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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 2년연속 취소

    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 2년연속 취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일원에서 해마다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2년 연속 취소됐다. 하동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400명 수준으로 계속 이어져 지역 주민과 관광객 안전을 위해 올해 벚꽃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마다 3월말~4월초에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 축제는 영호남이 만나는 화개장터와 섬진강 일대 관광지와 벚꽃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동군이 1993년 부터 시작했다.아름드리 벚나무가 우거져 있는 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화개 10리 벚꽃길은 꽃이 활짝 피면 벚꽃터널이 된다.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손을 잡고 10리 벚꽃 터널을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혼례길’로도 불리며 해마다 많은 상춘객이 찾는다. 군은 올해 축제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십리 벚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벚꽃 개화시기에 교통안내 요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조치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동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축제를 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며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벚꽃 축제장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창원시도 진해구 일원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창원시는 군항제 취소에 따라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고 불법 노점상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외지 관광객 진해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데드크로스·총장 사퇴… 지방 국공립대마저 미달 사태 ‘휘청’

    데드크로스·총장 사퇴… 지방 국공립대마저 미달 사태 ‘휘청’

    “경북 경산에 있는 대학 중에서는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충격적입니다.” 김상호 대구대 총장이 올해 ‘입시 실패’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대구대 A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지만,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냉소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구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최종 등록률이 80.8%에 그쳤다. 지난해(99.95%)에 비해 19% 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대구대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등록률이 76.5%를 기록한 데 이어 정시모집 경쟁률은 1.8대1로 사실상 미달이었다. 추가모집에서 730명을 선발하려 했으나 단 11명만 지원했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추가모집을 거치면서 ‘벚꽃 피는 순서’보다 더 빠르게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A교수)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사립대로 꼽히는 대구대의 총장 사퇴는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난이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방대 충원난은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거점국립대 등 지방의 주요 대학에까지 신입생 미달 사태가 불어닥쳤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대입 정원(49만 7218명) 대비 올해 입학자원은 7만 6325명 부족하다. 올해를 기점으로 대입 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은 ‘데드 크로스’ 현상이 시작되는 데다 코로나19로 유학생 유치마저 어려워 지방대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방 국공립대 신입생 충원율 99%선 무너져 8일 각 대학이 공개한 2021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을 종합한 결과 9개 거점국립대 중 제주대를 제외한 8개 대학에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저렴한 등록금과 ‘지방 주요대학’이라는 강점 덕에 그간 100%에 육박했던 지방 국공립대의 신입생 충원율 역시 올 들어 줄줄이 하락세다. 전남대는 올해 입시에서 140명이 미달해 신입생 충원율이 9개 거점국립대 중 가장 낮은 96.67%로 내려앉았다. 본교인 광주 용봉캠퍼스에서는 4개 학과, 여수캠퍼스에서는 22개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거점국립대 외의 지방 국공립대는 더 심각해 2020학년도에 입학 정원의 99.9%를 채웠던 안동대는 올해 4분의3도 채우지 못했다(충원율 72.9%). 군산대(86.5%)와 순천대(89.8)도 저조한 충원율을 기록했다. 가톨릭관동대(73.7%), 인제대(79.9%), 원광대(79.9%) 등 의대와 한의대를 보유한 지방 주요 사립대들도 충격적인 충원율을 기록했다. 이들 대학은 2020학년도에 신입생을 99% 안팎까지 충원했다. 입학한 신입생들도 올해 안에 줄줄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학가에서는 “지방대들이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고자 교직원들에게 ‘가족이나 친척이 일단 등록만 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올해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율 중 일부는 ‘허수’라는 이야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코로나19 2년차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함께 입학한 동기마저 적으니 그나마 입학한 학생들도 대학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편입이나 반수, 군 입대 등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대학들이 자구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임계점은 이미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감축은 곧 재정악화” 허리띠 졸라매기 “지방대에도 훌륭한 교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하거나 심지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서울이 유리한데 누가 지방대에 오려 할까요.”(전북의 한 사립대 B교수) 박정원(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상지대 명예교수는 “지방대 스스로 학문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보다 수도권 대학들을 ‘복제’하는 데 그쳤다”면서도 “수도권 대학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이들이 독점적으로 학생들을 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입학 자원을 놓고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기에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인구와 산업,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방대는 모든 면에서 열세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방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국고보조금은 181만원으로 수도권 사립대(386만원)의 46.8% 수준이다. 학생 1인당 산학협력수익은 38만원으로 수도권 사립대(100만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방 사립대의 학생 1인당 재정(교비회계+산학협력단회계) 규모는 1506만원으로 수도권 사립대(2176만원)의 69.2%에 그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수도권 사립대에 정부의 재정 지원과 기부금, 산학협력이 집중되고 수도권 사립대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탓”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부족한 대학은 스스로 몸집을 줄일 것이라는 논리는 쉽게 통용되지 않는다.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대학들은 정원 감축이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탓에 정원 감축에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걸려 있는 대학역량진단평가의 문턱을 넘기 위해 ‘1학기 등록금 100% 면제’ 같은 혜택을 내걸며 신입생 충원율을 채우고, 대신 교육 투자를 줄여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학가에서는 올해 지방대의 인력 감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신라대는 “총장과 교수, 교직원들이 청소하겠다”면서 청소노동자들의 계약을 지난달 말 해지해 진통을 겪고 있다. 행정직원을 해고하고 겸직을 늘리거나 아예 계약직으로 돌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수년 전부터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들은 강사를 뽑지 않고 전임교원에게 1주일에 20시수 안팎의 강의를 맡겨 왔다”면서 “이로 인한 강의의 질 악화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지방대들 사이에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대 특성화 지원 아까지 말아야 박정원 상지대 명예교수는 “지방대는 지역의 학문과 사회, 문화의 중심이자 산업 그 자체”라면서 “지방대가 무너지면 지역도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지방대가 수도권대와는 다른 입지를 구축하도록 특성화하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지방대 특성화’의 일환으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산업 분야의 특성화에 국한된다는 게 한계다. 산업 기반이 미약한 지역에서는 이 같은 ‘동아줄’을 잡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방대를 지역 내 산업 수요뿐 아니라 평생교육, 지역 고유 학문 등을 담당하는 ‘독특한 대학’으로 키워 지역민들이 언제든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의 ‘독점 구조’에 손을 대야 한다는 제안마저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대 출신을 차별하는 사회적 문제 속에 수도권 대학은 교육 여건을 높이지 않고도 유리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나 이번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모두 신입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이 낮은 대학을 정원 감축 대상으로 해 왔는데 이는 결국 지방대의 정원 감축으로 이어졌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은 채 ‘정원 외 선발’까지 나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학부 등록생이 6000~7000명, 예일대 학부 등록생이 1만 2000명 정도인 데 반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학생수는 2만명 안팎으로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 연구원은 “대학 정원 감축은 국가와 대학의 균형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방대뿐 아니라 전체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고 수도권의 과도한 정원 외 선발을 제한하며,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사학의 통폐합 등 다양한 방안으로 지방대 미충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새 역사 뒤 ‘100m 방사능 포대’… 후쿠시마 상처 숨기고 있었다

