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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1심 판결에 실망···항소 의미 있겠나”···11일쯤 항소 여부 결정

    이명박 “1심 판결에 실망···항소 의미 있겠나”···11일쯤 항소 여부 결정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항소 여부를 오는 11일 결정할 예정이다. 항소 기한은 12일까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8일 취재진에 “오늘 접견에서 항소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법조인들의 의견을 더 들은 후 11일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판결 직후 “무죄 부분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 전 대통령 측이 항소하지 않아도 2심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1심 판결에 실망을 많이 하셔서 항소해봤자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고 항소해 1심 판결을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에서 16가지 공소사실 중 7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나인룸’ 변호사 김희선X사형수 김해숙, 영혼 체인지 ‘충격 엔딩’

    ‘나인룸’ 변호사 김희선X사형수 김해숙, 영혼 체인지 ‘충격 엔딩’

    ‘나인룸’ 김희선 김해숙의 영혼이 뒤바뀌었다. 6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나인룸’에서는 기이한 사고로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의 영혼이 바뀌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장화사의 감면 위원으로 을지해이가 교도소를 찾았다. 장화사는 을지해이에게 “희망을 줄 게 아니라면 죽여달라”고 말했다. 을지해이와 함께 교도소를 찾은 감면 위원들은 사형수인 장화사를 무기수로 감형시켜 출소시키자고 제안했다. 을지해이는 장화사를 만나기 위해 홀로 교도소를 찾았다. 장화사와 마주친 을지해이는 “사회에 복귀한들 뭐가 달라지겠어요”라며 “그 몸으로 리어카 끌고 폐지 줍기 밖에 더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살아요. 소장님한테는 감면 싫다고 해요”라고 했다. 계속되는 을지해이의 자극에 장화사는 “네가 그러고도 법조인이냐”며 을지해이를 폭행했다. 장화사는 을지해이의 계략에 놀아나며 감면을 받지 못했다. 을지해이는 기유진(김영광 분)의 생일을 맞아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에게 박스 하나가 배달됐다. 박스 안에는 기유진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선물한 보석함이 들어있었다. 보석함 안에는 장화사의 살해 관련 기사가 실린 신문이 담겨있었다. 이를 통해 기유진은 장화사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됐다. 음주운전 방조죄로 을지해이는 사회봉사 30시간을 선고받았다. 사회봉사를 위해 찾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을지해이는 장화사의 재심 청구 변호를 맡게 됐다. 이소식을 들은 을지해이의 아버지 을지성(강신일 분)은 “평생 가슴속에 넣고 다니는 사건이 있다”며 장화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을지해이는 “직접 해”라며 “검사직 떨려났어도 변호사 자격증은 있잖아”라고 말했다. 장화사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기유진은 기산(이경영 분)을 찾았다. 기유진은 기산에게 장화사가 친모인지 물었다. 이에 기산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살인자다”며 “널 낳아준 친모에 대해서는 내가 찾아보겠다”고 했다. 기유진은 장화사와의 만남을 위해 교도소로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을지해이의 태블릿을 통해 기산의 얼굴을 확인한 장화사는 심장 발작으로 쓰러졌다. 교도소에 있던 기유진은 심장제세동기를 이용해 장화사의 응급조치에 나섰다. 곁에 있던 을지해이는 전기 충격에 놀라 장화사의 몸 위로 쓰러지게 됐다. 한 동안 정신을 잃었던 장화사의 눈에는 본인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이 사건으로 을지해이와 장화사 두 사람의 육체는 바뀌게 됐다. 한편 ‘나인룸’은 매주 토,일요일 저녁 9시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나인룸’ 김해숙, 김희선 지팡이로 살벌 폭행 “내가 희대의 악녀다”

    ‘나인룸’ 김해숙, 김희선 지팡이로 살벌 폭행 “내가 희대의 악녀다”

    ‘나인룸’ 김해숙과 김희선의 강렬한 만남이 전파를 탔다. 6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나인룸’ 1회에서 을지해이(김희선)는 장화사(김해숙)에게 좌절을 줬다. 사형수 장화사는 감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을지해이는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사회에 나가봤자 먹고 살 일이 없다. 당뇨도 있다는데 병원비는 어떻게 하나. 감옥에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에 장화사는 “구순의 어머니가 있다. 노숙자가 돼도 좋으니 목욕 한 번 시켜드리고 싶다”고 감정에 호소했지만 을지해이는 “어차피 딸인 줄도 모르잖아. 치매라며 그게 더 낫지. 딸이 사형수인데 어떻게 잊지 않고 살겠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화사는 지팡이로 을지해이를 때리며 “그래 나 희대의 악녀다. 네가 그러고도 법조인이냐. 죽일거야”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변호사가 된 스파이더맨

    [월드피플+]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변호사가 된 스파이더맨

    멕시코에서 스파이더맨 변호사가 탄생했다. 데바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후아레스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히람 살라스(21).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하고 졸업식에 참석, 졸업장을 받은 살라스는 "스파이더맨처럼 정의를 위해 달리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살라스에겐 변호사가 되는 것과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 등 두 가지 꿈이 있었다. 두 개의 꿈을 동시에 이룬 그는 "졸업장을 받고 보니 옛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그에게 로스쿨 진학은 이루기 힘든 꿈이었다. 그런 그에게 "무슨 일을 해서라도 뒷받침을 해줄 테니 도전해보라"고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엄마다. 엄마는 이 약속을 지켰고, 아들은 꿈을 이뤘다.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 졸업식에 참석하는 건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졸업식장에서 쫓겨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해보라'고 한 분이 바로 어머니셨다"고 했다. 엄마는 그럴듯한 스파이더맨 옷을 사라며 돈까지 아들의 손에 쥐어줬다. 드디어 다가온 졸업식. 살라스는 스파이더맨 옷을 챙겨 입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됐다. 그래서 졸업가운을 위에 걸치고 두건을 쓰진 않은 채 졸업식장에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그는 강단에 올라 졸업장을 받을 차례가 되자 순식간에 두건을 뒤집어썼다. 살라스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 빠르게 두건을 썼다"며 "아무도 말릴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단에서도 탈은 없었다. 완벽한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한 그에게 졸업장을 건네는 교수와 학장, 총장 등은 웃음만 지어보였을 뿐 꾸짖은 사람은 없었다. 변호사가 된 살라스는 이제 세 번째 꿈을 위해 달린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법조인이 되는 게 바로 그것. 살라스는 "원래는 회사법을 가장 좋아하지만 약자를 돕기 위해 형법과 가정법 전문변호사가 되기로 했다"며 "스파이더맨처럼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겐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데바테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입학 때 부모 배경 안 봤나”…교육부, 로스쿨 실태조사

