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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베이비붐 1세대 ‘조기퇴직 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1964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내년부터 환갑을 맞기 시작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AP통신은 18일 7700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조기 은퇴’를 실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2000년 주식시장 붕괴와 2001년 경기 불황으로 사그라졌던 조기 은퇴 바람이 경기가 되살아나고 집값이 오름에 따라 다시 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추가 수입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들은 제 2의 직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금융기업 메릴린치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3400명의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77%가 은퇴 이후에도 제 2의 직업 등을 통해 계속 일하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3%는 창업 의사를 밝혔다. 25년 이상 아메리칸 항공에서 일한 데일 브눅(47)은 항공기 청소부로 일하다 해고당한 아내와 함께 최근 수경식물원 조경 상점을 개업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일하던 수잔 윌렛(42)은 6년 전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는 삶이 지겨워서 코미디언으로 변신했다. 극장에서 단독 코미디쇼를 진행하는 윌렛은 현재 연봉이 2만달러에 불과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 때문에 만족한다. 비즈니스위크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숙련된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공무원의 절반이 앞으로 5∼7년 안에 은퇴하고, 유럽연합에서도 20년 안에 50∼64살의 인구가 전체의 25%에 이르게 된다. 인도·중국·러시아 등에서는 매년 충분한 IT인력이 대학을 졸업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해 앞으로 선진국은 인력부족에, 개발도상국은 일감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진단했다.인도에서는 한해 300만∼400만명이 공대를 졸업하지만, 미국은 한해 공대 졸업생이 10만명에 불과하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향후10년간 잠재성장률 4.0%까지 추락 할수도”

    투자확대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이 없으면 앞으로 2014년까지 10년간의 잠재성장률은 4%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8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약화 요인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4년의 잠재성장률은 4.0∼5.2%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와 민간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등 경제구조변화에 대응하면 5.2%도 가능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4%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추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중립적인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4.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1∼2004년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진 4.8%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2001∼2004년의 설비투자증가율이 0.3%로 부진했던 것은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의 고비용 구조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은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1980년대 말 거의 끝나면서 노동력 증가세가 둔화된데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화는 심해지는 현상도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80년대까지 2%대의 증가율을 유지하던 생산가능인구가 고령화 등으로 증가율이 2001∼2004년 0.57%로 낮아졌다. 경제활동참가율도 지난해 62.0%로 97년의 62.5% 수준을 밑돌고 있다. 한은은 “지가상승을 통한 생산비용 부담은 장기적으로 투자위축에 따른 성장기반 잠식의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소득분배 악화는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인적자본 투자 부진을 초래하면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연구개발과 인적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계를 강화하며, 소재부품의 국산화율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식기반 산업의 육성,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금융의 자금중개기능 회복, 사회안정망 구축 등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서울 아파트가격 평균 29%가 거품”

    현재 수준의 부동산 버블(가격 거품)이 ‘베이비붐 세대’ 등의 영향으로 2010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엔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 자산형성을 마쳐 거품이 급격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경제연구소는 28일 ‘한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 진단과 장·단기 시장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의 평균 29.5%가 거품인 것으로 추정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3개 지역은 거품이 평균 43.7%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으로 단기적으로 5∼10%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베이비붐 세대 ‘퇴직 쓰나미’] 정년 65세로 늘리고 연금지급 늦춰

    [베이비붐 세대 ‘퇴직 쓰나미’] 정년 65세로 늘리고 연금지급 늦춰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린다. 이들은 2차 대전 직후인 1947∼49년(현재 만 56∼58세)에 태어난 사람들로 806만명에 달한다. 미국의 베이비붐이 46∼64년 무려 18년간 지속된 데 반해 일본은 전후 궁핍한 생활로 출산율이 높았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한 ‘특수(特需)’로 곤경에서 탈출한 데다,50년 이후 대대적인 산아 제한정책을 펴면서 베이비붐이 3년 만에 끝났다. ●연금 급여율은 단계적으로 낮춰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 중 665만명이 오는 2007년부터 3년간에 걸쳐 은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찌감치 ‘2007년 문제’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대비해 왔다.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지급 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대응책의 골자다. 연금 급여율도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고령자 재취업 제도를 도입했다. 도시바는 55세의 희망자가 일단 퇴직하면 이들을 모두 그룹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다. 그런가 하면 간사이페인트의 경우 임금은 퇴직 전의 30∼40% 수준이지만 퇴직자 가운데 희망자는 전원 65세까지 재고용하고 있다. ●스페인 65세전 퇴직땐 불이익 다른 선진국들도 일본이나 한국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퇴장 문제는 없지만 은퇴 연령을 연장하고 고령자 강제 퇴직을 금지하는 식으로 고령화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은퇴 연령은 64.4세, 스페인 63.2세, 영국 63.1세, 독일 62.1세, 프랑스 61.4세, 덴마크 60세, 그리스 60.8세, 스웨덴은 60.3세 등이다. 특히 스페인은 65세가 되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은퇴하면 불이익을 주고 있다. 미국은 고령자의 강제 퇴직을 법으로 막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경기회복‘짐’ 베이비붐세대

    경기회복‘짐’ 베이비붐세대

    현재 40대가 대부분인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출 기로에 서있다.800만명이 넘는 베이비 부머들이 7∼8년 이후부터 무더기로 은퇴하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주력 소비계층인 이들 세대는 은퇴 이후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벌써부터 지갑을 꽉 닫고 있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슷한 문제를 먼저 겪게 될 일본이 발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충격 흡수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도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약 81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만 42∼50세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4829만명의 16.8%나 차지한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앞으로 7∼8년 뒤인 오는 2012년쯤부터 시작해 2020년 사이 무더기로 퇴직하게 된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출 시기가 지금부터 3∼4년 이후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침체, 기업문화 변화 등의 영향으로 일정 나이가 되면 능력이나 경력 등과 관계없이 조기 퇴출시키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 연령은 57세이지만, 실제로 직장을 그만둔 나이는 53세로 집계됐다. 베이비붐 세대가 몇년간에 걸쳐 한꺼번에 퇴직하게 되면 개인뿐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줄고, 청년실업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대거 퇴장할 경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생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연금 재정을 채워주던 입장에서 연금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국가재정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숙련된 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해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위기’라고 할 수 있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N부장.1959년생(만 46세)으로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지난 1986년 직장에 들어와 내년이면 입사 20년째를 맞는다. 입사 이후 6년 반 만에 과장이 됐고,15년째에는 부장으로 승진해 지금껏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50세를 바라보는 요즘,N부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장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선 ‘별’로 여기는 임원이 돼서 직장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겠다는 꿈은 갖고 있지만,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N부장이 다니는 회사의 정년은 55세이지만 입사 선배들 가운데 부장 정년을 채우고 나간 사람을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임원이 되지 못하거나 후배가 치고 올라오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막상 ‘그만두고 나면 뭘 하지.’라고 자문하면 답이 막힌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목돈이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N부장 같은 베이비 부머의 대규모 은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생산가능인구(15∼64세)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무렵에는 젊은이 5명이 노인 1명을, 오는 2030년에는 2.7명의 젊은이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로 바뀌는 등 갈수록 노인부양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위기를 피하려면 정년을 연장해 가능한 한 은퇴 시기를 늦추고, 연금을 받는 나이를 올리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정년퇴직 연령은 300인 이상 사업체는 56.8세, 공무원 5급 이상은 60세,6급 이하는 57세, 교원은 62세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실제로 55∼79세의 연령층 가운데 정년 퇴직 때까지 일한 사람은 10명 중 1명꼴(1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정후식 부국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연착륙하려면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노사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베이비붐 세대 ‘퇴직 쓰나미’] 기고-은퇴 최대한 늦춰야 가정·기업·국가 ‘相生’

