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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신 찾아 모험을, 효명세자와 춤을… 내 방 1열서 즐기는 ‘설’

    꽃신 찾아 모험을, 효명세자와 춤을… 내 방 1열서 즐기는 ‘설’

    궁중무용 정수 ‘동궁-세자의 하루’ 저승세계 모험하는 ‘꼭두 이야기’11일부터 한 차례씩 4개 작품 공개국립국악원 대표 작품 4편을 설 연휴 동안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오후 3시 ‘랜선타고 설설설’이라는 제목으로 국립국악원 유튜브 및 네이버 채널을 통해 대표작을 한 차례씩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던 대표 공연들 가운데 저작권이나 작품 유통 계획 등에 따라 온라인 공개가 미뤄졌던 작품들이다. 11일 공개되는 ‘동궁-세자의 하루’는 예술적 재능을 보인 효명세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궁중예술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했던 효명세자를 통해 예술로 더 나은 세상을 이뤄 내자는 메시지를 처용무, 춘앵전 등 전통 무용과 성악, 국악 선율에 담아 다채롭게 풀어낸다. 연극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창작발레 ‘호이 랑’ 연출을 맡은 서재형 연출가와 뮤지컬 ‘영웅’, 창극 ‘메디아’ 대본을 쓴 한아름 작가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5월 오프라인 공연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춤선과 정악단 가객 박진희가 노래하는 효명이 공연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를 영화로 만든 ‘꼭두 이야기’도 12일 온라인에서 최초 상영된다. 할머니의 꽃신을 찾으러 떠난 어린 남매가 저승세계로 빠져 꼭두 4명과 함께 꽃신을 찾는 이야기를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상에 담았고, 방준석 감독의 음악과 국립국악원 연주로 더욱 풍성해졌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초청되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13일 공개되는 ‘1828, 연경당-정재의 그릇에 철학을 담다’는 효명세자의 궁중무용 데뷔 무대를 그대로 옮긴 듯한 작품이다. 1828년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창덕궁 연경당에 마련한 진작례(조선시대 궁중잔치)에서 직접 창제해 선보인 19종의 정재(궁중무용)를 재현했다. 복식과 무용 구성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했고 다양한 악기 편성을 통해 새로움을 더해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펼치는 궁중무용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14일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국가무형문화재 1호 유산인 ‘종묘제례악’을 2015년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국립샤요극장에서 실황 공연한 것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85명의 예술단이 해외 무대에서 종묘제례악 음악과 춤을 선보인 작품으로 특별함을 더해 실황 공연 당시 샤요극장 1250석을 가득 채웠다.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와 국가무형문화재에 등록된 1호 유산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위안부는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X보다 더럽다”[이슈픽]

    “위안부는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X보다 더럽다”[이슈픽]

    “위안부는 매춘부” 하버드 교수 논문 파문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친일파 교수”하리수 “X보다 더럽다” 비판 미국 하버드대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닌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논란인 가운데,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2일 “문서 다 무시한 친일파 교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호사가 유지 세종대 교수는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문제가 아니라 그때 모집 업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위안부라는 게 생겼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본 일부 언론에서 램지어의 논문을 두고 ‘연구의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케이 신문은 원래 위안부 문제를 계속 부정적으로 해왔던 신문사”라며 일본 전체 언론들이 이같이 대서특필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당시 일본 내에서는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공식적인 공창이 될 수 있었던 여성들은 62%밖에 안 돼서 오히려 매춘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넘쳐났다”며 “문제는 (논문에) 여성들이 해외로 나갈 때 경찰서에 가서 자신들이 위안부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일본 정부가 해외로 보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일본군의 요청서만으로 도해하고 있다고 해서 외무성이 문제 삼고 있는 문서가 있는데 램지어 교수는 이런 부분을 다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램지어 교수는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호사가 유지 교수는 “(램지어 교수는) 유년기나 청소년기까지 일본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며 “그러니까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일본 쪽에서는 특히 베를린 소녀상을 설치하는 걸 의회가 결정했는데 거기에 대한 조치로 이러한 논문을 쓰려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호사카 교수는 “이런 구체적인 논문을 우리 학자들이 많이 내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하리수, 하버드대 교수에 “X보다 더럽다” 강한 비판 방송인 하리수 역시 위안부를 성매매로 표현한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했다. 하리수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버드대 교수, 위안부는 일본군 성노예가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기사 제목이 적힌 사진을 올리며 “세상은 넓고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분명히 결과를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 인간이다.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유명한 대학의 교수이면 뭐해 써놓은 논문이 토한 토사물보다 냄새나고 배 아파서 며칠 만에 간 화장실에서 싼 X냄새보다 더럽다”고 일갈했다. 그는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업적을 남겨야 하거늘...사람이길 포기한 이 병균들은 바이러스를 남기는구나. 그것도 다른 사람들 마음에 더럽게 자리 잡아 오해와 추측과 때론 폭력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일으키겠지. 악마 같은 것들. 인생을 더럽게 살아왔으면 떠날 때 만이라도 깨끗하게 좀 살다 갈 일이지. 역시 학벌은 중요하지 않아. 인간이 돼라”라고 일침했다.“위안부, 성노예 아닌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파문 앞서 논란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로 규정한 논문.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 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다. 일본 우익 세력은 일본 정부 훈장까지 받은 이 학자의 논문을 발판으로 삼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가해 행위에 관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 정부 규제하에서 인정된 국내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는 견해를 담은 해당 논문이 올해 3월 발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에 실린다. 램지어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 내무성이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으며 관할 경찰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로 응모한 것을 여성 본인에게 직접 확인함과 더불어 계약 만료 후 즉시 귀국하도록 여성에게 전하도록 지시했다”고 기술했다.또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십년에 걸쳐 여성이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위안부의 경우 멀리 떨어진 전쟁터에서 일하므로 위험이 큰 점을 반영해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짧은 것이 일반적이었고 더 짧은 경우도 있었으며 위안부가 높은 보수를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 중 하나인 ‘고노(河野) 담화’와도 배치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일본군 위안부는 모두 매춘부, 성노예 아냐” 하버드대 교수 논문

