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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난에도 서로 믿었다… 원팀 투혼

    비난에도 서로 믿었다… 원팀 투혼

    젊은이들이 비난을 이겨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기에 승리가 더욱 빛나 보이는지 모른다. 28일 조별 경기 3차전 경기 전까지 장현수(FC도쿄)는 ‘역적’이었다. 조롱의 대상이었다. 스웨덴, 멕시코전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그는 이날 여러 차례 공격적인 드리블로 독일 수비를 흔들어 놓고 가랑이 사이로 공을 통과시켜 김영권의 선제골을 도왔다. 그는 동료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이날 목발을 짚은 채 벤치에서 응원해 준 기성용의 조언을 떠올렸다. 장현수는 “성용이 형이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다. 네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 널 믿는다’고 말해 줘 이겨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평생에 걸쳐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이번 대회에서 겪었다. 이번의 어려움을 선수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줄곧 비난의 핵심 대상이었다. 그는 신태용 감독의 중국파 의존 사례로 꼽혀 왔다.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마친 뒤 관중의 환호 탓에 선수끼리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국민 욕받이’로 전락하며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비난마저 많은 도움이 됐다. 비난이 날 발전하게 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 손흥민은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어린 시절을 독일에서 보낸 뒤 독일 프로축구 레버쿠젠에서 뛰며 늘 세계 최강 독일 대표팀을 꺾는 꿈을 꿨다고 밝혀 온 그는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눈물을 떨궜다. 에이스란 부담에 “월드컵은 정말 무서운 곳”이라며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동료들을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그다. 이날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어깨를 겯고 한 발 더 뛰자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창피한 거 하나 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제가 역할을 많이 못해 줘서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힌 이유를 설명했다. 조현우는 애초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 이어 대표팀의 3순위 골키퍼였다. K리그 최하위 대구 소속인 조현우는 “나도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던 월드컵의 바람을 이뤘다. 그는 시종 담담한 얼굴로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K리그에 돌아가서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유럽에도 진출해 한국 골키퍼도 세계에 나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은 그렇게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를, 서로를 다독이고 북돋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독일은 패스를 725회 시도해 625회 성공했다. 한국은 공을 점유하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었고, 패스도 241회 중 178회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한 발 더 뛰어 이 차이를 극복했고, 스웨덴전 ‘유효슈팅 제로’의 불명예를 회복했다. 대표팀은 이날은 슈팅 11개로 독일(26개)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유효 슈팅 5개로 독일(6개)과 큰 차이가 없어 순도가 높았다. 그렇게 카잔의 석양이 물들 때 ‘대~한민국’ 연호가 아레나 안팎에 울려 퍼졌고 디펜딩 챔피언은 대회에서 지워졌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은 29일 오후 1시 5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카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함께’의 반란

    ‘함께’의 반란

    정말로 공은 둥글었다. ‘이길 확률 1%’의 가능성을 달성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거꾸러뜨리고도 기뻐할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몇몇은 그라운드에 풀썩 쓰러졌고 서 있기조차 힘들어 무릎을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선수도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남부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마지막 3차전에서 선발 출전 11명에다 교체 멤버까지 모두 14명이 118㎞를 달려 독일(115㎞)보다 3㎞나 더 뛰어 2-0 완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왼쪽 코너킥 크로스 혼전 상황에 선제골을 넣었고 3분 뒤 주세종(아산 무궁화단)이 그림처럼 넘겨준 중거리 크로스를 이어 받으려 내달린 손흥민(토트넘)이 왼쪽 골대 앞에서 살짝 방향만 돌린 것이 끝내 독일전차를 멈춰 세웠다. 몸값이나 개인 기량 등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대표팀 선수들은 옐로카드를 4장이나 받을 정도로 몸으로 부딪쳤다. 신 감독의 중국파 의존 사례로 타깃이 돼 대표팀 탈락의 아픔까지 겪었던 김영권은 티모 베르너, 마르코 로이스,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등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슈팅을 여러 차례 육탄 방어로 막아냈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장현수(FC 도쿄)는 스웨덴, 멕시코전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엄청난 심적 부담을 털어내고 여러 차례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려 1분여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고 주심이 마침내 득점 인정을 선언하자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한달음에 옆줄 근처로 달려와 코칭스태프, 기성용과 박주호(울산) 등 벤치 멤버들과 얼싸안고 감격을 나눴다.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선보여 깜짝 스타로 떠오른 조현우(FC 대구)는 경기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난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앞에 있던 수비수들이 너무 열심히 잘해 줘 어떤 골키퍼라도 할 수 있는 수비를 보여 줬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조현우에 앞서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도리질을 하며 서둘러 통과한 뒤라 조현우의 담백한 인터뷰는 더욱 마음에 다가왔다. 카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전국 최초 다문화 중심 특목고 대구국제고 개교

    전국 최초로 중국 및 다문화 중심 특수목적고가 문을 연다. 대구시교육청은 2020년 개교 예정인 대구국제고 기공식을 최근 가졌다고 28일 밝혔다. 대구국제고는 지난 2012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된 대구 북구 도남택지개발지구내 도남초등학교 폐교부지에 예산 360억원을 들여 연면적 2만2615㎡,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건립된다. 전교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비롯해 국제교육실, 다목적 공연장, 커뮤니티 스트리트, 계단식 교실, 중층 도서관, 중국·일본·영어교실, 정독실 등을 갖춘다. 특히 지상에 차 없는 학교를 구현하기 위해 조성되는 지하주차장과 국제회의실, 국제 알림방 등은 대구 국제고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시 교육청은 대구 국제고를 내실있게 설계하기 위해 경기도 동탄국제고, 인천 하늘고, 대전 외국인학교 등 우수시설을 벤치마킹했다. 또 공개 토론회, 설계 자문위원회, 설계 보고회를 열어 전문가 및 사용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설계에 반영했다. 국제고가 설립되면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대구 북구지역 교육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은 다문화학생과 저소득층 자녀 50%, 일반학생 50%를 각각 선발한다. 대구국제고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현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과 베트남 등 중국문화권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백채영 장학사는 “입시 위주로 운영되는 특목고의 현재 교육과정과 차별화 시켜 국제적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이를 위해 학생 선발 전형도 100% 추첨으로 한다”고 밝혔다, 백 장학사는 이와 함께 “대구국제고가 중국 전문가 양성은 물론 다문화 학생을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전국에서 가장 좋은 국제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게 되면 다문화 학생들이 편견의 두려움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고 대구국제고에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얼음 동화, 큰 울림 남기다

    얼음 동화, 큰 울림 남기다

    월드컵 본선은 전 세계에서 엄선된 32개국만이 축제에 함께할 수 있다.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FIFA 랭킹 19위), 네덜란드(17위), 칠레(9위)마저도 지역 예선에서 미끄러졌을 정도로 본선 무대 합류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가뭄에 콩 나듯 ‘새내기팀’이 등장한다. 지금과 같이 본선 32개국(종전 24개국) 체제가 된 1998년 프랑스대회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총 18개의 첫 출전팀이 등장했다. 이 중 첫 출전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크로아티아(1998년·3위), 세네갈(2002년·8강), 우크라이나(2006년·8강), 가나(2006년·16강), 슬로바키아(2010년·16강) 등 5개팀(약 28%)뿐이다. 일본(1998년), 슬로베니아, 중국(이상 2002년), 토고(2006년)는 3전 전패로 데뷔 무대를 마쳤었다.러시아월드컵에서는 아이슬란드와 파나마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팀은 선전을 다짐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했다. 아이슬란드는 D조 4위로 대회를 마쳤고 파나마는 튀니지와의 최종전과 상관없이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비록 월드컵 여정은 조기에 마무리됐지만 아이슬란드와 파나마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슬란드는 27일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했지만 결국 1무2패(승점 1)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에서는 7승1무2패로 크로아티아를 2위로 밀어내고 본선에 직행했던 아이슬란드였지만 본선 무대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승리를 열망했다. 전반에는 다소 고전했지만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선보이며 점차 볼 점유율을 높여 갔다. 16강이 이미 확정된 크로아티아가 주축 선수들을 대거 벤치에 앉힌 터라 할 만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후반 8분 크로아티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1분 길비 시귀르드손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이슬란드는 기세를 이어 가고자 파상 공세를 펼쳤으나 오히려 종료 직전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끝냈다. 여정은 짧았으나 여운은 길 듯하다. 아이슬란드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후보’라 불렸던 아르헨티나에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화려한 데뷔전을 보여 줬다. 인구가 34만명에 불과한 소국이 일궈낸 쾌거에 전 세계는 열광했다. 아이슬란드 응원단은 두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가 기합을 넣으며 손뼉을 치는 ‘바이킹 박수’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러시아 현지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에서 8강에 진출했던 활약을 재현하진 못했지만 4년 뒤를 기대케 하는 투지를 보여 줬다. 아이슬란드의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은 “우리는 크로아티아와 같은 강팀과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많은 찬스를 잡아냈다. 16강에 탈락해 아쉽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력을 보여 준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나마는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벨기에에 0-3, 2차전에서 잉글랜드에 1-6으로 패했다. 나란히 2승을 올린 벨기에와 잉글랜드가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자연스레 파나마의 탈락도 굳어졌다. 침울할 법도 하지만 파나마는 오히려 축제 분위기였다. 0-6으로 뒤지던 잉글랜드전 후반 33분에 주장인 펠리페 발로이가 파나마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넣자 관중들은 마치 결승골을 본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수도인 파나마시티에서 중계를 시청하던 시민들도 거리로 뛰쳐나와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파나마는 29일 오전 3시에 펼쳐지는 튀니지와의 최종전에서 월드컵 첫 승 사냥에 나선다. 16강 탈락이 확정된 두 팀이 맞붙는 경기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하고 있다. 두 나라의 A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각본 없는 승리

