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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m 학교 담장에 타일 벽화… 제주 ‘거리예술’ 되다

    60m 학교 담장에 타일 벽화… 제주 ‘거리예술’ 되다

    “아이들이 등하교 때, 선생님들이 출퇴근 때 벽화를 보며 잠시나마 뿌듯함을 느끼고 행복을 충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서귀포 서귀중앙여자중학교 교문 앞 밋밋하고 칙칙했던 담장이 전교생들의 열정 덕에 벽화로 장식되면서 화려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벽화 만들기는 양덕부(62) 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양 교장은 9일 “출근할 때마다 정문 쪽 60m에 이르는 긴 담벼락이 삭막하게 느껴져 무언가 따뜻함을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10월 미술교사 송수일 선생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그러나 송 선생이 그림은 오래되면 색이 바래진다며 부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타일로 제작하면 더 오래갈 수 있겠다고 깜짝 제안하면서 거사를 도모하게 됐다. 마침 학교에 도자기 굽는 가마가 있어 송 선생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벽화 제작에는 전교생 505명이 하나가 돼 참여했다. 겨울방학 전 지난해 10월부터 미술 수업을 하면서 직접 귀면 부조를 빚고 타일에 제각기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귀면은 귀신 얼굴 문양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가 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3개월을 매달렸다. 귀면 부조 760여점과 타일 작품 3000여점이 탄생했다.작업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60m를 넘는 대형 작업이다 보니 계획했던 타일보다 200장을 더 만들어야 했다. 2, 3학년 학생들이 그림을 더 그렸다. 타일이 많아 굽는 것도 큰일이었다. 송 선생은 방학 동안 가마 곁을 떠나지 못했다. 게다가 학교 가마는 크지 않아서 한 번에 150장밖에 굽지 못한다. 가마를 한 번 사용하면 3~4일은 식혀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굽는 게 한계였다. 결국 졸업생 중 공방을 운영하는 이진미씨 도움을 받아 나머지 절반을 만들었다. 마침내 새 학기 전에 전교생의 땀이 담긴 작품이 빛을 보게 됐다. 송 선생은 61세로 지난달 명예 퇴직했다. 마지막 수업하듯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송 선생은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교정 곳곳의 낡은 곳을 페인트칠하고 리모델링하면서 새 학교가 됐다”며 “그 열정 바이러스에 전염된 듯 나와 학생들이 모든 걸 쏟아부은 듯하다”고 했다. 양 교장은 올해 정년을 맞는다. 송 선생과 함께 큰 선물을 학교에 주고 떠난다.
  • “벼락거지 없는 사회로… 내 편 네 편 없는 통합의 리더십 보여 달라”

    “벼락거지 없는 사회로… 내 편 네 편 없는 통합의 리더십 보여 달라”

    “통합의 대통령이 돼 달라.” “집값을 안정시켜 달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한 표’를 행사하러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계층별로, 처지별로 다르게 쏟아진 백가쟁명식 요구들은 결국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학원에서 근무하는 오재광(29)씨는 “양극화 해소 정책을 고민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품어 통합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고 말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권이 편 가르기에 앞장서면서 나라가 두 동강 난 것을 새로운 리더십이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편동철(54)씨는 “이번 대선에 유독 권력끼리 상부상조하는 부정부패 모습이 많이 드러난 것 같다”며 “누가 당선되든 여러 논란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만큼 국민이 더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청렴한 국정 운영을 해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은 차기 정부가 정교한 부동산 정책을 펼쳐 줄 것을 주문했다. ‘벼락거지’와 같은 절망적인 용어가 통용되지 않도록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20대 아들을 둔 주부 장재희(52)씨는 “아직 아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집값이 오르는 게 가장 걱정”이라며 “다음 대통령은 청년들도 집값 걱정을 하지 않고 주부들도 물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청년들이 원하는 공약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라면서 “공급량 확대, 규제 완화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 공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청년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거 안정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문제인 청년실업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왔다. 대학생 유선종(27)씨는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정보기술(IT) 쪽이 각광받는데 실제 학교에서 IT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게 없다”면서 “청년들이 배운 것과 현재 산업이 원하는 것이 다른 노동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IT 교육을 강화하거나 산업이 원하는 인재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역으로 백모(39)씨는 “청년희망적금 등 청년세대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있지만 30~40대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거 정책이나 금융 지원 등 낀 세대 맞춤형 지원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며 정책에서 소외된 이른바 ‘낀 세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 달라고 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힘을 써 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연희(62)씨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서 힘들었다”면서 영업제한을 풀어 달라고 했다. 종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권오규(75)씨는 “80세까지 일을 하고 싶은데 국가 경제가 튼튼해야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서민들이 물가나 생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경제가 바로 서는 나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력, 성별에 따라 불평등하게 갈라지는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입시와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방과후 활동, 자유학기제, 체험 활동과 같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강화해 나가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 차별과 여권 신장 운동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심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는 차별과 배제,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최우선 정책 과제로 앞세워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거시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다. 취업준비생 문모(25)씨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우주 등 미래 먹거리가 걸린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는 시대인데 우리나라에는 관련 정책이 부족한 것 같다”며 “정책적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인 IT 등의 분야에서 인재 양성과 지원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정순(95)씨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넘보지 못하는 부강하고 강력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60m 학교 담장에 타일 벽화… 제주 ‘거리예술’ 되다