    “일본군 위안부는 모두 매춘부, 성노예 아냐” 하버드대 교수 논문

    美교수, 일본서 자라 훈장까지 받아“日정부 아닌 조선 모집업자 문제”日우익 세력과 같은 주장日, 논문 앞세워 가해 책임 부인할 듯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고조하는 가운데 미국 학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로 규정한 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에서 자라 일본 정부의 훈장을 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당시 조선의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하지 않았으며 조선 여성을 매춘시설로 모집했던 조선 내 모집업자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우익 세력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조선인 위안부는 모두 공인된 매춘부” 일본 우익 세력은 이 학자의 논문을 발판으로 삼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가해 행위에 관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 정부 규제 아래에서 인정된 국내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는 견해를 담은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올해 3월 발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린다. 램지어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라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 내무성이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으며 관할 경찰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로 응모한 것을 여성 본인에게 직접 확인함과 더불어 계약 만료 후 즉시 귀국하도록 여성에게 전하도록 지시했다고 논문에 기술했다.램지어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 강제한 것 아냐” “매춘시설에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가 문제” 램지어는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여성이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또 위안부의 경우 멀리 떨어진 전쟁터에서 일하므로 위험이 큰 점을 반영해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짧은 것이 일반적이었고 더 짧은 경우도 있었으며 위안부가 높은 보수를 받았다고 램지어는 주장했다.유소년 일본에서 자란 램지어日훈장 욱일중수장 수상 램지어는 유소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으며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旭日章) 6가지 중 3번째인 욱일중수장(旭日中綬章)을 수상했다. 산케이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양해를 얻어 논문 요지를 인터넷판에 공개했으며 논문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에서 논문 초록의 열람도 가능한 상태다. 램지어가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 중 하나인 ‘고노(河野)담화’와도 배치된다.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이나 독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 영구화 등으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우익 세력은 램지어의 논문을 내세워 일본의 가해 행위를 은폐·희석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마음의 창 여는 깊은 울림… 오보에는 기교를 안 부린다

    마음의 창 여는 깊은 울림… 오보에는 기교를 안 부린다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기 전, 오보에의 맑은 A(라)음이 울린다. 오보에는 악기들이 고르게 음을 맞추도록 ‘튜너’ 역할을 할 만큼 정확하고 또렷한 음색과 오케스트라를 뚫는 깊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예민하고 섬세한 악기는 연주자가 얼마나 오래 정성을 들였는지를 그대로 내보인다. ●입에 닿는 리드 항상 새로 만들어… 기본에 충실하며 짙은 서정 표현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보이스트 한이제는 “악기에 많은 노력이 담길수록 마음을 울리는 힘도 더 커진다”는 말로 오보에를 설명했다. “예민한 악기라 온전히 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그렇게 해서 몸을 관통해서 나오는 듯한 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면서. 오보에는 홑리드인 클라리넷과 달리 갈대를 얇게 깎아 만든 리드를 두 겹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작고 얇아 빨리 닳는다. 때문에 오보에 연주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리드를 만드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겹리드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한 끗 차이로도 소리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연주가 없을 때도 늘 리드를 만들며 소리를 낼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도 오보에가 잘 맞는다고 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서정적인 음색만으로 짙은 색감을 표현하는 오보에야말로 내 감정을 잘 그려 낼 악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는 것으로 단단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묵묵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얻어내는 본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의 악기에서 배웠다. ●모차르트 협주곡 연주… “어려운 삶에도 음악으로 감정 승화해 존경” 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키릴 페트렌코,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등 거장 지휘자들과도 무대에 올랐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약간의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음악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을 보여 준 거장 지휘자들 덕분에 “테크닉만 화려한 음악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더욱 이해했다. 최근에는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베를린필 수석 잉글리시 호른 주자인 도미니크 볼렌베버를 사사하며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올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한이제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와 모차르트의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을 협연한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 모차르트”는 그가 따르고 싶은 음악가의 모습이라며 특히 오보에 협주곡 C장조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1악장 템포 지시어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인데, 아페르토는 창문을 열다(open)의 의미로 많이 쓰여요. 지친 한 해 오보에 음색으로 환기를 하듯 새로운 창을 열어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反푸틴’ 율리야, 러시아 야권 영부인으로 떴다

    ‘反푸틴’ 율리야, 러시아 야권 영부인으로 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체포된 후 반정부 시위의 전면에 선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44)가 주목받고 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이 율리야를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에 비유하기도 한다며 ‘러시아 야권의 영부인’으로 떠오른 그의 최근 행보에 대해 보도했다. 율리야가 나발니와 함께 ‘반(反)푸틴 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8월 말 있었던 남편의 독살사건이 계기가 됐다.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돼 생사를 오가던 당시 율리야는 해외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처해 남편의 상태를 설명하는 한편 러시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하며 푸틴을 압박했다. 나발니는 기적적으로 회복된 뒤 인공호흡기를 뗀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율리야, 당신이 나를 구했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7일 귀국해 눈앞에서 나발니가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율리야는 지난 23일 전국 110개 이상 도시에서 11만명 이상이 참가한 나발니 지지 시위를 주도하며 러시아 정부에 맞섰다. 그는 경찰 4명이 자신을 둘러싸자 “왜 나를 억류하려 하느냐, 내가 무슨 법을 어겼느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후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남편과 동갑내기인 율리야는 그동안 야권 운동가로 나선 나발니를 내조하고 두 자녀를 돌보며 살아왔을뿐 정치와는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이전까지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은 나발니가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나섰던 2013년 남편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7년 사이 나발니는 푸틴의 가장 두려운 상대로 성장했고, 율리아 역시 남편과 러시아를 구하기 위한 힘든 싸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CNN은 “경찰이 율리아를 구금했던 것은 러시아 정부가 이들 부부에게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나발니의 자택과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동생 올레그를 지난 주말 시위의 책임을 물어 감염병 방역 수칙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3일 시위로 이미 한 때 3500명 이상이 체포됐지만, 나발니 지지자들은 오는 30일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文 “국가청렴도 역대 최고 33위…적폐청산·권력기관 개혁 평가”(종합)

    文 “국가청렴도 역대 최고 33위…적폐청산·권력기관 개혁 평가”(종합)

