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베니스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핵탄두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GS그룹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유람선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한국사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29
  •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52)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김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란 의미의 이탈리아어)는 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칸(프랑스)·베를린(독일)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은 뒤 51년 만이다.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악마 같은 남자(이정진), 30여년 만에 그 앞에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를 통해 용서와 복수, 속죄란 가능한 것인가를 되묻는 김기덕의 강렬한 이야기가 베니스를 홀렸다. 김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빈집’)와 베를린영화제(‘사마리아’) 감독상,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해외의 호평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김 감독이었기에 국내 영화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피에타’를 선택해 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민요 ‘아리랑’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폐막식에 앞서 이탈리아 18~19세 관객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 ‘피에타’와 경합을 벌인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은사자상(감독상)을,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파라다이스:믿음’의 울리히 사이들, 각본상은 ‘섬싱 인 디 에어’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편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서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최우수 단편영화에 주는 오리종티 유튜브상을 받았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전규환 감독의 ‘무게’도 ‘퀴어 라이온’ 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마이너 인생 김기덕의 구원”

    “마이너 인생 김기덕의 구원”

    ‘묵묵히 비주류 인생을 살아온 김기덕 감독에 대한 구원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국내 영화인과 네티즌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청계천과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자로 살았던 데다 단 한 번의 정규 영화교육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그 흔한 단편영화 습작이나 연출부 경력도 없는 김 감독의 독특한 이력을 뒤늦게 알게 된 이들은 또 한 번 놀랐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최대 쾌거”라며 “한국영화계를 대표해 김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섬’을 제작했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트위터에 “박찬욱도 봉준호도 홍상수도 이창동도 아닌 김기덕 감독이 먼저 최고상을 받았네요. 한국에서 유독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그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축하했다. ●총제작비 8억… 25만명이 ‘본전’ 김 감독의 독특한 작업방식도 뒤늦게 화제다. 김 감독은 1996년 같은 해에 데뷔한 홍상수 감독과 함께 적은 돈을 들여 빨리 찍는 대가로 통한다. 보통 장편 상업영화의 회차는 40~60회 정도. ‘마이웨이’ 같은 대작은 160회차까지 찍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15회차 안팎이다. ‘실제상황’(1998)은 서울 대학로에서 불과 3시간 촬영했으니 1회차로 끝낸 셈. ‘피에타’ 또한 지난 2~3월 15회차로 촬영을 끝냈다. ‘피에타’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김기덕 사단의 홍일점 문시현 감독은 “빨리 찍는 것은 여전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빡빡했다. 조민수 선배의 드라마 촬영 일정을 피하느라 평일에 쉬고 주말에 몰아 찍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스태프가 20명 남짓해서 감독님이 막내 스태프들 이름까지 외워 부를 만큼 가족적이었다. (3년 동안의 칩거)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지셨다.”고 귀띔했다. ‘피에타’의 순제작비는 1억 5000만원이지만, 배급·프린트 및 마케팅비용(P&A)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8억 5000만원이다. 손익분기점이 24만~25만명. 영화에서 악마 같은 사채업자로 나온 이정진, 수십년 만에 나타난 엄마 역할로 열연한 조민수 등 배우와 촬영스태프, 홍보대행사까지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베니스 특수’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보너스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조민수 아쉬운 여우주연상 ‘불발’ 조민수는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혔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주요 부문 수상을 겸할 수 없다는 불문율에 따라 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배급사인 NEW의 설명이다. 배급사 측은 “심사위원과 영화제 관계자들이 폐막식 후 마련된 피로연에서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은 만장일치였다’고 전하며 아쉬워했다.”며 특히 중국의 천커신(陳可辛) 감독과 영국배우 사만다 모튼 등이 직접 찾아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피에타’, 예매율 3배로 급증 실제 관객도 늘어날 조짐이다. 피에타의 예매 점유율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9.2%(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나타났다. 전날(2.8%)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점가도 심상치 않다.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피에타’(가연)는 9일 서점에 깔리자 마자 초판 5000부가 모두 팔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나 아닌 한국영화계에 주는 상이라 생각”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은 9일(한국시간)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의 뜨거운 반응으로 내심 (수상을) 기대했다.”고 털어놓았다. →수상 기분은 어떤가. -매우 기분이 좋다.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황금사자상을 예상하진 않았나. -영화가 공식 상영된 이래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피에타’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 특히 베니스에서 만난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란 이야기를 많이 해줘 솔직히 기대했다. →수상 요인을 무엇으로 보나. -범세계적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한 어긋난 도덕성에 관객과 심사위원들이 통감했다고 본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영화가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출발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대목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12년 전 ‘섬’을 처음 세계에 소개했는데, 수상 전·후 전한 말은 없었나. -‘피에타’가 베니스에 입성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나를 발굴해 준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이다. 특히 수상 전에는 꼭 폐막식에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아리랑’을 부른 까닭은 -영화 ‘아리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은 지난 4년간의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씻김굿이다. 또 세계인들에게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피에타’는 돈이면 다 된다는 우리의 (뒤틀린)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추석에는 청룽(成龍)의 코믹액션’이란 말은 옛날 얘기다. 청룽의 활동이 뜸한 데다 재탕, 삼탕에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 지쳤다. 할리우드의 신작도 추석 TV편성표에서 보기 어렵다.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웬만한 할리우드 화제작들은 ‘TV 첫 방송’이란 명목으로 일찌감치 우려냈기 때문. 