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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든 특종’ 英 가디언 기자 동성 연인 구금 ‘후폭풍’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활동을 폭로한 영국 가디언 기자 글렌 그린월드의 브라질인 동성 연인 데이비드 미란다가 영국 공항에서 경찰에 구금되기 전 영국 당국으로부터 미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도 “우리는 미란다에 대한 심문을 직접 요청하지 않았으며 이번 법 집행 조치는 영국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그러나 영국으로부터 미란다의 구금을 통보받은 시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반응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양국 간 공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장이 영국 정부의 압력으로 사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파기한 사실을 폭로했다. 미란다가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런던을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오던 길에 영국의 ‘반테러법 2000’ 부칙 7조에 따라 9시간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다.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19일 ‘데이비드 미란다, 부칙 7조, 그리고 모든 기자가 직면하게 될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가디언 런던 본사 지하실에서 정보통신본부(GCHQ) 소속 보안 전문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했다”면서 “가디언의 오랜 역사를 통틀어 가장 기괴한 장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약 두 달 전부터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에게서 입수한 자료 일체를 반환하거나 파기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스노든 특종’ 英 기자의 동성연인 공항서 9시간 구금됐다 풀려나

    ‘스노든 특종’ 英 기자의 동성연인 공항서 9시간 구금됐다 풀려나

    미국 정보기관의 감시 활동을 폭로한 영국 일간 가디언지 기자의 동성 연인이 영국 공항에서 테러 용의자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부터 미국 정보기관의 감시 활동 자료를 입수해 폭로한 기자 글렌 그린월드(오른쪽)의 연인 데이비드 미란다(왼쪽)는 이날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반테러법2000’ 혐의로 9시간가량 경찰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반테러법2000에 따르면 경찰은 공항과 항만에서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혐의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검문을 요청하고 최장 9시간까지 구금할 수 있다. 미란다는 미국 경찰에 도청, 체포 등을 당할 위협을 피해 브라질에 머물고 있는 그린월드와 동거 중이다. 경찰은 그린월드와 함께 스노든의 폭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의 거처인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고 런던을 거쳐 브라질로 향하던 미란다를 붙잡았다. 이들이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관련해 보도할 추가 내용 등을 심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월드는 가디언 웹사이트를 통해 “언론인의 가족과 연인을 구금하는 것은 그야말로 횡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으… 피가 말랐어요.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져들었죠.”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오보이스트 함경(20). 그는 지난 5월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에 입성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래 1, 2차 실기로만 한 명을 뽑는 거였어요. 1차에서 40명이었다가 2차에서 4명까지 걸러져서 당연히 그게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한참 회의하다 나오더니 3차도 하겠다는 거예요. 경합곡도 전혀 준비가 안 된 곡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죠.” 예정에도 없던 3차에 올라간 후보자는 그와 중국인 연주자 2명. 경쟁자에게 악보까지 빌린 끝에 함경은 국내 관악기 연주자로는 2008년 플루티스트 김세현 이후 두 번째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는 1972년 당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만든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 2년간 베를린필의 각 파트 수석 연주자들에게 교육을 받고 객원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현재 베를린필 단원 가운데 6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좋은 오케스트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기회라 당연히 시험을 봐야겠다 싶었죠. 베를린필에 들어가는 게 꿈이냐고요? 당연하죠. 보통 베를린필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나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지난 5월 말 이미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아래 베를린필에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오는 11월 베를린필 내한 공연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기에 눌리는 느낌이랄까요. 첫 리허설을 하는데 음반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들이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적응을 못한대요. 귀가 너무 고급이 돼 버려서요(웃음).” 함경은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에 독일로 유학, 15세의 나이로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현재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인 그는 2009~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4월 제1회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오보에 콩쿠르에서는 1위뿐 아니라, 스위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가 선정한 작품 최고 해석상, 청중상 등 3개 상을 휩쓸었다. 콩쿠르 제패의 비결을 묻자 난처한 표정이 떠올랐다. “콩쿠르를 생각하면 저도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고 떠올리기도 싫어요. 하지만 참가할 때만큼은 그 도시로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떠나요. 내 위치를 평가받고 다른 참가자들의 기량을 배울 기회라 여기면 심사위원들이 악평을 하든 호평을 하든 큰 부담이 없어요.” 11살 때부터 그가 쥐어 온 오보에는 극도로 까다로운 악기다. 매번 악기를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부분인 리드를 깎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오보이스트가 뇌수술하는 의사 다음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대요.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이스트가 가장 스트레스가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리드 10개를 깎아도 쓸 수 있는 건 하나 정도거든요. 참 예민하고 솔직한 악기죠.” 이 솔직한 악기로 함경은 관객을 매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중국 피아니스트 자란과 한 무대에 선다. 3만원. (02)6303-197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러시아 육상선수권] 3관왕 내달린 ‘발’

