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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우수도서 11개 분야 420여종 접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3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지원 사업계획’을 21일 발표했다. 선정 대상은 우수 도서는 올 2월 28일, 교양 도서는 7월 31일을 기준으로 1년 전에 출판된 책으로, 선정되면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병영도서관·도서벽지 학교 등 3000여 곳에 배포한다. 올해 선정될 우수 도서는 학술도서 220여종, 교양도서 420여종 등 총 640여종으로, 총류와 철학·종교·사회과학·순수과학·기술과학·예술·언어·문학·역사·아동·청소년 등 총 11개 분야다. 우선 학술도서는 오는 25일부터 4월 12일까지 신청을 받아 6월 27일 결과를 공고한다. 교양 도서는 오는 7월 31일~8월 16일 신청을 받아 10월 24일 결과를 발표한다.
  • ‘몸 바쳐’ 돈 벌어오던 형이, 엄마를 죽였다

    ‘몸 바쳐’ 돈 벌어오던 형이, 엄마를 죽였다

    살인 사건이었다. 13평 아파트에 사는 중년의 변계숙이 살해됐다. 범인은 볼링공으로 내려쳤다. 범인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주변을 돌아다닌 터라 7명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고 15분 만에 잡혔다. 현장검증에서 범인은 거침없이 자신의 범행을 재연했다.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라는 말을 살해 직전 변계숙에게 건넸다고 했다. 신문 1면 헤드라인은 ‘후안무치한 살인범 춤추듯 현장으로’로 채워졌고, 2면과 3면 사진은 ‘태연자약하게 범행 재연 반성의 기미 전혀 없어’가 됐다. 현장검증이 끝나 사진기자들과 형사들이 사라진 살해 현장, 아파트에는 락스와 향균스프레이, 수세미를 든 조인호가 서 있다. 조인호는 변계숙의 아들이다. 또한 범인은 조인호의 형이다. 여기까지 읽고서 존속살해를 당한 피해자이자 범인의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조인호의 굴곡진 인생이 등장하려니 했다. 그러나 안보윤(32)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모르는 척’(문예중앙 펴냄)의 주인공은 조인호의 네 살 위 형, 어머니를 살해한 조인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신문 사회면에 있을 법한 보험 사기라는 것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그러니 이야기의 대강과 결말도 윤곽이 잡히는 듯했지만 예단은 어긋났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형제의 심리적 갈등과 편애가 낳게 되는 병리적인 감정, 착한 자식이자 가장으로 길러지는 맏이의 운명, 제대로 살고 싶은 가난한 사람들의 욕망 등이 ‘자본주의적 폭력’과 뒤얽혀 굴러가기 때문이었다. 어느 집이나, 어느 집단이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너 아니면 안 돼’라는 마법 같은 주문에 휘둘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사람들은 산다. 그런데 헌신적인 사람들은 어느덧 그 주문에 휘말려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 하나 고생하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며 각오를 다진다. 그런데 그들의 헌신은 고작 ‘제가 좋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해된다. 전업주부였던 변계숙의 가족은 가장인 아버지가 돌연사한 탓에 가난한 P시로 흘러왔고, 무능한 엄마 대신 12살의 맏아들이 가장 역할을 떠맡았다. 머리를 벽에 짖이기고, 망치로 발가락뼈를 부러뜨리며,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려 206개의 뼈가 모두 조각조각 났는데도 인근은 말한다.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의 범죄의 기원은, 근친살해의 기원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까. 부모가 동반자살해 절집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었던 석문정은 이런 잔혹하고 매정한 상황을 적시한다. “제일 나쁜 건 있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당장 나한테 이득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려. 못 이기는 척, 모르는 척 받아들이게 돼. 그게 좀 더 지나면 당연해져 버리는 거야.”(201쪽) 가난하고 남루한 P시 청소년의 대화도 암담하다. 가난은 뿌리가 깊다. “아빠가 시멘트 개고 엄마가 벽지 바르고 내가 벽돌 나르면 알콩달콩 신도 나겠다, 씨발. 노가다가 가업이라니 끔찍하잖아.”(207쪽) 왜 제목이 ‘모르는 척’인가. 사실 우리는 헌신적인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고 영악하게 부려 먹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32살의 젊은 작가가 묻고 있다. 우리는 또 무엇을 모르는 척 회피하고 있는지 큰 바늘로 쑤시는 듯하다. 같은 사실을 처한 상황과 인지 수준에 맞게 이해하는 인근과 인호의 엇갈리는 서술은 영화 ‘오! 수정’이나 소설 ‘산체스의 아이들’을 떠올린다. 작가는 2005년 문학동네 작가상으로 등단해 2009년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받았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삼성그룹 교육기부 ‘드림클래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삼성그룹 교육기부 ‘드림클래스’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사는 조유리(15·이원중 2년)양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아주 특별했다. 유리는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산과 들판뿐인 곳에서 자랐다. 시내에 가려면 30분 이상 버스를 타야 했다. 빌딩숲과 혼잡, 그리고 ‘학원순례’에 진저리를 친다는 대도시 학생들의 얘기가 때론 부럽기도 했다. “나도 대도시의 유명 학원에서 영어·수학 과외를 받아봤으면….” 가뜩이나 영어와 수학 실력이 부족한 유리의 꿈이었다. 그런 유리가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에 있는 연세대학교에서 지난 1월 3일부터 23일까지 3주 동안 합숙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어와 수학만 공부했다. 교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학교 재학생이었다. 지난달 22일 연세대 새천년관 2층의 한 교실. 이른 아침 수학수업이 한창이었다. “필수 예제 1번 다시 해봐. 거기서 무리수만 찾아봐. 이거 꼭 외워야 되는 거야.” 선생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2열 두 줄로 나눠 앉은 10명의 여학생들은 칠판과 책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필기 중이었다. 같은 달 3일부터 시작된 겨울방학캠프의 마지막 수업날인 데다 오후에 평가시험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진지했다. 노란색 상의를 맞춰 입은 여학생들이 뿜어내는 학구열이 금세 전해져 왔다. 그토록 받고 싶었던 영·수 과외(?)였지만 정말 지겹게 공부를 했다. “아우, 정말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요. 숙제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에요. 그런데 너무 재밌어요.” 자동반사처럼 불만부터 튀어나왔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잘 가르쳐 주신다”며 유리는 눈을 반짝였다. “캠프 입소 때 평가시험을 봤는데 중학교 3학년 과정이 나와서 사실 거의 다 찍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오늘 시험은 잘볼 것 같아요.” 부쩍 자신감이 붙은 목소리였다. 유리가 참여한 ‘겨울방학캠프’는 같은 기간 연세대 외에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에서도 열렸다. 대상은 경기·경북·전북·충남·충북 등 지방의 오지에 있는 중학생으로 모두 1300명이 혜택을 받았다. 강사로는 430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한 반은 학생 10명에 대학생 강사 3명(수학 1명·영어 2명)으로 구성됐다. 이 캠프는 삼성그룹의 교육기부 사업인 ‘드림클래스’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8월 서울대에서 시범적으로 열렸던 여름방학 캠프의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자 이를 확대한 것이다. 도서벽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각종 교육혜택에서 소외되고, 진학과 장래에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를 조금이나마 탈피하기 위한 시도다. 일단 효과는 만점이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고 성적 향상에도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했던 한 남학생은 이후 학급에서 줄곧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의 전교 석차는 86등, 100등씩 껑충 뛰어 학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학생의 담당 교사는 “성실하긴 했지만 급식 지원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으로 아토피 피부염까지 있어 늘 소극적이었는데 방학캠프 이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드림클래스 사무국 측에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등반객·동식물 지키는 설악산 구조대

