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법정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식당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법령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569
  • 고현정 “기득권에 맞서는 모습 매료”

    고현정 “기득권에 맞서는 모습 매료”

    “개인이 부당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역할이 힘들겠지만 욕심이 났어요.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배우 고현정(47)이 2년 만에 SBS 새 수목드라마 ‘리턴’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지상파 출연은 2013년 MBC ‘여왕의 교실’ 이후 5년 만이다. 고현정은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부잣집 외동딸이지만 사회문제에 앞장서는 당찬 여대생 역할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선덕여왕’(2009)에서 미실 역으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번에는 변호사다. ‘리턴’은 어느 날 도로 위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신과 함께 상류층 인사 4명이 연루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고현정이 극중 TV법정쇼 ‘리턴’의 진행자인 최자혜 변호사를 맡고, 이진욱이 그녀를 도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독고영을 맡았다. 고현정은 15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리턴’ 제작 발표회에서 “미천한 출신의 최자혜는 혼자 힘으로 판사까지 되지만, 법조차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개인 변호사가 돼 자신이 느낀 부당함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캐릭터”라며 “그러나 통쾌하게 사회에 일갈하는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다, 법이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이 가해자를 벌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당위성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방영된 ‘피고인’, ‘귓속말’에 이어 지난주 종영된 ‘이판사판’까지 최근 법정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리턴’이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현정은 “요즘은 드라마가 굉장히 많고 그중에서 법정물도 많은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은 스릴러에 방점을 찍어 달라”고 덧붙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오락가락 가상화폐 정책, 혼란만 키웠다

    부처 엇박자에 국조실이 조정 “실명제 도입… 투기 엄정 대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대책과 관련해 부처 간 혼선이 커지자 결국 국무조정실이 진화에 나섰다. 중구난방으로 가상화폐 대책이 쏟아져 정부가 되레 국민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15일 브리핑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 방안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반발이 커지자 이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정 실장은 브리핑 끝 부분에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논의·대응해 왔으며, 앞으로도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를 도박 등 ‘범죄’의 관점에서 보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실장은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은 여론을 의식해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연기·철회했다. 그는 “가상화폐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과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기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에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여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화폐 투자 등 행위는 자기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고현정, ‘리턴’으로 2년만에 안방극장 리턴

    고현정, ‘리턴’으로 2년만에 안방극장 리턴

    “개인이 부당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역할이 힘들겠지만 욕심이 났어요.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배우 고현정(47)이 2년 만에 SBS 새 수목드라마 ‘리턴’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지상파 출연은 2013년 MBC ‘여왕의 교실’ 이후 5년 만이다. 고현정은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부잣집 외동딸이지만 사회문제에 앞장서는 당찬 여대생 역할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선덕여왕’(2009)에서 미실 역으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번에는 변호사다. ‘리턴’은 어느 날 도로 위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신과 함께 상류층 인사 4명이 연루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고현정이 극중 TV법정쇼 ‘리턴’의 진행자인 최자혜 변호사를 맡고, 이진욱이 그녀를 도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독고영을 맡았다. 고현정은 15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리턴’ 제작 발표회에서 “미천한 출신의 최자혜는 혼자 힘으로 판사까지 되지만, 법조차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개인 변호사가 돼 자신이 느낀 부당함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캐릭터”라며 “그러나 통쾌하게 사회에 일갈하는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다, 법이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이 가해자를 벌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당위성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방영된 ‘피고인’, ‘귓속말’에 이어 지난주 종영된 ‘이판사판’까지 최근 법정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리턴’이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현정은 “요즘은 드라마가 굉장히 많고 그중에서 법정물도 많은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은 스릴러에 방점을 찍어 달라”고 덧붙였다. 멜로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요즘 참신한 멜로 작품도 많은데,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사랑 담론을 나눠 보고 싶어요. 최근 1~2년 동안 사랑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구나 생각하는 사랑이 아닌, 조금 다른 사랑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네요.”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박근혜, 무릎이 붓고 허리 아파 재판 못 나와”

    “박근혜, 무릎이 붓고 허리 아파 재판 못 나와”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무릎관절염과 허리 디스크를 호소하고 있다고 서울구치소 측이 전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5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서울구치소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구치소 측은 “박근혜 피고인이 현재 무릎 관절염으로 부종이 계속돼 지속적인 약물을 투여하고 있고, 요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허리 통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하루 30분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구치소 측은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 의사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구치소 측에서 재판부에 이 같은 건강 상황을 전해온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신병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현저히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출석 없이 그대로 공판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이날도 궐석 재판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로 계속해서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 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과 관련,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부, 가상화폐 시장 논란 잠재우기... 5대 원칙으로 돌파

    정부, 가상화폐 시장 논란 잠재우기... 5대 원칙으로 돌파

    15일 정부는 최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상화폐 과열 현상과 관련해 5가지 원칙을 정했다.   정부가 밝힌 5가지 원칙은 △실명제는 차질없이 추진하고 △과도한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지만 △거래소 폐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며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을 육성하고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 발표는 새로운 내용은 지금까지 발표했던 사안들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무엇보다 시장의 혼란을 잠재운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향후 정부 대응을 예고하는 원칙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더불어 최근 부처간 혼선 끝에 정리된 입장인 만큼 이날 발표된 5가지 정부 입장은 향후 가상화폐 문제를 다루는 정책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논란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폐지 등을 담은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같은 날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으로 “정부는 12·28 특별대책에서 밝힌 암호화폐 실명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금융당국의 합동조사로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는 다시 한번 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상화폐 정부 발표 “법정화폐 아니며 큰 손실 발생 가능…자기책임 하에 판단”

