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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AZ, 2차 화이자 맞아도 백신 효과 문제 없다” 독일 연구진 발표

    “1차 AZ, 2차 화이자 맞아도 백신 효과 문제 없다” 독일 연구진 발표

    코로나19 백신 AZ·화이자 교차접종자, 화이자 2회 접종자 340명 비교·분석소화 정도, 면역 반응 두 그룹 같아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1차로 접종한 뒤 2차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으로 교차 접종해도 백신 효능 등에 있어 결점이 없다는 독일 연구진의 중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학술지에 게재될 전망이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라이프 에릭 잔더 연구팀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지난해말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보건 업무 종사자 340명 중 1차 AZ, 2차 화이자로 교차 접종 받은 이들과 1∼2차 모두 화이자를 접종받은 이들을 비교한 결과, 교차 접종을 받은 이들에게 효능 또는 소화에 있어 결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12주 간격으로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 했을 때 소화되는 정도나 면역반응은 3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을 2차례 접종했을 때와 같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앞서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지난 4월 AZ백신 접종 후 젊은 층에서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자 AZ백신을 1차로 맞은 이들 중 60세 미만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기술 기반 백신을 교차 접종받을 것을 권고했다. 당시 예방접종위가 공식적으로 교차 접종을 권고한 것은 전 세계 주요국 중 처음이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해리스 美부통령, 해사 졸업식 연설… 설립 176년 만에 첫 여성 연설자 기록

    해리스 美부통령, 해사 졸업식 연설… 설립 176년 만에 첫 여성 연설자 기록

    “그것(코로나19)은 우리 세계에 영원한 충격을 줬습니다. 이제 세계는 연결돼 있고, 상호 의존적이며, 깨지기 쉽다는 걸 알게 됐죠.”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코로나19에 대해 1929년 대공황, 1941년 진주만 공습, 1964년 미 민권법 제정,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01년 9·11테러 등과 같이 “우리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진단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이곳 졸업식 연설자로 나선 건 1845년 해군사관학교 설립 이래 176년 만에 처음이다. 해리스는 “지금은 이전의 어떤 시대와도 다르다”며 “치명적인 전염병이 수개월 만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고 해커 무리가 미국 해안의 연료 공급을 방해할 수 있으며 한 나라의 탄소 배출이 지구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졸업생 여러분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이미 배운 지식뿐 아니라 계속해 배워 가는 것”이 대비책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종래 남성들이 전통적 무력을 강조했다면 해리스는 해킹·기후변화 등 새로운 안보 위협 대응에 무게를 두는, 결이 다른 연설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파운드(9.1㎏) 무게의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겠냐, 아니면 태양 전지를 말아서 가지고 다니겠냐”는 말로, 신재생에너지가 전투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은 통상 서로 다른 사관학교의 졸업식 연설에 번갈아 나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코네티컷주 해안경비사관학교에서 졸업식 연설을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평소 보기 힘든 남미 영화 무료로... 2021 KF세계영화주간

    평소 보기 힘든 남미 영화 무료로... 2021 KF세계영화주간

    초여름 더위가 한창인 6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남미와 유럽 등지의 영화 14편을 무료로 감상할 기회가 온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21 KF세계영화주간-하나의 세계, 다양한 삶’이 다음 달 18일부터 7월 1일까지 온·오프라인 영화제 형식으로 개막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누구든지 네이버TV를 통해 무료로 14개국 영화 14편을 만나 볼 수 있다. 다음 달 19~20일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볼 수 있다.남미 영화로는 페루 영화 ‘그 가족의 비밀’(2020), 아르헨티나 ‘릴라의 카페테리아’(2019), 파라과이 ‘상속녀’(2018) 등 5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인 ‘그 가족의 비밀’은 화려한 색감과 톡톡 튀는 대사들이 돋보이는 코미디로, 현대 페루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다뤘다. ‘릴라의 카페테리아’는 아르헨티나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불안, 계층 간 갈등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201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상속녀’는 밀도감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프랑스 영화 ‘나일강의 소녀들’(2019)은 1973년 아프리카 르완다를 배경으로 부족의 갈등과 식민지 경험을 소녀들의 시선과 감성으로 그려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명숙 공식행사 참석해 축사 까지...경기도 주최 DMZ포럼에