    새 역사 뒤 ‘100m 방사능 포대’… 후쿠시마 상처 숨기고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과 거대 쓰나미가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열도의 동부를 강타했다. 1만 8000여명이 사망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생활기반이 무너져내린 지 10년. 동일본대지진의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건물과 도로는 시간의 흐름 속에 또 다른 형태로 모양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치유되지 않은 비극의 트라우마는 사람들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속에는 피해지역의 고통을 무시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섞여 있었다. ‘부흥 올림픽’을 선전하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려는 정부를 향한 원망도 전해졌다. 지난 6일 아침 도호쿠 지역 최대 도시 센다이를 출발한 히타치 특급열차가 1시간 10여분을 달려 오전 11시 30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 도착했다. “방사능 오염지역이니 최대한 빨리 취재를 끝내고 그곳을 떠나라”, “모자와 장갑은 필수. 방사능 먼지가 날릴 수 있으니 비포장도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 등 피폭 예방을 위한 조언은 첫발을 들이는 기자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주말 오전 시간대였지만, 10량짜리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기자 외에는 한 명도 없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튿날부터 순차적으로 수소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4㎞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은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주민 숫자가 ‘0명’인 전면봉쇄 지역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 새로 단장한 후타바역이 재개통되면서 역 주변 지역 출입이 제한적으로 풀렸다. 역사 뒤쪽에 조성되고 있는 택지 공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낸 대형 검정 포대들이 3중, 4중으로 쌓인 채 100m 이상 행렬을 이뤘다. 역 정면에 위치한 과거 최대의 번화가 신잔 지역은 슈퍼, 약국, 관공서 건물들이 무너지고 뜯겨지고 기울어진 상태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외벽에 걸린 시계들은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3시간가량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같은 후쿠시마현 남부 이와키시에서 현장을 둘러보러 온 야마네 마이코(44·작가)와 그의 친구들 등 단 3명뿐이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둘러보는 관광버스가 딱 1대 지나갔다.한때 이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야마네는 “지난해 3월 전까지는 옛 주민들도 당국의 통행허가를 받아야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제한이 약간 풀렸다”면서 “그러나 10년 만에 고향에 와 본 그들이 예전의 집을 둘러보며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복구나 부흥 성과에 대해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도쿄 중앙정부가 피해지역 주민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좀더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타바마치는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여름이면 유명한 지역축제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후타바 해수욕장은 인근에서 손꼽히는 명소였다. 후타바 장미정원도 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유명한 주말 나들이 장소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죽은 마을’이 되면서 10년 전 2584가구, 6963명 주민들은 모두 열도의 최남단 오키나와에서부터 최북단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로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이곳 출신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슈이치로(27)는 대지진 10주년을 맞은 올해 주요 피해지역을 돌며 취재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기성 미디어가 아니라 우리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해 복구의 방향이 피해 지역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우선순위도 잘못됐다”며 일본 정부가 ‘부흥 올림픽’으로 포장해 올여름 강행하려는 도쿄올림픽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후타바 신역사는 근사하게 지어 놨지만 이곳에서 2~3㎞ 떨어진 곳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실제로는 아닌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복구가 거의 된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속사정을 모르는 도쿄 등 대도시 사람들은 ‘저 정도로까지 정상화됐는데 왜 후쿠시마는 계속해서 우는소리를 하느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향후 제대로 지원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후타바마치가 방사능의 비극을 안고 있는 곳이라면 전날인 5일 찾았던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아라하마 지구는 지역 전체 삶의 기반이 바닷물과 함께 송두리째 휩쓸려 간 곳이었다. 대지진 직전에는 약 800가구, 2100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쓰나미로 9%에 해당하는 18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곳을 덮친 10m 높이 바닷물은 해안가 평야 지역에 들이닥친 쓰나미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예전에 집들이 즐비했던 지역은 잡초가 우거진 공터가 돼 있었다. 당시 폐허가 된 집들은 대부분 철거됐으나 일부 잔해들은 당시 참상을 전하기 위한 전시공간으로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바다에서 7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아라하마초등학교는 1층부터 옥상까지 전시공간으로 일반에 개방돼 있었다. 학교는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폐교했으나, 다른 지역의 폐허가 된 학교들과 달리 보존 대상으로 지정됐다. 대지진 발생일부터 다음날까지 320명의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대피해 목숨을 건졌던 곳이기 때문이다.최근 도호쿠 해안에는 쓰나미를 막기 위한 총 400㎞ 길이의 방조제가 지어졌다.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방조제 근처를 산책하던 60대 여성은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 “돈만 억수로 들였지 지난번처럼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높이 쌓아올린 방조제 때문에 수면과 파도의 상황 등 바다의 형세가 가려져 더 위험하게 됐어요. 쓰나미가 닥치더라도 쉽게 보이지 않으니 대피가 늦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는 “후쿠시마현의 농민들이 불쌍해서 현지에서 나온 채소나 과일은 먹고 있지만 그곳에서 잡힌 생선은 절대로 사지도 먹지도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이쪽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시마·미야기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화려한 건물 뒤 ‘방사능 포대’… 후쿠시마 상처 숨기고 있었다

