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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포용정책 전면 수정돼야”

    |베를린 전광삼특파원|유럽을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5일(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큰 축이었던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와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를 잇따라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통독 당시 동독 총리였던 메지에르 전 총리를 만나 “서독이 통일 이전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을 많이 지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우리의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과는 다르다.”며 “현재의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메지에르 전 총리는 “핵이 있었던 국가들의 과거를 돌아보면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은 파멸로 가는 길”이라며 “북한과의 지속적 협상이 중요하지만 북한에 경제적 협력이나 지원을 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독의 경제적 협력은 동독의 인권 증진과 연결됐다.”면서 “(남한도)현금보다는 현물 지원으로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견해가 아마도 옳은 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독이 은밀하게 동독에 현금을 지원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은 확실한 목표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서독은 현금지원을 통해 동독내 4만명의 양심수를 석방시켰고,2000만명의 이산가족을 상봉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어 이 전 시장을 만난 슈미트 전 서독 총리는 “포용정책이 지금까지는 실패했으나,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며 르 메지에르 전 총리와는 다른 뉘앙스의 언급을 한 뒤 “북한에 절대 선물을 주지 않되 언제나 손을 내밀고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hisam@seoul.co.kr
  • 고용유지 中企 獨, 상속세 감면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 및 가족기업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26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상속기업의 재산에 대해 이자 없이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 준 다음 1년간 기업이 유지될 때마다 10분의1씩 상속세를 감면해 주면서 10년간 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상속세를 전액 면제해 주는 내용이다. 상속세 면제를 위한 가장 핵심적 조건은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다. 미하엘 글로스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에서 연간 약 7만개의 기업이 상속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이 상속 이후에도 살아 남아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베를린 연합뉴스
  • [이건호의 뷰피풀 샷] 실내촬영 제대로 하기

    [이건호의 뷰피풀 샷] 실내촬영 제대로 하기

    지난 9월 촬영을 위해 떠난 곳은 독일의 베를린. 개인적으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시 중 하나이다. 패션 사진을 하다보면 가고 싶은 도시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해진다. 촬영의 주제는 가을 ‘코트’였다. 그래서 베를린 남부의 ‘미테’란 도시를 촬영지로 정하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통일 독일후 가장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베를린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멋진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물가가 싸기 때문에 세계 각국 예술가들이 모여 들면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변신하고 있었다. ‘미테’는 동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을씨년스러운 예술가의 작업실이 밀집한 곳에서 ‘따뜻한’코트의 이미지를 대비시키려는 마음으로 갔다. 하지만 항상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는 것이 해외 로케이션이다. 현지 가이드가 초보여서인지 현지 촬영을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낭패를 당했다. 우리나라도 고궁이나 유명 건물에서 촬영을 하려면 미리 공문을 보내 허가를 맡아야 하는데 하물며 ‘외국’은 이런 규제가 더욱 심하다. 차선책으로 정한 것이 근사한 호텔을 찾는 것이다. 통일 이후에 지어진 멋지고 근사한 호텔에서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된 촬영장소는 베를린시내의 한 멋진 호텔인 Q호텔. 브레드피트와 안젤리나졸리 등 해외 유명 스타들이 묵었던 곳으로 변변한 간판도 하나 없지만 아는 사람들만 오는 그런 개인 별장 같은 호텔이다. 게다가 호텔의 여주인도 전직 모델이라 섭외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촬영은 호텔 내의 모던한 공간과 가구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도회적인 표현에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 팬트하우스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차가운 느낌이 나도록 색온도를 낮추어 도회적인 느낌을 강조했으며, 후반 작업을 통해 의자의 길이를 늘려 합성, 사진의 중앙에서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작가
  • [문화마당] 우리 미술관 해외에 눈 돌리자/임영균 중앙대 교수· 사진작가

