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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생 개선·쓰레기봉투 사용량 40% 절감 효과

    위생 개선·쓰레기봉투 사용량 40% 절감 효과

    국제적 관광특구로 발돋움하기 위해 송파구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100일간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던 화장실 휴지통 문화를 없애 위생 상태를 개선한 것은 물론 쓰레기 봉투 사용량도 40%나 줄면서 연간 구입 비용 1000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도 봤다. 구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 100일을 맞아 민간인에게 자문해 자체 중간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구는 잠실관광특구 지정에 따라 화장실 문화의 세계 기준을 따른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했다. 지역 내 공중화장실 3곳과 구청사 화장실을 시작으로 변기 칸 휴지통을 없애고 여성 화장실에는 생리대 통을, 세면대에는 일반 휴지통을 비치했다. 현재 송파구 내 휴지통 없는 화장실은 올림픽공원, 올림픽파크텔, 한성백제박물관, 레이크호텔 등 총 51개 시설, 201곳이다. 구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관리를 위해 매일 50여명 인력을 현장에 보내 모니터링하고 변기 막힘 등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했다. 그 결과 시행 초기 여성용품, 휴지 과다 사용 등으로 변기 막힘 현상이 기존 4배까지 늘기도 했지만 이제 1.5배 수준으로 줄었다. 또 전문가에게 자문하여 시설 자체에 문제가 발견된 시설을 개선했다. 홍보 스티커 1만 3000장을 배포하는 등 홍보 활동도 꾸준히 했다. 최창선 맑은환경과장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벤치마킹해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 이를 437개 시설, 2000여개 화장실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분데스리가] 지동원이 구했다 구자철이 지켰다

    [분데스리가] 지동원이 구했다 구자철이 지켰다

    구자철(24)과 지동원(22·이상 아우크스부르크)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24일 새벽 아우크스부르크의 SGL아레나에서 끝난 호펜하임과의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3라운드는 팀의 사활이 걸린 한판이었다. 경기 전 17위였던 아우크스부르크는 16위를 달리던 호펜하임을 반드시 잡아야 강등권 탈출의 희망을 이어 갈 수 있었다. 18개 클럽이 뛰는 분데스리가에선 17, 18위로 시즌을 끝내면 그대로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다. 하지만 리그 16위는 2부 리그를 3위로 마친 클럽과 잔류를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지동원은 전반 44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구자철은 1-0으로 앞선 후반 34분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 사샤 묄더스의 추가골을 도와 팀의 2-1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승점 18을 기록하며 목표로 삼았던 분데스리가 16위로 올라섰다. 코리안 듀오가 ‘강등권 탈출의 열쇠가 될 것’이란 현지 언론의 전망이 적중한 한판이었다. 구자철은 지난 시즌 볼프스부르크에서 임대선수로 건너와 올 시즌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잔류를 위한 팀의 분투를 이끌고 있다. 지동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 연일 벤치를 덥히다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지난달 옮겨 온 뒤 6경기 만에 귀중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남은 경기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일간지 ‘빌트’는 지동원이 “값진 골을 터뜨렸다”고 평가하며 묄더스와 함께 두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2를 매겼다. 한편 손흥민(21)이 풀타임 활약한 함부르크는 하노버에 1-5로 완패했다. 박지성(32)과 윤석영(23)이 나란히 결장한 퀸스파크레인저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를 0-2로 완패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전 상대팀 벤치를 지나쳤다가 되돌아와 박지성과 손을 맞잡아 사제의 정이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박지성에게 출전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 해리 레드냅 감독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프로농구] ‘두번째 10연승’ SK, 4강 PO 직행

    [프로농구] ‘두번째 10연승’ SK, 4강 PO 직행

    SK의 질주는 디펜딩 챔피언을 만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SK는 22일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애런 헤인즈(28득점)와 최부경(18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83-77로 이겼다. 37승(7패)째를 올린 SK는 아직 5라운드가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는 4로 줄였다. SK는 또 올 시즌 두 번째로 10연승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16년 프로농구에서 한 시즌에 두 차례 이상 10연승 이상을 올린 것은 SK가 처음이다. SK는 올 시즌 인삼공사를 상대로 2승2패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제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몰아붙였다. 1쿼터에서 각각 6점씩 올린 헤인즈와 김선형, 김민수의 활약에 힘입어 29-20으로 앞섰다. 2쿼터 들어서는 최부경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점수 차를 더 벌렸다. 전반에만 16점이나 앞서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SK는 후반 들어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가 상대 신인 김윤태의 활약에 밀려 5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인삼공사의 턴오버가 계속된 사이 다시 점수 차를 벌리며 승리를 따냈다. 인삼공사는 김윤태(17득점)가 3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는 깜짝 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4연패 수렁에 빠진 인삼공사는 3위 전자랜드와 3경기 차로 멀어졌다. 원주에서는 동부가 줄리안 센슬리(39득점)의 활약에 힘입어 LG를 88-73으로 눌렀다. 18승(27패)째를 거둔 동부는 LG를 끌어내리고 단독 8위로 올라섰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미야기 72시간 ②본격 보딩+스킹

