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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서용의 국제환경 돋보기] 여수 엑스포와 해양환경 보호

    [정서용의 국제환경 돋보기] 여수 엑스포와 해양환경 보호

    여수엑스포 유치 홍보물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여수시나 전남도 차원을 넘어 나라 전체가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외국 인사들을 만나면 빼놓지 않고 여수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한다. 얼마 전엔 주한 외교사절단을 이끌고 여수에 내려가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에도 여수엑스포 유치특위가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 수장들도 유치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 왜 이렇게 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걸까?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의 하나로 산업발전, 국가 홍보 등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 건축문화의 한 상징인 파리 에펠탑이 1889년 파리엑스포 때 세워졌고, 전화기는 필라델피아엑스포에서 처음 소개됐다. 특히 국제기구인 세계박람회사무국이 공인하는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 그 효과가 비공인 엑스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각국이 유치활동에 열중이다.1993년 대전엑스포가 공인 엑스포의 한 예인데, 당시 14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생산 유발효과만도 3조 1000억원에 달했다. 만일 여수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3개월여의 개최기간 중 약 800만명이 관람하고,10조원가량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엑스포는 단순한 상품전시 차원을 넘어서 별도의 주제를 갖고 열리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1953년 예루살렘엑스포는 ‘사막의 정복자’가 주제였고,1957년 베를린 엑스포는 ‘한자동맹의 재건’을 기치로 내세웠다.1981년 불가리아 프로부디브엑스포는 ‘사냥, 낚시 그리고 인간’이 주제였고,‘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의 테마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을 주제로 한 엑스포가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 스포켄엑스포는 ‘내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한 축제’를 주제로, 스페인 사라고사 엑스포는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개최되어 지구촌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주제로 2012년 여수엑스포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 주제이다. 해양과 연안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해양환경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전 세계 생물상품의 25%가 바다에서 나오고 있고, 국제교역의 78%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구사회 산소의 75%, 육지담수의 36%가 바다로부터 생긴다. 지구 인구의 40%가 해안으로부터 60km 이내 연안지역에서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해양환경이 급증하는 경제활동으로 인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지금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은 여수엑스포의 주제로서 시의적절하다. 특히 2012년에는 중요한 국제환경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최초의 지구환경회의인 스톡홀름회의 개최 40주년, 리우 환경정상회의 20주년, 그리고 요하네스버그회의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여수엑스포 추진위는 여수엑스포 기간중 소위 ‘여수선언’을 통해 해양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또 국제기구와 함께 ‘여수프로젝트’를 추진해 개발도상국에 대해 해양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지원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제 올해 말이면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여부가 결정난다. 그간 나라 전체가 일심동체가 되어 유치에 전력을 다해 온 만큼 마지막 순간 더욱 피치를 올려 해양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조화를 강조하는 지구촌축제 엑스포가 여수에서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명지대 교수(국제법), 바젤협약 이행준수위원회 위원
  • “19년만에 깨어나보니…” 휴대전화가 제일 신기

    “19년만에 깨어나보니…” 휴대전화가 제일 신기

    ‘19년만에 의식을 회복해보니….’ 영화 ‘굿바이 레닌’과 비슷한 상황이 폴란드에서 실제 벌어졌다. 주인공은 폴란드 철도원이었던 얀 그르제프스키(Jan Grzebski·65). 그는 1988년 객차에 부딪친 후유증으로 뇌 종양이 생겨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의식 불명상태에 빠졌다. 아내의 헌신적 간호로 최근 의식이 돌아온 그에게 폴란드는 엄청나게 달라진 ‘딴 세계’였다. 먼저 그를 맞은 것은 ‘이념의 종언’이었다. 그동안 폴란드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시장경제로 바뀌어 있었다. 또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해 있었다. 무엇보다 낯선 것은 폴란드 일상의 큰 변화였다. 그는 1일(현지 시간) 폴란드 TVN24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이전에는 상점에서 파는 것이라곤 차와 식초밖에 없었는데….”라고 말문을 연 뒤 “고기도 배급제였고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인파가 즐비했다.”고 기억했다. 그가 의식을 잃은 당시 폴란드는 야루젤스키 장군이 지배하던 공산주의 군사정권 말기였다. 공산정권과 바웬사가 이끌던 연대자유노조와 충돌, 일촉즉발의 긴장이 극도에 달했다. 국민들은 끊어진 난방과 강압적이며 부패한 공산관료, 배급을 위한 길고 긴 줄에 지치고 궁핍한 상태였다. 이런 기억속의 그를 어리둥절하게 한 것은 ‘거리 풍경’이었다. 그는 “가장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한 뒤 “가게에 상품이 널려 있고 골라서 살 수 있는 이런 시대에 사람들이 늘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으면 이런 세상에 불평할 게 없겠는데….”라고 덧붙였다. 벤츠,BMW, 도요타, 대우 등 거리를 달리는 외제차, 대낮처럼 밝아진 밤거리, 사라진 레닌 동상, 활기차게 거리를 활보하는 밝은 표정의 젊은이들도 그에게는 낮설게만 느껴졌다. 다시 깨어나 보니 기쁨도 있었다.4명의 자녀가 결혼해서 11명의 손자·손녀가 생겼다. 그들의 재롱을 보는 것은 ‘19년의 상실’을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그는 사고 당시에 대해 “의사들이 ‘한 두달밖에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지만 반응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의사들은 절망적인 선언을 했지만 그를 구한 것은 아내 게르트루다였다. 그는 “아내가 나를 살렸다. 희망을 잃지 않고 늘 곁에서 나를 돌봐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내 게르트루다도 감격에 겨운 듯 “우리를 보러온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언제 죽느냐?’고 말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봐라, 그가 죽지 않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르제프스키가 의식을 회복한 사연은 영화 ‘굿바이 레닌’을 빼닮아 화제다. 영화에서 동독 열성 공산당원인 어머니는 아들이 베를린 장벽 철거 요구 시위에 참가했다 끌려가는 것을 본 뒤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어 8개월 뒤 통일 독일시대에 깨어났지만 의사는 심장이 약해져서 충격을 받으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사실을 안 주인공 아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과거처럼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또 동독 발전과 서방의 붕괴를 담은 TV뉴스까지 제작했다. 영화는 이처럼 ‘가상 현실’을 꾸며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파리 이종수특파원 vielee@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폴란드판 ‘굿바이 레닌’

