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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국금지’ 김호중, ‘슈퍼클래식’ 콘서트 강행

    ‘출국금지’ 김호중, ‘슈퍼클래식’ 콘서트 강행

    움주운전과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33)씨가 오는 23~24일 예정된 콘서트를 강행한다. 20일 공연계에 따르면 오는 23~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앤 프리마돈나’는 예정대로 열린다. 공연 주최사인 KBS가 주관사인 두미르에 “출연자를 교체하지 않으면 ‘KBS 주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두미르는 이날 KBS에 “출연자 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해당 공연의 주최사는 KBS에서 두미르로 변경됐다. 빈필하모닉과 베를린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 악단의 현역 단원들이 내한하는 해당 공연은 김씨가 메인 게스트로 참여해 유명 소프라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의 티켓 가격은 15~23만원에 달하는 데다 양일간 하며 양일 공연에서 총 2만석이 판매돼, 티켓 매출이 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씨는 앞서 지난 18~19일 창원에서의 콘서트도 강행한 바 있다. 두미르는 “일정이 촉박해 대체 출연자를 구하기도, 구하더라도 합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출연자 교체에 난색을 표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에서 주행하던 택시를 충돌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김씨가 음주운전을 한 정황이 확인되자 김씨는 지난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씨를 비롯해 김씨의 ‘운전자 바꿔치기’와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훼손 등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와 증거 인멸에 나선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소속사 본부장, 김씨의 매니저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 日이 없애려는 베를린 소녀상 철거되나…베를린 시장 “변화 중요”

    日이 없애려는 베를린 소녀상 철거되나…베를린 시장 “변화 중요”

    일본 외무상을 만난 독일 베를린 시장이 “변화가 중요하다”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독 시민단체는 철거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베를린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카이 베그너 시장이 도쿄에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회담하고 “우리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녀상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베그너 시장은 베를린과 도쿄의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일본을 방문했다. 베그너 시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은 찬성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관할 구청, 연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 중이며 독일 주재 일본 대사도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고 베를린시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세계 각지 소녀상이 한국의 일방적 입장을 담고 있다며 철거를 주장해왔다. 2020년 9월 설치된 베를린 소녀상은 설치 직후인 2020년 10월 관할 미테구청이 철거를 명령했으나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으로 보류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은 일본 정부의 입장 및 그간의 대응과 양립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다.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미테구의회는 여러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슈테파니 렘링어 미테구청장은 2022년 11월 문화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설치 허가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베그너 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코리아협의회는 ‘변화’ 언급을 사실상 철거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베를린시가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18일 입장문에서 “베그너 시장이 자신의 발언과 달리 소녀상을 건립한 우리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 대화를 제안하면 기꺼이 응하겠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구청에 있다. 회의가 열리면 미테구와 베를린시에 일본 정부가 가한 압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소녀상이 ‘일방적 표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분쟁 지역의 성폭력에 반대하는 보편적 기념물”이라며 베그너 시장에게 코리아협의회가 운영하는 전시 성폭력 박물관을 방문해 다양한 관점과 교육 활동을 직접 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인 다음 달 19일 시민사회단체들을 평화의 소녀상으로 초청해 밤샘 토론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렘링어 구청장은 2022년 전시 성폭력 피해를 다루는 기념물을 베를린시 차원에서 추가로 공모해 보편적 전시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을 거점으로 한 전시공간 확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 김호중 콘서트 주최한 KBS “김호중 대체자 세워라” 통보

    김호중 콘서트 주최한 KBS “김호중 대체자 세워라” 통보

    오는 23~24일 열리는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콘서트를 주최하는 KBS가 공연 주관사에 “김씨의 대체자를 섭외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KBS는 16일 공식 입장을 내고 “5월 23~24일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 앤 프리마돈나’ 공연과 관련해 주관사인 ㈜두미르에 KBS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성실한 의무 이행을 촉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KBS는 두미르에 “당초 출연 예정 협연자인 김호중을 대체한 출연자를 섭외해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기존 공연대로 진행할 경우 KBS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어 오는 20일 오전 9시까지 ㈜두미르의 공식 답변이 없는 경우 양측의 계약에 의거해 주최 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KSPO돔(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해당 콘서트는 김씨와 유명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라리사 마르티네즈, 오스트리아의 빈 필과 독일의 베를린 필, 미국의 뉴욕 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현역 단원들이 무대에 오른다. KBS는 지난 3월 두미르와 해당 공연에 ‘KBS 주최’라는 명칭 사용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대입 수험생의 기억과 베를린 장벽 [한ZOOM]

    대입 수험생의 기억과 베를린 장벽 [한ZOOM]