    등반객·동식물 지키는 설악산 구조대

    23~24일 밤 10시 45분 EBS 극한직업은 ‘설악산을 지키는 사람들’ 편을 방영한다. 해발 1708m의 높이를 자랑하는 설악산은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1년 내내 흰 눈이 덮여 있다 해서 설악이란 이름이 붙은 이 산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대한민국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다. 추운 겨울날에도 눈 내린 설악의 절경을 보려는 탐방객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혹독한 추위는 모든 것을 다 얼려버린 상태. 이럴수록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설악산구조대 사람들이다. 정확한 명칭은 설악산국립공원의 재난안전관리과 팀원들. 혹한의 추위가 밀려올수록 일터인 중청대피소까지 3시간에 걸친 출근을 감행한다. 눈보라에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살을 에는 듯하지만 포기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올라가면서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 가며 등반객들을 위한 길을 확보해야 한다. 거기다 요즘은 신종 레포츠로 빙벽타기까지 있다. 안전을 위해 이들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의 기준을 누가 정하겠는가. 이들이 빙벽에 오르기 전 미리 빙벽에 올라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생기는 환자들. 등반객 한 명이 대피소를 찾아온다. 가슴과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는데 이 사람의 상황을 확인하고 어떻게 하산시킬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인다. 구조대 사람들은 등산객뿐 아니라 동식물도 챙겨야 한다.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보니 희귀 동식물들이 제법 있기 때문.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팀은 이들 등산객을 관찰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산양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산양이란 놈은 고약하게도 지형이 험하고 가파른 고산 암벽지대에 산다. 그래서 산양의 상태를 확인하려면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중학교 자유학기제 3월 시범실시

    이르면 오는 3월부터 필기시험 비중은 줄이고 수행이나 토론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자유학기제가 서울 시내 중학교에 시범 도입된다. 고등학교 교육은 도서·벽지 지역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 교육이 실시된다. 2014학년도 선택형 수능시험은 예정대로 실시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 계획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보고의 핵심은 중학교 한 학기에 필기시험 부담을 없애고 학생들이 토론, 실습 체험 등의 활동을 통해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하는 자유학기제 도입과 고교 무상교육이었다. 오는 3월부터 서울 시내 중학교에서부터 시범 실시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지필고사 전면 폐지로 인한 학력 저하 우려를 감안해 주요 과목은 수업을 진행하고 지필고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수행·토론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지필고사를 폐지할 경우 평가 공정성 시비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고교 무상 교육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2014년 도서·벽지 지역을 시작으로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 전면 실시하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21.2%대로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입제도 간소화의 경우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 위주라는 큰 틀을 정해 놓고 각 대학의 가중치나 전형 요소 등을 제한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박 당선인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지원서 한 장으로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공통 원서 접수 시스템’도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오는 11월에 실시하는 ‘선택형 수능’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요 대학과 진학 교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입시제도 변경은 3년 전에 공지하도록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자유학기제·고교 무상교육 실현 중점