결국 TV편성표의 심야시간대는 한국영화 몫이 됐다.28일 밤 9시 55분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완득이’(MBC)가 방송된다. 지난해 10월 개봉 당시 530만명을 불러모았다. ‘트랜스포머3’, ‘최종병기 활’, ‘써니’에 이어 지난해 박스오피스 4위.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등 남다른 가정환경 때문에 세상에 등을 돌렸던 고교생 완득이가 담임 똥주와 특별한 사제지간이 되는 성장드라마다. 밤 10시 50분에는 손예진·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KBS2)가 방송된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를 버무린 변종장르다.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보여 연애는커녕 평범한 생활조차 쉽지 않은 여자와 겁 많은 호러 마술사의 사랑 이야기다. 29일 밤 10시 이현승 감독의 ‘푸른소금’(OCN)이 첫선을 보인다.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려던 중년의 사내(송강호)와 그를 감시하려고 조직에서 보낸 어린 여자 킬러(신세경)가 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시리즈물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채널 CGV)도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수미·신현준·탁재훈 등이 고스란히 뭉친 데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단과 일부 언론에선 억지 코미디라며 비난했지만, 236만명을 불러모았다. 밤 10시 25분에는 ‘퀵’(KBS2)이 방송된다. 30일 밤 8시 40분에는 지난해 736만명을 동원, 복고열풍에 불을 지핀 ‘써니’(SBS) 감독판이 방송된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거푸 흥행시킨 신예 강형철 감독의 감각을 엿볼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충무로의 보석으로 떠오른 장 감독이 140억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 29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곱씹어 볼 만한 영화다. 밤 12시에는 곽경택 감독이 권상우와 정려원을 데리고 찍은 ‘통증’(채널 CGV)도 방송된다. 10월 1일 밤 12시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애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윤계상·김규리 주연의 ‘풍산개’(OCN)가 방송된다. 김 감독의 흥행 후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기덕감독 부른 베니스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김기덕감독 부른 베니스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해마다 8월 말이면 전 세계 영화인의 눈은 이탈리아의 리도섬으로 쏠린다. 한때 프랑스 칸영화제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最高)였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最古)이자 ‘2인자’가 된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새달 8일까지 열리는 제69회 베니스영화제는 내실에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0여년 만에 집행위원장에 복귀한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이번 영화제를 “더 수수하게, 덜 화려하게”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부문 상영작 수도 줄었다. 2010년 22편, 2011년 21편에서 올해는 18편이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도 포함됐다. 그의 네 번째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작인 ‘피에타’는 악마와 같은 사채업자(이정진 분)와 어느 날 엄마라며 찾아온 낯선 여자(조민수 분)가 만나며 겪는 수상한 사건을 담았다. ●김기덕에게 선물을 안길까 한국 영화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지 못했다. 1987년 ‘씨받이’의 강수연(여우주연상), 2002년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감독상)과 문소리(신인배우상),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출국에 앞서 2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을 준다면 거절할 것 같진 않다.”면서 “수상 여부에 앞서 동시대 영화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수업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로피의 종류가 문제일 뿐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게 완성된 ‘피에타’를 본 영화인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최고작은 아니지만, 김기덕만의 펄떡거리는 힘이 유지되면서도 성숙함을 더했다.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과거보다 여유롭고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리랑’에서 (한국영화계와 옛 제자 장훈 감독 등에게) 독설을 내뱉었던 게 실제로 치유의 기능을 했고, 후속작 ‘아멘’에서 엿보인 성숙함·포용력은 더 깊어졌다. 베니스에서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집행위원장 교체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전임 마르코 뮐러 위원장은 유럽 영화계의 대표적인 ‘친중국파’였다. 막판에 경쟁부문 추가작(서프라이즈 필름)은 늘 중국·홍콩 영화의 몫. ‘피에타’의 경쟁부문 진출은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7년 만일 만큼 한국 영화는 베니스에서 소외당했다. 반면 바르베라 위원장은 1999~2001년 집행위원장 시절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김 감독의 ‘섬’과 ‘수취인불명’을 공식 초청했던 인연이 있다. 또 2005년 토리노 영화박물관에서 김기덕 감독 특별전을 열었다. 일부에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거론됐던 ‘피에타’가 베니스로 방향을 튼 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피에타’의 상영 날짜가 폐막 나흘 전인 새달 4일이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최 측에서 김 감독을 폐막까지 붙잡아 놓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테렌스 맬릭, 폴 토머스 앤더슨 등 거장들의 향연 올해 경쟁부문의 화두는 변화다. 18명의 경쟁부문 감독 중 12명은 베니스가 처음이다. 신진 감독이 대거 포함됐다. 테렌스 맬릭, 폴 토머스 앤더슨, 올리비에 아사야스, 기타노 다케시 등 스타 감독도 베니스보다 칸이나 베를린과 각별했다. 바르베라 신임 집행위원장의 속내가 엿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지난해 ‘트리 오브 라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할리우드의 은자(隱者) 테렌스 맬릭의 ‘투 더 원더’다. 후반 작업이 늦어지면서 칸 대신 베니스를 선택했다. 2010년 10월 촬영에 돌입할 때부터 ‘테렌스 맬릭 제목 미정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스페인의 명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필두로 벤 에플랙과 레이첼 맥애덤스, 레이첼 와이즈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자원 등판했다. 멜로 영화로 알려졌지만 맬릭이 고만고만한 사랑 이야기를 했을 리 없기에 호기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막차로 경쟁부문에 오른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도 강력한 경쟁자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신흥종교 교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호아퀸 피닉스, 에이미 애덤스 등이 출연했다. 앤더슨 감독은 2002년 ‘펀치 드렁크 러브’와 2008년 ‘데어 윌 비 블러드’로 각각 칸과 베를린 감독상을 받았다. 맥애덤스의 신작이 또 한 편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적자로 평가받는 브라이언 드팔마가 5년 만에 내놓은 ‘패션’이다. 프랑스 영화 ‘러브크라임’을 다시 만들었다. 한 여자가 직장 상사와 멘토에게 아이디어를 도둑 맞은 뒤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출발해 갱스터 영화의 스타로, 다시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우뚝 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 비욘드’,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섬싱 인 디 에어’ 등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유민영 감독의 단편 ‘초대’는 오리종티 부문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어로 지평선을 뜻하는 오리종티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향을 선보이는 비경쟁 부문이다. 전규환 감독의 ‘무게’는 베니스데이즈 부문에 초청됐다. 베니스데이즈는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해당하는 주요 섹션으로 한국 영화로는 처음이다.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타운’ 시리즈와 ‘바라나시’로 해외에서 호평받은 전 감독의 작품으로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아픔을 담아 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베니스가 상 준다면 애국가 1절 부르겠소”

