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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트’ 홀린 목소리 작은 거인 만난다

    ‘메트’ 홀린 목소리 작은 거인 만난다

    “덩치는 작지만, 거인처럼 노래하는 강한 존재감”(2011년 2월 17일 미국 뉴욕타임스) 오페라 가수의 중요한 덕목은 목소리일 테지만, 체격과 외모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위엄과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역할인데 키가 170㎝ 안팎이라면 ‘그림’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아시아 출신이 미국·유럽 오페라극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바그너(1813~1883)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의 음악축제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매혹시킨 베이스 연광철(46) 서울대 음대 교수가 그렇다. 171㎝의 작은 키이지만, 깊이 있는 해석과 정확한 발성, 카리스마를 앞세워 신과 왕, 악마 등 배역의 폭을 넓혀왔다. 클래식계에서 보기 드문 이력이라 그의 성공은 더 놀랍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충북 청주의 농촌 출신으로 공고(충주공고)와 지방대(청주대)를 졸업했다. 개인 레슨은 언감생신, 독학으로 재능을 키워나간 셈. 학창시절 불가리아의 베이스 보리스 크리스토프의 음반을 듣고 단박에 반했다. 마침 동구권에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시대가 열리면서 불가리아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대체 출전자로 나선 제1회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성공의 기회를 잡았다. 1994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과 계약을 맺었고, 이때 만난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는 뉴욕에서 인연을 이어갔다. 바렌보임의 지원 사격과 더불어 뉴욕을 사로잡은 연광철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2014년까지 계약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연 교수가 2년 만에 국내 팬들과 만난다. 오는 26·28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것. 26일에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 외에 김순애의 ‘사월의 노래’, 윤이상의 ‘달무리’ 등 한국가곡을 부른다. 28일에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 가운데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등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에 집중한다. 유럽과 미국의 일정이 빡빡한 탓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는 좀처럼 그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5만원. (02)751-9607.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北·美대화 준비됐지만 남북이 우선”

    “北·美대화 준비됐지만 남북이 우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는 18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총무 정병진)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면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힌 뒤 “미국은 북한의 말만이 아닌 행동을 보기를 원하며,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약속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안에 대해 그는 “우리는 (북한과) 양자대화도 할 준비가 돼 있으나 일단은 남북관계 개선이 있기를 원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법 준수, 도발행위 금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아직까지 평양 반응에 대한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며 “그럼에도 북한에 비핵화의 길을 열어 두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보다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여파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남북 각각이 고심해야 하며, 중국 역시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자 유엔 안보리 일원으로서 국제사회 규범에 반하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반드시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에 대해 “이제 결승점이 코앞”이라고 강조한 뒤 “한·미 FTA는 균형 잡힌 협정이라고 생각하며, 양국의 소비자·기업·근로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정일 核회의 초청’ 남북 실무접촉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제안’과 관련, 남북 당국이 실무 접촉을 시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어떤 방식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 이후 우리의 의사가 북한 측에 분명히 전달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핵심 관계자도 “우리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으며, 향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사전달은) 실무자들이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구체적인 접촉 장소나 시기,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번 실무 접촉은 지난 주말이나 이번 주초쯤 베이징이나 제3의 장소에서 정보 당국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 핵안보정상회의까지 10개월이나 남아 있는 만큼 남북 간 실무 접촉은 물밑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베를린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핵 포기’라는 전제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김 위원장이 선뜻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결심할 것으로는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김숙 신임 유엔 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 “아직은 기회가 없어졌다고 보지 않으며, 실기(失機)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하는 것이 낫지만 상대방이 있으니 북측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김미경기자 sskim@seoul.co.kr
  • 지구상 최초 에이즈 완치된 ‘기적의 남성’

