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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마지막 대법관’ 최종 후보에 손봉기·하명호·오경미

    文정부 ‘마지막 대법관’ 최종 후보에 손봉기·하명호·오경미

    오는 9월 퇴임하는 이기택(62·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56·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하명호(53·22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경미(53·25기)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고법 판사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가량 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 17명 중 최종 3명을 추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위원회는 박은정 위원장(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비롯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10명으로 구성돼있다. 박 위원장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면서도 통찰력과 함께 도덕성, 청렴성을 겸비했다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후보에 오른 3명 중 한 명을 다음달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하는 마지막 대법관이다.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임기 동안 13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날 추천된 인사를 두고 출신 지역, 성별 등이 어느 정도 안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와 고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6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대구· 울산 지역에서 주로 판사 생활을 한 대구 향판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고, 소속 법원 판사들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법원장 추천제 시행 첫인 2019년 대구지법원장에 뽑혔다. 지난 3월 박상옥 전 대법관 후임 최종 3명에 천대엽 대법관과 함께 올랐다. 하명호 고대 법전원 교수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홍익대 사대부고와 고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대전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인천과 서울에서 주로 판사 생활을 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고 2007년부터 고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국회 입법지원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 대검찰청 징계위원을 맡고 있다. 이 대법관 후임 물망에 오른 후보자들 가운데 유일한 교수 출신 후보다. 오경미 고법 판사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이리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6년 법관으로 임관해 창원·부산·광주에서 판사 생활을 하고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전체 심사 대상 17명 중 2명의 여성 후보 가운데 오 고법 판사가 낙점됐다.
  • “언론사 매출 기준 배상은 위헌”… 거센 역풍 부는 언론중재법

    “언론사 매출 기준 배상은 위헌”… 거센 역풍 부는 언론중재법

    오늘 문체위 의결·새달 25일 본회의 상정기사 무관한 매출 기준, 경제적 자유 침해‘중과실 추정’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野 “언론재갈법” 언론계 “반민주적 악법”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추진해 온 언론중재법이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명명했지만 국민의힘은 ‘언론 재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거센 역풍이 불 조짐이다. 민주당은 29일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고 다음달 중순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보다는 정치인, 재벌 등에 대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언론중재법에 신설된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정정보도 청구권, 열람차단 청구권으로 요약된다.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되 배상액은 언론사 매출액의 0.01~0.1%로 제한했다. 배상액 산정이 곤란하면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한다.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책정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사의 불법행위에 과징금을 매길 때도 관련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다”며 “문제가 되는 기사와 무관한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조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매출액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디어특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언론사의 80~90%가 매출액 10억원 이하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최대 100만원을 받게 된다”며 “매출액의 1%까지 배상액을 올리고, 손해액의 2배 이상으로 배상액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과실 추정’ 조항은 명확성이 떨어져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고의성 입증 책임은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에 부과된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인 경우는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해야 한다.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해야 한다. 정정 요건이 되는지 따지기도 전에 오보라는 ‘낙인 효과´가 찍힐 우려가 크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영주 경기도의원, 공정사회 실현 위한 민생치안정책 과제 및 전망 논의 토론회 개최

    이영주 경기도의원, 공정사회 실현 위한 민생치안정책 과제 및 전망 논의 토론회 개최

    이영주 경기도의원(보건복지위·무소속·양평1)은 지난 27일 미래경찰포럼 관계자들과 ‘경기도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민생치안정책 과제와 전망 논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확대됐지만 경찰권력의 민주성과 책임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미래경찰포럼이 주도해서 보다 민주적이고 시민중심적인 경찰행정과 관련된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1주제 자치경찰과 치안만족도, 제2주제 경찰업무처리의 절차적 정의, 제3주제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로 각 주제별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첫번째 토론자인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치안만족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며 자치경찰제도의 실시에 따른 치안만족도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두번째 토론자인 라광현 동아대 경찰·소방학교 교수는 경찰행정에서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의에 대해 일반시민이 경찰과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 대민 경찰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 및 실적주의 개선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세번째 토론자인 김은기 배재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를 통한 민주성 확보방안’을 거론하며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를 내부적 민주주의 확립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직장협의회 협의사항 확대, 협의 내용에 대한 이행강제력 부과, 협의회간의 연합 및 협의회 업무 전담 공무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토론자들의 제안에 큰 호응을 보이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영주 의원은 “오늘 토론회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이후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는 경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 경찰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비대면 화상토론으로 진행됐으며, 김주원 상지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상식 미래경찰포럼 의장 등 전국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교수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위헌 논란에 독소조항 가득 민주당 추진 언론중재법은

