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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보복범죄 막을 시스템 서둘러 시행하라

    불리한 증언이나 진술에 앙심을 품고 증인이나 신고자 등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위해(危害)를 가하는 보복범죄가 크게 늘어났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경찰청의 ‘보복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6년 70건에 그친 보복범죄가 2009년 129건으로 증가했다. 3년 새 84%나 급증한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추세다. 보복범죄는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법 절차가 아닌 위압적인 힘을 동원해 은폐하려는 2차 흉악범죄라고 할 수 있다. 가중처벌 조항을 둔 이유이기도 하다. 보복범죄 근절은 건강한 사회와 직결되는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법치주의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대응이 절실하다. 내부 비리 고발이나 고소·신고·증언 등은 철저한 신변 보호와 함께 사후 안전책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찰청의 현황에서 보듯 폭행·협박·감금 등의 앙갚음을 당하거나 목숨까지 위협받는다면 누가 경찰이나 검찰을 찾고, 법정에 서려고 하겠는가. 예컨대 법과 제도가 증인에게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할 의무’를 무겁게 부과하듯 자유롭게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복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의 시행을 서두를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경찰이나 검찰·법원은 선진 제도를 벤치마킹해 나름대로 보완했거나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몇년째 검토만 되고 있는 데다 참고인이나 증인 등의 이름이 버젓이 경찰·검찰 조서에 나오는 실정이다. 피해자나 신고인 보호는 경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말뿐이다. 때문에 보복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제도 정비와 함께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용기를 갖고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에 대항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적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 유럽 젊은피 펄펄… 미드필드 ‘박 터진다’

    유럽 젊은피 펄펄… 미드필드 ‘박 터진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젊은 피’가 펄펄 끓고 있다. 이제 누가 대표팀의 주전인지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됐다. 특히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은퇴로 세대교체 가속도가 붙은 미드필드에서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K-리그는 아직 개막조차 하지 않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유럽파들의 활약상만으로도 조광래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다. ●이청용, 남태희 나란히 도움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14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23)과 프랑스 르 샹피오나 발랑시엔의 남태희(20)가 각각 시즌 7호와 2호 도움을 기록했다. 남태희는 지난 10일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청용을 대신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물론 소속팀에서 남태희의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현재까지 대표팀에서 같은 포지션을 소화한 둘이 보란 듯이, 그것도 거의 동시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셈이다. 대표팀 주전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끊임없이 패스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조광래식 축구’에서 사실 ‘4-4-2’나 ‘4-2-3-1’ 등의 포메이션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 감독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의존하기보다 활발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로 5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그런데 기성용(22·셀틱)과 이용래(25·수원)가 차지한 수비형 미드필더 두 자리 외에 공격형 미드필더 세 자리는 여전히 확정적이지 않다. ●‘멀티 플레이어’만 살아남는다 지난달 아시안컵에서의 맹활약으로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 및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터키전에서 구자철은 원래 박지성의 자리였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벤치에는 왼쪽 측면에 특화된 김보경(22·세레소 오사카)이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 감독은 구자철을 중앙으로 옮긴 뒤 박주영(26·AS모나코)과 지동원(20·전남)에게 차례로 왼쪽 측면을 맡겼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가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중앙 공격자원이고, 지동원도 마찬가지다. ‘스페셜리스트’를 투입하지 않은 조 감독의 의도는 분명했다. 시시때때로 자리를 바꾸는 ‘패싱게임’에서 주전은 중앙 및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동시에 공격수의 역할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이 ‘멀티 플레이어 우선의 원칙’은 계속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원칙에 부합하는 선수는 넘쳐난다. 남태희와 함께 손흥민(19·함부르크)도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 및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이 가능하다. ‘황태자’에서 ‘조커’로 변신한 윤빛가람(21·경남)도 수비력만 보강한다면 중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구자철, 박주영, 지동원도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면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뜨거운 젊은 피들의 치열한 경쟁이 한국 축구의 ‘제2 황금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이통3사 2.1㎓ 주파수 확보 사활 걸었다

    이통3사 2.1㎓ 주파수 확보 사활 걸었다

    ‘2.1기가헤르츠(㎓)를 따내라.’ 통신 3사가 국내 첫 경매 방식으로 할당되는 ‘2.1㎓’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2.1㎓는 세계 주요 이통사의 3G망 공통 주파수로, 스마트폰 등 단말기 수급이 쉽고 가입자 경쟁에 유리한 황금 대역이다. 첫 매물은 2.1㎓ 잔여분 20㎒이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2.1㎓ 경매가 이르면 4월 중 실시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이달 초 방통위에 경매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주파수 경매 준비가 진행 중이다. 경매 방식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사업자가 동시에 입찰가를 제시해 최고가가 낙찰 받는 ‘밀봉 입찰’과 낮은 가격부터 단계적으로 입찰하는 ‘오름 입찰’이다. 방통위는 내달 중 입찰 방식 등 경매 세칙을 최종 결정해 이르면 4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2.1㎓ 할당을 둘러싼 3사 간 견제도 팽팽하다. 방통위에 제출된 3사 의견서에 따르면 KT는 “SKT의 경매 참여 제한”을, SKT는 “자사 참여를 배제하는 총량제 적용 폐지”를,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 사업자인 SKT, KT의 경매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SKT는 “올해 3분기 통신망 수용용량의 포화가 예상돼 2.1㎓ 추가 할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6월 주파수 일부를 반납하는 SKT는 가입자 100만명당 주파수 보유량이 3.5㎒로, KT(4.99㎒)와 LG유플러스(4.43㎒)보다 낮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SKT는 경매 참여를 제한하는 ‘총량제 적용’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자칫 가입자가 1000만명이 적은 KT의 주파수 총보유량이 많아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견제했다. KT는 2.1㎓가 포화 상태인 3G 트래픽을 해소할 유일한 주파수로, 이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자사의 3G 가입자 규모는 SKT와 유사하지만 2.1㎓ 보유량은 SKT보다 20㎒가 더 적어 통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KT는 의견서를 통해 “이미 2.1㎓를 60㎒나 확보한 SKT가 추가로 할당받으면 전파를 독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SKT와 KT의 경매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SKT와 KT는 이미 2.1㎓를 각각 60㎒, 40㎒ 보유하는 등 주파수 자원을 독과점하고 있다.”며 “공정 경쟁을 위해 2.1㎓의 잔여분 20㎒는 LG유플러스에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1㎓ 주파수 대역 확보는 자사의 4세대 이통망 서비스 경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매 과열로 자칫 ‘머니게임’(누가 입찰가를 많이 쓰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통위가 통상 주파수 임차료로 매출액(예상+실제)의 3%를 부과하는 만큼 2.1㎓의 최저 경쟁가도 매출액 3% 이내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1㎓ 확보=가입자 확대’라는 인식이 커 낙찰가는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낙찰 받고도 손해를 보는 ‘승자의 저주’, 낙찰 대가의 소비자 전가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첫 경매여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특정사업자 낙찰이 주파수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판단부터 총량제 적용 여부, 과도한 최고가 경쟁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용어 클릭] ●주파수 경매제 지난달 24일 전파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공식 도입됐다. 정부의 심사 할당 방식이 아닌 사업자 간 가격 경쟁으로 주인을 가린다. 기존 통신사뿐 아니라 대기업 및 인터넷 기업 등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1㎓뿐 아니라 오는 6월 KT가 반납할 1.8㎓도 경매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프로농구]동부 “역전불허”… KT “역전불발”

