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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31만 청년일자리 창출”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31만 청년일자리 창출”

    3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정년 연장과 더불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기업이 약 26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계는 ‘현행 58세 정년도 못 채우는 근로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임금만 삭감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임금피크제의 비용절감 규모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정년 연장에 따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07조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현재 55세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297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월급을 낮추면 같은 기간 25조 9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연도별 절감액은 2016년 9500억원, 2017년 2조 6900억원, 2018년 4조 9300억원, 2019년 7조 3800억원, 2020년 9조 9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어 한경연은 “절감액을 청년 고용에 사용하면 5년간 모두 31만 3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일자리를 두고 나타나는 세대 간 갈등과 청년고용절벽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우광호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현재 정년 60세 연장은 법으로 보장됐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권고 사항처럼 제시해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정년 연장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노조 동의 없이는 임금피크제가 어렵지만 개인 동의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은 ‘임금체계 개편’ 여부에 대해서 ‘노사가 합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 연장을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정년 연장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 라며 임금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통계청의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를 인용해 내년에 56세가 되는 1960년생 근로자부터 차례로 정년 연장 대상자를 산출한 뒤 이들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반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온 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이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이슈가 몇 가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기에다 바로 몇 살부터 노인인가 하는 문제다. 법적으로 각종 복지지원을 받는 경로우대의 기준은 현재 만 65세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65세는 더이상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현재 노인의 70%가 매달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고, 전철과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며 고궁 박물관, 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이용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 눈치 살피느라 누구 하나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대한노인회가 지난달 말 노인 기준나이 조정을 공론화하자며 먼저 물꼬를 터주었다. 2011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는데 반대했던 대한노인회의 입장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단을 내린 이심(76)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만났다.→메르스 사태로 노인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한노인회도 화두만 던져 놓고 뒷선으로 물러난 건 아닌지요. -노인들 눈치 보느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길을 터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 우리는 길만 터주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인이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 기준 나이 조정 문제를 포함해 노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며 국회의장이 초청을 했다. 15일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나 대한노인회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18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돼 있는 포럼이 주최하는 조찬세미나에 참석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입장을 알릴 것이다. →지난달(7일) 열린 이사회에서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회원들이나 이사 등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없었다.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전 상당 기간 지방을 돌면서 회원들 의견을 수렴했고, 바뀐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일부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올리자고 주장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65~70세 노인이 170만명이다. ‘당장 노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인다고 하면 세상이 뒤집히니 20~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기고문을 썼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현재 노인 인구는 650만명이다. 이대로 가면 3년 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곧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온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노인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처음 넘어섰다. 현재는 노인을 부양대상으로만 보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 돈을 다 어디서 충당하겠나. 100세 시대에 맞는 복지정책의 틀을 짤 때다. 2013년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도 노인 전체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고 소득별로 액수를 차등화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대한노인회다.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 등을 제시하셨는데. -논의된 여러 방안들 가운데 몇 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복지를 빼앗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득권은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는 공론화 길을 터줬으니 정책 당국이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노인들은 교육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 →대한노인회와 정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결정은 지난 달 7일 이사회에서 내렸고, 8일 어버이날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인사차 찾아왔길래 이사회 결정을 알려줬다. →노인의 나이 기준이 올라가면 일을 더 오래 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 심하게 말하면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는 다르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거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도와주는 일들을 주로 한다.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추가 교육을 받고,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왔다가 집이 비어 있고 경비실이 따로 없으면 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동네 경로당에 택배를 맡겨 놓고 노인들이 배달해주면 서로에게 이득이다. 그런대 이런 동네 택배일을 젊은이들이 하겠나. 또 매년 노인 3만명이 제주도 감귤 따는 일을 한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노인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노인회에서 취업만 알선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 한다. →노인들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좋은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결국 청년층과 충돌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노인의 70%에게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준다. 노인들에게 2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20만원을 받으면 노인들 행복지수가 높아질 줄 알았는데 자체 조사 결과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놀랐다. 혼자 괜찮아졌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내 아들이 취직을 못하고, 손자가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노인 일자리가 생기면 사고(四苦)가 해결된다고 한다. 생활고, 병고, 자존고, 고독 등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고통만 해결해도 엄청난 행복을 주는 거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의 일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분담하는 거다.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세대 간 벽을 더 낮출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렇지 않아도 강서구에서 젊은이들과 토크쇼를 하자고 제안해 검토 중이다. 노인회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젊은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서 노인들 의식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 대한노인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노인들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충북 충주에 교육원을 지을 예정이다. 약 2만 5000평의 국유지에 1000억원을 들여 짓는다. 정부에 기부채납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매년 3만명씩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노인 인문학 교육을 할 생각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노인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줄 것이다. 둘째 일하는, 책임지는 노인이 되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경로당 책임자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이들이 돌아가 회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노인회의 근간이 전국에 있는 6만 4000개의 경로당이다. 경로당하면 노인들이 모여 소일하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어떤가. -노인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힘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경로당이었다면 지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러 가는 곳이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동네 청소도 하고, 아이들도 돌봐주고, 책도 읽어준다. 함께 고구마도 심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많다. 경험을 나누면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정책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잘 된 정책이라고 본다. 지하철은 한마디로 효자다.무료가 아니라고 생각해봐라. 노인이 꼼짝 안 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고 가정해봐라. 가정이 무너진다. 고부 간 갈등은 물론, 조손 갈등도 커진다.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공사 적자가 누적된다고들 하는데, 지하철공사에서 노인들을 위해 전용칸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차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공사나 지자체 적자가 누적되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답이다. →지난해 4년 임기의 대한노인회 회장에 재선됐는데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물꼬도 텄고, 교육원을 짓고 있다. 노인복지청을 만드는 것이다. 노인복지청은 노인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노인 관련 예산을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것이다. 132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행안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 180명, 지방자치단체장 230명도 서명했다. 한 가지 더한다면 노노() 케어사업 확대다. 연금을 받지 않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이 연금을 받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다. 지난해 10개 지회에서 시범 실시했는데 자살은 25.9%, 실종은 30%가 각각 줄었다. 성과가 좋아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이 29억원 늘어나 133억원이 책정됐다. 10만원 지원받아 10시간 봉사를 한다. 앞집에 허리가 아파 연탄을 갈지 못해 추위에 떨고 밥도 못해 먹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걸 알고 연탄불을 갈아주는 봉사를 해 추위와 식사를 해결했다. 연탄불 하나로 할아버지·할머니가 행복해진 경우다. 어떤 분은 10만원 받고 자기 돈 50만원을 썼지만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서 노인이라는 호칭을 시니어 시티즌 등 다른 것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것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노인이라는 용어가 어때서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 불쌍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어서 그렇다. 노인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게 바로 대한노인회가 할 일이다. 어떤 용어로 바꿔도 노인은 노인이다. 불쌍해 보여도, 훌륭해 보여도 노인은 노인이다. 인식의 문제다. 노인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이심 회장은 ▲1939년 경북 상주 출생 ▲건국대 법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월간 전원속의 내집 발행인 ▲한국잡지협회 회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제15~16대 대한노인회 회장(2014.2~ ) >> 대한노인회는 대한노인회는 1969년 경로당 회원을 주축으로 창립됐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그리고 244개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6만 4000여개의 경로당, 6개 해외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이 300여만명에 이른다.
  •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문래동] 공장과 예술의 사적인 동거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문래동] 공장과 예술의 사적인 동거