    화려한 건물 뒤 ‘방사능 포대’… 후쿠시마 상처 숨기고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과 거대 쓰나미가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열도의 동부를 강타했다. 1만 8000여명이 사망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생활기반이 무너져내린 지 10년. 동일본대지진의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건물과 도로는 시간의 흐름 속에 또 다른 형태로 모양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치유되지 않은 비극의 트라우마는 사람들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속에는 피해지역의 고통을 무시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섞여 있었다. ‘부흥 올림픽’을 선전하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려는 정부를 향한 원망도 전해졌다.지난 6일 아침 도호쿠 지역 최대 도시 센다이를 출발한 히타치 특급열차가 1시간 10여분을 달려 오전 11시 30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 도착했다. “방사능 오염지역이니 최대한 빨리 취재를 끝내고 그곳을 떠나라”, “모자와 장갑은 필수. 방사능 먼지가 날릴 수 있으니 비포장도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 등 피폭 예방을 위한 조언은 첫발을 들이는 기자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주말 오전 시간대였지만, 10량짜리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기자 외에는 한 명도 없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튿날부터 순차적으로 수소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4㎞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은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주민 숫자가 ‘0명’인 전면봉쇄 지역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 새로 단장한 후타바역이 재개통되면서 역 주변 지역 출입이 제한적으로 풀렸다. 역사 뒤쪽에 조성되고 있는 택지 공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낸 대형 검정 포대들이 3중, 4중으로 쌓인 채 100m 이상 행렬을 이뤘다. 역 정면에 위치한 과거 최대의 번화가 신잔 지역은 슈퍼, 약국, 관공서 건물들이 무너지고 뜯겨지고 기울어진 상태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외벽에 걸린 시계들은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3시간가량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같은 후쿠시마현 남부 이와키시에서 현장을 둘러보러 온 야마네 마이코(44·작가)와 그의 친구들 등 단 3명뿐이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둘러보는 관광버스가 딱 1대 지나갔다. 한때 이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야마네는 “지난해 3월 전까지는 옛 주민들도 당국의 통행허가를 받아야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제한이 약간 풀렸다”면서 “그러나 10년 만에 고향에 와 본 그들이 예전의 집을 둘러보며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복구나 부흥 성과에 대해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도쿄 중앙정부가 피해지역 주민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좀더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타바마치는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여름이면 유명한 지역축제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후타바 해수욕장은 인근에서 손꼽히는 명소였다. 후타바 장미정원도 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유명한 주말 나들이 장소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죽은 마을’이 되면서 10년 전 2584가구, 6963명 주민들은 모두 열도의 최남단 오키나와에서부터 최북단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로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이곳 출신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슈이치로(27)는 대지진 10주년을 맞은 올해 주요 피해지역을 돌며 취재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기성 미디어가 아니라 우리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해 복구의 방향이 피해 지역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우선순위도 잘못됐다”며 일본 정부가 ‘부흥 올림픽’으로 포장해 올여름 강행하려는 도쿄올림픽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후타바 신역사는 근사하게 지어 놨지만 이곳에서 2~3㎞ 떨어진 곳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실제로는 아닌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복구가 거의 된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속사정을 모르는 도쿄 등 대도시 사람들은 ‘저 정도로까지 정상화됐는데 왜 후쿠시마는 계속해서 우는소리를 하느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향후 제대로 지원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후타마바치가 방사능의 비극을 안고 있는 곳이라면 전날인 5일 찾았던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아라하마 지구는 지역 전체 삶의 기반이 바닷물과 함께 송두리째 휩쓸려 간 곳이었다. 대지진 직전에는 약 800가구, 2100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쓰나미로 9%에 해당하는 18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곳을 덮친 10m 높이 바닷물은 해안가 평야 지역에 들이닥친 쓰나미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예전에 집들이 즐비했던 지역은 잡초가 우거진 공터가 돼 있었다. 당시 폐허가 된 집들은 대부분 철거됐으나 일부 잔해들은 당시 참상을 전하기 위한 전시공간으로 원래 상태 보존돼 있었다. 바다에서 7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아라하마초등학교는 1층부터 옥상까지 전시공간으로 일반에 개방돼 있었다. 학교는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폐교했으나, 다른 지역의 폐허가 된 학교들과 달리 보존 대상으로 지정됐다. 대지진 발생일부터 다음날까지 320명의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대피해 목숨을 건졌던 곳이기 때문이다.최근 이곳에는 쓰나미를 막기 위한 400㎞ 길이의 방조제가 지어졌다.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방조제 근처를 산책하던 60대 여성은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 “돈만 억수로 들였지 지난번처럼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높이 쌓아올린 방조제 때문에 수면과 파도의 상황 등 바다의 형세가 가려져 더 위험하게 됐어요. 쓰나미가 닥치더라도 쉽게 보이지 않으니 대피가 늦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는 “후쿠시마현의 농민들이 불쌍해서 현지에서 나온 채소나 과일은 먹고 있지만 그곳에서 잡힌 생선은 절대로 사지도 먹지도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이쪽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시마·미야기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방사능 폐기물 그때 그대로… 기차역 내린 사람은 기자뿐