    [프로농구]동부 “역전불허”… KT “역전불발”

    경기 종료 4초 전. KT 조성민이 공을 잡았다. 3점슛 라인 바로 바깥이었다. 앞에 선 동부 수비는 미처 완벽한 수비 자세를 못 잡았다. 조성민은 이 상황 전까지 3점슛 3개를 던져 2개를 성공시켰다. 슛 컨디션이 좋았다. KT 벤치 선수들은 일제히 뛰쳐나올 준비를 했다. 점수는 67-69. KT가 2점 뒤진 상황이었다. 조성민의 3점슛이 들어가면 바로 역전이다. 남은 시간으로 봐서 경기는 그대로 끝난다. KT에 회심의 역전 찬스가 왔다. 이날 경기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주인공도 조성민이었다. 경기 종료 1분 13초 남기고 조성민의 3점포가 터졌다. 67-69 상황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두 팀 모두 득점이 중단됐다. 동부는 김주성과 로드 벤슨이 2점슛을 시도했지만 다 안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조성민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13일 원주 치악체육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조성민 손에 쏠렸다. 조성민은 뛰어올라 3점포를 날렸다. 경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런데 조성민이 힘 조절을 잘못 했다. 슛은 길었고 림을 외면했다. 노골이 확인되는 순간 버저가 울렸다. 그대로 동부가 KT를 눌렀다. 동부가 홈에서 선두 KT를 잡고 천적 관계를 유지했다. 올 시즌 KT와의 맞대결에서 4승 1패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최근 뚜렷한 상승세다. 이날 승리까지 4연승이다. 같은 날 LG에 승리한 2위 전자랜드와는 여전히 2.5게임 차를 유지하고 있다. 동부 황진원은 18득점을 기록했다. 윤호영은 12득점, 6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인천에서 전자랜드는 LG에 88-82로 이겼다. 전자랜드로선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LG 주포 문태영이 1쿼터 3분 52초 만에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아 퇴장당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 하나를 받았고, 상대 임창한과 함께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어 다시 테크니컬 파울이었다. 올 시즌 첫 퇴장 기록이다. 전자랜드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경기 막판까지 공방이 계속됐다. LG가 경기 종료 3분여 전까지 3점 차 턱밑 추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결국 전자랜드의 힘이 앞섰다. 전자랜드 서장훈이 24득점, 문태종이 21득점했다. 농구팬들이 기대했던 문태종-태영 형제 대결은 불발됐다. 울산에서는 오리온스가 모비스를 76-69로 눌렀다. 이날 패배로 모비스는 6강 구도에서 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오리온스 오용준이 12득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6)세무행정 분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6)세무행정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시리즈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1월 10일 행정 분야 4명 소개를 시작으로 지난 7일 전기기계 분야까지 29명의 달인 가운데 16명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세정 분야 달인 2명을 소개한다.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는 3월 7일 산업 분야 달인 소개를 끝으로 그간의 개별 달인 보도에 대한 독자반응 등을 토대로 임시 등급을 부여받은 달인들에 대한 최종 등급을 확정하게 된다. >> ‘체납 세금 완전 정복’ 서울시 세무과 세무관리팀장 김태호 사무관 대여금고 은닉 재산 추적… 세 추징 완벽 뭉칫돈을 은행 금고에 꼭꼭 숨겨 놓고도 상습적으로 세금을 떼먹던 얌체족들이 언제부턴가 발붙일 틈이 없게 됐다. 체납자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열어 기어이 세금을 받아낸 주인공은 김태호(48·행정5급) 서울시 세무과 세무관리팀장이다. 세정 분야에서 ‘세무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그는 지방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세무행정이란 게 매 순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없는 업무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의 재산에 손을 대는 일이니까요. 달인이란 이름표를 달고 난 뒤부터는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요.” 1989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돼 올해로 공직 생활 22년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만 졸업하고 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학구열이 발동했다. 22세에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졸업과 동시에 서울시 7급 세무 공무원으로 채용된다는 조건에 앞뒤 잴 것 없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원서를 냈다. 공직 이력에서 스스로 돌아봐도 가장 빛났던 순간은 뭐니 뭐니 해도 체납자 대여금고를 압류하는 아이디어를 낸 2009년 가을. “어느 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동료 직원이 그러는 거예요. 자기 친구는 예금통장을 만들지 않고 뭐든 돈이 되는 것은 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둔다고.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관련 법규를 찾아봤죠. 은행의 대여금고는 법률상 얼마든 압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금융거래를 보호하게 돼 있으나, 대여금고는 보호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방세법 제64조에 의거해 시중은행들에 1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대여금고 보유 현황을 파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은행권의 저항은 만만찮았다. “국세청에서도 대여금고는 건드리지 않았는데, 왜 서울시가 나서느냐며 은행연합회가 대책회의를 하고 난리였다.”는 그는 “하지만 체납자 대여금고 보유자료 제공은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은행들이 결국 꼼짝없이 자료를 내줬다.”고 말했다. 이후 국세청을 비롯해 검찰청, 관세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액 체납자 단속에 앞다퉈 대여금고를 열어 실효를 거뒀다. 그의 직업의식은 시도 때도 없이 발동했다. 2009년 5월에는 자동차세를 장기 미납한 도로 위의 무법자, 이른바 ‘대포차’를 무더기로 단속하는 성과도 올렸다. 