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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달라졌네”

    관료 출신 전윤철 감사원장이 취임한 이후 감사원이 달라지고 있다.전 원장 이전 대부분의 원장이 법조인과 군 장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권위와 폐쇄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감사원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감사원 직원들은 요즘 전 원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기존의 보고 관행이 깨지면서 전 원장이 요구하는 스타일에 맞추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국장들은 업무보고시 담당 과장과 직원들을 배석시켰지만,보고는 직접 하지 않았다.그만큼 실·국장들의 권위를 인정해 준다는 일종의 관례였다.전 원장은 그러나 실·국장들이 실·국 현안과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까지 챙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감사원의 한 간부는 “원장이 업무보고를 받을 때 구체적인 사항까지 물으며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국장들도 앞으로 공부를 많이 하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고 형식도 요점을 A4용지 한 장에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에서 일상화된 핵심 위주의 보고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뜻이다. 의전 행사도 최소한 간소하고 간략하게 치러지고 있다.이종남 전 원장 재직 때까지 행해지던 ‘차렷’‘경례’ 등의 구호도 없앴다.전 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체육행사에도 참석,개회사를 직접해 직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국 전 원장이 취임한 이래 원장 비서실 직원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지금까지 원장 일정은 최소한 2∼3일 전에 확정돼 사전 스케줄에 따라 진행됐지만 전 원장은 첫날부터 이런 관행을 깨버렸다. 그는 정해진 일정 이외에 당일에도 스스로 판단해 독자 스케줄을 잡고 있다.외부로 나갈 때 비서실장이 수행하는 게 관례였지만,전 원장은 수행비서 1명만 대동하고 외출하곤 해 종종 직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사무실 방문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전 원장은 업무시간에 틈틈이 사무실을 들러 중하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있다.오찬도 구내 간부식당을 찾기보다는 중간 간부들과 함께 대중식당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감사원관계자는 “원장이 관행적으로 내려오던 격식을 없애면서도 차관급 인사를 ‘쾌도난마’ 식으로 단행하는 등 업무에서는 신속하면서도 철저해 직원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시론] ‘기여우대’로 경쟁력을

    교육인적자원부 주도로 제주 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지금은 국내 학생이 자유롭게 외국으로 나가듯 외국대학 또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교육개방 시대이다.이러한 상항에서 더 이상 ‘우리만 잘하면 되지.’라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생각으로는 국가간 첨예한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따라서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 교육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정부가 새로운 각오로 교육제도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의 우수한 대학과 겨루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학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급한 일이다.재정적 뒷받침 없이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는 발상은 이 시대에는 맞지 않은 논리이다.물론 경비절감을 통해 어느 정도 재정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세계 우수한 대학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미국의 7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더군다나,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예산 중 정부보조금 비율은 4%정도이다.미국 사립대의 경우 20∼30%,일본 15%에 비교할 때 형편없이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 사립대는 대부분 운영비를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등록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교육과 연구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하지만 등록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자율권마저도 대학은 갖고 있지 못하다.결국 국가는 사립대학을 거의 방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고,국고지원금 확충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부금을 확보하는 것이다.미국 우수 사립대학의 경우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한 재단 기금이 수조원에 달하며,이러한 발전기금을 통해 대학 전체 예산의 30% 정도를 충당한다.하지만 기부문화가 일반화하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따라서 대학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여우대제라고 할 수 있다.기여우대제란 대학의 발전을 위해 물재적이거나 비물재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보은 차원에서 입학의 우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우대를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여우대제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그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입학에 우대를 적용할 때,결국 입학 자격증을 사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기여우대제는 기여한 자에 대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보은 차원에서 입학의 우대를 적용하자는 것이며,대학이 정한 일정한 수학능력을 가진 자 중 소수에 한해 정원 외로 입학 우대의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또 기여금으로 적립된 재정의 대부분을 장학금과 교육 및 연구여건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이는 실력은 있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여우대제를 운영하기 위해 ‘기여우대제관리 심의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구성하고,교내 인사뿐만 아니라 법조인·언론인·종교인 등 외부 인사를 포함시킨다면,그간 일부 대학이 저지른 부정입학과 관련한 불신 등을 불식시키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기여우대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이제는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문을 닫는 시대이다.한걸음 더 나아가,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이 민족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대학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이다. 문 일 연세대 기획실 정책차장 화공과 교수
  • 사법연수생 파병반대 연대서명/500여명 청와대에 의견서 제출키로

    사법연수원생 500여명은 12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연수생 연대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A4용지 5장 분량의 의견서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헌법 5조 1항에 규정된 침략전쟁인 만큼 파병 결정은 위헌임과 동시에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대 서명에는 1년차인 연수원 34기 400여명과 2년차인 33기 100여명이 참여했고 이는 연수생 전체 2000여명의 약 25%에 해당된다. 연수생들은 지난달 18일 정부 국가안정보장회의(NSC)에서 전투병 파병 방침을 결정한 이후 ‘예비 법조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에 따라 지난 7일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며 10일부터 연대서명을 받아왔다. 이번 의견서는 일반인이 아니라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한 연수생은 “이번 의견서가 연수생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고 파병 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연수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경계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대기업 ‘檢 모시기’