    방사능 폐기물 그때 그대로… 기차역 내린 사람은 기자뿐

    동일본대지진 10년… 후쿠시마 ‘제1원전’ 4㎞ 떨어진 후타바마치 가보니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과 거대 쓰나미가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열도의 동부를 강타했다. 1만 8000여명이 사망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생활기반이 무너져내린 지 10년. 동일본대지진의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건물과 도로는 시간의 흐름 속에 또 다른 형태로 모양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치유되지 않은 비극의 트라우마는 사람들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속에는 피해지역의 고통을 무시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섞여 있었다. ‘부흥 올림픽’을 선전하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려는 정부를 향한 원망도 전해졌다. 지난 6일 아침 도호쿠 지역 최대 도시 센다이를 출발한 히타치 특급열차가 1시간 10여분을 달려 오전 11시 30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 도착했다. “방사능 오염지역이니 최대한 빨리 취재를 끝내고 그곳을 떠나라”, “모자와 장갑은 필수. 방사능 먼지가 날릴 수 있으니 비포장도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 등 피폭 예방을 위한 조언은 첫발을 들이는 기자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주말 오전 시간대였지만, 10량짜리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기자 외에는 한 명도 없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튿날부터 순차적으로 수소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4㎞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은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주민 숫자가 ‘0명’인 전면봉쇄 지역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 새로 단장한 후타바역이 재개통되면서 역 주변 지역 출입이 제한적으로 풀렸다. 역사 뒤쪽에 조성되고 있는 택지 공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낸 대형 검정 포대들이 3중, 4중으로 쌓인 채 100m 이상 행렬을 이뤘다. 역 정면에 위치한 과거 최대의 번화가 신잔 지역은 슈퍼, 약국, 관공서 건물들이 무너지고 뜯겨지고 기울어진 상태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외벽에 걸린 시계들은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3시간가량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같은 후쿠시마현 남부 이와키시에서 현장을 둘러보러 온 야마네 마이코(44·작가)와 그의 친구들 등 단 3명뿐이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둘러보는 관광버스가 딱 1대 지나갔다.한때 이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야마네는 “지난해 3월 전까지는 옛 주민들도 당국의 통행허가를 받아야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한이 약간 풀렸다”면서 “그러나 10년 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예전의 마을을 둘러보며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복구나 부흥 성과에 대해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도쿄 중앙정부가 피해지역 주민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좀더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타바마치는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여름이면 유명한 지역축제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후타바 해수욕장은 인근에서 손꼽히는 명소였다. 후타바 장미정원도 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유명한 주말 나들이 장소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죽은 마을’이 되면서 10년 전 2584가구, 6963명 주민들은 모두 열도의 최남단 오키나와에서부터 최북단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로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이곳 출신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슈이치로(27)는 대지진 10주년을 맞은 올해 주요 피해지역을 돌며 취재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기성 미디어가 아니라 우리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해 복구의 방향이 피해 지역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우선순위도 잘못됐다”며 일본 정부가 ‘부흥 올림픽’으로 포장해 올여름 강행하려는 도쿄올림픽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후타바 신역사는 근사하게 지어 놨지만 이곳에서 2~3㎞ 떨어진 곳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실제로는 아닌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복구가 거의 된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속사정을 모르는 도쿄 등 대도시 사람들은 ‘저 정도로까지 정상화됐는데 왜 후쿠시마는 계속해서 우는소리를 하느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향후 제대로 지원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후타바마치가 방사능의 비극을 안고 있는 곳이라면 전날인 5일 찾았던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아라하마 지구는 지역 전체 삶의 기반이 바닷물과 함께 송두리째 휩쓸려 간 곳이었다. 대지진 직전에는 약 800가구, 2100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쓰나미로 9%에 해당하는 18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곳을 덮친 10m 높이 바닷물은 해안가 평야 지역에 들이닥친 쓰나미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예전에 집들이 즐비했던 지역은 잡초가 우거진 공터가 돼 있었다. 당시 폐허가 된 집들은 대부분 철거됐으나 일부 잔해들은 당시 참상을 전하기 위한 전시공간으로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바다에서 7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아라하마초등학교는 1층부터 옥상까지 전시공간으로 일반에 개방돼 있었다. 학교는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폐교했으나, 다른 지역의 폐허가 된 학교들과 달리 보존 대상으로 지정됐다. 대지진 발생일부터 다음날까지 320명의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던 곳이기 때문이다.최근 도호쿠 해안에는 쓰나미를 막기 위한 총 400㎞ 길이의 방조제가 지어졌다.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방조제 근처를 산책하던 60대 여성은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 “돈만 억수로 들였지 지난번처럼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높이 쌓아올린 방조제 때문에 수면과 파도의 상황 등 바다의 형세가 가려져 더 위험하게 됐어요. 쓰나미가 닥치더라도 쉽게 보이지 않으니 대피가 늦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는 “후쿠시마현의 농민들이 불쌍해서 현지에서 나온 채소나 과일은 먹고 있지만 그곳에서 잡힌 생선은 절대로 사지도 먹지도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이쪽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시마·미야기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포토] ‘벚꽃 만개, 제주’

    [포토] ‘벚꽃 만개, 제주’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제주시 도두봉 인근에 벚꽃이 활짝 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뉴스1
  • 일본 야쿠자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

    일본 야쿠자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 야쿠자도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직원의 제보가 공개됐다. 소라뉴스24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한 익명의 야쿠자 고위 조직원은 팬데믹이 시작된 뒤 취소되거나 축소된 행사 등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야쿠자는 도박이나 마약 밀매와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수익을 거둬들이지만, 일부 합법적인 사업 감독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제보를 한 야쿠자 고위 조직원은 “우리는 보통 연말과 새해에 신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이러한 경제활동이 완전히 불가능해 졌다”면서 “신사에서의 노점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전년 대비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수기 밤 시간에도 길에 사람이 없다. 팬데믹 이전까지는 수익이 좋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결국 올해 도쿄에서 열리는 일본의 가장 큰 벚꽃 축제도 취소됐다. 이에 야쿠자가 운영하는 포장마차 등 음식 매장의 고객 수는 더욱 곤두박질 칠 것으로 보인다. 야쿠자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영국 스카이뉴스는 야쿠자와 같은 범죄 조직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뚝 떨어진 수익을 상쇄하려 마약 시가를 인상했다고 보도했다.이밖에도 현지 언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야쿠자의 경제적 사정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야쿠자 조직원 상당수가 젊은 층이 아닌 탓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고, 이 때문에 연말 및 새해 모임을 중단하는 등 대면 활동을 피해왔다는 것. 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둔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야쿠자마저도 볼멘소리를 내놓을 만큼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3일 NHK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2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888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43만 5000여 명으로 늘었다. 물론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수 1000명 미만을 기록하는 득 확산 속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수도권 4개 광역지자체에서 외출 자제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긴급사태의 연장을 정부에 요청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흉물로 변한 나무/오일만 논설위원

