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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광 녹색으로 물든 伊 베네치아 운하...원인은 사고? 시위?

    형광 녹색으로 물든 伊 베네치아 운하...원인은 사고? 시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명 관광지 리알토 다리 아래 운하가 형광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녹색으로 변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언론은 이날 아침 운하 물이 밝은 녹색으로 변한 기현상이 벌어져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실제로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운하는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듯 밝게 빛나는 것이 확인된다. 이 운하 위로 관광객들을 태운 곤돌라와 수상택시가 지나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이에대해 루카 자이아는 베네토 주지사는 “지역 주민들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처음 전해들었다”면서 “현재 관계 당국이 나서 샘플을 수집하고 CCTV를 분석하는등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현재까지 운하가 녹색으로 변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에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ANSA 통신은 운하가 녹색으로 변한 이유가 누수를 추적하는데 자주 사용하는 염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초기 조사 결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시위의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마지막 세대’라는 의미의 현지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최근 ‘로마의 휴일’ 등 영화로 유명한 트레비 분수에 검은 액체를 붓거나 로마 원로원 건물 ‘쿠리아 율리아’ 앞에서 진흙 시위를 벌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단체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같은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운하 역시 이들의 소행이라는 것. 그러나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측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난 1968년 아르헨티나 예술가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생태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인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伊 베네치아 주민들 어리둥절하게 만든 그랜드 카날의 녹색 형광 물빛

    伊 베네치아 주민들 어리둥절하게 만든 그랜드 카날의 녹색 형광 물빛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민들은 28일(현지시간) 아침 잠에서 깨어나 도심을 가르는 수로를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리알토 다리 아래 그랜드 카날을 따라 형광 녹색 물띠가 나타난 것이었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州) 지사는 다음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물 샘플을 떠서 모아 긴급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마우리치오 베스코 베네토 지역 환경보호청장은 초기 조사 결과 물의 흐름을 추적할 때 보통 쓰는 인체 무해한 도료를 물에 탄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리퍼블리카에 털어놓았다. 다만 보통 물의 흐름을 좇는 도료는 조금만 붓기도 해도 되는데 이렇게 넓은 면적을 오염시키려면 1㎏ 정도는 물에 풀었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사고였다고 믿기 어렵다. 그리고 1킬로의 형광물질이 운하에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인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무성했다. 누군가 염색제를 물에 방류했다느니 요즈음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전역을 들썩이는 환경운동가 시위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경찰이 지난 주말 곤돌라 등 수백 척의 보트가 참여하는 해상축제 볼가롱가 레가타 축제가 열린 것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폐쇄회로(CC) TV 영상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이번 사단이 1968년 아르헨티나 화가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가 제34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생태계에 관한 각성을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그랜드 카날을 형광 녹색 물을 들인 것과 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저녁 북부 알프스 자락의 마지오레 호수에서 관광 보트가 전복돼 4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강풍이 원인이었으며 16m 길이의 보트가 세스토 칼렌데 마을과 아로나 마을 중간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19명은 안전한 상태이며 5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뉴스 사이트 라 레퍼블리카에 따르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25명이 승선해 있었으며 항구를 떠나자마자 사고를 당했다. 모두 물에 뛰어들어 대다수는 해변까지 헤엄쳐 나오거나 다른 배들에 구조됐다고 다른 매체들은 전했다. 마지오레 호수는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공유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기상청은 폭풍우를 경보한 상태였다.
  •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개막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개막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가 18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995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2명의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의 주제 ‘2086 : 우리는 어떻게?’는 2086년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탐구를 담아냈다. 18일 열린 개막식에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이성호 대사, 주밀라노 대한민국총영사관 강형식 영사 등 정부 관계자와 2014년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 조병수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등 국내 건축가 및 예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지 관계자로는 세바스티아노 코스탈롱가 베니스시 부시장 등이 함께했다. 정 위원장은 “이제 한국은 명실공히 문화강국이 됐다”면서 “한국관이 우리 문화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전시를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슬리 로코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전시에는 총 55개 건축가(팀)이 초청받아 전시에 참여했다.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큐레이터인 이폴리토 페스텔리니 라파렐리가 심사위원장을 맡아 4인의 심사위원과 함께 국가관과 본전시 그리고 특별언급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시상식은 20일 베니스비엔날레재단 본사에서 진행된다.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은 이틀간의 사전 공개를 거쳐 20일부터 일반인들의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오는 11월 26일까지 약 6개월간 전 세계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 문화외교 나선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 3주간 유럽 방문

    문화외교 나선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 3주간 유럽 방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29일부터 5월 20일까지 유럽을 방문해 문화외교에 나선다. 정 위원장은 먼저 5월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국제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 연합(IFACCA) 회의에 참석한다. IFACCA는 예술가와 세계 각국의 예술지원기관 간의 교류 및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정 위원장은 최고위 지도자 세미나 및 아시아 지역 챕터 회의에 참석해 주요 예술지원 기관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5월 3~5일에는 제9회 문화예술세계총회에 참석한다. ‘예술적 자유 보호’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정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약함이 드러난 문화예술 생태계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예술가의 자유롭고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 세계 문화예술 분야 석학, 정책 입안자, 연구원들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어 5월 6~13일 산업유산 활용 우수 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체코, 독일을 방문한다. 체코 오스트라바 돌니 비트코비체, 독일 루르공업지역의 졸버레인 탄광산업단지, 오버하우젠 가소메터,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등에서 관계자 면담을 진행하고 2025년 개관을 준비하는 당인리 문화공간 활용을 모색할 예정이다. 5월 14~16일은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유럽집행위원회를 방문해 예술과 기술융합, 상호협력 사업 추진 등 예술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의를 진행한다. 17일부터는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 참석해 한국관 전시 개막식과 만찬 등을 주재한다. 베니스비엔날레 관계자 및 건축계 주요 인사 면담을 통해 세계 현대건축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관의 경쟁력 강화와 효과적 운영을 위한 제반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최초의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박경·정소익 두 감독이 ‘2086: 우리는 어떻게’를 주제로 환경위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씨줄날줄] 광주비엔날레/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광주비엔날레/이순녀 논설위원

    비엔날레의 기원은 1895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베니스시 국제미술전시회’다. 국왕 부부가 개회식에 참석하고, 2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큰 성공에 힘입어 2년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정착하면서 비엔날레로 불리게 됐다. 베니스비엔날레와 더불어 미국 휘트니비엔날레(1932년),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1951년)가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국내에선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3대 비엔날레로 통한다. 아시아 최초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하고, 광주의 문화예술 전통과 5·18민주정신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출범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비엔날레 추진을 앞장서 이끌고, 첫 행사 개최에 맞춰 작품 ‘고인돌’을 제작하는 등 열정을 쏟아부은 일은 유명하다. 그 덕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비엔날레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어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7월 9일까지 94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등에서 펼쳐진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세계 30여개국 79명의 작가가 참여해 기후변화, 차별과 혐오, 민주화 등 동시대 이슈들을 깊이 성찰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니 기대가 크다. 그런데 행사를 앞두고 불거진 김건희 여사 초청 논란이 영 씁쓸하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달 3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곧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데 김 여사님이 오시면 행사도 빛나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개막식에 초청했다. 대통령실도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강 시장에게 욕설 테러를 가하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김 여사의 개막식 참석은 결국 무산됐다. 해외 인사도 다수 참석하는 국제적인 예술행사 개막식에 대통령 부인을 초청하는 것까지 트집 잡는 삭막한 정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따왔다. “약해 보이지만 강한 힘을 가진 물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주제 의식이 출발부터 퇴색한 듯해 더욱 아쉽다.
  • ‘세계 미술 명작’ 광주비엔날레서 만난다