    최근 몇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한국이 고령화 속도면에서 가장 빠른 사회가 되었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까운 장래에 닥칠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문제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을 일컫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40대가 대부분이지만 노동력의 규모로 볼 때에는 30대까지 베이비붐 세대로 볼 수 있으며 우리 노동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10년 뒤인 오는 2015년에는 50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퇴직을 준비하거나 은퇴하기 시작함으로써 매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선진국의 경우 2008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앞두고 연금 급여가 증가하는 등 사회보장 비용의 급증과 함께 노동력의 부족을 우려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후 재고용을 보장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과거에 청·장년의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고령자의 조기 은퇴를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복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담을 감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복지 비용만 늘어나고 실업은 해소되지 않았다. 따라서 근래에는 정년 연장이나 연령에 의한 강제퇴직 금지, 정년후 재고용 등 은퇴를 지연시킴으로써 복지 재정의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복잡하다. 선진국은 은퇴후의 사회보장이 뒷받침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 퇴직후에 안정된 연금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계층은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은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를 지니는 동시에 자녀 교육에도 많은 돈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녀로부터는 부양받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개인적으로도 노후 준비가 취약하다. 이러한 점 외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이 이어지면 기업은 엄청난 퇴직금 부담에 시달려야 하고, 실업급여나 연금지출이 급증할 것이다. 아울러 일을 중단함으로써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의료비 부담과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개인이나 가정을 불행 속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국가의 복지 비용 증가를 요구할 것이다. 복지 비용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충당해야 하므로 취업하고 있는 세대나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힘겨울 수밖에 없다. 복지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복지 이외의 사회간접자본이나 국방, 교육 등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가장의 조기 퇴직은 가정에서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그렇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되고 생산성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은퇴 연령을 고령화 수준에 연동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25세 이상을 취업가능인구로 간주하고 취업가능인구 중에서 은퇴인구를 20%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법에 따르면 2005년 현재의 은퇴연령은 60세가 되고 2020년에는 65세,2040년에는 75세가 된다. 물론 복잡한 기업 환경과 노동현실 속에서 이러한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 구성원들간의 타협과 양보를 통해 이루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도록 양보하는 대신, 노동계는 정규직 임금을 연공서열형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생산성에 연동하는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용안정과 임금구조의 유연성 조치들이 이루어지면 고령자에 대한 연공급여식 고임금 부담이 줄어들고 가급적 정년을 보장하거나 정년후 재고용의 형태로 은퇴 연령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은퇴하는 나이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의 진보에 따라 고령자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육아 휴직제도와 유사한 교육 휴직제도를 도입하고, 제도의 운영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참여하는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업과 근로자, 나아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최병호 보건사회硏 연구위원
  • [시론] 저출산대책, 공염불 되지 말아야/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시론] 저출산대책, 공염불 되지 말아야/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인구성장의 단계를 보면 1965년 농경사회의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귀환한 동포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으로 인한 증가로 합계 출산율은 6에 달해 인구성장은 2.8%를 넘었다. 1980년대 개발경제를 거쳐 산업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인구환경은 변화하기 시작, 출산율은 3으로 줄었고 선진국에서 100여년 동안 경험한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인구구조에서 소산소사로 전환하는 변천기를 맞게 됐다. 오늘날 후기산업사회의 디지털시대를 맞은 우리의 출산율은 OECD 회원 국가 평균출산율 1.5보다 낮은 1.19의 최하위권 출산율을 나타내고,2005년 통계는 1.15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저출산은 고령화로 진행되어 인구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망되고 있다. 한국의 인구성장은 2019년에 정점에 이른 뒤 하강국면으로 돌아서서 인구성장은 감소추세로 반전돼 노인인구는 현재의 9.1%에서 20%를 상회해 고령사회로 진입함으로써 생산성의 저하로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우려된다.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2019년의 인구는 약 5000만명에 도달한 후에 인구성장은 정지 내지 하락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인구통계는 2050년에 4100만명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50년 주기로 인구의 20%가 감소해 400년 내에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란 예상이다. 저출산대책은 프랑스와 같이 경제주체인 기업, 노동자, 소비자와 정부가 만장일치의 합의하에 중·장기의 출산장려 5개년계획을 수립해 2020년까지 출산율을 현재의 1.19에서 대치출산율 2.1로 높이는 특단의 정책실천이 수행돼야 한다. 출산·양육·교육의 종합정책 예산은 향후 15년간 약 75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의 국방비 지출보다 많은 GDP의 약 5%에 달하기 때문에 민·관협조체제의 지원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의 고령화 진도는 서구에서 100여년간 형성된 과정이 불과 30여년 만에 진전돼 서구처럼 제도화된 노인복지의 준비기간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사회는 속수무책의 난감한 처지에 있고, 설상가상으로 IMF 사태후 청년실업과 조기 명퇴의 영향으로 노인문제는 사회인식의 열외대상으로 전락했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418만명으로 경로연금 수혜자는 15%에 불과하다. 급격한 고령화 현상은 저출산과 연계되어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특히 호남·충북과 경북 등 산업시설이 열악한 농경지역에는 노인인구가 14%를 상회하여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돼 고령화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고용문제를 장기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산업인구정책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체제로 개량이 필요하다. 경제대국인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은 무역의존도가 GDP의 30% 미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73%로 고용과 해외경제에 민감하여 경제안보에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외수의존형 경제에서 선진국형으로 전환, 인구흡수력이 큰 산업육성이 필요하다. 출산기피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 고용 불안 때문으로 산업인구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저출산, 고령화대책을 실효성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가족법을 참작하여 법을 제정하고 인구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가족법 성공요인은 지속성에 있다.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 [일본을 다시본다] (10) 소자화를 막아라