    해외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경영자인 박물관장과 큐레이터들은 미술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야말로 고투를 벌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좀 낯선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마땅히 이런 시대가 와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필자는 뉴욕 조지 이스트만 코닥이 운영하는 코닥 사진 영화 박물관의 국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코닥 사진 박물관은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래 세계 최초의 사진 작품부터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명작가인 신디 셔면의 작품까지 22만여점을 소장한 이름 그대로 세계 최초, 최고의 사진 영화 박물관이다. 코닥 박물관은 최근 예술서적 출판사로 정평이 있는 독일의 타셴 출판사와 공동으로 박물관 소장 작품을 토대로 최초의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총망라한 ‘사진,1839-현재’라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사진 작품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관장인 앤서니 바넘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몇 년간 수입이 증가한 것은 ‘트래블링 엑시비션’과 뉴욕주로부터 받은 지원금들 때문이라며 2005년 대차대조표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자국의 전시환경을 물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미국 내에서의 순회 전시를 유럽과 아시아 지역까지 확산하고 싶다고 했다. 관장은 멕시코에서 온 큐레이터에게 그곳에서 전시를 하려면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물었고, 필자에게도 역시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현대 사진이 좋을지, 아니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기 사진이 좋을지 물었다. 이에 필자는 한국에서는 아직 최초의 사진을 역사책에서나 보았을 뿐 전시 된 적은 없는 만큼 초창기 사진 작품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베를린 뉴 뮤지엄의 관장 알렉산더 토르니나 헬무트 뉴턴 뮤지엄의 마티아스 하르데, 뉴욕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인 사진부장 피터 가라시 등은 하나같이 미술관에서 직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무엇보다 경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펀드레이징이 부진하고 전시기획을 잘못해 관객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그것은 충분한 사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업인 전시 기획보다 기금을 모으기 위해 비즈니스맨이나 예술재단에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해외에 자랑할 만한 규모의 국립 중앙박물관이 들어섰다. 그러나 개관식을 전후해 입장한 무료 관객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수입이 형편없어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하나의 자구책이라고 해야 할까. 중앙박물관은 세계 정상의 미술관인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의 중요 미술품들을 들여와 전시할 예정이다. 물론 우리나라 관객들은 프랑스 파리까지 가지 않고도 훌륭한 미술품을 볼 수 있으니 큰 행운이다. 그렇지만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자. 코닥 사진 박물관처럼, 혹은 루브르 박물관처럼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전시할, 혹은 전시 패키지를 수출할 생각은 할 수 없는가.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객은 자국민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다. 그만큼 루브르 박물관은 해외 관람객 유치에 신경을 쓰고, 그럼으로써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 수익까지 증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중앙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인 불상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으리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지금 불교에 푹 빠져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 불상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은 흔치 않다. 일본과 중국이 있지만 일반인의 눈으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불상은 아름답다. 유능한 박물관장이라면 서양 미술을 수입만 하지 말고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입은 돈만 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자기나라 미술을 많이 수입하는 한국사람에게 정부에서 훈장도 주지 않는가. 임영균 중앙대 교수· 사진작가
  • “더 많은 관객 보게 오락성 충실”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음 영화도 대중적인 서비스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Crazy Stone)’을 연출한 중국의 닝 하오(寧浩·29)감독은 18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 시네마테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50여편의 뮤직비디오와 CF감독으로 잘 알려진 감독은 베이징전영학원 사진과 출신. 학생시절 영화 ‘목요일, 수요일(Thursday,Wednesday)’로 중국 내에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고,2003년 장편 데뷔작 ‘향’으로 도쿄필름엑스에서 대상을 받아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두번째 장편 ‘몽골리언 핑퐁’ 역시 베를린·로카르노ㆍ홍콩 등 국제영화제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세번째 장편인 ‘크레이지 스톤’은 저예산(300만 인민폐·약 3억원)독립영화에 작품성과 재미가 고루 갖춰진 영화로 평가돼 올해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뮤직비디오와 영화의 차이는 영상 위주이냐 스토리 중심이냐의 차이가 있는 것같다.(‘몽골리안 핑퐁’을 포함한)전작들에서 스토리가 난해하다는 평을 받아 다음 작품은 오락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고, 그것이 ‘크레이지 스톤’”이라고 설명했다.‘크레이지 스톤’은 10억원 가치가 넘는 비취를 놓고 벌이는 소동을 통해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상에 대한 무의미한 집착을 꼬집는 블랙코미디. 이번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떠올리게 한다는 질문에 감독은 “내 영화는 다른 영화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에 따른 적절한 구성을 넣어 완성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어 “영화를 찍으며 내 작품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늘 최선을 다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온다고 믿는다.완성된 영화를 보면 20∼30%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지만, 앞으로도 대중 서비스에 충실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부산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째날인 지난 13일 해운대 메가박스 극장.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민병훈(37) 감독의 새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매진 속에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상영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감독과 30여분에 걸쳐 열띤 작품토론을 벌였다. 한눈에도 영화학도로 뵈는 관객의 날카로운 질문에, 좌중의 웃음을 퍼올리는 초보적 감상기까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떵떵거리며 간판을 거는 호사를 누리진 못해도 그 순간만큼 민 감독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홍보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건만 용케도 매진사례를 만들어준 귀밝고 눈밝은 관객들. 그 넉넉한 미소를 감독은 다음날 아침 인터뷰 자리에까지 매달고 나왔다. 그럴 수밖에.“(작품을 완성하기까지)어딜 가나 누굴 만나든 듣게 되는 대답은 한 가지,‘안 된다.’뿐이었거든요.” 4억원짜리 저예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혼자 쏟은 안간힘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솟구칠 것 같다. 전작들이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시나리오, 연출에 편집까지 도맡았다. ●‘두려움 3부작´ 마지막 작품 ‘포도나무를’는 감독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한 세 번째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벌이 날다’로 영화제의 찬사를 이끌어냈던 것이 1998년.2001년 다시 두 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는 감독이 일찍부터 ‘두려움에 관한 3부작’으로 기획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벌이 날다’가 가난에 대한 한 가장의 두려움이었다면,‘괜찮아, 울지마’는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끝으로 이번엔 종교적 구원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다. ‘포도나무를’는 한 신학도(서장원)가 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고 절망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촬영을 전공한 감독이 국내 배우를 동원해 찍은 장편은 이번이 처음.“전작들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었던 건 투자며 캐스팅 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궁여지책이었다.”고 했다. “내게 있어 두려움은 내 영화에 ‘영화제용’ 혹은 ‘예술영화’ 같은 딱지가 붙는 겁니다. 영화제에서만 박수받고 정작 극장개봉이 막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가 없다는 건 숨이 막히는 일이에요.” ●다음 작품은 향기에 관한 이야기 토리노, 테살로니키 등 국제영화제 주요상을 휩쓴 ‘벌이 날다’는 간신히 국내 개봉했다. 하지만 역시 카를로비바리, 테살로니키 영화제 수상작인 ‘괜찮아, 울지마’는 여전히 국내 개봉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영화제 수상작’이란 꼬리표가 오히려 장애물이란 걸 알지만, 다가오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을 또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그나마 영화제 수상이력이 있어야 단관개봉의 꿈이라도 꿔볼 수 있으니까요.” 2002년부터 한서대 영상예술학과 강단에 서온 그는 그러나 “(작은 영화의)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인배우 서장원(중견탤런트 서인석의 아들), 연극배우 기주봉 등을 캐스팅한 건 “그들에겐 아직 보여지지 않은 잠재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이었다. 세트를 쓸 수도 있었으나 굳이 실제 수도원을 극중 공간으로 잡느라 갖은 애를 쓴 것도 “실제 장소가 갖는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촬영허락을 받아내려 남양주 수도원을 100번이 넘게 찾아갔다.100여일 동안 새벽 5시 미사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그를 수도원장도 끝내 뿌리치지 못했던 거다. “그래도 무뎌지지 않을 겁니다. 예술은 뾰족해야 하는 거라고 믿으니까요.” 오기처럼, 다음 작품을 또 준비중이다.“향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다분히 종교적일 수 있는데, 세상을 기쁘게 하는 영화가 되게 하려고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부산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부산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 김수연양 하노버 국제바이올린 콩쿠르 1위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18)이 하노버 국제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독일 니더작센 재단 주최로 지난달 30일 시작돼 2주 동안 펼쳐진 이번 콩쿠르에서 김양은 예선을 거쳐 13일 열린 최종 결선에서 영예의 1위에 올랐다. 18∼26세의 젊은 연주자들이 참가한 이 콩쿠르에서 김양은 최연소 참가자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양은 우승 트로피와 상금 3만유로를 받았으며 CD 및 DVD 음반 취입을 지원받고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과 협연하게 된다. 이번 대회 2위는 한국 연주자 신현수씨가 수상했고 3위는 일본 연주자 스기무라 가나가 차지했다. 1987년 신학 공부를 위해 독일 뮌스터로 유학온 부친 김동욱씨와 지경순씨 사이에 태어난 김양은 1993년 뮌스터 시립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양은 이듬해 청소년 음악콩쿠르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된 것을 시작으로 1996년부터 각종 음악 콩쿠르를 휩쓸며 독일 언론으로부터 ‘음악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베스트팔렌 청소년 교향악단, 크레타 청소년 교향악단, 바덴바덴 필하모닉, 보쿰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김양은 1997년 9세의 나이로 뮌스터 음대에 합격해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양은 독일 WDR 방송의 ‘문화 인물’ 프로그램에 소개됐으며 1999년 문화사업지원협회가 주최한 대학생 대상 장학생 선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1등을 차지했다.2000년 코펜하겐 콩쿠르,2004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다채로운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베를린 연합뉴스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 해머링 맨

