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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추기경의 감사/강석진 논설위원

    추기경에 관한 이야기를 몇달만에 다시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글 첫머리부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그래서인지 추기경 기사를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지난 2월3일자 같은 난에 ‘비판대에 선 추기경’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오늘 다시 추기경에 관한 글을 쓰려니 무척 조심스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추기경이라는 단어를 대명사로 써도 아직은 괜찮다.한 분만 계시기 때문에 이름을 안 붙여도 누군지 다 안다.그 분이 지난 28일 동국대 불교경영자최고위과정에서 초청 강연을 하면서 “저를 비판한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제게 교훈을 주는 말입니다.”라고 말했다.추기경이 최근 한 언론인과 가톨릭 신부로부터 각각 비판을 받은 데 대한 소회를 처음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것이다.추기경은 “지도자는 자기와 다른 생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정치권은 모든 이를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예수의 리더십을 보다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떠받치는 것은 건전한 토론문화다.토론 문화가 시민사회를 떠받치는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비판과 경청이 전제가 돼야 한다.작금 우리 사회는 남에 대한 비난은 즐겨 하되 자기에 대한 비판에는 귀를 닫으며,권리는 있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자주 제기된다.특히 인터넷 공간을 뒤덮는 일방적인 비난이나 익명의 욕설 섞인 글들로 인해 토론 문화는 멍이 들고 있다. 혹자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혹자는 PC통신 시대에는 어느 정도 지켜지던 ‘네티켓’이 완전히 허물어졌다고 개탄한다.경실련 중앙위 의장인 서경석 목사도 얼마전 한 인터넷 언론에 띄운 글에서 민주화 세력이 정국 주도권을 쥐었지만 민주화 세력은 ‘민주주의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과잉 현상은 인터넷 언어폭력과 포퓰리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어둠’ 속에서 내뱉는 무책임한 비난과 욕설은 시민사회라는 유리병을 내려치는 망치와 같다. 추기경에 대한 칭찬은 차마 외람되다.“하느님께 갔을 때 ‘너는 세상에서 들을 칭찬 다 들었어.내가 해줄 칭찬은 없어.’라는 말씀을 들을까 걱정했다.”는 말까지 한 추기경에게 무슨 칭찬을 더 보태겠는가.다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되돌아가야 할 건전한 토론 문화의 전범을 보여준 데 대해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을 뿐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5년만에 年매출 1兆시대 맞는 LG산전 김정만 사장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전력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거듭나 ‘무서운 회사’가 될 것입니다.” 지난 99년 이후 5년 만에 연간 매출 1조원시대를 열게 되는 LG산전 김정만(57) 사장이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력기기·자동화 시스템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LG산전은 올들어 중국 지역 매출이 90%나 늘어나면서 1·4분기에 매출 2383억원,영업이익 390억원,순이익 223억원을 실현했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3%,103.1%,696.4% 늘어난 것으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회사로 알려진 LG산전은 99년 매출이 1조 750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엘리베이터,주차관리,자동판매기,동제련 등 주요 사업을 매각하는 바람에 지난해 8683억원으로 덩치가 줄었다.반면 99년 LG금속을 합병하면서 무려 3조 9484억원에 달했던 부채는 사업매각 대금을 빚 갚기에 우선 투입한 덕에 526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99년 당시 재경담당 부사장이었던 김 사장은 엘리베이터 부문을 정리해야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굳혔다고 한다.제조업이면서 실제 영업은 건설업처럼 해야 하는 엘리베이터는 과도한 수주경쟁과 ‘검은 돈의 함정’에 빠져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아직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엘리베이터에 이상이 생기면 김 사장 집을 찾아올 정도로 엘리베이터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다.김 사장은 “15만 4000V 초고압 관련 부품,RFID(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정보를 초소형 IC칩에 내장시켜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하는 기술) 등 신규사업을 키워 전력IT업체로 새로 태어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초고압,RFID 사업을 위해 일본,네덜란드,프랑스를 오가며 세계적인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우수인력들을 ‘납치’하다시피 한국에 모셔왔다.사장 다음으로 많은 연봉에 아파트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인재를 모으기 위해 ‘전용기’까지 띄운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부산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럭키(현 LG화학)에 입사한 김 사장은 LG화학 CFO를 거쳐 98년부터 LG산전에 몸담고 있다. 류길상기자˝
  •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PTA 하나로 올 매출 1조 돌파”

    삼성석유화학은 창사 30주년인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허태학 사장은 26일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는 5월부터 중장기 전략 추진을 위한 ‘비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본격 활동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국내 최초의 PTA(고순도 텔레프탈산) 제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은 삼성과 BP의 합작기업으로 지난 74년 설립된 이래 PTA란 단일제품 생산으로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말에 완료되는 충남 서산사업장 20만t 증설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원가를 25% 줄여 중국에 신설되는 다른 기업의 최신 PTA 공장보다 한발짝 앞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업 전문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진 허 사장은 지난해 1월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부임한 이래 장기간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하면서 주창해온 고객만족경영의 철학을 삼성석유화학 임직원들에게도 전파시켰다. 허 사장은 “제조업도 이제는 서비스업과 마찬가지로 임직원,협력업체,고객,지역사회 등 기업활동의 네가지 주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고객만족경영은 서비스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며 21세기적 기업환경에서 모든 기업에 필요한 경영철학”이라면서 “앞으로도 6시그마 등 경영혁신활동을 강화해 선진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설비생산성과 1인당생산성이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세계 PTA 생산기업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각국이 삼성석유화학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벤치마킹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자랑했다. 이종락기자˝
  • [길섶에서] 사랑과 용서/김인철 논설위원

    남은 시간은 20여초,스코어는 동점.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에 선수들이 벤치로 달려간다.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작전지시를 한다.코트로 돌아간 선수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 끝에 골밑 슛을 터뜨린다.누가 봐도 작전의 승리다.경기 후 감독에게 어떤 지시를 했느냐고 물었다.“아 그거요.디펜스(수비) 잘하고,오펜스(공격) 잘해.뭐 그런 겁니다.” 스포츠계에 전해오는 우스개이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농구감독이 실상은 구체적인 작전능력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였음을 꼬집는 이야기다. 총선 후 상생이니 화합이니 하는 번지르르한 수사(修辭)들이 나도는가 싶더니 여야 모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를 헐뜯기에 바쁘다.그럴듯한 목표는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실행 수단을 찾지 못한 탓일 게다. “진정한 사랑이란 나이 어린 아들,딸을 보살피듯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또한 용서란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문득 몇해전 노(老)스님에게서 들은 법문 한토막이 기억난다. 김인철 논설위원˝
  • [우리 결혼해요]호수에 맹세한 사랑