    ‘세계 미술 명작’ 광주비엔날레서 만난다

    광주집결 네덜란드등 9개국 특별전시 참여해외·광주문화 기관 매칭 시각 문화 현장화기후 문제·소수민족 문화 등 주요소재 다뤄 4월 개막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9개 파빌리온(국가관)이 열린다. 내년 열리는 행사도 20개국 이상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22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따르면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이날 각 국가별 전시 제목과 참여작가, 큐레이터 등 각 국가별 파빌리온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비엔날레 본전시와 연계해 다양한 국가들의 동시대 예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입체적으로 살피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모이는 광주비엔날레 기간동안 각 국가의 미술 수준을 자랑하기 위해 세워지는 파빌리온이 역대 파빌리온 중 최대 규모로 꾸려지는 가운데 각 파빌리온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는 네덜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탈리아, 중국, 캐나다 총 9개국이 참여한다. 광주지역 협력기관인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은암미술관 등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네덜란드관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후범죄 주범인 기업과 정부를 재판에 회부하는 공판 퍼포먼스를 펼치고 이탈리아관은 지역 청소년과 워크숍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물의 치유력에 공감한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스관은 지난해 열린 제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지네브 세디라가 1960~1970년대 광주와 프랑스의 역사를 품은 물품들을 수집해서 발전된 형태의 전시를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 수교 60주년을 나란히 맞는 캐나다관은 원주민 이누이트 예술가 28명을 중심으로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전시를 펼치고, 스위스관은 한국과 스위스 사진작가 8인이 산이 많은 국가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예술적 인지방식을 표현한다. 중국관은 대나무를 매개로 중국 유서 깊은 문화 정신이 재해석되는 것을 보여주고, 우크라이나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현대영화를 상영해 연대의 힘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베니스비엔날레가 각 국가에서 국가관을 운영하면서 자국 미술을 소개하듯,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또한 해외 유수의 문화예술기관들이 자국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며 국가 간 문화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며 “광주를 중심으로 세계 미술계가 응집되고 결집됨으로써 광주가 세계 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예술은 끝났다?… 제주비엔날레의 도발

    예술은 끝났다?… 제주비엔날레의 도발

    태국 작가와 제주출신 도예가가 만나 제주 전통가마 검은굴에서 구워낸 협업작품을 제주비엔날레 프로젝트에서 선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립미술관은 2022 제3회 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프로젝트 ‘리크릿 티라바닛: 예술은 끝났다!’ 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리크릿 티라바닛: 예술은 끝났다!’는 제3회 제주비엔날레 참여 태국 작가인 리크릿 티라바닛(62)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19일, 20일, 24일 총 3일간 미술관옆집 제주와 제주현대미술관 생태미술교육관에서 대담,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등 3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미술관옆집 제주에서 진행되는 대담에선 리크릿 티라바닛 작가가 제주 옹기토로 빚어낸 그릇을 강승철 도예가가 제주 전통 가마 검은굴에서 구워낸 협업 과정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예술가의 인연과 제주 전통 가마, 제주 옹기토를 사용한 옹기에 관한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미술관옆집 제주에선 퍼포먼스 ‘예술은 끝났다! 우리와 함께 귤 백김치를 담그자’라며 제안한다. 티라바닛 작가의 제주비엔날레 출품작 ‘무제 2022: 검은 퇴비에 굴복하라’와 이어지는 ‘관계 예술’프로그램으로 제주 옛 농가의 모습을 간직한 미술관옆집 제주에서 퇴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수제 막걸리와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티라바닛 작가의 김장 퍼포먼스도 만나볼 수 있다. ‘무제 2022: 검은 퇴비에 굴복하라’는 위성 전시관인 미술관옆집 제주의 공간 곳곳에서 작가의 생활이 묻어있는 다양한 매개체를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공적·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창작과 사색, 삶의 순환과 공유의 관계를 담고 있다. 깃발에는 ‘검은 퇴비에 굴복하라’라는 지시문이 적혀있다. 24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제주현대미술관 생태미술교육관에서 진행되는 아티스트 토크는 관객의 참여와 경험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작품에 녹여내는 리크릿 티라바닛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제주비엔날레 누리집과 제주비엔날레 공식 누리소통망(SNS)에 공지된 네이버폼에서 선착순 30명까지 사전 신청을 받으며, 퍼포먼스 프로그램은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제3회 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공동체의 관계를 중심으로 예술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다. 1984년 캐나다 오캐드 대학교에서 학사를, 1986년 시카고 대학에서 순수 미술 석사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SUBMIT TO THE BLACK COMPOST’(서울 글래드스톤 갤러리, 2022),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Green’(허쉬혼미술관, 2019), ‘Tomorrow Is The Question’(모스크바 현대미술관, 2015)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All the World‘s Futures’(베니스 비엔날레, 2015), ‘라운드테이블’(광주비엔날레, 2012) 등이 있다. 2003년 스미소니언 아메리칸아트 뮤지엄 루셀리아 아트 어워드, 2004년 휴고 보스상, 2010년 앱솔루트 아트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리크릿 티라바닛 작가의 특별한 프로젝트를 제주비엔날레와 함께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설 연휴 동안 많은 분이 제주비엔날레를 찾아 전시와 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 거인의 스웨터, 뚱뚱한 오픈카, 변기 위 낮잠… ‘조각’ 틀을 깨다