    [러시아 육상선수권] 3관왕 내달린 ‘발’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최초로 두 차례 단거리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네스타 카터, 케마르 게일리 콜, 니켈 아쉬메드, 볼트로 구성된 자메이카 대표팀은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37초36의 기록으로 미국(37초66)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00m와 200m에 이어 400m까지 석권한 볼트는 2009년 베를린 대회 이후 4년 만에 다시 3관왕을 달성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볼트는 저스틴 게이틀린(미국)과 거의 비슷하게 바통을 넘겨받았으나 폭발적인 가속도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1년 대구 대회 2관왕(200m, 400m 계주)까지 합쳐 통산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어 ‘전설’ 칼 루이스(미국)와 함께 역대 최다관왕으로 우뚝 섰다. 2008년 베이징과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단거리 3관왕에 오른 볼트는 현역 최고의 스프린터로서의 위용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볼트는 올 시즌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첫 대회였던 지난 5월 케이먼 인비테이셔널 대회 남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10초09에 그쳐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6월 IAAF 다이아몬드리그 5차대회 남자 100m에서는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에게 0.01초 뒤진 9초95로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달 런던올림픽 1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즌 최고인 9초85로 우승을 차지하며 귀환을 알렸다.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100m와 200m 우승을 차지한 뒤 “다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자 타이슨 게이(31·미국)와 아사파 포웰(31·자메이카)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그의 독주를 가로막을 자는 없었다. 볼트는 특히 200m에서 세계선수권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하고, 100m와 200m를 두 차례나 동시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되는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앞서 열린 여자 400m 계주 결승에서도 자메이카가 41초29의 기록으로 프랑스(42초73)를 여유 있게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100m와 200m를 석권한 ‘땅콩 탄환’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27)는 볼트와 마찬가지로 단거리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오경수(26·파주시청)-조규원(22·안양시청)-유민우(22·한국체대)-김국영(22·안양시청)이 이어 달린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은 1회전에서 39초00의 한국기록을 작성했다. 한국은 조 6위에 올라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2011년 5월 작성한 종전 기록(39초04)을 100분의4초 앞당기는 성과를 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홍상수, 로카르노영화제 첫 감독상

    홍상수, 로카르노영화제 첫 감독상

    홍상수 감독이 영화 ‘우리 선희’(9월 12일 개봉예정)로 제66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감독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18일 제작사 전원사와 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홍상수 감독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티치노주 로카르노에서 폐막한 제66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홍 감독이 받은 감독상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2등 상에 해당한다. 1등 상인 최우수작품상은 스페인 출신 알베르트 세라 감독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돌아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가 젊은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이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으며,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1946년 시작된 로카르노국제영화제는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 등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 선희’는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 분)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학교에 들러 최 교수(김상중)와 과거의 남자들인 문수(이선균), 재학(정재영)을 차례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번개맨’ 우사인 볼트 세계육상선수권 200m 남자 첫 3연패

    ‘번개맨’ 우사인 볼트 세계육상선수권 200m 남자 첫 3연패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남자 200m 3연패를 이뤘다. 우사인 볼트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일째 남자 200m 결승전에서 19초66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워런 위어(자메이카)가 19초79의 기록으로 준우승했고 커티스 미첼(미국·20초04)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우사인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와 2011년 대구 대회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남자 200m 3연패를 이룬 선수가 됐다. 우사인 볼트 이전까지 남자 200m에서는 캘빈 스미스(미국)가 1983년 헬싱키 대회와 1987년 로마 대회에서 2연패한 것이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었다. 남자 200m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것도 우사인 볼트가 처음이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100m·200m·400m 계주 정상에 오른 볼트는 또 세계선수권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100m와 200m를 두 차례나 동시 석권한 선수가 됐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는 역대 최다관왕인 미국의 ‘육상 전설’ 칼 루이스(금메달 8개)에게 1개 차이로 다가섰다. 이날 볼트의 기록은 자신이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수립한 세계기록(19초19)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시즌 최고기록(19초73)을 앞당겼지만 역대 기록을 보면 19위에 해당한다. 볼트는 대회를 앞두고 18초대 기록을 작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앞서 100m 결승을 앞두고 다리에 통증을 느낀 탓에 기록에 도전하기보다는 정상을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레이스를 벌였다. 준결승에서 20초12로 결승에 오른 볼트는 4번 레인에 자리를 잡았다. 위어가 8번 레인에, 미첼이 3번 레인에서 볼트의 독주를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여유 있게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선 볼트는 늘 그렇듯 곡선 주로를 빠져나갈 때 이미 가장 앞장서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자신이 선두라는 것을 확인한 볼트는 결승선을 앞두고는 주위를 돌아보며 오히려 속도를 줄이는 여유를 보이고 레이스를 마쳤다. 우사인 볼트는 우승을 확정한 뒤 팬들의 우레같은 박수갈채 속에 자메이카 국기를 두르고 두 팔을 뻗어 보이는 ‘번개 세리머니’로 답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노든 “美 언론, 9·11이후 정부 감시 소홀해졌다”