    “입학 때 부모 배경 안 봤나”…교육부, 로스쿨 실태조사

    블라인드 전형 준수 여부 등 점검다양한 경력 법조인 배출 등 로스쿨 성과도 홍보 부모 배경 등 ‘백’이 여전히 작용한다고 의심받아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을 교육부가 실태조사한다.교육부는 28일 법학교육위원회 제43차 회의를 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관리 현장실태 점검’ 계획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학전형이 공정했는지, 장학금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전국 25개 로스쿨이 3년에 한 번씩 전수조사를 받도록 매년 8∼9개 학교를 골라 입학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법조계 인맥이 입학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2015년 로스쿨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국 모든 로스쿨의 입학전형 실태를 조사했을 당시 ‘아버지가 법무법인 ○○대표’, ‘아버지가 ○○지방법원장’이라고 적은 자기소개서 등이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올해 8개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면접 등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지켰는지,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 국고 지원 장학금 집행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25개교 전체를 대상으로는 교육과정·교원·재정상태 등 로스쿨 유지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협의회는 이날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 배출, 취약계층 입학 확대 등 로스쿨 도입 10년간의 성과를 홍보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사법시험(2008∼2017년 기준)에서는 비법학 전공자 비율이 17.85%였지만 변호사시험(2012∼2018년 기준)에서는 비법학 전공자 비율이 49.49%로 늘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사법시험 합격자 출신 대학도 2002∼2014년에는 40곳이었지만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 대학은 2011∼2015년 기준으로 102곳이다. 다만 이런 현상은 로스쿨 도입으로 25개 대학이 학부 법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나오는 등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법 불신’이 더 키우는 性갈등

    “심증만 있는 성추행에 대한 잘못된 판결 바로잡아 주세요.” “판결을 믿을 수 없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성범죄 판결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강제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A씨의 사연에 대해 20일까지 30만명 이상이 동조한 데 이어 “배우 조덕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들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단순히 판결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원금 모금 및 집회 등 집단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더해진 남녀 갈등이 더욱 폭발하는 모양새다. A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난 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카페에는 이날까지 4200여명이 가입했다. 이들은 다음달 27일 집회를 갖고 실형 선고 사건을 중심으로 사법부 판단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다. 성추행 의혹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다가 승소한 박진성 시인 등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촬영 중 상대 배우를 추행한 혐의로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조씨 또한 영화 촬영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하급심이 아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 같은 강한 불복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네티즌들은 두 사건의 판결을 내린 판사의 이름과 경력, 과거 판결들을 찾으며 공개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거가 굉장히 부족한 가운데 피해자의 일관성 있는 진술을 주요 증거로 삼아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남성들이 성범죄 판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법리를 떠나서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품기가 쉽고, 갈수록 과격한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남성 입장에서 일종의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와 조씨에 대한 판결이 여성들의 혜화역 시위, 워마드 사건 등에 맞서 남성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사법농단 관련 의혹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법조인은 “그동안은 다양한 사회 갈등이 법원의 결정으로 매듭이 지어진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무너진 것 같다”면서도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던 법원을 믿지 못하고 기댈 수 없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 같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법조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연예가 핫뉴스 ‘주간 연예법정’

    법조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연예가 핫뉴스 ‘주간 연예법정’

    OBS가 새롭게 선보이는 ‘주간 연예법정’을 오는 24일 오전 11시 55분에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법조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연예가 핫뉴스를 집중 진단한다. 방송 출연 섭외 1순위로 주목받고 있는 연예가 법률 전문 이재만 변호사(법무법인 청파)와 오수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스트)의 진행으로 연예가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또한 ‘독특한 연예뉴스’ 데일리 코너인 ‘연예법정’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 스캔들 논란, 성범죄, SNS 논란 등 사례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법적인 문제들을 짚어 볼 예정이다. 윤경철 OBS 제작2팀장은 “보다 심도있는 연예뉴스를 전달하고 나아가 생활 속 법률 상식도 습득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캐버노 미 대법관 후보 고교 때 강간미수” 피해 여성 스스로 신원 공개

