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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문장 줄줄이 부상… 벨기에 최종 명단 수정

    벨기에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 개막 9일을 앞두고 최종 명단을 급히 수정했다. 한국의 대회 조별리그 H조 마지막 상대인 벨기에는 4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골키퍼 쿤 카스테일스(호펜하임) 대신 사미 보수트(쥘테 바레험)가 이름을 올린 23명의 명단을 다시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과의 경기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카스테일스는 대표팀 3순위 골키퍼가 유력했지만, 끝내 완치되지 않아 승선하지 못했다. 보수트는 대표팀 골키퍼로 거론되지 않았던 선수다. 그러나 3번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실비오 프로토(안더레흐트)가 지난달 18일 벨기에 프로축구 주필러리그 로커렌과의 경기 도중 왼팔 척골 골절로 일찌감치 선수 명단에서 빠진 데 이어 대체 요원 카스테일스마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벨기에 축구협회는 “당초 FIFA에 카스테일스가 포함된 명단을 제출했지만, 개막 전까지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보수트를 엔트리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열흘 전까지 제출한 최종 명단은 해당 국가의 첫 경기 열흘 전까지 부상 등을 이유로 교체할 수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아이폰·아이패드 유저, 음란물 가장 많이 본다”

    “아이폰·아이패드 유저, 음란물 가장 많이 본다”

    모바일을 통해 음란동영상을 볼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라우저는 애플의 사파리 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하루 방문객수가 38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의 유명 음란동영상 사이트가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방문자의 성향을 조사한 결과,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사파리’(Safari)를 통해 들어오는 방문객의 페이지뷰가 구글의 ‘크롬’(Chrome)이나 안드로이드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에 따르면 모바일 사파리를 통해 들어오는 방문객은 38.2%로 가장 높았으며, 안드로이드는 29.4%, 모바일 크롬은 18%에 불과했다. 태블릿PC도 비슷한 수치를 나타낸다. 아이패드(iPad) 등의 모바일 사파리를 통한 방문 비율은 전체의 73%를 차지했고, 구글의 크롬은 13.6%, 안드로이드는 7.8%에 그쳤다. 데스크톱은 이와 반대였다. 구글 크롬을 통해 방문하는 방문객수는 44.4%, 뒤를 이어 익스플러로, 파이어폭스 등을 통한 사람들이 각각 23.2%, 20.1%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모바일, 태블릿PC 등의 경로로 나뉘어 봤을 때, 모바일은 전체 방문경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LTE망이 보급되면서 모바일로 더욱 손쉽게 음란동영상 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 모바일 방문자수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난 달 29일 독일 베를린의 막스플랑크인간개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을 과도하게 보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뇌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음란물을 많이 보면 행동과 의사결정을 미치는 영역들의 기능이 저하돼 결국 뇌 용량이 작아지면서 활동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우뉴스부 @seoul.co.kr
  • 131년 전통 獨 상징을 만난다

    131년 전통 獨 상징을 만난다

    회전식 무대는 많다. 그런데 이건 횡(橫)이 아니라 종(縱)이다. 커다란 판 4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높이 6.5m짜리 수레바퀴는 쉼 없이 돌아가며 삶의 공간이 됐다가, 위태롭게 떠받치는 바닥이 되더니 사람들을 무심히 떠밀어 버린다. 이 공간에 놓인 다양한 인물들의 단면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불안, 동경이기도 하다. 4~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독일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도둑들’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독일 연극을 대표하는 131년 전통의 제작극장’, ‘전통과 혁신의 조화’ 등 도이체스 테아터를 꾸미는 말도 화려하다. 이들의 첫 내한 작품인 ‘도둑들’은 현재 독일 연극계에서 각광받는 극작가인 데아 로어와 상상력 넘치는 무대를 구현하는 무대 디자이너이자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협업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그해 현대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베를린 연극제에 초청됐고, 현지 연극평론지 테아터 호이테가 선정한 최고 무대디자인상, 뮐하임 연극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선 인물 12명은 사회 변방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없길 바라는 보험설계사, 자식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픈 아버지, 네덜란드 지점을 운영하는 꿈을 꾸는 슈퍼마켓 직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부부, 43년째 호텔방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노년의 여가수…. 이들은 자본의 양극화와 사회의 편견, 소통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공연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기지만, 관객들에게 “우울함을 압도하는 희극성이 있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면서 지루함을 털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3만~7만원. (02)2005-0114.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야동’ 과도하게 보면 뇌 작아진다” (독 연구팀)

    “‘야동’ 과도하게 보면 뇌 작아진다” (독 연구팀)