    ‘검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라.’ 대기업의 검사 출신 변호사 영입 바람이 거세다.최근 판사 출신보다 검사 출신의 인기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몇년새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떠오른 대기업이 늘어나고,올들어 수사의 강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변호사들도 예전과 달리 개업보다는 기업행을 택하고 있다. ●수사통 검사 상한가 지난 8월 특수부 출신 이종상 검사(36·사시 31회)가 사표를 내고 LG의 지주회사인 ㈜LG로 자리를 옮겼다.30대 중반의 나이에 상무급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다.LG는 종전에 판사나 연수원 출신 변호사를 7명이나 영입했지만 검사 출신을 뽑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 역시 올들어 검사 출신 변호사 1명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삼성은 지난해에도 수원지검 특수부 이기옥(36·사시34회) 검사를 스카우트했었다.삼성은 지난 97년부터 검사 출신을 뽑기 시작했다.현재 서울지검 특수부 출신 김용철(45·사시 25회) 변호사를 비롯해 엄대현(37·사시 31회)·김대열(40·사시 32회) 변호사 등 검사 출신이 5∼6명에 달한다.부장검사 등 간부급 검사보다는 실무를 담당할 수석검사급이 스카우트됐다.삼성은 이들 검사 출신과 판사,연수원 출신 변호사를 30여명 포진시키고 있다.웬만한 로펌에 견줄 만한 규모다. 대선자금 불법제공으로 대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SK는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다른 대기업도 은밀히 검사 출신 변호사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했다. ●10년차 법조인은 임원급 대우 기업들은 10∼15년차 법조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10년차면 법원·검찰에서 업무에 능통해질 만한 때이다.부장판사나 부장검사로의 승진을 포기하고 기업행을 택하는 만큼 대우는 파격적이다.이들은 모두 이사·상무급 보수를 받는다.변호사 자격증에 대한 수당은 별도다.일찌감치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김용철 변호사는 벌써 전무로 승진했다.한 기업 관계자는 “법조인에 대한 대우는 능력별로 책정하기 때문에 특별한 기준은 없다.”면서 “그러나 10∼15년급 법조인이면 급여와 수당을 합해 1억 5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물론 이들은 월 사용한도가 1000만원 내외인 법인카드를 받기 때문에 실지급액은 2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기업이 보유한 골프회원권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기업 진출에 관심 대기업들은 과거에도 판·검사 출신 법조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채용이 쉽지 않았다.대기업보다는 단독 개업 내지는 로펌을 선호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변호사 업계가 불황을 타면서 안정적인 기업쪽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기업들도 집단소송 도입 등 법률분쟁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자체 변호사를 확충하고 있다.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초임 변호사들은 연봉 5000만∼6000만원의 과장급 대우를 받는다. 모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제의를 받았다는 서울지검 소장검사는 “1인당 사건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동기간 승진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직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변호사 개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안정적인기업체로의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법률 수요가 늘어 변호사를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다른 이유로 검사 출신을 영입하려고 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충식 안동환기자 chungsik@
  • 21人사법개혁委 출범

    사법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사법개혁위원회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개회식을 갖고 내년 말까지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법조계와 비법조계 인사가 절반씩 모두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초대 간사를 지낸 조준희 변호사가,부위원장은 이공현 법원행정처 차장이 각각 맡았다.또 법원·법무부·변호사회·법학교수·행정부·시민단체·언론계에서 2명씩,국회·헌법재판소·경제계·노동계·여성계에서 1명씩 모두 19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위원회는 대법원장이 안건으로 낸 ▲대법원의 구성과 기능 ▲법조일원화 ▲법조인 양성 ▲국민의 사법참여 ▲사법서비스 ▲형사사법제도 등 5대 안건과 추가안건에 대해서는 11월17일 열릴 2차 회의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국제 플러스 / 日 知財權분쟁 ‘기술판사제’ 도입

    |도쿄 연합|일본 정부는 오는 2007년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을 다룰 고등재판소를 설립하고,법조인 자격이 없는 기술 전문가를 ‘기술 판사’로 기용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기술 판사제’ 도입을 통해 바이오,정보통신 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사법 판단의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사법고시에 합격하지 않은 기술자 등을 기술 판사로 기용,고시출신 판사 2명과 기술 판사 1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체 신설을 명기하고 있다.지적재산권 고등재판소는 특허청의 특허무효 등의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비롯해 특허권,실용신안권,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등과 관련한 소송 및 연구자의 발명에 대한 회사의 대가지급 문제 등을 다루게 된다.
  • 청와대, 감사원장 人選 고심

    노무현 대통령이 감사원장 후임을 놓고 고심중이다.청와대가 지난 2일 감사원장 인선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열고 후보를 3배수 정도로 압축하려고 했으나,실패한 데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노 대통령은 감사원장은 정책감사를 이끌고,정부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기조대로 간다면,교수출신이 감사원장 후보로 유력하지만 문제는 윤성식 교수의 낙마를 지켜본 교수 출신 중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는 점이다.교수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측근인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적극적인 스타일이지만,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청와대내의 평이다. 홍성우 변호사,조준희 변호사,이용훈 전 대법관 등 법조인 출신이 거론되지만 법조인 출신을 감사원장으로 시키는 데 대한 부담감도 있다.교수출신 중에는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고,법조인 출신은 정책감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료출신이 대안으로 거론된다.관료출신으로는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곽태헌기자 tiger@
  • “개정판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자요”/‘한국민법학 태두’ 곽윤직 前서울법대 교수