    봄철을 앞둔 요즘 곳곳에서 가로수 정비가 한창이다. 자동차 매연과 도로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여름날 무성한 잎으로 안식처를 제공했던 나무들이다. 비쭉 튀어나온 가지들을 잘라내 이쁘게 모양새를 가다듬는 수준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란한 전기톱 소리와 함께 수십년의 수령을 자랑할 법한 나무들이 순식간에 굵은 몸통만 남는다. 막무가내로 잘라내는 현장을 보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웠다. 낙엽이 쌓여 하수구가 막히고 무성한 가지로 상점 간판과 가로등 불빛을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말 못하는 나무들이지만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듯한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요 며칠 아파트 산책 길에도 가지가 마구 잘려져 나간 나무들을 목격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부터 은행나무, 벚꽃나무 등 수종을 가리지 않았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아쉬운 대로 자연의 향취를 느끼게 해 줬던 고마운 존재들 아니던가. 봄철 벚꽃 놀이를 대신했고 한여름 짙은 녹색의 향연을, 만추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했던 나무다. 수십년의 시간이 공들여 만든 아름다움과 품위가 하루아침에 흉물로 변하다니….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게 했던 그 나무들이 사라진 지금 을씨년스런 봄을 맞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하다. oilman@seoul.co.kr
  • 3월의 ‘봄꽃엔딩’ 웃음꽃 실종사건

    3월의 ‘봄꽃엔딩’ 웃음꽃 실종사건

    축제기간 특수 기대하던 주민들 울상 광양 매화축제·구례 산수유축제 취소 지역특산품 판매 ‘라이브 커머스’ 지원 “꽃은 어김없이 피었지만, 웃음꽃은 사라졌습니다. 봄이 봄 같지 않습니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 주민 김점수(59·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씨는 올 ‘매화축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예상은 했다”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축제 때마다 매실 가공식품과 산나물 등이 직거래장터에서 팔리면서 소득에 보탬을 줬지만, 지난해 수해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이 겹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명 봄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남도 들녘에는 이미 매화·산수유 등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방역을 주도하는 지자체 간의 실랑이도 현실화하고 있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3월에 열리는 봄꽃 축제 7개 중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봄꽃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에 올해도 취소됐다. 매년 3월 초 섬진강변 따라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즐기는 축제에는 180만~2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광양시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다압면 매화마을 주차장과 진입로를 아예 폐쇄할 계획이다. 또 지역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제 취소 사실을 알리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올해도 43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매화축제를 포기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지역 농민 피해를 돕기 위해 지역특산품을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매실 관련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양과 이웃한 구례 산수유축제 역시 2년째 열리지 않는다. 구례군 관계자는 “요즘 산수유 개화시기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축제취소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군은 산수유 만개 시기인 다음 달 초순부터 산동면 반곡마을 일대 6개 주차장(2000대 규모)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4월 초 예정된 구례 섬진강벚꽃 축제는 개최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아직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개화시기인 매년 4월 첫주 열리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 진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남 장성군의 빈센트의 봄축제와 황룡강 길동무꽃길축제, 충북 제천시의 청풍호 벚꽃축제, 제주 왕벚꽃축제 등도 모두 취소될 예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포토] ‘봄이 성큼’… 꽃망울 터트린 벚꽃

    [포토] ‘봄이 성큼’… 꽃망울 터트린 벚꽃

    24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 배화학교에 벚꽃이 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21.2.24 뉴스1
  • 올해 벚꽃 서울 4월 2일 개화…평년보다 3~5일 빨라

    올해 벚꽃 서울 4월 2일 개화…평년보다 3~5일 빨라

    올해 벚꽃은 평년보다 3~5일 빠르게 필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울에서는 오는 4월 2일 전후로 벚꽃을 볼 수 있겠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24일 ‘2021년 벚꽃 개화전망’을 통해 남은 2월과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벚꽃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3~5일 가량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는 2월 중순까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평년보다 높은 기온 분포를 보였지만 일시적으로 확장하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크게 나타났다. 남은 2월 하순과 3월에도 찬공기를 동반한 대륙고기압의 일시적 확장으로 꽃샘추위가 나타나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때가 있겠지만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벚꽃 개화는 3월 2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24일~3월 29일 경, 중부지방은 3월 30일~4월 5일경이 되겠다. 서울은 4월 2일을 전후로 벚꽃을 볼 수 있겠다. 벚꽃 절정기는 개화 후 일주일 가량 뒤로 제주도는 3월 27일, 남부지방 3월 31일~4월 5일, 중부지방은 4월 6일~12일이 되겠으며 서울은 4월 9일경이 되겠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내 집 마련의 꿈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내 집 마련의 꿈

