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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은 “죽어야 미투가 인정된다면 죽어야 할까 생각했다”

    김지은 “죽어야 미투가 인정된다면 죽어야 할까 생각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전 충남지사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1심 재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판결 이후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고, 죽어야 미투(성폭력 피해 폭로)가 인정된다면 죽어야하는지 수없이 생각했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일을 일관되게 여러 차례 진술했고 증거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는 이름의 집회에서 정혜선 변호사는 이런 입장이 담긴 김씨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김씨는 편지에서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있다”며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가 인정될 수 있다면 지금 죽어야 할까 생각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일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안희정에게 성폭력을 당한 그날,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다.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내지 않고 업무를 했다”며 “안희정이 ‘미안하다,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믿었다. 안희정의 범죄를 잊기 위해 일에만 매진했다”고 했다. 김씨는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질문에 성실하고 일관성 있게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님들은 안희정에게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차례 농락하였나“,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놓고 법정에서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 주장하는가“라고 묻지 않았나”라며 “왜 가해자와 그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의 증거는 다 들으면서,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셨나”라고 원망했다. 김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판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 더이상 한국에서 기댈 곳은 없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께 부탁드린다”며 “저들은(안 전 지사 측) 앞으로도 저열하게 거짓말을 유포할 것이다. 저들 중에는 정치인, 보좌진, 여론 전문가도 있다. 대적할 수 있는 건 여러분의 관심밖에 없다”며 호소했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은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업무상 위력이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당일 오후 서부지법 앞에서 ‘사법부는 유죄’라고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의 집회가 열리는 등 무죄 선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정부 “진에어, 갑질 관행을 근절 없이는 사업 확장 못해”

    정부 “진에어, 갑질 관행을 근절 없이는 사업 확장 못해”

    국토교통부가 17일 진에어의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에서 불거졌던 불확실성이 해소될 전망이다. 국토부의 이번 결정에는 근로자 고용불안, 소비자 불편 등을 면허 취소 시 타격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 경영행태가 반복될 경우 사업확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에어 면허유지 결정을 둘러싼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하기까지 과정은.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에서 촉발됐다. 국토부는 당시 미국 국적 조 전 전무가 항공법령을 위반해 과거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을 인지했다. 이후 면허취소 여부 결정을 위한 청문, 법률전문가 회의 등 법적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16일 자문회의를 통해 면허를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사건을 놓고 시간을 끌어 시장 혼란을 키왔다는 비판이 있다. -관계 법령상 면허발급 또는 취소 시에는 청문, 이해관계인 의견청취 등 법정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다. 청문 등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및 법리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번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면허취소까진 아니더라도 과징금, 영업정지 등 다른 제재를 검토할 수는 없나. -구 항공법 제129조에 따라 면허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는 면허취소 여부 외에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은 할 수 없다. 다만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갑질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 당분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청문 절차에서 진에어가 주장한 내용은 무엇인가. -외국인 임원이 1명이라도 있는 경우를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한 것은 법이 과도하다고 호소했다. 또 근로자, 주주, 예약객 피해 등을 고려시 신뢰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전무가 외국인이긴 하나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함을 알 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이와 함께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 대책 등도 제시했다. →진에어가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방안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나. -최종 결재는 진에어 대표이사가 하고, 한진칼, 대한항공 등 타계열사 임원의 결재(승인 또는 합의) 배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 구성의 과반으로 확대하는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투명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내고충처리시스템을 보완하고 권위적 문화를 근절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방안도 담겼다. 국토부는 개선 대책이 충분히 이행될 때까지 신규노선 허가 등을 제한할 계획이다. 이른바 갑질 관행을 근절하지 않으면 사업 확장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도가 반영됐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김경수 영장심사 150분만에 종료…서울구치소서 대기

    김경수 영장심사 150분만에 종료…서울구치소서 대기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받았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지사는 심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법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실질심사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했다는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킹크랩이 완료된 같은해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드루킹 일당이 감행한 네이버 기사 댓글 호감도 조작이 약 8000만번에 이른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이날 심리엔 최득신 특검보와 검사 2명이 참여했다. 짙은 남색 양복을 입은 김 지사는 예정된 심리 시간보다 약 25분 일찍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킹크랩과 같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시연을 본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한 기자가 ‘킹크랩 목차는 보았느냐’고 물었지만, 김 지사는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했다. 질문을 받기 전 김 지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결부된 모든 요소에 대해서 성실히 협조하고 조사에 임해왔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법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고 성실하게 설명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실질심사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강동길 서울시의원, 길음동 복합문화미디어센터 건설 현장 점검

    강동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구 제3선거구)은 제283회 임시회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심의를 앞두고 점검의 일환으로 8월 14일 서울시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성북구 길음동 복합문화미디어센터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공유재산관리계획은「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매년 서울시장이 시의 중요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하여 수립하는 계획으로 공유재산의 체계적·효율적 관리와 운용은 해당 지역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사전에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복합문화미디어센터는 지난 4월에 착공하여 현재 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 신축 총사업비는 260억원에 지하2층~지상4층(9,473㎡)의 규모로, 도서관·공연장·체육시설 등 주민 생활문화시설과 시청자미디어센터·미디어스타트업·마을미디어지원센터 등 광역미디어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강 의원은 공사 진행상황 설명을 듣고, 당초 100% 구립시설 건립에서 올해 초 광역미디어시설 확충을 위해 시·구립 병립시설로 설계변경함에 따라 발생한 사업비 증액, 법정 대지권 확보여부, 시설별 운영 방안 부재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서울시와 성북구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차질 없는 사업이 되도록 당부했다. 특히 서울시와 성북구간 대지권 조정 마찰에 대하여, 대법원 등기예규인 「집합건물의 등기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들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갈등 조정을 모색하는 등, 법무사로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공사로 인한 소음·진동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민원해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하고, 연일 35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장방문을 마친 강 의원은 공유재산을 제대로 계획하고 관리·운영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라고 하면서, 현장점검을 통해 계획단계에서부터 사업목적에 맞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예산 낭비 요인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 주민들이 체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유재산 관리행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과 확인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진해운 파산으로 부산항 국적선사 비중 35% 불과