    60m 학교 담장에 타일 벽화… 제주 ‘거리예술’ 되다

    “아이들이 등하교 때, 선생님들이 출퇴근 때 벽화를 보며 잠시나마 뿌듯함을 느끼고 행복을 충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서귀포 서귀중앙여자중학교 교문 앞 밋밋하고 칙칙했던 담장이 전교생들의 열정 덕에 벽화로 장식되면서 화려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벽화 만들기는 양덕부(62) 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양 교장은 9일 “출근할 때마다 정문 쪽 60m에 이르는 긴 담벼락이 삭막하게 느껴져 무언가 따뜻함을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10월 미술교사 송수일 선생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그러나 송 선생이 그림은 오래되면 색이 바래진다며 부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타일로 제작하면 더 오래갈 수 있겠다고 깜짝 제안하면서 거사를 도모하게 됐다. 마침 학교에 도자기 굽는 가마가 있어 송 선생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벽화 제작에는 전교생 505명이 하나가 돼 참여했다. 겨울방학 전 지난해 10월부터 미술 수업을 하면서 직접 귀면 부조를 빚고 타일에 제각기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귀면은 귀신 얼굴 문양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가 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3개월을 매달렸다. 귀면 부조 760여점과 타일 작품 3000여점이 탄생했다. 작업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60m를 넘는 대형 작업이다 보니 계획했던 타일보다 200장을 더 만들어야 했다. 2, 3학년 학생들이 그림을 더 그렸다. 타일이 많아 굽는 것도 큰일이었다. 송 선생은 방학 동안 가마 곁을 떠나지 못했다. 게다가 학교 가마는 크지 않아서 한 번에 150장밖에 굽지 못한다. 가마를 한 번 사용하면 3~4일은 식혀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굽는 게 한계였다. 결국 졸업생 중 공방을 운영하는 이진미씨 도움을 받아 나머지 절반을 만들었다. 마침내 새 학기 전에 전교생의 땀이 담긴 작품이 빛을 보게 됐다. 송 선생은 61세로 지난달 명예 퇴직했다. 마지막 수업하듯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송 선생은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교정 곳곳의 낡은 곳을 페인트칠하고 리모델링하면서 새 학교가 됐다”며 “그 열정 바이러스에 전염된 듯 나와 학생들이 모든 걸 쏟아부은 듯하다”고 했다. 양 교장은 올해 정년을 맞는다. 송 선생과 함께 큰 선물을 학교에 주고 떠난다.
  • “벼락거지 없는 사회로… 네 편 내 편 없는 통합의 리더십 보여 달라”

    “벼락거지 없는 사회로… 네 편 내 편 없는 통합의 리더십 보여 달라”

    20대 취준생 “4차 산업 교육을”자영업자 “영업제한 풀어 달라”여성노동자 “소외층에 관심을”“통합의 대통령이 돼 달라.” “집값을 안정시켜 달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한 표’를 행사하러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계층별로, 처지별로 다르게 쏟아진 백가쟁명식 요구들은 결국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학원에서 근무하는 오재광(29)씨는 “양극화 해소 정책을 고민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품어 통합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고 말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권이 편 가르기에 앞장서면서 나라가 두 동강 난 것을 새로운 리더십이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편동철(54)씨는 “이번 대선에 유독 권력끼리 상부상조하는 부정부패 모습이 많이 드러난 것 같다”며 “누가 당선되든 여러 논란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만큼 국민이 더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청렴한 국정 운영을 해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집값 폭등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은 차기 정부가 정교한 부동산 정책을 펼쳐 줄 것을 주문했다. ‘벼락거지’와 같은 절망적인 용어가 통용되지 않도록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20대 아들을 둔 주부 장재희(52)씨는 “아직 아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집값이 오르는 게 가장 걱정”이라며 “다음 대통령은 청년들도 집값 걱정을 하지 않고 주부들도 물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청년들이 원하는 공약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라면서 “공급량 확대, 규제 완화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 공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청년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거 안정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문제인 청년실업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왔다. 대학생 유선종(27)씨는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정보기술(IT) 쪽이 각광받는데 실제 학교에서 IT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게 없다”면서 “청년들이 배운 것과 현재 산업이 원하는 것이 다른 노동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IT 교육을 강화하거나 산업이 원하는 인재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으로 백모(39)씨는 “청년희망적금 등 청년세대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있지만 30~40대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거 정책이나 금융 지원 등 낀 세대 맞춤형 지원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며 정책에서 소외된 이른바 ‘낀 세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코로나19 장기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 달라고 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힘을 써 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연희(62)씨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서 힘들었다”면서 영업제한을 풀어 달라고 했다. 종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권오규(75)씨는 “80세까지 일을 하고 싶은데 국가 경제가 튼튼해야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서민들이 물가나 생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경제가 바로 서는 나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력, 성별에 따라 불평등하게 갈라지는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입시와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방과후 활동, 자유학기제, 체험 활동과 같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강화해 나가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 차별과 여권 신장 운동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심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는 차별과 배제,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최우선 정책 과제로 앞세워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거시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다. 취업준비생 문모(25)씨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우주 등 미래 먹거리가 걸린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는 시대인데 우리나라에는 관련 정책이 부족한 것 같다”며 “정책적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인 IT 등의 분야에서 인재 양성과 지원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정순(95)씨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넘보지 못하는 부강하고 강력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전교생이 뭉쳤다… 교정 담장, 거리예술이 되다

    전교생이 뭉쳤다… 교정 담장, 거리예술이 되다

    “아이들이 등하교때, 선생님들이 출퇴근때 벽화를 보며 잠시나마 뿌듯함을 느끼고 행복을 충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의 밋밋하고 칙칙했던 통학로 담장이 전교생들의 열정을 불태워 화려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교문 앞 담장 벽화는 양덕부 교장이 지난해 10월 미술교사인 송수일(61) 선생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교장은 출근할 때마다 학교 정문 긴 담벼락이 삭막하게 느껴졌고 무언가 따뜻함으로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처음엔 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그러나 송 선생이 부조를 빚고 타일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더 오래 갈 수 있겠다는 깜짝 제안으로 거사(?)를 도모했다. 다행히 학교에는 도자기 굽는 가마도 있었다. 505명의 전교생이 하나가 되어 동참했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2~3개월을 매달렸다. 겨울방학하기 전인 10월부터 미술 수업을 통해 직접 귀면 부조를 빚고 타일에 제각기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귀면(鬼面)이란 귀신 얼굴 문양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가 있다. 귀면 부조 760여 점과 타일 작품 3000여 점은 그렇게 탄생됐다. 처음엔 360장 정도면 채워질 것 같은 벽면이 길이만 60m를 넘는 대형 작업이어서 200장을 더 만들어야 했다. 2, 3학년 학생들이 추가로 더 그렸고 송 선생은 방학동안 내내 학교에 나와 재벌구이를 해야 했다. 설상가상 학교 가마는 크지 않아서 한번 구울 때 150장 밖에 굽지 못하는 흠이 있었다. 더욱이 굽고 나서 3~4일은 식혔다가 다시 구워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고작 두번 굽는게 한계였다. 결국 본교 졸업생 중 공방하는 이진미씨의 도움을 받아 나머지 작품 절반도 구워 마침내 새학기 전에 빛을 보게 됐다. 사실 교장 선생과 송 선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동시에 퇴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 특히 송 선생은 경기 수지중학교 교사로 있다가 교환교사로 제주에 내려와 서귀중앙여중과는 2년째 인연을 맺고 있었고 은퇴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겨울방학 내내 그는 가마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마지막 수업을 하듯,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벽화를 뒤로 하고 교정을 떠나는 순간, 감회가 남다를 법도 한데 송 선생은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한 지 일년도 안 돼 새학교처럼 교정이 180도로 달라졌다”며 “그 열정 바이러스에 전염된 듯 나와 학생들이 모든 걸 쏟아부은 듯 하다”며 모든 공을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돌렸다.
  • 북한, 대선일에도 대남 비난…“전쟁 준비 광분하고 있다”