    가상화폐 정부 발표 “법정화폐 아니며 큰 손실 발생 가능…자기책임 하에 판단”

    “실명제 차질없이 추진… 국조실 중심으로 부처 입장 조율” 정부는 15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에 대해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작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며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부처간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작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자금세탁·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가상통화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현재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이에 청와대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서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이날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 요약하면 정부는 실명제 등 특별대책을 추진하되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가상화폐 관련 손해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국무조정실이 부처 입장을 조율해 범정부적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한국판 카사노바’ 박인수

    [그때의 사회면] ‘한국판 카사노바’ 박인수

    이탈리아인 지아코모 카사노바(1725~1798)는 희대의 바람둥이였다. 생전에 사귄 여성이 130여명에 이르렀으며 귀부인, 하녀, 수녀, 천민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는 군인과 성직자를 꿈꾼 바이올리니스트였고 나중에는 외교관, 복권 창시자, 작가, 탐험가로도 활동한, 시쳇말로 잡기에 능한 ‘뇌섹남’이며 패셔니스트였다.댄스 열풍이 전후 한국 사회를 휩쓸 무렵 ‘한국판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이 터졌다. 박씨는 6·25 때 모 대학 3학년에 다니다 해병대에 입대해 헌병대 대위까지 진급했다고 한다. 1954년 4월 어떤 이유로 불명예 제대한 박씨는 해군장교 구락부, 국일관, 낙원장 등 댄스 홀을 무대로 여성들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훤칠한 외모에 대위 신분증을 갖고 다녀 여성들은 쉽게 유혹당했다. 여대생,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의 딸 등 피해자는 70여명에 이르렀다. 카사노바의 엽색 행각은 수십 년에 걸친 것이었지만 이 사건은 1954년 4월부터 1955년 6월까지 겨우 14개월 동안 이뤄졌다. 피해자의 고소로 구속된 박씨는 피해자 70여명 중 미용사 직업을 가진 여성 단 한 명만이 처녀였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나중에 ‘여성이 순결할 확률은 70분의1이다’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신문들은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져 피해자들의 이름과 학교 등 신상을 버젓이 공개했다.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 주장에도(동아일보 1955년 7월 4일자)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고인 박씨와 피해 여성들의 얼굴을 보려고 연일 1만명에 가까운 방청객이 몰려 재판 진행이 어려웠다. 구름 같은 방청객들을 정리하려고 기마경찰대까지 출동할 지경이었다. 방청객은 주로 여대생과 주부가 많았고 소설가, 갓 쓴 노인도 더러 있었다.(경향신문 1955년 7월 10일자) 그러나 여성들은 대부분 재판에 나오기를 거부하고 잠적했다. 어느 신문은 이 재판을 ‘법정 최대의 쇼’라고 했다. 여론은 박씨보다 무너진 정조 관념을 더 한탄하는 등 여성의 잘못을 더 크게 질책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상제보다 복장이가 더 서러워한다더니 우리는 아무 소리 안 하는데 남들이 왜 떠드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상 피해자가 아니라는 뜻이었을까. 검찰은 공무원 사칭과 지금은 없어진 ‘혼인빙자간음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박인수는 ‘혼빙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 여성들이 원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유무죄 논란 속에 1심은 박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한다”는 판사의 논고는 바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2심과 3심은 일부 피해자의 ‘혼빙간’을 인정했고 박씨는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사진은 박씨 구형공판을 다룬 당시 기사.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여성·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종혁 대검찰청 형사2과장

    [월요 정책마당] 여성·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종혁 대검찰청 형사2과장

    지난해 방송된 ‘마녀의 법정’이라는 드라마는 여성, 아동과 같은 우리 사회의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해결하는 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였다.과거 검찰 관련 드라마는 권력형 비리나 조직폭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은 과거와 달리 성범죄, 아동학대를 소재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를 통해 파렴치한 성폭행 가해자, 고통받는 피해자,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사회통념 등이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필자도 대검찰청 형사2과장으로 ‘마녀의 법정’ 주제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관심 있게 드라마를 봤다. 이 드라마처럼 전국의 검사 2000여명 중 800여명의 형사부 검사들은 성범죄, 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을 해결하고, 그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업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와 같이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 수사에 전념하고 있는 형사부 업무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는데, 이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2011년 9월 서울중앙지검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대구·광주지검, 2017년 2월 대전·부산지검 등 전국 5개 검찰청에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신설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는 성폭력 및 여성 정책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보유한 공인 전문검사 및 전담검사를 배치하였고 검사실에는 검사나 수사관 중 1명 이상을 여성으로 해 성폭력, 아동폭력, 학교폭력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검사와 수사관들은 수사지휘, 공소제기, 전자발찌 및 약물치료 청구 등 각종 부수처분, 피해자 지원의 복잡한 업무를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아동·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조사 시에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가 초기 단계부터 조사에 참여해 피해자 지원 및 충실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여성·아동 대상 범죄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둘째, 성범죄,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언론을 통하여 자주 보도되는 직장, 학교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위 ‘갑질’ 성폭력 사범, 아동·장애인 같은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사건처리지침의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물사범은 피해자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고준희양 사망사건과 같이 아동을 숨지게 한 아동학대사범이나 각종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 상습적인 가정폭력 사범에 대하여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셋째, 여성·아동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 및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조력을 위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13세 미만 또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러한 피해자들의 의사소통을 보조하는 진술 조력인을 지정하고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스마일센터 등 민간의 피해자지원기관과 협력해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취업 지원, 심리치료 지원 등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에는 외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통해 다각적인 피해 회복 및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피해아동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도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피해자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다.
  • 충무로 스타들, 왜 무대로 돌아오나