    미야기 72시간 ②본격 보딩+스킹

    2nd Day 본격 보딩+스킹 09:00 스미카와 스노파크 완전 정복 리프트 대기시간은 1분 이하였다. 그러니 오전에는 수준에 맞는 모든 코스를 섭렵하자. 리프트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9시부터 12시까지, 딱 세 시간만 투자해도 스미카와 구석구석을 웬만큼 돌아볼 수 있다. 스노파크 구성이 단순해서 코스 지도만 보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중상급자 코스보다는 초급자 코스가 훨씬 길고 다양해 안심된다. 관광 보딩, 관광 스키로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면, 열혈 스노 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아토미B코스あとみBコース에 도전한다. 정설을 하지 않는 구간으로 극상의 파우더스노가 소복하게 쌓인 (슬로프 아닌) 슬로프다. 리프트를 세 번 타고 올라간 후 아웃도어브랜드 마운틴하드웨어Mountain Hardware의 플래그가 붙은 곳으로 진입한다. 스미카와 스노파크에서 최고난도로 분류한 곳인 만큼 혼자서 타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하니 동행과 함께 즐기는 게 좋겠다. 12:00 아늑한 레스트하우스에서 점심 스미카와 스노파크 주변은 아쉽게도 부대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대다수 관광객들은 스노파크 내 레스트하우스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아담한 목조건물은 고원에 있을 법한 산장 분위기를 제대로 풍긴다. 식권 자동발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20여 개가 넘는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레스트하우스 구석구석 흥미로운 공간이 많다. 조그마한 스키보드 용품숍에서는 스미카와 한정 아이템을 갖춰 놓았다. 스노보드 데크를 벤치로 변형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래층 휴게 공간은 꼭 들어가 보자. 반층 가량 돋워 만든 별도의 플로어가 있는데, 채광이 특히 좋아 점심시간에는 여섯 개 남짓한 테이블이 거의 찬다. 볕 좋은 곳에서 쉬고 싶은 이들은 서두를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3:00 캣 투어를 소개합니다 오후에는 스미카와 스노파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체험, 캣 투어에 나선다. 설상차를 타고 40여 분을 달리면 리프트가 다니지 않는 산꼭대기까지 닿을 수 있다. 스노파크 아랫쪽과는 차원이 다른 광경이 시야에 나타난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 소나무인지 눈덩이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새하얀 풍경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무릎 위까지 보드러운 눈의 감촉이 느껴지는 설국이다. 캣 투어에서 으뜸 볼거리는 자오국정공원의 명물, 수빙樹氷이다. 스미카와 고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소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인기 있는 아오모리토도마쓰 품종이다. 이 나무에 눈이 쌓이고 쌓여서 점차 초록이 감춰진다. 눈으로 뒤덮힌 나무는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마치 살아 움직일 듯한 새하얀 몬스터처럼 보인다 해서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고도 부른다. 12월부터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해 1월, 2월을 거치면서 점점 몸집을 불려 간다. 2월 초부터 최고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고. 스키나 보드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이 거대하고 신기한 눈덩이를 보기 위해 자오를 찾는다. 설상차를 타고 올라가 수빙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 스미카와뿐이다. 설상차에 보드, 스키 장비를 싣고 올라가 꼭대기에서부터 제대로 된 파우더스노를 가르며 스노파크로 내려올 수 있다. move to 도갓타 온천 마을 스미카와 스노파크→(차로 30분)→도갓타 온천 마을 17:00 사뿐사뿐 도갓타 온천 마을 산책 스미카와 스노파크는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캣 투어를 마친 후 장비를 챙겨 아기자기한 온천 마을로 산책 겸 저녁 식사를 하러 가 보자. 나이트 스키 장소로 점찍어 둔 에보시 스노리조트 지척의 온천마을 도갓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낼 요량이다. 도갓타 온천 마을은 일본 특유의 말끔한 관광지 느낌을 풍긴다. 각종 기념품 가게, 예쁘게 단장한 레스토랑, 편의점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그런 소담한 마을이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간 스키, 보딩 후 온천욕을 할 만한 곳을 점찍어 둔다. 팔, 다리, 허리가 아프도록, 쓰러지기 직전까지 온종일 눈밭에서 구른다. 열심히 논 사람일수록 더 달콤한 온천욕을 기대할 수 있으니, 더 신나게 보드를 탄다. 그러고 나서 뜨끈한 온천에 스르륵 몸이 잠기면, “이래서 내가 일본까지 장비 짊어지고 보드 타러 왔지!” 만족스런 미소가 번진다. 그 시간을 기대하며, 나이트 스키 장소로 출발! move to 에보시 스노리조트 도갓타 온천 마을→(차로 10분)→에보시 스노리조트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9:00 에보시 스노리조트에서 야간까지 야무지게 즐긴다 야간에도 문을 여는 에보시 스노리조트에서 이튿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야간에는 총 12개 코스 중 다섯 개만 운영한다. 주간에도 붐비지 않는 곳이니 야간에는 그야말로 전세 낸 슬로프에서 황제 보딩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적설량이 일정 수준에 달해야 야간에 문을 여니(보통 1월 초순부터) 출발 전 미리 알아보자. 야간은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센다이 명물 어묵 이렇게 예쁘게 싸놓으니 품격 있는 선물로 손색이 없다. 바닷가 지방이라 어묵 맛은 보장한다. 새우 맛 어묵, 어묵 구이 등 센다이 특산 어묵을 맛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자. 우아하게 포장해서 보냉 팩에 넣어 주니 안심이다. ▶사케가 열풍이라는데 센다이의 대표적인 준마이긴조純米酒, 우라가스미 젠浦霞 禅은 초인기 상품으로 면세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 있다. 드라이한 화이트와인을 연상시키는 청명함이 일품.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은평 3기 구정 연구모임 개최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 발전에 기여해 온 은평구 참여구정 연구 모임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8일 은평구에 따르면 최근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창의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3기 참여구정 연구 모임 발대식을 개최했다. 구 직원들이 참여하는 참여구정 연구 모임은 구정 각 분야 시책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주민 편의 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한 모임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연구 모임은 그동안 우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창의 우수 사례를 직접 체험, 연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올해는 조직을 정비해 분야별로 7개 동아리에 총 71명으로 새롭게 구성됐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현장 행정] 강동 우수 마을공동체 고덕 상록아파트

