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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행정처 ‘수상한 체크카드 9장’… 공보관 운영비 수천만원 유용 정황

    [단독]행정처 ‘수상한 체크카드 9장’… 공보관 운영비 수천만원 유용 정황

    계장 개인통장 이체 후 임종헌 등에 지급 택시비 등 사적 용도… 檢, 업무상 횡령 검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행정처 고위 법관들이 대법원 공보관실비로 책정된 예산 수천만원을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받아 사용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 지출담당 계장의 개인 명의로 만든 통장에 공보관실 운영비 수천만원을 이체하고, 체크카드 9개를 만들어 임 전 처장 등에게 나눠 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목적으로 배정된 예산 3억 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을 조사해 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2억 7200만원은 ‘고위법관 대외활동비 또는 격려금’ 명목으로 일선 법원장들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7800만원은 대법원 공보관실에 남겨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고위 법관 9명에게 홍보 명목으로 현금으로 나눠 주기 시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운영비 명목으로 매월 30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현금으로 지급하던 방식에 어려움이 생기자 도중에 체크카드를 만들어 나눠 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파악했다. 행정처 간부들은 이 카드를 들고 다니며 홍보 업무가 아닌 사적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행정처 간부는 체크카드를 택시비 결제 목적으로만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다수의 예산 담당자들은 ‘예산 집행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일해 오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처음 봤다’는 등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운영비 예산을 빼돌린 주체와 돈을 건네받고 사용한 고위 법관들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檢 “양승태,이미 통보한 재판부 결정문까지 취소시켰다”

    檢 “양승태,이미 통보한 재판부 결정문까지 취소시켰다”

    사립학교 연금법 한정위헌→ 단순위헌 내부망서 결정문 검색 안 되게 은폐도 유해용 “하드 파기 후 쓰레기통에 버려”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결정한 사안을 취소·변경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검찰 수사를 통해 법원행정처가 법원의 재판 일정을 미루도록 하는 등 소송 절차나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여럿 드러났지만, 이미 결정문까지 써 놓은 일선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은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당사자에게 결정문이 송달된 상황이었지만 재판부는 행정처 요구에 따라 결정을 취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31조 2항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로 결정을 내린 뒤 다시 단순위헌으로 바꾼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양 대법원장이 결정을 취소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문건 등을 확보했다. 헌법재판소로 결정문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행정처가 이를 인지해 결정을 바꾸도록 남부지법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당시는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대법원과 헌재의 갈등이 깊었다. 한정위헌은 법률을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우에 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 결정의 한 형태로, 법원의 해석이 위헌이라는 의미다. 결정문을 취소·변경하는 과정에서 재판장은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불만이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행정처는 전산정보국을 동원해 내부 전산망(코트넷)에서 결정문이 열람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당시 전산정보국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결국 단순위헌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됐다. 헌재는 2016년 2월 공중보건의 복무기한을 교직원 재직 기간에 합산하지 못하도록 한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31조 2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검찰은 12일 오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잇따라 소환한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도 소환한다. 이 전 실장은 강제징용 피해자들 민사소송을 법관 해외파견 등과 거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연구관은 선임재판연구관 시절 통합진보당 관련 문건을 행정처로부터 건네받아 유 전 연구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한편 검찰은 이날 대법원 기밀 자료를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 전 연구관 사무실을 2차 압수수색했으나, 이미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폐기된 상태였다. 유 전 연구관은 하드디스크를 본체에서 빼내 가위로 드라이버를 파기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미루는 동안 형사 사건 증거물인 대법원 자료가 고의로 파기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시스템이 보란듯이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는 당초 담당한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재청구한 8일 근무자가 최초 담당한 이언학 판사였고, 다른 판사인 명재권 판사는 구속영장 업무로 처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법원행정처 ‘수상한 체크카드 9장’…공보관 운영비 수천만원 유용 정황