    대학교 입학면접 때의 일이다. 면접 진행자가 통에 들어 있는 질문지를 하나 고르라고 했다. 질문지를 하나 뽑아 전달하니, 면접관이 질문지를 펼친 다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언제 통일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20년 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 후반의 고등학생이 당황하지도 않고 대답하니 심드렁한 자세로 앉아 있던 면접관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다시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년 후가 되면 저희 세대가 이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들은 면접관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까지 들은 답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답변이라는 칭찬을 해주었다. 아쉽게도 그 학교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날 분위기와 면접관의 표정은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20년도 훨씬 시간이 지나 ‘저희 세대’가 사회의 리더가 되었음에도 한반도의 허리는 여전히 잘려져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1945년 나치독일의 패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다. 승전국들은 포츠담 회담을 통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독일을 분할통치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독일영토의 서쪽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가 통치하는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들어섰다. 그리고 동쪽에는 소련이 통치하는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들어섰다. 한편, 동독의 영토 안에 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분할통치가 시작되었다. 동독에는 독재정부가 들어섰고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동독사람들이 베를린을 통해 서독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동독정부는 동독사람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1961년 장벽을 쌓았다. 역사에 ‘베를린 장벽’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이 장벽은 냉전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사살명령까지 내려졌음에도 동독사람들의 목숨을 건 이탈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1980년대 후반이 되어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개방)’과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그리고 동구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동독 역시 변화의 바람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당시 동독에서도 여행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수많은 동독사람들이 여행을 가장하여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을 통해 동독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동독정부는 동독사람들의 이탈을 막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1989년 11월 9일 외국으로의 여행을 신청할 때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출국규제 완화정책을 세웠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 정책을 발표하는 생방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정책발표를 맡은 사람은 ‘귄터 샤보프스키(Günter Schabowski·1929~2015)’였다. 휴가에서 돌아온 샤보프스키는 새로운 정책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 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을 포함해 모든 출국이 허용된다”라고 잘못 발표해 버렸다. 이때 한 기자가 “언제부터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당황한 샤보프스키가 실수로 “즉시 시행된다”라고 대답했다.샤보프스키의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텔레비전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동독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는 그의 저서와 방송을 통해 현장의 모습을 설명한 적이 있다. “독일 유학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베를린 동독 난민수용소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밤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 달려가 봤더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었고, 무너진 장벽 사이로 동독사람들이 난민수용소에 수감된 가족, 친구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습니다. 열쇠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을 당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편집) 무너진 베를린 장벽 조각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다. 그리고 건물 마당에는 1989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베를린 장벽 조각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공원에 세워진 ‘평화문화진지’라는 곳이다.원래 이 곳은 군사시설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이동의 요충지였기 때문에 1970년에 대전차방호시설이 들어섰고, 2010년 군사시설을 개조해서 문화창작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건물 앞 마당에 시멘트로 만들어진 세 개의 낡은 장벽이 세워져 있는데 이 낡은 시멘트 장벽이 바로 베를린 장벽 조각이다. 이 조각들은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기증받은 것이라고 한다. 브뤼셀에 있는 베를린 장벽 조각을 볼 때에도, 도봉구에 있는 베를린 장벽을 볼 때에도 늘 서러운 마음이 든다. 비록 종전선언의 희망은 사라져버렸지만 그래서 한반도 통일로 가는 발걸음도 멈춰 섰지만 적어도 같은 한민족끼리 자유롭게 여행이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 죽기 전에 올 수 있었으면 한다.
  • 제작 금지·태형·재산 몰수·징역… 박해 끝에 이란 떠난 ‘영화 거장’

    제작 금지·태형·재산 몰수·징역… 박해 끝에 이란 떠난 ‘영화 거장’

    “길고 복잡한 여정 끝에 며칠 전 유럽에 도착했다. 감옥에 갇힐 것이냐, 이란을 떠날 것이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난 망명을 택했고 비밀리에 이란을 떠났다.”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 하지만 정작 모국에서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지 못한 모함마드 라술로프(52)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성명을 올렸다. 이어 라술로프의 칸국제영화제 홍보 담당이자 프랑스 영화 배급사 ‘필름 부티크’의 장 크리스토프 시몽 최고경영자(CEO)는 “모함마드가 위험한 여행 끝에 안전하게 유럽에 도착한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안도한다”면서 “그가 오는 24일 칸영화제 경쟁 부문작 ‘신성한 무화과 씨앗’의 상영회에 참석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의 탈출을 공식화했다. 라술로프는 지난 8일 이란 법원에서 징역 8년, 태형,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작인 ‘신성한 무화과 씨앗’ 등 영화를 관계당국의 허가 없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로 제작했고, 여배우들에게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촬영하게 했다는 것이다. 2017년 여권을 압수당한 라술로프가 어떻게 이란 출입당국의 감시를 피해 탈출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란에서는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는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망명길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간 이란 정부당국의 탄압을 피해 떠난 반정부체제 인사들처럼 이란과 국경을 약 540㎞ 맞댄 튀르키예 산악지대를 넘어 유럽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 정부에 항거해 온 그는 반체제 선동 혐의로 네 차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처음 이란 검열 조치로 형사처벌을 받은 건 2005년 두 번째 장편영화 ‘철의 섬’을 내놓은 다음이었다. 이 영화는 당시 이슬람 혁명정부의 독재와 혹세무민을 오래전 항구에 정박한 뒤 버려진 유조선 내 선장에 빗댔다가 상영 금지 처분을 당했다. 이란 정부의 검열을 비판한 ‘굿바이’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시선’ 부문 감독상을 받은 또 다른 이란의 거장 감독 자파르 파나히(64)와 함께 2011년 영화 촬영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법원 판결은 징역 6년과 영화 제작 금지 20년이었다. 그는 2020년 ‘악마는 없다’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딸이자 주연배우인 바란 라술로프가 대리 수상했다. 독재 정부의 억압 속에서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허용 가능한지를 묻는 작품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뒤 이란 정부는 그에게 여권 몰수 조치를 내렸다. 2022년 7월 이란에 구금됐다가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이듬해 석방됐다. 이란은 자국을 비판하는 영화인을 검열하고 탄압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파나히 감독도 2015년 ‘택시’로 황금곰상을 받았으나 이란 정부가 출국을 막아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1979년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이란에 정부 지원 영화 제작과 함께 독립영화 부문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슬람 수니파 혁명가들은 영화 산업을 친미 사대주의의 산물이자 권력의 부패를 상징하는 문화 자본으로 치부했고 혁명 중 수백 개의 영화관에 불을 질렀다. 이슬람 신권정치를 이어 온 이란 정부는 2022년 9월 스물두 살 이란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구금했다.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갔던 아미니가 의문사하면서 이란에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전 세계로 확산했다. 지난달 이란 출신 래퍼 투마즈 살레히(33)는 당시 여성권 지지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라술로프는 “이슬람 공화국이 시위대와 시민권 운동가들의 목숨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극악무도한 이란 정부의 잔혹한 시민 인권 탄압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세계 최대 골대로…유로2024 개최 베를린서 다양한 이벤트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세계 최대 골대로…유로2024 개최 베를린서 다양한 이벤트

