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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스위스 유학파라서 볼 뽀뽀 ‘비쥬’?동지애·우정 상징하는 ‘형제의 포옹’김정은, 2번 만난 시진핑과는 포옹 안 해김정일은 2000년 남북회담 때 DJ와 포옹‘40년 우정’ 김일성과 덩샤오핑도…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26일 토요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습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도 건너뛰고 한 달 만에 다시 성사된 남북 정상의 만남에 전 세계가 놀라워했습니다.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시간가량 회담이 끝난 뒤 남측으로 돌아가는 문 대통령을 환송했습니다.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을 피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가 그것만으론 안 되겠다는 듯 와락 문 대통령을 안았습니다.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번갈아가며 3번을 포옹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처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인사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따뜻한 포옹을 나눴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프랑스에서 유래한 인사법인 비쥬(Bisous·볼 뽀뽀)로 문 대통령에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쥬는 상대방과 양쪽 볼을 번갈아 맞대는 인사법입니다. 뺨에다 입을 맞추진 않고 입으로만 ‘쪽’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비쥬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혈연관계나 친한 친구 사이에서 주로 하는 친밀함의 표현입니다. 남자들끼리는 비쥬를 거의 하지 않지만, 격의 없이 친한 사이에서는 하기도 한답니다.오른쪽 볼부터 시작해 왼쪽 볼까지 각 1번씩 2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쥬이지만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3번 이상 볼 키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3번 포옹하는 비쥬 인사를 한 것은 김 위원장이 어릴 때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유학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기사와 사진, 동영상 자료를 뒤적여봤습니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여서 포옹 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나씩 차근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였습니다.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6년간 북한 밖을 벗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만난 외국 정상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명뿐입니다.올 들어 2번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공식석상에서 악수만 했을 뿐 포옹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3월 26일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그리고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2차 북·중 회담을 가졌을 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이 공개한 편집 영상에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만나 3~5초간 양손을 포개어 잡고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스킨십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떠날 때에도 담백하게 악수만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방북했을 때,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평양을 찾았을 때에도 악수로 맞이하고 배웅한 바 있습니다. 볼 키스나 포옹 등의 친밀한 표현은 조선중앙TV 영상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그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잇달아 세 번 껴안았으니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겁니다.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의 별명을 들어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삼촌’과 ‘으니(김 위원장을 지칭) 조카’의 애정표현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삼촌과 조카뻘만큼 나이 차(31세)가 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쥬식 포옹을 나눴습니다. 판문점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기념 촬영을 위해 잡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던 남북 정상은 문 대통령의 제의로 2번 연달아 포옹했습니다.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포옹 인사는 자주 있었던 일입니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조부인 김일성 국가주석도 동맹국가 정상들과 만날 때 진한 포옹으로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을 먼저 예로 들어볼까요. 2000년 6월 13일,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전 위원장이 직접 맞이했습니다. 붉은색 꽃 장식을 흔드는 평양시민들과 도열한 북한군 의장대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환한 얼굴로 손을 마주 잡고 오랫동안 흔들었던 장면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2박 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이 서울로 돌아갈 때, 두 남북 정상은 세 번 연속 포옹 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또 만납시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세 번 껴안으며 뺨을 맞대는 인사로 친밀함을 과시했고,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와 교류했는데 역시 진한 세 번 포옹으로 우정을 쌓았습니다. 특히 김 전 주석과 덩샤오핑 전 주석과의 관계는 조선중앙TV가 제작한 기록영화를 보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53년 이후 1991년까지 수십 차례 만날 때마다 포옹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 전 주석은 41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덩 전 주석은 5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습니다.중국의 시사주간지 ‘세계지식’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1991년 10월 5일이었는데 구순을 앞두고 공직을 떠난 덩 전 주석은 만나자마자 김 전 주석을 뜨겁게 포옹하며 오랜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고 합니다. 특히 두 사람은 그냥 포옹만 하지 않고 뺨과 뺨을 맞대는 비쥬식 인사도 했습니다. 김 전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하고 덩 전 주석이 2년 뒤인 1997년 2월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각별한 우정도 끝을 맺었습니다. 이전에도 북한 지도자들이 포옹이라는 외교적 인사를 통해 다른 국가 정상과 우애를 표현한 점에 미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껴안은 것은 스위스 유학파여서라기보다는 선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한 장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동쪽에 있는 벽화 말입니다. 중년의 서양남성 두 사람이 진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그래피티로 표현한 ‘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서 저를 구원하소서’(My God, Help Me to Survive This Deadly Love)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79년 10월 초 동독 정권 수립 30주년을 맞아 동독을 방문한 뒤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반가운 나머지 키스로 인사한 장면을 그린 것이지요. 볼 키스와 포옹은 사회주의 국가권의 독특한 인사입니다. ‘형제의 키스’(fraternal kiss) 또는 ‘형제의 포옹’(fraternal embrace)이라고 부릅니다. 공산주의 국가 정상들이 특별한 유대관계를 드러내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동지애를 표현할 때 쓰는 인사법입니다. 형제의 키스는 양쪽 뺨을 번갈아가며 3번 맞대는 행동입니다. 볼에 입을 맞추지는 않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한답니다. 형제의 포옹은 3번의 진한 포옹을 뜻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하되 볼을 맞대지는 않습니다. 이 방법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이 주로 쓰는 인사법입니다. 냉전기간 중국, 북한 등 아시아 사회주의권 국가 정상들이 유럽, 쿠바처럼 스킨십 문화가 있는 정상들과 교류하면서 형제의 포옹은 받아들이되 볼 키스는 뺐다는 게 대체적인 추측입니다.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면서 형제의 키스 문화는 사라졌지만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에는 이런 풍습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형제의 키스 또는 형제의 포옹은 19세기 중반 노동자 계급의 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유산계급을 상대로 벌인 험난하고 외로운 투쟁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동지애를 표현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인사였던 것입니다. 평등과 형제애, 연대와 결속의 상징을 뜻하는 형제의 포옹은 유럽식 인사법인 비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김 위원장이 ‘형제의 포옹’을 문 대통령과 나눴다는 것은 남북이 그만큼 이념을 뛰어넘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혈맹’ 관계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보다 더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담화가 ‘형제의 포옹’으로 한껏 더 와 닿습니다. 우리는 세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인사를 나누게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여행본능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여행본능

