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우선의 법무행정을
국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법무부는 국민의 인권보호에 막중한 책임을 진다.그런 의미에서 지난 18일 朴相千법무장관의 ‘올주요 업무계획’ 발표내용은 주목을 끌 만하다.미결수의 사복착용 허용,재정(裁定)신청의 확대,민간교도소 개설 추진,노사관계의 전향적 대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계획은 매우 긍정적인 조처로 평가된다.
우선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가 재판이나 청문회 출석,국회 증언 등을 위해 구치소 밖으로 나갈 때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재소자의 인권보장에 진일보한 것이다.사실 그동안 미결수에 수의(囚衣)를 입혀 재판정이나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도위반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어 왔다.차제에 유죄판결 확정 전 무죄추정의 헌법 취지가 좀더 광범하게 시행됐으면 한다.피의사실이 공판청구 전에 함부로 공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또 일단 신병을 구속시켜 놓고 보자는 식으로 인신구속을 형벌의 한 방편으로 남용하기도 한다.이같이 잘못된 행태는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마땅히 절제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신청의 확대는 기본방침만 밝혔고 그 대상과 기준은 앞으로 ‘형사법개정심의위’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현행법상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고문·가혹행위와 선거법 위반사건에 한하도록 돼있다.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을 막기 위해 피해당사자가 불기소의당부(當否)를 고등법원에 직접 묻는 재정신청제도는 유신 직후인 73년 이후검찰권의 강화수단으로 현행법과 같이 그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과거 12·12사건과 5·18사건 처리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이를 제도적으로번복할 장치가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재정신청의 범위는 적어도 정치적 사건도 다룰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더욱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점을 감안해서라도 검찰권 남용의 실질적 제한장치인 재정신청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2002년부터 민영교도소를 설립,운영키로 한 것은 징벌·격리 개념에 머물렀던 교도행정 수준이 재교육·사회 복귀라는 선진 개념으로 한 단계 뛰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밖에 노동관계법에 의한 노사협의 절차의 실질화로 자율타결을 유도하고 노동자 구속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과직결된 인권보호의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일련의 업무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만을 추구해서는 안되며 어떤 제도를 시행하든 작용·반작용의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잘 따져 나가야 할 것이다.