    UEFA 유로2024를 앞두고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이 세계 최대 골대로 변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35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베를린 관광청은 13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베를린 하이라이트 2024-축구와 자유’다. 유럽 최대 축구 이벤트 중 하나인 유로2024 개최와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 붕괴 3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유럽의 통일과 평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엔 세계 최대 골대가 설치된다. 브란덴부르크 문이 다 담길 정도로 규모가 큰 조형물이다. 이 골대는 설치 미술 작품일 뿐만 아니라 유로2024 경기가 생중계되는 스크린 역할도 한다. 이번 행사를 위해 내한한 부르크하르트 키에커 독일 베를린관광청장은 “전 세계 손님들을 위해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의 녹색 잔디밭을 개방할 것”이라며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에 여러 개의 대형 팬 존(fan zone)을 조성해 유로2024 경기장 입장권이 없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베를린의 밤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올해는 베를린 마라톤 50주년, 베를린 TV타워 55주년 등 다양한 기념일이 몰린 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유의 소리’ 베를린 테크노를 비롯해 각종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다채로운 문화예술 이벤트를 벌인다. 키에커 베를린관광청장은 “독일은 분단국가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며 “올해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35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많은 한국인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럽을 달굴 유로2024는 6월 14일~7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독일 9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베를린에선 결승전을 포함해 6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베를린-하이라이트 축구와 자유’의 공식 오프닝 행사는 새달 12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다.
  • 독한 한국산 ‘고춧가루’… 이재성, UCL 결승팀에 ‘매운맛’

    독한 한국산 ‘고춧가루’… 이재성, UCL 결승팀에 ‘매운맛’

    독일 분데스리가의 이재성(마인츠)이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마인츠는 이날 승리로 기적의 분데스리가 잔류에 청신호를 켰다. 이재성은 12일 마인츠의 메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23~24 분데스리가 33라운드에서 추가골과 쐐기골을 넣으며 팀의 3-0 대승을 주도했다. 도르트문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도 진출한 강팀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1-0으로 앞선 전반 19분 추가골을 넣었다. 이재성은 상대 골키퍼 알렉산더 마이어의 패스를 차단한 뒤 바로 슈팅까지 연결해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흔들었다. 4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레안드로 바레이로가 낮게 깔아 준 크로스를 쇄도하며 왼발로 밀어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재성은 이날 2골을 추가하며 올 시즌 6호 골을 기록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이재성에게 가장 높은 평점 9.2를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도 이재성에게 1골 1도움의 바레이로(9.42) 다음으로 높은 평점 9.05를 매겼다. 이재성은 올 시즌 리그에서 6골(3도움)을 올리면서 요나탄 부르카르트(7골·2도움)와 함께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작성 중이다. 이재성은 리그 최종전에서 1골을 더 넣으면 자신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 득점(7골)과 동률이 된다. 마인츠는 시즌 초반 리그 최하위에 떨어질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성의 맹활약을 앞세워 도르트문트를 완파하는 등 시즌 막판 리그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 행진을 이어 가며 1부 잔류 전망을 밝혔다. 오는 18일 볼프스부르크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극적으로 잔류하게 된다. 마인츠는 승점 32(6승14무13패)로 16위 우니온 베를린(승점 30)에 승점 2를 앞섰다. 골 득실에서도 크게 앞서 최종전에서 비겨도 15위를 지키며 잔류할 수 있다. 18개 구단이 경쟁하는 분데스리가에서는 17~18위 팀은 분데스리가2로 강등되고, 16위는 분데스리가2 3위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강등 여부를 가린다.
  • 이방인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언어’ [시네마랑]

    이방인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언어’ [시네마랑]