    “중구야,넌 어떤 여자가 좋아?” “우선 좋은 신앙을 소유한 여자였으면 좋겠어.그리고 예쁘고,귀엽고,애교많고,날씬하고,요리 잘하고,밝고,건강하고,지혜롭고….”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너 장가 가기 힘들겠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정말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호감 가는 사람이 있어 유심히 관찰해보면 뭔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그런데 수연씨를 만나고서 나의 이상형은 예쁘고 귀엽고 등등의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김수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았다.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하나 보다. 작년 여름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준비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교회 수련회에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고민 끝에 수련회가 재충전의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하고 교회 버스에 올랐다.목적지로 가는 도중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당시 청년회 회장이던 후배를 찾아갔고,그 후배 옆에 있던 수연씨와 게임을 하게 됐다. 그것이 계기가 돼 수련회가 끝난 뒤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주고받고 만나서 함께 식사하면서 수연씨에 관해 하나씩 알아갔다.시간이 많지 않아 주로 함께 식사하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우리의 데이트였다. 그러던 어느날,공원 호숫가의 벤치에 앉아서 수연씨의 눈을 바라보며 프러포즈를 했다.일주일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대답을 들은 뒤 기다리는 시간은 참 길게 느껴졌지만 걱정하진 않았다.수연씨의 눈에서 이미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일주일 뒤 우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수연씨는 내 삶의 최고 축복이다.하지만 나무가 클수록 땅속에 감춰져 있는 뿌리 또한 깊듯이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리움과 아픔도 커진다는 것을 알았다.사랑하니 더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할 때 나 또한 깊은 아픔을 경험했다.이제 진정한 사랑은 행복뿐 아니라 고통도 함께 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겠다.˝
  • [우리금융그룹배] 창단 4년만에 첫 우승… MVP 김지윤

    종료 24.3초전 금호생명 루키 정미란의 자유투 2개가 림을 갈랐다.사력을 다해 한때 22점차까지 벌어진 점수를 3점차까지 좁힌 삼성생명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마침내 ‘만년꼴찌’ 금호의 우승 신화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금호는 2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을 73-68로 누르고 3승1패로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2000년 창단 이후 7시즌 만의 첫 탈꼴찌이자 첫 우승이었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지윤(13점 4어시스트)은 물론 3쿼터 시작과 함께 승기를 잡는 3점포를 쏘아 올린 이언주,팀 최다득점을 기록한 디안나 잭슨(28점 14리바운드)과 벤치멤버들,그리고 코칭스태프가 서로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단 2승에 그치는 등 플레이오프 진출은커녕 5승 올리기에도 바빴던 ‘천덕꾸러기’였기에 이들의 눈물은 더욱 뜨거웠다.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여자농구는 꼴찌 금호의 반란으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금호의 돌풍은 시즌 시작전부터 예고됐다.국민은행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특급 포인트가드 김지윤을 3년간 연봉 1억 3000만원에 영입했고,신세계에서 명성을 날린 3점슈터 이언주를 데려와 ‘차·포’를 갖췄다.고교 최대어 정미란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가세했다.더욱이 이번 시즌까지 용병을 2명 보유할 수 있는 ‘특혜’가 유지됐다. 그러나 ‘외인구단’ 금호가 국가대표 주전 4명을 보유한 ‘호화군단’ 삼성을 챔프전에서 꺾으리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주전들이 시즌 시작 1주일전에 겨우 모였기 때문에 팀워크를 다질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김지윤은 고질병인 족저건막염에 시달렸고,정미란과 타미 셔튼 브라운,잭슨 등은 검증되지 않았다.4라운드에서 5연패에 빠졌을 때에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는가 싶었다. 그러나 신임 김태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간단 명료한 작전지시가 트레이드마크인 김 감독은 정미란을 ‘깜짝 주전’으로 내세우는 등 다양한 용병술과 전술 변화로 상대 팀을 압도했다. 이언주를 빼고는 그 누구도 챔피언 반지를 껴보지 못한 선수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김 감독은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패기 넘치는 선수들과 함께 금호농구단의 새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이두걸기자 window2@seoul.co.kr˝
  • 승엽 첫 선발 제외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이 일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이승엽은 21일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긴테쓰 버펄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지난달 27일 세이부 라이언스와의 개막전을 포함,23경기 만에 처음이다.그동안 이승엽은 지명타자로 14차례,1루수로 8차례 선발출장했고 주로 4번타자를 맡아왔다. 보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은 이날 긴테쓰가 선발투수로 좌완 아리메 가네히사를 내세우자 좌타자인 이승엽과 매트 프랑코,주전포수 하시모토 다스쿠 등을 타선에서 제외했다. 반면 전날 5타수 5안타의 불방망이로 롯데의 3연승을 이끌었던 좌타자 후쿠우라 가쓰야는 3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대조를 이뤘다. 이승엽은 팀이 12-3으로 크게 앞선 8회말 1사 상황에서 타격 감각을 조율하기 위해 7번타자 사토 유키히코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으나 상대 네번째 투수인 좌완 야마모토 소고의 5구째 낮은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이로써 이승엽은 지난 19일 시즌 3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8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도 .267(종전 .271)로 다소 떨어졌다. 13안타를 몰아친 롯데는 긴테쓰를 12-3으로 대파하고 10연패 뒤 4연승을 달렸다. 홍지민기자˝
  • 송승헌 으쓱 김하늘 오싹

