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자진사퇴·지명철회’ 고수
여야는 교착상태에 빠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해법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척점에 섰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2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소야(小野) 3당이 전날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하며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특히 강경 입장을 보이던 한나라당은 이날도 ‘온건’으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강경으로 원위치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소야 3당이 제안한 4개항의 중재안 가운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의 법사위 인사청문회를 전격 수용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명 철회, 자진 사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재안에서) 법사위 논의를 권고한 점에 대해 더 이상 논란과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전격 수용키로 했다.”면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신속히 매듭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타협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야 3당의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 사과 요구와 관련해선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대통령이 아니라도 청와대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유감 표명 정도로 매듭짓자는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헌재소장 공백사태에 대해 별문제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을 한나라당으로 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 철회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경 기류는 이날 오후 한때 “다른 야당의 중재안도 있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입장 변화가 보이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온건론’이 목소리를 내면서 잠시 주춤하더니 오후 늦게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회의에 앞서 강재섭 대표는 “‘전 후보자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야3당 중재안대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하고, 여당도 법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분위기”라며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청문회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긴급연석회의에서는 “절차상 헌법 위반이고, 청와대의 주문대로 처신한 전 후보자의 자질도 헌재소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강경론이 우위를 보이며 기존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고, 전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황이 변하더라도 입장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전 헌법재판관 및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열린우리당과 소야 3당의 손으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이들 4당이 14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지, 아니면 임명동의안 처리를 뒤로 미루고 한나라당을 설득해 나갈지 주목된다.
전광삼 황장석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