    한진해운 파산으로 급격히 줄어든 국적 선사들의 부산항 물동량 비중이 올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예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 기준 1060만 800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9만 6000여개)보다 41만 2000여개 늘었다. 우리나라의 수출입화물은 510만 1000여개,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환적화물은 550만 6000여개이다. 국적 선사는 수출입 202만 7000여개, 환적 170만 5000여개 등 총 373만 3000여개의 컨테이너를 부산항에서 처리했다. 전체 물동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35.1%였다. 지난해 상반기의 33.8%에 비하면 1.3%포인트 높아졌지만, 한진해운이 버티고 있던 2015년의 40.3%, 2016년의 41.9%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외국 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687만 4000여개를 처리해 전체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8%에 달했다. 외국 선사들의 비중은 2015년 59.6%, 2016년 58.0%에서 한진해운이 파산해 사라진 2017년에는 66.1%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소폭 줄었다. 국적 선사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량을 크게 늘린 데다 아시아 역내를 운항하는 중소선사들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환적화물을 부산항으로 많이 유치한 덕분이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SM상선이 사라진 한진해운의 물량을 모두 되찾기에는 선대 규모 등이 많이 못 미쳐 국적 선사들이 예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진해운은 2016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영업을 중단하기 전에 한해 180만개 가량의 컨테이너를 부산항에서 처리했다. 항만업계는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 선사들의 선복량이 대폭 늘어나고 한진해운 파산으로 상실한 네트워크를 대부분 복원하기 전에는 부산항의 주도권을 외국 선사들이 쥐는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악수 거절했다고 취업 면접 쫓겨난 무슬림 여성 손배 승소

    악수 거절했다고 취업 면접 쫓겨난 무슬림 여성 손배 승소

    많은 나라들에서 악수는 상대를 만났을 때 반가움을 나누는 흔한 예법이다. 그런데 무슬림 일부는 직계 가족 외에는 다른 성(性)과 신체를 접촉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악수하자고 강요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날 것이다. 스웨덴의 무슬림 여성 파라흐 알하예흐(24)는 고향인 웁살라의 통역회사에 취업하려고 면접을 봤다. 그런데 남성 면접관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어 면접관에 인사를 했지만 내민 손을 맞잡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면접장에서 쫓겨났다. 알하예흐는 회사가 차별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스웨덴 노동법원은 그녀의 손을 들어줘 회사에 4만 크로네(약 534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유럽에서는 악수 때문에 논란이 되는 일이 간혹 벌어진다. 지난 4월 알제리 출신 여성이 프랑스 시민권 취득 기념식에서 한 관리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권이 취소된 일이 있었다. 2년 전에는 스위스 학교가 두 무슬림 소년이 여교사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남녀 교사 모두의 손을 맞잡지 못하게 한 일 때문에 논란이 빚어졌고 가족들의 시민권 취득 절차가 한때 중단되는 일까지 있었다. 알하예흐의 취업을 막은 번역회사는 법정에서 직원들은 남녀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훈련받았으며 여성이라고 해서 악수를 안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 알하예흐의 예법은 통역으로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를 대변한 성차별 옴부즈만 위원들은 그녀가 가슴에 손을 갖다대는 예법으로 예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노동법원은 그 회사의 주장이 일견 타당하다면서도 악수 같은 것으로만 예를 다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어 종교적인 이유로 악수를 거부한 그녀의 행동은 유럽인권헌장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며 이 회사는 무슬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법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판사들도 의견이 갈려 표결을 했고, 3명이 알하예흐의 주장에 동조하고 2명은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하예흐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신을 믿는데 스웨덴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그럴 수 있어야 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남녀를 다르게 대우할 수는 없다. 나도 그 점을 존중한다. 난 남녀 모두 신체접촉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종교 교리에 따라 살면서 동시에 내가 사는 나라의 법도 지키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5) ‘삼성가 장손’ CJ그룹 이재현 회장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5) ‘삼성가 장손’ CJ그룹 이재현 회장