    스노든 “美 언론, 9·11이후 정부 감시 소홀해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 활동을 폭로한 뒤 러시아로 임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30)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뉴욕타임스(NYT)와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2001년 발발한 9·11테러 이후 애국주의가 확산되면서 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이 정부를 견제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에 소홀해졌다”며 “이는 기밀 문서를 가디언에 폭로한 이유”라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스노든은 지난 6월 미국 하와이에서 홍콩으로 건너가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러스(49)와 영국 일간 가디언지 미국판 기자 글렌 그린월드(46)와 함께 미 정보기관의 개인 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한 지 두 달 만에 뉴욕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스노든은 인터뷰에서 “유력 언론들이 (미국)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대중에 반애국적으로 보여지는 걸 원치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 시장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언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그 대가(권력에 대항하지 않은)는 대중이 치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이트러스와 그린월드를 택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두려움 없이 논쟁적인 현안을 보도하는 몇 안 되는 언론인들”이라며 “포이트러스는 2012년 윌리엄 비니 전 국가안보국(NSA) 암호해독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프로그램’을 제작해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도 이후 현재 미 당국의 감청과 체포 위험 때문에 각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독일 베를린에 머무르고 있다. 스노든은 포이트러스와 접촉하기 전 그린월드에게 먼저 ‘암호화된 이메일’을 보냈으나 거부당했던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정보기관이 인터넷에서 송수신되는 모든 메시지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유력 일간지 기자가 있어 놀라웠다”고 고백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여자 번개’도 자메이카에 있었네

    ‘땅콩 탄환’ 셸리앤 프레이저 프라이스(27·자메이카)가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우사인 볼트와 함께 조국에 남녀 100m 싹쓸이의 기쁨을 안겼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13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여자 100m 결선에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10초71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뮤리엘 아후레(코트디부아르·10초93)와 카멜리타 지터(미국·10초94)를 여유 있게 제쳤다. 볼트와 마찬가지로 그도 엄청난 가속도를 과시했다. 출발 반응 시간 0.174초로 스타트가 늦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로 50m 이후부터 단독 선두로 나서 1위로 골인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그는 매리언 존스(미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여자 100m 2관왕에 올랐다. 신장 160㎝에 불과한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탄탄한 하체와 순발력, 유연성을 바탕으로 작은 키를 극복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2010년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금지약물 옥시코돈이 체내에서 검출돼 6개월간 출전 정지를 받은 뒤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10초75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제패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경기 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의 레이스를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100m 9초77… ‘번개’ 4년 만에 번쩍

    100m 9초77… ‘번개’ 4년 만에 번쩍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를 가로막는 자는 없었다. 볼트는 2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틀째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저스틴 게이틀린(미국·9초85)과 네스타 카터(자메이카·9초95)를 여유 있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9초58의 세계 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는 2011년 대구 대회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으나 4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스타트가 유일한 약점인 볼트는 이날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출발 반응 시간 0.163초 만에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서 함께 레이스를 펼친 8명 중 두 번째로 늦었다. 그러나 특유의 폭발력으로 60m부터 게이틀린과 함께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고, 80m부터는 게이틀린마저 따돌리고 결승선을 넘었다. 이날 모스크바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비가 내렸고 짙은 구름 사이로 번개까지 쳤다. 그러나 볼트는 장내 아나운서가 자신을 소개할 때 우산을 펼치는 동작을 취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트랙 곳곳에 물이 고일 정도로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스 중반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가속도를 냈다.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에는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볼트는 200m와 400m 계주까지 석권해 베를린 대회 이후 또다시 3관왕에 등극할 계획이다. 이날 100m에서 세계선수권 통산 여섯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가 3관왕에 오르면 역대 최다 기록 보유자인 ‘전설’ 칼 루이스(미국·8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400m 계주 결승은 오는 17일 오전 2시 30분, 200m 결승은 18일 오전 1시 5분에 열린다. 볼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준결승전을 마친 뒤 다리가 약간 아팠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지만 조금 어려웠다”면서도 “첫 50m를 지나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⑥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꿈꾼다 - 독일의 327개 산학연 클러스터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⑥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꿈꾼다 - 독일의 327개 산학연 클러스터