    포르노 등 음란물을 과도하게 많이 보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뇌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에 이어 실제로 뇌가 작아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독일의 한 연구기관에서 나왔다고 29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막스플랑크인간개발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가 21~45세에 이르는 성인 남성 64명을 대상으로 음란물 시청 습관을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또한, 이들 남성들이 음란물을 시청하는 동안 뇌의 용량과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촬영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시몬 쿤 연구원은 “뇌 영역인 선조체(striatum)에서 보상 처리와 동기 행위에 관련된 영역이 음란물을 많이 시청하는 사람이 더욱 작으며 비활동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쿤 연구원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음란물을 많이 봐 타고난 뇌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질병의 단계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음란물을 많이 시청하는 경향의 뇌가 선천적인지 여부도 이번 연구 결과로는 밝혀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쿤 연구원은 “음란물을 많이 보면 뇌의 선조체와 관련이 되어 있는 행동과 의사 결정을 미치는 영역들의 기능이 저하되어 결국 뇌 용량이 작아지면서 활동량이 줄어들어 성적 자극에 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에 관해 컬럼비아대학 그레고리 타우 교수는 “모든 것이 과도할 때에는 나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음란물 시청이 뇌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우 교수는 “각 개인이 특정한 행동 유형에 취약할 수 있는 뇌의 형태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며 아니면 음란물의 과도한 시청이 이러한 뇌의 변화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며 “혹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중복되어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영화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9일 개막했다. 새달 5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는 30개국에서 출품된 99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개막작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저질러진 만행이 남긴 상처를 다룬 야스니바 주바니치 감독의 신작 ‘그녀들을 위하여’(2013)다. 주바니치 감독은 ‘그르바비차’(2005)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다. 유명 여성 감독들의 신작들을 통해 최신 여성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믹의 지름길’(2010), ‘웬디와 루시’(2008)로 주목받은 미국 독립영화 감독 켈리 레이차트의 신작 ‘어둠 속에서’(2013), 카트린 브레야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가 만난 ‘어뷰즈 오브 위크니스’(2013), 배우에서 감독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추상미의 ‘영향 아래의 여자’(2013) 등이 상영된다. 오즈 야스지로·구로사와 아키라·미조구치 겐지·나루세 미키오 등 일본 거장 감독들과 많이 작업한 여배우 가가와 교코를 조명한 회고전도 눈길을 끈다. ‘동경 이야기’(1953)부터 ‘마다다요’(1993)까지 8편을 준비했다. 새달 1일 배우 문소리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도 개최할 예정이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1~3편(1995~1999)도 특별 상영된다. 아시아 독립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3편을 조명하는 ‘아시아 스펙트럼: 카메라는 나의 심장’ 부문, 6편의 영화를 통해 사랑과 돈의 문제를 조명한 ‘쟁점:사랑과 전쟁’ 부문, 11편의 퀴어 영화를 상영하는 ‘퀴어 레인보:열망과 매혹, 포비아를 넘어’ 부문 등에서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또한 ‘경쟁부문:아시아 단편 경선’에서는 역대 최대인 406편 중 예심을 통과한 27편도 상영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소길댁 이효리, 소박한 신혼생활 ‘부러워’

    소길댁 이효리, 소박한 신혼생활 ‘부러워’

    가수 이효리가 이상순과 보내는 제주의 신혼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효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블로그 개설 소식을 알렸고 닉네임 ‘소길댁’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이효리는 메인 화면에는 “효리네 집으로 놀러와~”라는 친근한 인사말을 적어놨다. 블로그에는 남편 이상순과 애견 순심이, 그리고 소박한 아침 밥상, 커피콩을 직접 볶는 남편 이상순의 자상함, 마당 텃밭에서 수확한 열무,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에서의 신혼 여행기 등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효리만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겨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에어버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전기 항공기’ 개발

    에어버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전기 항공기’ 개발

    프랑스 기반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 회사 에어버스 그룹(Airbus)이 오로지 전기 배터리로 구동되는 하이브리드 항공기를 개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공학 전문매체 디자인뉴스는 에어버스 그룹(Airbus)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기 엔진 항공기 ‘E-Fan 2.0’의 상세한 사항을 2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항공용 가솔린(항공유, AVGAS)으로 엔진이 가동되는 기존 항공기들과 달리 ‘E-Fan 2.0’은 모든 것이 전기로만 구동되는 혁신적인 기술로 제작돼 있다. 비행기 날개에 고정된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 모터는 E-Fan 2.0의 유일한 전원 공급처다. 날개 길이는 총 9.5m, 무게는 550㎏으로 시간 당 110마일(177㎞)의 속도로 비행하며 현재까지 약 30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또한 비행시간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중앙 착륙 기어 바퀴 중 하나에는 시간 당 35마일(55㎞) 추진이 가능한 보조 전기 모터가 있다. 지난 주, 베를린 에어쇼에서 첫 대중 앞에 선을 보인 E-Fan 2.0은 전기 엔진 특유의 무시무시한 조용함 속에서 빠르게 창공을 휘저었고 관중들은 이 놀라운 신기술에 열광했다. 참고로 현재 E-Fan 2.0의 생산은 프랑스 남서보 보르도 에어버스 생산기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어버스 그룹 최고 기술 책임자(CTO) 장 보티는 “E-Fan 2.0의 공식 생산이 2017년 말 시작될 예정이며, 항공기에서 발전된 하이브리드 전투기의 프로토타입은 2030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 보티는 에어버스 그룹이 하이브리드 전기 기술 개발에 투자한 총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동영상·사진=유튜브/Airbus Group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이효리 블로그 화제, 닉네임 ‘소길댁’…건강식 렌틸콩 어떤 효능 있나