    ‘한국민법학의 태두’에서 ‘곽서(郭書)’까지. 후암(厚巖) 곽윤직(郭潤直·78) 전 서울법대 교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바로 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내놓은 ‘민법총칙’,‘물권법’,‘채권총론’,‘채권각론’ 등 민법강의 시리즈의 탁월함이다.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하다 요즘에는 간단히 ‘곽서’로 불린다. ●저서 ‘민법시리즈' 사시준비생 바이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으로 찾아갔다.현관에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가 먼저 반긴다.뒤따라 나온 곽 전 교수는 “저렇게 클 줄 몰랐는데…”라며 웃는다.자녀들이 다 분가해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5년 전쯤 종자도 잘 모르고 새끼를 받아왔다고 한다.집안의 첫 느낌은 낡았다는 것이다.겸연쩍게 말을 붙이자 별일 아니라는 듯 40년된 집이란다.체면도 생각해서 널찍한 아파트로 옮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살다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익었어요.이사가면 흐트러지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도 명절 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덕에 적적하지는 않다고 한다.자주 찾아오는 제자들 이름을 물어보니 서성 전 대법관,윤재식 대법관,손지열 대법관 등 기라성 같은 법조인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주말에는 손자 7명이 찾아와 시끌벅적해진다.이제 중학생이 돼서 많이 점잖아졌다고 자랑하는 얼굴은 영락없이 이웃집 할아버지다. 2층 서재를 둘러봤다.독일·스위스 민법 전집을 비롯해 판례공보 등 각종 잡지들이 빼곡히 차 있다.깔끔하게 정리된 가운데서도 고서점 같은 묵은 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장을 보니 외국서적은 개정판마다 구입한 책도 여러 권 된다.“꼭 필요한데 웬만한 대학도서관에도 없어요.개정판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기는데….” ●이공계 원했지만 낙방후 법학공부 1층 응접실로 내려와 근황을 물었다.곽 전 교수는 요즘도 ‘곽서’를 개정하느라 바쁘다.개정판을 11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강행군 중이다.전날 상속법 부분을 연구하느라 새벽 4시까지 책을 뒤적였다.현역시절처럼 새벽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단다.밤늦게 책을 보다 보니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난다.식사는 오후 1시쯤,밤 10시쯤 두번이다.이런 습관 때문에 담배도 여전히 하루 1갑이다.“줄인다고 줄인 게 1갑이에요.나 같은 사람에게 담배는 밤의 벗이지.” 건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전화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듯 했기 때문이다.“그때는 저녁시간이어서 의치를 빼고 있어서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건강을 위해 별달리 관리하는 것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한다.육류를 피하고 된장 같은 우리 음식이나 야채,생선을 즐긴다.암으로 오진받아 위절제 수술받은 것 빼고는 병원에 간 일도 별로 없다.한때 골프와 바둑을 즐겨 했다.그러나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골프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다녔고 바둑은 흥이 나는 대로 뒀다.승부에 집착하면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스스로도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태어나면 법학자는 안 되겠단다.“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추상적인 이론과 논리는 골치가 아파서….” 이 때문인지 자녀 가운데 법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1남3녀를 뒀는데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곽 전 교수와 민법학의 인연은 몇차례 고비가 있었다.일제 때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공계 공부를 하려 했다.결과는 색맹 때문에 낙방.어쩔 수 없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형법 쪽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공부하면서 민법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심을 돌렸다. 강단에 선 것도 군 제대 뒤 주변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군복무 직후 고등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사법과가 두달,행정과는 석달 남았더란다.그래도 행정과가 여유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는데 2등으로 덜컥 붙어버렸다.외교관을 권유받았지만 강의나 하겠다며 학교로 되돌아 왔다.“그때 여유가 있어 사법과를 보거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르겠죠.” 강의는 ‘악명’높았다.학생들은 넘쳤지만 앞자리는 항상 텅 비었다.안 들을 수는 없고 듣자니 눈초리가 매서웠기 때문이다.학점도 박했다.“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지요.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질문수준이그것 밖에 안 되느냐고 야단치고….미워했던 학생들 많았을 겁니다.” ●“학점 짜게줘 미워하는 학생들 많았죠” 곽 전 교수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은 고 김증한 교수가 유일하다.김 교수 밑에서 배운 독일어와 독일법은 두고두고 밑천이었다.혹독했던 김 교수의 강의 밑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그와 그의 친구 단 2명뿐이었다.그가 ‘곽서’에 매달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공부할 때는 일제가 30년대 들여놓은 법전을 봤고,강의할 때는 일본학자들 책 번역서 몇 가지가 전부인 현실이 못마땅했다.우리 손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일었다.또 우리 실정에 맞는 판례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 1977년 우리나라 최초 법학학회인 ‘민사판례연구회’를 조직했다.이 모임은 지금도 연구성과를 모아 1년에 책 한권씩 내고 있다. 문제는 교수양성체계의 부실함으로 모아졌다.“일본만 해도 대학 졸업 뒤 3년간 조수로 공부하고 나면 15년간 조교수 생활을 거칩니다.이 과정을 끝내야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맡고 학생을 지도합니다.적어도 18년간의 수련과정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는 책을 쓰면 내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스위스식 교재가 우리에게 적합해요.학생들을 위한 개괄적인 책과 실무자·전문가를 위한 세부적인 책,이 두 종류면 됩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한가보다.“요즘 사람들 두껍거나 한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너무 싫어해요.” ●“대법관 인원 더 늘려야 합니다” 논란이 됐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사법개혁에 대해 물었다.전혀 다른 개혁을 얘기했다.“대법관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독일만 해도 대법관격인 최고재판소 판사가 150명입니다.각기 전문분야별로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합의부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로서의 수련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구성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 법관이래야 2000명 안팎입니다.10년차 이상이라면 이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봐야 합니다.오히려 지금 같은 시스템이 철저한 능력에 의한 인사입니다.” 부인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곽 전 교수는 “늙은이 얘기 너무 쓰지 말라.”며 다시 2층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
  • “현정부 우왕좌왕… 정치권은 무기력”/徐晟 대법관 퇴임 ‘쓴소리’