    지난 1월 개봉한 산악멜로 ‘빙우’에서 몇달동안 고생고생하며 남녀주인공으로 호흡맞췄던 송승헌(29)·김하늘(26).요즘 두사람은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문아트 세트장에서 새 영화의 막바지 촬영에 눈코뜰 새 없다.이들의 새 작품은 인터넷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코미디 ‘그놈은 멋있었다’(제작 BM필름·감독 이환경)와,공포영화 ‘령(靈)’(제작 팝콘필름·감독 김태경).공교롭게도 앞뒤 세트장에 각각 진을 치고 전혀 다른 색깔의 새 영화에 빠져 있는 둘은 딴사람같다. ●‘령’의 김하늘 #공포에 질린 김하늘 어둑어둑한 세트장안.짧은 재킷에 면바지 차림의 김하늘이 걱정이 태산인 듯한 표정이다.계곡물에 휩쓸린 친구를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세트장에 설치된 대형 수조에 잠시 뒤 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령’은,기억상실증에 걸린 여대생 지원(김하늘)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잇따라 친구들이 죽어가고 그녀 역시 죽음의 공포에 휩쓸린다는 줄거리의 심령공포.‘동감’‘동갑내기 과외하기’‘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의 화제작에서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굳혀온 그녀에게 공포물은 아무래도 낯설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어요.물이 공포의 소재가 된 거죠.겁이 너무 많아 평소 공포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감독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몇편을 빌려다 봤거든요.‘장화,홍련’을 보면서 몇번을 껐다켰다 했는지 몰라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겁에 질린 표정연기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단다.귀신분장한 배우가 저만치 나타나기만 하면 실제상황처럼 등골에 식은땀이 확 끼친다고 한다. #분장실에서 막간인터뷰 깍쟁이같던 김하늘이 부쩍 여유있어 보인다.이유가 있었다.“남자배우와 긴장해서 호흡맞출 일이 없는데다 출연한 여배우들이 모두 후배”라면서 “예전같았으면 다른 배우들이 더 예쁘게 나올까봐 이래저래 질투했겠지만,이번엔 어쩔 수 없이 맏언니 노릇을 해야 한다.”며 웃는다. 맏언니같은 여유는 촬영 틈틈이 엿보인다.물에 빠진 장면의 마지막 리허설.힘들게 숨을 참고 수중호흡법을 익히는 신인배우 남상미(익사하는 극중 여자친구 역)의 등을 토닥이며 “잘한다,잘해.”라며 격려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카리스마 김’ 살려줘요∼” 가녀린 외모와는 딴판으로 ‘깡’이 보통이 아닌 그녀에게 현장 스태프들이 붙여준 별명은 ‘카리스마 김’.수조 앞에서 “어떡해.”를 연발하더니 막상 4m쯤 되는 물속으로 들어가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맥질 연기에 몰입한다. 6월 중순 개봉예정인 영화는 수조세트 화재사고로 한동안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놈은 멋있었다’의 송승헌 송승헌이 터프가이가 됐다.새 작품 ‘그놈은 멋있었다’는 조회수 1000만회를 기록한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영화속에서 그는 ‘킹카’고등학생 지은성이 됐다.네살이나 아래인 ‘옥탑방 고양이’의 후배 스타 정다빈(한예원 역)과 고교동창생으로 호흡맞추며 경쾌하고 달콤한 러브스토리를 엮는다.이날 촬영분은 티격태격 부딪쳐온 예원과 사랑을 이루며 해피엔딩하는 대목.은성이 유학가는 바람에 헤어졌던 두사람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겨울에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이다.눈이 시린 코발트색 벽,빨간 공중전화 부스,정겨운 나무벤치,제설기에서 팡팡 뿜어져나오는 눈송이….동화책에서 덜어낸 듯 환상적인 분위기에 취해서일까.촬영에 앞선 인터뷰에서 송승헌은 기자들에게 못보던 모습을 보인다.“엊그제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어느새 스물아홉살이 됐다.”며 기자들에게 이런저런 농담을 먼저 건넨다. 이번 작품은 순전히 이미지 변신용으로 골랐다.“‘가을동화’‘여름향기’ 등으로 고정된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선굵고 남성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었다.”면서 “멜로와 액션의 장르적 특징이 고루 섞인 게 매력”이라고 말한다.원작의 경쾌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살도 6㎏이나 뺐다.“어머니가 챙겨주신 다시마 가루가 체중감량의 비법이었다.”며 살짝 노하우도 귀띔한다. 5개월여의 촬영기간동안 정다빈과는 친오누이처럼 정이 쌓인 듯하다.다정한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의 주문에 정다빈의 머리에 키스를 한다.“예원 캐릭터를 다빈이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낼 여배우는 한국에 없을 것”이라는 덕담과 함께. ‘간판 한류스타’로서는 어떤 특별한 계획이 있을까.“새달 1일부터는 일본 케이블TV에서 ‘여름향기’가 방송된다네요.(한참 뜸을 들이다)급할 게 뭐 있나요,아직 젊은데?(웃음)” 남양주 황수정기자 sjh@˝
  • [나의 창업노트] (4) 버섯요리점 ‘남북통일’ 황을용 사장

