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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백수 한탄가 있는 것은 체력이요, 없는 것은 능력이니, 늘어나는 것은 한숨이요, 줄어드는 것은 용돈이로다. 기댄 곳은 방바닥이요, 보이는 것은 천장이니, 들리는 것은 구박이요, 느끼는 것은 허탈감이라. 먹는 것은 나이요, 남는 것은 시간이니, 펼친 것은 벼룩시장이요, 거는 것은 전화로다. 혹시나 하는 것은 기대요, 역시나 하는 것은 허망함이니, 오는 것은 연체료요, 나가는 것은 돈이로다. 매일 아침 지키는 것은 집이요, 그 곁에 있는 것은 멍멍이 너뿐인가 하노라.
  • [뉴차이나 시진핑의 사람들] (1)시진핑·펑리위안 부부

    [뉴차이나 시진핑의 사람들] (1)시진핑·펑리위안 부부

    중국에서는 올가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공산당의 새 지도자로 등극하면서 본격적으로 5세대 ‘시진핑 시대’가 열린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국가건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의 경제발전에 이어 시진핑은 향후 10년간 공산당 지도부와 함께 중화부흥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행보에 따라 세계가 요동치고, 특히 우리가 속한 아시아·태평양은 격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시 부주석은 물론 그와 함께 ‘시진핑 시대’를 열어젖히게 될 사람들의 생각과 성향이 중요한 이유다. ‘시진핑 시대’를 열어갈 핵심인사들을 6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중국 공산당 서열 1위의 최고 지도자가 될 시진핑 부주석은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10대 후반~20대 초반 공산당 입당을 10번이나 거부당한 전력이 있다. 혁명 원로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문화대혁명 때 반혁명분자로 몰리면서 그에게도 ‘반동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10대 때인 1968년 초 ‘지식청년’으로 자원해 시베이(西北·산시성 북부지역) 산골마을로 ‘상산하향’(上山下鄕)했고, 그곳에서 7년동안 벼룩·음식·생활·노동·사상 등 5개의 관문을 깨 나가며 군중 속으로 파고들어 당성을 인정받고, 마침내 입당에 성공했다. 시 부주석이 전형적인 ‘태자당’(당·정·군 혁명 원로들의 자제 그룹)이면서도 공산당 원로 및 퇀파이(團派·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사 그룹), 상하이방(상하이 지역 정치세력 그룹) 등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의 이런 남다른 경험에 ‘안정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실제 17차 전대 때 자신이 물러나면서 후 국가주석에게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에 오른 지 6개월밖에 안 된 시 부주석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천거했던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은 “각 방면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했다. 당시 태자당뿐 아니라, 당내 원로, 아울러 당내 자유파까지 모두 시 부주석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젠(福建)성과 저장(浙江)성, 상하이 등 동남 연해의 발달된 지역을 관리한 풍부한 경력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성장을 포함해 푸젠성에서만 17년 동안 당과 정부 일을 맡아 타이완 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온실에서 곱게 길러진 엘리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중하고 겸허한 됨됨이, 베풀면서 각종 인간관계를 조화시키는 성격과 태도도 그의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인민해방군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시 부주석은 청년 시절 국방부장 겅뱌오(耿彪)의 비서를 지내며 군내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했고, 인민해방군 현역 소장인 국민가수 펑리위안(彭麗媛·50)의 남편이라는 점도 그의 군 장악력을 높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후덕하고 적이 없는 인화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차기’를 예약한 이후부터는 거침없는 독설로 ‘할 말은 하는’ 모습도 보여 주고 있다. 2009년 2월 멕시코 방문 중 화교들과 만나 “소수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중국의 일에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간섭하고 있다.”며 중국 인권에 대한 서방의 간섭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그의 대북관도 우려스럽다. 시 부주석은 2010년 10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한국전쟁) 참전 60주년 기념식에서 “침략에 맞선 항미원조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말해 우리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시 부주석이 최고 지도자에 오르면 부인 펑리위안은 ‘퍼스트 레이디’가 된다. 요즘 중국에서는 ‘펑리위안 띄우기’가 한창이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그녀가 출연한 에이즈예방 공익광고를 매시간 방영하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자매 격주간지를 통해 펑리위안을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민족성악 가수인 펑리위안은 현역 인민해방군 소장(준장)이다. 총정치부 가무단 예술책임자로 무대에 오를 때면 군복을 입는다. 건국60주년,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 등 주요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출연한다. 때문에 그녀가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은둔했던 기존의 중국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달리 활발한 활동으로 시 부주석을 적극 내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둥성 윈청(?城)현의 시골 펑씨 집성촌 출신으로 현 극단 단원이었던 어머니와 함께 극단마차를 타고 다니며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마오쩌둥 주석 사망 직후인 1977년 학생모집을 재개한 산둥성의 ‘5·7 예술학교’ 전문부(고등학교 과정)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고, 전공을 고음의 민족창법으로 정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시 부주석이 푸젠성 샤먼(廈門)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 말 친구의 소개로 베이징에서 처음 만났고, 이듬해 9월 결혼했다. 첫 만남에서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무엇이냐. 출연료가 얼마냐.”는 등의 세속적 질문이 아닌 “성악 창법에는 어떤 종류가 있느냐.”고 물어 마음이 움직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1993년 태어난 무남독녀 시밍쩌(習明澤)가 있다. 항저우(杭州)외국어학교를 거쳐 2010년 미국 하버드대로 진학했다. 시 부주석은 펑리위안과의 결혼이 재혼이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펑리위안은 30살 때부터 중국의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에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가난한 짐바브웨 “중고 속옷 사용금지!” 법 제정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짐바브웨가 최근 중고 속옷의 매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미국 허핑턴포스트,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이 보도했다. 짐바브웨는 지독하게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세계 각 국으로부터 중고 속옷을 기증받았고, 국민들은 자율적으로 이를 시장에서 매매, 사용해왔다. 하지만 짐바브웨 정부 측은 중고 속옷의 착용이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를 제재해야 한다며, 중고 속옷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텐다이 비티 짐바브웨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많은 짐바브웨인들이 벼룩시장이나 노점에서 중고 속옷을 사는 모습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여성 속옷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치욕적인 현실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법률에 따라 2011년 12월 30일부터 중고 속옷의 수입과 거래 뿐 아니라 기증받은 물품의 재사용도 모두 금지된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짐바브웨가 중고 속옷판매를 금지한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는 아니다.”라면서 1994년 가나 역시 이와 비슷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8) 전주 삼천동 곰솔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8) 전주 삼천동 곰솔