    한명숙 공식행사 참석해 축사 까지...경기도 주최 DMZ포럼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가 주최한 공식행사에 처음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 전 총리는 21일 오전 10시 일산 킨텍스에서 경기도 주최로 열린 ‘2021 DMZ 포럼’에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회사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에 크게 기여 하신 한명숙 전 총리께서 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한 전 총리는 축사에서 “지자체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평화부지사를 두고 이렇게 집중적이고 열정적으로 DMZ라는 이슈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평화만들기를 주도해 주시는 경기도지사님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독일의 동방정책을 예로 들며 “남북평화를 위한 정책은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계승돼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22일 열리는 한미정상 회담에 거는 기대를 밝히면서 “‘평화만들기’라는 가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라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 정치적으로 굉장히 골이 깊은 갈등의 뿌리는 분단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치는 반드시 어떠한 정권이라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베를린 선언하시면서 냉전이 끝나고 남북의 문이 열렸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10.4선언으로 계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그 다음 정권 10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 평화만들기 가치가 계승되지 않고 단절됐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했다.남북의 평화와 협력 정책을 다시 계승하게 됐고 3차의 남북정상 회담을 이끌어 내, 북미회담으로 연결시키는 다리를 놓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독일은 1969년 사민당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했는데, 그이후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평화통일의 가치가 계속해서 계승되고 이어져 1990년 10월 3일 45년 만에 통일을 했다”며 “이러한 사례를 보면서 많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통일의 가치를, 그 전에 평화만들기의 가치를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계승해서 ‘우리의 소원은 평화’라는 가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오늘 ‘레츠 DMZ(포럼)’ 이 행사도 큰 틀에서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는 한 전 총리 이외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해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임동원 렛츠 디엠지 조직위원회 위원장(전 통일부 장관),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22일까지 이어지는 포럼은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평화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연사가 참여해 한반도의 평화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문화마당] 클럽에서 열린 브랜드 패션쇼/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클럽에서 열린 브랜드 패션쇼/최나욱 건축가·작가

    럭셔리 브랜드 패션쇼는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치러지는 장소를 눈여겨보게 한다.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의 라프 시몬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의 로에베, 미국과 쿠바 간 엠바고 완화 조치가 발표되던 때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쇼 등. 매 시즌마다 이런 장소를 어떻게 물색했는지 놀라곤 한다. 지난 4월 보테가 베네타는 새 컬렉션을 자못 특수한 장소에서 발표했고, 이는 장소와 결부돼 큰 논란을 빚었다. 독일 베를린의 유명 클럽인 베르크하인을 섭외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애프터 파티가 문제였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팬데믹 시기에 육체적 밀착을 상징하는 나이트클럽의 장소성이 더 큰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 해외의 어느 연구기관에서 내가 맡은 발제 주제는 대도시와 클럽 간의 상관관계였다. 메트로폴리스라는 개념이 형성되던 20세기 초반 금주령을 피하기 위해 클럽이라는 장소가 갖춰지는 태동기를, 그리고 팬데믹 시기 국경 간 이동이 제한되며 메트로폴리스 개념이 해체되는 것과 동시에 클럽이라는 장소가 까마득하게 잊혀져 버리는 것을 비교하는 게 발표의 시작과 끝이었다. 클럽에서 패션쇼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빈축을 사는 지금 트럼프와 앤디 워홀, 마이클 잭슨과 같은 다양한 인물들이 함께 모이던 장소가 클럽이었던 사실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출신 성분이 모여서 형성되는 대도시에는 늘 클럽이 있었고, 뚜렷한 기능 대신 이른바 복합공간으로서 클럽은 도시 사회를 함축했다. 2년 전 클럽에 관한 책을 썼던 나는, 시간이 지나 많은 클럽이 문을 닫고 그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일들이 세상 밖으로 꺼내졌음을 느낀다. 젠더 갈등이 대두될 무렵 클럽 안에서는 전혀 다른 남녀 갈등이 벌어지는 걸 보며 공적 담론 간 격차를 감지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 그것이 이대남과 이대녀로 호출되는 모습을 마주했다. 더불어 직업의 종류보다 오직 돈만을 목표로 삼는 유흥의 원칙이 가상자산과 함께 전 인구로 확장되는 상황과 실체보다 분위기가 중요한 클럽 디자인처럼 내용의 본질 가꾸기보다 겉치레가 더 영리하다고 믿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한때 일상사회와 전혀 다른 저열한 문화이니 논하지 말아 달라던 클럽의 모습을 사회 전반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기묘할 따름이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1992년 출간한 ‘비장소’라는 책에서 사람들 간의 유기적인 사회성,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 등이 부재한 비인간적인 장소로 기차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책을 참고했던 ‘클럽 아레나’에서의 클럽 역시 “오직 영원한 현재”만으로 작동하는 곳으로서 비장소의 한 사례였다. 그런데 우리가 더이상 기차역과 대형마트를 비인간적 장소라고 구태여 논의하긴커녕 일상적인 장소로 여기듯 앞서 말한 클럽의 특징들이 사회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특정 공간을 꼽아 비장소라고 언급할 게 아니라 세상 전체가 비장소라는 것처럼 말이다. 한 패션 브랜드가 유명 클럽에서 빌려온 장소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던 한 시대에 관한 회고였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베르크하인은 클럽 대신 미술관으로 용도 변경을 공지했고, 클럽이 기능했던 프로그램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겼다. 늘 그래 왔듯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습을 바꿀 뿐이다. 다만 이 다음 모습이 특정 공간에 입장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확산된 형태라면 쟁점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일련의 특징을 논할 때 클럽이 그것을 비판적으로 보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면, 반대로 이것이 사회 전체에 물들어 있을 때는 같은 일이라도 현실에 부합하는 영리한 전략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 독일 드레스덴의 1조원 보석 도둑들… 마지막 5번째 용의자 검거