    삼성그룹에서 분리 뒤 22년만에 CJ 20배 괄목성장선진적 기업문화로 취준생 ‘입사하고 싶은 기업1위’ 삼성가 장손인 이재현(58) 회장은 설탕과 밀가루 제조기업에 불과한 제일제당을 199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한 이후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 오늘날 CJ그룹으로 일군 ‘제2의 창업자’로 평가받는다. 분리 당시 1조 73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약 35조원을 기록하는 등 22년만에 CJ그룹을 엔터테인먼트, 홈쇼핑, 물류 등을 아우르는 종합생활문화그룹으로 키웠다. 이 회장은 어릴 때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사랑과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체격 등 외모, 사고나 행동방식까지 조부와 비슷해 ‘리틀 이병철’이라고도 불린다. 이 회장은 김만조 전 연세대 교수의 딸 김희재(58)씨와 결혼한 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할머니 박두을씨가 2001년 1월 별세할 때까지 서울 장충동 집에서 모셨다. 지금도 모친 손복남(85) 고문을 모시고 산다. 경복고,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1983년 씨티은행에 취직, ‘탈 삼성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이 “장손인 재현이에게 왜 남의 집살이를 시키냐”는 불호령을 내려 1985년 제일제당 경리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기획관리부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대우, 제일제당 부사장, 부회장을 거쳐 2002년 마침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남들이 제조업과 수출에만 매달려 있던 20여년 전에 이미 문화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섰다. 단기 적자에 연연하지 않고 큰 그림의 사업방향을 제시하며 그룹의 도약을 이끌었다. 1995년 미국 신생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영화사업에서 철수할 때 문화사업을 뚝심있게 밀어부쳤다. 이 회장이 CJ그룹을 키운 데에는 시련도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증과 삼성가의 유전병으로 알려진 CMT(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는 등 몸이 편치 않다. 2013년에는 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그룹이 총수 부재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2017년 5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그레이트 CJ’와 ‘월드베스트 CJ’를 경영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겠다는 것이고,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그룹 지배구조를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으로 단순화했다. 인수합병과 매각 등을 통해 주요 계열사들을 정비하고 있다.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브라질 셀렉타, 러시아 라비올리, 베트남 민닷푸드 등을 인수했다. CJCGV는 러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 4D플렉스 상영관을 열었다. CJ대한통운도 2017년 아랍에미레이트 이브라콤, 인도 다슬로지스틱스를 사들인 데 이어 베트남 제마뎁과 지분 인수 계약을 맺었다. 올 들어 대대적인 내부 사업 재편에도 나서 지난 7월 CJ 오쇼핑과 CJ E&M의 합병 법인 ‘CJ ENM’을 출범시켜 국내 최초의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기업문화도 선진적으로 바꿨다. 2000년부터 말단직원에서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이름 석자에 ‘님’자만 붙여 부르는 호칭파괴와 복장자율화, 플렉서블 출퇴근제 등을 단행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달 동안 ‘자녀입학 돌봄휴가’를 낼 수 있다.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도 신설해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남성의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 유급으로 늘리는 등 임신과 출산 지원 역시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이뤄진다. 이런 기업문화로 잡코리아에 따르면 CJ그룹은 2018년 취업준비생들이 상반기에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혔다. 2016년부터 3년 내리 취업준비생들이 꼽은 ‘직원 복지문화’가 제일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이 회장은 부인 김희재씨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녀 이경후(33) 상무는 미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2011년 7월 CJ주식회사 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지난해 11월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로 승진한 뒤 지난 7월부터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으로 근무중이다. 남편 정종환(39) 상무는 CJ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미국 사업을 관할하고 있다. 아들 이선호(28)씨는 미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을 전공한뒤 2013년 CJ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에서 대리점 영업, 마케팅 등 현장경험을 쌓은 뒤 제일제당 BIO사업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79) 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년 넘게 이재현 회장과 함께 CJ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경기도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낸 손영기씨가 부친이다. 이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고문이 친누이다. 손 회장은 경기고 2학년 재학 중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한 수재다. 안국화재 사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치며 삼성그룹에서의 분리독립 등 위기때마다 이 회장을 도왔다. 손 회장은 대한상의회장을 거쳐 경영자총협회장을 맡고 있는등 경제계를 대표하는 원로 경영인이다.이 회장의 누이인 이미경(60) CJ그룹 부회장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연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푸단(復旦)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늘날 CJ 그룹이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동생인 이재현 회장을 도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해왔다.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신규회원으로 위촉됐다. 진보적인 영화를 제작·지원한다는 이유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영일선 퇴진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년간 미국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둘째 남동생은 이재환(56) CJ파워캐스트 대표다. 이 대표는 최근 요트를 개인 용도로 구입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있는 중이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경기도 1회추경 23조 6035억 편성…1조 6270억 증액

    경기도 1회추경 23조 6035억 편성…1조 6270억 증액

    경기도는 16일 일반회계 20조 5933억원, 특별회계 3조102억원 등 모두 23조 6035억원 규모의 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21조 9765억원보다 1조 6270억원(7.4%) 늘어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7기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결과물인 제1회 추경예산안을 도민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도지사가 직접 나서 예산안을 도민에게 보고하고 밝힌 것은 경기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 지사가 도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정 운용에 있어서도 공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도는 밝혔다. 추경안 편성은 취득세 등 지방세 6148억원, 순세계잉여금 5524억원, 국고보조금 1739억원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증액된 예산은 시군·교육청 전출금 등 법정경비(6915억원), 국고보조사업(2291억원) 등에 쓰이며 자체사업에도 2867억원을 투입한다. 분야별로 보면 동북부 균형발전과 평화통일 기반조성에 역점을 둬 모두 3691억원을 반영했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 지사의 의지에 따라 추경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도로건설 등 인프라 개선 1266억원, 남북협력기금 200억원, 캠프그리브스 군 대체시설 설치 130억원 등이다.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안전 관련 예산으로는 580억원을 세웠다. 소방장비 등 소방안전강화 150억원, AI·구제역 등 가축방역 286억원 등이다. 폭염 피해를 본 축산농가를 위해 예비비 8억 2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전통상인, 소상공인, 청년 일자리 등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으로는 969억원을 담았다. 이 지사의 핵심공약인 지역화폐 확대와 관련한 경기시장상권진흥원 설립 용역비 등 예산으로 1억 3000만원을 반영했다.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확충,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등 민생복지에 1372억원을 투입하며 군 복무 청년들의 상해보험 가입 지원을 위해 2억 70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이 지사는 “민선 7기 한 달 반 동안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세부 실행방안을 꼼꼼히 준비했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회 추경예산안”이라며 “도민의 권한과 예산이 오로지 도민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회 추경예산안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세계 최대 마약왕’ 법정 출두하는 날 브루클린 다리 못 지나는 이유는...

