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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판례’ 얼마나 바뀔까

    ‘다양한 구성’의 대법관 3인이 새로 후보로 제청됨에 따라 대법원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금까지의 판례를 얼마나 변경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박시환, 김지형 두 대법관 후보. 이들은 아직 국회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절차가 남아 있다. 이들이 국회에서 동의를 받으면 대법관 중에 진보 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김영란 대법관을 포함해 적어도 3명이 된다. 아직도 소수이긴 하지만 전원이 보수적인 인물일 때와는 사정이 달라진다. 대법관이 어떤 사건을 맡아 검토한 결과 기존의 판례와 의견이 다르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판례변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며 대법관들이 결정한 다수·소수 의견은 각각 기록으로 남겨져 이후 새로운 법해석의 열쇠가 된다. 전임 최종영 대법원장은 임기 6년 동안 65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남겼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와 국가보안법 사범에 대한 재판에서 전원합의체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전원합의체에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이강국 대법관만이 실형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 후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또 새로운 진용을 갖춘 대법원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증거나 사실이 발견됐을 때만 재심이 가능토록 한 엄격한 재심요건이 판례변경을 통해 완화될지도 주목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사건의 판결 등에도 해빙기가 기대되는 가운데 계류중인 송두율 교수의 상고심 결과도 관심거리다. 아직 진보 쪽으로 분류되는 대법관 수가 전체의 4분의1에 지나지 않아 실제로 판례 변경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 선임될 대법관 중에서 개혁 성향의 대법관이 한둘이라도 선임되면 점점 발언권과 영향력이 세질 수 있다.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임명되면 개혁 성향의 대법관들과 보수적인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에서 주고받을 토론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밖에도 사형제도 대신 종신형 도입, 반인도적 범죄의 시효 배제 등을 개혁 과제로 밝힌 바 있어 관련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주목된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다양성 돋보이는 새 대법관 추천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주 퇴임한 대법관 3명의 후임으로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 박시환 변호사,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새로운 사법부상 구현이라는 시대적 소명과 함께 출범한 이 대법원장이 과거의 관료식 승진 관행을 벗어나 재조와 재야, 그리고 비주류에서 새 대법관을 추천한 것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욕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누차 지적했지만 최고의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지금까지 관료적 틀에 얽매인 인사방식을 답습함에 따라 소수의 목소리나 사회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터이다. 우리는 서열과 기수, 관행을 뛰어넘은 이번 대법관 추천이 사법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법무부장관의 국가보안법 사건 불구속 지휘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념 면에서는 냉전식 좌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의 판례에만 안주해 온 대법원의 책임도 크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법의 울타리 밖에 내몰린 것도 판례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대법관 추천을 계기로 판례의 외연을 계속 넓혀나가되 ‘소리 없는 판결’의 중요성도 함께 존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오락가락하는 판결이 잘못된 판결보다 더 해악을 끼친다는 말이 있듯이 ‘튀는’ 판결이 대세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예측 가능한 판결을 제1의 덕목으로 삼아온 기존의 사법 가치가 결코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국민의 사법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추천된 대법관들은 자신을 천거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법원장은 내년에 있을 대법관 추천에서도 여성 법조인과 학계 인사를 대법원 진용에 추가하는 등 정책법원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가 되겠다고 한 이 대법원장의 약속을 지켜보겠다.
  • [대법관후보 지상청문회] 대법관 제청 의미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법원 안팎의 요구와 법원조직의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노리고 19일 대법관 후보들을 제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법관 인사 때마다 시민사회단체 등 법원 바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재야법조 0순위’ 박시환(사시21회) 변호사와 노동계와 법원내 소장판사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김지형(〃)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함께 후보에 올라 대법원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데는 개인적인 성향뿐 아니라 비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원장은 김황식(14회) 법원행정처차장을 함께 제청, 이번 인사가 파격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균형도 감안했음을 강조했다. 현재 김영란(20회) 대법관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기수는 양승태(12회) 대법관이어서 이번 인선의 기준이 서열과 기수로 비쳐지면 탈락한 법관들의 사퇴가 이어질수 있었다. 김 부장판사와 박 변호사의 기용이 지금까지의 인사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통법관으로 분류되는 김 차장을 제청함으로써 15회 이하 법관의 이탈을 막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른바 ‘젊은피’가 수혈되면서 앞으로 사법개혁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한편 노동·공안사건, 양심적병역거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법원 내부의 보·혁 토론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심을 모았던 두번째 여성대법관과 지역할당, 학계인사 기용은 대법관 5명이 바뀌는 내년 7월로 넘어간 듯 하다. 특히 내년 9월에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헌법재판관도 5명이 교체된다는 점에서 대법관이든, 재판관이든 이들의 기용 가능성은 더욱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관 제청에서 법원 안팎의 신망이 높은 이홍훈 수원지법원장이 제외된 것이 헌재소장 교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코드인사’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대통령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사석에서 대법관 후보로 거론한 4명 가운데 박 변호사와 김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제청되고, 장윤기 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으로 내정됐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인위적으로 균형을 갖추려다 보니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법관으로 제청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황식·김지형·박시환씨 대법관 임명 제청