    베를린 아들러스호프가 전 세계 중소기업 정책의 롤모델이 된 것은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최단거리’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아들러스호프를 운영하는 베를린 시정부 소유의 비스타 매니지먼트는 클러스터 내의 중소기업에 연구비나 인력채용 등을 직접 돈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입지나 임대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기술개발 이외에 중소기업이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제협력부터 펀드매칭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 중소기업이 필요에 따라 요청하면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전수해 줄 뿐이다. 철저한 그림자 속의 조력자 역할이다. 클러스터 내에 위치한 훔볼트대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 학생이나 연구원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시하면, 클러스터 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여건을 조성해 준다. 만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사업화에 나서면 일정 기간 경과를 지켜본 뒤 연관이 있는 기업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관심이 있는 기업이 모여들면 아예 그 분야를 클러스터 내에 하나의 빌딩이나 구역으로 묶어 돕는 식이다. 하디 루돌프 슈미트 비스타 매니지먼트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으로 개별 지원이 아닌 공공투자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발 집약적 연구 회사들은 초창기 정착이 어려운 만큼 임대료 등을 최소한으로 낮춰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 도시계획을 잘 짜고 정주여건을 갖춰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들러스호프라는 브랜드를 계속 키워 내부의 중소기업들이 후광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구 동독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드레스덴은 ‘산·학·연 클러스터’의 성공으로 도시 전체가 부흥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드레스덴에는 드레스덴 공대를 중심으로 도시 북쪽과 남쪽에 각각 ‘매트폴리스’와 ‘미나폴리스’, ‘바이오폴리스’로 불리는 세 개의 클러스터가 위치하고 있다. 세 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은 1200개, 근무 직원 수는 4만 3000명에 이른다. 연구인력만 1만 5000명 수준이다. 1206년에 형성된 드레스덴은 2차대전 동안 산업기반 전체가 붕괴됐고, 통독 직후에는 사실상 유령도시 같은 수준이었다. 연방 정부와 드레스덴 시, 작센주 정부는 1992년부터 적극적인 부흥책을 폈다. ‘프라운호퍼’와 ‘막스플랑크’ 등 독일 주요 연구소 중 19개를 드레스덴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디르트 힐버트 드레스덴 부시장은 “당초 구상은 구 서독 지역의 우수한 연구원들을 신생 연구소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낙후된 동독 지역으로의 이주를 거부했다”면서 “결국 동독 출신 인재들을 재교육시키거나, 새롭게 양성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드레스덴 계획에 드레스덴 공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이 지역의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연구소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교수와 연구진들이 드레스덴으로 몰려들었다. 뛰어난 연구성과들이 나오자 기술이전을 바라고 연구개발을 의뢰하기 위해 중소기업 클러스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불과 20여년 만에 이뤄진 선순환 구조다. 특히 유럽내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면서 드레스덴은 ‘실리콘 색스니’(실리콘밸리+작센주의 영어 명 색스니에서 유래)로 불리고 있다. 1995년 이후 드레스덴은 고용인구와 기업 매출 모두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드레스덴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8%에 이른다. 고용인원의 55%는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 평균의 2배다. 아들러스호프와 드레스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독일의 클러스터는 독특한 중소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협력업체가 모이는 방식이 아닌, 지역별로 비슷한 업종이 클러스터를 만들어 다른 기업들과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하는 식이다. 올해 기준으로 독일 전역에 위치한 산업클러스터는 327개에 이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이호성 소장은 “자동차 산업을 보면, 한국은 대기업이 먼저 설립되고 그 주변에 납품·협력업체가 생기는 방식이지만 독일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먼저 무리를 이루면 거기에 대기업들이 접근해 도움을 받는 형식”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독일식 방식이 분명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기계산업의 메카인 슈투트가르트 자동차 클러스터의 경우 222개 기업이 13만 4691명을 고용한 거대 중소기업들의 모임 속에 포르쉐, 보쉬 등 소수 대기업이 혼재한 구조로 돼 있다. 독일 내 최고 소득을 자랑하는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좀 더 세분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 뮌헨을 비롯한 바이에른 지역에 있는 11개 대학별로 과학기술 분야를 특화시킨 것이다. 전자제어공학은 뮌헨공대와 뉘른베르크대, 나노기술은 뮌헨대와 뷔츠부르크대, 바이오기술은 레겐스부르크대 식이다. 이들 대학은 개별적으로 막스플랑크 또는 프라운호퍼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주 곳곳에 설치된 기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에 이전된다. 막스플랑크 재단 관계자는 “기술센터의 기본적인 목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단 하나뿐”이라며 “기술센터의 네트워크는 7만 5000여명의 전문가 집단과 4만 개의 기업체, 400여개의 연구기관에 걸쳐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각 대학과 연구기관은 중소기업 기술이전 센터를 갖고 있다. 그 결과 바이에른은 독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8.4%를 차지하고 있다. 베를린·드레스덴·뮌헨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獨에 세계 ‘히든챔피언’ 절반 그 성공 비결은 인프라 구축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獨에 세계 ‘히든챔피언’ 절반 그 성공 비결은 인프라 구축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되자 구 동독 지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구 서독 지역으로 인력과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공동화현상마저 나타났다. 동독 과학아카데미의 본거지이자 1900년대 초반 폭격기 생산 기지로 이름을 떨쳤던 베를린 근교의 ‘아들러스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학자 4000여명이 실직자 신세로 추락하면서 생존 위기를 맞았다. 1991년 통독 정부와 베를린시는 독일형 발전 모델인 ‘중소기업을 위한 산학연 클러스터’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베를린시는 전액을 출자해 아들러스호프 운영사인 ‘비스타 매니지먼트’를 출범시키고, 베를린시 중심에 있던 훔볼트대학교 자연과학대를 아들러스호프로 옮겨 클러스터의 핵으로 삼았다. 22년이 지난 오늘날 독일은 ‘히든 챔피언’(강소형 중소기업)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734개 히든 챔피언 중 1307개가 독일 기업이다. 아들러스호프는 세계 각국의 중소기업 정책과 산학연 정책의 롤모델로 급부상했다. 한국의 대전, 울산 등도 아들러스호프를 장기적 산학연 모델로 삼고 있다. 현재 아들러스호프에는 971개 기업과 16개 연구소가 입주해 있고, 종사자 1만 4942명, 학생 80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아들러스호프의 매출은 2009년 기준 10억 7000만 유로(약 1조 5887억원)에 이르며, 계속 성장세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들러스호프에서 만난 피어 앰브리 비스타 매니지먼트 부대표는 “베를린시에 거점을 마련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에 최적화된 환경이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면서 “입주 자체가 중소기업 기술력에 대한 보증수표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건물마다 연관성 있는 중소기업 5~20개가 입주해 있고, 나노·바이오 분야 연구소들을 위한 공동 청정실이 설치돼 있다. 별도로 시제품을 만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앰브리 부대표는 “20년 넘게 투입된 22억 유로(약 3조 2666억원) 중 대부분이 인프라 구축에 쓰였다”면서 “2020~2050년에 현재의 두 배 규모로 클러스터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아들러스호프가 진화 중임을 강조했다. 초창기 80%에 이르렀던 정부 투자 비중은 현재 10% 미만으로 사실상 독립 단계이다. 하디 루돌프 슈미트 비스타 매니지먼트 대표는 “우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아들러스호프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닝, 노키아, 바스프 등이 연구소를 세워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일본, 브라질 기업도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알고 있나요,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알고 있나요,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부끄러워.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 일본군 밥해 주고, 옷 지어 주는 허드렛일 하는 줄 알고 1940년 열아홉살 나이에 중국에 끌려온 이수단(92) 할머니는 ‘히도미’란 이름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았다. 1945년 전쟁이 끝났지만 할머니는 남겨졌다. 헤이룽장성 둥닝 현에서 만난 이수단 할머니는 가슴에 겹겹이 쌓인 모진 세월의 상흔을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으로 표현했다. 사진작가 안세홍이 2001년부터 12년간 중국 곳곳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은 포토 에세이집 ‘겹겹’(서해문집)이 출간됐다. 도망칠 엄두조차 못 내고 위안소 근처에 살았던 김순옥 할머니,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봤다는 박대임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여덟 명의 한숨과 고통이 흑백사진 속에 담겼다. 이 가운데 생존해 있는 할머니는 단 두 명이다. 안세홍 작가는 2011년부터 일본 12개 도시와 뉴욕, 파리, 베를린,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일본군 위안부 사진전과 강연회 등 ‘겹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쿄 니콘살롱전시장에서 열려던 전시회가 니콘 측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취소됐다가 소송까지 벌인 끝에 개최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베를린장벽 붕괴후 이념 해체… 달라지는 사람들 면밀히 탐색”