    “법조인 대통령 탄생으로 국민들과 더불어 큰 기대에 찼지만,현실은 실망스럽습니다.” 11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8일 서울지법 대회의실에서 퇴임강연회를 연 서성(사진) 대법관이 노무현 정부와 후배 법관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35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는 서 대법관은 ‘법원을 떠나며’란 연설문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하고,정치권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면서 “우리 사회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가 ‘동네북’이 되고 있지만,사법부가 흔들리는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법관은 지난달 ‘대법관 인사파문’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그는 “언론들이 사법부가 앞으로 서열 인사를 하지 않을 것처럼 보도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대법관은 재판실무 담당자이기에 현직 법관 중에서 고르는 것도,실무에 능한 사람을 우선 제청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이다.그는 “대법관이 될 만한 연령층의 변호사는 거의 모두가 판사나 검사가 싫어 떠난 사람들”이라면서 “대법관 절반이 변호사 출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찬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연명의견서를 제출한 소장판사들을 겨냥한 듯 “이번 파문엔 부추기는 세력도 있고,내부서 흠집을 내는 법관도 있었다.”면서 “소수에 부화뇌동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간접 비판했다.이어 “개혁과 변화는 필요하지만 억지를 부려 순리를 거슬러선 안된다.”면서 “목소리가 크다고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후배 법관과 법원직원 100여명이 모인 이날 강연회에서 서 대법관은 “일부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 법관의 성향과 출신지역에 따라 유·무죄와 양형이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법관만이라도 망국적인 ‘연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사법개혁” 열띤 변호사대회/ “대법관 인사제도 혁신을”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변호사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열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대회에는 당초 최종영 대법원장과 대법관제청자문위를 탈퇴해 사법파문의 단초를 연 강금실 법무부장관,박재승 변협 회장이 모두 한 자리에 앉게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강 장관은 화물운송거부 대책을 논의하느라 불참했다.행사주최측인 박 변협 회장은 오전 9시30분쯤 대회장에 도착한 최 대법원장을 귀빈실로 영접,한동안 나란히 소파에 앉았으나 서로 시선을 피하는 듯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최 대법원장은 축사한 뒤 박 변협회장이 기조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자리를 떠났다. 박 변협회장은 ‘사법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사법부의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대법관상을 확립하고,재조·재야·기수 등에 구애받지 말고 대법관을 선발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이 대법관 제청 파문과 관련,후보제청 자문위원회를 사퇴한 배경을 소상히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바람직한 대법관 상에 대한 근본적 논의없이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운영방식의 폐쇄성 때문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운영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회의엔 참여했지만,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이란 주장만 되풀이해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대법원의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자문위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던 대법원이 며칠 만에 ‘사법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돌아선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그는 “사법개혁이 국민의 뜻에 합당하게 추진되도록 협조,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대법원장은 축사에서 “국민의 사법개혁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법관 인사제도,국민의 사법참여 등 개혁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법무장관은 정상명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법률의 적용과정에 국민을 두루참여시켜 법률을 법률가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감사원 조기경보체제로 바꾼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50세의 젊은 감사원장을 지명,다시한번 ‘인사 모험’에 나섰다.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사후적발 위주의 감사활동을 ‘조기경보체제’로 바꾸는 것이다.공직감사 체제의 일대 변화를 주자는 구상이다.두번째는 감사원의 자체 수술이다. 노 대통령은 다음달 28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남 감사원장의 후임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를 내정했다.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윤 내정자는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진보성향의 학자다.인수위원 시절 ‘감사원 운영개혁팀’을 주도하면서 감사원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관련기사 6면 노 대통령은 취임초 강도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행자부와 법무부 장관에 ‘40대’인 김두관·강금실 장관을 임명했다.‘발탁인사’를 통해 개혁드라이브를 걸자는 구상이었다.같은 맥락에서 학자출신인 50대 젊은 감사원장의 내정은 감사원의 자체개혁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법조인 감사원장’기용 관행도 무시했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저서 등을 통해 감사원의 행정고시 출신자 인원충원이 낡은 방식임을 지적하면서 “사회학자·자연과학자·통계학자·심리학자·정보통신전문가·변호사·약사·의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합한 연구기관이자 평가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감사원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관문제를 적극 제기해 왔다.대통령직속의 정부혁신위원회는 적발중심의 감사에서,직무감사 등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등 감사원 조직·인사·활동의 대대적 개편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감사원은 그동안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지만 ‘윤성식 체제’에서는 정책의 방향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윤 내정자는 “인수위 시절 김병준 정부혁신위원장 등과 함께 제시했던 의견”이라면서 “국회 청문회에서 젊은 감사원장으로서의 포부뿐 아니라 감사원 개혁방안까지 다 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
  • “법조인 양심과 용기가 가장 중요”한국법률문화상 유현석 변호사