    각본 없는 승리

    김영권 골 VAR 거쳐 최종 인정 주세종 롱패스… 손흥민 쐐기골어느 누가 이런 멋진 승부의 각본을 미리 쓸 수 있었을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남부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이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과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2-0 완승으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규시간 90분 수십 차례 결정적 위기를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수비진의 과감한 육탄방어로 막아낸 신태용호는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선제골, 3분 뒤 손흥민(토트넘)의 추가골을 엮어 세계 최강 독일 전차군단을 분쇄했다. 점유율 30-70%, 패스 시도 횟수 246-730개, 패스 성공률 74-87%로 현격한 전력의 격차를 그대로 드러냈지만 온몸을 내던진 수비진과 골키퍼 조현우(대구FC)의 슈퍼 세이브로 정규시간 90분을 0-0으로 마쳤다. 혼신의 힘을 다한 오른쪽 풀백 이용(전북)이 국부를 다치며 정규시간은 끝났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다. 손흥민이 올린 왼쪽 코너킥 패스가 문전 혼전으로 이어져 상대 수비수 발 사이로 빠져나와 김영권에게 이르렀다. 김영권이 침착하게 잡아 세운 뒤 노이어의 오른쪽을 꿰뚫고 그물 위쪽을 출렁였다. 처음에 부심이 오프사이드 반칙을 선언했지만 주심이 한참 동안 비디오 판독 여부를 고민했다. 약 30초 숨죽일 듯 정적의 시간 끝에 주심이 마침내 VAR 수신호를 보냈다. 90분 내내 흰색 유니폼 물결을 이룬 독일 응원단의 함성에 짓눌렸던 붉은 응원단이 일제히 고함을 질러댔고 잠시 판독 센터와 함께 비디오를 살펴보던 주심이 마침내 30초 뒤 골을 인정하는 신호를 보냈다. 남은 시간 3분 독일은 계속 골문을 두드렸고 조현우가 슈퍼 세이브를 했고 로이스가 마지막 날린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침을 바짝 타게 만들었다. 그 순간 후반 교체 투입된 주세종(아산 무궁화단)이 우리 쪽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을 가로챈 뒤 차 준 롱패스가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향했다. 손흥민이 득달같이 달려가 골라인 근처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전차군단이 와르르 무너졌다. 손흥민은 월드컵 대회에 처음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독일 선수들을 경험해 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손흥민과 투톱으로 출전해 모처럼 값진 기여를 했다. 문선민(인천)-정우영(빗셀 고베)-장현수-이재성(전북)의 미드필더진은 문선민과 정우영이 옐로카드를 받는 거친 수비로 독일 응원단의 원성을 샀지만 상대 예봉을 앞선에서 차단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홍철(상주)-김영권-윤영선(성남)-이용 포백 수비진 모두 잔 실수를 줄이고 최강 독일의 슈팅을 9개나 차단하며 완승의 주춧돌을 깔았다. 조현우는 세 경기 연속 눈부신 선방을 펼쳤고 벤치에서는 목발을 던진 원조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울산) 등이 지켜보며 동료들의 분전을 독려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구자철을 손흥민의 짝으로 내세운 것은 독일 축구를 경험해 상대 선수들과 많이 겨뤄 본 구자철이 전반 최대한 상대를 괴롭힌 뒤 황희찬(잘츠부르크)을 교체 투입해 폭발적인 그의 힘에 승부를 건다는 계산이었는데 상당히 적중했다. 이재성을 원래 위치인 미드필더로 돌려 독일의 예봉을 막아내겠다는 것이나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윤영선이 제몫을 다해 준 것도 독일전 완승에 큰 힘이 됐다. 경기 내내 흰색 일색의 독일 응원단에 기가 눌려 있던 붉은 응원단은 경기가 종료된 지 30분이 넘어서까지 카잔 아레나 바깥에서 북과 장구들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세계 최강 독일을 격침시킨 감격이 카잔의 석양에 물들고 있다. 카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국, 2-0으로 ‘세계 랭킹 1위’ 독일 격침…16강 진출은 좌절

    한국, 2-0으로 ‘세계 랭킹 1위’ 독일 격침…16강 진출은 좌절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으로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16강 진출이 좌절돼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48분 김영권이 선제골을 넣고, 이어 후반 51분 손흥민이 쐐기골을 성공시키면서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침몰시켰다. 그러나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물리치면서 16강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스웨덴(0-1패)과 멕시코(1-2패)에 2연패를 당한 뒤 독일을 꺾으면서 1승 2패(승점 3)를 기록, 독일(1승 2패)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F조 3위로 대회를 끝냈다. 2014 브라질 대회 우승팀인 독일 역시 한국에 패하면서 한국과 함께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을 받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을 맞아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한 손흥민과 구자철이 투톱 스트라이커로 나선 가운데 좌우 날개는 문선민-이재성이 맡았다.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캡틴’ 기성용의 빈 자리는 장현수에게 맡겼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건네받았다. 장현수는 조별리그 1, 2차전을 통해 잇단 실수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됐다.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꾸면서 중앙 수비는 김영권-윤영선 조합으로 새롭게 구성됐고, 좌우 풀백은 홍철과 이용이 출전했다. 골키퍼는 조현우가 나섰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상대로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 선수들은 독일 선수들에게 몸을 던지면서 패스와 골문 쇄도를 끊어냈다. 한국의 첫 득점 기회는 전반 18분에 찾아왔다.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얻은 25m 거리 프리킥 기회를 정우영이 얻어낸 것. 키커로 나선 정우영은 강력한 오른발 무회전 슈팅을 시도했다. 정우영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게 쉽게 간파됐다. 그러나 정우영의 슈팅은 강력했고, 노이어는 공을 놓치고 말았다. 노이어의 장갑에서 튕겨나온 공을 향해 손흥민이 달려들었지만 노이어가 한발 앞서 손으로 볼을 쳐냈다. 이어 독일이 역습에 나섰다. 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티모 베르너가 내준 볼을 마츠 후멜스가 골지역 왼쪽에서 슈팅했고,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가 온몸으로 막아내 실점을 피했다. 한국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29%-71%로 일방적 공세를 당했지만 골을 내주지 않고 전반을 마쳤다.후반 2분 만에 한국은 골대 정면에서 독일의 고레츠카에게 헤딩 슈팅을 허용했지만 조현우의 몸을 날린 슈퍼세이브로 위기를 막아냈다. 한국은 후반 11분 구자철이 쓰러지면서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황희찬이 대신 투입됐고, 독일도 후반 17분 벤치에서 대기하던 ‘골잡이’ 토마스 뮐러를 내보냈다.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진 두 팀은 일진일퇴를 펼쳤다. 한국은 후반 19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 마르코 로이스와 부딪혀 넘어졌지만 주심은 오히려 손흥민의 시뮬레이션 액션을 선언, 옐로카드를 꺼내 경고를 주고 말았다. 한국과 독일은 숨가쁘게 상대 골문을 쇄도하며 슈팅을 날렸지만 번번이 빗나가거나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후반 45분이 다 지나고 추가시간 양팀 다 집중력이 흔들리고 있던 순간, 기회를 살려낸 것은 한국이었다. 후반 48분 손흥민의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의 발을 맞고 흘러나온 볼이 골대 정면에 있던 김영권에게 이어졌다. 김영권은 이를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슈팅을 날렸고,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그 순간 올라간 부심의 깃발. 곧바로 비디오 판독(VAR)이 들어갔다. 잠시 뒤 골이 인정됐고 한국은 환호했다. 다급해진 독일은 골키퍼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것이 패착이었다. 골문을 쇄도하던 독일은 한국에 공을 빼앗겼고, 텅 빈 중원에 홀로 있던 손흥민에게 이어졌다. 손흥민이 문 열린 독일 골대를 향해 가볍게 추가골을 뽑아내면서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독일파’ 손흥민-구자철 독일전 투톱…장현수 선발