    두터운 철근이 빼곡히 누워 있고 붉은 쇳가루가 흩날리는 문래동. 철공소와 예술이 묘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알록달록한 꽃이 피어나고 있다. ‘초상권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촬영문화를 만들어 주세요’ 무작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문래동 주민들의 일상이 괴로워졌다. 이방인에게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고된 삶을 살아내는 일터이자 휴식처다. 초상권은 침해당했고 작업 공간은 불편해졌다. 문래동 창작촌은 철공소들과 공존하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그 공간을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술가들은 왜 문래동으로 갔을까 문래역 7번 출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그곳에 ‘문래동 창작촌’이라는 이름의 작은 예술 마을이 있다. 발끝에 채이는 것이 맛집이고 카페인 홍대 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과거(?)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던 홍대 거리는 그 독특한 풍경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한 공간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땅값은 물론 물가도 올랐다. 값싼 작업실이 금값이 되어 버린 덕에 예술가들은 하나둘 인근 지역인 상수동, 합정동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문래동과 성수동까지 터를 옮겼다. 한편 문래동은 그 반대다. 1930년대 방직공장지대였던 일대에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계획으로 인해 철재 공장들과 철물상들이 하나둘 들어섰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그 절정을 맞이한다. 그러나 1990년대 IT산업 성장과 함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대부분의 공장들은 문을 닫거나 도심을 빠져나갔다. 상권이 약해지니 땅값은 떨어졌고 텅 비어 있던 낡은 건물들은 헐값에 나왔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꽃을 피우기에 비옥한 토양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다 할 간판도 없는 작업실들이 어두운 골목길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고 골목마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로 채워졌다. 주말이면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작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2~3년 전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공방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문래동 창작촌’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래서 문래동은 알리고 싶은 동네라기보다 지키고 싶은 동네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쫓겨나다시피 터를 옮기지 않도록 말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찾아낸 빛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어둠으로 향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문래동에서 배웠다. ●문래동에서 만난 골목길 아트 ●손고은 기자의 문래동 그곳? 정다방을 지켜 주세요 정다방 프로젝트 문래동에는 작은 다방 하나가 있었다. 이름은 정다방. 30여 년 동안 인근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인기 있는 다방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전하면서 드나드는 손님은 줄었고 정다방은 문을 닫았다. ‘정다방 프로젝트’는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예술 공간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전시 공간을 무료로 빌려 주고 주민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도예, 사진, 설치 미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길 건너편에는 정다방 카페가, 옆 건물에는 예술 문화센터와 같은 정다방 공방이 자리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4가 7-1 지하 1층 02-2633-4711 www.jungdabang.com 내 안경은 내가 만든다 로코 안경공방 정말이지 처음 알았다, 안경공방이 있다는 것을. 단순히 안경을 맞춤 제작해 주는 곳이 아니다. ‘공방’이라는 타이틀답게 스스로 안경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 ‘배움’이 있는 공간이다. 안경공학을 전공한 박정미 대표가 1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친다. 화랑대역 근처에 본점이 있고 지난 1월 문래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한 달에 4번, 하루에 약 2~3시간씩 진행하는 기본 과정에 참여하면 원하는 디자인의 ‘내’ 안경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2가 14-12 010-8632-0721 총 4회 수업 20만원(재료비 포함) 와인에 떡볶이가 어때서? 한잔 차차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한식도 와인과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홍대 앞 와인바 ‘와인주막 차차’의 두 번째 브랜드로 ‘한잔 차차’가 지난 3월 문래동에 입성했다. 한잔 차차는 와인도 커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신개념을 장착한 와인 카페다. 두부김치, 황태포, 오관자, 더덕북어실채 등 20여 가지의 간편 한식과 와인 한 잔은 모두 3,000원. 그야말로 커피 값이다. 숯불차돌박이와 꽁치 한 마리가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김밥, 생 모차렐라 치즈를 통으로 넣은 떡볶이도 와인과 훌륭하게 어울린다.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당신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와인에 떡볶이가 어때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97 02-2631-3378 간편 한식, 한잔와인 3,000원, 차차떡볶이 1만5,000원 싱그러운 꽃향기가 가득한 라이드 앤 타이드 꽃공방 좁은 골목길까지 철공소들이 들어선 문래동. 그 안에 소박한 꽃이 피었다. ‘정다방 프로젝트’에서 기획자로 지내던 이정주씨가 ‘라이드 앤 타이드’ 꽃공방에서 또 하나의 예술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달 꽃다발, 소이캔들, 티컵플라워 만들기 등 다양한 일일 강좌를 통해 꽃꽃이 취미의 문턱을 낮추고 공연이나 레스토랑 데이 등과 같은 크고 작은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는 등 활기가 가득한 공방이다. 가끔 길가에서 ‘비정주 꽃가게’ 이름을 내건 채 예쁘게 만든 꽃다발을 손수레에 싣고 판매하기도 한다니 그 모습이 궁금하기만 하다. 라이드 앤 타이드의 클래스는 3~4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8-37 blog.naver.com/rideandtied 별도 문의 들어는 봤니?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셰프’s 마켓Chef’s market ‘마켓’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오해는 말자.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는 엄연한 레스토랑이다. 드라이 에이징은 고기를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2~3주간 유지하며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덕분에 고기의 질감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촉촉한 육즙을 머금고 있어 소화가 잘 되는 것이 특징. 깊고 진한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여 커피로 치면 에스프레소에 비유되기도 한다. 뜨거운 팬에 두툼한 꽃등심 스테이크를 얹어 내오는데 아삭아삭한 숙주와 곁들여 고기의 느끼함은 잡아 주고 담백한 맛은 살려 준다. 고급 스테이크지만 셰프’s 마켓에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드라이 에이징을 전문적으로 가공하는 ‘와이월드’에서 발벗고 나서서 만든 레스토랑으로 가격 거품을 없앴기 때문.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2 070-4195-1119 꽃등심 스테이크(호주산, 200g) 1만8,000원, 안심 스테이크 덮밥 1만원, 고르곤졸라 비프 크림 파스타 1만6,000원 꼭꼭 숨어 있는 갤러리 이포 벽화에 마음이 끌려 들어선 좁은 골목길. 그 안에 대안 예술공간 ‘이포’가 꼭꼭 숨어 있다. 이름 참 예쁘다 생각했는데 박지원 대표의 고향 여주 이포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낡은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라 왠지 발을 들이기 편안하다. 지하실부터 1·2층 모두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이자 예술 연구소의 느낌이다. 사진과 영상 등 미디어 아트가 전시의 주를 이룬다. 전시가 없는 날에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77 010-5382-6921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재미공작소 어떤 곳인지 정의 내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재미공작소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알쏭달쏭하기만 한 곳. 2011년 상수동에 처음 문을 열었고 주중에는 누구든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오픈작업실로 주말에는 문화, 공연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문래동으로 이전하면서 시 낭독회, 공연, 워크숍, 전시 등 문화예술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누군가에게는 공연장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문래동3가 58-84 1층 070-7517-6961 blog.naver.com/studiozemi 철공소 사이, 아늑한 그곳 어반아트 게스트하우스 허름하고 어둑한 건물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라고 적힌 입간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일이다. 내부 구석구석은 빈티지 소품들로 단장했고 영문으로 쓴 서울 여행 및 공연, 갤러리 정보가 벽면을 가득 채웠다. 손님을 맞이하는 스태프는 파란 눈이 매력적인 프랑스 청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투숙객들을 위해 남이섬, DMZ, 설악산 여행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스페이스 문’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콘서트, 파티가 열린다. 투숙객들에게는 스페이스 문을 좀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할인 혜택까지 쏠쏠하게 제공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77 2층 070-4137-3565 주중 기준, 도미토리 8인실 1만5,000원, 4인실 2만원, 더블룸 3만5,000원, 패밀리룸 4만5,000원 이건 그냥 가방이 아니야 골드 테구 가죽공방 ‘한땀 한땀’의 장신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 가죽공방 ‘골드 테구Gold Tegu’다. 골드 테구에 들어서면 재밌는 가죽 세계가 펼쳐진다. 작은 토트백부터 숄더백, 백팩 등의 가죽 가방과 팔찌, 명함 케이스 등 액세서리도 다양하다. 골드 테구의 정찬구 대표는 나비 넥타이, 마스크와 같은, 공연이나 파티에서 필요한 아이템들도 맞춤 제작한다. 가죽에 대해 ‘ㄱ’자도 몰라도 괜찮다. 가죽공예 수업은 가죽에 대한 기초 설명과 함께 도안을 그리고 제작하는 방법까지 1~2명의 소수 정예 클래스로 운영되고 있다. 총 8회 수업(주 2회, 회당 2시간 30분) 60만원 (재료비 포함)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77 1층 02-2677-0674 www.goldtegu.com ▶문래동을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 올래?문래! 영등포구청과 문화예술단체 보노보C가 문래 창작촌 일대를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역사문화 해설사가 동행해 영등포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창착존에서 활동 중인 예술 작가와 곳곳의 벽화와 예술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골목길 투어다.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2시간 진행) 1인 기준, 1만원 보노보C 02-2637-3313 글·사진 손고은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감동뉴스] 노숙자 위해 직접 집 짓는 9세 소녀