    [단독]법원행정처 ‘수상한 체크카드 9장’…공보관 운영비 수천만원 유용 정황

    양승태 대법 비자금 의혹 예산 3억 중 일부계장 개인통장 이체 후 임종헌 등에 지급택시비 등 사적 용도…檢, 업무상 횡령 검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행정처 고위 법관들이 대법원 공보관실비로 책정된 예산 수천만원을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받아 사용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 지출담당 계장의 개인 명의로 만든 통장에 공보관실 운영비 수천만원을 이체하고, 체크카드 9개를 만들어 임 전 처장 등에게 나눠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목적으로 배정된 예산 3억 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을 조사해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2억 7200만원은 ‘고위법관 대외활동비 또는 격려금’ 명목으로 일선 법원장들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7800만원은 대법원 공보관실에 남겨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고위 법관 9명에게 홍보 명목으로 현금으로 나눠주기 시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운영비 명목으로 매월 30만원 예산을 별도로 책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현금으로 지급하던 방식에 어려움이 생기자 도중에 체크카드를 만들어 나눠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파악했다. 행정처 간부들은 이 카드를 들고 다니며 홍보 업무가 아닌 사적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행정처 간부는 체크카드를 택시비 결제 목적으로만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다수의 예산 담당자들은 ‘예산 집행 담당하는 사람으로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일해오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처음 봤다’는 등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운영비 예산을 빼돌린 주체와 돈을 건네받고 사용한 고위 법관들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 사라지나… 신임 후보자 판사 4명·변호사 1명

    자유한국당이 이종석(57·사법연수원 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함에 따라 신임 재판관 5명 중 4명이 현직 판사로 채워지게 됐다. 검찰 출신 재판관의 명맥이 끊길지, 내년 4월 대통령 지명 몫 헌법재판관 추천에서 검찰 출신이 재유입될지 주목된다. 오는 19일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관은 이진성(62·10기)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이수(65·9기), 김창종(61·12기), 안창호(61·14기), 강일원(59·14기) 재판관 등 5명이다. 후임 헌법재판관으로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했는데 추천받은 이들 중 검찰 출신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석태(65·14기) 변호사와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김기영(50·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바른미래당이 이영진(51·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데 이어 한국당이 이종석 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렇게 6기 헌재가 구성되면, 당분간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 부재 상태가 된다. 직전인 5기 헌재에서 대통령몫으로 지명됐던 박한철(65·13기) 전 소장은 지난해 1월 퇴임했고, 안창호 재판관도 이번에 물러난다. 그 동안 1기 헌재에서 김양균 재판관, 2기 헌재에서 조승형·정경식·신창언 재판관, 3기 헌재에서 송인준·주선회 재판관, 4기 헌재에서 김희옥 재판관이 검찰 출신으로 활약했던 것과 대비된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 분야를 주로 다룬 검사의 전문성 뿐 아니라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 부재 상태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내년 4월 대통령 지명 몫인 조용호(63·10기), 서기석(65·11기) 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 검찰 출신 새 헌법재판관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국회는 전날 이석태·김기영 후보자에 이어 11일 이은애·이영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법원 영장 3번 기각한 사이… ‘재판거래 키맨’은 대법 기밀 없앴다

    법원 영장 3번 기각한 사이… ‘재판거래 키맨’은 대법 기밀 없앴다

    “유 前연구관이 문서 파쇄” 궁색한 변명 “증거인멸 방조 넘어 수사 방해” 비판 고조 윤석열 중앙지검장 “책임 묻겠다” 격앙사법농단 수사 초기부터 일부 문건만 검찰에 전달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하던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이 기각한 데 이어 사실상 증거 인멸까지 방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원 기밀자료를 유출한 의혹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고발이나 자료 회수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거푸 기각되는 사이 유 전 연구관은 관련 자료를 파쇄한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10일 저녁 8시 30분쯤 “유 전 연구관에게 자료 제출을 문의했는데 ‘영장이 기각된 후 출력물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이후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나 청구했고,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 문건을 제외하고는 번번이 기각됐다. 법원은 이런 사실을 세 번째 영장이 기각된 지 한 시간 조금 지나서 공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입장에서 재판 자료 반출이 부적절한 행위지만 죄가 되지 않고, 수사기관이 해당 자료를 갖게 되면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고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으로부터 자료가 인멸됐다는 통보를 받은 검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본인 사건과 관련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받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증거 인멸 혐의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그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보이는 현직 대법원 판사에 대한 증거 인멸이 될 수 있고, 이를 방조한 행정처도 수사 대상”이라며 “유 전 연구관과 변호인은 자료를 보존하겠다는 서약서까지 검찰에 제출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검찰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절도, 공무상기밀누설 등 여러 혐의가 얽힌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가려야 하는 데 죄가 안 된다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자료를 갖게 되면 재판 침해이고, 민간 변호사(유 전 연구관)가 취득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냐”며 “최종 본안 판단을 영장전담판사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연구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 개업 뒤에도 대법원 내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퇴직할 때 직접 들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퇴직 뒤에도 대법원 현직 관계자들에게 관련 서류를 지속적으로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수사 방해’ 수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만 제공하고 업무추진비, 관용 차량 이용 내역 등의 제공을 거부했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에 대한 하드디스크 제출 요구도 디가우징(복원이 불가능하게 파기하는 것)됐다며 거부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릴레이 청문회 첫날… 헌법재판관 후보자 정치 편향·위장 전입 공방