    ‘독일파’ 손흥민-구자철 독일전 투톱…장현수 선발

    독일전에 손흥민과 구자철이 ‘투톱’으로 나선다. 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손흥민과 구자철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는 구자철은 다른 공격수들을 대신해 손흥민의 파트너로 함께 뛴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와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경험으로 독일 대표팀을 상대로 맞서게 된다. 2선에서 문선민과 이재성이 좌우 날개로 선다.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중원엔 정우영과 장현수가 배치됐다. 스웨덴전, 멕시코전에서 잇단 실수로 비난의 중심에 섰던 장현수는 이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꿔 세 경기 연속 선발로 나오게 됐다. 수비진에선 왼쪽부터 홍철, 김영권, 윤영선, 이용이 포백 라인을 구축한다. 중앙 수비수 윤영선은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골문은 조별리그 세 경기 연속으로 조현우가 지킨다. 이에 맞서는 독일에서는 스웨덴전에서 벤치를 지킨 메주트 외질이 선발로 나온다. 스웨덴전 득점 주인공인 토니 크로스와 마르코 로이스를 비롯해 티모 베르너, 레온 고레츠카, 사미 케디라도 나선다.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제롬 보아텡이 빠진 수비진엔 요주아 키미히, 니클라스 쥘레, 마츠 후멜스, 요나스 헥토어가 출격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흥민 주장으로 선봉에, 구자철이 짝, 윤영선도 선발

    손흥민 주장으로 선봉에, 구자철이 짝, 윤영선도 선발

    손흥민(토트넘)이 주장 완장을 차고 독일 격파의 선봉에 선다. 손흥민은 27일 러시아 남부 카잔 아레나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독일전에서 임시 주장을 맡는다. 그가 주장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A매치를 통틀어도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와 국내 평가전 이후 두 번째다. 원래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독일전 주장 선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신태용 감독은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공격수에게 주장 완장을 채울 경우 부담이 가중되고 부주장 장현수(FC도쿄)가 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반대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스웨덴과의 1차전, 멕시코와의 2차전 거듭된 수비 실책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 때문에 주장 역할을 맡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A매치 첫 주장을 맡았던 온두라스전에 구심점으로 팀을 잘 이끌었다는 내부 평가를 받은 점도 감안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은 두 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하고 멕시코가 같은 시간 스웨덴을 꺾어주어야 하는 16강 진출 시나리오의 첫 번째 요건인 독일전 승리를 위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하고 문선민(인천)-정우영(빗셀 고베)-장현수-이재성(전북)을 미드필더진으로 배치하고 홍철(상주)-김영권(광저우 헝다)-윤영선(성남)-이용(전북) 포백 수비진을 내세우는 4-4-2 전형을 선택했다. 골키퍼 장갑은 이번에도 조현우(대구FC)가 낀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구자철을 손흥민의 짝으로 내세운 것은 독일 축구를 경험해 상대 선수들과 많이 겨뤄본 구자철이 전반 최대한 상대를 괴롭힌 뒤 황희찬(잘츠부르크)을 교체 투입해 폭발적인 그의 힘에 승부를 건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재성을 원래 위치인 미드필더로 돌려 독일의 예봉을 막아내겠다는 속내이다. 윤영선이 독일전처럼 부담스러운 경기에 김영권과 호흡을 맞춰 얼마나 제 몫을 해주느냐는 승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스웨덴전 벤치를 지킨 메주트 외질이 선발로 나오고 스웨덴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인 토니 크로스와 마르코 로이스를 비롯해 티모 베르너, 레온 고레츠카, 사미 케디라도 나선다.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제롬 보아텡이 빠진 수비진에는 요주아 키미히, 니클라스 쥘레, 마츠 후멜스, 요나스 헥토르가 출격한다. 카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111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강아지 동상 습격 사건

    111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강아지 동상 습격 사건

    1907년 11월 20일 밤, 한 무리의 영국 의대생들은 개 한 마리의 동상을 파괴하기 위해 배터시(Battersea, 런던 남서부에 있는 자치구의 하나)로 향했다. 런던의 평균적인 기상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그날 밤에는 안개가 유난히 자욱했으므로, 나쁜 짓을 해도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5미터 남짓한 높이의 기념물은 분수대이기도 해서, 사람에게는 높지만 동물에게는 낮은 분출구가 달려 있었다. 갈색 테리어의 동상은 높은 화강암 기단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학생들의 비위를 거스른 것은 주춧돌 위에 새겨진 글씨였다. “1903년 2월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연구실에서 사망한 갈색 테리어의 명목을 빈다.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생체해부를 견뎌낸 후 한 생체해부자에게서 다른 생체해부자에게 인계되었고, 죽음이 그를 해방시킬 때까지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1902년 한 해 동안 같은 장소에서 해부된 232마리 실험견들의 명목을 빈다. 영국의 신사숙녀들이여, 언제까지나 이런 짓을 계속할 텐가!” 19세기가 막을 내리고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동물권익 행동가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상징하기 위해 ‘갈색 반려견’라는 이름의 동상을 세웠다. 의대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던 것은, 그 동상이 –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소속의 두 의사를 모욕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윌리엄 베일리스와 어니스트 스탈링으로, 갈색 테리어에 대한 실험을 수행한 장본인들이었다. 수백 명의 동급생들이 동상 파괴 현장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대부분이 몸을 사렸다. 겨우 일곱 명의 청년들이 런던 중부의 대학을 출발, 템즈강을 건너 노동자 계층이 거주하는 배터시를 향했다. 한 역사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노동자들을 도와줄 수 없다면, 그곳을 피하는 게 좋다.” 학생들은 런던 남부에 도착하여 동상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할수록 사명완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인근의 노동자들이나 경찰이 추격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갈색 반려견’에 도착했을 때는 벤치와 덤불 뒤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아돌프 맥길커디가 덤불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더니, 외부인의 감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그런 다음 쇠몽둥이를 손에 움켜쥐고, 있는 힘을 다해 높이 점프하여 갈색 테리어의 앞발을 후려쳤다. 이윽고 땅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경찰이다! 그는 공원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바로 그때 또 한 무리의 의대생 스물다섯 명이 배터시에 도착했다. 마지막 순간에 머뭇거렸던 맥길터디의 동급생들이었는데, 장소는 정확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첫 번째 그룹이 가능한 한 조용히 살금살금 움직였던 데 반해, 두 번째 그룹은 - 마치 자신들의 도착을 확성기로 알리는 것처럼 - 시끌벅적했다. 두 번째 그룹의 리더인 던컨 존스가 망치로 갈색 테리어를 한 차례 후려갈긴 후 두 번째 동작을 취하려는 순간, 정복경찰관 두 명이 달려와 그를 체포했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아홉 명의 학생들만 존스를 따라 줄줄이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벌금형을 간절히 바랐지만, 경찰은 열 명을 모두 감방에 처넣었다. UCL 측에서 보석금을 대신 지불했고, 학생들은 다음날 아침 “존경받는 UCL의 명예를 보호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전에 ‘공공 기념물을 악의적으로 손상시켰다’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 동상에 새겨진 글씨의 의도는 분명했으니, 연구자들을 동물학대자로 묘사한 것이었다. 데이비드 그림이 자신의 저서 ‘반려견 시민’에서 말한 것처럼, “수 세기 동안 누적된 개와 고양이의 영혼에 대한 우려감이 극에 달했다.” 젊은 의학도들은 시대가 변한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노트펫(notepet.co.kr)
  • [중국 개혁개방 40년 현장] 홍수 막는 ‘스펀지 습지’… 시진핑도 극찬한 친환경·창업도시

