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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책이 아름답다

    희귀 고서들을 통해 서양의 출판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옛 책전’이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 북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수년간 해외 고서점을 돌며 직접 수집한 저자 서명본과 한정본, 초판본 등 150여권이 나와 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1797년 에든버러 벨 앤 맥파커 출판사에서 펴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3판. 본책 18권과 부록 두 권으로 구성된 희귀본으로 592개의 삽화와 지도가 실려 있다. 런던 비르투스 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1872)과 영국 화가 터너의 풍경화 40여점을 대형 판화로 만들어 수록한 터너 화집(1836)도 평가할 만한 장서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국가에서 널리 읽힌 성인전 ‘황금전설’도 출품됐다.1892년 탁월한 출판예술가이자 사회개혁가인 윌리엄 모리스가 직접 설립·운영한 출판공방 켐스콧에서 간행한 이 책은 ‘영국의 구텐베르크’라 불리는 출판장인 윌리엄 캑스턴이 번역한 500부 한정판. 또 19세기 후반 런던 조지 루틀리지 출판사에서 펴낸 칼데콧 그림 모음집은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랠프 칼데콧이 직접 삽화를 그리고 채색한 초판본으로 출판 당시의 광고가 붙어 있는 희귀본이다. 단행본 외에 ‘사보이’ ‘옐로북’ 등의 잡지도 있다. 특히 시인 아서 시먼스가 편집한 ‘사보이’는 1896년 레너드 스미스 출판사에서 낸 아방가르드적 일러스트 계간 잡지로, 버나드 쇼를 비롯한 문필가들의 글과 영국의 유명 삽화가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커다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잡지다. 전시를 기획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인류문명사는 책의 역사”라고 전제,“우리는 옛 책을 토대로 새 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책문화의 온고지신’을 강조하는 말이다. 전시는 30일까지.(031)-949-9303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노벨문학상 수상자 美 솔 벨로 사망

    |뉴욕 연합|인간 영혼의 방황을 그린 우울한 희화적 소설들로 현대 미국문학의 한 기둥으로 꼽혀온 작가 솔 벨로가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자택에서 타계했다.89세. 벨로의 친구인 월터 포즌은 “벨로는 최근 기력이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이 놀랍도록 맑았으며 부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벨로는 버나드 말라무드, 필립 로스, 신시아 오지크 등 2차대전 후 떠오른 신예 유대계 작가군에 속하는 인물로 미국 문학에 이민자 특유의 활기와 지적 탐색, 낭만주의자다운 고상한 관념을 불어 넣은 작가로 꼽힌다. 벨로는 1976년 ‘훔볼트의 선물’로 퓰리처상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전미도서상을 세차례 수상한 첫번째 작가이기도 하다.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에서 태어난 그의 원래 이름은 솔로몬 벨로우스. 시카고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던 그는 1993년 생애 대부분을 보낸 시카고를 떠나 보스턴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다섯 차례 결혼해 아들 셋을 두었고 84세 때 딸을 얻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 [길섶에서]심야의 벨소리/이용원 논설위원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두 가지를 들겠다. 하나는 불자동차 소리처럼 느닷없이 거리를 울리는 비상 사이렌이다. 불자동차건, 경찰차건, 앰뷸런스건 모두 대형 사고·사건을 연상케 하는 불길한 소리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밤중 집안에 울리는 전화벨. 밤 깊어 오는 전화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는 없다. 누군가 친척·지인이 세상을 떠났거나 크게 다친 일, 큰 사건이 터져 회사에서 급히 찾을 때, 잔뜩 취한 친구의 얼른 나오라는 독촉, 아니면 파출소(또는 경찰서)에 억울하게 잡혀 와 있으니 도와 달라는 부탁 등등이다. 그러니 한밤중에 벨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최악의 사태가 머리를 스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구들에게는 저녁 9시가 넘으면 절대 남의 집에 전화하지 말도록 했다. 또 밤 10시 넘어 전화가 오면 싫은 티를 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 핸드폰을 써서인지 밤늦게 전화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달포 전 밤 1시쯤에 벨이 울렸다. 허겁지겁 받아 보니 고교 동창이다.“우리 애 대학에 붙었다. 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속으로는 ‘이놈을 죽여?살려?’하면서도 대답은 달리 나갔다.“어이구 축하한다. 애한테도 전해 줘.”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마니아] 휴대전화의 놀라운 변신

    [마니아] 휴대전화의 놀라운 변신

    휴대전화의 변신이 놀랍다. 휴대전화로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이메일도 보낼 수 있는 기능적·기술적 진보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얀색·은색이 대부분인 겉 색깔도 바꾸고, 획일적인 안테나 모양도 변화를 준다. 무미건조한 숫자 버튼(키패드)도 가만둘 수 없다. 휴대전화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휴대전화 튜닝카페인 ‘핸드폰개조-나만의 핸드폰 만들기(cafe.daum.net/onlyonephone)에 모였다.‘휴대전화 튜닝’이란 휴대전화를 모양부터 기능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형하는 것이다. ●회원 21만명 육박 21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이 카페는 창립 목적이자 주소이름이기도 한 ‘Only One Phone’의 앞글자와 복수의 의미인 ‘S’를 붙여 ‘OOPS’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카페의 대표 운영자인 강용희(36)씨는 “지난 2002년 2월 개설한 카페 회원수가 21만명까지 늘었다.”면서 “감탄사 ‘웁스!(Oops)’가 나올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카페의 회원 수가 많은 것은 그만큼 개성을 담은 휴대전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웁스’카페에는 휴대전화 색을 바꾸는 도색을 비롯, 전화버튼의 불빛을 화려하게 하는 키패드 튜닝, 전화가 오면 다양한 큐빅들이 반짝거리는 큐빅 라이팅 등 튜닝에 관한한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변신시켜 보고자 하는 초보자들의 질문에 몇몇 마니아들이 대답해 주는 형식이었지만 이제 회원 수가 21만명에 이른 만큼 회원들이 쏟아내는 정보가 엄청나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웁스’는 지난 2003년 12월 ‘휴대폰 튜닝 길라잡이’(컬쳐코리아)란 단행본을 내기도 했다. ●다양한 튜닝 방법 “일단 휴대전화가 정교한 기계제품이다 보니 튜닝을 할 때는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전기적 지식도 있어야 하고 납땜 등은 필수죠.” 강용희씨는 직접 휴대전화 튜닝을 하려는 사람은 우선 색깔을 바꾸는 작업부터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작업은 휴대전화 분해가 필수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하기에는 힘겹기 때문이다. 도색을 원하는 회원들은 게시판을 이용해 ‘도색 도사’들로부터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우선 카페에 있는 ‘도색폰 전시장’에서 선배들의 작품을 살펴본 뒤 어떤 방식으로 도색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단색으로 하거나, 그라데이션, 투톤 장식, 사진 장식 등 다양한 응용방법이 있다. 일단 어떤 방식으로 도색할 것인지 결정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도색에 필요한 재료부터 절차까지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 설명해 주는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튜닝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휴대전화 주인이 마음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쉽게 생각하지만 막상 비싼 휴대전화에 구멍을 뚫거나 분해하려고 하면 마음이 흔들리게 되거든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튜닝 작업은 도색과 키패드 튜닝이다. 키패드 튜닝은 도색보다는 조금 어려운 작업이다. 휴대전화를 분해한 뒤 LED(발광다이오드)라는 일종의 전구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기초튜닝강좌’ 게시판에는 재료부터 명칭, 납땜하는 작업까지 키패드 색변경 과정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이외에도 ‘웁스’에서는 휴대전화에 구멍을 뚫고 큐빅을 심어 예쁜 색깔의 불빛이 비쳐 나오게 하는 ‘큐빅 라이팅’, 벨 소리에 맞춰 LED가 리드미컬하게 깜박이는 ‘벨라이팅’,LED가 패턴에 맞춰 꺼졌다 켜지면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릴레이’, 작은 벨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라우드’ 등 다채로운 튜닝 사례를 실감나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경할 수 있다. ●구형 휴대전화 활용에도 한몫 카페의 또 다른 운영자인 김동규(17·학생)군은 “휴대전화 튜닝은 구형 휴대전화를 더 멋지게 만들어서 오래쓰도록 하는 데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1∼2년 만에 ‘구형’이 돼버리는 현실을 튜닝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새로운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나오면 구입하고 싶어지거든요. 구형은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드리고 말이죠. 하지만 튜닝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실제로 구형 휴대전화가 변기 모양으로 변신한 ‘변기폰’, 악어 모양으로 바뀐 ‘악어폰’, 레고 블록을 도배한 ‘레고폰’ 등으로 변신해 다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웁스’는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다. 아무래도 온라인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서울 등 각 지역별로 정기 모임을 결성해 서로 만나 고수들의 비법을 직접 듣는 것이다. 물론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10∼20명 정도로 온라인 회원 수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꽤 ‘쏠쏠’하다. 몇몇 고수들은 휴대전화 튜닝을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서울에도 강동구 천호동이나 서울대입구 등에 휴대전화 튜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가 생겼다. 이곳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단색 도색은 3만원부터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릴레이’는 5만∼6만원까지 가격을 정해 휴대전화 튜닝을 원하는 손님들을 맞고 있다. 강용희씨는 “초창기엔 튜닝한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사에서 AS조차 해주지 않을 정도였지만, 점점 튜닝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조사의 인식도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편”이라면서 “개성이 강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휴대전화 튜닝이 점점 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키패드 튜닝절차 (1)휴대전화 나사 제거 일단 휴대전화를 분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뺀 후 뒷면 나사를 풀어준다. (2)케이스 분해 휴대전화 옆면의 가느다란 홈에 손톱이나 얇은 도구를 넣어 돌려가며 틈을 벌린다. 손톱은 휴대전화 튜닝 마니아들에겐 필수. (3)커넥터 분리 뒤케이스를 분리하면 휴대전화 메인보드가 보인다. 메인보드와 액정을 연결해 주는 커넥터가 있는데 조심해서 들어올려 분리한다. (4)메인보드 분리 반드시 커넥터를 먼저 분리한 후 메인보드를 케이스에서 분리해야 한다. (5)극성체크 메인보드에서 LED의 극성(+,-)을 테스터기로 체크해 준다. 메인보드 자체에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예외도 있다. (6)LED제거 LED를 제거한다. 여러가지 제거법이 있으나 칼을 이용해 중간을 절단한 후 인두로 깨진 LED 찌꺼기를 청소한다. (7)LED극성체크 교체할 LED의 극성도 체크한다. 사진과 같이 후면에 극성이 표시되어 있으나 이것 역시 테스터기로 다시 한번 하는 것이 좋다. (8)LED장착 메인보드의 극성과 LED자체 극성을 동일하게 맞춰 납땜한다. 메인보드에 인두기를 댈 때에는 너무 오래 대면 안 된다. (9)배터리로 LED결합여부 체크 메인보드 뒤 전원공급단자에 배터리를 이용해 전원을 켜 LED 납땜 상태를 확인한다. (10)결합은 분해의 역순 분해의 반대 순으로 결합하면 키패드 튜닝이 완성된다. ■ 도움말 강용희 대표
  • [코드로 읽는책]하버드 졸업생은…/데이지 웨이드먼 엮음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경영대의 졸업생은 매학기의 마지막 수업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한다. 수업을 마치기 전 고작 10분이나 될까. 스승들이 이 짧은 시간에 무슨 말을 남기기에 제자들은 인생의 고비마다 마지막 강의를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는 것일까. 성적조작과 입시부정 등으로 얼룩진 우리 교육의 단면을 생각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어쩌면 하버드 스승들의 인상적 강의에서, 난마처럼 얽힌 우리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하버드경영대 교수 15인이 들려준 마지막 강의를 묶은 책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데이지 웨이드먼 엮음, 안명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가 나왔다. 책에 의하면 교수들은 졸업생들에게 명문의 자부심을 논하지 않는다. 정치적·경제적 성취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은 그동안 감추어왔던 자신의 소중하고 내밀한 경험을 내보이며,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한 이야기,‘진정한 승리’를 위한 길이 어떤 것이지 가르쳐준다. 데이비드 벨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5년 후 여러분은 졸업 5주년 동창회 초청장을 받을 것이다. 결코 참석해선 안 된다.10년 후,15년 후도 마찬가지다. 그 곳에 간 순간 여러분은, 친구들을 보기도 전에 그들이 타고 온 차를 보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것이며, 칵테일 잔을 마주치며 이미 CEO에 오른 친구의 자랑을 듣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자신이 설계한, 자신이 가고자 한 삶을 잊은 채, 화려해 보이는 다른 행로를 택할 가능성이 크며, 그 순간 불행한 삶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레이포트 교수는 그가 대학 2학년 때 치른 황당한 기말시험 이야기를 꺼낸다. 다리만 빼고 몽땅 가린 새의 박제를 보고는 새의 이동패턴과 식생활, 짝짓기 습관 등을 추론하라는 시험이었다. 그때 이를 참지 못한 한 학생은 바짓단을 말아올리며 조교에게 ‘당신이 나에 대해 말해 보시죠.’라고 소리친 뒤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레이포트 교수는 오늘의 세상이 그 시험문제 같다고 말한다. 짙은 안개 속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믿음과 용기, 그리고 확신과 결단이다. 니틴 노리아 교수는 어떤가. 그는 ‘절대로 나무를 태워서 밭을 일구는 화전민처럼, 종업원 해고로 수익을 올리는 경영자가 되지 말아라. 화전민같은 경영자는 결코 신뢰받을 수 없다.’라고 당부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사업성공을 위한 금과옥조로 숭배하는 우리 경영인들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하버드의 스승들은 주로 개인적으로 경험한 도전과 성공, 실수, 갈등을 풀어놓으면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리더로서보다 나은 인생을 사는 방법이 어떤 것이지 이야기한다. 여기엔 스승 자신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자세, 제자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졸업생들은 이런 수업을 들으며 단순한 ‘명문대 졸업생’이 아닌 ‘열린 인간’으로 사회에 나간다.800대 기업의 CEO 중 25%가 하버드 출신이라는 ‘하버드의 법칙’도 이런 수업이 있었기에 생기지 않았을까. 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보잉 CEO 스톤사이퍼 ‘부적절한 관계’로 퇴진