    독일 드레스덴의 1조원 보석 도둑들… 마지막 5번째 용의자 검거

    지난 2019년 독일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에서 발생한 1조원대 보물 절도 사건의 용의자를 지난 17일(현지시간) 체포했다고 독일 경찰이 18일 발표했다. 이로써 용의자 5명 전원 검거를 마쳤지만, 아직 잃어버린 보물을 찾지는 못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절도 사건은 2019년 11월 25일에 벌어졌다. 용의자들은 츠빙거 궁전 서관 1층에 마련된 전시관인 그뤼네 게뵐베(그린볼트)에 진입해 도끼로 전시함을 깨고 보석 공예품 3세트를 챙겨 도주했다. 그뤼네 게뵐베는 1723년 설립된 박물관으로, 이들이 훔친 보물은 1조원 안팎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소장품 등을 의식하며 작센 제후들이 경쟁하듯 대를 이어 모은 작품들로 2차 세계대전 뒤 소련이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1958년에 드레스덴에 반환한 보물들이다. 도둑들은 츠빙거 궁전 주변 건물 2곳에 화재를 일으켜 혼란해진 틈에 범행을 저질러 절도 혐의와 함께 방화 혐의도 받고 있다. 화재로 혼란해진 틈에 도둑들이 창을 깨고 진입할 때 경보가 울렸지만,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미 범행을 마친 도둑들은 도주한 뒤였다.5명의 용의자 가운데 3명은 범행 1년 만인 지난해 11월 검거됐다. 독일 경찰은 이어 나머지 용의자를 특정해 붙잡았고, 이번에 마지막 한 명을 검거했다. 이날 검거된 압둘 마제드(22)를 비롯해 용의자 5명 모두는 같은 아랍 가문 출신의 독일 국적자이다. 용의자들의 또 다른 친척 중엔 지난 2017년 3월 베를린 보데박물관에서 100㎏ 무게의 대형 금화 절도 사건을 일으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도 있다. 당국은 당시 이 금화를 회수하지 못했는데, 범인이 약 51억원의 가치를 지닌 이 금화를 잘게 잘라서 팔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뤼네 게뵐베의 보물 역시 보석만 떼어내 판매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퍼즐 맞춰봐도 찜찜한 기분… 홍상수의 불완전한 이야기

    퍼즐 맞춰봐도 찜찜한 기분… 홍상수의 불완전한 이야기

    이야기 구조가 다소 엉성하다. 주인공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퍼즐을 맞춘 느낌이 들지만, 시원하지가 않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 새 영화 ‘인트로덕션’은 이렇게 여러모로 독특하다. 영화는 영호(신석호 분)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3개의 여정으로 구성됐다. 영호는 어느날 아버지가 불러 한의원을 찾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영호는 온종일 기다린다. 그다음은 독일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러 간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 분)을 보여 준다. 세 번째는 영호가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친구와 동해안의 횟집을 찾는 내용이다. 이야기 중간중간을 의도적으로 가위질했다. 예컨대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호가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유명 연극배우(기주봉 분)를 만났던 장면이 빠져 있다. 그는 당시 영호에게 “넌 배우 하면 좋겠다”란 말을 했는데, 이 내용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식이다. 물음표를 단 채 영화를 보다가 결국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야 전체 이야기를 조합할 수 있다. 불완전한 이야기 속에서 힌트를 찾고,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하는 게 영화의 묘미이긴 하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영어 제목을 썼다. “소개, 입문, 서문, (새것의) 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 제목도 영어를 그대로 썼다”고 밝혔다. 모든 장면에서 최대 4명만 들어가게 했다. 배경은 보이지 않고 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질한 남자들의 향연을 피식거리며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흑백영화, 그것도 한 시간 남짓한 분량으로 대사에만 의존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갔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은곰상 각본상을 안겨 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터다. 홍 감독 영화 가운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여우주연상), ‘도망친 여자’(2020, 감독상)에 이어 세 번째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엉성한 이야기, 퍼즐 맞추는 재미에도 찜찜하다…홍상수의 ‘인트로덕션’

    엉성한 이야기, 퍼즐 맞추는 재미에도 찜찜하다…홍상수의 ‘인트로덕션’