    폴란드판 ‘굿바이 레닌’

    |파리 이종수특파원|‘19년만에 의식을 회복해보니….’ 영화 ‘굿바이 레닌’과 비슷한 상황이 폴란드에서 실제 벌어졌다. 주인공은 폴란드 철도원이었던 얀 그르제프스키(Jan Grzebski·65). 그는 1988년 객차에 부딪친 후유증으로 뇌 종양이 생겨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의식 불명상태에 빠졌다. 아내의 헌신적 간호로 최근 의식이 돌아온 그에게 폴란드는 엄청나게 달라진 ‘딴 세계’였다. 먼저 그를 맞은 것은 ‘이념의 종언’이었다. 그동안 폴란드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시장경제로 바뀌어 있었다. 또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해 있었다. 무엇보다 낯선 것은 폴란드 일상의 큰 변화였다. 그는 1일(현지 시간) 폴란드 TVN24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이전에는 상점에서 파는 것이라곤 차와 식초밖에 없었는데….”라고 말문을 연 뒤 “고기도 배급제였고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인파가 즐비했다.”고 기억했다. 그가 의식을 잃은 당시 폴란드는 야루젤스키 장군이 지배하던 공산주의 군사정권 말기였다. 공산정권과 바웬사가 이끌던 연대자유노조와 충돌, 일촉즉발의 긴장이 극도에 달했다. 국민들은 끊어진 난방과 강압적이며 부패한 공산관료, 배급을 위한 길고 긴 줄에 지치고 궁핍한 상태였다. 이런 기억속의 그를 어리둥절하게 한 것은 ‘거리 풍경’이었다. 그는 “가장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한 뒤 “가게에 상품이 널려 있고 골라서 살 수 있는 이런 시대에 사람들이 늘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으면 이런 세상에 불평할 게 없겠는데….”라고 덧붙였다. 벤츠,BMW, 도요타, 대우 등 거리를 달리는 외제차, 대낮처럼 밝아진 밤거리, 사라진 레닌 동상, 활기차게 거리를 활보하는 밝은 표정의 젊은이들도 그에게는 낮설게만 느껴졌다. 다시 깨어나 보니 기쁨도 있었다.4명의 자녀가 결혼해서 11명의 손자·손녀가 생겼다. 그들의 재롱을 보는 것은 ‘19년의 상실’을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그는 사고 당시에 대해 “의사들이 ‘한 두달밖에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지만 반응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의사들은 절망적인 선언을 했지만 그를 구한 것은 아내 게르트루다였다. 그는 “아내가 나를 살렸다. 희망을 잃지 않고 늘 곁에서 나를 돌봐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내 게르트루다도 감격에 겨운 듯 “우리를 보러온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언제 죽느냐?’고 말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봐라, 그가 죽지 않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르제프스키가 의식을 회복한 사연은 영화 ‘굿바이 레닌’을 빼닮아 화제다. 영화에서 동독 열성 공산당원인 어머니는 아들이 베를린 장벽 철거 요구 시위에 참가했다 끌려가는 것을 본 뒤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어 8개월 뒤 통일 독일시대에 깨어났지만 의사는 심장이 약해져서 충격을 받으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사실을 안 주인공 아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과거처럼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또 동독 발전과 서방의 붕괴를 담은 TV뉴스까지 제작했다. 영화는 이처럼 ‘가상 현실’을 꾸며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vielee@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베를린은 현재 변신 중이다. 새로운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화제가 될 만큼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베를린은 유럽통합의 흐름과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조화를 이루어냈다. 통합 유럽의 흔들림 없는 중심으로 자리한 독일과 그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오늘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도전, 주부가요스타(KBS2 오전 9시30분)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가수 못지 않은 노래실력을 지닌 역대 연말결선 대상수상자 가운데 10명이 출연하여 최고 주부스타를 가린다. 가장 많이 불려진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의 주인공 최진희. 최다 출연가수 최유나. 주부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남자가수 김경호가 출연하여 주부가요스타 600회 특집을 빛낸다. ●에어시티(MBC 오후 9시40분) 북한 고위층의 딸이 불법 입국해 공항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재무는 그 곳을 특별보안구역으로 지정한다. 공항운영본부팀은 일체 접근을 차단하는 국정원과 신경전을 펼친다. 명우는 신분차이 때문에 탈북을 감행한 남자를 만나러 불법 입국한 혜련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고 지성에게 두 사람의 만남이 이어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불량커플(SBS 오후 9시55분) 기찬의 차에 동승한 당자는 뒤로 누워 있다 러브호텔이 보이자 벌떡 일어나 구토를 하는척 하며 기찬을 붙잡는다. 놀란 기찬이 차를 세우고 등을 두드려 주자 당자는 잠시 쉬었다 가자며 기찬을 끌고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욕실로 기찬을 밀어넣은 당자는 침대보 밑에 고쟁이와 부적을 숨긴다. 샤워를 끝낸 기찬은 야한 포즈로 누워있는 당자를 보며 흠칫 놀란다. ●희망풍경(EBS 오전 7시10분)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열심히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은 국내 유일의 장애인 극단 휠의 단원들이다. 휠은 단원들의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으로 2001년부터 해마다 창작극을 발표해왔다. 극단 휠의 연극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는 송정아 단장, 그녀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월드 투데이(YTN 오후 5시30분)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힌 구글. 오전 11시, 대학 캠퍼스 같은 사옥에서 배구를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첨단 운동시설에 마사지와 의료센터, 자전거와 스쿠터, 셔틀 버스 등의 편리한 이동 수단에 식사까지 직원에게 모두 무료로 지원된다.
  • [씨줄날줄] 정상회담/구본영 논설위원

