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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접 안 본 정용화 대학원 합격시킨 경희대 교수 징역 10개월

    면접 안 본 정용화 대학원 합격시킨 경희대 교수 징역 10개월

    가수 정용화씨를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원에 입학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희대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경희대 응용예술학과장 교수 이모(50)씨에게 8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교수가 면접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과장 지위를 이용해 자기 뜻에 따라 면접시험 점수가 부여되도록 했다”면서 “대학의 학문 연구를 위한 인재 양성에 있어 관문이 되는 석·박사 과정 신입생 모집이 피고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이 석·박사 과정 지원자들이나 소속 기획사 등의 이익과 맞아 떨어진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학교의 홍보나 발전을 위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전기 경희대 국제캠퍼스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 입시 전형에서 정씨와 사업가 김모씨 등이 면접을 보지 않았는데도 절차를 어기고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경희대 학칙에 따르면 대학원 면접을 보지 않으면 곧바로 불합격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당시 학과장이자 수시모집 전형 면접위원이던 이씨는 지난해 1월 대외협력처 부처장으로부터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을 듣고 정씨가 결시했다는 사실을 전산망에 입력하지 않고 허위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다른 면접위원들에게도 범행을 따르도록 지시했다. 이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석사과정에 원서를 낸 가수 조규만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에 대해서도 마감 기한 이후 응시 서류를 제출했으나 정상적으로 접수한 것처럼 처리하고, 결시한 면접 점수도 정상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보수단체 지원’ 실형 판결에 김기춘 항소

    ‘보수단체 지원’ 실형 판결에 김기춘 항소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변호인을 통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은 2014∼2016년 전경련에 압력을 넣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33곳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지난 5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가 지난 8월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의 결정으로 구속이 취소돼 풀려난 지 60일 만에 다시 구치소로 들어갔다. 김 전 실장은 법정 구속될 상황에 놓이자 건강 문제로 동부구치소에 수용해달라고 다급히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오도성 전 비서관 등도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의 다른 피고인 중 조윤선·박준우·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 등은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 기한은 오는 12일까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MB 변호인 “선고 결과 대단히 실망…MB와 항소 여부 상의”

    MB 변호인 “선고 결과 대단히 실망…MB와 항소 여부 상의”

    1심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스 횡령·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선고 결과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5일 이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을 열어 그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법인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총 349억원에 이르는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5일 이 전 대통령 선고공판이 끝나고 법정에서 나와 취재진에게 법원의 판단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자본금을 송금한 게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재판부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의 말을 타당하다고 받아들였다”고 반발했다. 김성우 전 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다스 설립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제기한 여러 사실들을 종합했을 때 김 전 사장의 진술이 “다스 비자금이 피고인에 의한 지시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스 비자금 조성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다스의 주식도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스 실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 변호사는 또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점에 대해서도 “다스와 삼성 (뇌물) 부분에 대해 상당한 반박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별사면을 조건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 뇌물로 요구한 것도 이 대통령의 혐의 중 하나였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강 변호사는 선고 직후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러 갔다. 그는 항소 여부에 대해 “대통령을 접견하고 상의한 뒤에 다음 주 월요일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동빈의 롯데號, 내일 ‘운명의 날’

    신동빈의 롯데號, 내일 ‘운명의 날’