    릴레이 청문회 첫날… 헌법재판관 후보자 정치 편향·위장 전입 공방

    이석태 “동성혼,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 김기영 “사법농단 영장기각, 판사 옳은 판단”헌법재판관과 장관 후보자 11명에 대한 릴레이 청문회 첫날인 10일 이석태(왼쪽)·김기영(오른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주를 이뤘다. 위장 전입 등 도덕적 흠결도 지적됐다.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인 이석태 변호사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던 당시 상관이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법부 장악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과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이 재판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 비서관, 민변 회장 등으로 활동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동성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대법원 판례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인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많은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거쳐서 사법부 요직에 앉았다”며 “코드인사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모친 회사에 이사로 취업해 최근 5년간 3억 45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위장 취업이라는 지적에 김 후보자는 “상근한 것으로 보기 어렵지만 비서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김동철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배우자의) 출장 횟수를 고려하면 한 달에 6일 정도 일을 하고 500만원 이상의 고액의 급여를 받았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선 김 후보자는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두 자녀의 사립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2001년과 2005년 위장 전입을 하고 2006년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에 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 배제 7대 원칙 중 ‘2005년 7월 이후 2건 이상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관련으로 위장 전입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사법농단 수사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잇달아 기각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해당 판사가 정당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종석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법관대표회의 “법원행정처 폐지…법원장 임명에 판사들 의사 반영”

    법관대표회의 “법원행정처 폐지…법원장 임명에 판사들 의사 반영”

    전국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있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관대표회의는 10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3차 임시회의를 갖고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하고 법관의 독립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현행 사법행정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의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로 인한 수직적이고 관료화된 조직문화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행정처의 기능을 대법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사법행정회의에서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 법관대표회의는 기존의 법원행정처를 의사결정 기구인 회의체와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집행기구, 대법원 운영조직인 사무국으로 분산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인사에 관한 심의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결했다. 일련의 행정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외부위원 등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법관대표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행정권 남용 사태에는 개인적 요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제도의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식에 다수가 공감했고, 선진국처럼 위원회와 같은 회의체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또 고등법원장은 고등법원 법관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이원화 법원장’과 대법원장의 법원장 임명에 해당 법원 소속 법관의 의사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추천제 법원장’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2~3개 지방법원의 법원장을 지방법원 소속 법관들 중에 임명한 뒤 인사여건 등을 고려해 이원화 방안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원장 이원화 방안은 김 대법원장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법관 인사를 이원하하겠다는 사법개혁안을 법원장에도 도입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장판사는 “사법부 수사와 관련해서는 상정된 의안이 없고 현장에서 발의된 내용도 없었다”면서 “법관 회의체가 영장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이석태 청문회···“특정단체 출신 사법 십상시”VS“엄혹한 시절 맡은 사건 존경받을 일”

    이석태 청문회···“특정단체 출신 사법 십상시”VS“엄혹한 시절 맡은 사건 존경받을 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이석태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나타전을 벌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후보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도 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이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인데, 정작 후보자 지명은 대법원장이 했다”면서 인사거래 의혹을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가석방을 주장하며 (탄원서에) 서명했다”며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내란선동 혐의도 가석방 대상인가. 이 전 의원이 양심수인가”라고 비판했다.정갑윤 의원은 “이 후보자는 이적단체인 한총련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국가보안법 폐지 시국 농성을 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를 했고, 천안함 폭침 재조사 요구를 했다”며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국민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주광덕 의원은 조국 민정수석·김형연 법무비서관·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김명수 대법원장·박정화 대법관·김선수 대법관·노정희 대법관·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사법 권력 십상시’로 지목하며 “특정 단체 출신으로 사법기관을 채우는 것은 인사 전횡”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자가 각종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답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역대급 유체이탈”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이 재판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 비서관, 민변 회장 등으로 활동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인사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방어했고, 김종민 의원 역시 “과거 정부 내에서 특정 업무에 종사했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옹호했다.이춘석 의원은 “후보자 이력을 보면 엄혹한 시절 아무도 안 맡는 사건을 맡았다”며 “평생 소수자를 위해 살아왔는데 이것은 존경받을 일이지 조롱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 후보자가 소신을 굽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마음을 아프게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우려가 기우로 끝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만 바라보고 권력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질서를 확보하며,헌법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시골 판사’ 박보영, 첫 출근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면담 거부