    이용훈 대법원장은 19일 김황식(사시14회) 법원행정처차장, 김지형(21회) 서울고법부장판사, 박시환(〃) 변호사 등을 후임 대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노 대통령이 금명간 이들 3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해 국회에 동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표결로 동의안을 처리하게 된다. 앞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는 지난 17일 이들을 포함, 이홍훈 수원지법원장, 김진기 대구지법원장, 변동걸 서울중앙지법원장, 손용근 법원도서관장, 양창수 서울법대교수,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모두 9명을 대법관 적격후보자로 이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었다. 이 대법원장은 이들 중 법원 내부(김 차장)와 재야 법조계(박 변호사), 비서울대 출신(김 고법부장) 등 법원 안팎의 요구사항을 고려, 후임 대법관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삼은 것 같다.”면서 “자문위에서 추천한 분들이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이번에 탈락했어도 내년 대법관 제청 때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손지열 대법관이 재판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공석이 된 법원행정처장(권한대행)에 장윤기(15회) 창원지법원장을 내정했다. 대법원은 대법관이 겸임해온 법원행정처장을 장관급 정무직공무원이 맡도록 하는 쪽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장윤기 행정처장 권한대행 내정자

    20일부터 재판 업무로 복귀하는 손지열 대법관의 뒤를 이어 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으로 내정된 장윤기(45) 창원지법원장은 1975년 임관한 이래 주로 대구와 경남지역에서 근무한 ‘향판’으로 지역의 신망이 두텁다. 유럽인권협약과 외국헌법을 연구해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사회보호법 및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돌연사한 근로자에 대해 연장근무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었다고 판단,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관심을 보였다. 취미는 동양고전 읽기와 산책. 가족은 부인 정현숙 (51)여사와 2남 1녀.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대법관후보 지상청문회] 신임 대법관 후보

    [대법관후보 지상청문회] 신임 대법관 후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3인의 특징은 성향과 서열 등을 조화시켰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 내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반면, 박시환 변호사는 법원의 인사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직서를 낸 인물이다. 김지형 부장판사는 노동분야 전문가이다.‘전문적 법률지식’을 검증받은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적인 소탈함으로 사법개혁을 이끌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 김황식(56) 후보의 최대 단점은 역설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데 있다. 그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지냈다. 재판업무보다 행정업무에 익숙한 관료형 판사로 분류된다. 사법개혁 목소리가 높아 기존의 인사관행에 반발기류가 있는 가운데, 법원 내부의 목소리가 강하게 뒷받침돼 대법관 제청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재판 이론에 강하며, 특히 부동산등기와 독일법 분야에서는 법원 내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 1995년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낸 ‘친일파 땅찾기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친일파 후손의 땅찾기에 제동이 걸렸고,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끼쳤다. 김 후보는 공안사건에서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평가되지만, 인신구속에 신중하자는 입장을 유지했다.1993년 남한사회주의 과학원 사건과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의자 4명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행정가로서 그의 능력은 소탈한 형태로 발휘됐다. 광주지법원장 시절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법원 업무 개선점, 직원들과의 대화 중 느낀 소회를 담은 이메일이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시절 서울지방법원 산하 5개 지원의 지법승격을 이루고, 법관들에 대한 단일호봉제를 도입해 사법개혁의 단초를 마련했다. 단일호봉제 도입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인사에서 탈락한 중견 법관들의 일괄 사퇴 관행을 막고, 평생판사 시대를 여는 기틀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에는 ‘아무리 좋은 판결도 화해만은 못하다.’는 법률격언을 강조하며 법원에 조정과 화해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법원 행정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어서, 이용훈 대법원장의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가 연착륙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박시환 변호사 “국민과 법관들은 사법부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2003년 8월 관행적인 대법관 인사에 대해 법원 내부가 반발한 ‘대법관 제청파문’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직을 버린 박시환(52) 대법관 후보의 ‘사퇴의 변’이다. 박 후보는 지난 1993년 3차 사법파동을 주도,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의 ‘사법부 개혁요구’ 성명을 이끌어냈다. 그의 개혁행보는 법원 안팎과 시민단체의 지지를 고루 얻어 대법관 인사제청 때마다 적임자로 추천됐다. 현직 판사 시절부터 사법권 독립, 법원 인사제도 등에 대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지지를 받고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우리법 연구회’ 활동을 해 ‘코드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본인은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제청 발표 직후 박 후보는 “과도한 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인사청문회 표적이 되는 게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판결에서는 개혁성과 함께 법이론적인 꼼꼼함이 눈에 띈다.5공 시절인 1985년 초임지인 인천지법에서 유인물 배포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가 3개월 뒤 강원도 영월로 좌천됐다.1996년에는 국가보안법 피의자에 대해 3차례까지 구속연장을 허용하도록 한 법조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했다. 가장 큰 강점으로 인화력이 꼽힌다. 운동도 여럿이 함께 하는 테니스, 탁구, 축구 등을 즐긴다. 이런 성격은 재판에서도 발휘돼, 형사단독 재판부 때 피고인의 말을 듣기 위해 심리가 자정까지 이어지는 일도 흔했다고 전해진다. 서울중앙지법 송찬호 판사는 “분양금 반환 청구를 한 원고 400여명이 받을 금액을 계산하는데, 밤 늦게까지 옆에서 함께 셈을 한 뒤 고생했다며 소주를 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소탈하지만 자연스러운 권위가 느껴지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김지형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지형(47)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노동법·근로기준법과 관련해 해설서를 저술한 노동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판사로 재임하면서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려 주목을 받았다. 비서울대(원광대)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법해석으로 법원 내 소장 판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 대법관 후보는 2003년 1월 의류업체가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3년간 퇴직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위반했다.”며 퇴직한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김 후보는 당시 판결문에서 “근로자에게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불리한 근로계약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중구청이 환경미화원들에게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가족수당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관례처럼 이루어진 기업주의 부당한 근로계약에 일침을 가했다. 김 후보는 이밖에도 지난 2001년 정모씨가 ‘신군부 협박으로 재산을 헌납한 것은 무효’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강박에 의해 재산을 내놓은 만큼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면서 “국가는 정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공무원들이 징수편의를 위해 이전 업주가 체납한 세금을 새로운 업주가 대신 납부토록 할 수 없다는 등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한편 주한미군이 군사적 목적이라 하더라도 사유지를 무단 침범했다면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 후보는 현재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으로 파견 중이다. 후배 법관들은 김 후보의 장점으로 당사자들의 말을 빠짐없이 들어주는 태도를 꼽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정치플러스] 전직3부요인등 18일 시국선언