    2008년 9월 늦은 밤 도착한 조지아(당시는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 러시아와 짧지만 격렬한 전쟁을 막 끝낸 트빌리시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군데군데 남아 있는 폭격의 흔적은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트빌리시까지 날아간 이유는 유명한 드마니시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드마니시인은 조지아의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으로 아프리카 바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고인류로 알려져서 소위 말하는 첫 번째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때 아프리카를 벗어난 고인류로 여겨진다.조지아 국립박물관장 로드 키파니드제의 손에서 건네받은 드마시니인의 두개골은 180만년 전의 고인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보존 상태가 좋았다. 다음날 화석이 발견된 현장을 방문해 보니 화산 폭발 후 화산재에 묻히고 용암이 그 위를 다시 덮어 마치 석고붕대를 감아 놓은 것처럼 남게 되면서 오랜 세월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마니시인은 학자에 따라 호모에렉투스, 호모에르가스터로 부르다가 요즘은 호모지오지쿠스로 분류하기도 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대한 설명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오늘날 인류는 거의 전 지구에 넓게 퍼져 살고 있으며 약 70억명 달하는 엄청난 개체 수를 자랑하는 가장 성공한(?) 대형 유인원이다. 인류가 언제? 어떻게? 왜?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지구로 퍼져 나갔는지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최초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고인류 호모에르가스터는 골격이 호리호리하고 키도 크다. 전곡선사박물관에 복원돼 있는 호모에르가스터는 털이 없이 매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뜨거운 열기를 견뎌 내며 먼 길을 걷고 또 걸어 아프리카를 벗어나려면 이런 날렵한 신체 구조와 지구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도 오랫동안 달리는 지구력은 인류가 가진 가장 두려운 무기였다. 더위에 지친 짐승을 쫓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구멍을 한껏 열어 굵은 땀을 쏟아 내던 고인류의 질주 본능은 마라톤의 한계적 고통을 즐기는 현대인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구력으로 무장한 고인류는 한군데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저 산 너머 무엇이 있을까? 거기에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있지 않을까? 두근두근 호기심으로 그들은 그렇게 걷고 또 뛰었다. 그리고 이들의 후예들은 마침내 지구의 끝까지 가게 됐다. 먼 길을 떠났던 모험가 호모에르가스터의 유전자는 버킷리스트에서 항상 압도적 1위로 여행을 꼽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행에서 돌아와 짐을 풀면서 다시 떠나는 날을 꿈꾼다. 가히 여행 본능이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기차 타고 유럽 여행 가는 것을 희망 사항으로 손꼽는 사람들이 많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 출정할 때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떠나서 베를린에 도착했다고 한다.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로’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서울역 터미널에서 ‘여행을 떠나요’를 떼창하며 유럽행 기차에 올라타 보는 상상을 해 본다.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던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여행 본능을 되살려 이번 주말 어디든지 떠나 보자. 열심히 일한 우리는 떠날 자격이 있다. 그곳에서 또 새로운 희망을 품어 보자.
  • “히틀러 정말 죽었다” 佛연구팀 치아로 확인

    “히틀러 정말 죽었다” 佛연구팀 치아로 확인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레이몽 푸앵카레대의 필리프 샤를리에 교수팀은 러시아의 협조로 히틀러의 치아와 두개골 등을 조사해 그가 1945년 4월 30일 사망했다고 결론 지었다.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밀려들자 지하 벙커에서 연인 에바 브라운과 동반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소련군은 베를린에서 히틀러의 시신을 수습해 모스크바로 보냈다. 연구팀은 러시아에서 제공받은 히틀러의 두개골 일부를 검사해 그가 죽기 1년 전에 찍은 두개골의 X선 사진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에 보관된 유해가 히틀러의 것이라는 증거다. 이 유해의 치아에 청산가리 등 독극물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두개골 왼편에는 총탄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다고 발표했다. 또 히틀러의 치석을 조사해 그가 채식주의자였다고 주장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비평가상으로 아쉬움 달래 日고레에다, 황금종려상 품어 “대립하는 세계, 영화로 이어져”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 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컨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컨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외칠과 귄도간 독일 대통령 만나 “난 독일인” 밝힌 이유

    외칠과 귄도간 독일 대통령 만나 “난 독일인” 밝힌 이유

    독일 축구대표팀의 메주트 외칠과 일카이 귄도간은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 촬영에 응했다가 독일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널 소속인 외칠은 독일 대표팀의 간판스타로 전술의 핵심이고, 맨체스터 시티 소속인 귄도간은 미드필더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각자 소속팀 유니폼을 전달했다. 더욱이 귄도간은 유니폼에 ‘나의 대통령에게 경의를 담아’라는 문구를 적어넣어 빈축을 샀다. 독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음달 24일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는데 인권과 언론 탄압을 자행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을 간파하지 못한 채 놀아났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2016년 불발 쿠데타에 가담했다가 독일로 망명한 인사들을 인도해 달라는 터키 정부의 요구를 독일이 일축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도 급속히 악화됐다. 독일 정부가 자국 내에서 터키의 개헌 찬성 집회를 불허한 뒤 터키 정부가 독일 특파원과 인권운동가들을 체포하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이 과정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를 외교적으로 제재하려는 독일 정치권을 겨냥해 “나치즘적이고 파시즘적”이라고 비판해 독일내 감정에 불을 질렀다. 연초 터키가 구금 중인 특파원 등을 석방하면서 긴장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터키계 이민자 2세인 두 선수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부화뇌동하는 것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이런 상황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두 선수가 베를린 대통령궁으로 찾아왔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귄도간과 외칠이 날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당면한 오해를 푸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뿌리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시민과 가치에 대한 헌신이라는 점을 말했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외칠은 ‘나는 여기서 자라났고 국가에 충성한다’고 했고, 귄도간은 ‘독일은 명백히 나의 국가이고 (대표팀은) 나의 팀’이라고 했다”면서 이들의 확고한 국가관을 강조해 악화한 여론을 다독이려 했다. 두 선수는 요하임 뢰브 대표팀 감독과 함께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DFB) 회장과도 면담했다. 그린델 회장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논란을 일으키자 “독일축구와 DFB가 추구하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다르다”며 “우리 선수들이 선거운동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면담 후 그린델 회장은 “외칠과 귄도간은 어떤 정치적 신호를 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고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앞서 귄도간은 둘 외에도 터키계인 세 번째 선수랑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으며 터키 학생들을 돕는 터키의 한 재단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가족들의 조국 대통령을 만났는데 무례하게 굴어야 한다는 얘기인가?”라고 되묻고 “우리는 현직 대통령이고, 우리의 터키계 혈통을 지닌 그를 향해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독일 대표팀은 다음달 27일 신태용호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이 바로 통일의 작은 시험대”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이 바로 통일의 작은 시험대”