    북한, 대선일에도 대남 비난…“전쟁 준비 광분하고 있다”

    北 “남조선 호전광들 북침 전쟁 수행 능력 강화” 북한이 우리 대선일인 9일 남한이 북침 전쟁준비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위험계선을 넘어선 호전광들의 대결광기’라는 논평을 통해 우리 군의 육군미사일사령부·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확대개편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한국형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시험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매체는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당황망조한 ”남조선 호전광들이 우리를 터무니없이 걸고들며 북침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면서 ”지금껏 남조선 호전광들이 그 무슨 ‘다양한 위협들에 대응’한다는 구실 밑에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위한 첨단전쟁장비들을 외부로부터 대대적으로 끌어들인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쪽박을 쓰고서는 벼락을 피할 수 없는 법“이라며 ”이미 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극초음속미사일에 의해 기존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평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의 메아리는 또 남한의 군부대 확대개편이나 미사일 요격 시험, 군 장비 도입 등은 다 ”부질없는 객기“라며 ”눈앞의 뻔한 현실도 바로 보지 못하고 물덤벙술덤벙하는것처럼 미욱한 짓은 없다“라고도 비난했다.美 “ICBM 시험 발사, 핵실험 성공...미 본토 위협” 한편 미국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 전문가들 모두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실험 재개 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북한이 (과거) ICBM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하고 핵실험에 성공한 것은 미 본토를 위협하고, 위기 및 무력충돌 상황에서 우리 선택을 제한하려는 능력을 높이려는 북한 지도자들의 결심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ICBM을 비롯해 가장 성능이 뛰어난 무기 시스템의 비행 시험을 곧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나와, 현장] 종착역 없는 ‘청년부자공화국’/김희리 경제부 기자

    [나와, 현장] 종착역 없는 ‘청년부자공화국’/김희리 경제부 기자

    지난해까지 금융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이었다. 열풍의 중심엔 2030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풍부해진 유동성과 함께 집값이 하늘로 치솟으며 근로소득 대비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좌절감을 겪은 젊은 세대가 뒤처진 자신들의 자산 축적 수단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신규 가입자 249만 5289명 중 20대가 32.7%, 30대가 30.8%를 차지했다. 오죽하면 ‘20대의 기회는 암호화폐, 30대의 기회는 주식, 40대 이상의 기회는 부동산’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분석해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의 연령대는 30대가 전체의 31%, 40대가 27%로 3040이 전체의 절반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23%에 그쳤다. 젊은층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코인 대박’ 신화에 대한 믿음이 붕괴된 탓일 게다.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며 쓴맛을 본 데다, 시장이 커질수록 변동성이 낮아지는 만큼 예전과 같이 급락 후 극적인 ‘가즈아’도 요원해지고 있다. 또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한 ‘고래’들은 코인판 역시 부동산이나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돈 놓고 돈 먹기’라는 ‘현타’(‘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로, 꿈을 꾸다 자신의 실제 상황을 깨닫는 때)를 안겼다. 기존 자산시장도 여전히 대안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주식 시장은 연초부터 지지부진하고 있고,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곤 해도 여전히 부동산 가격은 초기자본 없는 청년에겐 ‘언감생심’이다. 월 최대 납입액이 제한돼 있음에도 금리가 연 최대 10%라는 청년희망적금에 290만명이나 몰린 것은 갈 곳 잃은 그들의 자산 증식 욕망의 방증일 것이다. 청년 재테크 열풍의 기저에 깔린 건 무엇보다 불안감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빚투족’ 20대들은 하나같이 “몇 년간 집값이 오르는 걸 목격하며 열심히 일만 하다가는 벼락거지가 될 것 같았다”며 초조함을 털어놨다. 성취가 아닌 ‘도태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됐다는 거다. 부자가 모두의 꿈인 세상이다. 누구나 청년을 응원한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각종 청년지원정책은 ‘대박’을 꿈꾸는 청년들의 성에는 차지 않고 있다. 대박을 좇는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또 어디가 될지 안갯속이다. 청년들이 만인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꿀 여유는 도대체 누가 빼앗아버린 걸까.
  •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 국민과 역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깎아내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 말씀대로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터 유세에서 “1인 1표의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30 여성 타깃’으로 진행된 보신각 유세에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의 역사를 설명하며 “여성들의 한 표 한 표에는 이렇게 많은 이의 희생과 역사의 무게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귀중한 한 표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구태 정치, 구태 세력에 확실한 심판을 하겠느냐”며 “평등한 대한민국, 양성평등의 나라 저 이재명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유세에서 윤·안 단일화를 겨냥한 듯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초박빙이라고 한다. 열 표 차이로 결정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우리가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고 등장한 후 포옹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윤·안 단일화를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규정한 뒤 “저와 이재명 후보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앞 유세에서는 “뭐 별거 아니다”라며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봐도 언제나 위기 땐 백성이 국민이 나라를 구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구속시켜 주라”고 하자 이 후보는 “이런 소리 저한테 하지 말라. 잘못하면 정치 보복한다는 소리 나온다”며 웃으면서도 “뿌린 대로 거두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 유세지인 금천에서는 “국민 누구도 가난함 때문에 비참함을 느끼지 않고, 아프고 병들어도 곤란하지 않고, 나이 들고 약해져도 외롭지 않고 내가 사는 사회가 안전하다, 국가가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지켜 줄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의 발언 후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가는 길에 국민이 불빛이 돼 주겠다”며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다.
  • 이재명 “정치인 몇몇 나라 운명 마음대로 할 수 있나” 尹·安 직격

