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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피아 로렌과의 짧은 만남, 파바로티와의 긴 이별

    소피아 로렌과의 짧은 만남, 파바로티와의 긴 이별

    2007년은 세기의 테너 파바로티가 71세를 일기로 타계함으로써 우리와 이제 긴 이별을 고하였다. 그리고 소피아 로렌이 72세의 미모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피렐리 달력(www.pirellical.com)에 기네스북이 인정하는 최고령 미인 모델로 등장하여 우리 눈을 즐겁게 하였다. 이 뉴스를 들으며 떠오른 추억과 상념이다. 얘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폴란드 바르샤바 행 비행기 탑승객 대합실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 같은 비행기로 날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슈퍼스타 소피아 로렌이다. 그녀는 당시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도 놀랍게도 늘씬한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소피아 로렌이시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내가 말을 건네자, 그녀는 엷은 미소로 답례를 하였다. “나는 현재 폴란드에 주재하면서 현지법인 사장을 하는 한국의 비즈니스맨입니다.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당신의 영화를 보았어요. 그리고 언젠가 한번은 직접 당신을 만날 날이 있으면 하고 살아 왔어요.” 옆에 집사람이 같이 있어 그 이상 오버할 수는 없었다. 내가 열렬 팬임을 강조하자 그녀는 “저도 폴란드에 행사가 있어 갑니다만 무슨 영화를 봤습니까?”하고 되물어 왔었다. 내가 하녀(La donna del Fiume), 엘시드(El Cid), 해바라기(Girasoli), 흑란(The Black Orchid), 두 여인(La Ciociara) 등을 읊어대자 그제야 그녀의 표정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1959년의 <흑란>으로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여우상을, 1961년의 <두 여인>으로 아카데미상과 칸느영화제 여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90여 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았다. 그녀는 미혼모, 위안부, 생활력이 강한 가정부인, 러시아 백작부인, 아랍계 여인, 레지스탕스 스파이, 로마황제의 공주, 스페인 귀부인, 미국인 미망인, 술집 여인, 그리스 해변의 해녀, 성폭력피해자 등등 다양한 역을 해내었다. 나의 청춘 소피아 로렌, 그녀의 맘보로 포 강은 푸르다 돌이켜 보면 소피아 로렌에 흠뻑 빠진 것은 내 나이 15세의 사춘기에 마주친 그녀의 출세작 <하녀>(河女, Woman of the River)의 스틸 한 장이었다. 하녀는 <강의 여인>으로 풀어서 말할 수 있는데 그 당시 그녀는 1미터 74센티의 키에 38-24-38의 몸매에 21세의 싱싱한 나이로 일약 세계적 관능 미인으로 뜨게 되었다. 이 영화를 접하고서 그녀는 나의 연상의 연인화되었다. 나는 바로 줄리안 듀비비에 감독의 명작 <나의 청춘 마리안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며 환상의 여인 마리안느에 빠져드는 사춘기 청년 뱅상(Vincent Loringer)이 된 것이다. 맘보 리듬을 타고 폭발한 야성적인 에로티시즘 영화에서 소피아 로렌은 그의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이 영화의 무대인 강은 바로 이탈리아의 포 강이다. 처음에는 포 강 하구의 델타 지역에 있는 뱀장어 통조림 공장의 여직공인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으로, 그리고 후반부에는 바람둥이 어부로서 밀수꾼인 남주인공에 버림받고 사탕수수밭의 일군으로 벗어부친 미혼모로서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마을 댄스파티에서 ‘맘보 바캉’이라는 주제가의 선율 속에 치맛자락을 바람결에 들어 올리며 늘씬한 다리를 뽐내는 육감적인 신은 뭇 사나이들을 뇌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 주제가 맘보 바캉을 직접 부른 음반을 내기도 하였다. ‘라라라 라라라라 맘보 맘보, 맘보 바캉.’ 그리하여 이 경쾌한 노래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삶을 일깨워줬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포 강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으로서 전장 652km로 낙동강 길이보다 30%가량 길고 그 유역 면적은 71,000km²로서 북부 이탈리아의 생활과 문화를 지배하는 중요한 강이다. 코티안 알프스의 몬비소에서 발원하여 베니스 근처의 아드리아 해로 유입되는 강이다. 5개의 하구 델타 유역에는 수백 개의 지류와 운하가 거미줄 같이 얽혀 있다. 이 강은 예사로운 강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포 강 유역을 무대로 로케한 이탈리아 대표적 명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말 지주계급과 농부들의 갈등 속에서 시들어 가는 근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린 라투아다 감독의 <포 강의 물방앗간> (The Mill on the Po), 쫓기는 범인이 숨어든 농장에서 쌀 농사꾼인 풍만한 여인(실바나 망가노 분)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데산티스 감독의 <쓴 쌀>(苦米:Bitter Rice), 명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단편영화 <포 강의 사람들>(Gente Del Po)이 그 것이다. 파바로티의 노래와 함께 포 강은 오늘도 흐른다. 그런데 이 강은 최근에 반갑지 않은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강물의 수질 분석 결과 하루에 2만7천명의 젊은이가 투약할 정도의 코카인 마약 성분이 계속 추출되었으며 그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체의 대소변을 통하여 흘러나왔을 것이니 이탈리아 젊은이의 타락상을 보는 것 같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년(2007년) 5월에 강줄기의 여기저기에서 바닥이 들어나도록 물이 부족해 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200년만의 겨울 난동을 겪었고 알프스에 눈이 제대로 오지 않은 결과이다. 인간이 저지른 탄산가스 분출에 따른 업보이다. 이 강의 광활한 유역에는 산업과 문화면에서 유명한 도시들이 포진해 있다. 토리노, 밀라노, 베로나, 모데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모데나는 바로 20세기 말 최고의 테너였던 파바로티의 고향이며 2007년 9월 6일 그가 숨을 거둔 자택이 있는 곳이다. 그는 1935년 모데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그의 가족은 가난했다. 아버지 페르난도는 빵을 굽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담배 공장에서 일했는데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출세 후 파바로티는 2005년 9월 12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 총보는 거의 읽을 수 없으나 피아노 파트의 반주용 악보라면 읽을 수 있다고 고백하였다. 학위 위조사건으로 떠들썩한 한국과 달리 그는 이렇다 할 정규대학교육을 받지 않고도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는 보험 외판사원도 했다. 1961년 고향의 극장에서 라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오페라에 뒤 늦게 데뷔했다. 그런데 출세 후에 더욱 빛을 발한 것은 혼자서 돈을 세면서 호의호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선공연을 통하여 뜨거운 인류애를 보여줌으로써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에 보답해야 하는지를 보여 줬다는 점이다. 그는 고향 모데나에서 각각 보스니아와 이라크 고아와 아프간 난민, 그리고 코소보 난민 등을 위하여 해마다 자선공연을 열었다. 이렇게 해서 적어도 1천 3백만 달러의 모금을 해서 유엔에 협조하였다. 아프간을 돕는다고 몰려가서 돕기는커녕 탈레반 테러범에게 인질이 되어 외신에 의하면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거액의 몸값을 인질범에게 넘겨주고도 귀중한 인명 피해를 보면서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눈총만 키우고 돌아온 우리네 현실에 비해 파바로티에게 배울 점이 많다. 뒤에서 순교운운하면서 이를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데는 더욱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값진 순교를 하려면 뒤에서 남을 시키지 말고 본인들이 가서 몸소 순교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2001년 서울에서 파바로티의 공연을 보면서 소피아 로렌이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바람둥이에게 버림받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나폴리 빈민가에서 자라나 고등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일어서서 15살 때부터 영화계에 몸을 던져 드디어 슈퍼스타가 되고 오늘날에는 여러 사회활동을 하는 소피아 로렌과는 인생역정에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할 것이다. 포 강의 젖 줄기가 있었기에 이탈리아가 낳은 예술문화계의 남녀 톱스타 즉 소피아 로렌과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더 있다. 포강의 상류에 있는 토리노는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피아트본사가 있고 2006년 동계올림픽이 치러진 곳이다. 소피아 로렌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기를 봉송하는 영광스런 역을 해내었다. 이 개막식에서 파바로티는 생애 마지막 공연이 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오랜 기립 박수를 받았다. 결국 이 두 슈퍼스타의 출세는 포 강에서 시작되고 포 강가에서 완성된 느낌이다. 포 강의 쿠르즈 십 ‘리버 클라우드’ 호를 타면 9일 동안 이들 도시의 상당 부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삶과 꿈, 마이 웨이 지금도 나는 비디오로 떠서 소장한 그녀의 영화 <하녀>에서 그녀의 맘보 바캉을 때때로 감상하며 젊은 날의 아린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고 있노라면 소피아 로렌 그녀가 남긴 다음과 같은 어록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그저 어떤 것을 원한다고 하지요. 그러면서도 그걸 이뤄낼 힘인 절제로 단련하는 데는 게을리 하지요. 사람들이 약한 겁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정말 지독히 원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Many people think they want things, but they don’t really have the strength, the discipline. They are weak. I believe that you get what you want if you want it badly enough.)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토요영화] 13 자메티