    언어에는 각 나라의 문화가 숨 쉰다. 어쩌다 한국에 닿게 된 이방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언어는 어땠을까.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곱씹어보자. 한국을 여행 중인 프랑스 여성 이리스(이자벨 위페르)는 근린공원에서 피리를 불다 만나게 된 젊은 남성 인국(하성국)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이리스는 인국의 조언에 따라 불어 수업을 하게 되고, 한 날 두 명의 수강생을 연이어 만난다. 이리스의 교수법은 독특하다. 그녀는 수강생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진짜’ 감정을 여러 차례 묻고, 이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적어준다. 진솔한 감정이 담긴 불어를 반복해 말하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진짜’ 언어를 느껴보라는 의도다.첫 번째 수강생인 이송(김승윤)은 피아노 연주를 할 때의 감정을 묻는 이리스에 “행복했다”, “멜로디가 아름답다”는 식의 둘러대기 편한 답변을 한다. 이리스가 무엇을 느꼈는지 재차 묻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연주가 만족스러웠냐는 질문에 이송은 결국 “사실 짜증이 났다”고 털어놓는다. 이어진 산책길에선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 서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쏟는다. 두 번째 수강생인 원주(이혜영)도 기타를 연주한 이후 이송과 똑같이 답하며 진심을 표현하는 데 난처해한다. 이어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며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리스는 소통의 한계로 수강생들의 속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중간중간 쏟아지는 투명한 진심을 더듬어 인덱스 카드에 써 내려간다. 서툰 영어로 감정을 묻고 내면을 답하는 모습은 새로운 웃음을 유발한다.이방인의 시선에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마주하는 시도는 인국의 엄마 연희(조윤희)가 찾아오며 끝이 난다. 아들이 낯선 프랑스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희는 한국인의 언어를 쏟아낸다. 연희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며 인국을 다그친다. 인국이 “속세에서 진지하게 사색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윤동주의 시(詩)를 읽고, 생막걸리를 즐기는 이리스는 인국의 말처럼 또 포스터에 적힌 문장처럼 ‘순간 순간을 비언어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인국의 엄마가 찾아오자 스스로 불어 선생님이라고 둘러대며 도망치듯 집을 나오는 모습은 그간 그녀가 강조해온 비언어적 순간에 대한 충실함과는 모순적이다. 진짜 내 안의 나를 탐구하는 실험은 우리에게 ‘여행자가 되어볼 필요’를 깨닫게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내 안의 이 자는 누구인가’
  • 베를린에 6·25 참전기념물… 의료진 파견 70년만

    베를린에 6·25 참전기념물… 의료진 파견 70년만

    독일 베를린에 최초의 6·25전쟁 참전비가 건립됐다. 독일은 1954년 한국에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전병원 시설과 인원을 파견한 의료지원국이지만 유엔 참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참전 기념 시설물이 없었던 나라다. 국가보훈부는 8일(현지시간) 독일적십자사 본부에서 참전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독일적십자는 6·25전쟁 참전 사실을 알리고 당시 파견된 의료인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적십자 내에 시설물 건립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2억 1000만원을 지원했다. 청동으로 건립된 조형물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미술가 강동환씨 작품이다. 마을 수호신인 한국의 장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천하대장군의 모습은 전쟁의 참상에 깜짝 놀란 ‘적십자 관계자’를, 지하여장군은 ‘치유하는 간호사’를 표현했다.
  •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내한한다. 공연기획사 두미르는 오는 25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공연의 협연자로 조슈아 벨이 나선다고 9일 밝혔다.부인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스와 협연 무대를 펼친다. 부부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보이스 오브 더 바이올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조슈아 벨은 40년간의 연주 경력을 통해 2001년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주요 교향악단과 연주하는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연주뿐만 아니라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영국의 명문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를 13년간 이끌고 있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은 세계 4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빈 필, 독일의 베를린 필, 미국의 뉴욕 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 4개 악단의 현역 단원들이 함께 연주하는 공연이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작곡가 겸 지휘자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영화음악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테마음악 등이 바이올린 협연으로 펼쳐진다. 조슈아 벨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회 프로그램인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의 솔로 연주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테마 음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 9년째 불륜… 홍상수·김민희 진짜 근황 담긴 ‘최근 사진’

    9년째 불륜… 홍상수·김민희 진짜 근황 담긴 ‘최근 사진’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근황이 공개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카페 테라스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홍상수 감독이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신작 ‘여행자의 필요’로 은곰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지만 김민희가 동행하지 않아 결별설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9년째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사랑하는 사이”라며 공식 교제 소식을 알려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홍 감독은 아내와 딸이 있는 기혼자였다. 그는 같은 해 12월 이혼 재판에서 패소해 여전히 유부남이다. 홍 감독은 1960년생으로 올해 나이 63세다. 김민희는 1982년생으로 올해 나이 42세다.
  • 뭉크와 입센, 두 거장의 만남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와 입센, 두 거장의 만남 [으른들의 미술사]