    위헌 논란에 독소조항 가득 민주당 추진 언론중재법은

     더불어민주당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 등 ‘가짜뉴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 언론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언론개혁이 비로소 첫걸음을 뗐다”며 “육참골단의 각오로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CCTV 설치법,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검찰·사법개혁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하고 선택은 국민이 한다는 취지로 언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며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경직된 언론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인가. 노무현 정신을 저버리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29일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고 다음달 중순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문체위 16명 중 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으로 야당 없이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 미디혁신특별위원회가 추진해 온 언론중재법이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명명했지만,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보다는 정치인, 대기업 등에 대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언론중재법에 신설된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정정보도 청구권, 열람차단 청구권으로 요약된다.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되 배상액은 언론사 매출액의 0.01~0.1%로 제한했다. 연매출 3000억원인 신문사의 경우 15억원까지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배상액 산정이 곤란하면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한다.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책정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사의 불법행위에 과징금을 매길 때도 관련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다”며 “문제가 되는 기사와 무관한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조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매출액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디어특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언론사의 80~90%가 매출액 10억원 이하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최대 100만원을 받게 된다”며 “매출액의 1%까지 배상액을 올리고, 손해액의 2배 이상으로 배상액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과실 추정’ 조항은 명확성이 떨어져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고의성 입증 책임은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에게 부과된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인 경우는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해야 한다.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해야 한다. 정정 요건이 되는지 따지기도 전에 오보라는 ‘낙인 효과‘가 찍힐 우려가 크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민주적 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열린세상] 임시정부의 임시헌법과 ‘무진기행’/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임시정부의 임시헌법과 ‘무진기행’/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은 헌법의 나라다. 인용색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헌법’ 관련 논문은 1만 5000여편이다. 그 중 5000여편의 논문은 제목에 ‘헌법’을 직접 표기했다. 대부분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나 등재 후보지에 게재됐다. 학술지 제호에 헌법을 붙인 경우도 많다. 여러 학술단체가 이름에 헌법을 넣었다. 헌법학 교과서도 상세하다. 천여 페이지는 보통이고 이천 쪽을 넘기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의 산더미 같은 결정을 반영한 결과다. 헌재와 법원에서 헌법소송을 다룬 전문가들이 학계로 편입되고, 헌법 이론은 더욱 정교해졌다. 헌법 연구는 양과 질에서 괄목할 만하다. 한국의 헌법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대한민국 임시헌법’은 1919년 9월 11일 공포됐다. 전문과 8개 장, 58개 조문으로 구성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게 있다고 천명했다. 종교의 자유와 재산의 보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향유한다고 규정했다.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도 빼놓지 않았다. 임시헌법은 3권 분립과 대통령제를 도입했다. 현대의 여느 나라 헌법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임시헌법이 공포된 날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한국민의회와 상하이의 임시정부와 서울의 한성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합된 날이기도 하다. 한국 헌법의 뿌리는 임시헌법보다 다섯 달 더 깊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공포됐다. 임시정부 법령 제1호다. 전문과 10개 조문으로 만들어졌다.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다. 기본권은 제4조에 규정됐는데, 종교, 소유의 자유와 더불어 언론출판의 자유 등이 보장됐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빗대어 말하자면 ‘임시헌장’을 만들었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민주공화국을 표방했으므로 목숨을 건 독립운동은 더이상 황제의 나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나라’를 되찾는 일이었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허가나 검열이 없는 표현의 자유, 인위적인 조작과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오염되지 않은 민주주의 공론장이 예정됐다. 1919년 그때의 정부는 타국의 가난한 건물에 세든 ‘임시’였으나 표현의 자유와 민주공화제를 천명한 헌법은 강철보다 강했다. 가히 한국은 헌법의 나라다. 기미년 임시헌법부터 건국 후 제2공화국의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4·19 직후에 개정된 헌법은 아예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개정된 제3공화국의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이것저것 조건을 붙였다. 그 무렵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묘사된 대로 그야말로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헌법 유보 조항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삥 둘러싸 버린 것이었다.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명분 삼아 영화와 연예에 대해 검열을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신문과 통신의 발행 시설 기준, 옥외 집회의 시간과 장소 규제를 법률로 정했다. 언론출판도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다른 사람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했다. 권위주의 시절에 언론출판의 자유를 옥죄려고 만들었던 헌법 유보 조항이 무진을 짓누른 안개처럼 일상에 스며들었다. 5·17 군사쿠데타 직후에 개정된 헌법은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는 언론출판의 손해배상까지 조문에 도입했다. 현행 헌법 제21조 제4항에 그대로 잔존해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찬성 의견이 높은 것을 이유로, 가짜뉴스나 허위조작 정보를 잡겠다면서 헌법 제21조 제4항을 들먹이는 조치들이 전개되고 있다. 남의 나라 땅에 임시로 정부를 세웠던 지난한 시절의 임시헌법에도 도입하지 않았던 헌법 유보 조항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의도적으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여론을 오염시키고 민주주의 공론장을 유린하는 행위다. 그렇다고 그 행위를 법으로 징벌하고 정부로 하여금 시정명령을 내려 징치하려는 발상은 성급하다. 비록 견해가 다른 언론이 성에 차지 않을지라도 언론과 여론의 깔때기가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땅에 온전히 정식 정부를 세우고 정규 헌법을 가진 지금 언론출판의 이정표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 백 년 전 임시정부의 임시헌법에 답이 있다.
  • 경찰, 네이버 ‘법률 상담 서비스 불법 운영 논란‘ 무혐의 결론