    ‘세계 최대 마약왕’ 법정 출두하는 날 브루클린 다리 못 지나는 이유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에서 몇 달에 한번씩 최악의 교통 체증이 빚어지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뉴욕 로어 맨해튼의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세계 최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0·멕시코)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날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관문인 이 다리에서 교통 악몽이 펼쳐진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엘 차포’(키 작은 사람)라 불리는 구스만은 2차례나 탈옥한 전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보안이 가장 철저한 수감시설로 꼽히는 연방교도소에 수감됐고, 변호인단을 제외한 외부 접촉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호송 당국은 그가 법정에 출두하는 날이면 브루클린 다리를 지나다니는 일반 차량의 진입을 통제한다. 구스만은 2001년 멕시코 할리스코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옥했으며, 재수감 이후 2015년 7월에는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에서 땅굴을 파 재차 탈옥에 성공했다. 2016년 1월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의 한 은신 가옥에 숨어 있다가 해군과의 교전 끝에 검거된 그는 지난해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미 연방 대배심은 2009년 7월 범죄조직을 운영하고 마약 밀매를 통해 거둬들인 부당 이득을 돈세탁해 멕시코로 빼돌린 혐의로 구스만을 처음 기소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부부 싸움 때문에 엉뚱한 공항 착륙, 변상해야 할까

    부부 싸움 때문에 엉뚱한 공항 착륙, 변상해야 할까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 가량 부부싸움을 벌여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게 만든 영국인 부부가 비행기에서 쫓겨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휴가를 즐겼다. 저가항공 제트2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근처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해 그랜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에 탑승했던 로널드 센빌(53)과 폴린 고든(66)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쳄스퍼드 왕립법정에서 진행된 재판 도중 상세한 전말이 공개됐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제트2는 스트랫퍼드에 사는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착륙과 이륙으로 연료를 소모시키고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손해 변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계속 보냈지만 부부는 묵살해 결국 소송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는 임시 착륙한 포르투갈의 한 공항 벤치에서 하루밤을 지샌 뒤 가족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그랜카나리아를 찾았다가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약해 계속 휴가를 즐겼다.부부싸움은 남편 센빌이 다른 여성에게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본 아내 고든이 누구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생일 턱으로 여행 경비를 모두 댄 고든은 그냥 친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됐던 여성이 누구냐고 묻는데도 센빌이 자꾸 못 밝힌다고 해 화가 잔뜩 났다. 서로 언쟁을 벌이다 이번에는 센빌이 아내에게 음료수 사먹게 돈을 좀 달라고 했는데 아내는 핸드백을 붙들고 놔주지 않아 둘이 밀고 당기고 법석을 떨었다. 고든은 “남편이 말하길 ‘내 여권도 돌려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 다른 여자랑 휴가가게?’라고 쏘아줬다. 내 생각에 재미있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짧게 실랑이를 벌이다 자신의 핸드백을 돌려 받고 이내 잠자코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더니 자신들더러 내리라고 했다고 어이없어했다. 센빌 역시 아내를 향해 완력이나 위협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며 언쟁이라 해봐야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며 “비행기를 돌릴 하등의 필요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고든은 “휴가는 좋았다. 하지만 로널드는 계속 그 여자에게 문자를 보내 너무 더워 어느 곳에라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계속 실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방송은 그들이 휴가를 계속 즐긴 것처럼 재판도 죽 이어진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holiday
  • 12월 결산 상장사 5곳 반기보고서 제출 못해