    [토요영화] 13 자메티

    ●13 자메티(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13 자메티’(2005)는 흑백 영상으로 이뤄진 한편의 강렬한 아포리즘이다.86분짜리 이 영화에는 죽음과 공포에 대한 은유가 가득하다. 제목의 ‘자메티(Tzameti)’는 그루지야어로 ‘13’을 뜻한다. 흔히 불길한 숫자로 받아들여지는 이 숫자는 주인공이 룰렛 게임에서 부여받은 등번호이기도 하다. 프랑스로 이민 온 그루지야 출신 집수리공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은 새로 지붕 수리를 맡게 된 집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집주인에게로 온 편지 봉투를 열어보게 된다. 그 속에는 파리행 열차 티켓과 호텔예약 확인서가 들어있다. 세바스찬은 이것이 어쩌면 가난한 자신에게 ‘대박’을 안겨다줄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집주인 대신 길을 떠나는 세바스찬. 파리에 가서 지정된 호텔에 숙박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음 행동 지시를 받는다. 지침대로 움직이던 세바스찬은 어느 숲속의 저택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곤 얼른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붙잡힌 채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게임에 선수로 참가하게 된다. 모두 13명이 참여하는 이 게임은 원형으로 둘러선 선수들이 전등이 켜지는 순간 제 앞사람을 겨눈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집단 러시안 룰렛 게임이다.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되며, 생존자는 85만 유로의 상금을 받게 된다. 선수들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동안 이들에게 돈을 건 도박사들 간의 협상과 거래도 계속된다. 죽음의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과 이득에 혈안이 되어 번득이는 눈빛의 대조가 선명하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임에도 영화사가 자금지원을 꺼리자, 당시 26세의 젊은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는 러시안 룰렛 장면을 먼저 찍어 보여준 뒤 합격점을 얻었다.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영화로 바블루아니는 2005년 베니스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이듬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하반기 중 할리우드에서 완성될 리메이크판까지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니, 이 젊은 감독의 행보가 어디까지일지 사뭇 기대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지자체 ‘대운하 시대’맞이 잰걸음