    지구상 최초 에이즈 완치된 ‘기적의 남성’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치료의 새장이 열렸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독일 남성 티모시 레이 브라운(45)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에이즈에서 완치된 사람으로 기록됐다. 2008년 독일 학술대회에서 ‘최초의 완치 사례’로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했으나 ‘완치’가 아닌 ‘지연’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브라운은 어떤 모습일까. 다소 마르긴 했지만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과 달리 브라운은 건강했다. CBS뉴스에 출연한 브라운은 “한 때 에이즈에 감염됐었지만 지금 내 몸에는 에이즈 바이러스(HIV)는 없다.”고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브라운은 29세였던 1995년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혈병까지 앓게 됐다. 이 때문에 브라운은 한 때 사경을 헤매는 중태에 빠졌고 치료 도중 시력상실, 기억력 감퇴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2007년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다. 이식수술을 받은 지 4년이 흐른 지금 놀랍게도 그에게 세계 최초로 에이즈에서 해방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줄기세포 기증자가 에이즈 저항성을 가진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CCR5 델타 32’로 명명된 이 유전자는 코카서스 인종 중 1%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최초로 HIV를 발견했으며 에이즈 연구 권위자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제이 레비는 “브라운의 사례는 에이즈 치유 연구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브라운은 ‘기적의 사례’일 뿐 모든 환자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주장하는 에이즈 연구자들도 적지 않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줄기세포 이식 수술 자체가 위험한 데다 에이즈 보균자에 딱 맞는 공여자를 찾는 일도 매우 희박하기 때문. 하지만 ‘불치병’으로만 여겨졌던 에이즈가 더이상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질병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는 데에서 브라운의 사례는 이미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 사진=CBS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과학벨트 대전 대덕 선정] 해외 과학벨트는

    16일 대전 대덕특구로 입지가 최종 결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는 일본, 독일 등 과학 선진국들이 20세기 초에 구축한 과학 연구 단지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일본은 1917년 이화학연구소(RIKEN)를 설립했다. 현재 3100여명의 인력이 산하 10개 연구소(해외 5개)에서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만 무려 9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독일은 1948년에 세운 막스플랑크연구협회(MPG)가 유명하다. 설립 이후 무려 19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현재 1만 3600여명이 80개 연구소(해외 4개)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독일 베를린 인근의 아들러스호프 연구 단지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과학기술 연구 단지로 손꼽힌다. 실패 사례도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1998년까지 80억 달러(약 9조원)의 사업 규모로 초대형 입자가속기(SSC) 설립을 추진하다 좌초됐다. 미국 텍사스에 설치하는 것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대가 치명적이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파렴치한 IMF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2)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뉴욕경찰은 이날 JFK국제공항에서 이륙하기 직전의 파리행 여객기 안에서 스트로스칸 총재를 전격 체포, 경찰서에 구금한 채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소피텔 뉴욕’ 호텔에서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 객실 청소원 라이언 세사(32)는 이날 오후 1시쯤 스트로스칸의 방(하루 숙박료 3000달러)이 비었으니 청소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욕실에서 갑자기 스트로스칸이 나체로 나타났다. 그는 놀라서 복도 쪽으로 달아나려는 세사를 침대로 끌고 와 성폭행을 시도했다. 저항하는 그녀를 그는 욕실로 끌고 갔고 몸싸움 끝에 그녀는 방을 탈출했다. 뉴욕경찰의 폴 브라운 대변인은 호텔 직원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스트로스칸이 휴대전화와 소지품을 남기고 호텔을 나선 뒤였으며 그가 서둘러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후 뉴욕·뉴저지 항만관리청 직원들은 경찰의 요청을 받고 공항에서 오후 4시 40분발 프랑스행 에어프랑스 비행기에 탑승한 채 이륙을 기다리고 있던 스트로스칸을 이륙 10분 전 체포해 경찰에 인계했다.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 브라운 대변인은 “그는 성범죄, 강간 미수, 불법 감금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며 15일 뉴욕주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트로스칸 총재의 변호인인 윌리엄 테일러는 “그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AFP에 밝혔다. 프랑스 정부도 “혐의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고 본다.”는 입장을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2007년 11월 취임한 스트로스칸은 2008년 부하 직원인 IMF 아프리카지부 당국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으로 내부 조사를 받고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또 자신이 고가의 주택과 자동차, 미술품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단사로부터 수제 양복을 구입하는 등 사치스럽다고 보도한 프랑스 신문을 상대로 소송하는 등 거듭 구설수에 올랐다. 스트로스칸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IMF 총재 자리는 물론 프랑스 정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전망이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필적할 강력한 사회당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에스워 솅커 프라사드 코넬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이 추잡한 사건의 결말이 어떻든, 설령 총재 자리를 유지한다 해도 그는 이미 유능한 리더로서 끝장난 셈”이라고 했다. 당장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도 취소됐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대통령 “北 부정적 반응 여러가지로 해석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의 부정적 반응도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하며,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에 초청한다고 했는데 그 뒤 소식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소식은 없었다. 소식이 빨리 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어떤 반응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면서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베를린 제안’과 관련한 남북 실무 접촉 가능성에 대해 “실무적 접촉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새롭게 제시한 화두이고 내년 핵안보회의까지 시간도 많이 남은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소통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입증하면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면서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북침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코펜하겐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北조평통 “MB 베를린 발언은 도전적 망발”

