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 상반기 ‘대수술’
올 상반기중에 국가기술자격증의 구조조정이 대폭적으로 이뤄진다.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사양길에 접어든 자격증은 폐지되고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자격증은 통합된다.
622개 자격증 가운데 132개(21%)가 구조조정 대상이다.49개 자격증이 폐지되고 83개는 36개로 통폐합된다.20개의 자격증에 대한 구조조정도 계속 추진된다.
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부처와 협의중이라고 17일 밝혔다.상반기중에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친 뒤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노동부 관계자는 “폐지되는 자격증에 대해서는 수험생을 위해 최소 1∼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통합 및 신설되는 자격은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시인원이 10명도 안되는 자격증 시험도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는 국가기술자격증 622개에 매년 200만여명이 지원하고 있다.하지만 지원자가 몰리는 인기자격증은 30개도 안 된다.공단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3년 연속 응시인원이 10명을 밑돈 자격증은 90여종이나 된다.”고 말했다.
방수기능사,철근기능사,목재창호기능사,금속재창호기능사,유리시공기능사 등 20여개 자격증의 응시자는 지난 3년간 단 한 명도 없었다.공단 관계자는 “한두 사람이 응시하는 시험도 수천,수만명이 몰리는 시험과 똑같이 운영되면서 효율성에 문제가 많았다.”면서 “정작 신설돼야 하는 자격증을 새로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등 운영상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너무 많은 자격이 양산돼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질적으로는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얘기다.
●섬유·기계분야에서 구조조정 가장 심해
자격증은 49개 폐지,47개 통폐합,8개가 신설되면서 622개에서 534개로 줄어든다.구조조정되는 자격증은 관련산업이 사양화됐거나 직무내용이 비슷한 자격증,응시인원이 극소수인 자격증 등이다.폐지되는 자격증은 섬유분야에서 9개로 가장 많다.
금속분야와 농림분야에서 각각 7개,공예분야 6개,화공 및 세라믹 분야 5개,기계분야에서 4개,전자분야와 사업서비스분야 각 3개,광업자원분야와 산업응용분야 각 2개,항공분야 1개가 사라진다.공단 관계자는 “사양산업 관련 기술로 시장에서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거나 지원자가 몇 년 동안 한 명도 없었던 자격증이 주로 폐지대상”이라고 말했다.
시험과목이 겹치고 내용이 유사하거나 현장의 수요가 적지만 현실적으로 폐지하기 어려운 자격증 83개가 통합대상이다.통폐합이 두드러진 분야는 기계분야로 26개 자격증이 11개로 크게 줄었다.
산업기계와 유체기계기술사가 산업기계설비기술사로,판금과 제관산업기사가 판금제관산업기사 등으로 통합돼 이름이 바뀐다.공업화학기사가 화공기사에 흡수되고 통신설비기능장이 전자기기기능장에 흡수통합되는 등 사실상 없어지는 종목도 많다.
신설되는 자격은 유기농업기사·산업기사·기능사,화훼장식기사,인간공학기술사·기사,광해방지기사,스포츠경영관리사 등이다.
●“부처간 협의는 계속중”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1년부터 자격증 정비를 추진해 왔으나 관련부처 이견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노동부는 당초 74개 자격증을 폐지하고 122개 자격증을 52개로 통폐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했다.노동부 관계자는 “하지만 관계부처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정비규모가 상당부분 축소됐다.”고 말했다.20여개 자격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의 중이다.
관계자는 “부처간 의견수렴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빨리 논의를 마치고 올 상반기에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