    ‘여인의 세 시기’에 ‘스핑크스’라는 부제가 붙은 까닭은 스핑크스 신화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는 테베로 향하는 길에 스핑크스를 만났다. 스핑크스가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문제를 던진 것에서 여인의 세 단계를 설명하는 제목이 되었다. 스핑크스라는 부제처럼 여인의 시기에 따라 순수한 여성, 관능적인 여성, 죽음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여성의 단계가 그려져 있다. 입센의 위로를 받다뭉크는 1895년 블로크비스트에서 ‘삶의 프리즈’(Frieze of Life)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전시회를 본 사람 가운데 어떤 이가 뭉크 가문이 광기가 서려 있기 때문에 뭉크 역시 미쳤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문 앞에서 뭉크가 듣고 있었다. 이 대화를 엿들은 뭉크는 충격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시는 선정적이며 문제가 많은 전시라고 소문이 나 사람이 뜸했다. 입소문을 듣고 헨리크 입센(Henrik Ibsen·1828~1906)이 찾아왔다. 뭉크는 이 노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입센은 그 가운데 유독 한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그 작품이 바로 ‘여인의 세 시기: 스핑크스’였다. 뭉크는 입센에게 “여기 있는 여자들은 각각 꿈꾸는 여자/ 향락적인 여자/ 수녀인 여자”라고 설명했다. 입센은 유난히 오른편 구석에 밀려난 남성의 존재에 관심을 보였다. 남성은 바로 뭉크 자신이었다. 즉 밀리와의 첫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은 뭉크는 관 속에 누운 모습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여성 곁에 보일 듯 말 듯 등장한다. 입센은 선정적인 전시로 곤욕을 치르는 뭉크에게 “적도 많겠지만 팬도 많이 얻게 될 것이오”라는 말로 위로해 주었다. 뭉크는 입센의 방문에 많이 위로를 받은 듯 하다. 입센 역시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아 마지막 희곡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쓰기도 했다. 뭉크는 나중에 이 작품을 설명할 때 흰옷을 입은 여성과 누드의 여성에 대해 입센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레네와 마야로 설명할 정도로 입센에게 많은 감명을 받았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입센과 뭉크는 이렇게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았다. 다시 파리로!입센의 우려대로 전시평은 비난 일색이었으며 전시는 별로 흥행하지 못했다. 고국에서 별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뭉크는 1896년 파리로 거처를 옮겼다. 뭉크는 몇 년 전 스캔들로 베를린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일 년에 겨우 한 두 점 파는 정도에 그쳤다. 파리 생활도 여전히 궁핍했다. 그러나 형편이 좋지 못했던 뭉크는 늘 큰 스튜디오가 딸린 집을 임대했다. 큰 집이 필요했던 이유는 작품 때문이었다. 자식들처럼 아낀 자신의 작품이 팔리거나 식사비 대신 지불할 경우 작품을 산 이에게 다시 돌려달라고 빌기 일쑤였다. 자식 같은 작품이라며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뭉크의 말에 사람들은 가슴 아파하며 돌려주었다. 모두 다 돌려준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작품을 돌려받으면 그냥 다락에 처박아 두었다. 뭉크는 작품을 다락이나 창고 등 아무데나 두었지만 그래도 큰 집이 필요했다. 속 썩이는 세입자그러나 그림은 여전히 안 팔리고 월세 임대료는 자꾸 밀렸다. 어느 날 집주인은 문간에 서서 그간 밀린 집세를 받으려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뭉크는 쉽게 내려가지 못했다. 오늘은 작품들을 살롱에 출품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 끝에 뭉크는 2층에서 작품을 던져 버렸다. 뭉크의 친구들은 뭉크 대신 작품을 주워 마차에 실었다. 길거리로 작품을 던지다 보니 이제 막 완성된 작품 표면에 흙이 묻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했다. 이때 ‘여인의 세 단계’로 추정되는 작품도 가운데 구멍이 생겼다. 당시 프랑스 임대차법에 따르면 해당 임대 가구 외 지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뭉크는 이 법을 이용해 작품을 바깥으로 피신시키고 무사히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뭉크는 마차에 타자마자 아까 던져서 구멍 난 캔버스를 접착제로 메우며 살롱으로 향했다. 이젠 고향으로!1897년 앙데팡당 전시에서 뭉크가 출품한 작품들은 10점이었다. 뭉크는 1892년 베를린에서 일으킨 스캔들 때문에 나름 인지도가 있는 편이라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다. 뭉크는 이 전시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물론 좋은 평도 받았다. 그러나 전시는 곧장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뭉크는 궁핍했다. 여전히 집세는 밀렸다. 뭉크는 파리에서의 삶이 암담하고 앞이 보이지 않자 이제 파리를 떠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뭉크는 떠날 기차비도 없을 정도로 곤궁했다. 알고 지낸 화상의 도움으로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몇몇 작품들을 싼 값에 급히 처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수중에 다만 얼마만이라도 있어 기차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뭉크는 이제 노르웨이로 향했다. 고국에서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이번 전시에는이번 전시에서 ‘여인의 세 시기: 스핑크스’는 개인소장의 작품과 알베르티나 미술관 소장 판화 작품 두 점이 선보인다. 판화본이 유화본과 다른 점은 좌우가 바뀌었다는 사실과 결정적으로 남성의 존재를 지웠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 소장 작품은 뭉크가 판화에 채색해 화려하게 선보인 버전이다. 이 석판화에서 뭉크는 여인의 얼굴과 머리에 채색했으며 길 위의 풀잎에도 색을 입혀 좀 더 생기있는 판화본을 완성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죽음 앞에서 평등한 인간…연대하면 세상이 바뀐다”