대포차 운행자들이 사고에 대비해 대부분 책임보험에 가입하므로 주소지를 파악하면 차량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열흘간의 특별 단속 기간에 대포차 150대를 강제 견인해 공매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찰도 손대지 못했던 골칫거리가 해결되자 그의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대포차 상시단속 체제가 도입됐다. 체납자들한테 날 선 잣대를 들이대는 게 일이지만, 심상찮은 민원이 들리면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가 봐야 직성이 풀린다. 2008년 자동차세를 억울하게 내게 됐다는 장애인 부부의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장애인 차량 소유자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만, 가족이 공동 등록했다가 세대 분가를 하면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세금을 추징하면 지하철에 불을 지르겠다고 서울시장 앞으로 협박편지를 보내오는데 어떡합니까?” 부인은 갑상선암, 남편은 몸의 반쪽이 마비된 장애인 부부를 만난 뒤 마음이 아파 세금 20만원을 대신 내줬다. 이후 지금까지도 부부는 명절마다 꼬박꼬박 감사 편지를 보내 온다. 시립대 세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장 실무 경험을 녹인 책도 3권이나 냈다. ‘지방세의 이론과 실무’, ‘지방세 개론’, 세무공무원 수험서인 ‘객관식 지방세법’ 등이다. “조세 정의, 납세 편의, 효율적 세무행정. 달인 이름표를 단 이상, 앞으로도 삶의 초점은 변함없이 여기에 맞춰져 있을 겁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가상계좌시스템 개발’ 부산시 부산진구 지방세무직 7급 신정길 주무관 납세자 불편 최소화… 오류·민원 0건 세정 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부산 부산진구 신정길(44·지방세무직 7급 )주무관에게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겸비한 ‘창의 혁신맨·아이디어맨’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그는 전국 최초로 ‘가상계좌 시스템’과 ‘ARS 가상계좌 연동 체납세 통합 안내시스템’을 개발, 납세자가 24시간 365일 편리하게 지방세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신씨는 2007년 가상계좌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납세자의 불편을 덜어 주자는 작은 바람이 원동력이었다. 납세자들이 고지서를 분실하거나 은행에서 장시간 기다릴 때의 불편, 인터넷 납세의 불편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자 가상계좌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자료 수집 및 의견 수렴을 위해 광양시, 진주시, 서울시 등지로 수십여 차례 출장을 다닌 것은 물론, 시 금고인 부산은행 전산실과 접촉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새 전자납부 제도인 가상계좌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가상계좌 시스템은 전자납부제도의 하나다. 자동차세 등 각종 지방세 납부 시 직접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가상계좌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이다. 2007년 8월 부산진구청의 균등할 주민세 16만건, 9월 재산세 14만건에 대해 가상계좌를 엽서식 고지서로 만들어 발송했다. 당시 단 한건의 오류나 민원 발생 없이 가상계좌가 성공리에 운영되자 부산시 등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가상계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신씨는 가상계좌 시스템으로 2007년 부산시 혁신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행자부 주관 전국 혁신평가에서 부산진구가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데 한몫했다. 그는 “가상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등 고생이 많았으나 가상계좌 성공 사례 발표회에서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을 때와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할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씨는 이어 2009년 2월 전국 처음으로 ‘ARS가상계좌 연동 체납세 통합 안내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1명이 20건을 체납할 때 20장의 독촉장을 각각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1장의 안내문에 모든 체납 내역을 표시해 통합안내문을 발송하는 것이다. 또 수신자 부담 ARS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가상계좌 안내, 과·오납 환불 신청 등 3가지 시스템을 결합한 것으로 부산진구가 처음 시행한 결과 고지서 용지와 우편요금 등 연간 8000만원 상당의 예산 절감 효과를 올렸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연간 92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고질 악성 체납액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방세 및 세외수입 체납 통합 조회 시스템’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6년에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지방행정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자격증 가점제도 활성화에 따른 직무능력 향상 및 고객만족도 제고’란 논문이 최우수상에 선정돼 장관 표창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어 2008년 생활공감 정책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전국 공용 재래시장상품권 할인 발행 및 가맹점 확대’ 등 2건의 안을 제안해 수상하는 등 그동안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06년~ 2008년 3년 연속 부산진구 혁신마일리지왕에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부산시가 주최한 ‘올해의 세정인’에 뽑히는 영예를 차지했다. 상사인 전문수(세무 6급) 세외계장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로 연구하는 등 추진력이 뛰어나고 업무처리에는 빈틈이 없다.”며 “매년 2~4개의 표창과 상장을 받는 모범 공무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행정학박사에 도전할 계획이란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세정시책을 개발, 최고의 세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11 핸드볼코리아컵] 부상 턴 이은비 ‘에이스 본능’

    [2011 핸드볼코리아컵] 부상 턴 이은비 ‘에이스 본능’