    [감동뉴스] 노숙자 위해 직접 집 짓는 9세 소녀

    이런 소녀, 또 없습니다. 길에서 집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을 보면 힐끗거리며 피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리액션’을 보이는 소녀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사는 헤일리 포트(9)는 작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연장’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습니다. 이 작은 여자아이의 취미이자 특기가 바로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이죠. 헤일리는 4년 전인 5살 무렵 부모님과 함께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리고 처음으로 노숙자를 목격합니다. 당시 이 꼬마는 부모에게 그를 돕고 싶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거나 쉴 곳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던 헤일리가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에드워드라는 이름의 노숙자 친구를 사귀게 된 이후부터입니다. 에드워드는 얼마 전 직장을 잃은 뒤 노숙자가 되었고, 포트는 그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이동식 쉼터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헤일리는 건축사인 할아버지로부터 집 짓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네일건이나 건축용 스테이플러, 전기 드릴 등 성인도 어지간히 쓰기 어려운 공구들을 척척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물론 헤일리의 노력 뒤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딸을 지지하는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9살 소녀가 비교적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하는 동안, 헤일리의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살피며 관리·감독합니다. 전기 톱 등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야 할 때에는 헤일리 대신 이를 도맡아줄 전문가를 섭외하기도 하죠. 현재 헤일리가 짓고 있는 집은 이동이 가능한 작은 쉼터입니다. 나무로 만든 이 집은 비록 작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창문도 있습니다. 첫 번째 이동식 쉼터의 주인은 아마도 노숙자 친구인 에드워드가 되겠지요. 이 작은 여자아이의 목표는 올해 안에 노숙자를 위한 집 12채를 짓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과 노숙자를 위한 생활용품, 위생도구, 의류 등을 기증받고 있습니다. 온라인모금웹사이트인 ‘고펀드미’(Go Fund Me)를 통해서도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헤일리는 “에드워드 같은 노숙자들이 궂은 날씨 속에서 비를 맞는 것을 원치 않아요. 에드워드는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라고 말해 주위를 더욱 감동케 하고 있습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감동뉴스] 노숙자 위해 직접 집 짓는 9세 소녀