    250년 전 북학파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은 “사람의 입장에서 물(物)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물이 천하지만, 물의 입장에서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그러나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물은 균등하다.”고 했다. 이른바 인물균(人物均) 사상이다. 그는 대표 저술인 ‘의산문답’에서 이 시대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이야기를 남겼다. “지구는 활물(活物)이다. 흙은 지구의 살이고 물은 피며, 비와 이슬은 눈물과 땀이고, 바람과 불은 혼백이며, 기운이다.”라고 한 뒤, “풀과 나무는 지구의 모발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이며 이(蝨)다.”라고 선언했다. 홍대용보다 100년 뒤에 활동한 서구의 니체(1844~1900)가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이 앓고 있는 유일한 피부병은 인간”이라고 했던 말의 시원이라 할 수 있겠다. ●바닷가 곰솔이 내륙에… 학이 나는 듯한 자태 큰 눈이 내린 전주 시내 한복판. 천연기념물 제355호인 삼천동 곰솔 앞에 섰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서설을 맞으며 홍대용의 도발적 선언을 떠올렸다. 참담한 몰골을 한 이 나무가 바로 오래전의 가르침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지몽매함이 빚은 결과라는 생각에서였다. 전주 삼천동 곰솔은 몇해 전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에 의해 사망 진단을 받은 나무다. 천연기념물에서도 해제될 뻔했다. 그러나 아직 죽지 않았다. 천연기념물로서의 지위도 그대로다. 뭉개지고 부러지고 찢기면서도 여전히 생명을 내려놓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곰솔이 내륙 한가운데서 산다는 것 외에도 한창 때의 생김새가 우리나라의 여느 곰솔에 견줘 매우 수려했다는 점에서 삼천동 곰솔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망 진단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생명을 이어 가는 매우 각별한 나무다. 내륙에서 자라는 대개의 곰솔이 그렇듯 삼천동 곰솔도 사연을 갖고 이 자리에 살게 됐다. 이 자리는 원래 인동 장씨의 선산 구역이었고, 곰솔은 선산임을 가리키는 표지송(標識松)이었다. 이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1920년대에 인동 장씨의 후손인 장재철씨가 주변에 축대를 쌓고, 나무 앞에 ‘장씨산송대’(張氏山松臺)라는 표지석까지 세웠다. 표지석은 여전히 나무 앞에 서 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도시 변두리의 고요한 숲이었다. 나무는 고요 속에 파묻혀 인동 장씨의 선산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다. 키보다는 사방으로 고르게 뻗은 가지가 더 훌륭한 나무였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한 마리 학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그래서 나무에 ‘학송’(鶴松)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개발이익 노려 10년전 밑동 여덟 곳에 독극물 1990년대 초반. 이 지역에 개발 열풍이 불어닥쳤다. 사람이든 나무든 멧돼지든 이 땅의 뭇 생명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른바 안행택지지구 개발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곧 나무 곁으로 8차선 도로가 뚫렸고, 잇달아 고층 아파트가 올라갔다. 천연기념물인 곰솔 부근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덕에 택지 개발의 전 과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침내 택지 개발이 완료되고, 새로 지은 아파트와 자동차로 사람들의 수런거림이 들어서자, 곰솔은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 마치 하나의 섬처럼 뎅그마니 떨어져 있게 됐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셈이었다. 청신한 숲의 공기를 밀어낸 자리에는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이 들어찼고, 사방의 고층 아파트는 바람의 길을 막았다. 솔잎에 찾아오던 햇살까지 머뭇거리게 했다. 생기를 잃고 나무가 허약해진 건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그리고 얼마 뒤, 숨이 막혀 허덕거리던 삼천동 곰솔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솔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검은빛의 가지도 희뿌옇게 말라 죽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나무 줄기 밑동 부분에 예리한 공구를 이용해 뚫은 여덟 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지름 1㎝, 깊이 9㎝의 구멍 안쪽에는 독극물이 투여된 흔적이 있었다. 2001년의 일이다. 누군가가 나무의 숨통을 틀어막기 위해 계획적으로 벌인 소행이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지위는 살아 있는 생물에게만 부여하는 지위다. 나무가 죽으면 자연스레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될 것이고, 그리 되면, 보호구역 역시 해제돼 뒤늦게나마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 나온 명백한 범죄 행위였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죽어 가는 곰솔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했고, 나무 의사들이 동원됐지만, 나무를 온전히 살려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다 죽어 가는 나무의 한쪽 끝을 잡고 있는 나뭇가지만 살아남았다. ●열아홉 줄기 흑빛으로… 네 가지만 푸르러 그냥 두었다가는 나무의 중심 줄기가 더 썩어들면서 아예 무너앉을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 줄기 부분을 방부처리했지만, 나무는 계속 썩어 들었다. 결국 지난해 나무 주위를 정비하면서, 나무의 줄기를 모두 걷어내고 옛 줄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가짜 줄기를 만들어 세우는 대형 수술을 해야 했다. 흑빛의 나무 줄기에는 열아홉 개의 부러진 가지가 처참한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여전히 네 개의 가지만큼은 신비롭게도 잘 살아 있다. 찢기고 부러진 나무의 흔적은 볼수록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는 곧 개발과 성장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솟구친다. 세월의 한 페이지를 접어야 할 세밑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옛 사람이 지적한 ‘벼룩’이나 ‘이’와 같은 무지몽매한 짓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삼천동 곰솔의 처참하게 찢긴 나무 줄기를 바라보며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 사진 전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길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4-1. 호남고속국도의 전주나들목으로 나가서 전주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8㎞ 남짓 남동쪽으로 직진하면 통일광장 사거리 지하차도가 나온다. 지하차도 옆 길을 이용해 우회전하면 8차선의 백제대로에 들어서게 된다. 4㎞쯤 가면 왼쪽으로 삼천주공아파트 단지 사거리에 이르는데, 이 길 건너편에 삼천동 곰솔이 있다. 좌회전한 뒤 이면도로로 들어가 곧바로 나오는 주유소 옆 샛길로 비보호 좌회전하여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나온다.
  •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에스토니아에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요? 하루면 다 보는 곳 아닌가요?”라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중 하나’라는 사실만 알아도 실은 에스토니아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로 꼽아두어도 에스토니아가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에스토니아관광청 www.visitestonia.com 핀에어 02-730-0067 www.finnair.co.kr @Tallinn탈린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에스토니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니?” “글쎄…. 우린 작은 나라니까.” 25살, 앳된 얼굴의 가이드 카티Kati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국가로 존재해 본 적 없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들에게 종속당해 온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에스토니아 곳곳에는 혼재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대체 무엇이 에스토니아의 고유한 문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운명적으로 고유의 것을 창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재생성하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교역의 거점이었고, 강대국들의 텃밭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해 온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왕년을 회상하는’ 방식의 자존심이 아니라 지금을 소중히 여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많이 다르며, 언어와 민족은 북녘의 핀란드와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에스토니아는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한 IT 강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탈린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식당에서도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발트 3국 중 유일한 유로 사용국가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의 혼재된 문화는 재래시장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발틱역Baltic Station 맞은편에는 러시아식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 앤티크 제품부터 채소, 과일, 생필품까지 50여 개 상점이 문을 여는데 탈린 시내와는 전혀 다른 구소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사람들의 표정마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만 같다. 발틱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자리한 옛 공장터 ‘키르부투르크Kirbuturg’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누가 사 입을까 싶은 낡은 옷가지부터, 고장난 라디오까지 어딘가 익숙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구시가지의 시청광장에서는 민족 장터도 수시로 열린다. 탈린이 고대부터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주변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통 시장을 체험하려면 반드시 주말을 끼고 탈린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언덕에 올라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탈, 린. 입에 감기는 발음마저 고혹적인 도시다. 어떤 합리적 연관성도 없지만 그 이름에선 묘한 여성성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Old Town의 풍경 또한 그러하다. 덴마크인들이 11세기에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춘 탈린은 13세기에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거친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도시가 지금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세시대에 탈린은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지대로 나뉘었다. 저지대에는 과거 길드 상인들의 건물들이 식당, 카페, 기념품 상점들로 용도가 바뀌어 보존되고 있으며, 고지대에는 교회와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부유층의 집들이 있으니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탈린은 도시 전체가 평평한 지형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톰페아 언덕Tompeaa Hill이 해발 40m밖에 되지 않아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시가지는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풍부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지만 비루 성문Viru gate에서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성문을 통과해 100m 즈음 들어가면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구시청사와 시청광장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서 음식과 차를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청광장 부근에는 1422년에 문을 열고, 10대째 내려오는 약국이 있고, 카타리나Katariina 골목은 중세 분위기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엌을 들여다보아라Kiek in de Koik’라는 엉뚱한 이름의 포수대에는 탈린 성곽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탈린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톰페아 언덕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가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돔 성당도 있다. 성당 내부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현재는 중세시대의 유물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까닭에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구시가지를 하루에 세 번, 둘러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한 이른 아침, 이슬 낀 자갈길을 걸어 보고, 한낮에는 박물관, 교회 등을 들러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야경을 감상하고,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젊은 탈린을 만나 봐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살 만한 기념품도 많다. 먼저 발트 지역의 명물인 호박Amber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력거에서 중세 복장을 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아몬드에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선물용으로 훌륭하다. 1 탈린 구시가지 시청광장은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13세기 한자 무역시대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 구시가지 곳곳에는 젊은 여인들이 중세 복장을 입고 에스토니아 전통 간식인 볶은 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3 구시가지는 도보 여행에 좋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서 세그웨이Segway를 빌려 탈 수도 있다 4 탈린 구시가지에는 재치 넘치는 디자인의 간판들이 가득하다 5 구시가지는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자갈길을 걸으면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Festival 전국민이 합창을 하는 나라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혁명을 이룬 역사를 가진 민족은 드물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 혁명 기간 중 약 3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련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91년 결국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에스토니아는 반폭력 독립운동으로 일관했으며, 소련을 해체시키는 기반을 이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역사는 발트 3국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89년 3국 국민들은 탈린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소련 체제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렸고 자유를 외쳤다. 25만명이 만든 인간 띠는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건은 유네스코에도 유산으로 등재됐다. 에스토니아인들의 노래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 탈린에서는 1869년부터 5년에 한번씩 송페스티벌Estonian Song Festival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인들은 합창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탈린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당신도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물론이죠. 송페스티벌에 나간 적도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3만명이 합창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대에 한번쯤 서 보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가 이제는 탈린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티나Tiina씨는 “1988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의 힘을 신봉하는 듯 느껴졌다. 올해의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9월 말, 우리보다 앞서 단풍으로 물든 탈린에서는 디자인 축제와 재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에스토니아 재즈 밴드의 공연이 펼쳐진 한 클럽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맥주 잔을 들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던 중년의 남성에게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독일에서 온 교사입니다. 탈린에만 3일째인데 재즈 축제 때문에 왔죠. 에스토니아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에 매료됐답니다.” 리듬에 맞춰 잔뜩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 2011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두 노래부르길 좋아한다 2 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구시가지의 유명한 극장 본 크롤Von Krahl에서 기타 트리오의 연주가 펼쳐졌다 3 1869년부터 시작된 에스토니아 송페스티벌은 3만명이 합창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에 대항해 노래를 부르며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4, 5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에 선정된 현대미술관 쿠무KUMU는 중세 미술작품부터 최근의 미술 조류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6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여름 궁전,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미술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Museum 표트르 대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궁전 문화 수도 탈린에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미술관도 있다.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인 캐서린 1세를 위해 헌사했다는 카드리오르그 공원Kadriorg Park에는 화려한 궁전과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타운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공원 일대는 오크 나무와 라일락 나무로 울창한 숲과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목조로 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공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궁전 내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의 16~19세기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형 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공원 뒤켠에는 화려한 꽃들로 수놓여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웨딩 촬영과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얕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석회석으로 지어진 뾰족한 외관이 인상적인 현대 미술관 쿠무KUMU를 만날 수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에스토니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진 디자인과 독특한 내부 설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7개 층에 전시된 작품은 종류도 시대도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 것이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연상시킨다. 