    경찰이 법률 상담 플랫폼을 불법 운영한 혐의를 받는 네이버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여해법률사무소와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네이버 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고 보고 최근 불송치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6월 법조인들이 네이버를 고발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여해법률사무소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법협은 각각 지난해 6월과 7월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관계자들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분당경찰서는 이를 넘겨받아 수사해 왔다. 변호사법 제3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법률 사건이나 법률 사무의 수임과 관련해 이용자를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유인해서는 안 되는데,네이버가 사전에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고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게 한법협 등의 주장이다. 네이버 엑스퍼트는 법률, 소액소송, 세무, 심리상담, 피트니스 ,번역, 인테리어 등 분야에 대해 이용자가 전문가와 1대 1 채팅으로 상담하고 서비스 이용료를 지급하는 플랫폼 서비스인데,상담 금액의 5.5%가 수수료로 공제된다. 경찰은 네이버의 서비스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면서 따로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사는 사용자가 어떤 변호사에게 상담을 신청하는지,상담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알지 못하며 이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변호사 수임 등에 대한 중개수수료도 부과하지 않으며 결제대행업체(PG)가 청구하는 결제 대행 수수료만을 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기후변화가 정말 걱정스럽다면/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기후변화가 정말 걱정스럽다면/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파란색 번호판을 붙이고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들이 부쩍 많아졌다. 교류 전기를 발견한 전기공학자의 이름을 딴 고가의 수입 전기차들이 특히 눈에 자주 띈다. 내연기관차들이 그동안 내뿜어 온 배기가스가 지구 환경에 미친 해악을 생각하면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데 수긍한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는 ‘내돈내산’이라니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비싼 전기차를 구입할 때에 정부와 지자체가 각기 지급하는 보조금을 합치면 족히 1000만원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는 이 보조금이 기천만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환경부가 합심해서 만든 정책이란다. 그것도 예산 범위에서 지급된다 해서 이 보조금을 놓칠까봐 서로 앞다투게끔 만든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뒤늦게서야 올해부터는 전기차 가액에 따라서 보조금을 깎거나 아예 제외하는 걸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조차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의식한 정책 변경이라고 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이 보조금이 타당할지 몰라도, 환경 보호라는 정책 취지가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려면 적어도 가구당 전기차 한 대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급해야 하지 않을까. 차들이 전기차로 죄다 바뀌면 대기오염이 한결 덜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전기가 그저 생겨나는 게 아니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그 많은 전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해 낼지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있고 나서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독일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체 발전량이 화석에너지 발전량을 능가했다. 그래서 아우토반 곳곳의 주변 언덕에 태양광 패널이 수킬로미터에 걸쳐 깔려 있는 낯선 풍광을 접한다. 마을의 풍경도 바뀌었다. 집집마다 지붕 위에 온통 태양광 패널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전기요금도 꽤나 비싸다. 국내에 독일의 환경 수도로 소개되는 프라이부르크시는 지난 1990년에 연중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환경패스’를 만들어서 이를 구입한 시민들이 버스와 트램은 물론이고 근거리 철도까지 추가 비용 없이 환승이 가능하게끔 했다. 자동차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이자 인센티브인 셈이다. 당시에 도시 곳곳에 내걸린 공익 광고판의 문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움뎅켄, 움슈타이겐!”(Umdenken, Umsteigen!) 즉 “생각을 바꾸세요. 환승하세요!”다. 최근의 기후변화 국면에서는 더욱 와닿는 표현이다. 그래서 바람직한 교통 및 환경 정책은 대중교통망을 보다 확충하고, 평소에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뚜벅이들에게 더 많은 편의와 혜택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수년 전부터 룩셈부르크 등 일부 국가의 도시들에서는 시내 및 근거리 교통수단 이용을 전면 무료화했다.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국가 재원을 이렇듯 대중교통 무상 이용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 아마도 여기에는 업계의 이익과 로비가 없으니 쉽지가 않을 거라고 짐작된다. 게다가 환경 보호를 꾀하는 정부에 많은 뚜벅이들은 이미 붙잡힌 물고기와도 같다.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관련 산업계와 노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일자리 유지ㆍ창출을 위해 국회에 미래 자동차산업으로의 효율적인 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 입법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최근에 접했다. 이들 업체가 그동안 벌어들인 그 많은 수익은 대체 어디에다 쓰는지가 궁금해졌다. 요즘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시름을 겪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당장 수백만 원의 돈이 없어서 생활고를 겪다가 소중한 삶을 스스로 끊어 내는 안타까운 이들이 허다한데도 고가의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렇듯 거액의 보조금이 손에 쥐여진다. 이로써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그런데 1인당 기십만원 남짓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서는 나라 곳간 사정을 걱정하면서 인색하기 짝이 없는 기재부가 거액의 전기차 보조금에는 이렇듯 후하다. 대량생산 체제를 상징하는 ‘포드 시스템’과 함께 현대 자본주의의 문이 활짝 열렸으니 이제 새로운 전기차에 사활을 거는 대량소비 사회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그저 당연하게 여겨질 법도 하다. 오래전에 올더스 헉슬리가 풍자했던 그 ‘멋진 신세계’가 어느새 이렇듯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 “대면 예배 금지는 교회 탄압”...사랑제일교회 측, 헌법소원