    지난해 한국에서 치러진 세계여자주니어 핸드볼선수권대회 때였다. ‘세계 최강’ 노르웨이 스벤덴 톰 모르텐 감독은 입이 떡 벌어졌다. 한국의 이은비(21·부산시설관리공단)를 보고는 “스포츠카 페라리 같았다.”며 스피드와 체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대회 4위에 머물렀지만, 이은비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만큼 돋보였다. 사실 이은비는 2009년 쟁쟁한 언니들과 함께 국가대표 막내로 아시아선수권에 출격할 만큼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고된 일정에 부상까지 겹친 탓이다. 주니어팀에서나, 부산시설관리공단에서나 ‘에이스’는 이은비였다. 결국 혼자 다 책임져야 했다. 세계선수권과 슈퍼리그를 거치며 이은비는 점점 지쳐갔다. 몸은 결국 ‘아작’났다. 특히 무릎을 심하게 다쳐 힘겨운 재활을 했다. 허리부상도 겹쳤다. 재활에 매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살도 붙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선수권 때도 몸이 무거웠다. 강재원 대표팀 감독 앞에서 “전에는 골대가 정말 커보였다. 핸드볼도 쉽고 재밌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 전혀 모르겠다.”며 엉엉 울기도 했다. 그마저도 대회 중 오른쪽 손등뼈가 부러지면서 준결승, 결승 땐 벤치만 지켰다. 몸이 아픈 만큼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리고 50여일. 이은비는 ‘페라리’까지는 아니지만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1 SK핸드볼 코리아컵에서였다. 이은비는 A조 예선 1차전에서 만난 용인시청의 골망을 7번 흔들었다. 승부처에서 더욱 빛났다. 26-26으로 팽팽하던 후반 25분 이후 이은비는 팀의 5득점 가운데 4골을 책임졌다. 대표팀 포지션(레프트윙)과 다른 센터백을 맡았지만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고 화끈한 슈팅을 때렸다. 이은비와 원미나(9골) 등을 앞세운 부산시설관리공단은 31-28로 용인시청에 승리를 거뒀다. 경기 MVP로 뽑힌 이은비는 상금 100만원도 챙겼다. 이은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이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이번에도 슬럼프가 이어지면 어쩌나 긴장을 많이 했다. 초반에는 긴장했는데 후반들어 자신감이 생겼다. 팀이 4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갑수 감독은 “몸 상태나 포지션 적응 문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부 A조에서는 상무가 한국체대를 32-28로 꺾었다. 신들린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이창우는 경기 MVP 상금 100만원으로 제대를 자축했다. ‘말년 병장’ 이창우와 고경수는 13일 전역, 조별리그 2차전부터 충남체육회 소속으로 출전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초대형 은퇴연구소 출범

    초대형 은퇴연구소 출범

    삼성생명은 10일 서울 태평로 본사 24층에서 박근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갖고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를 정식 개소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이러한 연구소가 문을 연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기존 연구소들이 대개 10명 안팎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100여명의 매머드급 연구 인력을 구축할 예정이라 비상한 관심을 끈다. 기존에 운영했던 퇴직연금연구소와 은퇴연구소를 합쳐 새로 출범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연구조사팀, 퇴직연금팀 등 5개팀과 학계 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10명 내외의 외부 자문위원단이 연구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일단 40여명으로 출범하지만 올해 안에 연구 인력만 100여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산관리 등 재무적인 연구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은퇴 문화의 문제점도 연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와 관련한 국제 심포지엄이나 콘퍼런스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 은퇴 정보 웹사이트를 열어 노후 준비를 위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맞춤형 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초대 소장을 맡은 우재룡 소장은 “은퇴 설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선진형 은퇴설계 모델’을 개발해 건전한 은퇴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성동, 창의구정 이끌 ‘혁신그룹’ 뜬다

    “구정 혁명에 양보란 없다.” 성동구는 구민과 소통하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조직 구현을 위해 다음달부터 직원들로 구성된 ‘혁신선도그룹’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업무경험이 풍부하고 혁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직원 50명을 직급에 관계없이 이달 중 선발, 구정 혁신의 주도적 인력으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각 부서에서 추천하거나 관심이 있는 직원이면 개인적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주로 팀장급(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3월부터 행정관리와 도시개발·건설·교통 등 분야별 정기모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소통의 시간을 마련해 격의 없이 창의와 혁신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오는 6월과 12월 두 차례 ‘혁신선도그룹 워크숍’도 개최한다. 또한 수시로 다른 자치단체와 우수 기업 등 현장 방문을 통해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외부의 창의 관련 행사에도 참가해 구 정책에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토의한다. 아울러 기존 창의혁신팀과 연계해 구민과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실무심사위원의 역할도 맡는다. 구는 활동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는 해외 연수를 제공하고, 인사특전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고재득 구청장은 “변화와 혁신에 공감하는 직원들로 구성된 혁신선도그룹을 운영해 부서와 계층 간, 그리고 구민과의 소통 구정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우수사례 벤치마킹, 아이디어 발굴 등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구정 전반에 반영하도록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日 관민합동 원전수출 ‘강드라이브’

    日 관민합동 원전수출 ‘강드라이브’