    “베를린장벽 붕괴후 이념 해체… 달라지는 사람들 면밀히 탐색”

    “동독인에게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는 모든 것의 마지막과 같았습니다. 음식도, 옷도, 화폐도, 심지어 공기와 사랑도 변했어요.” ‘심플 스토리’와 ‘아담과 에블린’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알려진 독일의 소설가 잉고 슐체(51)가 올해 만해대상 문예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다. 8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통일이 가져오는 변화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면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된 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바뀌어 가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슐체는 1962년 옛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자느라 베를린 장벽 붕괴는 못 봤지만” 20여년간 통일 전후의 독일을 면밀히 지켜봤다. 1998년 발표한 ‘심플 스토리’는 동독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통일 이후 달라진 동독인들의 삶을 그렸다. 그는 “독일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말하는 사람이 두 언어의 체계와 관계를 알 수 있듯 한 체제를 경험하다 다른 체제를 겪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일 이후의 가장 큰 변화로 그는 이데올로기의 해체를 꼽았다.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일은 사라졌고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아닌 것”이 되었다. 이념이 떠난 자리에는 시장과 자본주의가 들어섰다. 베를린의 수돗물 민영화를 예로 든 그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성장과 민영화”라고 통독의 현실을 진단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에도 “통일 이전에는 공산당 서기장에 대해 입도 뻥긋 못했다면 지금은 사장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못한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슐체가 통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장벽이 무너진 것은 어찌 됐든 큰 행운이었다”면서 “다만 조금 다른 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독에 급하게 편입되면서 동독의 경제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슐체는 설명했다. 그는 “생활 수준이나 교류 여부 등을 보면 북한과 동독은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독일처럼 통일을 서두르는 대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볼트, 충전완료

