구, 장애인 버스정류장 15곳 설치

    “장애인 전용 버스정류장이 들어서 딸이 셔틀버스를 타기가 쉬워졌고 넘어지는 일도 결코 없을 것 입니다.” 장애인 딸을 둔 40대 한 여성이 24일 서초구청앞에서 최영군(崔榮君) 서초구청 교통행정팀장에게 이같이 말하며 눈물까지 내보였다. 서초구는 최근 강남대로 영동중학교앞 등 15개소에 장애인 전용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특히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보도턱을 과감히 없앴고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과 대기용의자 등 편의 시설도 마련했다. 장애인 전용 버스정류장은 내곡동 다니엘학교,곤지암 성분도복지관 등 특수학교로 통학하는 200여명을 위한 것. 비록 소수가 이용하지만 장애인에게는 교통사고 위험이나승·하차의 어려움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서초구는 또 구립 잠원어린이집 개원을 앞두고 장애인이직접 시설을 점검하는 ‘장애인준공검사제’를 실시하기로했다. 장애인들이 출입구와 경사로,계단,승강기,대·소변기,주차장,세면대,훨체어리프트 등을 준공검사전에 미리 이용해보는 것. 서초구는 미비하거나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이를 개선해야만 준공검사를 내줄 방침이다. 최용규기자 ykchoi@
  • 테러후 미국…예배당 ‘빽빽’ 음식점 ‘텅텅’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국 사회가 테러공격으로 문화적격변기를 맞고 있다.국가안보에 대한 우려와 경제적 파장만 일으킨 게 아니라 종교·사회·기업 등 각 분야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신적 충격은 미국 시민들의 발길을 교회로 이끌고 있다. 지난 14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미 전역에서 치러진 기도행사에는 무신론자들도 대거 참여했으며 각 예배장에는 새로운 ‘신도’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신과 치료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특히 가족들이테러를 당하는 악몽에 시달리다 불면증을 겪어본 성인남녀의 비율이 50%에 육박한다.워싱턴대학 정신과 전문의 캐럴노스 박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하며“테러 장면이 어린이들의 기억에 남아 향후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광수요가 줄면서 호텔과 음식점 등의 예약문화도 흔들린다.예약이 필수인 주말조차 손님이 없어 아예 예약을 받지않는 업체들도 잇따르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시장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온 기업문화에도 변화가 일고있다.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항공산업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150억달러 지원은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손을 내미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국토사랑 글짓기’ 개인부문 수상작 요약

    20일 발표된 제6회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 대회 심사결과에서 개인부문 금상을 받은 1편과,은상을 수상한 2편 등 모두 3편을 요약한다.이 작품들은 삶의 터전인 우리 국토를 사랑하는 마음과,국토 및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애정을 가득담고 있다. ■금상 ‘작은실천 큰 희망’ (강승화·서울거원초등5). 햇볕이 쨍쨍한 8월의 여름날.우리 가족이 소래포구에서 회를 먹고 어시장 구경을 하는데 방파제 벽 쪽으로 작은 고기들이 너무 많았다.새끼숭어라고 했다.너무 작고 예뻐서 다 먹은 음료수 PET병 속에 5마리를 담아서 가져왔다.시간이 흐를수록 한 마리씩 기운을 잃어가더니 집에 도착해서는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그리고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우리는 항상 옆에 물이 넘쳐나고 흔해서 그것을 모른다.하지만 새끼숭어처럼 우리도 살던 물을 떠나서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이다.나는 작은 물고기 새끼숭어를 통해 물의 소중함을 배웠다.속해 있으면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며,언젠가 물 밖으로 나와서야 새끼숭어처럼 죽어갈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우리 가족은 모여 앉아가족회의를 했다.첫째,설거지는 무공해비누로 하며 머리를샴푸가 아닌 비누로 감기로 했다.둘째,음식물 찌꺼기가 물의 오염이 된다고 하니 음식물은 남기지 않고 줄이는데 노력하기로 했다.셋째,양변기에 벽돌 두 장을 넣어 물을 아끼기로했다.넷째,빨래를 모아서 하며 작은 것은 우리 스스로 비누로 빨기로 했다.다섯째,방학중 계곡으로 놀러가서는 절대로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며 밥은 해먹지 않기로 했다.여섯째,생수를 사먹지 않기로 했다. 아빠가 어느 책에서 보셨는데 생수공장들이 수질(환경)오염에 앞장선다는 것이다.나 스스로 다짐해 본다.물을 물 쓰듯쓰는 것이 아니라 돈처럼 생각하며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겠다.소래포구의 자그마한 숭어들을 통해 크고 귀한 교훈을 얻은 유익한 여름방학이었다.작은 실천 큰 희망을 기대해본다. ■은상 ‘나는 자연입니다’ (권기홍·강원평원초등6). 나는 자연입니다.옛날엔 참 좋았지요.모든 사람이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고 보호해 주었으니까요.그러던 어느 날 공장이라는 것도 세워지고 굴뚝으로 쾌쾌한 연기가 내뿜어졌어요. 자동차에서는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저를 사랑해주던 사람들도 저를 괴롭히는 일만 하지 뭐예요.저는 무척 화가 나서스모그 현상을 만들어냈죠.매연이 모두 도시를 둘러싸게 해서 여러 명의 목숨도 빼앗아 갔죠.나를 보호하자는 소리가높아졌죠.옛날처럼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주고 나도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갖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답니다.나를 보호해 주려고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거든요.어제 조그만 아이 둘이 엄마를 따라 봉지를 두 팔에 가득 안고 왔어요.조그만 아이가 쓰레기를 분리된 통에 가려 넣기 시작했어요.그것뿐이 아니었어요.아무 말 없이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아저씨들도 보았거든요.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그냥 먹고,누가 다녀가도 늘 깨끗한 숲,사람 가까이 다니는 귀여운 동물들….이런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요?. ■은상 ‘재미있는 숲 체험’ (양예수·서울옥정초등3). 책에서 열대우림이 점점 파괴되어 동ㆍ식물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읽고 숲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산음자연 휴양림에 숲의 소중함을 체험하러 갔다. 해설가의 설명아래 숲길을 지나며 신선한 공기와 피를 맑게해 준다는 음이온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유리딱새와 비슷하게 생긴 새가 맛있게 지렁이를 먹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식사시간이었나본데 방해를 해서 미안했다.도중 시냇물 소리와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리를 냈는데 자연의 음악회같았다. 숲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원이며 숲은 바로 천연공기정화기이자 정수기이며,녹색댐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 이번 숲체험을 하고 나니 숲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되었다.자연을 보호하면 그 대가가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떠올리며 우리의 푸른 숲을 가꾸도록 노력할 것을스스로 굳게 다짐,또 다짐했다.
  • [50대 국가요직 탐구] (29)노동부 근로기준국장