    일본이 한국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전에서 패한 뒤로 무서운 기세로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간업체에만 맡기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정부와 민간업체가 함께 수주전에 참여하는 ‘민·관(民·官) 일체’로 수주에 나선 이후 연전 연승을 거두고 있다. 일본의 원전 수출은 신흥국을 주요 공략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9월 요르단에 이어 지난달에는 베트남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이 따낼 것으로 기대됐던 터키 원전 역시 지난해 12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함으로써 한걸음 앞서가게 됐다. 한국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터키와 MOU를 교환했으나 전력판매값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 일본과 터키의 원전 협상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브라질과의 원자력 협정 체결 협상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남미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일본은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은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남미 지역 전체의 2025년 원자력 발전 능력은 2010년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협상 타이밍이 늦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 원전 수주전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는 이유는 한국을 벤치마킹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 세일즈를 앞세워 민·관 합동으로 UAE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한 방식을 그대로 베껴 요르단과 베트남 원전 수주에 적용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와 기업이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한국 방식을 채용해 ‘국제원자력개발’을 설립했다. 이전에는 히타치제작소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 민간기업 3사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추진해 왔으나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데다 원자력 발전 방식도 달라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총리실 산하에 인프라 해외수출관계 장관회의를 설치했으며, 외무성 등 각 부처에도 인프라 수출지원팀을 만들었다. 인프라 수출 펀드 조성 등 파격적인 금융지원책도 잇따라 내놨다. 절치부심한 일본은 이후 진행된 베트남 수주전에서 즉시 성과를 거뒀다. 원전 수주를 위해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베트남을 방문, 790억엔(9848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고 공항·철도 건설 등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뉴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 앞에 서서/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열린세상] 뉴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 앞에 서서/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신묘년의 해가 떠오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났다. ‘쏜살같다’는 말이 절로 생각날 만큼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 시간이 아무리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지만, 현 시점에서만큼은 시간을 멈춰 세우는 심정으로 차분하게 뉴 밀레니엄 첫 1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0년을 위한 프레임을 새로 짤 때가 아닌가 한다. 성공과 실패,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그간 애써 쌓은 업적이나 영광도 하루 아침에 실패와 오욕으로 얼룩질 수 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은 최근 일본의 정치인들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방한하는 일이 잦아지고, 일본 언론이 앞다퉈 한국 경제의 약진을 보도하는 데서 쉽게 확인된다. 그들은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던 자국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소니·도요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힘을 못 쓰자, 한국 경제와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10년, 아니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새삼스러운 관심이 아니더라도 세계경제에서 우리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 기록한 수출액 7위, 무역액 9위는 그 자체로 놀라울뿐더러 글로벌 위기를 가장 빨리 탈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작년 11월에는 주요 7개국(G7) 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한마디로 국운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심할 처지가 아님은 물론이다. 1980년대 ‘팍스 자포니카’란 말이 나돌 때만 해도 요즘의 일본을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먼저 ‘무역액 1조 달러 시대’의 개막을 위한 치밀한 준비와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작년 말부터 많은 언론이 마치 시간만 가면 1조 달러가 거저 달성될 것처럼 다루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내수를 견인했던 주요국 재정이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불안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초저금리 상황은 달러화의 신흥국 유입과 물가불안을 부추겨 전 세계적인 긴축과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투기세력의 가세로 원유·비철금속·곡물 등 국제 원자재 시세가 꿈틀거리고 있으며, 환율은 무역업계가 적정하다고 보는 1달러당 1151원을 이미 밑돌고 있다. 따라서 무역업계는 더 이상 환율이나 원자재 같은 변수에 희망을 걸기보다 각고의 시장개척 노력을 펼쳐야 한다. 성장의 중심축이 중국·인도·브라질 등 거대 신흥국으로 옮겨감에 따라 차별화된 마케팅과 확실한 품질로 경쟁에 임해야 한다.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효과를 극대화해 수출상품 제값 받기에 힘쓰고, 이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정부 역시 지난 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민·관 협력체제를 전면적으로 가동해 무역업계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하고, 7월의 한-EU FTA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 EU-미국-아시아를 잇는 ‘FTA 벨트’를 본격 가동시켜야 한다. 한·중, 한·일, 나아가 한·중·일 FTA 검토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역 1조 달러가 올해 목표라면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경험 많은 전문인력의 적절한 활용과 재배치에 신경 써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빠른 진전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생산과 소비 중심이 고령세대로 이동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운용의 틀과 지원 방향 역시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모바일 혁명의 확산에 무역업계가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녹색·서비스 등 신성장 유망산업의 수출 동력화와 중소기업의 해외 경영 역량 역시 꾸준히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 ‘관심병사’ 선별체계·그린존 효과

    전의경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군대의 병력 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군은 징병·입영·복무단계 모두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관심병사’ 선별체계를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또 군은 부대의 모든 생활관을 욕설,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없는 ‘그린 존’으로 지정해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군은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 개인별 침대, PC방, 노래방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대 관리도 철저해졌다. 총기 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보고하면 소대장의 책임은 최소화된다. 또 지휘관들도 병사들과 함께 군 복무를 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상호 소통의 여지가 비교적 많다. 대원 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경찰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군부대가 이처럼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6월 28사단에서 발생한 김 일병 총기난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병영문화 전반에 걸쳐 점검을 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최근 불거진 전의경 가혹행위 사태를 계기로 “이번에는 경찰 차례”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승아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교수는 “전의경 요원 선발을 특화하고 교육과정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학교 성적 최하위자들을 재확인하고, 고참 대원들에게 대원관리를 위임하는 암묵적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도예작가 이헌정, 건축을 말하다

    도예작가 이헌정, 건축을 말하다

    그릇은 뜻이 넓다. 밥을 담아도 그릇이지만, 큰 물건을 담아 두는 가구도 그릇이다. 사람을 담으면 집이 된다. 그릇 작업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고심해 온 도예작가 이헌정(44)의 개인전 ‘건축의 모델’이 오는 3월 4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헌정은 성공적인 도예가에서 가구 제작으로, 다시 건축으로 차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작가. 지난해 건축학 박사과정도 마쳤다. 이번이 건축을 주제로 한 첫 전시다. “예전부터 순수예술의 추상적인 것보다 뭔가 실제 생활에 연결되는 작업을 해 보고 싶었어요. 그 때문에 가구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갖고 있어지요.”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간결하다. 주어진 공간, 그 공간의 중심점, 중심점을 두고 그 공간을 에워쌈, 소통을 위해 내는 입구처럼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공간 높이가 4m나 되지만 의자, 입구, 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전시물에서 잘 드러난다. 작품 제목도 없다. 언뜻 초기 기독교 시대, 건물 지하의 비밀 기도 공간(카타콤)을 떠올리게 한다. 이헌정은 “도심의 바쁜 생활 와중에 공간 그 자체를 느껴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면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작가의 그릇’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피트는 2009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아트페어에서 이헌정의 작품 ‘아트 벤치’를 구입해 화제를 낳았다. “도움은 됐어요. 가구와 건축을 해 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잘 안 났죠. 그때 미국 작가 웬들 캐슬이 우연히 경기 양평 작업장에 들렀다가 제가 만든 가구를 보고 한번 해 보라고 북돋워준 게 출발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게 될까, 그런 걱정이 있을 때였는데 브래드 피트가 (작품을) 구입해 주면서 많은 도움이 됐죠. 그런데 그렇게 유명해져 공허하게 붕 뜨기보다 이젠 작품 자체로 평가를 받아아죠.” (02)753-650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범호 KIA로 왔다…1년간 日생활 접고 올12억 계약