    “글쎄, 운명의 여신이 미소 짓는다면 5년 내에…. 그러지 않으면 우리 생애엔 어려울지도 모른다.” 기자가 지난 1989년 서울에서 들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육성이었다. 독일 통일이 언제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브란트는 70년 슈토프 동독 내각평의회 의장과 역사적 첫 동서독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토록 비관적이리만큼 신중한 통독 전망을 내놓다니…. 더욱 놀라운 일은 그가 독일로 돌아간 지 불과 1년안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독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북핵 6자회담이 진전되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AP통신과의 회견에서였다. 그 시기를 임기내로 못박지는 않은 채 “6자회담의 결과를 공고히 하고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점”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재의 유리한 대선판도를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짙게 배어 있는 셈이다. 최근 범여권 인사들이 8월 이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성사 그 자체나 시기가 어느 정파에 불리하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패배주의 아니면 또 다른 정략적 발상일 수도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정의 연속성 차원에서는 정상회담이 언제 열려도 무방한 게 아닌가. 과거 서독도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가 첫 물꼬를 튼 뒤 87년까지 4번의 동서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과정서 서독의 정권도 수차례 바뀌었고,90년 마침내 통독을 이룬 주역은 “통일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면 (제때에) 타야 한다.”며 망설이는 야당측을 설득해 밀어붙인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였다. 남의 산의 거친 돌도 내 산의 옥을 다듬는 데 쓴다는 차원에서 새겨볼 만한 사례다. 긴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정상회담이 어느 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할 것도 없는 셈이다.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정상회담은 언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북한 변수’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국민의식은 성숙했음을 믿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칸을 품은 ‘밀양 여우’

    |파리 이종수특파원|영화배우 전도연(36)이 ‘칸의 여우(女優)’로 떠올랐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출연한 전도연은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았다. 전도연의 이날 수상은 1987년 ‘씨받이’의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를 수상한 뒤 세계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에서 20년 만의 쾌거다. 또 전도연은 동양 여자배우로는 칸 영화제에서 2004년 홍콩의 장만위 이후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동양의 남녀 배우로는 5번째 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전도연은 이날 수상 뒤 “믿기지 않는다.”고 일성을 터뜨렸다. 이어 “열연한 여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제가 그 여배우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자격과 영광을 주신 칸과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밀양’은 1년 2개월 정도 문화부 장관직으로 외도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계 복귀작이다. 한편 22편의 작품이 경합한 장편 경쟁부문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에는 루마니아의 신예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의 ‘4개월,3주, 그리고 2일(4 Months,3 Weeks and 2 Days)’이 차지했다. 이 영화는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 시절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불법 낙태 시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2위에 해당되는 심사위원 대상은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모가리의 숲(Morning Forest)’이 받았다.3위인 심사위원상은 마르자네 사트라피(이란)-빈센트 파로노드(프랑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와 멕시코 카를a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침묵의 빛(Silent Light)’이 공동 수상했다.‘빅3’를 모두 젊은 감독이 가져가 칸의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했다. 감독상은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를 연출한 미국의 줄리언 슈나벨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추방(The Banishment)’에 출연한 콘스탄틴 라브로넨코가 수상했다. 또 60주년 기념 특별상의 영예는 ‘페러노이드 공원(Paranoid Park)’을 출품한 미국의 거장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영예를 안았다. 한국의 신예 홍성훈 감독도 단편영화 ‘만남’으로 단편영화 경쟁섹션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에 올랐다. vielee@seoul.co.kr
  • [‘2007 칸의 여왕’ 전도연] 10편 10색…“카멜레온 같은 배우”

    [‘2007 칸의 여왕’ 전도연] 10편 10색…“카멜레온 같은 배우”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사실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 영화제 개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녀는 ‘밀양’의 공식 시사회 이후 각국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아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감내못할 고통 완벽하게 표현” 시사회를 거듭할수록 영화에 대해서는 ‘당황스러운’ 반응들을 보였지만, 영화를 본 기자들은 전도연의 열연에 대해서 만큼은 의견일치를 봤다. 특히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도연에 대해 “이창동 감독의 세계 속에서 감내하지 못할 고통을 여배우 전도연이 여린 영혼의 소유자처럼 잘 그려냈다.”면서 “여우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로이터 통신도 “칸에서 가장 돋보이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았고, 프랑스 무가지 메트로 역시 “여우주연상에 근접했다.”며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87년 ‘씨받이´ 강수연 이후 20년만에 쾌거 그동안 칸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2002년)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2004년)을 받은 적이 있으나 여우주연상 수상은 처음이다. 또 한국 여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1987년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만이다. ‘밀양’을 만난 전도연에게 올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해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배우와 함께 작업한 기쁨에다 “전도연에게는 아직 보여줄 카드가 많이 있다.”는 찬사에 행복했다. 또 ‘밀양’으로 데뷔 16년 만에 처음 밟은 레드 카펫 위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밀양’은 그녀가 평생의 배필을 찾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난생 처음 촬영을 중단할 정도로 힘들었던 터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졌고, 지난 3월 신데렐라 같은 결혼식을 치러 부러움을 샀다. 이제 ‘칸의 여왕’으로 등극해 국제무대에서 명성까지 얻었으니 그녀는 ‘세 마리 토끼’를 움켜잡은 셈이다. ●97년 ‘접속´ 첫 영화… 신인상 휩쓸어 전도연은 16년전 CF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다.1997년 영화 ‘접속’으로 대종상 신인여우상과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듬해 두번째 영화 ‘내마음의 풍금’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를 짊어질 재목으로 떠올랐다. 이후 ‘해피엔드’‘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피도 눈물도 없이’‘인어공주’‘너는 내 운명’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팔색조 같은 변신으로 감독과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해왔다.10번째 작품 ‘밀양’은 그녀의 말대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이 영화로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국내 배우들의 해외 진출 소식이 속속 들려 오고 있는 요즘, 월드스타로 등극한 배우 전도연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설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HAPPY KOREA]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문화예술 접목 성공작 평가