    ‘시골 판사’ 박보영, 첫 출근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면담 거부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 이후 올해로 9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일 오전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보영 전 대법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은 대법관 퇴임 후 시·군 법원의 원로 법관(일명 ‘시골 판사’)을 자청해 맡게 된 박 전 대법관이 여수시법원에 처음 출근한 날이다. 하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박 전 대법관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선고와 관련이 있다. 그날 대법원 3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해고는 무효”라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3부의 주심이 박 전 대법관이었다. 쌍용자 해고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한) 2014년 2월 7일 서울고법 판결문을 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면서 “빨간 펜도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법률용어 써도 좋습니다.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 주십시오.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와,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무관하다고 보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박 판사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라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늘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중략)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를 만나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VIP(박근혜)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철도노조 파업’ 사건과 함께 이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을 꼽으면서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출근한 박 전 대법관은 경찰과 경호인력의 경호를 받으며 곧장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에서 해고가 왜 정당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박 전 대법관을 만나고 싶었지만 판사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면서 “박 전 대법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까지 여수시법원 앞에서 집회나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현직 재판연구관까지 수사 대상인 양승태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대법원의 재판연구관까지 소환했다. 어제 검찰에 소환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대법원 재판 자료 수백 건을 지난 2월 퇴직하면서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대법원 재판부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재판 거래’를 모의하게끔 관련 문건들을 전달한 가교 역할을 했다고 파악한다.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은 자고 나면 하나씩 새로 불거진다. 판사 블랙리스트에서 비롯된 것이 상고법원 신설을 노린 재판 거래 의혹들까지 속속 드러나 사법부 전체로 국민 환멸이 쏟아지는 지경이다. 퇴직 후 변호사로 일하는 유 전 연구관의 개인 사무실에 왜 대량의 대법원 문건이 보관돼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대법원 재직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 재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법원행정처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만간 현직 수석재판연구관(고법 부장판사)도 소환할 계획이다. 일개 재판연구관이 윗선 지시 없이 기밀 문서를 손댈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려고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까지 이미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허위 증빙 서류까지 작성케 해 빼돌린 법원 공보예산 수억원을 상고법원 추진에 관여한 고위 법관들에게 활동비로 지급했다. 당시 박병대 행정처장,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런 조직적인 농간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현재의 ‘김명수 대법원’ 행태도 한심하기는 도긴개긴이다. 유 전 연구관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는 검찰 영장마저 지난주 법원은 또 기각했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는 손톱만큼도 없이 조직 감싸기에만 눈이 멀어 있다. 사법부 개혁을 사법부에 맡겨 둘 일이 도저히 아닌 상황이다.
  • 판사 65% “판사들이 직접 법원장 선출하자”

    일선 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장을 임명하는 현행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명 중 6명 이상이 법원장을 각급 법원 소속 판사들이 선출하는 방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국 각급 법원 판사 158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법원장 임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778명(49%)이 ‘동의한다’, 542명(34.1%)이 ‘동의하는 편이다’라고 답해 83.1%(1320명)가 법원장 임명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법원장 보임에 소속 판사들의 의사가 적절한 방법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13명(51.2%)이 ‘동의한다’, 543명(34.2%)이 ‘동의하는 편’이라고 답해 법원장 임명에 판사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소속 판사들이 호선으로 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에 동의하느냐’는 문항에도 543명(34.2%)이 ‘동의한다’, 419명(30.9%)이 ‘동의하는 편’이라고 응답해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동의율(65.1%)을 보였다. 판사들이 선출하는 법원장의 임기에 대해선 600명(37.8%)이 ‘1년 연임제’, 508명(32%)이 ‘2년 단임제’가 적절하다고 꼽았다. 최대 4년까지 가능한 ‘2년 연임제’에는 255명(16.1%), ‘1년 단임제’는 118명(7.4%)이 표를 던졌다. 일선 판사들의 이 같은 인식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부터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될수록 수직적인 법원 서열문화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법관 인사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사법발전위원회에서도 지방법원 판사 중에서 지방법원장을 보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예산 쪼개 인출” “인편 수령”… 양승태 사법부의 깨알 지시