    文 “우리 사회 바른 방향으로 발전한 지표”文 “임기 내 순위 20위권이 목표”국가투명성기구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발표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 점수를 소개하며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크게 높아졌다.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등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0년도 국가별 부패인식 점수에서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 순위(33위)를 기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해도 현저히 순위가 상승했다며 “우리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임기 내 세계 순위를 2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맞은 공정과 정의를 갖춰야만 자신있게 ‘선진국’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韓 청렴도 61점, 180개국 중 33위1위 덴마크·뉴질랜드…북한 170위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측정돼 세계 180개국 중 33위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2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다. 국가 순위는 3년 내리 6계단씩(51→45→39→33위)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는 23위로 한해 사이 4계단 올랐다. 공동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덴마크와 뉴질랜드(88점)가 차지했다. 핀란드·싱가포르·스웨덴·스위스(85점)가 공동 3위로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외에 홍콩(77점·11위)과 일본(74점·19위)이 지속해서 상위권에 올랐다. 북한은 콩고민주공화국·아이티와 함께 18점을 받아 170위에 그쳤다. 소말리아와 남수단(12점·공동 179위), 시리아(14점·178위) 등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가청렴도를 가늠하는 부패인식지수는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한 전문가 인식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지표다. 70점대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하며,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부패인식지수 점수 산출에는 베텔스만재단·세계경제포럼·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정치위험서비스그룹 등 국제단체들의 원천자료가 사용된다.투명성기구 “촛불운동 이후 노력 결과”“경제활동·공직사회 부패 되레 나빠져”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상승은 공무원 사익 목적 지위 남용 방지(70점), 정경유착 등 정치 부패 지수(62점) 등의 개선 때문이다. 다만 OECD 국가 기준 전반적인 부패 수준과 공공자원 관리에서의 놔물 관행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쳤고 정치 부패 지수도 6.1점 낮았다. TI의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청렴도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촛불운동 이후 정부와 사회 전반이 노력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일상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공직사회 일선 부패는 최근 크게 나아지지 못하거나 도리어 나빠진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5개년 계획으로 ‘부패인식지수 20위권 도약’을 목표로 밝혔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남편 구한 나발니 부인, 러시아도 구할까

    남편 구한 나발니 부인, 러시아도 구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체포된 후 반정부 시위의 전면에 선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44)가 주목받고 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이 율리아를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에 비유하기도 한다며 ‘러시아 야권의 영부인’으로 떠오른 그의 최근 행보에 보도했다. 율리야가 나발니와 함께 ‘반(反) 푸틴 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8월말 있었던 남편의 독살사건이 계기가 됐다.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돼 생사를 오가던 당시 율리야는 해외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처해 남편의 상태를 설명하는 한편 러시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하며 푸틴을 압박했다. 나발니는 기적적으로 회복된 뒤 인공호흡기를 뗀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율리아, 당신이 나를 구했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7일 귀국해 눈앞에서 나발니가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율리야는 지난 23일 전국 110개 이상 도시에서 11만명 이상이 참가한 나발니 지지 시위를 주도하며 러시아 정부에 맞섰다. 그는 경찰 4명이 자신을 둘러싸자 “왜 나를 억류하려느냐, 내가 무슨 법을 어겼느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후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남편과 동갑내기인 율리야는 그동안 야권 운동가로 나선 나발니를 내조하고 두 자녀를 돌보며 살아왔을뿐 정치와는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이전까지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은 나발니가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나섰던 2013년 남편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7년 사이 나발니는 푸틴의 가장 두려운 상대로 성장했고, 율리아 역시 남편과 러시아를 구하기 위한 힘든 싸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CNN은 “경찰이 율리아를 구금했던 것은 러시아 정부가 이들 부부에게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나발니의 자택과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동생 올레그를 지난 주말 시위의 책임을 물어 감염병 방역 수칙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3일 시위로 이미 한 때 3500명 이상이 체포됐지만, 나발니 지지자들은 오는 30일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한이제 “꾸밈 없이, 몸을 관통한 듯한 깊은 음색이 오보에 매력”

    한이제 “꾸밈 없이, 몸을 관통한 듯한 깊은 음색이 오보에 매력”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기 전, 오보에의 맑은 A(라)음이 울린다. 오보에는 악기들이 고르게 음을 맞추도록 ‘튜너’ 역할을 할 만큼 정확하고 또렷한 음색과 오케스트라를 뚫는 깊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예민하고 섬세한 악기는 연주자가 얼마나 오래 정성을 들였는지를 그대로 내보인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보이스트 한이제는 “악기에 많은 노력이 담길수록 마음을 울리는 힘도 더 커진다”는 말로 오보에를 설명했다. “예민한 악기라 온전히 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그렇게 해서 몸을 관통해서 나오는 듯한 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면서.오보에는 홑리드인 클라리넷과 달리 갈대를 얇게 깎아 만든 리드를 두 겹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작고 얇아 빨리 닳는다. 때문에 오보에 연주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리드를 만드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겹리드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한 끗 차이로도 소리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연주가 없을 때도 늘 리드를 만들며 소리를 낼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도 오보에가 잘 맞는다고 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서정적인 음색만으로 짙은 색감을 표현하는 오보에야말로 내 감정을 잘 그려 낼 악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는 것으로 단단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묵묵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얻어내는 본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의 악기에서 배웠다.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키릴 페트렌코,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등 거장 지휘자들과도 무대에 올랐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약간의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음악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을 보여 준 거장 지휘자들 덕분에 “테크닉만 화려한 음악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더욱 이해했다. 최근에는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베를린필 수석 잉글리시 호른 주자인 도미닉 볼렌베버를 사사하며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올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한이제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와 모차르트의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을 협연한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 모차르트”는 그가 따르고 싶은 음악가의 모습이라며 특히 오보에 협주곡 C장조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1악장 템포 지시어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인데, 아페르토는 창문을 열다(open)의 의미로 많이 쓰여요. 지친 한 해 오보에 음색으로 환기를 하듯 새로운 창을 열어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손글씨에 담은 위로… 책방, 여행의 목적지가 되다