    교육과학기술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과학 공약 현실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및 시행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으로 인해 차기 정부에서 조직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15일로 예정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 정권 교체기의 업무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교과부는 일요일인 13일 오후 1·2차관 주재로 과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어 인수위 보고 내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자유학기제와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교과부는 진로 탐색에 집중할 기회를 주는 자유학기제의 경우 지필고사 축소와 단계적 시행안을 마련했다. 해당 학기 전체의 지필고사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일으키고,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진로 탐색 보고서 등 수행평가 비중을 늘려 일부 지필고사를 대체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실시 시기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오는 3월부터 ‘중 1 시험 부담 완화 시범학교’를 운영하기로 한 만큼 교과부는 2학기에 전국 시범 학교를 지정하고 내년 1학기에 확대하는 방안 등 점진적 실시로 가닥을 잡았다. 고교 무상교육 역시 단계별 확대안을 마련해 보고할 계획이다. 2014년 도서·벽지 지역의 고교생의 등록금과 교과서비·학교 운영 지원비를 우선 면제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전국 고등학교 1~3학년 과정을 무상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과부는 고교 무상화가 완성되는 2017년부터 매년 3조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재원으로는 현재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21.2%까지 높여야 한다고 건의할 계획이다. 다만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복지 재원 확보 방안으로 겨냥하고 있어,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온종일 돌봄학교와 대입전형 간소화 등 다른 교육공약에 대한 의견도 마무리 단계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 1400여곳에서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온종일 돌봄학교를 대거 확대하는 동시에 현재 유료로 운영되는 방과후 놀이·체험 프로그램 무료화도 검토 중이다. 대입전형 간소화는 수시모집은 학생부 및 논술, 정시는 수능 위주라는 당선인의 원칙을 기본으로 추진된다. 과학 분야에서는 조직 개편과 우주개발이 핵심 이슈다.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교육 파트에서는 기초과학 연구분야와 대학 지원 기능을 교육부처에 남겨 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고, 과학 파트에서는 두 기능 모두 미래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놀이터 3곳중 1곳 환경 안전 ‘빨간불’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교실, 놀이터 등 어린이 활동공간 3곳 가운데 1곳은 환경 안전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전국의 어린이 활동공간 1000곳(실외 놀이터 700곳, 실내 활동공간 300곳)을 대상으로 환경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총 322곳이 환경 안전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진단은 2009년 3월 이전에 설치된 시설 중 자발적으로 진단을 의뢰해 온 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진단 결과 322곳(32.2%)이 환경 안전관리 기준을 벗어났다. 기준에 미달한 비율은 전년 대비 17.8%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기준에 못 미친 시설이 많아 진단사업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규모별로는 설치 면적이 1000㎡ 이상인 대규모 시설의 54.5%가 기준을 벗어나 규모가 클수록 기준 미달률이 높았다. 항목별로는 도료나 마감재의 중금속 환경 안전관리기준 수치(납·수은·카드뮴·6가크롬의 합이 0.1% 이하)를 초과한 실외시설이 243곳이나 됐다. 실외 놀이터 700곳 중 57곳은 금지된 목재 방부제를 사용했고, 57곳 모두 크롬·구리·비소 화합물계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고무 바닥재를 사용한 396곳 가운데 30곳은 중금속 기준 수치를 초과했다. 모래 등 토양으로 구성된 놀이터 477곳 중 66곳에서는 기생충이 검출됐다. 또한 금속·목재 등에서 일부 부식이 된 시설이 641곳(실외 510곳, 실내 131곳)에 달해 시설 관리자의 일상 점검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안전기준을 벗어난 정도가 심하고 영세한 19곳을 선정해 무료 개선사업을 벌였다”면서 “낡은 놀이기구에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고, 실내도 친환경 벽지로 교체해 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관계 부처, 지자체 등과 협조해 어린이 활동공간 진단 대상을 확대하고 노후시설, 취약계층 이용 시설 등을 중심으로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그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주기… 시민 3인, GT를 추모하다

    그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주기… 시민 3인, GT를 추모하다

    ‘민주주의의 큰 별’로 불리던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뜬 지 1년. 김 전 고문과 소소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에게 김근태는 정치인이나 투사라기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동네 형님처럼, 때론 큰 스님처럼 힘든 이에게 손을 내밀 줄 알았던 인간 김근태의 면면을 따라가 봤다. ●축구, 콧물라면 파랑새조기축구회 회장 오재일(47)씨에게 김 전 고문은 그저 ‘동네 형’이다. 조기축구회 초기 구성원으로 1996년부터 호흡을 맞춰 온 그는 지금도 경기 뒤 컵라면을 먹을 때면 김 전 고문이 생각난다고 했다. “참 소박한 사람이었어요. 요즘처럼 날 추울 때면 축구장 한 귀퉁이에서 같이 콧물 흘려가며 라면을 먹었던 생각이 나네요.” 조기축구회를 표로 여기는 일도 없었다. 오씨는 “그저 ‘회사는 잘 다니냐’ ‘애는 잘 크지’ 등 일상을 이야기할 때면, 이 사람이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란 생각은 전혀 안 들게 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공격수를 맡았던 김 전 고문은 승리욕도 엄청났다. “게임에선 몸을 전혀 아끼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앞으로 고꾸라져서 얼굴이 심하게 까졌는데 그냥 끝까지 뛰더라고요. 골 넣은 날에는 사모님에게 자랑하기 바쁜 순수한 면도 많으셨어요.” ●의원, 소탈함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 오히려 권위가 생기는 분이에요. 장관 때도 남모르게 외국인노동자 전용병원에 무료 배식하고 김장도 담그고 했으니까요. 정치인입네 하고 무게를 잡는 일 따윈 없죠. 그런 소탈함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감동을 줬을 정도입니다.” 20여년간 이주노동자들의 대부 역할을 해온 김해성(51) 목사 역시 ‘인간 김근태’의 품성을 칭찬했다. 김 목사는 2004년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병원을 설립할 때 신세를 졌다. “전문의 한 명 월급이 1000만원 정도라 공중보건의를 모셔와야 했는데 법이 가로막더라고요. 당시 시행령은 공중보건의는 도서벽지 등에만 파견할 수 있었거든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인 김근태씨의 도움으로 공중 보건의 5명을 배치했습니다. 덕분에 치료비가 없어 어처구니없이 죽는 이주노동자의 숫자를 크게 줄이는 계기가 됐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셨어요.” ●운동가, 헌신 한국원폭 환우회 김봉대(75)씨는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고 했다. 환우회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당한 한국인과 그 가족들이 모인 단체다. 피해 가족들에게 김 전 고문은 원폭피해자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준 첫 정치인이다.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경남 합천 복지회관에 내려왔어요. 추경 예산에 14억원을 편성해 복지회관을 증축해 줬고 덕분에 11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었죠. 피해 2세대까지 건강검진을 해준 것도 고마운 일이고요. 정치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되는 이들까지 외면하지 않았던 정치인이 그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정부, 코레일 공공서비스 보상액 삭감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공공서비스 보상금(PSO)액 일부 삭감을 통보했다. 철도운영 민간경쟁체제 도입, 관제권 국가 회수 등을 놓고 정부와 코레일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코레일의 반발이 예상된다.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올해 책정된 PSO 예산 304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불용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코레일에 보냈다. PSO는 코레일이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의 서비스(벽지노선 운행, 공공운임 감면, 특수목적사업비)에 대한 국가보상액이다. 정부는 교통약자에 대한 철도서비스 제공을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해마다 코레일과 PSO 계약을 맺고, 연간 3000억원 정도를 보상하고 있다. 국토부는 PSO 삭감 이유를 코레일의 회계 투명성 부재라고 밝혔다.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지난해부터 코레일이 경영성적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도 수차례 원가분석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정책관은 “국가 예산은 투명한 회계를 기반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코레일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인력운영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코레일은 2005년부터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PSO가 정산액 대비 78%인 58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한문희 코레일 경영기획실장은 “예산으로 책정된 PSO는 일단 집행하고 회계법인의 사후 검증 뒤 정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원가분석자료 공개와 관련해서는 “경영성적보고서가 코레일의 공격 자료로 악용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작성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원하는 내용의 원가분석 자료는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흰 석고에 금박 배꽃장식 알현실… ‘황제 품격’ 은은히