    거인의 스웨터, 뚱뚱한 오픈카, 변기 위 낮잠… ‘조각’ 틀을 깨다

    갖가지 정크 푸드를 먹어 피둥피둥 살이 찐 것 같기도 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퉁퉁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컨버터블 카,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국 사람들이 입을 법한 거대한 보라색 스웨터, 변기 위에서 쪼그려 자는 남자의 사진.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7일부터 열고 있는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에서는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한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부름은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오스트리아 국가관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유럽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예술가다.전시실에서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작품은 진분홍색의 오픈카다. ‘팻 컨버터블’(팻 카)이라는 이 작품은 자동차와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결합이라는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다. 분홍색 자동차는 지방이 가득 찬 것처럼 차체가 부풀어 있다. 뚱뚱해진 자동차라고는 하지만 관람객들은 귀엽다는 느낌을 먼저 받는다. 작가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물건은 더 크고 보기 좋은 것을 갈망하면서 사람의 몸에 대해서는 날씬한 신체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이다. 자본주의, 소비 지상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심각한 질문이다. 팻 카를 지나면 보라색의 거대한 천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스웨터다. 2020년 사순절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슈테판 대성당 중앙 제단에 걸렸던 ‘사순절 천’이라는 작품이다. 사순절은 기독교에서 부활절을 준비하며 40일 동안 회개하고 자선을 행하는 기간인데 보라색 천으로 십자가상, 성화, 제단 등을 덮는 전통이 있다. 이를 재해석한 작가는 니트 재질로 11m 크기의 거대한 보라색 스웨터를 만들어 이웃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했다. 국내에서는 천장 높이가 11m 되는 전시실이 없다 보니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려 전시했다. ‘참여에 대한 고찰’이라는 전시실로 넘어가면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자와 그 위에 있는 찰흙 덩어리, 가지런히 놓인 청소도구들을 보면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의 전시물들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조각 작품을 완성시키는 일명 ‘퍼포먼스 조각’이다. 작품들 옆에 제목과 함께 어떻게 행동하면 된다는 지시문이 붙어 있다. 관람객의 참여 없이는 조각이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줘 전통적 조각의 개념을 뒤집고 개념의 확장을 이루는 것이다.또 하나 재미있는 작품은 다름 아닌 사진이다. 조각의 형식과 본질을 탐구해 온 부름은 사진도 조각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개념을 많은 관람객이 평소 궁금해하지만 질문하지 못했던 예술가의 일상을 작가가 직접 모델이 돼 보여 주는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이라는 제목의 연작으로 풀어냈다. ‘사무실 화장실에서 낮잠 자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기’, ‘멍 때리기’ 같은 제목의 작품을 보다 보면 웃음이 터지기까지 한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박현진 학예연구사는 “조각을 흔히 큰 물성을 가진 덩어리라고 생각하지만 부름은 시간성, 참여, 좀더 가벼운 것, 심지어 사진까지도 조각의 요소로 포함시키고 있다”며 “전시 제목처럼 조각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보여 줘 조각이라는 영역을 훨씬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2023년 3월 19일까지.  
  • 금천 서서울미술관 수집 작품 목록 공개

    서울시는 2024년 11월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에서 개관하는 서남권 최초 공공미술관 ‘서서울미술관’이 수집한 54점의 작품 목록을 13일 공개했다. ‘디지털 특화 미술관’을 표방하는 서서울미술관은 2020년부터 국내 거장을 비롯해 해외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초기 웹아트 선구자인 노재운의 ‘남한 삼부작’(2001∼2004)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변형돼 전파되는 과정을 3차원 게임 형식으로 보여 준 안가영의 ‘헤르메스의 상자’(2018)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 김윤철의 ‘아르고스’(2018)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상’과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송상희의 ‘변강쇠가 2016 사람을 찾아서’(2016) 등이다. 서울 서남권의 지역문화 특성을 반영했거나 지역 연구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도 수집했다. 자본주의와 노동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보여 주는 차혜림의 ‘Tumbleweed’(회전초·2018)와 공단 노동자 21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박혜수의 ‘기쁜 우리 젊은 날’(2022)이 대표적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전 세계 미디어아트 미술계를 선도하는 서울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광주비엔날레 D-150 ‘준비 착착’

    광주비엔날레 D-150 ‘준비 착착’

    8일 기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까지 150일이 남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의 전시 공간을 확정 지었으며 참여작가들도 작품 작업에 앞서 광주를 연구하기 위해 광주를 찾는 등 행사가 구체화되고 있다. 8일 (재)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내년 광주비엔날레 개막 150일을 앞두고 전시가 진행될 공간 등을 공개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함께 예술공간 집, 무각사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이숙경 예술감독은 2월과 6월, 8월, 9월 한국을 방문해 연구 조사를 진행하며 전시를 구체화했다. 특히 이 감독은 지난 6월에는 지역 내 풀뿌리 예술 공간과의 라운드테이블을 갖고 전시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 문화예쑬 공간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현지 방문, 리서치도 속속 진행 중이다. 고이즈미 메이로는 지난 10월 광산구의 광주 고려인마을을 방문해 신작 제작을 위한 현장 조사를 2박3일 동안 진행했다. 작가는 새날학교,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바람개비꿈터 공립지역아동센터,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 등을 방문해 마을 주민,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전시를 할 모리 유코는 지난 9월 전시장이 위치한 양림동 일대에서 다양한 구조물을 수집하는 등 현장에 대한 연구를 사흘간 진행, 장소특정적 키네틱 구조물을 작업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1970년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김순기 작가가 전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콜렉티브 팡록 술랍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지를 다녀갔으며 캔디스 린은 국립광주박물관 등을 방문해 전통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내년 행사를 앞두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지기도 했다. 지난 4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동안 현지에서 해외홍보설명회를 가졌으며 지난달에는 런던에서 공공프로그램을 개최했다. 런던에서의 공공프로그램은 세계적 권위의 영국 현대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와 공동주최한 대담으로 BBC, 파이낸셜타임즈, 아트포럼, 아트아시아퍼시픽, 오큘라 등 해외 유수 매체들이 참석하는 등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150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전시 준비에 총력을 다하면서 세계 미술사에 기억될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각국 8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 간 개최된다. 올해에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광주의 다양한 문화예술공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2일권 입장권 등을 개발, 선보인다.
  • “수명 다해 가던 걸작 ‘다다익선’ 되살려… 34년 전보다 의미 각별” [이순녀의 이사람]

    “수명 다해 가던 걸작 ‘다다익선’ 되살려… 34년 전보다 의미 각별” [이순녀의 이사람]