    북한이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을 ‘도전적 망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초대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면서 이 대통령의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사과 요구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고 우리와 끝까지 엇서려는 흉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핵화 요구에 대해서는 “그 누구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 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남조선을 세계 최대의 핵전쟁 전초기지, 핵화약고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그 무슨 핵 수뇌자회의 개최요 뭐요 하고 희떱게 돌아치는 것도 가관”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허황한 미련과 망상에 빠져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자와 마주 앉아 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앞으로 남북대화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고 우롱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무자비하고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초대’라는 제안을 했는데,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논법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전 미국 대통령의 조선 방문을 평가절하하고 그의 전언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는 다름 아닌 조선의 영도자가 직접 의향을 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조용히 전달받았으면 묵살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당국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회견장에서 밝힌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울신문 4월 29일자 6면> 조선신보는 “베를린 회견의 내용은 카터 ‘전언’에 대한 직접적 회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남측은 소극성을 부리며 여전히 그 무엇이 풀려야 만날 수 있다는 식의 조건부 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말해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MB “통일재원 부담되지만 길게보면 이익”

    MB “통일재원 부담되지만 길게보면 이익”

    독일 방문 사흘째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베를린 시내 도린트 호텔에서 독일 통일의 주역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독일의 통일 경험을 들으면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 통독 당시 서독 내무장관으로 통일 조약에 서독 측 대표로 서명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의 보좌관으로 통독 프로세스를 설계한 호르스트 텔치크 전 총리 외교보좌관, 통일 당시 서독 육군의 동부지역 사령관으로 동·서독 군 통합을 주도한 외르크 셴봄 전 독일 국방 차관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통독 주역’들은 “당시 독일은 통일에 대해서 가장 큰 부담이었던 구 소련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함으로써 마지막으로 외교적으로 통일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독일이 구 소련(러시아)과 협력했던 것처럼 한국도 중국과 그런 노력을 앞으로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통일은 언제 어떻게 올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특히 통일 재원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독일은 통일이 된 후 몇 개월이 지나서 독일 통일기금을 책정하는 등 재정적으로 통일 이후에야 처음으로 검토하고 대비했다.”면서 “한국은 분단된 상황에서 사전에 경제적 소요를 예측하고 탈북자 문제, 북한 주민의 지원과 교육·복지·의료문제에 대해서 치밀하게 사전 대비를 한다면 독일이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당시 1990년부터 동·서독 경제통합을 위해 향후 4년간 1200억 도이치마르크가 들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1년마다 1500억 도이치마르크가 들었고, 이 때문에 독일국민들은 지난 20년간 꼬박 통일세를 납부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 재원 문제와 관련, “우리 국민들 중에 워낙 남북 간 경제 격차가 크다 보니까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길게 보면 통일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는 10월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인 한독 통일자문위원회에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네 명의 ‘통독주역’들을 모두 초청해 통일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어 전용기편으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폴크스바겐, 바스프, 지멘스, 보슈 등 독일 주요 기업의 경영진 19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자동차, 기계부품, 화학·제약, 금융 등 분야별로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을 독일 기업들이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해 중국, 아세안, 인도 등 동아시아 신흥시장에 진출하면 매우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품소재, 녹색산업 분야에서 독일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EU기업서 5억 1000만달러 투자 유치

