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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커 김홍수씨 수첩 조작 의혹”

    법원이 법조브로커 김홍수(58·구속)씨의 진술과 김씨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성원)는 3일 김홍수씨로부터 하이닉스 주식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와 관련해 유일한 직접적 증거인 김홍수씨의 진술과 수첩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김홍수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초기에는 피고인에게 돈을 준 내역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고 수첩도 언급을 하지 않다가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술이 구체화되고 수첩이 압수됐는데 이는 기억에 의한 진술이라고 보기에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재판부는 “김홍수씨의 수첩도 6개월 동안 거의 같은 필체로 기재돼 있고 경마장에서 수표를 바꿨다고 한 날에는 경주가 열리지 않았다. 수첩 내용은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홍수씨의 수첩에는 사건청탁과 관련해 어느 법조인들을 만나 얼마를 건넸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어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와 전직 부장검사, 현직 검사 등을 기소했다. 당사자들이 강력히 부인하는 가운데 김홍수씨의 진술·수첩은 검찰의 ‘배수진’이나 다름없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7급 필기합격자 25% 면접서 거른다

    7급 필기합격자 25% 면접서 거른다

    최근 채용 시험의 키워드는 면접이다. 면접 시험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필기시험 성적이나 조직 적응력보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면접관의 눈과 귀로 인재를 걸러내는 면접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채용 시험도 예외가 아니다.7급 공채의 면접에서는 필기 합격자의 25% 정도를 걸러낸다. 사법시험 면접도 윤리적 자질을 측정하는 심층면접이 추가된다. 필기 못지않은 새로운 난관이 등장한 셈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 공채 면접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지는 7급 공채 면접은 시험 시간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났다.2004년 이전에는 7분에 불과했던 면접 시간은 지난해 20분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30분으로 늘었다. 면접에서 걸러내는 숫자도 많아졌다. 올해 최종 선발인원은 1092명이다. 하지만 면접에 응시하는 필기시험 합격자는 128%에 육박하는 1394명이다. 무려 302명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년에는 110% 이하였던 만큼 면접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다. 내용도 까다로워졌다.▲공무원으로서의 정신 자세 ▲전문성 ▲의사소통 역량 ▲성실성 ▲발전 가능성 등 다섯 가지 요소를 묻는 심층 문항이 제시된다. 여기에 면접 직전에 제시받은 주제에 대해 10분 정도 발표해야 한다. 면접 절차와 질문 및 평가 기준을 직무 관련 역량 위주로 표준화하고, 민간 전문가의 면접 참여도 확대됐다. 새달 4일부터 8일까지 치러지는 5급 행정고시의 면접 시간은 40분이다.10분에서 40분으로 지난해 크게 늘어난 이후 외형적인 변화는 없지만 자질 평가가 강화된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PSAT(공직적격성검사)의 도입 취지처럼 암기력이 아닌 문제 해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적 사고력을 주로 측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인성·자질 갖췄는지 평가 사법시험 3차는 심층면접이 추가되는 등 크게 강화된다. 그동안 사시 면접은 통과의례에 가까웠다. 최근 10년 동안 탈락자가 1명에 그쳤다. 그러나 법조비리 사태 등으로 법조인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면접이 중요해졌다. 법무부는 일단 3명의 면접위원으로 이루어진 1차 면접조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응시자를 대상으로 5명의 위원이 심층면접을 실시해 법조인에 적합한 인성과 자질을 갖췄는지 다시 평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탈락자가 대거 속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예년의 최종 합격자는 1000명 수준. 하지만 올해 2차 합격자는 1002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층면접은 수험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장치”라면서 “수험생들에게 ‘어떤 법조인이 될 것인가.’라는 등의 고민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음달 5일부터 사흘동안 진행되는 서울시 지방직 7·9급 면접은 지난해 시범 실시됐던 영어 면접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자기 관리 계획 등을 영어로 발표하면 면접관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책꽂이]