    흰 석고에 금박 배꽃장식 알현실… ‘황제 품격’ 은은히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사용하려다가 1910년 이후 ‘덕수궁 이태왕’(고종황제)의 거처로 전락했던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석조전(동관) 복원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3년 말 개관을 목표로 진행하는 덕수궁 석조전 복원공사의 75%가 진행된 3일 현재 복원상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모두 130억원이 투여될 복원공사는 1~3층, 옥상까지 훼손된 곳을 복원해 최대한 원형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옛날 기념사진과 신문 등의 보도사진, 일본 하마마쓰 시립도서관에서 찾은 평면도를 참고했다. 현재까지의 진척 상황을 보면 구조체는 모두 복원했고, 내부 실내장식만 남겨놓은 상태다. 흰 석고로 마감한 벽 상단을 쭉 돌아가며 금박을 물린 황금빛 배꽃으로 장식했고, 노란색 벽지를 바른 것처럼 보이는 벽은 손바닥으로 살짝 훑으면 보드라운 융기를 느낄 수 있는 모직천이 발라져 있었다. 이런 사치스러움은 황제의 품격을 드러내는 방식인 모양이다. 존재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던 3층 목욕탕과 화장실은 평면도에서 찾아 복원했다. 공사를 맡은 선혜종합건축 강석목 이사는 “천장이나 장식용 기둥의 소재가 나무인지, 돌인지 사진으로는 파악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일본 아카사카궁이나 영친왕 도쿄 저택 등을 참고해 보니 이미 20세기 초에는 나무나 돌 대신 석고를 많이 사용해 이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거실과 접견실의 벽난로는 고스란히 복원했지만, 건물 속을 관통해야 하는 연통 복원은 건물의 안전을 위해 포기했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는 처소와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같은 해에 영국 출신 총세무사 존 맥리비 브라운에게 석조전 영건(營建)을 발의했다. 1899년 영국인 존 레지널드 하딩의 설계로 1900년 공사에 들어가 1910년 완공됐다. 당시 구조체 공사는 일본이 담당하고 내부장식은 영국인 로벨이 했다. 석조전은 로코코 양식과 네오클래식 양식이 뒤섞인 것으로 화려하면서 우아하다. 석조전의 변형은 한국의 역사와 괘를 같이했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한 뒤 석조전은 훼손되기 시작했는데, 1933년 왕궁미술관으로 전용되면서 주요 내부장식과 구획, 창호가 변경됐고, 이때 굴뚝이 철거됐다. 1938년에 이왕가미술관으로 전용되는 과정에서 금박 장식이 훼손됐다. 1945년 해방 직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 장소와 유엔한국위원단 사무실 등으로 사용됐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방화로 내부가 소실되고 구조체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다. 1954년 육군공병단이 복구한 석조전은 1955년 국립박물관으로, 1973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1992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각각 사용됐다. 2005년 덕수궁관리소 등으로 활용되면서 더 많이 훼손됐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힘입어 2008년 복원이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훼손된 대한제국 황궁의 모습을 건립 당시의 모습대로 되살리고,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석조전을 가칭 ‘대한제국 역사관’으로 만들기로 했다. 복원되는 석조전은 1층에는 수장고, 전시실, 사무실이, 2층에는 홀, 알현실, 대식장, 소식당, 귀빈대기실, 전시실이, 3층에는 황제와 황후의 거실과 침실, 홀, 전시실이 자리 잡는다. 옥상에는 굴뚝과 장식물을 복원한다. 복원이 완료되면 현재 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종황제의 침대 등 유물이 석조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시선집중] 부당 체납액 조정·독거노인 생일상… ‘이웃 지킴이’

    ‘희망의 1대1결연 사업’에 참가하면서 동대문구 공무원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나눔과 봉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경험을 한다. 맑은환경과에서 근무하는 조석규씨는 지난 4월 이혼 후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결연자(한부모가정)로부터 약 120만원의 지역의료보험료를 체납한 뒤 통장을 압류당해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의료보험공단을 방문해 이혼 전 체납금액은 전 배우자와 분리해 감액 신청하고 현재 재산상태 등을 자세히 알려줬다. 덕분에 체납액 가운데 90만원가량을 감경받아 결연자가 계속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카카오톡을 통해 결연자와 안부를 나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계수씨는 한 달에 한 번 김모씨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5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월 100여만원의 소득으로 노모와 중고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집에 곰팡이가 피어도 벽지를 교체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이에 동료 환경미화원 13명이 함께 도배와 커튼을 교체해 줬다. 김씨는 두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봐주려고 한다. 공원녹지과 차승희씨는 3남 1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자녀들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어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결연자에게 자원봉사자와 함께 생일상을 차려드렸다. 올해 81세인 오모씨는 이날 평생 처음으로 생일상을 받아보았다며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유덕열 구청장은 “1대1 결연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 단순 지원에서 직업교육이나 일자리 알선 등으로 확대해 이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커버스토리-출구없는 농촌 空洞化] 출산땐 최대 1400만원 혜택… 은퇴 귀농인 집들이 지원…