    |시카고 연합|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 이사회는 7일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해리 스톤사이퍼(69)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퇴진시켰다고 발표했다. 루 플래트 보잉 이사회 의장은 투서를 받은 뒤 사내 조사를 벌인 결과, 스톤사이퍼 사장이 회사의 품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그의 퇴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플래트 의장은 “이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스톤사이퍼 사장의 판단력이 흐려졌고, 회사를 이끌어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잉 이사회는 임시로 제임스 벨(56)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 겸 CEO로 임명했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61)

    儒林 287에는 ‘割給休書(벨 할/줄 급/놓을 휴/글 서)’가 나온다. 옛날에 夫婦(부부) 간에 헤어질 때는 離婚(이혼)의 徵表(징표)로 칼로 웃옷 자락을 베어서 그 조각을 상대에게 주었다.配偶者(배우자)의 저고리 깃을 자르는 것은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所有權(소유권)의 抛棄(포기) 儀式(의식)이다. ‘割’은 ‘가르다, 자르다’는 뜻으로,‘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대책을 쓰는 어리석음),割半之痛(할반지통:형제자매가 죽어 느끼는 슬픔),鉛刀一割(연도일할:자기의 힘이 없음을 겸손하게 이르거나 우연히 얻게 된 공명이나 영예를 이름)’ 등에 쓰인다. ‘給’은 실을 한 타래 한 타래 묶은 모습을 그린 象形(상형)과 뚜껑을 덮어놓은 그릇의 상형을 결합하여 ‘충분하다’는 뜻을 나타내었다. 후대에 派生(파생)된 ‘주다’라는 뜻이 보다 일반화되었다.用例(용례)에는 ‘給料(급료:노력에 대한 보수),供給(공급:요구나 필요에 따라 물품 따위를 제공함),俸給(봉급:어떤 직장에서 계속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그 일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받는 일정한 보수)’이 있다. ‘休’는 ‘사람이 나무 옆에서 쉰다’는 뜻을 나타내는 會意字(회의자)다. 그 뜻에는 ‘그치다, 편안하다, 기뻐하다, 좋다, 기쁨, 넉넉하다’도 있다.用例로 ‘休暇(휴가: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쉬는 일),休名(휴명:좋은 평판),休學(휴학:질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학교에 적을 둔 채 일정 기간 학교를 쉬는 일)’이 있다. 書자는 ‘오른 손으로 붓을 잡고 있는 모양’인 ‘聿(붓 율)’과 먹물이 담긴 벼루의 모양에서 변화된 ‘曰’을 합한 會意字에 해당하며 본래의 뜻은 ‘글쓰다’임을 알 수 있다.‘覺書(각서: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大書特筆(대서특필:신문 따위의 출판물에서 어떤 기사에 큰 비중을 두어 다룸)’등에 쓰인다. 조선시대 班家(반가)의 사대부들은 七去之惡(칠거지악)과 같이 극히 제한적 경우에만 離婚(이혼)이 허락되었다.七去之惡이라 함은 ‘시부모에 대한 不遜(불손), 자식이 없음, 행실이 淫蕩(음탕)함,妬忌(투기)가 심함, 몹쓸 병을 지님, 말이 지나치게 많음, 도둑질’을 일컫는다.七去之惡을 범한 아내일지라도 三不去(삼불거), 즉 부모의 삼년상을 같이 치렀거나, 장가들 때 가난했다가 나중에 부자가 되었거나, 쫓겨나면 오갈 데가 없는 경우는 내칠 수가 없었다. 女性(여성)도 남편이 國法(국법)으로 정한 悖倫(패륜)을 범하였거나 3년 이상의 行方不明(행방불명), 아내를 심하게 毆打(구타)하는 경우에는 法廷(법정)에서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班家의 여성이 이혼을 신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再婚(재혼)이 不可能(불가능)하였고 여성의 社會(사회)·經濟的(경제적) 活動(활동)도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상민들 사이에는 일종의 合意離婚(합의이혼)에 해당하는 事情罷議(사정파의)나 割給休書(할급휴서) 등의 방법이 비교적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었다. 여기서 事情罷議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부부가 서로 마주앉아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을 말하고 결별하는 것’을 말한다.割給休書는 冒頭(모두)에서 밝힌 것처럼 離婚(이혼)의 표시로 서로 마주앉아 칼로 웃옷의 자락을 베어서 상대에게 주는 의식을 말한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시장 안에 간판도 없는 서너 평 남짓한 선술집이 있었다. 주로 시장 안의 상인들이 목이 마르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 사발이나 혹은 소주 한 병을 신김치나 술국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장 가게로 달려가는 곳이었다. 이 간판 없는 술집의 소중한 값어치를 소위 글쟁이들 중에서도 눈 밝은 어떤 이가 발견하였다. 1980년대 초였는데, 둥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술탁 3개가 전부인 그 선술집을 글쟁이들은 멍청이집이라고 불렀고, 술집 아주머니를 일러 멍청이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40대 언저리의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들의 그런 호칭을 전혀 개의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집과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판은 물론 신문사 문화부의 문학이나 출판 담당 기자들이며 영화판이나 굿판 같은 딴따라판에서까지 꽤 유명한 집이 되고 말았다. ●간판조차 없었던 선술집 ‘멍청이집’ 글쟁이판에서 가장 먼저 멍청이집을 발견한 것은 당시에 공덕동 시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금성출판사의 주간이자 시인인 강민, 시인인 유제하, 이병희, 성귀영, 지금은 문학동네 발행인으로 있는 강태형, 시조시인 김원각, 작가 이채형 등 소위 ‘금성사단’이었다. 그 뒤로 나를 위시한 시인 이시영이며 윤재철, 윤중호, 김사인, 작가 윤후명, 김민숙, 김상렬에 이어 영화감독 이장호, 장선우 등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고작 잔술이나 팔던 버릇을 해서 워낙에 안주에 대한 개념이 없던 멍청이아줌마에게,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얼핏 상상이 안 되는 특별한 손님이었다. 적어도 글쟁이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술국이나 신김치 이외에는 전혀 안주가 필요하지 않던 술집이어서 미리 준비한 안주가 없던 터라, 우리가 안주를 시키면 그때야 부랴부랴 시장에 있는 생선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는데, 안주감도 꼭 우리가 시키는 데 맞추어, 꽁치며 고등어, 생태,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속을 사왔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할 때면 약간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미안한 듯 말했다. “저기, 꽁치나 고등어 같은 것은 탄불에 굽기만 했으니께, 기냥 생선가게에서 산 대루 주기만 하면 되구라우, 오징어하고 쭈꾸미는 양념값 오십원을 따로 보탰구먼이라우. 그렁께 쏘주 네 병에다가 이거저거 모다 합치먼, 오메, 삼천원이 넘는 갚소잉?” 멍청이아줌마의 술값은 으레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생선값에 양념값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고, 이런 계산법에서 바로 멍청이란 호칭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또한 이런 계산법에 서투른 나머지 차라리 멍청이아줌마의 계산에 얼마를 더하는 우리 식의 계산법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주꾸미며 낙지 같은 해산물을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소위 주꾸미양념구이나 낙지양념구이 같은 요리는 시중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멍청이집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내가 낙지며 주꾸미를 양념에 발라 구이를 해먹겠다고 하자 멍청이 아줌마는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오메, 우찌께 낙자나 쭈구미 같은 물것을 탄불에다 꾸어 잡순다요? 물것은 기냥 데쳐서 잡사야제, 탄불에 꾸먼 오그라들어 맛이 없을 거인디.” 멍청이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숙수로 나섰는데, 우선 주꾸미를 생물로 한번 굽고 약간 꼬들꼬들해졌을 때 고추장이며 고춧가루에 설탕이며 파 마늘, 간장을 넣어 갠 양념장을 발라 탄불 위에 올려 불을 쏘이자마자 그대로 먹는 식의 주꾸미 양념구이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다 만들어진 주꾸미양념구이를 한 점 맛본 멍청이아줌마가 큰소리를 냈다. “오메, 쭈꾸미가 우찌께 이런 맛이 다 난다요?” 멍청이아줌마는 주꾸미 한 점과 곁들여 당연히 우리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는데, 그러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우리 자리에 퍼질러 앉아 함께 어울리며 술자리의 흥을 더하기도 하였다. 멍청이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꾸미에서 비롯해서 낙지까지 몇 가지 요리가 더 만들어졌는데, 이를테면 낙지를 살짝 데친 다음에 애호박을 채 썰어서 역시 살짝 데쳐내어 식초와 설탕 고주장, 고춧가루에 마늘이며 파 같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먹는 낙지회무침 같은 것이었다. ●글쟁이 술꾼들이 안주 개발하기도 멍청이아줌마로서는 파천황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일행이 많아서 모두 대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낙지연탄불구이며 낙지회무침을 위시해서 평소보다 많은 안주를 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멍청이아줌마가 좌불안석으로 우리 곁은 빙빙 돌더니 더 이상 못 참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술 잡숫는디, 죄송하제만이라우.” “예,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그거이, 그거이.....” “말씀하세요.” “오메오메, 시방 술값이 만원이 넘었당께요.” 멍청이아줌마로서는 선술집을 시작한 후로 술값이 만원을 넘은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마음씨 좋고 정이 넘쳐나던 멍청이아줌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을 맞는 불행한 일을 당해 반신을 못 쓰게 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울러 글쟁이들의 흥겨운 공덕동 시절도 시들해져 버렸다. 멍청이아줌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덕동 시장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대부분이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지하철 5·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선 유명한 최대포집이 나오고, 거기서 비롯하여 마포골뱅이 골목, 마포오향족발이며 궁중족발, 소문난영양족발 같은 족발 골목, 마포할머니빈대떡이며 청학동부침개의 모듬전 골목 등이 이제 막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한 손님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터이다. 바로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건만한 크기의 아크릴 간판에 전주식당(02-711-0238)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식당은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명한데, 가게방으로는 모자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노점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포 일대의 빌딩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 사이에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게방 모자라 노점서 식사해도 장사진 전주식당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전주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김정자씨의 큰 손에 있다. 무슨 반찬이든지 접시에 수북수북 쌓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이가 가정식백반에 담아내는 반찬은 생굴무침, 조기구이, 고사리나물, 봄똥김치, 묵은김치, 고구마순, 시래기무침, 감자샐러드에 한번 맛보면 손님들이 누구나 빠져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곁들인다. 그러나 전주식당의 참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녁이면 홍어삼합이며 홍어회, 아구찜을 파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주인 되는 이의 큰 손과 맛에다가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이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홍어삼합의 경우 커다란 대형 접시가 넘칠 정도로 전라도의 묵은김치며 돼지고기, 홍어가 가득히 나오는데, 네댓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3만원이고,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은 2만원이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홍어탕은 진한 맛이 일품인데, 두세 번 얼마든지 시켜도 된다. 홍어회며 아구찜도 같은 값인데, 양 또한 넘쳐날 정도인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환갑을 지난 김정자씨는 술자리가 어우러지면 어느 새 소주 한 병과 생선찌개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손님자리에 끼어든다. “옛수, 요건 서비스요오.” 그리고 손님이 술을 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시고는 어느 새 술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이를테면 그이는 천성적인 놀이꾼이자 신명꾼이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다. 남편되는 칠순의 조과영씨마저도 어쩌다 가게에 들리면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부부가 신명이 오르면 김정자씨가 소리친다. “장사 때레치우고 노래방에나 갑시다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용강동길로 접어들면 한화오벨리스크 뒤편이자 마포주차장 건너편 먹자골목 어귀에 주꾸미집(02-719-8393)이 있다. 무슨 옥호도 없이 간판이 그저 주꾸미집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주꾸미집이라는 이름에 대한 주인 되는 이진숙씨의 생각이 뜻밖에 철학적이다. “이름을 뭘로 해야 주꾸미를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 많이 했제라우. 근디 주꾸미한테다가 벨 이름을 다 붙에봤자 주꾸미가 살아나덜 안해라우.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냥 주꾸미집이라고 했어라우. 그라고 낭께 주꾸미 파는 집서 주꾸미집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달리 없더랑께요. 아자씨는 생각이 어쩌요?” 주꾸미집은 과연 주꾸미집답게 메뉴가 주꾸미숯불구이에다가 왕새우구이가 다다. 아니, 주꾸미숯불구이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이 더 있다.1인분에 8000원 하는 주꾸미숯불구이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만일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혼자서 1인분을 다 먹기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양념한 주꾸미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에 구워내는 식인데, 특이한 것은 무슨 상추나 배추 같은 야채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김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마늘이며 고추를 곁들여서 주꾸미를 생김에 싸먹는데, 그것들이 입안에서 어울려드는 맛이란 뜻밖으로 환상적이다. 이따금씩 커다란 냉면사발 한 가득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절로 다시 주꾸미에 손이 간다. ●생김에 싸먹는 주꾸미구이 맛 환상적 저녁 무렵만 되면 손님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달리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 내외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돈도 많이 버는데 종업원 좀 두지 그러냐는 질문에 바깥주인 되는 문태복씨가 엉뚱하게 메뉴판을 손짓해 보였다. “종업원을 두면 나야 펜하제만, 저걸 감당하지 못항께요.” 무슨 뜻인지, 하고 눈으로 묻자 그이는 뒷말을 이었다. “종업원 한 사람 두면 아메도 저 팔천원이 만원으로 올라갈 꺼이요. 안그러면 양이 적어지던가. 나가 주꾸미집을 하는 한 그짓은 못하겄소. 기냥 몸으로 때워야제.” 주인 내외가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을 떠나온 것은 1976년이었다. 원래 한 마을의 위아랫집에서 처녀총각으로 살았는데, 어쩌다가 밀밭이며 방앗간을 오가면서 정분이 났다. 결국 마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처녀총각이 밤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이며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인생유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내외는 부천 오정동, 약대동, 광명시 철산동, 서울의 왕십리 등 무려 25번을 이사한 끝에 마포 도화동에 대지 15평짜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외는 그때 하도 돈에 포한이 져서 큰딸 이름을 봉황이라고 지었는데, 한문이 봉우리 봉(峯)에 황금 할 때의 황(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포한이 진 주인 내외라지만,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데, 거기에 대한 안주인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우리 내외가 둘 다 워낙에 놀기롤 좋아헌단 말이요. 아무리 없이 살어도 노는 디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제라우. 글다본께 남들 눈에는 근심걱정 한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모양입디다.”
  •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는 이스트우드를 선택했다