    “인권을 옹호하려 노력만 했지 결실은 없었어.느닷없이 상을 준다고 하니 참….” 25일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한국법률문화상을 받은 유현석(사진·76)변호사는 다소 쑥스러운듯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박종철·강경대 사망사건,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권인숙양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 등 수없이 많은 공안사건 변론을 맡았던 국내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그는 “별로 인권 사건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면서 “과거 우리나라는 인권변호사가 좌절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구속기소된 변호사,신부들을 변론하러 내려갔지.나 말고는 아무도 없더라고.서슬퍼런 군사독재시절에 군사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게 정신나간 짓이지.그때도 졌어.내 맘대로 된 적이 없다니까.” 그래도 유 변호사는 지난 88년 조선대 총장이던 이돈명 변호사를 ‘성공적’으로 변론한 경험이 있다.당시 이돈명 총장은 학교운영비를 부당하게 사용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시위중 다리를 크게 다친 학생에게 학교운영비에서 치료비를 제공했는데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장시간 변론 끝에 이 총장이 취임 전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무죄를 이끌어 냈다. 50여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법조인의 덕목을 물었다.그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사법정에서 발표한 최후진술을 꺼냈다. “법조인에겐 우선 법률 지식과 통찰력이 필요하지.다음은 권력과 돈에 흔들리지 않을 양심이야.사법시험을 통과했고 대부분 타고난 천성이 맑으니 여기까진 문제없어.마지막 한가지가 제일 중요해.관행과 판례를 뒤집더라도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최근 대법관 제청 파문과 관련,유 변호사는 대법관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사법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조금씩 고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에 대해선 열변을 토했다.“대법원이 판결을 잘못하면 고칠 수가 없어.똑같은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올 때까지 몇년이고 기다려야 하는 거야.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거지.” 정은주기자
  • 공안검사 금녀의 벽 깨지다

    검찰내 대표적인 금녀(禁女) 구역인 서울지검 공안부에 최초의 여성 공안 검사가 탄생하게 됐다.여검사들은 가정폭력 여성문제 등 일부분야에 국한돼 있으며,공안부 등 주요부서에는 지금껏 배치되지 못했다.이에 따라 여성법조인 사이에서는 여성 경찰서장,여군 지휘관 등 금녀의 영역에 속속 여성이 진출하는 반면 검찰에서는 제한돼 있는 상황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분위기를 보여왔다. 서울지검은 25일 공판부 서인선(사진·30·여) 검사를 노동·학원 문제를 다루는 공안2부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최종 확정,27일자로 정식 발령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사는 서영제 서울지검장이 ‘부드러운 공안’이라는 공안정책의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이뤄진 발탁 인사로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지난 22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이후 첫 여성 공안 검사의 탄생은 기존 공안부의 수사 패턴과 공안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과거 정권 유지의 도구로 인식되던 공안부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기존의 딱딱하고 보수적인 공안부의 이미지에서 탈피,검찰내 여검사의 진출을 적극 보장하고 공안 업무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성 검사의 공안부 배치는 한총련 처리와 노동문제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변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법대를 졸업한 서 검사는 사시 41회로 지난 2002년 임관해 서울지검 소년부에서 여성범죄를 전담했다. 서 검사는 현 MBC 미술감독인 서정남씨의 2남1녀 중 둘째이며 백부인 서정옥씨는 충북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충청일보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평소 ‘생각하는 인간으로 행동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생각하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서 검사는 “여성도 업무 수행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2년 여성 검사 2명이 처음 임관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88명의 여검사가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조희진 검사가 고검 검사로 발령받아 여검사 가운데 첫 간부급 검사가 됐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고시생이라고 공부만 하나요”/ 고시촌 신종 술집 ‘고시바’ 성업