    항소심 결과 따라 경영 시계 달라져 석방땐 적극적 활동 총수 공백 만회 구속땐 경영권 분쟁 재점화 등 난관 올 10건 11조 규모 M&A 포기·연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그룹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5일 열리는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롯데의 경영 시계가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8개월째 구속 수감 중인 신 회장이 석방될 경우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그동안의 총수 공백 사태를 만회할 수 있지만, 구속이 계속돼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재계 순위 5위 그룹인 롯데가 휘청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재계와 롯데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의 각종 투자 및 인수합병(M&A), 사업 추진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롯데는 지난 2월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직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경영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확대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 회장의 판단이 없이 진행하기 어려운 주요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는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약 10건에 달하는 모두 11조원 규모의 M&A를 검토했으나 모두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롯데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신 회장이 풀려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집행유예로라도 신 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면서 “완전한 경영 정상화는 아니더라도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롯데쇼핑 등 계열사 노동조합 집행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에 신 회장을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석방될 경우 롯데는 총수 부재로 미뤄 왔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결정을 비롯해 중국 사업 점검 및 재정비, 각종 M&A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사 체제 강화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등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만약 신 회장의 구속이 유지될 경우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판단으로 대처하지 못해 도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단락됐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신 회장이 구속수감 중에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로부터 탄탄한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지만, 구속이 장기화되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한·일 롯데의 공조 체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2심 재판부는 5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신 회장의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8월 신 회장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4년을 선고해 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시절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강압수사를 반대하다가 검찰을 떠난 임수빈(57·사법연수원19기) 변호사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무오류 신화에 빠져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대 박사 논문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과 저서 ‘검사는 문관이다´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 등 잘못된 수사 관행과 공소권 남용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해 털어놨다. 야간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이 지금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피고인을 새벽 4~5시까지 조사하면 자백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무수히 많은 철야 수사를 했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정작 검사들은 수사 관행이 문제라는 걸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누락하는 악습을 검찰 공소권 남용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한 강도강간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한 뒤 피해자 속옷에서 채취한 정액과 DNA를 대조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다른 사람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기소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사 검사는 이를 숨겼고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이런 사실을 밝혀낸 뒤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피고인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했다. 당시 정부 측은 ‘검사는 소추기관일 뿐이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며 검사의 잘못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공소 취소를 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라며 “검사는 단순 소추기관이 아니라 공익의 대변자”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 변호사는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검사가 잘못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검찰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시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검사도 얼마든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검사가 그 사안을 검토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명 ‘별건수사´로 불리는 타건 압박수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서에서 별건수사 사례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꼽았다. 검찰은 1차로 기소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곧바로 다른 불법정치자금 사건으로 2차 기소를 했다. 1차 사건은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차 사건은 공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부터 공여자 법정 진술이 배제되며 유죄가 확정됐다. 임 변호사는 검찰이 2차 사건에서 결국 유죄를 받아냈다고 해서 이 같은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별건수사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계 등 사회의 주목을 받는 수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검찰의 잘못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1인 기업 등 작은 기업을 수사하기 위해 횡령·배임 등을 핑계 삼아 실제로는 뇌물 수사를 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변호사로 일한 지 10년 됐는데 그동안 의뢰인 3명이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검사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짜맞추다 보면 피의자로서는 검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재량을 줄이기 위해 기소기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임 변호사의 생각이다. 기소와 기소유예의 기준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지 않고 검찰사무규칙에만 규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기준표처럼 기소기준을 점수로 만들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만 기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양형기준제가 법원 판결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처럼 기소기준제를 도입하면 검사의 기소도 시민의 신뢰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참여를 통한 검찰권 통제도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지금처럼 검찰이 시민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시민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며 “의뢰한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모든 사건을 검토하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영화 ‘암수살인’ 속 사건 유족 “인격권침해”…논쟁 부른 부분은

    영화 ‘암수살인’ 속 사건 유족 “인격권침해”…논쟁 부른 부분은

    영화 ‘암수살인’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피해 유가족이 신청한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심문 기일에서 유가족의 법정 대리인과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환 수석부장) 심리로 열린 심문 기일에서 유가족 대리인은 “이 영화는 실제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실제 범행 수법과 장소, 시간, 피해 상태 등을 99% 동일하게 재연했다”며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여동생인 유가족 측이 문제 삼은 대목은 범인이 피해자과 길에서 어깨가 부딪히면서 시비가 붙자 흉기로 피해자의 목 등을 찌른 뒤 시신을 방화하는 장면으로 알려졌다. 여동생은 오빠의 사망 당시 친척과 이웃들에게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대리인은 “쇼박스는 유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작 전에 단 한 번도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한 일이 없었다”면서 “영상이 그대로 송출될 경우 유족들은 되돌릴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가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유족들이 더는 환기하지 않고, 특히 영화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대중이 알게끔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쇼박스 측 대리인은 “영화 제작사가 유족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점은 변론에 앞서 사죄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어깨가 부딪히면서 ‘묻지 마 살해’가 벌어지는 테마 구성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소재”라며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라 유족의 동의를 법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쇼박스 측은 이 영화가 “범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자백을 한 범인과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형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가족 대리인은 영화가 배경을 2012년으로 바꿨을 뿐 인물 나이부터 범행내용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점을 들어 “과연 이 영화가 창작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법정에서 유족들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을 중심으로 50분가량 영상을 시청했다. 재판부는 영화 개봉일(10월 3일)에 앞서 1일 상영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양측에 29일까지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 영화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감옥에서 온 퍼즐 - 살인리스트의 진실은’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또다른 피해자의 아들이 범인을 봤던 기억을 떠올려 증언을 한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 아들로 추정되는 한 유족이 자신의 SNS에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처음에는 놀랐다. 하지만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지지 의사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재부, 심재철 검찰고발···“비인가 자료, 비정상으로 취득”

    기재부, 심재철 검찰고발···“비인가 자료, 비정상으로 취득”

    靑 “토·일·공휴일 지출건, 사실 확인 거치지 않은 추측성”심재철 “해킹 같은 불법 없다···기재부 무고 맞고소할 터”비인가 행정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한 혐의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검찰에 고발됐다. 정부는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정부의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의혹은 감사원을 통해 투명하게 검증받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심재철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 등 자료의 외부 유출과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고발 배경을 밝혔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자료를 공개하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나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지출이 2억 4594만원 상당이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으로 4132만 869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지출건수는 총 1611건으로 2억 461만8390원이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추측성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비정상시간대와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용진 차관은 브리핑에서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 방식으로 접속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용진 차관은 심 의원실이 지난 5∼12일 총 190여 회에 걸쳐 개별 지출 건수로 48만건을 다운로드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자료가 유출되면 통일·외교·치안 활동 관련 정보가 노출되고 국가안보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동선 등 신변 안전에도 위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김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비인가 접근방법을 습득한 이후인 9월 4∼5일 ID를 신규 발급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조직적이라고 규정했다. 또 다운로드 받은 기간이 1∼12월 1년이 아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작년 5월 10일부터라는 점,다운로드 자료에 국회 등은 빠졌지만 특정 기관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이에 앞서 기재부는 지난 17일 정부 부처의 예산 편성·집행·결산과 관련한 자료를 권한을 넘어 내려받고 돌려주지 않는다며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을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심 의원 보좌진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한국재정정보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심재철 의원은 18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해당 자료 입수 과정을 시연하며 해킹과 같은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기재부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끼 있어 따라다녀” ‘위안부 비하’ 순천대 교수 징역형