    [현장 행정] 강동 우수 마을공동체 고덕 상록아파트

    집 앞에는 텃밭이 있고 아이들은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며 토끼에게 풀을 먹인다. 어느 시골 마을 얘기가 아니다.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상록아파트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여기에는 다른 아파트에는 없는 독특한 공간인 미니 동물원과 식물원이 마련돼 있어 주민들의 휴식처, 응접실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생태 놀이터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모두가 주민들이 뜻과 힘을 모은 마을공동체 활동의 결과물이다. 14일 찾은 상록아파트에서는 30년가량 된 건물의 노후함보다는 단지 곳곳에 자리 잡은 마을 가꾸기를 위한 주민들의 손길이 눈이 띄었다. 놀이터에는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한 공중전화 문고가 서 있고 산책로 가운데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박아 넣은 타일 벤치가 놓여 있다. 나무로 만들어 세면대까지 설치한 쓰레기장 등 이곳 시설 대부분은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재능 기부를 통해 만든 것들이다. 이곳 공동체 활동의 중심은 ‘꽃을 사랑하는 모임’(꽃사모)이다. 지난해 잡풀 제거 작업에서 시작된 꽃사모는 현재 꽃을 심고 관리하는 일을 비롯해 단지 내 전반적인 생활 녹화 사업을 맡고 있다. 꽃사모의 활동은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에게 자연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한해 300만원가량의 원예 관리비 절감 효과도 내고 있다. 아파트는 꽃사모 활동에 힘입어 지난해 서울시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원 김혜선(37)씨는 “이제는 아이들도 꽃을 보며 ‘저건 우리 엄마가 심은 꽃이야’라고 자랑하고 꽃을 꺾지도 않는다”며 “꽃사모 활동으로 아이들도 공동체 의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 공동체 활동에는 관리소 직원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관리소에 소속된 6명의 경비 인력은 전원 목공, 원예 등의 기능을 보유해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원예업에 종사했다는 이규완 경비반장은 실내 식물원 역할을 하는 비닐하우스를 직접 만들고 꽃사모와 함께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관리소 사무실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여기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사슴벌레 등을 키우고 독서 공간도 있다. 또 자동차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텐트까지 준비해 입주민에게 대여해 주고 있다. 박애련 커뮤니티플래너는 “상록아파트는 입주민과 관리소 직원들의 협력으로 다른 곳에 비해 공동체 활동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구에서도 마을공동체 활동 견학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관영 관리소장은 “녹화 사업 외에도 영어 회화, 만들기 교실 등을 주민 재능 기부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도 주민들의 힘을 모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새정부 ‘대입전형 간소화’ 실효성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교육 공약인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의 시행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간소화 정책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확대한다는 현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와 상충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약의 벤치마킹 모델인 영국식 대입전형은 ‘입학을 쉽게 하고 졸업을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적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체안을 마련 중인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등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원서 접수 시스템은 하나의 원서로 여러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전형료 부담 등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은 대학 내에서도 학과별로 요구하는 서류나 자기소개서 등이 다른 현행 입시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에서 사용하는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은 대학 입학의 문이 넓고 졸업이 어려운 유럽 대학에서는 가능하지만 학생 선발 기준이 엄격하고 복잡한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수험생의 전형료 부담을 줄이고 사기업에서 대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시스템 도입 방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거세다. 현재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은 비영리 법인 형태로 수험생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지원 대학의 원서와 전형 서류를 내면 법인에서 각 대학에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교과부가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무산된 사례가 있어 실제 대입전형에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과부는 2005년 150억원을 들여 EBS를 통해 대입 원서 접수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안정성 문제 등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난 10여년간 수험생들의 대입 원서 접수를 대행해 온 중소 교육업체들을 고사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조정실장은 “중소 원서 접수 대행 업체들은 지난 10여년간 원서 접수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해 왔는데 갑자기 보안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새해벽두 ‘혈세 해외여행’ 드러나

    새해벽두 ‘혈세 해외여행’ 드러나

    의장 감투싸움을 하느라 지난해 120일을 놀고먹은 경기 의정부시의회 의원 13명이 새해 벽두부터 혈세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무원 12명도 수행을 빌미로 함께 다녀왔다. 6일 의정부시의회에 따르면 빈미선 의장과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3개국을 다녀왔다. ‘의정부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은 단순시찰·견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여행을 자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문지도 여행 목적에 필요한 국가 기관으로 제한하고 필요 이상 방문 국가와 기관을 추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인 관광산업지역을 시찰하고 관광지 관리실태를 비교 분석한다며 백색사원 왓 롱쿤 등 유명관광지를 다수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인원도 목적에 맞게 필수 인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도 수행을 빌미로 시의회 직원 5명과 시 직원 1명 등 공무원 6명을 동행시켰다.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안정자 위원장을 비롯한 6명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4박 6일 동안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쿠알라룸푸르 경전철 운행 현황 및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해 의정부 경전철과 비교 분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전체 일정 중 세인트폴 교회와 산티아고 요새 등 유명 관광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는 출국 보름여 전인 지난달 10일 시의원 3명, 대학교수 2명, 회계사와 변호사 각 1명이 참석하는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쳤지만, 이미 여행 준비를 마친 뒤였다. 외부 심사위원 4명은 시의원들이 추천하고 의장이 임명하는 방식이어서 애초부터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이에 대해 빈 의장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상반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녀왔는데 (타 의회보다) 먼저 다녀오니까 매도 먼저 맞네”라면서 “선진지 견학이 아닌 관광 위주 일정이 된 것은 국외여비가 1인당 180만원으로 너무 적어 벤치마킹 일정을 잡을 수가 없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빈 의장은 “돈을 모아 2년에 한 번 가려고 했지만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가도록 했고, 의원들이 자부담해서라도 선진지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시의회도 오는 4~5월 유럽을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최근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시의회 건물 앞에서 ‘부정부패 행정사무조사 특위’ 수용을 이석우 시장에게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감독 빠진 KDB, 씁쓸한 승리