    [거리 미술관 속으로] (1) 해머링 맨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거리 예술품이 3000여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게다가 서울시에서 올해 말부터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매년 수십∼수백여점씩 거리에 설치한다고 하네요. 서울 도심이 거대한 미술관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아는 만큼 재미있는 거리 예술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거리 미술관은 주1회(수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종로구 신문로를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조형물이 있다. 흥국생명 본사 건물 곁에 자리한 ‘해머링 맨(망치질하는 사람)’이다. 우선 육중한 몸집에 시선이 압도되고, 사람을 형상화한 몸짓에 눈길이 끌린다. 이 검은 거인은 미국 작가 조너선 보롭스키의 작품이다. 브롭스키는 해머링 맨을 통해 일하는 근로자와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망치를 내려치는 해머링 맨은 종종걸음을 치는 우리들의 모습인 셈이다. 해머링 맨은 1979년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스위스 바젤, 미국 시애틀, 댈러스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은 해머링 맨이 설치된 세계 7번째 도시다. 각국의 해머링 맨들은 이름은 같지만 일란성 쌍둥이들은 아니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나이 순으로는 서울의 해머링 맨이 막내지만 몸무게는 단연 1등이다. 키가 22m에 무게가 무려 50t이나 나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덩치만 큰 거인으로 얕보면 안 된다. 효율성도 갖췄다. 서울의 해머링 맨은 50초에 한 번씩 팔을 움직여 망치질을 하는데 그 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관리·운영비는 가장 저렴하게 든다고 한다. 다른 나라 해머링 맨들의 구동시스템이 팔에 달려 있는데 비해 서울의 해머링맨은 발바닥에 설치돼 있어 관리가 훨씬 용이하다고 한다. 우리의 해머링 맨을 자세히 보면 유독 울퉁불퉁한 측면 굴곡이 눈에 띈다.2002년 당시 해머링 맨 설치를 총괄했던 허정민 흥국생명 홍보팀장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작가가 남북 분단 상황을 주목해 지정학적으로 굴곡진 우리 현실을 몸의 굴곡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국이 하수상한 요즘 해머링 맨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北 핵실험’ 이란 핵개발 부채질?

    ‘北 핵실험’ 이란 핵개발 부채질?