    [감동뉴스] 노숙자 위해 직접 집 짓는 9세 소녀

    이런 소녀, 또 없습니다. 길에서 집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을 보면 힐끗거리며 피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리액션’을 보이는 소녀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사는 헤일리 포트(9)는 작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연장’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습니다. 이 작은 여자아이의 취미이자 특기가 바로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이죠. 헤일리는 4년 전인 5살 무렵 부모님과 함께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리고 처음으로 노숙자를 목격합니다. 당시 이 꼬마는 부모에게 그를 돕고 싶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거나 쉴 곳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던 헤일리가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에드워드라는 이름의 노숙자 친구를 사귀게 된 이후부터입니다. 에드워드는 얼마 전 직장을 잃은 뒤 노숙자가 되었고, 포트는 그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이동식 쉼터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헤일리는 건축사인 할아버지로부터 집 짓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네일건이나 건축용 스테이플러, 전기 드릴 등 성인도 어지간히 쓰기 어려운 공구들을 척척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물론 헤일리의 노력 뒤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딸을 지지하는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9살 소녀가 비교적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하는 동안, 헤일리의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살피며 관리·감독합니다. 전기 톱 등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야 할 때에는 헤일리 대신 이를 도맡아줄 전문가를 섭외하기도 하죠. 현재 헤일리가 짓고 있는 집은 이동이 가능한 작은 쉼터입니다. 나무로 만든 이 집은 비록 작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창문도 있습니다. 첫 번째 이동식 쉼터의 주인은 아마도 노숙자 친구인 에드워드가 되겠지요. 이 작은 여자아이의 목표는 올해 안에 노숙자를 위한 집 12채를 짓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과 노숙자를 위한 생활용품, 위생도구, 의류 등을 기증받고 있습니다. 온라인모금웹사이트인 ‘고펀드미’(Go Fund Me)를 통해서도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헤일리는 “에드워드 같은 노숙자들이 궂은 날씨 속에서 비를 맞는 것을 원치 않아요. 에드워드는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라고 말해 주위를 더욱 감동케 하고 있습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도·감청 금지 미국자유법 가결… 오바마 처리 주도 ‘정치적 승리’

    미국 의회에서 논란이 됐던 미국자유법이 가결됐다. 앞으로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은 테러리즘과 관계없는 시민을 상대로 한 도·감청을 할 수 없게 됐다. 미 상원이 2일(현지시간) 법원 허가 없는 NSA의 대량 통신기록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미국자유법을 찬성 67표, 반대 32표로 통과시켰다. 통신기록의 대량 도·감청을 허용하는 애국법의 효력이 지난 1일 0시에 만료됐으나, 대체법인 자유법안이 처리되지 못해 정보 공백사태를 맞은 지 이틀 만이다. 미국자유법에 따라 미국 시민의 통신기록은 통신회사만 보유하고, 정부는 집단이 아닌 개별 통신기록에 대해서만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접근할 수 있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는 일찌감치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애국법 원안 연장을 고수한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법안에 바로 서명할 것”이라며 “자유법이 미국 시민의 자유권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무차별 도·감청 실태가 폭로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과 함께 자유법안을 마련했다. 그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미국자유법안의 처리를 압박해 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귀중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野 “상위법 위반 시행령 14개 우선 고칠 것”

    野 “상위법 위반 시행령 14개 우선 고칠 것”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수정 권한을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상위법 위반 시행령·시행규칙’ 사례 14건을 공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야당의 눈에 거슬리는 시행령을 고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공개한 상위법 위반 시행령·시행규칙 사례에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외에 ▲누리과정 교부금 지원법 ▲국립대학 회계 재정 운영법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업인 지원법 ▲학교 옆 관광호텔 설립 관련법 ▲의료기관 부대사업 관련법 ▲5·18 희생자 보상법 ▲전교조 노조인정 관련 노동조합법 ▲연장근로·임금피크제 관련 근로기준법 ▲4대강 사업 관련 국가재정법 ▲카지노 심사제 관련 경제자유구역법 등이다. 11건이 상위법을 위반했다는 시행령·시행규칙이고, 다른 3건은 시행령을 잘못 적용했거나 지침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사례 등이다. 야당은 이들 14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세월호법 시행령은 ‘아비 없는 시행령’ 같다”면서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토대로 세월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언급,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국회 상임위별로 상위법을 위반한 ‘시행령 하극상’ 실태를 추가로 확인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18대 국회에서 국회 법제실이 정부의 행정입법 2572건을 분석·검토한 결과 141건의 행정입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 여부와 관련, 새정치연합은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 요구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표는 “당시 여야가 합의한 입법 취지는 강제력을 부여한다는 데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우여곡절 끝 7개월 만에 국회 통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우여곡절 끝 7개월 만에 국회 통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우여곡절 끝 7개월 만에 국회 통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7개월 만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46명 가운데 찬성 233명, 기권 13명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28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지 7개월 만이다. 이날 처리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매달 내는 보험료인 ‘기여율’은 2020년까지 현행 (기준소득월액) 7%에서 9%로 높이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2035년까지 현재 1.9%에서 1.7%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향후 70년 간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금부담금도 현행 보수 예산의 7%에서 2020년까지 9%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은 현행 재직기간 1년당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9%에서 2035년 1.7%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도록 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 처리로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연장됐다. 현재 퇴직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은 2010년 1월1일 이후 임용자부터 65세지만, 1996년 1월 1일 이후에 임용된 전체 공무원에 대해서도 2022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가 되도록 했다. 다만 법 시행 후 5년간 연금액은 동결하도록 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주호영 위원장은 “합의 처리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던 공무원연금법 대안이 이 법안과는 무관한 사유로 통과가 지연돼서 안타까웠다”며 “이 개정안이 공무원단체 대표까지 직접 참여한 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에서 관계자 모두가 합의한 것임을 감안해 의결해 달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도 ‘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도 ‘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도 ‘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세월호법 시행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7개월 만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46명 가운데 찬성 233명, 기권 13명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28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지 7개월 만이다. 이날 처리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매달 내는 보험료인 ‘기여율’은 2020년까지 현행 (기준소득월액) 7%에서 9%로 높이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2035년까지 현재 1.9%에서 1.7%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향후 70년 간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금부담금도 현행 보수 예산의 7%에서 2020년까지 9%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은 현행 재직기간 1년당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9%에서 2035년 1.7%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도록 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 처리로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연장됐다. 현재 퇴직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은 2010년 1월1일 이후 임용자부터 65세지만, 1996년 1월 1일 이후에 임용된 전체 공무원에 대해서도 2022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가 되도록 했다. 다만 법 시행 후 5년간 연금액은 동결하도록 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주호영 위원장은 “합의 처리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던 공무원연금법 대안이 이 법안과는 무관한 사유로 통과가 지연돼서 안타까웠다”며 “이 개정안이 공무원단체 대표까지 직접 참여한 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에서 관계자 모두가 합의한 것임을 감안해 의결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하기로도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여야 각 3인씩으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점검소위’를 구성하고,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에 대한 개정 요구안을 마련해 6월 임시회 중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토록 하는 것도 합의사항에 포함됐다. 또 세월호특별법의 시행일과 특별조사위 위원의 임기 및 위원회 활동기간의 불일치 부분에 대한 정비를 통해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보장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6월 임시회 내에 처리키로 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는 특별조사위의 활동 시작 시점을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월이 아닌 특별조사위가 구성되는 시점으로 조정, 활동 기간을 연장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별조사위 조사1과장을 민간인으로 배정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는 새누리당이 거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후소득 없이 연령 올리면 복지 재앙”