    한국거래소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5개사가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와이디온라인, 차바이오텍, 트레이스, 에프티이앤이 등 코스닥 상장사 4개사와 코스피 상장사인 세화아이엠씨가 법정 제출 기한인 전날까지 반기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사 4곳은 이미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어 오는 24일까지는 반기보고서를 내야 한다. 이 중 와이디온라인은 지난해 말 현재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24일까지도 반기보고서를 못 내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또 이번 반기 결산과 관련해 코스피 3개사(삼화전자, 성지건설, 세화아이엠씨)와 코스닥 5개사(MP그룹, 데코앤이, 와이오엠, 디젠스, 피앤텔) 등 총 8개사가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4회 서울의 문학1(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편이 지난 14일 진행됐다. 여름 야행 세 번째 행사가 치러진 이날 여름의 마지막 몸부림이 느껴졌으나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예약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오거나 현장에서 일행을 따라나선 이들도 있어 준비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과 쿨 스카프가 동났다.이날 투어는 집결 장소인 청계광장의 소음을 피해 한국관광공사 2층 관광안내센터 ‘K-STAR 존’으로 이동,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쾌적하게 시작했다. 서울 중구 다동 10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는 구보의 옛 집터(다옥정 7번지)이다. 청계천을 따라 광교까지 나간 뒤 화신백화점(종로타워)을 보고, 나석주 열사의 동상이 서 있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소공로 낙랑파라(더플라자호텔)~숭례문~경성역(서울로7017) 구간을 걸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구보의 동선을 안내하면서 소설 속의 적절한 장면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문학 향기를 음미하면서 몰입했다. 1930년대 경성과 박태원이라는 소설가, 주인공 구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구보가 배회했던 1930년대의 서울, 식민지의 수도 경성은 어떤 도시였을까. 일제강점기의 암흑과 근대의 새벽이 공존하는 이 시기는 식민 잔재라는 이름으로 혹은 근대유산이란 이름으로 서울 도시 공간 곳곳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도시는 자연환경의 개조이고, 근대성의 임상실험이다. 이 시기 식민지 도시문화와 도시계획이 만들어 낸 지층이 우리가 사는 21세기 서울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식민통치기 경성의 외관과 도시민의 내면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주입하는 일본식 전통과 일본이 도입한 서구 문물이 혼재돼 있었다. 중국식 전통이나 중국을 경유한 서구 문물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서구 문물에 눈을 뜨고, 귀가 열린 게 바로 1930년대 경성의 본질이다. 한국적 근대의 비밀은 한국인이 서구에서 직접 가져오거나, 서구에서 전해진 게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받았다는 데 있다. 소설 속 식민지 지식인 구보가 걸었던 소공로와 남대문로의 이국적 풍경과 우울한 독백 또한 여기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구보가 소설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경성은 사실상 새로운 도시였다. 현대 서울의 기원은 조선의 수도 한성이 아니라 경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총독부는 1910년부터 30년 동안 경성시구개수 계획과 경성시가지 계획에 따라 경성의 간선도로망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적 도심 공간의 구조를 재편했다. 청계천 이북 종로 중심 도시구조를 청계천 이남 경성부청(시청) 중심의 격자형 도시로 뜯어고쳤다.광화문 네거리 정동 쪽을 막고 있던 황토마루(황토현) 고개를 밀고 광화문~남대문에 이르는 남북 간 축선도로 태평로(세종대로)를 뚫었다. 종묘관통선(율곡로)을 만들고, 식민통치 기구와 일본인 거주지가 밀집한 본정통(충무로)과 황금정통(을지로) 중심의 방사상 도로망을 구축했다. 본정통과 남대문의 교차점인 조선은행(한국은행) 앞에 광장을 조성하고, 경성부청과 조선은행 앞 광장을 잇는 장곡천정통(소공로)을 뚫어 연결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 등 일제의 경제 수탈기구와 금융기관, 백화점이 명치정(명동)·본정통(충무로)과 이어졌다. 소설의 주인공 구보는 월북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분신이다. 박태원은 이념을 배제하고 도회적인 풍물과 도시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도시를 무대화하면서 전통의 몰락, 가족의 생성과 해체, 물질주의와 환락의 변주, 반복되는 일상을 묘사했다. 도시를 배경으로 개인의 일상을 그려 내면서 내면의식의 추이를 서술하는 모더니즘소설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도시 문학의 전형이다. 소설 속 구보는 집을 나서 경성 최고의 백화점을 둘러보고, 전차를 타고, 당대 대표적 건축물인 조선은행을 지나 경성역을 오간다. 낙랑파라로 대표되는 경성의 다방과 술집에서 오가는 대화와 친구와의 만남은 욕망과 소비문화의 분출을 나타낸다. 박태원의 생애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설이 구구했으나 2016년 구보의 장남 박일영이 펴낸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문학과 지성사)이 믿을 만하다. 조부 때부터 약방을 운영했고 부친이 약종상으로 공애당약방을 운영했으며 숙부가 양의로서 공애의원을 개업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개화한 중인가문 출신이라고 알려졌으나 밀양 박씨 양반 가문임을 족보를 통해 밝혔다. 구보의 첫 부인 김정애는 한약국집 무남독녀로 숙명여학교(숙명여고)를 수석졸업하고 경성사범학교(서울사대) 연수과를 수료한 뒤 진천에서 보통학교 교사를 지낸 신여성이었다.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외손자이다.구보는 7살 때부터 소설책에 관심을 보여, 9살까지 춘향전과 심청전 등 집에서 구할 수 있었던 시중의 이야기책 50~60권을 독파했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기고) 재학 중이던 17살 때 본명으로 시 ‘할미꽃’을 발표했고, 18살 때 춘원 이광수에게 사사했으며 스승의 글을 평한 ‘묵상록을 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학에 인생을 걸 천재에게 정규교육은 불필요하다”면서 휴학, 집에 틀어박혔던 시절도 공개됐다.이상한 머리 모양과 친구 이상과의 우정, 월북 후 ‘갑오농민전쟁’ 출간 스토리가 대표적 이야깃거리다. 23세에 도쿄 법정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구보는 빨간 넥타이에 지팡이를 짚고, 바가지 머리 모양으로 다니면서 장안의 화제 인물이 됐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오갑빠머리’에 대해 구보는 ‘나는 내 머리를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고 있다.… 내 머리터럭은 그저 제멋대로 위로 뻗쳤다. 나는 수없이 빗과 기름을 가지고 이것들을 다스리러 들었다.… 이마 위에 간즈런히 추려가지고 한일자로 짜르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 ‘자신만큼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장담한 언론인이자 작가 조용만은 저서 ‘구인회 만들 무렵’에서 ‘이상과 구보는 짝패였다. 이상의 더벅머리와 수염에 대해서 구보의 ‘오갑빠머리’가 한 쌍이었고, 언변에 있어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결말을 들으면 포복절도할 만담가의 흥행을 보는 것 같았고…둘이 다 한가한 몸이므로 밤낮 붙어 다니며 노닥거렸다’고 기록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여름야행 4=성수동(서울숲 밤마실) ●일시:8월 18(토) 오후 6~8시 ●집결장소: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 역 구내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기록적 폭염에…우리 아이 학교도 개학 늦추나