    제77회 아카데미는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75)의 손을 들어줬다.28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올해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유력한 경쟁작이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에비에이터’를 따돌렸다.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에비에이터’가 5개부문 수상으로 최다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긴 했지만,4개의 주요부문 수상은 ‘밀리언‘에 돌아감으로써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스트우드가 올해 아카데미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의 꽃으로 불리는 작품상·감독상을 모두 휩쓴 데다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두번째로 감독·작품상 수상 이번 수상으로 이스트우드는 1993년 ‘용서 받지 못한 자’에 이어 두번째로 감독·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71년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감독 데뷔한 뒤 ‘앱솔루트 파워’‘미스틱 리버’등 지금까지 20여편의 영화를 만들어 온 그는, 동년배들이 현역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오히려 빛을 발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제 아무도 그를 서부영화의 아이콘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시상식장에 올라 96세인 어머니를 소개하며 “유전자에 감사한다.”는 수상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밀리언‘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와 여성 복서 매기의 가족보다 진한 교감을 그린 영화.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을 넘어선 삶을 관통하는 깊이있는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삶을 비관하지 않는 승리자의 태도가 아카데미의 손을 들어주게 만든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아카데미가 사랑한 배우들 이스트우드뿐만 아니라 ‘밀리언‘에서 여성 복서 역을 맡은 힐러리 스왱크(31) 역시 아카데미와 두번째로 인연을 맺게 됐다.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남장여자 역에 이어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내가 무슨 착한 일을 해서 이렇게 상을 받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감격해했다. 남우주·조연상은 ‘흑인들의 잔치’였다. 레이 찰스를 완벽하게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이’의 제이미 폭스(38)는 수상 소감에서 “어려서 연기 지도를 해주신,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1963년 ‘들에 핀 백합’의 시드니 포이티어,2002년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 이후 흑인 배우로는 세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남우조연상은 은퇴한 복서 역을 맡은 ‘밀리언‘의 모건 프리먼(68)이 아카데미에 4번째로 도전한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카데미가 ‘인종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다는 증거다. 여우조연상은 ‘에비에이터’에서 캐서린 햅번을 연기한 케이트 블랜쳇(36)이 차지했다. ●‘몰아주기’ 없었던 시상식 올해 아카데미의 가장 큰 특징은 ‘몰아주기’가 없었다는 것.‘에비에이터’(5개),‘밀리언‘(4개)에 이어 ‘레이’와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각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편 아카데미 사상 한국인(호주 교민)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단편 애니메이션부문 후보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는 ‘라이언’에게 밀려 수상의 영광을 놓쳤다. 이순녀 김소연기자 coral@seoul.co.kr ●부문별 수상자(작) ▲작품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감독상 클린트 이스트우드(밀리언 달러 베이비)▲남우주연상 제이미 폭스(레이)▲여우주연상 힐러리 스왱크(밀리언 달러 베이비)▲남우조연상 모건 프리먼(밀리언 달러 베이비)▲여우조연상 케이트 블랜쳇(에비에이터)▲각색상 사이드웨이▲각본상 이터널 선샤인▲촬영상 에비에이터▲편집상 에비에이터▲장편 애니메이션상 인크레더블▲단편 애니메이션상 라이언▲미술상 에비에이터▲음향편집상 인크레더블▲음향상 레이▲시각효과상 스파이더맨2▲의상상 에비에이터▲분장상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작곡상 네버랜드를 찾아서▲주제가상 모터사이클다이어리▲장편 다큐멘터리상 본 인투 브라델스▲단편 다큐멘터리상 마이티 타임스▲외국어영화상 시 인사이드(스페인)▲단편영화상 WASP ■ 이모저모 ●마틴 스코시즈 감독과 아카데미의 악연은 올해도 이어졌다.2년 전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도 단 한개의 상도 수상하지 못한 ‘갱스 오브 뉴욕’에 비한다면 5개 부문 수상이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스코시즈는 6번째로 감독상 후보에 오르고도 고배를 마시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5년 만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오른 아네트 베닝과 힐러리 스왱크의 남다른 인연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여우주연상을 노렸다가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신인 힐러리 스왱크에게 오스카상을 뺏겼던 아네트 베닝은 ‘줄리아 되기’로 권토중래를 꾀했으나 또 한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두 명의 한국교포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카메라에 잡혔다.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가 안타깝게 수상을 놓친 ‘버스데이 보이’의 호주 교포 박세종 감독과 ‘사이드웨이’의 여배우이자 캐나다 교포인 샌드라 오가 그 주인공. 특히 샌드라 오는 ‘사이드웨이’를 만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아내로, 페인 감독은 각색상 수상소감에서 “내 아내 샌드라는 대단한 배우다. 아내에게 감사한다.”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 [기고] 지금이 벨 에포크인가/이균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한국무역포럼회장

    경제란 용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절약이다. 절약을 해야 할 이 시기에 정부는 마치 이 시기가 ‘벨 에포크’인 것처럼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소비를 충동하고 있다. 현재 사람들의 호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어 소비에 매몰될 그럴 시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가계가 빠듯하여 살림을 꾸려가기가 너무나 힘든데, 설상가상으로 직장을 잃어 수입이 전혀 없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카드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그런 회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정부는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가계나 기업이나 나라나 그 경제주체가 무엇이든 간에 흘러간 세월을 뒤돌아보면 ‘벨 에포크’는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국민소득은 소비+투자+(수출-수입)이다. 소득은 물론 소비하거나, 저축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저축은 투자로 이어져 미래의 소비가 된다. 미래의 소비를 위해 좀더 허리띠를 졸라매어 소비를 억제하여 저축을 해야 한다. 어려운 살림일수록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투자와 수출을 확대해야만 나라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호주머니가 두둑해져 경제가 튼튼해질 것 아닌가. 1880년부터 1914년까지의 서구사회를 흔히 벨 에포크(belle epoque), 즉 ‘좋았던 시절’이라 부른다. 그만큼 사회·문화·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화려했던 시기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발전할 대로 발전하여 제국주의를 거쳐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치달았고, 다양한 문화와 과학기술이 일상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좋았던 시절이란 당대인들보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증유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과 달리 그 좋았던 시절에는…했었는데.”라며 회고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마치 ‘원래부터 좋은 시절’이 따로 있었던 것처럼 되어버렸다.‘벨 에포크’를 슈테펜 케른 교수는 그의 저서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생산의 증가는 국내소비와 수출의 증가로 이어진다. 우리의 경제는 국내소비보다 수출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못하였지만 2542억달러의 수출이 바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새해 들어 1월의 수출입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전년 동월대비 수출은 18.7%, 수입은 19.2%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32억 3100만달러 흑자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수입은 원자재와 중간재(자본재)와 최종소비재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여 원자재수입은 불가피하다. 수입을 줄여야 할 것은 중간재밖에 없다. 수입 가운데 자본재수입이 20.8% 증가했고, 특히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수입의 증가율(40.5%)이 높다는 것은 국내투자가 뒷받침되면 좋은 현상이다. 왜냐하면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입장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자재수입은 불가피하며, 소비재수입은 수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수출상대국으로부터 일정량 소비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보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역은 기브 앤드 테이크이다. 수입을 줄여야 할 것은 중간재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직도 자본재 수입비율이 20.8%인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자동차판매나 백화점매출의 증가 등 국내소비의 증가를 경제의 수장(경제부총리)이 낙관적으로 보고 “경제는 호전될 것”이라고 미소짓는 표정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특히 고유가, 원화절상, 제조업공동화와 높은 실업률이 잠복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먼 훗날 ‘벨 에포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균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한국무역포럼회장
  • 로플린, KAIST교수진 혹평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로플린 총장이 카이스트 교수진을 사실상 ‘잿밥에만 눈먼 연구인’쯤으로 비판해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3기 정치아카데미의 강사로 나서는 로플린 총장이 사전에 작성한 강연 원고에 따르면 “카이스트 교수들은 연구 내용보다 정부 보조금 계약 크기에 관심 갖고, 또한 중요하지 않은 연구임을 알면서도 정부 보조금 획득을 위해 착수하고 있다.”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이어 “연구계약과 연구절차가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이 탓에 잘못된 투자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돼 있으며 이런 이유로 연구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로플린 총장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카이스트 설립시 특별법에 따르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는 규정은 인적 자원 양성을 뒤로 돌리는 본말의 전도”라고 지적하며 “카이스트 설립 특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부모와 형제, 자녀 등 가정사와 함께 버클리 대학,MIT 대학원 졸업, 벨 연구소 취업 등 개인적 경험 설명을 곁들인 강연 원고에서는 “정부의 국·공립 대학 공적 보조개념이 희박해지는 세계적 추세”와 “엘리트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학부모,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추세”를 강조했다. 로플린 총장의 쓴소리는 정치권,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카이스트를 세계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카이스트의 ‘굿 머니’ 예산증가에 관해 과학기술부와 복합적으로 협의중이지만 필요한 예산 인상안이 국회에서 채택될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서 “투표에 의해 선출된 입법자들은 불공정한 것을 한다고 생각하면 투표자들로부터 제재를 받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비틀린 도덕률은 과학기술계통 학생들이 교수직을 취득하는 데 온 신경을 쓰도록 만든다.”고 꼬집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휴대전화 안쓰는 ‘별종’ 젊은이들