    이옥자 감독이 벤치에 앉은 대신 이문규 코치가 경기를 지휘한 KDB생명의 ‘극약처방’은 통했으나 씁쓸했다. 지난 1일 국민은행과의 경기에서 75-82로 역전패해 최하위가 된 KDB생명은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 이 코치가 지휘한 KDB생명이 3일 구리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73-63으로 승리하며 2위 신한은행을 4연패의 늪에 빠뜨렸다. KDB생명은 이로써 10승 19패가 됐지만 여전히 꼴찌다. 4위 국민은행과는 3경기차. 남은 6경기 모두 이기고 기다려야 할 판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1위 우리은행과의 격차가 3.5경기까지 벌어져 7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편 삼성생명은 안방에서 앰버 해리스(38득점)의 원맨쇼로 국민은행을 67-62로 누르고 3연승을 질주했다.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1930년대, 그러니까 대공황의 잿더미 속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신화가 이륙하던 그 시간, 그 시간은 하나의 기념비다. 비슷한 내용인데 강조점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부르는 말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누군가는 자유민주주의의 갱신, 누군가는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체제, 누군가는 대압착의 시대, 누군가는 실질적인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누군가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유행을 타고 자본주의 2.0이라 부르는 시대. 국가의 원체험기이기도 하다. 대공황이란 공포에서 길어올려진.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파란 약 먹고 꿈꾸는 것이다. 야리야리한 여자아이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라 신나게 흔들며 노래 부르는 뮤지컬이다. 고전으로 꼽히며 지금도 한국 무대에 종종 선뵈는 ‘애니’, ‘42번가’, ‘시카고’ 같은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빨간 약 먹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농업안전국(FSA)의 국장이던 경제학자 렉스퍼드 터그웰은 1935년 그의 오랜 조수인 로이 스트라이커에게 역사 관련 분과를 일임했다.” 중요한 것은 1935년이란 시점. 숨 죽이고 있던 기득권층이 마침내 뉴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을 때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터그웰의 제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트라이커가 선택한 것은 사진이었다. 왜? “삶의 현실을 포착하는 사진이야말로 경제학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 꼴이 어떤지 두 눈 뜨고 똑똑히 보라는 얘기다. ‘지속의 순간들’(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사흘 펴냄)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확립된 다큐사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다이앤 아버스, 유진 아제, 리처드 애버던, 워커 에번스, 도로시아 랭, 유진 스미스 등 현대다큐 사진을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진을 두고 ‘지속’과 ‘순간’을 얘기하는 것은 지겨운 감이 있다. 지속되면 순간이 아니요, 순간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 둘의 충돌지점이 사진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작가의 의도, 시대 배경 등을 모두 뛰어넘어 개별 작품들을 징검다리 삼아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작가나 시대에 따른 연대기적 ‘순간’을 해체한 뒤 저자의 관점에 따라 재배치해서 이를 ‘지속’으로 재해석한다. “이 책을 써내려 가면서 나는 점차 실제로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할 정도다. 연대기가 차이, 구분, 범주화라면 저자는 이를 한데 섞어 콜라주를 만든다. 콜라주를 빛내는 것은 저자의 독창적 글쓰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책은 폴 스트랜드의 1916년작 ‘맹인’(Blind woman)에서 시작한다. 뉴욕 시내의 맹인이란, 구걸하는 누추한 이들이다.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포장하거나 위장할 수 없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존재다. 맹인들은 주로 아코디언을 들고 있다. 그래서 루스벨트의 죽음에 흑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담은 에드 클라크의 1945년작 ‘귀향’(Going home)을 들고 나온다. 얼굴을 위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적 맹인, 그러니까 정신병자 등 특이한 사람들을 열심히 찍은 다이앤 아버스 얘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1932년 어둠에 잠긴 파리 뒷골목을 렌즈에 담은 사진집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브라사이 얘기로 넘어간다. “밝은 한낮의 빛 아래서 당신이 주목하는 것들-색, 머리카락, 옷-은 모두 손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어 집중해서 보아야만 하는 것들-어깨의 경사각, 옷이 닳은 방식, 걸음걸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당신의 손금만큼이나 개인적이고 불변적이다.” 그래서 손,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집중적으로 찍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불러낸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의 등, 누추하게 낡아버렸거나 절망적인 손에 쥐어져 구겨진 모자, 복잡하게 구겨진 시트가 씌워진 빈 침대, 텅 비거나 부서진 벤치, 창으로 내다보는 도시 이미지, 길과 이발소의 모습, 땅바닥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이미지로서의 계단, 불안감에 서성이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으로서 보안관의 흔들의자 등 끊임없이 소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결론? 막바지에는 9·11테러로 충격에 빠진 뉴욕 사람을 찍어둔 사진을 배치해 뒀다. 도입부 맹인 사진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전망을 잃어버린, 그래서 민낯을 드러내버린 미국인이다. 별다른 장, 절 구분이나 소제목조차 없이 27쪽 맹인 사진에서 468쪽 뉴요커 사진까지 한번에 통으로 쭉 이어지는 본문은,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속의 순간들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9·11테러에서 멈췄다지만, 그러고 보니 집권 2기 오바마 정부가 다시 불러낸 인물은 루스벨트다. ‘중산층의 아버지’로서 말이다. 흑백 다큐 사진에나 남아 있는 옛 추억이라 밀쳐 뒀던 과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온전히 미국적 맥락의 작업들임에도 이 사진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 역시 70% 중산층 복원을 내세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번역자는 짐작하는 그 소설가가 맞다. 출판사에서 먼저 접촉했는데 저자의 매력에 빠져 다른 책들 번역까지 맡았다. 재즈를 다룬 ‘그러나 아름다운’(But Beautiful: A Book About Jazz)을 오는 4월쯤에, 그 뒤 소설 등도 번역해낼 예정이다. 이 책은 보도사진의 아성으로 꼽히는 뉴욕국제사진센터에서 상을 받은 책이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4·끝) 한국의 연구중심대학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4·끝) 한국의 연구중심대학

    지난해 5월 말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설립 50년 이내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포스텍이 1위에 올랐다. 더 타임스의 ‘더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HE)이 내놓는 이 평가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지표다. 포스텍은 스위스 로잔공대,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요크대 등 해외 명문 대학들을 각종 평가항목에서 압도했다. 한국 영재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5위를 했다. 1970~80년대 개발도상국 한국의 미래를 담보로 설립된 ‘한국형 연구중심 대학’들이 일궈 낸 쾌거다. 포스텍과 KAIST가 현재 세계 과학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과 지표를 보면 이 순위는 결코 놀라운 게 아니다. 포스텍은 이 평가에서 논문당 피인용 수를 평가하는 ‘인용도’ 부문에서 92.3점(100점 만점), 산업체로부터의 수입을 평가하는 ‘산업체 수입’ 부문에서 100점을 받았다. 논문은 대학 연구진이 수행하는 ‘학문의 질’을, 산업체 수입은 이 연구의 ‘현실성’을 보여 주는 핵심 지표다. KAIST는 대부분 항목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인용도가 47.1점으로 다소 낮았다. 다른 평가에서도 두 대학의 위치는 두드러진다. 전 세계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매년 발표되는 영국의 QS대학평가에서 지난해 KAIST는 63위, 포스텍은 97위를 차지했다. 서울대(42위)에 이어 국내 대학 중 각각 2, 3위다. 또 두 대학은 글로벌 학술정보기관 톰슨로이터가 지난해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100대 기관’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학은 전 세계에서 두 곳뿐이었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2011년 전 세계 대학이 출원한 해외특허를 분석한 결과 KAIST는 1만 732건 중 103건을 기록, 세계 대학 중 다섯 번째로 많았다. 반세기도 되지 않은 기간에 두 대학이 이뤄 낸 괄목할 만한 성과의 비결은 ‘뚜렷한 목표’에서 찾을 수 있다. 포스텍과 KAIST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이공계 위주의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공통점이 두드러지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확실히 구분된다. KAIST의 롤모델은 종합대학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다.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2000년대 들어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 전 총장과 MIT 기계공학과장을 지낸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더욱 강화됐다. 서 총장은 “KAIST는 규모가 더 커져야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지난 6년간 300명 가까운 교수를 새로 영입했다. 이런 시도는 전임 교수들이 더 적은 숫자의 학생들을 맡으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으로 이어졌다. 외형적 성장은 실제 성과로 연결됐다. 2006년 1182억원이던 연구 계약액이 2011년 2558억원으로 두 배 이상이 됐고, 같은 기간 자산도 5700억원에서 1조 13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포스텍의 지향점은 ‘소수정예’를 추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다. 포스텍은 1986년 개교 이래 입학 정원을 300명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칼텍 전체 학부생이 1000여명에 불과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KAIST 학부생이 6000명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포스텍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연구의 질과 성과에서 KAIST를 압도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KAIST의 2011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은 전체 564.5편, 포스텍은 345.2편이지만 전임교원 1인당 논문 편수는 포스텍(1.3편)이 KAIST(1.0편)를 다소 앞선다. 전반적으로 수학·물리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포스텍이, 공학 분야에서는 KAIST가 낫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두 대학은 공통적으로 ‘연구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국내 다른 대학들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KAIST는 정부, 포스텍은 재단인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이 없다. 전임교원당 학생수가 적어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전면 영어 수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어 수업은 세계 과학 동향을 빠르게 습득하고, 외국인 교수의 영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포스텍과 KAIST가 이끌어 낸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대학원 이후에나 가능했던 연구중심 기능을 학부 단위로 앞당겼다는 점이다. 미래를 선도하는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는 대부분 20~30대 젊은 연구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학부 시절부터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갖춰지면 더 탁월한 과학자가 되기 쉽다. 지역 중심으로 생겨난 후발 연구중심 대학들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는 과학영재학교와 협약을 맺어 과학기술 분야의 영재교육 지원에 힘쓰는 한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선정한 연구단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DGIST는 최근 내년 학부과정 개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부과정 성공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융복합 시대에 알맞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통적인 전공 구분을 하지 않고 기초과학과 공학을 중심으로 집중 교육할 계획이다. 우선 올 상반기 안에 학부생들을 위한 융복합 교재와 커리큘럼을 완성해 시험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IBS가 선정한 기초과학연구단과 DGIST-로렌스버클리연구협력센터, CPS글로벌센터 등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GIST는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IBS의 기초과학연구단 선정 당시 입자물리와 광분자 분야에서 2명의 교수가 연구단장으로 뽑히는 성과를 낸 것을 계기로 ‘초강력 레이저 과학연구단’ 운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국 칼텍과의 공동 연구도 예정돼 있어 앞으로 3년간 GIST와 칼텍 교수 각각 4명이 1대1로 신소재, 생명과학, 의료공학 등 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국내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로 출발한 UNIST는 차세대 에너지, 첨단 신소재, 바이오 소재 등의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임 교수를 200명에서 260명으로 늘리고 해외 석학, 중견급 교수, 우수 대학원생을 확보해 2015년부터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현장르포] 강소국 스위스의 원동력, 로잔 공대를 가다