    충무로 스타들, 왜 무대로 돌아오나

    새해 들어 연극계에 ‘별들의 전쟁’이 예고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유해 온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본향’인 연극 무대로 복귀하면서 신년부터 연극계에 돌풍이 거셀 것으로 기대된다.‘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의 천만 배우 황정민은 셰익스피어 원작인 연극 ‘리차드 3세’(2월 6일~3월 4일)에서 희대의 악인 리차드 3세로 변신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리차드 3세’는 그가 2007년 공연한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에 선택한 연극 복귀작이다. 특히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 3세는 추한 얼굴과 곱사등을 가진 선천적 장애인이지만 언변과 권모술수의 대가로 권력을 쥐는 사이코틱한 악인이다. 그가 탐욕적이고 비틀린 욕망을 가진 주인공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무대를 압도할 카리스마를 발휘할지 기대를 모은다. 황정민은 “좋은 작품을 통해 연극과 예술을 좋아하고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며 “배우로서 모든 역량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열연한 연기파 배우 김여진도 리차드 3세와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탈전을 벌이는 엘리자베스 왕비로 6년 만에 무대에 선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생활’에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정웅인은 에드워드 4세로 나온다.배우 조정석은 대표작 ‘에쿠우스’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피터 셰퍼의 작품인 ‘아마데우스’(2월 27일~4월 29일)로 8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에서 조정석은 오만방자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연기한다.드라마 ‘역적’, ‘나쁜녀석들’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지난해 MBC 연기대상 대상을 받은 배우 김상중과 ‘심야식당’, ‘아이리스’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해 온 배우 김승우는 스릴러 연극 ‘미저리’(2월 9일~4월 15일)에서 집착과 광기의 희생자인 소설가 폴 역을 번갈아 맡는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동명 소설과 영화로 명작 반열에 올랐고, 2015년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액션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연극 데뷔작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2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상중과 2009년 뮤지컬 ‘드림걸스’ 이후 연극 무대까지 섭렵하는 김승우의 변신도 주목된다. 배우들이 영화보다 비교적 출연료가 적은 무대를 갈망하는 데는 작품성과 화제성 면에서 배우의 입지를 확장시켜 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고전 중의 고전인 ‘리차드 3세’와 팬층이 두터운 ‘아마데우스’, 미국 초연에서 화제작으로 꼽힌 ‘미저리’ 모두 고난도의 심리 묘사가 관건이고, 연기파 배우들의 역량이 핵심적이다. 탄탄한 작품성과 아울러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결합될 여지도 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무대라는 공간은 대중의 반응을 동시적으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데다 자신들의 예술적 정체성을 고민하며 입지를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며 “연기에 대한 배우의 원초적인 욕망을 실험하고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번 주 롯데월드타워로 이사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번 주 롯데월드타워로 이사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이번 주 중에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처를 옮긴다.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16~17일쯤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으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만큼 정확한 이사 날짜는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 쪽에서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롯데는 롯데월드타워의 최고급 오피스텔 ‘프리미어7’의 최상층인 114층에 신 총괄회장의 새 거처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인테리어 공사 등이 길어지면서 시그니엘 레지던스로 변경했다. 한정후견인과 간병인, 경호원 등이 머물 공간도 같은 층에 들어선다. 앞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그룹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거처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까지 벌여 왔다. 지난해 10월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새 거주지로 롯데월드타워를 지정했으나, 신 전 부회장이 법원의 결정에 항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2일 신 전 부회장의 항고를 기각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이주가 결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신 회장과 롯데지주 임직원들이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을 옮긴 데 이어 이번에 신 총괄회장의 이주가 결정 나면서 약 40년 동안 이어 온 롯데그룹의 ‘소공동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300만원어치 ‘별풍선’ 초딩 아들 계정 땐 취소… 엄마 계정은 환불 어려워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300만원어치 ‘별풍선’ 초딩 아들 계정 땐 취소… 엄마 계정은 환불 어려워