    [중국 개혁개방 40년 현장] 홍수 막는 ‘스펀지 습지’… 시진핑도 극찬한 친환경·창업도시

    올해는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흑묘백묘·黑猫白猫) 발언으로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0주년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4월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천명한 제2의 개혁개방의 대표적 현장이 광시좡족 자치구 성도인 난닝이다. 난닝시는 무분별한 개발보다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친환경개발 정책의 모범을 융장(邕江)강과 나카오강 습지를 통해 보여 준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이 난닝에도 자리잡아 66개 기업의 혁신 둥지가 됐다. 4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제 시작하려는 북한에도 난닝은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 현장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지난해 난닝시는 공기 질이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좋은 도시였다. 연간 공기 질이 양호한 날도 92.3%에 달해 ‘난닝 블루’는 일상이 됐다. 베트남 바로 위쪽에 자리잡은 난닝에는 한강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융장강이 흐른다. 난닝시는 지난 3년간 220억 위안(약 3조 7500억원)을 물관리에 투자해 융장강을 시민들의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강 주변에는 고급 아파트와 글로벌 500대 기업이 입주한 우샹(五象)신구가 들어서고 수영, 산책, 자전거,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 시설도 잘 조성돼 있다. 특히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2~4도를 유지해 ‘겨울 수영의 성지’로 조성되고 있다. 시는 4000여명이 함께 따뜻한 강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 겨울 수영 광장을 계획 중이다. 기후 탓에 비가 자주 내리는 난닝은 1970년대까지 홍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3년 전 난닝은 중국 최초로 ‘스펀지 도시’란 이름으로 도시 전체 배수 설비를 강화했는데 그 현장이 바로 나카오 습지공원이다. ‘작은 비에는 신이 젖지 않고, 보통 비에는 물이 고이지 않으며, 큰 비에는 홍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스펀지 도시의 목표로 설정됐다.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고이던 도로에는 배수가 잘 되는 특수 물질을 사용해 물웅덩이가 생기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지난해 시 주석은 직접 나카오 습지공원을 찾아 “광시의 친환경 생태 개발은 매우 소중하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극찬했다.26일 만난 천원싱(陳文腥) 난닝시 건축부주임은 “광시좡족 자치구는 생태 환경을 삶처럼 여기며 푸른 산과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지 계림도 광시에 있다. 푸른 바다와 날아다니는 새, 뛰어오르는 물고기는 광시 맹그로브 숲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광시 개발 모델’이 중국 전역으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다. ‘난닝의 지하철과 버스는 난닝에서 만든다’는 게 난닝의 핵심 목표다. 현재 2호선까지 있는 지하철은 8호선까지 확장 중이며 탑승권 결제는 휴대전화로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난닝의 중관춘에서 전시 중이다. 중국 창업 열기의 대명사가 된 베이징 중관춘이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들이 모인 창업카페 거리로 유명하다면, 난닝의 중관춘은 거대한 대학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다. 지난해 46개였던 창업기업은 올해 20개가 더 늘었는데, 유럽풍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건물 여러 채와 친환경 연못 등으로 전체적인 창업 마을이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는 휴대전화로 농작물을 찍어서 보내면 현재 상태를 알려주고 앞으로 어떤 재배 방법을 사용해야 좋을지 조언하는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한 벤처기업 TCLOUDIT(慧云信息)도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난닝이 주최하는 차이나·아세안 엑스포(CAEXPO)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길목이자 동남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중요 물류기지인 난닝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오는 9월 열리는 제15회 CAEXPO에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이 참여해 무역·경제뿐 아니라 인적 교류도 도모할 예정이다. 펑리(馮力) 난닝 당 선전부 부부장은 “중국은 제2의 개혁개방을 위해 한국은 물론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더욱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난닝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내일은, 그날처럼 울지 않는다

    내일은, 그날처럼 울지 않는다

    우리 대표팀은 ‘평행이론’(서로 다른 시대를 살면서도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1994년 6월 27일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당시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당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역대 최약체란 비아냥을 들었다.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두 번째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먹고 탈락 위기에 몰렸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극적으로 2-2로 비긴 덕분에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비기고도 본선에 오른 지금 대표팀과 닮았다. 24년 전에도 볼리비아, 스페인, 독일과 한 조를 이뤄 많은 팬들이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춰 봤다. 그런데 스페인과의 첫 경기, 상대가 간판 골잡이 살리나스를 빼고 굳히기에 들어가자 홍명보의 중거리 슈팅으로 주도권을 장악한 대표팀은 서정원이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일궜다. 첫 승 목표로 삼았던 볼리비아를 상대로는 사실상 경기를 주도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또다시 0-0으로 비겼다. 역대 월드컵 최초로 승점 2를 얻은 상태에서 많은 이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잠을 설치며 댈러스에서 열린 독일과의 경기 중계를 지켜보며 응원했다.독일은 클린스만의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에 이은 발리킥 선제골 등으로 3-0으로 멀찍이 달아났다. 하지만 대표팀은 적토마 고정운의 질풍 같은 측면 돌파, 이영진의 바지런한 오버래핑으로 후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으며 황선홍과 홍명보의 연속 골이 터져 2-3까지 추격해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2무1패로 결국 탈락했지만 당시 대표팀은 값진 투혼을 보여 줬다. 요즘 표현으로 ‘졌지만 잘 싸웠다’의 원조 격이었다. 공교롭게도 24년이 흐른 같은 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밤 11시(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16강 진출의 미약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두 골 차 이상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은 16강 진출 여부보다 선수들이 24년 전 선배들처럼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붓길 바라고 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독일에 1승2패로 뒤진다. 월드컵에서는 두 차례 만나 모두 졌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최인영 골키퍼를 대신해 장갑을 끼었던 경희대 재학생 이운재가 주전 장갑을 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전에서도 0-1로 졌다. 2004년 12월 부산 평가전에서는 김동진, 이동국, 조재진이 골을 넣어 3-1로 이겼었다. 대표팀은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전 선발 11명은 실내 훈련만 소화했고, 벤치 멤버와 교체 투입된 선수 11명은 실외 훈련을 가졌다. 25일에도 초반 15분만 훈련을 공개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종아리 부상 결장, 두 경기 연속 실책을 저지른 장현수(FC도쿄) 딜레마,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만 6명 등 악재가 널려 있다. 하지만 24년 전 그날처럼 열심히 뛰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상황이 오히려 반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4년 전 그날처럼만 해 준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태극전사 비바람 속 훈련, 기성용 공백 어쩌나, 그래도 다시 한번

    태극전사 비바람 속 훈련, 기성용 공백 어쩌나, 그래도 다시 한번

    멕시코전을 마친 뒤 곧바로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축구대표팀이 비바람 속에서 회복훈련을 진행했다.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진행된 회복 훈련에는 대표팀 선수 가운데 전날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과 햄스트링을 다친 박주호를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11명의 선발 선수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숙소 체육관과 수영장에서 따로 훈련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오후 기온은 섭씨 15도를 밑돌아 전날 로스토프나도누의 35도에 비교해 무려 20도 이상 뚝 떨어졌다. 종일 굵은 비까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기온은 더 떨어졌다. 앞서 새벽 1시에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대표팀은 당초 부상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이곳에 나와 회복 훈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훈련 시간을 오후 5시에서 4시로 한 차례 앞당겼고, 전날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낸 선수들의 훈련을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그만큼 멕시코전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전면 공개된 한 시간 가량의 훈련에 전날 교체 투입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정우영(빗셀 고베), 홍철(상주)과 벤치를 지킨 김신욱(전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은 쌀쌀한 날씨에도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가볍게 운동장을 돌며 몸을 푼 선수들은 토니 그란데 수석 코치의 주도로 패스 연습과 미니 게임 등을 했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이따금 지시하던 신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며 “정신적 지주였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성용이 주장으로 100% 역할을 해줬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줬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기성용과 박주호(울산)가 빠진 부분까지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 두 번째 실점 장면 때 기성용이 공을 빼앗기는 과정에 멕시코 선수의 반칙이 파울로 선언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그 장면을 다시 돌려 보니 너무 아쉽다. 100% 파울이었다. VAR(비디오 판독) 교육을 분명히 했는데 다시 돌려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 (기)성용이도 볼이랑 같이 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심이 경기 전에 VAR 액션을 취하지 말라고 해서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FIFA가 우리 선수단에 교육까지 해놓고 잡아내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는 명백한 오심이라고 판단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유감을 표명하는 서류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비수 홍철은 “상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독일이 우리 희망을 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힘들어 다들 비행기 안에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선수단 미팅에서 한 번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감독님도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독려해 모두들 다시 해보자는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어려울 때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신당할 게 분명하니 더 잘 먹고 잘 쉬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잉글랜드 수석코치가 파나마전 선발 명단 누출? 일부러 흘린것?

