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물결/자크 아탈리 지음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오히려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적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한국의 발전을 이룬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공동체 의식과 집단적 욕망의 회복을 위해 가족정책, 교육정책, 이민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가 전망하는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는 이처럼 밝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의 교훈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는 역사의 구조물인 동시에 미래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는 밝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특보 시절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갖춘 자크 아탈리는 신작 ‘미래의 물결’(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에서 역사를 ‘치밀하게’ 조망하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그의 글이 실려 있다. 한국어판 발간을 앞두고 그가 보내온 글에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전망이 담겨 있다.
미래예측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한 자크 아탈리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지금 바로 이 순간,2050년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결정되며,2100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준비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녀세대와 손자세대가 좋은 세상에서 살지, 아니면 우리에게 증오를 퍼부으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 정해진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고 있다.”(서문 가운데)
●인류사회는 종교·군사·상업권력이 공존
그렇다면 자크 아탈리가 언급한 역사를 관통하는 ‘법칙’은 무엇일까.
700만년 전 두 종류의 영장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이래 인류사회는 언제나 종교권력, 군사권력, 상업권력이 질서있게 공존해왔다.
기원전 13세기까지 계속된 ‘아주 긴 이야기’에는 이같은 세 권력들의 관계를 조망하면서 인류의 생존방식과 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류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계는 상업적 체제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 돈이라는 하나의 언어를 매개로 상업적 체제는 서서히 세력을 키워나간다.‘거점’의 탄생도 이때부터다. 벨기에의 브루게에서 시작된 ‘거점’은 베네치아와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을 거쳐 신대륙의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둥지를 튼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을 통해 파리, 도쿄 등이 왜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없었는지, 또 이들 9개 ‘거점’이 갖춘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체제는 ‘하이퍼 민주주의´ 귀결
마지막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위상은 미래에 어떻게 될까.
자크 아탈리는 2035년 이후 미국이라는 제국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또 미국이 하차함으로써 생긴 지배권력의 공백은 ‘일레븐’이라고 하는 11대 강국이 메우게 된다고 한다.
바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등이다.‘일레븐’ 가운데 특히 한국은 강대국 반열에 든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같은 다중심적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세계는 전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된다. 이른바 ‘하이퍼 제국’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세계는 또 ‘하이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그후 인류의 선택은 ‘하이퍼 민주주의’로 귀결된다는 게 자크 아탈리의 예언이다.“미래에 관한 모든 예언은 현재를 다루고 있다.” 자크 아탈리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 역시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388쪽,1만 7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