    전직 3부 요인과 전직 장관 등 각계 인사들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파동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18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2 시국선언’을 갖는다. 김수한·김재순·박관용·장경순·정래혁·채문식 전 국회의장과 이일규 전 대법원장, 강영훈·남덕우·노재봉·신현확·이영덕·정원식·현승종·황인성 전 국무총리 등 전직 3부 요인 외에 전직 장관 76명, 전 국회의원 205명, 예비역 장성 642명, 전직 대사 48명 등 각계 인사 9590명이 선언에 참여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 “정치적 변화보다 법률 따라야”

    김종빈 검찰총장은 17일 오후 퇴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아끼며 “눈앞에 안개를 거두니 가을단풍이 아름답다.”고 28년 검찰직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앞서 퇴임식장에 들어선 그의 표정은 평상시처럼 온화했다. 식장에 모인 검찰 간부 200여명의 굳은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김 총장의 퇴임사는 첫마디부터 강한 어조였다. 김 총장은 “수사지휘는 검찰의 독립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청와대가 검찰총장의 처신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구속수사 결정에 대해 김 총장은 “구체적인 사건 처리는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퇴와 검찰에 대한 여권의 비난을 의식한 듯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려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검찰의 현안인 사법개혁 논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것은 짐으로 남는 듯했다. 그는 “논의들이 권력기관간 권한 배분이나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오전에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 장관을 잇달아 방문해 퇴임인사를 했다. 천 장관을 5분쯤 독대한 김 총장은 “이번 사태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 조직은 급속히 안정될 것이며, 일선 검사들도 자숙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김 총장의 퇴진은 ‘명예로운 퇴진’으로 검찰사에 남을 것”이라는 말로 김 총장을 배웅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대법관후보 김황식씨등 9명 추천