    이재명 “정치인 몇몇 나라 운명 마음대로 할 수 있나” 尹·安 직격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못 만들어낼 이유 없어”安 “단일화 실망한 당원들에 사과...모든 것 던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 유세에서 ”이 나라의 권력은 분명히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 1조에 써놨는데, 현실에선 그 권력을 특정 집단이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1표의 국민주권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 같은 것“이라며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못 만들어낼 이유가 없다.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해 ”평화를 확보하고 한반도가 안정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든다“며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주가조작에 80년, 100년씩 징역 보내고 이익 본 것에 몇 배씩 물어내게 해서 시장이 투명하다면 확실하게 5000포인트 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초박빙이라고 한다. 10표 차이로 결정 날지 모른다고 한다“며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란 심정으로, 담벼락에다 대고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대로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재차 사과했다. 이날 안 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저와 함께 거친 광야에서 꿈꾸고 노래했던 우리 일당백 당원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오직 더 좋은 대한민국과 시대교체를 열망하며 저의 단일화 결심에 반대하고 실망하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우선 깊이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다 함께 모여 한 분 한 분 귀한 말씀 여쭙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거듭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는 이날 단일화 기자회견에서도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그분들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서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미륵도 탐냈을 사통팔달의 도시… 기름진 땅만큼 걸음마다 보물… 이리역 폭발 아픔 뒤로하고 보석처럼 반짝반짝전주 뺨치는 황등비빔밥·칼칼 낙지곱창볶음 일품… 40년 노포 안줏거리·곰돌이 호두파이에 ‘훈훈달달’전북 익산시는 도내에서 두 번째, 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 기준이다. 약 28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주시, 전남 순천시에 다음간다. ‘다다익산’(多多益山)이다. 철도와 도로 교통도 좋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고 충남 천안부터 이어진 장항선이 이곳에 종착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1번과 23번 등 국도와 지방도가 사방팔방 얽혀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흐르는 너른 땅이다. 옥토의 드넓은 곡창지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1970년대엔 이리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익산군과 이리시는 1995년 통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했던 까닭이다. 이리는 산짐승 이름과 같아 기억하기 쉽다. 이리는 원래 솜리, 솜니, 솝리 등으로 불렸다. 이리(裡里)의 뜻이 ‘속 마을’이란 뜻이라 그랬다. 작은 농촌 마을이던 솜리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계획에 따라 갑자기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며 부쩍 성장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차례로 놓이고 군산항까지 연결해 호남평야의 쌀을 깡그리 거둬 일본에 실어날랐다.●옛이름 ‘이리’와 지금의 ‘익산’ 하지만 익산이 중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보다 2000년 이상 먼저 일이다. 마한과 백제의 여러 유적으로 미뤄 볼 때, 이 지역은 일찌감치 발달한 고도(古都)였다. ‘익산 출신’인 무왕이 사비성(충남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까지 시도했을 정도다. 앞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에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건마국을 세웠고 이는 마한의 첫 수장국(수많은 소국 중 맹주 역할을 하는 국가)으로서 국력을 과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 궁성 유적, 익산 쌍릉 등은 한반도 고대사에서 익산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알려 주는 유적이다. 익산(益山)의 뜻은 ‘첩첩 산이 많다’는 의미지만 실제 익산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오히려 김제와 더불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들이 많다. 북부 함열과 동부 금마 쪽이 원래 익산의 중심이었는데 이리역이 생겨난 이래 시내 중심이 바뀌었다. ● 지역 역사 송두리째 바꾼 ‘폭발사고’ 살기도 좋은 땅이다. 큰비도 눈도, 심지어 태풍도 거의 없고 강이 둘이나 지나니 가뭄 걱정도 없는 곳이다. 폭염과 혹한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가. 재해라고는 딱 하나, 굉장히 유명한 ‘인재’(人災)가 있었다.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는 사망 59명, 부상 1158명에 이재민 1647가구 7800여명이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약 폭발 사고였다. 당시 한국화약의 화물열차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폭발물 40t에 호송 책임자가 켜 놓은 촛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반경 500m 이내 건물이 깡그리 무너지고 폭발 지점인 이리역에는 지름 40m에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초대형 폭격을 맞은 정도의 규모다. 기관차가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라진 역사(驛舍)는 물론이며 지역의 역사(歷史)까지 달라졌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도 이 사고와 인연이 깊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삼남극장 지붕이 무너졌다. 이날 ‘가수 하춘화 리사이틀’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하춘화를 당시 무명이던 이주일이 들쳐업고 구해 낸 것. 이 인연으로 이주일은 하춘화 전속 사회를 맡게 됐고 이후 국내 최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공중분해된 이리역은 1년 후 당시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었다. 인근 창인동 익산군청은 건물에 금이 가 2년 후 함열읍으로 이전했고 남성여중과 남성여고, 남성고도 영등동 소라산으로 옮겨야 했다. 건물 9000여 채가 무너졌으니 한마디로 폭발 사고 한 방이 도시 자체가 재건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통합시가 익산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에도 당시 재난이 연상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고 한다. ●고대사 품은 ‘국보급 도시’ 풍요의 땅 익산에는 보물도 많다. 앞서 언급한 고대 한국사의 국보급 문화재는 국가가 공인한 보물이다. 여기에다 ‘보석 도시’란 예명에 맞게 금은보석 세공 등 보석가공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석재로 유명한 황등석도 보석이다. 국가 공인 4대 종단 중 하나이자 국내 최대 토종 종교인 원불교를 열고 익산 땅에 잠든 소태산 대종사, ‘원불교의 바티칸’ 격인 익산 중앙총부도 익산시의 보석이라 할 수 있고, 호남에서 가장 큰 사학인 원광대학교도 미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대각의 종교 ‘원불교’ 성지 익산을 설명하며 원불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국방부에서 군종 병과를 인정하는 종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뿐이다. 원불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대각(大覺)의 종교로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해 100여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 원불교의 중앙총부가 익산 신룡동에 있다. 원불교의 교법을 편 전법성지(傳法聖地)인 이곳엔 중앙총부뿐 아니라 영모전, 대각전, 박물관, 원음방송 등이 함께 있다. 소태산 대종사 성탑, 정산종사 성탑, 성비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상주선원, 문화원, 퇴임 교무 정양소 수도원, 원로원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도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라 익산시 관광 스탬프 코스로 지정돼 있다. 익산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탁 트인 가람의 경내 분위기나 박물관, 솔숲 산책로 등이 좋아 이른 봄기운을 받으며 둘러보기에 딱이다. 원불교가 창시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맞춰 시민 참여 행사도 열 계획이다. 원광대가 시작된 ‘유일학림’ 등 건축물들은 조선 말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에 사용했던 탁상과 수첩, 교전 등 성품, 물품들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원광대 교정은 봄꽃과 건축물, 인공호수 등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상징인 봉황탑을 재치 있게 해석해 ‘닭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수 위 카페와 산책로, 오솔길, 대학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교정을 둘러보다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모양도 이야기도 빛나는 보석박물관 국정교과서에 익산이 여러 번 나온다. 국사 교과서엔 마한·백제·미륵사지·원불교 등이, 지리 교과서엔 보석산업이 나온다. 보석 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백제의 귀금속 가공술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석박물관에는 11만점의 보석과 원석, 공예품 등이 있다. 옆에는 보석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보석산업센터가 함께 위치했다. 보석이라 하면 그저 반지, 목걸이와 왕관에 붙이는 형형색색의 돌덩이만 연상했는데 둘러보니 참 많은 종류가 있다. 식물성 호박부터 동물성 산호, 여러 광물이 보석의 범주에 든다. 다이아몬드, 수정, 옥 등 다양한 보석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다색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색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필자가 매우 똑똑해져서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현명해졌는지 살짝 자랑하자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슈퍼맨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극으로 부모의 유물을 찾아갈 때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는 수정이 아니라 집섬(Gypsum)이나 녹주석의 일종인 아쿠아마린을 닮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또한 영화에서 마녀들이 요술이나 예언을 행할 때 쓰는 둥근 구슬은 호랑이 눈알을 의미하는 호안석(虎眼石)이 분명하다.● 익산의 상징 ‘미륵사지’ 익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은 역시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백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3탑3금당 방식으로 다른 절터에 비해 2~3배 이상의 규모와 형식을 자랑한다. ‘서동’ 백제 무왕이 639년 창건했다는 기록까지 등장하니 이래저래 익산의 상징이다. 신라 황룡사와 고구려 금강사에 대응할 만큼 백제 대표 호국사찰로 꼽히는 절이며 백제의 가장 거대한 석탑을 품은 옛 절터다. 무너져 내려 반만 남은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더할 익(益)자를 모티브로 한 익산시 로고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서동요’의 진실은 과연 실제 보물도 쏟아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과정에서 첫 번째 심주석 안에 봉안된 사리병과 금제사리봉영기, 구슬 등 사리장엄구 9900여점이 나왔다. 세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문양으로 가득한 사리병은 백제금동대향로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금판에 붉은 글자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로써 미륵사가 백제 무왕 재위 시절인 기해년(639년)에 창건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무왕의 왕후가 신라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사택씨 가문임도 함께 드러나 ‘서동요’ 이야기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제판 남자 신데렐라’ 서동의 성공담이 사라질 수 있는 ‘불상사’를 낳은 셈이다. 이후 일부다처설, 후처설 등이 대두되며 아직까진 서동 설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사리봉영기에 선화공주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무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에선 신라제 토기가 출토돼 서동·선화공주 결혼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아무튼 미륵사는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조선 중후기까지 건재했지만 숭유억불책과 자연재해,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17세기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90년대 초반 동탑을 서탑의 모양에 상상을 더해 복원(?)했지만 고증에 대한 근거도 없고 너무 급조해 만든 티가 난다. 21세기 들어 복원에 들어간 서탑만큼은 원래 석재를 최대한 사용하며 없는 형태를 상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젠가(블록빼기 게임)를 하다 망한 것처럼, 그나마 무너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복원을 마친 후 2019년 일반에 공개한 서탑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위원회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 등 유적, 공주·부여의 유적들을 ‘백제역사 유적지구’란 이름으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초 미륵사지 지하 공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미출토 유물과 백제의 여러 유물을 모아 전시 중이다. 내부엔 다양한 전시기법을 사용해 한눈에 익산의 여러 유적과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세대불문 미각 깨우는 맛의 고장 물산이 풍요롭고 도시 규모가 제법 되는 익산이라 ‘먹는 보물’도 많다.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황등비빔밥을 파는 여러 노포를 비롯해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부송국수, 칼칼한 낙지곱창볶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동서네 낙지, 수제만두로 유명한 태백칼국수, 매콤한 콩나물국밥을 파는 별미집 등이 유명한 식당들이다.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호두파이와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빵곰언니와 호두파이 공장’은 전국적으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진 디저트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을 양산하고 있다. 1982년 ‘역전할머니맥주집’에서 출발한 ‘호프 노포’ 엘베강도 익산역 앞을 지키고 있다. 맛집들은 창인동 중앙시장과 영등동, 원대입구(대학로), 모현동, 부송동, 황등면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마한의 첫 수장국으로 시작,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 됐을 곳. 그리고 근대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 이리로부터 지금의 보석 도시 익산. 역사를 거슬러 봐도 언제나 풍요로움이 넘쳐나던 곳이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다다익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가기 전에 이건 꼭!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춘 전시물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한 어린이박물관도 함께 있다. 왕궁리 유적 박물관은 현재 휴관 중이다. -서동공원 경내 마한박물관에는 율촌리 고분 출토 옹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웅포면 입점리고분전시관은 익산 지역에 살았던 백제 귀족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동관모와 장신구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광대 박물관도 알짜배기다. 마한과 백제 유물부터 옹기, 회화, 민속, 불교 예술 등을 모아 놓은 종합박물관이다. 천주교 유적지도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나바위 성지가 익산에 있다. 백제의 석불로 국가 중대사에 앞서 땀을 흘린다는 익산석불좌상도 삼기면 석불사에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아! 1점… 현대건설, 또 우승 확정 미뤄졌다