    [커버스토리-출구없는 농촌 空洞化] 출산땐 최대 1400만원 혜택… 은퇴 귀농인 집들이 지원…

    ‘인구를 늘려야 살아남는다.’ 시골 지자체들이 인구 늘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양육비와 의료비, 대학 등록금, 장학금 지원 등 출산장려책은 기본이고 도시인을 상대로 귀농·귀촌을 독려하는 엑스포를 열고 홍보 책자까지 발간하며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주둔 군부대 장병들의 주소 이전까지 독려하고 나섰다. 인구가 늘어야 국가로부터 지원되는 교부세를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 공무원 조직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땅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귀농·귀촌 엑스포’를 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깝고 청정 환경을 간직한 강원 지역으로 도시 은퇴자들을 불러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수년 동안 실시해 오고 있는 관광농업과 체험 휴양마을들이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한몫했다. 전문 기술을 가진 도시인들을 농촌 지역으로 불러들여 농사만 짓는 시골 마을이 아닌, 쾌적한 도시형 부촌으로 농촌 마을을 만들겠다는 취지도 있다. 강원도에는 해마다 2000~3000명의 도시인들이 귀농·귀촌을 하고 있다. 해마다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군이 생산하는 생수병에 귀농을 홍보하며 은퇴 후 귀농하면 집들이까지 해주고 있다. 출산 장려를 통한 인구 늘리기 아이디어도 갈수록 진화하며 지원금도 늘고 있다. 도시도 나섰다. 대구시는 종전 셋째 자녀에게 주던 양육비 지원은 기본이고 불임부부 시험관 시술비 지원과 신생아 도우미 지원, 둘째 자녀 이상 어린이 보험금까지 지원하고 나섰다. 전남 함평군은 출산지원금으로 넷째 이상 자녀를 가진 가정에는 최대 1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완도군은 일곱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1400만원까지 지원한다. 완도군은 이 제도를 시행한 2010년에는 전년도보다 82명, 2011년에는 104명 등 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기 연천군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은팔찌를 선물하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군부대 장병들의 주소지 이전을 독려하며 전입을 유도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중부전선 최전방을 끼고 있는 강원 양구군은 제대 군인 정착지원센터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산하에 인구증가대책위원회까지 구성, 전입하는 가구에 2만원씩의 상하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지급하고 인구 늘리기에 공을 세운 공무원이나 민간인에게는 포상금도 줄 방침이다. 김영철 강원도 정책개발팀 담당은 “인구수는 곧 지자체의 근간이기 때문에 인구 늘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열악한 교육 환경과 일자리 부족은 정든 고향을 등지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정부는 마을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지원하는 한편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부터 영농조합·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 지원에 나섰고, 올해에만 국비와 지방비 각 100억원씩 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 781개 마을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286개 마을기업은 정부의 지원 없이 자립형으로 운영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부터 도서 지역에 ‘찾아가고 싶은 섬’ 사업을 펼쳐 20개 섬에 부두시설, 건물, 주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와 강원도 등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발전이 낙후된 접경지역 지원 사업도 활발하다. 여기에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 간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역 활성화 및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동화된 지역에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앞세운 전원학교 사업이 있다. 전남 31개교, 경남 22개교 등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104개교, 중학교 66개교를 운영 중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기숙형 중·고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는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도서 벽지에는 별도의 교사 정원을 책정해 선발하고, 장기 근무도 가능하도록 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떠나는 주민들의 발길을 잡기에는 부족하다. 심보균 행안부 지역발전정책국장은 “예산을 지원해 인프라를 갖춰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마을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도록 하는 것과 병행하지 않으면 든든한 토대를 쌓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 공동체의 자발적인 복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서울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커버스토리-출구없는 농촌 空洞化] “점심 먹을 곳 없고 자녀교육 막막… 살 자신 없었다”

    [커버스토리-출구없는 농촌 空洞化] “점심 먹을 곳 없고 자녀교육 막막… 살 자신 없었다”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청양에 애정은 있지만 도저히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청양군 공무원으로 있다가 몇 년 전 대전으로 전근한 김정기(37·가명)씨는 “총각 때여서 아파트에 살고 싶었는데 읍내에 10동 정도만 있고, 임대아파트가 많아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방이 허름했는데도 값을 높게 불렀다. 방을 찾는 사람이 적고, 꼭 거주할 사람을 상대해서 높이는 것 같다.”고 보았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전에서 6년간 출퇴근했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왕복 3시간이 걸렸지만 직장 동료 3명과 카풀을 했다. 김씨는 “읍내는 그나마 낫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할 때는 가게는커녕 음식점도 없어 부여나 공주로 밥을 먹으러 갔었다.”면서 “결혼하면서 아내도 원해 청양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청양군에서 근무하다 대전으로 간 이영찬(41·가명)씨도 “아이를 낳은 뒤 읍내에 변변한 인문계 고교가 없어 교육 문제가 걱정됐다.”면서 “1년간 대전에서 출퇴근했는데 카풀했던 사람 중 3명이 청양군을 떠나 도시 자치단체로 옮겼다.”고 전했다. 도서 벽지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 이모(47·여)씨는 딸(19)이 고교 진학을 앞둔 3년 전 서울로 이사했다. 남편(50)은 지금도 고향 마을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고, 자신은 전셋방을 얻어 딸을 키우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진로 문제 때문에 가족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생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씨는 “도시 생활이 훨씬 나아 학원, 의료사정 등이 열악한 고향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대도시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는 고향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조만간 전답 등 재산을 정리해 가족 모두가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다. 전남 강진에 살던 김현철(51)씨는 지난해 식구들을 데리고 광주로 이사했다. 큰아들의 고교 진학 때문이다. 강진에도 고등학교가 다섯 개나 있지만 도시 학교보다 못 미더워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자 ‘고향 탈출’을 감행했다. 광주에서 식당을 하는 김씨 부부는 “불경기에 장사가 안돼 고향 생각이 자꾸 나지만 아들이 유명 학원에 다니고 고향에 있을 때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낙향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근무하는 진현정(42)씨는 2009년 7월 음성군 음성읍에서 청주로 이사했다. 고향을 등진 가장 큰 이유 역시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다. 학원도 많지 않은 데다 음성 지역 고등학교의 유명 대학 진학률이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극장 등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진씨는 음성군에 대형 매장과 극장이 없어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자주 청주로 와야 했다. 진씨는 “초등학교는 시골에서 다녀도 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다녀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음성을 떠났다.”면서 “이사 오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강진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상)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