    휴대전화 안쓰는 ‘별종’ 젊은이들

    휴대전화가 없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난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활동적인 20∼30세대에게 휴대전화는 옷이나 신발처럼 없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을 거부하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있다.‘별종’으로 비쳐지는 이들의 다양한 이유와 사연이 궁금하다. 이리도 어려울 수가….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여유를 두고 연락을 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휴대전화 한통으로 언제든 연락이 되는 요즘 세상에 습관대로 임박해서야 전화를 건 것이 화근이었다. 이메일을 보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며칠….‘기나긴’ 기다림 끝에 어렵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필요 느낀 적 없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인 박정은(32·여)씨는 휴대전화나 호출기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50여명의 활동가 가운데 유일하게 휴대전화가 없다. 박씨는 “써본 적이 없으니 뭐가 좋은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때때로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 단체에서 “하나 장만하지 그러느냐.”는 얘기를 듣곤 하지만 휴대전화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은 적은 없다. 지난 해 국제회의에서도 행사가 열리는 3일동안만 언니의 휴대전화를 빌려 썼을 뿐 큰 불편은 없었다. 박씨는 “휴대전화에 얽매여 각박하게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면서 “그것도 애초에 습관을 그렇게 들이지 않으면 불편한 줄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휴대전화 없앤 뒤 자유 만끽”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인 이진희(26·여)씨는 6개월 전 휴대전화를 없앴다. 예전에 만나던 사람에게서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전화와 문자가 부담스러웠던 것. 많을 때는 하루 20통씩 걸려오는 전화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씨는 처음엔 몇달만 쓰지 않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쓰지 않다 보니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이씨는 “꼭 필요한 연락만 주고받다 보니 친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려졌다.”면서 “가끔 오는 전화가 더 반가워 인간관계는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집에서 일하는 탓에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았다. 물론 가끔 원망을 듣기는 한다. 하지만 이씨는 “휴대전화를 없앤 뒤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살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점점 조급증에 젖어 ‘기다림’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데는 휴대전화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동성과 여유를 동시에…‘삐삐파’도 ‘느림의 여유’를 즐긴다 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과 타협은 필요한 법. 급한 연락은 받을 수 있으면서도 적당한 자유가 보장되는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로 절충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대학원생 권춘섭(33)씨는 대학 시절 이후 지금까지 줄곧 삐삐만 사용하고 있다. 그는 호출기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잠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호출기를 쓰면 필요한 연락만 선별해 할 수 있다.”면서 “쓸데 없는 오해도 생기지 않고 생활의 여유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불편은 느끼지 못한다.”면서 “호출기마저도 버릴 수 있는 경지가 되고 싶다.”고 피력했다. 대학 졸업반인 고재성(26)씨도 지난해 1월 휴대전화를 없애고 호출기를 샀다. 고씨는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타박을 하지만, 조급증이 줄고 느긋해진 것 같다.”면서 “한달에 5만원 이상 들던 요금도 8000원이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삐삐’ 관련 카페도 성황 호출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삐삐삐’ 등 인터넷 카페도 성황이다. 한때 가입자수가 1500만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만여명으로 줄어든 ‘희귀’ 물건을 쓰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공익근무요원 정인섭(24)씨는 소개팅을 나가 호출기 번호를 가르쳐줬다가 상대방이 “왜 휴대전화 번호를 안 가르쳐 주느냐.”면서 “마음에 안들면 안든다고 하라.”고 따지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그러나 취업준비생 김득(26)씨는 “음성을 확인하러 공중전화로 뛰어갈 때 느끼는 기대감은 짜릿하기까지 하다.”면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음성메시지로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반면 호출기를 쓰다 최근 휴대전화로 ‘전향’한 대학생 김지양(20·여)씨는 “휴대전화는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더라.”면서 “상대방이 전화를 빨리 받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 조급증까지 생겼다.”며 ‘삐삐’시절의 여유를 아쉬워했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휴대전화 안쓰다 ‘항복’한 사람들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장만해 중학생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사람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항복’한 사람들은 “주변의 성화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불편한 점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솔제지 인력팀 채향석(39) 차장은 지난 해 2월 휴대전화를 다시 샀다.1997년 6개월 정도 휴대전화를 쓰다가 크게 필요를 느끼지 않아 없앤 지 7년 만이다.‘미개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버텼지만, 상사들이 불편을 토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초 지방 출장을 갔을 때는 그에게 전해야 할 내용까지 모조리 동료의 휴대전화로 쏟아졌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장만했다. 채 차장은 “휴대전화가 있으니 퇴근길마다 군산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자투리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밤낮 가리지 않고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 또 회식으로 늦을 때마다 날라오는 아내의 문자도 때로는 ‘족쇄’처럼 느껴진다. 채 차장은 “결국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균형잡힌 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체념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게임개발자로 디지털 세상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이기흔(31)씨는 그러나 얼마전까지 휴대전화는 커녕 호출기도 써 본 적이 없다. 늘 감시당하는 느낌도 싫었고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 연락은 이메일과 메신저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성화에 별 수 없이 지난해 여름 휴대전화를 마련했다. 이씨는 “벨이 울리면 어디서건 무조건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게 너무 낯설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상대의 ‘감시권’에 들어있다는 느낌도 불편하다.”고 짜증스러워했다. 더구나 공짜로 얼마든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이 가까이 있는데 비싼 이용료를 내면서 휴대전화를 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주로 사무실에서 새로운 게임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은 거의 없다.”면서 “휴대전화는 ‘도구’가 ‘필요’를 만들어 낸 물건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관광업계에서 일하는 남현주(26)씨는 취업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된 케이스. 대학 시절 몇달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중요한 연락은 집 전화나 이메일로 받았고, 받기 싫은 전화는 받지 않아도 돼 오히려 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해 8월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내 놓고는 연락이 엇갈릴까 속이 탔고, 무엇보다 ‘휴대전화도 없는 이상한 지원자’로 찍힐까 꺼림칙하기도 했다. 지금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없이 살던 때’가 그립다. 남씨는 “전화 온 것 없는지 확인하는 등 휴대전화가 나를 구속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여가시간에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전화가 올 때면 확 던져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씨는 “약속을 할 때도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늦으면 조금 기다리고 하던 나름대로의 여유가 ‘대충대충 빨리빨리’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다른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받는 용도로만 사용은 하고 있지만 다시 없애고 싶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하는 세상이다. 느림의 여유를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는 여전히 심기 불편한 도구였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연휴엔 어딜갈까] 파타야