    “베니스가 상 준다면 애국가 1절 부르겠소”

    “수상을 한다면 해외에 영화가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니까 상을 주신다면 거절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이번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 무엇보다 다음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29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열린 ‘피에타’ 베니스 국제영화제 출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덕(52) 감독은 수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피에타’는 김 감독의 18번째 영화이며 한국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 이후 7년 만이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피에타’는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사는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감독은 “잔인한 아들과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돈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구성원 간 혼란을 일으키는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라면서 “엄마로서의 미안함과 아들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부재가 충돌하면서 다이너마이트처럼 연쇄적으로 폭발해 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백발 거장의 첼로선율, 클럽비트를 싣다

    백발 거장의 첼로선율, 클럽비트를 싣다

    “이곳에 서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클래식은 보수적이고 구식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 시도가 훌륭한 첫걸음이 될 거다.” 지난 23일 오후 8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의 클럽 무대에 아인슈타인 헤어스타일을 한 백발의 사내가 첼로를 들고 나타났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라트비아(옛 소련) 출신 ‘마에스트로’ 미샤 마이스키(64)가 주인공. 가벼운 검정 재킷을 입은 마이스키는 잠깐 좌중을 훑더니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곳을 찾은 2000명의 웅성거림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가벼운 칵테일 또는 맥주를 홀짝거리는 이들도, 담배를 피워 문 사람도 있었지만, 시선은 무대 위로 집중했다. 금·토요일마다 고막과 심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가득 찼던 지하 공간을 어느새 바로크의 공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마이스키의 두 번째 연주를 기다리는 동안 DJ 하임(haihm)이 무대에 올랐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클래식의 괴리를 줄이려고 대중적인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에 드럼 소리를 섞은 음악을 들려줬다. DJ 하임은 “클래식이 익숙치 않은 관객도 지루하지 않도록 재밌고 유머러스하게 클래식에 비트를 넣어 봤다.”고 설명했다. 막간을 이용해 일부 관객들은 요절한 예술가의 무덤이자 새로운 탄생의 공간을 콘셉트로 한 설치미술가 우국원의 작품 ‘홈 스위트 홈’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잠시 뒤 마이스키는 재킷을 벗은 채 목에 치렁치렁한 금목걸이와 자신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검은색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첫 번째 연주에서 묵직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알베니스의 ‘탱고 에스파냐’, 라벨의 ‘하바네라’ 등 흥겹고 빠른 템포의 곡을 선보였다. 한국 가곡 ‘청산에 살리라’에 이르러선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에스트로를 클럽으로 이끈 것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이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한 ‘옐로라운지’ 프로그램이다. 클래식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유럽에서 ‘공연장 밖의 클래식’을 콘셉트로 내걸고 젊은 층을 클래식과 친해지도록 하려는 도발적인 시도다. 클래식은 물론 디제잉과 영상, 설치미술을 접목시켰다. 베를린의 성공 이후 암스테르담과 런던, 잘츠부르크에서도 성황을 이뤘다. 힐러리 한, 안네 소피 무터(바이올리니스트), 베냐민 누스, 유자 왕(피아니스트) 등이 공연의 취지에 공감해 무료 출연했다. 물론 이날 마이스키 역시 무보수로 참여했다. 지난 5월 아시아에서 첫 ‘옐로라운지’(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 공연)가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재원 엘루이 기획총괄이사는 “마이스키를 이미 아는, 혹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격식 없이 좋은 공연을 보여 주자는 게 첫 번째 의도라면 두 번째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이들이 익숙한 공간에서 클래식과 만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쯤 클럽에 놀러 왔다가 공연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다는 김재연(28)씨는 “처음엔 ‘마이스키가 클럽에서 연주한다는 게 말이 돼?’라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막상 보니까 2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같이 온 친구는 마이스키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빠져들더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샘 레이미, 피터 잭슨, 기예르모 델 토로, 그리고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비슷한 연배인 네 감독은 1980~90년대 영화계의 악동으로 명성을 떨쳤다.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한 공포영화로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던 이들은 21세기 시작과 함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다른 노선을 취했다. 특유의 천재성을 대중성과 결합시킨 야심 찬 시도는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으로,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델 토로가 ‘블레이드 II’와 ‘헬보이’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을 동안 데 라 이글레시아는 자신의 왕국에 외곬으로 남기를 원했다. 체제에 대해 과격하고 비판적인 자세가 종종 무정부적인 지경에 도달하는 데 라 이글레시아의 작품은 어쩌면 폭넓은 대중적 지지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전작 ‘옥스포드 살인사건’은 의외의 작품이다. 영어권 유명 배우를 기용해 ‘논리적이면서 우아한 추리극’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민한 관객은 예수를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못된 언사에서 키득거렸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은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로 증명됐다. 데 라 이글레시아의 기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베니스영화제는 감독상을 비롯한 3개 부문의 상을 안겨 주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1937년 하비에르의 아버지는 유랑극단의 ‘바보 광대’다. 아이들 웃기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던 그는 내전의 광풍 속에서 희생되고 만다. 죽으면서 그는 아들에게 ‘슬픈 광대’의 운명에 맞서 복수로 고통을 불태우라고 주문한다. 1973년 슬픈 광대가 된 하비에르는 줄 타는 여자 나탈리아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는 서커스단의 실세이자 바보 광대인 세르지오의 여자. 술에 취하면 폭력을 일삼는 세르지오에게 하비에르가 저항하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세 인물은 말기 프랑코 정권 아래 스페인 사회의 심장부를 건드린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20세기 중반 스페인의 정치 상황을 은유한 작품이다. 세르지오가 스페인의 독재자를, 서커스 단원이 폭군의 악행을 알면서도 비겁하게 숨는 국민을 의미하는 가운데 하비에르와 나탈리아는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어쩔 수 없이 미쳐야만 했던 인물로 화한다.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면서도 데 라 이글레시아의 초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멈추지 않는다. 꿈이 현실보다 큰 힘을 발휘하고, 이성이 아닌 광기가 플롯을 지배한다. 초기 작의 스타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이 있으나, 중요한 점은 데 라 이글레시아의 비(非)관습적인 태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야수성이 넘치는 그의 영화는 앉은 자리에서 피가 끓어오르게 하는 데 그만이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기억하는 스페인 작가 영화의 전통을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후안 안토니오 바르뎀, 카를로스 사우라, 빅토르 에리세 같은 선배의 정신을 잃지 않았으며, 어린 인물을 빌려 역사의 비극적 유산을 상기하는 몇몇 선배 영화들과 유사점을 지닌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현재 상황은 의심스럽다.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독재자로 행세했던 인물에 관한 서적이 대형서점의 복도에서 버젓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청산해야 할 수치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찬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전규환 감독 ‘무게’ 베니스영화제 초청

    조재현 주연, 전규환 감독의 영화 ‘무게’(한국명 가제, 영문명 ‘The weight’)가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 초청됐다고 국내 배급사 뉴(NEW)가 25일 전했다. ‘베니스 데이즈’는 칸 영화제의 ‘감독 주간’에 해당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한국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의 이 부문에 초청되기는 처음이라고 뉴 측은 설명했다. ‘무게’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아픔과 애환을 그린 영화로 배우 조재현이 아픔을 지닌 주인공을 연기했다. 전 감독은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타운 시리즈와 ‘바라나시’ 등의 작품으로 스페인 그라나다 영화제 대상, 미국 댈러스 영화제 대상 수상을 비롯해 30여곳 이상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무게’는 올 하반기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로스트 인 베이징’

    [영화프리뷰] ‘로스트 인 베이징’