    “끼 있어 따라다녀” ‘위안부 비하’ 순천대 교수 징역형

    수업 중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순천대 교수가 징역 6월을 선고 받고 구속됐다. 17일 광주지법 순천지원(부장 최두호)에 따르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송모 교수에 대해 이같이 판결하고 지난달 23일 법정구속했다. 송씨는 광주고법에 항소했다. 송 교수는 지난 4월 순천대 강의실에서 물리교육학과 학생 14명을 상대로 수업하다 위안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다. 송 교수는 “그 할머니들은 상당히 알고 갔어. 오케이? 일본에 미친 그 끌려간 여자들도 사실 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다닌 거야”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서 간 것이고, ‘끼가 있어 따라다닌 것’이므로 “미안할 게 없다”면서 “쓸데없는 소리”라고 비하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고령의 피해자들을 비하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혔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어 이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10월 파면 처분됐다. 지난 1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공짜 노동’ 없앨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언제?… 고용부 “관리모델 개발 중”

    ‘공짜 노동’ 없앨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언제?… 고용부 “관리모델 개발 중”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난 7월 이후 직장을 관둔 A씨는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가까운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A씨가 다닌 회사는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근로자 수가 1000명을 넘어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9시간씩(휴게시간 1시간 제외) 주 6일 동안 일했다.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주 52시간 이내로 일해야 하지만 A씨는 주 54시간을 근무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주가 A씨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 12시간분만 지급하면서 시비가 불거졌다. A씨는 노동청에 “회사가 연장근로 제한을 위반했다”고 알렸다. 사건을 접수한 노동청은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16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7~8월 두 달간 연장근로 위반과 관련된 신고·적발 건수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14건, 사업장 감독 청원 6건, 사업장 감독 적발 4건이었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24건)과 비교해 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고 위반 사항이 나와도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 대부분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리나(가명)씨는 최근 두 달간 공식적인 근무시간이 확실히 줄었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개발한 근무기록 프로그램에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데다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직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팀 또는 개인 프로젝트가 한 달에 2~3개 정도 있는 김씨는 마감을 앞두고 일이 몰려 연장근무 주 12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그러나 회사 프로그램에선 주 52시간을 넘어가도 근무 시간을 입력할 수 없다. 회사에선 인정하지도 않는 추가 근무를 하는 셈이다. 김씨는 “과로 문화를 없애자는 취지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업종별로 해 왔던 근무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최했던 ‘근로시간 단축 현장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선 현장의 어려움이 쏟아졌다. 조선과 건설, 방송, 정보기술(IT)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업종별 상황을 소개했다.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은 높은 숙련도를 가진 기술자가 연속으로 작업해야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건설업계는 법 시행 이전에 발주한 공사 기한을 근로시간 단축 이전으로 계약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이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드라마·콘텐츠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작 기간이 늘어나 막대한 제작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6개월? 12개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도입된 게 ‘탄력근무제’다. 일이 몰릴 땐 주 52시간을 넘더라도 이후 적게 일하면서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이내로 맞추는 것이다. 예컨대 단위 기간이 3개월이면 1개월 반 동안 주 64시간을 근무했어도 나머지 1개월 반을 주 40시간만 일하면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 현행법에선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2주에서 최대 3개월로 지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탄력근무제의 최대 단위 기간도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노사가 협의하면 최대 1년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근로자의 노동 환경과 사용자의 인식 등이 판이한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의 여러 목적 중 하나는 고용 확대”라면서 “탄력근무제 확대는 결국 기존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고용 쇼크’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경영계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단기간 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 기간 조정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단위 기간 조정은 최대 6개월이다. 탄력근무제 확대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가운데 6개월과 1년을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도 경영계의 요구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 근로시간을 주 12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있게끔 예외를 둔 업종이 있다. 특례업종은 원래 26종이었지만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종으로 대폭 줄었다. 경총은 “근로시간 특례업종 결정이 충분한 분석 없이 진행됐다”면서 “노사정이 특례 존치에 공감했던 바이오·게임·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업 중심으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필요성엔 공감한다. 김 부총리는 주52시간제 시행에 앞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있어선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에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재난 또는 재난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별하게 연장 근로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해당 업종을 아예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은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업, 정보서비스업을 특례업종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용 상황이 최악이라는 점에서 특례업종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용부 “포괄임금제 용역 결과 나오면 발표”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개선해야 할 게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근로 수당을 급여에 일괄적으로 포함하는 제도다. 아무리 연장근로를 많이 했어도 정해진 수당만 지급하므로 ’기업이 공짜로 근로자를 착취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괄임금제 개선은 결국 근로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 52시간제 정착과 맞닿는다.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업계에선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52.8%(6만 1000곳)였다. 고용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포괄임금제 지도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포괄임금제 도입을 제한하고, 근로시간 책정이 가능한 사무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지침만 줄 게 아니라 사업장에서 참고할 관리 방법도 제시해 달라는 사용자단체의 의견을 검토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순 지침만 만들어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관리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며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오늘(15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규-국가는 왜 날 버렸나