    [연휴엔 어딜갈까] 파타야

    태국 파타야가 ‘확∼’ 젊어졌다.3년만에 다시 찾은 파타야에는 흥겨운 록 음악이 흐르고 테마형 카페들이 밤거리를 수놓는 젊은 휴양지로 업그레이드 됐다. 하드록 호텔 등 젊은층을 겨냥한 호텔들이 속속 생겨났고, 음란쇼가 난무하던 노천카페 거리에는 록 공연과 무에타이 공연, 포켓볼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바뀌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게이쇼인 알카자쇼 외에도 최근 50m 대형 무대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알란칸쇼가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했다.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로 활기가 넘친다. 싸구려 패키지칙칙한 이미지의 파타야는 이젠 잊어도 좋다. 특히 파타야는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해일 ‘쓰나미’의 피해 지역과는 무관한 곳으로 명절마다 ‘결혼해라∼’ 압박에 시달리는 싱글들에게는 최적의 ‘피난처’. 한층 업그레이드된 파타야가 부른다∼. 파타야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추위를 벗어 던지고 남국의 열대 속으로 서울을 떠나 태국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찌는 듯한 열대 더위가 온몸을 휩쌌다. 영하로 떨어진 서울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겹겹이 껴입은 옷 사이로 어느덧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재빨리 공항 화장실로 달려가 반바지와 반팔로 갈아입고 버스에 올랐다. 파타야까지는 2시간30분 남짓. 공항 리무진버스를 이용하면 1800바트(5만 4000원)지만 인근 에까마이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90바트로 저렴하다. 파타야가 달라졌다.3년만에 찾은 이곳은 과거와 달리 젊음이 넘쳤다. 여장을 푼 곳은 최근 리모델링한 하드록 호텔. 현관에서 가방을 받아 든 것은 정숙한 복장의 벨보이가 아니라 힙합 바지에 머리에 물을 들인 신세대 청년이었다. 로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등 세계적인 록커들이 사용하던 기타와 의상이 전시돼 있었다. 호텔 방에도 록 가수들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이 걸려 있었고, 여느 호텔과 달리 TV도 천장에 걸려 있는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딱 맞춘 호텔이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 야외 풀장 주변에 마련된 식당. 이날 메뉴 테마는 애니메이션 영화.‘니모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 등 영화 제목의 메뉴들이 눈길을 끌었다. 니모는 연어 요리, 인크레더블은 양고기 요리였다. 식사 중간 중간에는 가수들의 공연과 함께 각종 게임이 진행됐다. 대형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유명 팝송을 ‘립싱크’하는 등 각국의 관광객들이 모두 하나가 됐다. ●밤은 짧고 여운은 길다 해가 저물자 카페 거리로 향했다. 시내 거리를 셔틀 버스처럼 돌아다니는 ‘송태우’를 타고 곧장 워킹스트리트 카페 거리에 도착했다. 워킹스트리트는 로열 가든플라자에서 파타야해변을 따라 2㎞정도 거리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 된다. 거리는 조용하던 낮의 모습과는 달리 형형색색의 강렬한 불빛을 밝히면서 그 본래의 화려한 얼굴을 드러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파타야의 밤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국의 해변과 어우러져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젊음을 불사르는 나이트 클럽, 자극적인 붉은 불빛이 환상적인 노천카페 등은 이국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과거 나체의 여인이 철봉을 잡고 흔드는 일명 ‘아고고쇼’와 일본식 가라오케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새로 선출된 파타야의 시장이 파타야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퇴폐적인 쇼를 대거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훨씬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즐비한 노천 맥주카페에는 무에타이 경기를 하는 카페와 포켓볼 카페, 음악공연 카페 등 다양했다. 자리를 잡은 곳은 팝송이 귀청을 흔드는 라이브 카페. 음악에 몸을 흔들며 여종업원이 서툰 영어로 대화를 건넸고, 잠시후 주사위 던지기와 퍼즐 맞히기 등 게임을 청했다. 하이네켄 맥주 2병과 생과일 주스 한잔, 담배 1갑 등을 시켜놓고 1시간을 즐겼지만 비용은 300바트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덧 새벽 2시. 어느덧 카페 불들이 하나둘씩 꺼졌다. 그러나 매매춘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은 옥에티. 호텔로 발길을 돌릴 무렵 카페 종업원이 옷깃을 잡으며 “원 나이트 투싸우전드 바트”(하룻밤에 2000바트)라며 매매춘을 제안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젊음이 숨쉬는 남국의 정취 이튿날 아침 7시, 따가울 정도로 눈부신 햇살이 잠을 깨웠다. 창문을 열자 파타야 해변은 벌써부터 휴양객들로 북적거렸다. 바다 위에는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가 물결을 가르고, 하늘에는 패러세일링(보트로 끄는 패러글라이딩)가 날아 다녔다. 호텔 앞 백사장 비치 파라솔 아래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물장난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해변에 나가자 비치 보이들이 각종 해양스포츠를 권했다. 관광객들도 과거와는 크게 바뀌었다. 노인층 휴양객들보다는 젊은층이 부쩍 늘었다. 최근 러시아 경기가 나아지면서 한해 20만명의 러시아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기 때문이라 한다. 애써 눈길을 피하려 해도 비키니 차림의 여성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해변과 호텔 수영장을 오가며 4시간을 보내자 피곤함이 밀려왔다. 곧바로 달려간 곳은 전통 타이 마사지 숍.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이다. 전문 마사지사들이 2시간에 걸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밟고 주물렀다. 온몸이 마치 녹아내리는 듯했다.‘우두득‘ 온몸에서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마사지는 역시 태국에서 받아야 제격. 마사지숍은 시설과 시간,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피곤이 덜하면 30분에 100바트 하는 발마사지만 받아도 충분하다.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쇼 볼거리인 쇼들도 업그레이드 됐다. 지난 수십년간 관광객을 사로잡았던 게이쇼인 알카자쇼는 이미 한물간 쇼.3년전인 지난 2001년 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는 ‘티파니 쇼’가 생겼다. 알카자쇼와 외관은 비슷한 게이쇼지만 스케일이 좀더 크다. 각국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데 우리나라는 가수 윤도현의 아리랑과 하리수의 노래를 립싱크해서 진짜와 같이 공연한다.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알란칸 쇼’.50m에 이르는 대형 실내 무대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화려한 불꽃놀이로 시작하는 쇼는 원시시대부터 현재 태국의 형성까지를 그린 내용. 선녀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대형 코끼리가 등장한다. 무대에서는 실전과 다름없는 불꽃튀는 칼싸움 전쟁이 벌어진다. 파타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인 ‘진리의 성전’도 꼭 가봐야 할 명소. 이 건물은 높이가 105m로 아파트의 약 40층 규모로 현재도 건축중인 건물이다. 진리의 성전에는 둘레가 2m 넘는 나무기둥이 무려 170여개 설치되어 있다. 해변가에 있어 매번 파도와 바닷바람에 파손되고 있지만 파손되면서 수리중에 있다. ●여행 오는 것이 도와주는 것 태국의 가장 큰 걱정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해일 ‘쓰나미’가 아니라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이다. 위험지역이라는 인식과 함께 피해지역에서 휴양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겨울 방학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파타야 관광청 피낫 샤로엔롤 부소장은 “태국에서 쓰나미 피해지역은 푸껫 등 일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지역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태국이 쓰나미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길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꼭 알아두세요 파타야는 개별 여행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간단한 영어와 손짓만으로도 모든 것이 통한다. 곳곳에 관광경찰과 호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어 밤거리도 위험하지 않다. 파타야의 주요 교통수단은 송태우다. 택시로 대절해서 이용하거나 손을 들어 지나가는 송태우를 세우고 탄 후 내릴 때는 천장의 벨을 눌러 세운 다음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지나가는 송태우를 이용할 경우 파타야 해변 내에서 이동하면 5바트, 파타야와 좀티엔을 오갈 때는 10∼20바트다. 택시를 대절할 경우 파타야 시내의 웬만한 거리는 100바트 미만으로 흥정하면 된다. 헬멧을 착용하고 조끼를 입은 오토바이는 모두 택시로 보면 된다. 이들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흥정을 한 후 타는 게 좋다. 가까운 거리는 10바트 정도. 시내에 인터넷 카페가 많은데 대부분 한국어를 지원한다. 곳곳에 노란색 국제 전화 전용 부스가 있어 편리하다. 호텔에서도 국제전화가 가능하지만 컬렉트 콜이라도 대략 한 통화당 100바트 정도의 커넥팅 차지를 붙인다. 한인식당이나 업소에서는 전화에 커넥팅 차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르면 오는 9월에 파타야와 40분 거리에 있는 우타파오에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여행이 더욱 편해질 전망이다. 파타야 시내에는 특급호텔부터 여행자 숙소까지 다양한 숙소가 마련돼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호텔 시설을 미리 볼 수 있으며, 예약이 가능하다. 문의 (02)536-4200.태국관광청(www.tatsel.or.kr) (02)771-9650.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에서는 항공권과 호텔을 포함한 개별 여행 상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두르면 설 연휴를 이용한 파타야 여행이 가능하다.5일짜리 패키지 요금은 42만원, 한달짜리 항공권은 46만원이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세계3위 ‘자전거 대국’ 일본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세계3위 ‘자전거 대국’ 일본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자전거는 생활의 필수품이다. 