    “탈북민들이 취업해 잘 정착하는 것이야 말로 통일의 작은 시험대 입니다.”그간 격하게 대립했던 남북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탈북 청년들의 역할 찾기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현재 재학중인 청년들은 누구보다 남북 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립과 폐쇄로 일관했던 북한이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편승해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맞바꿀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탈북청년들은 통일이후 자유시장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를 선도할 사명감에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창비서교빌딩에서는 탈북 청년 단체 ‘위드유’(with-U)가 주최한 제2회 with-U 통일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사로 참가한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 와있는 탈북민들이 우리사회에 잘 정착하는 일이 핵심적인 것”이라며 “탈북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가 나서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또 과거 동서독이 통일될 때도 동독 주민들의 생활 안정에 서독 정부가 적극 나섰던 것을 거론 하며 “탈북민들이 취업해 잘 정착하는 것이야 말로 통일의 작은 시험대이다”라고 주장했다. 탈북 청년들의 사회적 역할과 통일이후 남북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 청년 단체 ‘위드유’의 활동은 지금까지 안팎의 주목을 받아 왔다.2011년 탈북민 출신 대학 졸업생 8명이 모여 결성한 ‘위드유’는 그 해 3월 발대식을 갖고 통일에 대한 이슈와 동향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모임을 가져 왔다. 북한 출신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스스로 바꿔보자는 목표로 활동해온 이들은 ‘말보다는 행동’이란 생각으로 2014년 8월 가수 이승철과 함께 ‘독도음악회’를 개최했다. 또 2015년에는 좌·우 이념 갈등을 넘어 균형 있는 역사관을 배우려는 취지로 직접 마련한 한국 현대사 강좌를 개최했다. 강좌에서는 보수·진보 인사가 고르게 강사진으로 참여해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의 현대사까지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 폭 넓은 시각을 보여준 바 있다. 또 그해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을 입은 당시 하재헌 하사에게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500만원을 위문금으로 전달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2016년 7월에는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 장벽에서 ‘오늘의 베를린에서 내일의 평양을 본다’ 주제로 통일 기원 합창을 진행한 바 있다. 박영철 위드유 대표는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가올 통일시대에서는 탈북민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위드유가 플랫홈이 되어 탈북청년들이 남북사회 통합의 가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with-U 통일포럼은 남북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4월 26일 첫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포럼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포럼은 하나금융그룹에서 후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1989)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불안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칸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프랑크푸르트 30년 만에 포칼컵 우승, 1981년 우승 멤버는 누구?

    프랑크푸르트 30년 만에 포칼컵 우승, 1981년 우승 멤버는 누구?

    독일 프로축구 프랑크푸르트가 30년 만에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프랑크푸르트는 20일(한국시간)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대회 결승에서 안테 레비치의 전반 11분과 후반 37분 두 골과 추가시간 6분 가시노비치의 쐐기 골을 엮어 레반도프스키의 한 골로 따라붙은 상대를 3-1로 물리치고 감격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니코 코바치(46) 감독은 하위권을 전전하던 프랑크푸르트를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기는 팀으로 변모시켰고 선수들을 따듯하게 감싸면서도 강한 동기를 심어주는 지도력을 인정받아 다음 시즌 뮌헨으로 옮기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대회 결승에서 미래의 제자들과 미리 만나게 됐다. 코바치 감독은 프랑크푸르트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덕에 여러 빅클럽들의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떠나는 뮌헨으로 옮긴다. 고별전을 멋지게 마무리한 코바치 감독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뮌헨으로 떠나게 됐다. 한편 프랑크푸르트의 포칼 우승은 1973~75 두 시즌과 1980~81, 1987~88 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구단 통산 다섯 번째인데 1980~81시즌 대회 결승 때는 차범근 축구교실 회장이 쐐기골을 터트리며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강따라 흘러간 비극, 영화처럼 남은 흔적