    ‘그것이 알고싶다’ 오늘(15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규-국가는 왜 날 버렸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겪은 고초와 피해보상 문제를 두고 은밀히 행해진 사법부와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을 다룬다. 15일 방송되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화태(樺太)에서 온 편지-국가는 왜 날 버렸나’ 편으로 꾸며진다. “일본의 종으로서, 매도 많이 맞고 죽을 뻔도 여러 번 당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故 여운택 할아버지는 지옥의 시간으로 회상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구타와 굶주림, 임금 착취 등,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참혹한 시간을 보낸 한국인 피해자는 103만여 명. 그들의 피해는 보상을 받았을까.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앞에서는 사람들의 만세 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패소 판결을 깨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것이다. 그간 일본과 한국 법정에서의 잇따른 소송 패소 후에 피해자들이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파기 환송된 재판은 고등법원에서의 승소 이후 2013년 다시 대법원으로 재상고 되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연일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법 농단의 그늘 뒤에서,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거래의 대상이 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은밀한 거래를 하는 사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생을 달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은 오늘도 재판의 결론이 나기만을 염원하며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왜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당한 강제징용 재판을, 그들이 겪은 지옥을 부당 거래한 것일까. 한편 이날(15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후 11시 5분 SBS에서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전두환 회고록 문제된 표현 삭제 판결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폭동이라고 주장한 전두환(87)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 법원이 회고록에서 문제가 된 표현들을 모두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 신신호)는 14일 5월단체 등이 전씨와 그의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회고록에 적시된 표현 중 허위사실로 인정돼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은 이를 삭제하지 않는 한 출판·배포 등을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는 1판 1쇄 33개 표현 중 32개 표현, 2판 1쇄 37개 표현 전부이다. 또 전씨에게 오월단체 등에게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당시 비상계엄의 확대 및 과잉 진압활동을 한 계엄군 당사자들의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의 자기 변명적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일부 세력들의 근거없는 주장에만 기초,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의 발생 경위 및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앞서 지난해 원고 측이 신청한 전씨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또 왜곡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배포할 경우 전씨 측이 5·18 단체 등에 1회 당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출판사 등은 법원이 문제 삼은 곳만 검은 색으로 덧칠한 뒤 회고록을 재발간했다. 이에 반발한 5·18기념재단 등은 암매장 부인·무기 피탈 시각 조작·광주교도소 습격 왜곡 등 40여 곳의 또 다른 허위 사실 내용을 찾아내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법원은 원고 측이 두번째로 제출한 전씨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인용했다. 오월단체 등 원고가 삭제를 요구한 40개의 표현 중 34개의 표현은 전부가, 2개의 표현은 일부가 허위사실에 해당하며 이는 5·18 민주화운동 및 참가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법원은 해당 두 소송을 병합해 진행했다. 법정에서 전 씨 측 법률 대리인은 “(회고록에)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한 것 뿐이다. 표현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이다”며 명예훼손의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원고 측 법률 대리인은 “역사 왜곡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전씨는 지난해 4월 3일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기술,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달 27일로 예정돼 있던 형사재판에 건강 상의 이유 등을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전 씨의 형사재판은 오는 10월1일로 예정돼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있지도 않은 車 압수수색… 20대의 6년을 피고인으로 살았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있지도 않은 車 압수수색… 20대의 6년을 피고인으로 살았다