    백, ‘다다익선’ 제작 韓 기술자 원해삼성전자가 연결해 첫 인연 맺어별세 후 수리·복원 참여 유작 관리 설계도 따라 제작하는 하청 아닌아이디어 짜 작품 완성이 내 임무단순 개념 스케치한 종이가 전부백, 설치 끝날 때까지 연락 안 해 美 휘트니미술관 등 수리 자문도내가 없어도 보존할 체계 만들 것지난달 15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의 최대 규모 작품이자 대표작인 ‘다다익선’이 4년간의 침묵에서 깨어나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개막 이틀 전인 1988년 9월 15일 처음 선보인 ‘다다익선’은 브라운관(CRT) 모니터 1003대를 원형 탑처럼 쌓아 올린 형태로, 동서양의 조화와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등을 주제로 한 8개의 영상 이미지를 송출하는 작품이다. 2003년 노후화된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수리를 반복해 오다 2018년 2월 가동을 멈추고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다다익선’뿐 아니라 1993년 대전엑스포에 맞춰 제작했던 ‘프랙탈 거북선’(대전시립미술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 ‘시스틴 채플’(울산시립미술관) 등 작품 복원과 전시가 이어지면서 덩달아 바빠진 사람이 있다. ‘백남준의 손’으로 불리는 이정성(78) 아트마스타 대표다.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에서 TV·라디오 전자 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다다익선’으로 백남준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전담 테크니션으로 세계 전시장을 누볐다. 작가가 별세한 이후에는 국내외 미술관 등이 소장한 백남준 작품의 수리·복원 과정에 참여하면서 유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다익선’ 재가동에 대한 소회가 남달랐을 이 대표를 지난 19일 세운상가 아트마스타 사무실에서 만났다.-‘다다익선’이 다시 켜졌을 때 느낌이 어땠나. “34년 전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그땐 백 선생님 작품에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은 있었지만 일감으로 여겼을 뿐 예술품에 대한 안목은 없었다. 선생님을 따라 해외를 다니면서 예술적 가치를 깨닫게 됐다. 이번엔 수명이 다해 가던 세계적인 걸작을 되살린 것이니 의미가 각별하다. 철거냐 보존이냐, 원본 모니터를 유지하느냐 교체하느냐 등 이런저런 논란과 우려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깊다.” ‘다다익선’을 비롯한 비디오아트 작품들은 모니터 노후화로 태생부터 수명에 한계가 있었다. 백남준도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CRT 모니터가 고장 나면 그 시대 가장 보편적인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다다익선’에 대해선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각서까지 써 줬다. 이번 복원에서 1003대 CRT 모니터 중 상단 6인치와 10인치 266대를 평면디스플레이(LCD) 모니터로 바꿀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열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꼭대기에 있는 모니터들은 고장이 잦다. 접근도 어렵고 고장 날 확률이 높아서 LCD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모니터마다 고유 번호 기록 -‘다다익선’은 여러 차례 수리를 거듭했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품도 생생할 때는 고장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이 들어 병세가 심각해지면 병력 기록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듯 작품 수리 과정도 기록이 필요한데 종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번에 모니터마다 고유 번호를 매기고 문제 해결 방법과 부품 교체 과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누구든 자료만 보면 작품을 고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다.” ●17살 라디오 매력 빠져 전자기술 배워 -백남준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1986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 때 삼성전자 홍보실 의뢰로 TV 모니터 500여대를 벽처럼 쌓는 작업을 했다. 그 후 삼성전자가 ‘다다익선’ 제작에 모니터를 협찬하게 됐는데 백 선생님이 한국에서 같이 일할 전자 기술자를 찾는다고 하자 나를 연결해 줬다. 어느 날 연락이 와선 다짜고짜 ‘모니터 1003대로 탑을 쌓아야 하는데 할 수 있겠나’ 물으시길래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됐다’며 전화를 끊으시더라. 그러고선 작품 설치가 끝날 때까지 일절 연락을 안 하셨다. 전 세계로 점등식이 생중계되는데 대체 뭘 믿고 그러셨는지.(웃음) 큰소리는 쳤지만 등에선 식은땀이 났다. 모니터를 쌓는 건 문제가 아니었으나 영상 송출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나라에 없던 비디오 분배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다행히 모니터들이 모두 완벽하게 작동했다. 나중에 들으니 선생님은 ‘70% 정도만 불이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주 기뻐하셨다고 하더라.” 백남준을 만나기 전까지 TV·라디오 수리 기술자로 30여년 실력을 쌓은 베테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 이 대표는 부산에 살던 작은형이 가져온 라디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열일곱 살 때인 1961년 을지로 국제TV학원에서 전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을지로에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신장비 부품으로 라디오와 전축을 만드는 업종이 성행했는데 사람과 물자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전자상가가 형성됐다. -‘백남준의 손’으로 불리는데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나. “백 선생님과 나의 관계는 일반적인 작가와 기술자의 관계와 달랐다. 보통 작가가 설계도를 주고 제작을 주문하면 기술자는 설계도에 따라 작품을 만들면 끝이다. 협업보다는 하청에 가깝다. 하지만 선생님은 한 번도 설계도를 준 적이 없다. 대략적인 개념만 간단히 스케치한 종이가 전부다. 그걸 가지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견고하고 기능이 향상된 작품을 완성하는 게 내 임무였다.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선생님과 내가 친구처럼, 가족처럼 격의 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만나면 밤을 새울 정도로 말이 잘 통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밤중에 통화를 할 정도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설계도가 없어도 손발이 잘 맞았다.” ‘다다익선’ 성공을 계기로 이 대표는 1989년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세기말 Ⅱ’, 1991년 스위스 취리히와 바젤 현대미술관 개인전 등 백남준 작품의 제작과 설치를 전담하는 테크니션이 됐다. 외국에 나갈 때면 여행 가방은 항상 전자 부품으로 가득 찼다. 한국처럼 원하는 부품을 빨리 구할 수 없었기에 아무리 무거워도 다 갖고 다녔다. 백남준 작품의 유일한 전자 기술자인 만큼 휘트니미술관, 스미스소니언미술관 등 해외 유명 미술관들도 수리·복원을 할 때면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가족처럼 지내… 뇌졸중 때 한 달 간호 -가장 기억에 남는 백남준의 모습은.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뉴욕에 가서 한 달 동안 병간호를 했다. 한식당에서 된장국과 상추쌈 등을 사서 배달해 드릴 때마다 아주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례식에 가까스로 참석해 마지막으로 얼굴을 뵐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선생님 꿈을 꾼다. 정정한 모습으로 작업을 하실 때도 있고 아픈 모습으로 나타나실 때도 있다. 선생님이 꿈에 나온 날은 기분이 좋다.” -이정성의 인생에서 백남준은 어떤 의미인가. “인생 전반기 30년은 기술을 배웠고, 후반기 34년은 백 선생님을 위해서 기술을 써먹고 있다. 시골 촌놈이 위대한 예술가를 만나 세계 곳곳을 다니는 기술자가 됐으니 행운아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작품을 제대로 못 만들까 봐 늘 조바심 속에 살았지만 다행히 선생님이 요청한 작품을 못 만든 적은 없으니 꽤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직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올해 복원 작업이 많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나이도 있고 해서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없더라도 백 선생님의 작품을 온전히 수리하고 보존할 수 있게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여력이 닿는 대로 그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 [문화마당] ‘미술과 건축을 위한 진열창 갤러리’ 40주년의 의미/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미술과 건축을 위한 진열창 갤러리’ 40주년의 의미/최나욱 건축가·작가