    이효리 블로그 화제, 닉네임 ‘소길댁’…건강식 렌틸콩 어떤 효능 있나

    가수 이효리가 이상순과 보내는 제주의 신혼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효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언제부턴가 여기가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서툴지만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많이 놀러오세요”라는 글과 함께 블로그 주소를 올렸다. 닉네임 ‘소길댁’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이효리는 메인 화면에는 “효리네 집으로 놀러와~”라는 친근한 인사말을 적어놨다. 블로그에는 남편 이상순과 애견 순심이, 그리고 소박한 아침 밥상, 커피콩을 직접 볶는 남편 이상순의 자상함, 마당 텃밭에서 수확한 열무,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에서의 신혼 여행기 등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효리만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겨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효리가 공개한 건강식 ‘렌틸콩’이다. 이효리는 이날 “조용한 아침”이라는 글과 함께 남편 이상순과 다정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사진을 올렸다. 또한 “오늘 아침은 빵과 계란, 사과와 렌틸콩”이라며 “렌틸콩은 삶아 올리브유와 비니거를 넣고 살짝 볶아준다”며 아침 밥상을 공개했다. 채식주의자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즐겨먹는 ‘렌틸콩’이란녹두와 비슷한 생김새로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널리 재배되지만, 서반구에서는 자라지 않는다.단백질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섬유질이 풍부하다. 이밖에 비타민 B, 철, 인 등도 다량 함유돼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테이트 모던을 찾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99m 높이의 굴뚝과 길이 152m, 폭 24m, 높이 35m에 달하는 적벽돌의 거대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일단 압도적인 규모에 놀란다. 놀란 입은 내부로 들어가면 더 벌어진다. 어마어마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화력발전소의 핵심 시설인 터빈이 자리했던 ‘터빈홀’이다. 미술관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현대미술계의 쟁쟁한 예술가들을 선정해 이곳에서 특별전시를 기획한다. 단일 전시공간으로는 최대인 이 드넓은 터빈홀을 예술가들은 마음껏 활용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테이트 모던이 현대미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터빈홀을 장식한 첫 번째 예술가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을 품은 거대한 어미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Maman)이라는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부르주아는 옛 산업 시설이 지닌 거친 매력을 간직한 터빈홀에 또 다른 거대한 거미를 들여놓았다. 2002년 인도 출신 영국인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선보인 ‘마르시아스’는 현대미술계에서 테이트 모던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전시회였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의 종족인 마르시아스를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거대한 나팔관을 터빈홀에 설치했다. 2003년 있었던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웨더 프로젝트’는 아직도 화제가 되는 전시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덴마크 출신의 엘리아손은 터빈홀 천장을 거울로 도배한 뒤 벽과 만나는 모서리 지점에 수백개의 전구로 구성된 오렌지색 발광체로 인공태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연무를 뿜어내는 기계를 설치해 태양이 저물어 가는 순간의 풍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환경문제를 제기한 전시였다. 2006년 카르스텐 횔러는 놀이동산에 있는 대형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테스트 사이트’라는 제목을 달았다. 5층 높이의 갤러리홀에서 뱅글뱅글 돌아 터빈홀로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타며 작품을 몸으로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줄을 섰다. 2007년 콜롬비아 출신의 조각가 도리스 살세도는 지진이 난 것처럼 터빈홀의 콘크리트 바닥에 균열을 만들었다. 인종차별과 현대문명의 붕괴를 상징하는 이 충격적 작품의 흔적은 터빈홀 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로슬라브 발카는 2009년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를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해 완벽한 암흑의 공간을 체험하게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2010년 수공예로 제작한 해바라기씨 1억개를 바닥에 쌓는 방식으로 동양적 관점에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매번 화제를 낳는 터빈홀의 특별기획 전시는 개관 이후 지난 2012년까지 다국적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사의 후원을 받아 ‘유니레버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이뤄졌다. 유니레버의 바통을 이어받은 기업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다. 문화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자동차에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인간 중심적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지난 1월 현대차는 테이트 모던과 2015~2025년 11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내년부터 테이트 모던은 터빈홀에서 ‘현대커미션’(Hyundai Commission)이라는 타이틀로 혁신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장기 파트너십의 첫 사업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테이트 모던의 백남준전이 원활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테이트 모던이 백남준의 작품 9점을 구매하는 데도 후원했다. lotus@seoul.co.kr
  • 하정우가 쓴 ‘CZ-75’가 명품 권총인 이유