    2013년부터 6년, 나청년(27·가명·유학생)씨의 20대 절반 이상이 허비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문 현 관세청장이 당시 부장)가 2013년 11월 발표한 ‘미국 대입시험(SAT) 기출문제 유출 수사’에 연루된 피고인 24명(법인 포함) 중 한 명이 되면서다. 청년씨의 재판은 1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소유지용 핵심 증거를 재판에 제출 못하자 꼼수를 쓴 검찰, 검찰이 공소유지 논리를 찾을 때까지 무한정 대기한 법원 때문이었다. 법원은 검찰 사정은 살뜰하게 봐줬지만, 긴 재판 때문에 미국 대학 학기가 열릴 때마다 재판부에 여권 발급 허가를 새롭게 받아야 했던 청년씨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나마 6년 동안 별별 검·판사의 행태를 본 게 인생공부는 됐다. 정식 사법 공조 대신 김앤장을 통해 받은 미국 기업의 문건을 법정 증거라며 밀어붙인 검사, ‘재판이 길어지면 피고인 손해’라며 슬쩍 검사 편에 서던 판사…. 공통점도 찾았다. 기소했지만 증거가 없을 경우 피고인의 범행 인정(자백)을 유도해서라도 유죄로 만들겠다는 결의, 임수빈 변호사가 저서에서 ‘무오류의 신화에 갇혀 잘못을 반성·번복하지 않는 검찰’이라고 비판한 지점을 청년씨는 직접 겪었다.20대 초반 청년씨는 미국 명문대 7곳에 이미 동시 합격했지만,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에 SAT 성적을 더 높이려 공부 중이었다. 문제은행 출제 방식인 SAT를 대비하려면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야 했기에 청년씨는 수백만원을 들여 SAT 시험지를 제공받는 방법을 알게 됐다. 수백만원이 부담이 된 청년씨는 한 어학원 장터 게시판에 기출문제 시험지를 판매한다고 올린 뒤 수십만원에 시험지를 판매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다시 SAT 시험지를 구했고, 이것을 또 되팔았다. 검찰은 SAT 시험지 거래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봤다. 이들이 기출문제를 거래함으로써 미국 칼리지보드사가 보유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다. 검사는 2013년 11월 작성한 공소장에서 ‘2010년쯤부터 2013년 3월쯤까지 또 다른 상위 기출문제지 판매 브로커로부터 SAT 기출문제지를 입수해 총 358회에 걸쳐 2억여원을 받은 후 자신의 이메일을 통해 SAT 기출문제지를 제공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칼리지보드의 저작권을 복제, 배포해 침해했다’며 유학 준비 중이던 청년씨를 ‘브로커’로 규정했다. 기출문제지를 보낸 뒤 당시 같이 살던 할머니 명의 계좌로 돈을 받은 것을 검찰은 ‘차명계좌를 활용했다’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거래 내역까지 모두 범죄금액에 포함시켰다고 청년씨는 기억했다. 범죄액을 2억여원으로 정한 검찰은 청년씨가 사치스럽게 돈을 탕진했을 것이라고 짐작, 청년씨의 자동차 등을 압수물 목록에 기재했지만 20대 유학준비생에겐 애당초 자동차가 없던 터라 ‘있지도 않은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더욱이 검찰은 내사 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수사 전 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허용되면 안 된다. 이 대목은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공방의 불씨가 됐다. #공판준비절차는 공판기일 전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사 측이 주장 요지·증거 목록 등을 협의하기 위해 여는 심리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266조 12에선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친 뒤 3개월이 지난 때 공판준비절차를 종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SAT 기출문제 유출 재판의 공판준비절차는 31개월 동안 4차례 판사가 바뀌며 9차례 진행돼 형사소송법에 위배됐다. 대대적인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기소가 단행됐지만, 재판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려면 ‘원본’과 ‘침해물’을 대조해 검증해야 하는데, 검찰이 ‘원본’인 SAT 시험지를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로부터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담당 판사들은 하나같이 “원본이 없으면 공소기각(무죄 선고)을 하겠다”고 검찰 측에 으름장을 놓았지만, 검찰이 증거 확보를 못한 채 재판을 지연시킨 2년 7개월 동안 ‘무죄’를 결단한 판사는 없었다. 사건을 방치했다 1~2년 뒤 정기인사·사무분담 재배치로 재판부 교체가 4차례 이뤄졌다. 피고인 24명의 변호사들은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푼 기출문제들이 원본 문제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을 거듭했다. 결국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만에야 미국에 형사공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검찰은 SAT 문제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가 아니라 SAT시험 관리감독 업체인 ETS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형사공조협정에 따라 미국 FBI가 2016년 3월 미국 ETS 직원을 인터뷰한 조사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이 조사에서 ETS는 “SAT 원본을 보내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SAT 기출문제 유출 수사에서 검찰이 피해자로 규정한 칼리지보드와 ETS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저작권법 침해 사건 처리 방식이 다른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TS 측 미국인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미국에서는 이런 (저작권 침해 관련) 것은 민사소송으로 다룬다”며 고소하지도 않은 저작권 침해 사건을 한국 검찰이 수사해 형사재판을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간이공판제도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자백)하는 사건 재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법정에서 증거조사 절차를 생략하는 제도다. 검사가 증거를 제시하고, 피고인 측이 반박하거나 설명하는 증거조사 절차 없이도 형사재판을 하게 만든 이 제도는 유신 시절인 1973년 1월 도입됐다. 사법 공조를 통해 SAT 시험지 원본 확보가 불가능하게 되자, 검찰은 다른 방식으로 과거 SAT 문제지 확보를 시도했다. 이와 관련된 미국 ETS 자료는 로펌인 김앤장을 통해 검사실에 전달됐다. 이렇게 편법으로 전달된 자료 역시 원본은 아니었다. 변호인들은 김앤장을 통해 검찰이 자료를 확보한 경위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한편 재판 증거는 법정에 제출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사와 판사는 자료 분량이 많다며 피고인과 변호사가 검사실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게 했다. 이때부터 검찰과 법원은 피고인들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검사는 피고인별로 적용된 기출문제 유출 건수를 줄여 주겠다고 회유했고, 판사는 “미국(ETS)에서 자료를 변호사를 통해 보내와 제출을 하나, 미국에서 바로 (사법 공조로) 제출을 하나,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고 공판에서 말하며 검찰의 편법적 증거 제시를 두둔했다. 재판을 장기화시킨 장본인인 법원과 검찰은 또한 “재판이 길어지면 피고인이 힘들다”며 혐의 인정을 종용했다. 결국 청년씨를 제외한 23명의 피고인이 재판에 불려다니는 고단함을 못 이겨 차례차례 벌금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자백한 사건에만 활용되어야 하는 ‘간이공판제도’를 적용해 법원은 ‘피고인들이 검찰 증거를 수용했다’는 전제하에 검찰 증거가 적법한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피고인별로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결국 법원의 도움을 받아 검찰은 23명의 피고인을 제압했다. 유일하게 간이공판제도 수용을 거부하고 검찰과 싸우겠다며 남은 1명인 청년씨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압박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다음 회에선 공동 피고인 24명 중 유일하게 검찰·법원의 회유를 거부한 뒤 유학생 나청년씨가 새롭게 경험한 압박 수단,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3년 연속 부당함을 지적받은 이 사건 재판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원인인 검찰의 ‘무오류 신화’를 파헤칩니다.
  • [싫존주의 세대] 일상이 된 위험 속 ‘나’를 지키기 위한 집단의 외침들