    손글씨에 담은 위로… 책방, 여행의 목적지가 되다

    ‘두 유 리드 미’(Do you read me?!) 서점을 처음 알게 된 건 2014년이었다. 유명 카드 회사의 프로젝트로 베를린 취재를 왔었고, 꼭 가 봐야 할 열 개의 숍 중 하나로 이곳을 소개했다. 미테의 작은 서점이지만, 큐레이션이 좋아 당시 베를리너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지금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미테의 명소가 됐다. 베를린을 찾는 한국의 여행자들에게도 필수 코스로 꼽힌다. 한국의 많은 매체에서 이 서점을 소개하기도 했고, 블로그에도 많이 나오며, 한국 연예인들도 다녀가 더 유명해졌다. 특히 한 여자 연예인이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 서점의 에코백을 메고 나온 후 인터넷에서 ‘공구’를 할 정도로 큰 인기였다. 검은 바탕에 서점의 이름이 깔끔하게 박힌 에코백이 베를린 여행의 필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아이템이 된 것이다. 서점에서도 이 에코백이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인 걸 알고 한국인처럼 보이면 알아서 먼저 보여 줬다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서점은 사실 그렇게까지 친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다. 뭔가를 물어보지 않는 이상, 손님이 뭘 보든 뭘 찾든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사실은 그래서 대놓고 책 보기 좋은 곳이다. 얼마 동안 머물든 상관을 안 하니까. 눈치를 안 봐도 되니까. 두 유 리드 미는 미테 한복판에 있지만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낡은 나무 간판에는 ‘?!’ 표시만 새겨져 있어 간판을 보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은 내부 안에는 전 세계의 평판 좋은 최신 잡지와 아티스트들의 컬렉션, 디자인, 사진, 건축, 문학에 관한 전문 서적들이 가득하다. 이 작고 콧대 높은 서점에서 나는 유명 작가의 사진집과 잡지를 많이 봤다. 너무 비싸서 사기 부담스러운 책들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비닐로 싸 놓은 책이 거의 없으므로), 노골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들에서 영감도 많이 얻는다. 또 베를린에 올 때마다 이곳에서 베를리너들이 추천하는 장소를 소개해 놓은 단행본을 꼬박꼬박 샀다. 계절마다 한 권씩 나오는데,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보면서 새로운 베를린 탐험을 하기 좋았다. 작은 책 속에는 짧은 설명이긴 하지만 요약이 잘 돼 있고, 직업별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곳들도 엿볼 수 있었다. 미테를 정처 없이 걷다가도 가장 만만하게 숨어들기 좋은 서점이었다. 오셀롯 서점은 소개한 서점 중에 (유일하게)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곳이다.(두스만 지하에도 카페가 있지만 좀더 분리된 느낌이라 이곳이 좀더 서점 안 카페 같은 느낌이 든다.)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곳. 물론 지금은 록다운 때문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모두 치운 상태다. 커피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미테의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브루난스트라세에 자리한 오셀롯(Ocelot)은 규모가 꽤 크고 정리도 잘 돼 있다. 네모 반듯한 구조가 아니라 약간 사선의 비정형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넓은 복도를 따라가는 느낌으로 책을 구경할 수 있다. 책은 분야별로 구획이 잘 나누어져 있어 찾기 쉽다. 다만 영어로 된 섹션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독일어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선택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비주얼 강한 예술 전문 서적과 패션 잡지가 많아서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이곳도 책으로 진열해 두어서 지금은 앉을 수 없다.)‘오셀롯’이란 이름은 원래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 이름이다. 표범 같은 갈색 점무늬가 특징이다. 오셀롯은 살바도르 달리가 평생 키운 반려동물로도 유명하다. 달리는 모든 모임에 오셀롯 ‘바부’를 데리고 다닐 만큼 아꼈으며, ‘살아있는 옵 아트’(추상적 무늬와 색상을 반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실제로 화면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미술)라 부르며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커피 카운터가 있는 벽 위에 일러스트로 그린 오셀롯이 있으며 오셀롯이 그려진 포스터와 에코백, 머그컵 등의 자체 상품도 판매한다. 서점으로서 오셀롯만의 특징이라면 자체적으로 추천하는 책에 직접 손 글씨로 쓴 띠지를 둘러놓는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직접 쓴 추천 띠지를 책에 두르거나 메모를 붙여 놓는 독립서점이 몇 군데 있다. 오셀롯도 띠지에 추천 책들에 대한 감상이나 이유 등을 적어 두었는데 그 이유들이 꽤 시적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을 읽는 건 덜 아문 상처의 딱지를 떼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와 같은 구절. 딱지를 떼어낼 때 느껴지는 특유의 쾌감이 있으면서도 덜 아문 상처로 인한 쓰라림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책이라니…. 베를린 시인인 순예 레베요한의 시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시를 읽고 싶게끔 만드는 추천사가 아닌가. 직원들의 이름 아래 아름답고 시적인 추천사가 적혀 있는 곳, 오셀롯에 있으면 독일어를 열렬하게 배우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서울갤러리 선정 강병섭 작가 ‘같은 곳 또다른 공간’전 열려

    서울갤러리 선정 강병섭 작가 ‘같은 곳 또다른 공간’전 열려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 선정 강병섭 작가의 개인전 ‘같은 곳 또다른 공간’전이 서울신문(프레스센터) 1층 특별전시장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 작가 공모전은 서울신문·서울갤러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내적인 무력감과 공허함, 그리고 자아정체성의 불규칙적인 변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을 쫓아가게 되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작가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理想)에서 오는 갈등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내면세계의 중점을 작품에서 전개하고자 했다. 그 내면의 공간이 색의 융합을 통해 이상세계가 진정으로 바라는 유토피아적 관점을 가지고 긍정적인 이상세계를 말하고자 했다.이번 전시에서 강병철 작가는 ‘광화문’, ‘뉴욕 타임스퀘어’, ‘베를린 라이히스타크’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작가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네온사인과 회색조 건물이 풍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심의 모습을 투명하고 따스한 색채로 현실과 이상을 대비시키며 상상 속 도시의 유토피아적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고풍스런 장지에 청량하고 경쾌한 파스텔 석채(돌가루)를 더해 차가운 도시의 회색빛을 선명한 핑크와 블루, 파스텔 색채로 입힌다. ‘뉴욕 타임스퀘어’는 100호 짜리 5연작으로 강병섭 작가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기존에 수묵과 담채로 전통 동양화를 그려왔던 작가는 어려운 시기에 그림을 포기하려고 했으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떠난 전시에서 그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삭막하거나 비정한 모습이 아니라 문명의 다이나믹함과 다채로운 문화가 생기를 더하는 파라다이스적 도시였다. 그는 문명의 도시에서 의외의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잃어버릴 뻔 했던 창작의욕을 얻고 그때부터 뉴욕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강병섭 작가의 작품에는 도심의 파스텔톤 건물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표현돼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등등. 그런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그려져 있지 않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수많은 표정을 갖고 있는데 그 사람의 얼굴에 표정을 그려놓는 순간 감정이 하나로 한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서울갤러리 선정작가 전시에서는 그림 앞쪽에 세워진 자유의여신상, 여행객 등의 판넬을 통해서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느낌을 받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강병섭 작가에게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나서 다른 세상의 공간을 경험하고 싶은 행위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도시 여행자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경험한 세상의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과의 만남, 소통을 통해 같은 시공간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적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색의 심리적 효과를 이용해 대중들에게 밝고 따뜻한 색채감으로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주어 잠시나마 쉬어가도록 하여 바쁜 현대인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따뜻함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의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에 들어가면 강병섭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다른 선정작가 및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고 미술계 소식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미나리’, 아카데미에 한발짝 더…AFI ‘올해의 영화’ 선정(종합)

    영화 ‘미나리’, 아카데미에 한발짝 더…AFI ‘올해의 영화’ 선정(종합)