    서울교육청, 초·중·고 개학 연기 등 권고 서울 일부·경남 12곳 최대 1주일 연기 단축 수업·냉방 등 대책 마련도 분주 한반도를 덮친 최악의 무더위의 기세가 꺾일 기미를 안 보이자 개학철을 맞은 전국 학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 속에 등·하교하거나 수업을 받다가 자칫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고, 급식 때 식중독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0~19세 온열질환자는 135명(지난 14일 기준)이나 됐다. 서울과 경남도 등의 일부 학교는 개학 연기를 결정했고, 나머지 학교들도 단축 수업이나 냉방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15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청이 전날 시내 전체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1365개교에 “학교장이 학교 구성원 의견과 폭염 상황 등을 검토해 개학 연기 등 학사일정을 조정하라”고 안내했고, 충암중 등 일부 학교가 개학을 나흘 안팎 늦추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충암중 관계자는 “방학 동안 학교 소방시설 공사를 했는데 무더위 탓에 공사 일정이 지연된 데다 기온이 도통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교사·학부모·지역 인사 등으로 꾸려진) 학교운영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개학을 나흘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체 초·중·고교의 약 11%인 155곳만 14일까지 개학했으며 중·고교는 애초 다음주 개학일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더위를 피해 개학을 늦추는 학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창원·김해·진주·거제 등 경남 지역의 초·중·고교 12곳도 개학을 최소 하루에서 일주일까지 늦췄다. 하지만 기록적 폭염 앞에 개학 연기는 미봉책이다. 초·중·고교는 연간 법정 수업일수(190일 이상)를 맞춰야 해 여름방학이 길어진 만큼 겨울방학이 줄어드는 등 남은 학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낮기온이 떨어질 때까지 학교에서 학생 안전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앞서 교육부는 폭염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내려보냈다. 폭염주의보(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 예상)가 발령되면 ▲단축수업 검토 ▲체육활동 등 야외활동 자제 ▲학교 급식 식중독 주의 등의 조치를 하고, 폭염경보(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 예상)가 떨어지면 ▲등·하교 시간 조정 및 휴업 검토 ▲체육활동 등 야외활동 금지 등을 하라는 내용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피고인 무죄.” “이런 쓰레기들.” 지난 14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던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법정에 울려 퍼진 목소리들이다. 엘리트 판사로 알려진 조병구 부장판사는 판결에 논리적 흠결이 없었음을 강조하듯 차분하게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여성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위력에 의한 간음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와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로 현행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유죄를 선고하고 싶어도 현행법에서는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판사가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 기준으로 강간 여부를 가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예스 민스 예스 룰’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한다. 최근 ‘미투 운동’ 영향을 받아 스웨덴이 이를 입법화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꼭 공을 입법부로 넘겨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전날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선고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주를 이뤘던 기존 몰카 판결과 달리 법원은 이 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몰카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처벌도 엄중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피고인이 여성이라서 중형이 내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긴 했지만, 향후 몰카 재판의 시금석이 될 판결이라는 평가가 더 타당해 보였다. 14일 저녁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은 “재판부가 적극적인 판결로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판결로 현실 뒤에 숨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법전을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다. jiye@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금태섭 “헌법 명시된 판결문 공개…사법 불신 해소의 첫걸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금태섭 “헌법 명시된 판결문 공개…사법 불신 해소의 첫걸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가장 먼저 법원 재판의 문제점을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판결문 등 세 분야로 나눠 짚어 봤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문제는 너무 많은데 해결 방법이 뾰족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신문 사회부 법조팀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금 의원은 두 시간 가까이 우리 재판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면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모두 판결문에 판사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유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으냐”며 “판결문, 나아가 소송 기록을 공개하면 심리가 충실해질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도 판결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민영 기자(이) 서울중앙지법 소액법정을 자주 찾았다. 변호사 수임료 반환 소송을 제기한 할아버지가 패소했는데 판결문에는 패소 이유가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왜 패소했는지 혹시 아느냐”고 묻더라. 하도 답답하니까 같이 재판에 들어갔던 기자는 혹시 알지 않을까 싶었다고 하더라. 남편과 불륜 관계인 여성에게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도 있었다. 판결문을 보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나와 있었다. ‘피고의 부정행위, 내용, 기간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럼 불륜을 3.3%만 인정한 걸까. 이런 식이라면 원고든 피고든 만족하기 어렵지 않겠나. 금태섭 의원(금) 한국은 변호사 강제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소액법정에 가보면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원고와 피고 모두 주장과 증거가 정리가 안 된 채 나온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려면 누군가 쟁점을 정리해 줘야 한다. 당사자들은 주장과 증거를 구별하지 못한다. 판사가 인정해 주고 싶어도 영수증 같은 형식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변호사 2만명 시대다. 소송 제기 전 상담해 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변호사 쓰는 데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금액이 많이 내려갔다. 