    [현장르포] 강소국 스위스의 원동력, 로잔 공대를 가다

    차기정부는 경제정책 중점 목표를 강소형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키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두고 있다.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해온 한국경제에서 이런 목표는 지향점은 있지만 어떤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스위스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은 국가다.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관광자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지만, 스위스는 금융·경제·복지·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도화된 교육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력은 인구수 760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핵심 경쟁력이다. 스위스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29명. 인구대비 비율로는 세계 최고다. ●획기적인 대우와 값싼 학비스위스 교육·과학 시스템의 중심은 취리히 공대(ETHZ)와 로잔 공대(EPFL)로 구성된 연방공대다. 이들 대학은 각각 기초와 응용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쌓고 있다. 스위스 연방공대는 한국의 국립대나 연구중심대학과는 외형적인 규모부터 다르다. 로잔공대의 경우 2011년 기준 정부 지원액은 750억 스위스 프랑(약 8644억원)으로 국내 최다인 서울대(병원 포함) 예산 6000여억원을 크게 앞선다. 로잔공대의 구성원이 1만여명으로 서울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월등할 수 밖에 없다. 교수 초임 연봉은 약 16만 달러, 박사후 연구원은 월 8000달러를 받는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도 5000달러 이상이 지급된다. 반면 학부생과 석사과정 학생들의 학비는 연간 1000달러에 불과하고, 이마저 대부분 장학금으로 충당된다. 23일(현지시간) 찾은 로잔공대 캠퍼스 곳곳은 학구열로 뜨거웠다. 일본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가 설계한 로잔공대의 랜드마크이자 중앙도서관 ‘롤렉스 센터’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곡면으로 이어진 도서관 바닥에서 엎드리거나 누워서 책을 읽는 학생들도 많았다. 도서관은 활기가 넘쳤다.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창의적이지 않은 학생은 학교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높은 학교 수준에 비해 입학은 어렵지 않다. 논문이나 계획서 등을 통해 자신이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으면 누구나 환영이다. 하지만 졸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로잔공대 응용수학과 교수인 심임보 재스위스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은 “학년이 오를 때마다 20~30%의 학생들이 유급 또는 제적된다”면서 “결국 졸업생은 입학생의 10~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고 밝혔다.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산학 협력로잔공대는 기업을 중시하지만 결코 종속되지 않는다. 롤렉스센터는 롤렉스를 비롯해 네슬레, 크레디트스위스, 노바티스 등 스위스에 근거지를 둔 다국적 기업들의 순수한 지원으로 건설됐다. 이들이 지원의 댓가로 얻은 것은 롤렉스센터 곳곳에 설치된 롤렉스 벽시계와 센터 이름, 센터 내에 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광고 독점권’ 수준에 불과하다. 로잔공대 전체 예산 중 기업의 지원으로 충당되는 부분은 7%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 교수는 “대학은 기술을 개발하지만, 돈벌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에서 개발된 특허나 원천기술을 이용한 로열티 수익을 제외하면 기업과 사업을 하는 등의 사업모델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염료감응태양전지 원천기술은 이 대학 마이클 그라첼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 태양광 산업이 발전할수록 로잔공대는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른바 ‘지적재산권’이 가진 힘이다. 하지만 실용학문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업은 로잔공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로잔공대의 슬로건인 ‘아이디어가 사업과 만나는 곳’에 그대로 철학이 묻어난다. 이곳에서 개발된 기술은 대부분 사업화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로잔공대의 학내벤처로 시작해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이 된 로지텍이다. 로잔공대의 사업화 시스템에는 이노베이션스퀘어와 사이언스파크라는 양대 산학 센터가 있다. 노바티스, 시스코, 노키아, 로지텍, 네슬레, P&G 등 글로벌 기업들과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이들 센터에서 대학 연구진과 함께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특히 학생들은 학부생조차도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기업의 연구소에서 수업의 일부분을 소화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20대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다. 로잔공대를 비롯한 스위스 과학계와 대학들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두뇌유출에 대한 걱정 보다는 해외 우수인력 영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과학저널 네이처의 조사에 따르면 스위스 전체 연구인력 중 해외 인력 비중은 51% 수준이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같은 비율이 가능한 것은 우수 과학자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잔공대 역시 해외의 우수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아예 실험실 전체를 통째로 스카우트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로잔공대 구성원의 국적은 120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몰라도 영어만 할 줄 알면, 국적은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 로잔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공직 파워우먼] (23) 공정거래위원회