    하정우가 쓴 ‘CZ-75’가 명품 권총인 이유

    지난 2012년 개봉돼 700만 명이 넘게 관람한 영화 ‘베를린’의 주인공 표종성(하정우)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총기는 바로 자동 권총 ‘체코 CZ-75’다. 미국 무기전문매체 건뉴스 닷컴은 이 CZ-75의 최신 기종 중 하나인 ‘CZ-75 Compact’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1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CZ-75 Compact’는 말 그대로 기존 CZ-75B 모델을 축소시켜 간소함과 이동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종으로 바렐 길이 약 10㎝, 전체 높이 12.7㎝, 무게 907g이다. 흥미로운 것은 양산형 권총임에도 조준 정확도, 명중률, 그립감이 훌륭했고 대용량 탄창으로 채용해 오랜 시간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총알 발사 시 반동도 적다. AFPB 안전장치의 장착으로 충격에 의한 총기오발 확률이 현저히 적고 슬라이드 윗면에 새겨진 무늬는 조준 시 햇빛에 눈이 반사되는 불상사를 예방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내부에 판스프링이 설치되어 있어 탄창이 분실되는 경우가 없도록 했다. 제작 재료에 플라스틱을 첨가해(때문에 장난감 권총이라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원가를 크게 절감했고 이것은 가격대비 고효율이라는 시장 경쟁력으로 재탄생됐다. 참고로 ‘CZ-75 compact’ 모델은 미국에서 550달러(약 5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볍고 숨기기에 좋은 형태 때문에 유럽 대테러 부대들은 물론 미국 CIA와 같은 첩보기관부터 육군 델타포스 등의 특수부대들이 애용하는 권총으로 현재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Gunnews.com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소리 없는 암살자 ‘프레데터B’, 독일 무선시스템 장착

    소리 없는 암살자 ‘프레데터B’, 독일 무선시스템 장착

    미국 공군의 ‘소리 없는 암살자’ 역할을 수행해온 최첨단 무인 공격기 ‘프레데터 B(MQ-9 리퍼)’에 유럽식 무선통신 시스템이 추가될 전망이다. 과학정보 사이트 스페이스데일리닷컴은 프레데터 B를 제조한 미 항공업체 제너럴 아토믹스 사(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 Inc)가 독일 RF 계측기 전문 개발업체 로데슈바르츠(Rohde & Schwarz)와 팀 구성 계약을 맺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너럴 아토믹스 사와 로데슈바르츠 사와의 공동 개발팀 결성 소식은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항공기 부속품 박람회(ILA Berlin Air Show)’에서 처음 전해졌다. 이번 프레데터B(MQ-9 리퍼)에 더해지는 무선 기술은 항공 시스템과 접지 제어 시스템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민간 항공 인증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 군사 항공 전자 장비와도 호환이 가능해 민간용, 군사작전용으로 모두 응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프레데터B(MQ-9 리퍼)는 최대이륙중량 1t, 최대 체공고도 10㎞인 예전 MQ-1프레데터에서 최대이륙중량 4.7t, 최대 체공고도 15㎞으로 업그레이드된 무인 공격기로 기존 MQ-1 프레데터의 115마력 엔진성능보다 8배 뛰어난 최신 고출력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속도도 3배나 더 빠르다. 제너럴 아토믹스 사 최고경영자 린든 P 블루는 “우리는 유럽식 통신시스템을 도입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로데슈바르츠 사에서 설계 및 개발된 무선통신시스템은 우리 무인 항공기 기술 발전목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기술에 대한 시험 비행은 올해 말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wikipedia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포토] 영화 ‘경주’, 주연배우 나란히

    [포토] 영화 ‘경주’, 주연배우 나란히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경주’(감독 장률, 제작 인벤트스톤 률필름, 배급 인벤트디)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경주’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장률 감독의 첫 코미디 멜로 연출작이다. 정치학 교수 최현(박해일 분)이 7년 전 봤던 춘화를 찾아 경주를 찾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와 1박 2일 동안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6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경주’ 신민아 박해일 “어색한 사이?”

    ‘경주’ 신민아 박해일 “어색한 사이?”

    배우 신민아 박해일이 영화 ‘경주’의 홍보에 나섰다.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경주’(감독 장률, 제작 인벤트스톤 률필름, 배급 인벤트디)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 신민아 박해일이 참석했다. 박해일은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포토월에 섰으며 신민아는 화이트 블라우스에 마 소재의 스커트를 입고 청순하고 단아한 미모를 과시했다. 신민아 박해일은 투샷 촬영에서 다소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박해일 신민아 안 친해보여”, “박해일 신민아, 두 사람 다 낯 가리는 성격인 듯”, “박해일 신민아, 잘 어울리네”, “박해일 신민아, ‘경주’ 기대 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 ‘경주’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장률 감독의 첫 코미디 멜로 연출작이다. 정치학 교수 최현(박해일 분)이 7년 전 봤던 춘화를 찾아 경주를 찾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와 1박 2일 동안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6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신민아 박해일)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령 前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 노래…‘생명 그리고 동행’展 연 김병종 화백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령 前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 노래…‘생명 그리고 동행’展 연 김병종 화백