    북한 다음 차례는 이란인가. 북한 핵실험은 동북아 군비경쟁뿐 아니라 당장 불붙고 있는 이란의 핵개발 노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엔 이란 핵개발이 북한의 경우보다 더 예민하다.‘현재진행형’인 이란 핵개발이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는 중동평화 계획을 흔들고 있는 까닭이다. ●“북핵 이란 이전이 더 걱정” 부시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가장 우려한 점도 북한의 핵기술 ‘이전’ 가능성이다.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한 북한이 핵도 확산시킬 땐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실상 ‘금지선’을 그은 것이다. 이란은 예상대로 같은 ‘악의 축’인 북한 편을 들고 나왔다. 중동의 이란, 동북아 북한이 서로 힘을 합쳐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형국이다. 이란은 이날 국영 라디오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며 “미국이 위협을 가하고 굴욕감을 준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잣대에 책임이 있다고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이란은 자신들의 핵개발이 북한과는 차원이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획득이란 평화적인 사용이 목적인 만큼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 “제재는 녹슨 무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를 가한다면 이란도 안보리 5개 상임국과 독일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맞섰다. 이란은 석유를 무기 삼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한국 등에 부분적인 경제 보복을 가한 경우는 있다. 이란이 북한과 달라서 덜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지도 않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허용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란은 상당한 정도의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다. 특히 하조 푼케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보유했을 수 있지만 이란은 수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의 생각은 다르다.“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겠다.”고 한 아마디네자드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만큼 위험 인물로 본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북한 선례를 따를 수 있다며 북핵 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북핵 사태에 이란을 다루기가 전략적으로 더 어려워졌다. 당장 이번주에 열리려던 안보리 제재 방안 논의가 차질을 빚게 됐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인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는 AP통신에 “안보리의 관심이 북한에 집중돼 이란핵에 대한 안보리 대응 논의가 며칠 또는 몇주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등이 석유대국인 이란에 대해 제재를 꺼려 이란 제재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북한보다 훨씬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송두율칼럼] 멜랑콜리와 사회

    [송두율칼럼] 멜랑콜리와 사회

    금년 추석의 만월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다. 이국에서 보는 한가위의 둥근 달은 오히려 이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심사를 더 심란하게 만들기에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이나 예술작품은 무겁고 우울한 감정을 인간존재의 본질로 승화시켜왔다. 작년 말 파리에 이어 금년 여름 베를린에서 열린 ‘멜랑콜리’라는 주제의 전시회는 바로 서양의 정신사를 관통하여왔던 특이한 개념의 깊이와 폭을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람의 우울한 감정을 유발시킨다고 믿어졌던 ‘검은 담즙(膽汁)’의 뜻을 담고 있는 그리스어로부터 유래하는 멜랑콜리의 분위기를 턱을 괴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뒤러(1471-1528)의 ‘멜랑콜리아 I’(1514)이라는 제목의 동판화나, 같은 모티브를 소재로 한 뭉크(1863-1944)의 동일한 제목의 그림은 잘 표현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와 유한한 인간 사이의 불균형은 우리에게 깊은 절망감을 가져다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비밀스러운, 그리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감정도 선사한다. 멜랑콜리는 그러나 서양의 중세에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좀먹는 병적인 현상으로서 죄악시되었다. 이와 반대로 르네상스 시기의 의사이자 철학자 피치노(M.Ficino 1433-1499)는 멜랑콜리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자기성찰이 천재적(天才的)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것으로까지 해석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근대이성에 대한 확신 위에 선 계몽의 철학은 멜랑콜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에 근대이성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한 사상적 흐름은 이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위에 말한 전시회에는 백남준씨의 비디오 화면에 비친 ‘불상(佛像)’이라는 잘 알려진 설치미술 작품도 전시되었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비우게 만들고 편하게 만드는 불상이 전시기획자에게 우수(憂愁)의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으로 보인 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오히려 ‘성불사’의 노래 가사처럼 인적 없는 산 속에 호젓이 있는, 쇠락(衰落)해 가는 조그마한 산사(山寺)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서양의 바로크나, 최근에는 탈현대적인 건축도 그리스나 로마 유적에서 볼 수 있는 앙상한 돌기둥이나 무너진 성벽을 살린 건축물의 조성을 통해서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18세기 이후 서양에서 근대에 대한 하나의 반동으로 개인이 자연이나 인간내면의 세계로 도피하는 과정 중에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던 멜랑콜리와 완전히 등치(等値)될 수 있는 개념을 동양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물론 서양의 정신병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이 동양사회에 수입되면서부터 같거나 비슷한 개념 또는 용어를 사용해보려 했으나 일본의 정신병리학자 기무라 빈은 동양에서 인간은 원자적(原子的) 개인이 아니라 인간(人間)개념이 이미 담고 있는 동적인 ‘사이(間)’를 전제하는 사회성(社會性) 그 자체라고 지적하고, 시인 김지하도 바로 ‘틈’을 여유·여백·관용·자비·공경·사랑의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유례 없는 압축된 산업화를 동반했던 초(超)도시화 과정은 인간 사이의 그러한 틈을 만드는 것에 인색했고 한국사회는 지금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아 이어지는 끝없는 행렬은 적어도 인간적인 소통의 길을 열어 보려는 오랜 관습이나 노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삶이 추석과 같은 명절의 연속일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사는 삶의 공간 속에서 착실하게 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멜랑콜리는 분명 불행한 감정이지만 우리를 깊은 자기반성의 사유로 인도하는 반면에 행복한 감정은 우리를 들뜨게 만들며 사고력도 흐리게 만든다는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P.Valery)의 지적을 떠올리며 멜랑콜리의 역설적인 유용성을 음미해 본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덴마크 ‘마호메트 비디오’ 파문 확산