    “노후소득 없이 연령 올리면 복지 재앙”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의 법정 기준을 현행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하자 새누리당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반색했지만 노인 복지 전문가들은 ‘복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일자리 등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노인 복지 지원의 법적 기준이 되는 연령만 올리면 노동시장에서 발을 떼는 순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 재정 절감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사실 일반 노인 복지보다는 기초연금 수급 연령에 손을 대야 한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가운데 노인 관련 예산은 모두 8조 8224억원이며 이 중 기초연금 예산이 7조 5824억원으로 노인 예산의 85.9%나 된다. 일반 노인 복지 예산은 1조 2400억원으로 노인 연령을 높여 재정을 절감한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며 노인 일자리 운영,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 노인돌봄서비스 지자체 보조 등 꼭 필요한 영역에 빠듯하게 쓰이고 있어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만약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면서 기초연금 수급 연령까지 만 70세로 올린다면 제2의 직업을 찾지 않는 한 퇴직과 함께 소득이 없어지는 ‘소득 절벽’ 시기를 20여년이나 견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대로 둬도 퇴직하고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 65세가 될 때까지 15년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인 연령을 올리려면 좀 더 오래 돈을 벌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거나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2012년 기준 3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17.3% 포인트 높다. OECD의 다른 국가는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지만 우리는 일하지 않고서는 먹고살 수가 없다 보니 고용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을 보면 시간제가 33.2%, 임시직이 60.6%로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실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 빈곤율도 34.8%나 된다. 노인 3명 중 1명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부자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 ‘용돈연금’일 수 있지만 대다수 노인에게는 생활비이자 생계비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지하철에 무임승차할 수 있는 노인의 연령을 올리면 연간 4000억원을 아낄 수 있지만 저소득 노인은 여가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면 매년 3조원 정도를 줄일 수 있어도 노인 빈곤이 심각해진다”며 “결국 노인 우울과 자살,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쏟아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사설] 잇단 가족단위 자살… 사회 안전망 점검해야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족들이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제 새벽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세 자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첫째와 막내가 수개월 전에 실직하고서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지난 13일에는 부산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에서 누나와 조카가 포함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때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사업 실패로 월세 아파트를 비워 줘야 할 날짜가 다가오자 “가족들과 함께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족 단위로 자살하는 비극을 막으려고 국회가 지난해 12월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을 통과시켰는데도 여전히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송파 세 모녀법’이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3가지 법이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월세와 밀린 공과금 70만원을 갚지 못한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하자 정부가 관련 법을 제·개정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과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법안들은 오는 7월에야 발효된다. 국회가 관련 법을 9개월이나 표류시킨 탓이다. 부산이나 부천의 가족들이 적용 대상이었다 해도 지금은 법이 발효되기 전이라 혜택을 못 받았을 것이다. 부천의 세 자매는 생계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개정된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다 법안을 늦게 통과시킨 국회에 있다고 하겠다. ‘송파 세 모녀’ 관련 법 덕분에 부양자의 범위와 부양자의 월소득 인정액이 기존의 212만원에서 404만원으로 확대됐고, 지원 기간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됐다. 시민이 어려운 형편의 가족들을 발굴할 수 있으며 복지 공무원들의 재량권도 늘렸다. 그러나 새로 시행될 법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도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할 극빈층이 있을 수 있다. 극빈층뿐만 아니라 사업 실패로 빈곤층으로 전락한 중산층을 구제할 법적 토대도 보완해야 한다. 또 ‘복지 재정 3조원을 아끼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현장의 적극적인 복지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그림의 떡’이 아니라 필요할 때 활짝 펴지는 사회 안전망이 되도록 점검해야 한다.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낳기만 하라며 다 키워준다며 …엄마는 속았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낳기만 하라며 다 키워준다며 …엄마는 속았다