    가을 나무들이 융단 깔듯 낙엽을 흩뿌릴 때의 일이다. 가까운 선배가 우리 집에 잠깐 들렀다가 아파트 정원에 있는 빨간 아기단풍 아래 서서 예쁘다, 예쁘다 감탄 끝에 말했다.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얼마나 부지런한지 쌓일 틈도 없이 낙엽을 죄다 쓸어 버려. 잠깐 바라볼 새를 주질 않아. 선배의 투덜거림이 귀여웠으나 나는 짐짓 반박했다. 낙엽이 비에 젖으면 얼마나 미끄러운데요. 선배는 내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말을 이었다. 벚꽃도 그래. 활짝 피었다가 화르르 질 때가 가장 예쁘잖아. 지난봄에는 경비실에 전화해서 꽃잎을 며칠만 그대로 두면 안 되냐고 사정도 해 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나는 꽃잎을 치우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듣고 어이없어하는 경비 아저씨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흩날리는 벚꽃이 겹겹이 쌓이기를 바라던 선배는 아직 ‘내 집’ 한 채가 없다. 어쩐지 나는 그게 꼭 벚꽃 때문인 것 같다. 내 주위 사람들 절반은 자기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나처럼 전세나 월세를 산다. 작년에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할 때 나는 일부러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자꾸 들여다보면 덧나는 상처 같고, 조심조심 피해 가야 하는 지뢰 같았다. 십오륙 년 동안 손에 쥐고 있는 전세 보증금만 까먹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는 나에게 사람들이 귀에 못 박히도록 충고했다. 집을 사라. 대출받아 집 사는 게 저축보다 낫다.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고, 위험을 무릅쓸 배짱도 없다. 모든 해결책이 돈으로 귀결되는 세상 이치 탓도 하고 정책 탓도 해 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 결론은 늘 내가 아둔하고 무능력한 탓이다. 한동안 그렇게 체념하고 살다가 새삼 정초부터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비로소 갭투자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한 뒤 얼마 안 되어 집주인이 바뀌었다. 새 주인은 내 전세보증금의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집을 샀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집값이 1.5배가 뛰었다. 교통 관련 호재가 있단다. 이제 나의 전세보증금은 집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득 어떤 깨달음이 왔다. 갭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나같이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어떤 이유에서든 집이 없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토록 높은 수익률에 이르지 못한다. 내가 못난 덕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씁쓸한 기분이 됐다. 내가 살 수 있는 수도권 외곽의 낡은 소형 아파트들은 80~90퍼센트 이상이 전세 끼고 나온 매물들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이제 오를 만큼 올라서 시세 차익을 실현하려는 갭투자가들을 돕는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갱신청구권 때문인지 세입자들이 집을 보여 주지 않으려 해서 내가 둘러본 집들은 대부분 빈집이었다. 마음 편히 구석구석 볼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는데, 왠지 빈집의 스산함만 자꾸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사람이 사는 집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집주인이 내놓은 집이라고 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시베리아 벌판 같은 복도를 지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뜻밖에도 젊은 부부와 어린 딸이 사는 집은 아늑했다. 청결하지만 적당히 허름했으며, 창밖으로 숲이 보였다. 마음에 꼭 들었다. 그 순간 뒤늦게 집을 사겠다고 나선 나에게 반드시 값을 깎아야 한다던 사람들 말이 떠올랐다. 걱정이 앞섰다. 오직 한 채 있는 자기 집을 팔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값을 깎나?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주차장에 눈이 한 겹 깔렸고, 경비 아저씨는 왕소금 같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었다.
  • 문제만 터졌다 하면...日스가 아들 ‘접대 파문’도 아베 때와 판박이

    문제만 터졌다 하면...日스가 아들 ‘접대 파문’도 아베 때와 판박이

    미디어 관련업체에 다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아들이 방송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총무성 간부들을 여러차례 접대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총리 본인 및 가족 연루 추문이 터질 때마다 담당 공무원들의 거짓말이 반복되는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때의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가케학원 스캔들’,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 등 추문의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총무성 간부들이 국회에서 대놓고 발뺌하는 거짓말을 했다가 음성파일 공개에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인정한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도호쿠신샤라는 방송·영화 관련 업체에 다니는 스가 총리의 장남 스가 세이고로부터 접대를 받았던 아키모토 요시노리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장은 지난 1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세이고와 식사 자리에서 방송사업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식사의 목적이 “아키타현 출신들의 간담회”, “송년회”였다고 했던 그동안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는 이번 파문을 가장 먼저 터뜨렸던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이 앞서 17일 세이고 등 도호쿠신샤 관계자와 총무성 간부들의 대화가 담긴 음성파일을 추가로 폭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아키모토 국장은 당초 식사 자리에서 방송 인허가 관련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음성파일에서 세이고가 위성방송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게 분명히 드러나자 더 이상 거짓말은 어렵다고 판단, 사실을 실토했다. 아키모토 국장은 그러나 “식사를 요청받았을 단계에서는 도호쿠신샤가 직무 관련 이해관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안이했던 인식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테랑 관료가 자신이 관장하는 업무 관련업체의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키모토 국장 등 총무성 간부 4명은 2016년 이후 스가 총리 장남으로부터 최소 12회 접대를 받고 헤어질 때 택시 요금과 기념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접대와 선물을 받는 것은 국가공무원 윤리규정 위반이다. 총무성은 19일 아키모토 국장과 유모토 히로노부 관방심의관을 관방부로 이동시키는 사실상의 경질인사를 실시했다. 도쿄신문은 “스가 총리는 2006~2007년 총무상(장관)을 지냈고 2012년부터는 관방장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자신의 저서에서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관료의 경질도 불사한다’고 하는 등 그동안 강력한 인사권으로 관료를 복종시키는 수법을 구사해 왔다”며 이번 부적절한 만남의 배경에 총리의 존재가 개입돼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세이고가 아키모토 국장 등에게 집중적으로 접대를 한 시점은 도호쿠신샤의 자회사가 총무성에서 위성방송사업 인가 갱신을 받기 직전이었다. 반복되는 관료들의 거짓 주장은 아베 전 총리 당시의 여러 추문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와 그의 부인 아키에가 연루됐던 모리토모 학원(극우성향 사학재단에 대한 국유지를 헐값으로 분양했다는 특혜 의혹) 스캔들 당시 재무성은 공문서를 대규모로 조작하고 간부들이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140회가량이나 반복했다. 아베 전 총리의 오랜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에 수의학과를 신설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의혹인 가케학원 스캔들 때에도 관련 공무원의 허위주장과 완강한 버티기가 계속됐다. 벚꽃을 보는 모임의 전야제 관련 경비 처리 문제에서도 내각부의 공문서 위조가 있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한 컷 세상] 새봄에 대한 꿈