    생명의 그리움, 생명의 존귀함이 새삼 가슴 저미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는 흔치 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이 ‘생명 그리고 동행’(6월 30일까지)이다. 얼마 전 ‘생명의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 ‘생명’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을 노래해 온 김병종(61) 화백(서울대 교수)이 만나 ‘생명과 동행’이라는 메시지를 버무리고 있다. 이 전 장관의 시를 김 화백이 묵필로 썼고 ‘생명’을 주제로 한 대작만도 20여점을 내걸었다. 지난 14일 영인문학관에서 김 화백을 만났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자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생명의 노래-숲에서’라는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다. 길이만 따져도 족히 8m는 된다. 김 화백의 대표작이자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바보예수’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이 전 장관의 시가 보인다.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로 시작된다. 또 ‘미친 금붕어’라는 시도 있다. ‘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미쳤으면 합니다/날치처럼 어항에서 튀어나와 일제히/(중략)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지느러미 세우고/하늘을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화백이 화선지에 직필로 휘갈겨 쓰고 여백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시와 묵필이 어우러져 생명의 고귀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벽에 걸린 김 화백의 그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뭔가 얘기하는 표정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 전달을 하지만 다른 생명체들은 눈빛으로 얘기합니다. 꽃에도 눈이 있어 옆에 있는 꽃을 바라보고 찾아오는 벌, 나비와도 눈빛을 마주치지요. 이 그림(카리스 소년)에서는 금붕어와 소년이 서로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사람의 동행도 둘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윤상훈 미술평론가는 “그의 ‘생명의 노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때로는 거칠고 격렬하며 때로는 잔잔하고 화사한 그의 생명 연작들은 수십년을 두고 다양한 울림과 변주를 이어 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가 ‘바보예수’였다면 1990년대에는 ‘생명의 노래’ 시리즈가 이어진다. 유토피아적인 전경 속에서 모든 대상을 화평하게 어울리도록 한다. 그러면서 ‘바보예수’와 ‘생명의 노래’의 두 주제를 같은 뿌리에 두고 작업해 왔다. 그는 “세계는 생명의 기미로 가득 차 있다. 생명의 정령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생명의 노래를 통해 비로소 인간 이외의 다른 지평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화백은 지난 2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저예산 전시를 열었다. 개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개인 작가의 전관 전시에서 생명 연작을 펼쳐 보인 것이다. 관람객 3만 3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개막식 때 이 전 장관이 강연을 했는데 김 화백의 그림에 대해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바다를 모른다. 오직 가끔씩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날치만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생명의 날치’라고 표현했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씨는 김 화백이 직접 작사한 것에 곡을 붙인 ‘사랑가’를 불렀다. 안 명창과는 같은 전북 남원 출신이다. 이 전 장관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제 아내가 이어령 선생의 딸과 대학교를 같이 다닌 사이였지요. 당시 아내가 이대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이 선생이 ‘문학사상사’ 주간을 맡고 있었는데 선생이 제 아내에게 ‘너는 결혼에 신경 쓰지 말고 평생 글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인연의 첫 단추가 된 셈입니다.” 김 화백의 부인은 소설가 정미경씨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2002년 오늘의 작가상과 2006년 이상문학상을 받았으며 그동안 창작집을 7권이나 펴낸 중견 작가다. 김 화백은 부인보다 7년 앞서 중앙일보(1980년)와 동아일보(1981년)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대한민국문학상과 삼성문화재단 저작상 등을 수상한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김 화백은 13세 때 이 전 장관의 책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를 읽고 감명받은 인연도 있으며 부인이 이 전 장관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와 틈틈이 만나면서 오늘날까지 이 전 장관과 동행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김 화백은 ‘문학사상’에 삽화를 그렸고 이 전 장관은 김 화백이 전시할 때마다 전시장을 찾아 강연을 해 줄 정도록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김 화백은 1953년 남원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문자 선생님에게서 ‘너는 화가가 돼라’는 말을 들은 후 화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환쟁이가 나오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그 때문에 그림을 그려 상장을 받아도 집에 갖고 가지 못하고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보리밭에 날려 버리는 일이 숱하게 있었다. 