    대법관후보 김황식씨등 9명 추천

    대법원은 17일 공석인 대법관 3명의 후임을 추천하기 위한 대법관제청자문회의를 열고 후보 9명을 추천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19일 이 가운데 3명의 최종 후보를 간추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후보 선정에는 ▲법원 재직경험 ▲출신지역 ▲출신학교 ▲소수자 배려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非)서울대 출신으로 한양대를 나온 손용근 법원도서관장, 원광대를 나온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이 포함됐다. 김진기 대구지법원장은 향판 출신이며,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유일한 여성 후보로 꼽혔다.‘이용훈식 개혁’을 사실상 주도하게 될 대법관을 가리는 인사이기 때문에 각계 의견을 골고루 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 등에서 지지를 받는 박시환 변호사는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신분으로 법원 개혁을 요구하며 옷을 벗었다. 두 번째 여성대법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수안 부장판사는 유일한 여성 고법부장으로 형사재판부를 이끌고 있다. 손용근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동기(17회)다. 가장 젊은 김지형 연구법관은 노동 사건에서 진보적인 판례를 남겼다는 평을 듣는다. 양창수 교수는 판사로 6년 동안 재직하다 교편을 잡았다. 현직 판사 110여명 등이 소속된 민사판례연구회 회장으로서 민법 분야 대가로 통한다. 대법원의 문호가 학계까지 미쳤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한편 대법원은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이 이번주 재판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법원행정처장 직무대행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APEC 정상회담 D-30] 亞太자유무역·조류독감·한반도 비핵화 ‘3대화두’

    [APEC 정상회담 D-30] 亞太자유무역·조류독감·한반도 비핵화 ‘3대화두’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 나라들의 협의체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5 정상회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제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11월12일 고위 관리회의를 시작으로 합동각료회의, 재계 지도자(CEO 서밋) 등 각종 회의가 열리지만 하이라이트는 18일 정상들이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 모이는 정상회의. 정부의 공식 카운트다운도 이 회의를 기준으로 한다. ■ 주요 의제 무엇인가 정상들은 핵심 의제인 무역 자유화문제를 비롯, 대 테러, 재난 대응, 에너지 안보, 나아가 최근 국제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조류 독감 대책도 집중 논의한다.19일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틀에 걸친 정상들의 논의 결과를 모아 ‘정상선언’을 발표하고 의장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한국과 개최도시 부산은 APEC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된다.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APEC을 계기로 각국간 정상회담도 활발히 전개될 예정. 따라서 11월 초 5차 북핵 6자회담이 내놓을 결과에 따른 향후 방향도 논의될 전망이다. ●‘부산 로드맵’(Busan Roadmap to the Bogor Goals)마련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는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 투자 자유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부산 APEC은 이를 위한 점검 회의로, 최종 점검 결과와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부산 로드맵이란 이름의 보고서가 각료회의 결과로 정상 회의에 보고되고 정상들은 이를 공식 채택하게 된다. 김종훈 APEC 담당 대사는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DDA(도하개발어젠다)협상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자 500명은 ‘CEO 서밋’을 열고 ‘기업가 정신과 번영-아·태 지역의 성공적 파트너십 구축’을 주제로 토론한다. 정상들과 기업 경영인들과의 합동 회의도 열린다. ●‘인간 안보’-부각되는 조류 독감 이슈 이틀째 정상회담의 의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 지역’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재난과 신종 전염병이 주로 다뤄질 예정. 특히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있는 조류 독감의 경우 지난 8일 호주에서 APEC 사전 전문가 회의가 개최됐다. 조류 독감 확산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 특히 개도국들의 예방 등이 결과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태국 등 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재난이 급증하고 있어 예방과 신속한 구호 등의 문제도 논의된다. ●‘한반도 비핵화’ 이번 APEC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선언장이 될 것이란 일각의 희망도 있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 이후 고조된 분위기에서 언급한 희망. 그러나 북한이 회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축 문제의 논의가 이뤄지고, 의장요약문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中·日·러 정상 사상 첫 한반도 회동문제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을 말하시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스티브 잡스 애플 컴퓨터 사장, 스티브 그린 HSBC 회장, 마틴 설리번 AIG사장…. 정답 다음달 중순 며칠 동안 부산에서 먹고 자고 할 VIP들. 부산 APEC은 단군 이래 한반도에 가장 많은 세계적 ‘거물’들이 동시에 모이는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권에서 정치와 돈을 쥐락펴락하는 국가 원수와 기업인들이 우르르 부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20여개국의 정상이 방한하긴 했지만, 그때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수반이 빠져 있었다. 중국도 1인자인 장쩌민 주석 대신 주룽지 총리가 방한했었다. 반면 부산 APEC엔 미·중·일·러의 정상을 비롯,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빅토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탁신 태국 총리, 크란 둑 르엉 베트남 주석,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등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의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다. 중국의 반대로 국가원수의 참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타이완은 왕진핑 입법원장을 대리 참석시키려 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정치권 인물이 아닌 경제인 참석을 권유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홍콩은 도널드 창 행정장관이 대표로 방한한다. ●개량 한복 입고 기념 촬영 정상들은 관례에 따라 개최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데, 부산 APEC 준비기획단은 착용이 간편한 개량 한복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이점(紅二點)’인 아로요 대통령과 클라크 총리는 무릎선을 넘보는 치마 길이로 눈길을 끌 전망이다. 기획단은 각국 정부로부터 정상들의 치수를 사전 파악했는데, 일부 정상은 얼굴색과 어울리는 색상까지 까다롭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애플·HSBC·AIG 대표등 기업인 600명 참석 경제계에서는 애플 컴퓨터,HSBC,AIG의 대표를 비롯, 크레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부사장, 리사 베리 셰브론 부회장, 존 천 사이베이스 사장,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 부회장, 존 하인즈 게일그룹 회장, 창샤우빙 차이나유니콤 회장, 푸청위 CNOOC(중국해양석유) 회장, 알렉스 밀러 가즈프롬(러시아 최대 기업) 회장등 쟁쟁한 기업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등이 참석하는 등 모두 600여명의 국내외 기업인이 부산에서 명함을 교환하게 된다. 주최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기획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APEC을 ‘경제효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4억弗 생산유발 효과 1988년 올림픽,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몇단계씩 끌어올린 행사들이었다. 한달 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20005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올림픽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브랜드 가치의 제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선진 통상국이라는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를 드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넘는 APEC의 올해 의장국인 한국이 무역투자 자유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역내 중견국가 위상을 재확인할 것이란 뜻이다. FTA협정 비준 연기, 쌀시장 개방 거부 등 국내 문제로 생겨난 한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어느 정도 불식되고, 나아가 우리 기업의 대외 진출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부산’브랜드의 부상 주목할 점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 한국의 제1항구 도시로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의 부상을 꿈꾸는 부산으로선 절호의 기회. 개최 기간 동안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21개국 정상들과 기업인, 각국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 6000명이 부산을 체험한다. 김종훈 APEC 담당 대사는 “부산은 IT(정보기술) 전시관과 항구의 물류 전산화·자동화를 담은 U-Port 전시관 등을 준비했다.”면서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올 ‘부산 로드맵’과 함께 엄청난 홍보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산은 해운대와 부산 국제영화제(PIFF)로 알려져 있어 관광문화도시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KIEP와 부산발전연구원은 이번 APEC 개최로 인한 관광 수입은 3000만달러,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 효과는 8500만∼1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생산유발 효과는 약 4억 200만달러로 추산됐으며, 여타 산업의 전·후방 효과도 1억 5000만 달러에서 2억 6000만 달러로 나왔다. 취업유발 효과도 6100명으로 전망됐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시민 의식과 자긍심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효과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변협, 대법관후보 10명 천거