상설 전시관에는 1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에스토니아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에스토니아 화풍의 변화와 함께 민중들의 삶의 궤적까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독립(소련 붕괴) 때까지의 작품들도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작품에는 소련 체제 하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60년대부터 모더니즘, 팝아트, 극사실주의 등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에스토니아라는 특수한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매우 실험적인 장르의 미술, 조각, 설치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한나절을 박물관에서 보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1 시청광장에서 아몬드를 볶고 있는 에스토니아 소녀의 모습 2 탈린 구시가지의 교회나 성벽의 첨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다 3 톰페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 멀리 발틱해, 핀란드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구도 보인다 4 중세 분위기의 레스토랑 올데한자Olde Hansa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Lahemaa National Park 라헤마 국립공원 숲, 바다, 늪, 대저택 그리고 완벽한 자연 많은 이들이 에스토니아를 하루 혹은 이틀만 여행하는 것은 ‘탈린 너머의 에스토니아’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탈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방향으로 향하는 1번 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전혀 다른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중세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구소련이 지정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화려하던 소련이, 그것도 전성기인 70년대에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늪지대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겨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중세 영주의 집에서 스파를 즐기며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Viru Bog Trekking 늪지대를 엉금엉금 걷는 재미 에스토니아의 6개 국립공원 중 라헤마 국립공원은 탈린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중세 영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탈린과 함께 여행하면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라헤마 국립공원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의 카약이나 카누 등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의 경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지도만 있으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변에서부터 늪지대까지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Beaver를 구경할 수도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에는 50여 종의 포유류가 있다고 하지만 산책 중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양한 산책로 중에서도 늪지대(혹은 습지) 산책로를 선택했다. 습지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은 비루Viru Raba 지역이다. 공원에 이르자 침엽수림이 내뿜는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묵직하게 폐 속으로 침투했다. 숲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소의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비루 습지 산책로의 주인공은 침엽수림이 아니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백 미터를 들어가자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고 일견 잔디처럼 보이는 평원이 훤하게 펼쳐졌다. 맨땅에 뿌리를 내린 침엽수가 20m는 족히 넘는 키를 자랑하는 데 반해 늪지대에 나 있는 나무들은 큰 것이 3m 수준이었다. 무릎 높이의 나무 한 그루도 실은 수십년을 자란 것이라고 하니, 흙과는 전혀 다른 습지의 생태가 신기하기만하다. 이곳에서는 습지 위로 걷다가 발이 잠기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식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나무를 깔아놓은 3.5km 산책로를 걸어야만 한다. 산책길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국립공원에는 840종에 달하는 식물군을 볼 수도 있으며, 찰스 다윈이 가장 좋아한 식물이었다는 식충식물도 곳곳에 있어 살아있는 과학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Manor House 중세 독일 영주처럼 쉬어 볼까 라헤마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재미는 중세 영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매너하우스Manor House를 구경하는 것. 개인적으로 지난 3월,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매너하우스를 개조한 호텔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터라 매너하우스에 꽤나 매료가 된 상태였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지방의 매너하우스에서 머물러 봐야 한다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본 에스토니아의 매너하우스. 영국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정원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라헤마 국립공원의 3대 매너하우스로 불리는 팔름세Palmse, 사가디Sagadi, 비훌라Vihula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팔름세 매너하우스는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바로크풍 건물이 9월의 낙엽과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팔름세는 화려한 정원이 뒤뜰에 펼쳐져 있고, 박물관, 공방, 와인 판매점, 카페, 식당 등이 한 데 모여 있다. 특히 메인 건물에는 18세기 에스토니아 영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초상화, 낡은 피아노, 벽난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살롱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749년 독일 영주가 살던 사가디 매너하우스는 야생동물, 희귀식물 등 국립공원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Forest center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매너하우스는 비훌라. 16세기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골프코스를 갖추고 있고, 스파, 워터파크 등의 시설은 물론 인접한 해변에서 카야킹, 말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스포츠가 가능하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누구나 로맨틱한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이 참나무 한 그루를 매너하우스에 기증하며 아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뿌리와 함께 묻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참나무가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1 습지의 생태는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끼류의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2 라헤마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과학교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좇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국립공원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북극 빙하를 타고 온 퇴적물과 암석들로 해변 지역의 생태 또한 독특하다 4 라헤마 국립공원에는 군데군데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5, 6 비훌라 매너하우스Vihula Manor house는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중세 영주의 대저택이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 및 예식을 올리는 것을 동경한다고 전해진다 @Parnu패르누 여름 수도에서 잘 먹고 잘 쉬기 에스토니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춥기만한 나라’라는 것.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로 아래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는 예사이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혹독한 겨울나라의 면모를 보이지만 6~8월은 영상 30도 가량의 온화한 날씨에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로 변모한다. 고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철은 여름이며, 남쪽의 해변도시 패르누Parnu는 여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탈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패르누에 도착했다. 거리상 129km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탈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온화한 느낌이다.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수식어처럼 널따란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끼고 있다. 9월 말,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몇몇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백사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패르누의 여행 시즌이 마감된 것은 아니었다. 패르누에는 19세기부터 스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해 자국민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파를 즐기기 위한 여행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스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리조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으니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패르누에서는 건강을 위한 웰니스 스파Wellness Spa와 치료 목적의 메디컬 스파Medical Spa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스트랜드 호텔Strand Hotel & Conference에서 진흙팩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75분 동안 사해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나니 피부가 수분을 단단히 머금었고, 노폐물과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유럽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39유로(약 6만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오일 마사지 등도 30유로 선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스파 에스토니아Spa Estonia와 같은 메디컬 스파 호텔에서는 각종 질병 진단을 10유로 수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부터 벌꿀 마사지까지 취향대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호텔을 가득 채운 선율 패르누는 완벽한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단순히 먹고 배부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오거닉 푸드가 어울린다.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올드시티에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에스토니아 50대 식당으로 선정된 오가닉 카페 ‘마헤딕Mahedik’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어 찾아보았다. 탈린에서 수십년간 호텔에 종사했던 에비 큐식Evi Kuusik씨는 오가닉 푸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향인 패르누로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직접 농부들로부터 채소와 육류를 구매하고,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공급받아 신선한 재료와 빼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어 샐러드와 엘크 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맛보았다. 과일주스부터 디저트로 먹은 파이까지 몸에도 좋은 것이 맛까지 훌륭했다. 큐식씨는 “사실 오가닉 푸드라는 게 대단할 게 없어요. 패르누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것을 되살리는 일을 한 것뿐이죠”라고 맛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큐식씨의 딸 에벌린Evelin Kuusik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모녀가 운영하는 마헤딕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클라리넷 등의 소박한 공연도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 낯선 땅, 그것도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는 사실을 그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패르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에서 묵는 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제이슨 카터Jason Carter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음악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했는데, 공연이 끝나고는 ‘남한’에서 온 나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메일을 보내 왔다.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더 소상하게 얘기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제이슨 카터 덕분에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아니라 패르누에서의 추억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됐다.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대저택, 그러니까 무대 뒤편에는 뿔 달린 사슴 박제가 걸려 있고,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이방의 공간에서 멜랑꼴리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 참 기묘했다. 공연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널찍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자작나무 향이 짙게 풍기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었다. 에스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포근하고 로맨틱하게 저물었다. 1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먹고, 잘 쉬기 위한 모든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최근에는 오가닉 푸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트랜드 호텔 & 스파 3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 4 여름철이면 패르누는 전국에서 모여든 휴가객과 북유럽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여느 휴양지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진다 5 패르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멘데 빌라. 1905년 독일인 부호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었으며, 이제는 사우나 달린 객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럭셔리 호텔로 변모했다 6 도심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공원에는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밀도 높은 산소를 내뿜고 있다 7 소박한 분위기의 카페 풍경 Travel to Estonia ▶에스토니아 여행팁 탈린 카드Tallinn Card 탈린 여행의 필수품이다. 6시간(12유로), 24시간(24유로), 48시간(32유로), 72시간용(40유로)이 있으며, 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박물관, 스파·사우나 입장은 물론 가이드 투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탈린 호텔과 라헤마 국립공원 투어 등은 할인이 가능하다. 탈린관광청 웹사이트(www.tourism.tallinn.ee/fpage/tallinncard)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며, 주요 호텔 및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압 우리나라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화폐 1유로는 약 1,601원(10월 기준). 크룬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기후 6~8월에는 최고기온 30도 정도로 따뜻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매우 추운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는 5~9월 사이가 좋다. 무선인터넷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IT가 가장 발전된 나라다.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에서 WIFI를 무료로 제공한다. ▶Food 영부인이 재유행시킨 검은 빵 에스토니아는 열강들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흑빵을 굽는 모습이 TV에 노출되면서, 이 전통 빵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흑빵을 먹어 볼 수 있다. 탈린 시청광장에 자리한 올데 한자Olde Hansa는 15세기 한자 시대의 분위기로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각종 곡물과 육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연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인테리어부터 음악, 점원들의 복장까지 완전히 중세풍으로 연출해 이색 체험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www.oldehansa.ee 라헤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어부들의 마을 ‘알트야Altja’에 있는 에스토니아 전통식당 알트야 코르츠Altja Korts는 앞바다에서 잡힌 청어요리가 주를 이루며, 막걸리 맛과 흡사한 러시아식 전통음료인 크바스Kvass의 맛이 훌륭하다. www.altja.ee ▶Hotel 이왕이면 핀란드식 사우나 달린 호텔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을 잡는 게 편리하다. 수영장, 사우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이 많으니 예약 전 확인하는 게 좋다. 올드타운 비루 게이트 앞에 위치한 노르딕 호텔 포럼Nordic Hotel Forum이 가격, 접근성, 서비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www.nordichotes.eu 패르누에서도 사우나, 스파 시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으며,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는 아르누보풍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www.ammende.ce FINNAIR 에스토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항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핀에어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인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를 9시간 만에 연결하며, 헬싱키에서 탈린까지는 35분만에 연결된다(헬싱키에서 페리를 이용할 경우, 탈린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핀에어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적 없어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고 있으며, 각종 매체로부터 ‘북유럽 최고 항공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사 TOP 5’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개인 노트북 연결 콘센트 및 USB 연결장치를 탑재하고 있고, 비즈니스석에는 180도 젖혀지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 승무원 탑승,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기내식 제공,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기내 서비스는 한국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역시 유럽 공항에서는 최초로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해 환승 및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www.finnair.co.kr 02-730-0067
  • [길섶에서] 벼룩시장/최광숙 논설위원