    정부가 10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연합(EU)의 신·재생에너지, 부품소재 기업 5곳으로부터 5억 1000만 달러(약 551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베를린 도린트 호텔에서 현지 투자기업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신고식과 양해각서(MOU) 교환식을 가졌다. 최 장관은 지난 8일부터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 신·재생에너지 업체가 3억 53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올 1분기 EU로부터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8.5% 감소한 가운데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도 “올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EU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최 장관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유럽상공회의소(EUCCK)가 마련한 오찬 간담회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기차 분야에서 EU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우리나라가 첨단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했고 투자 환경도 개선돼 EU의 대외 투자 적격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대통령 “北 권력이양해도 김정일 대표성 계속될 것”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만일 북한의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회견에서 “북한은 권력세습이 3대로 이어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원하고 있으며, 그러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와) 대화 용의를 보일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의지가 진정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북한에 그들이 저지른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이 솔직한지를 지켜볼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이들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아랍 국가의 연쇄적인 민주화 혁명을 뜻하는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북한 사회는 많이 차단돼 있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동 혁명이 당분간은 적어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도 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과거 우리는 이런 도발을 묵인해 왔지만,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원전 안전 문제와 관련,“원전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은 안전성에서 최고이며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도린트호텔에서 독일 통일 주역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치렀고 그래서 치유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에 있어서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인 과제이고 그런 통일을 위해서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MB “核정상회의에 김정일 초청”

    MB “核정상회의에 김정일 초청”

    이명박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진정으로 확고하게 핵을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26,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대하겠다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베를린 시내 총리공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북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좋은 기회이며, 국제사회에 나오게 되면 북한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 합의와 관련, “남북 비핵화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나 거기에 대한 모종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6자회담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얘기해 왔던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성격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한다면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북한과 사전조율이 돼 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과는 아직 얘기를 하지 않았고, 미국 백악관 측과는 가볍게 북한 초청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2012년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 기꺼이 초대할 의사가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세계 정상들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열린 베를린 동포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세계로 나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를 살려 북한의 2000만 국민들이 최소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언제든지 진정한 마음으로 나오면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이뤄져야 하고) 결과적으로 민족을 부흥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계산적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원대한 번영을 가져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잠정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교역, 투자 확대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를린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MB, 김정일 초청 배경과 실현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방한→남북정상회담’이 순차적으로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서울로 초청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북한이 비핵화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확고하게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한과 관련, 비핵화를 전제로 ‘조건부 초청’을 한 것은 한반도의 핵 문제가 남북통일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반도에 핵이 있다는 것은 통일을 지연시킬 것이며, 핵무기를 가지고 통일이 됐을 때 이웃나라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8일 베를린 동포간담회)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1차 핵안보 정상회의 때도 이 대통령은 비슷한 조건을 달고 김 위원장 초청의사를 밝혔다. 당시 이 대통령이 내건 조건은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밝히고 2012년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비핵화 조건에 대해 “남북 비핵화회담 등을 통해서 북한이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성격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북한이 염려하는 안전보장 문제, 경제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랜드 바겐의 세부이행계획은 6자회담 등을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북한의 비핵화 목표와 그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약속 등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통치자의 정치적인 적극적 메시지의 의미이고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돼야 한다는 그런 차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 통일을 염두에 두고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진전된 제안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정부 당국도 현재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물밑접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김 위원장 방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도발 사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의 도발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사과가 비핵화 회담은 물론 남북관계 정상화, 본격적인 남북 간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전제는 유지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합의’와 ‘도발에 대한 공식 사과’라는 두 가지 사안을 굳이 분리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문제에 대해 6자회담에서 합의할 정도가 된다면 이미 충분히 천안함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할 수준이 되기 때문에 굳이 선후 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베를린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청와대 개편 어떻게 되나