    ●어느 저널리스트의 죽음(손석춘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튀틀린 우리 시대 저널리즘의 현실을 조목조목 따졌다.‘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인 저자는 메이저 신문의 사설 등을 텍스트로 삼아 ‘밖으로부터 왜곡의 저널리즘’과 ‘위로부터 배제의 저널리즘’이란 측면에서 비판한다. 저자는 미국의 보수적 칼럼니스트인 매기 갤러거의 “나는 독자를 조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세계를 내가 본 그대로 드러내고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언론인과 선동가의 차이다.”라는 말을 인용, 저널리즘이 삶의 현실과 수용자 사이의 투명한 창문이 돼야 함을 역설한다.1만원.●청중의 탄생(와타나베 히로시 지음, 윤대석 옮김, 강 펴냄) 연주가 시작되면 객석을 어둡게 하는 관행은 근대에 들어 정착된 것이다. 무대만큼이나 밝은 18세기 연주회장의 객석은 음악 감상보다는 ‘사교의 장’으로 활용됐다.“여자는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남자는 여자들을 보기 위해 연주회에 온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하이든이 시끄러운 청중들에게 ‘질려버렸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 책은 ‘청중’을 클래식 음악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천인교향곡’같은 음악은 소수의 귀족이 음악의 주소비층이었던 모차르트나 바흐 시대엔 태어날 수 없었다. 베토벤 시대 이후 수많은 부르주아들이 청중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연주자가 필요한 교향곡이 클래식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1만 2000원.●사막의 아나키스트(제임스 카할란 지음, 최충익 옮김, 달팽이출판 펴냄) 70∼80년대 미국 환경운동의 새로운 전위 에드워드 애비의 일생을 다뤘다.‘사막의 싸움닭’으로 불린 애비는 에코타지(ecotage,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인간의 개발을 물리적으로 막아내려는 환경운동가들의 행동) 옹호자들에겐 수호성인에 가까운 인물. 그는 열여섯번씩이나 국립공원과 국유림을 옮겨다니며 산림경비원으로 일했다. 그의 소설 ‘몽키 렌치 갱’과 에세이 ‘사막의 은둔자’는 지금도 꾸준히 읽힌다.1만 2800원.●성학집요(이이 지음, 최영갑 풀어씀, 풀빛 펴냄) 율곡 이이가 40세가 되던 해에 선조 임금이 성군이 되기를 바라며 올린 책. 통설·수기(修己)·정가(正家)·위정(爲政)·성현도통 등 다섯 편으로 이뤄졌다.‘대학’의 3강령과 8조목 체계에 맞춰 율곡 자신의 해설을 덧붙인 성리학 해설서다. 성리학은 성명(性命)과 이기(理氣)에 대한 학문으로 “인간의 본성이 곧 하늘의 이치(性卽理也)”라고 하는 말을 축약해 만든 용어다.9000원.●2006년판 한국법조인대관(법률신문사 펴냄) 판사, 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사법연수생, 군법무관까지 1만 5000여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법조인을 총망라한 법조인명록.56년 전통의 법조 전문지인 법률신문사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3년마다 증보판이 발간되고 있다.26만원.
  • [한나라 빅3, 北核이후 ‘3色행보’] 朴측근 “마라톤 준비운동 기간일뿐…”

    최근 한나라당 대권주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전 시장이 상승세를, 박근혜 전 대표는 하락세를 보인다. 특히 북한 핵실험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23일 “개의치 않는다.”면서 “42.195㎞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준비운동에 집중할 때인데 100m 달리기를 하며 과도한 조기 대선행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이 전 시장에 비해 대외 활동을 자제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란 것이다. 박 전 대표도 평소 지론대로 “흐름이 있다는 것만 참고하면 된다.”고 할 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의 상승세가 뚜렷해 보인다. 교수·법조인 등 전문가 1000명을 상대로 한 시사저널 조사에선 이 전 시장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30.2%)를 기록한 반면 박 전 대표는 8.9%에 그쳤다. 한길리서치의 18일 대의원 조사에선 박 전 대표의 당원 지지율이 37.0%, 이 전 시장은 35.0%로 별 차이가 없었다. 석달 전 조사에선 박 전 대표가 51.8%를 기록, 이 전 시장의 27.5%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최협의 설’ 헌재로

    유명 프로농구 선수의 10대 팬클럽 회장 성폭행 고소사건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극도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성폭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법당국의 ‘최협의(最狹義)’설 중시 관행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술 취한 10대에게 반항하지 않았다고….” 이 사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술에 취한 10대가 적극적인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행복추구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프로농구 선수 A씨는 2003년 차 안에서 B양을 성폭행했다며 2004년 말 고소됐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같은 해 9월 서울고검도 원고측의 항고를 기각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원주지청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지 워낙 오래 지나서 고소돼 증거가 불충분했고 당사자간 진술도 너무나 엇갈려 판단이 힘들었다.”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헌소에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검찰은 상대가 10대라는 사실을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으면 성폭행이 아니라는 해석을 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면서 “성폭행 사건 이후 1년간 B양을 성적으로 착취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지난 7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대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도 진행 중 대책위는 “검찰이 설사 A씨를 기소했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1,2심에서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고도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은 폭력이나 협박을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 곤란의 유형력’으로 해석하는 최협의설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 여성이 극도로 저항하면 강간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성폭행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돼 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7월부터 ‘대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법조인들에게 관련 자료집을 지속적으로 발송하는 등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경 소장은 “이 사건 역시 최협의설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청소년 보호뿐만 아니라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대법원 “최협의설 적용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측은 “법원이 강간죄의 항거불능을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효제 서울중앙지검 형사공보담당 판사는 “강간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법원은 이를 침해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상태가 술을 마셨거나 정신적으로 부족하다면 폭행이 미약하더라도 항거 불능 상태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4년 8월 미 여군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한 택시운전사 임모(49)씨의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던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임씨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지만 피해 여성이 저항할 경우 더 큰 피해가 있을 것임을 우려해 저항을 포기했다고 해도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또 다른 대법원 관계자는 “강간죄의 판결이 예전보다 전향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단체 등에서 보기에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나길회 김효섭기자 kkirina@seoul.co.kr
  • [20&30] 낮에는 직장인 - 밤에는 고시생 “난 이중생활자”