    고시학원·고시서점·고시원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틈바구니에 신종 유흥업소가 들어서고 있다.고시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고시 바’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 두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여개가 들어서면서 고시촌의 새로운 업종으로 등장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 고시 바는 비교적 싼 값의 술값으로 여성 종업원과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에 고시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국산 맥주 한 병에 4000원부터 외제 맥주 1만원까지 다양하고 안주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고시 바에 들어서면 길다랗게 마련된 바 안쪽에 많게는 10여명의 여성종업원들이 있다.고시생들은 이들 가운데 한 명과 마주 앉아 술을 한 잔 하면서 대화를 한다.말벗이 없는 고시생들이어서 술보다는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외로움을 달랜다.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31)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보면 과음을 하게 되지만,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경우 이곳을 찾으면 기분전환이 된다.”며 “혼자 고시 바를 찾아도대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고시생들 사이에서는 예비법조인의 술집이라는 뜻에서 ‘PJ 바’(Prospective Judge Bar)로 부르기도 한다.R바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22·여)씨는 “고시 바를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혼자 오는 경우”라면서 “고민을 들어주거나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스트레스도 풀어 주기 때문에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절제가 중요” 하지만 고시 바를 찾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시험공부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있다.명모(29)씨는 “사법 1차시험에 합격한 뒤 이곳을 거의 매일 찾다가 결국 2차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경우도 주변에서는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같은 곳을 찾는 것도 좋지만 자기절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종업원의 자격은 미모보다는 고시생의 말동무로서 적합한 말솜씨다.P바에서 ‘바짱’(바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의 책임자)으로 일하는 노모(22·여)씨는 “면접 과정에서는 외모 못지 않게 말솜씨가 채용 여부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라면서 “일도 어렵지 않고,보수도 괜찮기 때문에 지원자도 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고시 바의 여성종업원들은 주당 6일을 근무하는 직원과 3일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구분된다.여성종업원의 한달 월급은 120만원,아르바이트생 60만원 정도다.노씨는 “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일부 직장인들도 일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시공부를 하는 여성수험생이 수험비용 마련을 위해 일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장세훈기자
  • 역대정부 688명 임명 분석/차관, 관료 늘고 정치인 줄어

    정부부처 차관중 관료출신의 비율이 정권을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정치인과 기업인,금융인 출신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대와 영남 출신이 평균적으로 강세를 보였고,차관의 초임 연령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으나 재임기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같은 사실은 경상대 박사과정(행정학)의 민병익씨가 정부수립이후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차관 688명의 경력과 학력,출신지역,재임기간 등을 분석한 논문 ‘우리나라 역대정부 차관의 임용특성 및 재임기간 분석’에서 밝혀졌다. 경력별로는 관료 출신이 413명(61.8%)으로 가장 많고 교수·연구원이 64명(9.6%),법조인 61명(9.1%),군인 48명(7.2%),정치인 32명(4.8%),언론인 20명(3.0%) 순이다. 출신 부처별로는 재무부가 55명(13.3%)으로 으뜸을 차지했고,옛 내무부 52명(12.6%),경제기획원 48명(11.6%),외교부 39명(9.4%) 순으로 나타났다.관료 출신의 임명비율이 낮은 부처는 해양수산부 1명(0.2%),환경부 5명(1.2%),통일부 5명(1.2%),노동부 7명(1.7%) 등이다. 출신 대학별로는 예상대로 서울대가 320명(4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고려대가 46명(6.9%),연세대 38명(5.7%),육사 37명(5.6%),지방대 32명(4.8%) 등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영남이 211명(31.8%)으로 우세를 보였고 경인 133명(20.0%),충청 100명(15.1%),호남 93명(14.0%) 순으로 나타났다.특히 문민정부 때 영남 38.0%(30명),호남 13.9%(11명)이던 두 지역간 임명비율이 국민의 정부들어 영남 17명(21.3%),호남 22명(27.5%)으로 완전 역전됐다. 차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16.3개월,초임 연령은 48.5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락기자
  • 후보 3인+6인 면면 / 대법관 제청파동… 인선 키워드 뭘까 재판능력? 판결성향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은 후보들의 성향이다.연공·서열에 따른 후보 3명과 대한변협과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후보들의 판결 경향과 과거 행적을 살펴본다. ●대법원장 추천 후보 최종영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는 이근웅 대전고법원장(55·사시 10회),김용담 광주고법원장(56·〃 11회),김동건 서울지법원장(57·〃 11회) 등 3명이다.재판수행 능력이 앞선다는 현역 법원장들이다. 김동건 원장은 최근 판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받지 않도록 지시했다.외환위기 당시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가 임용이 안된 경우에도 해고로 봐야 한다는 법이론를 세웠다.91년 사노맹 사건의 박노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박씨가 운영하는 나눔문화네트워크 회원이다. 김용담 원장은 사회변화를 적극 반영하는 판결로 유명하다.사회의 변화에 맞는 법논리를 개발하는데 노력했다.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상사 질책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돌연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목받았다.그러나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보안관찰 처분취소 소송을 2년간 끌다 각하결정을 내려 “민감한 재판을 피해가려 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근웅 원장은 합리적인 재판진행으로 승복도가 높다는 평이다.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불구속재판’원칙을 고수,보석허가율을 상당히 높였다.또 계좌추적 압수영장 발부를 엄격히 제한,검찰의 무제한적 계좌추적에 제동을 걸었다.그러나 이들 3인이 과거에 소수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린 사실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재야에서도 이런 점을 문제삼고 있다. ●대한변협·시민단체 추천 후보 박원순 변호사(47·사시 22회)와 최병모 변호사(53·〃 16회)는 재야를 대표해 추천됐다.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51·〃 21회)와 이홍훈 법원도서관장(57·〃 14회)은 재조를,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53·〃 17회)와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47·〃 20회)는 여성을 대표해 추천됐다. 최병모 변호사는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장,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맡아 인권과 환경운동에 앞장서 왔다.현재도 민변회장으로서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데 기여하고 있다.형사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승소하고,무죄 혹은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는 구속피고인의 즉시 석방에 관한 제도개선에 기여했다.그러나 재조경험이 적어 대법관으로서의 재판수행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다. 박시환 부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심사를 받지 못한 피고인을 직권으로 석방한 바 있다.또 종교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 문제에서도 현행 병역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인사제도 개선과 관련해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법원개혁에 앞장서 왔다.일부 법조인은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전효숙 부장은 소액주주소송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부실경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을 입힌 은행장과 임원 등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첫 승소사례를 남긴 바 있다.또 부동산 경매 때 법원이 이해관계인 등에게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본 경우 국가기관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chungsik@
  • 법조인·교수가 말하는 ‘사법파동’ 해법/평판사 의견반영 제도화 검토를

