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후 일 총리 내일 유럽 순방길에 자민당 인기 만회의 여로
◎새달 총선서 안정의석 확보 겨냥/파ㆍ헝가리도 방문,동구 민주화 개혁 지원 협의
일본의 국회해산 시기가 오는 26일로 굳어지고 있다. 2월3일 공고,18일 투표라는 총선일정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일본총리는 지난 4일 국회해산ㆍ총선거시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회에서의 자신의 시정방침연설 및 각 당대표질문이 끝난후 해산할 생각이라고 밝힘으로써 「26일 해산설」을 뒷받침했다. 가이후 총리는 특히 『유럽 각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자신의 외교상의 체험 및 외유를 통해 얻은 생각을 국회에서 피력하고 여ㆍ야 각당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가이후 총리는 8일부터 17일까지 유럽순방길에 나선다. 지금까지 결정된 일정에 따르면 8일 하오 나리타(성전)공항을 출발,서독 본으로 직행해 이튿날 콜 서독총리와 회담을 갖고 서베를린으로 향한다. 10일에는 브뤼셀에서 보두앵1세 벨기에 국왕,자크 들로르 구주공동체(EC)위원장등과 회담하며 11일에는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12일에는 대처 영국총리,안드레오티 이탈리아총리와 만나며 로마교황과의 회견일정도 잡혀 있다. 14일에는 바르샤바를 방문,마조비에츠키 총리,야루젤스키대통령,바웬사 「연대」위원장과 만난다. 마지막 일정은 15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방문,네메트 총리,포즈가이 국무장관 등과 회담을 갖는다. 이번 가이후 총리의 외유일정은 이처럼 강행일정이다. 이것은 일본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시인하는 바와 같이『젊은 총리다운 의욕적인 외교』로서 사실상 총선 및 그 후의 정국을 의식한 것으로 정계에서는 보고있다.
일본에 있어서의 1990년은 정치ㆍ외교상 대단히 중요한 한해이다. 외교상으로는 내년 고르바초프 소련 최고회의의장의 방일을 앞둔 대소 외교를 비롯,그동안 두번이나 연기된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실현,무역마찰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미ㆍ일관계,아시아ㆍ태평양에서는 관계개선이 큰 과제로 되어 있는 중국ㆍ북한 외교가 초점이 되어 있다. 가이후 총리의 이번 유럽8개국 순방은 지난 연말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붕괴등 동구정세가 아직까지도 유동적인 상태에서 각국 수뇌들과 회담을 통해 동구의 민주화 노력을 구미제국과 협조해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외교본령의 목적 이외에 역시 국내 총선거를 겨냥한 「점수따기」작전의 일환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지난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 여ㆍ야 「역전」현상을 빚었다. 따라서 집권 자민당으로서의 최후의 보루는 중의원뿐이다. 여기서마저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자민당은 다른 야당과의 연립정권을 수립하거나,최악의 경우에는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현재 정가에서는 자민당이 중의원 과반수 2백57석의 플러스 마이너스 10석 수준에서 의석을 획득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가이후 총리도 총선거에서의 자민당의 승패라인에 대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국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반수 의석획득을 위해 총력을 경주할 뜻을 비췄다. 이 과반수 의석은 자민당추천후보 뿐만 아니라 보수계 무소속후보의 추가공인을 포함한 숫자이다. 자민당 자력으로서는 2백35석정도를 잡고 있다.
가이후총리를비롯한 자민당 수뇌부가 이처럼 획득목표 의석수를 낮게 잡고 있는 것은 「총선이후」를 의식해서이다. 사실상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안정다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2백57석을 훨씬 넘는 2백71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에 임하면서 의식적으로 획득의석 목표를 낮게 설정함으로써 가이후정권의 총선후의 운신폭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정계에서는 보고 있다. 90년 새해에 맞는 일본의 총선거는 집권 자민당뿐만 아니라 가이후총리 개인의 집권연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금 가이후총리의 후임으로는 아베 신타로(안배진태랑) 전 간사장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리쿠루트 스캔들이래 병까지 겹쳐 2중고를 겪었던 아베 전간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파벌소속의원(현재 78명)을 한명이라도 더 당선시켜 재기의 발판을 삼으려고 벌써부터 「아베건재」를 외치고 있다.
가이후총리로서는 자신이 앞으로 총재임기 2년동안을 정권을 맡아야겠다는 계산이어서 이같은 라이벌의 재기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