    [20&30] 낮에는 직장인 - 밤에는 고시생 “난 이중생활자”

    고시원이나 학원가에 가면 변호사·의사 등 안정된 전문직을 노크하는 20,30대 직장인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현재의 일터를 떠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는 늦깎이 수험생들이다.‘평생 직장’이 깨진 시대, 경제력과 안정성, 사회적 지위를 찾아 모험을 감행하는 2030세대들을 만나봤다. 지난 12일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명단에서 친구의 이름을 발견한 직장인 박모(30)씨. 법대를 다니며 판사를 꿈꿨던 시절을 떠올리며 ‘만약 그때 고시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상념에 잠겼다. 그는 이튿날 다소 충동적으로 인터넷 로스쿨 준비 카페에 가입했다. 이른바 ‘사’자로 끝나는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이 되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형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치의학 교육입문검사 응시자의 23%가 30대 이상이었다.4명 중 1명꼴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남 몰래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장을 아예 그만두고 나서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 제2의 삶을 꿈꾸며 ‘눈칫밥’ 공부에 여념이 없는 20,30대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더 높은 지위를 향해 ‘한 방’ 윤모(31)씨는 지난해 최고급 연봉을 자랑하는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대입학원 강사로 직장을 옮겼다.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위해서였다. 그는 술 못 마신다는 소리 듣는 것 외에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었지만 ‘한 방’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대학 때부터 회계사 공부를 했지만 졸업 때가 되자 현실적인 선택으로 대기업에 들어갔죠. 일은 나름대로 재미 있었고 업무 성과에 대한 평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번번이 구박을 받았어요.‘이런 것 때문에 무시를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에 울컥 했죠.” 그는 회계사 시험에 통과하면 이런 압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원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고충은 있다.“여전히 직장인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공부할 수가 없죠. 빨리 합격해야겠다는 조급함도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입니다. 그래도 젊은 날 몇 년 투자해서라도 평생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 고시는 자격증일 뿐 이미 전문직을 갖고 있는 직장인 중에도 더 높은 자리를 위해 고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거물급 회계 법인에 다니는 공인회계사 정형식(30·가명)씨는 요즘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시는 이제 자격증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판·검사 될 사람만 사시를 보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법조인을 할지 말지는 나중에 선택할 문제죠.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가지 자격증을 가진 상태에서 또 다른 자격증을 갖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지죠. 실제로 제 주위 회계사 중에서 사법시험 공부하는 사람 꽤 많습니다. 물론 회사에 내놓고 말을 하진 않지요.” 하지만 더 큰 꿈을 향한 도전은 고난을 수반한다. 회계사 일과 사법시험 공부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기는 물리적으로 거의 힘들다. 얼마 전 실적이 부진해 정씨는 다른 부서로 ‘좌천’이 됐다.“처음에는 지금의 일을 소홀히 해도 되나 싶었죠. 그렇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 위해 주말마다 스터디 2008년 도입될 로스쿨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어렵지 않게 ‘스터디 그룹’을 모집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다. 이모(27·여)씨는 “로스쿨은 사회 경력도 보기 때문에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직장 경력을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지금의 일에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어려서부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예요. 억울한 사람을 돕는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마냥 고시 공부를 할 수는 없었죠. 직장인이 된 뒤로도 가끔 그 꿈이 떠올라 한숨 쉬었는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다시 희망이 생길 것 같아요.” 그는 평일에 직장 일에 매달리고 토요일마다 스터디 모임에서 논술 등을 공부한다. 올 초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회사일에 집중이 안 되고 몸이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꼭 로스쿨이 도입돼 합격했으면 하는 바람 뿐이에요. 회사에 많이 미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평생직장 개념도 없어지고 청년실업자도 많은데 직종간 이동이 활발해져야 사회적으로도 좋은 것 아닐까요.” ●직장 그만두고 아예 올인하기도 결혼 1년차인 이희승(36·가명)씨는 올 2월 잘 다니던 무역회사에 사표를 내고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고3 때 학력고사 점수 20점이 모자라 포기했던 의사의 꿈을 더 이상 접고 살 수가 없었다.“직장과 고시를 병행하면서 합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시간을 더 버리는 것보다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시험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 편이었지만 30대 중반에 회사를 포기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4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은 겨우 12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벌어놓았던 돈은 모두 아파트 전세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그는 “내년에 실패하면 이후 생계 대책이 막막하지만 공부를 더 길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큰 맘 먹고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재희 유영규기자 s123@seoul.co.kr ■ 사시 ‘손익분기점’ 40세서 33~34세로? 늦깎이 학생들의 앞에는 과연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까. 먼저 연령제한이 없어 30대 이상 지원자가 몰리는 사법시험을 보자. 우선 고시 학원가에서 늦깎이 학생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강점은 합격에 대한 의지가 결연하고 경제력도 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서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꾸준히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평이다. 신림동 H고시학원 김영일 대리는 “벌어놓은 돈으로 3년 정도만 매달린다는 각오로 고시촌을 찾는 직장인들이 있는데 성취동기도 높고 집중력도 좋아 일반 고시생에 비해 좋은 결과가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패할 경우 잃게 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은 결정적인 핸디캡이다. 일반적으로 고시 학원가에서 추산하는 사시 합격률은 10% 정도. 언뜻 높아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 해 동안 고시에만 매달려 공부하는 사람 중에서도 10명 중 한 명만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B고시학원 관계자는 “사시가 ‘최고의 일자리’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늦깎이 학생들에게 위험부담이 높은 것은 냉엄한 현실”이라면서 “도박과 마찬가지로 잃은 게 많은 사람은 당연히 고시계를 못 떠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고시 수험가에는 사법시험의 손익분기점을 40세로 보는 통설이 있었다. 마흔살까지만 합격하면 충분히 노력에 대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 손익이 갈리는 시점이 33∼34세로 낮아졌다는 게 정설이다. 고시학원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소송대리권을 가진 법조계 인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막강했지만 현재는 과거에 비해 연봉부터 희소성까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6∼7년쯤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에는 회사원들의 도전이 이어진다. 정년이 없는 데다 사회적 권위도 높은 편이고 고수익도 보장되지만 어렵기는 사시에 못지 않다. 우선 대학원 입학 자체가 쉽지 않다. 또 대학원 입학 준비부터 의사 자격을 얻기까지 의학전문대학원은 최소 9년, 치의학전문대학원은 5년이 걸린다. 등록금 등 의사가 되는 비용도 보통 수천만원에 이른다. 공부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입학 전문학원인 서울메디컬스쿨 이구 부원장은 “최근 어렵게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도 적성이 맞지 않아 자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면서 “인류 생명의 지킴이라는 소명의식 없이 사회적 명망만 보고 의사직을 노린다면 혹독한 수련 과정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서재희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대 개교 60주년] 정치·법조인·CEO 40%가 서울대 출신