    “캐버노 미 대법관 후보 고교 때 강간미수” 피해 여성 스스로 신원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브렛 캐버노(53)가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주장했던 피해 여성이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이 여성이 캘리포니아 주의 팔로알토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크리스틴 포드(51)라고 보도했다. WP는 “포드는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질 것이라면 자신의 입을 통해 알려져야 한다고 결심했다”면서 포드가 전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포드는 1980년대 초의 어느 여름날,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서 열린 고교생 모임에서 비틀거릴 정도로 만취한 캐버노 지명자와 그의 친구가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캐버노가 자신을 침대 위로 꼼짝 못 하게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캐버노는 포드의 몸을 더듬으며 옷을 벗기려 했고, 포드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입을 틀어막았다고도 했다. 포드는 “나는 그가 우발적으로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는 날 공격했고, 옷을 벗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포드는 2012년 남편과 함께 부부 상담치료를 받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WP가 입수한 치료사의 노트에 따르면 포드는 이 사건을 ‘강간미수’로 기술한 것으로 돼 있다. 포드는 이 사건이 트라우마처럼 자신의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고 기술했다. 포드가 WP를 처음 접촉한 것은 캐버노가 대법관 유력 후보로 거론된 7월 초였다. 이때쯤 포드는 자신의 지역구 의원인 애나 에슈(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에게도 접촉했다. 포드는 같은달 하순 애슈 의원 사무실을 통해 법사위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게도 편지를 보내 이 사건을 ‘폭로’하면서 자신의 신상 등을 기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포드는 WP에게도 자신의 사연을 전하면서도 실명으로 이야기하길 거부했었다. 포드는 자신의 주장이 공개될 경우 거짓말쟁이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부터 거짓말 테스트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8월 하순쯤까지도 그는 이 사건이 공개돼도 자신의 삶만 크게 흔들리고 캐버노의 낙마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파인스타인에게 보낸 편지가 지난주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폭로 내용이 새어나가기 시작했고, 기자들이 자신에 대해 알아내 집으로 찾아오고, 자신의 동료들에게까지 전화하면서 포드는 신원 노출의 위협을 느꼈다. 지난 14일 공화당 소속의 척 그레슬리(아이오와) 상원 법사위원장이 캐버노 지명자를 옹호하는 고교 시절 여성 지인 65명 명의의 편지를 공개하는 등 사건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 양상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이야기도 떠돌아다녔다. 이에 포드는 어차피 신원이 공개될 시점이 임박해졌다고 느끼고 결국 스스로 신원을 밝히기로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포드는 WP에 “이제 나의 시민적 책무가 보복에 대한 괴로움과 공포보다 앞선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포드의 이러한 주장에 캐버노 지명자는 백악관을 통해 “절대적으로 명백히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반복한 채 추가 언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임용된 보수 법조인인 캐버노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성향의 판사가 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없는 죄라도 인정하고 끝내고 싶었다… 한국 검찰은 ‘유죄추정의 원칙’인가요”

    법조인 꿈꾸는데… 벌금형도 치명타 유무죄 상관없이 檢에 사정해야 하나 6년째 1심 형사재판 ‘피고인’ 신분인 나청년(27·가명)씨는 현재 미국 동부 지역 명문대에 재학 중이다. 수사·재판을 받는 동안 출국금지가 된 기간도 있고, 여권을 발급받을 때에도 법원 허가가 필요해 청년씨는 두 차례나 진학과 복학을 미뤄야 했다. “다른 피고인들처럼 차라리 검사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간이공판제도를 수용해 벌금형을 받고 빨리 재판을 끝내고 싶은 적도 여러 번”이라고 청년씨는 밝혔다. 그동안 청년씨 재판을 모니터링한 시민단체인 사법감시배심원단을 경유해 메신저를 통해 청년씨가 전한 소회를 전한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입은 피해는 무엇인가. -열심히 공부해야 할 20대에 피고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출국금지·여권발급 제약뿐 아니라 계좌도 5년간 압류돼 있어서 은행에 갈 때마다 눈치를 보고 혹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재판이 장기화돼 진로 결정도 확실하게 할 수 없었다. 목표로 하는 법조인은 혹시나 벌금형이라도 받는다면 치명적이라, 마음을 가다듬기 쉽지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판결하는 사건들을 많이 보다 보면, 언제 또 이상한 판사가 나와서 무조건 유죄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죄가 나와도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 계속 피고인으로 잡아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점이 있나. -검사와 판사에게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이들은 피의자와 피고인 인권을 무시하며, 법을 무시하고, 직역의 이익을 위해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한다고 느꼈다. 애초 미국 대입시험(SAT) 문제 유출 사건은 업무방해 혐의에 초점을 두고 내사를 진행했는데, 검찰이 여러 차례 압수수색에도 혐의를 못 찾자 ‘검찰 자존심’상 사건을 덮을 수 없어 (핵심 증거인) 원본 저작물 확보도 못한 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급하게 기소를 한 것이다. 기본적 증거인 원본 저작물을 검찰이 확보할 때까지 재판은 무한정 연기됐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준비를 못했으면 공소를 기각하는 것이 당연한데, 만약 피고인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면 과연 얼마나 시간을 줬을지 의문이다. 이후에도 검찰은 순순히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형사사법공조 증거를 위조하고 공소장 변경 전 문서까지 위조하면서 재판을 이어 나가려 했다. 법원은 묵인하고 방조했다. 한국의 수사와 재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주기 위한 유죄추정 시스템이다. 피고인은 죄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죄하고 조금이라도 형량을 적게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한국의 검찰과 법원이 바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첩을 잡는다거나 국익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증거조작에 허위공문서 작성 범죄까지 저지르며 유죄를 이끌어 내려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법조인들을 처벌할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영남대학교, 천마인재학부 장학금·해외 연수 파격 혜택