    잉글랜드 수석코치가 파나마전 선발 명단 누출? 일부러 흘린것?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스티브 홀랜드 수석코치가 오는 24일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파나마와의 러시아월드컵 G조 2차전을 앞두고 훈련하던 도중 선발 베스트 11의 이름과 위치가 적힌 노트를 카메라에 들켰다(?). 실수로 그런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흘린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2013년 21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 보좌했고 2016년 대표팀으로 나란히 옮겨온 홀랜드 코치는 사우스게이트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넘버 2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그가 레피노에서 훈련하던 중 손에 든 작전 노트에는 마커스 래시퍼드가 주장 해리 케인과 나란히 선발 출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라힘 스털링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며 루벤 로프터스 칙이 부상 중인 델리 알리(토트넘)를 대신해 출전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지난 19일 튀니지를 2-1로 꺾었을 때 허벅지를 다친 알리는 22명의 다른 선수와 별도로 “메디컬”이라고 표시돼 있었다.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데르 아르놀드는 “우리는 그저 감독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만 기다리는 중”이라며 “누가 선발인지 아닌지 우리에게 직접 통보하는 것도 아니고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감독님이 말할 때까지 어떤 내용이 누출됐건 아니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그런 일에 신경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필 맥널티 BBC 해설위원은 이번에 노출된 작전 노트가 언뜻 봐서 굉장히 합리적인 선발 출전 명단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털링의 경기력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그를 전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튀니지와의 경기에도 나서지 못해 대표팀에서의 21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알리 대신 로프터스 칙을 선발 출전시킨다는 것도 튀니지전 후반 교체로 투입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후회 없이 싸워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후회 없이 싸워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 0시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벌인다. 20년 전의 ‘개구리 점프’ 수모를 설욕하느냐, 잦은 실험으로 인기를 잃었던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 이름값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두 수문장의 다툼 등 관전 포인트를 세 갈래로 잡았다.1. 20년 전 아픔 씻어다오멕시코는 FIFA 세계랭킹 24위로 한국(57위)보다 33계단이 높다. 북중미 예선도 1위(6승3무1패)로 통과했고 역대 월드컵 본선에 16차례 진출해 ‘조별리그 강자’로 통했다. 1970년과 1986년 자국 대회 때 모두 8강에 올랐고, 1994년 미국대회부터 7회 연속 출전해 앞선 여섯 차례 본선에서 모두 16강에 올랐다. 한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6승2무4패로 앞섰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뼈아팠던 기억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 역전패를 당한 일이다. 전반 27분 하석주의 왼발 프리킥 선제골로 앞섰지만, 하석주가 3분 뒤 백태클로 퇴장당한 뒤 내리 세 골을 내줬다. 특히 당시 멕시코 대표팀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콰우테모크 블랑코가 두 발 사이에 공을 끼우고 ‘개구리 점프’로 수비진을 농락한 것은 한국 축구 수모의 한 장면으로 지금도 깊이 남아 있다. 팀 조직력, 개인기, 스피드, 체력 등 모든 객관적인 지표에서 한국은 멕시코 발끝에 한참 못 미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멕시코가 다소 급하게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공수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약점이 있다. 그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웨덴전 때 수비라인을 내렸던 것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멕시코의 공격을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스웨덴전에서 윙백에 가깝게 뛰었던 손흥민에 대해 “한쪽 공간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가급적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투톱으로 내세우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2. 인기 없는 vs 없었던 감독신태용 감독이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 모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지 못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갑작스레 물러나며 사령탑에 오른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으나 실망스러운 경기력 때문에 지도력을 의심받았다. 오소리오 감독도 이달 초 월드컵 출정식으로 치러진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을 1-0으로 이겼으나 일부 팬들의 퇴진 요구 목소리에 맞닥뜨렸다. 신 감독은 무리한 전술 실험을 남발해 전력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 출신의 ‘공부하는 감독’ 오소리오도 끊임없는 선수 로테이션과 낯선 포메이션 시도로 원성을 샀다. 22경기 무패를 이어가던 멕시코가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에 0-7로 짓밟히자 오소리오 감독은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은 둘의 희비를 갈랐다. 오소리오 감독은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꺾어 팬들의 비난을 잠재웠고, 신 감독은 김신욱(전북),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스리톱으로 세우고도 스웨덴에 0-1로 져 위기를 키웠다. 신태용호가 이날 멕시코에 지고 3시간 뒤 킥오프하는 경기에서 스웨덴이 독일과 비기면 곧바로 16강행이 좌절된다. 따라서 승점 3을 반드시 따려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신 감독은 손흥민의 역량을 극대화할 ‘신의 한 수’를 찾으면서 동시에 멕시코의 막강 화력을 견뎌낼 수비 강화에 열중해야 한다. 파격보다 검증된 최고의 포메이션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오소리오 감독이 우리 왼쪽 수비를 집중 공략할 것이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 ‘거미손’ 조현우 vs 오초아A매치 94경기 출전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세계 최고의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스탕다르 리에주)에게 A매치 7경기가 고작인 겁 없는 신예 조현우(대구FC)가 도전장을 던진다. 2005년 12월 스무 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오초아는 이듬해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4년 뒤 남아공대회 때도 벤치만 덥혔다. 이듬해 약물 파문에 휘말려 대표팀에서 퇴출당했지만 상한 육류를 먹은 것으로 확인돼 누명을 벗었다.그리고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세 번째 최종 엔트리에 들어 주전 골키퍼로 조별리그 카메룬과의 1차전에 출전, 1-0 승리로 이끌며 성공적인 월드컵 데뷔 신고를 했다. 브라질과의 2차전 4개의 결정적인 슈팅을 비롯해 8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냈다. 그리고 이번 대회 독일과의 1차전 전반 37분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 슈팅 등 유효슈팅 9개를 막아내 1-0 짜릿한 승리에 앞장섰다. 멕시코를 넘으려면 오초아의 틈을 노려야 하는데 우리 공격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비디오판독(VAR), 자책골 등 뜻하지 않은 변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포기하면 안 된다. 한국 수문장으로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의 투입이 유력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1차전 장갑을 낀 수문장이 끝까지 골문을 지키는 일이 많았다. 기세가 오른 조현우 대신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로스토프나도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아라가야’라는 이름 앞에 목소리가 작아지고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데도 우리는 아라가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나라, 1500년 전 경남 함안을 중심으로 창원, 진주, 의령 땅의 일부를 차지했던 나라, 철기 기술이 발달해 ‘철의 왕국’이라 불렸던 나라, 간결한 선의 토기에 불꽃무늬 구멍을 낸 나라…. 함안에는 아라가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아라가야의 왕들이 잠든 말이산 고분군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득한 옛날에는 고개를 들어 눈도 마주칠 수 없었을 왕의 곁을 걷는 일이, 2018년에는 너무나 쉽습니다. 낮은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 산책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길을 안내하듯 고분이 줄줄이 나타나거든요. 연둣빛 고분 곁을 걸으며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왕국, 아라가야를 만나러 갑니다.아라가야의 숨결 품은 함안박물관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삼한 시대부터 신라에 멸망하는 6세기 중반까지 500여년 동안 낙동강 남쪽과 서쪽 일대에 있던 나라들이었다. 나라‘들’이라고 한 건 가야가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등 여러 개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토기와 철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던 아라가야는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었고, 다른 가야국이 ‘형님의 나라’라고 칭할 만큼 가야를 대표하는 나라였다. 아라가야가 터를 잡은 곳은 지금의 함안이었다. 북쪽에 낙동강과 남강이, 남쪽에 진동만이 있으니 내륙과 바다로 진출하기 유리했다.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에서 1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낯설기만 한 옛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다.말이산 고분군에서 옛 가야의 왕과 귀족을 ‘알현’하기 전에 먼저 아라가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예의다. 이를 위해 함안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구경 뒤에는 뒷길을 통해 말이산 고분군으로 바로 오를 수 있으니 동선도 효율적이다.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함안의 역사뿐 아니라 아라가야의 다채로운 유물을 전시한다.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규모다. 2층 전시실은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함안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제1전시실, 함안의 시기별 무덤 형태를 모형으로 보여 주는 제2전시실, 아라가야 멸망 후 함안의 역사와 문화재를 살펴볼 수 있는 제4, 5전시실 등도 볼만하지만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제3전시실이다.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 모양 토기, 새 모양 장식 미늘쇠, 말 갑옷 등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한데 모아 놓았다. 불꽃무늬 토기는 아라가야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라가야 사람들은 불꽃무늬를 좋아했다. 토기 다리에도 동그라미와 세모를 합쳐 불꽃을 형상화한 무늬를 뚫어 장식했다. 토기는 영남 지역은 물론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긴키지역에서도 출토돼 당시 아라가야가 왜와 교류했음을 보여 준다. 밝은 회백색 토기는 무심히 빚은 양 담백하다. 대번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적지만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멋이 있다. 말을 탄 무사 조형물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무사보다 말이다. 말 갑옷은 아라가야가 철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음을 보여 준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말 갑옷은 총 900장 이상의 작은 철판을 가죽끈으로 연결해 만들었단다. 아라가야의 용맹한 무사들은 말에게 물고기 비늘처럼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히고 전쟁터로 달려나갔으리라.말이산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박물관 건물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해발 68m밖에 되지 않는 낮은 언덕은 뒷동산을 산책하는 것처럼 경사가 완만하다.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산’의 소리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 즉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뜻이 참 잘 들어맞는다. 함안군이 번호를 붙여 관리 중인 고분은 37기지만 발굴되지 않은 고분까지 더하면 1000기 이상의 고분이 있다. 토기, 철기, 장신구 등 고분군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만 해도 9500여점에 이른다(2016년 기준). 그야말로 아라가야의 역사가 담긴 타임캡슐이다. 고분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으며, 김해·고령의 가야 고분군과 함께 2020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아라가야의 고분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그중 덧널무덤과 구덩식돌덧널무덤에서 많은 양의 유물이 출토됐다. 덧널무덤은 구덩이 안에 나무로 만든 덧널을 넣은 무덤을, 구덩식돌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파고 돌로 네 벽을 쌓은 뒤 시신과 껴묻거리를 묻고 널따란 뚜껑 돌을 덮은 무덤을 말한다. 37기의 고분을 전부 둘러보기는 힘들다. 1호분부터 13호분까지는 산책로가 이어지지만 14호분부터는 길이 나 있지 않아 험하다. 대형 고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가지능선 정상에 몰려 있는데, 산책로를 따라가면 고분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유난히 위엄이 넘치는 고분은 규모가 가장 큰 4호분이다. 2, 3호분 사이의 샛길로 올라가면 높이가 아파트 3층과 맞먹는 초대형 고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4호분 맞은편에는 파란 천막으로 덮인 고분이 있다. 지난 5월 둥근고리큰칼과 덩이쇠 등의 유물이 출토된 5-1호분이다. 아라가야의 역사는 여전히 새로 쓰이는 중이다. 쉬어가기에 으뜸인 고분은 9, 10호분이다. 산책로에 서면 고분 너머로 함안 읍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왕들의 무덤과 우뚝 선 고층 빌딩이 조우하니, 이때 고분의 둥근 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처럼 보인다. 9호분 옆의 팔을 늘어뜨린 소나무는 초여름의 훗훗한 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된다. 나무 옆 벤치는 한숨 돌리며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다. 아라가야의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말이산 고분군은 근사한 산책로다. 산 위에 두둥실 솟은 연둣빛 고분들이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고분의 둥그스름한 곡선과 산책로의 직선이 중첩되니 걷는 길도 심심하지 않다. 느리게 걷고 고요히 둘러보기, 고분군 산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아라가야 왕들이 영면에 들어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걸까. 산책로는 소란스럽지 않다. 초여름 바람이 고분에 무성한 수풀을 스치더니 여행자의 머리를 훑고 지난다. 바람 한 자락에 1500년 전 가야국의 왕과 연결된 느낌, 사뭇 오묘하다. 고분군에는 그늘이 적어 여름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챙기는 것이 좋다.얼큰한 함안 한우국밥 드셔보세요 열심히 걸었으니 빈속을 채울 시간이다. 북촌리에 있는 한우국밥촌은 말이산 고분군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사실 ‘국밥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함읍우체국 맞은편에는 달랑 세 곳의 국밥집이 여행객을 맞는다. 세 곳뿐이라고 만만히 보아선 안 된다. 국밥집을 말할 때 함안 오일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안 오일장은 큰 시장이었다. 함안 사람들과 봇짐을 멘 장사꾼들이 장에서 물건을 사고판 뒤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든 곳이 장터 국밥집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오일장은 자취를 감췄지만 국밥집에서 옛 장터의 정겨움을 추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국밥촌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대구식당이다. 2대에 걸쳐 50년째 운영하며 함안 국밥의 명맥을 이어 간다. 함안 국밥은 얼큰한 소고기국밥이다.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넣고 3~4시간 동안 육수를 뽀얗게 우린다. 여기에 두툼한 소고기 사태, 뭉텅뭉텅 썬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넣고 푸욱 끓여낸다. 얼핏 보면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맛은 훨씬 담백하다. 빨간 국물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진주,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간다. 함안톨게이트를 통과해 함안 나들목 삼거리에서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함안대로를 따라가면 함안박물관이다. →맛집:한우국밥촌에는 대구식당(583-4026) 한성식당(584-3503) 시장한우국밥(583-5858)이 있다. 자매식당(582-4593)은 오곡 돌솥밥, 모둠생선구이, 다양한 밑반찬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낸다. 황포냉면(582-2097)은 잘게 자른 육전에 계란 지단과 오이를 고명으로 올린 진주식 냉면을 판다. →잘 곳:함안버스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애플모텔(585-1515)은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깝다. 함안군청 맞은편의 더문모텔(583-3838)은 공중위생서비스평가 최우수등급을 받았으며, JM모텔(583-5898) 역시 아늑하고 깨끗한 시설을 갖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김상곤(라운드테이블)
  • ‘햄스트링 부상’ 박주호, 벤치서 대표팀 응원한다