    [한 컷 세상] 새봄에 대한 꿈

    시절이 흉흉해도 부지런한 계절은 쉬지도 않고 돌아오는 듯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나무에 새싹이 미리 봄소식을 전하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벚꽃이 만개한 윤중로가 폐쇄돼 멀찌감치서 그 자태를 훔쳐만 봤다. 다가오는 봄날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봄꽃거리를 거닐 수 있는 꿈을 가져 본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흐드러지게 펴도 피지 못할 꽃축제

    꽃 피는 봄이 오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봄에도 꽃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는 탓에 봄꽃 축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고 축제가 취소되면 자치단체들이 주차장 폐쇄 등의 조치로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매화축제 2년째 취소 확정 전남 광양시는 9일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광양매화축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시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SNS), 현수막 등으로 축제 취소를 알리고 방문 자제를 당부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축제를 취소해도 찾을 관광객을 막기 위해 매화마을 주차장을 전면 폐쇄한다. 박순기 광양시 관광과장은 “내년에는 광양매화축제가 열려 매화꽃 향연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 “코로나 상황 나아지지 않으면 축제 개최 어려워”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올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항제는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해마다 4월 1~10일 개최한다. 1963년 시작된 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처음 취소됐다. 창원시는 군항제 개최를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축제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축제를 취소했지만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어나자 벚꽃 주요 명소 출입을 차단·통제하고 방문자제를 요청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축제 개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최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 관련 부서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하동군 “다음달 개최 여부 확정할 것” 해마다 4월 초 열리는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벚꽃축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까지 6㎞ 구간은 길 양쪽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울창하게 늘어서 봄이 되면 벚꽃 터널을 이룬다. 십리벚꽃길로 유명해 전국에서 상춘객이 몰린다. 하동군은 정부 방침 등을 지켜보며 다음달 축제 개최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축제가 취소돼도 이 구간은 넓고 지나가는 길이 돼 막을 수 없어 지난해처럼 방역은 철저히 하고 오는 관광객을 막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축제장 나들이 1년 더 미뤄야” 방역당국 관계자는 “축제장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곳에서는 한순간에 집단감염이 발생해 확산될 수 있어 축제개최는 안전을 가장 우선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봄꽃축제와 축제장 나들이는 내년 봄으로 1년 더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꽃 없는 봄이 온다’...전국 봄꽃축제 올해도 줄줄이 취소 될 듯

    ‘꽃 없는 봄이 온다’...전국 봄꽃축제 올해도 줄줄이 취소 될 듯

    꽃 피는 봄이 오고 있지만 올 봄에도 꽃을 제대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봄꽃축제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탓에 올해도 줄줄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차장 폐쇄 등의 조치로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해마다 봄꽃축제를 개최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축제추진단체 등은 축제 개최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각 지자체와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지금 상태로 이어지면 봄꽃 축제를 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광양시는 9일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전남 광양매화축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광양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다음달 개최예정이던 올해 광양매화축제를 최소하기로 결정하고 매화마을 주차장을 전면 폐쇄한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시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현수막 등을 통해 축제취소를 알리고 방문 자제를 당부할 예정이다. 박순기 관광과장은 “내년에는 광양매화축제가 열려 매화꽃 향연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벚꽃 축제인 진행군항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항제는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해마다 4월 1~10일 개최한다. 창원시는 군항제 개최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정부와 다른 지자체 등의 판단을 참고해 군항제 개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축제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개최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관련 부서 등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진해군항제는 1963년 시작된 뒤 지난해 코로나19로 처음 취소됐다. 창원시는 지난해 군항제를 취소했지만 만개한 벚꽃을 보기위해 진해지역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자 벚꽃 주요 명소 출입을 차단·통제하고 방문자제를 요청했다. 해마다 4월 초 열리는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벚꽃축제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까지 6㎞ 구간은 길 양쪽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울창하게 늘어서 봄이되면 벚꽃 터널을 이룬다. 십리벚꽃길로 유명해 전국에서 상춘객이 몰린다. 하동군은 방역당국 방침 등에 따라 축제추진위원회와 논의 해 축제 개최 여부를 다음달까지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획기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한 축제를 개최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축제가 취소되더라도 십리벚꽃 구간이 넓고 지나가는 길이라서 막을 수 없어 지난해처럼 방역은 철저히 하고 오는 관광객을 막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축제장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곳에서는 한순간에 집단감염이 발생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축제개최는 안전을 가장 우선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봄꽃축제와 축제장 나들이는 내년봄으로 1년 더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코로나 때문에 올해도 지역축제 ‘울상’

    코로나 때문에 올해도 지역축제 ‘울상’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도 자치단체들 축제가 온라인방식으로 변경되거나 하반기로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6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다음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열릴 예정이던 옥천 묘목축제가 ‘온라인과 함께 하는 옥천묘목 판매행사’로 전환된다. 군은 군홈페이지와 이원면 70개 농원별 홈페이지를 연결해 비대면 판매를 지원한다. 지역상품권으로 묘목을 사면 50만원 한도에서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이 축제는 구제역이 발생한 2011년과 코로나가 터진 지난해도 취소됐다. 옥천은 국내 묘목 유통량의 70%를 공급하는 전국 유일의 묘목산업 특구다. 묘목 축제가 열리는 3월이면 전국에서 10만여명이 찾아와 나무를 샀다. 지난해 축제를 열지 못하자 나무 판매가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와도 축제개최를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 온라인으로 변경했다”며 “축제를 하면 나무를 사려는 사람들과 더불어 볼거리, 먹거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축제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영동곶감축제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청주시는 올해 상반기(5월 말~6월 초) 청원구 내수읍 초정문화공원 일대에서 개최 예정이던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10월15일~17일로 연기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도입과 접종 완료시기 등을 조율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축제는 코로나로 취소됐다. 이 축제는 세종대왕이 눈병 치료차 방문한 초정약수를 알리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충주시는 4월중에 개최할 예정인 벚꽃축제와 수안보온천축제의 개최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진천군도 오는 5월중에 열리는 생거진천농다리축제를 개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 상반기에 열리는 축제들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지난해 코로나를 경험한 지자체들이 올해는 행사를 온라인으로 변경하는 등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제가 외지인방문과 농산물 판매에 도움이 되는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자영업자들 거리두기 추가 연장에 분노… 벚꽃 추경·4차 재난지원금 논의 급물살