    대법원은 지난 10일 퇴임한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을 위한 대법관 후보 추천 접수를 11일 마감했다. 대법원이 비공개를 의무화함에 따라 추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20명 안팎의 후보자가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평가위원회는 10명을 1차 천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평가위의 추천인에는 현직 법관으로 이흥복 부산고법원장,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 이홍훈 수원지법원장, 손용근 법원도서관장, 여성 후보로 전수안 서울고법부장판사 등이 올랐다.또 재야 법조인으로는 박시환·박원순 변호사와 법무법인 화우 대표인 양삼승 변호사, 대북송금 특별검사를 지낸 송두환 변호사 등을 추천했다. 후보자에는 학계인사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변협이 대법원장에게 최종 후보로 추천한 사람은 6명이다. 참여연대는 사법시험 기수에 따른 서열과 법원 내부 인물로 제한해 온 대법관 제청 관행에서 벗어난 인물로 대법관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홍훈 수원지법원장과 박시환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별도 추천 없이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 권익 보호에 식견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대법관으로 제청할 것”을 촉구했다.‘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도 지역·학력·성별 등 다양성을 고려한 법원 내·외부 인사 3명을 비공개로 추천했다.법원공무원노동조합도 강금실 전 법무장관, 문흥수 변호사, 김진기 대구지법원장, 이우근 인천지법원장, 장윤기 창원지법원장 등 8명의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인선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출신 지역·학교를 안배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법원은 오는 17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열고 복수의 후보군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대법원장은 자문위의 결과를 토대로 20일쯤 후보 3명을 확정, 대통령에게 제청할 방침이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시론] 새 대법원장에 바란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시론] 새 대법원장에 바란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김영삼 정부로부터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마다 사법개혁이 당면과제가 되었다. 개혁의 외침은 거셌지만 실속은 없었다. 우선 신임 대법원장은 이제까지와 같은 형식적인 개혁 행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라는 주문부터 하고자 한다. 겉치레 개혁은 더 이상 필요 없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는다. 개혁에 나선 사법부는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서 겸허하게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재하에 일부 재판이 잘못되었던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다. 군정독재하에서 잘못된 재판을 세상에서는 ‘사법살인’ 그리고 ‘쪽지재판’과 ‘정치재판’이라고 부른다. 결국 법률에 의한 피해자로서 국민의 재판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신임 대법원장의 사과는 그에 상응한 행동과 대응책으로 나타나야 한다. 잘못된 재판은 신임 대법원장 말대로 재검토돼 시정되어야 한다. 30여년에 이르는 군사정권의 폭정이 남긴 잔재는 그 자체로 엄청나다. 우선 상당수의 재판관이 군정독재하에서 임관되어 근무하며 보직, 전보, 승진 길을 걸어 온 과거가 있다. 그 과거에는 흠도 있고 문제가 될 일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 모두를 두고 따질 일은 아니지만,“과거를 묻지 마세요.”식으로 얼렁뚱땅 지나칠 수는 없다. 패전후 독일의 사법부는 나치즘에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며 거듭났다. 과거사를 정리하려는 우리 사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남긴 상처 때문에 아픔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법원 일각에는 사회단체나 일반인의 재판 비판이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인 듯 그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지켜보자면 우리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잘못된 재판의 검토는 그 억울함의 구제와 연계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재심절차로는 부족하다. 그 문제의 해법은 입법부와 협조해 당장 모색 강구해야 한다. 법관은 시민의 비판과 참여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 법원과 검찰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는 관리에겐 한없이 편한 제도이지만, 지금은 관료가 주인인 시대가 아니다. 일본 법조계도 시민들에게 재판참여의 문을 열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출신 연고·기수를 따지고 서열·석차에 줄서고 전관예우의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지 않는 한 장래는 없다. 얼마전 고위 공직자나 돈 많은 부자가 형기를 제대로 채우지 않는다는 보도를 보고 다시 한번 가슴이 쓰렸다. 사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법률의 그늘에서 억울함을 느끼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문사’를 다루는 기관에 근무하면서 법률에 의한 피해자를 거의 매일 만났다. 피해자나 가해자까지도 독재와 권위주의의 희생물이다. 법률의 마지막 파수꾼인 법원은 어떻게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관들이여. 사법권의 독립은 당신들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으로 지켜진다. 그러한 법관이 있을 적에 국민은 충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신뢰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법의 권위의 기반이 되고 사법권 독립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법률(또는 재판)이 달래지 못한 피해자가 흘리는 절망의 눈물을 닦아주는 인간성과 정의를 추구해 나가는 기개가 있는 재판관을 국민은 원하고 있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 [사설] 퇴임 대법관의 통렬한 자기반성