    배우 윤여정씨가 북미의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하는 ‘2020년 올해의 영화’에 선정됐다. 25일(현지시간) AFI는 홈페이지를 통해 2020 AFI 어워즈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 가정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스티븐 연이 한국배우 한예리씨와 함께 이민자 가정의 부부 역할을 맡았고, 윤여정씨는 이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전쟁영화 ‘다 5 블러즈’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등과 함께 ‘올해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정 감독은 저예산으로 르완다에서 촬영한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로 AFI 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정 감독은 ‘미나리’로 지난 15일까지 3개의 작품상과 4개의 각본상을 받았다. 또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윤여정씨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더하며 13관왕을 기록했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받는 미국영화연구소 10대 영화에 ’미나리‘가 포함되면서 ’미나리‘의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AFI의 10대 영화 수상작들은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의 첫 번째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FI의 ‘올해의 영화’에는 그밖에도 ▲다리우스 마더 감독의 ‘사운드 오브 메탈’ ▲배우 리자이나 킹의 감독 데뷔작 ‘원 나이트 마이애미’ ▲샤카 킹 감독의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조지 C. 울프 감독의 ‘마 레이니스 블랙 바텀’ 등도 올해의 영화에 포함됐다.올해의 영화 10편 중 ‘맹크’, ‘다 5 블러즈’, ‘마 레이니스 블랙 바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4편이 넷플릭스 영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브리저튼’, ‘더 크라운’, ‘퀸스 갬빗’,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 등 네 편이 선정되며 우위를 점했다. 특별상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뮤지컬 ‘해밀턴’이 선정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화 ‘미나리’,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2020년 올해의 영화’

    영화 ‘미나리’,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2020년 올해의 영화’

    배우 윤여정씨가 북미의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하는 ‘2020년 올해의 영화’에 선정됐다. 25일(현지시간) AFI는 홈페이지를 통해 2020 AFI 어워즈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미나리’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전쟁영화 ‘다 5 블러즈’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등과 함께 ‘올해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정 감독은 저예산으로 르완다에서 촬영한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로 AFI 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정 감독은 ‘미나리’로 지난 15일까지 3개의 작품상과 4개의 각본상을 받았다. 또 윤여정씨는 여우조연상 11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FI의 ‘올해의 영화’에는 그밖에도 ▲다리우스 마더 감독의 ‘사운드 오브 메탈’ ▲배우 리자이나 킹의 감독 데뷔작 ‘원 나이트 마이애미’ ▲샤카 킹 감독의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조지 C. 울프 감독의 ‘마 레이니스 블랙 바텀’ 등도 올해의 영화에 포함됐다.올해의 영화 10편 중 ‘맹크’, ‘다 5 블러즈’, ‘마 레이니스 블랙 바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4편이 넷플릭스 영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브리저튼’, ‘더 크라운’, ‘퀸스 갬빗’,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 등 네 편이 선정되며 우위를 점했다. 특별상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뮤지컬 ‘해밀턴’이 선정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변이 코로나 나온 독일 “재택근무 막으면, 최대 5000 유로 벌금”

    변이 코로나 나온 독일 “재택근무 막으면, 최대 5000 유로 벌금”

    독일 정부가 오는 3월 15일까지 별다른 사유 없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못 하게 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 5000유로(약 667만 2000원)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입수한 재택근무 명령 구상안에 따르면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장관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런 내용의 구상안이 발효한다고 밝혔다. 이 구상안은 전날인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재한 연방정부·주지사 회의에서 승인된 것이다. 구상안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분야는 당국에서 검토해 지시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구상안에서 “법규명령을 당장 시행할 수 있는데도 시행하지 않으면 관계 당국이 해당 업무를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직원들에게는 이런 조항의 구속력이 없다. 구상안은 “직원들의 경우 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 고용주들은 직원당 10㎡의 공간과 의학용 마스크를 제공해야 하고, 코로나19 급속 확산 지역의 경우 주 단위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는 오는 3월 15일을 기한으로 이런 내용의 재택근무 명령을 발효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 앞서 18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독일 일간 뮌헤너 메르쿠어에 따르면 바이에른주 가르미쉬 파텐키르헨 병원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뮌헤너 메르쿠어는 “이 병원 실험실 직원들이 검사 표본에서 불규칙성을 확인했다”면서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감염병 권위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팀이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면봉쇄 명령을 2월 14일까지로 연장했다. 당초 봉쇄 명령은 31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집계에 따르면 19일 독일의 신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1369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확진자는 205만명에 이른다. 이날 하루 코로나19 사망자는 989명으로 집계돼 누적 사망자는 4만 7622명으로 늘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트럼프,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 끝까지 제재

    트럼프,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 끝까지 제재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에 관여된 러시아 해저 파이프 부설선 1척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이 이 같은 제재 부과 계획을 알려왔다며 “우리는 이 소식을 유감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 적성국 제재 대응법(CAATSA)의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하루 앞둔 19일부터 제재의 효력이 발생한다. 제재 부과 대상은 러시아 해저 파이프 부설선 ‘포르투나’와 선박 소유주 KVT-RUS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번 결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직전에 이뤄졌다. 바이든 당선인도 노드 스트림-2 사업에 반대해왔으나 그가 취임 후 이 문제에 타협을 해나갈지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미국의 이번 제재 소식은 독극물 중독 치료 뒤 독일에서 귀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구속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은 지난 17일 “극악무도한 공격을 한 가해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발니 즉각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베를린 주재 미 대사관 대변인은 미 당국이 “잠재적 제재 현안에 대해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의견을 교환해나갈 것”이라며 노드 스트림-2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정부 대변인은 노드 스트림-2 건설 사업은 민간 영역의 프로젝트라며 이 사업에 대한 독일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은 미국 측의 제재 경고로 2019년 말부터 일부 구간의 공정이 중단됐으나,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이를 재개한 바 있다. 포르투나는 이번 건설 사업 재개로 독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2.6㎞ 구간에 가스관 부설 공사를 하는 선박이다. 러시아는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기존 ‘노드 스트림’ 가스관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신설, 수송 용량을 2배로 확장하기 위한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가스 의존도가 높아져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드 스트림-2 사업을 반대해왔으나 독일이 강행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미·독간 갈등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두렵지 않다” 러 공항서 체포된 나발니… 푸틴에 정치적 저항