    청와대가 현 임태희 대통령실장-정진석 정무수석 라인을 계속 가동하면서 비주류가 주도권을 잡은 당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여권(與圈)의 위기를 정면돌파해 나가기로 했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이런 결심을 굳혔다. 이 대통령은 유럽 3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에 앞서 지난 8일 관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10여분 정도 티타임을 갖고 이런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은데, 청와대 개편은 필요한 자리만 하겠다. (개편을) 당장 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자리 잡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개편은 서두르지 않겠으며, 당분간은 현 체제를 흔들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가 친박(친 박근혜)계와 소장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중도성향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은 임 실장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수석도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메신저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유연한 당·청 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지금이 교체타이밍이 아니라고 최종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추가감세 철회를 추진하는 등 당 쪽에서 벌써부터 청와대와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정무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도 임실장의 ‘유임설’을 뒷받침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당이 친박, 소장파가 중심이 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3선 의원 출신으로 소통 폭이 넓은 ‘임태희-정진석 라인’이 더 잘 맞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임 실장과 정 수석 체제가 유지되면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 개편도 꼭 필요한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편 시기도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는 오는 7, 8월쯤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정 수석의 경우, 올 하반기 이후 임 실장과 임기를 같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검토됐던 백용호 정책실장도 이미 유임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재진 민정수석은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오는 7월쯤 당초 유력하게 검토됐던 법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2009년 8월부터 근무한 진영곤 고용복지 수석도 청와대 개편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당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황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당의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대로 한번 만나자.”는 뜻을 전달했으며, 이 대통령이 오는 15일 귀국하면 면담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청와대 수석들에게 비주류인 황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과 관련, “당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 참 잘된 결과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유럽특사를 마치고 돌아온 박 전 대표와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는 15일 이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박 전 대표와의 면담 일정을 곧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MB 유럽서 ‘녹색 외교’ 獨·덴마크·佛 순방 출국

    MB 유럽서 ‘녹색 외교’ 獨·덴마크·佛 순방 출국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을 위해 8일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독일, 덴마크,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한 뒤 오는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9일 첫 방문국인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교역과 투자 확대, 녹색성장·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독일 연방하원의장, 베를린 시장, 독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과 면담하고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동포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독일 방문을 독일의 통일 노하우와 통일 후 사회통합 및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로도 만들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11일 덴마크를 국빈 방문, 마르그레테 2세 여왕과 만찬을 하고 12일에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녹색성장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양국 정상은 ‘한·덴마크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과 ‘한·덴마크 녹색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녹색기술 분야에 대한 양국 관계기관 간 양해각서(MOU)도 교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최초의 국제기구가 될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코펜하겐 지사 개소식에 참석하고, 한·덴마크 녹색산업협의체 포럼에서 환경 보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해 연설한다. 이 대통령은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현직 의장으로서 협력, 양국 교역과 투자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박찬경 감독·영화평론가 이용철 만나다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박찬경 감독·영화평론가 이용철 만나다