    [싫존주의 세대] 일상이 된 위험 속 ‘나’를 지키기 위한 집단의 외침들

    ‘싫음’과 ‘존재’가 합쳐진 ‘싫존주의’란 신조어에는 풍요 속에 성장했지만 그 풍요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20대의 삶이 녹아 있다. 매우 개인적인 감정인 ‘싫음’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 사회적인 현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싫존주의’와 관련 깊은 키워드를 짚어본다.#세월호#메르스 지금의 20대는 성장하며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겪었다. 개인이 생사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나 조직이 책임을 방기했거나,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킨 사건들이다. 일상을 살던 누군가가 돌연 위협받는 대상이 된 사건이란 공통점도 있다. 반사적으로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건 나’란 인식이 퍼졌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당연히 행해야 했던 일들을 하지 않으면서 생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강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옥시_아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그(#)를 통해 ‘갑질 기업 리스트’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걸린 기업은 곤혹을 치른다. 어느 시대에나 있던 불매운동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낙선운동’을 했던 시민단체가 법정에 섰던 곳이 대한민국이란 점을 떠올린다면, 싫음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문화가 얼마나 이색적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들은 SNS로 불매운동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결집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의 구매력은 다른 세대보다 낮지만, SNS로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에 기업이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취존#소확행 ‘싫존’에 앞서 ‘취존’(취향존중)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었다. ‘개취’(개인취향)에 따라 자신이 선호하는 대상을 공개하며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 SNS의 ‘10작품 놀이’ 등을 통해 발현된 ‘취존’엔 중국집에서 일행과 다른 메뉴를 선택할 때에도 용기를 내야 하던 기존의 한국 문화에 저항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를 표현하는 ‘소확행’이 좌절에 빠지기보다 해보면 분명히 행복해질 실리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라면 싫존주의자들은 싫은 것을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떨쳐냄으로써 행복을 추구한다.#무해함최근 TV드라마에서 ‘응답하라 1988’의 박보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 ‘사랑의 온도’의 양세종처럼 여성의 손목을 낚아채고, 벽을 손바닥으로 치던 기존 남배우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무해한 남배우’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것 또한 남에게 해를 입고 싶지 않아 하는 싫존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몇 십년간 사람들의 목표가 됐던 성공과 같은 가치들을 배제시킨 대신, 지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당장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소소한 가치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싫존주의자들의 항변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거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확인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양예원 눈물 “많이 힘들고 무서웠다” 싹둑 자른 머리 ‘눈길’

    양예원 눈물 “많이 힘들고 무서웠다” 싹둑 자른 머리 ‘눈길’

    유튜버 양예원 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재판장에 나왔다. 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부 이진용 판사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촬영자 모집책 최 모 씨 공판을 진행했다. 양예원 씨는 피해자 자격으로 법정 방청석에 앉았다. 양 씨는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재판이 끝나고 양 씨는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나왔다. 그는 취재진에 “많이 힘들었고 무서웠다. 괜히 말했나 하는 후회도 했지만 여기서 놔버리면 오해가 풀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양예원 씨는 기자 질문을 받고 한참 동안 머뭇거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가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같은 날 양예원 씨 법률 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진술 기회를 요청해 피해자 증인신문 등 재판 절차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오늘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했다면 다음 기일에 피해자 증인신문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피해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사법 현실이 있다. 2차 가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고소도 진행 중”이라고 요청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최 씨는 모델들이 촬영본 유포에 동의하지 않은 사진을 무단 전송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강제추행 혐의는 “신체 접촉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지난 5월 17일 유튜버 양예원 씨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성범죄 피해사실 고백하면서 사건조사가 시작됐다. 피고인 최 씨는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양 씨 신체가 드러난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지난달 2일 2017년 6월 사진 115장을 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해당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A 씨는 지난달 9일 오전 9시 20분 북한강에 투신했다. 양예원 씨 사건 2차 공판은 다음 달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재판 방청한 양예원 “많이 답답했고, 힘들고, 무서웠다…잘 이겨낼 것”