    이야기 구조가 참 엉성하다. 주인공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퍼즐을 맞춘 느낌이 들지만, 시원하지가 않다. 27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 새 영화 ‘인트로덕션’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영화는 영호(신석호 분)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3개의 여정으로 구성됐다. 영호는 아버지가 불러 한의원을 찾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영호는 온종일 기다린다. 그다음은 독일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러 간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 분)을 보여준다. 영호는 주원을 만나려 충동적으로 독일에 갔다. 세 번째는 영호가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친구와 동해안의 횟집을 찾는 장면이다. 가보니 그곳에는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본 연극배우가 어머니와 함께 있다.이야기 중간 중간을 의도적으로 가위질했다. 예컨대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호가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유명 연극배우(기주봉 분)를 만났던 장면이 빠져 있다. 그는 당시 영호에게 “넌 배우하면 좋겠다”란 말을 했는데, 이 내용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식이다. 물음표를 단 채 영화를 보다가 결국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야 전체 이야기를 조합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속 시원하지 않다. 관객은 그저 유추만 할뿐 있다. 불완전한 이야기 속에서 힌트를 찾고,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하는 건 영화의 묘미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영어 제목을 썼다. “소개, 입문, 서문, (새것의) 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 제목도 영어를 그대로 썼다”고 밝혔다. 이야기마다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호가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포옹이 매번 나온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모든 장면에서 최대 4명의 인물만 들어가게 했다. 배경은 보이지 않고 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위적인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지만, 대사 전달이 워낙 탁월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찌질한’ 남자들의 향연을 피식 거리며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영호는 너무 순진하고, 아버지는 소심하다. 연극배우는 술자리에서 궤변을 늘어놓는다. 줄담배 피우는 모습, 만취로 치닫는 술자리 장면도 양념처럼 곁들였다. 상영 시간이 짧은 터라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허무할 수 있다. 그러나 흑백영화, 그것도 한 시간 남짓한 분량으로 대사에만 의존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갔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은곰상 각본상을 안겨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터다. 홍 감독 영화 가운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여우주연상), ‘도망친 여자’(2020, 감독상)에 이어 세 번째다. 66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림 관심 없던 사람도 몰렸다, ‘아트부산’ 뜨거운 열기

    그림 관심 없던 사람도 몰렸다, ‘아트부산’ 뜨거운 열기

    “작품이 하도 잘 팔리니 무서울 정도입니다.” 아트부산에 참가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혀를 내둘렀다.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미술품 장터 ‘제10회 아트부산’이 미술 애호가들의 지대한 관심과 컬렉터들의 구매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화랑미술제가 72억원, 지난달 개최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가 65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 규모 매출을 기록하는 등 올들어 상승세가 확연한 미술시장의 활기가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규모를 축소해 지난해 11월 열었던 제9회 아트부산에서 기록한 전체 관람객 2만 3000명, 매출 15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 조짐은 전날 열린 VIP 프리뷰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국내외 10개국 110개 갤러리가 엄선해 전시 부스에 내건 작품들을 먼저 보기 위해 개막 1시간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하루에만 1만 명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초반 판매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해 큰 성과를 보인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영국 출신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6억원대 조각을 판매했고, 독일 베를린 페레즈프로젝트는 애드 미놀리티, 마뉴엘 솔라노 등 1980~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완판시켰다. 올해 처음 부스를 연 미국 로스앤젤레스 커먼웰스앤카운슬은 개막과 동시에 패트리샤 페르난데즈, E J 힐, 한국작가 이강승의 작품을 팔아치웠다. 지갤러리가 내놓은 조지 몰튼 클락 신작 7점도 완판됐다고 아트부산 사무국측은 전했다.서울옥션 홍콩갤러리 SA+ 부스에 걸린 아르헨티나 작가 루시오 폰타나의 11억원대 작품과 조지 콘도의 수억원대 회화가 주인을 만났고,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의 1억 5000만원대 조각과 하종현의 3억원대 회화 작품 등을 판매했다. 갤러리현대 부스에선 이건용의 작품들이 빠르게 팔려나갔다. 갤러리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큰 손 컬렉터는 물론이고, 이제 막 미술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신규 컬렉터의 방문이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주식에 이어 미술품 투자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명품백 대신 그림 산다’는 20~30대 MZ세대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아직은 구매력이 크지 않은 젊은 컬렉터들을 위해 갤러리마다 유명 작가의 판화나 드로잉, 에스키스 같은 수백만원대 소품들을 구비한 점 또한 새로운 트렌드다.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전시 그 자체로 즐길 만한 특별전도 풍성하다.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아트악센트’는 현대 한국화 손동현 작가의 기획으로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에 현대적인 컨셉트를 접목시킨 젊은 한국화 작가 10인의 작품을 펼쳤다.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관객참여형 미디어 작품 ‘Your happening, has happened, will happen’, 물고기 모양 풍선으로 공간을 채운 필립 파레노의 ‘내 방은 또 하나의 어항’(My Room is Another Fish Bowl)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아트부산은 오는 16일까지 이어진다. 해외 컬렉터를 비롯해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미술 애호가들을 위해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뷰잉룸은 22일까지 열린다.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황희찬 선발’ 라이프치히, 아쉬운 포칼 준우승