    서울대는 지난 60년 동안 20만명의 학부 졸업생과 6만명의 대학원 졸업생을 배출했다.또 1만 5000명이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줄곧 국내 최고대학의 지위를 유지해 온 만큼 사회 곳곳에 포진한 서울대 출신들은 정계·재계·관계·법조계 등 어디에서건 가장 커다랗고 영향력 있는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의 경우, 국회의원 10명 중 4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영남대가 지역구·비례대표를 통틀어 출신대학을 밝힌 당선자 293명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112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2위인 고려대(33명)의 3.4배다. 법조계 역시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최근 법률신문이 발간한 ‘2006년판 법조인대관’에 따르면 판사·검사·변호사 등 생존해 있는 법조인 1만 4832명 가운데 44%인 657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고려대는 2306명, 연세대는 1078명이었다. 월간 현대경영이 지난 4월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142명의 출신 학교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졸업자가 전체의 3분의1 수준인 49명이었다.2000년 50%,2005년 41%보다는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보여준다.2위인 고려대는 서울대의 절반 수준인 25명,3위 연세대는 17명이었다. 2005년 사법·행정·기술고시와 2006년 외무고시 합격자에서도 서울대는 통틀어 433명으로 2,3위인 고려대(214명)와 연세대(152명)와 큰 차이를 보이며 1위를 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法·檢·辯 동지의식 깨져야 마땅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잇단 발언으로 촉발된 법원·검찰·변호사단체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법조 3륜’의 기존관계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상훈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이 형사부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검찰과 변호사는 법원과 한 배를 탄 동지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아울러 “같은 연수원 출신이라고 하여 전혀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달갑지 않은 동료의식을 내세우는 표현”이라며 ‘법조 3륜’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부장판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지적한 대로, 법조인들은 물론 우리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부지불식간에 법관·검사·변호사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동료로 착각해 왔다. 그래서 법관·검사·변호사가 끼리끼리 어울려 다녀도 한 식구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묵인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의 발언은 이같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이 사회에 일깨워 주었다. 그의 말마따나 판사·검사·변호사는 사법고시 통과와 사법연수원 연수라는 공동경험을 가졌지만, 일반 동창회 회원들처럼 선·후배 따지며 패거리처럼 몰려다녀서는 안 되는 관계인 것이다. 현재 법원·검찰·변호사단체 사이에 전개되는 갈등은 더 늦기 전에 물론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법관·검사·변호사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당사자들은 이 기회에 심각히 고민하기 바란다.
  • [씨줄날줄] 공판중심주의/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을 제정한 것은 1954년이었다. 그 이전 일제 형사소송법의 예심제도를 버리고 공판중심주의로 전환한 새로운 법이었다. 그로부터 50성상이 흘러서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며칠 쏟아내니 세상이 시끄럽다. 법조계 현실이 50여년 동안 어떠했기에 이럴까. 법정의 현실은 공판중심주의가 아니라 조서재판이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재판장 등이 ‘피고인이나 증인이 (어떤 사실을) 듣고 본 적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피고인이나 증인이 검찰에서 듣고 보았다고 진술했는데 진술한 사실이 있나요.’라고 물어보고 이를 증거나 진술로 채택하는 것은 조서재판이다. 아직도 법정에서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죠.’,‘안 했죠.’라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흔히 본다. 구속영장 심사 강화와 마찬가지로 피고의 인권 보호를 위해선 피고인과 검사가 대등한 입장에 서는 공판중심주의가 이론상 타당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이론대로만 되는가. 공판중심주의에 대해선 걱정도 많다. 우선 재판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재판부를 늘려야 한다. 즉, 판사를 많이 임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로 시간에 쫓기는 판사가 진술과 증인 채택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면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최근 재경부 출신 고위 공무원 등 뇌물 수수 혐의 피고인이 9명이나 되는 재판에서는 증인이 100명 신청됐는데 40명쯤으로 제한키도 했다. 셋째로는 증인 채택, 변론 재개 등을 둘러싸고 판사가 전관예우나 친분에 따라 차등 대우를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넷째, 피해자나 목격자가 검찰 단계에서 진실을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할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법조인도 적지 않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수사 못해 먹겠다.’는 거친 말을 쏟아낸다. 설화(舌禍) 수준인 대법원장의 표현이야 유감스럽지만, 그 취지가 바른 방향이라고 한다면 법조 3륜이 우선 서두를 일은 판·검사 인력 충원이다. 판사 1인당 사건처리건수가 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공판중심주의는 구호로 끝날 수 있다. 대법원장의 다음 투쟁 대상은 ‘예산’이 됨직하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집단민원 시민들이 직접 평결