    아! 1점… 현대건설, 또 우승 확정 미뤄졌다

    2021~22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으려던 현대건설이 한국도로공사에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현대건설은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2위 한국도로공사를 3-2(25-19 25-22 25-27 20-25 15-10)로 꺾었다. 도로공사에 승점 3점을 얻어 ‘매직넘버 6’을 단숨에 지우고 리그 우승을 확정하려던 현대건설은 승점 2점에 그치며 2연패 탈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는 ‘미리 보는 챔프전’답게 쫓고 쫓기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팀 득점 1위, 도로공사는 팀 블로킹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두 팀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통한다. 현대건설은 뒤처질 때마다 야스민 베다르트의 서브 에이스와 양효진의 속공 등으로 도로공사를 따라잡았다. 반면 도로공사는 위기 때마다 벼락같은 블로킹으로 현대건설의 공격을 차단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던 현대건설은 3세트 후반부터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듀스 끝에 3세트를 내준 현대건설은 4세트에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주 사흘 동안 3경기의 강행군을 치른 여파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황연주와 이나연 등 주요 백업 선수들이 나서지 못한 게 컸다. 마지막 5세트에서 경기력이 살아나긴 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도로공사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이 신기록에 도전할 때마다 쓴맛을 안겼다. 현대건설은 개막 후 연승 가도를 달리며 여자부 리그 최다 연승(14연승) 기록을 깨는가 싶었지만 지난해 12월 도로공사에 일격을 당하며 연승 행진을 멈췄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에도 도로공사를 상대로 우승을 확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을 3-0으로 완파하며 우승 세리머니를 허락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이 올 시즌 기록한 3패 중 2패를 안겼다. 비록 현대건설의 그늘에 가려 있긴 하지만 시즌 전 우승전력으로 꼽혔던 경기력을 보여 줬다. 이변이 없다면 현대건설은 리그 우승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일 GS칼텍스전에서 승점 1점만 보태도 우승한다. 챔피언결정전은 현대건설과 도로공사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을 상대로 두 차례나 이긴 만큼 현대건설의 통합 우승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3세트에서 몇 차례의 우승을 확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도로공사가 좋은 수비를 이용해 흐름을 막았다”며 “그래도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힘든 과정을 이겼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 [STOP PUTIN] 크렘린궁과 러 관영매체 ‘다운‘, 런던 러대사관 담에 계란과 분필 구호