    지자체 ‘대운하 시대’맞이 잰걸음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대운하가 속도를 내자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운하사업에 편승해 지역 발전을 꾀하려는 지자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 재앙과 식수원 오염, 비효율성 등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린벨트 풀어 조성… 경북 등 전담팀 구성 부산시는 경부운하 건설을 기회로, 아름다운 운하도시로 만들어 아시아의 베니스를 꿈꾼다. 강서구 일대 개발제한구역(3300만여㎡)을 푼 뒤 경부운하의 기·종점인 명지지구에 운하 핵심도시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물론 배후에는 복합물류단지와 첨단산업단지로 꾸민다. 대구시는 8월까지 용역이 나오는 대로 대구지역 낙동강 운하개발 기본계획을 마친다.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연결, 대구지역 낙동강 연안 산업단지 개발, 부두·여객·화물터미널 구축 등이 골자다. 앞서 시는 국가산업단지 공업용수 확보, 낙동강 치수 종합대책 등을 검토 중이다. 대운하 건설·관리를 담당할 ‘운하청’을 대구로 유치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대운하 전담팀을 구성하고 3월까지 낙동강 프로젝트를 마무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낙동강 프로젝트는 생태관광, 유교 문화교육, 고대 문화보전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것이다. 도는 대운하가 당초 물류 중심에서 생태·관광·레포츠 개념을 포용하는 의미로 확대·보완된 점을 주목한다. 경남도도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를 운하사업과 연계한다. 되풀이되는 낙동강 주변 홍수 피해를 줄이는 치수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밀양·남지·합천 터미널에 크루즈 전용 부두를 설치, 부산·마산항 등에 입항하는 국제 크루즈와 묶어 내륙관광사업을 밀어붙인다. 신공항 건설지인 밀양을 항만·항공 운송의 거점으로 개발한다. 낙동강 지류인 남강과 황강의 준설과 생태환경 복원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한다. 강원도는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원주시 문막읍 후용리에 경부운하 원주 터미널을 세운다. 이곳을 횡성과 연계해 산업물류·관광·레저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도는 취수원을 강변 지하수로 바꿀 경우 팔당 상류지역인 강원도 영서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따른 발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친다. 충북 충주시 관계자는 “경부운하가 개발되면 2011년 완공 목표로 올해 착공한 충주호 아래 조절지댐인 탄금호변의 유엔평화공원이나 세계무술테마파크 사업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남, 영산강프로젝트 조기 완성 촉매 기대 전남도는 영산강 프로젝트를 조기에 완성할 수 있는 호남운하 계획을 아주 반긴다. 영산강 뱃길 복원(폭 75m, 수심 6.1m)과 수질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만만찮아 전남도로서는 해묵은 숙제였다. 도는 영산호 배수갑문 철거나 통선문 설치, 강바닥 준설과 준설토 처리, 선박이 통과하는 다리의 높이 등 걸림돌을 체계적으로 정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영산강 운하는 영산강 강변도로 개설, 나주에 건설 중인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해남·영암 관광레저기업도시, 영산강 유역 고대문화권 개발계획 등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산강 운하의 최대 수혜자가 될 나주시는 이달 안으로 운하 태스크포스팀을 꾸린다. 신정훈 나주시장은 “영산강 뱃길 복원과 생태계 복원은 인근 8개 시·군의 물류·관광·소득사업과 직결돼 있으나 막대한 사업비 마련이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충남도는 호남 운하보다 서해안을 거쳐 경인운하로 들어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반응이다. 충남 부여군 관계자는 “금강 주변 자치단체들은 백제 때처럼 서해안에서 배를 타고 금강을 거쳐 서천·부여·공주까지 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오염·경제성 등 들어 반대 목청 높여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대운하 계획을 성토하고 있다.180여개 환경운동단체들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대운하 건설 전에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영산강 운하를 물류가 없고 물이 없고 경제성이 없는 3무 운하”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운하의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열린세상] 색 계,다이아몬드와 브람스/ 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열린세상] 색 계,다이아몬드와 브람스/ 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얼마 전 한 5년 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몇달 전 이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후 언젠가 봐야지 하는 숙제를 한 셈이다. 이 영화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고 있던 당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 중국 본토에서 많은 사람들이 홍콩으로 무삭제판을 보기 위해서 몰려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색과 계는 두가지 서로 다른 대립적 요소의 구도를 설정한다. 색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 욕구를 상징하며 감정적 정열에 의해서 지배되며, 계는 그것에 대한 경계, 금지를 의미하며 이성적 통제에 의해서 규정된다. 리안 감독은 투철한 목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금기가 인간 열정의 저항할 수 없는 표출로 인하여 어떻게 깨어지게 되는지 화면을 통해서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50대의 중년 여성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여인이 “여자는 보석에 약해. 다이아몬드가 너무 예쁘니 그럴 수밖에….” 다른 여인들도 맞장구를 친다.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신파조로 말하자면 주인공 탕웨이는 마치 ‘김중배의 보석이 탐이 난 심순애’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 다이아몬드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이자 시그널이다. 영화 앞부분에 몇 여자들이 모여 마작을 하면서 보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리안 감독은 여기에 마지막 극적 장면에 대한 라이트모티브, 즉 복선을 깔아놓았다. 다이아몬드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아주 논란거리 재화다. 우선 다이아몬드처럼 그 재화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재화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재화가치에 대한 한계효용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퍼즐로 생각했고, 그래서 ‘가치의 역설’이라는 논제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에게 다이아몬드는 사실 중요한 가치를 갖지 못한다. 단지 이것을 매개로 두사람은 마음에 미묘한 떨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리안 감독은 이 메시지를 전하는 데 대단한 공을 들인 듯하다. 그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보는 장면과 마지막에 량차오웨이와 같이 반지를 찾는 장면에서 주인공 탕웨이의 얼굴 표정을 현미경을 들여다보듯이 앵글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량차오웨이의 대사에 그녀의 마음을 미묘하게 움직일 대사를 준비해놓고 있다.“나는 다이아몬드에 별 관심이 없다고, 단지 당신 손에 낀 반지가 보고싶을 뿐이라고….’ 여기서 그녀의 심금이 떨림으로써 계를 파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전편을 통해서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배경음악이 깔리지만 단 한 대목에서 이안 감독은 고전음악 한 작품을 차용한다. 그 음악은 바로 계(戒)의 음악이다. 그는 브람스가 말년에 쓴 아주 소박한 왈츠 가운데 인테르메조를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장면에 집어넣었다. 이 간주곡은 브람스가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에게 일생동안 품었던 깊은 연모의 정이 흘러넘치는, 그러나 아주 절제된 멜로디다. 감독은 이 음악을 통해서 량차오웨이가 말로는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관객들에게 시그널링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물질적인 소유의 본능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브람스의 간주곡은 그에 대한 절제와 금욕을 표상하는 음악인 것이다. 브람스가 흐르며 코냑이 반주로 곁들여지는 이 식사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우아한 장면이다. 우리도 한번 ‘음식은 맛이 없지만 얘기를 나누기에는 더없이 좋은’ 그런 식당을 찾아서 리안 감독이 우리에게 주려고 한 메시지를 다시 음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안 감독, 그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 CGV, 국제영화제 원정대 모집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는 2008년 한해 동안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줄 ‘영화제 원정대’를 모집한다.CGV와 포털사이트 다음 등이 공동진행하는 이 이벤트를 통해 영화제마다 10명씩의 원정대가 선발되며, 원정대는 영화제 참석뿐 아니라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할 기회도 얻는다.1기 베를린 원정대는 내년 1월9일까지 모집한다.www.cgv.co.kr
  • “광화문에 뜬 달 보며 새 대한민국 꿈꾸세요”