    [HAPPY KOREA]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문화예술 접목 성공작 평가

    |구마모토 임창용특파원|‘이게 미술관이야 경찰서야?’ 일본 구마모토시 시라카와 공원 옆 국도변에 서 있는 독특한 건물 앞에 서면 누구나 한번쯤 질문과 함께 탄성을 내기 마련이다. 입구엔 분명 ‘구마모토기타경찰서’란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건물 외관은 초현실적 분위기의 미술관 같기 때문이다. 장난감 블록을 쌓아 뒤집어놓은 듯한 이 건물은 일본 규슈지방 구마모토현이 20년째 진행해온 ‘아트폴리스’의 1호 프로젝트로 지어졌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듯 위로 올가갈수록 건물이 넓어지도록 설계됐다. 건물 정면 전체를 반투명유리로 씌운 것도 이채롭다. 구마모토현은 ‘아트폴리스’를 통해 문화예술을 도시 가꾸기에 접목, 성공을 거둔 대표적 케이스다. 1988년 시작된 ‘아트폴리스’는 개발을 하고 건축물을 세우되, 하나하나 예술성을 부여하고, 통일감 있는 도시를 꾸미는 프로젝트이다.1988년 서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건축전에서 모티프를 얻어 시작됐다. 기타경찰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4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완성됐다.1개만 민간에 의해 세워지고, 나머지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구마모토현 토목부 건축과 과장보좌인 시와이 겐지씨는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과 관련, ‘커미셔너 효과’를 강조했다.8∼10년 단위(기)로 구분, 각 기마다 다른 커미셔너를 위촉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커미셔너는 자기가 맡은 기간 동안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의지를 하나하나의 건축물에 반영한다. 현재 3기가 진행 중이다. 74개 프로젝트 중에서도 전통인형극장인 ‘세이와 분라쿠관’과 ‘우시부카 하이야 대교’가 특히 성공적 건축물로 꼽힌다. 세이와 인형극장은 건축적 우수함뿐만 아니라 연간 15만명이 몰리는 전통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인 우시부카 신어항과 국도를 잇는 하이야 대교 또한 그 쓰임새뿐만 아니라 연간 60만명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지역 명물이다. ‘호타쿠보 다이이치 단지’,‘구마모토현 공영주택’,‘유자비라 단지’ ‘오비야마 A단지’ 등은 도심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대부분 판자촌을 헐고 독특한 외관의 소형 아파트를 지었다. 층과 층 사이에 바람이 통하게 설계되거나 시멘트 원색을 그대로 살리는 등 건축 당시의 미술적 조류를 그대로 담았다. 현청의 미나카미 후미노리 토목과 주간은 “모든 건축물들이 작품 개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개·보수와 도색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 프로젝트의 건축물을 보러 외국 관광객은 물론 건축 전문가, 관계 공무원 등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2008년엔 아트폴리스 시작 20주년을 맞아 ‘2008 국제건축전’이 개최된다.”고 말했다. sdragon@seoul.co.kr
  • 영화에 비친 유럽 유럽인