    행정처가 일선 법원 공보 예산 현금화 법원장 등에 3억 5000만원 지급 문건 나와 비자금 조성·상고법원 로비 수사 탄력 재판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6일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과 재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법원행정처 사무실을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상고법원 로비를 위한 예산과 재무 내역 등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해서는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자료가 남아 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서 판사 사무실이 아닌 예산·재무담당관실 등 일반직 사무실에만 영장을 발부했다. 예산담당관실은 기획조정실 산하 부서로 전국 법원의 예산과 결산을 담당하고 재무담당관실은 행정관리실 산하로 각종 계약, 법인카드 등을 담당한다. 검찰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 예산 집행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공보 예산 3억 5000만원을 현금화해 법관 비위 근절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5년 3월 5일 전남 여수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법원장 등 고위 법관 격려금에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문건과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다.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이 기각한 법원은 검찰이 확보한 문건과 진술에 불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서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었다. 문건에는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예산을) 소액 분할 인출해야 한다’, ‘예산을 인편으로 수령한 다음 공보관이 수령했다는 서명 날인을 하라’는 주문이 적혀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이 각급 법원장에게 전달된 것이 계획적이고 범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임 전 실장 후임으로 기조실장을 지낸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징용 재판 거래와 인권법연구회 해체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외교부 등과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분쟁 소송 자료를 청와대에 불법 제공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댔다. 검찰은 “심각한 불법 상태를 용인하고 증거인멸의 기회를 주는 결과”라며 “대법원에 기밀자료 불법 반출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검찰, 공보 예산 빼돌려 쓴 대법원 첫 압수수색

    검찰, 공보 예산 빼돌려 쓴 대법원 첫 압수수색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6일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대법원 예산담당관실·재무담당관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의 신청·집행과 관련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일선 법원에 배정된 공보 예산을 고위법관 격려금에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예산 단계부터 부적절하게 쓸 계획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이 돈의 사용 목적을 ‘공보관실 운영비’가 아닌 ‘행정처 간부 및 법원장 활동 지원경비’라고 명시한 내용도 포함됐다.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법원행정처로 돈을 보내고, 각 법원 공보관들에게 사용처에 대한 허위 증빙을 갖추라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법원은 2015년 3월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각급 법원 법원장들에게 1천여∼2천여만원씩 배분해 지급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은 법원장들에게 공지문을 돌려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님들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경비”라고 설명한 정황도 나왔다.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는 2015년도 예산에 3억5천만원이 책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법농단 중심’ 박병대 소환 1호 대법관 되나

    ‘사법농단 중심’ 박병대 소환 1호 대법관 되나

    예산 횡령부터 ‘강제징용 의혹’ 이어 ‘통진당 소송 개입’ 구체적 정황 포착 檢, 오늘 곽병훈 전 비서관 소환 조사박병대 전 대법관을 향한 재판 거래 의혹이 하나둘 드러나는 가운데 ‘법원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그가 검찰 조사를 받는 첫 대법관이 될지 주목된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처장이 지난 2015년 전국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 5000만원을 현금으로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일선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간부 등 고위법관들에게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박 전 처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 소송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이 낸 퇴직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될 당시 박 전 처장은 전주지법 담당 재판부에 ‘선고기일 연기’를 종용하면서 “인용이든 기각이든 지위확인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의 권한”이라는 내용을 판결문에 담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재판은 선고기일이 미뤄졌다. 이 외에 박 전 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공관에서 회동해 재판 진행 상황과 처리 방향을 논의한 의혹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판사 출신인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와 세부 내용을 협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곽 전 비서관을 비롯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3일 대거 청구했으나 대부분 기각됐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유모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 1곳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이마저도 ‘특허소송 관련 문건 1건만 압수수색하라’고 범위를 제한했다. 해당 문건은 검찰이 이미 법원행정처로부터 넘겨받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각 사유는 모두 똑같이 단순히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로만 기재됐다”면서 “이미 다 확인된 내용인데 이제 와서 어떻게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6일 곽 전 비서관을 직접 불러 조사한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공보예산 걷어 현금화한 뒤 각급 법원장에게 나눠줘