    그날 근사한 자동차 한 대 뽑고, 옷 사고, 돈을 팍팍 썼다. 빨간 장난감 자동차는 500원, 원피스와 청 재킷은 1만 5000원, 영어 동화책은 1000원에 3권. 그래봐야 2만원도 안 된다. 최근 아파트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다. 며칠간 안내방송을 하기에 뭐 살 것이 있나 살짝 마음이 설레며 기다렸던, 아파트 부녀회가 마련한 행사다. 인사도 없이 지내던 이웃들이 흥정을 하며 꽤 가까워 보인다.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온 꼬마들도 어깨에 돈지갑까지 둘러메고 물건을 파는 데 제법 신이 났다. 엄마들도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헌옷가지 등을 들고 나온 것 같다. 미국에서 머물 때 살림살이 일체를 벼룩시장이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샀다. 딱 1년 살면서 새 물건을 사자니 아깝고, 귀국 시 짐이 되는 것이 귀찮아서였다. 이번 주말 조카들이 오면 벼룩시장에서 산 물건들을 선물하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페트병으로 뭘 만들고, 이면지를 연습장으로 쓰는 등 ‘재활용’ 교육을 받아선지 그런 선물에 익숙해서 좋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日 세균전 피해자 2만6000명”

    중일전쟁 당시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군 세균부대인 731부대의 세균전 피해자가 2만 6000명에 육박한다는 극비 문서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일전쟁 때 6차례 작전에서 세균 무기를 사용해 1·2차 감염자가 2만 5946명에 달했다는 극비문서가 일본 시민단체에 의해 공개됐다.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1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토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관에 보관돼 있는 이런 내용의 731부대 관련 자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육군 군의학교 방역연구실에 근무하던 군의관이 작성한 극비 보고서다. 이 군의관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대형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 문서에는 731부대가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중국 지린(吉林)·저장(浙江)·장시(江西)성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했을 때의 기록이 남아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마루타 극비문서 발견…페스트균 실험 2만 6,000명 감염