    [일본을 다시본다] (10) 소자화를 막아라

    |도쿄 특별취재팀|올해 세 살이 된 신타로는 부모와 함께 ‘출퇴근’을 한다.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 직장에 마련된 보육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돌보는 보육교사만 2명이고, 함께 부모를 기다리는 친구도 있어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다. 선박유통회사인 ‘니혼유센(NYK)주식회사’에서는 3년 전부터 30여평 규모의 보육실을 회사 안에 만들어 직원들의 자녀를 돌보고 있다. 일본에서 자녀를 적게 낳는 ‘소자화’ 현상이 국가적인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보육서비스 지원의 제도화 등 정부 차원에서만 접근했던 소자화 대책에 최근에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인구 감소가 노동력 부족을 넘어 소비자 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소자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아이는 회사에 맡기고 마음 편하게 일하세요” 니혼유센에서 보육실을 마련한 것은 2000년 사내 인터넷 사업 비즈니스 캠페인 공모에서 몇몇 직원들이 보육사와 부모를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사업을 제안, 수상한 것에서 비롯됐다. 도쿄역이 위치한 도심 한복판에 보육시설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은 사업주 등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2년만에 실용화됐다. 보육실은 15명 정원으로 생후 57일∼초등학교 취학 전인 직원 자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부모가 잔업 등으로 일이 늦게 끝나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용료는 공립 보육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정기적으로 등록하지 않고 사정에 따라 하루씩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이용실적을 냈다. 아동의 안전을 위해 방재센터, 경비실 등과 연결되는 카메라를 보육실 입구에 설치해 정해진 친권자가 왔을 때만 문을 열어준다. 향후 계약을 맺어 다른 회사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보육실 운영은 기혼여성뿐 아니라 미혼여성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직원 가시마 나호는 “니혼유센 여직원이 260명 정도 되는데, 꼭 아이가 없더라도 여성을 이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회사에 더 강한 소속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니혼유센의 하마모토 요시코 공보과 매니저는 “소자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복지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게 됐다.”면서 “현재 매달 정규등록하는 아동은 2명뿐이지만, 단 한 시간이라도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계속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로 여성인재 빼앗기면 회사 손해” 통신·전자기기 종합회사인 ‘NEC’에서는 보육 지원 문제를 철저히 기업 이윤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애써 키워놓은 여성 인재들을 보육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잃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여직원들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잇따라 퇴직하자 인재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NEC는 육아휴직제도가 법제화되기도 전인 1990년 이미 휴직제를 도입했으며, 현재 출산 전후는 물론 아이가 만 한살이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육아휴가를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육아 단시간 근무제도’를 도입, 자녀가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는 하루 2시간까지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2002년부터는 ‘패밀리 프렌들리 휴가제도’를 새로 만들어 1년에 5∼20일 수업참관이나 어머니회 모임, 소풍, 운동회 등 자녀의 학교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패밀리 프렌들리 펀드’를 만들어 아이를 낳으면 1명당 55만엔을 지급하고, 부양하는 자녀 1명당 매달 5000엔씩 주고 있다. ●“주민 수가 힘!” 지자체도 앞장 시즈오카현에서는 2003년 정부에서 ‘소자녀화 사회대책 기본법’과 ‘차세대 육성지원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현·시·읍·촌과 기업주가 함께 소자녀화 대책을 추진한 뒤 2005∼2010년간 진행할 ‘시즈오카 차세대 플랜’을 책정했다. 차세대 플랜은 미혼화와 만혼화를 막기 위해 젊은층이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임신과 출산을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확립하는 한편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역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은 2010년까지 부모와 자녀가 전문적인 육아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자녀양육센터를 현재의 133개에서 193개까지 늘릴 예정이며, 보육원도 259개에서 35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아동기뿐 아니라 청소년기의 교육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현은 사춘기 보건상담실 등을 이용, 청소년기의 성관계와 임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상담과 검사가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2010년 10대의 인공임신중절률을 지금의 1.06%에서 0.6%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wisepen@seoul.co.kr ■ 후생성 ‘패밀리 프렌들리 기업’ 제도는 |특별취재팀|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2003년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1.2905이었다. 출산율이 이같이 처음으로 1.3을 밑돌자 일본 열도는 ‘1·29 쇼크’라고 부를 정도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2004년도 출산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 1.28 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잠정집계를 내놓았다. 가속화되는 소자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1975년 1.91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인구 현상유지가 가능한 2.07을 밑도는 저출산 경향이 이어져왔다.2004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112만 4000여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06년의 1억 2774만명 이후에는 총 인구수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추계인구는 1억 1758만명으로 2000년보다 934만 6000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은 2005∼2010년이 인구 증가의 마지막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차 베이비붐 세대가 출산기에 다시 베이비붐을 일으켰듯 2차 베이비붐 시기인 1971∼7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주니어’ 세대가 30대에 접어든 지금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베이비붐 주니어’ 여성들을 위해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소자화대책 각료회의를 열어 출산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의 재도전 지원책검토회의’(가칭)를 설치하기로 했다.2006년도 예산에 구체적인 방안을 반영하는 것을 비롯, 연내에 ‘응원 플랜’(가칭)을 확정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장화경 교수는 “일본 정부는 제도 정비는 물론이고, 육아지원에 기업과 지자체를 끌어들여 지원 주체를 다양화함으로써 예산절감과 함께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wisepen@seoul.co.kr ■ 심각한 ‘少子化’ 실태 |특별취재팀|일본 후생노동성은 매년 10월을 ‘일과 가정을 생각하는 달’로 정하고, 일과 육아 및 간병이 양립할 수 있는 여러 제도를 도입,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을 ‘패밀리 프렌들리 기업’으로 선정해 표창하고 있다. 등급에 따라 후생노동대신우량상, 후생노동대신노력상, 도도부현 노동국장상으로 나눠 수상하고 있으며, 처음 제도를 도입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27개 기업이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후생노동대신우량상은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카오 컴퍼니’가 수상했다. 인사부 내에 아예 보육지원을 전담하는 ‘EPS(Equal Partnership) 추진실’을 따로 만들어 상근 인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5845명(남성 4927명, 여성 918명)의 사원 가운데 135명이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위해 상사와 면담할 때는 은근한 압력이 행사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상 EPS 담당자가 입회한다. 카오 컴퍼니의 사카쿠라 다카히토 홍보과장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원의 92%가 복직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내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영업장에서는 어느 정도 보육지원제도가 정착돼 있는 상태이다. 규모가 영세해 육아휴직 등을 활성화하기 힘든 회사에는 후생노동성이 휴직인력을 대체하는 보조인력 고용비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후생노동성 고용균등 아동가정국의 이노우치 미야비 취업원조계장은 “눈앞의 이익보다 사회발전에 공헌한다는 의미를 강조해 기업들에 꾸준히 패밀리 프렌들리 기업 표창제도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wisepen@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미국을 ‘장애인의 천국’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장애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정신적·물리적 ‘고난’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다고 훈장처럼 붙여진 표현이다.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시혜나 동정적 지원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정책의 철학적 기반 위에 ▲법과 제도 ▲교육 ▲사회 속으로의 통합이라는 요소가 삼위일체로 작동하고 있다. |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사랑이나 인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장애인 교육을 위해서는 전략적 정책과 이를 실현시키는 사회적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시 외곽에 자리잡은 ‘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 메릴랜드주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체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장애인 특수학교다. 성장과 언어 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의 증상을 가진 6∼12세 어린이 105명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목표는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성공의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여름학기(서머스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자 왼쪽 첫번째 교실에서 시청각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듯하자 교사들이 “밖으로 가자.”며 학생들을 인도했다. 교사들은 “날씨가 더우니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남으라.”고 말했고,8명의 학생 가운데 2명이 그대로 남아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 학교는 장애인 어린이들도 충분한 가치 판단 능력이 있다고 믿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유도하기 위해 가급적 자율권을 많이 부여한다. 교사들의 손을 잡고 교실 밖을 나서는 6명의 어린이들. 모두가 또렷한 눈망울에 밝은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교사에게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교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면서 “그러나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은 일단 학교 밖을 나가면 학교 안에서처럼 잘 행동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너편 교실에서는 학습 장애가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수업의 교사는 교실 정면에 삼각형과 사각형, 원 등 도형과 숫자가 적힌 큰 보드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에게 ‘트라이앵글’ ‘스퀘어’ ‘서클’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8명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세 가지 도형과 숫자를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 학교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토니 르완은 “105명의 학생을 장애증상이 아니라 나이, 성격, 학우들과의 어울림 등을 토대로 반을 나눈다.”고 말하고 “또 필요한 수업이 다를 때는 반을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층 밑으로 내려가자 언어전문가인 던 매드슨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가르치는 교실이 나왔다. 어린이들은 노트북 컴퓨터처럼 생긴 ‘보이스 인 박스’라는 장치를 이용했다. 박스에 그려진 동물이나 식물을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소리로 나왔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전기작가인 칼 샌드버그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당초 1962년 일반 공립 초등학교로 설립됐다.7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졸업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바람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78년 복합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일반 초등학교와 다름없는 시설을 유지하는 데 힘쓰는 한편 학생들이 독립성을 갖춰 사회로 나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해 왔다. 이같은 노력과 정성이 외부에 알려져 현재 이 학교는 워싱턴 인근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특수학교가 됐다.105명의 학생 가운데는 외교관·교수·군인·세계은행 직원인 부모를 따라온 10명의 외국인 학생도 있으며, 한국 학생도 한 명이 있다. dawn@seoul.co.kr ■ 제임파라 교장 인터뷰|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의 제인 파라 교장은 “부모와 사회의 관심 속에서 공정하면서도 개인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면 장애인 학생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 방침은. -최고의 교사진과 최고의 지도법을 찾는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숙련된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들은 동료들이 훌륭하다고 느끼면 그에 걸맞은 직업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장애인에게 교육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이 성장했을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장애가 심한 어린이에게도 간단한 읽기와 셈은 반드시 가르치려 한다. 또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키워주려 한다. ▶장애인 교육의 인권적 측면은 무엇인가. -장애인은 교육을 받을 동안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권의 보호를 받는다. 장애인의 인권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막상 학교를 떠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학교 밖 세상은 학교 안보다는 못할 것이다. 물론 미국 사회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인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스태프(교사와 교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신규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잘 다룰 수 있고, 학생들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교육 외적인 잔무가 너무 많다. 파라 교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직접 학교 시설들을 안내해줬다. 그는 교실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현재 어떤 수업을 받는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dawn@seoul.co.kr ■ 美 장애인 법과 제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장애인 관련 제도를 아우르는 법은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ADA는 미국의 장애인들에게는 ‘권리장전’과도 같다. ADA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이 고용이나 의사소통, 교통 수단 및 각종 시설 이용, 연방 및 지방정부의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인 개인의 시민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차별행위로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연방법원에 제소해 각종 시정명령, 금지명령 등을 받아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근 우리 정부와 장애인 단체가 논의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바로 이 법을 모델로 삼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원된 미국의 제109회 의회에는 7월11일 현재 50건의 장애인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는 이라크 전쟁 등 각종 전투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교육과 의료 지원 개선 등 순수하게 장애인의 삶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도 적지 않다. 미 의회에서는 각종 법안을 제정·개정할 때 장애인 관련 사항이 필요한가를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미 의회에 계류 중인 50개의 장애인 관련 법안 가운데는 “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ADA의 내용을 정확히 고지하라.”고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포함돼 있다. ADA에 기초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을 위한 신 자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02년 보건부 산하에 장애인국(Office of Disability)을 신설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 활동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 ▲장애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회 확대 ▲고용확대 ▲지역사회와의 완벽한 조화 등이다. 이 정책에 따라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37억 달러(3조 70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 교육을 지원하는 데 할애됐다. 또 1억 2000만 달러(12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을 위한 편의 장치나 시설을 개발하는 데 배정됐다. dawn@seoul.co.kr ■ 美 버지니아주 폴스 처치 ‘신체장애인연대’를 가다 |폴스 처치(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 자리잡은 폴스 처치 시. 워싱턴에서 66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5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주택가 중심의 부도심 지역이다. 그 중심거리인 사우스 조지 메이슨 드라이브에 이 지역의 대표적 건물인 다섯 동의 고층 아파트가 나란히 서있다. 이 아파트 단지 안의 3705동 105와 106호에서 중증 장애인 7명이 이웃 주민들과 어울려 여느 미국인과 다름없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자 장애인의 대표 도우미인 올란도 포울리스가 문 앞에서 맞아줬다. 이 집에는 메리카(Merica)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영어로 America(미국)는 Miracle(기적)과 발음이 거의 같다. 두 단어를 모두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다. 아파트로 들어서 보니 105호와 106호를 터서 모두 6개의 방과 4개의 화장실,2개의 거실과 주방 등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 아파트 안에서 가장 먼저 기자와 인사한 사람은 전신마비 장애가 있는 션 워자스첵, 그 다음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캐시 파였다. 장애 정도가 좀더 심한 션은 눈빛으로, 정도가 조금 나은 캐시는 말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캐시는 거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로 네티즌들과 채팅을 하고 있었다. 캐시는 “왼쪽 손만을 이용해 자판을 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상대편 친구들이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캐시의 컴퓨터에는 웹카메라도 장착돼 이따금씩 화상 채팅도 즐긴다고 했다. 션은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휠체어에 연결된 ‘패스 파인더’ 컴퓨터를 머리로 작동하고 있었다.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설치된 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의 커서를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션은 “하이 돈(기자의 영어 이름), 안녕하세요.”라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인사했다. 문장과 함께 컴퓨터가 소리도 내보냈다. 기자가 “안녕하세요, 당신은 어떠세요.”라고 하자, 션은 다시 “대단히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의사소통은 분명했다. 반대편 거실로 건너가자 하반신이 불편한 라뤼 라이트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라뤼는 장애 정도가 덜해 이따금씩 바깥으로 쇼핑을 나가기도 한다. 라뤼는 장애인이 외출을 원하면 미니 버스 등 교통수단을 제공해 주는 ‘메트로 액세스’라는 프로그램을 주 정부가 하루 24시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라뤼가 원하면 버스나 지하철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버스에는 출입구에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며, 지하철은 어느 역이나 엘리베이터로 접근이 가능하다. 션과 캐시, 라뤼와 함께 지내는 빌과 브랜디, 디, 샤리타는 장애 정도가 심해 주로 침대에 누워 TV나 책을 보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아파트는 숲으로 둘러싸여 창문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안정감을 줬다. 이 아파트의 북쪽 거실 문을 열면 아파트 수영장으로 연결된다. 라뤼와 캐시 등은 이따금씩 수영장쪽으로 나가 햇볕도 쏘이고 주민들과 대화도 나눈다고 했다. 주민들 가운데 장애인이 모여 산다고 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올란도는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도 “그 집뿐만 아니라 어느 가정이나 적어도 한가지씩의 문제는 안고 살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들이 장애인이라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장애인들이 외출할 때면 출입문을 열고 기다려 주거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션 등이 거주하는 아파트 105호와 106호는 지난 2000년에 장애인의 부모들이 돈을 모아 구입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로 연령은 26세부터 40세까지이다. 고교 때까지는 특수학교 등에서 수업이 가능하지만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각자가 생활 공간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졸업후 각자의 집에서 생활한다. 이 공간은 일부 부모들이 “장애인들도 다른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것이다. 또 각자의 집에 살 경우에는 장애인 10명에 전문 도우미가 한사람 꼴이어서 전문적인 재활 등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곳을 만든 이유였다. 올란도의 경우는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으로 영국 등에서 전문적으로 장애인 도우미 교육을 받았다. 올란도와 함께 마리차 로페스 등 모두 10명의 도우미가 이곳에서 식사와 청소, 빨래, 목욕 등을 도와 준다. 올란도는 이곳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공간이라고 판단,‘신체장애인연대’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매달 700달러씩을 생활비로 내지만 버지니아 주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는다. 올란도의 월급은 주 정부에서 지급한다. 그대신 매달 주 장애인위원회에서 관계자가 방문하고,3개월마다 한번씩 주 의료국 담당자가 운영 상황을 평가한다. dawn@seoul.co.kr ■ 특별기고 “인권 향상돼야 진짜 선진국” /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1948년 12월 10일 파리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문구는 5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자 희망으로 남아 있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고 빈곤과 차별의 상처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도, 인류는 역설적으로 반세기 전의 숭고한 사명을 떠올리며 평화와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인권 개념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등장했다. 국가기관은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권적 측면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국민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인권이 고난의 투쟁을 상징했다면,21세기 우리사회의 인권은 생활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수많은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바야흐로 인권문제는 경찰, 교도소, 군대 등 국가기관을 넘어 학교, 다수인보호시설, 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인권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혹자는 전직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나 한국정부가 가입한 수많은 국제인권규약, 그리고 소위 ‘인권선진국’에만 문호를 개방한다는 각종 포럼에 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을 인권선진국 대열에 슬며시 밀어 넣기도 한다. 물론 획일적 경제논리와 폭력적 안보논리가 횡행하던 군사정권 시절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비하자면, 한국의 인권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되짚어 보면 한국을 인권선진국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58개국의 여성인권 상황을 분석하면서 한국을 54위에 올려놓았고, 미국의 국제인권 NGO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04년 세계 각국의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권리 수준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46개국)에서 빠져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장애인, 빈곤층, 성적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문제 등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신문이 인권선진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공동기획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은 사회보장제도가 탄탄하게 보장돼 있는 복지국가 대신 우리의 현실에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8개국의 실태를 현장취재를 통해 집중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흔히 21세기는 ‘인권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것은 과거 국가의 경쟁력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미래의 경쟁력은 친인권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국가적 재난으로 등장한 저출산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두고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분명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인류는 이미 50여년 전 그 길을 따라나섰고 우리는 이제야 인권 선진국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 [일본을 다시본다] (5)’인디펜던트 콘트랙터’가 뜬다