    뉴욕에 위치한 비영리 전시공간 ‘미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프런트’가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숫자놀음에 그치는 평범한 기념행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곳의 40주년은 다른 사건들과 맞물리며 의미를 확장한다. 우선 뉴욕이라는 현재 세계 최고 대도시의 태동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40년 전 뉴욕은 냉전과 석유파동이 끝나고 가파르게 도시 개발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 고층 빌딩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가는 동안 철거 중인 건물에는 각종 이민자와 예술가들이 들어섰다(힙합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건물의 진열창을 뜻하는 ‘스토어프런트’는 공사 중 널려 있는 임시 공간 중 하나였다.이제는 명실상부 최고 대도시인 뉴욕이 ‘대도시’ 개념을 구축해 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대도시는 자급자족이 아니라 물류의 이동을 통해 형성되는 곳으로, 뉴욕의 정체성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들의 산물이었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쓴 ‘정신착란의 뉴욕’이 바로 1977년에 출간된 책이다(당시 뉴욕을 아무 규범도 없는 무정부 상태로 묘사한다). 스토어프런트의 설립자 박경은 한국전쟁 이후 도미한 이민자 출신이다. 오늘날 예술에서 당연하게 언급하는 ‘공공성’이 대두된 것도 이 무렵이다. 대도시를 개발하는 거대 자본 앞에서 사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던 예술가들은 예술을 어느 엘리트 집단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지평에서 다루기를 목표한다. 이러한 이들이 모여 만든 스토어프런트는 개관 이후 줄곧 공공성을 주제로 삼았고, 이번 40주년을 맞아 여는 전시 또한 (갤러리의 핵심 멤버였던) 비토 아콘치의 공공성에 관한 에세이로부터 출발한다.인접 분야로 여겨지는 ‘건축과 미술’이 관계 맺던 방식도 돌아볼 만하다. 도시 개발과 함께 최고의 호황을 달리던 건축은 철학을 짝꿍 삼아 담론을 발전시켰고, 상대적으로 미술은 들러리처럼 여겨졌다. 쿠퍼 유니언을 만든 존 헤이덕, 건축 및 도시 연구소를 만든 피터 아이젠먼처럼 철학 이론에 근거를 두는 당대 ‘뉴욕 파이브’를 위시한 건축가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와중에 스토어프런트는 보여지는 현실에 뛰어들기 위해 건축과 미술이라는 새로운 짝을 찾은 것이다. 건축사와 미술사 각각에서 ‘미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프런트’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이 갤러리가 건축 공간을 다루는 방식 또한 각별하다. 명확한 프로그램을 갖춰야 마땅한 시기였던 만큼 전시 공간이란 무릇 ‘화이트큐브’여야 했는데, 스토어프런트는 비좁은 진열창에 전시장을 차리고는 바로 앞의 거리를 제 면적으로 활용한다. 대도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클럽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건물 안에 들어서는 게 아니라 문밖에 줄을 서 외부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필지 하나하나 부동산을 계산하던 시기 중 과연 이민자와 예술가만 할 수 있는 발상이다. 설립자 박경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건축가 전진홍은 “한국 포장마차의 유전자를 가지고 계신 거야”라고 농담한다.모쪼록 40년이 지나 뉴욕은 개발 시기를 기억할 수 없는 안정된 대도시가 됐고, 스토어프런트는 혁신보다는 기념비적인 갤러리가 됐다. 설립자 박경은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감독으로 선정돼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개발 진행 시기 ‘살아남기’를 토대로 공공성을 고민하던 박경은 이 비엔날레 전시에서 개발 이후인 오늘날 ‘함께 살기’를 중요한 문제로 삼는다.
  • 역사 속 트라우마 예술로 시각화… 과거에 비추어 현재 조망 성찰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역사 속 트라우마 예술로 시각화… 과거에 비추어 현재 조망 성찰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2000년대 초반 본인이 세운 갤러리아 플랜B에서 개인전으로 데뷔해 20년도 안 된 2015년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루마니아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고, 해외 주요 미술기관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놀라운 행보를 보이는 작가가 있다. 현재 주목해야 할 최고 아티스트 반열에 올라 있기도 하다. 특별히 영국 20세기 최고 화가로 소개되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많은 형식적, 내용적 유사점으로 더욱 주목받는 40대 회화 작가 아드리안 게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에 크리스티 경매사가 처음으로 게니의 첫 아시아 전시를 베이컨과의 2인전 형태로 열어 소개했다. 1977년 루마니아의 바이아마레에서 태어난 게니는 차우셰스쿠의 독재정치를 겪으며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차우셰스쿠는 루마니아의 대통령으로 혁명이 일어난 1989년 12월까지 독재정치를 펼쳤다. 차우셰스쿠의 통치 아래 루마니아 국민들은 감시와 억압 그리고 폭정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며 루마니아 사회에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겼다. 유년 시절 경험한 독재 정치의 뼈아픈 상흔은 게니가 작품에서 트라우마와 역사적 암흑기의 인물들을 다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독재의 아픔을 경험한 게니는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 역사에 남겨져 있는 트라우마까지 확장해 사회의 집단적 기억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또한 단순히 과거 기억을 다루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과거 기억을 동시대 예술가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고찰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 즉 동시대 작가가 예술을 통해 행하는 과거 기억을 기록하기 위한 기억술이리라. 대표적인 작품으로 ‘컬렉터’ 연작을 살펴보자. ‘컬렉터’ 연작은 2008년에 그려진 게니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작품 속 인물은 독일 군인이자 나치의 추종자였던 정치가 헤르만 괴링이다. 그는 비밀경찰과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나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학살하며 나치 시기에 앞장서서 사람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잔혹함뿐만 아니라 사치스러운 인물로도 유명했는데, 나치가 통치하는 동안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수많은 예술품들을 약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컬렉터’ 연작은 총 4개 작품으로 이뤄졌다. 앞선 3개 작품이 약탈자이자 컬렉터였던 괴링의 살아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면 마지막 작품은 임종을 맞이한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후 사형 집행 전날 자살로 죽음을 맞이했던 괴링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비극적 역사와 트라우마들을 떠올리게 한다. 홀로코스트 이후 ‘기억의 의무’는 마치 정언 명령처럼 우리 사회에 주요한 화두로 자리잡았다. ‘기억’은 과거의 비극적 사건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류의 행위라 여겨진 것이다. 게니는 괴링을 작품에 담아냄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매체로 만든다. 부유하던 과거의 흔적들은 게니의 회화적 제스처를 통해 가시화되고 고착된 기억이 됐다. 작가는 실제 행해졌던 인류의 비극적 행위들,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잊혀지지 않도록 전환시켰다. 게니의 작품은 예술을 통해 과거 기억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게니의 작품에는 미술사 내 여러 작가들이 미친 영향이 잘 드러나 있다. 역사화와 같은 유사한 이미지 구성은 램브란트를 생각하게 하는가 하면, 유화의 붓을 사용하지 않고 팔레트 나이프를 사용해 물감을 아주 두껍게 칠하는 그의 특유기법으로 그린 고흐는 얼굴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베이컨의 초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특유의 이미지를 긁어내는 기법을 쓰기도 했고, 이외에도 앙리 루소와 제리코 등 모두 미술사 내의 회화라는 매체의 전통과 기법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한 뒤 이를 수용했으며, 자신의 독자적인 시각언어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런 독창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책, 영화, 사진, 미술사적 요소들을 해체, 재해석, 재결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제작했다. 대표적 작품인 ‘콜렉터 4’와 ‘다다는 죽었다’에 그려진 다다이스트(전통을 부정하는 예술가) 존 하트필드와 루돌프 슐리히터의 돼지머리를 한 독일 장교 모형인 ‘프로이센 대천사’와 고흐의 초상화를 마치 베이컨의 작품처럼 변형시킨 ‘눈꺼풀 없는 눈’에서 그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제시된 새로운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그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나들게 한다. 이로써 게니가 시간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제시한 이미지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과거와 현재를 비추어 새롭게 혹은 더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게니의 작품은 완전히 구상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은 특징을 지닌다. 때문에 그가 다루는 정치적인 주제들 역시 구체적이거나 명확하기보다는 작품 속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게니를 대표하는 ‘파이 싸움’(Pie Fight) 연작의 인물들은 마치 베이컨의 인물들처럼 물감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이 연작 중 2014년에 그려진 ‘파이 싸움 실내 12’는 2022년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8106만 홍콩달러(약 140억원)에 팔려 게니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됐다. ‘파이 싸움’은 서양에서 파이를 상대 얼굴에 던지는 행위다. 파티에서 축하하거나 혹은 장난으로 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이 정치인, 권력자 등 적대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롱의 의미로 던지기도 했다. 게니는 ‘파이 싸움’ 연작에서 인물의 초상을 그리되 얼굴에 물감을 덧대고, 긁어내고, 비틀어 대상의 얼굴을 지운 익명의 초상화를 그려 낸다. 초상화에서 인물의 얼굴은 대상을 가장 특징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얼굴을 지우고 해체시켰다는 것은 대상의 정체성을 지움으로써 특정 인물이 아닌 과거 혹은 현대 사회 속에서 권력의 병폐와 그런 권력에 가담했던 추종자, 이를 묵인하고 외면했던 예술가들 모두를 대변하는 보편적인 초상화를 그려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파이 싸움’ 연작은 위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의식을 담아 그려 낸 것으로, 사회에 내재돼 있는 집단의 트라우마적 기억들과 비극적 사건들 그리고 그 속의 다양한 정치적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있는 게니의 관심사들을 집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홀로코스트라는 유례없는 극한의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권력의 횡포로 억압받고 소외받는 사람들,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혹은 동시대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기억들을 결합시켜 그려 내 기억의 매체로서 제시하는 게니의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게 만들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로써 게니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속 세계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당한 권력의 행세와 행위들을 우리가 묵인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성찰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퐁피두 미술관, 해머 미술관, 라크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스태들릭 미술관, 겐트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숨 프로젝트 대표
  • 고영훈 화백 작품 3점 용산 대통령실에 걸렸다