    ‘햄스트링 부상’ 박주호, 벤치서 대표팀 응원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진 박주호(울산)가 남은 경기에는 뛰지 못하지만, 벤치에서 동료를 응원한다. 박주호는 18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헤딩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쳐 전반 28분 김민우(상주)로 교체됐다. 정밀검사에서 3주 정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박주호는 남은 경기에는 뛸 수 없지만 이동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대표팀과 동행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박주호 선수의) 조기 귀국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박주호도 선수들과 대표팀 일정을 함께 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호는 멕시코와 2차전, 독일과 3차전이 열릴 때도 대표팀과 함께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이동해 벤치에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최종 엔트리 23명 중 출전 선수 11명 외에 12명 전원이 벤치에 앉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아시아 첫 남미팀 격침 대이변

    日, 아시아 첫 남미팀 격침 대이변

    일본이 아시아에선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국가를 꺾는 기록을 세웠다.일본은 19일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H조 예선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2-1로 제쳤다. 전반 3분 손을 써서 슈팅을 막은 상대 중앙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의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어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골을 넣은 뒤, 전반 39분 프리킥 골을 내줬지만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오사코 유야(FC 쾰른)의 헤딩골로 승부를 갈랐다. 오사코는 경기 최우수선수(MVP) 격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H조엔 세네갈과 폴란드가 포함됐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C조에서 콜롬비아에 1-4로 졌던 일본으로선 앙갚음한 무대였다. 당시 일본은 조 4위(1무 2패)로 탈락했고, 콜롬비아는 3전 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우루과이를 눌러 8강에 우뚝 섰다. 콜롬비아는 동점골을 넣은 킨테로를 후반 14분 벤치로 불러들이고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6골)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이 가가와를 빼고 혼다 게이스케(CF 파추카)를 넣은 후반 25분엔 호세 이스케르도와 카를로스 바카를 바꿔 공격력을 한층 강화했지만 승부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은 남미 국가를 상대로 3무 14패를 기록 중이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이던 이스라엘이 우루과이에 0-2로 진 것을 보태면 3무 15패다. 사란스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민선 7기 단체장에 듣는다] “6대 권역별 발전 전략 온 힘… ‘행복도시 서대문’ 완성할 것”