    린둥은 베이징에서 대형 마사지 숍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검은색 벤츠는 그의 신분을 대변한다. 생존을 위해 베이징으로 올라온 농촌 출신 핑궈는 안쿤과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린둥의 마사지숍에서 일한다. 어느 날 린둥은 술에 취해 마사지숍 빈 방에 누워 있던 핑궈를 강제로 쓰러뜨린다. 때마침 건물 외벽 청소를 하던 안쿤은 현장을 목격한다. 한 달여 뒤 핑궈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명백한 강간사건은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린둥은 불임인 아내로 인해 포기했던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안쿤은 이참에 한몫을 챙기려 한다. 두 남자는 각서를 쓴다.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린둥이 2만 위안(약 358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출산 뒤 아기의 혈핵형이 B형(린둥 B형-핑궈 O형-안쿤 A형)일 경우 10만 위안(약 1790만원)을 더 주기로 한 것. ‘로스트 인 베이징’의 포스터 속 판빙빙(范??)의 몽롱한 눈빛과 량자후이(梁家輝)의 벗은 뒷모습은 영화의 정체를 헷갈리게 한다. 야한 영화일 거라고 섣부른(?)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리위 감독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의 이면에 중국 사회가 가치관의 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린둥이나 돈 좀 만져 보겠다고 아내와 아기를 내건 사기극을 벌이려는 안쿤은 그릇된 욕망에 눈이 멀었다.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핑궈와 안쿤 부부는 농민 출신이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빈민노동자인 이른바 ‘농민공’으로 보인다. 2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농민공은 저임금에 기반을 둔 중국경제의 버팀목인 동시에 사회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폐부를 드러낸 탓인지 수입배급사에 따르면 ‘로스트 인 베이징’은 중국 내 개봉 금지와 더불어 감독 자격정지 2년의 제재를 받았다. 리위 감독은 중국 첫 레즈비언 영화로 기록된 데뷔작 ‘물고기와 코끼리’(2001), 베니스영화제 등 4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둑 길’(2005)에 이어 ‘로스트 인 베이징’까지 작품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로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리얼리즘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배우들의 연기 궁합도 흠잡을 데 없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에서 동양남자로선 보기 드문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던 량자후이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숨길 순 없었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핏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양면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연수입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톱 여배우 판빙빙은 비뚤어진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두 사내 사이에서 아기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성애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2007년 작품인 만큼 5년 전 풋풋하던 시절의 판빙빙을 볼 수 있다는 건 작은 즐거움이다.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13회 카셀 도큐멘타가 55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참가한 가운데 9일 개막했다.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카셀 도큐멘타는 5년마다 독일 중부의 소도시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적 미술행사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슨무슨 비엔날레보다 덜 익숙하지만, ‘지금 보는 미래예술’을 주제로 상업성을 배제한 가장 실험적인 작품을 다 모아둔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는 가장 주목 받는 전시 가운데 하나다. 1992년 육근병 작가 이후 20년만에 한국 작가들도 초청받았다. 전준호(43)·문경원(43) 팀과 양혜규(41) 작가다. 양혜규는 미국·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작가로도 참여한 베테랑. 이번에는 카셀 중앙역에 ‘진입 :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선보인다. 전준호·문경원 작가는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내놓는다. 전시개막을 앞두고 카셀 현지에서 설치작업을 마무리한 두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영상작품 ‘EL FIN DEL MUNDO’(세상의 저 편)에는 배우 이정재·임수정이 출연해 화제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해 예술감독인 캐롤린 바카르기예프가 2010년 한국에 왔었다. 전시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최근 작업이 궁금하다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더니 이번에 함께 전시해 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떤 작품인가. -영상에서부터 책 출판까지 한데 버무렸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물어보고 싶었다. 가령 영상작업 ‘EL FIN DEL MUNDO’는 지구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최후의 순간 인류가 남길 예술은 무엇이고, 새롭게 나타날 인류의 미의식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다뤘다. 설치작업 ‘Voice of Metanoia’(공동의 진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새로운 인류에게 필요할 생필품과 거주공간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V, 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 한국과 일본의 디자이너 정구호와 쓰무라 고스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출판물인 ‘뉴스 프롬 노웨어’를 내놨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들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물어본 것인데 한국인으로는 시인 고은, 생물학자 최재천, 미산 스님 같은 분들이 나와 미학, 생물학, 종교학에 대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관객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나. -문제점이 이런 것이고, 그러니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니다. 과정이고 질문이고 여정이다. 그 분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공유하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여정에 동참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작품에서 보듯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종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분들을 두루 참여시키기 위해 찾아가서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많은 스태프와 함께하는 영상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많이 배우고 겸손해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육근병 이후 20년 만의 한국작가다. 소감이 어떤가. -이번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설렌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미술의 대표자도 아니고 우리를 통해 한국미술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의 작업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국 활동 계획은. -8월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 전시가 있다. 9월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가슴에 쇠말뚝 박힌 ‘뱀파이어’ 해골 발견

    가슴에 쇠말뚝 박힌 ‘뱀파이어’ 해골 발견

    뱀파이어(흡혈귀)는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 최근 고고학자들이 가슴에 쇠말뚝이 박힌 해골을 발견했다고 6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고고학자들은 지난 3일 불가리아 흑해연안 도시 소조폴에 있는 한 수도원 근처에서 가슴에 쇠말뚝이 박힌 채 약 80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 두 구를 발굴해 냈다. 이에 대해 역사가이자 불가리아 국립역사박물관장인 보이다르 디미트로프는 “말뚝에 박힌 이 두 해골은 과거 불가리아 일부 마을에서 흔히 행해진 풍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부 사람은 죽은 자가 안장되기 전 쇠나 나무 말뚝을 심장에 박지 않으면 뱀파이어로 되살아난다고 믿어 피해를 막기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라고 이 역사가는 설명했다. 또한 디미트로프 관장은 지난 수년간 불가리아 일대에서는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말뚝에 박힌 시체가 100여 구나 발굴됐다고 말했다. 그는 “난 이런 일반적인 발견이 왜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는지 확실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도 “아마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가진 신비함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미트로프 관장은 과거 뱀파이어는 종종 귀족이나 성직자 출신으로 “재밌는 점은 말뚝이 박힌 시체에는 여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녀를 두려워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탈리아의 연구팀은 베니스 인근 라제레토 누오보 섬에서 입에 벽돌이 박힌 채 죽은 여성의 유골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이 섬은 지난 1576년 전염병이 돌아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사망한 뒤 격리됐던 장소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피렌체대학 인류학자 마테오 보리니는 “이 발견은 일부 중세인들이 뱀파이어를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 확산의 배후라고 생각했다는 미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멀티비츠(게티이미지·위), 데일리메일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헌법재판기관 교류·협력 강화”

    “헌법재판기관 교류·협력 강화”