    마루타 극비문서 발견…페스트균 실험 2만 6,000명 감염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 극비문서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 731부대, 일명 마루타 부대가 세균감염 생체실험을 한 사실을 입증하는 극비 문서가 일본 시민단체에 의해 발견됐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은 16일 일본 시민단체가 ‘일본군이 중일전쟁에서 세균 무기를 6차례 사용해 1, 2차 감염자가 2만 6,000명에 달했다’는 내용의 극비문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시민단체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이 1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 분관에서 731부대 극비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943년 12월 일본군 육군 군의학교 방역연구실 군의관 카네코 준이치 소령이 작성한 이 극비문서에는 731부대가 1940년부터 1942년에 걸쳐 중국 길림성과 절강성, 강서성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하고 세균실험을 한 과정이 담겨있다. 특히 벼룩을 살포한 날과 양, 그리고 1차, 2차 감염자가 2만 5,946명에 이른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실이 기록돼 있다. 시민단체는 이날 회견에서 “옛 일본군의 세균 무기 사용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라며 일본 정부에 대해 731 부대의 진상을 밝히고 유족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 관동군 소속의 731 부대는 중일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을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丸太)’라고 부르며 생물 화학 무기 개발을 위해 생체 해부 냉동실험, 세균전 실험 등을 자행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 = 영화 마루타 스틸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 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도쿄에서의 나흘은 조금 불편했다. 대지진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으며, 서울보다 평균 2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곳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쟁이 마치 국가대항전이라도 되는 듯 중계되고,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의 눈에, 이 도시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지킬 것을 지키는 ‘진득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쿄와 그곳 사람들의 차분한 일상에 잠시나마 깃들어 있었다. 조바심에 길들여진 서울의 디지털적 일상이 왠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호텔스닷컴 kr.hotels.com 1, 3, 4,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여행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쿄를 여행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으며, 도쿄 사람들은 덤덤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2 서울 명동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부야의 밤거리는 여전히 복작복작했다. 전통 복장을 한 거리의 예술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쿄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하네다공항에 내려 모노레일을 탔다. 일본 전역에서는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의 냉방시설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지만 실내 공기는 견딜 만했다. 사람들은 차분히 책을 읽고 있었고, 더러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빈자리가 있는데도 20분 가량을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긴팔옷을 끼어 입어야 할 정도로 싸늘한, 한여름의 서울 전철과는 사뭇 달랐다.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도쿄의 중심가, 아카사카로 향했다. 공항 리무진버스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 없어서 이용한 전철이었는데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나흘간 도쿄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역설적으로 도쿄의 촘촘한 전철망은 가장 큰 불편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리 도쿄 메트로와 JR라인이 경쟁회사라지만 도무지 어느 역에서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명확한 정보를 찾기란 어려웠다. 역무원들도 헷갈리는지 전화번호부만한 책을 꺼내 질문에 답해 주기도 했다. 그나마도 한참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스마트폰을 찾아보고 알았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을 가진 나라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의외의 풍경을 나흘간 매일 마주쳤다. 직장인들이 많은 시오도메 지역에는 금권金券숍이 많았다. 겉모양은 우리의 복덕방과 흡사한데 신칸센 탑승권부터 공연 관람권, 야구경기 입장권, 맥도날드 할인권까지, ‘별의별’ 티켓이 다 있었다. 도쿄에는 온라인 쇼핑몰이며, 소셜커머스며, 할인 혜택 풍성한 카드며…,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인 것만 같았다. 아날로그 도쿄의 면모는 거리를 지나면서, 사소한 식사 한 끼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은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카페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 없고, 웬만한 가게들은 신용카드를 내밀면 ‘No, Sorry’라고 답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신용카드로 껌 하나까지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글로벌’한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지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큰 재난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는 무지MUJI 매장 1층에 비치된 재난 대비 구호용품 세트가 전부였다. 도쿄인들은 평범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호들갑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에노 시장에서는 늘상 그러하듯 고소한 다코야키의 향이 풍겼고, 젊은 예술가는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밝은 그림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말 벼룩시장, 거기 사람이 있었네 토요일의 정오, 하네다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러 찾아간 곳은 센다가야역. 도쿄의 곳곳에서 열리는 주말 벼룩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메이지공원이었다. 유행과 첨단의 도시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이면의 풍경을 만나고 싶어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곳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의 풍경은 얼핏 보기엔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듯한 아이템부터 장인정신이 담긴 수공예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목이 없는 기타가 있는가 하면, 고급 자기제품도 있었다.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상인들이 이곳에 운집해 있다는 증거다. 한국 아이돌 공연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어울릴 만한 여대생들부터, 시내에서 번듯한 중고 전문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제난으로 가게를 접고 주말마다 벼룩시장을 돌며 근근이 살고 있다는 영어를 잘하던 중년 사내, 자신이 직접 만든 안경은 명품 안경보다 좋다며 호기롭게 20만원짜리 안경테를 팔고 있는 30대 남성, ‘뼛속까지’ 장사꾼인 터키인도 케밥을 팔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사람 풍경인가. 굳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정겨운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팔고, 두 눈을 부릅뜨면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용 캐리어에 한 살림을 채울 수도 있다. 필름카메라, 자기 제품, 앤티크 장식품, 구제 가방 정도는 믿고 구매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초반 태생의 탐나는 필름카메라가 있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장 마감 시간을 기다려 상인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구매한 가격은 1,800엔(약 2만4,000원).나름대로 ‘득템’에 성공했다. 도쿄 재활용 운동 시민 모임은 1992년부터 메이지공원, 오이경마장, 세이부돔, 요코하마 등 수도권 근교 및 미야기현에서 벼룩 시장을 주최하고 있다. 입점비용 2,500~3,500엔을 내면 누구나 자신만의 제품을 들고 나와 ‘주말 장사꾼’이 될 수 있다. 시장 정보는 홈페이지(www.trx.jp)에 상세히 나와 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위치, 운영 시간 등 핵심 정보를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다. 1 도쿄에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주말에 벼룩시장을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쓸 만한 제품을 헐값에 건질 수도 있으며, 정겨운 사람 풍경을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2 주말 벼룩시장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리를 깔고 생활용품을 판매할 수 있다 3, 4 벼룩시장에는 의외로 건질 만한 아이템이 많다. 반면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물품들도 적지 않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골목길을 걷다가 느긋하게 커피 한 잔 일본인들이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기치조지와 지유가오카의 공통점은 느긋한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번화한 긴자, 신주쿠, 롯폰기 등 중심가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면 시간마저 절반의 속도로 흐르는 듯하다. 사실 기치조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브리 미술관’ 때문이었다. 헌데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또한 ‘아날로그적’인 미술관의 정책 탓이었다. 버젓이 인터넷이 있는데도 미술관은 지정 여행사와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에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입장일이 가까워지면 구하는 것도 어렵다. 나의 정보 부재를 한탄하며, ‘지브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치조지로 향했다. 기치조지 전철역과 이노카시라 공원 사이에는 수많은 앤티크 숍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가득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주요 배경이 된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을 맞아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연인들과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 예술가들로 활기가 넘쳤다. 폐품을 활용한 기괴한 모형의 장식품부터, 시중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수공예품들로 가득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지유가오카로 향했다. 커피숍 2층에 앉아 전철역 앞 작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권태를 즐겼다. 갓 구워낸 빵 한 조각과 커피를 즐기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밀조밀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며, 필름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메라 가게를 배회하는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우 재믹스’로 조악한 게임을 즐기던 시절. 내게는 ‘닌텐도 패밀리’가 있었으며, 일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는 물론 국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교한 일제 학용품도 많았다. 도쿄에 살던 이모가 보내주는 선물 꾸러미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동네에서 영웅이 되었다. 지유가오카의 문구점과 장난감 가게, 낡은 건물 간판들까지…. 이 낯선 도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을 살포시 끄집어내 미소짓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5 지유가오카의 명소인 라비타는 작은 쇼핑거리로,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연상케 한다 6, 7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이 선다. 폐품을 활용한 예술품과 일본인들의 정교한 손기술을 보여주는 실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8 지유가오카에 위치한 뽀빠이 카메라. 필름 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people] 호텔스닷컴 피터 요시하라 한·일 마케팅 총괄이사 “도쿄 자유여행, 안심하고 오세요” 호텔스닷컴에서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 이사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안심하고 도쿄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자유여행 인구가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본, 호주보다도 그 성장세가 빠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의 계열사인 호텔스닷컴Hotels.com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 맘대로’ 호텔을 선택하는 자유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다. 3월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서서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한국이름 양성호) 이사를 만나 최근 동향을 들어 봤다. Q. 대지진으로 한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급감했는데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A. 호텔스닷컴 한국 사이트에서 도쿄는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도쿄 호텔은 방문객 감소로 영업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많은 호텔들이 방문객이 줄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는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지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객이 느끼기에 위험하거나 불편한 요소는 없으니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도쿄를 여행했으면 한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오사카, 후쿠오카, 규슈, 오키나와 등의 호텔 예약이 가장 활발했다. 오사카는 올 여름, 호텔스닷컴 한국사이트에서 예약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호텔스닷컴이 전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일본 여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일본은 3대 선호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본 관광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Q. 여름 휴가철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역은? A. 오사카, 뉴욕, 상하이, 홍콩, 파리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필리핀의 예약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강점을 가진 미국 지역의 예약도 많은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의 예약이 꾸준한 편이다. Q. 호텔스닷컴은 최근 3년간 한국에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이다. A. 한국어 사이트(kr.hotels.com)를 개설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기본적인 온라인 키워드 광고 외에도 케이블 및 공중파 TV 채널에도 광고를 진행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호텔스닷컴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Q.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반응은 어떠한가. A. 호텔스닷컴은 지난 5월 새로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서인지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 8~9건 예약될 때, 안드로이드를 통해 4~5건 예약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를 통한 예약도 적지 않다. Q. 최근 모회사인 익스피디아도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A. 호텔스닷컴의 강점은 ‘현지화된 서비스’다. 지금 익스피디아의 한국 사이트를 보면, 호텔스닷컴의 처음 모습처럼 어색하다. 호텔스닷컴은 ‘한국 웹사이트보다 더 한국스럽게’ 만든다는 목표로 변화를 이뤄 왔다. 현재는 웹사이트에 대한 고객불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호텔스닷컴의 큰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올해 내에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항공사 마일리지 개념의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호텔스닷컴 Hotels.com’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의 자회사로서, 전세계 13만5,000개의 호텔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사이트이다. 2~3일간 반짝 할인, 마감 임박 할인, 주요 도시 40~50% 할인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콜센터에서는 한국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lace] 여전히 매력적인 도쿄, 고급 호텔을 노려라 도쿄의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해외여행객이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여행의 호기”라며 한국인들의 방문을 당부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호텔도 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도쿄의 5성급 호텔 두 곳을 들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일본 전통에 서양의 미를 가미하다 캐피톨 호텔 도큐 Capitol Hotel Tokyu 수수무 토가시 총지배인 일본의 명성 높은 호텔 그룹인 도큐Tokyu는 지금의 캐피톨호텔을 2010년 새롭게 공개했다. 4년간의 대공사는 ‘개보수Renovation’의 개념이 아닌 ‘재건축Rebuliding’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됐다. 관공서, 기업체가 많은 아카사카 중심 지역에 위치한 만큼 출장자들이 많고, 한국 기업들도 주변에 많아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편이다.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최대한 일본식으로 꾸몄다. 최근 리츠칼튼, 페닌슐라 등 해외의 특급 체인 호텔들이 일본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과 비교해도 객실 넓이는 45m2 수준으로 매우 넓은 편이다. 음식과 차도 일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특히 식사 후에 일본식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난 3월 대지진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국에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오히려 지금은 호텔 가격이 많이 내려간 만큼 출장 목적뿐 아니라 레저 여행객들도 캐피톨호텔도큐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www.capitolhoteltokyu.com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디자인호텔 파크 호텔 도쿄 Park Hotel Tokyo 마코토 엔도 영업 이사 파크호텔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디자인 호텔Design Hotels의 유일한 일본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이 강점이다. 시오도메 미디어 타워의 25층부터 34층까지 호텔로 사용하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행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익스피디아의 직원들이 우수 호텔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다. 긴자 지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오도메역에 위치한 호텔은 오다이바로 갈 수 있는 유리카모메(전용열차)를 탑승하기에도 편리하다. 객실이 전부 고층에 자리한 만큼 전망도 좋다. 도쿄타워가 가까이 보일 뿐 아니라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 친환경적인 객실 디자인은 물론 삼각형 모양으로 34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로비 등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일본 교토식 레스토랑,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바텐더가 있는 펍, 아로마 테라피 등도 파크호텔의 강점이다. 현재 한국인 직원도 1명 있어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parkhoteltokyo.com 1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일본 전통식으로 꾸몄다 2 파크호텔은 일본 유일의 디자인 호텔의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길 잃은 무교동 ‘글로벌 거리’