    [‘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상)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

    치매는 환자 본인보다 병 수발을 하는 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이 때문에 치매에 걸린 부인을 2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 숨지게 한 이모(78)씨 사건처럼 견디다 못한 가족들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건도 나온다. 환자 가족들의 고통과 그들을 위한 대책, 선진국의 사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주부 최모(35)씨는 남편과 아이가 집을 나간 오전 8시부터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매일 사투를 벌인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고가 터진다. 찬장의 간장·된장을 부엌에 다 쏟아 버리기도 하고, 대변 본 기저귀를 옷장 깊은 곳에 감춰 두기도 한다. 팔목을 끌어당기며 “여기가 어디냐. 우리 집으로 가자.”고도 한다. 둘만 있을 땐 먹는 것도 거부하는데 식사를 권하면 “네 년이 밥에 독약을 탔다.”고 소리치며 상을 뒤엎는다. 꼬박 2년째다. 여유로운 일상도, 대화도 사라졌다. 남편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어머니의 약값·기저귀값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최씨는 “어머님을 뵐 때마다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몹쓸 생각을 하는 게 죄송해서 괴롭지만 이 생활이 계속되는 것도 끔찍하다.”고 울먹였다. 김모(72)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 한모(67)씨를 7년간 보살피고 있다. 자식 넷이 부쳐 주는 돈이 있어 금전적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병 수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체력 부담과 우울·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한 번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왔는데 한씨가 “내 남편한테서 떨어져.”라며 난폭하게 달려들며 때렸다. 한씨는 이후 열흘 동안 빨간 립스틱을 피에로처럼 바르고 계절에 안 맞는 외투까지 입고 지냈다. 김씨는 “아내가 먹고 자고 입고 대소변 가리는 걸 내가 안 해 주면 절대 안 한다. 젊었을 때 아껴 주지 못해 이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라며 울컥 눈물을 흘렸다. 광주 광역시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61)씨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85) 때문에 가을걷이에 차질을 빚었다. 어머니를 혼자 둔 채 밭일을 나갔다가 집안이 쑥대밭이 된 적이 있어 꼼짝없이 곁을 지킨다. 1년 전부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던 노모는 최근엔 벽지를 뜯어내 먹거나 밤중에 방문을 심하게 두드리는 등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노모 간병을 하려니 뾰족한 방법이 없다. 김씨는 “월 200만원 드는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했다가 가족끼리 대판 싸웠다.”면서 “이런 상태로 생활하는 게 참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모(45)씨는 가족들이 시어머니의 치매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우울증에 걸렸다. 남편은 “어머니의 기억력이 좀 떨어졌을 뿐”이라고 감싸고, 네 명의 시누이들은 “언니가 시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고 구박했다. 이씨는 대소변으로 얼룩진 옷을 하루 2~3번씩 빨면서 눈물과 억울함을 삼켰다. 이씨는 “시어머니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잦은 실금·실변을 하는데도 남편과 시누이들이 치매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시부모 모시기가 싫어 멀쩡한 사람을 치매환자로 내몰았다는 오해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최근 지역 치매지원센터를 찾아 시어머니의 치매 사실을 확인받았으나 병원비나 간병인 문제로 또 다른 가족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박모(42)씨는 치매에 걸린 친정 어머니(72)만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2009년부터 점점 상태가 나빠지더니 치매 확진을 받았다. 2010년에는 청주의 한 저수지로 뛰어내려 119구급대가 가까스로 구출하기까지 했다. 자식들 얼굴만 희미하게 알 뿐, 과거 기억을 물어도 그저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증상이 심해져 지난해 요양원으로 보냈다. 박씨는 “어머니가 외손자를 찾는다고 요양원을 땀흘리며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 자식을 돌보다 치매에 걸리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울었다. 치매 가족들의 고통은 때로는 극단적인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이는’ 역설적인 사건은 지난해부터 언론에 보도된 것만 20건에 육박한다. 치매를 앓는 배우자·부모 등을 해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상담사는 “치매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앓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스트레스는 제3자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대도시 갈래” 임용 다시보는 초등교사

    서울 등 대도시로 근무지를 옮기기 위해 임용시험을 다시 보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부터 임용시험에서 객관식이 폐지되고 전형 단계가 축소되는 등 시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험 있는 교사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면 중소도시나 오·벽지 지역의 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서울 초등교사 임용시험 일반 지원자 2681명 가운데 37.9%인 1017명이 타지역 교사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지원자 2983명 중 타지역 경력자가 18.4%(548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임용시험 지원자 806명 가운데 타지역 교사가 360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교사들의 임용시험 재도전이 1년 만에 급증한 것은 올해 임용시험 방식이 대폭 변경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암기 위주의 객관식 시험이 폐지되고 전형 절차가 3단계에서 2단계로 줄면서 현직교사들이 시험 준비를 하기 쉬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명예퇴직자의 증가로 대부분 지역의 초등교사 모집정원이 늘어나 합격문도 넓어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중소도시나 농촌 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타지역 임용시험에 합격해 떠나면서 대체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간제 교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빅 이어’ 새 관찰자의 서사시 100분으론 어림없지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빅 이어’ 새 관찰자의 서사시 100분으론 어림없지