    대법관 선임을 둘러싼 보혁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법조계나 학계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현직 판사와 변호사,법학교수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견해와 해결방안을 들어보았다. ★질문 순서=1.대법관 선임방식에 대한 견해는 2.현재의 사태를 해결하려면 3.근본 대안은? -소재선(蘇在先·경희대 법학과 교수) 1.현행 방식에 문제가 없다.대법원장이 계통을 밟아 후보 판사의 경력을 고려해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것이다.젊었을 때부터 수많은 판결을 주도하면서 철저하게 검증을 받은 후보자들이다.또 대법관 임명은 당연히 사법부 내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삼권분립의 의미가 무엇인가. 2.현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대법원장이 추천한 인물을 놓고 대법관 후보 제청 자문위가 토론해 대통령이 임명 동의하면 된다.지금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물의 이력을 살펴봐라.무조건 연공서열로 정하지 않았다.오히려 젊었을 때부터 개혁적인 성향으로 판결을 내린 후보자도 많다. 3.일부 판사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대법관이 뽑히면,차라리 안티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판결은 검증받지 않은 젊은 사람이 주도할 문제가 아니다.판결은 신중해야 한다.대법관은 대법원장이 뽑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대법원장이 실력 있는 사람을 가려냈으면 그에 맞게 따르는 것이면 충분하다. - 김형진(金炯辰·변호사) 1.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한은 고유 권한이다.대법원장은 자신의 권한 내에서 제청하는 것이다.대법원장에게 특정 후보의 제청 등을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물론 다양한 견해를 가진 대법관이 임명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은 있다.문제가 있다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먼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2.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자문위에서 제시한 인물들이 개혁적이거나 대법관 자질이 있는지는 좀더 따져봐야 한다.그런 측면에서 평판사 회의 등을 갖고 어떤 인물이 좋은지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변협에서도 진정으로 전국 변호사들의 의견을 담아 후보군을 선정해 제시하는 것도 방법중 하나다. 3.앞으로 로스쿨 체제로 간다면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법관 인사의 문제점은 상당부분 해소된다.자문위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검찰처럼 심의기구화하는 것과,외부인사 대폭 확충 등이다.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경륜등 재판능력 우선” - 손지호(孫志晧·대법원 공보관) 1.미국 연방대법원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기능을 합쳐놓은 것이다.사건 처리는 연간 100여건 안팎에 불과하다.인종대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의 다양한 성별·인종·성향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따로 있고 연간 2만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과 경륜을 충분히 갖춘 재판처리 능력이 우선시된다. 2.법관들은 이번 인선을 이해해주길 바란다.외부 인사들이 사퇴한 상황에서 법원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하는 것은 상당히 우려가 된다.대법원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3.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가 있고,최대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대법원 사건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경우 대법관 인선에 있어 성향·성별 등이 고려될 수 있다.시기의 차이일 뿐 여성 대법관이배출될 것으로 본다.이번에 인선이 안됐다는 결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김갑배(金甲培·변호사) 1.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운영방식은 바뀌어야 한다.현재는 자문위에서 어떤 의견을 내놓든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3명을 추천해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다.진보 인사가 제청되도록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2.자문위가 후보 3명을 추천해 대법원장이 1명을 제청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소장 법관들이나 재야 변호사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다.자문위에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하고,심의기구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3.근본적으로는 법관 선발방식을 바꾸어야 하다.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모두 변호사로 근무토록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경력 변호사 가운데 법관을 선발하는 것이다.대법관 선발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충원될 수 있도록 심의기구 성격의 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한 뒤 대법원장이 제청,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사회적 소수 대변방법 찾아야” - 박상훈(朴尙勳·전주지법 정읍지원장) 1.진보 인사가 대법관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여성,장애인,사회적 소수가 많이 진출해야 한다.법관은 태생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지나치면 퇴행적이 되고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진정한 보수는 사회변화를 쫓으며 이끌어주어야 한다.보수가 있으면 진보도 필요하다. 2.사법부에도 민주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황이다.세대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하지만 상층부가 모든 논의를 독점하는 것은 잘못이다.소장판사의 연판장은 당연한 과정이고 사법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3.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헌법에 보장된 것이다.그것을 고치자는 것은 무리하는 감이 있다.자문위보다 나아가 법관추천회의를 만드는 등 제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유신시대 이전에 있었던 추천회의를 부활시켜 광범위한 사람들 중에서 대법관 인사를 결정해야 한다. - 이경주(李京柱·인하대 법학과 교수) 1.사시 기수에 따라 대법관을 뽑는 것이 문제다.현 제도는 각계의 인사가 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의 의견이나 인권친화적인 판결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법원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도록 연공서열을 배제하고,재야의 변호사와 교수,시민단체 추천인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우연의 일치이지만 노무현 정권 때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대법관 중 대부분이 임기가 종료된다.헌법재판소의 재판관도 대부분 새로 뽑게 돼 있다.법원 역사상 이렇게 민주적인 호기는 없었다.생각있는 판사들이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뜻을 같이하는 판사들이 힘을 모아 대법관 1,2명이라도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겠다. 3.대법관도 소수의 의견을 대변할 사람을 뽑는 시대가 왔다.무엇보다 고법부장판사를 마치고 대부분 옷을 벗도록 하는 법관 승진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판사가 후에 변호사로 개업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늘 소신있게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관 승진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강충식 안동환 박지연기자 chungsik@
  • 대법관인사 반발 ‘연판장’