    아시아 지역 최초 헌법재판소 지역협의체인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이하 아재연합)이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회원국 및 세계 각국 헌법재판기관들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참가국들은 이번 선언을 통해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한 정보 교환,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법치주의 발전 및 확립 등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아재연합 의장인 이강국 헌재소장과 지안니 부키키오 베니스위원장은 정보교류 증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재연합 이사회는 이번 총회에서 파키스탄의 신규회원 가입을 승인하고 터키 헌재를 차기 총회 개최 기관으로 확정했다. 터키 헌재는 앞으로 2년 내에 제2차 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 소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아재연합이 본격적으로 출범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 헌법기관들이 인적·물적 교류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다른 지역 헌법재판 상설협의체 등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열린세상] 영리의료법인 논쟁 되돌아보기/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열린세상] 영리의료법인 논쟁 되돌아보기/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주변 의사들에게 ‘자기자본’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대체로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 힘으로 동원가능한 자금’이다. 본인의 자금이거나 주변 또는 금융기관에서 빌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라는 말이다. 자본주의 발전과정 맥락에서 보면, 상업자본주의 시절의 사고방식이다. 상업자본주의 시절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민간부문에서 자금이 많이 드는 큰 사업을 하는 게 어려웠던 여건이었다. 사업에는 무한책임이 따르고, 빚을 갚지 못하면 패가망신해야 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인간성 좋은 안토니오가 무역업을 하는 친구 빚보증을 섰다고 죽음 문턱까지 가지 않았던가? 사업자금 조달의 물꼬가 터진 것은 산업자본시대에 주식회사 제도가 도입되어 양도가능한 주식거래가 활성화되고 주주에 대한 유한책임이 확립된 시점부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죽하면 중국의 장쩌민 전 주석이 뉴욕 증시를 중국경제가 미국에서 배워야 할 핵심과제로 지목했을까. 우리의 의사들도 이러한 산업자본주의의 장점을 결코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의사도 있고, 필자 주변만 보아도 펀드투자 등 재테크를 실천하는 의사들도 꽤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 의사들은 여전히 상업자본주의 시절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어야 할까? 사회주의인 중국에서도 심지어 국영기업들까지 주식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바로 비영리법인 족쇄 때문이다. 사실 의료행위도 대가를 전제로 치료라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영리행위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영리법인 체제에서 의료행위 자체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현재처럼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유지된다면 환자들은 영리 의료법인에서도 보험수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든 의료기관이 다 영리법인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영리법인이 허용된 외국에서도 대학병원을 포함한 유수 의료기관이 여전히 비영리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대규모 기탁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에서 영리법인이 허용된다는 의미는 단지 사업에서 철수할 때 자본 회수가 가능하고 투자한 자금에 대해 이윤배당이 가능해진다는 것뿐이다. 그러면 비영리법인에서는 자본 회수가 불가능하고 투자한 자금에 상응한 이윤도 취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그렇지 않다. 비영리법인도 이사장직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굳이 이윤 배분 형식이 아니더라도 투자한 자금에 대해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굳이 영리법인 체제와 차이점을 찾자면 거래가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작은(?) 차이로 인한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비영리법인체제 하에서는 거래가 시장을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다 보니, 형성되는 가격 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거래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시장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영리법인으로 자금조달 선택의 폭이 넓어질 때 나타날 가장 큰 변화의 하나가 의료기관 간 인수·합병(M&A)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고가 의료장비 보유 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병원들의 8할 이상이 200병상 미만이라는 우리 의료산업의 현실 때문이다. 의료기관 간 M&A는 우리 의료산업 발전은 물론 환자들의 후생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병원 간 M&A가 이뤄지면, 병원마다 고가 의료장비를 구비할 필요성은 적어질 것이다. 어느 한 병원을 급성기 병상병원으로 지정하고 응급차를 통해 환자를 모아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가 의료장비를 놀리지 않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해야 할 유인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언제 이러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발전에 수백년이 소요되었지만, 우리의 영리의료법인 논의는 이제 겨우 십수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면, 우리 사회에 대한 지나친 자조(自嘲)가 아닐까.
  • “머지않아 亞서 법치주의 뿌리 내릴 것”

    “머지않아 亞서 법치주의 뿌리 내릴 것”

    ●한국, 초대 의장국 자격으로 총회 주최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소 재판소장과 재판관 등 세계 30개국과 2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창립총회가 21일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막됐다. 한국은 아재연합 초대 의장국 자격으로 이번 총회를 주최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개회사에서 “아시아는 비록 민주주의를 경험한 역사가 짧고 아직 많은 지역에서 법의 지배원칙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회원들이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한 제도와 법리 등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교류와 협력을 확대한다면 머지않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폐막식서 ‘서울선언문’ 채택 창립총회에 이어 아시아지역 헌법재판에 대한 다양한 주제발표도 마련된다. 주제 발표는 ‘헌법재판과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발전’ 등 3개 세션으로 나뉘어 24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24일 폐막식에서는 ‘아시아지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 인권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요지의 ‘서울선언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10개 회원국 외에 옵서버 국가 등지에서 90여명이 참가했다. 여기에는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헌재소장, 게르하르트 홀징거 오스트리아 헌재소장, 모호엥 모호엥 남아공 헌재소장, 유럽지역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의 지안니 부키키오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2014년 세계헌법재판회의 서울서 아재연합은 2005년 아시아헌법재판관회의에서 상설협의체 창설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이후 2010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준비위원회에서 아재연합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전 세계 100여개국의 헌법재판기관 대표가 참가하는 제3차 세계헌법재판회의를 2014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칸 영화제 16일 개막… ‘황금종려상’ 누가 품을까