    볼트, 충전완료

    인류의 가장 원초적 스포츠인 육상의 최대 축제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이 오는 10일부터 아흐레 동안의 열전에 돌입한다.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8·자메이카)는 단거리 3관왕과 함께 신기록을 세우겠다고 공언했고,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는 대회를 끝으로 평범한 여성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역대 최다인 206개국 1974명의 선수가 실력을 겨루지만 가장 주목받는 스타는 역시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신기록 보유자 볼트다. 그는 100m와 200m는 물론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싹쓸이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 그리고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볼트는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에서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당시 볼트는 100m 결승에서 충격적인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볼트를 저지할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타이슨 게이(31·미국)와 아사파 파웰(31·자메이카)이 도핑 양성 반응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디펜딩챔피언 요한 블레이크(24·자메이카)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불참한다. 지난 6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로마골든갈라에서 볼트를 0.01초 차로 제친 저스틴 게이틀린(31·미국) 정도가 그의 아성에 도전한다. 볼트는 한 술 더 떠 “100m와 200m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0m에서 가능하다면 19초대 벽을 허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트는 올 시즌 100m에서 9초85, 200m는 19초73에 그쳐 신기록 작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장대높이뛰기 스타 이신바예바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다. 세계기록을 28차례나 갈아치운 그는 2009년 5m 06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였다. 그간 자신을 괴롭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밝힌 이신바예바는 “첫 타이틀을 딴 곳이 (이번 대회가 열리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이며, 내 선수 인생도 이곳에서 끝내고 싶다. 최고의 성적으로 기분 좋은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밖에 여자 20㎞ 경보 4연패에 도전하는 올가 카니스키나(28·러시아), 남자 3000m 장애물 3연패를 노리는 에제키엘 켐보이(31·케냐) 등도 대기록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는 여자 마라톤 김성은(24·삼성전자)과 남자 장대높이뛰기 진민섭(21·부산은행) 등 7개 종목 16명이 세계무대에서 기량을 시험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독일서 만난 ‘낯선 자아’와의 더부살이

    독일서 만난 ‘낯선 자아’와의 더부살이

    ‘이 동네 민들레꽃은 너무 크고 징그러워/언제든 비교하는 내 안의 이방인, 너를 데리고 다니기가 버겁다’(이방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레지던스 작가로 지난해 봄과 여름을 독일 베를린에서 보냈던 김이듬(44) 시인. 스스로를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그곳에서 ‘내 안의 이방인’과 더부살이를 했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있던 곳과 비교해 뭐가 더 낫고 낫지 않은지 잣대를 들이대고 있더라고요. 편견이 많고 이물덩어리인 나, 지질한 자아가 자꾸 보였어요.” 이렇게 낯선 자아와 인연, 풍경, 사건들과 조우했던 5개월여의 시간이 67편의 시로 쓰여졌다. 그의 네번째 시집 ‘베를린, 달렘의 노래’(서정시학)다. 시편들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팽팽한 긴장과 불안, 격렬한 사유를 한 움큼 덜어냈다. 대신 “자유의지로 선택한 유배지에서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지상중계로 전한다”는 허수경 시인의 발문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며 때로는 감성 어린 기행에세이로, 때로는 상냥한 편지로 날아든다. ‘저는 환희 속에 시를 써 본 적이 없어서/당신을 만난 기쁨 때문에 시를 쓸 수 없어서/편지를 씁니다’(손수건 나무) 시의 고백대로 시인은 그간 괴로움과 슬픔 속에서 시를 잉태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방의 땅에서 그는 변화를 겪었다. “그간 투덜거리는 시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파독 광부·간호사 등 이민자, 유학생 등 추운 땅에서 고생해온 분들을 만나니 내가 생각했던 잔혹함이 더 큰 잔혹함을 겪었던 사람들 속에선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더군요. ” 베를린에서 맺은 인연들은 “네가 해를 가져왔다”고 시인을 담뿍 반겼다. 이제 남겨두고 온 사람들에게 떠나온 시인은 시로 태양을, 온기를 건넨다. ‘나보다 훨씬 가난한 여자들이 나를 위해 곰 인형을 샀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싱거운 소리를 하다가 가을이 오면 같은 유행가를 큰소리로 부르는 거 그들이 읽어주는 시를 듣고 인상 쓰는 거 울지 않고 포옹하는 거 먼저 뒷모습을 보여주는 거 돌아와서 불을 켜고 더 깊이 외로울 거’(태양이 머무는 곳) 급할 때면 터지던 모국어가 태아를 길러낸 자궁 속 양수처럼 자신이 발현한 물과 같다는 깨달음도 찾아왔다. ‘목 근처에 오크목보다 좋은 향기가 나는 이온수로 가득 찬 이동식 욕조가 있습니다 이 안에 태아가 있다면 푸르스름하고 미성숙한 뼈를 가진 아가가 있다면 그 애는 자궁으로 가게 하세요(…중략)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지 말고 눈물과 오물, 고름을 닦아내지 말고 오세요(…중략) 욕을 할 때의 모국어는 나를 지원합니다 슬프게 합니다 당신은 여러 면에서 불결하고 매력적인 모국입니다’(모국어)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보다 가까이서 전장을 본 눈은 없었다