    “죽음 앞에서 평등한 인간…연대하면 세상이 바뀐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삼단논법을 설명할 때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소크라테스의 이름 대신 이 세상 그 누구의 이름을 갖다 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우리가 서로 연대할 방법은 없을까. 현대 다큐멘터리 연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밀로 라우(47)가 연출한 작품 ‘에브리우먼’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라우 연출가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 신화나 고전에서 우리의 실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작업을 종종 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과 지나온 삶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동시에 담고 싶었습니다.” 작품은 실제로 죽음을 앞둔 한 여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가 그 영상 속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은 헬가 베다우. 창작진이 독일 베를린의 여러 호스피스를 접촉해서 찾은 그는 당시 이미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그는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진지하고도 철학적인 대화다. “작품을 연출할 때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에 의지합니다. 모든 일에는 증언이 있고 그들의 기억에는 각기 다른 수준의 진실이 있죠. 이 때문에 우리는 한 가지 사건을 여러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장르는 생소하다. 역사적 사건을 무대 위에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극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런 작품으로 세계 공연계에서 상당히 논쟁적인 연출가로도 꼽히게 된 라우는 언론인, 사회활동가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2009년 ‘차우셰스쿠의 마지막 날들’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명성을 얻었다. “한국도 전쟁을 겪었고 그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의 기억이 여전히 현재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필연적입니다. ‘에브리우먼’은 지극히 사적이고 감성적이며 철학적인 면모를 들추는 공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이기도 하지요. 사회는 철학을 동반해야 하며 철학은 사회를 품어야 하니까요.” 라우는 정치적 예술의 한계를 지적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를 환기했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야기를 작품으로 올리지만 그 역시 “문화예술에 정치적인 신념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대신 그는 “모든 불가능한 것들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며 “갈등의 당사자들을 보여 주면서 이런 논의가 일어나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에 작품의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제 연극을 봤다고 죽음을 타파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 아무것도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연극의 원작 ‘예더만’에도 나오는 표현처럼 ‘내가 당신 가까이에 서서 당신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의 말을 건네는 것, 이런 마음의 교류와 연대가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변화시킬 거라고 확신합니다.”
  • 유럽 ‘친팔 시위’ 확산… 美선 대학 졸업식 중단까지

    유럽 ‘친팔 시위’ 확산… 美선 대학 졸업식 중단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미국 대학발 시위가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 아일랜드 등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외신은 전날 베를린 훔볼트대(HU)에서 약 300명,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LMU) 캠퍼스에서 약 100명이 연좌 농성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만세’, ‘학살 중단’뿐 아니라 ‘컬럼비아에서 뮌헨까지’, ‘독일 대학을 점령하라’ 등 미국 대학 시위에 연대한다는 구호도 등장했다. 베를린 경찰이 훔볼트대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38명을 체포했다. 아일랜드에선 더블린대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 수십 명이 전날부터 캠퍼스 중앙광장에 텐트를 친 뒤 도서관 출입을 봉쇄하며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 로잔대에서도 학생 100여명이 교내 건물을 점거하고 이스라엘 연구자 보이콧,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5월 졸업식 시즌이 본격 시작된 미국은 약 1주일에 걸쳐 스타디움 등에서 진행하는 졸업식을 아예 중단하거나 삼엄한 보안 검색 아래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시간대 졸업식에는 친팔레스타인 졸업생 수십명이 학사모에 카피예(팔레스타인 상징 스카프)를 두르고 행진해 한동안 식이 중단됐다. 인디애나대(3~9일), 오하이오 주립대(5일) 등은 모든 졸업식 방문객의 금속탐지기 통과, 가방 검색을 의무화했다. 무슬림 졸업생 대표의 연설을 취소해 반발이 나왔던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졸업식 자체를 취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미 대학생 시위 인원은 2200명을 넘어섰다. 미 대학생 시위 일부에 외부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국 조직인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전국 학생회’(NSJP) 등 활동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계획해 컬럼비아대 시위를 끌어냈다고 보도했다. NSJP는 미 전역에 300개 이상 지부를 가진 좌파 조직으로 꼽힌다.
  • “별장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해도 20년째 빈집…무슨 사연?

    “별장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해도 20년째 빈집…무슨 사연?

    나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별장을 두고 독일 베를린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짜로 주겠다는데도 아무도 가져가려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타게스슈피겔과 ZDF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슈테판 에베르스 베를린 주정부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괴벨스 별장 문제와 관련해 “베를린이 주는 선물로서 인수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17㏊(17만㎡)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들어선 이 별장은 20년 넘게 방치돼 폐가로 변해가고 있다. 베를린 당국은 쓰임새 없이 유지비로만 해마다 수억원이 들자 한 푼도 받지 않고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다른 주정부 등이 원하면 1유로(약 1460원)에 별장을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상황이 진척되지 않자 파격 조치를 내놨다. 해당 별장은 1939년 베를린 북쪽 호숫가 숲속에 지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군이 잠시 병원으로 쓰다가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이후 동독 당국이 청소년 교육 장소로 사용했다. 1999년 이후에는 방치돼 잡초가 자라고 있다.별장 건물과 부지는 베를린 소유지만 실제 위치는 시 경계에서 10㎞ 넘게 떨어진 브란덴부르크주 반들리츠다. 베를린 주정부는 연 25만유로(약 3억 7000만원)의 유지비용을 아끼기 위해 브란덴부르크주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3억 5000만유로(약 5100억원)로 추산되는 리모델링 비용 탓에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베를린 당국이 건물을 철거하려고 하자 브란덴부르크 당국이 반대하고 나섰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건물을 함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브란덴부르크주 문화재 보호 책임자인 토마스 드라헨베르크는 기자회견을 통해 “두 독재정권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활용할지 장기간 철저히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 역시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에베르스 장관은 수리와 재활용에 드는 비용을 브란덴부르크주가 부담하지 않으면 철거를 강행하겠다고 압박했다. 별장 부지는 인근 마을과 3㎞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워 활용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치의 잔재물인 만큼 일각에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극우세력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별장 처리 방안이 문제가 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한 가짜뉴스에도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별장을 812만 유로(약 119억원)에 매입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위조된 계약서와 함께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했다.
  • 스크린 10개 중 8개 차지… 500만 돌파 ‘범죄도시4’의 씁쓸한 뒷맛