    경쟁적으로 새를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어지는지? 한 술 더 떠 그런 사람들이 규칙도, 심판도 없는 경기를 1년 내내 펼친다면? 물론 한국은 아니고 미국에서 벌어진 별난 경기에 관한 이야기다. 북미 전체를 범위로 펼쳐지는 새 관찰 경기에 ‘빅 이어’라는 이름이 붙는다. 탐조가 혹은 새 관찰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1월 1일이 시작하자마자 새를 찾아 길을 떠나 연중 수백 일을 탐조 활동으로 보낸다. 한 해가 끝나면 그들은 ‘아메리칸 새사냥 협회’에 기록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빅 이어’는 새에 미친 사람들이 길 위에서 달린 어떤 한 해를 다룬 영화다. ‘빅 이어’는 브래드 해리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해리스는 이혼의 아픔을 먹는 것으로 달래는 뚱보 아저씨다. 부모는 집에 틀어박혀 고독을 되씹는 아들이 안쓰럽다. 스투 프라이슬러는 자기가 세우고 경영한 회사에서 은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경영진이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그의 바람은 쉬 이루어지지 않는다. 탐조 기록 보유자인 케니 보스틱은 연인과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빅 이어의 새로운 도전자들이 기록을 경신할까 봐 불안하다. 형편이 다른 세 사람은 새해가 시작하기 전에 동일한 목표를 세운다. 바로 빅 이어 출전이다. 수십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퓰리처상을 받은 마크 옵마식이 2004년 발표한 동명 원작을 각색했다. 빅 이어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해인 1998년 경기를 바탕으로 원작을 썼다. 호평을 들은 원작의 영화화에 도전한 감독은 데이비드 프랭클. 실화가 배경인 베스트셀러 영화 작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프랭클은 적임자로 보였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말리와 나’의 성공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빅 이어’는 능력에 부치는 상대였다. 인물과 배경 연도를 바꾸고, 원작의 방대한 서사시를 압축하고, 이야기를 적잖이 희화한 것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 100분짜리 대중영화 아닌가. 문제는 영화가 인물의 자취를 뒤따르기에 급급해 원작의 풍성하고 우아한 맛을 완전히 놓쳤다는 데 있다. 영화가 끝나면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세 인물의 행각과 그들이 관찰한 새의 숫자만 아른거릴 뿐이다. 그들의 광적인 행동에 대한 이해는 어림없으며, 세 인물이 경기 바깥 인물과 맺는 관계는 수박 겉핥기식 소개로 끝난다. 벽지의 풍광이 아름답고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으나 영화를 수렁에서 건지기엔 역부족이다. 영어권에서 새 관찰자는 ‘누군가가 찾아와 주길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노처녀와 퇴역 영국군 대령’을 조롱하는 말이라고 한다. 극중 세 인물의 주변인들은 “새 관찰 기록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상금도 없는 대회에 왜 그렇게 열중하느냐.”고 묻는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새 이름을 줄줄 외우고 소리만 듣고도 이름을 맞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취미에 미친 기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들이 지닌 열정과 광기로의 초대장이 되어야 했을 ‘빅 이어’는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홈비디오로 직행하고 말았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원작소설을 권한다. 영화평론가
  • [사설] 소외계층 배려 대입전형 기준 왜 겉도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아무리 넓고 깊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 양극화가 도를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점 더 낯선 존재가 되어가는 격차사회의 주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기회의 불균등이다. 교육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절망사회다. 2009년 대입전형에 기회균등할당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기회균등할당제는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농어촌·도서벽지 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특성화고 졸업 후 산업체 근무 3년 이상 재직자 등 4개 분야에 걸쳐 정원의 11%까지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미미하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기회균등전형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2년도 서울대(5.8%), 고려대(6.0%)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경우 전국 181개 대학 평균치인 7.7%에도 못 미친다. 저소득층 전형 비율은 평균 1.2%에 불과하다. 무늬만 기회균등전형인 셈이다. 대학들이 기회균등전형에 이처럼 소극적인 데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능력 있는 일반 학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평등’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경쟁하거나 진학하기 어려운 소외계층 학생들에 대한 ‘예외적’ 조치를 송두리째 부정할 근거는 희박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무작정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사설을 통해 기회균등전형은 “갈수록 고착화하는 계층의 대물림을 어느 정도 끊을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옳은 방향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부는 정원외 입학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또한 기회균등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상 확고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보다 내실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이탈리아 횡단밴드’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이탈리아 횡단밴드’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 지방의 서쪽 마을에 네 남자가 산다. 승진 기회를 버리고 평범한 교사로 살아가는 니콜라. 사랑의 상처 때문에 말을 잃어버린 프랑코. 학업을 그만두고 백수로 살아가는 살바토레. 슬럼프에 빠진 무명 연예인 로코. 간간이 밴드 활동을 지속해 온 넷은 동쪽 해안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다. ‘풍력 발전기’라는 밴드 이름을 급조한 그들은 페스티벌 날짜에 맞춰 양쪽 해안을 가로지르기로 한다. 차로 가면 고작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는 열흘 일정의 여행길로 바뀐다. 그리고 말과 마차를 동원한 유랑 밴드를 취재하려고 말썽쟁이 여기자가 동행한다. ‘이탈리아 횡단밴드’의 도입부엔 썰렁한 농담들이 포진해 있다. 게다가 밴드의 이동 도중 딱히 이야깃거리로 언급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즈음 눈가는 촉촉했다. 영화의 진가는, 관객이 여정에 참여한 듯이 상상력을 풀어내도록 자극하는 데 있다. 밴드가 한 마을에 도착해 벌이는 공연을 보는 순간, 그룹 무디블루스가 1981년에 발표한 ‘롱 디스턴스 보이저’ 앨범의 재킷 양면을 떠올렸다. 몇 세기 전의 어느 마을, 일인극을 펼치는 유랑 악사 앞으로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소박한 공연에는 시공을 초월한 예술혼이 숨 쉰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재킷의 한 귀퉁이에 위성을 그려 놓았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도 재킷에 그려진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7살 무렵에 마을을 찾은 카니발 행렬을 보고 평생의 과업을 예감했다. 저서 ‘중세의 가을’의 초입에 ‘더 나은 삶으로 가는 세 가지 길’에 대해 써두었다. 그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꿈의 땅을 통과하는 자’는 ‘삶의 형식을 예술로 바꾸어 놓는다.’고 했다. 이어 그 길은 ‘아름다움으로 인생 자체를 고상하게 하고, 놀이와 형식으로 공동체 생활을 채우려 한다.’고 풀이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하위징아의 글은 극 중 밴드가 걷는 길을 설명해 준다. 나치를 비판한 하위징아가 수용소에 감금됐던 것처럼,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레비는 반파시즘 활동으로 정치적 유배를 떠나야 했다. 가난한 민중의 삶 앞에서 지식인의 허위를 깨달은 레비는 ‘그리스도는 에볼리에서 멈추었다’를 썼다. 60여년 후 ‘이탈리아 횡단밴드’의 순례자들은 레비가 유배의 시간을 보낸 남부 벽지에 도착해 그를 기억함으로써 여정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들을 따라 생각의 고리를 연결하다 나는 어느새 영화의 끝에 도착했다. 내 곁에는 영화의 인물들이 서 있다. 마침내 서부 해안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걸어온 길이 그들의 시간을 살찌웠음을 느낀다. 밴드가 길을 걷다 문득 내려다본 아래로는 꼬부랑 길이 한없이 이어져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옛날에 만들어진 길은 왜 모두 구불구불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야 옛 선현의 그림자에 머리를 누이었다. ‘이탈리아 횡단밴드’가 인생의 참뜻을 말해 주진 않는다. 다만 속도에 미치고 성공에 환장한 시대에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할지 말한다. 밴드가 연주하는 중세 음유시인 풍의 노래, 프로그레시브 재즈 스타일의 영화음악,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광 등 영화에는 기억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가을에 접어든 당신의 마음에 시를 심어 놓을 작품이다. 20일 개봉. 영화평론가
  • 5·18 전국휘호대회 大賞 화순초 분교서 나와 눈길