    재판 방청한 양예원 “많이 답답했고, 힘들고, 무서웠다…잘 이겨낼 것”

    사진계에 만연했던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사건’을 지난 5월 폭로한 양예원씨가 5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씨는 그동안 “많이 답답했고 힘들고 무서웠다”면서 “잘 이겨내려고 버티고, 또 버텼다”고 어렵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이날은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 심리로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45)씨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날이다. 양씨는 피해자 자격으로 법정 방청석에 앉았다. 공판이 끝나고 법정 밖으로 나온 양씨는 “많이 답답했고 힘들고 무서웠다”면서 “‘괜히 말했나’, ‘괜히 문제를 제기했나’하는 후회도 했지만 힘들다고 여기서 놔버리면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이고, 저 사람들(피고인) 처벌도 안 받고 끝나는 거로 생각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을 열기까지 한참이 걸렸고, 발언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양씨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진술 기회를 요청해 양씨의 피해자 증인신문 등 재판 절차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얼마나 얘기할 수 있고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실험 단계 같은 상황”이라면서 “피해자가 오독될 수 있는 상황이고, 용기 내서 공개한 사건이므로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공개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오늘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했다면 다음 기일에 피해자 증인신문이 불필요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피해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사법 현실이 있다. 2차 피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고소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일이나 선택은 유감이지만, 그런 것에 대한 비난이 고스란히 피해자 어깨에 쏟아진다”면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 잘못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지적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이진용 판사는 다음 공판기일인 다음 달 10일까지 재판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최씨는 양씨를 비롯한 모델들이 촬영에 동의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던 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등 반포한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강제추행 혐의는 신체접촉 자체가 없었다며 부인했다. 최씨는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양씨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을 촬영하고 지난해 6월쯤 사진 115장을 지인에게 제공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동의 촬영물 유포)로 기소됐다. 그는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3회에 걸쳐 모델들이 반포에 동의하지 않은 노출 사진들을 반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5년 1월 모델 A씨, 2016년 8월 양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댓글 본류 수사는 빈손, 곁가지 과잉 수사로 막내린 특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연장 없이 오는 25일 활동을 마무리한다. 특검측은 어제 브리핑에서 “진상규명 정도와 증거 수집을 비롯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사 기간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 여부 등 수사 결과는 오는 27일 발표된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 연장을 스스로 포기한 특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해 두 차례나 소환 조사를 벌이며 공을 들였던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7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간 김씨 일당이 벌인 8000만건이 넘는 댓글 조작 행위의 공모 여부를 밝히고자 김 지사와 송인배·백원우 청와대 비서관 등 여권 인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인사청탁 등의 불법 연루 의혹도 조사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앞선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로 물증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빈손’의 변명이 될 순 없다. 특히 특검은 댓글 조작 본류 수사가 난항을 겪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부각시키고, 송 비서관이 모 업체로부터 수년간 급여 명목의 자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했다. 곁가지 과잉 수사로 본말을 흐리는 먼지털이식 특검 관행을 되풀이했다는 점은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특검을 정쟁 도구로 삼은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 특검의 일거수일투족마다 여야가 거친 말로 공방을 벌이는 현실에선 어느 특검이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공세를 벌인 것은 그렇다고 하다라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특검’으로 몰아붙인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이제 실체적인 진상 규명의 공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특검은 남은 기간 보완조사를 거쳐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증언이 엇갈리는 만큼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철저히 밝혀내 단죄해야 할 것이다.
  • [김예나 세무사의 생활 속 재테크] 주택 증여세 시가 따라 부과… 기준시가 신고 땐 추징 가능성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증여 거래 건수가 5만 465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최근 한 재건축 아파트단지는 분양 당첨자들 중 40%가 부부간 증여를 통해 공동명의로 변경했다고 한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이 늘고 공시지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부동산 증여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증여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증여하는 날의 ‘시가’로 평가한다. 여기서 시가란 불특정다수가 자유로이 거래하는 가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시가로 볼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 증여가액을 정하게 된다. 다만 시가로 볼 수 있는 사례가액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동산은 세법에서 정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쓴다. 통상 말하는 기준시가로 증여가액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시가 10억원의 아파트를 증여하면 10억원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내게 된다. 반면 사례가액을 찾기 어려운 토지(시가 대비 공시지가 50% 가정)를 증여한다면 5억원에 대한 세금만 내게 된다. 성년 자녀에게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하면 증여세 2억 1000만원을 내는 반면 토지는 7600만원의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올해 들어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아직까지는 시가의 50~80%다. 토지나 상가, 단독주택 등은 시가의 절반 이하인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자산들을 증여하면 자연스럽게 절세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돼 시가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절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주의할 점은 기준시가 등을 적용하는 보충적인 방법이 최우선 적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가로 볼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기준시가로 신고했다면 평가 차이로 인해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는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의 범위를 더 확대하는 안이 포함됐다. 평가기간 후에 발생한 매매사례가액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도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매매사례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평가기준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 발생한 매매사례가액을 추가할 예정이다. 법안이 확정된다면 증여 이후 기간에 대한 매매사례가액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 SNI사업부 세무전문위원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벌금 100만원 넘나 안 넘나… 판사 ‘마음’에 달린 의원직 운명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벌금 100만원 넘나 안 넘나… 판사 ‘마음’에 달린 의원직 운명