    대법관 선임 방식에 반발,현직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소장 법관들이 대법원장에게 후보를 다시 낼 것을 건의하는 ‘이메일 연판장’을 제출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9면 서울지법 박시환(사진·50·사시21회) 부장판사는 13일 서울지법원장에게 사직서를 냈다. 박 부장판사는 ‘사직의 변’을 통해 “이번 새 대법관 선임 내용은 종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면서 “사법부의 변신을 간절히 기다려 온 국민과 대다수 법관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밝혔다.지금까지 대법관 인선방식 등에 관해 수차례 의견을 올렸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사직서’란 강한 의사표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40·사시33회) 판사 등 3명이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 제목의 의견서를 올렸다.이 판사 등은 “현재까지 진행된 대법관 인선 과정은 우리의 기대를 외면하고,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절하게 했다.”면서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했다.이어 “대법원이 지나치게 동일한 연령·배경·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구성,수직적인 관료구조를 과도하게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사회적 소수를 적극 고려하기 위해 보다 폭넓고 다양한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국 법관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이메일 연판장’을 보내 100여명의 동의를 받아 14일중 ‘연명의견서’를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원 제청은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이라면서 “법조계는 물론 사회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제청 후보를 선정한 것”이라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
  • [사설]개혁 외면한 ‘대법관 선임’ 파문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제청을 위한 자문위원회에서 위원 2 명이 중도 사퇴하고 대법원장의 후보 제청 내용에 반발한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사법 사상 초유의 파문이 일고 있다.우리는 자문위원 중 현직 법무부장관과 후보를 공개 추천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고,재야 단체로부터 후보로 추천된 현직 판사가 자신이 배제된 인선 내용에 반발한 것이 전적으로 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러나 이번 파문은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대법관직을 사법시험 기수와 서열에 따른 관료적 승진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하는 기존 관행을 되풀이한 대법원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분출된 개혁 요구는 사법부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대법원도 이에 부응해 법관 인사 및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일반 시민의 사법 참여 방안 등 개혁안을 내놓았으며,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설치도 그 구체적 결실의 하나였다.그러나 막상 후보 추천 결과는 대한변협이나 시민단체,학계 등이 요구해온 개혁성이나 여성 등의 대표성을 따져볼 여지조차 없는 철저한 서열 위주,법원 중심 인선이었고 자문위의 역할은 너무나 제한적으로 한정됐다. 대법관 구성에 대한 다양한 가치 반영 요구와 시민단체 등의 후보 공개 추천은 우리 대법관 제도의 특수성과 사법부의 독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그러나 사법부도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국가기관인 만큼 국민의 여망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의무가 있다.사법부는 유례없이 쏟아지고 있는 국민의 관심과 애정에 개혁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기간동안 대법관 14명중 13명의 임기가 끝나 새로 선임된다.대법원은 추천제도의 다양화,자문위의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신뢰받는 정의와 양심의 보루로서 위상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여성 대법관 정말 나올까

    12일 신임 대법관 제청을 위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열리게 됨에 따라 헌정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대법원장의 주문에 따라 여성 대법관 후보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법조인은 이영애 서울고법(사시 13회)·전효숙 서울고법(〃 17회)·전수안 서울고법(〃 18회)·김영란 대전고법(〃 20회) 부장판사 등 4명이다. 이영애 부장판사는 서울법대 수석졸업,사시 수석합격자로 88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95년 여성판사로는 처음으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로 임용되는 등 여성 판사의 ‘맏언니’격이다. 이화여대 법대 출신인 전효숙 부장판사는 남편인 이태운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같이 일하는 부부판사다.전수안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김영란 부장판사는 전 청소년보호위원장 강지원 변호사의 부인이며 동생도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는 법조인 가족이다. 대법원장에 의해 이들이 여성 대법관으로 제청될 경우,최근 일고 있는 사법개혁 주장에 부응할 수 있고 법원 내부적으로 기수파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그러나 제청자문위의 의견은 단순한 의견 개진에 그치는데다 자문위의 인적 구성도 전 대법원장,수석 대법관 등으로 이뤄져 있어 혁신적인 제청안은 나오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태성기자 cho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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