그래도 늘 그림을 그렸다. 억눌림과 쫓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땅에다 그리고 허공에다 그렸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그는 남원 시내 다방에서 ‘유혹’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 마을 어른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리 없었다. 그럴수록 혹시 그림을 못 그리게 될까 봐 조바심이 커졌다. 그 무렵 책을 많이 읽은 것도 강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였다. 사르트르, 카뮈, 레마르크, 모파상, 앙드레 지드 그리고 ‘금병매’와 ‘벽 속의 여자’까지 빌려 온 책을 방 안 여기저기 쌓아 놓고 죄다 읽었다. 그뿐만 아니다. 소설도 몇 편 썼다. 외국의 기성 문인들을 흉내 내 제법 난해한 시들을 쓰기도 했다. 또한 흰 종이만 보면 허기진 듯 그림을 그려 댔고 늦은 밤이면 시내로 나가 총천연색의 극장 벽보를 몰래 떼어다 벽에 붙여 놓고 며칠씩 들여다보곤 했다. 결국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좋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각오로 서울 용산역에 내리게 됐다. 이어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미대에 진학하면서 그의 숨은 재능이 제대로 빛을 보게 된다. 전국대학미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시와 소설로 서울대문학상을 휩쓸었다. 그 무렵 ‘대학입시’라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월간지의 기자가 찾아와 서울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김 화백은 ‘바람일기’라는 소설을 썼다. 잡지사에서 기획한 ‘캠퍼스 소설’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두 번째 소설은 이화여대 영문과 학생이 쓴 ‘바람의 초상’이다. 그 여학생이 지금의 부인이다. 김 화백은 ‘화첩기행’이라는 책으로 대중과 가깝다. 1998년 시작해 지금까지 5권을 냈다. 그는 이에 대해 “대체로 한달이면 보름쯤은 그림을 그리고 열흘쯤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화실과 서재를 왕래하다 보면 이 두 가지 일은 둘이 아닌 하나로 섞이고 만나게 된다. 문장은 수채화 같은 빛깔을 띠고 그림은 글 기운 비슷한 무엇을 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예컨대 서로 데면데면하게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뒤섞이고 풀리면서 제3의 그 어떤 모양과 빛깔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화첩기행’은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다. 오늘날 동행의 느낌을 재현한 것도 미술과 문학이 함께 섞이는 일이라고 한다. 밥과 반찬이 뒤섞이는 작업이란다. 앞으로도 이 같은 동행이 계속 이뤄질 것임은 물론이다. “살다가 배터리가 방전돼 간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는 가방을 꾸리곤 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때마다 충전이 조금 되지요. ‘화첩기행’을 위해 낯선 공간 속으로 들어가 기록하는 순간의 설렘과 흥분은 저를 새롭게 일어서게 했습니다. 여행은 그런 점에서 진실로 스승을 찾아 떠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올해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요즘 들판의 잡초처럼 뒷심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직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그림에 대한 사랑과 깊이가 더욱 느껴진다”면서 열정의 가속도가 생기는 만큼 계속 그림에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독일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개인전만 8회를 열었는데 올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개인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주는 무표정하고 비정한 것이 아닌 문인화의 발묵, 발색 같은 여백의 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생명의 노래’에 대해 자신의 시 한 수를 읊는다. ‘산들아/아직도 청정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느냐/물들아/여전히 그 한 자락을 휘감아 흐르고 있느냐/풀들아 숲들아/고요히 눕고 힘차게 일어서느냐/어린 생명부치들을/아직도 땅 위에 네 품을 거느리고 있느냐/아아 조선의 땅아, 바람아, 물들아, 애잔하게 스러져 가는 것들아/오늘 서툰 붓 한 자루에 실어/내 너희 안부를 묻노니.’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병종은 195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성균관대에서 동양예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독일 베를린에서 ‘바보예수’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프랑스 파리, 미국 시카고, 벨기에 브뤼셀, 일본 도쿄, 스위스 바젤 등지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문학 청년이던 시절 중앙일보(1980년)와 동아일보(1981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81년), 미술기자상(1989년), 한국미술작가상(1991년), 선 미술상(1995년),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2004년)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화첩기행’(전 5권), ‘중국회화연구’ 등이 있다.
  • ‘경주’ 신민아, 포대자루 치마도 완벽 소화 ‘물오른 미모’