    “결론을 떠나서 ‘권한 없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쟁송 가능성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인식시킬 필요…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법원은 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해 분쟁이 있는 이상 일반 재판권에 따라 판단을 할 의무가 있음.”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5년 9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 속 문구들이다. 문건에서 ‘권한 없는 헌재 결정’은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동시에 소속 국회의원들의 직을 박탈한 결정을 일컫는다. 권한도 없는 헌재가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한 것에 비판적이었던 사법부는 헌재 결정에 불복해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통진당 전 의원들의 사건을 심리했고, 헌재와 마찬가지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정당 해산 결정이란 초유의 사태 때문에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상실 판정 관할권이 쟁점화됐지만, 사실 사법부가 국회의원직 박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형사재판에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무효, 즉 의원직을 박탈하는 재판이 총선 때마다 30~40건씩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재판에서 잘 준수되지 않지만, 선거일 이후 6개월 안에 기소되는 선거재판은 원칙적으로 6개월 안에 1심, 하급심 선고일부터 각 3개월 안에 2심과 3심이 진행돼야 한다. 선거일부터 재판을 확정 짓기까지 1년 6개월이면, 국회의원 입장에선 4년 임기의 37.5%에 달하는 초반 기간을 재판에 얽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선거재판 도중 법원에서 당선무효가 합당한지 심리하는 절차는 공식적으로 없다. 법관은 당선무효와 같은 ‘세속적인 쟁점’은 언급하지 않고, 선거법 위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만 근엄한 척 따지는 구조다. 피고인이 된 국회의원, 소속 정당과 정치권,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당선무효형이 나오느냐에 쏠려 있지만 정작 법정에선 당선무효와 관련된 쟁점을 다툴 기회조차 없다. 이 때문에 사건 관련자들은 형사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관의 의중을 어렴풋이 탐색할 뿐이다. 벌금형 선택지를 50만~300만원(기부행위 감경 참작 시) 식으로 두는 등 양형 기준마저 재판부의 재량이 한껏 발휘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이른바 ‘재판거래’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이 구축된 셈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행정처가 움직인 정황이 사법농단 문건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2015년 3월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 전략 검토’ 문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대한 상고법원 설득 지점을 정리한 문건이다. 이 중 이춘석(전북 익산 갑) 의원과 관련, 문건엔 ‘박경철 익산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 언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법에서는 위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보다는 당분간 사건을 갖고 있을 필요는 있어 보임’이라고 되어 있다. 박 시장 항소심 재판에선 예정된 증인이 제 날짜에 출석하지 않는 등 감안할 부분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행정처 문건이 제시한 대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1심 선고일(2015년 1월 30일) 이후 석 달 내 선고돼야 했지만, 항소심 선고는 같은해 5월 29일에야 이뤄졌다. 다만 같은 문건에 “이 의원이 (박 시장) 사건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 의원도 최근 입장문에서 “법원 주장에 동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선무효 기준이 벌금 100만원으로 설정된 것은 1991년 말 선거법 개정 때부터다. 박종연 변호사는 “물가인상률 등에 따라 다른 범죄 벌금 형량이 5~10배 인상되는 경우가 흔했던 지난 27년 동안 선거범죄 당선무효 기준만 변하지 않았다”면서 “판사가 당선무효형을 피하려고 벌금 90만원 등 경범죄에서나 선고하는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파행적 운용인 데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예컨대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대통령직을 박탈하라는 게 선거법 제정 취지이겠느냐”고 되물은 뒤 “형사재판과 별도로 당선무효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12월 결산 상장사 5곳 반기보고서 제출 못해

    한국거래소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5개사가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와이디온라인, 차바이오텍, 트레이스, 에프티이앤이 등 코스닥 상장사 4개사와 코스피 상장사인 세화아이엠씨가 법정 제출 기한인 전날까지 반기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사 4곳은 이미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어 오는 24일까지는 반기보고서를 내야 한다. 이 중 와이디온라인은 지난해 말 현재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24일까지도 반기보고서를 못 내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또 이번 반기 결산과 관련해 코스피 3개사(삼화전자, 성지건설, 세화아이엠씨)와 코스닥 5개사(MP그룹, 데코앤이, 와이오엠, 디젠스, 피앤텔) 등 총 8개사가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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