    [STOP PUTIN] 크렘린궁과 러 관영매체 ‘다운‘, 런던 러대사관 담에 계란과 분필 구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사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인 크렘린궁 사이트(kremlin.ru)가 26일(현지시간) 멈췄다. 로이터 통신은 크렘린궁 사이트 가동 중단이 러시아 정부와 관영 언론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소식이 전해진 뒤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 사이트는 실제로 이날 오후 한때 ‘연결할 수 없음’이란 메시지가 뜨면서 아예 열리지 않다가 이후 복구됐으나 그 뒤로도 가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외부 해킹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나 사이버 공격이 어디서 가해지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역시 이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자사 통신사의 국제 뉴스 웹사이트와 체코어 및 폴란드어 웹사이트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 공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부과 이후 발생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주로 국제뉴스를 영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등 30여 개외국어로 서비스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선전 매체로 분류된다.한편 이날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규탄 집회 도중 계란 세례가 대사관 담에 쏟아졌다. 담벼락에 다양한 색깔의 분필로 전쟁 반대와 푸틴 격하 구호를 적는 이들도 많았다. 맨체스터와 에딘버러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런던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체조 스타 옐레나 셰브첸코가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키예프에 사는 아버지가 공습을 피해 피난처에서 밤잠을 지샌다는 소식에 불안해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러시아 침공 다음날인 지난 25일 레바논 베이루트부터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 등에서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돼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 공습을 그만두라. 푸틴을 멈추라”는 구호의 물결이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베이루트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계 참가자는 “독재 국가로 전락한 러시아를 그대로 러시아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유럽에 나치즘이 부활했다”고 개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는 피로 범벅이 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피켓을 든 이들의 시위가 벌어졌는데 우리에게도 낯 익은 배우 하비에르 바뎀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러시아연방의 전쟁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여기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침공 결과 난민 행렬이 생기지 ?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런던 다우닝 거리에서도 수백명이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를 갖고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도우크라이나인들의 시위가 열렸는데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글썽였다. 마리아란 이름의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푸틴에 맞서 싸우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발 러시아인들은 밖으로 나와 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외쳐달라. 개인적 메시지로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리로 나와라. 겁내지 말고 큰목소리로 외쳐달라”고 말했다. 많은 러시아인이 그렇게 하고 있다. 러시아의 집회를 모니터링하는 집단의 주장에 따르면 53개 도시에서 전쟁반대 집회가 열려 1600명 이상이 경찰에 구금됐다.
  • 찬조연설로 본 여야 전략

    찬조연설로 본 여야 전략

    20대 대선이 11일 남은 가운데, 양강 후보들은 방송 찬조연설로 대리전을 펼치는 중이다. 상징적 의미를 지닌 찬조연설자들은 후보들을 대신해 발언하며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여야 첫 번째 찬조연설에는 두 사람 다 호남에 기반을 둔 인물들이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첫 번째 방송 찬조연설은 지난 21일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 이에 맞선 윤 후보의 첫 번째 방송 찬조연설자는 호남 지역구의 이용호 의원이었다.여야 모두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는 호남 표심 결집에 공을 들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이 위원장은 “경험은 벼락치기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 후보가 경험과 역량을 더 갖췄고 위기극복은 신출내기들에게 맡길 순 없다”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했다. 또한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 동안 복지도 경제도 민주당이 더 잘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를 위해 지난 23일 연설에 나선 이 의원은 “저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이 먼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소신으로 윤 후보 지지를 결심했다”면서 “윤 후보는 무엇보다도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적임자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을 갈라 쳤지만 윤 후보는 어떤 진영도 정치적 부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무소속 신분이었다가 지난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현재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을 맡고 있다. 두 번째 방송 찬조 연설자로는 양당 모두 차기 대선 향배를 좌우할 MZ세대 일반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민주당은 만 열여덟살로, 올해 첫 투표권을 얻은 이신영씨를 내세웠다. 이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저희 학생들도 적지 않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었다. 저는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위기를 되돌릴 수 없는 건 아닌가 조바심이 들었다”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반드시 전환점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고속도로를 공약했다. 성남시장 때도, 경기도지사 때도 약속한 건 다 지켜 공약 이행률이 96%나 되더라”면서 “환경 공약들도 확실하게 지켜줄 거라 믿는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는 택배기사 김슬기씨가 나섰다. 김씨는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노동자를 위한다는 택배노조가 택배기사의 밥줄을 위협하고 있다. 노조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고, 공권력을 무력화한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실태가 이런데도, 이 후보와 민주당은 택배 노조에게 더 힘을 주겠다고 한다”며 “힘없는 비노조 기사는 법이 공정하게 지켜져야 마음 편히 일하고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윤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는 26일에는 정기석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코로나위기대응위원장이 찬조연설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27일에는 전남 순천 출신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다음달 1일에는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 2일에는 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 3일에는 ‘고등학교 3학년 연설’로 화제를 끈 김민규씨가 출연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4일부터 6일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서울 종로 보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연이어 배치했다. 8일에는 윤 후보 찬조연설의 마지막 타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등판한다. 공직선거법 제71조에 따르면,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명하는 연설원은 소속 정당의 정강ㆍ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발표하기 위하여 선거운동 기간 중 텔레비전 방송 연설을 할 수 있다.
  • [사설] 입맛대로 해석한 통계로 자화자찬 홍 부총리