    스크린 10개 중 8개 차지… 500만 돌파 ‘범죄도시4’의 씁쓸한 뒷맛

    영화제 수상작 ‘여행자…’는 0.4% 천만 돌파 ‘파묘’ 점유율도 50%대영화계 “다른 영화 상영 적절 분산선택권 보장해야 전체 관람객 늘어”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55)씨는 지난달 24일 점심시간 무렵 영화 ‘챌린저스’ 상영시간표를 검색했다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개봉했는데도 밤늦게 한 편만 상영한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밤까지 기다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날 개봉한 ‘범죄도시 4’를 봤는데, 관람객의 권리를 빼앗긴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마동석 주연 영화 ‘범죄도시 4’의 흥행 속도가 가파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7일째인 지난달 30일에 무려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프닝 스코어로 올해 최고이자,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단기간 500만 관객 돌파다. 배급사 측은 “올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의 10일째 500만 관객 돌파를 뛰어넘은 기록”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승승장구를 두고 ‘스크린 독과점’ 폐혜 사례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1일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관 상영점유율이 지난 6일간 81% 이상이었다. 쉽게 말해 이 기간 상영한 10편 가운데 8편 이상이 ‘범죄도시 4’였다는 뜻이다. 같은 날 개봉한 ‘챌린저스’는 이 기간 상영점유율이 4%에 불과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 ‘여행자의 필요’가 0.4%였다. 수작으로 평가받는 신인 정지혜 감독의 독립영화 ‘정순’은 0.1%밖에 되지 않았다.앞서 1000만 관객을 넘긴 ‘파묘’와 비교할 때 문제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배급사 측이 ‘파묘’의 기록을 능가했다고 자랑했지만 ‘파묘’는 개봉 첫날인 2월 22일 점유율이 46.2%였다.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3일 차 51.8%로 절반을 넘겼지만, 이후 상영점유율은 40~50%대였다. 지난해 1000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도 최대 상영점유율이 61.1%에 그쳤다. 영화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범죄도시 2’(2022)가 1000만을 넘기면서 3편부터 영화 개봉일이 잡히면 주목할 만한 영화들이 이 기간 개봉을 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비수기인 4월 개봉 등을 고려할 때 영화관으로선 이익을 최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계에서는 다른 영화를 위한 ‘적정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상영점유율로 따져 보면 ‘범죄도시 4’는 사실상 영화계에 나쁜 영향을 준 셈”이라며 “‘파묘’나 ‘서울의 봄’처럼 다른 영화의 상영을 적절히 분산해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이 다른 영화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관람객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뭉크에게 고통만 안긴 첫사랑 뱀파이어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에게 고통만 안긴 첫사랑 뱀파이어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의 ‘뱀파이어’는 사랑과 고통을 담은 작품으로서 원래 제목 역시 ‘사랑과 고통’이었다. 뭉크의 첫사랑 밀리는 뭉크에게 사랑의 환희보다 고통만 안겼다. 그러나 이 작품의 모델은 첫사랑 밀리가 아니라 다그니거나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또 다른 모델이었다. 첫 사랑을 끝낸 뭉크는 밀리와의 사랑이 점점 더 자신을 아프게 했다고 기억했다. 첫사랑에 대한 뭉크의 기억은 아프게 한 것에서 더 나아가 남자의 피를 빨아 생명을 연장한 흡혈귀처럼 자신을 파괴했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탄생한 작품어느 날 핀란드 작가 아돌프 파울라는 친구가 베를린에 있는 뭉크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아돌프는 뭉크가 작업 중인 것을 보았다. 뭉크는 아돌프에게 길고 붉은 머리카락의 모델이 앉아 있는 곳에서 무릎을 꿇어보라고 지시했다. 아돌프가 시키는 대로 모델의 무릎에 기대자 뭉크는 다시 모델에게 머리를 숙여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아돌프 목 뒤로 여성의 빨간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아돌프는 후에 이날의 기분을 자세히 기록했다. 아돌프는 갑작스럽게 목 뒤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은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했다고 한다. 뭉크는 머리카락이 쏟아지는 바로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다. ‘뱀파이어’는 그렇게 우연히 탄생했다. 살인 도구 머리카락전통적으로 풍성한 머리카락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하는 신체 부위다. 중세 로망스 문학에서 여성의 긴 머리카락은 남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현대 영화 속에서도 여성의 머리카락은 극의 전개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카락이나 머리를 질끈 뒤로 묶을 때 드러나는 목선은 남자 주인공이 사랑을 깨닫는 클리셰 장면이다. 중세에서 마법에 걸린 미녀가 기사를 유혹한다는 줄거리는 대체로 기사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등장한다. 따라서 마녀는 긴 머리카락으로 기사를 끈질기게 유혹한다. 기사는 마녀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기사는 긴 머리의 여성에 홀려 마법에 걸린다. 마법에 걸린 기사가 여성에게 다가가자 어느덧 마녀의 머리카락은 기사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살인 도구가 된다. 팜므 파탈의 등장중세 기사들이 긴 머리를 한 여성에 막연히 느꼈던 두려움은 19세기 말 팜므 파탈 감성을 탄생시켰다. ‘치명적 매력으로 남성을 파멸시키는 여인’이라는 뜻의 팜므 파탈은 19세기 말 남성들의 두려움이 탄생시킨 신조어다. 중세 마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가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팜므 파탈은 실체가 있었다. 19세기 남성들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는 여성이, 그리고 당당하게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집단 두려움은 팜므 파탈이라는 실체를 만들고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문학과 미술에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뭉크의 ‘뱀파이어’의 두려운 감성은 머리카락뿐 아니라 남녀 뒤로 솟아오른 검은 그림자에서도 나온다. 중세 마녀의 머리카락은 기사를 파멸시킬 것이다. 아돌프의 목 뒤로 내려 앉은 머리카락은 아돌프의 섬뜩한 느낌처럼 아돌프를 파괴시킬 것이다. 밀리의 머리카락은 뭉크의 목을 휘감다가 메두사의 뱀 머리처럼 뭉크의 목을 질식시킬 것이다. 뭉크의 ‘뱀파이어’는 뭉크 자신의 두려움일 뿐 아니라 19세기 말 남성들이 느끼는 집단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할아버지라 불렀다가 혼쭐나는 이유 있었네![과학계는 지금]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할아버지라 불렀다가 혼쭐나는 이유 있었네![과학계는 지금]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그라이프스발트 의대, 독일경제연구소(DIW 베를린),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대, 미국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현재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수십 년 전 같은 또래의 사람들보다 노년기가 더 늦게 시작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노인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심리학과 노화’ 4월 2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911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독일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인 ‘독일 고령화 설문조사’에 참여한 1만 405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40~100세였던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5년 동안 8차례의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의 주요 내용은 “몇 살부터 노인이라 생각하는가”였다. 그 결과 1911년 태어난 참여자들이 65세였을 때는 노년의 시작을 71세라고 답했지만 1956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65세였을 때는 74세부터가 노년이라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64세에는 74.7세, 74세에는 76.8세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답변했다. 또 외로움이 많고 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건강한 사람들보다 노년기가 빨리 시작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내 희망대로 프로그램 정할 수 있어 낙원 같아”