    #1. 직장인 A씨는 최근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본 적도 없는 인터넷 방송 요금으로 300만원이 결제돼 있었던 거죠. 초등학생 아들이 A씨 명의로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 가입해 A씨의 신용카드로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을 샀고, 게임 방송을 하는 1인 방송자(BJ)에게 줬다네요. A씨는 바로 업체에 전화해 “미성년자 아들이 잘 모르고 결제했으니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이미 쓴 아이템은 환불이 안 된다”고 거부하네요.#2. 대학생 B씨는 한 인터넷 방송을 보고 700만원의 유료 아이템을 사서 BJ에게 선물했습니다. 이 BJ가 방송을 영구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고 광고해 한꺼번에 아이템을 준 건데요. 얼마 뒤 BJ가 사이트에서 갑자기 탈퇴해 더이상 방송을 볼 수 없게 됐죠. B씨는 업체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A씨와 B씨는 인터넷 방송 BJ에게 준 유료 아이템을 환불받지 못할까요?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유료 아이템 환불 문제 등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총 152건의 1인 인터넷 방송 관련 불만 상담이 접수됐는데요. 피해 유형을 보면 ‘유료 서비스 환불 분쟁’이 62.5%로 가장 많았죠. 이 중에서 A씨 사례처럼 미성년 자녀가 부모 동의 없이 아이템을 구입한 경우가 48.4%로 절반에 이르렀습니다. 일단 인터넷 방송에서 유료 아이템을 사서 BJ에게 선물하면 환불받기 어렵습니다. 방송 업체들이 약관에 ‘유료 아이템을 한 번 쓰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서죠. 유료 아이템을 받은 BJ가 환불에 동의하면 되돌려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하네요. 문제는 미성년 자녀가 유료 아이템을 산 경우인데요. 민법에서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체결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유료 아이템은 미성년자라고 다 환불되지 않습니다. 황성근 소비자원 거래조사팀 과장은 “미성년 자녀가 본인 명의로 회원 가입을 해서 부모 동의 없이 유료 아이템을 샀다면 업체에서 환불해 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자녀가 부모 명의를 사용하는 등 업체를 속여서 회원 가입을 했다면 약관에 따라 환불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성년 자녀들은 유료 아이템을 살 때 부모의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신용카드·휴대전화 결제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자녀가 모르도록 관리해야 하죠. B씨 사례처럼 BJ가 갑자기 방송을 폐지하거나 사이트에서 탈퇴해도 한 번 준 유료 아이템은 환불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황 과장은 “BJ가 방송을 영구적으로 한다고 광고한 뒤에 개인 사정이나 방송정지 등 징계로 방송을 갑자기 종료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BJ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유료 아이템을 선물하지 말고, 선물을 강요하는 방송은 시청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무료 체험’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일정 기간 뒤에 유료로 자동 전환되는 방송도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BJ와 방송 업체는 이런 사실을 무료 체험 서비스 가입 당시에 팝업창 등으로 안내하고 소비자에게 동의도 받는데요. 팝업창 등을 자세히 보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죠. BJ 등이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동의를 받았다면 불법이 아니어서 유료 전환 뒤 결제된 요금을 환불받지 못합니다. 황 과장은 “가입 즉시 해지해도 무료 체험 기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방송이 많다”면서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서비스를 해지해도 되지만 깜빡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입하자마자 해지 신청을 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당부했습니다. esjang@seoul.co.kr
  • ‘사이버사 댓글’ 공작 군무원 2명 법정구속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군사법원 1심에서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이버사 군무원 2명이 항소심에서 금고형과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2일 사이버사 3급 군무원 박모씨와 4급 군무원 정모씨 등 댓글 사건 관련자 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박씨에게 금고 6월을, 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4년 12월 박씨에게 금고 6월에 선고유예를, 정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었다. 박씨와 정씨는 2011년 11월∼2013년 10월 사이버사 심리전단에서 각각 작전총괄, 지원총괄로 근무하며 댓글공작 등 정치관여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심리전단의 증거인멸을 정당화하고자 공문서 등을 허위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정치관여 행위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크게 훼손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엄단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사이버사 댓글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국방부의 ‘국방·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2013년 이 사건을 최초 수사한 당시 수사본부장의 사무실을 지난 11일 압수수색하는 등 당시 군 당국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법정에서, 또 거리에서 국내 인권, 환경, 복지 분야의 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원로 인권변호사 최병모(69) 법무법인 양재 대표가 요즘 ‘정치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강의 자료를 만들어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PPT 자료를 들춰 보니 1987년 체제의 한계, ‘차악 선택’의 수단이 된 소선구제의 병폐, 사회 다양성 구축에 초점을 맞춘 각국 제도에 대한 고민이 빼곡했다.“결국 제도입니다. 제도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합니다. 1987년에서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다양한 사상이 각축을 벌이고 건전한 경쟁이 펼쳐지는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는 공안 정국에 맞서 정의실천법조인회(1986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1988년) 창립에 참여해 인권운동을 하고,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를 창립(1986년)하고, 민변 회장을 맡아(2002년) 권력 하수인 노릇에 중독된 검찰·법조의 개혁을 외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아(2007년) 국가의 후견적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정치제도가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주창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대표 하승수·최태욱)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정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헌 움직임이 가시화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했나. -지난겨울 광화문, 서울시청 앞에서 안국동, 종로까지 참 많이 걸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정권의 부활 시도였는데 시민이 꺾었다. 촛불집회는 혁명이었다. 길게는 4·19 혁명, 5·18 광주, 6·10 항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사적 경로였다고 본다. 이제 촛불혁명을 완결하는 게 우리 사회의 목표가 돼야 한다. →촛불에 담긴 개헌의 의미는.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1987년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선제만 도입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전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영국, 미국,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특징은 양당제 국가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에 따르면 ‘소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가 사표 방지 심리에 지배되는 결과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양당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결과를 가져오고 따라서 투표율도 낮다. 역으로 비례대표제는 견고한 다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의회는 서서히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다. →20대 총선과 국정 농단 사태, 19대 대선을 거치며 원내 정당이 5개인 다당제가 되지 않았나. -지금의 상태는 정상적인 다당제가 구현된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양당제가 파열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 우리나라 정치엔 또 지역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니 어떤 지역의 맹주가 나타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마다 당선을 전후해 새 당을 만들었다. 그런 ‘팬덤정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전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상이 제시되고 경쟁하는 체제가 이뤄져야 다당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선 7~10% 지지를 받는 녹색당이 598석의 의석 중 40~60여석을 얻는다. 녹색당이 연합정부(연정) 구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원전 폐기를 요구하자 이 정책이 실제 추진됐다.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하고도 핵 마피아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의원들의 무기력으로 핵 폐기 정책을 채택하지 못한 일본과 차이가 얼마나 큰가. 우리도 의석을 400석으로 늘리고 15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여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을 배분하더라도 의회가 개혁되면 현재의 예산으로 충분할 것이다. →국정 농단을 거치며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목소리가 높은데.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새누리당)이 개헌선까지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4당 체제가 됐다. 그리고 선거 이튿날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기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 2011년에 이미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임신부가 죽었고 피해자가 수백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소환도 안 하던 검찰이 왜 그랬을까. 그것이 바로 의회가 국정의 지배권을 가졌을 때의 차이다. 최순실 사태가 폭로될 수 있었던 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지만,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언젠가는 제2의 박근혜가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중심주의 국가로 가야만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서울시 조작간첩 사건 등에서 검찰이 증거조작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무리하게 공소 유지를 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는데. -검찰이 결정권자가 아니라 의회를 장악한 정권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력과 같은 배후세력도 사과를 못 하는 게 ‘잘못했다’고 하면 지지세력 30%마저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지지세력 30%를 확보한 채 나머지 40%의 부동층을 두고 양대 정당이 싸우는 체제에서는 끝없이 대립해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자기 세력에 불리한 진실은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담합해 서로 부정을 눈감아 준다. →시혜적 복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초기에 독일의 비스마르크나 박정희 정권 같은 보수정권이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복지제도를 도입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별적, 시혜적 복지에 그칠 뿐이다. 