    ‘황희찬 선발’ 라이프치히, 아쉬운 포칼 준우승

    황희찬이 선발 출전한 독일 RB라이프치히가 창단 첫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라이프치히는 14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20~21시즌 도르트문트와의 포칼 결승전에서 엘링 홀란드와 제이든 산초에게 각각 멀티골을 내주며 1-4로 졌다. 이로써 2009년 창단한 라이프치히의 창단 첫 포칼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라이프치히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도 준우승 가능성이 크다. 라이프치히는 지난 8일 정규리그에서도 도르트문트에 2-3으로 패하는 등 올시즌 3전 전패의 약한 모습을 보였다.황희찬은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와 투톱을 이뤄 선발 출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절 투톱을 이뤘던 홀란드와 맞대결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크리스토퍼 은쿤쿠와 교체됐다. 분데스리가 4위를 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는 통산 5번째 포칼 우승으로 올시즌 부진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도르트문트가 전반 5분 만에 산초가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28분 홀란드, 46분 산초가 거푸 라이프치히 골문을 열어젖히며 우승컵을 예약했다. 라이프치히는 후반 26분 다니 올모의 중거리 골로 영패를 모면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보기 좋은 떡’만 좇다 생물다양성 놓칠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보기 좋은 떡’만 좇다 생물다양성 놓칠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반반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겉모양새를 잘 꾸미는 것도 필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아 선택한 다음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성과 엄격한 방법론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이탈리아 토리노대 생명과학·시스템생물학과, 나폴리 페데리코2세대학 생물학과, 수자원연구소 분자생태학연구그룹, 오스트리아 쿠르틴대 분자·생명과학부,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자연인문학연구실, 핀란드 헬싱키대 국립자연사박물관 공동연구팀은 과학자들도 연구 가치보다는 쉽게 눈에 띄고 아름다운 식물을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식물학’ 5월 11일자에 실렸습니다. ●과학자도 화려한 식물 연구에 치중 연구팀은 프랑스 동남부와 이탈리아 서북부에 걸쳐 있는 ‘마리팀 알프스’ 지역에서 자라는 전체 식물종과 최근 45년 동안 이들 지역에 대한 연구 논문 280편에 등장하는 식물 113종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연구자들은 생태학적 중요성보다는 색깔이 화려하거나 접근하기 쉬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지리적, 형태학적 특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푸른색을 띠는 식물들을 가장 많이 연구했고, 그다음으로 흰색, 빨간색, 분홍색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주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식물의 크기 역시 연구자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희귀성이란 특성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끄는 동인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갈색을 띤 식물이나 키가 작은 식물보다는 화려하고 크기가 큰 식물들에 주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적 편향성 탓 생물다양성 보전 발목 이탈리아 토리노대 마르티노 아다모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연구할 때 미적 편향성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며 “미적 편향성은 전체 생태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보존 노력이 필요 없는 식물에 대한 관심을 높여 생물다양성 보전 차원에서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 같은 첫인상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보기 좋은 떡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보기 좋은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피해를 덜 준다는 점을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대표작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빨리빨리’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모든 것에 지나치게 빨리 결론을 내리고, 다른 면을 발견하더라도 첫인상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첫인상이 맘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나 사물에서도 자세히 보면 좋은 점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풀꽃이란 시처럼 좀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고 오랫동안 알아 간다면 좋은 점을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루터처럼 저항? 獨 사제들 동성애 축복

    루터처럼 저항? 獨 사제들 동성애 축복

    ‘동성애를 축복함으로써 바티칸의 금지에 저항한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이 같은 제목으로 ‘바티칸에 도전하는 독일 사제’들을 다루며 그 숫자를 ‘100여명’으로 어림잡았다. 독일에서는 지난 9일 뮌헨의 성 베네딕트 성당을 시작으로 ‘동성 결합에 대한 축복’이 시작됐다. 이 예식을 집전한 볼프강 로테 신부는 “천국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고, 이 축복은 교황청의 동성 결합 축복 금지 방침을 위반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오는 17일 ‘동성애 차별 반대의 날’을 전후해 이 같은 일은 ‘#리베게빈트’(liebegewinnt·사랑의 승리), ‘러브 윈스’(Love Wins) 같은 구호 아래 독일 최대 대교구가 있는 쾰른과 베를린, 뮌헨 같은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으로까지 번져 나갈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가톨릭 교리는 결혼 외 성적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거듭, 확정적으로 결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런 결정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독일 가톨릭계는 즉각 유감을 표하며 반발했다. 독일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배칭은 “혼인 축복은 그 자체로 신학적 존엄성을 갖는 행위”라며 “이것이 정치적 선언이나 저항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성직자, 신학자 등 2000여명은 동성 커플 축복에 찬성하는 탄원서에도 서명했는데, “바티칸을 무시하고 동성연애자들을 여전히 축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로이터는 로마와 독일 간 ‘절연의 역사’를 되짚었다. “16세기에 로마에서 벗어나 교황의 권위가 영원히 약화될 개신교 개혁을 시작한 사람은 독일인 마르틴 루터였다”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 사례가 많은 독일 가톨릭교도들에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독일의 한 전직 사제의 말을 실었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독일인의 86%는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70년 전 오늘 스코틀랜드에 추락한 전투기에 나치 2인자가 홀로