    “내 희망대로 프로그램 정할 수 있어 낙원 같아”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1년간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은 “정말 신나고 영광”이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원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4일 베를린필은 홈페이지에서 조성진이 상주 음악가로 1년간 베를린필과의 두 차례 협연을 포함해 단원들과의 실내악, 라벨의 피아노 전곡 독주회 등 5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했다. 올해 10월에는 베를린필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피아노, 트럼펫,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12월에는 베를린필 단원들과 브람스, 리게티, 버르토크 실내악곡을 들려주고 내년 1월에는 카라얀 아카데미와 공연한다. 3월에는 베를린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며 4월에는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한다. 이날 베를린필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조성진은 라벨의 피아노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내년이 라벨 탄생 150주년이어서 이를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어 수업이 들춰낸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영화 프리뷰]

    외국어 수업이 들춰낸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영화 프리뷰]

    프랑스 여성이 한국 여성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느냐’고 영어로 묻자 한국 여성은 “행복하다. 멜로디가 아름답다”고 답한다. 프랑스 여성이 “내면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정이 무엇이냐”고 묻자 당황한 한국 여성은 “글쎄요. 제가 뭘 느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결국 “실력이 부족해 화가 났다”고 말하자 프랑스 여성은 메모지를 꺼내더니 프랑스어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이 자는 누구인가’라고 적어 메모지를 건넨다. 24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 신작 ‘여행자의 필요’는 프랑스 여성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의 한국 여행기다. 그는 젊은 한국 남성 인국(하성국 분)과 알게 된 뒤 그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인국이 그에게 프랑스어 수업을 해 보라 권했고, 이리스는 월세를 마련하려고 프랑스어 과외를 시작한다. 이리스의 수업은 한국 사람들의 외국어에 대한 부끄러움, 나아가 속물근성까지 들춰낸다. 두 번째 수강생인 원주(이혜영 분)의 사례가 그렇다. 이리스가 “교과서 없이 수업한다”고 말하자 돈을 따지며 미덥잖아 한다. 그러나 기타를 친 뒤 이리스가 “내면에서 느낀 깊은 감정이 무엇인지” 묻자 당황스러워하더니 “글쎄요. 제가 뭘 느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피아노가 기타로 바뀌었을 뿐 앞선 상황과 판박이다. 프랑스어 수업이 매개인 점을 고려할 때 외국어는 ‘자신이 아닌 다른 자’가 나오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반면 인국의 집을 갑자기 찾아온 인국의 엄마가 쏘아붙이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인국에게 다른 음식이 아닌 김치찌개를 끓여 주는 모습도 의미심장하다. 인물 서사를 배제한 채 상황만 보여 주는 홍 감독 특유의 연출 때문에 여러 해석을 해 볼 수 있겠다. 일부 장면에선 이리스가 실제 인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엄마가 집에서 나간 뒤 인국이 이리스를 찾아 나선 후반부 장면은 마치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의 대사에서 의미를 찾고, 사건이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홍 감독 최근 영화 중 가장 유머러스하다. 막걸리를 한국인처럼 들이켜는 이리스의 모습부터 비슷한 답변을 하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 인국의 엄마가 인국을 쏘아붙이는 장면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터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홍 감독의 작품에 세 번째 출연했다.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 온 배우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김승윤 등의 연기도 찰떡같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작이다. 90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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