    직장을 그만둔 사람,집에만 있던 사람이 창업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음식점이다. 큰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고,낯익은 업종이라 만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음식점을 차려보면 준비 부족과 판단 잘못으로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서일대학교 사회교육원 1층에 있는 버섯전문 요리점 ‘남북통일’(사장 황을용·50)은 음식점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벤치마킹 사례가 될 만하다. ●“광우병 끄떡없어요” 이색적인 간판을 내건 이곳을 찾은 때는 지난 8일 오후 5시30분쯤.음식점 앞에는 시외버스가 다니는 왕복 2차로가 있고,주변에는 허름한 농가 주택들이 눈에 띈다.3∼4㎞ 떨어진 곳에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다. 주인의 안내를 받아 구석진 테이블에 앉은 지 30여분쯤 지나자 저녁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가족단위나 단체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100평 남짓에 4명씩 앉는 테이블 42개 중 절반가량이 순식간에 꽉찼다. 하루 손님은 600여명,매출은 350만원쯤 된다고 황 사장은 말한다.하루 테이블당 회전수는 세번(점심 한번,저녁 두번)가량 된다는 얘기다.황 사장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 한달 매출액은 1억원,순이익은 매출의 30%(3000만원)쯤 된다.”고 했다.주방장,종업원 등 15명의 인건비(1인당 140만∼200만원)와 재료비,임대료(보증금 7000만원,월세 400만원) 등을 뺀 나머지다.한때 광우병 파동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최근 종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메뉴는 버섯을 주재료로 한 모듬버섯전골을 비롯해 모듬버섯차돌박이,모듬버섯생불고기,모듬버섯삼겹편채 등이 있다.가격은 4인가족 기준 2만원으로 모두 같다.주 메뉴를 다 먹으면 야채볶음밥과 얼큰한 칼국수가 나온다.밥과 칼국수는 돈을 받지 않고 먹고 싶은 만큼 준다.모듬버섯은 느타리·팽이·표고·송이·총각·노루궁뎅이 등으로 다른 음식점보다 종류가 훨씬 많고,생산지에서 배달된 뒤 3일간 숙성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다. 이런 촌동네에서 유별나지도 않은 메뉴로 매월 수천만원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황 사장은 “싸면서 맛있고,정성스레 대하면 그만”이라며 비결 아닌 비결을 털어놨다. ●예비 정치인에서 식당주인으로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황 사장은 원래 꿈이 정치인이었다.1980년대 초 고려대를 졸업한 뒤 정치판을 기웃거리다 87년부터는 당시 민정당 출신의 김중위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장애인신문 부사장도 지냈고,무역회사도 경영해 목에 힘깨나 주고 다녔다.하지만 90년대 들어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사업이 잇따라 실패했다.그러다 98년 우연히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됐다.건강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의 기호를 살려 버섯요리점을 차리면 잘 될 것 같다는 남동생의 권유에서였다.외환위기 당시여서 ‘값싸고 맛있으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이 때부터 음식점을 차리는 데 매달렸고,창업 관련 책만 수십권을 읽었다.음식과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라면수프’ 맛을 배운다 버섯과 고기를 끓인 국물에 넣어 살짝 데쳐 먹는 전골 메뉴는 국물맛이 제대로 나야 한다.이곳저곳 다녀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그러던 중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와닿는 국물맛은 구수하면서도 익숙한 라면국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무릎을 쳤다.육수를 만들기로 했다.라면수프의 재료를 완전 분해해 벤치마킹했다.소뼈에다 닭발(구수함),무·파(개운함),후추(매콤함),다시다(은은함) 등을 적절히 배합한 ‘황을용식 육수’를 개발해냈다.손님들의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고,매출도 급성장했다.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퇴계원,의정부,광릉 등에서도 온다.남양주 본점을 비롯해 친·인척들에게 서울,강원도,경기도 지역 등 20여곳에 분점 형태로 내주었다.성업 중이다. ●간판·장소도 경쟁력이다. 간판 이름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 가사에서 착안해냈다.남북통일이 대중성이나 상징성에서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음식점 장소는 그만의 독특한 판단으로 이뤄졌다.남양주 인근을 뒤지다 현재의 음식점 공간이 임대로 나와 있다는 말을 들었다.대학교의 외딴 부설 건물인 데다 인근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주위에서 극구 말렸다.지역 여건이 상권과 분리돼 있다는 것이었다.건물을 지은 지 6년이 지나도록 입주자가 없었다. 하지만 강행했다.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이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건물 2층에는 학원,3층에는 헬스클럽,4층에는 수영장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유동인구가 적지만 한번 손님이 몰리면 장사가 제대로 될 것으로 봤다. 차량으로 10분쯤 거리에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서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맛만 있으면 차량으로 20분거리에 있는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예상대로 구전(口傳) 마케팅 등에 힘입어 월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당 내의 주방 등 시설 설비도 시공업자들과의 직거래로 비용을 적게(6000만원) 들였다.관련업체에 맡길 때보다 2000만원이 덜 들었다. ●베푼다는 생각 가지면 손님은 저절로 ‘(아줌마)예쁘십니다.(애들이)참 착합니다.어머님(노인들) 또 오셨어요(손을 꼭 잡으며).’ 그는 손님들로부터 ‘서비스가 예술’이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어린이,주부,노인 등을 망라해 이곳을 찾는 사람치고 그의 칭찬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한번 온 손님이 또 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스킨십(대화)이 더없는 무기”라며 “돈만 버는 장사꾼이 되기보다는 남들한테 베푼다는 생각을 가지면 절로 손님이 오게 돼 있다.”며 영업방침을 소개했다.이어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창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창업준비,상권분석,음식비법과 경영노하우 등을 지원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 [삶과 경영 이야기 ⑤]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유한킴벌리 문국현(55) 사장은 점심 시간도 아까워한다.이동하는 차 안에서 점심을 때우기 일쑤다.기자와 가진 인터뷰 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1시30분까지로 정했다.집무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같이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하루를 ‘25시’처럼 쓰는 그의 일과는 삶과 경영의 현장이었다.생활 자체가 경영의 연속이었고,그의 경영은 생활이었다. 최근 유한킴벌리의 4조2교대가 일자리 창출의 새 모델로 부각되면서 눈코뜰새없이 바빠진 그에게 ‘너무 유명해져 힘든 것 아니냐.”고 묻자 “체력이 남아 있는 한 회사와 국가,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생리대 등 유아·여성용품 전문업체로 유한양행과 캐나다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다.시장점유율이 60%대에 이른다.짧은 시간이었지만 ‘짧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영을 곁눈질하며 자란 유년시절 -나는 서울토박이다.이승만 전 대통령이 초기에 살았던 서울 동소문동 3가 돈암장 옆에서 살았다.돈암초등학교와 동성중학교를 나왔다.아버지는 운수업체 3∼4개를 운영하셨고,어머니는 경제인 집안의 딸이었다.모친의 4촌 오빠가 임흥순 전 서울시장이었고,외숙부인 임홍순씨는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냈다.경제인 집안의 피를 물려받은 셈이다.그래서 어릴 때부터 경영에 대해 주워듣는 기회가 남달리 많았다. -4남2녀 가운데 넷째인 나는 학창시절부터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중동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입시공부 못지않게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친구들이 공부만 할 때 사회에 눈을 떴다고 할 수 있다.친구들이 ”너 봉사활동에 너무 매달리면 서울대에 못간다.”고 놀려댔지만,아랑곳하지 않았다.‘악담’이 맞았는지,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서울대에 갔는데 나 혼자만 낙방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에 들어간 뒤에도 사회봉사활동은 계속했다.총학생회,영미문학회 등에서도 활동했다.지금도 가끔 시를 쓰는 건 학창시절의 서클활동 덕분이다.대학에 다니면서는 영어와 경영학을 주로 공부했다.그래서 누가 물어보면 전공은 경영학,특기는 통역이라고 말하곤 한다. ●유한과의 인연 -ROTC(학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칠 무렵 취직문제가 불거졌다.군 동기생들과 대학동창들은 주로 삼성·현대 등 대기업에 취직했다.하지만 나는 대학때부터 눈여겨 본 ‘유한’에 관심이 많았다.1971년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면서 돌아가신 유한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마음을 사로잡았다.아버지 회사를 더 발전시킬 수도 있었지만 마음은 유한에 가 있었다.아버지도 유한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유 박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종업원지주제,전문경영인제 등은 당시 기업으로서는 획기적인 사건들이었다. -삼성·태광·유한킴벌리 등 여러 곳에 합격했지만 결국 유한킴벌리를 택했다.72년이었다.지금으로 말하면 비서실에 해당되는 기획조정실로 배치받았다.다만,입사조건으로 대학원 진학을 허락받아뒀다.경영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판단에서였다.나는 투자담당으로 고정자산과 신규 자산의 투자업무를 맡았고,유한양행의 장기 투자계획팀에 투입되기도 했다.이후 전산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으면서 회사의 경영진단과 발전전략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82년 기획조정실장을 마쳤을 때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 유학을 떠나려 했다.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교수가 되기 위해서였다.입사한지 5년만인 77년 서울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받아두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하지만 회사가 이를 허락해 주질 않았다.“유한킴벌리를 위해 일을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필요하다면 1년간 안식년으로 해서 머리를 식히고 오라.”는 것이었다.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고,해외로 떠났다.호주와 미국이었다.이때 미국의 경영혁신과 신기술(뉴테크놀로지) 경험을 했다.맑고 푸른 숲을 보면서 경제적 성과 못지 않게 환경·생태적 발전의 중요함도 깨닫게 됐다.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느낄 수 있었다. ●끝내 교수의 꿈을 접고 -귀국 후 사업본부장,마케팅본부장 등을 맡으면서 ‘우리강산 푸르게’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민둥산을 푸르고 울창하게 가꾸자는 이 운동은 초창기에는 정부측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이 운동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손비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44%)를 물기도 했다.그러다 10년이 지난 94년부터는 손비로 인정받고 있다.이 운동은 98년 시민환경단체인 ‘생명의 숲’을 탄생시켰고,‘평화의 숲’(북한 나무 심기) ‘동북아 산림포럼’ ‘학교숲운동’ ‘서울 그린트러스트’ 등의 단체를 태동시키는 데도 밑거름이 됐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일환인 ‘4조2교대’도 미국이 1929년 대공황 때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숲가꾸기 운동(CCC)에서 착안했다.오늘날 미국이 수많은 국립공원(National Park)을 갖게 된 것도 이 운동 덕분이다.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나의 제안으로 98∼2002년 5년동안 외환위기 때 정부예산 1조원을 투입해 실직자를 산림녹화에 투입한 적이 있었다.적지 않은 보람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85년부터 95년까지 10년 남짓 회사로서는 위기였다.국내외 대규모 경쟁사들의 진입,수입품 범람,과잉설비 등으로 주종 제품인 기저귀와 생리대 등 유아·여성용품의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여기에다 노사갈등으로 노조가 본사를 점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경영진과 중간관리자,현장 근로자간에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갔다.제품의 질이 수입품에 비해 떨어졌고 시장점유율은 절반으로 감소했다.이 와중에 신설된 대전 제3공장에 예비조,혁신조,평생학습조 등 ‘4조2교대’의 근무방식을 도입했다.부사장이었던 93년의 일로,당시로서는 혁신능력을 실험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이었다. -저간의 노력과 실험들이 성공한 덕분인지 95년 2월 10여명의 선배 임원진을 제치고 사장에 올랐다.신임 사장의 신고식은 간단치 않았다.시험대는 노조였다.대전공장에 이어 군포·김천공장에도 4조2교대 방식을 도입하려 하자 ‘구조조정을 위한 노림수’라며 직격탄을 퍼부었다.그러나 신뢰·윤리·투명을 경영철학으로, ‘도전과 혁신’을 생존전략으로 내건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4조2교대는 정착됐고,지금은 너도나도 벤치마킹(모방)하려 할 정도로 새로운 근무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 7036억원,순이익 904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96년과 비교하면 각각 2배,6배나 되는 수치다.유한킴벌리는 이제 아시아 제일의 기업이 되기 위해 2005년도의 미래상으로 인력과 근무환경,신용 및 재무능력,성장 및 투자효율,시장점유율(40%),매출액(1조 6000억원) 부문의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된 CEO,비전 제시만이 살길 -외환위기는 유한킴벌리로서는 또 하나의 기회였다.4조2교대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여나갔고,고정자산 투자 등도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였을 때 대거 집행했다.때문에 환율이 1800∼2000원대로 뛰었을 때는 투자할 필요가 없어져 그만큼 돈을 아낄 수 있었다.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 -요즘 말하는 기업가 정신도 좁게 보면 창조적인 개척정신,창업정신을 말한다.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사회적 책임을 소화하는 창조적 경영을 해야 한다.CEO는 신뢰와 전문성(기술),비전을 가져야 한다.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아 있으면 항상 먼 곳을 보며 대비해야 한다.두달에 한번씩 ‘미디어사보’(비디오)를 만들어 팀장과 사원들에게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신뢰와 투명경영을 위해서다.기업가 정신을 가진 CEO는 회사의 경영방식을 국가적 개념에서 접근한다.나는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보석으로,네덜란드와 벨기에를 합친 나라로 가꿔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문국현 사장은 문 사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숲가꾸기, 운동하기도 바쁘다고 한다.산책,등산,여행이 취미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를 ‘냉혈한과 열혈한의 잡탕’이라고 말한다.장소·일·사람에 따라 스탠스(입장)의 다름이 분명하다.일할 때는 냉정하고 열정적이어서 용광로에 비유된다.냉정할 때는 얼음장으로 통한다.의사결정은 차갑게,토론은 뜨겁게 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성격이 급해 스스로 다혈질로 분류한다. 공사(公私) 구별이 워낙 분명해 친구나 친·인척들은 그의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한다.동창회 등에 나가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넘어간다. 밤늦게 들어가지만 가족들과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다.술·담배는 못하지만,대화는 즐기는 편이다. ˝
  • [달라지는 공기업] 농업기반공사