    이범호 KIA로 왔다…1년간 日생활 접고 올12억 계약

    이범호가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한다. 친정팀 한화가 아닌 KIA를 선택했다. 이범호의 일본 생활은 단 1년으로 끝났다. KIA는 27일 “이범호와 1년 동안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등 총 12억원에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이범호가 일본에서 신변을 정리한 뒤 귀국하는 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범호는 지난 2009년 말 일본 소프트뱅크와 계약기간 2+1년에 최대 5억엔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지난해 주전경쟁에서 밀리면서 1군 무대 48경기 출장에 그쳤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소프트뱅크가 이날 이범호를 자유계약선수(FA)로 풀었다. 국내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IA는 즉시 계약을 이끌어냈고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걸 쳐다만 보게 됐다. ●숨막혔던 KIA 입단 과정 KIA는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한화와 입단 계약이 완전 결렬된 직후부터다. 영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이범호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고액 연봉자를 벤치에 두고 싶어 하는 팀은 없다. 걸림돌은 이범호가 연봉 1억엔을 포기할 수 있느냐였다. KIA는 적극적으로 이범호를 설득했다. 2군에 머물면서 자존심 상하기보다 안정적인 국내 활동을 하자고 했다. 내야가 보강되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범호는 마음을 돌렸고 소프트뱅크도 이범호를 FA로 풀어줬다. KIA는 이범호 영입으로 타선 강화와 내야 안정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고질적인 3번 타자 부재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무릎이 안 좋은 김상현의 3루 수비 부담도 덜 수 있다. ●한화 보상은 어떻게 되나? 이범호의 신분은 2009년 일본 진출 전과 별 차이가 없다. FA신분으로 해외진출을 했고 돌아올 때도 FA신분이다. 따라서 KIA는 이범호와 공식 계약을 마치면 7일 안에 한화에 보상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애매한 점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일 FA 제도를 부분 손질했다. FA 보상규모를 ‘전년도 연봉 300%에 보호선수 18명 외 1명 또는 전년도 연봉 450%’에서 ‘전년도 연봉 200%에 보호선수 20명 외 1명 또는 전년도 연봉 300%’로 완화시켰다. 그러면 이범호는 어느 시점의 보상 제도를 따라야 할까. KBO는 “예전 제도대로 소급적용된다.”고 유권해석했다. 2009년 이범호 연봉은 3억 3000만원이었다. 자연히 한화는 9억 9000만원의 보상금과 선수 1명 또는 14억 8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女배구선수에 ‘생수병 투척’ 中훌리건 포착

    상대편 선수에게 생수병을 던지거나 감독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등 추접한 응원을 펼친 훌리건이 관중석에서 응징을 당했다. 이같은 해프닝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톈진과 라이벌 팀 광저우의 배구 경기 도중 벌어졌다. 광저우 팀을 응원하던 남성이 3세트에 접어들면서 톈진이 승기를 잡자 벌떡 일어나서 추접스러운 응원을 하기 시작한 것.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이 남성은 톈진의 감독에 가까이 다가가서 인격을 비하하는 욕설을 퍼붓고 계속 북을 두드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벤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생수병을 던지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행동에 톈진 팀 벤치에 앉아있던 붉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참다 못해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갔다. 한동안 강력하게 경고를 했지만 훌리건이 추태를 멈추지 않자 이 남성은 훌리건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단번에 제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훌리건이 입과 코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훌리건은 병원에 서 11바늘을 꿰매는 응급수술을 받았고 붉은색 재킷의 남성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재개된 경기는 톈진이 세트스코어 3-2로 광저우를 상대로 신승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랑 핑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라이벌전답게 어렵고 팽팽한 경기였다. 경기가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아시안컵] “미래를 봤다… 이젠 플랜B”

    [아시안컵] “미래를 봤다… 이젠 플랜B”

    26일 극적인 2-2 연장혈투에 이은 승부차기 0-3 패배로 끝난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주심은 불공정했다. 연장 전반 납득하기 어려운 페널티킥 판정이나, 한국과 달리 일본의 거친 파울에는 카드를 극도로 아꼈던 모습 등은 단순히 한 경기에 그치지 않고 아시안컵 대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낮췄다. ●편파판정 속 불굴의 투혼에 찬사 한국이 체력적 문제를 노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8강전까지 보여줬던 ‘원 사이드 게임’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 패스 실수, 상황 판단이 어긋날 때가 많았다. 수비전환도 늦었다. 다만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던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투혼만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구자철(제주)-이용래(수원)-홍정호(제주)로 이어진 승부차기 키커 선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경험이 적었다. 비록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사실 단기간에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원하는 ‘조광래호’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플랜B’다. 조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내놨던 베스트 11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조 감독이 그려 왔던 모습 그대로의 ‘패싱게임’을 그라운드 위에서 표현해냈다. 그런데 주전만 한 벤치멤버가 없었다. 기량이 모자란다는 말이 아니다. 조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교체로 들어간 뒤 선발 요원들과 패싱게임에 문제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경기 흐름에 모멘텀을 줬던 벤치멤버는 손흥민(함부르크)과 윤빛가람(경남)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이용래 등의 선발 요원들은 이란과의 8강전까지 쉴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결국 체력 고갈의 문제로 이어졌다. 그래서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 3, 4일 짧게는 2일 간격으로 조별리그-토너먼트 경기가 이어지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플랜B, 즉 ‘또 다른’ 베스트 11이 필요한 것이다. 3년 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만 만족하고 싶지 않다면, 또 이번 대회에서처럼 패스와 전진, 압박이 어우러진 패싱게임의 최대 난적인 ‘체력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베스트 11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세대교체는 계속 이어나가야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대목은 아직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는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잠시 미뤄뒀던 세대교체 작업을 다시 이어 나가면서 완벽한 플랜A는 물론 이에 버금가는 플랜B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방법은 경쟁밖에 없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태극마크를 노리는 선수라면 누구든 자기 발전을 멈추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구자철, 지동원(전남)의 등장으로 ‘부동의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이 큰일 난 것처럼 말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시민모금’ 한강예술섬 가능할까