    이슬람 성인 마호메트를 만평으로 풍자해 전 세계 무슬림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던 덴마크에서 이번에는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비디오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의 우파 반(反)이민 정책 정당인 덴마크 인민당(DPP)의 청년 조직은 지난 8월 여름 캠프의 ‘그림 그리기 행사’에서 마호메트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하고 청년 당원 수십명이 술 마시고 노래하면서 이 그림을 조롱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촬영했다. 이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데 이어 지난 6일 덴마크 TV 방송에 방영됨으로써 또다시 전 세계 무슬림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법은 우상숭배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마호메트에 대한 어떤 묘사도 금지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마호메트 모욕의 배후에는 인간적인 가치가 결여된 저질의 사람들이 있다.”고 비난하고 “무슬림의 분노가 바다를 이루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최대 종교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덴마크의 모욕”이라면서 전 세계 무슬림에 대해 덴마크 제품 구매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단체들도 ‘덴마크 비디오’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문제의 비디오를 제작한 덴마크 인민당 청년 조직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일부 덴마크 젊은이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들의 무분별한 행위는 결코 덴마크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베를린 연합뉴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불현듯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언어가 없는 인간세상을 말이다. 우선 ‘사랑한다’고 못하겠지. 또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 엉뚱한 싸움판도 벌어지겠지. 이래저래 오해와 진실이 마구 뒤엉켜 결국은 멸망?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과연 몇개나 될까. 학자들에 따르면 6000여개는 족히 넘는다. 또 2주에 걸쳐 하나씩 소멸된다고 한다. 이는 지구 생태계 또는 작은 부족의 멸종과 비례한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민족의 상처와 영혼을 켜켜이 담으며 살아온 우리 언어. 남북 분단 60여년, 겨레의 언어 역시 그 세월만큼 간격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남쪽에서 사용하는 ‘전업주부’를 ‘가두녀성’으로,‘도넛’을 ‘가락지빵’으로,‘반딧불이’를 ‘에디벌레’로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또 계산기 하면 남쪽에서는 전자계산기를 연상하지만 북한에서는 컴퓨터로 통한다. 아울러 ‘해커’를 ‘헤살꾼’으로 ‘스파게티’를 ‘구멍국수’ 등으로 사용하며, 전문·학술용어의 경우 그 차이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만약 남북 의사가 같이 수술대에 있다면 시술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마 제주도에서 함경도의 방언까지 몽땅 비교한다면? 쉽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난 1970년대초였다.7·4 공동 성명과 적십자 회담 등을 위해 6·25이후 남북 당국자가 처음으로 만났다. 남측 요원이 회담장에서 서비스를 하던 북한 여성에게 “아가씨”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접대부로 불러주세요.”라고 당황케 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남과 북이 분단된 후 언어차이를 처음으로 실감케 한 사례였다. ●겨레말은 남한 표준어·북한 문화어·방언 합친 말 1989년 3월이었다.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 언어의 이질감을 얘기하면서 ‘통일대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자고 했다. 이후 논의가 중단되다가 2004년 12월 13일 금강산에서 남북 편찬위원들이 만나 결성식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다. 이후 지난해 2월 편찬위 1차정기회의(금강산)를 시작으로 그동안 7차례에 걸친 실무접촉을 가졌고 오는 2012년까지 30만여 어휘를 담은 남북한 단일사전, 즉 ‘겨레말큰사전’을 펴내기로 했다.‘겨레말’은 남한의 표준어, 북한의 문화어, 그리고 남북의 방언을 합친다는 뜻이다. 현재 남측과 북측은 각각 방언조사 등 편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은(73) 시인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마포에 위치한 편찬사업회 사무실. 지난달 말 제7차 편찬위 평양회의에 다녀온 직후였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됐을까. 그는 “현재 ‘ㄱ’과 ‘ㄴ’ 부분을 끝냈다면서 남북 모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ㄱ’의 경우만 하더라도 올림말이 6만 9000여개에 달했단다. 남쪽은 10여군데에 대한 방언조사를 끝냈고 북측도 다섯군데를 조사해 서로 CD로 자료를 교환했다. ●우리말은 세계 10위권 유지하는 민족어 남과 북에서는 현재 ‘표준국어대사전’(50만 9000여 어휘 수록)과 ‘조선말대사전’(33만여 어휘)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이 사전들은 현장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두 사전에서 공통적인 것과 다른 것 20만개를 뽑고, 이들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10만개를 새로 추가시키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최근 조사된 호복이(전북지방, 흠씬 익도록 삶거나 끓이는 모양), 큰아베(경북, 할아버지), 쪼시락허다(전남, 하찮다) 등이 될 수 있다. “언어란 세월이 지나면서 소멸 또는 변질되지요. 우리 근대사 이후 겨레 언어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연해주, 중앙아시아, 만주 일대는 물론 60년대 이후 미국으로 가지고 간 언어도 조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얼마전 사할린 징용자 위령제에 다녀왔다.”면서 30년대 후반부터 우리 동포가 약 15만명이 이주했는데 현재는 3만명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순수 언어도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과 북 각 지역의 방언과 향토어 속에 우리 말을 찾아내는 작업도 병행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우리 겨레말을 집대성하는 일이며, 우리 후손들이 만나야 할 ‘대사전’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때문에 2012년 이후에도 계속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남측 편찬위원들은 학자나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의 경우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글은 세계 문자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문자입니다. 또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프랑스어보다 많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갑니다. 러시아어도 푸슈킨 이후 주목을 받았고 독일어는 괴테의 ‘파우스트’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우리말도 근대문학 이후 표현력이 아주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그 이전의 양반들은 주로 한문 중심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편지를 쓸 때에도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시옵고….’라는 식이었다. 결국 활발한 신문학 운동은 모국어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대국어들이 횡행하는 오늘날에 우리말이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게 된 것도 대단한 민족어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이런 우리글이 다음 세대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인터넷상에 계속 퍼지는 언어와 영어 등의 영향으로 우리 언어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레말 큰사전을 통해 방향타를 잡고 또 자국어 보존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말이란 한 시대가 지나면 사라진다.6·25 이후만 보더라도 우리말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고대시와 지금이 다르듯이 현재 사용되는 우리말이 나중에 고어로 남게 되고 일부는 공중에 흩어져 소멸된다고 했다. ●남북, 문화행위로써 우선 동질성 회복해야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당시 세종대왕은 몽골과 여진 지역에도 학자를 파견했다. 또 티베트어 연구는 물론 산스크리스트어를 사용하는 승려도 참여시키는 등 세계적 언어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몽골에 가면 당시 사신이 다녀갔다는 자료가 현재 남아 있다는 얘기를 몽골학자한테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세종은 여진과 말갈족들을 끌어들이는 등 이주정책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함경도 지방에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단다. “아마 당시 한글창제 작업은 중국 몰래 했겠지요. 한자(漢字)와 다른 문자를 따로 만든다는 것은 천자(天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불온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공표도 조심스럽게, 즉 보다 쉽게 민중에게 뜻을 전달하기 위한 글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달랬지요. 또 비로소 한자 지배의 구속에서 벗어나 최초로 민중문자와 민족언어를 가졌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습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겨레말 편찬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고 이사장. 세상에 놀러오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남북은 정치·군사적 문제만이 아닌 먼저 문화행위로써 서로 동질성을 회복하고 스며들다 보면 통일도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겨레말에 의탁하여 살아온 지난 역정을 바쳐 ‘이젠 죽을 수 있다. 이제 죽어도 된다.’라는 몇년 뒤의 궁극적 감회를 예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km@seoul.co.kr ■ 고은이 걸어온 길 ▲1933년 군산 출생(본명 고은태), 군산고 중퇴 ▲52년 입산,10년간 승려생활(법명 일초) ▲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현대시’에 ‘폐결핵’ 발표로 등단 ▲60년 첫 시집 ‘피안감성’ ▲62년 환속, 재야 운동가로 활동 ▲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 출간. 제1회 한국문학상 ▲86년 ‘세계의 문학’에 ‘만인보’ 연재 ▲89년 제3회 만해문학상 ▲90년 민족문학작가회장 ▲99년 미 하버드대 연구교수. 버클리대 초빙교수 ▲2004년 제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05년∼현재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정동영의 ‘독일 구상’ 뭔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1일 귀국한다.5·31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나 칩거하다,7월15일 독일 베를린으로 떠난 지 두달 보름여 만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 전 의장은 귀국 후 10월 한달 간은 ‘새로운 중도(신중도)’란 개념의 ‘독일 구상’을 가다듬으며 정계 복귀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직후 서울 집에서 3∼4일 머문 뒤 고향인 전주로 내려가 추석을 보낼 계획이다. 정 전 의장은 독일 체류 기간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본인의 대권 의지보다 내년 대선에서 여권이 이기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29일 귀국에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이런 의지가 묻어났다. 독일 체류 내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란 화두로 고민했다는 그는 “결론은 내가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 드리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국민 가슴속에 묻혀 있는 희망을 하나로 묶어내고 지켜내는 ‘희망지킴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北 핵포기땐 ‘동북아개발銀’ 세워 지원”