    5·18 전국휘호대회 大賞 화순초 분교서 나와 눈길

    전교생이 8명에 불과한 전남 화순의 한 초등학교 분교에서 5·18 전국 휘호(揮毫)대회 대상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10회 5·18 전국 휘호대회 문인화’ 부문에서 화순초등학교 이서분교 유승재(6년)군이 대상을 받고 다른 4명의 학생도 입선했다. 5·18 전국 휘호대회는 5·18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대회를 통해 참신한 신인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학생 특성에 맞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 학교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체험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2009년에 한국화부를 개설했다. 이서분교는 전교생이 8명인 소규모 벽지학교이지만 한국화부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한국화를 체계적으로 지도한 결과 운영한 지 불과 3년 만에 큰 결실을 거뒀다. 대상을 차지한 유 군은 “휘호대회에서 좋은 상을 타게 돼 문인화 그리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모습을 한국화로 그려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윤창 교장은 “소규모 학교의 특성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특기를 살리는 맞춤식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화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지금&여기] 가드너와 재벌가 사모님/정서린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가드너와 재벌가 사모님/정서린 국제부 기자

    ‘하버드대와 MIT를 품은 대학도시, 미국 독립운동의 발상지.’ 보스턴 하면 으레 떠올리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 한 여인이 평생을 일군 유산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5월 보스턴을 찾기 직전, 이곳 출신 어학원 선생님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 꼭 들르라고 당부했다. 악명 높은 미술품 도난 사건의 현장이라는 말도 솔깃했지만 선생님과 미술관의 인연이 흐뭇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그곳 기념품 가게에서 일했던 터라 미술관을 놀이터 삼아 뒹굴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보스턴 토박이가 첫손에 꼽은 명소의 외관은 무게감 있는 대저택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라는 직원의 당부를 뒤로하고 들어서자마자 저택 한가운데 꽃과 분수, 조각상이 어우러진 ‘비밀의 정원’이 숨막힐 듯 펼쳐졌다. 시대와 대륙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명화와 조각상, 태피스트리(그림을 짜 넣은 직물), 가구, 도자기 등이 포진한 갤러리 곳곳은 누군가 벽지, 타일 조각 하나까지 철저하게 맞춰 배치하고 돌본 것처럼 ‘스토리텔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미술관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평생을 바친 산물이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1840~1924). 아버지와 두살배기 아들, 남편을 차례로 잃은 그녀에겐 그런 상실이 꿈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 1903년 직접 구상한 미술관을 세우고 그 안에 2500점의 컬렉션을 조화롭게 채우는 데 전 재산과 열정을 쏟았다. 84세로 숨지면서 그녀는 미술관과 미술관 운영에 사용할 종잣돈 100만 달러를 ‘시민들을 위한 유산’으로 남겼다. “영원히 대중들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한 미술관으로 남기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조건은 단 하나였다. “내가 꾸몄던 그대로 미술관을 보존해 달라.” 예술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시민들에게 물려준 가드너의 유산을 보면서 재테크, 상속, 비자금 등 국내 재벌가 사모님들의 돈놀음 수단으로 전락한 명화들의 비운을 애도했다.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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