    길 잃은 무교동 ‘글로벌 거리’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글로벌 스트리트’(Global Street)에는 돌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글로벌 스트리트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세계적인 명물거리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2009년 7월 중구 무교동에 만들어졌다. 연구용역비만 1억원이 넘게 든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현재 무교동 어디에서도 명물로 불릴만 한 이국적인 거리는 없다. 길가 보행로에 놓인 일반인 무릎 높이의 네모난 돌의자가 전부다. 돌의자 옆면에는 각 나라 국기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이곳이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 스트리트”라고 하자 이상하다는 듯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되물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6개월간 ‘서울 글로벌 스트리트 조성방안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맡았다.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300m 가량의 무교동 거리를 다문화를 상징하는 지구촌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하고 의뢰한 연구용역이었다. 여기에 1억 3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연구용역비가 들었다. 보고서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거리의 보행 환경과 이용자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라틴구, 스트라스부르그, 스위스 제네바, 두바이의 비즈니스베이,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 거리, 요코하마 모토마치 상점가, 중국 상하이의 테임즈타운과 와이탄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배경 연구로 무교동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설문조사 등 다양한 분석도 함께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곳에는 2010년까지 연차적으로 다문화 레스토랑, 글로벌 약국, 다국적 스낵코너, 전시거리, 외국인 커뮤니티 광장, 글로벌 벼룩시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또 상점 운영자에 대한 외국인 맞이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2009년 5월 서울시가 발표한 글로벌 스트리트 조성계획은 ▲66개 돌의자에 자매결연을 맺은 국가의 국기와 이미지, 인삿말이 새겨진 스티커 부착 ▲4차선 도로를 2~3차선으로 조정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간이무대 설치 등에 그쳤다.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대부분의 내용은 취소·묵살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리를 비우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계획이 대부분 취소됐다. 반드시 계획대로 해야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들은 “차로 옆에 놓인 돌의자에 앉아있기도 겁날 뿐더러 매주 화·목요일 점심시간에 간이무대에서 열리는 외국 전통문화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더라.”면서 “이러니 전시행정이니 탁상행정이니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제주올레 걸으며 자신을 만나보세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한국방문의 해를 기념하는 4대 특별 이벤트의 하나인 ‘2011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제주올레 6∼9코스에서 연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길에서 사랑을 발견하자는 뜻에서 ‘사랑하라, 이 길에서’(Discover Love on the trail)를 주제로 내걸었다. 9일 6코스(쇠소깍∼이중섭 거리∼외돌개), 10일 7코스(외돌개∼법환포구∼월평포구), 11일 8코스(월평마을∼주상절리∼대평포구), 12일 9코스(대평포구∼월라봉∼화순해수욕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사가 진행된다. 서귀포 시내에서 가까운 코스들로, 가장 긴 코스가 15㎞에 불과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코스마다 10여개의 야외무대가 설치돼 전문가와 아마추어 공연자들이 축제 참가자들이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음악, 기악 연주와 노래, 무용, 마임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의 부녀회에서는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제주의 먹을거리를 내놓는다. 매일 밤 8∼9시 서귀포시 서복전시관 야외무대에서는 ‘간세다리’(게으름뱅이) 정신으로 느릿느릿 걷는 참가자들을 위한 야간 프로그램인 ‘간세다리, 다 모여라’ 행사가 열린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는 야시장 먹을거리 장터를 운영하며, 이중섭거리에서도 야간 예술벼룩시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6코스 중간 지점인 제주올레 안내센터~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는 달빛 올레도 체험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제주올레 걷기축제 홈페이지(www.ollewalking.co.kr)를 통해 10월 16일까지 접수한다. 참가비는 개인 1만원, 20인 이상 단체는 1인당 8000원이다. 현장 신청은 받지 않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88살 ‘통곡의 쌍둥이 미루나무’ 살려주세요

    88살 ‘통곡의 쌍둥이 미루나무’ 살려주세요

    “그는 오늘 조금이나마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시를 읊어주고, 콘서트를 열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속삭이네요. 그가 이제 길어야 10년도 채 못 산다고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그가 이곳에서 자란 지 88년이나 됩니다.” 쫓아오던 해님이 서쪽 교회당에 걸릴 무렵이던 지난 23일 오후 6시,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선 조촐하지만 뜻깊은 음악회가 열렸다. 디케이 소울(본명 김동규)의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는 멀리서도 처연하게 들렸다. 이곳 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독립·민주화운동 열사들의 넋을 달래려는 진혼제인 듯했지만 뜻밖이었다. 이름도 낯선 ‘스토리텔링 콘서트’의 주인공은 무대 앞 사형장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묵묵히 서 있는 미루나무 두 그루였다. 콘서트에 귀 기울이던 ‘키다리 아저씨’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가슴아픈 전설을 들려줬다. 옥사에 갇혔던 독립·민주열사들이 간수(看守)들에게 불려나가면서 겪은 얘기다. 역사관 앞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면회실이지만 오른쪽으로 꺾으면 사형장이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형수들은 미루나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었다는 사연이었다. 문제는 담벼락 안쪽에 서 있는 나무가 같은 시기에 들어선 바깥 미루나무와 달리 너무 왜소했다는 점이다. 2m가 넘는 담벼락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해서이겠지만, 마치 독립·민주화의 한(恨)을 풀지 못한 채 스러진 억울한 혼들의 아픔을 오롯이 목격한 쓰라림 탓인지 먹어도 먹어도 나무는 초췌해져만 갔다. 무성한 잎새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껴안을 수 있는 사형장 밖 나무와 달리 안에 있는 녀석은 삐쩍 마르고 야윈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미루나무의 수명은 최대 100년이랍니다. 생(生)을 얼마 남기지 않았죠.”라는 문 구청장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문 구청장은 ‘상록수’의 저자 심훈(1901~1936년)이 이곳 옥중에서 쓴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풀 한 포기 없는 마당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주황빛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빈대, 벼룩이 다투어가며 진물을 살살 뜯습니다. 생지옥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콘서트에 온 인근 인창고 학생들도, 관람객들도 모두 숨을 죽였다. 이어 한 사람 겨우 누울 곳에 갇혔던 애국지사들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막는 부채꼴 모양 10칸의 격벽장에서 운동을 했던 이야기 등 형무소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구는 희생정신을 증언하는 이 격벽장을 복원 중이다. 아픈 역사도 기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비극이다. 그래서 온라인에 통곡의 미루나무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동대문, 외국인 벼룩시장 한마당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인근 서울풍물시장은 우리네 추억을 사고 파는 곳이다. 일상에 지쳐 쉼표가 필요할 때 과거로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이다. 손때가 묻은 골동품에서부터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고가구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곳이어서 해외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동대문구가 이런 이색적인 멋을 살리기 위해 24일 오전 9시~오후 5시 차량통행이 금지되는 시장 앞길 150여m에서 주한 외국인 벼룩시장을 연다. 대사관 직원과 가족, 유학생 등 8~12개국 20여개팀이 평소 쓰던 물건들을 내다판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애지중지하던 생활용품도 많아 제법 쓸 만한 물건을 건지는 행운도 맛볼 수 있다. 특히 ‘차 없는 거리’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 시민벼룩시장, 상인들의 주말시장을 함께 열어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등 3락()에 푹 빠져볼 수 있다. 오후 3시부터는 타악기 프로젝트 그룹 ‘타’와 전통국악단 ‘다울예술단’이 리듬감 넘치는 우리의 가락을 선보인다. 유덕열 구청장은 “차 없는 거리를 다음 달까지 매주 토요일 시범운영한 뒤 교통규제심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일요일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릴라 릴라’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릴라 릴라’