    대학(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좋은 화가의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미국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돌아온 뒤 한국 근현대사, 특히 분단과 냉전을 소재로 한 설치미술과 사진은 물론 미술계를 겨냥한 날선 평론까지 보폭을 넓혔다. 일반인에게 이름이 알려진 건 형 박찬욱(48) 감독과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 ‘파란만장’이 올해 독일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금곰상을 수상하면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작가’ 박찬경(46)이 주인공이다. 전주국제영화제(4월 28일~5월 6일) 한국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 감독의 신작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다큐와 극영화를 뒤섞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비행’(2005)이나 ‘신도안’(2008) 등 영화와 설치미술의 경계가 모호한 중단편을 만들던 그가 처음으로 손댄 장편 영화다. 영화는 1988년 경기 안양 그린힐봉제공장 화재-기숙사에 감금된 채 생활하던 여공 22명이 화재로 숨진 사건-를 중심에 놓고 풀어 간다. 더불어 안양천 수재(水災)와 지방선거, 안양사(寺) 발굴과정 등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 지난달 30일 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 카페에서 영화평론가 이용철(왼쪽)과 함께 박 감독의 복잡한 뇌 구조를 들여다봤다. 이용철 안양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위성도시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흥미롭고, 이야기가 많은 도시라는 걸 깨닫게 됐다. 박찬경 어느 도시나 그런 면들은 있다. 이번에 안양예술재단 측의 요청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예산은 8000만원 정도로 장편을 하기에 부족했는데 제작 기간이 3개월로 짧아 외려 가능했다. 시나리오, 콘티, 조사, 촬영, 섭외를 동시에 했다. 더 분열적인 걸 구상했는데 보는 사람도 생각해야 될 것 같아서(참았다)…. 이 영화가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 속에 담긴 것도 참신하다. 굿하는 장면은 영화 제작 과정인 동시에 영화 속의 영화이기도 하다. 박 픽션(허구)을 왜 섞었냐 하면 내가 안양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일종의 투어리스트처럼 와서 찍는 작가이기 때문에 배우들도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 내가 (극 중 다큐 감독으로) 출연한 것도 안내하는 사람이란 걸 보여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뒷모습만 나가려고 했는데, 클로즈업까지 나갔다(웃음). 이 편집이 굉장히 신선하다. 할아버지가 수해로 딸과 손녀가 죽었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기차 소리가 난다거나 여자와 아이가 걷는 장면이 연결된다. 기성 영화인들이라면 못 했을 것 같은데. 박 글쎄…. 전에는 좋은 실험영화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편집·기술, 상상력 등 아방가르드한 것들을 광고에 빼앗긴 것 같다. 예술적인 성취도를 얻었지만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 만한 영화의 폭이 너무 좁다. 홍상수 감독 영화가 동원 관객 수 2만이라면 정말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영화의 폭이 넓어지면, 내 영화도 색다를 수 있지만 더이상 새로운 언어는 아니다. 이 전작 ‘신도안’(계룡산 토착 종교집단의 흥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표현)과 ‘파란만장’에 이어 또 무속을 담았는데. 박 한국의 종교문화처럼 이상한 게 없다. 한국의 개신교는 샤머니즘을 ‘응용’하면서 성장했다. 새벽기도나 울부짖는 기도들을 생각해 보라. 개신교가 무속을 흡수했다기보다 무속이 개신교에 스며든 셈이다. 무속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형태인데 점쟁이로 천시하거나 ‘무릎팍도사’처럼 희화화하거나 여전히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무속의 명예회복 같은 걸 말하고 싶었다. 무속은 굉장히 정교화된 제의(祭儀) 형식을 갖춘 한편 날것의 측면도 갖춘 흥미로운 종교 문화다. 한국 근대를 바라보는 키워드인데 너무 간과됐다. 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는데 언제부터 다른 길에 관심을 가졌나. 박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다(웃음). 좋은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입학하자마자 학교에 너무 실망했다. 수업은 안 듣고 학내 영화서클 ‘얄라셩’(1979년 만들어진 영화연구모임. 김홍준·박광수 감독이 이곳 출신)에 들어갔다. 그런데 데모하느라고 4년 내내 영화를 한 편도 안 만들더라. 이 최근 활동을 영화감독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미술의 한 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박 내 미술작품의 80~90%는 영화나 미디어에 관한 것이었다. 미술을 하더라도 영화 언어를 염두에 뒀고, 영화를 할 때에도 여러 가지 예술의 레퍼런스들을 생각했다. 미술과 영화의 장르 구분이란 건 무의미하다. 이 올해에만 두 번 국제영화제(베를린·전주) 경쟁 부문에 올랐다. 영화계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미술 자체는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미술계는 너무 답답하다-1990년대 평론가 박찬경은 미술계를 ‘미술관료체제’(아트크라시)라고 꼬집었다-관객이 너무 없고 비평 시스템이 취약하다. 반면 영화는 관객이 새롭고 흥미롭고 궁금하다. 특히 영화제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일들은 생기를 준다. 주위에선 영화계에 더 있으면 좌절할 거라지만(웃음)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어쨌든 폐쇄적이지는 않으니까. 이 박찬경에게 박찬욱은 어떤 존재인가. 박 형이 워낙 아는 게 많다.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미술, 사진도 좋아한다. 형은 영화 쪽 정보를, 나는 미술 쪽 얘기를 전해 주곤 한다. 형의 존재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가끔 곤란할 때는 있다. 못 보던 사람이 전화해서 형과 연결시켜 달라고 한다(웃음). 이 호러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박 한국의 공포영화라는 게 대개 일본 호러물에서 온 것들이 많다. 나라마다 특수한 공포영화 화법이 있을 텐데 ‘전설의 고향’의 처녀귀신 이미지조차 일본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만의 무서운 귀신이나 무덤 얘기를 해보고 싶다. 현재 장편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인터뷰 끝자락에 박 감독은 “꼭 써 줬으면 하는 부분은 한국 영화가 너무 마초적인 데 대해 반성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페미니즘 논의가 고조되면서 남자들이 만드는 영화도 신경을 썼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과장하면 최근 10여년 동안 깡패, 반성이 없는 폭력이 한국 영화를 먹여 살렸고 폭력의 미학으로 포장됐다.”면서 “여성적인 모티프나 그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리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대통령, 獨·덴마크·프랑스 8~14일 순방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8~14일 독일과 덴마크, 프랑스를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1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9일 첫 방문국인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교역과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어 11일 덴마크를 국빈 방문해 마그레테 2세 여왕과 만찬을 하고, 12일에는 라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국제 외교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 대통령은 13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현직 의장으로서 협력, 양국 교역·투자 증진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獨 통일 후 무엇이 달라졌나