    그보다 가까이서 전장을 본 눈은 없었다

    “그의 죽음은 모두에게 불운이다. 카파에게는 더욱 그렇다. 생전 그는 아주 활기찬 사람이었기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하루는 너무나 길고 힘들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1954년 5월 25일, 베트남 독립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전장에서 비보가 날아왔다. 후퇴하던 프랑스군의 호송차량에 타고 있던 로버트 카파(1913~1954)가 차량을 벗어나 수풀 속을 걷던 병사들을 취재하다 대인지뢰를 밟고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차량을 떠나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그는 한 걸음이라도 더 병사들 곁으로 다가가려 했다. 생전 그의 좌우명은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였다. 카파는 베트남에서 죽은 최초의 미국 종군기자로 기록됐다. 스페인 내전을 시작으로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 1차 중동전쟁, 인도차이나전쟁 등을 누비던 카파는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사진기로 담아낸 유일한 사진기자이기도 했다. 로버트 카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사진전이 오는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디지털 프린트가 아닌 오리지널 프린트로 출력된 첫 전시로, 160점이 나왔다. 카파는 19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앙드레 프리드먼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1931년 좌익 학생운동으로 헝가리에서 쫓겨났고, 베를린으로 건너가 사진작가의 심부름꾼으로 사진계에 입문했다. 1933년 히틀러의 독재를 피해 파리로 건너온 그는 평생지기인 앙드레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무어를 만나 교류한다. 1936년부터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팔기 시작했는데, 그해 10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코르도바에서 찍은 ‘한방’의 사진이 그를 스타덤에 올려놨다. 전선에서 막 돌격하려던 병사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아직까지 진위 논란이 이어지는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이다. 23세 때 찍은 이 사진은 여러 신문에 실리며 호응을 얻었다. 카파의 동생인 코넬 카파가 1974년 설립한 뉴욕 국제사진센터(ICP)의 크리스토퍼 필립스(61) 수석 큐레이터는 “이 사진을 놓고 지금도 단순히 넘어지는 모습을 찍은 것이란 주장부터 조작된 것이라는 얘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면서 “향후 100년간 궁금증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학자, 스포츠운동학자 등이 모여 사진 속 병사의 근육 움직임까지 분석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파가 생전에 꼽은 가장 안타까운 사진은 1945년 4월 18일 찍은 ‘독일 저격수에게 희생된 미군 병사’. 종전을 앞둔 라이프치히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기관총을 장전하던 어린 병사가 앳된 웃음을 품은 채 독일군 저격수의 총탄에 거꾸러진 사진이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언한 듯하다. 7000~1만 2000원. (02)3701-1216.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10살 소년, 할머니집 다락방서 ‘미라’ 발견

    10살 꼬마가 할머니집 다락방에서 미라를 발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독일 디프홀츠에 위치한 할머니 집에 놀러간 알렉산더 케틀러(10)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놀다가 한 구석에 놓인 나무로 만들어진 관을 발견했다. 적어도 40년 이상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이 관 속에 있던 것은 놀랍게도 이집트 미라. 각종 그림 및 문자와 함께 양호한 상태로 보관된 미라는 누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소년의 아빠 볼프강은 “다락방 한구석에 미라가 잠자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면서 “진짜 미라인지 알 수 없어 일단 베를린으로 옮긴 후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이 미라가 이곳에 놓이게 된 이유다. 이에대해 볼프강은 “1950년대 아버지가 아프리카를 자주 왕래했는데 당시 물건들을 배로 실어날랐다” 며 “우리에게 한번도 이 미라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관 속에는 미라 이외에도 항아리 등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조만간 전문가들이 X-레이등을 이용해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하정우 “한낱 꿈같은 ‘하대세’보다 관객의 신뢰가 더 좋아”

    하정우 “한낱 꿈같은 ‘하대세’보다 관객의 신뢰가 더 좋아”