    농업기반공사는 공기업 중에서 역사(96년)가 가장 길다.긴 역사만큼이나 조직이나 운영 측면에서 낡은 틀도 유지돼왔다. 이런 공사가 요즘 ‘열린 경영’을 모토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변신의 선봉에는 지난 2월 말 취임한 농림부 차관 출신 안종운(安鍾云·55) 사장이 있다.그는 회사의 중심을 농지·농수·간척사업에서,낙후한 농촌을 고소득·친환경 산업의 터전으로 바꾸는 농촌종합개발 사업으로 옮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확 바뀌어야 산다 “순천자(順天子)는 흥하고 역천자(逆天子)는 망한다.” 안 사장이 즐겨 인용하는 말이다.그는 “열린 경영의 첫 삽을 뜨겠다.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빨리 변화에 순응하는 자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그가 변신을 강조하는 것은 공직경력과 무관하지 않다.75년 서울대 농대를 나와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농업구조정책과장,농정기획심의관,농업경영벤치마킹 추진단장 등을 지내며 농·축협의 통합,농업기반공사와 농지개량조합의 통합 등 농업개혁과 구조조정작업을 주도해 왔다. 그래서인지 취임 초부터 ‘변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먼저 직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였다.직원들로부터 애로사항과 건의를 최대한 수렴했다.건의는 주로 ▲수익사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인사·승진제도 등에서 낡은 관행을 버려야 한다 ▲기획·연구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쪽지를 돌려 간부인사에 대한 추천을 받기도 했다.추천기준은 공사 발전에 대한 열정,강한 실천력,청렴성,조직 장악력 등이었다. 직원들은 요즘 자유로운 업무분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늘 아이디어를 재촉받고 있다.전국 지사장들도 마찬가지다.그들에게는 CEO(최고경영자)형 책임경영이 부여돼 있다. ●농촌개발공사로 불러달라 농업기반공사는 1908년 전북 옥구 수리조합이 효시다.일제 강점기의 토지개량협회,국토개발기 농어촌진흥공사를 거쳐 2000년 1월 농지개량조합 등과 통합해 기반공사로 출범했다. 공사의 기능은 한마디로 농촌의 땅을 보수하고 물을 공급하는 일이다.경기도 의왕시 본사와 전국 93개 지사를 합해 직원이 8000명으로 공기업으로는 한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과거엔 여당의 선거조직으로 악용되었다는 비판도 받았고,사장은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그러나 안 사장은 18대의1의 경쟁을 뚫고 뽑힌 공모직 사장이다. 공사는 지난해 큰 상처를 입었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사업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업주체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공사가 변신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공사는 농지 및 용수 개량사업,간척사업 등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간척사업은 사업 중인 곳만 마무리하고 더 이상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공사가 이미 준공했거나 시행 중인 간척지 면적은 15만㏊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2에 해당된다. 공사는 농촌을 친환경농업마을,테마관광마을,준도시형마을 등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강과 산이 수려하면 관광마을로,문화와 역사가 깊으면 전통테마마을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이에 필요한 도시자본의 농촌 유입을 앞당기기 위해 농촌투자유치센터를 도농교류센터로 확대·개편했다.최근엔 안산시에 있는 산하 농어촌연구원에 1000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개설했다.도시민들에게 5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10평을 1년 동안 빌려준다. 올 하반기쯤에는 공사의 이름을 ‘농업농촌공사’나 ‘농촌개발공사’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농림부 일부 간부들도 올 하반기에 이뤄질 예정인 공사의 기능개편과 맞물려 공사의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안 사장은 “농업개방 파고가 농촌엔 시련이지만 발상을 바꾸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이고,지금부터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쌀은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우수한 쌀 전업농들에게 공사의 후원으로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또 쌀 전업농 전용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전업농들이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쌀값 하락에 대비,지난 97년부터 쌀 산업구조개선사업을 하고 있다.농림부와 함께 오는 2010년까지 가구당 6㏊ 규모의 쌀 전업농 7만가구를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 과천청사에도 구두닦이 상주?