    집단민원 시민들이 직접 평결

    ‘한번에, 보다 빠르고, 공정하게’ 서울시가 20일 집단민원 배심원제 도입과 민원서류 발급기간 단축, 민원창구 단일화 등을 담은 ‘행정서비스 개선안’을 발표했다. ●시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집단 민원을 시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해결하는 ‘집단민원 배심원제도’를 11월부터 도입한다. 집단 민원이 제기되면 민간변호사를 재판관으로 하는 시민행정법정이 구성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 배심원들이 민원인과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입장을 청취한 뒤 직접 평결, 처리하는 제도다. 배심원은 법조인,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며, 평결 내용은 관련 부서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르도록 했다. 또 ‘민원 패트롤’이라는 현장기동반을 만들어 민원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적정한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기된 고충민원 3300여건 중 116건이 6회 이상 반복된 중복민원이며,100인 이상 관련 민원도 346건이나 제기됐다. ●민원해결은 보다 빠르게 민원처리도 빨라진다. 다음달부터 262종의 민원 처리기간을 5·10·20·30일 미만에서 3·7·14·20일 미만으로 각각 30% 단축한다. 복합민원도 처리단계를 대폭 축소해 건축허가의 경우 5일 이내 건축복합민원 일괄협의체를 개최해 일괄 처리한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지정도 현재 30개 부서 협의에서 필수 부서 협의로 한정하고, 주민공람과 동시에 협의를 병행한다. 이밖에 내년 1월 시청사 서소문별관 1동 1층에 ‘민원플라자’가 설치되며, 민원예약시스템을 도입해 민원인들이 대기하거나 재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휴대전화로 민원접수를 받고 처리하는 ‘모피드 시스템’을 통해 입찰·채용정보, 문화행사 등 각종 시정정보를 시민들에게 보다 빨리 전해준다. ●대표전화 120번으로 통합 운영 23개 기관별로 복잡하게 운영되는 자동응답(ARS)전화, 대표전화, 신문고 전화 등 25개 전화번호가 올해 말까지 국번없이 ‘120번’으로 통합된다. 전화 민원은 하루 4327건으로 전체 민원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된다. 각각 작성했던 장애인등록신청서와 고속도로할인카드, 장애인 자동차표지 발급신청서 등 3개 민원서식을 1개로 통합한다. 발급기간도 30∼40일에서 15일 안팎으로 줄어든다. 서울시내 3개 권역별로 이뤄지던 영구임대주택 배정은 입주민의 희망이 잘 반영되도록 33개 단지별로 세분화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울산, 우수 인력 DB 구축