    웨이터로 일하는 다비드(다니엘 브륄·오른쪽)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평범한 남자다. 손님으로 종종 들르는 마리(한나 헤르츠스프룽·왼쪽)를 남몰래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의 존재조차 모른다.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작은 서랍장을 구입한 다비드는 그 속에서 누군가가 오래전 쓴 원고를 발견한다. 문학도인 마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그는 그 작품을 자신의 소설인 것처럼 꾸민다. 사건은, 소설을 읽고 감동받은 그녀가 출판사에 몰래 연락하면서 벌어진다. ‘릴라 릴라’라는 제목의 1950년대식 사랑 이야기는 출판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다비드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연초에 개봉한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작에 목마른 소설가 로이는 사고를 당한 친구의 습작을 가로챈다. 얼마 후 그는 친구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덕에 대해 말하는 듯하지만, 앨런은 어떤 섭리를 빌려 삶의 짓궂은 미스터리를 전한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 다비드가 죄의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릴라 릴라’의 주제는 ‘환상의 그대’의 그것과 다르다. 로이가 남의 창작물을 훔친 소설가지만, 다비드는 타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삶을 바라보게 된 보통 사람이다. 로이에겐 소설이 절실한 목적이지만, 다비드는 사랑이란 목적을 위해 소설의 도움을 구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릴라 릴라’는 다비드의 죄를 심판하거나 다비드의 내적 혼란을 전면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소박한 남자를 둘러싼 예술 시장의 허영을 풍자한다. 다비드라는 인간과 소설가로서의 다비드 가운데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모르는 마리가 허영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짝사랑을 거들떠보지 않던 그녀는 그가 한 거짓말의 덫에 매혹당한다. 극 중 소설은 절박한 사랑 끝에서 목숨을 잃은 남자의 실제 이야기인데, 독자나 평단은 실존 인물과 그가 겪은 고통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작가에게만 관심과 애정을 표한다. 그럴듯하게 표현된 허상이 진짜 존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리는 것이다. 원작소설까지 포함하면 몇 겹 소설의 벽이 ‘릴라 릴라’의 안팎을 두르고 있다. 관객이 보는 것은 마르틴 주터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극 중 소설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다비드와 마리의 사랑과 대구를 이루며, 영화 전체를 품는 숨겨진 소설 한 편이 주터의 자전적 소설과 다시 한 번 연결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비드의 내레이션이다. 크게 원을 구성하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내레이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비교될 수밖에 없는 린 램지의 ‘모번 켈러’와 이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모번 켈러’에서 모번은 자살한 남자친구의 소설에 자기 이름을 새겨 출판사에 보낸다. ‘릴라 릴라’는 정체성을 찾는 한 인간의 이야기에 인물의 목소리를 더한다. 타인의 시선 바깥에 존재하던 다비드는 목소리를 갖게 되면서 사회적 존재로 변신한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은 남의 이야기만 들으며 산다. 자기 이야기에 아무도 관심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잊어버린 채 산다. 글은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릴라 릴라’는 모든 인간이 각자 하나의 목소리를 갖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22일 개봉. 영화평론가
  • 겉도는 주민참여 예산제

    오는 9일 주민참여예산제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자치단체 대부분이 행정안전부의 모델을 모방하는 것에만 급급,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경기 남양주시의 지자체·주민 간 ‘쌍방향 소통’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5일 행안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9일부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지자체 예산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주민참여예산)을 시행한다. 하지만 지방재정법 시행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 경기 지역 31개 지자체 가운데 제도 시행을 위한 조례 제정을 하지 않은 시·군이 무려 6개나 돼 준비 부족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시·군은 성남시, 고양시, 오산시, 군포시, 김포시, 화성시 등이다. 또 조례를 제정한 시·군들 역시 주민 의견수렴 방법을 인터넷 설문조사나 공청회 등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어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가평군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 인터넷 설문조사와 토론회를 실시할 예정으로, 이는 행안부가 제시한 ‘모델안1’과 동일하다. 이어 양평군은 주민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할 방침이지만 대부분 강의식에 그치고 있어 일방적 교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대부분의 시·군에서도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인터넷 설문조사로 대체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 부족 등으로 주민들은 여론조사 기간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심의기구 성격의 주민참여위원회의 구성 여부도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맡겨 둬 주민들의 정책 참여가 의견수렴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면서 일부에서는 참여예산뿐만 아니라 정책 전반에 걸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남양주시의 ‘시민참여 행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양주시의 경우 민선5기 시작과 함께 ‘시민참여행정’을 채택해 그동안 시민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결성, 운영하며 126개 분야에 걸쳐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워킹그룹에서 발제된 아이디어는 시장 취임식과 한강 걷기대회, 점프벼룩시장 등 여러 정책에 반영됐다.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시민들이 직접 맡는 한편 각종 규제로 묶여 개발이 어려웠던 곳을 스스로 체험마을로 조성하는 등 주민의 일에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주민 참여를 앞두고 다양한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전체 행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주인이 버린 털무게만 12.7kg인 유기견 충격

    주인이 버린 털무게만 12.7kg인 유기견 충격

    털의 무게만 12.7kg에 이르는 개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인은 이 개를 거의 10년 동안 한 번도 털을 깎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이 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동부 캠브리지셔 주 갓맨체스터의 거리에서 검은색 밴차량으로부터 버려졌다. 개는 영국산 목양견으로 완전히 털로 뒤덮여 있었다. 눈은 앞을 볼 수도 없었으며, 온몸의 털은 뭉치고 더러워져 배변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발톱은 갈고리 모양으로 자라 걷기조차 불편했다. 동물 자선단체로 보내진 개는 ‘플로이드’란 이름을 얻었다. 동물 자선 단체의 웬디 크루거는 조심스럽게 플로이드의 털을 깎아 주고 발톱을 다듬어 주었다. 몸에는 벼룩이 득실거렸고, 털에는 나무의 씨앗이 있을 정도였다. 털 무게만 12.7kg이 나왔다. 털을 깎아 말쑥해진 플로이드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나 싶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꼬리를 흔드는 등 자선단체 직원들에게 친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플로이드는 앞으로 귀청소와 피부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동물단체는 플로이드의 나이가 10세 정도이며, 그동안 전혀 털을 깎아 주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플로이드를 보살핀 직원 크루거는 “플로이드를 처음 보았을 때 충격적이었다.” 며 “동물을 이 상태로 만든 것은 범죄행위” 라고 말했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부산외국인학교 국제학력인증