출근 전용이나 보조용, 장보기용으로 애용된다. 휴일에는 온가족 나들이용으로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국민 3명당 2대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많다 보니 각종 사고나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도 부상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자전거 대국이다.2003년 8593만대로 중국(4억 6556만대·2002년), 미국(1억 2000만대·1998년)에 이어 세계 3위의 자전거 보유국이다(표 참조).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는 물론 작은 도시까지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특히 집에서 전철역까지 출근보조용으로 애용하는 탓에 자전거 관련 산업도 발달했다. ●3명당 2대 보유… 의원들이 정착 앞장 7선의 중의원 의원 고스기 다카시 전 문부상은 자택에서 10㎞ 정도 떨어진 국회까지 자전거를 이용, 등원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아침 7시쯤 국회에 도착, 샤워를 한 뒤 8시쯤 자민당내의 부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55년째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 고스기 의원은 국회의원 회원만 107명인 ‘자전거활용추진의원연맹’ 회장이다. 연맹은 1999년 창립, 건전한 자전거문화를 만들고 문제해결을 위한 법률 정비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타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이 명예회장이고, 여야의 중·참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회원 중 상당수는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5㎞ 이내, 혹은 10㎞ 이내를 이동할 때 거의 자전거를 이용하고, 그 이상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 통근자에 특별교통비 지급 50대인 이사카에게 자전거는 보물이다. 매일 아침 자전거로 도쿄도내 나카노구에서 직장이 있는 지요타구 사무실까지 30여분 걸려 자전거로 출근한다. 시내에서 약속이 있을 때도 자전거로 움직인다. 저녁 약속이 늦게까지 있어도 큰 문제가 없으면 자전거로 귀가한다.20년째 이런 생활이다. 최근엔 나고야, 니가타, 후쿠오카 등 자치단체들이 자전거 통근을 위한 장려정책을 실시, 콩나물 전철이나 자동차 정체를 피하려는 자전거 통근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사회경제생산성본부 주임연구원 고바야시 시게키의 설명이다. 나고야시는 통근거리 10㎞ 이내 직원 중 자전거 출근직원에게 특별교통비를 지급, 수백명의 직원이 차량출근을 포기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전거 시민권 선언’이란 저서를 낸 고바야시 연구원은 “자전거를 이용한 통근은 상쾌하고 운동이 되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매우 좋다.”며 “교통비도 절약하고, 환경도 지키는 일석삼조의 자전거 타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회귀현상에 따른 직장 근처 거주자가 느는 것도 자전거 출근이 느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나고야시 등 많은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출근 뒤 가벼운 샤워를 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샤워시설을 보강하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자전거택시 등장… 관련산업 번성 일본은 2003년 기준 자전거 신규수요가 1122만대나 됐다. 관련 산업도 그에 따라 발달하고 있다. 전철역에는 자전거렌털 서비스 회사(하루 300엔 정도)가 등장했고, 자전거택시인 베로택시도 운행 중이다. 베로택시는 지역차가 있지만 첫 500m는 300엔이고, 추가 100m당 50엔이 더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전동보조 자전거도 인기다.2003년 기준 1년 생산대수가 20여만대로 언덕 지형에서는 자전거 운전자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동력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도쿄 등 대도시에선 경찰의 순찰용 자전거와 관련설비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유아용 자전거의자, 자전거우산꽂이, 마일리지계산기, 벨, 발전기 등의 산업도 번창하고 있으며 자전거판매점도 전국에 2만 6113개(2002년 기준)일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 도쿄도내에만 자전거 소매점이 1876개나 되고, 오사카에서도 1737개소에 이른다. 소매점의 연간 자전거 판매액이 2083억엔(약 2조 830억원)일 정도로 시장규모도 크다. ●연간 600만~700만대 방치 일본은 자동차(2003년 7739만대·총무성 자료) 보다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 대국이지만 자전거 문화는 아직 문제점 투성이다. 특히 70년대 말 자전거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자전거가 인도로도 통행할 수 있게 돼 각종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차도로 달리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위협하고 인도로 달리면 보행자가 싫어하는 상황이다. 현재 도쿄 등 상당수 지역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거나 시범운용 중이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값싼 수입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연간 600만∼700만대가 방치되고, 안전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주행 중 고장으로 인한 사고도 많다. 방치된 자전거는 수거돼 대부분 폐기처리되고 일부가 수리, 재활용된다. 일본자전거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방치 자전거 중에서 14% 정도가 소매점 등에서 고친 후 판매됐다.17% 정도는 시·구청 등지서 수거해 경매하거나 폐기처분했고, 69% 정도는 쓰레기로 수거돼 분해 재활용되거나 매립됐다. 시마노 요시조 자전거협회 이사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자전거가 유통되면서 방치 자전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자전거 안전기준 인증제도(BAA)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가 차도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것도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 중고 연간 5만대 北에 수출 |도쿄 이춘규특파원|전기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해간 중고자전거가 ‘가정용 발전기’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자전거산업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중국제와 함께 일본의 중고자동차가 인기가 높다.”면서 “가정에서는 성능이 좋은 자전거 발전기를 손이나 발로 돌려 전기를 생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전거산업진흥협회 국제사업부 오에 타구지 주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방치 자전거를 수거한 뒤, 일부를 1400엔(약 1만 4000원)에 업자들에게 경매한 뒤 업자가 이를 수리,400∼500엔의 중간이익을 붙여 북한 등에 1900엔 안팎에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에 수출되는 일본의 중고 자전거는 2003년 한해만 5만 3145대였다. 북한 외에도 캄보디아 31만 4000대, 홍콩 30만 9000대, 가나 7만 4000대, 기타 11만 6000대 등 86만 5000대가 수출됐다. 특히 북한에 대한 수출은 한차례 출렁인 뒤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전거산업진흥협회 통계에 따르면 1992년 대북한 자전거수출은 276대에 머물렀다. 북·일 수교협상이 시작된 직후다. 이후 급증추세에 있다.93년 395대,94년 1458대,95년 3000대였으나 96년에는 1만 492대가 된다. 이어 97년엔 2만 1000대,98년에는 4만 9000대가 수출된다. 하지만 99년 1만 9800대로,2000년에는 1만 4500대로 줄었다가 2001년 다시 2만 4000대로,2002년에는 3만 5000대로 늘어나고 있다. ■ 자전거 사고 ‘골치’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자전거가 많다보니 사고도 많다. 경상자, 중상자는 물론 사망자도 의외로 적지 않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된다. 일본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도쿄 시내에서만 자전거사고 발생건수가 1만 3868건이었다. 그 중에서 사망자만 28명이었고, 중상자는 152명이었다. 일본 전국적으로도 자전거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1000명 안팎이다.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3년의 경우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73명이었다.2002년 991명,2001년 992명,2000년 984명이었고,1999년에는 1032명이나 됐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사고건수도 2003년 2만 5779건,2002년 2만 5500건이었다. 중·경상자는 매년 1만 7000명 안팎에 달한다. 이처럼 자전거로 인한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 당국은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일본자전거협회 등 자전거관련 단체들이 나서 ‘안전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자전거협회 이마자와 사부로 전무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협회가 자주적으로 세계 수준의 안전기준을 마련, 계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전거 교통사고 안전교육은 민간차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자전거협회와 자전거산업진흥협회는 자체 ‘자전거안전기준’을 마련, 자전거 소매점과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자전거의 표본을 추출, 자체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국산·수입품을 막론하고 결함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2003년 기준 일본의 전체 자전거수요 1122만대 중에서 국내 생산은 252만대에 그쳤고, 나머지 870만대는 수입품이었다. 그 중에서 중국산이 92.5%인 805만대이고, 타이완산이 6.8%인 59만대였다. 베트남이나 그밖의 제3국산은 극소수였다. 일본 자전거 수입량은 1992년 100만대를 돌파한 뒤 급격하게 늘고 있다. 반면 국내생산은 5년전 연산 500만대가 무너지며 계속 줄고 있다. taein@seoul.co.kr
  • [MD의 훈수-기능성 주방 가전]”고생많은 당신 이번 설엔 디지털찜기…”