    정부는 국가의 보육 책임을 강조한다. 나라가 아이들을 키울 테니 엄마들은 맘 편히 아이를 낳고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좌불안석과 속터짐의 연속이다. 당장 보육 예산을 놓고서도 정부는 뒷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엄마의 눈높이’에서 보육에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국가가 생각하는 어린이집】 ①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 ② 자정까지 연장·휴일 보육 가능 ③ 아이돌봄 서비스까지… 워킹맘 불편 없어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TV 토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여성의 일자리 참여를 늘리려면 육아 부담을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공약에 맞춰 외형적으로 보육 지원을 확대해 왔다. 2013년 3월 만 3~4세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휴일과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연장 보육’과 시간제 근로자나 재택 근무자들이 필요한 때 단시간에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보육’도 실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만 12세 이하 자녀를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24일 “기본적으로 오후 7시 30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자정까지 시간연장 보육도 받을 수 있다”면서 “워킹맘들이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과 정책이 실천된다면 ‘보육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가 부럽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인프라 부족으로 겉돌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집은 4만 3742곳으로 전년(4만 3770곳)보다 되레 줄었다. 이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평균 대기 시간만 10개월 정도다. 매월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시간제의 경우 1116가구, 종일제는 552가구가 기다리고 있다. 시간제 보육과 시간연장 보육도 취지는 좋지만 이를 적용하는 어린이집이 적어 거리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많다. 해결책은 보육교사를 늘리는 것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보육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교사 수가 전국에 500명도 안 된다. 시·도교육청에 보육료 예산을 떠넘기려는 것은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부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도교육청이 보육료 예산을 의무 지출하도록 족쇄를 채울 계획이다. 한 육아 사이트에서는 “보육 정책이 왜 늘 제자리인가 했더니 30~40대 여성투표율이 가장 낮기 때문”이라면서 “일과 육아에 바쁜 건 알지만 우리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투표하자”고 촉구했다. 【엄마가 생각하는 어린이집】 ① 국공립 대기 200명 넘고 ② 민간은 오후 4시면 마쳐 ③ 월 90만원 오후 베이비시터… 전쟁터 따로 없어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워킹맘’ 이모(35)씨는 한숨만 나온다. 이씨는 육아 도움을 부탁할 곳도 없다. 친정은 미국이고 시댁은 지방이다. 남편은 사업한다고 평일에 술 약속이 많다. 육아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정부가 ‘아이를 키워 주겠다’고 하는데 실제 겪어 보니 답이 없다. “어머니, 잘 아시죠. 오후 4시까지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하는 거. 정부가 하는 얘기는 국공립(어린이집)에서나 통하는 거예요.”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지만 민간 어린이집에서 만난 선생님은 다들 이렇게 말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보육교사들도 아이를 돌려보낸 뒤 밀려 있는 교육부 평가와 서류 작업 등을 끝내야 오후 7시 30분쯤 퇴근할 수 있다. 이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임신 6개월 때 ‘태명’으로 이미 등록했지만 대기 순번이 200번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시간연장 보육도 고민했지만 해결책이 안 됐다. 연장 보육을 해 주는 어린이집이 집 근처에 없어 오가는 데 드는 시간이 만만찮아서다. 이씨는 결국 오후 4~8시까지 아이를 맡아 줄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월 90만원이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키워 주는 워킹맘 강모(38)씨는 육아 부담으로 친정엄마가 너무 힘들어해 낮에는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그까짓 양육수당(10만~20만원) 안 받고 어린이집에 보내야 (내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친정엄마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팠기 때문이다. 강씨는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은 ‘친정(시댁) 찬스’가 없고 경제적 여유도 없다면 결국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보육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32)씨는 전업맘을 비하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속상하다. 마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노는 ‘잉여 인력’ 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다. 최씨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지만 동시에 전쟁 같기도 하다”면서 “잠깐의 여유라도 있어야 아이를 돌보고 나를 챙길 수 있는데 (정부는)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제경숙 경남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보육 현실을 감안해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가 구색 갖추고 생색만 내려고 하니 보육교사와 엄마가 모두 불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업맘은 애 맡기지 마라?… 정부, 저소득·워킹맘 선별 보육 검토 정부가 저소득층과 워킹맘을 위한 ‘선별적 보육’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전업주부가 0~2세 아동을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 다각도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인 엄마와 전업주부를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육 수요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부족한 예산과 보육 인프라 현실을 감안할 때 ‘같은 혜택’이라도 저소득층과 워킹맘에게 우선권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상당수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워킹맘과 전업맘 자녀의 차별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양시의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김모(29)씨는 “정부가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린이집 이용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워킹맘 자녀보다 전업맘 자녀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정부는 전업주부의 반발을 우려해 당장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업주부 자녀의 보육 수요를 조절하는 쪽으로 정책이 가는 것이 맞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양육 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전업주부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양육수당 인상을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보조교사는 3만명, 대체교사는 3000명가량 더 늘려 보육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전쟁할 수 있는 법’ 통과시킨 아베 “세계평화 위한 것” 궤변

    ‘전쟁할 수 있는 법’ 통과시킨 아베 “세계평화 위한 것” 궤변

    일본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개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아베 내각은 이들 법률안을 15일 국회에 제출하고, 7월 하순까지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와 관련, 전쟁을 포기한 헌법 9조의 근간을 흔들고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법안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각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진하기 위해선 법 정비가 시급하다”며 제·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각의에서 결정된 법안은 자위대법·무력공격사태법·중요영향사태법·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 등 10개 개정 법안을 묶은 ‘평화안전법제 정비법안’과 국제 분쟁에 대처하는 다른 나라 군대를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신법 ‘국제평화지원 법안’ 등 크게 2가지다.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은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후방 지원을 상정한 현행 주변사태법을 대체하는 중요영향사태법안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 발생 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를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자위대의 후방 지원 대상은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으로 확대되고 후방 지원 활동 지역도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넓어진다. 제정되는 국제평화지원법안은 자위대가 외국 군대를 후방 지원할 때 매번 특별조치법을 만들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항구법이다. 이 법안에 따라 자위대 파견 시 정부는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총리가 승인을 요구할 경우 중·참 양원은 각각 7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 진입할 경우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영역국가 동의’ 규정은 타국군 후방 지원 활동을 다루는 중요영향사태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에 들어간 반면, 집단 자위권 관련 법인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24일까지인 국회 회기를 8월 초순까지 연장, 안보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심의할 것을 요구하는 야당과 갈등이 예상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北 개성공단을 문 닫게 하려는가