    영남대학교, 천마인재학부 장학금·해외 연수 파격 혜택

    전체 정원 4552명의 76.7%인 3490명(정원 외 포함)을 이번 수시 모집에서 뽑는다.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학생부교과 2289명(일반학생 1625명, 면접 644명, 지역인재 20명), 학생부종합 566명(잠재능력우수자 501명, 사회기여 및 배려자 65명), 실기 367명(일반학생 318명, 특기자 49명) 등이다. 일반학생 전형과 면접 전형 일부 학과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됐다.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 성적 100%만으로 선발한다. 면접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 100%로 5배수(의예과 10배수)를 뽑은 뒤 2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일반학생 전형 대비 1등급 완화 적용된다. 학생부종합 전형은 최종 단계 기준으로 30% 반영되던 학생부교과 성적이 서류(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종합평가로 변경됐다. 3배수 선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법조인, 고위공무원, 공인회계사 등 차세대 리더 양성을 위한 천마인재학부는 30명 중 27명을 수시 선발한다.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과 4년간 수업료 전액, 교재비 지원과 단기 해외어학연수 등 파격 장학 혜택이 주어진다. 교육부 프라임 산업 사업과 관련해 자동차기계공학과는 90명 중 60명, 로봇기계공학과는 60명 중 40명을 수시로 뽑는다.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공군조종장학생, 육군군장학생도 각각 14명, 28명 선발한다. 여학생도 지원할 수 있다. 원서 접수는 9월 10~14일.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enter.yu.ac.kr/) 참조. 문의 (053)810.1088~90.
  • [인터뷰 플러스] “전관예우 관례 깨는 등 법조인 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인터뷰 플러스] “전관예우 관례 깨는 등 법조인 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사회의 중심이 된 요즘 연수원 동기 황동욱 변호사(한양대 88학번)와 후배인 김병길, 공성록 변호사(한양대 90학번) 등 4명이 일산의 고양지원 앞에서 새로운 운영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사법시험 과락에 해당한다는 일침도 가하고, 사법개혁을 넘어 군사법원의 개혁도 힘주어 말하는 원용선 대표 변호사를 만나 사법개혁에 대한 담론과 그의 법 사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는 지난 8월 8일 고양지원 앞 고양합동법률사무소에서 이루어졌다. 편집자 주→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 변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법부 승진제도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면 차관급인데, 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 관한 권한을 매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전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고법원을 신설하려는 의도도 그렇습니다. 누가 임명합니까.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만 상고법원의 법관은 대법원장이 모두 임명하는 거죠. 이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사법부 전체를 장악하려고 한 것이 양승태의 저의가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 시점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채웠다면, 양승태 임기 만료 후 차기 대법원장도 역시 박근혜가 임명했을 것이고, 대법원장의 임기가 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개혁은 요원해졌을 것이에요. 더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의 사법농단 사태는 전혀 문제조차 되지 않고 그대로 덮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최근 김선수 대법관이 임명되었는데, 이 분이 대법관이 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겠죠. 촛불혁명이 사법부에게 매우 소중한 개혁의 기회를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승진과 무관하게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대법원 행정처 또는 대법관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요. 폐기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문건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이는 법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에요. 법조인들 스스로 자정 노력도 해야 합니다. 전관예우의 관례를 깨는 노력들이 보다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 박보영 대법관이 여수시 시·군판사를 지원한 것은 좋은 사례로, 대법관 퇴임 후 진로를 새로이 개척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또 법조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 법원의 조정센터 같은 곳이 그런 곳이라 봅니다. 법조인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 페이스북에 통진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직 박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헌재 결정문’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그 이유는. -사법시험에는 과락 제도가 있어요. 다른 법 과목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한 과목에서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없죠. 법조인으로서 자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문을 사법시험에서 그대로 썼다면 그 답안은 반드시 과락인 것이죠. 사실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는데 헌재 재판관들은 이를 무시했어요.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회합에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을 거명했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이고 그 방대한 양의 재판기록을 그 짧은 시간 내에 모두 검토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법원의 판결이나 헌재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입니다.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헌재가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할 권한은 없어요. 의원 자격을 문제 삼으려면 그건 국회가 하면 되는 것인데 헌재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주어지지도 않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죠. 정부의 국회의원 자격상실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어요. 정부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한 헌재는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한 꼴이 된 거죠. 사법시험에서 헌재 결정문을 답안으로 받은 채점자는 무조건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를 줄 것입니다. 법조인으로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죠. →현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을 위해 무엇을 중시하고 실행하여야 하는지. -양승태 대법관 문제와 달리 저는 최근 기무사령부의 촛불혁명 당시 계엄령 준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군사법원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군사법원에는 고등군사법원과 보통군사법원이 있어요. 보통군사법원은 군단사령부 등에 설치되고 군사법원에는 ‘관할관’이 있습니다. 고등군사법원의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이고, 보통군사법원의 관할관은 설치되는 부대의 사령관 등이죠. 관할관은 유기징역 등의 판결을 확인하는데, 이를 관할관의 ‘확인조치’라 하죠. 2016년 개정을 통하여 피고인이 작전, 교육 및 훈련 등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제한하고, 선고된 형의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였어요. 그러나 전시가 아닌 평시에, 계급이 지배하여 인권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고, 지휘관이 관할관이 되어 형을 마음대로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군사법원은 폐지되어야 마땅한 것이죠. 군사법원은 군판사와 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재판관으로서의 인격과 학식이 충분한 영관급 이상의 장교 중에서 관할관이 임명합니다. 법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이 없는 장교가 재판관이 된다는 것이죠. 또한 군인들의 범죄라고 하여 일반법원과 구별되는 특별법원으로서의 군사법원에서 다룰 이유가 있습니까? 전시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 군인 범죄에 한하여 특별한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군인이라고 하여 특별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봐요. 이에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군의 개혁과제 중에 군사법원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법은 보수적이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법학이란 학문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개혁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만들어진 것, 즉 있는 것을 공부하고 가치관에 의해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죠. 법조인은 무엇인가를 개혁하고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어요. 저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봐요. 법조인들 스스로 국민을 우선시하는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고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시대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물론,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때 국민의 편에 서서 한다면 사법부나 법조인의 가치관 정립의 문제는 보다 수월해 지리라 봐요. →대학 시절 학생운동과 이후 노동운동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1987년 12월 대선 당시 KBS 점거 투쟁으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후 1988년도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했어요. 한양대학교에서요. 총무부장 일보다는 전대협 중앙정책위원 역할을 더 많이 했어요.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생 전방 입소철폐 투쟁의 성공이에요. 한양대에서 시작한 전방 입소거부 운동이 전대협으로 확산되어 1988년에 대학생의 전방 입소교육이 완전 폐지됐어요.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는 당시 전대협 3기 임종석 총학생회장에게 학생회 사업을 인수인계하느라 학교에 남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 기간을 통해 동료들과 울산으로 내려갔죠. 동료 중에 지금은 의정부지방법원에 있는 박정길 부장판사가 있어요. 그 친구도 고생 많이 했는데 아마 판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었다면 지금도 함께 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울산에서 3년 있었어요. 제가 일했던 회사는 현대자동차 하청회사로 컨베이어에서 자동차 보닛에 고무 패킹을 삽입하는 노동을 했어요. 물론,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는데 당시에도 이러한 노동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지금도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어떤 연유로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고양시로 옮긴 사법연수원 1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양에 자리를 잡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1993년 복적 이후 저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법학은 현실 문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학문이라는 면에서 현실을 잘 반영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매력을 느껴서 고시 공부를 했어요. 초등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 하신 부친이 젊은 시절 사시 공부를 하셨기에 저에게는 제일가는 후원자가 되어 주셨어요. 