    [MD의 훈수-기능성 주방 가전]”고생많은 당신 이번 설엔 디지털찜기…”

    주방에서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 주는 기능성 가전 제품이 신세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설 차례상 준비를 앞두고 기능성 가전을 찾는 신세대 주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 기능성 가전 제품은 기존 가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특정 기능을 부각시킨 제품을 말한다. 김치 냉장고·화장품 냉장고 등이 가장 일반적인 기능성 가전 제품이다. 최근에는 주방 가전 제품인 슬로쿠커·디지털찜기·다용도 오븐기·핸드블랜더 등이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일반적인 찜기, 오븐, 믹서기에 비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기능도 다양한 데다 사용이 간편해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슬로 쿠커’는 요술 냄비 ‘요술냄비’라고 불리는 슬로 쿠커는 이름 그대로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요리할 때 유용한 제품이다. 저온 가열 방식이어서 계속 저어 주지 않아도 음식물이 눋거나 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 손을 줄여주는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이 프랜드 슬로쿠커’는 4단계 스위치 조절, 자동 보온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조리시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온도 퓨즈가 부착돼 있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값이 저렴하고, 용량(4ℓ)이 커 부피가 큰 음식도 조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가격은 2만 4000원. ‘엔유씨 디지털 슬로쿠커(4ℓ)’는 디지털 방식으로 타이머 기능, 예약 조리, 보온 기능을 한번에 설정할 수 있다.1일 8시간 사용시 월 1500원 정도의 전기료로 가계 부담을 최소화했다. 가격은 7만 9000원. ●2∼3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척척 ‘디지털 찜기’ ‘찜’은 재료의 영양가를 그대로 보존해주는 조리 방식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의 손실을 막아주고 기름기 없이 조리되는 방식으로 건강식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 찜기에 찜을 하려면 불도 조절해야 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주부들에게는 매우 귀찮은 조리방식이기도 하다. 디지털찜기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조리가 되는데다 2∼3가지 요리를 한번에 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 구입할 때 증기가 얼마나 골고루 강력하게 분사되는지, 또한 여러 층으로 된 제품의 경우에는 분리 판이나 물받이 팬이 내장돼 음식의 맛과 향이 섞이지 않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테팔 전기 스팀 찜기 이지스터어’는 30초 내에 스팀을 분사하는 터보링과 스팀이 고르게 확산되는 미세한 망의 찜 판이 부착돼 있어 음식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3층으로 된 찜통은 분리가 가능해 2∼3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찜 판을 떼어 내면 통닭과 같은 부피가 큰 음식도 조리가 가능해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가격은 11만 5000원. ‘브라운 전기 찜기 FS20’은 층별 물받이 팬이 따로 있어 음식물의 풍미가 섞이지 않고 조리 종료시 종료 벨과 동시에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돼 태울 염려가 없다. 가격 8만 6000원. ●활용도 높은 ‘다용도 오븐’ 다용도 오븐기는 구이·찜·볶음·제빵 등 다양한 조리 기능을 갖추고 있고, 음식물의 건조 및 소독·해동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특히 일반 오븐기보다 값이 오히려 저렴한 제품들이 많아 부담없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불의 세기 조절이 간단하고 내부 공간이 넓은 것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며, 내부가 복잡하거나 홈이 많이 파인 것은 씻기 어렵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요리할 때 생기는 기름기나 찌꺼기를 자동으로 태워주는 자가세척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다. ‘웰빙 닥터쿡’은 공기 순환 방식으로 기존 열 전달식 오븐보다 음식의 제 맛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음식물을 뒤집을 필요가 없어 요리 시간을 단축시켰다. 온도와 시간만 조절하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자가 세척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뚜껑이 열리면 전원이 차단되는 등 안전에도 신경 쓴 제품. 가격은 6만 4500원. 모닝전자의 ‘할로겐 오븐기’는 할로겐 히터로 위, 아래, 겉과 속을 동시에 익혀 맛이 좋고 영양의 손실을 막는 데 탁월하다. 조리 후 3시간 정도 자동 보온 기능이 있으며,13시간 예약 기능으로 원하는 시간에 맞춰 요리가 가능하다. 가격 9만 9000원. ●고기전, 부침개 만들땐 ‘핸드 블랜더’ 핸드 블랜더는 믹서기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믹서·분쇄·혼합·다지기·주서·거품내기 기능 등 활용도가 높아 주방 필수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제품이다. 믹서기로는 갈기 힘든 견과류 및 치즈, 초콜릿 등 부드러운 식품을 균일하게 갈아 주고 끓는 냄비, 컵, 병 등 어떤 용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구입할 때는 모터의 출력은 어느 정도인지, 칼날의 모양이 얇고 날카로운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손의 피로가 덜하고 기구가 용기 밑면에 닿지 않도록 가벼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장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으면 고춧가루 등 물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필립스의 ‘쿠치나 핸드블랜더’는 250W 모터 출력에 벽걸이 용 고리가 달려 있어 보관이 편리하다. 순간 작동 방식에 휘젓기, 슬라이스 등 이중 칼날 구조로 돼 있으며, 세척기에 사용할 수 있어 설거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3만 7700원. ‘부원 도깨비 방망이’는 야채나 과일은 물론 통후추, 통깨 등 견과류 및 마른 식품까지 가공할 수 있어 사용범위가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 5만 9800원. 와와컴 권여정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우선, 저희집 구성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식주의자 시어머니, 육식주의자 남편,15개월이 지나 이유식을 하는 아기, 그리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무지 힘들어하는 주부 저랍니다. 각기 식성이 달라 밥상차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아기 때문에 외출이 힘들어 특별히 요리학원에 다닐 수도 없거든요. 그렇다고 식구들마다 따로 식탁을 차릴 수도 없고….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신림동에서 사는 결혼 2년차 주부 김영주 드림. “이렇게 입맛이 서로 다르니 모두 좋아하는 상차림이 힘들 것 같아요.” 우영희씨가 걱정의 말로 인사를 건넸다. “정말 힘들어요.” 김영주씨는 우씨를 반갑게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그렇지만 걱정마세요.” 우씨는 자신감 있게 메밀국수를 넣은 두부전골을 권했다. 육수는 땅콩·호두 등을 갈아 넣어 아기들이 좋아하고, 고기 대신 씹는 질감이 비슷한 버섯을 쓰고, 그러면서 고기는 전혀 사용 안해 채식을 만족시키는 조리법이다. 우씨와 영주씨 두 사람은 단호박 껍질을 깎고 다듬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두부도 썰고…. 이젠 육수를 만들 차례다. “견과류를 갈 믹서기 어디 있어요?”라는 우씨의 질문에 “믹서기, 없는데요…. 분쇄기로 하면 안 되나요?” 영주씨의 답변이다. “분쇄기는 곱게 갈아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요.” 잣·땅콩·호두를 넣고 갈아 냄비에 물을 부었다. “선생님, 견과류는 위에 떠다니고 물은 아래로 층이 나눠지네요?” 음식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섞인 영주씨의 질문이다. “이럴 땐 찹쌀가루를 넣어요. 견과류 입자에 찹쌀가루가 붙어 물에 고루 퍼지게 되거든요.…음, 그래도 견과류 입자가 마구 살아있네요. 역시 믹서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 그러면 찹쌀가루를 많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찹쌀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죽같이 되니 오히려 맛이 떨어져요.” 우씨가 말렸다. “먼저 불을 켜 끓기 시작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요. 맛소금이 아니라 굵은 소금을 이용하세요. 그리고 육수가 끓으면 불을 줄이고 소스를 만들지요. 소스는 매우 간단해요. 간장·설탕·생수·식초를 넣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으면 돼요.” “육수가 정말 고소하고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 이것 ‘족보’가 있는 음식인가요?”영주씨는 처음 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제가 개발한 음식이에요. 다니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놓고 집에 가서 빨리 시험해보지요. 교사인 영주씨가 항상 교재 연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 같은데요.” 우씨는 요리연구가의 일면을 살짝 드러냈다. “호박은 5분간 익히지만 메밀은 반쯤 익혀요.” 우씨의 설명이 계속된다.“메일국수가 다 익으면 금방 붇거든요. 그렇게 육수에 넣으면 전분 성분이 육수를 죽같이 만들어버리지요…. 반쯤 익혀야 국수가 쫄깃하지요.” 호박이 익자 두부·시금치·버섯을 넣어 살짝 익혔다. 이때, 벨이 울리며 영주씨의 시어머니가 귀가했다. 흐뭇한 시어머니, 우선 육수 맛을 보고 버섯과 호박을 소스에 찍어 맛보면서 “너무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네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육수라면 다시마·멸치·가다랑어만 생각했는데 견과류 육수라니, 고소하면서 색다른 맛이 난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어머니 칭찬에 자신감 100% 충만한 영주씨,“다음주에 시어머님 생신 때 다시 한번 해야지.”라며 결심을 다졌다. ■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재료두부 1모(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단호박 ½개(얇게 편으로 썬다), 시금치 200g(먹기 좋게 손질한다), 느타리 버섯 150g(손으로 찢어 준비한다). 메밀국수 200g(반쯤 익도록 삶아서 준비한다) 육수(잣·땅콩·호두·찹쌀가루 ½컵씩:물 7컵을 넣어 믹서에 곱게 갈아 준비한다),소스(간장·식초·설탕·물·양파즙 2큰술씩) ①믹서에 갈아 놓은 육수를 전골냄비에 넣고 저어 가며 끓여 준다. ②끓기 시작하면 메밀국수를 제외한 모든 채소를 넣고 끓인다. ③앞 접시를 준비하여 익힌 야채를 소스에 찍어 먹은 다음 메밀국수를 넣어 끓여 식사로 먹는다.
  • 이통 3사 음악포털 “MP3폰 고맙다”

    이통 3사 음악포털 “MP3폰 고맙다”