    강따라 흘러간 비극, 영화처럼 남은 흔적

    여행을 부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느낌은 조금씩 다르겠지요. 예컨대 국경은 어떤가요. 듣는 것만으로도 막다른 곳에 이른 느낌, 생경한 땅에 대한 동경, 넘고 싶은 욕망이 가슴 가득 들어찹니다. 영화 촬영지도 비슷합니다. 명화일수록 풍경을 단순 소비재로 쓰는 법은 없지요. 로케이션 장소나 지역에 여러 이야기와 의도를 배치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로케이션 장소 자체를 미장센(화면구성)으로 봐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촬영지를 즐겨 찾는 건 아마 이런 장소들에 대한 로망 때문일 겁니다. 독일 동남쪽에 이 두 가지를 겸비한 곳이 있습니다. 작센주의 고도(古都) 괴를리츠입니다.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독일관광청 측은 “영화 제작자를 위한 낙원”이라거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4000개가 넘는 매혹의 장소”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뭐 곧이곧대로 믿을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고즈넉한 국경의 고도’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합니다.먼저 이 땅의 역사부터 간략하게 훑자. 그래야 풍경에 대한 이해도 달라진다. 괴를리츠는 독일 동남쪽 가장 끝에 있다.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두 나라의 경계가 되는 건 나이세강이다. 강폭은 우리 임진강의 절반 정도. 그리 크지 않은 강이다. ●2차대전 종전 뒤 獨 영토 20% 폴란드에 내줘 나이세강은 2차대전 종전 뒤 두 나라의 국경이 된 오데르나이세 선(Line)의 두 강 중 하나다. 1945년 열린 포츠담 회담에서 연합국 측은 독일과 폴란드의 임시국경선을 오데르강과 나이세강으로 정했다. 이 탓에 독일은 나이세강 동쪽, 그러니까 남한보다 넓은 면적의 곡창지대를 폴란드에 내줘야 했다. 이는 당시 독일 영토의 20%나 됐다고 한다.임시 국경선은 1950년 동독과 폴란드 간 합의로 공식 국경선이 됐다. 그러자 내심 영토 회복을 노리던 서독에선 반발이 일었다. 서독 사람들은 동독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서독에서 통 큰 양보를 한 건 1989년이다. 당시 콜 총리는 독일 통일을 앞두고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경선 공식 확정이란 결단을 내렸다. 이 대목에서 슬며시 우리 현실이 오버랩된다. 전범국이었던 독일의 영토는 이리저리 찢었으면서 왜 일본은 그대로 두고 애먼 한반도만 반토막 냈을까. 안타깝기 짝이 없다. 나이세강 일대는 그대로 영화 세트장이다. 별도의 미장센이 필요없을 만큼 강렬한 미감을 가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연분홍 계열의 집들과 초록 숲, 파란 하늘이 색감의 향연을 펼친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진다. 국경이다. 가시적인 경계는 없어도 강 너머는 분명히 다른 나라다. 두 개의 나라를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느낌이 아주 독특하다.괴를리츠에서 독일과 폴란드를 잇는 다리는 두 개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보행자 다리다. 공식명칭은 알슈타트 다리다. 영어로는 ‘올드 타운 브리지’라 쓴다. 두 나라의 주민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다리를 오간다. 개울 건너 옆 마을로 마실 가는 정도의 느낌이다. 차로 건너는 다리는 좀더 상류에 있다. 이른바 ‘우의의 다리’다. 다리 너머는 폴란드 즈고르젤레츠다. 한때 독일에 속했던 지역이다. 두 지역이 각기 다른 나라라는 건 물건을 살 때 느낄 수 있다. 독일 지역에선 유로화가 통용되지만 폴란드에선 그렇지 않다. 음료수를 사거나 주차비를 계산하려면 소액이라도 환전을 해 두는 게 낫다. 물론 ‘물물교환’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나는 주민에게 부탁하면 흔쾌히 돈을 바꿔 준다. 보행자 다리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대표적인 곳은 성 베드로와 바울 교회다. 줄여서 성 베드로 교회라 부르기도 한다. 파란 지붕 위로 쾰른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첨탑이 곧추서 있다. 교회 옆은 니콜라이 츠빙거다. 츠빙거 하면 드레스덴에 있는 동명의 궁전을 연상하지만 중세의 성에 설치된 보루를 뜻하기도 한다. 니콜라이 츠빙거는 괴를리츠 성벽에 남아 있는 두 개의 보루 중 하나다. 중세의 정원처럼 적요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출입구가 교회 부속 건물처럼 보여 발을 들이기가 꺼려지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나이세강 일대를 좀더 높은 위치에서 굽어볼 수도 있다.●영화 속 호텔 배경 백화점 실제론 텅텅 비어 괴를리츠는 ‘괴를리우드’로도 불린다. 그만큼 많은 영화들이 촬영됐다는 과장 섞인 표현이다. 압권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이다. 2014년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 여러 상을 휩쓴 작품이다. 1930년대 유럽을 완벽하게 재현한 미장센으로 이름값이 높다. 아마 좋아하는 배우 한둘쯤은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명배우들이 출연했다. 인디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에도 성공해 ‘아트 버스터’(아트영화+블록버스터)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영화는 호텔 여사장 살인사건을 통해 여러 인간 군상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 드라마다. 1930년대 파시즘의 고통과 공산주의의 몰락, 당시 유럽의 낭만과 예술 등을 함께 재현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런 시대상황을 담을 만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괴를리츠 시내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을 발견했다. 이어 폐쇄된 백화점 안에 시대를 반영한 세트를 짓고, 기상천외한 사건이 펼쳐질 주 무대를 탄생시켰다. 물론 영화 포스터 사진 속 호텔의 이미지는 합성이다. 하지만 건물 자체는 괴를리츠 시내에 실재한다. 백화점은 예나 지금이나 쓰임새가 없다. 시내 한복판에 당당한 자태로 서 있으면서도 여태 주인을 찾지 못한 게다. 백화점에선 간혹 패션쇼 등의 일회성 이벤트가 간헐적으로 열릴 뿐이다. 현관문도 자물쇠로 잠겨 있다. 그러니 여행자가 볼 수 있는 것도 외관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 모습이 전부다. 그래도 수많은 배우들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안겨 준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주변으로 역사적 건축물과 옛 동독 시절 복고풍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투름이 인상적이다. 꼭 고깔모자를 쓴 원형의 기둥을 보는 듯하다. 투름은 영어로는 ‘타워’다. 츠빙거와 함께 도시 방어 목적으로 세운 전망대다. 니콜라이 츠빙거 앞에도 한 기가 서 있다. 건물의 지붕도 눈여겨볼 만하다. 옛 건축물 지붕엔 으레 사람의 눈을 닮은 창이 나 있다. 멀리서 보면 꼭 괴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글 사진 괴를리츠(독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여러 목적지를 돌아보려면 차를 렌트하는 게 가장 유효하다. 드레스덴 시내에 다국적 렌터카 업체가 있다. 소형 차량의 경우 하루 7만~8만원 선이다. 주행 거리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으니 꼼꼼하게 살피자. →치타우의 작은 삼각주는 치타우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다. 내비게이션에 ‘small triangle’을 입력하면 된다. 괴를리츠의 보행자 다리는 알슈타트 다리(Altstadtbrcke)를 찍고 찾아가면 된다. →폴란드나 체코 국경을 넘을 생각이라면 약간이라도 환전을 해 가는 게 좋다. 주차비나 식음료비 등 소소하게 쓸 곳이 생긴다. 예컨대 화장실이 그렇다. 폴란드 국경 지역의 경우 개방형인 우리와 달리 화장실을 찾기조차 힘들다. 애써 찾았어도 유료라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물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긴 한다. 어쨌든 환전해 가는 게 낫다는 얘기다. →편의점이 우리처럼 흔하지 않다. 게다가 오후 8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필요한 물품은 미리 사 둬야 한다. 식당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은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
  • 극우 권위주의 정부 압박…조국 떠나는 소로스재단