    독일 통일 후 동독 지역 출신의 기업가들이 서독 출신의 기업가들보다 자본주의에 더 함몰된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가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에 의뢰해 발간한 ‘독일의 통일·통합 정책연구’에 실린 보고서 내용의 일부로, 추후 통일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경제 엘리트(기업가 등)는 동독 시절 콤비나트(기업의 지역적 결합체)에서 일했던 엘리트들이 거의 그대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 정치 엘리트(고위 공무원, 의원 등) 자리를 서독 출신들이 차지했던 것과 달리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동독 출신 경제 엘리트들이 거의 자리를 보전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동독 출신의 경제 엘리트들이 서독 출신들에 비해 ‘경쟁적 자본주의’ 성향이 짙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002년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동독 출신 기업인 61%가 스스로를 “경쟁적 자본주의자”라고 답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서독 출신 기업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성향이 강한 반면, 동독 출신 기업인들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경제 입장을 대변했다.”면서 “뒤늦게 시장경제에 참여하다 보니 더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동독 지역 정치 엘리트들은 동독 시절 하위 엘리트였거나 전문직 종사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통일 이전에 체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반(反)엘리트 계급으로, 통일 이후 비로소 요직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정치 엘리트 간 순환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또 통일 직후 동독 지역의 경제가 붕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출생률이 4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989~1992년에 일자리 400만개가 없어지면서 결혼 감소,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통일 1년 후인 1991년에 출생률이 40%가 감소했고 92년, 93년에도 각각 19%, 8%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총 3권 2300여쪽으로 구성됐으며, 독일 통일 후 20년간 독일 정부가 시행한 정책과 결과를 분석, 평가한 논문과 당시 정부의 문건 등이 담겼다. 통일부 관계자는 “독일 사례가 전체를 통째로 따라야 할 모델도 아니고 북한은 동독과 같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통일 과정에서의 경험들은 한국을 위해 논의할 가치가 있고 연관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봄이면 전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급증한다. 세 부류쯤 된다. 꽃놀이와 식도락을 겸한 상춘객, 프로농구팬(KCC 연고지가 전주다), 그리고 영화 마니아들이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8일부터 새달 6일까지 열린다. 총 38개국 190편이 상영된다. 한술 뜨면 숟가락을 놓기 어려운 전주식 성찬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셈. 놓치면 후회할 영화 8편을 추려봤다. ●‘불면의 밤’에 만날 보석들 올빼미 관객이라면 자정부터 동 틀 때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보는 ‘불면의 밤’ 섹션을 주목할 것. 새달 1, 4일 ‘불면의 밤’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영화잡지들이 꼽은 최고의 영화 10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카를로스’(오른쪽)를 만날 수 있다. 1970~80년대 악명을 떨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본명 일리치 라미레즈 산체스)이 1973년 첫 테러부터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를 5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담았다.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과 미국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멕시코의 호르헤 미셸 그라우 감독의 데뷔작 ‘우린 우리다’도 두고 볼 만하다. 인육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저주받은 가족을 그린 호러 영화. 초저예산으로 찍은 탓에 화면에서는 ‘빈티’가 나지만, 고만고만한 뱀파이어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오늘의 거장과 내일의 거장들 올해 독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남녀주연상을 휩쓴 아스거르 파르허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 별거’(왼쪽)가 개막작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다.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 간다.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거짓말의 윤리적 문제, 종교, 성(性)과 계급 등 이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낸다.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스릴러 ‘이센셜 킬링’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체포된 이슬람교도가 북유럽 눈덮인 산에 버려진 뒤 추위와 굶주림, 고독, 공포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상영시간 내내 별다른 대사 없이 죽도록 고생하는 갈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친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금곰상을 받은 박찬경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출품했다. 20여년 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22명의 여공이 사망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도시개발의 문제, 기억과 망각 등 중첩된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 감독의 ‘선물가게를 지나는 출구’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다. 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로 신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서 작업하는 뱅크시의 첫 장편영화다. 올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만화 혹은 만화원작 소품들 1960~70년대 일본의 청춘들에게 좌표를 제시한 복싱만화 ‘내일의 조’는 극영화 버전으로 상영된다. ‘조’ 역은 아이돌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맡았다. ‘야마삐’(야마시타의 애칭) 팬이라면 원없이 몸매를 감상할 기회이니 놓치지 말 것. 고속촬영으로 재현된 조의 주특기 크로스카운터(일부러 상대에게 주먹을 허용하다가 빈틈을 노려 맞받아치기)도 인상적이다.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실직한 늙은 마술사와 소녀와의 우정을 다뤘고,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잘 쓰여진 詩 같은 모차르트 들려주다