    근로기준법을 총괄하는 노동부 근로기준국의 역사는 노동행정의 ‘변천사’라고 할 수 있다. 53년 5월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지난 96년 12월 ‘노동법파동(6차개정)’을 포함,11차례의 크고 작은 개정과정이 있었다.정치적 격변기마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또 노동·산업정책 변화에 따라 대폭 손질됐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절과 고도성장기엔 개별 근로자의 집단행동을억제하는 정책이 중심이었다.하지만 87년 ‘6·10 민주화운동’과 ‘6·29선언’이 노동정책의 획을 그었다는 것이 정설이다.민주화 욕구 분출에 따라 집단행동의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고 각종 근로기준과 권익보호가 강화된 것이다. 반면 근본적 변화는 96년 12월 ‘노동법 파동’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정리해고 도입 등 처음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로 큰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근로기준국도 1개과(근로기준과)에서 시작,현재 근로기준과와 임금정책과·근로복지과·산재보험과 등4과의 핵심국으로 성장했다. 근로기준국의 사령탑인 근로기준국장은 노정국장과 함께노동부의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노정국장이 노사관계를 총괄하는 자리라면 근로기준국장은근로자의 권익향상과 복지확충을 위한 핵심적 정책 입안자다.이외에 노동현장에서 사법경찰의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 1,000여명을 지휘·총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산업현장의 질서유지를 위한 사령탑도 겸한 것이다. 앞으로 헤쳐갈 업무도 산적해 있다.우선 지식기반 경제에부응하기 위해 선진적 근무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최대 현안은 근로시간 단축,즉 주5일 근무제 도입이다.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마지막 협상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수년전부터 근로기준국을 중심으로 법적·행정적 준비작업이진행돼 왔다. 역대 근로기준국장은 치밀한 기획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정책통’들이 즐비하다. 유용태(劉容泰)현 장관은 노동청 당시 42세의 나이로 근로기준관(국장)을 역임,화제가 됐지만 한달만에 5공(共)정권의 공무원 ‘숙정작업’의 희생자가 됐다. 김상남(金相男)전 차관은 근로기준법의 행정 지침을 정리하면서 현장에서의 근로자 권익보호를강화시켰다는 평이다.조순문(曺舜文)전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의 경우 탄력적근로시간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의 법제화 작업을진두지휘했다. 뒤를 이은 손경호(孫京鎬)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사장은노동시장 유연화를 산업현장에 착근(着根)시키고 정치화(精致化)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정병석(鄭秉錫)중노위상임위원과 박길상(朴吉祥)청와대비서관은 복지기본법 입안과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산파역’으로 동분서주했던 인물이다. 21세기형 지식경제 시대에 맞춰 근로기준의 새로운 틀을입안하느라 노심초사 중인 백일천(白日天)현 국장은 주5일근무제 도입의 ‘마무리 투수’역을 수행하고 있다. 오일만기자 o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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