    서울에서 영화로 만나는 유럽, 유럽 사람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5일부터 31일까지 유럽연합(EU)영화제가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상이한 민족 간의 소통과 교류를 이뤄내자는 취지에서 “경계를 넘어서”로 정했다. 유럽 연합 소속 11개국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영화를 통해 EU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고 유럽과 한국이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최근 제작돼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영화들이 주로 소개되는데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영화는 마이클 윈터바텀의 2002년 작품 ‘24시간 파티 피플’이다.1980년대 포스트 펑크 음악의 본거지였던 맨체스터에서 토니 윌슨이라는 괴짜가 세운 팩토리 레코드 레이블을 통해 이뤄진 맨체스터 사운드의 부흥기를 다루는 한편 음악, 마약, 섹스로 점철된 뮤지션들의 삶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인디스 월드’로 2003년 같은 영화제서 금곰상을 수상,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칸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스페인 출신 하이메 로잘레스 감독의 ‘반복되는 나날들’과 30세 여성 실직자의 일과 사랑을 다룬 클레오니스 플레사스(그리스) 감독의 2002년작 ‘우조 한 잔 하러 갈까요?’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이밖에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스웨덴(얄라 얄라), 체코(태양의 도시), 폴란드(튤립) 영화 등 10여편이 관객과 만난다.(02)741-9782.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시인과 고향]향수는 시인을 놓아주지 않는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오늘의 강연 주제인 ‘시인과 고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에 앞서 저가 생각하는 시에 대해 나름대로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시와 눈 저는 시는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할 것도 없이 눈이 보배입니다. 그 보배는 반짝이는 보배입니다. 보석과 같은 눈이 바로 시인의 빛나는 눈입니다. 시인은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것. 눈을 뜨고 눈 속 깊이 감춰 둔 그것, 그것이 시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시의 눈도 하나의 풍경입니다. 시인의 눈은 풍경을 창조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시가 풍경이요 나아가서는 시인 자신도 풍경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보는 것을 배우고 익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시는 내면의 뒤집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내면의 뒤집기’는 시의 또 다른 하나의 눈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눈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한번 시는 눈이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한자어의 관음(觀音), 문향(聞香)이란 말에서 시를 보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볼 觀, 소리 音, 소리를 본다는 것. 그리고 들을 聞, 향기 香, 향기를 듣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시의 경지가 아니겠습니까.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시가 없는 곳에 시가 있습니다. 시인은 한 줌의 햇빛을 사냥하기 위해 언어 하나하나를 낚아챕니다. 그리고 말을 갈고 닦습니다. 그래야만 말의 빛을 더하게 되지요 .말의 빛은 바로 시의 빛입니다. 반짝입니다. 靑馬와 大餘 시 속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는 고향이 있습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고향은 그리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예술가에게는 고향이 예술입니다. 시입니다. 미술입니다. 음악입니다.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지만 청마 유치환 선생과 대여 김춘수 선생은 경남 통영이 고향입니다. 청마 선생은 1908년, 대여 선생은 1922년에 태어났습니다. 두 분의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대여 선생의 시에 청마 선생이 종종 등장합니다.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 우리 고향의 선창 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 양지 바른 뒷산 푸른 송백을 끼고 /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기빨처럼 다정하고 /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 내가 크던 돌다리와 집들이 / 소리 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 그 길을 찾아가면 / 우리 집은 유 약국 / 행이 불언하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덧 /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 헌 책력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 나는 끼고 온 신간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이 시는 청마 선생의 <歸故>라는 작품 전문입니다. 고향 통영을 소재로 한 초기시입니다. 통영의 냄새가 물씬 나지 않습니까. 이 밖에도 <향수> 등 고향을 노래한 작품이 있습니다. ‘깃발’을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인의 향수는 영원한 것입니다. 향수에는 시가 깃들어 있습니다. 시와 사투리 우리 현대시의 큰 획을 그은 김춘수 선생의 시는 고차원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상 풍경입니다. 어떤 이는 고급 장식품이라고도 했습니다. 선생의 풍경 속에는 고향이 보입니다. 대여 선생은 언어의 예술가입니다. ‘긴장된 말놀이’를 즐기는 고수의 테크니션이기도 합니다. 선생의 시는 그림이 있는 지적인 기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트릭도 지척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대여 선생은 고향을 소재로 한 시를 만년에 많이 남겼습니다. <통영> <귀> <앵오리> <귀향> <명정리> <고향으로 가는 길> <나의 생가> <방풍>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밖에 초기시와 대표작인 <처용 단장>에도 고향이 전면에 선명하게, 혹은 배경에 보일 듯 말 듯 아득하게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의 기억들이 시속에 배어 있습니다. 기억은 소중한 것입니다. 시인은 기억을 시로 승화시킵니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고치라고 한다. /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 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 /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 / 폴이라고 한다. / 코를 케라고 한다. /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 멍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똥구멍을 / 미자발이라고 한다. /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통영을 퇴영이라고 하셨고 동경을 / 딩경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 까치는 까치라고 하셨고 까치는 / 깩깩 운다고 하셨다. 그러나 / 남망산은 / 난방산이라고 하셨다. / 우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 내 또래의 외삼촌이 / 오매 오매 하고 우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 시는 <앵오리>의 전문입니다. 시에서 보다시피 통영의 사투리가 많이 나옵니다. 사투리는 바로 향수입니다. 향수는 시인을 그냥 놓아주지 않습니다. 선생의 시에는 사투리뿐만이 아니라 통영의 산과 바다와 섬이 자주 나옵니다. 고향은 햇빛도 바람도 생선맛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또 갯바람은 어머니의 젓내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대여 선생은 전혁림 화백과 윤이상 음악가와도 친교가 깊었습니다. 세 분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동향인이기도 하지만 같은 빛깔을 갖고 있는데 그 빛깔이 바로 코발트 블루이지요. 통영의 바다 빛깔입니다. 작곡가는 가락에, 화가는 색채에, 시인은 언어에 그 빛깔이 숨쉬고 따라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입니다. 언어가, 색채가, 가락이 쪽빛 파도를 친다고 할까요. 기막힌 해후 대여 선생은 80년대 초 서베를린에서 죽마 고우 윤이상 작곡가를 만났습니다. 만나자마자 얼싸안았다고 합니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 기막힌 해후. 그때 윤 선생은 “춘수야, 나 고향 좀 데려가 줘…” 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눈물범벅이 되었다는 후일담입니다. 그때 눈물은 얼마나 진하고 뜨거웠을까요. 향수는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그날 그때의 눈물이 통영 앞바다의 얼룩진 코발트 불루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윤이상의 조국 대한민국은 그때 윤이상의 일시 귀국조차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안타깝다고 해야 합니까. 아니 슬프다고 해야 합니까. 대여 선생은 ‘서베를린서의 만남’을 그 뒤에 <귀>라는 시에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1982년 / 서백림(西伯林) 윤이상의 집이다. / 앉았단 섰다 또 앉다가 / 막 피어나는 앵초꽃 너머로 / 본다. / 귓속에 귀가 있다. / 누군들 이름을 부르지 말아요. / 테레사 할머니, / 우리들의 고향은 통영입니다. / 앵초꽃 피는 / 그때가 4월 초순 / 귓속에서 물새가 운다 쉬었다가 울고 /쉬었다가 또 운다. / 귓속에 귀가 있다. / 한려수도 아득히 트인 / 귀가 귓속에도 귀가 있는, 귓속에도 눈물이 고이는, 눈물도 울림이 뜨거운 ‘귓속의 귀’가 찡하지 않습니까. 두 분의 귓속의 귀에서 고향 통영이 보이고 물새가 우는 소리와 한려수도가 물결치지요. 시인에게도 고향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고향은 지구상의 한정된 한 지역이 아니고 전 우주가 고향입니다. 시인은 한 방울의 이슬에서도 우주를 보고, 그리고 대화를 나눕니다. 햇빛 속에서 우주의 빛을 보고, 바람 속에서 우주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특히 청마 선생의 시에서 우주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의 오묘한 사유의 깊이는 물론 그 넓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청마 선생과 대여 선생을 기리며 쓴 저의 졸시 <靑馬, 그리고 大餘>를 낭독하겠습니다. 이는 통영 시민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안합니다 / 통영 시민 여러분/ 간밤에 바다를 훔쳤습니다 / 머리맡에 두고 꿈도 꾸었습니다/ 발치에 섬들이 보채곤 했습니다 / VOU, 수평선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 청마의 깃발이 하늘 깊게 나부꼈습니다/ 전혁림 화백의 빛부신 코발트 블루 위로/ 대여의 꽁지 하얀 새가 날아올랐습니다 / VOU, 수평선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 바다를 택배로 다시 보냈습니다 / 파도 소리만 가슴 깊이 감추고 / 바람은 더 푸르게 물결쳤습니다/ 통영 시민 여러분, / 감사합니다/ 유치환 선생과 김춘수 선생은 가셨지만 시는 살아 있습니다. 시 속의 고향도 살아 있습니다. 시의 행간행간에 통영 앞바다가 파도칩니다. 아! 눈부신 코발트 블루, 지금 이 시간에도 한려수도에서 바람이 부네요. 꽁지 하이얀 새가 쪽빛 바다를 물고 날아갑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원고는 통영문인협회 초청으로 강연한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일부는 계간 시지 《다층》에 발표한 것과도 중복됩니다.
  • EU 헌법부활 갈등 ‘미니 조약’으로 봉합?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의 헌법 부활을 놓고 갈등해온 EU가 ‘미니 조약’으로 절충점을 찾을 전망이다. EU헌법 부활을 주도해 온 EU순회의장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헌법’ 대신 이전의 ‘EU창설 조약’을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새달 21,22일 열리는 EU정상회의에서 헌법부활을 둘러싼 갈등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를 위해 27개 회원국의 헌법전문가들을 베를린으로 초청, 비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한 외교관은 “독일이 헌법부활 대신에 EU창설 조약을 단순히 개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헌법부활에 반대하는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등을 무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독일의 ‘미니 조약’ 구상은 EU헌법 초안에 담긴 EU국가(國歌)와 국기 사용,EU 외무장관직 신설 등을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절충안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스페인·이탈리아 등 이미 EU헌법을 비준한 18개 회원국의 반발이 문제다. 또 메르켈 총리가 절충안에 포함시키려는 이중다수결재 표결 방식도 쟁점이다. 이중다수결재는 EU의 의사결정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역내 인구의 65%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정책을 결정하자는 방안이다. 이에 폴란드는 자국의 의결권 비중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강한 유럽론/함혜리 논설위원