    70년 전 오늘 스코틀랜드에 추락한 전투기에 나치 2인자가 홀로

    1941년 5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공군기 메서슈미트 Bf 110이 스코틀랜드 이글샘의 플로어스 농장 근처에 추락했다. 조종사가 낙하산을 펼쳐 목숨을 구했지만 쇠스랑을 든 농부들에게 생포됐다. 조종사는 스스로를 알프레드 혼 대위라며 해밀턴 공작에게 전달할 중요한 메시지가 있으니 그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날 아침 추락 지점에서 16㎞ 떨어진 둥가벨 하우스에 있던 공작을 만나게 해줬더니 그는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친구이자 제3 제국의 부총통인 루돌프 헤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에르만 괴링 다음으로 나치 정권의 적통을 이을 인물이라며 영국과 독일의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싶다고 했다. 리버풀에 있는 존 무어스 대학의 국제역사학 전공자인 제임스 크로스랜드 박사는 “짐작할 수 있듯 해밀턴 공작조차 그 말을 듣고 움찔할” 정도로 뜬금없는 협상 제의였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이 일을 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가장 괴이쩍은 얘기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나치가 소련을 침공하기 하루 전이었다. 왜 나치 고위직이 전쟁이 한창인데 홀로 적진 한 가운데, 1600㎞를 날아갔을까? 도대체 헤스는 어떻게 해밀턴 공작이 히틀러가 수락할 수 있는 평화협상안을 중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비행에 나서게 된 것일까? 크로스랜드 박사는 수십년 동안 이어진 음모론을 들먹이기도 했다. 영국 안에서 윈스턴 처칠 총리를 전복시키고 평화협상을 이끌기를 원하는 그룹이 촉발한 책동이란 얘기다.하지만 기밀이 해제된 문서들을 연구하면 헤스는 평화 협상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오해해 환상에 젖어 이런 필사적인 비행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대전 초기에도 이런 중재 노력이 상당히 있었으며 처칠이 권력을 장악한 1940년 5월 이후 사그라들었다. 영국인과 독일인 사이에 혈연 관계가 있으며 소비에트 러시아를 공통의 적으로 여긴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40년 늦여름 그는 접촉선을 통해 영국 정부가 평화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전쟁 전 베를린에서 해밀턴 공을 만났던 헤스의 친구 알브레히트 하우쇼퍼가 해밀턴 공작이라면 믿고 협상을 맡겨볼 만하다고 했다. 하우쇼퍼는 해밀턴에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편지는 영국 해외정보부 MI5 가 가로챘다. 이때쯤 헤스는 절박했다. 비행기 조종 연습에 몰두하며 해밀턴이 준비됐다는 전언만 해오길 기다렸다. 하우쇼퍼에게 재촉했더니 그는 평화를 원하는 영국인들이 많다고 했다. 헤스는 직접 담판을 해야겠다고 오판해 영국까지 날아가기로 했다. 크로스랜드 박사는 “헤스의 관점으로는 처칠의 입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이들이 처칠의 전복에 나서 히틀러와 평화를 이뤄낼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었다”면서 “헤스는 안달이 나 있었고, 순진하기도 해 환상에 빠졌고 이 모든 일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헤스는 안달이 나 있었을까? 그는 히틀러의 초기 충복이었다. 히틀러가 란스베르크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부터 1923년 비어홀 푸시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그 때는 히틀러와 둘이 진정한 친구라고 믿었다. 하지만 제3제국이 전쟁을 일으키자 이너서클에서 그는 밀려나기만 했다. 대놓고 그를 따돌리고 조롱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히틀러의 믿음을 다시 얻겠다는 욕심이 과했다. 크로스랜드 박사는 음모론은 역사적 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기밀 해제된 문서들을 살펴보면 상당한 거리가 좁혀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헨리 딕스 박사가 체포 직후 헤스를 만난 뒤 적은 첫 인상은 “피해 망상에 젖은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과 히틀러가 영국을 존경해 전력으로는 독일이 우위에 있지만 영국이 더 이상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딕스 박사는 영국을 좋아한다는 것만이 헤스가 홀로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오게 만든 원동려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는 헤스가 이런 일을 시도할줄 몰랐다. 해서 나치 당은 그가 미쳤다고 선언했다.헤스는 저유명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7년 스판다우 교도소에서 숨을 거뒀다. 93세로 천수를 누렸다. 다른 나치 고위직들은 1966년 석방됐는데 그는 홀로 독방에서 21여년을 더 지냈다. 이 때문에 나치 지도자들이 헤스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감추고 싶어 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2017년 배포된 문서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련 정권에 헤스를 석방해 달라고 간청했다. 크로스랜드 박사는 이 일을 더 밝혀내고 싶은데 역사학자들의 전쟁 관련 연구에서 두 문단 정도만 언급하고 말아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러 나발니 치료했던 의료진 또 변고...“사냥 나간 뒤 연락두절”