    정부과천청사 직원들의 오랜 민원사항이었던 ‘구두닦이 입주’ 문제가 해결될까? 11개 부처,5000여명이 입주해 있는 과천청사에도 구두닦이가 들어올 전망이다.과천청사관리소 관계자는 11일 “청와대에도 구두닦이가 입주키로 함에 따라 과천청사에도 구두닦이를 상주시키는 문제를 검토키로 했다.”면서도 “일단 청와대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로 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민원”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과천청사에 구두닦이가 쉽게 입주할 수 없는 이유는 청사가 국가보안시설이기 때문이다.구두닦이가 수시로 각 사무실을 드나들면 사실상 보안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또 수억원에 이르는 권리금 등 이권 때문에 말썽의 우려도 있다.국유재산법에 따라 사용허가를 내줘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도 뒤따른다. 현재 중앙청사의 경우 후문 바로 앞에 구두닦이가 있어 직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또 대전청사도 큰 어려움이 없다.그러나 과천청사는 직원들이 구두를 닦으려면 최소한 10분은 걸어 나갈 수밖에 없다.이에 따라 과천청사 직원들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도 못하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과천청사관리소는 직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임시방편으로 후생동에 구두광택 자동판매기를 설치했다.1회 사용료가 300원으로 저렴하지만 광택효과가 뛰어나지 않아 이용자는 별로 없는 상태다.건설교통부의 한 직원은 “청사관리소측이 이권발생 등에 따른 잡음을 우려해 구두닦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면서 “복지부동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의 한 간부도 “구두가 더러워 민원인들 만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행자부, 대기업서 한수 배운다

    “민간기업에서 한 수 배우렵니다.” 정부혁신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혁신 우수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에 나섰다. 행자부는 국내 우수기업 379개를 대상으로 민간기업에서 성공한 경영혁신 사례를 공직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전수해 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협조요청 공문을 일괄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추천받은 민간기업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포스코·데이콤·현대중공업·삼성SDI 등 국내 유수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행자부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받을 경영혁신 사례 중 곧바로 실용화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직접 현장업무에 도입하고,다음달에는 우수기업 경영혁신 사례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업무분야별로 우수한 기업체를 다시 취사 선택한 뒤 해당 업무 직원들을 직접 기업체로 보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현장체험도 시킬 예정이다. 허성관 장관도 직접 나서 분야별로 경영혁신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우수 민간기업의 사장단과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갖는 등 상시 공유시스템을 구축,유지하겠다는 방안도 세워놓고 있다. 관계자는 “행자부가 행정개혁의 주무부처인 만큼 변화와 혁신 차원에서 민간의 우수사례를 배우려고 한다.”면서 “경직된 공직사회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은 내용을 벤치마킹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덕현기자˝
  • [깔깔깔]

    ● 내 개는 안 물어 어느날 저녁 나는 공원을 산책하다 한 아저씨가 커다란 개를 데리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개를 좋아하는 나는 그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아저씨 개는 사람을 무나요?” “허허,내 개는 사람을 안 물어.” 나는 그 말에 안심하고 개를 쓰다듬었다. 으악! 그런데 그 개가 내 손을 물었다. 손에서는 피가 났다. 나는 몹시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안 문다고 그랬잖아요!” 그러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개는 내 개가 아니야.” ●구두쇠 아버지 구두쇠 아버지와 아들이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둘이서 신나게 목욕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씻고 있던 남자가 ‘앗’ 하며 물비누가 든 통을 엎질렀다. 물비누는 곧 바닥으로 퍼져서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자 구두쇠 아버지가 아들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얘야,얼른 바닥에 굴러!”˝
  • 천호동 ‘윤락’ 털고 ‘젊음’ 충전

    텍사스촌이 자리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423 천호시장 옆에 젊은이들을 위한 ‘로데오거리’가 생긴다. 강동구(구청장 권한대행 박용래)는 시비 9억원 등 10억여원을 들여 최근 새 쇼핑가로 등장한 이 일대를 이같이 개발한다고 8일 밝혔다.천호동 구사거리와,천호대로와 만나는 신사거리를 잇는 300m 구간에 이번 주중 실시설계에 들어가 다음달 중순쯤 공사를 시작한다. 천호 2·3동에 걸친 로데오거리 예정지에는 지하 4층,지상 14층짜리 쇼핑몰과 대형 백화점들이 들어섰으며 옷가게,패스트푸드점,카페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청년층이 즐겨 찾는 업소가 160여곳 몰려 있다.그러나 도로가 비좁아 상습 정체구간인데다,바로 옆에 윤락가가 영업난으로 빈 업소만 을씨년스럽게 남아 우범지대로 여겨지고 있다.차도 12m에 인도 너비가 1.5m 안팎에 머물러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곳이다. 강동구는 이에 따라 이 일대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물론 교통정체 해소,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잡고 로데오거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선 보도의 폭을 4.5m로 넓히고 가로등,벤치,휴게공간 등 로데오거리에 걸맞은 시설을 들여놓을 계획이다.보도 바닥엔 보석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천연석인 ‘철평석’을 깐다.대신 차로를 3m 정도로 바짝 좁혀 S자 모양의 길을 만든다.문화거리인 만큼 차량 속도를 줄이면서도 운치있게 한다는 뜻에서다.신사거리 방면을 일방통행도로로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이곳 업소와 보행자,홈페이지 접속자 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5%가 로데오거리 조성에 찬성했다고 구 관계자는 밝혔다. 정기창 교통개선팀장은 “맞닿은 뉴타운 예정지와 연계,1950∼60년대만 해도 ‘서울 남서부의 명동’으로 불리던 곳이어서 옛 명성을 되찾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건물주·업주 등 12명으로 이뤄진 로데오주민추진위원회와 협의,번영을 위한 축제를 개최하고 토요일·휴일엔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등 청사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숨겨진 전통정원 ‘희원’