    [일본을 다시본다] (5)’인디펜던트 콘트랙터’가 뜬다

    |도쿄 특별취재팀|올해 마흔 한살의 아키야마 스스무. 그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그러나 출근하는 회사는 매일매일 다르다. 월요일에는 에너지 관련 회사에 나간다. 이곳에서의 업무는 신규사업 개발. 다음날에는 가네보 화장품 회사로 출근한다. 담합 등 법률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점검하고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를 미리 걸러내는 것이 주된 임무다. 수요일에는 신생업체인 모 중소기업체로 향한다. 이곳에서의 직함은 사장 고문. 경영과 관련해 이런저런 자문을 해준다. 점심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 보인다 싶더니 또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수요일 오후에만 출근하는 또다른 회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회사로 출근하니까 지겨울 틈이 없어요. 때로는 오전·오후 직장이 다를 때도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도 급한 일이 들어오면 짬을 내 처리해줍니다.” 일찍이 ‘인디펜던트 콘트랙터(Independent Contractor)’ 세계에 뛰어든 덕분에, 지금은 꽤 일이 많이 들어온다는 아키야마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인디펜던트 콘트랙터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고용 형태”라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콘트랙터란 일본에서 인디펜던트 콘트랙터가 뜨고 있다. 뜻을 그대로 옮기자면 ‘독립된 계약인’이다. 전문 기능을 무기로 기업체와 독립된 계약을 맺고 일을 처리한다. 신사업 개발, 인사관리, 회계 정비, 재무전략 수립,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경영 컨설팅 등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통상 영문 머리글자를 따 IC로 불린다. 사원식당이나 콜센터 등이 팀 단위의 아웃소싱 형태라면 IC는 개인 아웃소싱이다. 대개는 10년 안팎의 직장 경력자들이다. 회사에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탈(脫)샐러리맨과는 다르고,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업과도 다르다. 적게는 2∼3개, 많게는 4∼5개의 전문영역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가지 분야의 전문가인 프리랜서와도 구별된다. 물론 한가지 업무만 전문으로 하는 IC도 있긴 하다. 태동지인 미국에서는 활동 인원수가 860만명에 이른다. 일본에 IC협회가 설립된 것은 2003년 12월.30명으로 출발한 회원수는 현재 18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43세.4명의 공동 이사장 가운데 한 명으로 협회 설립을 주도한 아키야마는 “일본의 기업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IC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본에서 IC가 뜨는 이유 아키야마 이사장은 일본 기업체에 불고 있는 ‘스피드 경영’ 바람을 IC의 확산과 연관지어 해석했다. 신입사원을 뽑아 일정 훈련을 거쳐 투입시키는 기존의 형태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도로 훈련된 외부의 전문 인력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랜 불황으로 비용 절감이 절실해진 것도 일본에서 IC가 뜨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고용을 늘리고 싶지 않은 대기업체나, 노련한 전문가를 원하는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체에 1인 아웃소싱인 IC는 ‘해답’이었다. 일본 특유의 ‘종신 고용’ 문화를 감안할 때,IC 붐은 다소 의외라고 지적하자 아키야마 이사장은 “종신고용은 전후에 정착된 형태”라면서 “전쟁 전엔 일이 있으면 모였다가 끝나면 흩어졌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약육강식의 세계 IC의 최대 장점은 시간조절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몸이 힘들거나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일감을 줄이거나 밀쳐놓으면 된다. 그러나 전문능력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또 IC다. 대부분의 IC들이 10년 이상의 직장생활 경력자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간 경쟁도 심하다.‘수주’는 대개 능력과 직결된다. 입소문이 나면서 협회로 IC 소개를 부탁하는 기업체들도 부쩍 늘었다. 이렇게 들어온 일감은 협회 홈페이지와 회원들의 개인 이메일로 통보된다. 시간과 조건이 맞는 IC가 수임 의사를 비치면 계약이 체결된다. 회비는 연간 3만 2000엔(약 32만원). 구체적인 보수 협상은 전적으로 IC 당사자의 몫이다. 전공 분야는 보수를 높게, 부전공 분야는 다소 낮춰 부르기 때문에 보수 계약을 놓고 큰 갈등은 없다고 한다. 연간 1억엔 이상의 고소득자도 적지 않다. 큰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면 몇 명의 IC들이 팀을 짜 맡기도 한다. ●IC도 재투자해야 IC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투자도 필수적이다.‘리크루트’사에서 15년 이상 여행잡지 편집을 맡다가 2년 전 과감히 IC로 전환했다는 이마무라 마유미(41·여).“마흔살 이후에도 직장에 매여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그림이 안 그려져 IC로 나섰다.”는 그는 잡지 편집(주 1회 낮)·아로마향 치료(주말)·커리어 상담(주 3회 저녁) 등 세가지 일을 하고 있다. 잡지 편집은 주전공이지만 아로마 치료사는 경력이 아직 짧다. 아로마 보수는 시간당 700엔(7000원). 맥도널드 매장의 아르바이트 임금보다도 낮다.“이 분야의 다른 IC들보다 기술이 처지기 때문에 적은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재투자 기간이 끝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전문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등 수입의 30%를 재투자에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리크루트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적다.“3년 정도 더 투자하면 역전될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이어지는 얘기가 재미있다.“직장에 다닐 때는 쉬면서도 내 개인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IC로 나서고부터는 일하는 시간도 내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일이 더 즐겁다.” IC들이 경계해야 할 최대의 적은 ‘과욕’.“의욕이 넘쳐 닥치는 대로 일을 맡았다가 밤샘작업을 밥먹듯이 했다.”는 이마무라는 “노련한 IC일수록 시간과 체력 안배가 뛰어나다.”며 한국에서도 IC협회가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hyun@seoul.co.kr ■ ’10년후 일본’ 저자 다카하시 |도쿄 특별취재팀|‘10년후 일본’이라는 책에서 인디펜던트 콘트랙터(IC)의 등장에 주목한 다카하시 스스무(52) 일본종합연구소 이사는 “IC가 ‘단카이세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카이(團塊)세대란 2차대전 직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첫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말로, 워낙 사람수가 많다 보니 구조조정의 단골대상이 돼왔다. 게다가 오는 2007년을 전후해 대거 정년을 맞게 돼 일본 내 사회문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다카하시 이사는 “중장년 사원이 많은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해서 좋고, 당사자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직장에 계속 머물러 있어봤자 비전이 없기 때문에 IC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야지(아저씨들을 일컫는 일본말)들에게 주어진 또 한번의 기회가 IC”라며 웃었다. 그가 10년 후 일본을 보여주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IC를 지목한 데에는 일본인들의 인생관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예전의 일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회사형 인간’으로 불렸다. 그러나 구조조정 파고로 회사가 곧 전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삶의 행태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카하시 이사는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고 바뀔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결코 잃어버린 10년은 아니었다.”며 “다만 다이어트(구조조정)로 뺀 살을 흡수할 데가 없으면 말짱 헛일인 만큼 새로운 분야 개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에서 뜨고 있는 ‘가이고(介護·노인요양사업)’를 그 대표적 예로 꼽았다. 그는 “한국도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분야 개척은 유효한 키워드”라며 “드라마 겨울연가나 영화 쉬리 등 영상·콘텐츠산업에서의 발전 속도가 비약적인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1인자형 사업에 (한국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1등을 따라잡는 ‘캐치업’형에서 ‘1인자(프런트 러너)’형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10년 후 일본의 또다른 키워드로 ‘기술 중심의 시즈(seeds)형’ 대신 ‘감성 중심의 니즈(needs)형’을,‘하이테크’ 대신 ‘하이터치’를,(골프채를 전부 갖고 다니는)‘풀세트형’ 대신 (분업의) ‘하프세트형’을 제시했다. hyun@seoul.co.kr 협찬 POSCO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주목받는 700만 ‘단카이세대’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주목받는 700만 ‘단카이세대’