    [민선 7기 단체장에 듣는다] “6대 권역별 발전 전략 온 힘… ‘행복도시 서대문’ 완성할 것”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당선자는 19일 구청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4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내리 3번 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지난 8년 구정 경험과 열정으로 주민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은 물론, 행복도시 서대문의 희망이 더욱 구체화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민선 5~6기가 구정의 초석을 다지고 전국적인 모델이 되는 성장기였다면, 민선 7기는 완비된 시스템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완성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다음은 문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선거 소회가 있다면. -시대적으로 이미 주민의 마음이 정해진 선거여서 심적인 불안함은 없었다. 다만 주민의 염원을 어떻게 담아갈 것인가 고민했다. 지방정부이긴 하지만 비전은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바라보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우리의 도시 행정 경험을 나누는 시기가 곧 다가오는데 이것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경험, 환경에 대한 경험, 교통에 대한 경험 등 우리 단위에 맞는 도시 행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은. -공약과 관계없이 한 달간 선거 유세로 지역을 누비면서 보니까 마을버스 노선 문제는 구에서 주민이 원하는 수요를 파악해서 적합하게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시가 법적인 규정을 들어서 안 해주면 직접 마을버스를 공영제로 운영할 생각도 있다. 지역의 수요는 계속해서 바뀌는데 수요 조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로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시스템을 강구하고 가혹할 정도의 과태료를 매기더라도 이번에 시민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보자는 생각을 했다. 또 현재는 도로포장을 큰길 중심으로 많이 하는데 정작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이면도로, 골목길이다. 이면도로에 대한 포장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5분만 걸으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를 많이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벤치보다는 등받이가 있는 실용적인 벤치를 만들어 도심 자체가 쉼터가 될 수 있게 하고 싶다. →중점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홍제역세권 개발을 비롯한 4대 역세권 발전 전략을 6대 권역별 공간 전략으로 확대해 미래 도시 서대문을 조성하겠다. 장기적으로 홍제천 복원을 계획 중인 홍제권역은 우선 단절된 홍제천 산책로를 연결하고 홍제역에서 홍은사거리까지 지하 보행네트워크(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조성해 서대문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들겠다. 신촌, 연희권역은 청년문화 일번지로 삼고 북아현권역은 상업과 주거의 융합 지역으로 만들겠다. 서대문권역은 역사문화와 함께 먹거리·볼거리가 풍부한 지역으로, 가좌권역은 모래내시장 일대 뉴딜 도시재생으로 지역 구성원이 상생하는 곳, 북가좌권역은 주거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역별 특성에 맞는 공간 전략을 통해 도시 환경을 정비해 나가겠다. 대학이 많은 서대문구의 장점을 활용해 미래 인재에 투자하는 교육신도시 조성도 주요 추진 과제다. 권역별 청소년 문화센터 건립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융·복합 인재교육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의 재능과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 문화가 특권이 아닌 기본권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문화도시 서대문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산·북한산 자락길과 홍제천을 연계하는 테마거리를 만들고 현저2-2지구에 민주의 전당을 유치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임시정부기념관과 함께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하겠다. 아울러 4대 축제 브랜드화와 신촌 바람산 일대 문화벨트 조성도 추진하겠다. →현안 중 시급한 문제와 개선책은. -긴급한 것은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조정이다. 실무적으로 신속하게 하자는 생각이다. 지금의 업무를 단계적으로만 보지 말고 5~10년에 해야 할 일을 1~2년 만에 해버리자는 것이다. 속도전을 과감하게 하기 위해서 규정상 어쩔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인가 절차에 대해 파격적으로 신속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비 사업자, 재벌 시공회사에 휘둘리는 주민을 대신해 업체 선정 등을 구청이 주도해 모델을 제시하고 주민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소통이 안 되고 분쟁이 문제였지 관의 인가 문제는 아니었다.→지방분권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갈 생각인가. -헌법 개정은 안 됐지만, 지방분권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중앙정부가 실천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테면 법인세, 소득세를 과감하게 지방세로 하는 등의 세원 조정이라든지 지방분권적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해야 할 일들을 보여 줘야 한다. 중앙정부가 이를 추동해 나갈 수 있도록 지방분권 세력들이 계속 발언하고 의제를 던져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도 중앙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이야말로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여러 지방정부로 분배함으로써 서로를 견제하고 또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구청장이 되려 하는가. -3선에 이르렀지만 마음가짐은 주민을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다. 주민을 섬기겠다는 처음의 자세와 다짐을 잊지 않겠다. 구정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는 서대문 지방정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민선 7기에도 주민과 함께하기 위한 소통의 통로를 활짝 열어 두겠다. 주민들이 ‘저 사람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마음속 이야기를 해도 저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주민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사람 향기 가득한 ‘사람중심도시’, 주민과 함께 나누는 ‘희망서대문’을 만드는 데 주민이 늘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문석진 당선자는 주민 ‘세족식’으로 첫 출발 복지·섬김의 행정 펼치는 서대문구 ‘키다리 아저씨’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당선자는 2010년 민선 5기에 당선된 이후 6기 재선에 이어 지난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서대문구민의 선택을 받아 3선 구청장이 됐다. 전남 장흥 출신인 문 당선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세무회계사무소 대표로 일했으며 서울시의원이 된 뒤에도 전문성을 살려 재무경제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 국가청렴위원회 보상심의위원,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감사, 세종문화회관 감사,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이사, 경실련 예산감시위원 등을 역임했다. 180㎝의 큰 키로 인해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2013년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저서 ‘서대문 키다리아저씨의 행복동행’이라는 제목도 별명에서 기인했다. 그는 복지야말로 구청장으로서 주민 모두를 주인으로 섬기는 철학의 출발점이라는 구정 철학을 피력하고 있다. 서민 복지로부터 시작해 교육 복지, 주거 복지, 환경 복지, 문화 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해 복지 중심의 구정을 위해 마을을 누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묵묵히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구청장이 되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 문 당선자는 매번 취임 때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주민을 모시겠다는 마음을 다지기 위해 주민의 발을 닦아 주는 ‘세족식’을 한다.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면서도 세족식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을 지냈으며 지방분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개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이사람 e향기]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해 北 의료 발전 돕고파”

    [이사람 e향기]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해 北 의료 발전 돕고파”