당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루길 바라는 순수한 부정(父情)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복적 후 결혼하고 1997년에는 첫째 딸도 출산했어요. 그리고 2001년에 사시 합격하고 2년간 연수원 생활을 위해 고양으로 바로 이사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고양은 저에게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수원 동기였던 황동욱 변호사(한양대 88학번)는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스터디그룹 멤버였어요. 황 변호사의 제안에 따라 고양지원장을 역임한 강현 변호사사무실을 인수·인계받은 이곳에서 황 변호사와 법조인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던 첫 약속을 지금도 지키며 운영하고 있어요. 즉, 두 사람의 수임료 전체를 2분의 1로 분배합니다. 보통 사람은 실행하기 쉽지 않은 방식인데 황 변호사의 제안과 도움으로 지금도 우리 두 사람은 깨지지 않는 신뢰와 믿음으로 실천하고 있어요. 이후 우리와 결합한 김병길, 공성록 변호사(한양대 90학번)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변호사 사회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앞으로의 포부와 꿈이 있다면.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올 때는 사건이 끝까지 간 거죠.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분쟁 소지도 없고 재판을 청구할 이유가 없겠죠. 우리 법원이 아직은 합리적인 정황 증거보다 실체적 진실을 부합하지 않는 서증을 중심으로 판결이 이루어지기에 억울한 민원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서증에 따른 사실보다는 여러 가지 정황증거에 따른 사실관계가 능히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서증에 따른 사실관계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존의 관행에 맞고 상급법원에서 판결이 파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합리적인 정황증거에 의한 판결사례가 우리 법원에서도 더 늘어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그래야 이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적어질 것이고 법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국민의 법조인으로서, 이 시대에 맞는 법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천직으로 삼고 살고자 합니다.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주요 프로필 1965 강원 횡성 출생 1984 원주 진광고등학교 졸업 1985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입학 1988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총무부장 및 서대협 중앙정책위원 1989 노동운동 1993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복직 1995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 고양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조정위원, 고양세무서 과세 전 적부심사위원, 일산동부경찰서·일산서부경찰서 상담위원 역임.
  •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안 전 지사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논란 ‘위력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모순 첫 단추 잘못 끼우고 이상적 피해자 설정 ‘전문직 여성 ≠ 피해자’ 프레임도 문제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 정상 사고 힘들어 “노”라고 안한 것을 “예스”로 해석 안돼 사법부 결정이 대중과 다를 때 “법감정에 온도차가 있다”고들 합니다. 이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이 딱 그런 사안입니다. 지난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 전 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뒤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법해석의 차이 탓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은 안 전 지사의 재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봤습니다. 무죄 판결의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기자의 역할도 아닙니다. 다만 선고문에서 보인 현실인식과의 모순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오늘 불온(不on)한 회의는 매우 조심스럽게 펼쳐 보겠습니다.부장: 역시 이번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위력 행사’ 부분일 듯한데. 유민: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만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어요.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하고 있죠. 진호: 그래서 여러 법조인들은 위력 자체가 협박·폭행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번 사건은 더더욱 위계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도 판결문을 보면 그 판단은 확실히 배제하고 있어요. 달란: 이번 재판 선고문을 보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를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있어요. 하지만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여 놨죠. 위력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모순이에요. 위력은 행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재판부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 진호: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피해자의 감정이 상황마다 혼재되어 있을 수 있어요.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이게 성폭력인지, 좋은 감정인지 헷갈렸을 수 있다는 말이죠. 또 성폭력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은 계속해야 하고, 서서히 자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재판부가 사건의 흐름, 감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고 규정 지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달란: 선고문 전반에서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설정해 놓고, 안 전 지사는 위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사건 이후 순두부 식당을 찾고 와인바와 미용실에 간 것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업무 수행에 차질이 있어야 피해자이지, 프로페셔널하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죠. 진호: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며’라고 합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아닌 고학력 전문직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프레임이 깔려 있는 것이죠.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던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다라는 인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형사재판의 원칙이고,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재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안 전 지사에게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김씨의 진술만을 입증하려 했어요. 김씨의 폭로가 나오자 안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라는 글을 올려놓고, 검찰 조사와 재판에선 왜 ‘합의한 관계였다’고 번복했는지 묻지 않았죠. ●피해자 거부의사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 달란: ‘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소리치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칼럼이 있어요. 성폭행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게 핵심이죠. 사슴의 로드킬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옴짝달싹 못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얼어붙어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거죠. 유민: 재판부는 성폭력 상황에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성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놔야 했다는 ‘이상적 피해자’를 설정해 놨습니다. 그 안에 김씨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월 25일 마포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마지막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전에 있던 김씨가 굳이 서울로 간 것은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이죠. 세진: 선고문 내용을 보면 2017년 7월 러시아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그를 살짝 안았다고 나와요. 안 전 지사가 ‘외롭다. 안아 달라’며 포옹한 것은 위력이 아니고, 김씨의 행동은 자유의사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강력한 저항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중에 발생합니다. 이때 ‘노’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예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유민: 여성운동가 권김현영씨는 얼마 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행사할 권리가 아니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했어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권리를 넘어 ‘요구받지 않을’ 권리까지 포괄한다는 것이죠. ●‘미투 아닌 질투’ 시선… 사라진 피해자 보호 달란: ‘안희정 재판’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들 보셨겠지만, 크게 두 갈래 주장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왜 여기자들은 김지은 편만 드는 거냐”, “언론과 여성단체는 ‘장자연 사건’에 집중하라”라는 거. 유민: 이 사건을 두고 ‘미투(#MeToo)가 아니라 질투’라는 댓글이나 ‘진짜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아내’라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진호: ‘김씨는 불륜이고 장자연이 미투다’라는 주장은 굉장한 모순입니다. 김씨가 위력에 의한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2, 제3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세진: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아니에요. 지금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 전 지사 재판이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겠죠. 유민: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김씨도 이번 재판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재판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드러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노출되고, 부정적 시선과 여론이 생길 것도 알았을 것이고요. 세진: 이 재판의 결론을 떠나 이 재판의 의미는 충분하니까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는 계기가 되겠죠.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성폭력 범죄의 법 해석이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유민: 이번 재판부가 입법부에 떠넘긴 모양새이긴 하지만, ‘노 민스 노’(No means No·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성관계하면 강간)든, ‘예스 민스 예스’(확실하게 동의해야 합법적인 성관계)든 국회에서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으니까요. 달란: 항소심은 어떻게 될까요. 1심 반향이 굉장히 컸고 ‘사법부 유죄’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 항소심 재판부 부담이 커진 상황이죠. 특히 자극적인 주장이 그대로 보도돼 2차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공개재판의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교수 복직시켜라” 法 판결 뭉개는 전남도립대