그것은 사람을 소득수준에 따라 구별 짓고, 복지 급여를 받으려면 정부의 재산·소득·가족관계 조사를 감수해야 하며, 그 결과 수급받는 쪽은 차별당하고 위축돼 사회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안전망, 국가의 후견적 역할에 충실한 보편주의 복지만이 복지를 통해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가 된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는데. -1987년에 우리가 전두환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 내고 나자 시민들은 모두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다음날부터는 생업으로 복귀했다. ‘너희들이 잘해 봐’ 하며 당시 독재 정권의 아성이던 민정당과 무기력한 야당 등 기성 정치인들에게 다시 헌법 개정을 맡겼으니 다른 안이 나올 수 없었다. 또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겨우 되찾은) 우리는 의회 구성에 소선거구제가 아닌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다는 사실이나 그 정치적인 함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인 민주주의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1987년과 다르게 청년들이 지금 처한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고 희망 없음에 또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항상 청년들이 현실을 바꾸는 데 앞장서 오지 않았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개혁을 주도하면 좋겠다. 선거개혁으로 원내 정당이 6~7개쯤 된다면 결국 좌파에서 중도우파까지 의석의 70%는 중산층 이하의 지지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청년을 위한 정책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다. 인구절벽이 눈앞에 와 있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 수준인데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왜 안 될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수층이 자기의 이익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음모 때문에 부실한 보육복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의료 등의 영역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함에도 그렇다. →올해 정치제도 변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대희년’(모든 것을 제자리로 회복하는 해)이 되기를 기대한다. 1987년 6월에 못 했던 것을 할 때가 됐다.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박근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보수 정치권력 중에 왜 반성하는 이가 없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역시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박 대통령께서는 총탄을 맞으신 직후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해서 급거 군서울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하시기 직전에 운명하신 것으로 원장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2014년 10월 의료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1996년 내놓은 노래 ‘70년대에 바침’은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사망 소식을 전하는 당시 정부 발표 내용으로 시작된다. ● 한발의 총성으로 막 내린 1970년대,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등을 불러 술자리를 즐기던 중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을 거뒀다. 김재규는 이후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저격한 것이다”라고 외쳤다.당시 11살이던 신해철은 훗날 노래를 통해 이렇게 회상했다.“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간 그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 말은 남긴 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신씨의 회상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의 몰락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화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친애하는 민주정의당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각계 귀빈 여러분. 새역사, 새시대, 새정치를 개척해 나가자는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부름을 받고 나는 오늘 심심한 사유와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정당의 총재라는 위치,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국민들은 민주화를 꿈꿨지만 그 결과는 신군부 전두환 정권 등장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은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발동하고, 이튿날인 18일 민주화운동이 들끓었던 광주에 계엄군과 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해 국민을 향한 잔혹한 학살까지 자행했다. ● 전두환과 1980년 5월 광주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보다는 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1987년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를 시작으로 이후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 영화인들은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정권의 폭압성과 민중의 저항을 그렸다. 영화 관객,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단연 2017년 8월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꼽힌다.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큰돈을 벌기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1980년 5월 광주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국가의 폭압과 학살을 목격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누적 관객 1218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관객수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광주 5·18’이라는 시대적 배경 외에도 상당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소속 일본 도쿄 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19일 오전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에서 시민과 계엄군 충돌’이라는 짤막한 내용의 일본 언론보도를 보고 당일 오후 서울로 향했다.서울에 도착한 힌츠페터는 이튿날인 20일 오전 자신이 묵었던 호텔의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영화 속 ‘만섭’은 이후 실존인물 김사복으로 확인됐다.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 현지 취재에 성공한 힌츠페터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광주의 참혹한 진실을 세계에 고발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진실은 한국에만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한국에서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대학가와 성당 등에서만 힌츠페터의 다큐멘터리가 비밀스럽게 상영됐다. 부산에서는 1987년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이 영상이 상영됐는데,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 ‘탁’ 치니 ‘억’하고 죽어야만 했던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도 떠오른 영화 ‘1987’ 속 대사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 사망까지 실제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1987년 1월 13일 밤 12시 무렵.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은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박종철의 선배 박종운을 잡기 위해서였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박종철은 경찰의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에도 선배 박종운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저항하다 의식을 잃었고 14일 오전 11시 45분쯤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중앙일보 기자가 검찰을 통해 ‘서울대생 사망 사건’의 단서를 포착했고, 15일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16일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했고, 박종철군의 친구 소재를 묻던 중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망 당일 밤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하려 했으나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최환 검사는 부검을 지시하며 ‘사체보존명령’을 내렸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딱 보는 순간 ‘이건 고문이다’는 직감이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그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미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모를 폭로했다.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등 대공간부 3명이 이 사건을 축소·조작했고, 고문 가담 경관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고문 살인 규탄 및 전두환 정권 퇴진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노무현·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이끄는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서울에서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왔다.6월 9일 서울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한 학생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한열이다. 이한열은 한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숨을 거뒀다. 당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이한열이 부축당한 채 피 흘리는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리며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세계에 고발했다.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군부정권은 결국 6월 29일 백기를 들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이 요구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6·29 선언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직선제 대선이 이뤄지면서 길었던 군사정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화가 오는 듯 했으나, 당시 대선에서 민주화 세력의 두 거목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각각 출마하며 여당 후보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다. ‘실질적 민주화’ 역시 5년 뒤로 유예됐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말하다 대한민국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형식적·실질적 민주 국가로 거듭났으나 이후 경제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과거 박정희 향수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힘입어 탄생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훼손됐다. 결국 헌법까지 유린하며 국정을 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뒤 구속됐고,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8년 국민들은 다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신해철씨는 노래에서 1970년대를 ‘옳고 틀림을 말할 수 없었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대답은 무엇일까. 70~80년대 독재권력과 맞서 싸웠던, 이제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이렇다.“6월 항쟁, 또 그 앞에 아주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독재권력 이게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님들이나 주변 친지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 그런 말이었다.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다. 이 영화(1987)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윤대진 “우병우, 세월호 해경 압수수색말라 전화” 이유가 ‘황당’