    유지담 대법관이 어제 35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통렬한 자기반성을 토로했다. 재임 기간 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법관으로서 자기관리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터에 그의 퇴임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법관으로서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 설정없이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생활을 했다.”고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백했다. 특히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고 자책했다. 자화자찬과 함께 ‘대과없이’ 임기를 마치게 돼 다행이라던 과거 대법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진정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려면 그릇된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천명하자 일각에서는 “사법부도 코드론이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퇴임하는 유 대법관의 고해성사처럼 사법부가 정의의 최후 보루이기는커녕, 권력에 편승해 굽은 잣대를 들이댔던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피해당사자들의 시각이다. 유일한 여성 고법 부장판사인 전수안 부장판사도 최근 기고한 글에서 “진행중인 재판에 영향을 끼치는 게 문제일 뿐 확정판결에 대한 비판은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문제”라며 사법부의 과거사 규명 비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던가. 좋든, 싫든 국민을 섬기지 않는 권력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사법부도 외딴섬일 수 없다. 이 대법원장은 후임 대법관 인선 기준과 관련, 전문적 법률지식을 최우선으로 하되 합리적 판단능력과 인품 등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다양성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그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 “독재시대 침묵 용서를”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등 대법관 3명이 10일 퇴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재임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 대법관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35년 동안의 법관생활을 되짚어보고 잘못한 점을 사과했다.●“권력에 맞서야 할때 외면” 유 대법관은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비평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재판의 권위’라는 명분으로 동조하고 싶어했다.”고 털어놓았다.유 대법관은 “환송을 받기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법부를 탄생시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퇴임사를 끝맺었다. 대법관의 퇴임사는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후배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곤 했다는 점에서 이날 유 대법관의 퇴임사는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오늘까지 후임대법관 후보자 추천 이날 퇴임한 대법관 3명의 후임 인선을 위한 준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11일까지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받고 오는 17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신욱 대법관과 손지열 법원행정처장, 천정배 법무장관,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장,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장, 이승훈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법조인사 6명과 권영빈 중앙일보 사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등 비법조 인사 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관 기준으로 전문적 법률지식과 합리적 판단능력을 보겠다고 밝혔다.조무제 전 대법관 이후 지역법관 출신이 없고, 남아 있는 대법관들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출신지역·학교를 안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수·서열파괴의 폭에도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서울대 출신 후보로는 이흥복 부산고법원장·손용근 법원도서관장·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또 사법고시 13∼17회 출신인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이홍훈 수원지법원장·민형기 서울고법 수석부장 등이 후보군에 꼽힌다. 법원 외부 인사 중에는 최병모·문흥수·박시환·박원순 변호사 등이 유력하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고법부장판사도 과거사 반성