    일본의 전후 1차 베이비붐 세대인 이른바 ‘단카이세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기술 전수 단절을 우려하고, 생명보험업계도 노련한 현장 영업사원의 집단퇴장에 따른 위기감을 얘기한다. 백화점이나 은행은 물론 경찰이나 교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반면 단카이세대가 대거 퇴직할 때 예상되는 35조엔(325조원)의 퇴직금을 노린 은행과 증권회사 등의 쟁탈전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들을 겨냥한 여행상품도 개발중이다.2007년부터 집단퇴직이 시작되는 단카이세대 문제로 일본 전역이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일본 패전후인 1947∼49년 사이 태어난 700여만명의 단카이세대. 넓게는 50대 중·후반도 포함시킨다. 정년을 눈앞에 둔 단카이세대의 문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피아노와 관악기를 주로 생산하는 야마하㈜다. 한국에서도 야마하 피아노나 트럼펫, 색소폰 등은 소비자들의 눈에 익은 제품들이다. 야마하의 생산현장과 본사가 있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 일원을 찾았다. ●중견생산직 2007년부터 집단 퇴직 지난 20일 낮 하마마쓰 시내에서 승용차로 40여분 걸리는 도요오카초의 야마하 관악기 공장을 방문했다. 회사 입구의 드넓은 주차장을 메운 직원들의 중형 승용차는 이들의 생활수준을 엿보게 해주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이 공장 주변이 하마마쓰 시내로 오가는 야마하 사원들 차량으로 정체를 겪는단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허연 사원들이 유난히 많다.‘사오정’,‘오륙도’라는 자조적인 유행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40∼50대들이 부러워할 일이지만, 이 회사는 생산직 사원의 50%를 차지하는 50대의 집단 정년을 우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책중 하나로 정년자 가운데 40%정도는 촉탁으로 재고용된다. 이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공장을 안내한 마쓰무라 아쓰시 홍보과장이 보여준 생산부문 사원 연령 분포자료는 충격적이다.50대 사원이 50%이고,40대가 30%이다.40∼50대를 합치면 무려 80%다. 반면 30대는 10%,20대도 10%에 그쳤다. 특히 55,56세의 생산직 사원은 각각 전체 생산직의 10%에 육박한다. ●“하루빨리 기능을 전수하라” 이처럼 심각한 기능 단절이 우려되는 이른바 ‘2007년 문제’(단카이세대의 집단퇴직이 시작되는)의 상징적인 회사로 부각된 야마하 공장의 생산 현장에서는 숙련된 50대 사원들로부터 20∼30대 사원들에게의 기능전수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회사측이 2000년부터 집중적으로 기능전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전수 작업은 업무 시작전, 휴식중, 그리고 통상작업 종료 뒤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작업이 5년 정도 진행돼 상당한 기능전수 효과를 보고 있으며, 현재는 89개조가 활동중이다. 트럼펫 생산반에 속해 있는 야마무라 미쓰요시(53)는 사카이 모토쓰구(30)에게 짬을 내 조립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2년 예정으로 이같은 기능전수·계승을 하고 있으며, 벌써 1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한 개 작업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차례로 전수한다. 클라리넷 생산반인 하가모토 히데오(54)와 마부치 아키라(25)도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자랑한다. 하가모토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키라를 지도하고 있는데, 젊은 아키라가 너무 열성적이어서 가르치는 기분이 절로 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하루종일 함께 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해 틈틈이 지도하고 있다. ●고도의 숙련도 필요한 피아노 생산라인이 가장 심각 관악기 공장을 둘러본 뒤 찾은 하마마쓰 시내의 그랜드피아노 생산공장은 단카이세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관악기 공장보다 훨씬 고령화 현상이 심했다. 피아노의 경우는 관악기 보다 훨씬 오랜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한다. 80년대 이후 일본내의 피아노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 오랜 기간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은 것도 피아노 부분의 기능전수 문제가 심각해진 또다른 원인이다. 그나마 1999년 한차례 인적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도 50대 생산직 근로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란다. 이처럼 단카이세대의 상징적인 생산현장으로 부각되면서 야마하는 의외의 효과도 보고 있다.NHK 등 일본 언론들은 물론 해외 언론의 취재요청이 끊이지 않아 홍보팀은 일정조정에 정신이 없다. 공장견학도 적지 않다. 이날도 피아노 공장에는 수개 팀의 견학팀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제조업체 “중견인력 확보 어렵다” 단카이세대 고민은 야마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체의 약 30%가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직 문제로 기능·기술 전수가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단카이세대 문제 해결이 일본 전체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정사원 30명이상의 기업중 1405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47∼49년 출생자가 전체 종업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2%였다. 하지만 제조업체는 그 비율이 9.8%로 전산업 평균을 웃돌았다. 그들의 퇴직으로 인해 인재확보나 기능전수에 위기감을 느끼는 기업은 전체적으로 22.4%였고, 제조업체로 한정하면 30.5%였다. 특히 정사원 300명 이상의 제조업체는 41.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이 걱정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의욕있는 젊은이·중견층의 확보가 어렵다.’(63.2%)가 가장 많았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기능·노하우 전승에 시간이 걸려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68.5%)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나타났다. 대책으로는 ‘필요한 인재는 고용을 연장하는 방법 등으로 지도자로 활용한다.’가 전체(40.7%)는 물론 제조업(45.6%)에서도 가장 많았다. 이어 경력이나 신규채용 증가 순이었다. taein@seoul.co.kr ● 단카이세대란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단카이세대(團塊世代)는 2차대전 종전 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앞뒤 1년차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다른 해에 비해 신생아가 20∼50% 정도 많아 해당 인구 수만도 700만명에 이른다. 일본 전체인구의 5%에 해당한다. 세대끼리 잘 뭉치는 경향이 있어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작가 사카이야 다이치가 단카이(덩어리)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인구규모가 급격하게 팽창된 세대이기 때문에 진학·취직·결혼·주택문제 등에 있어서 심각한 경쟁을 겪었다.90년대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을 때도 주표적이 됐었다. 하지만 풍부한 노동력 제공으로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사회를 주도하던 이들이 2007년을 전후해 대거 정년퇴직을 맞게 되면서 긍정·부정적 문제들이 발생,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taein@seoul.co.kr ●‘기능전수 운동’ 야마하社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노하우가 축적된 50대의 사원들, 특히 단카이세대가 급격히 퇴직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을 젊은 사원들에게 전수,‘2007년 문제’를 최소화하겠다.” 단카이세대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안고 있는 악기제조업체 야마하㈜의 호시노미야 히로미쓰 노무·인력개발과장은 단카이세대 대책을 이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장이 야마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생산직은 물론 사무, 영업직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30대는 리더십과 경험이 없다. 그래서 선배세대들이 리더십·기능을 전수하도록 연수도 시키고, 개인적으로 조를 편성해 교육한다. 특히 관리기술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사원을 촉탁으로 채용하고 있다.200여명 중 80명 정도가 촉탁으로 채용된다. 앞으로 수년간은 노련한 퇴직자들의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촉탁을 활용한다.‘프롬투(40∼50대로부터 20∼30대들에게 기능을 전수하는)운동’이 핵심이다. ▶단카이세대의 비중은. -생산직은 50대 사원이 무려 전체 사원의 50%정도를 점한다. 사무직도 3분의 1정도다. ▶사무직은 어떤 문제가 있나. -사무직이나 영업직도 여러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시니어파트너제를 이용, 전수하고 있다. 특히 전문기능이 필요한 재무나 회계 분야 사원은 정년후에도 촉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장을 조직이 젊어지게 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은. -흔히 세대교체를 말하는데 아직은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우리 회사는 기술이나 기능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는 다르다. ▶다른 회사들도 단카이문제가 있나. -철강, 조선, 중공업 등 100년 이상된 회사들의 사원들 연령구성이 야마하와 비슷하다. 심각하다. 다만 우리처럼 극단적으로 단카이문제가 있는 회사는 흔치 않다. 자동차 등 많은 제조업체들은 일찍부터 이 문제에 대응해왔다. ▶단카이세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은 있나. -그렇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고용안전 관련법은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지원한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면 단카이세대의 연금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최소 3∼5년간 정부의 이런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후생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고용 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taein@seoul.co.kr
  • 日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저자 무라카미 류 이메일 인터뷰