    “5000년 한민족의 이야기로 광화문을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이 광화문의 달을 보면서 새로운 대한민국과 세계를 꿈꿨으면 바랄 게 없겠어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47)씨의 초대형 작품이 광화문 복원 현장에 가림막으로 선보인다. ●달 그림 2611개 모자이크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씨는 17일(현지시간) 맨해튼 작업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화문 복원현장에 전면 가림막으로 폭 41m, 높이 27m의 설치작품 ‘광화문에 뜬 달’(부제:산, 바람)을 이달 말 선보인다고 밝혔다. 작품은 가로, 세로 60㎝의 나무합판에 민족의 염원을 담은 달(항아리)을 그려 넣은 그림 2611개를 모자이크처럼 만들어 인왕산 등 우리나라의 산을 형상화한 배경화면과 함께 광화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씨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복원현장 작품 설치 작가로 선정된 뒤 6개월간 작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준비했다. 거의 매일 새벽까지 작업했다는 그는 “조국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하단에는 광화문에 실제 사용됐던 3개의 문이 설치되고 그 안쪽에는 지난 1년간 고궁을 방문해 문화재 그리기에 참여했던 우리나라 어린이 3000명과 다른 나라 어린이 2000명의 그림이 실사출력 방식으로 함께 전시된다. 강씨는 “어린이 그림을 10년 만에 30만장 정도 모았다.”면서 “어린이들의 꿈을 통해 세계를 보면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쯤 첫선… 2009년 9월까지 전시 광화문 복원 현장에서 설치작업이 진행 중인 작품은 오는 28일쯤 공개된 뒤 공사가 끝나는 2009년 9월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강씨는 세계 25개국의 아동병원에 벽화를 설치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송한수기자·뉴욕 연합뉴스 onekor@seoul.co.kr
  • [문화플러스] 이집트 작가 아메르 개인전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은 이집트 출신의 화가 가다 아메르의 작품 전시회 ‘또 하나의 봄’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 1,2층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물감과 자수(실)로 표현하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란 출신의 레자 파콘데와 공동작업한 작품들도 ‘합작 드로잉’전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선보이고 있다. 목탄 물감, 자수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내년 1월13일까지.(02)733-8449.
  • 당신 삶의 가치를 바코드에 넣는다면…

    당신 삶의 가치를 바코드에 넣는다면…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국내 대표적 설치미술 작가 전수천(60·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의 새 화두는 ‘바코드’이다. 바코드는 현대사회 만물의 가치 척도다. 그러고 보면 작가에게 그것이 어떤 메시지로 다가가 있을지 막연히 넘겨짚히기도 한다.“3년 전쯤 물건을 사러 갔다가 돈이 모자라서 집으로 되돌아온 일이 있었다.”는 그는 “까만 선들의 기계적 배열일 뿐인 바코드가 모든 가치를 결정하고 그것에 세상이 휘둘린다는 생각이 그때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바코드 작품들이 이번엔 미국에 간다. 뉴욕 화랑가인 첼시의 ‘화이트 박스’에서 내년 1월22일부터 2월23일까지 한달동안 ‘바코드로 읽는다’(Reading Beyond Bar Codes) 초대전을 갖는다. 화이트 박스는 비영리기구가 운영하는 대안공간 성격의 전시공간. 열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한 대형 설치프로젝트(움직이는 드로잉·2005년)를 선보인지 햇수로 2년 만의 미국전시이다. “바코드 작품들을 만드는 내내 스스로에게 끝없이 자문한 게 ‘내 삶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였어요. 관람객들에게 던지고픈 메시지도 똑같습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가 진정 어느 정도인지, 한번쯤 성찰해보자는 의미지요.”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작업실에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작가는 “(바코드의)선과 선 사이 미묘한 간극에 통제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작품의도를 덧붙여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은 9점. 어른 키높이의 대형 지구본에 장난감 냄비 카메라 바퀴 등 온갖 잡동사니들을 오브제로 붙인 ‘사물에서 상상을 읽다’, 모조 반가사유상을 바코드가 새겨진 쇳덩이 위에 앉혀놓고 인식의 차이를 은유한 ‘헤아릴 수 없는 가치’, 바코드 선으로 채워진 마룻바닥 위의 바코드 방석에 앉아 관람객 스스로의 가치를 재보게 하는 ‘나를 읽는 오브제’ 등이다. 동심을 부추기는 장난감 오브제를 많이 동원한 ‘사물에서 상상을 읽다’에는 전쟁, 환경오염 등의 강렬한 메시지를 숨겨놓기도 했다. “여지껏 작품생활을 해오면서 지구본에 붙일 오브제를 고르느라 고물상을 뒤질 때 만큼 신났던 적이 없었다.”는 작가는 “바코드 방석의 마지막 두 자릿수를 비워놓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도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길쭉한 바코드 탁자 위에 오래된 사발을 올려놓은 작품 ‘생각을 담는 샘’도 작업 과정 그 자체가 희열이었다고 말했다.“황학동을 뒤져 원하던 그릇을 찾았는데, 미술작업이 이런 기쁨을 줄 수도 있구나 새삼 느꼈다.”는 그다. 2년 전 미국 대륙횡단전은 야심차게 덤벼들었으나 곤욕도 많이 치러야 했다. 흰 천을 덮은 열차 15량이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 5500㎞를 횡단한 프로젝트에서 “왜 하필이면 흰색 천이냐?”는 등 현지의 삐딱한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몇번이고 “작품을 할 수 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뉴욕의 낯선 공간을 상상의 힘 하나로 밝힐 그 시간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글 사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일요 영화] 하류인생