    [사설] 입맛대로 해석한 통계로 자화자찬 홍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달 1일에서 20일 서울 강남 4구 16개 단지에서 40㎡ 미만 초소형을 제외한 아파트 평균 하락 금액이 3억 4000만원”이라며 강남 집값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3억 4000만원’은 값이 내렸다고 신고된 아파트 평균이지 강남 전체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가 아니다. 내린 가격만 강조함으로써 집값 전체가 내린 것처럼 호도했다. 실제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84㎡(8층)는 지난달 46억 6000만원에 매매돼 지난해 11월 최고가(45억원)를 깼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야 1년 8개월 만에 0.01% 내렸다. 그동안 집값이 벼락처럼 올랐는데 찔끔 내렸다고 연일 하락론을 펴는 인식이 우려스럽고 그 배경이 뭔지 궁금하다. 홍 부총리는 올 1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지난 16일 “고용의 양적·질적 개선이 뚜렷해졌다”며 “남다른 감회가 든다”고 말했다. 1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13만 5000명 늘어나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근거였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그제 주 40시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계산하면 1월 취업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63만 1000명 줄었다고 추산했다. 정부가 늘었다는 일자리의 절반이 60대 이상이고 대부분은 세금으로 만든 ‘관제(官製) 알바’다. ‘일자리 정부’의 경제 수장이라면 자랑이 아니라 반성해야 할 일 아닌가. 3·9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통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자화자찬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홍 부총리는 그 시간을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우려되는 경제 위기 상황 대책을 짜는 데 쓰기 바란다. 일어난 일에 대한 통계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 지금 제대로 대책이 마련돼야 정권 이양기에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 폐가를 카페로 개조… 협동조합 만들어 우범지역을 젊은이 찾는 핫플로[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폐가를 카페로 개조… 협동조합 만들어 우범지역을 젊은이 찾는 핫플로[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심심한 도시 충북 충주를 재미있는 곳으로 바꾸어 놓은 청년들이 있다. 조선시대 관아 바로 옆 광장에서는 즉석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폐가만 있던 골목인 관아길에는 온갖 ‘힙’한 상점들이 모였다. 재미없는 소도시를 탓하기보다 스스로 재미를 찾아나선 청년들의 오지랖이 낳은 변화다.“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이 행정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겠다며 협동조합을 만들어 폐가만 있던 골목을 충주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만들었죠.” ●행정 지원 없이 ‘풀뿌리 창업’ 이뤄 충북 충주시 관아길의 ‘세상상회’는 주말이면 하루 3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카페다. ‘자영업자의 저승사자’인 코로나19로 인한 암흑기도 흑자를 기록하며 빠져나왔다. 2018년 이상창(39) 대표가 폐가밖에 없던 골목에 카페를 열 때만 해도 그는 긴 투병 생활을 막 이겨 낸 백수 청년이었다. 게다가 예산 지원을 약속받고 당선됐던 ‘관아골 청년플랫폼 공모사업’도 보고 누락으로 최종 사업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충주시의 지원사업 취소는 오히려 청년들이 자립하는 계기가 됐다. 청년플랫폼 공모를 함께 준비하던 이들은 지원사업 무산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행정 지원 없이 뭉쳐 보탬플러스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대표도 조합의 도움으로 현재 카페가 있는 관아길을 소개받았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가 2017년 충주로 귀촌을 결심한 것은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암 투병으로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는 컨설팅기관인 지역활성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구원으로 일하며 충주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그가 이 도시에 대해 내린 정의는 ‘내륙의 섬’이다. 30년 전만 해도 충청도 제1의 도시였지만, 대규모 국토개발사업과 연을 맺지 못하면서 고립됐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피우는 비행청소년이 많아 ‘담배 골목’이라고도 불렸던 곳에 폐가였던 한옥 두 채를 헐어 카페를 세우기까지는 먼저 자리잡은 인형공방의 도움이 컸다. 그는 “인형을 만드는 젊은 여성 두 명이 하얀 집을 지어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것을 보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아길의 첫 청년가게로 자리잡은 인형공방에 이어 세상상회가 문을 열었으며 뒤이어 화실,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인화작업실 및 전시공간, 잡화점 등 협동조합에 참여한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골목도 확 바뀌었다. 골목을 바꾼 청년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장터까지 만들었다. 1년에 6번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여는 ‘담장(담벼락장터)마켓’에는 전국 각지에서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50군데 이상의 상인들이 참여한다. 하루에 찾는 방문객도 1500명 이상이다. ●‘담장장터 ’ 구도심 재생의 새 활로 평소에는 세상상회가 ‘담장마켓’ 역할을 한다. 카페 입구의 공간에서 컵, 가방, 휴대전화 소품 등 청년 장인들의 다양한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래는 충주 특산품만 팔 생각이었지만, 상점 반응이 점점 좋아지면서 현재는 카페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이 대표가 단골손님을 눈여겨보았다가 직접 캐스팅하는 ‘알바’들은 어느새 충주시 구도심 재생의 중요한 요원이 됐다. 그가 ‘알바 요정’이라고 부르는 아르바이트생은 그동안 7명이 배출됐는데, 두 명의 알바생이 사장님이 됐다. 1호 알바생은 세상상회 바로 옆에서 사진 작업실 및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4호 알바생은 충주 구도심의 20년 된 여인숙을 사들여 1층은 푸딩 맛집이자 카페로, 2층은 세련된 감각의 숙박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여기 관아길 골목이 충주의 명소가 됐다. 문화보부상처럼 핫플레이스를 만들어 집값만 올리고 떠나는 일은 안 할 것”이라며 “동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도시재생이나 청년지원 같은 사업비만 따내려는 ‘사업비 헌터’는 혐오한다”고 강조했다. 20만여명의 충주시 인구 가운데 0.1%가 매일 찾는 관아길을 평생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벽보와 현수막이 대구에서 잇따라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11시 달서구 상인동 도시철도 월배역 근처에서 도원네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걸려 있던 이 후보 현수막 4개가 훼손된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당 관계자는 “누군가 현수막을 잘라 땅에 떨어트려 놨다”며 “함께 걸린 다른 후보 현수막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달서구 대동시장 등 인근지역에서도 이 후보 벽보 4개가 얼굴 부분이 잘린 채 발견됐다.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동구 각산동 반야월농협 동호지점에 붙은 이 후보 선거 벽보가 담뱃불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20일에도 달서구 두류3동 행정복지센터 옆 담벼락에 붙은 이 후보 벽보가 훼손됐다.
  •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경찰 수사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경찰 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벽보와 현수막이 대구에서 잇따라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11시 달서구 상인동 도시철도 월배역 근처에서 도원네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걸려 있던 이 후보 현수막 4개가 훼손된 것을 민주당 관계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당 관계자는 “누군가 현수막을 잘라 땅에 떨어트려 놨다”며 “함께 걸린 다른 후보 현수막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달서구 대동시장 등 인근지역에서도 이 후보 벽보 4개가 얼굴 부분이 잘린 채 발견됐다.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동구 각산동 반야월농협 동호지점에 붙은 이 후보 선거 벽보가 담뱃불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20일에도 달서구 두류3동 행정복지센터 옆 담벼락에 붙은 이 후보 벽보가 훼손됐다.
  •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