    잘 쓰여진 詩 같은 모차르트 들려주다

    1976년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 피아노를 치는 친오빠와 협연을 펼친 열세살짜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솜씨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소문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귀에 들어갔다. 카라얀의 초대를 받은 소녀는 마에스트로와 베를린필 단원 앞에서 바흐의 ‘샤콘’을 연주했다. 넋을 잃고 듣던 카라얀은 소녀를 베를린필의 정식 협연자로 채용하는 한편, 이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초대해 베를린필과 같은 무대에 세웠다. ‘바이올린 여제’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15세 때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표한 첫 음반(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3·5번)으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10대 소녀에게 카라얀은 “세계 3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이며 경우에 따라서 1인자일지도 모른다.”는 극찬을 했다. 1989년 카라얀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음반과 공연에서 함께했다. 안네 소피 무터(48)의 얘기다. ‘여제’의 위기는 카라얀 사후에 찾아왔다. 정신적 지주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을 터. 그 즈음 스물입곱살 연상인 카라얀의 변호사 데트레프 분더리히와 결혼했다. 세상은 ‘의외의 선택’에 놀랐지만, 두 아이를 낳고 행복했다. 1995년 분더리히가 암으로 숨지면서 또 한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2002년에는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재혼했다. 4년 만에 헤어지고 음악적 동지로 남았다. 범접하기 힘든 연주력은 물론, 금발의 아름다운 외모와 짙은 화장, 어깨끈 없는 과감한 드레스 등 음악 외적인 요인으로도 두터운 팬을 확보한 무터가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선다. 2008년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내한한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핵심 레퍼토리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K454를 선보인다. 무터는 “모차르트 음악은 잘 쓰여진 시와 같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간결하게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등 도 연주한다. 변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선택이다. 깊어진 여제의 품격을 확인할 기회다. 5만~18만원. (02)318-4301.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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