    전남도립대가 부당 해임이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해임당한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도립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중 유일한 전공자인 김모(51·여)씨는 조교수로 있던 2015년 4월 수업시간을 임의로 바꿨다는 이유 등으로 해임됐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해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재임용 거부로 맞섰다. 이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지난 4월 “권한 없는 총장이 저지른 위법”이라며 재임용거부 처분 취소결정을 내렸다. 조교수 임용권이 도지사에게 있는데 도립대 총장에 의해 이뤄져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모든 절차가 끝났지만 도립대는 아직도 김씨를 재임용하지 않고 있다. 감독기관인 전남도도 4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다. 전남도는 매년 9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법조인들은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도립대는 유아교육학과 교수 4명 모두 전공과 무관하다. 국어와 영어, 디자인, 교육학을 전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립대가 부당하게 교수를 해임하고 전공을 무시하고 교수를 임용하는데도 전남도는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만 쏟아부을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학생들이 유아교육학과 이모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할 당시 학교 측의 중재 요청을 거절하고 학생 편을 들다가 해임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당시 징계위원회 위원이었던 김대중 교수가 총장으로, 진상조사위원이었던 오모 교수와 진상조사위원장 이모 교수가 전·현직 교무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복직이 안 되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복직되기를 바랐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독립지의 비극/홍희경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독립지의 비극/홍희경 사회부 차장

    비극은 도처에 있는 것 같다. 먼저 ‘공유지의 비극’이다. 1968년 사이언스에 실린 짧은 논문에 나온 얘기다. 마을 공동 목초지가 있다면 제 것을 아끼느라 먼저 공유지 풀로 가축을 먹일 것이란 직관에서 비롯됐다. 노는 땅 보기 어려운 요즘엔 ‘사유화의 비극’이 더 낯익다. 공유해야 할 자원을 쪼개 사유화하면 투기, 즉 지대 추구 행위로 공멸하게 된다.사법농단 사태에 이 두 개의 비극이 겹친다. 공유지라 믿어 비평을 자제하며 가꾸려 했던 사법체계는 사유화돼 있었다. 법조인의 사유지인데 공유지로 착각하고 물색 없이 법원의 독립을 맹신해 가며 매달린 꼴이다. 뒤늦게 ‘내 사건은 대법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국민을 폄훼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무릎을 친다. 잘못 알았었다. 지독한 폄훼에도 불구하고 이 문건은 그나마 ‘국민’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나머지 문건에 국민은 없다. 대신 사법부와 견주려는 ‘법무부’란 행정기관을 상대로 어떻게 협상할지 전략이 있다. 삼권분립에 따라 서로 견제할 필살기를 나눠 가진 ‘청와대’와 ‘국회’를 어떻게 품을지 복안이 있다. 언제든 경쟁 세력으로 치고 올라올지 모를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비책도 있다. 국민은 그저 법원이 청와대, 국회, 헌재, 검찰과 다툴 때 볼모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언급된다. 권력의 환심을 사는 방편으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선고 지연을 논의할 때 늙고 쇠약해진 국민이, ‘경제는 보수’란 재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언제든 삶의 벼랑 끝에 선 국민이 스쳤다 사라진다. 파국이든, 파탄이든 상황은 기어코 끝날 것이다. 법원이란 고도의 관료사회에선 벌써 ‘위기 다음’을 채비하는 낌새마저 있다. 법관회의, 사법발전위원회가 분주하다. 판결문 공개나 전관예우 실태조사처럼 꺼리던 이슈를 선제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양승태 행정처와 다르다’는 각오에 중첩된 메시지가 들린다. ‘일부 엘리트 판사들의 문제였다, 일선에서 재판하는 성실한 판사들은 다르다, 우린 바뀔 수 있다.’ 솔직히 회의적이다. 제도와 체계는 리더십에 감읍해 쉽게 돌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 푸르던 리더십이 체제에 굴종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나치 체제는 핵심부를 차지한 광신자들이 설계했지만, 명령에 순응해 주어진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던 ‘악의 평범성’에 의해 유지됐다. 핵심부를 손바꿈한다고 체제가 따라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기적 국민들’이란 표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심한 말인 줄 안다. 평범한 국민들이 일생에 어쩌다 한번 사법체계와 씨름할 때의 모순점을 다루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연재 취재를 하다 보니 격해졌다. 민사의 70%를 소액사건으로 덤핑, 상고심의 70%를 심리불속행으로 또 덤핑, 법원이 책잡히지 않도록 당사자가 다툰 쟁점에 대한 법관의 판단을 생략한 판결문, 법정 뜨내기인 피고인보다 단골인 검찰 심중을 먼저 살피는 유죄추정 원칙의 재판, 설사 법정에서 말을 바꿨더라도 검찰 진술 조서에 준해 이뤄지는 법관의 판단들…. 문건 속뿐 아니라 현실의 법원에서도 국민은 스쳐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일선 법관들은 스스로를 혹사해 가며, 국민이 객식구가 돼버린 사법체계를 지탱해 왔다. 사법부는 왜 독립해야 하는가. 사회의 안정, 체제 유지를 위해서란 법원 내부의 답이 드디어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시효를 다했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때로는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인권을 보장할 기관이 되기 위해 문건 속 파트너들로부터의 독립을 바란다. saloo@seoul.co.kr
  •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피고인 무죄.” “이런 쓰레기들.” 지난 14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던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법정에 울려 퍼진 목소리들이다. 엘리트 판사로 알려진 조병구 부장판사는 판결에 논리적 흠결이 없었음을 강조하듯 차분하게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여성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위력에 의한 간음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와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로 현행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유죄를 선고하고 싶어도 현행법에서는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판사가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 기준으로 강간 여부를 가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예스 민스 예스 룰’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한다. 최근 ‘미투 운동’ 영향을 받아 스웨덴이 이를 입법화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꼭 공을 입법부로 넘겨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전날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선고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주를 이뤘던 기존 몰카 판결과 달리 법원은 이 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몰카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처벌도 엄중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피고인이 여성이라서 중형이 내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긴 했지만, 향후 몰카 재판의 시금석이 될 판결이라는 평가가 더 타당해 보였다. 14일 저녁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은 “재판부가 적극적인 판결로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판결로 현실 뒤에 숨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법전을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다. jiye@seoul.co.kr
  • [안희정 1심 무죄] 1심 “회피·저항 안 해 위력 아니다”… 김지은 “끝까지 싸울 것”