    칸 영화제 16일 개막… ‘황금종려상’ 누가 품을까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칸은 영화인에겐 로망이다. 부침을 겪은 경쟁자(베를린·베니스영화제)들과 달리 변함없는 권위를 뽐내는 칸 국제영화제가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22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을 훑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품은 감독만 해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1997년 ‘체리향기’)와 켄 로치(2006년 ‘보리밭에 부는 바람’), 미카엘 하네케(2009년 ‘하얀 리본’), 크리스티안 문주(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 등 네 명이다. 게다가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경쟁 부문에 나서 충무로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 부문 주요 작품을 살펴봤다. 현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노장들의 새 작품이 우선 눈에 띈다. 2009년 칸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은 프랑스의 알렝 레네(90)가 첫손에 꼽힌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의 부활을 알린 ‘누벨바그’의 상징 레네는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로 3년 만에 경쟁 부문에 돌아왔다. 프랑스 희곡작가 장 아누이의 1941년 작 ‘에우리디케’가 원작이다. 평생 사회적 약자와 계급문제에 천착해 온 로치(76)는 ‘에인절스 셰어’를 내놓았다. 가정폭력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글래스고의 한 청소년 이야기를 달콤씁쓸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이란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껴 온 키아로스타미(72)는 일본에서 찍은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을 들고 온다. 원로배우 오쿠노 다다시를 비롯해 다카나시 린, 가세 료가 출연했다. 도쿄에서 만난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기묘한 사랑을 그렸다. 관객의 관습적인 기대를 항상 배신하는 하네케(70)는 ‘아무르’로 경쟁 부문을 두드린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80대 노부부가 어느 날 외부의 위협에 의해 유대와 사랑을 위협받는 상황을 포착했다. 평단과 관객이 사랑하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69·캐나다)의 ‘코스모폴리스’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젊은 자산관리사가 강박증에 빠져 보내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꽃미남 흡혈귀 로버트 패틴슨이다. 모처럼 칸 나들이에 나선 얼굴도 눈에 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오 카락스는 ‘폴라 X’(1999) 이후 13년 만에 ‘홀리 모터스’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오랜 친구이자 페르소나인 드니 라방과 함께한다. 1997년 ‘중앙역’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브라질의 월터 살레스 감독은 ‘온 더 로드’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트와일라잇’의 헤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에이미 애덤스, 커스틴 던스트, 비고 모르텐슨 등을 캐스팅한 화제작이다. ‘예언자’(2010)로 2009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재와 뼈’, 칸이 발굴한 루마니아 영화의 자존심 문주 감독의 ‘비욘드 더 힐스’도 두고 볼 만하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의 콤비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재결합한 ‘킬링 뎀 소프틀리’도 복병이다. 지난해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가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한 것과 달리 올해는 칸과 각별한 인연의 두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칸에서 감독상(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 심사위원대상(2004년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여우주연상(2007년 ‘밀양’ 전도연), 심사위원상(2009년 ‘박쥐’ 박찬욱 감독), 각본상(2010년 ‘시’ 이창독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2010년 ‘하하하’ 홍상수 감독)에 이어 한국영화인이 대망의 황금종려상을 품을지 기대하는 까닭이다. 홍 감독이 칸에 초대된 건 ‘강원도의 힘’(1998), ‘오! 수정’(2000),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에 이어 여덟 번째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13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칸의 각별한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경쟁 부문 진출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 한국 감독으로는 최다이다. 2001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자벨 위페르가 1인 3역을 맡은 것으로 화제를 모은 ‘다른 나라에서’는 한 해변마을에 여름휴가를 온 3명의 안느(위페르)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임 감독도 칸이 낯설지 않다. 200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게 첫 인연. 2010년에는 김기영 감독의 고전을 재해석한 ‘하녀’로 경쟁 부문에 올랐다. ‘돈의 맛’은 여러모로 ‘하녀’를 떠오르게 한다. 재벌가의 딸 백금옥(윤여정)은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이 필리핀 하녀와 바람난 것을 알게 된다. 백금옥은 집사 격인 주영작(김강우)과 뜨거운 관계를 맺고, 그의 딸 윤나미(김효진)도 주영작을 탐한다. 재벌가의 치정과 위선, 돈을 둘러싼 음모가 난무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통영 충렬사 앞 여황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통영 충렬사 앞 여황로