    성원메디칼주식회사(대표이사 이낙호)는 1996년 충북 청원(청주)에서 일회용 수액세트를 생산하는 공장설립으로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성원메디칼은 여러 개의 수액제나 주사제를 한 번에 투약할 때 쓰이는 ‘쓰리웨이 스탑코크’(3-Way Stopcock) 제품을 국산화했다. 설립 첫해부터 당시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전문의사 제품인 ‘중심정맥카테터세트’(Central Venous Catheter Set)와 병동용품 쓰리웨이 스탑코크 승인을 시작으로 2004년 ‘자가조절진통 펌프세트’(PCA pump set) 승인, 2007년 국내 처음 항균기능을 가진 향상된 중심정맥카테터 세트인 ‘Prime-S Central Venous Catheter Set’ 승인에 이어 2017년에는 미국 FDA에 ‘경피카테터 어큐시스’(Accu-Sheath Introducer set) 및 ‘크레센도(Crescendo) 카테터 안내선(Guidewire)’ 승인을 신청했다. 특히 2006년 ‘Drainage Catheter locking system’의 PCT출원과 미국에 특허등록을 획득했으며, 이를 포함한 전문의사 제품들에 한해 CE·GMP·ISO13485·ISO9001·Inno Viz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그렇다 보니 지난해 매출액은 217억원으로 2016년 189억원보다 12.9%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생산직원과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해 평균 근로 직원 수의 경우도 지난해 110명에서 올해는 30명, 21.4%가 늘어난 140명에 이른다. 주력 제품군은 카테터류, 수액 세트군, 가이드 와이어류 등이다. 성원메디칼은 지난 15일 베트남에 제2 생산공장을 준공, 동남아시아 의료기기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뿐만 아니라 성원메디칼은 4·27, 5·26의 2차례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길이 열리면, 북한에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해 북한의 병동의료 발전에 동참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북한은 현재 뇌혈관질환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사망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인 데다 영유아 사망률 역시 21.3명으로 전 세계 223개국 가운데 74번째로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신생아 감염관리, 예방접종, 위생시설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 사망률이 5세 이하 3.5명, 1세 이하 2.7명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영아 사망률 평균 4.51명과 비교해 보면 심각한 수치다. 북한의 병원의료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대희 성원메디칼연구소 소장을 찾아 인터뷰했다. 이 소장은 “성원메디칼은 병동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수액세트류,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 등 의료기기가 주력제품인 만큼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북한 의료발전을 돕고 싶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때 꼭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 바이오 기술과 의료전문 기업으로 지속성장해 한민족 건강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원메디칼은 1996년 창업 이후 병원의료의 한 축인 수액세트류,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 등 의료기기를 주력제품으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간 200억 원대 매출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료의 발전과 함께 한 성장입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접한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과 사정은 모성 건강, 영유아, 예방접종 및 결핵 관리 등에 취약했습니다. 한 핏줄을 나눈 동포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오면 병원의료의 기초가 되는 의료기기 생산공장을 북한에 설립해 북한 의료 발전을 돕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외교와 신북방외교에 이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평화의 길을 열면서 북미정상회담도 열렸습니다. 세계가 한반도의 평화를 주목하며 지지하는 마당에 성원메디칼이 비록 중소기업이지만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회장님과도 이 문제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특히 북한에 공장설립이 가능한 길이 열리면 이에 꼭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성원메디칼이 북한의 병원의료 발전에 작은 힘이지만 보태자고 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 제2 생산공장을 설립해 준공을 했는데요. 북한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투자 여력은 있습니까. -베트남 공장은 사실, 지난 15일 아시아 시장진출의 전초기지를 목표로 준공됐습니다. 우선은 국내 수요를 충족할 겁니다. 성원메디칼은 2015부터 2017년 걸쳐 3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10% 수준입니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도 아닌 21년 역사를 지닌 중소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R&D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적극적 투자의 본질은 중소기업이지만 의료기기의 원천기술을 획득하기 위함인 거죠. 게다가 성원메디칼은 금융부채도 거의 없어 은행 신용도가 좋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북한 의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권에 맞춘 병원이 북한 곳곳에 설립돼야 할 겁니다. 여기에 병원의료에 필요한 의료진과 의료기기 등도 제공돼야 할 것이고요. 북한이 언제까지 구호기관과 단체들의 구호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성원메디칼이 의료기기 가운데 일회성 소모품이 주력이긴 하지만, 먼저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저희를 뒤따라 여러 의료기기 제조회사들도 북한공장 설립에 나설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성원메디칼을 벤치마킹해서 북한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에 나설 수도 있고요. 시사점이 클 것으로 봅니다.→R&D로 원천기술을 획득한다는 것은 ‘특허품 개발’로 이해됩니다. 갖고 계신 특허제품은 있습니까. -2006년에 획득한 Drainage Catheter locking system입니다. 또 개발 주력제품인 카테터 안내선(가이드와이어)의 경우 올림푸스(Olympus), 데루모그룹(TERUMO),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각각 특허출원했는데요. 꾸준한 R&D로 이들 세 제품에 대한 특허회피전략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R&D 투자 결과입니다. 카테터 제품군으로는 원천기술인 접합 없이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경도를 압출하는 기술을 이용해 카테터 튜브를 뽑아내는 것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임상적으로 볼 때 체내에 삽입되는 카테터들은 장기의 손상을 줄이며 시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경도의 튜브를 뽑아 이를 하나씩 수작업으로 붙이는 게 외국계 제조사들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붙인다는 건 분리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크게 포함합니다. 만일 체내에 들어간 카테터 튜브가 접합점이 분리되어 떨어진다는 걸 상상하면 끔찍할 것입니다. 이런 분리 이탈되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이 있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리스크는 제로에 가깝게 됩니다. 이 원천기술을 얻고 나오는 카테터 제품들은 모두 특허를 등록하기 위한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싱가포르에 다국적 기업들의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R&D 센터에 입주해 서로의 연구실적을 공유해 합작연구가 활발합니다. 이에 성원메디칼도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2018년 4월 이곳에 연구소 분소를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R&D하는 부분은 영상의학과, 순환기내과, 소화기 내과 등에 사용되는 디바이스 일회용 제품인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Guidewire )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들의 경우 연 매출이 수조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글로벌 의료기기회사가 출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중소기업,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제품생산에 R&D 투자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R&D 투자를 계속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조사들의 숙명은 끊임없는 투자와 성장입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 간호사들이 유량을 조절하기 위해 수액조절펌프(Infusion Pump) 기기 기능을 구현하는 일회용 수액 조절기에 유량 눈금이 표시된 제품을 2000년에 저희 회장님께서 수많은 노력과 실패 끝에 국내 처음으로 국산화했습니다. 고급화된 조절기가 달린 수액세트입니다. 그렇지만 저가형 수액세트의 경우 개당 200원, 300원합니다. 3톤 트럭에 가득 실어야 700만원이고요. 게다가 이 수액세트를 병원 또는 병동에 직접 일일이 공급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소위 말하는 ‘인건비 따먹는 제품’인 거죠. 많은 사람을 투입해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아야 조금 남는 거죠. 지난 20여년간 국내 수액세트 제조사들이 유지해 왔던 방식입니다. 변화가 필요했던 거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확장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감한 R&D 투자는 기존 고급화된 조절기기가 달린 수액세트를 좀 더 다양 소재와 구성품으로 친환경적이며 생체적합성에도 전혀 문제없는 제품개발의 결실을 맺고 있고, 이는 심평원 급여가 3000원, 7000원 하는 제품이긴 해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 의료용 병동 소모품입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을 카테터와 와이어 제품 개발에 재투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R&D 투자를 할 겁니다. →주력제품이 카테터와 와이어라고 하셨는데요. 매출 외형과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 건가요. -두 제품은 국내에서 저희 회사가 순수 자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기술향상을 위해 국내 회사이며 저의 연구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모 대학병원의 교수님 도움을 받아 수술 시 참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향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룰 것인가의 길라잡이 역할이라고 할까요. 임상의와 연구진의 만남인 거죠. 이제,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조회사들인 메드트로닉, 지멘스, GE, 필립스로부터 OEM을 받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성원메디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한 에피소드라 할까 보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소개한다면요. -기술을 배우려고 온 나라를 다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술을 배우고자 해당 공장 앞에서 기다리기도 일쑤였죠. 일본의 경우 돈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도 처음에는 외면받았습니다. 장인 정신 같은 것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쉽게 내어 팔 수가 없었던 거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린 끝에 기계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카테터를 만들게 됐죠. 특히, 저희 제품이 사람 몸에 들어가잖아요. 병원과 공동연구 하면서 개발하는 제품 중 혈관 내 안내선 중 한 품목이 있는데 국내에는 90% 이상 수입사 제품인데요, 굉장히 많은 요소기술들이 하나의 안내선에 녹아 있거든요. 즉 시술 시 의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 제품이죠. 임상에 대한 이해와 시술 순서를 알고 앞과 뒤에 연계되어 사용하는 의료기기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그 안내선의 기능적 역할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 몸에 들어가려면 바늘이 꽂이고 바늘을 통해 특정 목적을 띤 카테터 안내선이 들어갑니다. 뒤에 카테터 관이 뒤따라가겠죠. 혈관 깊숙이 들어가 뒤따라 들어온 카테터의 역할을 돕고자 안내선은 해당 병변까지 진입을 하는 게 소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얇고 말랑한 혈관에 안내선의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유연성·직진성은 필수겠죠. 이 두 특성의 발란스를 잘 조절해야 병변에 도달한 안내선과 카테터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혈관 성형술을 하게 됩니다. 이 안내선을 작년에 100% 국내 생산으로 국내 최초 성공했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슴 벅찬 순간이였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 생산직원들과 연구원을 많이 뽑았습니다. 30여명 됩니다. R&D로 우수제품이 개발생산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 하고, 베트남 제2공장도 준공하게 된 겁니다. 저는 혼자 잘살고 배부르면 다인 회사문화를 아주 싫어합니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결정으로 방향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그 방향도 구성원들 간의 끊임없는 논의와 합리화를 통해 세운 후, 구체적인 목표에 맞게 나랑 같이 일하는 동료와 또 그 동료들의 상호 간 신의가 없으면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봅니다. 결국 마침표를 찍는 건 함께 일한 직원과 동료들의 훌륭한 능력에서 완성이 되는 거죠. 이런 회사문화를 근간으로 기회가 되면 앞으로 남북경협의 문이 열려서 북한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그때 제대로 자랑할 수 있겠죠. →사훈이 있습니까. -정교(精巧)입니다. 사람의 생명, 특히 혈관을 다루는 제품생산 기업입니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특히 혈관이 약합니다. 식약처가 정해 준 제품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그 기준보다 더 정교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항상 ‘내가 생산한 제품을 내 아이가 쓸 수 있고, 가족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이 사용할 수도 있다. 그때 어찌할 것인가’라고 말합니다. 즉 품질에 있어 ‘세심하고 엄격하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공정 중 하나라도 의심쩍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품질관리(QC)에서 아웃시켜라’고 합니다.→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미래의 의료기기에 대한 준비와 주도적 역할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현재 R&D하고, 인력을 늘리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IT(정보기술) 기반이 된 미래형 의료기기로 나가기 위한 겁니다. 의료기기와 IT가 접목되는 지점에 또 다른 원천기술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특허로 기술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거죠. 이를 실현하려면 제조업의 형태를 변화시켜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가 필수입니다. 그러면 인터넷 기반의 IT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제품이 하나둘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특허받은 내용을 오픈이노베이션형태로 기술혁신을 더 해 나가면 글로벌 회사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평화 시대가 열리고 있지 않습니까. 한반도 평화와 함께 열리는 남북경협은 저희같이 기술은 있으되, 시장환경에 의해 ‘인건비 의존형’의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강소기업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호기인 거죠. 그래서 의료기기 제조업의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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