    ‘시민모금’ 한강예술섬 가능할까

    한강 예술섬(조감도) 사업은 무상급식과 더불어 서울시-시의회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뜨거운 감자’다. 시의회가 지난해 ‘부자들만 이용할 게 뻔하다.’며 올 예산 406억원을 전액 삭감하자 오세훈 시장이 ‘시민모금’ 방안을 내놨던 까닭이다. 시의회는 이에 다시 반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시민모금 국내외 사례는 이제 논의의 핵심은 ‘시민모금’의 현실성이다. 일단 시는 모금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박근수 문화정책과장은 26일 “현재 개인기부와 기업펀딩을 놓고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물론 시민모금을 통해 건립된 국내외 사례는 많다.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용홀인 ‘에이버리 피셔홀’을 비롯해 필라델피아의 음악전용센터인 ‘킴멜 센터’, 뉴욕 ‘프레드릭 로즈홀’은 모두 개인 기부로 건축됐다.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는 지역의 세계적 기업들이 힘을 합해 국가에 헌납한 사례다. 한강 예술섬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드물지만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세워진 경우도 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전용홀인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은 전후 공연장 건립을 위해 복권과 우표 등을 발행해 비용을 충당했다. 한국에서도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일모직이,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은 국민은행이 공연장 건립을 지원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체임버홀은 IBK 기업은행의 후원을 받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처럼 일반 시민들에게 소액을 걷는 방식은 쉽지 않다. 이 콘서트홀은 전후 소실된 음악홀을 복구해 랜드마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컸기에 가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클래식·오페라에 대한 시민의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일반 시민의 소액 참여는 어렵다.”면서 “특히 예술의전당 등 일부 공연장이 이미 객석기부제와 같은 소액 기부를 실시, 기부 참여층을 꽤 흡수한 상태라 한강 예술섬 건립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기업펀딩 방식도 험난 기업펀딩 방식도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을 빼더라도 4000억원 정도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내하면서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령 한강 예술섬이 건립됐더라도 운영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호주의 랜드마크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현재 운영·보수를 위해 8억 달러(약 9000억원)나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예산 지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중이라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박 과장은 “워낙 비용이 커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짐을 지우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펀딩 중심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일단 여론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씨줄날줄] CEO 정년/주병철 논설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1926~)은 78세에 그린스펀 어소시에이츠(Greenspan Associates LLC)라는 컨설팅회사를 차렸고, 강연과 연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을 출간해 성공을 거두고 수많은 일류기업에 자문도 해주었다(중략). 우리 가운데 몇명이나 그린스펀과 같은 활동을 할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는 그린스펀의 사례는 보편적이지 않다.”(고령화시대의 경제학, 조지 매그너스 지음) 급속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CEO의 정년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직종별로 사정은 다르다. 올해 66세인 앨런 멀랠리 포드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정년 퇴직이 없는 행복한 CEO로 유명하다. 빌 포드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 사실상 ‘평생 CEO’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을 역임한 월터 메시도 정년인 72세 때까지 CEO로 지내다 은퇴했다. 주식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81)은 영원한 CEO다. 능력만 있으면 나이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CEO의 경우 임기는 있지만 정년은 명문화돼 있지 않다. 오너체제일 경우 신뢰만 쌓으면 CEO는 장수할 수 있다. 다만 자영업자 등 특수 업종의 CEO급 정년은 가동연한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프로야구 투수나 가수는 40세, 소설가·의사·소규모 주식회사 대표이사·한의사·치과의사·승려는 65세, 법무사·변호사·목사는 70세다. 하지만 이 역시 평균수명이 갈수록 길어지고 고령에 재취업하는 사례도 많아 재산정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정년을 아예 없애려는 움직임이 부쩍 강해지고 있다. 영국은 나이 제한 없이 경제활동을 보장하도록 올들어 65세의 정년퇴직제를 완전 폐지했고,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를 시작으로 정년퇴직 제도를 없애려 하고 있다. 프랑스는 정년퇴직 나이를 60세에서 62세로 올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CEO 등 이사회 멤버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3년의 회장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해 3월부터 추진한다고 한다. 주요 선진국 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승유(68) 회장이 임기가 끝나는 3월 세번째 연임에 성공하면 임기 후 2년 지난 70세에 물러나게 된다. 김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인지, 금융지주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않는 법인데….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성남시, 지방지 중 발행부수 5000부 미만일 땐 행정광고 주지 않기로

    경기 성남시가 지역 언론사 난립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지방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행정광고 배정기준을 마련했다. 경남 양산시가 올해 ‘시정 취재 언론사 출입 및 운영기준’을 만들어 시행한 데 이어 성남시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지방지 광고배정 기준을 마련함에 따라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잇따를 전망이다. 시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ABC협회가 공개한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5000부 미만의 지방 언론사에 대해서는 행정광고를 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지방 언론사 행정광고 집행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ABC협회 전년도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잡지에 행정광고를 우선 배정하도록 한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제6조’(광고배정)에 따라 마련됐다. 시가 마련한 기준은 지방지를 ABC 발행부수에 따라 3만부 이상(1등급), 1만 5000부 이상~3만부 미만(2등급), 5000부 이상~1만 5000부 미만(3등급)으로 나눠 공고를 포함한 행정광고를 차등 배정한다. 이에 따라 성남시 출입 지방 언론사 가운데 발행부수가 5000부 미만인 지방지 13개사와 인터넷 언론 10여개사가 올해부터 행정광고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지역지도 ABC 가입사를 대상으로 발행부수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고, 인터넷신문은 홈페이지 방문자수와 자체생산기사, 평점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광고를 배정하기로 했다. 시는 행정광고 배정 자격여건도 강화해 창간 1년 미만 언론사, ABC미가입 언론사, 사실왜곡·허위·과장보도로 언론중재위 조정을 받은 언론사, 주재기자가 없거나 신문발행이 일정하지 않은 언론사는 광고배정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초 경기도 내에서 5000부 이상 발행하는 지역 언론사를 기준으로 했지만, 지역 여건을 참작해 전국 발행 부수로 범위를 넓혔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광고배정을 통해 건전한 지역언론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시에는 지방지 28개사, 지역지 5개사, 인터넷언론 24개사 등 57개 지방 언론사가 등록돼 있으며 시는 매년 2억 8000만~3억 2000만원의 행정광고를 이들 언론사에 회사당 평균 4차례씩 나눠 집행해왔다. 윤상돈기자 cbk91065@seoul.co.kr
  • [아시안컵]조광래호 조커 활용하라