    요즘처럼 유럽에 활기가 넘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럽연합(EU)은 로마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아 27개 회원국의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로 성장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2.9%로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생산성은 증가하고 있다. 그 동력은 EU를 주도해 온 세나라, 즉 독일·프랑스·영국 지도자들의 세대교체와 이에 따른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본다. 유럽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영국 중심의 친미와 프랑스·독일 중심의 반미로 양분됐다. 부시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맞섰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던 이들이 모두 물러났다. 반목의 시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강한 유럽론’을 중심으로 유럽이 다시 뭉치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16일 취임식 직후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드골과 아데나워에서 시작된 프랑스와 독일의 끈끈한 우호관계는 미테랑-콜, 시라크-슈뢰더로 이어졌다. 사르코지-메르켈이 그 뒤를 이은 셈이다.52살 동갑내기인 두 정상은 공통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우호를 강조한다. 아주 실용적인 이유에서의 친미노선이다. 이들은 특히 ‘강한 유럽’의 건설에 공감한다. 두 정상은 첫 회담에서 강한 유럽의 건설을 위해 유럽헌법의 부활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메르켈과 사르코지가 의기투합하면서 지난 2005년 5월 프랑스의 비토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EU헌법 부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블레어 총리의 뒤를 이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사다. 분명 블레어 총리와는 다를 것이다. 유럽의 언론은 메르켈-사르코지-브라운-바로수 EU집행위원장의 라인업을 일컬어 ‘드림팀’이라고 부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EU회원국 국민들 대부분은 EU가 미래에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유럽을 위해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레드 카펫 위로 김기덕 ‘트레블 꿈’ 설렌다

    올해로 60회를 맞은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됐다. 예년에 비해 칸 영화제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 거장 감독의 영화 두편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상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칸의 단골손님 김기덕 감독은 19일 ‘숨’으로, 첫 손님이었던 이창동 감독은 24일 ‘밀양’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일단 이창동 감독의 ‘밀양’ 수상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영화제 후반에 시사 일정이 잡히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경험에서 나온 통념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화제에 앞서 해외 언론에서 ‘밀양’과 주연배우들에 대한 언급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주연배우인 전도연·송강호를 ‘영화제의 미래를 약속하는 핵심 60인’에 선정해 관심을 보였다. 버라이어티는 “한국 영화계가 그동안 숨겨두었던 신비로운 연기력의 소유자가 공개된다.”며 전도연과 송강호의 연기를 칭찬했다.LA위클리는 “뛰어난 감독과 뛰어난 배우들이 만났기에 가능한 연기”라고 전했다. 두 잡지 모두 영화에 대해서도 “최고라고밖에 다른 할 말이 없다.”고 평했다. 물론 주요 경쟁작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환갑을 맞은 칸은 과거 황금종려상과 감독상 트로피를 수상한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대거 불러모았다. 이 때문에 해외 비평가들은 올해가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막식을 장식한 홍콩 왕가위 감독은 영어로 만든 첫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밖에 쿠엔틴 타란티노(데스 프루프), 코엔 형제(노 컨추리 포 올드맨), 구스 반 산트(패러노이드 파크), 에밀 쿠스트리차(프로미스 미 디스) 등이 신작을 선보인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 주연배우 문소리가 신인상을 받은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사랑받는 감독이다. 지난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만약 칸에서 수상한다면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비 할리우드 진출 확정