    북한의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 인구 100만의 도시를 전격 점령한다. 그러나 점령은 잠시, 일본의 부랑 청년들이 이들을 격퇴한다. 언뜻 황당무계해 보이는 가상소설 ‘반도에서 나가라’가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자층이 넓고 최근 두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도쿄 데카당스’를 연출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최신작이다. 일본 출장 중이던 기자는 그를 만나보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그는 콘서트의 연출을 위해 쿠바에 가 있었다.“이메일 인터뷰는 어떻겠느냐.”는 출판사 제안에 아쉽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더니 며칠전 그로부터 회답이 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북핵문제,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쓰게 됐는지, 그 궁금증에서 이 인터뷰는 마련됐다. 이 소설을 쓴 계기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나, 어쨌건 여러 의미에서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구상했나. -90년대 중반부터다. 지금 북한 핵이 동북아시아에서 큰 문제가 돼있지만, 소설을 쓸 때부터 그런 예감은 있었나.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소설 구상 때부터 예감이라기보다는 이미 현실화되어 있었다. 소설은 일본 경제가 파탄나고, 일본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 일본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는가. -일본 경제는 반석 위에 있지 않다. 국가재정은 더욱 취약하고 위기적인 상황이다. 북한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반란군을 소재로 한 이유라면. -반(反)김정일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단 그것은 아마도 강경파 장군에 의한 것이지 민주적인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반란군을 소재로 삼은 것은 정규군이라고 하면 단순한 국가간의 전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반란군이 일본에 침입한다면 일본, 나아가서 미국이 반드시 대응을 하겠지만, 이런 과격한 소설을 구상한 것은 왜인가.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때 그때 미·일 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난 지금 미·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존경심이 없다. 한국에서 이 소설이 번역 출판된다면 한국 독자로부터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반발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어떤 소설이라도 반발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발의 내용에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란군으로 나오는 인물이나 북한의 습관 등을 읽으면 상당히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가. -기간으로 치면 2년이다. ▶서울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했다고 하는데, 어떤 탈북자에게서 들었는가. -그분들과의 약속 때문에 그것은 비밀이다. 반란군(고려군)을 물리치는 것이 일본 정부도, 영웅적인 인물도 아닌 세상에서 튕겨져 나온 젊은이들이다. 그들을 고려군에게 대항시킨 것은 어떤 뜻이 있는가. -(소설의)테마 그 자체와 비슷한 것이라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런 뜻은 모두 소설에 담겨져 있으므로 독자들이 각자 느끼면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놓여있는 상황은. -한마디로 얘기할 순 없지만, 한가지를 들자면, 세계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력이라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일본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것으로 묘사돼 있는데, 지금의 미·일 관계를 보면 일본은 완전히 미국 추종형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일은 진정한 신뢰가 아니라 ‘추종하는 것’으로 묶여져 있어서 그 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간단하다. 북·일 국교정상화는 핵·납치문제 등으로 암초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수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교정상화 보다 납치문제의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이 ‘미적지근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적지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고도성장을 달성한 뒤부터다. 정치인, 그리고 일부 매스미디어를 한심한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현실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북 문제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자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심한 게 아니라 국제적 위기에 익숙해 있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언론은 ‘현재(現在)’를 정확히 전달할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 않다. 소설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불과 6년 뒤의 일이다. 굳이 북한 반란군의 일본 점거라는 설정이 아니더라도 그런 위기가 가까운 미래 일본에 찾아 올 것으로 보는가. -신(神)이 아니고서는 그건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10년 후의 일본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또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0년 후의 일본은 일본인의 행동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일본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외국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 이외에는 달리 없다고 본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반도에서 나가라’ 무슨 내용 때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뒤의 2011년. 달러의 폭락, 패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團塊·단카이 세대)에 줘야 할 퇴직금의 지급 불능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일본의 지방채·국채가 대폭락하게 된다. 일본 국민의 예금이 동결되고, 소비세는 17.5%로 껑충 뛰어오른다. 재정은 파탄에 빠져들어가고, 일본의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해 가는 정세 속에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작전명 ‘반도에서 나가라’이다. 그해 4월, 반란군을 가장한 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한다. 북한의 최고 엘리트 9명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규슈 후쿠오카 돔을 무력점거하고 3만명의 관중을 인질로 삼는다.484명의 후속부대가 특별수송기에 실려 들어오고, 후쿠오카시는 이들에게 접수된다. 점령군으로서 이들은 시의 정치·경제·사회를 장악하고 통치를 시작한다. 북한이 이들을 정규군이 아닌 반란군으로 가장시킨 것은 작전의 성패에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었다. 작전의 목적은 초강대국 중국과 미국 사이의 동북아 완충지대를 한반도에서 일본의 규슈로 옮기겠다는 데 있었다. 고려군(高麗軍)으로 자칭하는 이들은 후쿠오카시에서 가혹한 통치를 펼친다. 미국조차 등을 돌리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 정부는 인명을 중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후쿠오카를 봉쇄한다. 사실상 후쿠오카를 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고려군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친다. 이른바 사회의 틀에서 튕겨져 나간, 사회 부적응 청년들이 항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충사육·사제폭탄·군사 마니아와 같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대항 테러를 개시하고, 고려군을 열도에서 몰아내는 것으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저자의 의도는 이 소설은 나종일 주일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고 할 만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라는 설정을 통해 일본 사회를 다중적인 시각에서 진단한 일종의 정치소설이기도 하다.29년에 걸친 작품생활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발상·설정이 대담하고, 작년 서울에서 탈북자 10여명을 만나 취재하는 등 치밀한 조사에 바탕을 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의 일본 침투→가혹한 점령통치→궤멸이라는 상황설정 때문에 우리에게는 께름칙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읽기에 따라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인식하고 대오각성, 대단결해야 한다는 내셔널리즘적 메시지가 소설의 이면에 숨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두꺼운 독자층을 자랑하는 무라카미 류이지만 주변국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소설의 번역본을 곧 우리 서점에서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책을 펴낸 일본의 겐토샤(幻冬舍)측은 “현재 몇몇 한국 출판사가 교섭을 하고 있으나 아직 출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소설은 원고지 1650장 분량. 핵위협, 일본인 납치문제로 ‘최대의 적’이 돼버린 북한을 소재로 한 점,“무라카미가 썼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상권 29만부, 하권 21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어있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무라카미 류는 누구 ▲1952년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 출생, 본명 무라카미 류노스케 ▲무사시노 미술대학 중퇴 ▲대학 재학중인 76년 첫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群像)문학상,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 ▲저서로는 ‘코인로커 베이비즈’‘사랑과 환상의 파시즘’,‘토파즈’,‘5분후의 세계’ 등이 있다.
  • [열린세상] 한국이 일본과 다르려면/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1959년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고작 83달러였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 당시의 궁핍이 어느 지경이었는지 알고도 남는다.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그것이 해소될 전망이 도무지 없어 보였다는 사실이다.6·25 이후의 베이비붐으로 어린아이가 늘어 살림살이 전망은 앞이 캄캄할 따름이었다. 장면 정부 시절에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고자 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국자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북한의 존재였다.5개년 계획이 끝나는 시점의 경제지표를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높여 잡아도 북한이 1959년에 이미 달성한 바에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허다했다.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북한은 가난해서 거지가 득실거린다.”는 대민 선전이 뿌리째 흔들릴 판이었다. 그러나 60년대에 우리나라는 몸에 밴 오랜 궁기(窮氣)를 떨어내고, 세계 자본주의사에 남을 만한 기적을 이루었다. 무엇이 우리 경제에 기적을 안겼는가? 그 이유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베트남 특수이다.1965년부터 1972년까지 베트남 전쟁으로 우리가 벌어들인 총 수입은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바람에 1인당 GNP는 1964년에 105달러였으나 1973년에는 373달러로 300%이상 증가했다. 베트남 특수로 우리 산업기반 자체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베트남 파병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어 외자도입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렸고, 그로 인해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의 전략적 기간산업의 설비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6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술로 냉장고와 텔레비전 수상기를 만들어냈을 때 국민은 그런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했다. 그런 기쁨은 만약 베트남 특수가 없었다면 아마 최소한 몇년은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베트남 특수의 성과는 외형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쌓은 우리 토목 건설의 경험은 1970년대 이후 중동 등 각지에서의 해외건설 붐을 가능하게 했다. 더구나 우리 기술자들이 베트남으로 중동으로 진출하면서 경제활동의 범위가 그야말로 지구적으로 확장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다. 우리가 60년대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데에 베트남 특수가 기여한 바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로 하여금 느닷없이 베트남 특수를 생각하게 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 역시 이웃나라의 전쟁 덕을 톡톡히 본 나라다.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경제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한국전쟁 특수로 단숨에 2차대전 이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켜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기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 덕으로 다시 일어섰으면서도, 일본은 우리 가슴에 끊임없이 못을 박는다. 총리라는 분은 잊을 만하면 신사를 참배하고, 정객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망언을 내뱉는다. 일본에도 한류가 통하고, 그래서 이른바 ‘욘사마 붐’이 일고, 그 여파로 요즘도 남이섬이 통째로 일본 관광객 차지가 되어 있는 사실에서 일본 국민의 정서가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 우파 지식인들은 그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다. 그들은 2세에게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데 우리나라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속좁은 일본에 대해 우리가 모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우리가 베트남을 위해 무엇을 도울까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돌고래가 힘차게 물 위를 뛰어오르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 캥거루와 새끼사자 등 지난 겨울 만났던 대공원 어린 식구들은 모두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잔점박이 물범을 시작으로 호랑이·늑대 등 많은 동물가족들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의 세력 다툼도 뜨겁다. 이번 주말에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대공원에서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돌고래처럼 힘차게 일상 속에서 뛰어올라보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동물 가족 이제는 봄이다. 지난 3월 몇 차례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진해 군항제 등 봄맞이 축제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결 가벼워지고 화사해진 거리의 옷차림에서도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봄을 맞고 있을까. 지난해 겨울의 초입에 들러봤던 서울대공원을 다시 찾았다. ●봄은 ‘출산의 계절’ 봄이 되면 꽃과 나무의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순이 돋아나는 것처럼 동물들에게도 새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실내 사육장에서 여느 계절보다 가깝게 지내다보니 절로 ‘눈이 맞은’ 동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보통 동물들의 발정기가 2∼5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봄에 새끼를 낳거나 임신을 하는 동물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올해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동물은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잔점박이 물범. 따뜻한 바닷가에 주로 사는 잔점박이 물범은 다 자라면 몸길이 1.4m에 몸무게 90㎏ 정도로 바다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이다. 지난 2월 암컷 한 마리가 먼저 태어났고 뒤이어 지난달 수컷 한 마리도 태어났다. 멸종 위기에 처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한 팀버늑대의 출산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 종보전팀은 지난 1월 인공수정에 성공한 암컷이 하루빨리 몸을 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베리아 호랑이, 사자, 코요테 등 16종 28마리의 암컷이 임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음 달까지 ‘베이비붐’이 계속될 예정이다. ●내가족 지켰건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동물원 들소사에 있는 마콜(소과 동물) 수컷은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다 뿔을 잃어버린 뒤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생김새가 비슷한 히말라야타알이 이웃해 있는 암컷 마콜에 구애를 하자 화가 난 수컷 마콜이 뿔로 위협을 하면서 히말라야 타알을 견제했다. 그러던 어느날 흥분한 수컷 마콜이 튼튼한 나무우리를 뿔로 들이받아 뿔이 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뒤 한달 정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우리로 돌아간 수컷 마콜은 아끼던 가족으로부터 냉대와 공격을 받게 됐다. 뿔도 없고 한달여 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암컷과 새끼가 수컷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도권 쟁탈도 치열 주도권 쟁탈도 치열하다. 겨우내 부쩍 자란 새끼 동물들이 아버지 세대 동물들에 도전을 하는 까닭이다. 유럽 들소가 바로 그 경우다. 지난해 봄 부쩍 자란 ‘장남’ 유럽 들소는 힘이 부치는 ‘아버지’ 들소를 밀어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1.5m에 이르는 우리를 껑충껑충 넘어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동물원측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장남’들소를 보다 튼튼한 우리에 따로 격리 수용하기에 이르렀다.1년 넘게 ‘독방 수용’처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기동물들 겨우내 무럭무럭 지난 겨울 만나봤던 아기동물들은 겨우내 튼튼하게 잘 자라나 있었다.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인공 포육장에서 작은 바구니를 침대삼아 자라던 아기 캥거루 ‘캥숙이’는 ‘루사’라는 이쁜 새이름을 갖게 됐다. 또 ‘루미’라는 비슷한 처지의 동생을 만나 겨우내 함께 컸다. 두 아기캥거루는 이제 우유를 떼고 풀과 당근 등으로 구성된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 사육사 한효동씨는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에 다음달 말쯤 무리로 되돌려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공 포육장에 함께 있던 아기 사자 남매도 다리가 튼튼해지고 덩치도 듬직해졌다. 서로 장난을 하는 모습도 ‘동물의 제왕’답게 늠름하고 힘이 넘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최고스타 자리를 놓치지 않는 아기 오랑우탄 보미는 10일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한 아역탤런트 조정은양과 잠실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두산의 홈경기에서 시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봄엔 식물들도 활짝 서울대공원에는 동물들과 함께 식물들도 봄맞이 소식을 전한다.5일까지는 토피어리, 야생화, 난초 등이 전시되는 ‘봄맞이 웰빙식물전’ 행사가 열린다.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는 화초들이 전시, 판매된다.4월에는 ‘허브축제’와 ‘장미축제’도 열린다.11월까지는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에서 숲해설가가 함께하는 삼림욕 프로그램인 ‘파란하늘과 푸른숲으로의 여행’도 진행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몸값 왕’은 10억짜리 로랜드 고릴라 “호랑이가 비쌀까, 돌고래가 비쌀까.”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296종 2372마리의 동물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은 동물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나이지리아·카메룬·콩고 등 서아프리카 낮은 지대의 열대우림에서 건너온 ‘로랜드 고릴라’. 현재 로랜드 고릴라는 1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희귀하거나 지능이 높을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또 사람 나이로 20∼30대에 해당하는 동물들이 새끼나 늙은 동물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고 번식을 통해 새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능이 높은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등이 1억 5000만∼2억여원선의 높은 가격에서 거래된다. 재두루미나 황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조류도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들에 비해 호랑이나 사자는 3000만원 선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들소나 사슴류 역시 1000만∼50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파충류도 1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근친교배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동물원들은 동물을 교환하거나 매매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의 경우 10여마리를 팔거나 교환했다. 매매거래의 경우 전체 몸값의 10∼20%정도가 운송료와 보험료로 포함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덩치 크지만 시선만 제압하면 ‘OK’ “코끼리를 예뻐해주시는 만큼 우리 막내 사육사들도 예뻐해주세요.”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곳은 코끼리가 있는 대동물관이다. 동물원 78명의 사육사 가운데 ‘홍일점’인 김진아(23·서울 성북구 정릉동)씨와 ‘막내’인 박광식(26·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씨가 20대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맘껏 발산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 첫 여자 코끼리사육사”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김씨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여자 코끼리 사육사”라고 소개한다. 중부대 애완동물자원학과 00학번인 김씨는 지난해 4월 대학 졸업 직후 대공원 코끼리 담당으로 취업했다.“대학 재학중 대공원으로 실습왔을 때 담당했던 코끼리를 잊을 수 없었다.”는 김씨는 “코끼리는 덩치가 커 먹이나 배설량이 엄청나지만 일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오전 7시쯤 출근해 배설물을 치우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 뒤 적당한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김씨의 오전일과.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후 2시와 4시 관람객들을 위해 설명회를 하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면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코끼리를 다시 사육장에 넣고 먹이를 충분히 준 뒤 퇴근하면 온몸은 녹초가 된다. 김씨는 “코끼리의 덩치가 커서 항상 몸조심을 해야 하지만 코끼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만 제압하면 별 문제 없다.”면서 “이젠 먹이를 주지 않고 불러도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 만큼 친해졌다.”며 웃는다. ●박씨,“공부하는 사육사 될 것” 박씨는 올 1월 입사해 김씨의 후배지만 사육사 경력으로만 보면 훨씬 선배다.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1년6개월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서울대공원은 다른 동물원과는 달리 한 동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다.”는 박씨는 사육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다. 상지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부 때부터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동물원 사육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바쁘고 힘든 일과시간을 쪼개 축산기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또래라 손발이 척척 둘은 같은 또래라 마음도 잘 맞고 손발도 척척 맞는다. 박씨는 “선배들을 대할 때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많아 좋다.”고 설명한다. 김씨 역시 “아무래도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입사선배’인 만큼 ‘하극상’은 용서할 수 없다.”며 웃는다. 박씨가 김씨를 오토바이 뒤편에 태우고 지나갈 때면 다른 사육사들은 부러운 듯 시샘을 한다. “어이, 너무 둘만 붙어 다니지 말라고.”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부시, 마지막 경고요 정부지출 줄이시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일(현지시간) 연방 재정적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의 경제가 정체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주 2005∼2006 회계연도 예산안 상정을 앞두고 이날 상·하원 금융위원회에서 현재의 재정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표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금감면 정책의 제한을 거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원들에게 그린스펀이 더욱 강경한 톤으로 이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금융분석가들도 그린스펀이 경기동향보다 예산문제에 유독 초점을 맞춘 것은 그동안 똑같은 경고를 반복한 데 대한 짜증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린스펀은 앞으로도 수년간 재정상태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못박은 뒤 예산정책을 재고하지 않으면 미국의 생산성 증가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부의 지출과 세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지만 세금을 올리는 것은 경제성장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우선적인 정책은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며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의회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현재의 재정상태는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며 미국인의 생활수준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자본형성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내년도 재정적자가 4270억달러로 올해 4120억달러보다 늘겠지만 향후 5년에 걸쳐 2010년까지 2070억달러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안에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정책과 관련된 군사비와 영구적인 세금감면 정책에 따른 세수 손실액 1조 8500억원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린스펀은 또 국내총생산(GDP)에서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는 2008년부터는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년에는 13%까지 다다르고 2042년에는 아예 사회보장 재원이 고갈돼 새로운 예산전략을 짜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미국의 경기활동이 좋은 속도로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재정적자 때문에 후퇴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은 사회보장세 일부를 개인의 저축계좌에 적립해 개인이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사회보장 개혁안을 지지하면서도 그보다는 정부지출 규모를 더욱 줄이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증대가 달러화 가치와 주가, 채권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는 위기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FRB의 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년사원 재고용 합니다”