    현직 법관 6명이 참여연대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을 계기로 10일 펴낸 ‘사법감시’ 제26호를 통해 과거 법관들의 잘못된 점과 법원의 인사 시스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대법원장에게 바라는 법원개혁’이라는 이 특집에서 전수안(사시 18회)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기고문을 통해 법원 내부의 과거사 청산문제와 관련,“과거 판결의 잘못이 인정되면 대법원장이 법원을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후배 법관들이 내내 그 짐을 떠안고 국민의 질타를 받는 불행을 끝내야 한다.”면서 “재판으로 인한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데도 법관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배상책임도 없다고 방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존 로버츠號’ 방향타될듯

    존 로버츠 신임 미 대법원장 앞에 첫 ‘블록버스터’ 판결 과제가 주어졌다고 언론 그룹 나이트 리더가 6일 보도했다. 연방 대법원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불치병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자살용 약을 건네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오리건주 법률과 관련, 법무부가 환자 자살을 도운 의사들을 처벌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5일부터 심리하기 시작했다. 1997년 대법원은 불치 환자들이 의사의 도움으로 자살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주 정부로 하여금 편안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환자들을 도울 다른 방법을 찾도록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이 법은 또 두차례나 주민투표를 통해 승인됐으며 97년부터 지금까지 208명이 의사로부터 치사제를 건네받아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이 법이 연방 정부의 약물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이날 대법원 심리가 시작된 것이다. 내년 초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재판은 캘리포니아 등 다른 주들의 비슷한 법률 제정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재판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후임자 해리엇 마이어스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때까지 심리에 참여하기로 한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은 오리건주 법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마이어스 지명자가 어떤 성향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심리에서 “오리건주의 예외적인 법률을 인정하게 되면 다른 주들의 날림 입법을 조장하게 된다.”고 우려했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처벌 가능 의견을 내놓았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대법원장 시국·공안 판결문 검토

    대법원이 수집한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시국·공안 판결문을 이용훈 대법원장이 직접 검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전국 법원에서 판결문 3600개를 받았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각 법원에서 도착한 판결문을 대법원장실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 재직시 공안사건 관련 재판을 심리한 적이 없었다.”면서 “틈틈이 판결문을 검토해 당시 재판의 흐름을 파악하고 처리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과거사 정리 작업은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사법부 내부의 각 행정 국실에서 재판문을 검토하는 것도 재판권에 대한 침해행위”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사법부 과거사 정리작업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환영의 뜻을 비치며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질문한 반면, 한나라당측은 사법부가 정치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비난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법사위, 대법원 감사

    [국감 하이라이트] 법사위, 대법원 감사

    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작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매서웠다. 인사말을 하러 나선 이용훈 대법원장에게도 의원들은 과거사 정리문제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해 “수집한 판결문을 직접 검토하고 결정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답변자로 나선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작업은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고 꾸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법원행정처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 인권의 보루가 되지 못한 점을 겸허하게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현행 재심제도는 너무 경직돼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선병렬 의원은 “법원내에서 공론을 모아 과거사를 규명하는 기구를 설치하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 한다는 비난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과거 사건들의 판결문을 모아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사법부 과거사 정리작업은 ‘무원칙적인 업무처리’라고 꼬집었다. 장윤석 의원도 “대법원이 전국 법원에 판결문을 수집하라고 발송한 공문을 전면 취소하라.”고 거들었다. 손 법원행정처장은 “재심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면서 “과거사 정리방법은 대법원장이 앞으로 관심과 염려를 충분히 반영해 적절한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최근 동기모임에서 구체적인 후보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주호영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천 장관을 성토하면서 “대법원장은 천 장관이 거론한 인사를 후보에서 제외하거나, 천 장관을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손 법원행정처장은 “천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판단되지만 개인적인 발언이어서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미국사회 진로 마이어스에 달렸다