풍부한 변호사 인력을 이용해 당사자 주장을 충실하게 정리해 주면 판사는 변호사들이 정리한 서류를 보면 된다. 금융기관 사건 등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다툼이 있는 사건은 금액이 적더라도 당사자들이 제대로 재판받을 수 있게 기준을 바꿔야 한다. 홍희경 기자 소액사건 기준을 대법원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극히 법원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추진해 재판거래 의혹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의 관심은 상고심에만 있고 하급심에는 없다. 금 소액사건 기준은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률로 정하는 게 맞다. 규칙으로 정해지다 보니 소액사건 기준 금액이 지난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50%나 뛰었다. 판사 입장에서는 사건 금액이 적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기준은 국회가 정해야 국민의 인식을 반영할 수 있다. 나상현 기자 얼마 전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 ‘국민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는 내용이 있어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법원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높은 거 아닐까. 금 한국처럼 모든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나라도 있고 미국처럼 1년에 70~80건 대법원으로 오는 나라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기준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관예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1년 재판 건수가 얼마 안 되니까 그야말로 역사에 남는 판결을 내놓는다. 1966년 미 연방대법원이 ‘미란다원칙´을 만들었다. 미란다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성폭행범이었다. 미란다가 전관 변호사를 썼겠나? 대법원이 그 사건을 선택했고, 변호인 선임권과 진술 거부권의 원칙을 정립했다. 한국은 모든 사건이 대법원에 가기 때문에 변호사로서는 심불 기각이 나오면 큰 타격이다. 그래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손을 잡고 대법관 출신을 찾아간다. 현재 대법원 사건이 4만건인데 대법관 12명이 재판 기록을 일일이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상고법원은 우리에게 악의 축이 돼 버렸다. 영미나 독일은 상고허가제로 사건을 다 쳐내고 일부만 대법원에서 본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도 이야기한다. 한국 현실에서 뭐가 더 맞을까. 금 개인적으론 상고허가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대법원 재판은 기본적으로 전원합의체가 원칙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전원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게 헌법 취지에 맞다. 만약 대법관이 50명이라면 부별 재판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 항소심과 다를 게 없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대법관이 들어가서 대법원 판례를 바꾸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사회적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재판을 하려면 상고허가제로 가야 한다. 이 어사그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된 대법관 주심별 심리불속행(심불) 기각률에 변호사들이 굉장히 놀라더라. 누구라도 기각률 낮은 대법관에게 재판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금 대법관 중 누구는 심불을 많이 하고, 누구는 적게 하는 사실이 공개되는 게 망신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공개해서 로스쿨에서 대법관별 판결문 분석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법관이 유사 사건에서 어떤 건 심불 처리했고 어떤 건 판결문을 썼다는 식으로 분석이 나와야 심불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허백윤 기자(허) 형사판결의 경우 무죄면 판결문이 자세하고, 유죄면 지나치게 간단하다. 판결문을 받는 건 소송 당사자인데, 당사자에게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검사에게 ‘당신이 기소했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무죄를 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걸로 보인다. 금 판결문에 들이는 수고를 줄여야 한다는 법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재판 과정에 대한 사후 검토가 가능해야 한다. 미국은 판결문을 잘 쓰지 않지만 대신 소송 서류를 거의 다 볼 수 있다. 한국은 소송 기록은커녕 판결문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법원은 판결문 공개가 권위와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판결문 공개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걱정한다. 그래서 내가 이를 면책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주장은 모순된다. 개인정보보호 논리로 판결문 공개가 안 되는 거라면 공개 법정에서 매일 위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아는 땅콩 회항 사건에서 법원이 언론에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K그룹 T항공이라고 돼 있다. 조현아는 A라고 돼 있더라. 허 블랙리스트 판결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H 대통령이라고 했다. 김동현 기자(김) 국정농단 사태 때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가 나오면 영장전담판사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뜬다. 판결문이 공개되면 판사를 공격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도 있다. 금 판사 신상털기는 엄하게 다뤄야 한다. 검찰도 영장 기각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보다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자기 당과 관련이 있으면 무조건 들고 일어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판결문 공개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판결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려 놓으면 오히려 찾아내서 욕을 한다. 판결문 공개는 헌법에 명시됐다. 김 판결문 공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금 법원 불신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전관예우도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보려면 빅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변호사를 못 만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 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를 물어볼 게 아니라, 그간 판결한 내용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 소송하려는 사람들은 변호사 비용이 없으면 서점에 가서 ‘알기 쉬운 민사소송’ 책을 산다. 그것만 갖고는 절대 혼자서 소송할 수 없다. 판사들도 책보다는 판례를 찾는다.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을 찾아보면 증거로 뭘 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재판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정리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다음 회부터 수사·재판을 아우르는 형사사법의 비상식적 관행 점검이 본격 시작됩니다. 우선 선거범죄 처벌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검증합니다.
  • 최태원 회장, 동거녀 명예훼손 재판 증인 출석… “악플 폐해 직접 호소”