    “대면 예배 금지는 교회 탄압”...사랑제일교회 측, 헌법소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했던 정부가 지난 20일 법원 판결을 반영해 19명까지는 대면 예배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방역수칙 위반 전력이 있는 교회는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측은 해당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23일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김학성 전 한국헌법학회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예배 금지 조치는 공권력의 지나친 과잉 행사로, 교회 탄압이자 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과거 방역수칙 위반 경력이 있는 교회는 제외한 점에 대해 “전과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가량 나와도 사망자는 하루에 1명 내지 2명이지 않느냐. 이건 독감보다 못한 것”이라며 “교회는 천지가 창조된 이후로 세상 법과 하나님의 법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절대로 세상 법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종교시설의 대면 활동이 금지됐던 지난 18일 사랑제일교회는 현장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지난해 4월에도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가 고발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교회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2주간 시설이 폐쇄되기도 했다.
  • “서울대 세미나서 본 기억 없어” 조국 딸 친구 증언

    “서울대 세미나서 본 기억 없어” 조국 딸 친구 증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고교 시절 친구가 2009년 5월 서울대 학술대회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재차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증인의 기억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추론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23일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고 박모씨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박씨는 당시 대원외고 학생으로 문제의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박씨의 아버지가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학과 동창이기도 해 두 집안 사이 친분이 깊었다. 박씨는 지난해 정 교수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씨와 닮긴 했지만 조씨는 아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세미나 당일 조민을 본 사실이 없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세미나 동영상 여학생이 조씨와 닮았지만 조씨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박씨의 기억이 2009년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변호인은 “처음부터 기억하고 있었던 사실, 수사 과정에서 자료를 보며 새로이 기억해낸 사실, 추측한 사실들이 혼재돼있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은, 친하니 있었다면 알은 체했을 텐데 안 했으므로 없던 것 아니냐는 논리적 추론 아니냐”고 물었다. 박씨는 “10년이 더 된 일이라 세 가지 정도 장면 외에 크게 기억나는 점이 없다”며 이 같은 주장에 대체로 수긍했다. 한편 이날 조 전 장관 부부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박씨에게 질문을 했다. 조 전 장관은 고교 재학 당시 두 가족이 종종 식사하면서 자신이 인권동아리 활동을 권유한 것이 기억나냐고 물었고, 박씨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딸 조씨가 세미나 저녁 자리에 참석하는 바람에 박씨가 홀로 자신을 찾아와 함께 밥을 먹었고, 집에도 들어와 조 전 장관 서재에서 책 몇 권을 빌려 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씨는 “(정 교수와) 저녁을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그게 세미나 당일인지는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관련 인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서 딸 조민씨가 참석한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며 관련 인턴활동 확인서는 “절차에 따라 발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6월 딸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할 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 측은 조민씨가 2009년 5월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는 등 제대로 된 인턴활동을 마쳐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입장이다.
  •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 선임… “피의자 인권 존중” “피해자 지원 먼저”