    러 나발니 치료했던 의료진 또 변고...“사냥 나간 뒤 연락두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8월 독극물에 중독됐을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중 한 명이 사냥터에서 실종됐다. 지난 2월 같은 병원 의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지 3개월 만이다. 푸틴 정부에 의해 테러를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타스통신 등은 9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까지 시베리아 옴스크 제1구급병원 수석의사로 재직하다 이후 옴스크주 주정부 보건장관이 된 알렉산드르 무라홉스키(49)가 사흘째 실종 상태에 있다고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타스통신에 “지난 7일 옴스크주 포스펠로보 마을에 있는 사냥 기지에서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숲속으로 들어갔던 무라홉스키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8일 경찰에 접수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헬기와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무라홉스키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타고 갔던 오토바이만 사냥 기지에서 6.5㎞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옴스크 제1구급병원에서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던 나발니가 3일간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앞서 지난 2월 초에도 당시 나발니의 치료를 담당했던 마취통증·중환자 담당 차석의사 세르게이 막시미쉰이 55세 나이에 급사해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나발니의 비서실장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CNN에 “막시미쉰이 혼수상태에 있던 나발니를 치료하면서 그의 상태에 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던 만큼 자연사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타살설을 주장했다. 이어 3월에도 같은 병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최고위직 의사 루스탐 아기셰프가 63세에 사망했다. 아기셰프는 지난해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발니 치료와 연관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곧바로 옴스크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나발니는 이후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월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당시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 본인도 자국 정보당국이 독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무라홉스키를 비롯한 의료진도 나발니 측의 독극물 테러 의혹을 반박하며 그가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대사 장애로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국의 압력으로 의료진이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 독일컵 결승 ‘코리안 더비’ 대신 황희찬 vs 홀란드 ‘절친 더비’?

    독일컵 결승 ‘코리안 더비’ 대신 황희찬 vs 홀란드 ‘절친 더비’?

    독일 컵 결승 ‘코리안 더비‘가 불발됐으나 ‘절친 더비’ 가능성이 생겼다.이재성(29)의 소속 팀인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이 2일(한국시간)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20~21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준결승전에서 1부 강호 도르트문트에 0-5로 대패했다. 이에 따라 독일 컵대회 결승에서 한국 선수의 대결은 무산됐다. 전날 라이프치히와 브레멘의 준결승전에서는 연장전 투입되어 1골 1도움을 올린 황희찬(25)의 맹활약에 힘입어 라이프치히기 2-1로 승리, 결승에 선착했다. 이번 대회 32강에서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승부차기 끝에 꺾는 이변을 일으킨 킬은 16강에서 다름슈타트(2부), 8강에서 로트-바이스 에센(4부)을 제치고 준결승에 올랐으나 이날 전반에만 조반니 레이나의 연속골에 이어 마르코 로이스, 토르강 아자르, 주드 벨링엄까지 5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이재성은 선발로 나와 76분을 뛰고 교체됐다.도르트문트의 주포 엘링 홀란드는 근육 부상으로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는데 오는 14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리는 결승전 출전 가능성은 높다. 만약 황희찬까지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절친 맞대결이 성사된다. 포칼컵 결승에 앞서 8일 정규리그 32라운드에서 두 팀이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홀란드와 황희찬은 2019년부터 1년가량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최전방을 함께 책임졌다. 이때 활약으로 홀란드는 지난시즌 중반 도르트문트, 황희찬은 이번 시즌 개막 전 라이프치히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지난 1월 도르트문트와 라이프치히의 정규리그 시즌 첫 대결에서 황희찬이 후반 중반 투입되며 마주쳤다. 홀란드가 멀티골을 뿜어내며 도르트문트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EU “미국인 올 여름 여행 와라”… 美 “유럽엔 가지마?”

    EU “미국인 올 여름 여행 와라”… 美 “유럽엔 가지마?”