    윤대진 “우병우, 세월호 해경 압수수색말라 전화” 이유가 ‘황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와 해양경찰 간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하지 말라고 검찰에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관련 청와대 통화내역이 공개되면 국가안보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세월호 수사 담당 검찰 간부가 증언했다.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는 12일 우 전 수석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밝혔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낸 등 검찰의 대표 ‘특수통’ 검사다. 윤 검사는 검찰이 2014년 해경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수사하던 당시 수사팀장을 지냈다. 그는 수사팀이 해경 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2014년 6월 5일 우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윤 검사는 “당시 수사팀은 해경 본청 상황실의 경비전화 녹취록이 보관된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하려고 하고 있었다”며 “해경 측에서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수사팀에 해경 지휘부를 설득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쯤 수사팀으로부터 해경 책임자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연락이 왔고, 오후 4시쯤 휴대전화로 우 전 수석의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검사는 평소 친분이 있던 우 전 수석과 인사를 나눈 뒤 수사와 관련된 대화를 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이 ‘혹시 해경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느냐’, ‘상황실 경비전화가 녹음된 전산 서버도 압수수색을 하느냐’, ‘해경 측에서는 (전산 서버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가’라는 취지로 물어 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또 “우 전 수석이 ‘통화 내역에는 청와대 안보실이 있다’며 ‘대외적으로 국가안보나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겠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공개했다. 윤 검사는 당시 ‘수색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안 하면 안 되겠느냐”며 거듭 압수수색을 만류했고 이후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하자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이후 윤 검사는 우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을 당시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과 변찬호 전 광주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논란을 피하고자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진행하기로 논의가 됐다고 윤 검사는 증언했다. 그는 또 “수사팀은 기존 영장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해경 반응을 보고 드렸더니 ’청와대에서 SOS가 온 것이 아니냐‘, ’해경에서 청와대까지 SOS를 한 모양이니 다시 영장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결국 영장을 재청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오후 6시가 다 된 무렵에 영장을 접수했고, 인천 현장에 있는 한모 검사에게 추가 영장을 청구할 테니 녹음파일이 은닉·멸실·훼손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후속 상황을 소개했다. 수사팀은 결국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추가로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해경 상황실 경비전화 녹음파일을 압수했다고 윤 검사는 전했다.이에 대해 우 전 수석 측은 이날 법정에서 당시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은 “우 전 수석이 명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지 말고 다시 영장을 발부하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며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후에는 추가 실랑이도 없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이에 윤 검사는 “그렇다”면서도 “민정수석에게 지시받아야 할 것도 아니고, 그 정도(압수수색 필요성에 관한 언급) 하면 무슨 뜻인지 알지 않겠나. 우 전 수석이 더는 말 안 하고 알겠다며 끊었다”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차별 신상 폭로 ‘강남패치’ 운영자, 2심서 감형