    ‘사람이 경쟁력이다.’ 울산발전연구원과 울산산업진흥테크노파크는 15일 우수 인재를 지역발전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각계 우수한 전문인력 정보를 파악해 체계적인 자료로 만드는 ‘울산인적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적자원정보망 구축 대상 인재는 학계를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사급 전문가를 비롯해 국회의원과 정부고위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 초·중등 교원과 교육전문위원 등 학계인사가 포함된다. 기업 고위임원을 비롯,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영관급 이상 군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연예인,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 이상 의료인 등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된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사설] ‘전효숙 해법’ 사과와 인준절차 병행해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헌재의 소장이 취임 전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제 전효숙 후보 임명 과정의 잘못을 치유해야 한다. 갈등이 장기화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가 재판관으로 재임명되는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위법이므로 인선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왕에 진행된 헌재소장 후보 인사청문회를 재판관에 대한 청문회로 갈음하기로 협의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 국회법이 재판관과 소장에 대한 청문회를 각각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 차례만 하도록 개정해야 하는 데다 현 상황에서 전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또다시 여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절차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청와대나 여당의 사과·유감 표명이 선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헌법이 헌법재판관 중에서 재판소장을 임명토록 한 것은 임기 6년의 소장을 막자는 취지가 아니다. 현재 재판관이 아니더라도 경륜 있는 법조인이라면 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재판소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효숙 후보의 사례는 법 절차상으로만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야당도 절차상 잘못을 치유한 뒤 마땅히 임명동의안 처리에 응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끝까지 응하지 않으면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국회 법사위에서 전효숙 재판관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재판관 임명 과정을 마치고, 시차를 둬 헌재소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연 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다. 가부간에 이를 먼저 처리한 뒤 여야는 민생안정 등 정치현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 전략부재속 오락가락 행보 黨내부서도 거센 비판론

    ‘전효숙 사태’를 놓고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갈지자(之) 행보를 적나라하게 보여온 한나라당은 10일에는 ‘자진사퇴 압박’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명절차의 법적 하자가 명백해진 만큼 전 후보자에 대한 헌재소장 지명은 원천무효이고 새로운 인물을 재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의 주장처럼 “여덟번씩이나 바뀐” 것이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법적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는다며 “대통령이 재판관을 먼저 임명한 뒤 청문회를 한 번 하고, 다시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두 번째 청문회를 거치면 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열린우리당에선 “한나라당은 법사위원과 인사청문특위위원, 당 최고위원,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모두 의견이 제각각”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판이다.”,“처음 문제가 나왔을 때 곧바로 청문회를 중단했어야 옳다.”는 자책이 적지 않았다. 덕분에 법리·원칙을 강조하는 보수정당의 이미지는 물론,‘변호사당’의 위상도 완전히 구겼다. 전체 의원 126명 가운데 23%나 되는 29명이 전직 법조인이지만 누구 하나 기초적 법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가 뒤늦게야 ‘뒷북’을 치며 수선을 피웠다. 변호사 출신의 한 의원은 “문제를 처음 거론한 조순형 의원은 법대 출신이긴 하지만, 법조인은 아니다.”면서 “그분도 했는데 우리는…”이라고 자조 섞인 반성을 내놓았다. 검사 출신으로 법사위원장인 안상수 의원도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저도 정말 몰랐다. 부끄럽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당 안팎에선 앞으로 행보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당에선 “여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하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산시키고, 헌법소송 등 법률적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또다시 몸싸움을 벌이는 구태를 연출할 때 쏟아질 따가운 눈총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툭하면 헌법재판소로 달려가는 것도 부담거리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대통령코드 아닌 헌법코드로 살겠다”