    “두렵지 않다” 러 공항서 체포된 나발니… 푸틴에 정치적 저항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느냐” 여유지지자 수백명 몰려 도착 예정 공항 변경폼페이오·설리번 “즉각 석방” 한목소리BBC “나발니 귀국, 푸틴에 직접적 도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테러를 당한 지 5개월여 만인 17일(현지시간) 고국으로 돌아와 체포됐다. 이날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발니는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여객기에 함께 있던 부인 율리야와 입을 맞춘 뒤 교정 당국 요원들에게 순순히 끌려 나갔다. 체포 당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일어났고, 서방 국가들은 잇달아 규탄 성명을 내놓는 등 ‘푸틴의 정적’은 고국 땅을 밟자마자 정국을 흔들었다. 이날 나발니의 얼굴에서 독극물 테러로 사지를 헤맸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체포되기 직전 취재진에게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밝힌 그는 공항 경비대원들에게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당초 나발니 부부가 탄 여객기는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공항 활주로가 갑자기 폐쇄되며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항로가 바뀌었다. 여객기 측은 착륙 직전 기술적 이유로 도착 공항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브누코보 공항에 모인 수백명의 나발니 지지자들을 의식해 당국이 일부러 항로를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브누코보 공항에서는 나발니의 귀환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끌려 나갔다. 나발니는 2014년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집행유예 의무를 어겨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당국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돌아온 것이지만,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저항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푸틴 입장에서는 나발니를 가둬 놓아도, 풀어놓아도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당장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들은 나발니가 체포된 직후 러시아 정부를 성토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차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은 각각 성명과 트위터로 나발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던 두 진영이 이번 현안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낸 셈이었다. BBC는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그를 탄압할 경우 서방 국가들의 더 많은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반면 나발니를 그대로 놔둔다면 올해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 푸틴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여객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이후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자국 정보기관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푸틴 정적‘ 나발니 독일서 귀국하자마자 체포, 30일 구금된다

    ‘푸틴 정적‘ 나발니 독일서 귀국하자마자 체포, 30일 구금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독극물 공격에서 살아남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조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체포돼 다음날 재판 결과 구금 30일형이 선고됐다. 모스크바 외곽의 한 경찰서에서 법원 심리가 진행됐는데 판사는 집행유예 요건을 위반한 것이 맞다며 다음달 15일까지 구금하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또 오는 29일 심리를 열어 그에게 내려진 3년 6개월의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대체할지를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전날 저녁 8시 10분쯤 러시아 항공사 ‘포베다(승리)’의 베를린~모스크바 노선 항공편을 이용해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부인 율리야가 동행했다. 나발니가 탄 여객기는 당초 모스크바 남쪽 외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착륙 얼마 전 갑자기 항로를 바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내렸다. 현지 언론은 브누코보 공항 활주로에 제설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착륙이 불허됐다고 보도했는데 지지자들이 나발니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나와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그런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는 셰레메티예보 공항 도착 후 입국심사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그의 변호사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연방형집행국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형집행국 모스크바 지부 요원들이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수배 대상이 된 나발니를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귀국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 대한 형사 사건은 조작된 것임을 안다”고 저항을 다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경찰은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브누코보 공항으로 영접 나온 그의 측근들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동진압부대 ‘오몬’ 요원 등은 공항 대합실에 모인 수백 명의 나발니 지지자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한편 저항하는 일부를 체포했다. 연방형집행국 모스크바 지부는 앞서 지난 14일 나발니가 2014년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그가 귀국하면 곧바로 체포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약 5억 9000만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초 2019년 12월 종료될 예정이던 집행유예 시한은 2017년 법원 판결로 지난해 말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의 집행유예 의무 위반을 근거로 모스크바 시모노프 구역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집행유예의 실형 전환을 위한 시모노프 법원의 재판은 오는 29일 예정돼 있다. 정부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착륙, 그는 옴스크 병원에 머물다가 사흘 뒤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는 퇴원해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근거 부족을 이유로 나발니 중독 사건에 관한 공식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실과 자국 정보기관이 연루됐다는 나발니 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연말 연례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보기관이 뒤에서 나발니 중독설을 퍼뜨리고 있다며 자신들이 의도했다면 임무를 완수해 나발니는 살아 있지 못할 것이라고 무서운 해명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스포츠로 행복하신가요/홍지민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스포츠로 행복하신가요/홍지민 체육부 차장

    얼마 전 김아림 선수가 미국 여자프로골프 US여자오픈에서 5타 차를 뒤집고 우승했다. 아마 골프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기 일처럼 반겼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그리 기분 낼 일 없는 나날에 위안을 주는 소식이었을 게 분명하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같은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정상에 서며 IMF 외환 위기 파고에 휩쓸린 국민을 위로했던 기억이 연상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 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 선수가 벌이는 골 퍼레이드 소식도 코로나19에 시름하는 우리 국민에게는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을 가져다주고 있다. 스포츠는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세계 건각과 겨뤄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으며 민족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비록 가슴에 일장기가 있었지만 말이다. 1974년 홍수환 선수가 머나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복싱 세계 챔피언에 올랐을 때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 그의 환호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에 함께 기뻐했던 세대도 있을 것이다. 가깝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수영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에 행복했던 사람도 많았겠다. 개인적으로 가슴에 각인된 스포츠 장면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유도 하형주 선수의 호쾌한 모습이 떠오른다. 8강전에서 일본 선수를 냅다 바닥에 꽂아 버리는 장면, 4강전 막판에 독일 선수를 발목받치기로 누이며 극적으로 결승에 오른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그러나 스포츠가 마냥 기쁨과 행복을 선물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인권 문제가 승부 세계의 뒷전으로 밀리며 지도자와 선수, 선수와 선수 사이에 폭력 사건이 잊을 만하면 이어진다. 성폭력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지는 선택을 한 뒤 그가 처했던 가혹한 상황이 뒤늦게 알려지며 세상을 들끓게 했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 스포츠계는 선거로 뜨겁다. 각 종목 단체에서부터 최상위 대한체육회까지 회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잡음도 많다. 한 종목 단체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줘 비난받기도 했다. 정정당당한 스포츠를 이야기하기 위해 그 어느 곳보다 정정당당해야 할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은 혼탁한 정치판과 닮아 가고 있다. 한 후보는 등록 마감을 하루 남기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촌극을 연출했다. 후보자마다 자신이 스포츠 발전에 적임자라고 자부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쏟아지는 비방과 흑색선전에 한숨만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18일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사상 처음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다. 간접 선거다. 대한체육회 대의원과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 선수, 지도자, 동호인 중 무작위 선정된 2170명이 한 표씩 행사한다. 선거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스포츠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합쳐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한 2016년 내세운 비전이다. 지금의 선거를 보며 행복을 예감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올해도 진하게 드리워져 있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 국민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유다. 이번 선거부터 스포츠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대로 만드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icarus@seoul.co.kr
  • CGV,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작 4편 특별 상영