    [일요 영화] 하류인생

    하류인생(SBS 시네클럽 밤 1시5분) 이제는 톱배우 반열에 올라선 조승우의 2004년 출연작. 그를 ‘춘향뎐’으로 데뷔시킨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이기도 하다.1950∼70년대 자유당 말기부터 유신시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 말기에 거리엔 온통 시위대의 물결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생인 태웅(조승우)은 그런 상황에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웃 학교에 갔다가 승문(유하준)의 가족과 묘한 인연을 맺게 된다. 승문의 아버지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선거 유세장은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들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승문의 누나 혜옥까지 봉변을 당하자, 분노한 태웅은 깡패들을 제압하고 명동파 보스의 신임을 얻는다. 비슷한 시기에 혜옥도 인근 지역 교사로 발령이 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한편 명동파와 라이벌인 재룡이파의 대립은 격화되고 결국 명동파는 재룡이파의 배후인 자유당의 음모로 와해된다. 결국 중간보스였던 오상필(김학준) 밑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며 살게 된 태웅. 전직 의원이 떼먹은 빚을 받으러 다니다가 4·19 시위대 속에서 대학생이 된 승문과 마주친다. 교편생활을 하던 혜옥과도 재회한 그는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 뒤 건달 인생을 청산하고 영화제작업자로서 새 출발을 한다. 그러나 고생 끝에 완성한 첫 영화는 참담한 실패로 이어지고, 빚더미에 앉은 태웅은 다시 오상필을 찾아간다. 오상필을 통해 미군을 위한 시설물을 짓는 군납업자들의 모임인 친목회 일을 하게 된 그는 군납업계의 비정한 생리에 눈을 뜬다. 영화는 주인공이 4·19,5·16,10월 유신 등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쉼없이 휩쓸리는 과정에 주목한다. 당시 ‘누구 하류 아닌 놈 있으면 나와봐!’라는 인상적인 카피로 눈길을 끌었던 이 작품은 제작자인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다소 나열식의 전개가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거장 콤비’ 임권택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열정과 조승우·김민선의 사실적인 연기는 평가할 만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토요 영화] 리턴

    [토요 영화] 리턴

    ●리턴(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형제인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와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소년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12년 동안이나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콘스탄틴 라브로넨코)가 돌아와 잠을 자고 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아버지를 난생 처음 만난 형제들은 당혹스러워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날, 아버지는 두 아들을 데리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서로 친해지는 것이었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탓인지 두 형제는 아버지가 불편하기만 하다. 더욱이 아버지는 강압적이고 시종 명령조로 이야기한다. 또 일정도 마음대로 바꾸는 등 제멋대로다. 그러나 형 안드레이는 여행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아버지에게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생 이반은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자신들을 꾸짖기만 하는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품게 된다. 이처럼 아버지에 대해 서로 다른 감정을 갖게 된 형제들은 점점 사이가 벌어진다. 어색한 관계로 꼬여버린 여행은 드디어 목적지인 ‘섬’과 조우한다. 두 아들은 이 섬에서 또 다른 아버지의 면모를 목격한다.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싸여있던 아버지에 대한 의문들. 지난 12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왜 이제서야 돌아와 가족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등에 대해 한꺼번에 실마리를 풀게 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을 받은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감독의 데뷔작 ‘리턴’은 마치 타르코프스키의 귀환을 보여주듯 그의 작품 ‘솔라리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또 성서의 코드들을 바탕에 깔고 있어 숭고미와 품격미가 넘쳐난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이반은 구약성서에서 신의 뜻에 의심이 가득했던 이반과 이름이 같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한다. ‘리턴’의 주연배우 블라디미르 가린은 영화가 완성된 지 얼마되지 않아 호숫가에서 추락사한다. 수영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인데, 이 호수는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한 바로 그 호수이기도 했다.‘리턴’으로 2003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과 최우수 데뷔작품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감독은 시상식에서 “이 모든 영광을 블라디미르 가린에게 바친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15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뉴욕 흔드는 한국 작가 그들을 주목하라