    대구서 이재명 후보 벽보 훼손 잇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벽보와 현수막이 대구에서 잇따라 훼손되고 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11시 달서구 상인동 도시철도 월배역 근처에서 도원네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걸려 있던 이 후보 현수막 4개가 훼손된 것을 민주당 관계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당 관계자는 “누군가 현수막을 잘라 땅에 떨어트려 놨다”며 “함께 걸린 다른 후보 현수막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달서구 대동시장 등 인근지역에서도 이 후보 벽보 4개가 얼굴 부분이 잘린 채 발견됐다.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동구 각산동 반야월농협 동호지점에 붙은 이 후보 선거 벽보가 담뱃불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20일에도 달서구 두류3동 행정복지센터 옆 담벼락에 붙은 이 후보 벽보가 훼손됐다. 대구 한찬규 기자
  • 암 이겨낸 청년, 시 지원 없이 시민 0.1% 찾는 카페 성공

    암 이겨낸 청년, 시 지원 없이 시민 0.1% 찾는 카페 성공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이 행정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겠다며 협동조합을 만들어 폐가만 있던 골목을 충주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만들었죠.” 충북 충주시 관아길의 ‘세상상회’는 주말이면 하루 3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있는 카페다. ‘자영업자의 저승사자’인 코로나19로 인한 암흑기도 흑자를 기록하며 빠져나왔다. 2018년 이상창(39) 대표가 폐가밖에 없던 골목에 카페를 열 때만 해도 그는 긴 투병생활을 막 이겨낸 백수 청년이었다. 게다가 예산 지원을 약속받고 당선됐던 ‘관아골 청년플랫폼 공모사업’도 보고 누락으로 최종사업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충주시의 지원사업 취소는 오히려 청년들이 자립하는 계기가 됐다. 청년플랫폼 공모를 함께 준비하던 이들은 지원사업 무산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행정 지원 없이 뭉쳐 보탬플러스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대표도 조합의 도움으로 현재 카페가 있는 관아길을 소개받았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가 2017년 충주로 귀촌을 결심한 것은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암 투병으로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는 컨설팅기관인 지역활성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구원으로 일하며 충주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그가 이 도시에 대해 내린 정의는 ‘내륙의 섬’이다. 30년 전만 해도 충청도 제1의 도시였지만, 대규모 국토개발사업과 연을 맺지 못하면서 고립됐다고 설명했다.담배를 피우는 비행청소년이 많아 ‘담배 골목’이라고도 불렸던 곳에 폐가였던 한옥 두 채를 헐어 카페를 세우기까지는 먼저 자리 잡은 인형공방의 도움이 컸다. 그는 “인형을 만드는 젊은 여성 두 명이 하얀 집을 지어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것을 보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물 매입은 직장생활 하며 모은 돈에다 은행 대출로, 리모델링 비용은 도시재생금융공사(HUG)의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으로 충당했다. 관아길의 첫 청년가게로 자리 잡은 인형공방에 이어 세상상회가 문을 열었으며 뒤이어 화실,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인화작업실 및 전시공간, 잡화점 등 협동조합에 참여한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골목도 확 바뀌었다. 골목을 바꾼 청년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장터까지 만들었다. 1년에 6번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여는 ‘담장(담벼락장터)마켓’에는 전국 각지에서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군데 이상의 상인들이 참여한다. 하루에 찾는 방문객도 1500명 이상이다.평소에는 세상상회가 ‘담장마켓’ 역할을 한다. 카페 입구의 공간에서 컵, 가방, 휴대전화 소품 등 청년 장인들의 다양한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래는 충주 특산품만 팔 생각이었지만, 상점 반응이 점점 좋아지면서 현재는 카페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이 대표가 단골손님을 눈여겨보았다가 직접 캐스팅하는 ‘알바’들은 어느새 충주시 구도심 재생의 중요한 요원이 됐다. 그가 ‘알바 요정’이라고 부르는 아르바이트생은 그동안 7명이 배출됐는데, 두 명의 알바생이 사장님이 되었다. 1호 알바생은 세상상회 바로 옆에서 사진 작업실 및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4호 알바생은 충주 구도심의 20년 된 여인숙을 사들여 1층은 푸딩 맛집이자 카페로, 2층은 세련된 감각의 숙박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여기 관아길 골목이 충주의 명소가 됐다. 문화보부상처럼 핫플레이스를 만들어 집값만 올리고 떠나는 일은 안 할 것”이라며 “동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도시재생이나 청년지원 같은 사업비만 따내려는 ‘사업비 헌터’는 혐오한다”고 강조했다. 20만여 명의 충주시 인구 가운데 0.1%가 매일 찾는 관아길을 평생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파리의 아메리카인/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파리의 아메리카인/미술평론가

    로댕은 존 싱어 사전트를 ‘우리 시대의 반 다이크’라 했고, 미국의 부유층은 사전트에게 초상화를 그려 받으려고 안달했다.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난 후 경제발전에 속도가 붙어 19세기 말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벼락부자들이 생겨났다. 경제학자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을 쓰게 만든 도금시대의 부자들. 이들이 사전트의 명성과 그림값을 올려놓았다. 부유한 미국인들 사이에는 장기적이든 일시적이든 파리에서 살아 보는 게 유행이었다. 에드워드 달리 보이트는 하버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화가가 되고 싶었다. 중국 무역으로 돈을 모은 보스턴 사업가의 딸인 그의 아내도 유럽을 좋아했다. 부부는 파리 고급 주택가에 우아한 아파트를 얻어 이주했다. 네 살부터 열네 살까지의 네 소녀가 정사각형 캔버스에 실물 크기로 배치돼 있다. 현관 홀에 깔린 양탄자에 막내가 인형을 무릎에 놓고 앉아 있다. 왼쪽에 뒷짐을 지고 있는 소녀는 셋째. 대형 일본 도자기 화병 옆에는 첫째와 둘째가 서 있다. 기둥 같은 화병 뒤로 어둑한 실내 공간이 이어진다. 1882년 그림이 처음 공개됐을 때 비평가들은 초상화답지 않은 특이한 구도에 난색을 드러냈다. 소녀들은 놀다가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듯 뻣뻣한 자세로 관객을 바라본다. 화병에 기댄 둘째 딸은 심지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이트는 대단한 화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스물여섯 살 사전트가 예술적 기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내버려둘 만한 식견은 있었다. 사전트는 스페인 여행에서 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소녀들의 흰 앞치마는 어두운 부분과 대조돼 명암을 다루는 사전트의 능숙함을 과시하는 구실이 된다. 빛과 어둠의 대조가 화면에 바로크적 묵직함을 부여 하고 있다. 아직 자의식이 없는 막내는 환한 빛을 받으며 또렷한 눈길로 관객을 바라보지만, 두 큰 딸은 곧 진입해야 할 성인의 세계가 두렵기라도 한 듯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주저하듯 서 있다. 그림은 초상화를 뛰어넘어 기묘한 아름다움과 불안함이 가득한 성장의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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