    최태원 회장, 동거녀 명예훼손 재판 증인 출석… “악플 폐해 직접 호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섰다. 동거인에 대해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한 당사자인 최 회장은 악플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를 증언했다.최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 판사의 심리로 열린 주부 김모(61·여)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강용석 변호사가 댓글 내용의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며 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발송한 증인소환장에 최 회장이 응했다. 재벌 총수가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인 데다 최 회장 측에서 증인보호신청을 해 증인신문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 기록상 최 회장의 이름도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남겨졌다. 최 회장은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증인신문을 통해 김씨의 댓글 내용은 모두 허위이며, 악성 댓글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증인신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허위로 자꾸 댓글을 달거나 사실을 과장해서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을) 바로잡고 법정에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6년 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신과 동거인, 혼외자녀를 향해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김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정식재판을 결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MB, 이팔성 인사 직접 챙겨”

    MB, 이팔성 비망록 국과수 감정 요청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측근이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금융기관장으로 앉히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직접 지시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은 임승태 당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청와대가 금융기관장으로 누구를 임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힌 진술을 공개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을 KRX(한국거래소) 회장으로 앉히라’는 청와대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이후 상황에 대해 임 전 처장은 “금융위는 청와대에 완전히 찍혔다”면서 “‘우리가 정권 잡은 것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이승균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한 명이 책임지고 금융위를 나가라”고 해 금융위 김영모 과장이 사퇴하기도 했다고 임 전 차장은 진술했다. 지난 7일 법정에서 공개된 ‘이팔성 비망록’에 따르면 이 전 회장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권유해 KRX 회장 자리에 지원했고 최종 2배수까지 압축됐지만 결국 낙마했다. 임 전 처장은 특히 이 전 회장에 대해 “대표적인 MB 측근, 4대 천왕으로 유명했다”면서 “시장에서는 이팔성 인사가 해결돼야 나머지 금융계 인사가 진행된다는 분위기가 파다했고, 청와대에서 이팔성을 우리금융 회장으로 하라는 오더가 분명히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이 전 회장을 두고 “청와대에서 미는 인물이 아니면 얘기 꺼내기도 어려운 실력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및 비망록 등을 통해 22억 5000만원을 이 전 대통령의 사위와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 측은 “기억을 더듬어 한꺼번에 쓴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비망록의 신빙성을 문제삼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 원본을 검찰과 변호인이 2명씩 나와 감정하도록 했다. 검찰은 “눈으로 봐도 날짜별로 굵기, 필압이 다른 것이 확인된다”면서 날짜별로 기록된 게 맞다고 반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유사 강간’ 이윤택 “연기 지도법” 발뺌

    올해 초 확산된 ‘미투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현재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재판과 문화예술계를 뒤흔든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윤택 비공개 공판 중… 조만간 결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지난 5월 9일 첫 재판이 열린 뒤 최근까지 9차례 재판이 열린 이 전 예술감독의 재판이 조만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 전 예술감독은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자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 등)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예술감독 측은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연기 지도의 방식이었다”며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후 재판은 준비기일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안태근, 인사 불이익 직권남용 여부 주목 5월 18일부터 시작된 안 전 국장의 재판은 다음달 3일 4회 공판이 열린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성추행 여부가 아닌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는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다. 지난달 17일 서 검사가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안 전 국장과의 사이에 가림막을 두고 성추행 이후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이스크림 성추행’ 등 전·현직 검사 유죄 검찰 내 성추행진상조사단이 기소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선 이미 일부 유죄 판결이 나왔다. 회식 자리에서 이른바 ‘아이스크림 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후배 검사와 변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희정 무죄’ 재판부 “폭행·협박 있어야 성폭행”

    ‘안희정 무죄’ 재판부 “폭행·협박 있어야 성폭행”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성폭력에 관한 현행법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 여부였다. 위력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무형적 힘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기 힘들며 현행법이 정의한 성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과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노 민스 노’는 상대방이 명확하게 거절했는데도 성관계를 시도할 경우 성폭력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예스 민스 예스’는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하면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대가 분명히 합의 의사를 밝힐 때만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영국·캐나다·독일 등지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당사자 간 동의’가 없으면 강간죄로 인정한다. 그러나 국내 현행법은 ‘위력의 행사’를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수준으로 본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로 성폭력의 기준을 협소하게 적용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돼 왔으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점을 들어 위력 관계에 있다고 봤다. 그렇지만 개별 공소사실에 대한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김지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사회에서 사용되는 성폭력 행위의 의미와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적으로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가해질 도덕적 비난과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런 책임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으나 국민적 합의로 구성된 입법행위에 의해 성폭력 처벌 규정에 관한 체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사법적 판단에서는 엄격한 해석, 증거 법칙에 따른 사실인정,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서울 교육청, “최악 폭염 피해 개학 연기 검토하라”

    서울 교육청, “최악 폭염 피해 개학 연기 검토하라”

    여름 폭염이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자 서울 교육청이 시내 학교들에 개학 연기 등 학사일정 조정을 권고했다.서울 교육청은 이날 전체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 공문을 내려 “학교장은 학교구성원 의견과 폭염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학연기나 휴업, 수업단축, 등하교시간 조정 등 학사일정을 조정하라”고 안내했다. 서울시내 중·고교는 주로 22~23일쯤 집중적으로 개학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이 학교의 냉방 시설과 교육과정, 구성원들의 생각을 고려해 개학 연기 등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법정 수업 일수는 매 학년 190일 이상(주5일 수업 시)이다. 보통 수업 일수가 충분히 확보되도록 여유를 두고 학사일정을 짜기 때문에 개학을 며칠 연기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개학이 계속 미뤄지면 수업 일수 확보를 위해 겨울방학을 예정보다 늦게 시작하게 된다. 서울의 올해 폭염일수(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1994년 폭염일수(24일)를 이미 뛰어넘었다. 광복절인 15일에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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