    뉴욕 흔드는 한국 작가 그들을 주목하라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는 어림잡아 2000명쯤 된다. 그들 중에는 소더비·크리스티 경매에서 나날이 주가를 올리는 스타도 있고, 인정받는 그날까지 ‘청년작가’를 고집하며 붓을 놓지 못하는 환갑 가까운 무명작가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무한 열정’으로 이끄는 것일까. 서울 예술의전당이 의미 깊은 전시를 기획했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19명을 선정해 16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세계 속의 한국미술-뉴욕’전을 연다. 세계미술의 중심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작가들의 평면회화·설치작품 등 모두 33점을 초대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19명에는 국제비엔날레에 초청되고 소더비·크리스티 등의 경매에서 성과를 올렸거나 권위있는 기금을 수상한 중진 9명과 한창 주목받는 신인 10명이 포함됐다. 강익중 김옥지 김웅 민병옥 배소현 변종곤 임충섭 조숙진 최성호 등 역경을 뚫고 뉴욕무대에 뿌리내린 1세대 작가들의 근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강익중의 신작이 눈에 띈다.4400개 패널 조각으로 이뤄진 가로 8m 크기의 신작 ‘산, 바람’이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 지난해 1월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임충섭은 한국 전통악기를 변형한 설치작품을, 올해 아르코미술관에서 버려진 폐품으로 만든 설치작품을 선보인 조숙진도 70개의 금속통을 5줄로 쌓아올린 설치작품 등 다수의 근작을 낸다. 미국 다문화주의에 천착해온 최성호는 다양한 뉴스기사들을 이어붙인 작품을 내놨다. 신진 작가들이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서도 동시대 미술계 한국 작가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고상우 김민 김신일 김주연 김진수 미키리 박처럼 윤희섭 조소연 한경우 등 10명의 작품들이 현대미술의 이슈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모두 뉴욕 미술계 평론가들의 추천을 받은 이들이다. 종이 위에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눌러 그린 드로잉과 영상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에선 주류 진입을 넘보는 신예들의 혈기가 그대로 읽힌다. 2000여명의 작가군에서 최종명단을 선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게 예술의전당측의 설명. 김미진 전시감독은 “서도호나 김수자 등도 뉴욕에서 활동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고,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미국 국적인 이민 1.5세대 작가 등도 제외했다.”면서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의 진부한 주제가 아니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 이야기로 국제무대에서 과감히 정면승부를 거는 신진들의 작품을 특히 눈여겨보라는 주문이다. 예술의전당은 앞으로 파리, 런던, 로마 등 유럽지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해마다 한차례씩 기획전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02)580-1276.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감성+팀워크’ 3세대 CEO가 뜬다

    ‘감성+팀워크’ 3세대 CEO가 뜬다

    시대에 따라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미덕도 변한다. 고도성장시대엔 두둑한 배포로 기업 외형을 넓힌 제국건설형 CEO가 제격이었고, 경기침체와 기업 부정부패사건이 횡행하던 시기에는 깔끔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해결사형 CEO가 각광받았다. 각각 1세대와 2세대로 분류되는 이들에 이어 최근 새로운 유형의 3세대 CEO가 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재즈 6중주단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내는 팀화합형 CEO”를 3세대 CEO의 특징으로 꼽았다. 1세대 CEO들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적 격변기를 거쳐 1990년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씨티그룹의 스탠퍼드 웨일,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제너럴일렉트릭(GE)의 존 웰치,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등이 대표적이다. 2세대 CEO들은 달라진 기업환경 속에서 1세대가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거품붕괴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단기간에 실적을 올려야 하는 임무를 떠맡았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와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2세대 CEO의 대표 주자였던 프린스와 파슨스가 최근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도 지난달 말 실적 부진으로 해고되면서 이제 3세대 CEO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워런 베니스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 교수는 “오닐은 해고하지 말아야 할 사내 경쟁자들을 쫓아냈고, 프린스는 자신의 조직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는 조직화합형 CEO가 새로운 유형의 리더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세대형 CEO로는 프록터앤드갬블(P&G)의 A G 래플리와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 제록스의 앤 멀케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제국건설형 CEO들이 지녔던 거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만심 없이 직원들에게 따뜻함을 보여주는 지도자들로 꼽힌다. 신문은 경영대학원들도 ‘CEO 3.0’시대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개인적인 전문지식보다 효율적인 조직구축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바꿨다. 미래의 경영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하나로 학생들이 교수, 직원들과 함께 팀을 만드는 경험을 쌓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마이클 어심 교수는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려면 조직을 잘 관리하는 창의적이고 개혁적인 리더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극단 미추 마당놀이 ‘쾌걸박씨’전 16일부터

    극단 미추 마당놀이 ‘쾌걸박씨’전 16일부터

    올해도 어김없이 마당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농한기에 마당에서 벌였던 민속놀이인 마당놀이가 1981년 체육관에서 공연으로 처음 선보인지 이제 27년이 됐다. 매년 20만명이란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적 공연양식으로 자리잡은 2007 마당놀이는 ‘쾌걸박씨’다. 매년 연말이면 허생전, 별주부전, 놀부전, 배비장전 등 전통적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냈던 마당놀이의 올해 주인공은 박씨다. 쾌걸박씨의 토대가 되는 박씨전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남성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여성 박씨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여기에 그리스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테’가 절묘하게 배합된다.‘리시스트라테’는 오랜 전쟁에 염증을 느낀 아테네 여인들이 적군인 스파르타의 여인들과 함께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섹스 스트라이크로 단결하여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내용. 연출은 극단 미추의 대표인 손진책씨가 맡았으며, 극본은 주목받는 젊은 극작가 배삼식씨가 썼다. 배씨는 재작년 셰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을 ‘마포황부자’란 마당놀이로 재탄생시켜 서양과 동양의 고전을 결합하는 재능을 선보인 바 있다. 주인공 박씨는 마당놀이의 영원한 주인공 김성녀씨가, 그의 남편 이시백은 윤문식씨가 맡았다. 웃음과 해학 속에 풍자를 담아온 마당놀이의 특징은 올해도 어김없다. 대선에서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부터 신정아씨 사태,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 등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시사문제들도 속시원하게 마당에서 소리 한판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16일∼12월22일까지. 장충체육관. 화·수·목 오후 7시30분, 금·토 3시·7시30분, 일 2시·6시.2만 5000∼3만 5000원.(02)368-151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中언론 “‘색, 계’ 탕웨이는 포스트 장쯔이”

    中언론 “‘색, 계’ 탕웨이는 포스트 장쯔이”