    “정년사원 재고용 합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요타자동차는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맞은 사원을 원칙적으로 재고용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단카이세대)의 대규모 퇴직사태와 자녀갖기 기피 현상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에 대비, 기술전수 기능 강화 등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일본내 사원만 6만 4000명이 넘는 최대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정년 후 재고용 방침을 확정, 도입할 경우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요타자동차 노사는 현재 전문위원회를 설치, 임금수준과 후생연금 지급개시 연령의 조정 등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지금도 연간 100명 안팎에 한해 정년 사원을 재고용, 매년 계약갱신하는 방식으로 최장 63세까지 고용하고 있다. 재고용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매년 1200명 이상이 대상이 되고, 특히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대량 퇴직시기를 맞는 2006∼2008년에는 18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령 기한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수출 호조로 내수 생산을 13년 만에 380만대 이상으로 잡고 있으나 생산과 개발 부문의 인력이 부족해 정년사원 재고용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회사측은 또 현재 정년 후 재고용자들의 경우 연금을 포함해 연수입이 500만엔(약 5000만원) 가량으로 정년퇴직 시의 절반 정도이지만, 이같은 임금체계도 바꿀 방침인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특히 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장래에 65세 이후의 재고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신문의 보도에 대해 도요타자동차 고위인사는 “미래의 장기과제로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재고용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일률적인 재고용보다는 이런저런 형태의 고용제도를 준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taein@seoul.co.kr
  • 올해는 ‘사오정’ 위기…대규모 구조조정 예상

    올해는 ‘사오정’ 위기…대규모 구조조정 예상

    올해와 2017년,2026년에 ‘사오정(45세)’이 되는 근로자들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발표한 ‘고령화·저성장시대의 기업인적자원 관리방안’보고서에서 우리 나라의 생산가능인구의 연령별 분포를 볼 때 올해와 2017년,2026년에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는 80년대 중반 경제호황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력들이 45세 전후에 도달하지만 경기의 급반전이나 기업의 사업확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대부분 퇴직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도 ‘사오정’의 사회적 분위기와 기업들의 임원승진 연령이 대부분 45세인 점을 감안할 때 남은 고용기간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또 2017년과 2026년도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초반의 2,3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각각 45세에 도달하는 시기여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파고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또 우리 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부터, 총인구는 2020년부터 각각 감소할 전망이지만 주 근로 인력인 25∼54세의 인구는 2009년부터 감소, 기업체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기업들은 고령 인력들을 활용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근로자가 35세가 되면 내외부 전문가로부터 본인의 향후 진로설계를 위한 컨설팅을 받도록 하고 45세 이상에게는 희망(명예)퇴직, 임금피크제, 전문계약직 재고용, 전직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 이수 후 퇴직 등 다양한 진로선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고령자=고비용’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7.핀란드의 평생학습