    약촌오거리 사건 등 억울한 옥살이 방지국선 변호인, 청소년·장애인 등 약자 지원“법률 서비스 대상 설계 세밀해야” 지적도 법무부가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범죄 피의자들이 수사 초기부터 국선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을 추진한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같은 수사기관의 인권 침해 사례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률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려면 좀더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산하에 법률구조법인 자격으로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한다. 공단이 선정한 국선 변호인은 수사 단계에서 상담, 피의자 신문 참여, 변호인의견서 제출 등의 방식으로 피의자를 돕는다. 국선 변호인 조력 대상이 재판 과정의 피고인에서 수사 과정의 피의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제도 대상은 미성년자·70세 이상 노인·농아자·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약자로 3년 이상의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은 피의자들이다. 법무부는 공공성 보장을 위해 공단의 예산 편성과 집행 등을 지도·감독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 법무부 산하에 수사·기소 기관인 검찰과 변호 기관을 함께 두는 것은 이해 충돌이란 지적이 계속됐던 만큼, 이사회 구성 등에서 독립성 보장을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단 이사회는 법원·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에서 각각 3명,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한 이사로 구성된다. 구체적 변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서비스 대상을 좀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아동학대 등 형사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선 변호인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크기 때문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한정된 예산에 맞게 법률 서비스 지원 대상을 제대로 좁히지 못하면 결국 서비스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현재 피해자 국선 변호 사업부터 잘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 서비스를 받게 될 피의자를 연간 2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공단 지부별로 최소 1~2명의 전담 국선 변호인을 두고 대부분은 비전담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피고인 비전담 국선 변호인이 사건 한 건당 40만원을 받고 있다. 이에 준해 계산하면 연간 2만건의 사건에 변론 관련 예산으로 8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 단계와 공판 단계 변론의 차이를 고려해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유관기관과의 의견 조율 및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 개정법률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 신임 법무차관에 판사 출신 강성국… 탈검찰 기조

    신임 법무차관에 판사 출신 강성국… 탈검찰 기조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택시기사 음주 폭행 혐의로 물러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후임에 판사 출신인 강성국(55·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지난해 12월 판사 출신인 이 전 차관을 발탁해 60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검찰 출신을 법무부 차관에 기용한 데 이어 ‘탈검찰’ 기조를 이어 간 모양새다. 목포고, 고려대 법학과 출신인 강 신임 차관은 1994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의정부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 21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부장판사 재직 때인 2011년에는 1980년대 대표적 노조탄압 사례인 ‘원풍모방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5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용됐다. 추 전 장관에 이어 법무실장으로 박범계 장관을 보좌한 만큼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며 각급 검찰청에 분산돼 있던 국가 송무 기능을 상당 부분 법무부로 되찾아 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법무부 업무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무·검찰 개혁과 여성·아동 범죄정책 등 법무부의 당면 과제를 차질 없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강 신임 차관은 14일자로 임명된다.
  • ‘여성편력’ 66세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27세 여친 생겼다

    ‘여성편력’ 66세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27세 여친 생겼다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의 여자친구가 또 바뀌었다. 12일 뉴욕포스트 산하 연예 매체 페이지식스는 66세 에릭 슈미트 전 회장에게 39세 연하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슈미트 전 회장의 공식 여자친구는 32세 연하의 의대 졸업생 알렉산드라 뒤스베르크였다. 슈미트 전 회장은 2017년 파티에서 만난 뒤스베르크와 드물게 오래 만났다. 지난해 여름 약혼설이 나돌 정도였다. 뒤스베르크도 슈미트 전 회장이 부인 웬디 슈미트(65)와의 혼인 관계를 청산하고 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길 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만남 횟수가 줄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슈미트 전 회장은 11일 새 여자친구 미셸 리터(27)와 함께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날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슈미트 전 회장의 새 여자친구 리터는 컬럼비아 로스쿨 출신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국제학, 정치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를 졸업한 수재다. 스탠포드대학교 컴퓨터공학 연구소,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분과위원회를 거쳐 금융거래플랫폼을 설립했으며, 현재는 딥테크 중심 자산운용사를 이끌고 있다. 슈미트 전 회장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난잡한 사생활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980년 현재의 부인과 결혼해 두 딸을 낳은 그는 혼외정사로 여러 차례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2010년부터 패션 디자이너 쇼샨나 그루스, CNBC 기자 출신 케이트 보너, 미국 홍보대행사 임원 마시 사이먼, 방송인 리사 쉴즈,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인 응구옌 차우지앙 등 여러 유명 인사가 그를 거쳐갔다. 소식통에 따르면 슈미트 전 회장의 이성관은 매우 까다롭다. 외적으로는 키가 크고 모델처럼 말라야 하며, 대화가 통할 만큼 똑똑해야 한다. 아무나 만나는 건 아니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한 번 만나기로 마음 먹은 여성은 어떻게든 유혹하고 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을 밝히기를 꺼린 전 여자친구는 과거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슈미트는 여성을 유혹할 때 그야말로 올인한다. 데이트 한 번 하기 위해 다른 여러 도시로 날아간다. 값비싼 선물도 자주 안긴다”고 폭로한 바 있다.익명의 전 여자친구는 슈미트가 자녀 계획은 운운하며 마치 미래를 함께할 것처럼 군다고도 밝혔다. 모두들 자신이 슈미트의 두 번째 부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몇 달 후 자신이 유일한 여자친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도 말했다. 2017년 4월 사교계 명사 울라 파커와 열애설이 터졌을 때도 슈미트는 동시에 6명을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최근에 슈미트와 만났던 뒤스베르크 역시 그의 아이를 낳기 위해 난자를 얼려서 보관했다가 인공 수정을 거절당했다. 이런 슈미트의 혼외정사에 대한 아내의 입장은 어떨까. 웬디 슈미트는 2012년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릭의 외도설에 대한 언급을 한 차례 거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남편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남편도 내가 스스로 짐처럼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 나 역시 상당히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거듭된 불륜설로 이혼 얘기가 오가긴 했지만, 슈미트 부부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이며 공식적으로는 부부 사이다.
  • 이준석 “학창시절 게임, 영어학습에 도움됐다”…셧다운제 폐지 목소리