    “대통령코드 아닌 헌법코드로 살겠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코드 인사’ 논란으로 초점이 모아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사시 17회 동기로 연수원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8인회’ 출신 중 김 후보자를 포함해 5명이 사법 요직에 오른 것이 전형적 코드인사라는 것이다. 이에 여당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격했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사시 17회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 개인적인 인간 관계에 따른 인사”라고 규정하며 “바다이야기 논란도 결국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해 뽑은 참모가 보고조차 제때 안 해서 문제가 됐는데 또 다시 코드 인사로 후보자를 대하니 정말 감정이 좋지 않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사시 17회가 법조계 고위층에 너무 많다.”면서 “헌재에 대통령 동기가 3명이나 있는데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는 결정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학벌처럼 ‘시벌’이라는 말이 있다. 사시 17회 출신이 헌법기관을 장악했다는 뜻”이라면서 “코드 인사 때문에 헌재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지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가슴을 열어서 국민께 보여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다.”면서 “대통령과는 연수원을 같이 다니며 점심 먹을 때 어울린 정도이며, 그 분은 정치인, 저는 법조인으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이 거듭 코드인사를 거론하자, 여당 의원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여기는 재판관 인사청문회 자리이지, 대통령 청문회 자리가 아니다.”면서 “더구나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장이 추전했다.”며 엄호에 나섰다. 문병호 의원은 “연수원을 마친 뒤에 8인회가 계속 만나거나 김 후보자가 별도로 대통령과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적이 있느냐.”고 질문해 김 후보자로부터 “단연코 그런 일이 없다.”는 답을 얻어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날 무렵 “대통령과 동기라고 해서 소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로 헌법을 해석하지 않겠다.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서 “대통령 동기라거나 코드라는 것은 제 마음 속에서 빼버리고,‘헌법 코드’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공작도 발밑 볼땐 깃털을 접는다”

    “공작도 발밑 볼땐 깃털을 접는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 법조비리 파문 등과 관련, 겸허한 자세로 자성할 것을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정 총장은 검찰이 법조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하던 지난 24일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작새도 자기 발 밑을 돌아볼 때는 깃털을 접는 법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매사에 겸허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재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사건과 관련,“최근 발생한 법조브로커 사건은 청렴하고 강직한 검찰을 염원하는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아껴주시는 국민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어 법조브로커는 그릇된 접대문화의 토양 위에서 자라나고 법조인들의 허술한 마음의 구석을 파고든다며 “무절제한 대인관계는 개인과 조직을 곤경에 빠뜨리고, 종국에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전국의 특수부에서 상시적으로 법조비리 단속을 벌이도록 한 것과 관련해 “법조 브로커 단속은 법조계에 종사하는 누군가가 관련될 수 있어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지만, 이들을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사법의 대국민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라며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단속하도록 당부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법조 비리 수사 이렇게 끝내도 되나

    법조 비리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이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조관행 전 고법부장 등 9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브로커 김홍수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 4명, 검사 1명, 경찰관 2명은 받은 금품이 소액이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수사 결과로는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틈을 타 얼렁뚱땅 끝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브로커 김홍수씨와 그의 측근은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본지 기자와 만나 판·검사 60∼70명에게 돈을 건넸으며, 판·검사 관리비용으로 연간 6억∼7억원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검찰 수사 결과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더욱이 비리에 연루된 판·검사를 솜방망이로 때리듯이 징계하면 아무리 재발방지책을 내놓아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옷을 벗는 것이 최고의 처벌이면 비리는 근절될 수 없다. 사건 관계인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고 아파트를 공짜로 쓴 군산지원의 판사 3명이 비리가 들통나자 사표를 낸 뒤 변호사로 등록한 사례가 그것을 보여준다.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그만인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법조비리는 자정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비리에 연루된 판·검사들이 변호사로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조인들끼리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면 영원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 “부패는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대법관·헌법재판소 재판관 ‘1순위’로 손꼽히던 ‘고참’ 법원장이 퇴임을 결심한 뒤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와 관련해 자성을 촉구하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20일 공개됐다.이우근(57·사시 14회)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부패의 향기’라는 글에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이뤄지는 자기 정화는 없다. 치열한 자성을 통해 새로운 인격으로 태어나는 출산의 고통 없이 올곧은 자정은 불가능하다.”며 법조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 법원장은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부패의 유혹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부패와 비리를 다스리는 법조인이 스스로 비리를 저지르거나 부패에 젖어드는 일은 여간 심각한 부조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그는 “남을 존중하고 타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법조인이라면 남의 비리를 벌하면서 자신의 부패에 눈감을 리 없다.”며 법관의 소명의식과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눈물을 모르는 눈으로 진리를 볼 수 없고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마음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인용하며 후배 법관들에게 “법정의 울타리를 넘어 지혜를 찾으라.”고 충고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흥복 대전고법원장, 이종찬 서울북부지법원장 등도 최근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후임 인사를 21일쯤 단행할 예정이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3非’ 헌재소장