    [이젠 사람입국이다] 7.핀란드의 평생학습

    핀란드는 인구 520만명에 불과한 유럽의 작은 국가이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강소국이다(2004년 IMD 경쟁력순위 8위,WEF 경쟁력순위 1위). 핀란드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학기술과 교육훈련에서의 경쟁력이 핵심요인이다. 핀란드는 과학기술강국, 인적자원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핀란드의 혁신역량과 교육시스템, 대학배출인력의 질, 기업의 재직근로자 교육훈련 등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핀란드의 노동시장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2003년 현재 핀란드의 노동인구는 약 260만명, 실업률은 9.1%이다. 프랑스나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에 비해서는 실업률이 낮지만, 미국(6.0%)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7.1%)보다는 높다. 장기실업은 줄어들고 있지만 구조적 실업이 여전해 인력부족 속에서도 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핀란드 정부는 고용증대를 경제 및 노동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실업 완화, 고급 노동력 공급에 초점 핀란드에서 실업은 주로 저학력층에 집중돼 있다. 실업자의 40% 이상이 기초교육과정만을 이수한 저학력층이다. 지식정보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근로자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순인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업 해소방안으로서 교육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핀란드 노동시장의 또다른 문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의 심화 가능성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와 출산율 저하에 따라 2015년까지 100만명의 노동력이 줄어들 전망이며, 이는 현재 취업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핀란드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취업률 제고,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통한 생산성 제고, 외국인 숙련노동력의 유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력부족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역시 교육훈련을 통한 노동력의 질적 제고가 강조되고 있다. 2003년 10월 핀란드 노동부는 구조적 실업의 완화와 노동공급 촉진을 위해 ‘노동정책전략 2003∼2010’을 채택했다.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구조적 실업의 축소와 예방, 숙련노동력의 확보 및 인구구조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에 대한 대응, 은퇴시기 지연 및 취업기간 연장 유도, 노동생산성 및 작업조직 향상과 직무만족 증대 등이다.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공공 직업안정서비스의 개혁, 노동시장 지원정책의 적극 활용, 적극적 노동정책 프로그램 및 교육훈련 강화, 취업기간 연장 등의 정책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훈련과 같은 적극적 노동정책(active labor policy)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실업 해소, 인력부족 완화, 노동력의 질적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근로복지 증대라는 모든 과제가 교육훈련투자의 확대와 질적 제고라는 측면으로 귀결된다. ●교육훈련 제공자로서의 기업의 역할 강조 핀란드에서 성인 대상의 교육훈련은 재직근로자 훈련(PT·Personnel Training), 자기주도적 성인 직업훈련(SMT·Self-Motivated Adult Training), 노동시장훈련(LMT·Labor Market Train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투지아 레미넨 핀란드 노동부의 노동력개발·지도팀장은 “과거에는 이들 훈련과정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했으나, 최근에는 이 세 가지 영역이 중첩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재직근로자 훈련은 평생학습 시스템 아래 기업에서 제공되는 교육훈련을 의미한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인적자원의 경쟁력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이 교육훈련의 최종수요자로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교육훈련의 제공자로서의 기업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근로자의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위해서는 평생학습이 중요하며, 평생학습의 장으로서 기업 내 교육훈련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2004년 IMD보고서는 핀란드를 재직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교육훈련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가로 꼽았다. 핀란드 수출액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노키아(Nokia)의 경우 인적자원개발은 기업의 핵심전략으로서 강조된다. 안나 타비스 노키아 인사담당 부사장은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최고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노키아의 인사관리 전략”이라고 말했다. 총급여액의 3∼4%를 교육훈련비로 투입하며, 근로자 1인당 연간 70시간 안팎의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교육방식은 정규교육훈련과 상급자의 지도(mentoring), 현장학습(talent management system)으로 이뤄진다. 근로자와 상급자, 인사담당 관리자간의 상호 유기적인 연계에 의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또 대학 교과과정이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주요 대학들과 다양한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도 중소기업의 교육훈련투자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따라서 핀란드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교육훈련 확대를 위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은 인력부족 때문에 근로자를 생산현장에서 빼내 교육훈련을 제공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노동부는 ‘직무순환(Job Rot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체근무에 대한 비용지원 프로그램으로서, 중소기업이 근로자를 외부기관에 위탁교육 보내는 동안 정부가 실업자 풀(pool)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해준다. 이와 함께 개별 중소기업에서 교육훈련을 하기 어려우므로 소규모 사업장의 훈련수요를 취합, 훈련기관에서 수요에 적합한 맞춤형의 집합적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 학습권 규정 자기주도적 성인 직업훈련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성인 단계에서도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학습권이 확립돼 있어 평생학습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재직 중인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필요에 따라 ‘학습휴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기업은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휴가기간 중 고용은 보장된다.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면에서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핀란드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 학습휴가 동안에는 기술직업대학인 폴리테크닉(Polytechnic)이나 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거나 기타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하기도 한다. 대학·폴리테크닉은 기업과의 산학협동이 활발해 교육훈련의 현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훈련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일부로서 성인 인구의 직업능력 향상, 인력수급의 균형 유지 및 촉진, 실업과 인력부족 해소 등에 목적이 있다. 노동시장훈련은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의 양적·질적·지역적 수요변화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근본적으로 성인들이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거나 되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향상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식 직업훈련의 성격을 갖는다. 주로 실업자 대상의 훈련이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이나 재직근로자도 훈련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훈련은 현재 200개 이상의 다양한 직업 영역에 걸쳐 연간 4000∼5000여개의 훈련과정이 제공되고 있다. 노동부의 재정지원 하에 성인훈련센터나 폴리테크닉, 기타 직업교육기관 등에서 연간 6만 4000여명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시장훈련은 숙련수요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지역 단위에서 설계되며, 훈련과정의 70%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자격제도와 연결돼 있다. 훈련 이수생들은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훈련과정을 평가하는데 3분의 2 정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훈련과정 이수 3개월 뒤의 목표실업률 40%는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지식기반사회 대비한 시스템 구축해야 핀란드는 평생학습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성인 인구의 평생학습 참여율도 매우 높다. 재직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교육훈련투자가 활발하고 자기주도적인 성인 직업훈련도 활성화돼 있다. 노동시장훈련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훈련시스템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적자원강국으로서의 핀란드의 면모는 이러한 평생학습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사회이며 평생학습을 통한 인적자원의 경쟁력 확충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과제이다. 우리의 여건에 맞는 평생학습 시스템의 구축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 [열린세상]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자/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유엔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넘는 사회를 노령화 사회라고 하고 20%를 넘는 경우를 초노령 사회라 정의한다.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2000년에 7.2%를 보여 이미 노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이대로 간다면 2030년이 되기 전에 초노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50세에 이르고 또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신세대들의 출산기피가 바로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가져 온 셈이다. 노령화 사회가 갖는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가.우선 성장잠재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우리 사회에 활력있는 젊은층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경제의 생산성이 그만큼 저하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그뿐만 아니라 인구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노령층이 증가할 경우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노동력도 감소할 것이다.노령화 사회에서는 저축률도 하락하게 마련이다.일하는 인구에 비해 일하지 않으면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므로 사회 전체의 소비율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저축률의 감소를 초래한다.저축률이 감소하면 결국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저하되어 자본량도 과거와 같은 속도로 증가할 수 없게 된다. 노령화 사회가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노령인구들을 부양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경제활동 참여인구에 대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의 비율을 노령인구의 의존도라고 부르는데 이 의존도가 2002년에 11.1%를 보인 후 계속 증가하여 이미 OECD국가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2020년에는 21%,2030년에는 35%에 이르게 될 것이다.의존도가 10%일 때에는 일하는 열 사람이 일하지 않는 한 사람을 부양하면 되지만(자기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제외하고서),2030년에는 열사람이 3.5명의 일하지 않는 노인들을 부양해야 한다. 노령화가 가져오는 잠재성장률의 저하와 노령인구의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의 증가를 해결하는 방도는 무엇인가.무엇보다도 은퇴연령을 연장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우리 사회의 근로자들은 자영업을 제외하고는 50대 후반 또는 늦어도 60대 초에 직장에서 강제로 은퇴하도록 되어 있다.최근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은퇴연령은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그런데 의술의 발달로 우리의 수명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만일 수명이 85세이고,25세에 일을 시작하여 55세에 은퇴한다면 30년 일하고 다시 30년을 일하지 않으면서 지내게 되는 셈이다.이렇게 일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이다.따라서 은퇴시기를 연장하여 우리 사회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며,그들에게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물론 오늘날과 같이 연령이 높아지면 호봉이 증가하여 자동으로 봉급이 상승하는 제도는 더이상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다.소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생산성이 최고수준에 이른 후에는 더이상 임금이 상승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임금비용도 절감하며 노동력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때 계속 일할지 아니면 사회보장에 의존할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다.단지 오늘의 북부 유럽에서와 같이 과도한 사회보장이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을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교육제도도 변해야 한다.연령에 관계없이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비해야 한다.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탁아시설을 확충하여 여성근로자들의 육아비용을 낮추어 줄 뿐 아니라 육아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사회적으로 해결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이제 우리 사회의 노령화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이다.이러한 현상을 직시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적정한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고,노령인구의 생계를 위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우리경제 早老현상?

    ‘베이비붐’과 고령화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활동 주역이 30대에서 40대로 교체되고 있다.또 일하는 60대가 크게 늘어난 반면 20대는 갈수록 줄고 있다.최근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한 조로(早老)현상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40대 취업자수 첫 30대 추월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취업자+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는 2358만 5000명이다.이 가운데 40대(40∼49세)는 636만 6000명으로 27%를 차지,30대(30∼39세) 비중 27.2%(641만 5000명)에 육박했다.경제활동인구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부터 줄곧 오름세인 반면 30대는 계속 내리막 행진이다.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역전도 예상된다. 실제 취업자수만 따지면 40대가 30대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이미 일어났다.40대 취업자수는 올 5월 623만 8000명으로 30대(623만명)를 사상 처음 따라잡았다.6월에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붐’·고령화 사회 영향 이같은 현상이 생긴 가장 큰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힘에 있다.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1세대들이 오늘날 40대가 되면서 경제 전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즉 절대인구수가 많다 보니 경제활동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 40대 인구수는 올 7월1일 기준으로 808만 4000명으로 30대 인구수(857만 6000명)와 별 차이가 없다. 여기에 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도 경제주역 판도변화에 한몫했다.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새롭게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인구가 줄다 보니 20대가 경제전면에서 밀려나고 있다. 통계청이 연령별 경제활동인구를 처음으로 집계한 84년 6월 당시까지만 해도 20대의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27.5%로 가장 높았다.그러나 99년 6월 22.1%로 떨어진 데 이어 급기야 올 6월에는 20%대(19.9%)가 무너졌다.반면 초창기 5.8%에 불과했던 60대 비중은 10.1%로 20년새 약 2배 가까이 늘면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1세대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경제활동 주역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면서 “80년을 전후로 태어난 베이비붐 2세대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20대 비중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베이비붐 전에 태어난 지금의 50대는 경제활동비중에 별반 변화가 없었다.결과적으로 지금의 30대와 50대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경제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부양의 짐을 고스란히 떠맡게 돼 이래저래 ‘고달픈 낀 세대’ 처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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