    나치 독일에 점령됐던 조국 헝가리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세계적인 부를 쌓아온 국제금융계의 거성 조지 소로스(87)가 이번에는 확산되고 있는 극우 권위주의 물결 속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동유럽에 불고 있는 권위주의 및 극우 민족주의, 반이민주의 바람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지원해 온 소로스의 열린사회재단(OSF)과 소로스에 대한 헝가리 집권 여당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압박과 견제가 심해진 탓이다. 부다페스트에 본부를 둔 소로스의 열린사회재단이 헝가리를 떠나기로 했고, 소로스가 부다페스트에 세운 중앙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도 폐쇄 또는 이전 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더 애틀랜틱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시민단체지원과 난민 구호,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확산을 지원해 온 진보적 색채의 OSF가 집권 여당과 사법부의 적대적인 움직임, 오르반 총리의 압박 속에서 본부를 독일 베를린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소로스 축출’에 앞장서 온 오르반 총리는 OSF 본부 폐쇄와 관련, “소로스가 헝가리에서 나가더라도 그의 자유주의 이념과 싸우는 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치의 박해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유대인 소로스는 헤지펀드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뒤 OSF를 통해 헝가리 시민단체를 후원하며 모국에서 민주주의 이념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난민을 헝가리로 끌어들여 헝가리 사회를 전복시키려 한다며 비난했고 외국 기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는 인터넷과 출판물에 지원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소로스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입법 등을 확대해 왔다. 헝가리도 폴란드처럼 민주주의 후퇴와 일당 독재 경향 강화 및 시민단체 탄압 등이 강화되자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EU는 헝가리에 대해서도 원조 중단 및 삭감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무한 상상력 선보이는 웨스 앤더슨표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예고편

    무한 상상력 선보이는 웨스 앤더슨표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예고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이 4년 만의 신작 ‘개들의 섬’으로 찾아온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개들의 섬’은 6월 14일 국내 개봉을 확정짓고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영화 ‘개들의 섬’은 세상의 모든 개들이 사라진 미래 도시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를 잃은 소년 ‘아타리’(코위 랜킨)가 살아남은 다섯 마리 개들과 함께 ‘스파츠’(리브 슈라이버)를 찾아 떠나는 사랑스러운 모험을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실사 영화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웨스 앤더슨의 기발한 상상력과 세련된 미학적 연출이 통제 없이 과연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주목케 한다. 먼저, 다섯 마리 슈퍼 견공들 ‘치프’(브라이언 크랜스톤), ‘렉스’(에드워드 노튼), ‘킹’(밥 발라반), ‘듀크’(제프 골드브럼), ‘보스’(빌 머레이)가 하늘에서 떨어진(?) 쓰레기 음식을 먹고 지내게 된 이유와 함께 그들이 머물고 있는 ‘개들의 섬’을 엿볼 수 있다. 이어 자신이 키우던 사랑스러운 개 ‘스파츠’(리브 슈라이버)를 잃어버린 소년 ‘아타리’(코위 랜킨)가 우연히 ‘개들의 섬’으로 오면서 다섯 마리 슈퍼 개들과 특별한 동행을 시작한다. 영화에는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제프 골드프럼, 스칼렛 요한슨, 그레타 거윅, 브라이언 크랜스톤, 리브 슈라이버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목소리가 팬들을 귀를 즐겁게 한다.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은 2018년 6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10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자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냉전 체제는 그 시작부터 종식까지 사실상 정상회담의 역사로 이어진다.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회담을 돌아보고 한 달 남은 북·미 회담의 성공을 가늠해 본다.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소련 등 3대 연합국 수뇌부는 러시아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모여 종전과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회담에서 당시 패전을 앞둔 독일을 분할 점령할 것과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스탈린 서기장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탈린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한 뒤 2~3개월 내 대일전에 참전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 회담을 바탕으로 소련군이 같은 해 8월 일본을 공격하고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을 분할 점령하는 계기가 조성된 셈이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얄타회담은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세계와의 냉전이 시작된 계기로 평가된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미·중 정상회담은 폐쇄적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끌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이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냉랭했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1979년 미·중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닉슨 대통령과 당시 소련과의 영토 분쟁에서 패하고 문화대혁명 여파로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한 마오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나 실무진의 끈끈한 물밑 협상 덕에 가능했다. 회담 전년도(1971년)에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가진 것(핑퐁 외교)을 계기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양국의 물밑 접촉이 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키신저 물밑접촉, 폼페이오·김정은 만남과 닮은꼴 김 위원장의 경우 당시 마오 주석처럼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핵 포기 없이는 ‘비이성적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1985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은 1984년부터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6년 만에 이뤄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좀 마시자”며 산책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통역사만 대동한 채 한 시간 반 동안 제네바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떠오른다. 양국 정상은 당시 군비통제 협상을 촉진시키고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 핵무기 50% 감축 등에 합의하고, 1987년에는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을 맺는 등 냉전 종식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 밖에 1989년 12월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에 쐐기를 박고 미·소 양극 체제의 종언을 알린 회담으로 평가된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에서 만나 1945년 얄타회담 이후 지속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유럽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에 대해 소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전략핵무기와 화학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이 회담은 여러 현안에 대해 원칙적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 협의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냉전을 종식시킨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 공산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에 자유 총선을 제의하면서 이듬해인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1991년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반발로 인한 쿠데타가 실패한 뒤 경제 실패와 군비 경쟁으로 가뜩이나 구심력이 약화됐던 소련 체제가 붕괴해 미국은 단일 패권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통일 독일’ 되기까지 美·소련 합의 결정적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 이전까지 모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 간 접촉을 실시해 상호 신뢰를 다졌다는 점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가 1970년 만난 이래 양측은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해 평화공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일 독일이 되기까지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되는 미국과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과 양상이 비슷하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수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시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 문법보다 거래의 본능에 충실한 트럼프 대통령,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과감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김 위원장,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등 3자 간 ‘궁합’에 의해 열리는 회담인 만큼 73년에 걸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자치광장] 광화문 터줏대감, 세종문화회관/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자치광장] 광화문 터줏대감, 세종문화회관/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세종문화회관은 1935년 지금의 서울시의회 자리에 부민관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 1961년 현재 위치에 시민회관으로 세워졌고, 1972년 화재로 소실됐다 1978년 오늘의 모습으로 완공됐다. 시민 문화예술 확대와 문화예술 부흥을 위해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과 베를린필하모닉, 뉴욕필하모닉 등 최정상 예술단의 국내 초연부터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국내 초연까지 세종문화회관을 거쳐간 국내외 예술가와 명작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세종문화회관은 한국 공연예술계의 등용문이자 국제공연예술의 유일한 통로였고, 1970~80년대 한국 순수예술의 요람이었다. 1980년대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 증가로 국내 곳곳에 공연장 등 문화시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종문화회관은 국내 최대 문화예술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장과 문화예술단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자체 창작과 제작이 가능한 예술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르별로 연극, 무용, 오페라, 뮤지컬, 국악관현악, 합창 등 6개 예술단과 청년, 어린이로 구성된 3개의 예술단까지 총 9개의 예술단이 매년 정기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둘째, 세종문화회관은 단순한 문화시설, 문화예술 전문기관이 아닌 많은 시민들의 기억의 공간으로 의미가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엔 시민들의 기쁨과 환희의 공간이었고, 2016년엔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촛불과 함께한 소통과 화합의 공간이었다. 지난 4월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계획(안)’을 발표했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광장을 광장답게 만들기 위한 계획으로 현재 교통섬인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넓혀 시민광장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1년 준공을 목표로 한 이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문화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광화문의 대표 문화시설 세종문화회관이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세종문화회관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과 담대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중심에 항상 서울시민이 함께할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광화문 시대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거듭날 세종문화회관을 기대해도 좋다.
  • [文대통령 취임 1년] 평화, 한반도… 가장 많이 외쳤다