    길은,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삶 사이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대처로 떠나는 자식의 발걸음이 잠시 떨리며 머뭇거렸음을, 옷고름 사이로 떨어진 어미의 눈물방울이 짭짜름했음을 동구밖 길은 아주 오래 기억했다. 동네 사이마다 아로새겨진 길이 2014년부터 우리네 삶의 새로운 주소로 본격 쓰인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 잠시 낯설더라도 이내 편안해질 것임을 믿는다. 동네를 감아 도는 길에는 감칠맛 나면서도 예쁜 이름이 오롯이 붙어 있다. 서울신문은 매주 그 길의 결마다 숨겨진 기억을 더듬어보고, 지금 여기에 남겨진 의미를 되새겨본다. 1930년대 중반 그 봄, 충렬사 돌층계에 주저앉으면 통영 앞바다가 훤히 펼쳐졌을 게다. 여황산자락 아래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이어진 집들을 지난 눈 속에는 쉴 새 없이 고깃배가 오갔고, 부푼 꿈을 안고 오는 이, 또 다른 꿈을 이고 타향으로 떠나는 이가 엇갈리는 낡은 선창이 비쳤을 테다. 하지만 사랑을 잃은 사내에게는 아름다운 통영의 풍경도 오롯이 아름답기 어려웠으리라. 한참 나중에 호사가들이 통영을 일컬어 ‘한국의 베니스’ 운운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칭송했지만, 스물넷 평안도 출신의 청년시인 백석(1912~1995)에게는 실연의 상처가 훨씬 컸을 수밖에 없었다. 백석은 사랑을 위해 멀리 남쪽 바다까지 헛걸음을 반복해야 했다. 한 번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른 두 번은 사랑을 기억하며 가슴 먹먹함을 달래기 위해 찾았다. 그러나 한 번 떠난 사랑이 돌아올 리는 없는 법. 통영을 다녀왔던 길은 그의 작품 속 중요한 지역의 하나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삼도수군통제영 복판 여황산 끼고 돌아 백석의 발길로부터 80년 가까이 흐른 5월에 통영을 찾았다. 그가 시 ‘통영1’에서 묘사한 것처럼 통영 여황로에는 마침 ‘김 냄새 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차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고, 타관의 학생들을 실은 수학여행 버스들은 줄을 지어 여황로 길을 지나고 있었다. 여황로는 174m의 야트막한 여황산(艅山)에서 비롯된 이름의 길이다. ‘여황’은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임금이 아끼던 화려한 배로, 훌륭한 군세를 갖춘 큰 전선을 상징했다. 통영항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산세를 펼치고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의 복판에 자리잡은 산이니 딱 걸맞은 이름이다. 도로명 새주소를 만들기 전까지 통영 사람들은 그저 산복도로라고만 불렀으나 이름을 붙인다고 했을 때 여황로라는 이름을 다는 것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통영시 북쪽 여황산 아래쪽으로 4113m 이어지며 문화동, 북신동, 명정동 등을 감싸고 돈다. 통영은 현대문화예술의 보물창고와도 같다. 특히 여황로 하면 일단 백석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여황로 251번 충렬사 앞에는 백석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통영2’라는 시다. 편의상 ‘통영1’, ‘통영2’라고 했지만 발표 당시 원래 제목은 모두 ‘통영’이었다. ‘통영2’는 그가 통영에 대해 쓴 시편 중 가장 길고 유려하며 음율을 잘 살렸다. 그는 ‘통영2’에서 이곳을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또 ‘난()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에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라고 노래했다. 사랑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여황로 길가에 앉아 한껏 달떠서 혼자 히죽거리는 백석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곧 깨지고 말 단꿈이었지만. 여기에 원체 아름다운 통영의 풍광까지 한눈에 들어왔으니 시인의 시심이 절로 우러났을 것임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백석 시비 앞 명정샘 박경리가 소설에 써 ‘난’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백석의 고향은 평안북도 정주다. 막 문청을 벗고 등단해 시인이 된 그는 한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통영 출신의 이화고녀 졸업반이던 박경련을 만나고, 첫눈에 반해 사귄다. ‘난’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그는 박경련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통영을 찾았지만 걸음이 엇갈려 만남이 어긋나게 됐다. 난의 집이 충렬사 근처인 명정동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사이 그의 직장(조선일보) 동료이자 친구였던 이가 난과 결혼을 해 버리고 말았다. 사랑과 친구를 함께 잃은 아픔 탓이었을까. 그는 그해 조선일보를 그만뒀다. 그리고 기생 자야(子夜·본명 김영한·역시 백석이 붙여준 애칭이다)를 만나 불 같은 사랑을 나눴고, 고향집 부모님의 성화에 다른 여인과 혼례를 치렀지만 다시 자야에게 돌아갔다. 1940년 자야마저도 떠나 고향땅인 신의주, 정주로 갔다. 그가 통영에 대해 직접 남긴 작품은 ‘통영 1, 2’ 외에 ‘남행시초2-통영’ 등 모두 세 편이다. 특히 ‘남행시초2-통영’ 시편 마지막에는 난의 외사촌 오빠인 ‘서병직씨에게’라고 적었다. 그를 통해 통영 장터며 선창 등을 둘러봤음을 알게 해준다. 백석이 들여다본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골 명정샘은 지금도 여황로 시비 앞에 있었다. 충렬사 문화해설사인 옥복주(47)씨는 “일(日)정과 월(月)정 두 개의 샘이 있어 명정(日+月=明井)이 됐다.”면서 “1670년 만든 이후 몇 년 전까지 330년 넘도록 식수로 썼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은 여전히 맑지만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통영2’ 중)을 찾을 수는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명정골은 통영이 고향인 박경리(1926~2008)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문장 속에도 그 흔적을 흩뿌려 놓았다. 박경리는 명정골에 대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고 했다. 박경리의 생가는 여황로 충렬사 주차장 맞은편 바로 곁의 좁은 골목길인 ‘토영 이야길’을 따라가면 있다. 새주소로는 충렬1길 76-38이다. 하지만 현재 다른 이가 살고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표지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남편과 사별한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에게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려 5000통의 연서를 보냈던 유부남 청마 유치환(1908~1967)의 사연이 남겨진 곳도 그리 멀지 않다. 유치환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보이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복’ 중)고 노래했던 통영중앙우체국(세병로 5)은 여황로에서 서문로를 따라 7~8분 남짓 내려오다가 세병로(청마거리) 오른쪽으로 접어든 뒤 3~4분쯤 걸어가면 있으니 그리 멀지 않다. ●지긋한 뱃사람도 시 한 구절 읊어 이른 아침 여황로 어귀에서 만난,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는 늙수그레한 중년의 김모(58)씨는 “그 사람들이야 먹고살만 하니까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썼겠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뭐….”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도 유치환, 이영도의 ‘아름다운 불륜’이며, 시인 김춘수, 화가 김용주,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박경리 등 통영 출신 예술가의 이름들을 줄줄이 들먹였다. 흔히 돈을 잘 버는 동네에서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들 하는데, 통영이라면 ‘중늙은이 뱃사람도 시 한 구절, 소설 한 토막쯤 읊조린다.’는 말이 좋이 쓰일 법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후딱 오른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통영시내 쪽으로는 강구안길이며, 여황산이 보이고, 다도해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산도, 매물도, 그리고 멀리 대마도까지 한눈에 푹 안긴다.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과분할 만큼의 통영이다. 이곳의 길 위에서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옆구리에 끼고 그 옛 기억과 향취까지 가져간다면 더욱 어울릴 법하다. 글 사진 통영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역사의 보고 통영의 길들 동피랑·서문까꾸막… 토박이말 길이름 천국 통영은 바다의 왜적들과의 싸움, 그리고 평화에 대한 바람으로 다져진 곳이다. 통영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역사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들어감을 의미한다. 임진왜란 직후인 1604년(선조 37)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옮겨 세운 뒤 ‘통영’이라는 지명이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통제영의 약칭에서 따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인 충렬사와 통제영의 일종의 객사 역할을 했던 세병관(洗兵館·세병로 27), 그리고 북포루(北樓) 등은 통영 출신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이고,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 필수 방문지다. 길 이름 역시 이러한 역사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세병로, 충렬로 등은 물론이고 통제영을 굳게 지키던 문들도 이름을 남겼다. 동문로(東門路)와 서문로(西門路)는 모두 옛 통영성의 4대문 가운데 하나였던 동문과 서문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두 문 모두 고갯마루의 정상쯤에 위치해 있었으니, 통영 토박이들의 말로 ‘동문까꾸막’(동문고개), ‘서문까꾸막’(서문고개)이라고 불렀던 길들이다. 북신로(北新路) 역시 통영성 북문 바깥에 새로 만들어진 마을길이라는 뜻이다. 또한 세병로와 여황로 사이를 잇는 갈림길인 운주길은 옛 통제영의 관아였던 운주당(運籌堂)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남해안대로에서 갈래져 나온 원문마을길은 통제영 입구였던 원문성(轅門城)에서 따온 마을 이름을 달았다. 이 밖에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동피랑길은 정겨운 마을 벽화로 유명하다. ‘피랑’은 벼랑을 일컫는 통영 말이다. 통영시의 동쪽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배기로 통영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자랑한다. 통영성과 동포루(東樓)의 유적이 있다. 이는 서피랑길 역시 마찬가지. 서쪽 벼랑 즈음에 있으며 통영성과 서포루의 유적이 복원 과정에 있다. 통영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공간에 옷 입히는게 건축 개념” 천으로 지은 집 미술관에 즐비