    [아시안컵]조광래호 조커 활용하라

    ‘조광래호’ 사실 불안 불안했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바레인·호주전, 이란과의 8강전에서 끊임없이 공격했다. 하지만 골은 생각처럼 쉽게 터지지 않았다. ‘공격 축구’, ‘패싱 게임’을 내세웠기 때문에 강호들을 상대로 시원한 골 퍼레이드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팬들은 골을 못 넣는 상황에서 ‘역습 한방에 실점하면 어쩌나.’ 하는 익숙한 불안감에 애태우며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빠른 공수전환 덕 수비안정 하지만 한국은 이상하리만치 쉽게 점수를 내주지도 않았다. 세트피스나 파울에 의한 페널티킥이 아니면 완벽한 찬스를 상대에 제공하지도 않았다. 모든 선수가 공격에 전념하고 있는 듯했지만 제대로 된 역습 기회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대표팀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늘 지적받아 왔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불안을 이번 대회에서는 노출하지 않았던 걸까. 해답은 빠른 공수 전환에 있었다. 골키퍼와 최후방 수비수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필드플레이어가 모두 상대 진영에서 공격에 전념하고 있다가도, 공이 상대편에 넘어가는 순간 재빨리 자기 진영으로 넘어왔다. 물론 상대의 반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는 중원 2선을 책임지고 있던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가 발 빠르게 차단했다. 상대가 우여곡절 끝에 이 두 ‘스토퍼’를 뚫는다 해도 문제는 없었다. 재빨리 자기 진영으로 넘어온 한국 선수들이 이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전방부터의 강한 압박에 상대는 빨리 한국 진영으로 넘어올 수 없었다. 이는 모두 선수들의 막강한 체력 때문에 가능한 필승 전술이었다. 하지만 25일 열리는 결승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일본과의 4강전은 지금까지의 어떤 경기보다 힘든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강해서가 아니다. 이란전 120분 동안 연장 혈투를 치르면서 태극전사들의 체력은 바닥났고, 회복할 기간은 48시간도 안 되기 때문이다. ‘수비의 핵’으로 떠오른 이용래는 이란전에서 무려 15㎞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최후방에서 노련하게 수비를 지휘했던 중앙수비수 이정수(알 사드)마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일본도 주전 중앙수비수 요시다 마야(VVV-펜로)가 출전하지 못하지만, 일본이 하루를 더 쉬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손실이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의 경기 운영의 ‘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전이다. 선발 요원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벤치멤버들을 적절히 투입하는 교체 전술이 필요하다. ●체력비축한 벤치멤버 적절히 투입 먼저 득점을 올려 앞선 상황에서 이용래, 기성용이 체력적 부담을 노출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조용형(알 라이안)이나 대인방어가 좋은 홍정호(제주)의 투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동점이나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란전과 마찬가지로 윤빛가람(경남)을 ‘조커’로 투입할 수 있다. 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원 2선으로 내리고 손흥민(함부르크)이나 김보경(세레소오사카)을 전방에 내세우는 것도 수비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여러 묘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교체카드는 세장. 11명의 태극전사들 모두에게 ‘박지성급’의 투혼이 절실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아시안컵] 조광래호 황태자 ‘윤빛가람의 귀환’

    ‘황태자’는 화려하게 귀환했다. 23일 이란전의 영웅 윤빛가람(21·경남FC)은 원래 ‘조광래호’의 황태자였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다가 대학 시절 부상으로 ‘잊힌 천재’가 되어 가던 윤빛가람을 경남FC로 불러준 것도, 정성 어린 지도를 통해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와 신인왕으로 키워준 것도, “자기 선수만 챙긴다.”는 비판에도 대표팀에 불러준 것도 모두 조 감독이었다. 윤빛가람은 스승의 이런 지극 정성에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대표팀 감독 데뷔전 승리를 선물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그렇게 그는 황태자가 됐고, 이어진 이란, 일본과의 평가전에 연속 출전하며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황태자의 희망에 부푼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 감독은 지난해 12월 아시안컵 대비 서귀포 전지훈련부터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윤빛가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칭찬보다는 꾸중과 호통이 많아졌고,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리아와의 평가전에 이어 바레인과의 1차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화려했던 황태자의 자리는 구자철(22·제주)이 대신했다. 불만이 쌓일 만도 했지만 윤빛가람은 묵묵히 기다렸고, 조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다시 그를 중용했다. 공·수의 균형보다 공격을 강화해야 할 순간 ‘조커’로 윤빛가람을 투입한 것이다. 윤빛가람은 조 감독의 바람대로 결승골을 넣은 뒤 곧바로 벤치로 달려가 품에 안기며 어색해졌던 사제 관계를 한순간에 녹여 버렸다. 외신들도 ‘수퍼 서브’(Super Substitute)라는 별명까지 붙여주며 윤빛가람과 조 감독의 용병술을 동시에 칭찬했다. 윤빛가람은 “감독님이 그동안 많이 채찍질하셨다. 힘들기도 했지만 나를 분발하게 하려고 했던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 감정이 골 세리머니 때 포옹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도 “사실 윤빛가람을 기용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승골을 넣는 큰일을 해냈다.”고 화답했다. 윤빛가람이 공격에서 드러난 황태자였다면, 수비에서 숨겨진 황태자도 있었다. 기성용(22·셀틱)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을 펼친 이용래(25·수원)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조 감독이 이끌던 경남에서 윤빛가람과 함께 돌풍을 이끌었던 이용래는 이란전에서 ‘제2의 박지성’이었다. 이란전 선발로 출장해 연장 후반 종료 시까지 120분 동안 무려 14.24㎞를 뛰었다. 상대가 침투할 때는 선수를 막고, 패스가 들어올 때는 공간을 막아서며 중원 2선에서 한순간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또 이란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 진행이 답답할 때는 전방 측면까지 침투하며 크로스와 위협적인 돌파, 슈팅까지 선보였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이런 선수가 지금까지 어디 있었나.”라고 감탄할 정도의 활약이었다. 이용래는 결승골을 넣은 윤빛가람을 제치고 ‘맨 오브 매치’(Man Of Match)를 차지했다. ‘경남 유치원생’들의 눈부신 활약이 ‘왕의 귀환’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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