    |베를린 박지연 특파원|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를 포기한다면 주변국과 국제 기관이 참여해 북한의 경제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동북아개발은행(NEADB)’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독일 베를린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에서 초청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를 포기한다면 남북관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고, 그럴 경우 국제 사회는 대담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대표의 구상에 따르면 이 개발은행에는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국제개발부흥은행(IBRD),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박 전 대표는 “유럽도 예전에 동유럽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EBRD를 설립해 10배 정도의 투자유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50억달러를 총자본금으로 개발은행을 설립하면 그 10배인 500억달러 정도의 투자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아시아 국가가 30억달러를, 미국·캐나다 등 역외 국가가 20억달러를 조성하되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한국이 15억달러를 부담하면 된다.”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의 극동, 몽골 등 동북아 지역의 개발에도 투자하자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최경환 의원은 “초기 자본금 50억달러로 500억달러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중 절반만 북한 경제에 투자하더라도 10년 안에 북한 경제 성장률을 1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anne02@seoul.co.kr
  • 박근혜, 메르켈총리 6년만에 재회

    |베를린 박지연 특파원|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현지시간) 독일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그가 당 부총재 시절인 2000년 독일을 방문해 당시 야당인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난 뒤 6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두 사람은 총리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메르켈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우파 개혁’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박 전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메르켈 총리가 ‘좋은 의미’의 개혁 정책을 펼쳐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면서 “총리의 외교·경제 정책이 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당이 추구한 노선과 같아 공감하는 바가 많았고, 메르켈 총리도 우리 두 사람이 공통점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무엇보다 그동안은 미국과 다소 소원한 관계였던 독일이 친미 성향의 메르켈 취임 이후 ‘실리 외교’로 돌아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어가는 점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연합사 해체 등 현안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 체제에 속해 있는 독일의 입장을 묻는 등 교감을 나눴다. 면담은 30분 정도로 짧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독일 의회 연설 일정에다 아프간 파병연장동의안 국회 투표까지 겹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만남에 응한 것에 박 대표측은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서로 축하할 일이 생기면 편지를 주고받는 등 ‘우정’을 쌓아왔기에 면담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만남으로 기민당수를 거쳐 첫 여성 행정수반에 오른 메르켈 총리에 자신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내년 대선에서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포부를 내비치는 성과도 기대하는 듯하다. 한 측근은 “메르켈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 근원인 대연정이 깨질 위협을 느끼면서도 의연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이 과거 국보법·사학법 논란 때 반대 의견에도 끝까지 소신을 지킨 박 전 대표의 ‘고집’과 닮았다.”고 ‘해석’했다.anne02@seoul.co.kr
  • “나토도 연합사 해체 비효율성 인정”