    고영훈 화백 작품 3점 용산 대통령실에 걸렸다

    제주 출신 화백으로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인 고영훈 화백의 그림 3점이 용산 대통령실에 걸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패랭이 꽃’(160.5×126.5㎝) 그림 2점과 ‘난’ 그림(162×128.5㎝) 1점 등 모두 3점이 용산 대통령실 2층 국무회의실에 걸렸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이번 대통령실로 이전했다. 고 화백은 이 작품에 대해 “패랭이꽃이 세월이 흐르면서 난으로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묘사했고, 이는 과거·현재·미래 흐름에 따라 패랭이꽃이 난으로 또는 난이 패랭이꽃으로 변화하기도 하는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당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DNA’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 추사 김정희의 ‘난’ 그림 옆에 전시된 이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난’은 선비의 올곧음과 순수함을, ‘패랭이 꽃’은 부모 공양과 윗사람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화백은 극사실주의 회화로 한국 구상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국내 대표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상의 형태를 치밀하게 관찰하고 실물에 가깝게 묘사하는 새로운 리얼리즘을 지향한다. 1970년대에는 ‘이것은 돌입니다’로 미술계에 인정을 받았고 달항아리 등 오브제간의 극적 대립과 긴장을 독자적인 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나가면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 지금은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에서 인정받을 정도다. 올해 3월 제주 출신 작가들의 전시를 위해 마련한 공간인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의 개관 기념으로 고 화백의 ‘호접몽(胡蝶夢)’ 특별 초대전이 열리기도 했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고영훈 화백의 작품이 대통령실 회의실 벽면을 채웠다는 점이 무척 자랑스럽다”면서 “제주 출신 작가들이 국내외 다양한 무대로 진출하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 ‘앤디 워홀 인덱스’, 커푸어의 ‘터닝 더 월드’ 소장한 예술 도서관

    ‘앤디 워홀 인덱스’, 커푸어의 ‘터닝 더 월드’ 소장한 예술 도서관

    루초 폰타나, 앤디 워홀, 애니시 커푸어…. 세계 각지에서 모은 현대미술 거장의 아트북과 작품집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마련됐다. 현대카드는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현대미술 관련 서적과 자료를 모은 ‘아트 라이브러리’를 개관한다고 8일 밝혔다. 현대카드는 2013년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트래블(운영 종료)·뮤직·쿠킹 라이브러리를 차례로 만들어 각 분야의 희귀 자료를 수집해 선보였다. 이번에 문을 연 아트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처럼 꾸며진 게 특징인데, 회화와 조각, 사진, 미디어·퍼포먼스 등 현대미술 관련 장서 6000여권이 공간을 채웠다. 유명 작가가 직접 만들어 그 자체가 예술품인 책과 작가 서명본, 초판본 등 희귀한 책도 600여권에 달한다. 소장 도서 중엔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1967년 출간한 아티스트북 ‘앤디 워홀 인덱스’, 영국계 인도 작가 애니시 커푸어가 세계 지도책에서 중동 지역만 새빨갛게 칠하고 기하학적 모양으로 잘라 낸 ‘터닝 더 월드’, 1966년 200부 한정으로 제작된 이탈리아 작가 루초 폰타나의 아티스트 북 등이 있다. ‘미학적 철회에 대한 진술서’로 유명한 개념미술가 로버트 모리스가 참여한 ‘제록스 북’ 실물도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개념미술을 출판물 형식으로 보여 주기 위해 1968년 제록스 복사기를 사용해 기획된 전시의 결과물이다. 또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개관한 1929년부터 최근까지 개최한 전시의 도록 710권 전체, 1895년 시작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카탈로그 98권 전권 등을 소장해 눈에 띈다. 공간 한쪽에는 백남준과 빌 비올라, 비토 아콘치 등이 제작한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 서양화가 김관수 별세…향년 70세

    서양화가 김관수 별세…향년 70세

    서양화가 김관수(70) 화백이 24일 별세했다.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고인은 1980년대 ‘타라(TA-RA)’ 그룹의 주축으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벌였다. 백지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타불라 라사’를 줄인 타라 그룹은 1980년대 중반 대표적인 젊은 현대미술 작가 그룹으로 경희대 동문으로 구성됐다. 고인은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아 1988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받기도 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도 없을 때 주최 측에서 본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한 매우 중요한 현대미술가”라고 김 화백을 소개했다. 미술계에 따르면 고인은 2000년대까지 국내에서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국내보다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빈소는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202호에 차려졌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다.
  • 광주비엔날레 ‘꽃 핀 쪽으로’ 특별전 베니스서 호평