    무차별 신상 폭로 ‘강남패치’ 운영자, 2심서 감형

    일반인 신상을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강남패치’ 계정 운영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장일혁 부장판사)는 12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모(27·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다수의 이용자가 보는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게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들이 다수에 이르고, 피해 결과 또한 중대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씨는 해당 게시물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허위란 점을 충분히 인식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씨가 당심에 이르러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2015년 5∼6월 SNS의 일종인 인스타그램에 강남패치 계정을 만들어 30차례에 걸쳐 31명의 실명, 사진 등 신상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서울 강남의 클럽에 드나들면서 접하게 된 연예인, 유명 블로그 운영자 등의 소문을 사실 확인 없이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범행이 집요하게 반복돼 죄질이 좋지 않고, 유사범죄와 모방범죄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폐해도 적지 않았다”며 정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 살해 뒤 재산 빼돌린 아내 징역 25년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황영수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와 내연남 B(55)씨에게 각각 징역 25년을 판결했다. B씨에게는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1월 7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남편 C(당시 52세)씨에게 수면제를 탄 밥을 먹여 잠들게 했다. 이후 A씨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B씨를 불러 끈으로 남편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다음날 함께 대구 달성군의 인적이 드문 공터로 시신을 옮겨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암매장했다. 아내 A씨는 남편의 시신을 유기한 이후 위임장을 위조해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발급받은 뒤 김씨 소유 동산, 부동산 등 재산 수천만원을 자기 소유로 빼돌렸다. 또 A씨는 범행 후 B씨에게 2500만원을 대여금 형태로 건넸고 B씨는 C씨가 숨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일정 기간 각종 공과금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신 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5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한 남성의 행방이 수년째 묘연하다”는 풍문을 듣고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숨진 C씨의 주변인에 대한 탐문수사 중 남편이 숨진 뒤 아내가 위임장 등을 위조해 남편의 재산을 모두 명의 이전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A씨와 C씨는 약 10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2013년 4월 혼인신고를 했으며, 이후 A씨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남편과 갈등을 빚던 중 인터넷 채팅으로 B씨와 만나 내연관계를 맺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 피고인들 법정 진술 등으로 볼 때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 무렵 뚜렷한 살해 동기가 없는 점 등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연남은 먼저 살해를 제안하고 범행수단을 마련해 직접 잠이 든 C씨를 살해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테마로 풀어보는 성화 봉송] 캠페인과 마케팅 사이…연아의 ‘평창 응원’

    [테마로 풀어보는 성화 봉송] 캠페인과 마케팅 사이…연아의 ‘평창 응원’

    “공식후원사 아닌 기업 판촉” 조직위, 연아 광고 수정 요구 베이징땐 성화 주자 자사 운동화소치선 대회 연상 의류 등 논란올림픽 때면 늘 터져 나오는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 입씨름이 또 도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홍보대사인 ‘피겨 여왕’ 김연아가 등장하는 SK텔레콤의 ‘평창 응원 캠페인’이 앰부시 마케팅에 해당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해석을 받았다며 지상파 3사에 캠페인의 수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이 교묘하게 올림픽을 자사 광고나 판촉에 활용하는 일을 가리킨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인 리닝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운동화를 신고 성화를 점화했다. 자기 회사 제품이 중국 대표팀에도 납품되는데 공식 후원사가 아니란 이유로 다른 신발을 신으라는 거냐고 떼를 썼다. 그의 회사 주가는 개회식 다음 거래일에 3.52% 폭등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앰부시 마케팅을 막는다며 테이프를 붙이는 등 법석을 떨었는데 리닝 회사의 주가만 띄운 셈이었다. 4년 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베팅업체 패디 파워가 ‘올해 런던에서 열리는 최대 체육행사의 공식 스폰서’라고 적시한 광고물을 철거하라고 했다가 패디 파워가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하자 런던 조직위가 물러섰다. 당시 센트리카와 에릭슨, 필립스, 서브웨이 등도 어떻게든 올림픽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개막 한 달 전 의류업체 노스페이스는 ‘빌리지웨어’ 제품 라인에 캐나다 국기의 단풍잎 모양과 ‘RU 14’ 휘장을 붙여 판매했는데 소치 대회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로부터 제소당했다. 빌리지웨어란 명칭이 선수촌을 연상시키며 사은품으로 입장권을 나눠 주는 행위도 티켓 판매 규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는 후원사가 아닌 기업도 선수들과 일정 기간, 제한된 방법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룰 40’이 완화됐지만 앰부시 마케팅 논란은 여지없이 터져나왔다. 그해 7월 호주올림픽위원회는 모바일기업 텔스트라가 세븐 네트워크 가입자에게 올림픽 중계 디지털 시청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광고에 히트곡 ‘난 리우에 가요’의 한 대목을 사용한 것이 공식 후원사임을 드러내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법정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호주 연방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번 조직위의 대응에 일부 누리꾼은 “김연아처럼 대단한 스타가 대회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들을 대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는데 무슨 엉뚱한 시비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정을 조금 안다는 이들은 “몇 백억원에 불과한 후원금 때문에 수천억원짜리 홍보 가치를 좀먹는 조직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SK텔레콤처럼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 인재를 보유한 대기업이 뻔히 알면서 규정의 허점을 교묘히 피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조직위는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우리 의무”라면서 “이번 사안은 특히 방송중계권자가 권리의 한 부분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생긴 문제라 해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SK텔레콤과 방송사가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는 게 조직위의 바람”이라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현실 속 삼국지] 속여서 신용카드 불법 사용…금융업법 처벌도 적용

    A는 신용카드를 훔쳐 수백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했다. B는 잠시 맡아주겠다고 속여 신용카드를 건네받은 다음 역시 수백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했다. 유사한 행위지만 A는 절도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으로 처벌받았고,B는 신용카드에 대한 사기죄로만 처벌받았다. 분실하거나 훔친 신용카드를 사용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었지만,사람을 속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사기로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하면서 해결됐다. 죄형법정주의가 현실에서 작용한 모습이다.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전쟁터서 군율 어기고 승리 이끈 조자룡…면책받을 수 있을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전쟁터서 군율 어기고 승리 이끈 조자룡…면책받을 수 있을까