    |베를린 박지연 특파원|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측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돼 전쟁시 (한·미가) 따로 작전하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방문을 마치고 전날 독일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토 본부에서 패트릭 시 나토 정책실장과 레전드 시어리 사무총장 정책보좌관을 만난 성과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토측도 한·미연합사 체제가 굉장히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면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얘기를 하려면 미군 재배치가 다 끝나고 북한 핵 문제가 안전해진 뒤에 해도 늦지 않은데 지금 꺼내면 안보가 불안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처럼 경제력이 강력한 국가도 나토의 회원국으로 평화를 지키지만, 누구 하나 자주에 문제가 있다거나 주권이 침해당했다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에 와 보니 안보는 (지역이)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세계화로 가는 추세이며, 모두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이런 추세에 맞게 동아시아 공동체로 가야 하는데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돼 우리만 혼자 남아 지역 공동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작통권은 단독 행사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는 항상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지 않으면서 안보를 최고로 지킬 수 있는지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양해야 마느냐만 논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또 “오죽하면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작통권 환수로 621조원을 부담하게 되면 국민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우려도 곁들였다. 박 전 대표는 28일에는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독일의 경제, 외교 정책과 함께 통일 과정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오후에는 아데나워 재단에서 연설할 계획이다.anne02@seoul.co.kr
  • 머리 잘린 마호메트라니…

    독일의 한 극장이 무슬림의 분노를 우려해 오페라 공연을 취소한 데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예술의 자유가 침해됐을 뿐 아니라 무슬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도이체오퍼 극장은 26일(현지시간) 모차르트의 1781년 오페라작 ‘이도메네오’의 11월 공연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보안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대 크레타섬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2002년 초연 때도 주인공 이도메네오왕이 포세이돈과 예수, 부처,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를 들어 보이는 장면이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일간 노이에 프레세 회견에서 “공포에 의한 자기 검열”이라며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를 두려워해 점점 더 후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도 “(공연 취소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마리아 뵈머 통합담당관은 “무슬림 전체를 폭력 혐의자로 모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무슬림중앙협회의 아이만 마지멕 사무총장은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보안 당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첫 동성애자 총리 나올까