    연기자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25)가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비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하기로 16일 확정했다. 배역은 실력이 특출난 신예 레이서이자 가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양인 역할이다. 비는 오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한다.6월 말까지 월드투어를 끝낸 뒤 본격적으로 합류해 두달간 베를린에 머물며 촬영한다. 비측 관계자는 “4월 비가 직접 베를린을 방문해 워쇼스키 형제 감독과 대면했다.”며 “이 자리에서 워쇼스키 형제는 비에게 사전 제작된 자료를 보여줬고, 비는 그 독창성과 뛰어난 기술에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스피드 레이서’는 미국에서 방송돼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를 원작으로 한 작품.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오는 6월 촬영에 들어가는 이 영화는 실사로 제작된다.연합뉴스
  • DJ 베를린 자유대 ‘자유상’ 수상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베를린 자유대학이 수여하는 ‘자유상’을 수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라는 제목의 수상 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이 있은 지 3개월 후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이후 남북 관계는 크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자유상’은 베를린 자유대학이 정치, 사회, 학술분야에서 자유의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하기 위해 올해 제정한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을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제1회 수상자로 결정했다.베를린 연합뉴스
  • “남북정상회담 제도화돼야 정권 바뀔때마다 만나는게 바람직”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는 방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독일 외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난 데 이어 노무현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정상회담을 또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는 6자회담과 연계하거나 병행해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으며,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반기 이전’은 8월15일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측은 강조했다. 베를린 연합뉴스
  • [변화 선택한 프랑스] (하) 변화하는 유럽-대미관계