    CGV,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작 4편 특별 상영

    지난해 CGV아트하우스 최다 흥행 감독인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CGV는 오는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 작품 4편을 CGV명동을 비롯한 전국 9개 CGV아트하우스관에서 특별 상영한다. 셀린 시아마는 지난해 1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개봉을 시작으로 국내 아트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한 화제의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흥행 이후 전작들의 국내 개봉 소환 열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톰보이’(2011) ‘워터 릴리스’(2007) ‘걸후드’(2014)를 연달아 선보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 분)와 그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 분)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다. 여성의 삶과 사랑을 섬세한 감정 표현과 그림 같은 영상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셀린 신드롬’의 시작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2011년 작품인 ‘톰보이’는 성별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나이고 싶은 10살 미카엘(조 허란 분)의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여름 이야기를 담았다.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수상을 비롯한 국제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해외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는 생애 처음 사랑에 빠져들고, 사랑에 뛰어드는 세 소녀 마리(폴린 아콰르 분), 플로리안(아델 에넬 분), 안나(루이즈 블라쉬르 분)의 성장 드라마다. 예기치 못한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10대 소녀의 욕망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그려내 찬사를 받았고, 제60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황금 카메라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워터 릴리스’, ‘톰보이’와 함께 셀린 시아마의 성장 3부작으로 불리는 ‘걸후드’도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사회적 압력 속에 놓인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집, 학교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마리엠(카리자 투레 분)이 세 친구를 만나 반짝이는 자신을 찾아 나서는 찬란한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검은 숲의 호수 끝엔 인어 아가씨가 할로! 초록 숲의 겨울 끝엔 하얀 구름바다 할로!

    검은 숲의 호수 끝엔 인어 아가씨가 할로! 초록 숲의 겨울 끝엔 하얀 구름바다 할로!