    자영업자들 거리두기 추가 연장에 분노… 벚꽃 추경·4차 재난지원금 논의 급물살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정 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과 고통을 나누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실보상제가 제도화되고 실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지원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백을 메울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비수도권은 2단계)가 설 연휴까지 연장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4차 재난지원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율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업제한 조치가 길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이 깊어지고 경제적 약자가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희망을 줄 수 있는 마중물이 절박한 만큼 정부와 함께 늦지 않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7 보선 일정을 감안해 이달 내 정부와 협의를 마치고 다음달엔 추경 편성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추경이 편성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벚꽃 추경’(1분기 추경)이다.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보편 지급하고 자영업자에겐 추가로 선별 지원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경우 15조~20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선 자영업자들은 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16개 중소상인자영업단체’는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정작 집단발병 사태의 온상이 된 종교시설 등에는 아무런 말도 못하면서 중소상인·자영업자는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정부의 무대책과 무책임, 불통 대책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포기한 중소상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제발 등록해 달라” 지방대 교수님은 아침부터 통화 중

    “제발 등록해 달라” 지방대 교수님은 아침부터 통화 중

    #지난 19일 동국대 이사회는 “경주캠퍼스를 수도권 등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방 학생수가 줄어 더는 캠퍼스 운영이 힘들 것이란 이유였다. 소식이 전해진 후 경주시장이 나서 “강력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파장이 일자 대학 측은 “지자체와 협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원대는 내년 입시부터 ‘탄력정원제’를 실시한다. 미달인 학과의 정원을 학생이 몰리는 과로 넘겨 전체 미달률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가의 자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들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추려 낸다. 3년 주기로 실시해 올해 세 번째를 맞는 평가에서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이 2배가량 높아진다. 2018년 10점(총점 기준 13.3%)에서 20점(20%)까지 올렸다. 결과적으로 학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여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대학 구조조정을 시장의 원리에 맡긴 셈이다. 지방대에는 이번 대학평가가 “지방대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방 소재 4년제 대학은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모집인원의 48.2%를 충원하지 못한 데 이어 정시모집 경쟁률은 전년도 3.9대1에서 2.7대1로 하락했다. 정시모집 경쟁률은 3대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학생 1명이 학교 3곳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 충원율 등 지방대에 불리할 수 있는 지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은 “어떤 방법을 써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들이 현 입학 정원을 유지한다면 신입생 충원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지방대 비율은 올해 17.6% 정도지만 2024년 34.1%, 2037년엔 83.9%까지 늘어난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2021년 4.8%, 2024년 5.6%, 2037년 50.8%로 학령인구 감소의 파장이 미치는 속도가 지방대보다 더디다. 경북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교수는 “수시 합격자에게 교수들이 직접 전화해 ‘꼭 등록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등록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져 허탈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에도 지역 균형의 밑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자칫 지방대학이 모두 사라진 후 다시 지방대학을 세우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도권 대학이 비대한 구조”라며 “대학 전체 정원의 10%를 줄이는 등 수도권 대학의 정원 역시 함께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제발 등록해 달라” 지방대 교수님은 아침부터 통화 중

    “제발 등록해 달라” 지방대 교수님은 아침부터 통화 중

    올해 대학평가에서 충원율 배점 2배재정 지원 위해 정원 축소로 내몰아정원 70% 못 미치는 학교 속출 우려“전체 대학 정원 줄여 지역 균형 필요”#지난 19일 동국대 이사회는 “경주캠퍼스를 수도권 등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방 학생수가 줄어 더는 캠퍼스 운영이 힘들 것이란 이유였다. 소식이 전해진 후 경주시장이 나서 “강력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파장이 일자 대학 측은 “지자체와 협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원대는 내년 입시부터 ‘탄력정원제’를 실시한다. 미달인 학과의 정원을 학생이 몰리는 과로 넘겨 전체 미달률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가의 자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들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추려 낸다. 3년 주기로 실시해 올해 세 번째를 맞는 평가에서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이 2배가량 높아진다. 2018년 10점(총점 기준 13.3%)에서 20점(20%)까지 올렸다. 결과적으로 학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여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대학 구조조정을 시장의 원리에 맡긴 셈이다. 지방대에는 이번 대학평가가 “지방대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방 소재 4년제 대학은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모집인원의 48.2%를 충원하지 못한 데 이어 정시모집 경쟁률은 전년도 3.9대1에서 2.7대1로 하락했다. 정시모집 경쟁률은 3대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학생 1명이 학교 3곳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 충원율 등 지방대에 불리할 수 있는 지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은 “어떤 방법을 써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들이 현 입학 정원을 유지한다면 신입생 충원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지방대 비율은 올해 17.6% 정도지만 2024년 34.1%, 2037년엔 83.9%까지 늘어난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2021년 4.8%, 2024년 5.6%, 2037년 50.8%로 학령인구 감소의 파장이 미치는 속도가 지방대보다 더디다. 경북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교수는 “수시 합격자에게 교수들이 직접 전화해 ‘꼭 등록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등록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져 허탈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에도 지역 균형의 밑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자칫 지방대학이 모두 사라진 후 다시 지방대학을 세우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도권 대학이 비대한 구조”라며 “대학 전체 정원의 10%를 줄이는 등 수도권 대학의 정원 역시 함께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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