    광주비엔날레 ‘꽃 핀 쪽으로’ 특별전 베니스서 호평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현지서 펼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 호평을 받으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오는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스파지오 베를렌디스에서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꽃 핀 쪽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미술 전문 매체에서 잇따라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봐야 할 전시로 ‘꽃 핀 쪽으로’를 선정하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아트뉴스(ARTnews)는 한국인의 정서에 잊히지 않을 흔적을 남긴 5·18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라고 전했으며, 오큘라(Ocula)는 한강 작가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한국의 비극적인 과거와 새로운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는 희망에 대해 강렬한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각계각층의 발길이 이어지며 호평을 얻고 있다.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 대학교 한국학과와 스페인 나바라 대학교 박물관학과 등 교수진과 학생들이 방문해 5·18을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월 광주의 현장에 있던 역사학자의 편지는 특별함을 더한다.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광주에 살았으며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돈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한국사 교수는 전시장을 찾은 후 전시에 대한 여운을 담은 편지를 재단 전시부에 부쳤다. 편지를 통해 돈 베이커 교수는 “전시가 열흘간의 한국 민주화 투쟁에 전환점을 두기 보다는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의 아픈 경험에 중점을 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광주와 1980년 5월이 삶을 바꿔 놓았다는 돈 베이커 교수는 “1980년에 겪은 일을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들인지 알리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며 “학생들에게 그해 5월의 광주 시민들이,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가 지난 반세기 동안 성취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도 자주 이야기 한다”고 덧붙였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준비한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 베니스 현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5·18을 매개로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생성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마당] 매체를 재정의하는 공간 디자인/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매체를 재정의하는 공간 디자인/최나욱 건축가·작가

    1969년 하랄트 제만이 스위스 베른에서 선보인 전설적인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며 그 위엄을 재차 알렸다. 이 재현은 전시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건축가이자 큐레이터, 작가인 렘 콜하스가 전시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제만이 시도한 전시 디자인을 44년이 지나 새로운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 놓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공간성을 다루고자 했다. 건축적으로는 자신의 오랜 연구 주제인 복원에 관한 과격한 문제 제기였다. 미술적으로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추상적, 지적 특성까지 전시장 경험에 도입하려는 시도였다.공간 경험은 물론 큐레토리얼까지 고려한 콜하스의 전시 디자인은 반세기 전 제만의 기획을 확장시켰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종종 예술가의 무질서한 태도를 합리화하는 표어로 사용되지만 실은 ‘매체’(medium)라는 미술의 기본 형식이 혼동되기 시작할 무렵 해당 개념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기획이었다. 따라서 전시 역시 모더니즘 맥락에서는 매체 개념에 포함되지 않은 전시 공간이나 다른 작품과의 관계, 이벤트 등과 같은 요소를 미술 형식으로 끌어들이는 의도를 취했다. 콜하스의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하나는 우연적으로 생긴 기이한 공간과 작품들과의 관계를 조직해 제만이 의도했던 효과를 거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69년과 2013년의 전시를 시간적으로 연결 지어 단순 ‘재현’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는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뿐만이 아니라 추상적, 지적 요소를 경유해서 인식할 수 있는 시간적, 이론적 층위를 다루는 공간 디자인이었다. 시각 형식을 지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매체’ 개념은 오늘날 다시금 흥미로운 논의 대상이 됐다. 제만의 전시를 비롯해 마르셀 뒤샹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매체 개념을 전복시키던 때와 유사하게 오늘날 ‘미술이 아닌 패션 등이 미술 논리를 사용’한다거나, ‘팬데믹을 거치며 모든 것을 이미지로 경험’하고,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을 비롯해 상이한 미술계가 합치’되는 일을 겪으며 매체 개념을 재차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시대에서 다시금 회화와 조각, 공간, 사진, 기성품, 소리 등의 의미를 생각해야 마땅하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복합예술공간 ‘디스이즈낫어처치’(TINC)에서 최근 열린 ‘템퍼러리 랜딩’(temporary landing)은 이런 주제 의식을 지닌 전시였다. 전시에 참여한 오가영, 장진승, 허수연 작가는 각각 사진, 회화, 영상, 조각이라는 매체에 전문성을 가진 것은 물론 동시대 매체 개념에 대한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전시 디자이너로서 나는 이들의 작품을 반드시 다른 시각 형식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미술을 정의해 온 ‘좌대’와 ‘액자’라는 전통적인 도구를 활용하는 한편 작품과 지지대의 관계에 균열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예컨대 평면 회화는 벽에 기존 액자처럼 걸지 않았다. 입체 조각은 평소 잘 보이지 않는 아랫면까지도 노출했다. 작품이 지지대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를 바랐다. 단순히 전시장에 작품이 설치되는 것을 넘어 ‘매체를 재정의하는 방법’을 공간 차원에서 드러내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예술은 감각적 차원 외에도 지적 차원에서 또 다른 감상이 가능하다. ‘시각 형식’을 고민한 이 전시에서 작품이나 매체와 공간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었다.
  • ‘오월, 진심의 힘으로’…제42주년 5·18 기념행사 다채

