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新 못 내도 번개는 번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에게 우승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었다. 지구촌 언론들은 그의 ‘3관왕’보다 ‘세계신 실패’에 눈을 돌렸다. 100m(9초58), 200m(19초19)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던 볼트는 23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3번 주자로 뛰어 37초31의 대회 신기록(종전 1993년 37초40·미국)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00m, 200m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
볼트는 400m 계주에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세운 세계기록(37초10)을 깨지는 못했지만 칼 루이스(1983, 1987년), 마이클 존슨(1995년), 모리스 그린(1999년), 타이슨 가이(2007년·이상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대회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스프린터임을 확인했다.
또 베이징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이뤘던 ‘트레블’(3관왕)을 1년 만에 재현한 그는 굵직한 2개 대회에서 6전 전승, 세계신기록 5개 등 진기록을 쏟아내며 ‘살아 있는 전설’로 우뚝 섰다.
전통적으로 400m 계주에서 강세를 보인 미국이 전날 준결승에서 바통 전달 때 200m 구역 이탈로 실격해 탈락하는 바람에 사실상 볼트의 3관왕은 예약된 것이었다.
볼트와 함께 첫 번째 스티브 멀링스, 두 번째 마이클 프래터, 마지막 주자로 아사파 파월(이상 27)을 앞세운 자메이카는 트리니다드토바고(37초62)와 영국(38초02)을 가볍게 따돌렸다. 자메이카는 400m 계주에서 1991년 이후 18년 만에 남녀 동반 축배를 들었다. 작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38초30)은 4위를 차지해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볼트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발표한 이 대회 200m 구간별 속도에서 후반 100m를 무려 9초27로 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2위권 9초43~44와는 엄청난 격차. 그는 올 5월 영국 맨체스터 도로대회 150m에서 이미 세계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이 부문 종전 기록(14초8)을 0.45초나 앞당긴 14초35로 갈아치운 것. 볼트는 이 대회에서 초반 100m를 9초91, 50m~후반 100m는 무려 8초72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린 바 있다. 100m와 200m 새 세계기록을 호언장담한 볼트는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IAAF 골든리그 ‘벨트클라세 취리히’ 대회에 출전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각오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