    영화 ‘색, 계’의 탕웨이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장쯔이(章子怡·27)의 뒤를 잇는 ‘포스트 장쯔이’로 떠오르며 중국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 같은 북경중앙연극학원을 졸업하고 장이모(張藝謀)와 리안이라는 유명 감독을 만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점이 똑같다. 최근 유명 포털사이트 ‘163.com’은 장쯔이와 탕웨이의 데뷔 초기와 영화배우로서의 성장과정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1. 데뷔 장쯔이: 16세때 처음 영화에 출연해 연기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당시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데뷔하자 마자 큰 관심을 받았다. 탕웨이: 16세 때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으며 순수한 외모와 중성적인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 2. 학생 시절 장쯔이: 1996년 북경중앙연극학원에 입학, 활발한 성격과 뛰어난 연기실력으로 주변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탕웨이: 2000년 같은 학원에서 영화감독론을 전공한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를 가르쳤던 한 교수는 “연약한 외모에 강한 개성이 숨겨져있다.”고 평가했다. 3. 작품 장쯔이: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이 200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탕웨이: 리안감독의 ‘색, 계’가 200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격렬한 정사신과 뛰어난 내면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4. 평가 장쯔이: 중국내에서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서양인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아시아 여인’이라는 호평을 듣는 명실공히 최고의 아시아 여배우가 되었다. 탕웨이: ‘색, 계’ 한편으로 2007년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로서 장쯔이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환영받는 중국 여성이 되었다. 사진=163.com(사진 왼쪽은 탕웨이, 오른쪽은 장쯔이)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막내린 충무로국제영화제

    막내린 충무로국제영화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2일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폐막작 ‘두번째 숨결’(알랭 코르노 감독) 상영과 함께 9일간의 ‘올드 무비’ 향연을 마쳤다. 이날 폐막식은 이주연·한준호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고, 정동일 중구청장이 폐막 선언을 했다. 정일성·박광수·신영균·남궁원·길용우·이동준씨 등 많은 영화인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발레씨어터의 ‘탱고 포 발레’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정 구청장은 “영화제가 첫 회이다 보니 시행 착오도 있었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볼 만한 영화가 있다는 기대로 극장을 찾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행사 기간에 국내외 고전영화 143편을 상영하면서 풍성한 기록들을 남겼다. 총좌석 7만 3000여석 가운데 5만 2000석이 판매됐다. 좌석 점유율은 71%를 웃돌았고, 매진된 횟수도 34회에 달했다. ●‘청계낭만´ 등 부대행사에 시민 발길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 축제장은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달 19일 전야제 축하공연에는 7500여명이 참여했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에서 펼쳐진 ‘충무로난장’에는 12만 5000여명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남산 공감’에는 16만 5000명이 참여했다. 또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낭만’에는 23만명이 함께하는 등 총 58만명이 영화와 축제를 즐겼다. 특히 젊은 관객 중심이 아닌 노년층과 중·장년층,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점은 기존 영화제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올드 스타와 팬들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40년 전 영화 ‘막차로 온 손님들’의 유현목 감독, 배우 문희·이순재씨와 20년 전 작품인 ‘기쁜 우리 젊은 날’의 배창호 감독과 배우 황신혜씨 등은 오랜만에 관객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임권택·리안 등 명장들과 대화 인기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 ‘원점’ 상영 때에는 이 감독의 딸 이혜영씨와 주연 배우 신성일씨가 나와 촬영 당시의 일화를 전했다. 특히 신씨는 그 해 다른 영화 촬영으로 바빠 이 영화를 40년 만에 처음 봤다고 고백했다. 87년작 ‘연산일기’ 상영 때에도 임권택 감독과 구중모 촬영 감독, 유인촌·김진아씨 등이 나와 제작사가 개봉 1주일을 앞두고 부도가 났다고 당시의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해외 유명 감독과 대화의 시간도 뜻깊었다. 오는 8일 국내 개봉에 앞서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색, 계’는 전석 매진과 함께 리안 감독의 참석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또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이후 두번째로 공개된 신작 ‘인 블룸’ 상영 후에는 바딤 페럴만 감독이 영화 속 장면들을 직접 설명하며 국내 팬들과 토론의 자리를 가졌다. 그는 국내 영화 ‘파이란’의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길섶에서] 色 그리고 空/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조각가 박헌열은 난해하다. 그로테스크하다.‘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을 화두로 가진 최근 조각전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의식의 관념을 뒤틀어 표현했다. 작가는 육신을 가둔 미망의 영혼을 그려내려 애썼다. 욕정이나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을, 고뇌하는 육신의 형상으로 표현했다.2,3명의 나신이 붙어있고, 머리도 여럿이다. 구상속의 비구상이다. 매끈한 브론즈가 불편함을 더한다. 섹스는 증오와 사랑, 분노의 표출이라고 했다. 얼마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색, 계(色,戒)’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타이완출신의 미국 영화감독 이안의 얘기다. 한국을 찾았다. 그는 “극도로 억눌린 감정은 마지막에 육체로 표출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엔 증폭된 심연의 갈등과 고뇌가 뒤엉켜 있다. 어느 탤런트 부부의 간통 공방이 화제였다. 부인은 11년 결혼 생활에 섹스는 10여차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정상의 남성이라고 반박한다. 민망하다. 고뇌하는 영혼을 그린 박헌열 조각을 이들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젊은 시절 경험 못한 파격 표현하고 싶었죠”