    불꽃 튀는 흥행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8월 극장가에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 21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같은 날 41만명을 동원한 화제작 ‘설국열차’를 맹추격하고 있다. 테러범과의 전화 생중계를 다룬 영화는 치밀한 전개와 촘촘한 짜임새가 미덕이다. 주인공 윤영화 역의 하정우는 자신을 위해 차려진 독상을 ‘맛있게’ 먹었다. 영화는 하정우(35)의 원맨쇼에 가깝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한 청취자로부터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첫 장면부터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만 들리는 테러범과의 심리 대결이 고조되는 장면까지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영화가 개봉되던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혼자 나오는 장면이 많아 관객이 지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뉴스 앵글에 갇힌 인물이 테러범과 대결하며 점점 이성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잘 표현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윤영화가 대사 사이사이에 침묵하거나 호흡이 떨리면서 마치 구토할 것 같은 ‘멘붕’(멘탈 붕괴) 상태를 잘 계산해서 연기했어요. 시사회 때 보신 아버지(김용건)도 지루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극중 윤영화는 TV의 국민 앵커였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로 밀려난다. 그는 청취자의 전화대로 마포대교가 폭파된 것을 보고 마감뉴스 앵커 자리에 다시 앉겠다는 욕심에 테러범과 독점 전화를 위한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내 인이어 이어폰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테러범의 협박에 조종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누구에게나 성공을 위한 야망과 욕구가 감춰져 있게 마련이죠. 윤영화라는 인물이 카메라 앞과 뒤에서 보여주는 간극을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어폰, 전화, 무전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실제로 작동되고 연극적으로 완벽하게 세팅돼 연기하기 수월했죠. 청각적으로 풍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삼풍 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당시 보도 영상을 보며 앵커 연기를 연습했다는 그는 ‘커닝’하지 않고 긴 대사를 모두 암기했다. 그는 “3개월간 반복 연습하면서 대사를 숙지했는데, 전형적인 아나운서처럼 하면 지루할 것 같아서 DJ 배철수씨처럼 편안하게 보여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영화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는 심리 묘사는 탁월하다. 작은 라디오 부스 안에 5대의 카메라가 민감한 그의 표정 변화를 잡아냈다. “시나리오가 10~12분씩 챕터별로 짜여져 있고 그에 맞춰 윤영화가 자신의 예상과 빗나가 당황하는 모습을 단계별로 설정해 가면서 연기했죠. 가장 힘을 준 부분은 본격적인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윤영화가 분주하게 준비하는 장면입니다. 초반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빈틈없이 소개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그는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 이후 ‘추격자’, ‘황해’,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등 매년 2~3편의 작품에 출연해 성공을 거두며 ‘일단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충무로의 대세란 뜻에서 ‘하대세’라 불리기도 한다. “근데 저는 대세라는 말이 싫어요. 아직도 내 것 같지 않은 불편한 느낌이죠. 관객의 신뢰를 받는 건 좋지만 롱런이나 인기, 이런 것들은 모두 다 한여름 밤의 꿈 같아서요.” 그가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딱 두 가지다. 첫번째는 시나리오의 재미. 다음은 자신이 반복 소비한 캐릭터인지의 여부다. 다작의 위험 부담은 없을까. “충분한 경험과 연기공부를 바탕으로 견고한 40대를 맞아야 하는 지금, 이번처럼 독박을 쓸 수도 있는 원톱 영화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었죠. 하지만 신인 감독의 패기와 시나리오의 참신함만 믿고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곧 영화감독으로도 도전한다. 올가을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가 개봉될 예정이다. 지치지 않는 창작의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연출이 연기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어요.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게 무엇보다 그랬어요. 하지만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온갖 번뇌와 걱정, 불안, 공포가 다 사라져요. 저는 영화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깁니다. 영화를 재미있어 하는 것. 그게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장벽이 무너졌다. 정치인도, 일반시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벽은 견고하고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의 젊은이는 사생결단을 한 것이었다. 동독의 불우한 젊은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암담하고 높아 보여도 변화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생결단 식의 극단 처방을 쓰는 것은 지나고 보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속단하는 성급함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정전 협정 체결 60년이다. 올해는 60주년 기념행사가 많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염원은 한 가지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열전을 치르고 여전히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비무장 지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학생들의 평화행진도 있었고 국제회의도 여러 차원에서 열렸다. 정전 상태는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는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예외적인 현실에도 라벤더 밭을 가꾸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전 협정 관련 행사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정전 협정은 60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만큼 시대에 따라 의미도 변하고 당사국의 입장도 변화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미래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떤 점이 가장 좋을까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해보았다.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은 평화와 안정감이 가장 큰 득이라고 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많이 이야기했다. 정전 상태라는 현실을 외국인들이 더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무장 지대의 자라지 않은 키 작은 관목들을 보면 생태계도 전쟁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는 60년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평화의 터로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펜션들 그리고 라벤더 꽃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꽃축제가 벌어진다. 탱크에 꽃무늬를 그려 넣고 탱크의 총구에 꽃을 꽂아놓은 학생들도 있었다. 60년, 사람으로 치면 회갑의 나이이다. 전쟁이 할퀸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조짐을 보인다. 이 평화의 바람을 막는 조짐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주변의 어수선한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격전지에 밭을 일구고 꽃을 심는다. 라벤더 꽃향기가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 [조희선 기자의 블로그] 사죄하는 아베 포스터를 기대하며

    [조희선 기자의 블로그] 사죄하는 아베 포스터를 기대하며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등 주요 도시에 ‘마지막 기회 작전’(Operation Last Chance)이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 2000장이 곳곳에 붙었다.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최후의 나치 전범들을 추적하는 이 캠페인은 ‘나치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국제 유대인 인권단체인 ‘시몬 비젠탈 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늦었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다”면서 시민들에게 과거사 청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자는 글들이 적혀 있다. 문득 이 포스터를 보면서 지난해 가수 김장훈과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도쿄, 뉴욕, 상하이, 시드니 등 전 세계 18개국의 주요 도시 번화가에 붙인 위안부 광고 포스터가 떠올랐다. 이 포스터는 ‘기억하시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전쟁에서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는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처럼 독일 정부의 진정성 있는 과거사 청산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지난 1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기념일(27일)을 앞두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며 진실된 반성의 자세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도 해당 국가에 은신하고 있는 나치 전범들에게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반면 그간 침략전쟁과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해 온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어떤가. 그는 사죄는커녕 “침략의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이토 히로부미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등의 망언을 쏟아내며 ‘눈뜬 장님’이기를 자처했다. 지난 21일에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우경화 정책이 더욱 노골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아베 총리가 허리를 숙이며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세계 도시 곳곳에 붙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허무맹랑한 기대일까.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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