    ‘경주’ 신민아, 포대자루 치마도 완벽 소화 ‘물오른 미모’

    배우 신민아(30)의 제작보고회 패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민아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경주’(감독 장률, 제작 인벤트스톤 률필름, 배급 인벤트디)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 박해일과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신민아는 화이트 블라우스에 마 소재의 스커트를 입고 청순하고 단아한 미모를 과시했다. 영화 ‘경주’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장률 감독의 첫 코미디 멜로 연출작이다. 정치학 교수 최현(박해일 분)이 7년 전 봤던 춘화를 찾아 경주를 찾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와 1박 2일 동안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6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경주’ 제작보고회, 박해일 신민아 ‘눈부신 비주얼’

    ‘경주’ 제작보고회, 박해일 신민아 ‘눈부신 비주얼’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경주’(감독 장률, 제작 인벤트스톤 률필름, 배급 인벤트디)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경주’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장률 감독의 첫 코미디 멜로 연출작이다. 정치학 교수 최현(박해일 분)이 7년 전 봤던 춘화를 찾아 경주를 찾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와 1박 2일 동안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6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eoulen@seoul.co.kr
  • 200년 간 추적해온 고대 로마 ‘비밀요새’ 발견

    200년 간 추적해온 고대 로마 ‘비밀요새’ 발견

    고고학자들이 수세기 간 추적해온 역사 속에 감춰졌던 고대 로마의 비밀요새가 실존했던 것으로 확인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주간지 사이언스 매거진은 독일 고고학 연구진이 독일 중부 튀링겐주(州)에 고대 로마 군이 주둔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비밀 야영지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18만 평에 달하는 해당 주둔지는 둥근 모서리와 거친 사각형이라는 표준적인 로마 야영지의 외형을 취하고 있다. 야영지 북쪽 가장자리에는 높이·폭 3m에 달하는 방어 장벽이 길게 이어져있었고 총 400m에 달하는 전투 참호도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야영지 주변에서는 빵 굽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8개의 조리용 오븐도 발굴됐으며 로마 시대 군인들이 신던 부츠 흔적도 발견됐다. 학자들은 총 5,000명에 달하는 로마 군인이 동시에 주둔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본래 이 야영지는 지난 2010년 최초 발견됐으나 당시에는 ‘로마’의 것이라는 추정만 나았을 뿐 군사 요새였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최근 추가 조사가 이뤄지면서 군대 야영지 흔적이 다량 출토된 것이다. 특히 고고학자들은 지난 200년 간 독일 일대에 주둔했던 로마군의 흔적을 추적해왔고 그 결실을 이곳에서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발견 유물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시작하는 한편, 불청객들에 의한 유물 약탈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발굴에 참여 중인 베를린 자유 대학 고고학자 마이클 마이어 박사는 “현재 우리는 독일 중앙부에 존재하는 로마 제국 영토 속에 들어와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sciencemag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정려원 베를린 화보, 매혹적인 눈빛 신비로운 매력 뽐내

    정려원 베를린 화보, 매혹적인 눈빛 신비로운 매력 뽐내

    베를린 외곽 포츠담 상수시 궁전에서 진행된 배우 정려원 화보가 공개됐다. 토리버치와 함께한 코스모폴리탄 화보에서 정려원은 그녀 특유의 아이 같은 미소 없이,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뽐냈다. 16일 공개된 상수시 궁전 화보 속 정려원은 화려한 프린트 탑, 도트무늬 가방과 함께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녀의 또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또 깔끔한 심플한 블랙 드레스, 강력한 레드 드레스와 청순한 화이트 미니 드레스 등 다양한 룩을 완벽히 소화하며 여신 자태를 선보여 패셔니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려원의 늘씬한 각선미와 뉴욕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토리버치의 캐주얼하고 세련된 의상으로 완성된 베를린 화보는 코스모폴리탄 5월호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 [열린세상]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희망, REDD+/윤영 균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희망, REDD+/윤영 균국립산림과학원장

    올해는 이른 봄 소식으로 꽃이 일찍 피었다. 풀과 나무의 꽃 피는 시기는 저마다 순서가 있다. 보통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왕벚나무, 철쭉, 아까시나무 순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특히 4월에 피는 벚꽃이 10일 이상 개화가 빨라지면서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3월에 꽃을 피웠다. 조금씩 봄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데 벌써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핀 여름이다. 5월 중순이지만 남쪽지방은 낮 기온이 30도가 넘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놀랍게도 개발도상국의 산림이 사라지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4%나 차지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0~2010)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2.2%)이 과거 30년간(1970~2000)의 1.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국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PCC 제39차 총회는 과학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하나인 REDD+(Reduce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의 역할에 주목했다. REDD+란 개도국에서 산림황폐 및 산림감소를 막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산림경영을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늘리는 것으로 이에 필요한 재정은 선진국이 지원한다는 새로운 형태의 기후변화대응 체제를 의미한다. IPCC는 두 가지 측면에서 REDD+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첫째, 기후변화 완화 측면에서 REDD+ 활동은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라는 것이다. IPCC는 만일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개발되지 못할 경우, REDD+가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REDD+ 활동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과 산촌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된다. 즉, 산림을 지키는 노력이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REDD+ 활동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제19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개도국이 REDD+를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 단계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이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이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라 세계은행의 산림탄소파트너십기구는 산림황폐를 막아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개도국에 3억 9000만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탄소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열대림 감소가 가장 심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산림감소율을 줄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면 각각 10억 달러(1조 100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노르웨이와 체결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011년부터 4년간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6500만ha의 천연림에서 벌채허가권을 발급하지 않는 ‘산림 모라토리엄’(Moratorium·지불유예)을 선언하였다. 또한 일본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실적을 개도국에 받는 ‘양국 간 배출권 제도’(Joint Credit Mechanism)를 추진하고, 개도국에 투자할 온실가스 감축 사업 중 하나로 RED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모는 작지만 효과적인 한국형 REDD+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산림황폐방지 및 복원 사업 모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산림녹화와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은 여러 개도국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의 경험을 발전시켜 북한산림 황폐지를 복구하는 수단으로도 REDD+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서 산림황폐 방지와 산림복구 활동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면, 북한의 황폐지 복구사업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근현대 동물원과 수의병리학의 역사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근현대 동물원과 수의병리학의 역사