    미국사회 진로 마이어스에 달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지명한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고문을 둘러싸고 미국 전체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물론 공화당 등 보수진영에서도 마이어스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겁다. 미국은 왜 대법관 인선에 그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미국의 사법제도는 기본적으로 주 중심이다. 주마다 지방법원과 대법원이 따로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은 주에서 해결된다. 그러나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주와 주가 충돌하는 사건이나 연방 정부와 관련된 사안은 연방 대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특히 낙태와 동성애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들은 연방 대법원이 판결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미국 사회의 가치관과 흐름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대법원의 구성은 최근까지 지난 2000년 ‘조지 부시-앨 고어’ 대통령선거 결과를 판정했던 체제가 이어져왔다. 보수 5 대 진보 4라는 기본 구도다. 그러다가 지난달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사망하고, 이에 앞서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이 스스로 사임하면서 한꺼번에 두 자리의 공석이 생겼다.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이 남긴 자리는 며칠 전 존 로버츠가 메웠다. 전·현 대법원장 모두 보수적 인사다.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은 말기에 이념적 성향을 많이 벗어났다는 평가도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현직 미국 대법관 8명의 성향을 살펴보면 ‘보수 4, 진보 4’라고 할 수 있다. 대법관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분류는 그렇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남은 한 자리에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인사를 앉히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명권을 쥐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는 확실한 보수 인사를 앉혀 사법부의 보수 색채를 확실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중도 보수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마이어스 고문은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의문을 미 보수 진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보수 색깔이 불분명한 인사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마이어스 고문의 이념적 성향은 의회 청문회가 시작되면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열린세상] 강간범,대법원·대검 뭐하나/강지원 변호사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취임한 지 몇 달 되었다. 지금 법조계 수장들은 사법개혁이다, 수사권조정이다 해서 무척 바빠 보인다. 그런 와중이지만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모름지기 법조계인사들은 그 같은 거대담론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의 아픔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성폭력을 당해 고통 받는 여성들 이야기를 하겠다. 도대체 이 나라 법원과 검찰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가. 한 20대 미혼인 여성은 천성이 소심한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술을 함께 마신, 아는 오빠가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혼자 사는 집인데 돌려 줄 책이 있다고 했다. 그러려니 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한순간 침대에 쓰러뜨렸다. 싫다고 했다. 그리고 힘껏 뿌리쳤다. 그러나 끝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큰 소리 한번 쳐 보지 못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두려움과 황당함 때문에 변변한 반항조차 못해보았다. 몇 달 후 수사검사는 가해자 강간무혐의라고 판정했다. 이유는 왜 반항할 수 있었는데 반항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강간죄로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가해자가 피해여성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한 폭행이나 협박을 휘둘러야 하는데, 이 사건 가해자는 그저 완력으로 그런 짓을 했을 뿐 그런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집어 표현하면, 피해여성이 필사적으로 반항을 할 때 이를 꼼짝 못하도록 폭력을 행사하고 성관계를 해야 처벌해 주는데, 피해여성이 도무지 반항 같은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남자는 ‘무죄’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 무슨 야만적인 법적 태도인가. 이 나라 어떤 여성이 이 따위의 결정에 승복을 하겠는가. 세상의 사람이 모두 다르듯이 여성도 모두 다르다. 활달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소극적인 여성도 있다. 또 아무리 활달한 여성이라 해도 상대가 직장 상사라든가 신세를 지고 있는 관계라든가 하는 이유로 어려워하는 사이가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덮쳐 왔다. 이럴 때 다시는 안 볼 작정으로 과감하게 소리치고 반항하고 욕을 퍼부을 여성이 얼마나 될까. 잘못 반항했다가는 더 큰 폭력이 행사될까 무서워 꼼짝 못하는 여성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그 끔찍한 가해자가 무죄란다. 그렇다면 여성은 화간(和姦)을 한 꼴이 된다. 게다가 거짓말쟁이까지 된다. 심지어 꽃뱀으로 몰리기도 한다. 바라는 것이 있어서 꼬리를 쳤다고도 한다. 왜 술을 마시고 따라갔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남자들이 그 정도로 나오면 그냥 꼼짝없이 당하고 있으라는 것이겠지. 그리고 찍 소리하지 말고 고소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겠지. 도대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 충동을 느끼는 피해 여성들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감히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왜 법집행에서 이런 피눈물나는, 해괴한 사태가 발생할까. 바로 ‘대법원판례’라는 것 때문이다. 대법원이 한 사건에 대해 판례를 남기면 그 이후에는 줄줄이 사탕처럼 붕어빵 판결들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온 나라의 형법교과서들이 이를 받아서 ‘정답’처럼 가르쳐댄다. 그저 달달 외우기 잘 해서 판검사가 된 사람들이 의문 한번 가져보지 않고 똑같은 판단들을 쏟아낸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 대법원은 성폭력관련 판례를 하루바삐 고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검이 검사들로 하여금 종전 판례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작심하고 기소토록 해야 한다. 한국은 강간범 1등 국가다.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눈곱만큼이라도 피해자적 감수성을 함께할 수 있는 판검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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