    “공간에 옷 입히는게 건축 개념” 천으로 지은 집 미술관에 즐비

    “그러게요. 6분의1만 해도 제가 참 편했을 텐데…. 신체와 공간의 비율을 따지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왜 하필 5분의1이라는 축소 비율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만약 6분의1이라는 비율을 적용했다면 아마 작업이 엄청 편해졌을 겁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이런저런 미니어처들을 고스란히 쓸 수 있었겠죠. 5분의1을 택하는 바람에 일일이 따로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전 작품에 들어선 사람이 복도나 문 같은 공간에 꽉 들어차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 비율을 택한 거지요.” 꽉 들어차야 하는 이유는 집을 옷으로 보기 때문이다. “옷의 개념을 확장한 게 건축이라 생각해요. 공간에 옷을 입히는 게 건축인 거죠. 옷을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옷이야말로 정말 건축적이에요.” 옷을 지어 입듯 건축도 짓는다는 개념이다. 해서 진짜 천으로 집을 지어버렸다. 지금이야 작품이 인정받아 15명 안팎의 스태프진이 있지만 처음엔 오직 혼자서 해야 했다. 그때 작품 가운데는 만드는 데만 10년 걸린 것도 있다고 하니 그 땀방울이 눈물겨울 정도다. 그럼에도 5분의1이라는 몸에 딱 맞는 사이즈다 보니 작품들을 들락거리면서 집들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구임에도 자그마한 승용차를 타고 다녀서 차에서 내리는 것이 마치 차처럼 생긴 조끼를 벗어버리는 듯하다던 소설 ‘7년의 밤’의 묘사가 떠오른다. ●삼성미술관 리움서 6월 3일까지 6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서도호(50) 작가의 개인전 ‘집 속의 집’ 전시장에는 작가가 그렇게 한 꺼풀 허물 벗어던지듯 내던져 둔 과거의 옷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옷치고는 규모들이 제법 거대하다. 특히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살 때의 3층짜리 타운하우스 전면부를 축소해 둔 ‘청사진’은 높이만 무려 13m에 이르는 작품이다. 미술가로서는 특이하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초대받았었는데 이때도 이 작품은 눕혀서 전시해야 했다. 소화해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18m 높이를 가진 리움미술관 덕택에 이번에 처음으로 똑바로 섰다. 이 외에도 작가가 거주했던 뉴욕의 스튜디오, 서울집, 뉴잉글랜드의 집, 베를린 집을 모두 모사해 뒀다. 세면기, 스위치, 손잡이는 물론 벽에 걸린 안내문이나 경고문까지 완벽하게 재연했다. 그렇다 보니 작품 제목은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A 아파트, 복도, 계단’ ‘서울 집/서울 집’ ‘베를린 집, 3개의 복도’ 같은 식이다. ●한옥 중문에 동물 영상 투사한 게 가장 인상적 이런 건축 소재를 틀어쥐게 된 것은 유학 경험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옥에서 살다 서양식 집에 들어가니까 어색하더군요. 공간과 친숙해지기 위해 했던 일이 줄자로 사이즈를 재는 거였어요. 그러다 건축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동서양의 차이를 들여다보게 됐고 그게 작품으로 이어진 겁니다.” 원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한옥에 살았던 경험이었어요. 어릴 적 살았던 경험. 그 숨결이 어디엔가 남아서 나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해서 정교한 작품들 그 자체도 좋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전통 한옥의 중문을 형상화한 뒤 해가 뜨고 지고 새들과 사슴 같은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영상을 투사한 작품이다. 그 공간에 앉아있노라면 정말 하루 정도 늘어지게 한옥 앞마당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노닥거린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작가가 가진 기억의 원형질 같아 더 좋다. 7000원. (02)2014-69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근혜 “청라 ‘동양 베니스’ 지원”

    박근혜 “청라 ‘동양 베니스’ 지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23일 앞둔 19일 인천을 찾았다. 총선 야권연대가 성사되며 수도권 야풍의 진원지가 될 인천에서 민심을 확인하기 위한 행보였다. 박 위원장은 윤상현 인천시당위원장(남을),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서·강화갑), 이상권 의원(계양을)과 함께 부평구 산곡동 상가와 계양구 병방시장, 서구 청라국제도시 등을 돌아봤다. 인천에서 상대적으로 당 지지세가 취약한 곳으로 지난 16일 충남 대전·천안 방문 직후 이어진 서민 스킨십이었다. 병방시장에서 박 위원장은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저희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꼭 서민경제가 살아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라국제도시를 방문한 박 위원장은 한 주상복합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신도시 개발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주민들의 민원을 들었다. 입주자 연합회 정진원 회장은 박 위원장에게 사업 정체로 인한 주민 불편을 호소했다. 정 회장은 “청라국제도시는 국책사업으로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이라면서 “시장이나 여야 국회의원 모두 지하철 7호선을 꼭 놓겠다고 했는데 빈 공약이 되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청라국제도시를 동양의 베니스로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추진했는데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면서 “정부 약속을 믿고 3만 3000가구가 분양을 받았는데 얼마나 안타깝겠나. 정부 차원에서 지원과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 1번을 맡는 게 맞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공천위에서 하는 것이니까 그 쪽에서 발표로써 해야 한다.”고 완곡히 비켜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영화 ‘하녀’ 마지막에 전도연이 매달렸다가 떨어진, 바로 그 샹들리에라고 했다. 샹들리에? 그 화려하고 어여쁘고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그것?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처럼 ‘천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목도 술의 신 이름을 빌려 ‘불면증 - 디오니소스의 노래’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테마인 날카로운 욕망에 딱 어울린다. 배영환(43) 작가의 2008년 작이다. ●깨진 병조각을 샹들리에로 소재는 그렇다 치고 영화판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을까. “미술 작업은 수많은 얘기를 극도로 응축시킨 결과물을 내놓는 거잖아요. 그래서 미술만 하면 서사의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 와요.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그래서 했었지요.” 단편 쓰다 감독과 인연이 닿아 장편도 하나 썼다. “그 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하죠. 2000년에 개봉한 안성기·박신양 주연의 ‘킬리만자로’라고…. 실패라곤 생각 안 해요. 한 20만 정도 들었을려나. 제 전시 와 주신 분들에 비하자면 많은 거죠.” 농담처럼 툭툭 말을 던지다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만다. 작가는 5월 20일까지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유행가 -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다. 그간 작업을 농축한 것이다.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 같은 것을 응용한 것들이다. 그 조각들로 웅장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도 만들고, 유행가 가사를 캔버스 위에 수놓기도 했다. 버려진 나무판자나 가구의 자개를 이리저리 조합해 기타를 만들기도 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쌓아 갔다. 전시 제목도 그렇게 나왔다.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우아한 것을 끌어내리는 것.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키치, 저급한 것을 끌어올리는 팝아트의 충돌이자 접점이다. 안소연 큐레이터는 이를 ‘버내큘러’(Vernacular·자생적)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안 큐레이터는 “자생적이라 하면 동양적인 기법이나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의 작품은 기법이나 소재를 의도적으로 따 왔다기보다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우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기사 수많은 사연과 눈물의 영원한 동반자는 자취방에서 소주 한 병 앞에 놓고 기타 뚱땅거리며 불러 댔던 유행가가 아니었던가. 이제 청춘의 시간은 지나갔고, 밤새 통음한 뒤 게워 낼 것은 다 게워 냈다. 이제 무엇으로 이 텅 비어 있는 쓰린 속을 달랠까. 상황은 대조적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실제 사각의 링을 4분의1로 축소한 ‘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은 소주병 움켜쥐고 울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정글이 여전함을 드러낸다. 서울 시내 사찰 30곳의 종소리를 한데 합성해 둔 ‘걱정-서울 오후 5:30’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은은히 퍼져 나가고 있는 위로와 위안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추상동사 작품 더 이어가고 싶어” 작가는 ‘추상동사’ 작품을 더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추상명사는 있는데 추상동사는 왜 없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해서 살풀이춤 추는 장면과 장구 두드리는 장면을 찍어 놨는데 사람을 깨끗하게 지웠다. 말 그대로 추상동사다. 살풀이춤에는 ‘댄스 포 고스트 댄스’, 장구에다가는 ‘노크’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해장국으로 ‘저주받은 걸작’ 영화 대신 영상 작품을 택한 셈이다. 입장료 3000원. 1577-759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