    야생동물을 가둬 놓고 구경한 것은 기원전 1500년쯤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근대적 개념의 동물원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오스트리아 쇤부른(1752), 프랑스 파리(1793), 영국 런던(1826), 독일 베를린(1844), 스위스 바젤(1874) 순서다.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1859), 시카고 링컨파크(1868), 신시내티(1881), 워싱턴 스미스소니언(1889), 뉴욕 브롱크스(1899) 순이다. 이후 플로리다 탬파의 부시가든(1959), 샌디에이고 시월드(1963), 디즈니랜드 애니멀킹덤(1998)과 같은 동물 테마파크들이 문을 열었다. 일본 우에노동물원은 1882년, 독일에선 동물무역상이었던 칼 하겐베크(1844~1913)에 의해 하겐베크동물원이 1907년 함부르크에 개원했다. 우리나라 창경원 동물원은 1909년에 들어섰다. 동물원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진귀한 생김새의 동물이나 사나운 맹수를 우리에 가둬 사람들에게 구경시켜 주던 시절이 오래지 않다. 한때 야생동물이란 감옥과 같은 철제 우리에 가뒀다가 죽으면 언제든 야생에서 다시 채워 놓으면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서식지 파괴, 밀렵 등으로 야생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놓이게 돼 동물원이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선진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야생동물의 보전뿐 아니라 자연서식지의 야생동물 보전에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야생동물이 질병에 감염돼 멸종 위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질병을 다른 동물이나 장소로 옮길 수도 있다. 특히 동물원 수의사나 병리학자들은 사육 상태든 야생 상태든 동물들을 건강하게 생존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수 있는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게 수의학 중에서도 병리학 분야에 해당한다. 미국수의학회(AVMA)는 일반의학에서처럼 수의학을 전문화해 내과, 외과, 피부과, 치과, 방사선과, 미생물학, 병리학, 야생동물학 등 20개 전문 분야로 나눴다. 지금껏 야생동물 치료와 질병 진단엔 동물원 수의사와 수의병리학자들의 활약이 컸다. 1999년 미국 전역에 퍼졌던 웨스트나일바이러스(WNV)는 브롱크스동물원 조류의 폐사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알려졌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죽을 때 수의사들이 부검을 하고 검안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수의사의 기본 임무다. 그래야 진료를 위한 처치가 옳았는지, 다음에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부검을 통해 결핵, 살모넬라 외에도 영양결핍 또는 과다에 따른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는 경우가 많다. 수의병리학 발달 전인 1900년대 초 동물원의 부검은 과학자, 해부학자, 의사들에 의해 이뤄졌다. 1901년 들어 필라델피아동물원 동물연구소는 동물원 연구소의 효시다. 현재 런던동물학회의 동물연구소는 병리 분야 외에 동물건강, 복지, 야생동물 전염병을 연구하는 분야도 두고 있다. 동물원의 병리기록은 과거 질병연구에 매우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수의사의 손으로 기록된 브롱크스동물원의 병리보고서는 1890년대부터 지금까지 잘 기록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필라델피아동물원의 펜로즈연구실 또한 1901년 찰스 펜로즈 박사와 엘런 화이트 박사가 부검을 시작한 이래 그 기록과 슬라이드들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샌디에이고 동물학회의 병리자료는 1964년 7월 1일 이후의 2만 2000건을 웃도는 부검 케이스에 대해 부검보고서, 병리조직 슬라이드 및 기타 표본을 정리해 놨다. 이 자료는 미국 박물관협회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필라델피아동물원의 경우 동물원 동물의 폐사 원인 중 3분의1 이상이 영양학적인 문제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원숭이류에서는 결핵이 주 폐사 원인이라는 점을 알아냈으며, 그 진단을 위해 1911년 펜로즈연구소에서 원숭이에 대한 투베르쿨린 반응검사가 최초로 이뤄졌다. 아울러 아시아코끼리에 대한 결핵 연구로 코끼리의 사육·관리 방법을 개선했다. 에이즈(AIDS)처럼 많은 종류의 원숭이류에서 발병하는 면역결핍증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처음 보고된 것도 동물원의 연구 덕분이었다. 한편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야생동물의 번식은 반드시 조절돼야 하며 최근 약제의 사용이나 외과적 피임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약제가 효과적인 피임제로 쓰일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동물 폐사 후 번식 관련 장기들에 대한 세밀한 부검을 실시하고 자료를 모으는 것도 동물원 수의사나 전문 병리학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서울동물원도 아픈 동물에 대한 진료뿐 아니라 질병의 진단과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종의 동물에 대한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전문 동물영양사에 의한 식단 개선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꾸준히 한다고 자부한다. 예컨대 이제 볼 수 없지만 북극곰 ‘대한’이를 괴롭힌 고질적인 피부염의 원인을 밝혀 완치했다. 큰물새장의 고니, 두루미, 저어새 등 희귀한 조류가 죽어 나갈 때 수의과대학, 수의과학검역원과 같은 전문가의 현장 자문을 통해 원인을 캐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큰물새장 바깥의 100여개 왜가리 둥지를 철거한 뒤로는 같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공연하던 돌고래와 물개가 이물질을 삼켜 위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내시경을 이용해 끄집어내는 시술도 성공했다. 이런 사례를 정리해 국내외 야생동물 관련 학회에 정례적으로 발표도 한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악성 전염병을 막기 위해 전 직원이 방역과 소독에 최선을 다했다. 동물원 폐장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을 지켜 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그러나 애쓰고 있다는 점에 이용객들의 넓은 이해를 당부한다. 거듭 말하지만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이야말로 인간에게 좋은 세상이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 vetinseoul@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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