    ‘오월, 진심의 힘으로’…제42주년 5·18 기념행사 다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도 한층 확대된다. 3일 광주시에 따르면 52개 단체로 구성된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광주시와 행사위는 전야제 등 대규모 행사 현장 참여를 보장하는 한편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할 예정이다.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전야제는 오월 시민 난장, 민주 평화 대행진,5·18정신 계승 풍물굿 등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17일 저녁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다.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유공자,유족,각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기념행사는 서울 등 모든 광역 시·도에서 열린다. 희생자 가족의 트라우마를 기록한 ‘김은주 작가 사진전’,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미학적으로 조명한 ‘광주비엔날레 베니스 특별전’, 5·18 관련 노래를 소개하는 ‘전진하는 오월’, ‘호명 5·18 거리미술전’, ‘아사히 신문사 미공개 5·18 기록물 특별전시’ 등 전시회도 곳곳에서 개최된다.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14∼15일 열리는 창작 뮤지컬 ‘광주’ 순회공연을 비롯해 광주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행사위 공모로 선정된 광주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 초청 연주회 등 공연도 펼쳐진다. ‘2022 광주 민주 포럼’(18∼21일),전남대 개교 70주년 기념 학술대회(27일)에서는 5·18 정신과 가치를 학술적으로 조명한다. 한국기자협회,대학생,노동자,여성 등은 14일 광주에서 역사탐방과 정신 계승 행사를 열 예정이다.
  • 억압에 저항, 파괴적 창조… 행동하는 예술정신[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억압에 저항, 파괴적 창조… 행동하는 예술정신[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중국을 대표하는 현존 글로벌 작가를 묻는다면 아이웨이웨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는 중국인 아티스트이자 인권 운동가로 불리며 2015년부터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다. 2015년 이전까지 중국에 살며 활동하던 작가는, 적극적인 정부 비판으로 인해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여행 금지령을 받는 등 억압된 삶을 살았다. 2015년 독일로 이주한 뒤로 유럽에서 난민의 신분으로 작업을 하며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1999년부터 중국 정부의 표적 그는 1957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30년대 프랑스 파리 미술 유학생 출신인 중국의 유명 근현대 시인이자 동양화가인 아이칭이고 어머니 또한 시인인 가오잉이다. 그러나 이 엘리트 부부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당시 반우파 지식인으로 추방당했다. 문화대혁명 시기는 예술의 자율적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미술이 몰락하는 시기였다. 아이웨이웨이와 중국 정부의 문제는 아마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중국 서부 지역으로 추방된 뒤 성인이 될 때까지 대부분 만주와 신장에서 자랐다. 아이웨이웨이의 작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사회 비판적 성격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겪어 온 아이웨이웨이의 이런 개인적 성장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1978년 베이징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고 당시 그곳에서 중국 최초의 전위예술단체 중 하나인 ‘성성화회’(Stars Art Group)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표현의 자유로서의 예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지만 결국 중국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198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작가는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등의 작품을 만나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확립했다. 1993년 베이징으로 돌아온 뒤 그는 베이징 동부에 차오창디 예술촌을 형성하고, 이곳을 거점으로 몇몇 작가들과 실험 예술 그룹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를 결성했다. 1999년 아이웨이웨이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중국 대표 자격을 얻었지만, 상하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전시를 열며 중국 정부의 표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작가의 반체제적 예술은 이 시기 이후 두드러졌고 이는 오늘날까지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작가와 중국 정부 사이에 본격적으로 다시 문제가 일어나게 된 사건은 2008년 쓰촨 대지진이다. 그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쓰촨성 대지진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허술한 대처를 비판했고,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5000여명의 초등학생 부모들과 연대 활동을 벌이며 그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그의 블로그를 폐쇄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이런 인권 문제가 선진화 앞에 서 있는 중국의 수치라며, 독일에서 쓰촨 대지진으로 사망한 초등학생들의 가방을 연결한 긴 설치 미술작품을 전시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원색으로 만든 매우 이국적인 중국 서체로 쓰인 한자 디자인의 대형 글로서, 뜻은 몰라도 뮌헨 미술관 입구의 파사드는 근사하기만 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글자는 초등학생의 작은 가방들을 연결해 만든 설치 미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읽을 수 없는 글은 ‘그녀는 이 세상에서 7년 동안 아름답게 살았다’라는 뜻이다. 뭉클한 순간이다. 사회적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난민과 인권에 대한 메시지 난민 인권에 대한 그의 관심은 유럽 이주 이후 더욱 활발히 나타난다. 최근엔 한국에선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 문제를 다룬 작가의 대표작 ‘빨래방’(2016)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 위치했던 이도메니 난민캠프에 있던 난민들이 그리스 정부에 의해 강제로 캠프를 떠나면서 남긴 옷들이다. 작가는 이 옷들을 수거해 세탁, 수선하고 다림질한 뒤 목록을 만들어 전시했다. 이 작품엔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옷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를 상기시켜 주면서 난민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인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작가는 인권 외에 중국 전통 예술의 정체성과 현대사회와의 관계도 주요 주제로 다룬다. 중국의 동시대 미술과 서구 자본주의 사이의 문화적 차이와 유사성을 담은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2007년 아이웨이웨이는 독일의 소도시 카셀의 도큐멘타 12에서 개최한 ‘동화’(fairy tale)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위해 직접 비용을 들여 중국의 일반인 1001명을 데려왔다. 이 작품의 콘셉트는 간단했다. 블로그를 매개로 한 작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1001명의 중국인을 모아, 그들에게 옷과 짐을 주고 그들을 카셀의 오래된 섬유 공장 안에 있는 임시 숙소에 머물게 한 다음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는 석 달 동안 도시를 떠돌아다니게 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대상은 옷이나 여행 가방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의 정신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여행의 기회가 거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인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 1001개의 의자를 늘어놓고 전시장 밖엔 1001개의 명·청 시대 가옥의 나무문과 창문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 ‘템플릿’을 설치했다. ●中 사회 개인교류 필요 제기한 ‘동화’ ‘템플릿’은 중국 북부의 산시 지역에서 철거된 집과 사원에서 1001개의 목재 문과 창문을 재배치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 첫날에 조형물이 바람에 무너져 당초 의도한 바와 다르게 모양이 바뀌었지만, 작가는 작품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전시했다. 그는 무너진 작품을 통해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면서 ‘파괴된 모습은 새로운 창조가 아닐까?’, ‘예술이란 영속적인 것이어야만 하나’ 등의 질문을 관객에게 던졌다. 버려진 문짝들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결에 만져지는 것처럼 작가는 그 작품을 자연의 흐름에 맡겨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엉뚱하게 놓여 있는 청 시대의 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일로 온 중국인들은 마치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동화는 결국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했다. 어쩌면 그러한 가짜의 모습이 현실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진리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동화’라는 제목을 단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전체주의 체제와 거대한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중국은 제도가 아닌 개인에 기반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작품은 2010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출품한 ‘해바라기씨’다. 유니레버 후원으로 열린 이 전시회는 중국 최고의 도자기 장인들을 다시 살려낸, 최고의 공공미술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중국 인민을 상징하는 1억개의 도자기로 만든 해바라기씨를 사용한 대규모 설치 미술 작품이다. 1억개의 도자기 해바라기씨는 베이징에서 1000㎞ 떨어진 징더전(景德鎭)이라는 곳에서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은 한나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자기를 생산한 지역이다. 이 마을은 현재까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옛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오늘날까지 중국은 도자기의 나라로 불리는데, 아이웨이웨이는 이 오래된 중국 전통의 미술 형태를 빌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또 중국 사회의 이면을 풍자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장소의 장인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특히 문화혁명을 지나면서 중국의 도자기 장인들은 거의 그 명맥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런 장인들 중 무려 150명에게 1년 반 동안 월급을 주면서, 해바라기씨앗으로 만든 도자기를 제작하도록 한 것이다.●‘해바라기씨’는 14억 중국인 의미 해바라기씨의 상징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기간 동안 도처에서 사용됐다. 특히 국가의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 그리고 더 나아가 전체 인민에 대한 시각적 은유로 자주 사용됐다. 어쩌면 수많은 양의 압도적인 해바라기씨 작품은 14억 중국인을 의미할 수 있다. 문화혁명 당시 굶주림을 경험해 본 인민들은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배고픔을 달랬던 해바라기씨에 대한 추억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 입구를 가득 채웠던 그 해바라기씨로 만든 도자기 카펫 설치 미술작품 위를 거닐던 그 어느 오후를 다시 기억하는 오늘이다. 창조적인 통찰과 전통의 재해석이 이러한 새로운 스펙터클과 예술적 승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숨 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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