    이준석 “학창시절 게임, 영어학습에 도움됐다”…셧다운제 폐지 목소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일명 ‘셧다운제’로 불리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에 대해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과대평가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법 홍보를 했던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 대표는 “저도 학창시절에 게임을 하면서 학습을 상당히 한 부분이 있다”며 “영어 학습에 있어서 게임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이 대표는 선거 당일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가 다니던 학교는 기숙사 학교였는데, 밤 12시 이후 인터넷 접속을 허용 안 했다”며 “그래도 12시 이후에 영화를 보는 학생도 있었다. 통제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 정책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판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정도 셧다운제가 유지됐는데 청소년 여가 활동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가 빈약하다”며 “게임 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등도 참석했다.한편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규제로, 지난 2011년 11월부터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마인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달 25일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9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 5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9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 임종국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부활 30주년 기념, 제1회 박종철 아시아민주주의 포럼’ 주제발표

    임종국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부활 30주년 기념, 제1회 박종철 아시아민주주의 포럼’ 주제발표

    서울특별시의회 임종국 의원(더불어민주당, 종로 제2선거구)은 지난 9일 서울시의회 본관 1층 중앙홀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부활 30주년 기념, 박종철 아시아민주주의 포럼」 발제자로 참여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아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투쟁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널리 공유·확산시키기 위해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박동호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 최정순 서울시의원의 축사를 시작으로 박은홍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가 ‘6월 항쟁과 아시아 민주주의, 그리고 미얀마’, 김영미 다큐엔드뉴스코리아 대표가 ‘미얀마, 암흑의 사법시대’, 마지막으로 임종국 서울시의원이 ‘6·10민주항쟁과 지방자치,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각각 주제발표가 이어졌고,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이승원 경희사이버대학교 NGO사회혁신과 교수 순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임종국 의원은 ‘6·10민주항쟁과 지방자치,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미래’라는 주제발표에서 “4·19혁명과 유신반대투쟁,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길고도 험난했던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현재의 지방자치를 이루게 된 것”으로, “지방자치 30년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라고 말하며, “우리 지방자치는 행정기관으로서 민주주의는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주민자치회가 발전하여 행정-시민사회-지역사회 간 협치 구조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의원은 “대한민국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소통과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길고도 험난하게 걸어온 역사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미얀마와 동남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임종국 의원은 “6·10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지방자치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지만, 실질적 민주화를 위한 사회 양극화, 불평등, 인권문제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라며, “소수의 불법적 집권세력을 위한 국가에서 모든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로 바꾸겠다는 6·10민주항쟁의 가치는 지금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월드피플+] 발가락에 볼펜 끼워가며…두 팔 없는 청년의 로스쿨 합격기