    [文대통령 취임 1년] 평화, 한반도… 가장 많이 외쳤다

    평화 284회·한반도 207회 남북관계 훈풍에 단어 선택 작년 북한 올핸 남북 더 언급 경제는 154회 상위 5위 차지문재인 대통령은 첫 1년간 각종 공식 석상 연설에서 ‘평화’와 ‘한반도’, ‘세계’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취임 첫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들인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측을 지칭하는 단어는 올해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달라졌다. 지난해에 자주 언급한 ‘북한’은 올해엔 ‘남북’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10일 취임 이후 지난 8일까지 있었던 3·1절 기념식 연설, 신년사 등과 해외 순방 주요 연설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와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284회)였다. 이어 한반도(207회), 세계(190회), 북한(165회) 순으로 외교·안보 분야 관련 단어가 상위권에 올랐다. 임기 초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꽉 막힌 국면에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까지 ‘한반도 평화’를 부단히 강조한 결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고, 같은 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다. 대북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 주요 연설로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취임 후 1년의 노력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한다”고 말한 한 문장 안에 들어 있다. 올해 급진전한 남북 관계는 문 대통령이 선택한 단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7년 연설문으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 ‘북한’(155회)은 ‘평화’와 ‘한반도’에 이어 가장 많이 쓰인 단어로 꼽혔다. ‘남북’(48회)의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2018년에 나온 연설문에선 ‘북한’은 10차례에 불과하다. 오히려 ‘남북’(36회)의 빈도수가 더 높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선수 교류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 개최까지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소통을 강조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한 이번 정부에서 ‘경제’(154회)도 다빈도 단어 5위를 차지했다. 일자리, 성장 등도 10위 내에 들었다. 지난겨울 성공리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119회)도 문 대통령이 취임 1년간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10개 중 하나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오리지널 마인드(엘리너 와크텔 지음, 허진 옮김, 엑스북스 펴냄) 작가들 사이에서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라디오 진행자 엘리너 와크텔이 제인 구달, 수전 손택, 올리버 색스, 움베르토 에코, 놈 촘스키 등 세계적인 지성 16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과감하고 독창적인 정신(오리지널 마인드)이야말로 다른 삶을 이끌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720쪽. 2만 8000원.이 밤과 서쪽으로(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베릴 마크햄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그의 유일한 저작. 1902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가 1906년 아버지와 단둘이 케냐로 이주해 살았던 30여년간의 삶이 담겼다. 456쪽. 1만 4000원.프랑스 남자의 사랑(에리크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 작가 에리크 오르세나의 최신 장편소설로 동시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대화하고 티격대다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316쪽. 1만 4000원.인류세의 모험(가이아 빈스 지음, 김명주 옮김, 곰출판 펴냄) 인류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인류세’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가운데 저자는 대기, 산, 강, 농경지, 바다 등 10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그렸다. 536쪽. 2만 5000원.학교에 페미니즘을(초등성평등연구회 지음, 마티 펴냄) 2016년 발족한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초등학교 교사 9명이 혐오 표현과 성 고정관념이 깊게 뿌리내린 교실 풍경을 묘사하고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184쪽. 1만 3000원.도시의 36가지 표정(양쯔바오 지음, 이영주 옮김,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대만 문화부 정무차관인 저자가 파리, 로마, 베를린, 타이베이 등 세계 곳곳의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36가지 방법을 소개한 도시 감상 안내서. 288쪽. 1만 5800원.
  • 아시아에 빠진 칸…황금종려상, 한·중·일 거장 삼국지?

    아시아에 빠진 칸…황금종려상, 한·중·일 거장 삼국지?