    양승태 사법부, 공보예산 걷어 현금화한 뒤 각급 법원장에게 나눠줘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배정된 공보 예산을 불법으로 모아 고위 법관들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법원행정처는 5일 “2015년도 공보관실 운영비와 관련해 각급 법원은 배정된 예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법원행정처에 교부했고, 법원행정처는 2015년 전국 법원장 간담회 때 각급 법원장에게 이를 그대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배정된 예산을 불법적으로 모아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앞서 경향신문은 대법원이 2015년 3월5~6일 전남 여수엠블호텔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주재로 연 법원장 회의에서 5만원권 현금 다발을 각 법원장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원장별로 전달된 액수가 서울중앙지법원장 2400만원, 서울고법원장 1600만원, 수원지법원장 1400만원, 인천·부산·대구지법원장 각 1200만원, 대전지법원장 1100만원 등이다.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당시 법원장 회의에는 양 전 대법원장뿐 아니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조용구 전 사법연수원장과 전국 고등법원장, 특허법원장, 지방법원장, 가정법원장, 법원도서관장 등이 참석했다. 법원행정처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2015년에 처음 편성된 예산이라 법원장들에게 편성 경위와 집행절차 등을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불법적 의도에 의한 예산 유용이 아니었다. 그러나 예산 배정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해당 예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법원행정처에 교부하게 한 이유나 이를 각급 법원 공보관실에 돌려주지 않고 법원장에게 지급한 이유는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다. 2015년 이후에도 공보관실 운영비가 같은 식으로 유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6년과 2017년에는 2015년과 달리 법원행정처가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에 배정된 예산을 현금으로 교부받지 않고 해당 법원에서 위 예산을 직접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에는 집행의 투명성을 위해 법원행정처는 물론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에서도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 대신 카드로 집행했고, 2019년 대법원 예산안에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편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운영비 집행방식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2016년 감사원이 법원행정처에서 공보관실 운영비를 개인에게 매월 현금으로 정액 지급하는 것은 예산 집행지침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했고, 이에 따라 현금 대신 카드로 예산을 사용하는 등 집행방법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4일 대법원이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수억원을 현금으로 모은 뒤 법원행정처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담은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재무담당자들로부터 전달받은 비자금을 금고에 보관하면서 상고법원 등 현안을 추진하는 각급 법원장 등 고위법관에게 격려금 조로 제공하거나 이들의 대외활동비로 지출한 것으로 보고,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상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양승태 행정처, 朴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도 개입”

    각급 법원 예산 빼돌려 비자금 조성 고위법관에 격려금으로 지급 정황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측이 당사자인 특허 소송에 대한 정보도 청와대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배정된 예산을 불법적으로 빼돌리는 등 비자금을 조성해 고위 법관들에게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6년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채윤씨의 특허 분쟁 소송 관련 각종 자료와 정보를 특허법원을 통해 취합한 뒤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박씨는 박 전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을 받은 김영재 성형외과의원 원장의 부인으로, 의료기기업체의 대표다. 특검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특허 소송은 리프팅 시술용 실 개발 사업과 관련한 것이었다. 법원행정처가 넘긴 자료에는 박씨와 특허를 다투던 측을 변호하던 법무법인의 수임 내역과 연도별 수임 순위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재직 당시 관련 자료를 넘기는 데 관여한 유모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 등을 비롯해 청와대 요구가 있을 때마다 대법원을 중심으로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독립된 형태의 기관이 아닌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행정기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또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반재판 운영비 중 각급 법원 공보관실 몫으로 새로 편성된 예산 수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법원행정처가 비자금을 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재무담당자들에게 지침을 내려 신규 편성된 예산을 현금으로 인출하게 한 뒤 이를 인편을 통해 행정처 재무담당자에게 전달하게 했고, 이 자금을 금고에 보관하면서 상고법원 추진에 앞장선 각급 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에게 격려금이나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 과정에서 예산 사용 내역 증빙을 위한 가짜 영수증을 만들고, 자금 조성과 지급을 모두 현금으로 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 예산담당 직원 조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이 문건에 적힌 대로 이뤄졌고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재판 운영비는 항목이 지정된 예산이기 때문에 자기 용도가 아닌 곳에는 쓸 수가 없다. 만약 이런 예산을 빼돌려 고위 법관에게 지급했다면 횡령이 될 수 있다”면서 “민간 기업에서 비자금 조성 때 사용되는 방법을 그대로 법원이 따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재판의 당사자가 돼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 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돼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 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됐던 일부 개혁 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가졌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 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됐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됐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 줄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했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했다. 현행 독일 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하는 데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 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있고 난 뒤 형법전에 삽입됐다. 우리도 모든 공직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 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 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재판 개입’ 고영한 겨눈 檢… 또 영장 기각한 법원