    [월드피플+] 발가락에 볼펜 끼워가며…두 팔 없는 청년의 로스쿨 합격기

    불의의 사고로 두 팔을 잃는 신체 장애를 딛고 법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한 남성의 훈훈한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쓰촨대학교 법학과 출신의 펑차오 씨다. 올해 26세의 펑 씨는 최근 동제대학교 로스쿨 합격 점수를 거뜬히 넘기면서 법학도의 길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그의 로스쿨 합격 소식에 누리꾼들이 열광한 것은 다름 아닌 펑 씨가 두 팔이 없는 신체 장애를 딛고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덕분이다. 중국 유력언론 중국청년보 보도에 따르면, 펑 씨는 7세 무렵 집 안에 설치돼 있었던 고압 전압기를 조작하던 중 누선된 고압 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펑 씨의 상반신을 흐른 고압 전기 탓에 그는 결국 두 팔을 모두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직후 펑 씨의 주변인들은 이후 그가 법학도의 길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을 정도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펑 씨의 부친 역시 그 무렵 아들의 건강이 무사히 회복돼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갈 수 있기 만을 바랬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회상했다. 하지만 펑 씨의 시각은 주변의 우려와는 달랐다. 그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무렵 앞으로 남은 삶에서 (내가) 스스로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비록 사고로 인해 두 팔을 모두 잃었지만 다행히 하반신의 신경은 손상범위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또래 친구처럼 맘껏 손으로 필기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는 없었다. 집안 형편도 어려웠다. 펑 씨는 초등학교 시절 불편한 팔을 탓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외톨이로 지내곤 했는데, 그는 이 시절에 대해 “나 혼자 좌절만 하고 있으면 누구도 나를 일으켜 세워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몸의 일부가 불편한 것이 큰 장애가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에 집중했다. 이때부터 펑 씨는 스스로에게 “남들 모두 가지고 있는 두 팔이 (내게는)없지만 나는 남들보다 강한 정신과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 멈추지 않고 도전과 시도를 한다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다짐했다.그는 지난 2015년 치룬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쓰촨대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펑 군의 가오카오 최종 점수는 603점(어문 102점, 수학 119점, 영어 122점, 이과종합260점)으로, 법학과 입학생 중 4위라는 고득점으로 입학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 명문대 합격 점수보다 무려 75점이나 높은 점수였다. 이 후에도 그는 대학 학부 4년 동안 석사 학위 로스쿨 진학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시기 대학 동기들은 펑 씨의 처지를 고려해 그가 사용하는 기숙사 침대에 간이 계단을 설치해 주는 등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펑 씨는 최근 상하이 소재의 동제대학교 로스쿨 입학 시험에 응시, 합격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펑 씨의 로스쿨 진학을 위한 입학 시험은 시험이 치러진 당일 이전부터 현지 누리꾼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로스쿨 입학 시험의 특성 상 장문의 논술 시험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두 팔이 없는 펑 씨에게는 고단한 시험 과정이었다. 그는 팔 대신 두 발로 글을 써야했다. 대학원 측은 펑 씨의 장애를 고려, 일반 응시생의 시험시간에 추가로 30분 더 연장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펑 씨는 이같은 배려를 모두 거절했다. 일반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시험 과정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는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 지난 9일 석사 학위 과정을 위한 합격 통지서를 품에 안았다. 펑 씨의 소식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큰 환호를 보내며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그를 보니 내가 정말 헛되이 살아온 것 같다면서 난 멀쩡한 두 손을 가졌지만 펑 군보다 학업성적은 훨씬 떨어진다. 내 두 손과 팔에게 미안해진다”고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그의 지나온 삶의 과정에서 고난이 비단 이번 시험 뿐이었겠느냐”면서 “두 팔을 잃으면 두 발로도 역경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증명했다”고 했다. 한편 펑 씨는 “최선을 다해 꼭 좋은 성과를 거둬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힘을 얻어 살아가는데 하나의 동기를 주는 사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식민지배는 ‘합법’이다?/한신대 교수