    EU집행위원장 “백신 접종시 27개국 여행 가능”미국 6월까지 집단 면역 도달 가능성 염두한 듯관광 산업 활성화 의도… 그리스 26일부터 시행 반면 미국은 유럽 대부분 ‘여행금지’ 단계 지정 유럽연합(EU)이 2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 국민에 대해 오는 여름부터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최근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로 정해 양측의 온도차가 크다. 결국 올해 여름까지 유럽이 집단면역에 도달하느냐가 해당 지역의 관광업 회복 여부에 관건인 상황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백신 접종이) EU에서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각 회원국이 관광객 봉쇄나 해제를 결정하지만 EU 집행위 역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국에 정책 권고를 할 수 있다. 또 폰데어라이엔은 “EU의 27개 회원국 모두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한 백신을 접종한 모든 사람을 분명히 조건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미국 사이에 ‘백신 증서’ 이용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이런 조치를 진행하는 데는 현재 접종 속도라면 미국이 오는 6월까지 성인의 70%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치는 소위 집단면역에 이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NYT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특히 미국인 관광 재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했다. 이미 그리스는 26일부터 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거나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을 경우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인 미국은 최근 전세계 국가의 80%에 대해 4단계인 여행금지국으로 정했고, EU 중 유명 관광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스위스 등은 모두 이에 포함된다. 특히 독일은 최근 3차 유행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했지만 지난 22일 베를린에서 8000여명이 반대 시위를 벌인 데 이어 24일에는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등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유럽이 오는 여름까지 집단 면역에 도달하느냐가 미국인 관광 재개를 위해 더 중요한 요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임정욱의 혁신경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최근 동네 마트에 가서 흙대파 한 단을 구입할 일이 있었다. 예전에 불과 3000~4000원 하던 것을 거의 7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대파가 금파가 됐다”는 얘기를 얼핏 듣기는 했지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이유를 찾아봤다. 그리고 대파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여름 길었던 장마와 겨울 한파,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이제는 우리의 밥상까지 위협하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나부터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에 기후변화 문제와 그에 따른 산업의 변화에 대한 좌담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토론의 중심 주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넷제로’의 중요성이었다. 넷제로는 지구의 기후에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흡수를 늘려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기후변화는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나 신경쓰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내놓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68~2016년 49년 동안 한국의 주변 해표면 수온은 1.23도 오른 데 비해 세계 평균은 0.47도로 한국의 상승 속도가 2.6배 빠르다.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대파 가격 상승이 아니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우리 정부도 물론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한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또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탄소배출량 저감에 무관심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해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성장하는 기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문제해결사’ 스타트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기후변화 대응 회사들을 요즘에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 구체적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어떤 분야에 있는가. 우선 에너지 분야다.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효율적으로 연결돼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스마트그리드 개발 회사 등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그다음으로는 식품이나 농업 분야다. 음식물 낭비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회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축산업을 대신할 대체육을 개발하는 회사가 꼽힌다. 또 부족한 농장, 농작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팜 회사들이다. 특히 대체육 회사로 미국의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은 조 단위 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성장했고, 한국에서도 지구인컴퍼니 같은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자동차 회사들이나 공유 이동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회사들도 기후테크 기업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자동차, 항공기, 기차, 선박 등이기 때문이다. 주택이나 빌딩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중요하다. 빌딩 건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단열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빌딩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대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난방 등에 활용해 넷제로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 흥미로운 영역은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들이다. 독일 베를린의 체인저스라는 회사는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매일매일 개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도와주고 목표를 달성하면 쌓인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한국에서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더 큰 관심과 조명이 필요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만든 기술과 제품을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 구매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필자부터 열심히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찾아볼 생각이다.
  • 고령화의 경고… 인플레가 온다

    고령화의 경고… 인플레가 온다

    노동시장 역할 중국, 고령화 시작임금 상승 → 인플레 → 금리 인상인도·아프리카 노동 공급 ‘물음표’ 코로나 탓 이동 막혀 불안감 가중중앙은행에 장기 통화정책 주문출생아 27만명, 사망자 30만명.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다.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야말로 두 개 ‘폭탄’이 밑바닥에 도사린 모양새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와 경제 연구가인 마노즈 프라단이 낸 ‘인구 대역전´은 그래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책이다. 저자들은 전 세계에서 인구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30년 이내에 전 세계에 대규모 장기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흔히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경제학자 대부분이 경기 변동에 따른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에 주목한다. 지난 수십년간 물가변동이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중앙은행의 효율적인 통화정책 덕분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좀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인구구조 변화를 핵심 요인으로 삼고, 중국의 경제 성장 부진, 불평등 문제, 포퓰리즘의 대두, 부채와 세금 등 여러 요인을 결합했다. 저자들은 지난 40년간 세계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로 노동인구 급증을 꼽는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노동시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무려 2억 4000만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에서 증가한 규모의 4배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유럽 노동인구(15~64세)도 급격히 많아졌다.그러나 이런 현상이 최고점을 찍은 ‘스위트 스폿’이 이제부터 꺾인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공급이 줄고, 임금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재점화된다. 예컨대 가계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노부모와 성인 자녀들까지 부양가족이 돼 버리고, 매달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는 오르기만 한다면 어떨까. 도미노처럼 다른 문제들도 연이어 터지고 만다. 누군가는 일본을 사례로 들며 우려를 다잡으려 할 수도 있다. 초고령화가 30년 전부터 진행됐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덜했다. 게다가 중국이 아니어도 인도, 아프리카에서 노동인구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한다. 저자들에겐 ‘안이한 생각’일 뿐이다. 중국도 이제는 고령화로 가고, 인도나 아프리카가 중국처럼 받쳐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마저 겹치면서, 불안한 구름은 더 짙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인구변동 추세를 예측하지 못하면 결국 전 세계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 강조한다. 저자들은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단기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인구의 대역전을 앞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생생한 사례 대신 논문처럼 각종 통계자료와 분석자료로 가득하지만, 저자들의 경고의 메시지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자는 ‘굿하트의 법칙’으로 유명한 거시금융정책 석학이다. 이 법칙은 경제지표를 정책 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출산율’이라는 경제지표에 매달려 매년 예산을 늘렸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본 우리로선 특히나 이 법칙을 상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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