    MP3플레이어 휴대전화가 인기를 끌면서 음악 포털시장은 물론 각종 음원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업체에서 운영하는 음악 포털은 유료이거나 조만간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소리바다 등 무료로 이용되던 음악 포털시장의 체질까지 개선시켰다는 평이다. 음악 포털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노래를 검색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MP3플레이어나 휴대전화에 노래를 다운로드받도록 해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음악 포털인 ‘멜론(www.MelOn.co.kr)’은 지난해 11월 선보인 뒤 20일 현재 67만여곡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다운로드 곡수 4만 8000여건을 자랑한다. 특히 월 5000원을 내고 무제한 다운받는 가입자는 15만명, 무료 회원으로 등록해 곡당 돈을 내고 다운로드받는 가입자는 55만 2000여명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LG텔레콤의 ‘뮤직온(www.music-on.co.kr)은 올해 6월말까지 이용이 무료다.60만건의 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130만곡까지 음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루 평균 4만건의 노래가 다운로드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30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KTF의 휴대전화와 KT의 무선랜 서비스 네스팟을 결합한 ‘네스팟 스윙폰’을 운영하는 KT도 지난 17일부터 5만여명의 네스팟 스윙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선 뮤직 서비스 ‘스윙’을 시작했다. 스윙폰으로 인터넷 상에서 원하는 음악 파일을 검색해 다운로드받으면 된다.KT는 음악포털 위즈맥스(www.mylisten.com)와 제휴해 음원을 제공하며, 가격은 곡당 500원. 정액제로 가입하면 월 3000원. 다음 달 14일까지 무료다. KTF의 음악 포털을 오는 4월 상용화된다. 노래뿐만 아니라 통화연결음·벨소리 등 휴대전화 관련 음원을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실시간으로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와 가수 이름을 휴대전화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인기다. SK텔레콤의 ‘방송음악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공중파TV, 라디오, 케이블방송 등 총 16개 채널에서 방송되는 노래와 가수 이름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에서 검색할 수 있다.㈜뮤레카(www.mureka.co.kr)가 개발한 음원 분석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휴대전화로 네이트에 접속해 검색하거나,‘**8585+네이트’를 눌러도 안내된다. 통신사용료 이외에 건당 50원이다. KTF의 ‘서치뮤직’은 ‘1515 +통화버튼’을 누르고, 자동응답전화(ARS) 안내에 따라 휴대전화에 방송 중인 음악을 들려주면 문자메시지로 제목을 전송해 준다. 이용료는 통신사용료 외에 건당 400원. 이밖에 음악으로 뇌를 자극해 특정 호르몬을 촉진 혹은 감소시키는 기법으로 개발된 ‘비만탈출’ ‘음치클리닉’ ‘숙취해소’ 등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몸으로 빚은 ‘동양과 서양’

    국내 창작발레 활성화에 힘써온 두 중견 여성 안무가의 작품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세종대 장선희 교수는 21∼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수묵’을, 충남대 조윤라 교수는 27∼28일 호암아트홀에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공연한다. 각각 조선시대 수묵화와 드뷔시의 동명 오페라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야심작이다. ●장선희발레단 ‘수묵’ 잘 마른 한지 위를 거침없이 누비는 붓의 움직임처럼 텅 빈 무대를 자유자재로 수놓는 무용수들의 몸짓.‘수묵’은 동양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서양의 역동적인 발레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2막10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예술가의 불꽃 같은 삶과 예술혼을 때로는 물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폭풍우처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펼쳐놓는다. 붓, 먹, 종이가 물을 만나면서 천변만화하는 과정과 신명, 천지인, 정중동, 태극, 여백 등 동양정신의 핵심 요소들이 어떻게 무대 위에 형상화될 것인지가 관심거리. 공연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화려한 면면도 눈길을 끈다. 소설가 이문열(황진이), 이인화(신시) 등 평소 문인들과의 작업을 즐겨온 안무가는 이번에도 시인 이문재에게 대본을 맡겼다. 여기에 창작국악과 영화음악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 원일과 일본의 조명디자이너 요시코 기타타니가 가세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이영철·임혜경(유니버설발레단), 하준용(국립발레단), 김경신·이영찬·최문석(툇마루무용단), 허인정(장선희발레단) 등 국내 유명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해 한층 기대를 높이고 있다.1만∼5만원.(02)3408-3280. ●조윤라발레단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벨기에 출신 작가 모리스 메테르 랭크가 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유럽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 하지만 국내에서는 95년 소극장 오페라로 한차례 공연된 이후 거의 무대화되지 않아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형수와 시동생으로 잘못된 사랑에 빠지는 멜리장드와 펠레아스, 그리고 질투 끝에 배다른 동생이자 연적인 펠레아스를 죽이는 골로 등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질투, 죽음이 작품의 기둥줄거리. 안무가는 이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현대발레로 재구성해 지난 99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했고, 당시 호평에 힘입어 올해 우수 레퍼토리의 하나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무용평론가 문애령이 대본을 집필했고, 연극과 무용음악 양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태근이 음악을 맡았다.1만 2000∼3만원.(02)2263-468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54)

    儒林(유림) 206회에는 ‘割鷄牛刀(벨 할/닭 계/소 우/칼 도)’가 나온다. 이 말의 出典(출전)은 論語(논어) 陽貨(양화)편의 ‘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이다. 이 말은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대책을 쓰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後漢(후한)의 사상가 王充(왕충)의 저서인 論衡(논형)에는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있으나, 닭 잡는 칼로 소를 잡기는 어렵다.’(牛刀可以割鷄,鷄刀難以屠牛:우도가이할계, 계도난이도우)라는 유사한 文句(문구)가 보인다. ‘割’은 ‘가르다’‘자르다’는 뜻으로 用例(용례)에는 ‘割股啖腹(벨 할/넓적다리 고/먹을 담/배 복:눈앞의 이익만을 꾀하다가 신세를 망침)’‘割愛(할애:소중한 시간, 돈, 공간 따위를 아깝게 여기지 아니하고 선뜻 내어 줌)’‘割引(할인:일정한 값에서 얼마를 뺌)’ 등이 있다. ‘鷄’는 원래 ‘닭’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로 ‘鷄口牛後(계구우후:큰 단체의 꼴찌보다는 작은 단체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오히려 나음)’‘鷄鳴狗盜(계명구도:비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群鷄一鶴(군계일학: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인물)’ 등에 쓰인다. ‘牛’는 ‘소’를 뜻하기 위해 뿔을 포함한 소의 머리 모양만을 본뜬 글자이다. 소의 뿔은 모두 위쪽을 향한다는 데에서 着眼(착안)한 것이 異彩(이채)롭다. 用例로는 ‘牛耳讀經(우이독경: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이르는 말)’‘蝸牛(와우:달팽이)’‘馬行處牛亦去(마행처우역거:남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말)’‘九牛一毛(구우일모:매우 많은 것 가운데 극히 적은 수를 이름)’ 등을 들 수 있다. ‘刀’는 한 쪽만 날이 선 ‘칼’의 상형이다. 칼의 각종 용도에 따른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들의 의미요소로 널리 쓰였다.用例에는 ‘刀山劍水(도산검수:몹시 험준한 지경의 비유)’‘刀折矢盡(도절시진:기진맥진하여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음)’‘刀尺(도척:사람의 進退(진퇴),任免(임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이 있다. ‘割鷄牛刀’는 공자가 제자인 子游(자유)가 책임자로 있는 武城(무성) 지방을 방문하였을 때 음악이 演奏(연주)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남긴 말로 전한다. 당시 자유는 而立(이립)에도 이르지 못한 젊은 청년이었다. 출세가도를 걷고 있는 젊은 제자가 대견하면서도 젊은 血氣(혈기)가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공자의 우려와 달리 武城 지방에서는 자신의 평소 가르침인 禮樂(예악)의 정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공자는 이런 제자를 향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이 아닌가?’라는 조금은 의외의 말을 던진다. 하지만 자유는 스승인 공자의 이전 가르침을 들어 禮樂의 當爲性(당위성)을 披瀝(피력)한다. 전통적인 해석에 의하면 論語의 이 대목은 단순한 弄談(농담)이 아니다. 한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고을에서 묵묵히 자신의 責務(책무)를 성실히 遂行(수행)하는 제자를 향한 讚辭(찬사)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와 달리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인물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장애·비장애 벽 허물었어요”

    “피 고 하 디 아 나?” “난 괜찮아. 네가 힘들지 뭐.” “아 냐 저 마 재 미 어.” 12일 오후 5시. 장애인 1일 체험을 마치며 휠체어를 탄 진권(19·서울 삼육학교 2년)군이 휠체어 손잡이를 꼭 쥔 친구 박인하(19·서울 잠실동)군의 얼굴을 올려보며 환하게 웃었다. 휠체어를 든 채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지만 인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하철 타기 ‘전쟁’ 장애인 1일투어 행사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 동안 60여명의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마음의 문을 여는 ‘제1회 전국고교생장애인리더대회’ 프로그램의 하나다. 목적지는 롯데월드, 서울랜드, 대학로, 명동, 일산호수공원 등 평소 이들이 가고 싶었던 곳. 단, 어른의 도움 없이 서로 힘을 합쳐 찾아가야 한다. 권이 등 지체장애 1급 장애 학생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명동팀이 숙소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을 나선 것은 오전 9시20분. 승·하차가 어려운 버스를 타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겨울바람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또래들과의 ‘외출’에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나들이는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남경우(18·삼육학교 2년)군을 실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의 휠체어 리프트가 1m도 못 가서 허공에 멈춰섰다. 경우는 추위와 두려움에 순간 눈을 감았다.“이거 왜 이러지. 평소에는 잘 됐는데….”호출 벨을 누른 지 10여분 뒤 올라온 지하철 직원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안 되겠다. 우리가 들고 내려가자.”기다리다 지친 비장애 남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의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애의 벽을 허문 아이들 이들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한바탕 계단과의 힘겨운 싸움을 한 아이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쉴 만한 곳은 없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식당이나 카페를 명동 번화가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호종(17·서울 마천동)군은 “여전히 장애인을 반기는 곳은 별로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우리 정기적으로 만나자.”“당연히 그래야지.” 장애와 편견의 벽을 넘어선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가 석양을 받으며 한껏 빛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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