    재선에 성공한 그는 어린이나 부인의 볼에 입맞춤하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잘 생긴 남성 한명을 연단으로 불러올려 꼬옥 껴안았다.2001년 시장에 도전할 때 그가 내뱉은 말 “나 동성애자야. 그럼 됐지.”는 베를린시가 관용의 도시가 됐음을 함축하는 하나의 구호가 됐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52) 독일 베를린 시장이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 총리에 오를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지난해 물러난 뒤 당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사민당(SPD)이 다음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맞붙을 강력한 인물로 보베라이트 시장을 낙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인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시민의 60%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민당(CDU)의 프라이트베르트 플루거가 20%를 겨우 넘은 것을 비교할 때 압도적인 우위다. 첫번째 임기에도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 재정적자를 600억유로까지 끌어올린 주택 보조와 공공부문 임금을 과감히 삭감한 결과였다. 실업률도 17% 이하로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가 베를린을 역동적인 도시, 문화의 도시로 변모시켰다고 믿고 있다고 일간 슈피겔은 짚었다. 베를린에서 영화를 찍도록 해외 제작자들을 초청했고 예술가, 패션디자이너, 작가, 고급 전시회 등을 유치해 관광산업을 일으키도록 도왔다. 30세 나이에 최연소 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1999년 12월 시의회 안에 옛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PDS 의원들과 클럽을 결성, 정책 연합을 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민당 베를린 지구당의 고위 당직자 미카엘 뮐러는 “그는 어떤 전국적인 직위에도 이상적인 후보”라고 말했다. 보베라이트 시장 역시 총리직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보수 성향이 강한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 공격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독일 동성애자 연맹의 한 대변인도 “많은 이들은 동성애자가 정치 지도자로 나서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가 총리 후보로 뽑히기는 훨씬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내년에 SPD의 총리 후보 자리를 놓고 쿠르트 벡 당수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내겐 지금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다. 엄마라는 일, 방송작가라는 일, 논술강사 수업 중인 수강생이라는 일.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다 양해를 구해 놓아서 이 세 가지 일에 집중만 해도 되는데 이 세 가지 일이라는 것이 매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엄마라는 일. 아이 영양을 위해서, 아이 스케줄을 위해서 도와줘야 하는 때이다. 절대로 뒤로 미룰 수 없는 일. 방송일도 그렇다. 매일 쓰는 라디오작가인 데다 원고량이 많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라 잠시 다른 데로 마음 가 있으면 빈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논술강사 수업생인 일. 이 일도 아이의 논술을 도우려고 하는 공부인데, 철학공부까지 겸해야 하고,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늘 정신을 쓰고 준비해도 따라갈까 말까한, 아주 버거운 작업이다. 유순신 씨 책에서 읽은, 서커스에서 접시 돌리는 사람이 생각난다. 어느 큰기업 경영자가, 자신이 접시 돌리는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이 접시 열심히 돌리고 있으면 저 접시가 떨어지려 하고 황급히 그쪽 접시 살려놓으면 다른 접시가 핑그르르르 힘없이 떨어지려 한다. 여기 저기 허덕 허겁 돌리고 또 돌리는 곡예사 같은 느낌이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숨돌리는 일은, 영화 보는 일, 책 보는 일이다. 책과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즐거움이자 나의 폐활량을 넓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작업들이 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몇 달 전 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병원에 갔더니, 일을 쉬든지 아니면 운동하든지 하라고 한다. 헬스 클럽에 바로 등록했는데, 결국, 한 달간 딱 하루 가고 지나갔고, ‘아, 내가 그런 동적인 운동보다는 정적인 운동이 낫겠구나’ 싶어서 요가 등록을 했는데, 딱 두 번 가고 두 달을 보내고 말았다. 세 번째 생각한 게 자전거! 일단,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그냥 하는 것’이라는 최면을 걸기로 하고, 스스로 자전거에 대한 공상에 들어갔다. 베를린 공원을 자전거 타고 달리던 기억이 짜르르 아리도록 난다. 독일 전국의 지하철노조가 파업했을 때 다들 자전거 타고 출근하면서 노조를 이해해주던 거리 풍경을 보면서 자전거가 참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기억. 독일 녹색당 의원들이 장미꽃 입에 물고, 청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던 상큼한 화면. 서울로 돌아와 이와이 순지의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자전거 바퀴를 돌릴 동안 켜지는 불빛, 그 불빛에 비쳐보던 편지…. 자전거 타고 달리던 <러브레터>의 중학생 남자주인공과 사랑하는 소년에게 종이봉지를 씌워서 비틀거리게 만들던 자전거 두 바퀴…. 도서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날리던 하얀 커튼 자락과 함께 자전거가 늘 오버랩 되게 만들던 영화. 창의력 짱이던 그 하늘로 오르던, 영화 <ET>에서의 아이들의 자전거. 영화 첨밀밀에서 장만옥을 뒤에 태우고 가던 여명의 낡은 자전거도 마음 아렸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우체부 아저씨가 타던 아저씨의, 해변을 달리던 자전거 바퀴도 좋았다. 영화 <북경자전거>에서의 자전거 바퀴와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Beyond the Silence)> 에서 시각장애인인 어머니가 타는 자전거 바퀴는 슬펐다. 소설 《자전거 도둑》에서의 자전거는 은밀했고 영화 <아이리스>에서 수재에 호기심이 많은 여대생이 타던 자전거는 너무나 싱싱하고 섹시했다. 아, 자전거 타고 싶다. 그날 이후, 나는, 방송이 끝나면 여의도 공원으로 자전거 타러 간다. 그리고 방송원고가 더욱 밝아졌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일요영화]

    ●그녀에게(KBS1 밤12시30분) 수많은 대화 가운데 정말 서로를 믿는 대화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떠보고, 넘겨 짐작하고, 탓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만 대화일 뿐 내용은 독백인 셈이다. 그런데 독백하는 사람들치고 그게 독백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는 이 문제를 다룬다.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는 어느날 창 밖으로 넘겨다 본 발레교습소의 무용수 알리샤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만 형식적인 짧은 대화 한두번이 고작. 그러다 알리샤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자신의 병원으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한다. 압권은 알리샤가 좋아할 것 같은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신나게 얘기해주는 장면. 식물인간이 알아듣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리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베니그노의 사랑법은 그런 것이다. 이런 베니그노를 지켜보는 마르코는 찜찜하다. 투우사였던 애인 리디아가 소에 받쳐 식물인간이 됐으니 같은 처지인데, 베니그노의 행동이 어리석어 보이면서도 어쨌든 정성이 지극하니 그 마음이 통하는가 싶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이들 4명의 엇갈리는 행보가 속도감을 더하는데, 그 결론이 제법 신선하다.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이러저런 영화제에서 상을 쓸어간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 이 영화도 각국 영화제의 상을 페드로에게 안겨줬다. 베니스·칸 영화제 수상작인 ‘몬순 웨딩’,‘피아니스트’를 제치고 2002년 타임지의 올해 최고의 영화에도 선정됐다.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가 쓰고 브라질의 음유시인 카에타노 벨로소가 부른 OST,‘현대무용의 대가’로 꼽히는 피나 바우슈가 만든 무용 등 즐길 거리도 많다.2002년작,112분. ●구름을 기다리며(EBS 오후2시20분) 터키의 유명 감독 예심 우스타오글루의 영화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태양으로의 여행’(1999년작)에 이어 국내 두번째 소개되는 작품. 이스탄불영화제에서 최우수 터키영화로 뽑히고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조국 그리스에서 쫓겨나 터키에 정착한 뒤 언니의 죽음과 잃어버린 동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려는 노파 아이셰. 꼼짝않고 집에 틀어박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동생의 소식이라도 전해줄 듯한 구름을 쳐다보는 일 뿐. 그런 노파에게 다가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이제 한창 말문이 트이려는 이 소년과의 우정 덕분에 아이셰는 슬슬 일어나려는데…. 문화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2004년작,8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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