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D-2/ 판세와 향후 전망
러시아 대통령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26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시)실시되는 이번 대선은 소연방 해체 후 세번째 치러지는 선거로 포스트 옐친 시대의 러시아 진로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행사다.
이번 선거 최대의 관심사는 지난 12월 31일 전격 사임한 옐친이 후계자로지명한 뒤 지지율에서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47)대통령 직무대행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을지 여부.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후보가 총 투표수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오는 4월 16일 1·2위간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지난해 12월 19일 총선에서 푸틴의 통합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푸틴은 지지율 60%이상을 유지,1차 투표에서 무난히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그러나 최근 “옐친과 다른 게 없다”“구 소련체제로 회귀할지도 모른다”는 정서가 생겨나면서 지지율이 50%이하로 하락,과반수 지지 획득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베시냐코프 중앙선거관리 위원장은 22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가진 회견에서 푸틴의 지지도가 1차투표 승리에 필요한 50%에 못미친다는 여론 조사를 언급하며 “2차투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하지만 2차 투표가 치러진다 하더라도 푸틴의 승리는 확실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12명.후보 사퇴 마감시한인 21일 대통령 행정실출신의 사보스티야노프가 야블린스키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후보는 11명이됐다.실질적으로 푸틴과 맞서는 후보는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뿐이다.
3번째 대선에 출마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유일한 여성후보인 엘라 팜필로바 등 군소후보들은 지지율이 5%에도 못미치고 있다.
96년 대선에서 옐친에 맞서 2차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주가노프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28%를 넘나들고 있다.
푸틴 인기의 비결은 대 체첸 강공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강한 러시아’가부활될 것이란 희망을 심어준데서 찾을수있다.부패척결,깨끗하고 효율적인정부,법질서 확립등을 공약으로 내건 푸틴은 러시아 산업의 70%를 차지하는군사산업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공무원의 최저생계비를 인상하겠다는 공약등을 내걸었다.또한 러시아내 기업인들과 친서방 유권자들을 의식,‘글로벌 러시아’를 내걸고 있다.그러나 크렘린내 가신그룹을 포함한 정재계 기득권 세력의 지원으로 권좌에 오른 푸틴의 태생적 한계,국가경제개입 및 언론 통제·정보감시기구 강화 등 그가 최근 보여준 행보는 앞으로 푸틴의 러시아가옐친시대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어떻게 치러지나.
러시아 대권은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통해 향방이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투표자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상위 득표자 2명을 놓고 3주 후인 4월 16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결선 투표에서단순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전체 유권자수는 83만 9,000명의 재외 유권자를 포함,1억 794만명.전국에 9만 4,500개,재외 공관 등지에 358여개의 별도 임시 투표소가 설치됐다.
투표시간은 각지역에서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완료된다.모스크바와 한국과의 시차는 5시간이다.1차 최종 결과는 27일 오전 8∼9시(한국시간 오후 1시∼2시)에 나올 예정이며 확정 결과는 4월 4일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다.300여명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원연맹이 선거 주참관인단으로 참관한다.
넓은 영토 탓에 극동 어촌과 군함 및 어선,군사지역,체첸 등지의 약 50만유권자들은 지난 15일부터 투표에 들어갔다.남극지방의 5개 기지와 2척의 선박에 위치한 365명도 18∼22일 투표를 실시했다.
*푸틴은 누구인가.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 대권을 거머쥘 것이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47) 현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99년8월 총리직에 전격 발탁돼 혜성처럼 중앙정가에 등장하기 전까지 그에 대해선 KGB(국가보안위원회·구 소련 비밀경찰)출신이라는 점 외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하지만 유력 대권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과거행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푸틴 이해를 위한 키워드는 역시 17년 KGB 경력이 아닐수 없다.75년 상트페테르스부르크 국립대 법학부를 나온 뒤 곧바로 KGB 첩보원이 된 푸틴은 84년 구동독에 투입돼 동독붕괴 뒤인 90년 말까지 상주했다.
전문가들은 89년 동독붕괴는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90년대 초반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시에서 당시 소브차크 민선시장의 측근으로 푸틴은 독일 등으로부터의 외자유치,비효율 사업체의 민영화 등 자유경쟁을 적극 도입했다.KGB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푸틴은 98년 7월 KGB 후신인 FSB(러시아연방보안국)국장 취임 이후 99년말 옐친으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낙점받기까지 벼락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그는 취임 이후 인기만회를 노려 옐친의 둘째딸이자 대외이미지 담당관인타티아나 디아첸코를 전격 해임하는 책략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결정적으로 체첸전을 불붙여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는 데 이용했다.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시장 보좌관 시절의 무역대금 횡령의혹,체첸전 잔혹상 등에 대한 비판도 있다.승무원 출신인 부인 류드밀라와의 사이에 연년생 딸 둘을 둔 그는유도 등 무술에 남다른 취미가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차기대통령 풀어야할 과제.
살인사건 발생률 세계 최고,인구의 절반이 빈곤상태에서 생활하는 경제,남성 평균 수명 60.8세…. 차기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러시아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경제 91년 소 연방 붕과 이후 러시아 경제는 폐허 그 자체다.만연한 부패,권력에 유착한 특권층의 할거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국민총생산은 90년대절반으로 떨어졌다.지난해 1억5,000만명 인구의 경제생산량은 1,000만 인구의 벨기에보다 낮다.대외부채는 1,660억달러에 이른다.공식 실업률은 12%.실제론 이를 훨씬 넘어선다.소득 829루블(34달러)이하의 빈곤층이 6,000만명.
■범죄 러시아 경제붕괴는 범죄 폭증을 불러왔다.납치 살인 달러위조 마약거래 등 마피아들의 조직범죄는 극을 달하고있다.98년 살인사건 발생은 인구 10만명당 20명.10만명당 6.3명인 미국의 3배다.자본과 결탁한 마피아세력의정치세력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
■공중보건 경제와 법질서 붕괴로 공공보건 시스템 역시 무너졌다.지난해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60.8세.94년 57.4세보단 그나마 나아진 상황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 등도 2년사이 2배나 증가했다.여성들이 자녀출산을 꺼리면서 신생아수가 92년보다 300만명이 줄었다.
■체첸 사태 체첸공화국 분리투쟁을 비롯한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방 이슬람권 공화국의 분리 투쟁과 내전은 앞으로 해결해야할 최대 과제다. 체첸 난민 지원문제와 이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비등하는 비난도 큰 짐이다.
김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