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랄랄라‘·스페인 코르테스 새달 공연
고전발레의 진수를 보여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서부터 최첨단 현대무용의 기수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 혁신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샤샤 발츠,매튜 본,그리고 지리 킬리안까지.세계적 명성의 무용단 내한공연이 꼬리에 꼬리를 문 지난 몇달은 무용 팬들에게 그야말로 환상의 뷔페 코스였다.지갑이 얇은 이들에겐 시차를 두지 않고 한꺼번에 몰리도록 공연 일정에 무심했던 기획사들의 무성의(?)가 야속하기도 했을 터.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어느 해보다 화려했던 올 상반기 춤의 향연에 마침표를 찍을 두 편의 화제작이 더 남아 있다.새달 3∼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캐나다 랄랄라 휴먼스텝스와 24∼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스페인 플라멩코 무용수 호아킨 코르테스가 주인공이다.
●캐나다 정상의 무용단,랄랄라 휴먼스텝스의 ‘아멜리아’
안무가 에두아르 록이 이끄는 ‘랄랄라 휴먼스텝스’는 인기 팝그룹처럼 어느 곳이든 열광적인 관객을 몰고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속도감있는 움직임과 순간적인 정지로 대변되는 이들의 신체 언어는 세계 무용계에 커다란 충격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특히 발레 무용수들이 신는 토슈즈를 신고 구사하는 고도의 ‘포인트 테크닉’은 이 단체를 특징짓는 주요 안무 기법이다.
1954년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난 에두아르 록은 19세에 무용을 시작해 80년 랄랄라 휴먼스텝스를 창단했다.본격적으로 무용단 이름을 알린 작품은 85년에 선보인 ‘휴먼 섹스’.신선한 안무법과 넘치는 에너지,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로 관객과 평단의 눈을 사로잡았다.이어 98년 일본에서 초연된 ‘소금’으로 일약 세계 정상급 무용단으로 발돋움했다.
에두아르 록과 ‘랄랄라‘는 외부 단체와의 협력 작업을 선호한다.네덜란드댄스시어터의 안무가 지리 킬리안·한스 반 마넨과 합동무대를 가졌고,지난해에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작품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안무상을 받았다.
공연작 ‘아멜리아’는 2002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로마,파리,베를린 등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격찬을 받은 작품.원래 LG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무용수의 부상으로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2년 늦게 한국에 오게 됐다.토슈즈를 이용한 빠른 회전,한치의 오차없는 움직임 등으로 타인과의 교류를 갈망하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생생한 라이브 연주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활용한 역동적인 무대도 볼거리.(02)2005-0114.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호아킨 코르테스 ‘라이브’
‘안토니오 반데라스 이후 스페인 최고의 섹시 아이콘’.21세기형 플랑멩코의 창시자로 불리는 호아킨 코르테스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찬사이다.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이것 말고도 많다.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 모델,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의 옛 애인,가수 제니퍼 로페스의 뮤직비디오 출연….섹스 심벌로서의 스타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호아킨 코르테스의 진면목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무대에서다.그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의 춤인 플라멩코를 정통 그대로가 아니라 현대성을 가미한 퓨전 양식으로 새롭게 변모시켰다.1969년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집시 출신의 코르테스는 12세에 마드리드로 옮겨와 무용수업을 시작했다.15세에 스페인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솔로이스트로 활약했고,발레단을 떠난 뒤에는 수많은 공연단의 게스트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했다.9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 ‘호아킨 코르테스 발레 플라멩코’를 창단하면서 ‘시바이’ ‘집시열정’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라이브’는 2001년 초연돼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대표작.모차르트부터 재즈,쿠바음악 등 타악과 현악으로 구성된 18명의 연주자들이 라이브로 펼치는 다양한 리듬에 맞춰 호아킨 코르테스가 두 시간 내내 홀로 무대에 서는 단독 공연이다.(02)3446-641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