    아직 쌀쌀한 산자락의 정원에 늦깎이 매화꽃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흙담 아래 양지엔 연분홍 미선나무꽃 향기가 진동하고,그 옆엔 총각벅수가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희원(熙園)은 이렇듯 여유롭다.중국 정원이 웅장함,일본 정원은 아기자기함이 특징이라면 희원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 구석구석 묻어 있는 한국의 전통정원이다.보일 듯 말 듯한 우리의 전통미를 강조라도 하려는 듯 북적거리는 용인 에버랜드 뒤편에 조용히 숨어 있는 희원을 찾았다.희원은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97년 개원한 곳.미술관 앞 2만여평의 공간에 옛 지형을 복원하고,석단·정자·연못·담장 등 건축요소를 살렸다.주변 풍경을 빌려 집안의 것으로 삼는 ‘차경(借景)의 원리’를 바탕으로 했다. 희원은 숨겨지고 드러나는 유연한 한국의 멋이 배어 있다.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데,이같은 전통미는 정원이 시작되는 보화문(華門)을 지나면서 금방 느낄 수 있다. 보화문에 들어서면 소로 양 옆으로 매화나무와 대숲이 들어차 있다.‘죽림’(竹林)이다.길엔 약간의 굴곡을 주어 끝이 잘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다음에 무엇이 이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일도록 했다.S자 오솔길을 따라 왕대숲이 울창한 전남 담양 소쇄원의 진입로를 벤치마킹한 듯한 느낌이 든다. 원래 2500여그루의 대나무가 울창했었는데,기후가 맞지 않아 견디지를 못해 지난해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매화나무로 바꿔 심었다.그나마 얼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천막으로 대숲을 감싸 놓은 바람에 운치가 반감됐다. 죽림 끝의 작은 문을 지나니 대숲과 소원(小園) 사이에 간정(間庭)이라는 공간이 나온다.대숲과 소원을 연계해 주는 매개공간의 역할을 하는 곳.흙담 한 편에 봉긋하게 자란 미선나무가 연보랏빛 꽃을 화사하게 피우며 진한 향을 뿜어낸다. 간정에서 흙담장을 따라 돌아가면 한국적 정원의 요소를 집약해 놓았다는 소원이 나온다.마당 왼쪽엔 옛 지형을 되살려 조성한 산자락 끝으로 단처리를 해 철쭉과 괴석을 배치했고,마당 오른쪽엔 자연석들이 멋스럽게 놓인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그늘진 죽림의 매화나무엔 실에 꿴 구슬마냥 꽃망울만 매달려 있고,양지바른 소원엔 연분홍 매화꽃이 만발했다. 연못 한 편엔 한 칸짜리 정자인 ‘관음정’(觀音亭)이 두 발을 담그고 있다.이름처럼 정자에 올라앉아 자연의 소리를 보며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보고 싶건만 마루에 버티고 앉은 ‘출입금지’란 팻말이 아쉬움을 더한다. 소원을 지나면 희원의 중심인 주정(主庭)으로 이어진다.호암미술관 앞 연못인 법연지를 중심으로 널따랗게 조성된 1200평 규모의 정원이다.좁고 작은 공간을 돌아오다가 정원에 이르니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시원하다. 정원 가운데 네모 반듯한 연못 ‘법연지’(法蓮池)를 중심으로 산자락에 살며시 기대고 있는 듯한 정자,작은 폭포와 계류,큼직한 노송들과 갖가지 석물 등이 다양한 그림을 그려낸다. 정원 동쪽으로는 소나무 우거진 산이,서쪽으로는 관음정이,북쪽으로 미술관이,그리고 남쪽으로 담 너머 호수,그 건너편에 봄꽃으로 물들기 시작한 산이 이어진다.담 안과 밖이 어우러지고, 삼라만상이 모두 정원의 주요 구성요소가 되는 한국 전통정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법연지의 물은 동쪽 호암정 옆으로 흘러 담을 지나 계류를 이룬다.폭 1∼2m,길이 80m의 계류 주변엔 채진목,돌배,버드나무,동의나물,붓꽃 등 우리 나무와 꽃들이 돌 틈에 심어져 있어 4월 중순 이후 꽃이 피면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주정 석축 위의 미술관 앞 잔디광장은 야외 전시와 국악 연주 등 공연행사를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양대’란 이름을 갖고 있다.주변에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등 군자의 덕목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양대에서 내려다보면 주정 너머 널찍한 호수,다시 그 너머로 나즈막한 산자락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희원엔 석물과 석탑이 많다.정원을 조성하면서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수백년 이상된 진품들이다.희원 개원전 미술관측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이중 죽림에 많은 벅수는 보면 볼 수록 재미있다.벅수는 법수선인(法首仙人)의 신통력에 의지하여 복을 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돌을 깎아 만든 신상(神像).마을이나 성문을 수호하고,길의 이수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도 하였다.생김새도 소박한 민중들의 미감이 드러나 있어 친근감을 준다. 벅수 말고도 희원 구석구석엔 고려시대의 삼층석탑,신라 말기의 석조삼존불입상 등 석탑과 석불,부도,석문 등이 세워져 있어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암미술관 관람 희원을 바라보고 서 있는 호암미술관은 1982년 개관한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이다.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류와 불교 유물,금속공예품,조선시대의 회화작품 등 각 분야별,시대별 명품을 고루 감상할 수 있다. 국보와 보물 90여점을 포함해 모두 1만 5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요즘은 소장품중 대표작 140여점을 뽑아 전시하는 ‘호암미술관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다.이중 5∼6세기의 가야금관,진사기법을 사용한 13세기 고려의 청자진사표주박형 주자,인왕산,북악산,삼각산 아래 넓게 펼쳐진 서대문 밖 관청 일대 풍경을 그린 경기감영도 등이 볼 만하다. ●식후경 희원에 가려면 도시락을 준비하자.정원 내에선 도시락을 먹을 수 없지만,정원 밖 호수를 따라 난 산책로 주변에선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오붓한 점심을 즐길 수 있다.4월 중순쯤이면 호수 건너편 산자락에 핀 벚꽃과 진달래 등 갖가지 봄꽃이 흐드러진 풍광이 수면에 그대로 비쳐 황홀경을 연출한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에버랜드 정문에 이르기 전 오른쪽에 나오는 ‘두메가든’(031-334-3894)에서 우거지 갈비탕을 먹어보자.소뼈와 우거지를 넣고 푹 고아내 구수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함께 나오는 돌솥밥도 갈비탕 못지않게 맛있다.대추와 완두콩,고구마 등을 넣고 바로 지어주기 때문에 갈비탕과 함께 먹는 밥맛이 꿀맛이다.6000원. 글 용인 임창용기자 ■ 이렇게 가세요 희원에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마성톨게이트에서 빠져 에버랜드 정문에 이르기 전 호암미술관·희원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입구에 주차장이 있으며,에버랜드에서 희원까지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입장료는 어른 3000원,어린이 2000원.호암미술관 관람료까지 포함돼 있다.에버랜드 자유이용권 구입자는 무료 입장.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한다.벚꽃이 만발하는 10일부터 21일까지는 개장시간을 2시간 연장한다.문의 (031)320-1801,www.hoammuseum.org˝
  • 올 외무고시 1차 분석-PSAT 여파 합격선 12점 하락