    “독일에선 새해에 뭐해? 한국에선 부모님께 세배하고 아이들은 돈 받고, 큰 자식들이면 부모님께 돈 드리고. 그리고 가족들이 다 모여서 떡국 먹어.” 새해마다 가족과 보내던 아침이 이젠 사무치게 그리운 시간이 됐다. ‘떡국’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떡국은 또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소고기 반, 물 반일 정도로 푹 넣고 끓인 고기 국물에 혀가 착착 감기던 엄마 표 떡국도 베를린에선 먹을 수 없다. 그래도 육개장 국물로 만든 이상한 떡국 안 사 먹고(작년에), 올해는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은 것만으로도 새해를 두 배는 잘 시작한 기분이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늘어갈수록 퍽퍽한 외국살이도 조금씩 야들야들해지는 기분이다.●행운을 가져다주는 새해 도넛, 판쿠흔 “독일에선 특별하게 뭐 하는 게 없는데…. 그냥 산책해.” 그래서 우리는 지난 1년 내내 했던 것처럼, 또 1월 1일부터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오후 4시가 넘으면 도시는 캄캄해지고 한밤중 같은 어둠에 휩싸이므로, 마음은 2시부터 급해진다. 가는 길에 베이커리에 들러 시나몬롤도 하나 샀다. “그러고 보니 베를린에서도 새해에 먹는 게 있긴 해.” 남자친구가 말했다. 도넛같이 생긴 ‘베를리너 판쿠흔’ 이야기가 시작됐다. “베를린에선 이 도넛을 판쿠흔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자란 독일 남부에선 판쿠흔은 그냥 팬케이크를 말하거든? 그래서 이 도넛을 말할 땐 판쿠흔이라 하지 않고 그냥 ‘베를리너’라고 불렀어. 베를린 사람들이야 굳이 ‘베를리너’를 붙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판쿠흔이라고 부르는 거지.” 독일 지방에 따라 베를리너 혹은 판쿠흔이라 부르는 이 도넛은 우리에겐 던킨 도넛과 비슷한 모양새다. 가운데 구멍은 없고, 안에는 과일 잼이 들어 있다. 도넛 위에는 두꺼운 설탕 아이싱이나 파우더가 뿌려져 있다. 판쿠흔은 전통적으로 질베스터(새해 전야)나 로젠몬탁(사순절 전 월요일) 등 카니발 데이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먹었다.(하지만 지금은 1년 내내 먹는다.) 원래는 자두 잼을 넣는 것이 정석인데 요즘은 살구나 딸기,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을 넣기도 한다. 여러 개를 사는 경우 겨자가 들어간 판쿠흔도 슬쩍 한 개 끼워 둔다. 이 겨자 잼(?)을 먹는 사람이 최고의 행운을 갖는다는 농담 때문이다. 행운이 찾아온다니, 베를리너들도 아무리 코가 알싸해져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지 않을까? 재미 삼아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먹어봐야겠다.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오래 걸었다. 공원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정초에 산책하는 게 정말 풍습이기라도 한 것처럼 유모차를 끌고 온 아빠,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꼬마, 함께 걷는 커플 등 모두 각자의 산책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특별한 날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많이 걷는다는 걸, 한겨울에도 공원 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라는 걸.●검은 숲에서 가장 크고 깊은 호수, 뭄멜제 베를린에 오고 나서 보낸 첫 겨울은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해가 많이 안 나서 그렇지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별로 없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도 많았다. 겨울 내내 눈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드물게 한 번인가 왔던 것 같다. 눈은 남자친구 부모님이 사는 카를스루에(Karlsruhe)에 가서 제대로 보았다. 해를 넘겼으니 벌써 2년 전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의 가족들과 보내고, 그중 하루는 둘이 여행을 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검은 숲’에 가고 싶었다.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라는 이름에 매혹돼 언제고 꼭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독일어로는 슈바르츠발트, 하지만 독일어 발음이 낯선 내게는 ‘블랙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훨씬 신비롭게 다가왔다. 검은 숲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다. 크게 북부의 검은 숲과 남부의 검은 숲으로 나뉘는데, 카를스루에에서는 북부의 검은 숲이 가깝다. 막연하게 동경하던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게 되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쉽게 믿기지 않았다. 검은 숲의 북쪽을 향해 달리는 차 안은 따스하고 아늑했다. 이렇게 달린다면 몇백 시간을 달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위스를 여행하며 흔하게 보았던 샬레(오두막집)들이 독일의 검은 숲에도 똑같이 펼쳐졌다. 12월에도 파릇파릇한 풀들의 초원이 그대로 있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계절을 알 수 없는 초록색 초원을 지나 귀가 점점 먹먹해지는 산길을 달리니 이번엔 50m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우리를 반겼다. 미스터리한 안개들이 몰려왔고, 점점 키가 큰 전나무들이 덩치를 드러냈다. 바덴바덴의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안개들을 뚫고 더 높은 데로 오르자 이번엔 새하얀 구름이 산 위에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구름바다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운해를 본 것이 얼마만인지, 태어나 처음 본 것처럼 감탄했다.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풍경을 내려다보며 산꼭대기에 오르자 이번엔 사방이 한겨울로 바뀌었다. 캐나다 로키산맥을 달리며 보았던 몇십m 되는 전나무들이 이곳에서도 눈을 얹고 있었다. 로키산맥의 마을 재스퍼에서 머물렀던 별장도 떠올랐다. 그런 고요한 별장이 많은 이곳 바덴바덴에서도 하룻밤을 머물며 스파를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 바덴바덴은 독일에서 온천 휴양지로 유명하다. 산을 넘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뭄멜제(Mummelsee). 검은 숲의 남북을 잇는 분데스스트라세 500번 도로 옆에 바로 위치한 호수다. 북부에 있는 여러 분지 호수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뭄멜제’라는 이름은 흰 수련을 뜻하는 이 지역 언어 ‘뭄메른’(Mummeln)에서 유래했다. 오래전에는 이 부근에 흰 수련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지금은 물고기도 살지 않는다. 인기 관광지답게 주차장이 다 차서 좀 멀리 차를 세우고 푹푹 꺼지는 눈길을 걸어 호숫가로 향했다. 호수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기념품숍을 영혼 없이 둘러보고 곧장 호숫가로 갔다. 계단을 오르니 느닷없이 호숫가가 펼쳐졌다. 호수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 눈 덮인 전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흰 숲의 풍경이 고스란히 호수에 투영됐다. 완벽한 데칼코마니. 신비로운 풍경이다. 하얀 눈의 정령들 때문에 해가 없어도 눈이 부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크게 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인간을 도와준 인어들이 살고 있는 뭄멜제 뭄멜제는 여러 가지 전설을 갖고 있다. 그중 인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옛적에 이 호수에는 인어들과 인어를 지키는 인어 왕이 살았다. 인간들이 이 지역으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자, 왕은 특별히 한 인어를 선택해 인간과 같이 살게 했다. 인어는 호숫가에 살면서 밤에 사람들을 돕고, 춤추고, 노래하며 함께 지냈다. 인어는 양털을 물레에 돌려 좋은 털실을 만들어 인간에게 주었고, 인간들은 이 아름다운 털실로 짠 옷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인어 왕은 매일 새벽 1시가 되면 인어들을 불러 물속으로 데려갔다. 뭄멜제에서 새벽 1시는 인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불행은 언제나 그렇듯 인간들이 불러왔다. 돈맛을 안 인간들이 점점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됐다. 화가 난 인어 왕은 더이상 인간을 도와주지 않고 인어들을 데리고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많은 작가들이 이 인어 이야기를 비롯해 호수에 전해내려오는 여러 전설과 관련된 내용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작품과 조각상들이 호수 곳곳에 설치돼 있다. 물레를 돌리는 인어의 모습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도 있고 호수 한가운데에서 피는 꽃을 손에 넣으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마법의 ‘푸른꽃’도 세워져 있다. 호수 중간쯤 가면 베르그 호텔을 바라보고 있는 인어상을 볼 수 있다. 바위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이 인어가 사람들과 함께 살던 인어다. 이 인어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호수와 숲에 살던 인어들과 동물도 보살폈다. 안내판에는 가지고 있는 근심을 호수에 던지고 인어가 속삭이는 말을 들으라고 써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소원을 인어에게 빌라고. 그러면 인어가 웃으며 들어줄 거라고.●눈오는 날 다시 걷고 싶은 둘레 800m 호수 이곳 마을 사람들은 뭄멜 호수를 신성시했다. 호수에 돌을 함부로 던지면 폭풍우가 몰려오고, 반드시 해코지를 당한다고 믿었다. 호수의 깊이는 무려 18m. 저 캄캄한 물속에 지금도 인어가 살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깊이였다. 호수의 둘레는 800m다. 인어상을 지나고 나면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하얀 전나무 숲길과 더 깊은 산책 길로 이어진다. 남자친구의 낮고 얇은 초록색 스니커스는 눈길에 금세 젖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젖은 발이 엄청 시렸을 텐데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아서 몰랐다. “발이 점점 얼고 있어.” 짜증이라곤 조금도 섞이지 않은 그의 말이 호숫가의 얼음처럼 고요했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서둘러 걸어 나왔다.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와 베르그호텔의 따스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처럼 몸을 녹이고 따뜻한 수프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온기가 가득했던 실내에서 이 지방의 전통 음식을 나눠 먹었다. 사람들로 북적댔던 그 레스토랑도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 그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카를스루에도, 검은 숲도, 부모님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021년을 맞았다.남자친구의 가족들은 메신저로 매일 안부를 주고받는다. 얼마 전 부모님과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눈이 펑펑 내린 검은 숲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곳에서 썰매를 타는 조카들의 모습도 함께. 다시 눈 덮인 검은 숲으로 가고 싶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마침 베를린에도 눈이 내린다. 지난해에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눈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 내내 눈 소식이 있다. 다시 뭄멜제에 간다면, 지난번에 미처 하지 못한 소원을 인어에게 빌고 싶다. 올해는 사람들이 꼭 가족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은 한국의 부모님도, 독일의 부모님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것 하나만 지켜 달라고.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광장 비우고, 추모 촛불 밝히며 맞이한 세계의 2021년 새해

    광장 비우고, 추모 촛불 밝히며 맞이한 세계의 2021년 새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 세계는 2021년 새해를 맞이했다. 광장은 비었고 카운트다운도 없었지만, 코로나19가 추모와 희망의 마음까지 빼앗아가진 못했다.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엔 인적이 끊겼다. 새해맞이 행사가 금지됐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에선 일부 파티광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광판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반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가 내려진 파리 샹제리제 거리엔 순찰하는 경찰과 경찰차만 있었다.유럽 주요 광장에선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들이 인파 대신 광장을 지켰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광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선 10부터 1까지 카운트타운을 외치는 인파가 없어도 새해 0시 불꽃을 쏘아 올렸다.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촛불을 켰다.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린 촛불로 추모를 마친 뒤 이들은 지난 1년 내내 했던 일을 다시 해내기 위해 코로나19 환자들의 곁으로 복귀했다.북한 평양은 예외였다. 2013년부터 이어져 온 김일성광장에서의 공연과 불꽃놀이가 올해도 열렸다.해맞이 행사를 못하게 해 예년보다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일본 도쿄 남쪽의 해변에선 그래도 해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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