    [이해영의 쿠이 보노] 식민지배는 ‘합법’이다?/한신대 교수

    지난 6월, 16개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 각하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의 판단에 뒤늦게 논평을 추가할 생각은 없다. 단지 나는 그 법적 판단의 중심 논변을 짚고자 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일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된 바가 있다는 자료가 없다.…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이 조약 형식을 가장한 강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 당시 ‘식민지배 금지’라는 국제사회의 관행이나 법적 확신을 보여 주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국제법적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식민지배, 구체적으로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말일까. 그래서 당시 조선을 실효적으로 지배한 ‘합법적’ 국가권력 일본국에 항거하는 모든 행위, 즉 독립운동은 모두 ‘불법’행위가 되는 것일까. 식민지 시대 국제법 현실을 대변할 유일하고 권위 있는 국제기관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1차 세계대전 후 창설된 국제연맹 정도를 언급할 만하다. 국제연맹 규약 제22조를 보자. “지난 전쟁의 결과 과거 자신들을 통치하던 국가의 주권에서 벗어났지만, … 여전히 자립 능력이 없는 인민들의 식민지와 영토에 대해서는 아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인민들의 안녕과 발전이 문명의 신성한 신뢰를 형성하고 이 신뢰 수행을 위한 안전이 본 규약에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 원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최선의 방법은 자원, 경험 또는 지리적 위치로 보아 이 책임을 가장 잘 수행하고 또 그럴 용의가 있는 선진국에 이 인민들에 대한 후견을 위임하여 국제연맹 대신 선진국에 의한 위임통치를 집행하는 것이다.” 1차대전의 승전국으로서 일본은 국제연맹의 상임이사국이었고, 또 국제적으로 승인된 아시아의 강대국이자 ‘문명국’이었다. 식민지 조선은 잘해야 반(半)문명국으로 선진국 일본의 ‘위임통치’가 당연하다는 것이 적어도 국제연맹 규약으로 확인되는 게 당대의 국제법적 현실이다. 로마법학자 가이우스는 “노예제는 만민법(jus gentium)에 따라 승인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만민법은 현대국제법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당대의 국제 관습법이라 할 만하다. 로마 건국 이래 노예제는 성장과 확장의 동력이었다. 한때 노예 인구가 제국 전체 인구의 40%까지 차지한 적도 있을 정도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체제라 할 만한 로마 공화정 역시 노예제 농경경제에 기초해 있었다. 하지만 로마공화국의 지배 정당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 바로 노예반란, 곧 노예전쟁이었다. 그중 제3차 노예전쟁, 곧 스파르타쿠스 전쟁(BC 73~71)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그것도 로마 본토에서 로마 생산력을 담당하던 계급이 기존의 낡은 소유 관계에 도전한 것이었다. 노예는 인격이 아니라 사유 재산이었기 때문에 로마 지배계급에게 노예전쟁은 살아 있는 사유 재산의 반란이었다. 이들에게 스파르타쿠스는 흉노(凶奴)의 대명사이자 천하의 범법자였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 전쟁을 “역사상 유일하게 정당한 전쟁”이라고 평가한 이는 18세기 프랑스 계몽철학자 볼테르였다. 이 불법 반란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나는 로마의 어떤 정치인이 노예제의 ‘불법성’을 인정했다거나 혹은 이를 금지했다는 당대 국제 관습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때가 1863년이니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일어난 지 약 2000년 뒤다. 현대 국제법에서 노예무역은 완전히 금지된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이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으로 정착되는 것은 1970년대다. 폭력적 방식으로 식민지배를 창설,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이것이 현대 국제법의 현실이다. 노예제도 식민지배도 당대 현실에서 합법적이었다. 그러나 노예제, 식민지배라는 ‘사실’에서 정당성이 도출되지 않는다. 합법성은 정당성의 한 형태일 뿐이다. 법이 (역사) 정의로부터 분리돼 사법관료적 기능으로서의 합법성에 매몰될 때 법은 존재 이유를 추궁당한다. 또한 국제정치의 속성상 20세기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주의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혁명 정부가 아닌 다음에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보편 규범이 아니라 제국주의 정책의 범죄적 결과에 따른 책임 때문이다. 국제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제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근거로 국내법적 판단을 하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하다.
  • ‘진보 독수리 5형제’ 이홍훈 전 대법관 별세

    ‘진보 독수리 5형제’ 이홍훈 전 대법관 별세

    이홍훈 전 대법관이 11일 별세했다. 75세. 전북 고창군 출신인 이 전 대법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거쳐 2006년 참여정부 때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 전 대법관은 ‘법조 내 재야’로 불린 개혁적 인물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판결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관 시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진보 성향의 소수의견을 자주 내 김지형·박시환·전수안·김영란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2011년 퇴임 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화우공익재단 이사장, 서울대 법인 이사장 등을 지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이며, 장지는 전북 고창군이다.
  • 기소권 이어 검사 비위 수사권 다툼… ‘도돌이표’ 공검갈등 부른 모호한 법

    기소권 이어 검사 비위 수사권 다툼… ‘도돌이표’ 공검갈등 부른 모호한 법

    검사 비위 ‘범죄 혐의 발견’에 의견 갈려檢, 유보부 이첩도 법적 근거 없다 판단윤석열 감찰 자료 제출 두고도 대립 첨예“세부적 법 개정·정치권 컨트롤타워 필요”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의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다. 개별 사건의 기소권에 이어 검사 비위 수사권을 두고 또다시 두 기관이 충돌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갈등을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는 대검찰청에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관한 전체 사건 목록과 불기소 결정문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검은 검사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자체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불기소 결정한 사안에 대한 자료를 공수처를 비롯한 외부 기관에 제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기관의 갈등은 공수처법 25조 2항 ‘검찰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 규정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범죄 혐의 발견’을 조사 등을 통해 범죄 혐의를 확인한 경우로 해석하지만, 공수처는 검사 비위 사건을 인지만 해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갈등의 배경으로 공수처법의 모호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공수처법이 야당의 반대 속에 급하게 제정된 탓에 법조인들의 해석도 엇갈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와 검찰의 권한과 의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법률로만 가능하며 현행법상 검찰이 불기소 결정문을 공수처에 제출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반면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법의 ‘범죄 혐의 발견’이란 문구를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발견한 때’로 한정 해석할 근거가 없다”라면서 “검사 범죄 혐의의 진정, 민원, 고소·고발 시에도 공수처 이첩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며 주장한 ‘기소권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사건과 권한의 분리 이첩은 불가능하다”며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 등을 직접 기소했고, 법원도 “확정적 견해는 아니지만,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감찰 자료를 법무부와 대검에 요청한 것을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양 변호사는“공수처의 수사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수사 절차의 세부 규정, 타수사기관과 관계를 시점과 사유별로 세세히 규정하는 식의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치권에서 상징적으로라도 갈등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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