    유선이 유비의 뒤를 이어 촉의 황제가 되자, 조비는 남만의 맹획에게 벼슬을 주어 촉의 남쪽을 공격하도록 한다. 이에 공명은 삼국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남만을 토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50만 대군을 이끌고 출병한다. 맹획과 오계봉(五溪峰)에서 대치한 공명은 젊은 왕평과 마충을 선봉으로 정한다. 노장인 조자룡과 위연은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공명의 허락 없이 적진으로 쳐들어가는데.※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 전쟁터에서 군율은 매우 중요하다. 단 한 번의 군율 위반으로 군 전체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고, 많은 병사의 생사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 조자룡은 ‘군율을 어겨도 큰 공을 세우면 죄를 묻지 않는다’는 불문율(不文律)이 있다면서 적진으로 쳐들어간다. 그리곤 5000의 군사로 남만군을 무너뜨린다. 공명도 조자룡에게 군율을 어긴 책임을 묻지 않는다. ‘훌륭히 싸워주었다’고 칭찬할 뿐이다. 결과만 좋다면 절차가 옳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과연 이런 생각이 법적으로 맞는 것일까. 공명이 조자룡을 면책해준 것에 문제는 없을까. 법률 없으면 범죄 없다. 조자룡이 말한 불문율이란 무엇일까. 문자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진 않지만 관례적으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법이라는 뜻이다. 문자로 명확히 규정된 성문법(成文法)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법으로 미리 정해 놓기는 어렵다. 법이 미처 사회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법에는 언제나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에 규정이 없는 경우는 관습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민법도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條理)에 의한다(제1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성문법이 없으면 관습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문율에 따라 조자룡은 처벌되지 않을까. 민법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민법은 분명히 ‘민사에 관하여’라고 그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군율을 어겨서 죄를 묻는 문제는 민사가 아닌 형사적인 문제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질서 유지를 위해 형벌권을 행사하는 영역인 것이다. 형사적인 영역에는 어떤 원칙이 지배할까.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 없다’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가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지르더라도 그것이 법률로서 범죄라고 정해져 있지 않으면 형벌을 가할 수 없다. 이처럼 형사적인 영역이 민사적인 영역과 다른 이유는 뭘까. 개인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적인 영역과는 달리 형사적인 영역은 국가가 개인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법률로서 무엇이 죄인지, 어떤 죄를 저질렀을 때 얼마나 처벌이 되는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국민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권력자가 법에도 없는 죄를 만들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절도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종신형이나 사형처럼 무거운 형벌을 줄 수도 있다. 즉 죄형법정주의는 국가의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행위가 처벌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나쁜 행위라도 그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권력자가 마음대로 죄를 정해 벌을 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즉, 군율을 어겨도 큰 공을 세우면 죄를 묻지 않는다는 조자룡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이 불문율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믿음일 뿐 형사적으로는 불문율이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의 규정에 기대 조자룡이 용서받을 방법은 없을까. 조자룡과 공명을 위해 한번 생각해 보자. 먼저 수사 단계에서 용서받는 방법이다. 조자룡이 선봉에서 빠지라는 군율을 어기고 적진으로 쳐들어간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런데 조자룡은 큰 공을 세웠다. 공명의 입장에서는 나이도 많은 조자룡이 몸을 아끼지 않고 전장에 나선 것이 대견스러울 수 있다. 어쩌면 조자룡이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의 공적도 무척 크다. 이처럼 연령, 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형사소송법 제247조) 등을 고려해 검사의 재량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을 수 있다. 수사를 다 마친 후 모든 사정을 참작해 한 번은 용서해주는 것이다. 바로 기소유예(起訴猶豫)다. 그런데 조자룡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지 못하고 재판에 넘겨졌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무죄를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군율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므로 무죄를 받긴 어렵다.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는 것이다. 유죄 판결 중 가장 가벼운 제재가 바로 선고유예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선고유예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조자룡이 앞으로 다시 군율을 어길 위험이 없어야 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禁錮), 벌금 등을 선고할 경우여야 한다. 또 전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없어야 한다(형법 제59조 제1항). 하지만 선고유예 판결도 재판 절차를 온전히 거쳐 선고되는 유죄 판결의 하나다. 조자룡이 완전히 용서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이 있다. 바로 사면(赦免)이다. 현행법상 사면의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헌법 제79조).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죄를 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일단 재판을 받아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선고의 효력이 없어진다. 또 아직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더이상 처벌할 수 없다. 검사가 기소를 할 수 있는 권한, 즉 공소권(公訴權)이 없어지기 때문이다(사면법 제3조 제1호, 제5조 제1항 제1호). 일반사면은 대상자가 누구인지를 가리지 않고 특정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므로 새롭게 법률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일반사면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율을 어긴 행위에 대해 사면한다’는 형식이다.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죄를 범한 사람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형을 선고받은 효력이 사라진다(사면법 제3조 제2호, 제5조 제1항 제2호). 공명이 조자룡을 용서해 준 방법은 일반사면과 가장 유사하다. 수사나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용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사면은 다른 장수들에게 ‘군율을 어겨도 공만 세우면 된다’는 나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법에 대한 신뢰나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