    부산 기장군 기장읍 부산국제외국인학교가 국제 공인인증기관인 미국서부교육위원회(WASC)와 국제학교인증협회(CIS)로부터 학력 인증을 받는 등 명실상부한 우수 외국인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3일로 개교 1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가 WASC와 CIS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은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을 확보한 국제적 수준의 학교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두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인증을 받은 것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지난 6월 개교 이후 배출된 졸업생 10명은 미국, 영국, 유럽, 홍콩 등 37개 대학으로부터 입학 승인과 함께 13만 52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 세계 274개교 5만 3000여명이 참가한 국제학교평가시험에서 이 학교 학생들은 세계 평균보다 학업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개교 당시 280명이었던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 6월 현재 등록학생 수가 317명에 이른다. 부산뿐 아니라 울산 등 타지역으로부터 입학예정 학생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신학기가 시작되는 8월 학생 수는 4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의 우수성은 학업성과뿐만 아니라, 방과 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인근 지역 초등학교에 영어 수업을 하고 있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벼룩시장을 열어 장애인단체, 보육원 및 자선단체 등에 물품 및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또 인근 학교와의 수업 교류 및 학예회, 스포츠 교류행사 등을 개최하는 등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 및 타 지역의 외국인학교를 초청해 친선체육대회, 교사 연수 워크숍 등을 유치·개최함으로써 학교의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한편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수는 2011년 1월 기준으로 4만 4726명이며(행정안전부 발표) 부산에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와 함께 해운대구 좌동에 부산외국인학교를 포함, 2개 영어권 외국인학교가 운영 중에 있다. 이종원 부산시 행정자치국장은 “국제 외국인학교의 지속적인 발전과 학생 유치를 위해 국제공인프로그램의 확대 도입 및 홍보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지구촌 75개 극단 인형극 보러 오세요”

    ‘어린이에게 꿈을! 모두에게 사랑을!’ 꿈과 동심을 상징하는 지구촌 인형들이 호반의 도시 강원 춘천을 화려하게 빛낸다. 춘천시는 세계 인형축제 한마당인 ‘2011 춘천인형극제’가 오는 8일부터 15일까지 춘천인형극장을 중심으로 춘천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고 4일 밝혔다. 23회째. 춘천인형극제는 국내외 인형극단과 인형극인들이 총출동, 인형극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선보이는 공연예술축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해외 5개 극단, 국내 5개 극단의 공식 초청공연과 40개 전문극단, 25개 아마추어 인형극단 등 국내외 75개 극단이 참가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전통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형태의 인형극들이 눈길을 끈다. 국내 인형극 저변확대와 우수한 인형극인 양성을 위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 ‘창작인형극 대본 공모전’ 등이 마련됐다. 인형극 제작에 관한 모든 작업을 체험해 보는 ‘번개인형극’을 비롯해 ‘춘천어린이 벼룩시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춘천인형극제는 프랑스 극단의 ‘듀오안피비오스’의 공연(관람료 1000원)을 제외한 모든 공연이 무료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문화마당] 19금(禁) 대중가요 심의/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19금(禁) 대중가요 심의/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며칠 전, 인기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월 초순 비스트 1집 음반에 수록된 노래였다. 발표된 지 두달여나 지나서 이같은 판정을 받았다. 판정 이유가 재밌다. 노랫말 중 ‘취했나 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부분이 음주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노래는 청소년 유해물인데도 불구하고 두달여 동안 단속하지 않고 방치된 셈이다. 판정 결과도 짚어 볼 문제지만 유해물 단속의 명분도 없어 보인다. 인디그룹 십센치(10cm)의 곡 ‘그게 아니고’도 마찬가지 사례다. 노래 가사에 ‘감기약’이 나왔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 한 영화감독은 “한국에선 한복을 입으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고, 감기약을 먹으면 약물중독자로 의심을 받는다.”며 판정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다. 또 한 여배우는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들, 약국 가서 감기약 사먹는 건 괜찮고 ‘감기약’이 들어간 노래는 들으면 안 되는 건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됐건 이 노래를 포함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다수의 곡들은 오후 10시 이전 보도용 프로그램을 제외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한 상태에서만 전파를 탈 수 있게 됐다. 음반 및 음원에도 청소년 구입 금지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를 어겼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이른바 ‘19세 이하 금지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가 된 가사를 바꿔 다시 녹음해야 한다. 물론 콘서트에서도 가사를 바꿔 불러야 법적인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제재를 피하겠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바꾼 억지 가사는 전후 내용이 맞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바뀐 부분이 지나치게 도드라지게 된다. 당연히 곡을 만든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앞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판정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까닭은 그 기준에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랫말에 술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유해매체 판정을 내리는 것은 노래의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단어에만 얽매여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 가요의 홍보 주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기도 하다. 발표와 동시에 히트 여부가 판가름나는 가요계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심의가 방송사 심의보다 두달여나 늦게 발표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이미 방송을 통해 히트곡이 된 노래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하는 촌극이 실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과연 가요 심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일선 매체에 있는 음악프로듀서들의 음악 선곡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곡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년들의 눈높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술이나 담배 같은 위해 단어가 노래에 들어가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창작자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듣고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서 피우고,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듣고 술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우는 코미디 같은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간 우리 사회는 대중문화를 대하는 여유를 가르치지 않았다. 노래를 노래로 받아들이지 않고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 어떤 형태로든 재단하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의 사전검열 아래서도 우리 가요는 풀처럼 일어서서 대중의 가슴으로 전해져 왔고 또 오늘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월을 견디는 노래는 검열과 심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작의 자유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 대중이 키워나가는 것이다.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풀처럼.
  •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출판계는 지난 20년간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확산시키면서 무수한 자기계발서를 쏟아내 배를 불렸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앤서니 로빈스, ‘당당하고 지적인 여성이 꼭 알아야 할 99가지 지혜’의 헬렌 걸리 브라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식민지시대 스페인풍의 대저택을 사들일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거뒀다. 2000년 뉴스위크지는 책, 세미나 등을 포괄한 미국의 자기계발 산업 규모가 연간 24억 8000만 달러(약 2조 6000억원)라고 추산했다. ‘당당하고’의 저자 헬렌 브라운은 “직장에서 성욕은 육성되어야 한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군가와 성적으로 연관되지 않고서는 일해보지 않았다.”고 주장해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자기계발의 덫’(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모요사 펴냄)은 이런 자기계발서가 노동자들의 임금 정체 및 고용 불안 현상과 궤를 같이하며, 노동자들을 새로운 유형의 노예로 이끈다고 지적한다. 저자인 맥기는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 그는 자신이 쓴 책대로 살지 않아 파산한 스티븐 코비의 모순부터 지적한다.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책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해 좌절에 빠진 딸에게 “육아를 즐겨라.”라고 조언한다. 이를 두고 맥기는 “전업주부인 아내의 내조에 기댄 아홉 자녀의 아버지 코비는 성분업적이고 사적인 역할분담론으로 후퇴했다.”고 비난한다. 아울러 자기계발서 시장에서는 ‘개인 경제’나 ‘와인 맛보기’ 정도였을 책이 ‘바보들을 위한 개인 금융’ 혹은 ‘촌놈, 와인 마시기’와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어 해결사를 자처한다고 꼬집는다. 이런 책들은 독자를 뭔가 모자란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한다. 실상 자기계발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고 가르치는 성경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해체되고, 평생직업과 평생반려자가 시대착오적인 것이 된 시대에 자기계발서는 언제라도 결혼할 수 있고, 항상 취직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외친다. ‘자기계발’의 저자는 전통적인 미국의 자수성가한 남성 신화는 아내, 어머니 또는 누이의 노동을 착취하고 멸시해서 얻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신의 계시’ ‘영혼을 관리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자기계발서가 제시한 것은 결국 흉내 내기에 불과하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보상받을 길 없는 허구적인 자아의 미래상이란 게 맥기의 결론이다.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울 나이도 지난 성인들이 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일방적인 조언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맥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누구도 혼자서 자신을 창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즉 진정한 자신을 형성하고 실현하려면 타인의 노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되기’는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토네이도 펴냄)은 맥기가 비판했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방향에서 진정한 자기계발법을 일러준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25년간 미국 일간지 기자로 일했던 저자 브레스낙은 자신 안의 갈증을 외면하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 직장과 이웃을 위해 헌신해도 영혼이 목마를 때, 갈증을 채워 줄 7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란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정지하는 법 배우기,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등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돈 문제에서도 저자는 색다른 방법으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자신만의 돈을 만들고, 원할 때마다 만져 보거나 세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의 존재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고, 피자 값으로 써서도 안 된다. 외출할 때도 따로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챙기면,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두 책은 모두 진정한 영혼의 부름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자기계발’ 1만 7000원, ‘혼자 사는’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브레스낙이 제시하는 영혼의 갈증을 채우는 법 10가지 ①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②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③ 정지하는 법 배우기 ④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⑤ 벼룩시장 구경하기 ⑥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⑦ 위안을 주는 동물과 살기 ⑧ 헌책방에서 옛날 책 고르기 ⑨ ‘안 돼요.’라고 말하기 ⑩ 살고 싶은 집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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