    “제가 중년의 위기에 봉착해서 그런가요. 지금까지 정상적이고 보수적인 보통의 삶을 살아 와서 그런지 어느날 문득 젊은 시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색(色), 계(戒)’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타이완 출신 리안(李安) 감독이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날 여주인공 왕치아즈 역의 탕웨이(湯唯)와 함께 참석한 그는 영화 속 파격적인 정사 장면에 대해 이같이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색, 계’는 1942년 일제 치하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여성 스파이 왕치아즈와 그녀의 표적인 친일파 이 대장 간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에로틱 멜로영화. 중국의 여성 소설가 장 아이링의 단편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은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리안 감독은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는 “자매와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정사 장면을 찍으면서 혼란스럽고 힘겨워 울기도 했다는 그는 “다음 번에는 성적인 것을 즐겁게 보여 주는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정사 장면은 모두 11일간에 걸쳐 찍었는데 모두 영화 초반부에 촬영됐다.”며 “인물과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미스 베이징 출신으로 1만명이 참여한 오디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주인공에 발탁됐다. 리안 감독은 “처음 보자마자 외유내강형의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그녀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성취감도 컸다.”고 치켜 세웠다. 타이완과 홍콩에서 상영 4주 만에 흥행 기록을 깨뜨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색, 계’는 중국에서 10분 정도 가위질을 당해야 했다. 리안 감독은 “한국처럼 영화에 대한 검열이 있는 타이완에서 자랐기에 이런 일에 익숙하다.”며 “전쟁 중의 인류애를 다룬, 이토록 진보적인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색, 계’는 유럽과 아시아권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미국에서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이와 관련, 리안 감독은 “항일 운동과 여성의 성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미국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한국인들은 큰 공감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는 소망을 밝혔다.‘색, 계’는 새달 8일 개봉된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색,계’ 적나라한 정사씬 무삭제 개봉

    탕웨이, “이안 감독님은 가장 훌륭한 배우” 29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는 제 64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영화 ‘색, 계’의 이안 감독과 여주인공 탕웨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이안 감독은 “미국에서 강렬한 정사씬 때문에 영화관 상영에 제한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베니스영화제에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굉장히 기뻤다.”며 “모두 영화감독으로 구성된 베니스의 심사위원 7명에게 인정받아 이번 수상의 기쁨이 더욱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국의 신예 배우 탕웨이는 “촬영 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표현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며 “이안 감독님은 직접 재연하면서 연기지도까지 해주시는 가장 훌륭한 배우!”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에서 제한 상영 되었던 영화 ‘색, 계’는 무삭제판으로 국내에서 11월 8일 개봉할 예정이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충무로영화제 예매티켓 ‘불티’

    충무로영화제 예매티켓 ‘불티’

    개막 나흘째인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29일 충무로국제영화제 사업국에 따르면 영화제 전 작품의 예매 좌석 6만 7000석 가운데 이미 3만 7000석이 팔렸다. 특히 영화 ‘열화청춘’과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색, 계(色,戒)’ 등은 매진됐다.‘엑스칼리버’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등의 객석 점유율도 82%나 됐다. 영화 ‘색, 계(色,戒)’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안 감독은 이날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주연 배우 탕웨이(湯唯)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내용과 촬영 과정 등을 소개했다. 리안 감독은 30일 대한극장에서 ‘색, 계’의 개봉에 맞춰 한국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고전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28일 대한극장에서 상영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이미 수차례 상영된 영화지만 객석을 꽉 채웠다. 젊은 관람객이 무려 60%나 됐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충무로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 야외 축제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영화에 출연한 스타와 감독을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인기다. 지난 26일 중앙시네마에서 열린 고 이만희 감독의 초기작인 ‘원점’ 상영에는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배우 신성일씨과 이혜영씨와 함께 이만희 감독의 영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8일 명보극장에서 열린 ‘기쁜 우리 젊은 날’ 상영 때에는 주연을 맡았던 배우 황신혜씨와 배창호 감독이 나와 관객을 즐겁게 했다. 30일에는 중앙시네마에서 영화 ‘이어도’의 주연배우인 최윤석, 손영순, 박정자씨가 관객과 교감한다.31일에는 대한극장에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의 임정규 감독과 송길한 작가를, 명보극장에서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원작자 안정효씨와 주연배우 독고영재씨를 만날 수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어떤 영화인가

    어떤 영화인가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중국 출신 이안 감독의 신작 ‘색, 계’가 새달 8일 개봉한다.‘색, 계’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석권했다.‘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2년 만에 같은 영화제 대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루쉰 이후엔 장아이링”이란 소릴 듣는 중국의 유명 여류 소설가 장아이링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1940년 일제 치하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뜻하지 않게 스파이가 된 여자와 그녀의 표적이 된 남자의 비극적 운명과 사랑을 다뤘다. 제목의 색(色)은 욕망을 뜻하고 계(戒)는 신중, 경계를 말한다. 홍콩 사업가의 아내 막부인으로 가장한 스파이 왕 치아즈와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정보부 이 대장의 관계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적을 사랑한 스파이라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에 거대한 세트장을 지어 완벽하게 재현한 시대 배경, 그 속에 긴장감 있게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떠받치는 힘이다.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 대장 역의 양조위는 ‘눈빛으로도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가 허튼 소리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미스 베이징 출신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왕치아즈 역의 탕웨이는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양면의 매력을 펼쳐보였다. 기자 시사 이후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란은 실제에 가깝게 연출된 세 차례의 정사 장면이다. 두 배우 모두 온몸을 내던져 찍었기에 ‘실연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사 장면은 파격적이긴 하나 보통의 눈요깃거리를 넘어선다. 한번도 남을 믿은 적이 없는 이 대장과 그를 믿게 만들어야 하는 왕 치아즈가 서로를 향해 쳐져 있던 두터운 경계의 막을 걷어내고 진정으로 소통하게 되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밀착된 상태에서도 끝없이 탐하고 갈망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처절하다. 단순히 음모, 성기 노출 몇 회, 몇 분 이런 식으로 재단할 수 없다. 명장의 손길은 아마 이래서 다르리라. 미국에서 제한상영가(NC-17)판정을 받고 1개관에서 개봉했다가 개봉 3주차에 77개로 스크린 수가 늘어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중국에서 30분가량 삭제돼 개봉됐으나 국내에선 가위질을 면했다. 상영시간은 무려 157분. 당연히 어른들만 관람이 가능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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