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털어낸 현대건설 ‘절반 회생’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또다시 2조9,000억원을 쏟아붓기로했다.이번에는 대출 형식이 아니라 출자를 통해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그렇게 하면 정말 살아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지난 28일 밤 열린 긴급 주요 채권단회의에서도 행장들의 질문은 단연 이 대목에 집중됐다.주채권은행(외환은행)과 재무컨설팅사(아더 디 리틀,ADL)는 이에 대해 출자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면 오는 2003년부터 완전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자비용 46% 감소=2조9,000억원의 출자가 이뤄지면 금융권 빚이 지난해 말 4조5,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줄게 된다.현대건설이 작년에 금융권에 지급한 이자는 5,634억원이다.반면 영업이익은 24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빚이 절반으로 줄면서 이자비용이 46%나감소한 3,061억원으로 줄게 된다.동시에 영업이익은 4,600억원이 예상된다고 ADL은 진단했다.3,600억원의 영업외 손익을 빼고 나도 1,034억원의 경상이익이 기대된다.2003년에는 경상이익이 3,000억원으로 3배로 불어난다.
◆2003년 부채비율 200% 미만=현대건설의 부채는 금융권빚이 줄면서 역시 8조원에서 5조원대로 떨어지게 된다.부채비율이 올해 260%,2003년에는 198%로 뚝 떨어진다.ADL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1조3,500억∼1조6,500억원의 현금 유입,부채비율 250∼300%’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유동성문제=당장 이달 말과 다음달에 돌아오는 물품대금(진성어음) 2,000억원을 포함해 4월 말까지 3,309억원의단기자금이 필요하다.채권단은 30일까지 3,900억원을 긴급 지원해주기로 했다.채권단의 출자로 자본금이 2조원 늘게 돼 6월부터는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해외 신뢰도가 개선돼 공사 수주 등이 늘어나는 등 ‘무형의 이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복(魏聖復)조흥은행장은 현대건설의 부실을 과도하게 털어냈다는 점,신규 출자를 넉넉하게 잡은 점,자구이행분 7,000여억원은 현금 흐름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상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김경림 외환은행장 문답.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은 29일 채권은행장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채권단은 현대건설을 법정관리로 가져가는 것보다 확실한 출자전환을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게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문답을 간추린다.
◆출자전환 배경은=채권단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결과 현대계열사에 미칠 영향,하청업체 연쇄 도산문제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보다 출자전환을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정몽헌 회장은 물러나나=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CEO와 CFO를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현대건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전액 감자되며 감자동의서도 제출했다.정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은 임시주총에서 결정될 사항이다.
◆출자전환은 언제 이뤄지나=임시주총을 열어 감자비율을정한 뒤 이뤄질 것이다.임시주총을 소집하기 위해서는 대략 3~4주 정도가 소요된다.
◆감자비율은=대주주 지분은 전액 감자된다.소액주주의 경우 앞으로 구성될 운영위원회에서 감자비율 관례를 고려해 비율을 결정하게 된다.
◆영화회계법인 실사 결과 부실이 더 드러날 가능성은= 삼일회계법인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감사를 했다.감사와실사 결과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안미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