    [공직 파워우먼] (23)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 내 대표적인 남초(男超) 부처다. 과장 이상 보직을 맡고 있는 간부 중 여성은 한 명뿐이다. 그마저도 내부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확 꺾였다. “10년 뒤엔 과장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3년간 신입 사무관 22명 가운데 13명(59.1%)이 여성일 정도로 여풍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김은미 심판관리관(국장)이 있다. 판사 출신으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법조계에서 김 국장을 영입해 온 이후 판례로 삼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의결서가 많이 생겼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이는 승소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공정위 승소율은 2011년 86.6%에서 지난해 95.3%로 올라갔다. 공정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신속한 의결로 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일반 법원처럼 기업들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국장은 되도록 사무처의 조사착수 보고서 제출부터 심의까지의 기간을 2~3주로 하되, 1~2주 연장 요청은 가능한 한 받아주도록 원칙을 정했다. 피심인이나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다. 지난해 4월에는 ‘동의의결 제도 운영 규칙’을 마련,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해 빠르고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직원들이 의견서를 작성할 때는 “숙제하듯이 하지 마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도식적인 법 적용을 지양하라는 의미다. 과징금 제도도 개선했다. 애매한 감경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면서도 조사 협조 인센티브를 최대 30%까지 늘렸다. 이순미 서기관(과장급)은 이름 앞에 늘 ‘여성 최초’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공정위 역사상 첫 여성 사무관·서기관·과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3년 기한으로 파견됐다. 2011년 9월 약관심사과장 때 애플코리아의 약관을 고치게 한 일은 유명하다. 애플이 자체 약관을 고친 것은 해외 진출국 가운데 처음이었다. 새 제품에 결함이 있어도 이른바 ‘리퍼폰’으로만 바꿔 주는 정책을 우리나라 소비자 보상규정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같은 해 6월에는 연예기획사들이 청소년 연예인들에게 과도한 노출이나 선정적인 행위를 요구할 수 없도록 표준 계약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와 함께 10대 연예인들의 학습권 등 기본권도 보장하도록 했다. 민혜영 서기관은 위원회 전체 총괄 격인 경쟁정책과 총괄을 맡고 있다. 공약이행계획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서도 민 서기관의 손끝에서 나왔다. 2007년에는 제약회사 리베이트 사건을 담당했다. 제약사들과 약국·병원 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첫 제재였다. 정희은 서기관은 소비자정책국 총괄이다. 소관 법만 8개다. 위원회 전체 법(13개)의 61%에 이른다. 2006년 5월에는 ‘이달의 공정인’에 뽑히기도 했다. OECD 자료망도 구축했다. 1995년 이후의 OECD 주요 의제를 정리, 내부 정보망에 올림으로써 누구나 관련 자료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권혜정 소비자안전정보과 서기관은 한국형 컨슈머 리포트인 ‘비교공감’의 기획자다. 미국은 물론 호주·영국·프랑스·독일 등에 연락을 취해 일일이 정보를 수집하고, 각국 소비자 정보잡지를 분석해 벤치마킹했다. 배현정 행정관리담당관실 서기관은 2010년 국제카르텔 조사팀 소속일 때 16개국 21개 항공사 간의 화물운송 운임 담합 행위를 4년여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한국 농업 노하우, 에티오피아에 전할 것”

    “한국 농업 노하우, 에티오피아에 전할 것”

    이무하(65)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아프리카 농업 혁신의 전도사로 변신해 앞선 기술과 학문을 전달한다. 이 교수는 22일 “한국을 벤치마킹해 국가 발전을 꾀하려는 에티오피아 국립 아다마대학 농과대학장으로 2년간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임용은 아다마대 총장으로 재직 중인 이장규 전 서울대 공대 교수가 적임자를 물색하던 차에 이 교수가 지원을 해 이뤄졌다. 과학기술 특화대학을 표방하는 아다마대는 지난해 이장규 총장을 영입한 뒤 권호열 강원대 교수를 정보기술(IT) 대학장으로 초빙하는 등 한국인 교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아다마대 농대는 800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지만 석·박사 학위가 있는 교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오는 29일 출국하는 이 교수는 “현재 에티오피아는 1950~1960년대 한국 수준”이라면서 “이들은 식량 자급과 경제 발전을 함께 달성한 한국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가축 수가 가장 많은 축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산업 기반은 취약하다. “우리의 경험을 나눠 에티오피아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축산과 농업을 기반으로 여타 산업도 발전하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 1975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식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동물자원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과 한국동물자원과학회장, 한국식품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프로농구] 희정이형 살아있네

    노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프로농구 SK의 베테랑 가드 주희정(36)은 올 시즌 김선형에게 주전을 내주고 식스맨 신세가 됐다. 그런 그가 16일 오리온스전에서 모처럼 주전급 활약으로 펄펄 날았다. 25분41초를 뛰면서 7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경기까지 올 시즌 평균 15분15초 뛴 것보다 많이 늘었다. 김선형의 초반 실책이 눈에 띄자 문경은 감독이 그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결과는 대만족. 고비마다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특히 3쿼터 1분48초를 남긴 상황에서 뱅크슛에 이어 공을 가로채 애런 헤인즈의 득점으로 연결시킨 장면에선 그가 왜 ‘주키드’(미국프로농구(NBA) 스타 포인트가드 제이슨 키드와 플레이스타일이 닮아)란 별명으로 불렸는지 잘 보여줬다. 그는 경기 뒤 “베스트 멤버 다섯 명이 다 잘하니까 오히려 맘이 편하다. 벤치에 앉은 선수들도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고 겸연쩍어했다. 팀의 리빌딩으로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넉넉했다. 주희정은 “시즌 초반 자꾸 이기다 보니 다음 경기에 진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이제 6강이 아닌 우승을 바라보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최다승으로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난해 동부가 세운 역대 최다승(44승10패)을 깨고 싶다는 욕심이다. 최근 SK는 헤인즈를 이용한 전술이 상대에게 읽히면서 코트니 심스를 활용한 골밑 공격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주희정도 “심스가 오면서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 골밑에서 든든히 버티는 심스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14득점 13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한 후배 최부경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고교 선배로서 “동아고를 나와서 그런지 너무 잘한다”고 농담을 던진 그는 “정말 부경이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신인왕은 당연하고 트리플 더블(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중 세 부문에서 두 자리 수 이상)도 욕심냈으면 좋겠다. 패스 능력도 뛰어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 [프로농구] ‘315일만에 복귀’ 김승현 아직은…