    |파리 이종수특파원|친미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답보 상태인 유럽연합(EU) 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프랑스·영국 모두 친미성향을 띠면서 EU와 미국이 소원했던 과거를 딛고 관계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만큼 사르코지 당선자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영국식 발전 모델을 지향했고 지나치게 ‘미국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통합·개혁 논의 박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사르코지가 유럽개혁의 큰 축이 될 수 있다고 반겼다. 메르켈 총리는 그의 당선 확정 뒤 “EU의 핵심 주축으로서 독일·프랑스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5년 프랑스가 국민투표로 EU헌법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빚어진 EU 회원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르코지의 첫 해외순방지로 EU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베를린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르코지의 대안은 EU헌법 부활 대신에 ‘미니 조약’ 체결이다.EU 대통령 대신 상임 의장·외무장관직 신설, 이민문제 등에서 만장일치가 아닌 일부 회원국끼리 공동정책을 펼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게 골자다. 또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비준만으로 발효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을 비롯해 EU헌법 부활을 반대하는 국가들도 미니 조약에 찬성한다.EU헌법 부활을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도 조항 내용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이에 반대하는 대신 터키-남유럽-북아프리카 모로코로 이어지는 ‘지중해 국가 연합체’를 통한 유대강화를 제안했다. 반면 영국은 터키 가입을 찬성하고 있다. ●‘신 3각체제’ 구축, 대미 관계 강화 사르코지 집권으로 영국·프랑스·독일 유럽의 이른바 ‘3두 마차’가 모두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플랜’에 착수했다.‘포스트 블레어’가 누가 되더라도 영국의 친미기조는 변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국익에 부합하는 실용주의적 정책 이른바 ‘선택적 친미’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당선 직후 “지구온난화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도 이 문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 사례다. 또 국제 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려는 그의 계획은 이란 핵문제 등 중동문제를 놓고서도 미국과 이견을 보일 수 있다. vielee@seoul.co.kr ■ 술은 입에도 안대는 스포츠마니아 사르코지와 부시는 닮은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닮은꼴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프랑스와 미국 정상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으며 이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뒤 수십년 동안 불편했던 두 나라 관계가 크게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성격이 급하며 거친 표현을 쓰고, 자부심이 강한 점이 비슷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사르코지는 내무부장관 재임 당시 소요사태와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해 큰 반발을 사는 등 종종 평지풍파를 일으키곤 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점이나 스포츠 마니아인 점도 같다. 사르코지는 조깅을, 부시는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미 행정부는 반미성향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후보 대신 친미성향의 사르코지가 당선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협력을 강력히 기대한다. 의견차는 있지만, 큰 범위의 이슈를 함께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도 대통령 수락연설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친구간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프랑스는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사르코지 당선자의 수석보좌관 데이비드 마르티농은 양국 정상간 당선 축하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이 매우 정답게 얘기를 나눴다.”면서 “사르코지 당선자가 대미관계 개선의지와 함께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신뢰를 더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IHT는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유럽내 최대 협력자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사임 임박 속에 사르코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로 예정된 베를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처음 회동할 예정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긴 점심·짧은 노동 시간 프랑스 특성 사라질수도” |파리 이종수특파원|긴 점심 시간, 짧은 노동시간, 방대한 양의 식사와 끝없는 수다…. 프랑스 하면 으레 떠오르는 생활 방식이다. 이런 ‘아름다운 프랑스’의 모습이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간) 사르코지 당선자가 국민들의 노동 패턴을 미국이나 영국처럼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려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는 징검다리 휴가를 비롯, 평소에도 휴일이 많다. 또 혁명기념일인 7월14일부터 9월까지 파리 시민들이 거의 도시를 떠날 정도로 휴가가 길다. 그러나 한편으로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 등 공공 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다. 최빈곤층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국가가 운영하는 유아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중산층도 한달에 800유로(약 100만원)만 주면 아이 둘을 유아원에 맡기고 출근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최근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과 여성 노동력 비율을 자랑하게 됐다. 물론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직접세 등 프랑스 국민들의 부담은 영국 국민보다 높다. 그러나 어쨌거나 프랑스가 이런 문명화된 공공 서비스 시스템을 시행한 것은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의 정신에 공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은 사르코지가 이런 프랑스 고유의 미덕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여성 언론인 아네스 푸아리는 “사르코지의 당선을 제일 먼저 축하한 이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라는 사실은 걱정”이라며 “사르코지는 미국·영국을 복사하려고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사르코지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빗대 “목욕 물을 버리려다 아이를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사르코지가 추구하는 영·미 시스템 개혁은 프랑스인의 심미안, 식생활, 나아가 프랑스의 정신 등 모든 프랑스적 상징을 파괴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당장에는 영·미식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프랑스 사회를 빈부 계층으로 양분하면서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vielee@seoul.co.kr
  •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거꾸로 된 그림과 소나무 그림으로 독보적 입지를 이룬 서양화와 한국화의 두 대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다.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전´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69)는 ‘잊을 수 없는 기억: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전을 오는 11일부터 7월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다. 바젤리츠는 힘있는 붓터치와 거대한 화면, 강렬한 원색으로 대변되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이다. 지난해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6위에 선정될 정도로 그림값이 비싼 생존 작가다.1위는 역시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특히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해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거꾸로 된 그림은 회화의 주제를 해석하려는 의도를 좌절시켜, 전통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이번 ‘러시안 페인팅’전은 동독 출신인 바젤리츠가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의 미술과 사진을 원작으로 한 작품 41점을 선보인다. 1998∼2002년 제작된 것들로 두껍게 물감을 쓴 전작들과 달리, 유화이지만 화면은 투명하게 표현돼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젤리츠는 베를린 미술아카데미에서 교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 작가 세오(서수경)와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 노베르트 비스키도 그의 제자다. 그동안 궁금했던 바젤리츠의 작품세계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시간도 11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련된다.(02)2188-6302. ●허건 ‘20주기전´ 6월1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 한국 산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 인기를 끌었던 남농 허건(1908∼1987)의 작고 20주기전이 지난 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허건은 전남 진도에서 소치 허련의 손자로 태어났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손자까지 이어진 호남지방 화맥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예향(藝鄕)으로 일컬어지는 호남지방이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구축한 위상에는 허련·허형·허건으로 3대째 이어진 화맥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과 맞물려 주거문화의 주류로 아파트가 자리잡으면서 한국 미술계는 서양화가 주름잡게 됐다. 아파트에 거는 그림은 서양화란 단견이 한국화의 가격 폭락과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허건은 목포 등 남도의 실재하는 아름다움을 그려낸 ‘신남화’ 이론을 정립하면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했다. 흔히 한국화의 미학으로 불리는 여백없이, 두껍지 않은 색점을 지속적으로 그려넣어 남도의 습윤한 기후와 향토색을 담아냈다. 38살에 아버지 허형을 여읜 뒤 화가로서 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난방이 안되는 전셋집에서 그림만 그리다 왼쪽 다리가 썩어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전쟁 뒤 물자부족으로 작가는 의족도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1956년 부산 개인전이 큰 성황을 이루면서 이후 작가는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특히 말년에 그렸던 소나무 그림은 세월의 풍상을 견뎌 낸 노화가와 노송의 단단한 이미지가 맞물려 대표작이 됐다.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으로 그려낸 소나무는 중국 산수를 본뜨지 않고, 우리 주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한 그의 노력을 대변한다. 전시는 6월10일까지.(02)2022-062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평화·통일상징 베를린장벽 제주에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과 철조망이 제주에 왔다. 제주도는 4일 독일 대사를 지낸 권영민 제주평화연구원 부원장이 ‘평화의 섬 제주에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베를린시에 요청해 이 상징물을 기증받게 됐다고 밝혔다.지난 1일 제주에 도착한 베를린 장벽은 높이 3.4m, 너비 1.2m 크기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2개와 가로 2m×세로 1m 철조망 1개 등 모두 3개다.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은 내년 4월3일 제주 4·3사건 60주년을 맞아 개관하는 ‘4·3평화공원’ 사료관에, 철조망은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 각각 전시된다. 도는 베를린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난 3월 높이 1.2m 크기의 ‘돌하르방’과 돌로 만든 함지 등 민속품 2개를 전달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Hi Seoul 주말 하이라이트]세계 DJ 총출동

    [Hi Seoul 주말 하이라이트]세계 DJ 총출동

    이번 주말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로 후끈 달아오른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4일 오후 7시부터 3일 동안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 ‘서울 월드 DJ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지난해 행사에서 젊은 층과 외국인에게 특히 호응을 얻었던 ‘댄스 마니아 인 서울’의 업그레이드판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매해 열리는 세계 최대의 테크노 음악축제인 ‘러브 퍼레이드’의 창시자 닥터 모트(Dr.Motte)를 비롯해 국내외 최고의 DJ가 총출동한다. 비보이 파크, 인디밴드 라이브 등도 준비했다. 같은 기간 경희궁에서는 대형역사 뮤지컬 ‘화성을 꿈꾸다’가 막을 올린다.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시민작가의 창작품을 판매하는 ‘서울예술체험장터’도 문을 연다. 마지막날(6일)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울역사퍼레이드’가 이어진다. 폐막제는 이날 오후 8시 서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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