    윤인태 前고법원장 “고 前대법관이 지시” 檢, 진술 확보에도 신병 확보 등 난항 예고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부산 법조 비리 의혹을 확대시키지 않으려고 재판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직접 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이 고 전 대법관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거푸 기각하면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고 전 대법관이 부산 법조비리 관련 재판 진행 과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 진술을 확보했다. 2016년 가을 고 전 대법관으로부터 항소심 선고 기일만 남겨 둔 건설업자 정모씨에 대한 변론을 재개해 한두 차례 공판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이를 담당 재판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정씨가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에게 수차례 향응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무마시키고자 했다. 검찰이 문 판사가 재판 정보를 누설한 정황을 파악하자, 행정처는 리스크 검토 문건을 작성해 “검찰 불만을 줄이려면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고 전 대법관의 지시대로 변론을 두 차례 추가한 뒤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고 전 대법관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고 전 대법관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달 24일과 30일 잇따라 기각했다. 또 기각 사유로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이 없다”거나 “(먼저)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등의 내용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관계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는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있고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욱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되어서는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되었던 일부 개혁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가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갖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한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또한 법복귀족인 몽테스키외는 권력분립원리를 밝힌 저서 ‘법의 정신’에서 법관을 ‘법률의 단순한 입’으로 제한하고자 했다. 즉 법관은 법전에 적혀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할 뿐이지 해석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후 나폴레옹은 1804년에 근대 최초의 성문 민법전을 만들면서 해석금지령이라는 칙령을 덧붙였다.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또한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 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이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서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줄 것을 명령했으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하였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할 따름이었다. 이 사건은 사법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독일에서 지금도 여전히 논란되는데 당시 귀족들은 황제의 월권을 크게 우려했지만, 다수 민중은 황제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현행 독일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사건’이 있고서 형법전에 삽입되었다. 우리도 모든 공직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글: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文대통령 “포토라인 서 봤는데 참 곤혹”···‘盧 탄핵‘ 당시 헌재소장 만나

    文대통령 “포토라인 서 봤는데 참 곤혹”···‘盧 탄핵‘ 당시 헌재소장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헌법재판소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 전 주요 인사들과 환담을 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을 맡았던 인연을 떠올렸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환담 자리에서 “30년 전 헌법재판소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헌법재판소라는 이름이 낯설었는데 이제는 최고재판소와 별개로 가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큰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헌재와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방금 대심판정을 거쳐 왔는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대리인들 간사 역할을 하며 대심판정에 자주 왔다.”고 말했다. 이에 한 참석자가 환담 자리에 함께 있었던 윤영철 전 헌재소장을 가리키며 “그때 재판장이 이분.”이라고 하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민정수석으로 당시 노 대통령의 대리인단을 이끄는 간사를 맡았다. 윤 전 소장은 당시 헌재소장으로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을 결정한 바 있다.문 대통령은 “당시 포토라인에 여러 번 서봤는데 참 곤혹스러웠다.”며 “하물며 대리인 간사도 그런데 당사자이면 얼마나 곤혹스럽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탄핵재판이란 것이 초유의 일이고 심리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민사법을 적용해야 할지 형사법을 적용해야 할지 어려웠다.”며 “우리도 공부하고 헌재도 공부하면서 재판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2016년 탄핵을 거치면서 탄핵절차가 완성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환담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윤영철·이강국 전 헌재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박상기 법무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한편 문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 “저를 비롯해 공직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 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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