    단골 손님 이창동의 ‘버닝’ 16일 공개 中 지아장커·日 고레에다도 수상 도전 경쟁부문 초청 아시아영화만 8편 달해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8~19일 12일간의 열전을 펼친다. 깜짝 신인보다 ‘단골 감독’을 아끼는 칸의 경향은 올해 특히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 경쟁 부문(총 21편)에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가 8편이나 이름을 올려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개막작도 이란 파르하디의 신작 ‘에브리바디…’ 올해 경쟁 부문에서는 한·중·일 영화가 나란히 경합을 벌인다.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 등 칸이 자주 초청해 온 동아시아 감독들이 모두 호명됐다. 이란, 레바논, 터키 등 서남아시아 작품까지 합치면 올해 경쟁 부문에 오른 아시아 영화는 8편에 이른다.국내에선 2010년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후 10년 만에 다시 칸을 찾는 이 감독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적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웅숭깊은 성찰로 재해석한 ‘버닝’은 16일(현지시간) 저녁 칸에서 베일을 벗는다.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감독은 신작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같은 해 ‘천주정’으로 각본상을 받은 지아장커 감독은 조직 폭력배와 무용수 간의 사랑을 다룬 ‘애시 이즈 더 퓨어스트 화이트’를 선보인다. 2015년 ‘해피 아워’로 로카르노, 낭트 등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섭렵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일본)은 ‘아사코 Ⅰ&Ⅱ’로 초청받았다.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이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신작 ‘에브리바디 노우즈’라는 점도 아시아에 쏠린 무게를 짐작케 한다.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등 스타 배우를 기용해 스페인어로 찍었다. 파르하디는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2016년엔 ‘세일즈맨’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거장이다.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란 감독 자파르 파니히의 신작 ‘스리 페이스’도 명단에 올랐다. 이번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황금종려상 수상 전적이 있는 터키의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더 와일드 피어 트리’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나딘 라바키(레바논) 감독은 ‘가버나움’으로 칸을 찾는다. 김영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아시아영화 담당)는 “올해 초부터 칸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를 많이 초청할 거란 소문이 있어서 기대가 컸다”며 “한·중·일, 이란, 레바논, 터키 영화뿐 아니라 고려인 3세 록가수 빅토르 최와 1980년대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의 태동을 다룬 ‘레토’(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까지 경쟁 부문에 올라 아시아 영화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부각된 만큼 확률적으로는 수상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칸의 몹쓸 전통?… 여성 감독 진출작 단 3편 최근 영미권에서 불을 댕겨 세계 영화계를 삼킨 ‘미투 열풍’과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리스트는 비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21편 가운데 여성 감독 영화는 3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여성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바 위송(프랑스)의 ‘걸스 온 더 선’, 나딘 라바키(레바논)의 ‘가버나움’과 세계 영화계에서 떠오르는 스타 감독 앨리스 로르와처(이탈리아)의 ‘라자로 펠리체’뿐이다. 여성 감독 영화에 인색한 것은 칸영화제의 전통(?)이다. 1993년 제인 캠피언 감독이 ‘피아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25년간 여성 감독들은 칸에서 최고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때문에 올해 경쟁 부문의 여성 감독들의 성취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작품의 운명을 결정할 심사위원단만 보면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호주 출신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심사위원장으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시간의 주름’을 연출한 아바 두버네이 감독, 브룬디의 싱어송라이터 카자 닌 등 심사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다. ‘리바이던’, ‘러브리스’로 칸영화제에서 수상 이력이 있는 안드레이 즈비아진체프 감독(러시아),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캐나다), 프랑스의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 대만 배우 장첸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확고한 스타일, 수상해도 놀랍지 않은 거장들” ‘올드보이’의 귀환도 눈에 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21년 만에 칸을 찾는다. 1978년 미국 극우 비밀 결사 단체인 쿠클럭스클랜에 잠입한 경찰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블랙클랜스맨’을 들고서다. 감각적인 연출로 이름 높은 프랑스 감독 크리스토프 오노레는 ‘소리 앤젤’로 7년 만에, 올해 여든여덟으로 ‘영화사의 산증인’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프랑스)도 신작 ‘이미지의 책’으로 4년 만에 돌아온다. 박진형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월드영화 담당)는 “경쟁 부문을 보면 칸의 보증수표 같은 한·중·일 대표감독이나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터키의 누리 빌게 제일란,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 받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등 한 번 이상 칸을 다녀간 감독들이 고르게 포진됐다”며 “대부분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 신작도 어떤 작품일지 예상되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누가 수상해도 놀랍지 않을 안전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6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슈타츠카펠레 종신 악장 임명

    26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슈타츠카펠레 종신 악장 임명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6)이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악장으로 임명됐다.이 악단 수습 악장으로 활동한 이씨는 최근 치른 단원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종신직이 결정됐다. 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 악단의 최초 동양인 악장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활동했다. 악장은 악단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로, 통상 수습 활동 후 1~2년이 지나야 종신직 여부가 결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씨에 대한 투표는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치러졌다. 1570년 창단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멘델스존,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작곡가들이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고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명지휘자가 거쳐 간 명문 악단이다. 1992년부터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끌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 바로 실행에 옮기자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나란히 넘나드는 장면은 모두에게 꿈만 같았다. 그 광경을 그야말로 만감이 뒤섞인 채 지켜봤을 이들이 이산가족일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들에게만은 꿈속에서라도 놓지 못할 필생의 소원이 남북의 가족 상봉이다. 다행히 남북 정상은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자고 합의했다.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지난달 말 현재 13만 1531명이다. 이 중 이미 56%가 사망했고 생존자는 6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8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64%를 넘는다. 현실을 들여다보자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것이 이산가족 문제다.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감히 넘겨짚기도 어렵다. 지난 1월에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회담 의제로 올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당시 북한은 2016년 집단 탈출한 북한 종업원들의 송환을 대가로 요구해 협의는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불과 몇 달 새 한반도에서는 남북 예술단 상호 공연, 평창올림픽 공동 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획기적인 교류가 이어졌다. 이산가족 상봉을 헛꿈이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 현실이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놓았다. 그때만 해도 어제의 기적 같은 장면을 상상이나 했는가. 문 정부의 국정 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게 될지도 벌써부터 기대가 뜨겁다. 부산, 금강산, 원산, 청진, 나선, 러시아를 잇는 에너지·자원벨트와 목포, 수도권,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됐다. 경제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더 시급한 문제다. 물론 이 모든 가설의 종착점은 북한의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선결돼야 하는 현실적 난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고통을 헤아린다면 체계적인 준비는 절실하다. 이산가족 전원 상봉은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을 상시화하고 제2면회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화상 상봉을 재개하고 당장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남북 경협 확대 멀지 않다”… 벌써 TF 준비에 분주한 재계