    ‘3非’ 헌재소장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다음달 14일 퇴임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에 전효숙(55·사시 17회)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전 지명자는 국회 동의 절차를 통과하면 1988년 헌재가 출범한 이래 첫 여성소장이 된다. 헌재 내부에서 발탁된 첫 소장이자 최연소 소장이며 진보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라는 점에서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 지명자는 앞으로 6년간 소장직을 맡게 돼 노 대통령의 이임 이후에 더 많은 임기가 남아 있다. 전 지명자는 여성법관들의 ‘대모’로 통했다.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서울고법 내에서 여성 부장판사 ‘트로이카’로 불렸다. 가는 곳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2003년 ‘사법파동’에 직면했던 최종영 당시 대법원장이 전 지명자를 헌법재판관에 추천하는 ‘파격인사’를 해결카드로 선택했을 만큼 전 내정자는 사법개혁의 ‘아이콘’이었다. 여성에다 흔치 않은 비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도 전 지명자를 돋보이게 했다.1998년 서울지법에서 여성관계법 연구회를 발족하는 등 여성계를 대변했다. 그는 곧 연구관들을 이끌고 여성모임을 주선했다. 늘 세인들의 주목을 받던 전 지명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뒤 2004년 한 여성단체가 개최한 정기 포럼에서 남성의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전 지명자는 사법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과 반도 달랐고 나이 차도 많이 나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여성법조인이 희귀했던 시절이라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통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연수원 시절 사시 일년 선배인 남편 이태운 의정부지법원장을 만나 결혼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여고를 졸업한 전 지명자와 순천고를 졸업한 이 법원장은 1남1녀를 두고 있다. 남편과 서울고법에서 부장판사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으며 금실이 대단했다는 전언이다. 와인 한 잔 정도가 적량인 전 지명자와는 달리 남편은 법원내 대표적인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일선 법관시절은 ‘튀지 않는’ 비교적 무난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동료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할 말은 하고 마는 스타일이었다. 작은 목소리지만 논리와 설득력으로 대화 상대를 압도한다. 헌재 재판관이 된 후 그는 탄핵, 수도이전 등 주요 정책에 대해 현 정부에 유리한 의견을 냈다. 이런 성향도 ‘코드인사’ 논란을 부른 계기가 됐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전 지명자와 함께 김희옥 법무부 차관을 신임 헌재 재판관으로 내정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민형기 인천지방법원장과 김종대 창원지방법원장을, 국회는 이동흡 수원지법원장과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을 신임 재판관으로 내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또 사시17회” 헌재소장 전효숙재판관 유력

    “또 사시17회” 헌재소장 전효숙재판관 유력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헌법재판소장에 사법시험 17회 동기인 전효숙 헌재 재판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드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 재판관이 실제로 헌재소장에 임명되면 ‘사시 17회’는 현직 대통령과 헌법기관 수장, 장관급 주요 법조계 보직 5자리를 동시에 맡는 셈이다. 청와대는 16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차기 헌재소장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임 재판관 내정자를 발표한다. 국회와 대법원도 같은 날 후임 재판관 지명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만료로 교체되는 헌재 재판관은 윤영철 소장을 포함, 모두 5명이다. 2003년 8월 첫 여성 헌재 재판관으로 발탁된 전 재판관은 주요 사건에서 현 정부의 정책노선에 부합하는 의견을 많이 냈다.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중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낸 그는 다수의견이었던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청구된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참여정부의 손을 들어줬다.‘코드인사’ 논란은 이런 판결 성향과 관계가 많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전 재판관은 대표적인 진보성향 재판관으로 꼽힌다. 전 재판관이 소장이 되면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과 시험기수가 18기나 벌어지게 된다. 재판관 중 선임인 주선회(10회) 재판관과도 큰 차이가 난다. 사시 17회의 요직 독점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시17회는 안대희·김능환 대법관, 전효숙·조대현 헌재 재판관, 서상홍 헌재 사무처장, 정상명 검찰총장 등 장관급 법조인만 6명에 이른다. 모두 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른 바 ‘8인회’ 멤버인 이종백 부산고검장과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의 중용 소문도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등 일부에서 특정 기수가 강세를 보인 적은 종종 있지만 17회 처럼 전원이 ‘잘나가는’ 기수는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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