    북측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 요구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개성공단에서 태업과 잔업 거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말 느닷없이 “3월분 임금부터 기본급을 기존의 70.35달러에서 5.18% 올린 74달러로 산정해 지급하라”고 우리측에 통지문을 보낸 북측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태업과 잔업 거부를 위협하더니 4월 임금 지급 시점에 맞춰 명분 없는 실제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사업이 또다시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볼모로 우리측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상호 신뢰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상도의(商道義)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용인하는 사업 파트너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앞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북측의 임금 인상 요구에 따르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다음에는 봇물 터지듯 온갖 무리한 요구가 잇따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입장에서도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당장은 공장 가동에 지장이 없겠지만, 무리한 요구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몇몇 입주 기업이 지난달 북측 요구대로 기존 임금을 납부하고, 차액의 연체료 지불을 약속하는 담보서를 제출한 것은 주문받은 상품 생산을 위한 정상 가동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경한 대응을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통일부 대변인은 그제 “북한의 부당한 행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북측은 연장 근무를 거부하거나 태업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남북 간 협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예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측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재론할 것도 없이 우리에게 개성공단이란 남북 화해의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의미를 공유해야 마땅한 북측이 개성공단을 단순히 남측을 수세로 몰아가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수단쯤으로 여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북측의 부당한 압박이 이미 우리로 하여금 그 상징성마저 내려놓고 싶을 만큼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것이다. 북측이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공간이라면 우리도 집착할 이유는 없다. 북측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 유령이 된 아이들

    유령이 된 아이들

    장미(11·여·경기 파주초 5)는 만능 재주꾼이다. 교내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동네 성당에서 가수로 통할 만큼 노래 솜씨도 여간 좋은 게 아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붙임성이 좋아 학교에서도 인기 만점. 하지만 장미는 오는 27일 한국땅을 떠나야 한다. 장미의 부모는 20여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필리핀인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다가 1994년부터 함께 살았고 2003년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2011년 장미 아빠가 강제추방을 당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장미 엄마는 파주의 한 공장으로 직장을 옮겨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3월 근무 중 단속을 나온 출입국관리본부 직원에게 적발됐다. 강제추방 명령이 떨어졌다. 필리핀으로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장미는 “아빠랑 언니, 남동생을 만나러 간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추방일이 다가올수록 우는 일이 많아졌다. “엄마, 나 한국 사람 아니에요? 이젠 친구들 영영 못 보는 거예요?” 딸의 물음에 엄마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장미처럼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신분으로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서류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다. 국적이 없을뿐더러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위험에 노출돼 최소한의 아동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다.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최대 2만명으로 추산된다. 안은주 이주노동희망센터 국제협력팀장은 11일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일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이 허가되는 것 외에는 학교교육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주노동희망센터가 미등록 이주아동 가구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법체류 노동자 부부들은 자녀가 아플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팀장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감기에만 걸려도 병원비가 몇 만원씩 나온다”면서 “주로 변두리에 살다 보니 아이가 아파 큰 병원으로 나갈 때 드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특별체류 자격을 의무적으로 부여하고 국내 모든 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 등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주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아동을 이용해 불법체류를 연장하거나 합법화하는 등 악용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인종, 출생, 신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1991년 한국도 가입한 만큼 정부가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이탈리아, 영국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스페인과 프랑스 등에서는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장기간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으로 동화된 이주아동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연말정산 추가 환급법 처리도 무산

    4월 임시국회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초라한 입법 성적표만 남긴 채 6일 마무리됐다. 국회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공적 연금 강화 방안을 놓고 지독하리 만큼 당리당략에만 몰두한 결과다. 이 때문에 국민은 이들의 안중에서 싹 사라졌고 민생·경제 입법안은 완전히 내팽겨쳐졌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안건은 58개에 불과했다. 결의안과 임명동의안, 특위 연장의 건을 제외하면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50개 법률안이 전부다. 이 가운데 중점 법안은 보육시설 폐쇄회로(CC) TV 설치 의무화법 단 하나뿐이다. 새누리당이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던 ‘경제활성화법’은 남은 9개 모두 6월 국회로 이월됐다. 본회의가 열렸으면 처리가 유력했던 3개 역시 문턱에서 좌절됐다. 인터넷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함으로써 청년 창업과 벤처의 활성화를 꿰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공정화법, 택배기사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 형태 근로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다.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에 대한 보완책을 담은 소득세법 역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좌초됐다. 연소득이 5500만~7000만원인 근로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63만원에서 66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도 다음 국회 처리를 기약하게 됐다. 경제활성화법 ‘1순위’ 격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은 다음 국회에서도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법은 지난 3월 17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 발표문에도 담겼을 만큼 여당이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는 법이지만 야당이 의료 영리화 우려를 제기하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보험료만 올려선 한계… 국고 보조 확대가 대안”

    “보험료만 올려선 한계… 국고 보조 확대가 대안”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높이면서도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면 국가가 부족한 부분을 조세로 확충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제도는 시작부터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돼 기금 소진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2028년 이후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그대로 두더라도 2060년이면 연금 기금이 소진되며 소진 시점을 2088년 이후로 연장하려면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9%로 3.9% 포인트 올려야 한다. 이번에 공적 연금 확대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어도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어차피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부족분을 채우려면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진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온전히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 통계청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부담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63.5%로, 임금근로자(61.5%)보다 많았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당연가입자 2081만 5438명 가운데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8.5%로, 임금근로자(59.3%)에 크게 못 미친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간 격차도 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의 82.1%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38.4%만 가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61.6%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실직, 휴직 등으로 납부예외자가 된 사람도 462만명이 넘는다. 보험료가 너무 올라가면 저소득층의 보험 가입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의 보험 가입을 유도해 노후 생활의 양극화를 막으려면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도 보험료율은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고 국가가 부족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12년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책임과 연계한 기금 운용 개선 방안’ 연구에서 “연금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급여를 책임지기에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을 높여도 연금 사각지대가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국가가 국고 보조를 확대해 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정부는 세금을 들여 소규모 사업장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이나 실업·출산 크레디트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모두 해소할 만큼 제도가 촘촘하게 짜여 있지는 않다. 회사 규모는 크지만 임금이 적은 근로자, 골프장 캐디 등 저임금 근로자인데도 특수 형태 근로자여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이들도 많고,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도 약하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같이 국가가 지급 보장을 책임져야 하나 법령상에 명확히 명시돼 있지는 않다. 국가의 지급 보장 책임을 명문화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4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는 공적 연금 제도 운영에 세금을 들여 기여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다만 이 또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린이집 CCTV 의무화법 통과, 지난 국회서 부결된 이유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법 통과, 지난 국회서 부결된 이유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법 통과, 지난번 부결된 이유 뭔가 봤더니…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오는 9월 중순부터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실내에 폐쇄회로(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재석 190명 가운데 찬성 184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지난 1월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의 여파 속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일부 야당 의원들은 “CCTV 설치가 아동학대를 해결하는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법안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또 CCTV 대신 네트워크 카메라(넷캠)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녹화된 동영상은 60일 이상 저장하도록 했다. CCTV를 설치하면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한다. 다만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네트워크 카메라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밖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0년간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을 할 수 없게 했다. 개정안은 공포 4개월 뒤부터 시행되므로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9월 중순부터는 시행에 들어간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오는 12월부터 인터넷 신문에 음란·선정성이 있거나 폭력성이 강한 광고·기사 등을 실을 수 없게 하는 신문진흥법 개정안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인터넷 언론사로 하여금 ‘청소년 보호 책임자’ 1명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했으며, 이들 법규를 위반한 인터넷 언론사에는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을 통해 주로 연결되는 인터넷 언론사 기사 지면에는 각종 선정적인 기사, 사진, 만화, 음란물에 가까운 속옷·발기부전치료제·성기 확대 광고 등이 무차별적으로 실려 아동·청소년이 이 같은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는 또 지진 참사로 막대한 재산 손실과 인명 피해를 본 네팔의 복구 지원을 촉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결의안과 복구 지원을 위해 의원 세비의 3%를 갹출하는 내용의 ‘의연금 갹출안’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여야 의원들이 갹출한 세비와 사무처 직원들의 모금액을 합쳐 모두 1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 네팔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밖에 국회는 한국도로공사 친목 단체인 ‘도성회’의 휴게소 이권 개입 문제와 4대강 준설토 유실 문제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다. 또 이날 마감인 국민안전혁신특위와 군 인권개선·병영문화혁신특위의 활동 기간을 석 달 연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요동치는 동북아] 아베의 질주 어디까지