    “남북 경협 확대 멀지 않다”… 벌써 TF 준비에 분주한 재계

    “개성공단 2개월 내 정상화 가능” 비대위, 시설물 점검 방북 타진 현대그룹, 금강산 관광 비상체제포스코는 무연탄 수입할 수도 도로·항공 등 SOC 건설도 주목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경제 나비효과’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태스크포스(TF) 준비부터 참여정부 당시의 철도·도로 등 건설 재개 움직임, 자원 수입 희망까지 저마다 분주한 모습이다.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 이후 자체 TF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겠다”면서 “빠르면 2개월 안에라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와 용수 등 공단 설비가 문제될 수 있어 업종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신 위원장은 “개성공단 시설물 점검을 위해 방북신청을 하려는데 이번에 그 문제가 풀리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창립 50돌을 맞아 초대형 종합 소재 기업을 목표로 내건 포스코는 무연탄 수입 재개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포스코는 2005~2009년 북한의 대진·북창 지역에서 품질 좋은 무연탄 92만t 가량을 들여와 제철소에서 사용했다. 하지만 2009년 북한의 고열량 무연탄 수출 중단 조치 및 대북 제재로 수입이 중단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경제 및 산업 재건을 위해 철강, 에너지, 건설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강산 관광의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이미 ‘비상대응 체제’를 갖추고 예의 주시 중이다. 올해는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0년, 중단한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등이 팔리며 홀로 현대그룹을 지탱 중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날 9만 3900원으로 연초 대비(5만 5500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는 6월 16일이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20주년을 맞는 날”이라면서 “남북 정상이 이번에 ‘소떼 길’에 소나무 기념식수를 함으로써 20년 만에 이 장소가 평화의 상징이 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로, 항공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재개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선언에서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과 관련해 남북 철도 연결과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의 사업을 언급했다. 철도의 경우 동해북부선과 경원선을 연결하는 사업이 먼저 거론된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다. 남측 구간은 강릉∼제진(104㎞)이 단절된 상태여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 시대가 열리면 언제든 공사가 재개될 수 있다. 경원선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2015년 8월 백마고지∼월정리 구간 복원공사를 시작했으나 토지보상비 등의 문제와 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중단됐다. 항공의 경우 북한 항로가 재개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항공기가 북한 항로를 지나다녔으나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막혔다. 다시 이 항로가 열리면 인천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때 운항시간을 40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구상을 밝힌 적 있다. 이 도로는 경기 파주에서 판문점 인근을 지나 개성으로 이어지며 남북 간 도로망을 연결할 수 있다. 유통업계도 설레는 표정이다. 남북 해빙 분위기가 확산하면 외국인 방문객 유치가 활력을 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부족한 통신 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 사업뿐 아니라 무선 가입자 보급률도 낮아 통신사업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비핵화 시한 조율’ 관건… 北 “단계적·동시적” 美 “속전속결”

    ‘비핵화 시한 조율’ 관건… 北 “단계적·동시적” 美 “속전속결”

    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명시(명문화)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면서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 로드맵의 ‘길잡이’로서 충분하고 분명한 성과를 거두면서 이제 공은 5~6월 중 열릴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우선 비핵화 일괄타결 및 단계별 시행방식에는 북·미 간에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전보장(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을 교환하는 방안을 한 번에 타결하되, 실제 실행단계에서는 북·미가 단계별로 서로 주고받는 식이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조건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중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확인하면서 분위기가 일단 긍정적이다. 북·미 정상은 그러나 비핵화 시한, 비핵화 범주,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미국은 ‘속전속결형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부터 시작했던 6자회담(남·북·미·중·일·러)에서 북한이 보여 준 소위 ‘살라미 전술’(의제를 최대한 잘라 보상 극대화) 등 시간 끌기 전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 시한이 이번 비핵화 로드맵에서 중요한 이유다. 미국은 조속한 비핵화를 위해 최대 2년의 시한을 두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토론회’에서 “북한이 단기간에 사찰단을 수용해도 정말 북한이 핵폐기를 하고 있다고 검증하려면 2년 반보다 훨씬 더 걸린다”고 분석했다. 핵탄두용 핵물질 폐기 이외에 각각 미국 본토와 괌·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비핵화 범주에 포함하느냐도 관건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일 노동당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중단과 ICBM 실험발사 중지를 함께 선언하면서 미사일 폐기도 비핵화 범주에 포함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아직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ICBM의 파괴력이 5층 건물을 부술 정도에 불과해 핵물질 폐기만으로 비핵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물질 폐기가 최우선이지만 깊은 북·미 불신의 골을 감안할 때 북한의 핵물질 폐기가 검증된 뒤에도 미국은 은닉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며 “따라서 ICBM·IRBM을 비핵화 범주에 넣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은 비핵화 방식도 합의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모든 핵무기 폐기가 하나의 목표지만, 북한은 현재 상태에서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는 것과, 과거에 만든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각각 다른 의제로 접근한다. 북한의 핵무기 사찰 및 검증 등의 기술적 문제는 향후 실무선에서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물질 및 관련 시설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면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더 확실한 검증을 위해 IAEA가 원할 때마다 의심시설을 점검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영변 등에 관련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 핵물질과 달리, 북한 전역에 산재된 ICBM과 발사장을 모두 사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 복잡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이 무난히 합의되면, 한국이 올해 내 개최를 추진하는 3자(남·북·미) 혹은 4자(남·북·미·중) 회담에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이 협의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제공할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중 하나다. 평화협정으로 평화체제가 장기간 유지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과 이날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 현실화된다. 아직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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