    [안희정 1심 무죄] 1심 “회피·저항 안 해 위력 아니다”… 김지은 “끝까지 싸울 것”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형법 303조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 간음)의 유죄 입증이 어렵다는 게 재확인됐다. ‘미투 운동’의 확산에 따라 법원 판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결국 기존 판례와 같은 판단이 나왔다.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 김지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가 김씨의 임면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위력 관계에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30일 러시아 출장에서 있었던 최초 간음이 어떻게 발생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간음 후 김씨가 피고인이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썼고, 지인과의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존경하고 지지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 2월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마지막 피해를 당할 당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인지한 상태였는데도 자리를 피하는 등 회피와 저항을 하지 않은 점을 보면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의 일”이라면서 “(김씨의)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회에서 사용되는 성폭력 행위의 의미와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현행 성범죄 처벌체계가 사회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이었다. 위력 여부를 증명하려면 피의자가 유·무형적 힘으로 피해자를 제압했음이 입증돼야 하는데, 일반 성인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명백한 폭행·협박이 없으면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은 미투 운동 이후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한 새로운 판결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판결이 내려지면서 미투 운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인들의 해석도 엇갈렸다. 허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위력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보람 변호사는 “위력을 가진 사람이 성행위 당시에는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사실관계를 더 종합적이고 전향적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年9000여명 이용… 사전 예약은 필수 소송을 당하기 전에는 판결문을 찾아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 막상 소송을 당해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찾기가 어렵다. 변호사·법무사 등 법조인이나 법학전문대학원생·교수 등 법 연구자들은 판례 검색법을 안다. 이들은 법원도서관이 주요 판례를 담아 제공하는 ‘법고을’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판례해설’ 등을 참고한다. 하지만 법고을·판례해설도 결국 법원에서 선정하는 일부 주요 판례를 볼 수 있는 채널에 불과하다. 판결문 원본을 보는 방법이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3층에 있는 법원도서관 판결정보열람실을 직접 방문하면 된다. 이곳엔 총 4대의 컴퓨터가 있어 온라인 사전 신청자에 한해 ‘열람’만 허용한다.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건의로 설치된 열람실 이용객은 2013년 4385명에서 지난해 9247명으로 늘었다. 열람실 직원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직원, 판결문을 취재하고 싶은 기자들이 많이 오고 소송 중인 당사자들도 찾는다”고 말했다. 신청 홈페이지(www.scourt.go.kr/portal/perusal/PerusalList.work) 현황을 보면 열람실 이용 예약은 늘 꽉 차 있다. 열람실에서 실제 판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찾는 판결문의 질은 여느 방법보다 월등하다. 실제 지난 9일 열람실을 찾아 기자들이 피소될 수 있는 ‘명예훼손’, ‘정정 보도 손해배상’ 등의 키워드 검색을 해 보니 전국 법원에서 당일 선고한 하급심 판결문까지 모두 찾을 수 있었다. 혐의, 사건명, 법원, 판사, 선고 일자, 접수 연도, 종국 결과 등 조건을 바꿔 검색할 수도 있다. 법원이 인터넷 열람용으로 제공하는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할 때보다 훨씬 많은 판례를 얻을 수 있다.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언론 명예훼손’이란 키워드를 넣은 결과 상단부에 노출되는 판례 대부분이 2000·2001년 것이고 제시되는 판례의 절반이 대법원 판례였다. 이날 열람실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7)씨는 형사사건 재정신청 결정문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씨는 “고소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리돼 법원에 재정신청했는데 그마저 기각됐다”며 “재정신청이 어떤 경우에 인용되는지 궁금해 검색해 봤다”고 말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김규동 판사는 “열람실에서는 가사와 소년사건을 제외한 민사, 형사, 행정, 회생파산 사건 등 모든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사건 당사자명이 공개되는 원본 열람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수첩을 소지할 수 없다. 열람실에서 제공하는 초록색 용지에 법원명, 사건 번호만 적을 수 있다.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인색한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부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15년 전부터 심판례를 전부 공개하고 있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법원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명성교회 세습’ 후폭풍...개신교법률가들 “재판 절차 하자” 반발