    [프로농구] ‘315일만에 복귀’ 김승현 아직은…

    스타 가드 김승현(35·삼성)이 돌아왔다. 김승현은 13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동부와의 홈경기에 나와 7분을 뛰었다. 2쿼터 초반 11-13으로 끌려가는 상황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동광 감독은 26-24로 앞선 채 2쿼터를 마치자 그를 뺐다. 김승현은 득점 없이 어시스트, 가로채기, 반칙을 1개씩 기록하고 벤치로 들어갔다. 올 시즌 첫 출전이며 지난해 3월 4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 이후 315일 만이다. 수술대에 오르게 했던 목은 완전히 나았지만 발바닥 건염 때문에 복귀가 늦어졌다. 그는 초반에 실책을 연발했다. 고공 패스가 상대 선수들 손에 걸렸고 동료의 공을 놓쳐 하프라인 바이올레이션을 범했다. 슛 감각을 조율하지 않았는지 아예 슛은 시도도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7분이란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잘한 셈”이라며 “후반 고비에 더 뛰게 하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가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며 “다음 달 정도면 정상 컨디션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팀은 55-59로 졌고, 동부는 13승(19패)째를 챙기며 공동 7위 삼성과 LG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한편 KT는 인천에서 제스퍼 존슨의 33득점 13리바운드 활약을 앞세워 전자랜드를 65-62로 따돌렸다. 연승을 달린 KT는 15승(17패)째를 거두며 오리온스를 밀어내고 단독 5위가 됐다. 존슨은 3점슛 8개를 던져 6개(75%)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안양에서는 KGC인삼공사가 이정현(18득점)과 키브웨 트림(17득점)의 활약을 엮어 최하위 KCC를 78-57로 눌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영웅으로…‘톰 아저씨’의 변신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영웅으로…‘톰 아저씨’의 변신

    피츠버그 도심 한복판에서 5명의 시민이 ‘묻지마’ 저격당한다. 벤치에 앉아 있던 비즈니스맨, 아이를 안고 가던 유모, 히스패닉계 청소부, 백인 여성 사업가 등 피해자 사이에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현장의 지문·탄피 등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토대로 경찰은 이라크전에 저격수로 참전한 예비역 제임스 바를 체포한다. 하지만,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를 남긴다. 검찰은 바를 사형시키려고만 한다. 바의 변호를 위해 나선 헬렌으로선 역부족인 상황. 그때 리처가 제 발로 나타난다.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저격했던 바를 육군 수사관으로 조사했던 리처는 사건 뒤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눈치챈다. 영국작가 짐 그랜트(필명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1997년 1편 ‘킬링 플로어’ 이후 지난해 ‘원티드 맨’까지 17편이 출간된 베스트셀러다. 전 세계에서 4000만부가 팔려나간 비결은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 덕이다. 리처는 2년 전 육군 헌병대 수사관을 그만둔 뒤로 운전면허, 휴대전화, 이메일 등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유령처럼 살아간다. 연금을 타는 은행계좌만 존재한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에 집착할 뿐 악당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일 따위는 관심 없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능력만 놓고 보면 이단 헌트(‘미션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인공)나 제임스 본드(‘007’ 시리즈)를 떠올릴 법하지만, 사회·도덕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양식은 해리 캘러헌(‘더티 해리’ 시리즈)에 더 가깝다. 다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연기한 캘러헌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이다. 심지어 잘 생겼다. 작가 스티븐 킹이 리처를 일컬어 ‘현존하는 가장 멋지고 근사한 시리즈 캐릭터’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터. 2005년 원작자 리 차일드와 제작자 돈 그레인저의 만남으로 영화화는 급물살을 탔다.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각색·연출을 맡았다. 원작소설(시리즈의 9권 ‘원샷’)에 푹 빠진 크루즈는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했다. 크루즈는 매쿼리 감독과 ‘암호명 발키리’에서 호흡을 맞췄다. 17일 개봉하는 ‘잭 리처’의 얘기다. 지금껏 다섯 번의 내한에서 남다른 매너로 사랑받은 크루즈가 10일 ‘잭 리처’의 홍보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입국했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 이후 1년여 만이다. 크루즈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잭 리처는 다른 사람처럼 정상적으로 살아가진 못 하지만 고독한 캐릭터는 아니다. 신체적 능력뿐 아니라 지적 능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매쿼리 감독도 “리처는 서부영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다. 원작에는 ‘셰인’(1953)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또한, IT 기술이나 물질문명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시계도 차지 않는다. 요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전화 한 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잭 리처’는 여러모로 1970~80년대 영화들을 떠오르게 한다. 중화기를 동원한 화끈한 총격전이나, 컴퓨터그래픽과 와이어를 쓴 현란한 액션은 없다. 대부분 육탄전이다. 악당이 총을 놓치면, 자신도 총을 버리고 맨손으로 응징하는 식이다. 팔꿈치와 무릎을 활용하는 스페인의 케이시 무술을 활용했는데, 50대에 접어든 크루즈의 몸놀림은 기대 이상이다. 스턴트용 차량 대신 1970년대 미국의 머슬카로 찍은 카 체이스 장면도 눈길을 끈다. 크루즈는 “액션과 차량 추격 장면도 리처의 아날로그적인 캐릭터를 드러내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특수효과나 스턴트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몸을 썼다. 차를 8대나 부서뜨리면서 찍었다”고 덧붙였다. 조연배우의 존재감도 만만찮다. 로버트 듀발은 리처에게 도움을 주는 전직군인 카시 역을 맡았고,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는 악의 배후인 제크 역으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탄탄한 각본이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으로선 리처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왜 그가 군을 떠나 유령처럼 살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프랜차이즈(시리즈)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쿼리 감독은 “요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순간에 충실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작비 6000만 달러(약 636억원)를 들인 ‘잭 리처’는 북미에선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했다. 영화통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0일 현재 북미에서 6638만 달러(약 704억원), 전 세계에서 1억 2198만 달러(약 1294억원)를 벌었다. 크루즈의 출연작 평균 흥행수익(북미)이 1억 5261만 달러(약 1619억원)임을 생각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기고] 유소년 체력이 미래의 국력이다/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기고] 유소년 체력이 미래의 국력이다/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최근 4~13세 유소년 체력의 중요성이 부쩍 대두되고 있다. 각종 단체·기업이 앞장서서 축구·야구는 물론 검도·승마에 이르기까지 유소년 스포츠 체험 기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따로 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을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WHO는 특히 유소년의 경우 매일 적어도 1시간 정도의 신체활동을 가져야 한다는 지침 아래 꾸준한 운동을 권장한다. 유소년기는 신체 발달과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6~7세 단계에 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후기 아동기, 사춘기에 전문 스포츠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유소년 스포츠 활동들은 이 같은 취지와 맥락에서 비롯됐다. 매일 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종류도 많지 않은 데다 흥미를 지속하기가 만만찮고, 연령별·개인별 차이로 공동 활동도 여의치 않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남녀노소 누구나 하는 국민 체조 외에 이렇다 할 유소년 체력 증진 프로그램이 없다. 유치원이나 체육시간에 시행할 수 있는 활동도 한정적이다. 해외는 다르다. 영국은 영국축구협회(FA)가 튼튼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개발한 유소년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령·난이도별로 단계를 구분해 인원과 목적, 도구에 따른 동영상 매뉴얼도 제시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문부과학성과 일본 축구협회(JFA), 일본체육협회 등이 개발해 알차게 활용하는 신체활동들이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철저히 한국화한 이른바 ‘한국형 유소년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지개’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후원사인 스탠다드차타드금융그룹이 힘을 모아 이룬 결과다. 특히 유소년이 후프, 공, 줄 등 간단한 도구로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놀이 형태로 구성했다. 놀면서 저절로 건강체력·스포츠맨십·협동심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서울대 연구진을 중심으로 개발한 ‘기지개’는 운동발달·교육학·건강교육학 등 튼튼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제 사례들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춘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미리 시범운영한 결과, 체지방률이 평균 5.4% 감소, 근력·근지구력은 15.13% 증가, 유연성이 평균 73%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유소년들 사이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반갑다. 유소년들이 간단하지만 재미있고 체계적인 신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훈련된 강사를 중심으로 체육 시간, 방과 후 교실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단체 활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 모쪼록 ‘기지개’가 최적의 교육 기회를 만들어 유소년들의 건강한 신체 발달에 도움을 주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발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원샷 개편보다 단계적 접근… 대량 감원보다 일자리 강조