    [요동치는 동북아] 아베의 질주 어디까지

    ‘아베의 질주는 어디까지 갈까.’ 미국 방문을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귀국 즉시 아베 총리는 안보 관련 법률 정비를 시작으로 숨 가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젊은 층에 우경화 교육을 위한 ‘교육 재생’,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한 과거사 입장 정리 등 ‘평화헌법’ 개헌과 최종 목표인 ‘전후체제 탈피’ 등을 향해 달려나갈 기세다.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본 총리로서 사상 첫 미국 상·하 양원 합동연설 등을 통해 전후 7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미·일 동맹을 다지고 이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자위대의 군사활동 범위·역할 확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타결 의견접근 등 미국으로부터 아·태지역의 믿음직한 동반자란 ‘신임장’도 받아냈다. 오는 3일 귀국하는 아베 총리의 사실상 첫 업무는 안보 법률 정비다. 15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6월 24일 끝나는 국회 회기도 8월까지 연장해 올여름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18년 만에 개정된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내용을 안보 관련 법률들에 담는 일이다. 이는 방어만을 위한 군사 활동으로 국한된 ‘전수방위’의 족쇄를 풀고, 아베 총리의 숙원인 ‘군사적 보통국가’로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국제 평화를 위한 ‘공헌’을 강조하면서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안보관련 법안의 8월 이전 개정을 약속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자민·공명 연립 정부는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아베 구상대로 ‘국제평화지원법’과 ‘중요영향사태법’이 제·개정되면 자위대엔 지리적 제약과 활동범위가 풀린다. 전수방위를 기본으로 한 일본의 안보 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가이드라인과 안보관련 법률 개정, 방위력 증강 등으로 이어지는 아베 총리의 행보는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헌을 통해 ‘전후 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보통국가’라는 아베 총리의 야심도 전후 체제의 탈피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범 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지난 70년간 일본을 구속한 여러 제약을 떨쳐버리겠다는 것으로, 이 같은 속내는 일찌감치 노출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12일 중의원에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후 “개헌을 위한 국민적 논의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개헌을 사실상 발의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전후 체제의 탈피와 함께 ‘일본 재생’이란 기치를 흔들면서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행보에는 “일본이 왜 전범국가냐, 힘이 없어서 전쟁에서 졌을 뿐, 서구 국가들도 제국주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침략전쟁에 대한 죄의식보다는 패전에 대한 억울함이 밑바닥에 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재생을 주장하는 쪽은 일본이 가해자라기보다는 피해자, 특히 원폭 피해자란 이미지에 집착한다. 과거 군국주의 만행과 죄악을 세탁하고 과거 미화와 ‘자부심 회복’을 강조하는 이런 행보는 ‘교육 재생’이란 이름으로 교과서 수정, 영토 주장 등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하면서 저변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노후 원전 월성1호기 재가동 쉽지 않네

    노후 원전 월성1호기 재가동 쉽지 않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던 월성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협상 등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탓이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월 원안위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 결정 이후 당초 이날까지 45일간 계획예방정비 작업을 마치고 원안위의 승인을 받아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번 작업은 2012년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중지됐던 만큼 원전 운영시스템과 부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차원이다. 한수원은 또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월성 1호기 인근 동경주대책위원회와 협의체를 구성, 보상 협상에 들어갔다. 협의체는 동경주지역인 감포와 양남, 양북의 3개 읍·면 대표 9명과 한수원 6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6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상 규모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게 때문이다. 한수원은 13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고리 1호기를 기준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2800억원을 제시해 놓고 있다. 보상금을 정하기 위한 기간 산정 방식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스트레스테스트 등으로 월성 1호기 재가동(10년)이 2년여 늦춰지면서 실제 운영 기간은 7년 5개월 안팎에 불과해 보상금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전체 보상금을 11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월성 1호기는 사용후 핵연료가 다량 배출되고 삼중수소 발생 위험이 높은 중수로 원전인 만큼 경수로 원전과는 보상금 산정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다음달 8일 이후로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1호기 수명연장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주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수원이 원안위의 재가동 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56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 시설 보수를 한 것은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시민 안전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경주지역 시민단체 회원 400여명은 지난 25일 경주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원안위가 지난 2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안을 의결한 것은 법과 규정을 위반한 날치기”라며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철회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울산지역 국회의원과 5개 구·군 의원들을 대상으로 노후원전 재가동과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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