    지난 2월 치러진 제38회 외무고시 1차시험 외교통상직렬 합격선이 크게 낮아졌다.지난해 합격선 82.5점에 비해 12.5점 떨어진 70점이었기 때문이다.최근 몇년사이의 합격선도 80점 안팎이었다.합격선의 대폭 하락은 올해 첫 도입된 PSAT(공직적성평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예상과 달리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수험생과 학원가의 평가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과목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PSAT가 어느 정도 어려웠는지 가늠하기는 힘들다.PSAT는 언어논리와 자료해석 등 두 영역을 치른다.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웠는지는 수험생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이번 PSAT는 국가공무원시험 사상 처음인데다 이처럼 난이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 정보제공 차원에서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첫 PSAT 예상보다 까다로워 행정자치부는 PSAT시험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두차례 시험평가를 가졌다.그 결과를 토대로 언어논리 영역 난이도는 높이고 자료해석 영역은 낮추는 방향으로 출제방향을 잡았다.합격선이 80점 안팎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PSAT 점수도 합격선 수준의 점수가 나오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언어논리 영역은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자료해석 영역은 지문이 길어 시간이 부족했다.시험을 치른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PSAT는 철인경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언어논리 영역에서 과락이 속출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험 전문가들은 난이도를 따지기에 앞서 수험생들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점을 지적한다.바뀐 제도에 빨리 적응하려는 노력을 한층 기울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여기에는 1차시험 합격자에 대해 다음해 1차시험을 면제해 주는 유예제도가 폐지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통상 수험생들은 ‘올해 1차 합격,내년 2차 합격’ 방식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러나 유예제가 폐지되면서 한 해에 1·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므로 수험생들은 자연스레 2차시험 준비에 몰두했다는 분석이다.수험생 입장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PSAT보다 어려운 2차시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학원 관계자는 “PSAT 대비를 지난해부터 강조했으나 대부분 수험생들이 2차시험 위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안이한 대비… 과락도 속출 PSAT 적응이 중요하다는 것은 1차 합격생 가운데 대학 재학생층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168명의 합격자 가운데 대학재학생 합격자는 98명으로 58.3%나 됐다.지난해 40.8%(71명)보다 17.5%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반면 대학원 이상은 38명에서 20명으로 9.9%포인트,대졸자는 65명에서 50명으로 7.6%포인트 각각 줄었다.연령별로는 26∼33세가 4%포인트 가량 줄고 20∼25세는 그만큼 늘었다.수험 전문가들은 이를 ‘수능세대의 약진’으로 풀이했다.PSAT와 수능은 문제 형식이 비슷해 수능에 익숙한 수험생들의 PSAT 적응도가 훨씬 높았다는 설명이다.수험 전문가들은 “PSAT는 ‘주어진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더 접해본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제공 위해 점수 공개해야” 행자부는 PSAT 점수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개별과목 점수를 공개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PSAT를 공개할 경우 다른 과목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행자부 관계자는 “개별과목 점수를 공개하는 것은 시험 출제위원들에게 난이도를 조정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선택과목이 있는 2차시험의 경우 과목별 점수를 공개할 경우 과목별 난이도 조정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행시에도 반영 PSAT는 내년부터 행정고시에도 도입된다.2006년부터는 반영비율이 50%에서 75%로 커지고 2007년에는 상황판단영역까지 포함해 1차시험은 PSAT로 대체된다.여기에다 PSAT는 예상과 달리 무척 어려웠다.이런 까닭에 PSAT성적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교수들도 PSAT에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제도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PSAT도 하나의 시험과목일 뿐이라는 논리다.이 때문에 PSAT가 사설학원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지적한다.수험생들이 출제방식 등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결국은 사설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PSAT 같은 시험을 치르지만 성적에 반영하지 않고 부처 배치자료로만 활용하는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
  • 공무원교육원 ‘업그레이드’ 국책연구기관과 벤치마킹

    신규 및 현직 국가 공무원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행정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사회복지연구기관 등과 협동운영체제를 구축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기능만을 갖고 있는 공무원교육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 기능이 많은 이들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역량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 박명재 원장과 한국개발연구원 김중수 원장은 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협정서에 서명한다. 조덕현기자˝
  • [Anycall 프로농구] KCC 2승 안고 홈으로

    4쿼터 2분쯤.전반 한때 15점차까지 뒤진 TG삼보가 김주성(13점 7리바운드)의 레이업슛으로 64-65까지 따라붙었다.이어 KCC의 주포 찰스 민렌드(13점 6리바운드)가 골밑슛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공격자 반칙을 범하며 5반칙 퇴장을 당했다. TG는 3점슛을 남발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패스미스를 쏟아낸 데다 체력마저 떨어진 듯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정규리그 2위 KCC는 31일 열린 03∼04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2차전에서 컴퓨터 가드 이상민(24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빼어난 리드속에 TG를 89-71로 크게 이기고 적지에서 2연승을 거뒀다.KCC는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더 건지면 5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게 된다.1차전에서 완승을 거둔 KCC는 이날도 초반부터 TG를 압도했다.이상민과 조성원이 3점포 2개씩을 쏘아올리는 등 활발한 외곽 공격을 펼쳐 1쿼터를 27-19로 앞선 KCC는 2쿼터에서는 민렌드와 R F 바셋(17점 15리바운드)이 득점에 가세하면서 49-39로 달아나 승리의 발판을 다졌다. 추승균(13점) 이상민의 3점슛으로 3쿼터 중반 59-44까지 내달린 KCC는 6분쯤 4반칙에 몰린 민렌드가 벤치로 물러나며 TG의 반격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양경민(7점)의 3점슛과 김주성의 골밑슛에 이어 앤트완 홀(8점 8리바운드)과 리온 데릭스(20점 8리바운드)에게 거푸 골밑을 내주며 순식간에 59-55로 추격당한 것. KCC는 추승균과 이상민이 레이업슛을 시도하면서 달아났지만,TG는 허재의 3점슛과 홀의 자유투 2개로 62-65로 추격했고,4쿼터 들어 1점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TG는 잦은 범실과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역전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민렌드가 5반칙으로 퇴장당해 바셋이 혼자 골밑을 지킨 KCC는 71-69로 앞선 4분쯤 이상민의 레이업슛에 이어 조성원이 자유투 3개를 성공시켰고,바셋의 골밑슛과 조성원의 3점포가 터져 81-69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세를 굳혔다. 홍지민기자 icarus@˝
  • [지자체 공공시설 ‘거대 컴플렉스’] 모범사례 ‘김천문예회관’

    경북 김천시는 지난 2001년 4월 300억원을 들여 삼락동에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을 개관했다.인구 15만명에 1000석의 대공연장,200석의 소공연장과 전시장(210평),야외공연장(300평)이 과다투자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개관 초부터 KBS 교향악단,국립발레단,모스크바 발레단과 유명 뮤지컬 ‘블루 사이공’ ‘그리스’ 등 수준높은 작품을 과감하게 유치하고 시 예술단을 창단했다.모두 1155회에 걸쳐 이뤄진 공연과 전시엔 구미·상주·문경은 물론 충북 영동에서까지 관람객이 몰려 평균 입장객이 객석대비 80∼90%에 이르러 전국 문예회관에서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2002년 문화부와 전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선정 ‘문화기반시설 운영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개관 초부터 치밀한 공연 기획을 세웠고 여기에서 얻은 인맥과 노하우를 동원,공연기획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연을 기획해 진행해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관장 박승규씨와 직원 18명 전원이 포스터 부착,팸플릿 배부 현장에 나서는 적극성도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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