    ‘명성교회 세습’ 후폭풍...개신교법률가들 “재판 절차 하자” 반발

    개신교 법조인 500여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CLF)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13일 기독법률가회는 성명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내린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유효 판결에 대해 “사실상 파행된 노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처리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같은 재판국이 이미 내린 (서울동남노회) 노회장 선거 무효 판결과 완전히 모순된다”면서 “변론 과정에서 세습금지 조항이 교인의 기본권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 명성교회 견해는 법리를 떠나 건전한 상식인의 눈으로 봐도 기이하다”고 힐난했다. 기독법률가회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공의만을 따르라는 하나님 명령을 저버리고 한국교회의 치욕으로 남을 판결을 했다”며 “총회는 하루 속히 교단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참담하고 비상식적이며 황당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7일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인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됐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헌법은 해당 교회에서 은퇴하는 담임 목사의 자녀와 배우자는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돼있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지 2년 뒤에 아들 김하나 목사가 취임했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가비엔제이 출신 장희영 결혼 소감 “3년 열애 끝에...미국 LA서 결혼식”

    가비엔제이 출신 장희영 결혼 소감 “3년 열애 끝에...미국 LA서 결혼식”

    그룹 가비엔제이 출신 가수 장희영이 결혼 소감을 전했다. 11일 가수 장희영(34·장다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혼식 사진과 함께 소감을 공개했다.장희영은 이날 “드디어 제가 3년 연애를 마치고 2018년 8월 8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라며 결혼 사실을 알렸다. 이어 “기분은 매우 매우 시원합니다! 저도 유부클럽 가입. 그동안 장거리 연애하면서 많이 고생했는데 아주 눈 녹듯이 사라지네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희영은 “참, 제가 결혼하고 나서 음악을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대답은 ‘네’인 것 같아요. 가비엔제이 희영으로 데뷔해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제가 늘 늦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음악을 사랑해주셔서 정말 힘이 나고 기쁘게 음악할 것 같습니다”라며 결혼 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희영은 지난 8일 미국 LA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장희영 남편은 5세 연하 예비 법조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장희영 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내부 감사·법관평가 대상서 판결문 제외 민사소송법, 5·16 쿠데타 직후 개정 필수기재 항목서 쟁점·판단근거 빠져 형사 판결문선 유죄 간결, 무죄는 장황 피고인보다 검사가 항소심 시작부터 유리 사건의 쟁점, 피고인이 부인하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쏙 뺀 ‘깜깜이 판결문’이나 항소심 선고 때 1심 판결문을 그대로 베껴 ‘복사기 판결문’을 쓴 판사에게는 징계 등 불이익이 가해질까. 그럴 일은 없다.우선 판결문은 내부 감사는커녕 감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서울변호사협회 등에서 매년 ‘법관평가’를 실시하지만, 재판 진행이 친절했는지 등을 평가할 뿐 판결문 평가 항목은 없다. 설사 판결문 감시가 이뤄진다고 해도 ‘깜깜이 판결문’은 민·형사소송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적 판결문이다. 사건 당사자들이야 답답하든 말든, 법대로 작성된 판결문이다. 결국 기소·재판 ‘공급자’인 법조인 편의에 맞춰 설계된 소송법이 ‘깜깜이 판결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1960년까지만 해도 판결문에 ‘사실과 쟁점’이란 항목으로 재판의 쟁점과 법원의 판단근거를 반드시 쓰도록 했다. 그런데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9월부터 이 ‘사실과 쟁점’ 항목이 판결문(법령 용어로는 판결서) 필수기재 항목에서 빠지면서, 법원은 판단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원고와 피고 중 한쪽 손을 들어 주는 ‘주문’ 위주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재판에 필요한 증거에 대한 평가를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는데,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한 근거를 판결문에 쓰지 않아도 되게 소송법이 허용한 덕에 판결문을 쓸 때 법관의 자유가 극대화된 셈이다. 형사소송법에선 1954년 제정 이후 줄곧 판결문 유·무죄 기재 요건이 바뀌지 않았다. 이 법 40조 판결문(재판서) 기재 요건으로 명시한 항목은 재판을 받는 자의 성명, 연령, 직업, 주거, 기소·공판 검사와 변호사의 성명 등 호구조사용 정보들이다. 같은 법에선 유·무죄 판결에 명시될 이유를 따로 규정했는데, 조항만 보면 유죄판결에 명시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형소법 323조에 따르면 판결 이유에 범죄 될 사실, 증거 요지, 법령 적용, 형의 가중·감면 이유 판단 등이 들어가야 된다. 반면 같은 법 325조에 따르면 무죄 판결은 그냥 무죄라고 선고만 해도 된다. 하지만 실제 형사 판결문에선 무죄 이유가 장황하게 설명되는 반면 유죄 판단은 ‘범죄 될 사실’ 항목에 공소장 내용을 붙여 한 줄 정도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돼 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이른바 ‘범털’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게 유죄로 본 근거를 쓰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요즘에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 판단 이유를 적으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부 성향 등에 따라 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죄 이유는 간단히, 무죄 이유는 장황하게 쓰는 판결문은 피고인이나 민사 패소 측을 난감하게 만드는 대신 검찰의 업무를 줄여 준다. 피고인은 1심 법원의 유죄 판단 근거를 재반박해 항소해야 하는데 판결문에 그 이유가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는 일이 어려워진다. 반면 검사는 판결문의 무죄 판단 근거를 읽은 뒤 1심 법원이 채택하지 않은 증거를 추려 항소심 재공격에 나선다. 삶을 걸고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직업으로 공소유지를 하는 검사보다 불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항소심 시작 단계에서부터 조성되는 셈이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형사법 전공 교수는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경우에도 형사재판의 한 축에 불과한 검사의 기소내용을 따서 붙인 뒤 유죄라고 간략하게 선고하는 판결문 관행도 사법부의 적폐 중 하나”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오히려 판결문에 무죄 이유는 간단히 쓰고, 무죄가 아닌 유죄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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