    “과거 정부의 경험을 살려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 당선인의 공약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정보통신 생태계 전담조직 신설 등의 큰 틀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논의 중이다. 원샷 개편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없어진 조직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았던 사례는 적극 부활시키며, 경제위기라도 감원보다는 일자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과거 정권의 경험을 토대로 나온 접근법들이다. 단계적인 정부조직개편을 한다는 점에서는 김영삼 정부나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다. 이는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인 원샷 개편을 추진하면서 피로감만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8일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하면서 혼란을 키웠고 국정목표 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제 역할을 했던 일부 조직은 과감하게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있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안보실이나 중앙인사위원회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회균등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 NSC는 노무현 정부 때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무처를 폐지하고 업무를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관장하면서 사라졌다. 공무원들의 인사를 담당하던 독립기구였던 중앙인사위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없어지고 행정안전부에서 공무원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대규모 감원을 구상하지 않는 점은 김대중 정부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뒤인 1998~2000년 국가 일반공무원을 단계적으로 10.9% 줄였다. 반면 박 당선인은 경찰 공무원을 2만명 늘리겠다고 공약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사람은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스턴트맨 산재보험 혜택요? 그건 어느나라 얘기죠?”

    “스턴트맨 산재보험 혜택요? 그건 어느나라 얘기죠?”

    #사례1. 15년간 20여편의 영화 작업에 참여해 온 촬영감독 강모(45)씨는 최근 충북의 한 시골마을로 귀농했다. 갖은 고생 끝에 감독의 자리에 올랐지만 생활고를 버틸 수 없었다. 강씨는 “관람객 300만명을 넘어선 영화에도 참여했지만 수개월씩 빚을 내 생활했고 촬영이 끝나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사례2. 스턴트맨 김모(33)씨는 1년여 전 드라마 촬영장에서 액션 장면을 연기하다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두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지만 수백만원의 수술비 중 절반가량은 본인이 부담했다. 김씨는 “수술 뒤 수입 없이 재활만 해왔다”면서 “예술인에게 산재보험 혜택은 아직 먼 나라 얘기”라고 강조했다. 가난한 예술인들을 돕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시행 두 달(18일)도 안 돼 벌써부터 개정 요구에 부딪쳤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은데다 입법 과정에서 정리가 안 된 예술인 기준을 놓고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더욱이 4대보험 혜택은 빠진 채 개인별로 가입토록 한 산재보험 규정만 남아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술인 복지법은 2년 전 굶주림으로 요절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이름을 따 ‘최고은 법’으로도 불린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예술인 복지재단’을 출범시키고 취업 지원과 창작금 지원, 산재보험 가입, 표준계약서 보급 등에 나섰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 수는 54만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복지법상 산재보험 대상은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복지재단의 ‘예술인 인증’ 신청자는 이날 기준으로 120명에 그쳤다. 신청자 중 자격이 인정된 사람은 81명에 불과하다. 복지법이 예술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복지재단 출범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산재보험은 개인별로 가입, 보험료를 내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낮았다. 한 사람이 2개 이상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를 특정하기 곤란해 월 1만 1000~4만 9000원의 보험료를 가입자가 전액 납부해야 한다. 의료보험 가입마저 기피하는 상황에서 산재보험에 들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활동 중인 인디밴드 기타리스트 정모(33)씨는 “공연당 2만~3만원을 받지만 한해 평균 50회 이상을 공연해도 연습실비와 식비를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 촬영현장 관계자도 “위험 속에서 생활하는 스턴트맨의 경우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생계도 빠듯한데 매달 몇 만원의 보험료를 떼어가면 누가 가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시행 초기부터 흐지부지하자 일부 예술인은 아예 복지법 개정을 위한 연대활동에 나서고 있다. 진보 성향의 나도원 소셜유니온 설립 공동 준비위원장은 “예술인의 현장 목소리가 배제된 복지법은 예술인의 지위와 인권 향상에 오히려 장애물”이라며 “올해 초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식 출범을 앞두고 이곳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은 600명이 넘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예술인복지법의 손질을 약속했지만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재보상보험법 등의 개정은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하위법령과의 충돌을 고려해야 한다. 예술인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임을 확인하기 위해선 ‘공표된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수입’ ‘저작권(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국고·지방비 등의 보조를 받은 예술 활동 실적’ 등 4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법의 단초를 제공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마저도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 어렵게 자격을 인정받았더라도 지금 상태라면 3개월간 최저 생계비 수준의 창작준비금과 취업 지원교육을 받는 데 그칠 수 있다. 올해 복지재단에 배정된 예산은 취업준비교육에 58억원, 창작지원준비금 42억에 불과하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30억원이 늘었지만 당초 요구 금액의 4분의1 수준에 그친다. 심재찬 예술인 복지재단 상임이사는 “재단이 산재보험료 일부를 보조하고 적절한 수준의 창작지원비를 제공하기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주관 부처인 문화부와 고용노동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복지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 순간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만 안게 되는 것”이라며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명목상의 법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서는 복지법이 성공한 프랑스와 독일 등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인단체 등이 돈을 모아 예술인의 고용보험 등을 지원해 주고, 독일은 5년간 관련 보험료의 3분의1씩을 정부와 기업, 가입자가 나눠 내고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산재보험 가입 절차를 단순화해 일반 근로자처럼 근로복지공단에 곧바로 의무적으로 보험 신청을 하도록 해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허가하는 관리 기구를 설치해 가입자는 물론 제작사와 사업주로부터도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징수함으로써 사실상 의무가입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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